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37:18

양판소/필수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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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웹소설계의 클리셰에 대한 내용은 웹소설/문제점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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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판소/장르
, 일본식 이세계물/나로우계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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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제목4. 소재5. 시대6. 세계7. 사회
7.1. 언어/문자7.2. 신분, 계급7.3. 여성의 지위7.4. 직업7.5. 복장7.6. 무기/방어구7.7. 교육7.8. 정치7.9. 종교7.10. 집단
8. 지형, 장소, 건물9. 신체10. 이종족11. 동물12. 마법13. 주인공과 주변 인물14. 묘사
14.1. 인물
15. 전개16. 관련 문서

1. 개요

2000년대 중~후반, 도서대여점 시절 양판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2. 상세

과거 2000년대 중반 도서대여점 시절 양판소 주인공들은 대다수가 이고깽 내지 미성년자에다 먼치킨 하렘을 차렸다. 여캐는 몸매만 육감적일 뿐 주체 의식 없는 남주 띄워주기용 히로인, 기타 남성 캐릭터는 라이벌쯤 되는 캐릭터가 아니라면 그저 병풍이고,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은 자기 생각이 없으며, 세계 전체가 주인공만을 위해 설계되고 움직였다. 아래 내용 말고도 판타지 갤러리에서 작성된 양산형 판타지 사전에 무개념한 설정들이 정리되어 있다.( 무협지 버전) 사실 이러한 정리는 특정 장르가 굳어지고 진부해지면 웬만한 건 다 가능하기 때문인지 해외 SF 버전 등도 있다.( #1, #2)

따져보면 이 문서에 나온 것 중 몇몇은 양판소만의 것이 아니라 창작물 전반에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하렘이야 너무나 흔한 요소고 ' 도검제일주의'의 경우 《 스타워즈》처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판타지물 주인공의 무기는 검으로 묘사하기 마련이고, '작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파워 인플레'는 오히려 액션물이면 흔하다. '국가, 종족 간에 언어가 문제없이 통하는 설정'은 《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 드래곤볼》, 《 슈퍼로봇대전》만 봐도 나온다 《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SBS 코너에서 왜 원피스에서는 세계 어디를 가도 말이 통하냐는 질문에 '만화는 꿈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앞서 예시로 든 작품들은 이런 소재들이 그렇게 크게 트집 잡히지 않는다. 같은 소재를 써도 양판소만 비웃음거리인 이유는 작가가 심도 있는 고민이나 조사를 하지 않고 그저 소재들을 우려먹은 결과 그 진부함이 절정에 달해 이러한 트집거리에서 독자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재미없고 못 써서 그렇다.

다만 이 문서를 읽기 전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이 문서에 서술된 필수요소는 2000년대 중반 도서대여점 시절의 양판소를 기준으로 서술된 클리셰들로, 2010년대 이후 현재의 양판소에는 맞지 않거나, 적용되지 않거나, 이제는 유행이 지나 더는 사용되지 않는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2000년대 중반 도서대여점 시절의 양판소와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대의 양판소는 세계관부터 주인공의 성향까지 대부분 달라졌다.

위선적이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선이나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추구하던, 주인공/열혈형이 대세이던 과거 양판소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2010년대 이후 양판소의 주인공들은 사이다의 충족을 위해 위선조차 벗어던지고 대놓고 악 성향을 내비치며 무한이기주의와 갑질을 구사하는, 냉혹한 주인공을 자처하는 악인을 내세우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또한 고등학생이나 미성년자 주인공을 선호하던 2000년대의 양판소와는 달리 2010년대 이후의 양판소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주인공을 선호하며[1], 미성년자 주인공은 회귀물이나 빙의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자취를 감췄다.

또한 하렘물을 선호하던 2000년대 중반의 양판소와는 다르게 2010년대 이후 양판소에서는 하렘이 그리 환영받지 못하며, 히로인의 비중이 거의 없는 작품이 대부분이고, 극단적이면 아예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이 문서에서 주로 설명하는 중세 서양풍의 클리셰를 가진 세계관 역시 2010년대 이후에는 비주류로 밀려나 찾아보기 힘들며, 2010년대 이후에는 이세계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한국식 이세계물을 기반으로 상태창이나 레벨 등의 게임 판타지 요소를 접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소드 마스터 7서클 대마법사가 나오는 세계관은 책빙의물이나 게임빙의물 또는 도서대여점 시절의 추억팔이를 노린 일부 작품들을 제외하면 완전히 사장된 상태이다.

또한 양판소의 주류를 이끄는 장르 역시 이고깽이나 영지물, 게임 판타지에서 현대 판타지, 전문가물, 레이드물, 한국식 이세계물 등의 신생 장르로 유행이 넘어가면서,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필수요소들은 대부분 모습을 감추거나 최근 유행에 걸맞게 변형되었다.

따라서 이 문서의 내용을 가지고 2010년대 이후 현재의 양판소를 재단할 수는 없으며, 여기에 설명된 필수요소 중에서 2010년대 이후 양판소에 적용되는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3. 제목

유행하는 소재들을 되는대로 제목에 넣는데, 차원이동물이 유행할 때는 차원ㆍ정복ㆍ모험 등이 많이 들어간다. 현대물들은 '21세기'라는 제목이 많고, 퓨전물은 마스터ㆍ헌터ㆍ포식ㆍ이계ㆍ절대ㆍ초월이 많으며, 게임 판타지는 온라인ㆍ 랭커ㆍ월드, 무협물에서도 질이 낮은 것들은 '무적'이나 '절대', '지존'이 들어간다. 그리고 SSS급이나 EX급이란 접두사가 붙은 제목들이 많다. 제목에 SSS급이나 EX급이 붙어있으면 십중팔구는 양판소이다. 이 형식을 풍자한 FFF급 관심용사같은 제목도 있다. 심한 예시로는 빌어먹을 메테오, 템빨, 레알 회개합시다, 폭딜 어쌔신까지 나온다.[2] 차원이동물 중 이미 타 차원에서 절대의 능력자에 오른 뒤 지구로 돌아와서 갑질하는 작품들은 상당수가 '귀환'이 붙는다. 2016년 이후부터는 몹시 직관적이어서 외려 어이가 없는 정도의 제목들이 새롭게 대세로 떠올랐다. 특정 키워드를 통해 어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설 내용 자체를 구어체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 정령 겁나 쎄'라거나 '혼자 레벨업 합니다' 같은 식이다. 이러한 저렴한 제목들은 범람하는 작품 중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목적은 라이트노벨의 문장형 제목과도 일맥상통한다. 가끔 이런 자극적인 제목일지라도 괜찮은 소설들이 있긴 하지만, 십중팔구 제목부터 '이런 작품이니까 후회하고 싶으면 읽어보시든지'라며 알려주는 셈이니 일단 피하자.

4. 소재

  • 괴물 사냥
    일반적으로 판타지 소설에서 트롤 같은 괴물은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주인공 일행을 위협하는 전개의 요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RPG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양판소 속의 괴물들은 그저 인간들에게 잡혀 소중한 고기, 피와 가죽을 헌납하는 사냥감이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위험한 괴물들도 쉽게 잡는다거나 가죽에 상처를 내지 않고 잡아 다른 이보다 돈벌이가 수월하다는 전개는 필연적으로 나온다. 또 몬스터 안에 약점인 마핵/보석이 있다는 설정도 다수 존재하며, 이를 팔아 돈 버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이런 괴물 사냥이 아예 주요소재인 장르가 바로 헌터물.
  • 만류귀종
    하나를 잘하면 나머지 다른 분야도 잘한다는 설정. 검술의 극에 달한 주인공은 끝내 마법에도 극에 달한다. 이를 설명할 때 '주인공은 무의 극에 달했으니 만류귀종으로서 마법에서도 극에 달한다.'라고 자주 쓴다. 하지만 만류귀종의 원래 뜻과는 다른 이상한 설정일 뿐이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를 참조할 것.
  • 소드마스터
    단순히 검을 잘 쓰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검기 검강을 면발처럼 뽑아내는 이들로, 검강의 색이 짙고 길이가 길수록 전투력에 비례한다는 인식이 대다수다. 무협지의 검기가 《 바람의 마도사》를 거쳐 판타지에 온 뒤 《 카르세아린》에서 개념을 확립했으며, 《 묵향》으로 퓨전 판타지와 함께 퍼져나갔다. 최근에 나온 작품일수록 '검기'라 하기보다는 '오러 블레이드'나 '블레이드 오러', '오러 소드' 등으로 바꿔 적는 일이 있다.

    몇몇 작품에서는 불노장생 효과까지 보게 된다.

    대체로 소드 비기너 → 소드 유저 → 소드 엑스퍼트 → 소드 마스터 → 그랜드 마스터 순으로 경지가 상승하며, 그 안에서도 각각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뉜다. 물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소드 마스터/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 그 아래는 등급이 별 의미 없는 양민이 된다. 자세한 설명은 해당 문서 참조.
  • 마나 연공법
    체내의 마나(기)를 다루는 방법으로, 시초는 《 묵향》으로 추측되며 원래 무협에서 나오던 용어인데, 다크메이지에서 마나 연공법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2000년대 대여점 양판소 계에 퍼지면서 쓰이게 되었다. 퓨전 판타지에서 판타지 세계의 검사들은 이게 없어서 무림 고수들에게 지고, 있다고 해도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어째 심(心)법인데 마음 쓰는 방법은 안 가르친다.
  • SF
    원래 SF와 판타지는 서로 이웃한 장르에 상호 혼합도 많이 시도된다. 관련 예로는 《 섀도우런》, 《 Endless Legend》가 있다. 작가들도 판타지와 SF를 오가며 쓰는 경우가 많지만, 양판소에는 진지한 SF가 아니라 어설프고 과장된 유사과학 투성이의 SF라 자칭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서 기/마나/영혼 같은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초자연적인 것들을 과학 기술의 힘으로 규명하거나 다룰 수 있다던지, 알고 보니 그 소설의 판타지 세계가 사실은 고도로 발달한 SF 문명이 만든 세계라든지 하는 식이다. 어떻게든 설정으로 때울 수 있는 게 이 마당이긴 하나, 그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국내에서 SF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지라 더욱 심화되는 문제.
  • 차원이동
    개념 자체는 상당히 오래됐고, 90년대 중반~말에 이미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서도 조금씩 소재로 등장했으나, 양판소의 장르인 이고깽, 퓨전 판타지는 일반적으로 각각 《 사이케델리아》와 《 묵향》이 원조라고 본다. 독자와 주인공을 동일시해 더 큰 대리만족과 몰입감을 얻는 효과가 있다. 겜판소도 넓게 보면 차원이동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꾸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건 비단 양판소만의 특징은 아니고 외국 판타지에서도 《 나니아 연대기》, 《 황금나침반》처럼 차원이동을 소재로 삼는 작품들이 많은데, 애초에 차원이동 소재의 원류가 이쪽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쪽의 차원이동이 또 다른 세계의 탐험과 모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양판소는 비참한 자기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는 뛰어나겠다고 착각하는 망상일 뿐이다.
  • 서양 검술 멸시
    동양, 특히 중국을 모티브로 한 무림인이 서양 판타지 세계로 넘어간 퓨전 판타지 작품들의 경우 '판타지 무술들은 동선이 지극히 단조롭고 투박한 검술에 내공도 없고 심법도 없고 두꺼운 갑옷만 믿는 수준이 미개한 야만족의 무술이다'라는 식의 무협 > 서양 판타지 대목이 꼭 나온다. 독자에게 '우월한' 동양 무술로 '야만적인' 서양 판타지를 박살내는 대리만족감을 주려는 옥시덴탈리즘의 병폐이다. 작품에 따라 《무림신녀》에서 역으로 판타지에서 무협으로 넘어오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쓰는 신성마법/정령술 등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판타지는 마법이 강하고, 무협은 무술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일 수도 있으나, 그저 무림에서 넘어온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에서 깽판을 치기 위한 설정으로 쓰이는 게 대부분이라 문제 된다. 게다가 실전 위주의 무술은 대체로 화려함이나 우아함보다는 절제와 투박함 위주이며 반대로 보여주기식 및 스포츠화된 무술은 양판소 작가들이 묘사하려고 하는 동선이 복잡하고 지나치게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양 검술, 격투기의 실전성, 중국권법/실전, 쉬샤오둥 등을 참고할 것.

5. 시대

  • 무조건 중세. 하지만 고증 반영은 장식
    판타지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인식인지라, 양판소에서 중세는 정말 선호하는 시대다. 절대다수가 중세가 배경이라 보면 된다. 판타지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영주ㆍ귀족ㆍ기사 등이 존재하는 봉건사회가 중세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봉건사회는 난세란 인상이 박힌 데다가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 사회체계가 잘 짜여있어 주인공이 힘을 휘두르기가 힘들고,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 비교적 상상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는 주로 해당 세계의 멸망한 엄청난 초고도문명이란 설정 배경으로, 근현대는 스팀펑크를 가미한 어반 판타지에 주로 쓰인다. 아무튼 가히 판타지의 클리셰를 넘어서 필수요소로 굳어진 수준이다. 여기다 구태의연한 중세 암흑시대설이나 현대인 천재론 따위가 가미되면 금상첨화.

    하지만 말만 중세인 경우가 꽤 있다. 중세 전성기에서부터[3] 중세 말 근세 초 르네상스기에서 바로크, 로코코 등의 절대왕정기, 근대나 현대 초 군주제 국가들까지 다양한 시대가 뒤섞인 혼종시대다. 흔히 양판소에서는 왕의 권력이 강해야 정상적인 상황처럼 묘사하지만, 이런 건 실제로는 근세 르네상스 때나 절대왕정기의 모습이고 서/남유럽의 중세시대에는 왕들이 귀족들을 압도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왕은 '대귀족 중 가장 센 놈'이기 때문에 대귀족 한둘을 상대로는 이길지라도 귀족들이 국왕에 대항하려고 작정하고 똘똘 뭉치면 이길 수 없었다. 동유럽은 재판 농노제가 성행하기 전까지 그나마 왕권이 강했다지만, 그렇다고 이 지역이 절대왕정이었던 건 또 아니다.

    유럽까지 가지 않고 한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당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잉카나 마야는 정치에 있어서는 후진적이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전국 시대로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이웃 중국조차도 환관이나 대신이 천자를 떨게 하는 경우가 흔했다. 조선은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유정난, 중종/인조반정의 사례를 보듯 아랫사람들이 왕을 내쫓을 수 있었다.

    앞에 서술된 내용은 중학교과정에서 전부 배울 정도로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초 상식조차 없이 소설을 쓰는 양판소 작가들이 적지 않다.

    물론 정말로 중앙집권과 영주간 반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일도 있었다. 동로마 제국이나 에도 막부시대 일본(체제/무가제법도/ 공가제법도/ 참근교대제 참조), 러시아 제국이 그랬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각 지역의 영주를 중앙정부에서 임명했기 때문이다. 영주직 자체는 세습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지만, 중앙 정부에 개기면 빼앗긴다는 개념. 문제는 양판소 작가들이 이걸 알고 썼느냐는 것. 당연히 알 턱이 없이 쓰는 거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일본을 모티브로 삼아놓고 참고자료로는 (서)유럽 쪽을 보므로 결국은 완전봉건제도 아니고 반(半)봉건 반(半)중앙집권체제도 아니고 중앙집권체제도 아닌, 정체불명의 괴상한 체제가 탄생해버린다. 그리고 이는 로판의 절대왕정인데 봉건제라는 천재적인 체제로 계승된다전한에는 군국제란것도 있었지만, 이것도 결국 시간 지나면서...

    물론, 설정은 작가의 취향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원래 어땠는지 알고 자기가 만드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사용하는 것은 완성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배경은 봉건주의형 국가로 설명해 놓고 작중 서술은 절대군주정 휘하에서 귀족 간의 분쟁이 나오는 요상한 봉건주의로 가는 일이 그래서 생긴다.

6. 세계

  • 무조건 북쪽은 춥고, 남쪽은 덥다.
    어느 세계에 떨어지건 성립하는 절대 법칙으로 묘사 상 그냥 지구 북반구 판박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보다 단순하다. 실제 지구에서는 북쪽이든 남쪽이든 적도에 가까울수록 덥고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춥지만(ex:남극) 양판소에선 무조건 북쪽으로 가면 춥고 남쪽으로 가면 덥다. 따라서 북쪽에는 눈과 얼음이 가득하고 화이트 드래곤의 레어가 있으며 여기서 만난 여캐는 머리는 금발이나 은발에 눈처럼 하얀 피부 미소녀다. 주인공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살던 곳보다 덥다며 옷을 벗어젖히고 노출이 많아진다.

    반대로 남쪽으로 가면 사막이나 지대가 가득한 정글이 있다. 사막에는 샌드웜이나 개미지옥이 있고 낙타를 타고다니는 상인과 유목민이 있다. 이집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모래 속에 파묻힌 고대 유적도 나온다. 사막에서 온 여캐는 햇빛이 따갑다며 낮에는 온몸을 천으로 감싼다. 하지만 전통 복장이라며 입는 옷은 무희처럼 노출이 많다. 그리고 주인공을 따라 북쪽으로 오면 햇빛이 덜 따가워서 천을 두를 필요가 없다며 노출이 많아진다.

    정글은 높은 확률로 블랙 드래곤이나 그린 드래곤이 있고 가끔 엘프도 산다. 여기 엘프들은 드래곤과 우호 관계로, 숲을 수호해준다며 자발적으로 드래곤에게 협력한다. 그리고 원주민들은 주술과 독을 쓰고, 더워서 여캐는 옷이 짧아서 반쯤 벌거벗은 듯한 갈색 피부나 검은 피부 미소녀로 나와 주인공의 눈요깃감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을 따라 북쪽으로 와도 많이 입기가 어색하고 거추장스럽다고 여전히 옷차림에 노출이 많다. 그리고 춥다며 옷은 안 입고 주인공의 체온을 요구한다. 이렇게 남북의 위도 차가 큰데도 불구하고 묘사만 보면 양판소의 대륙은 현실 지구의 대륙은커녕 한반도보다도 작게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허접하다.

    덤으로 1년은 작가가 편하게 30일씩 12달로 만들려는 건지 360일인 경우가 많고, 행성은 서에서 동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며 자전축은 지구와 비슷하게 기울어졌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길이 변화와 온도변화도 지구와 유사하다.

    다만 고대인과 현대인의 우주관이 다른 만큼, 세계에 대한 설정이면 모를까 행성에 대한 설정은 애매한 영역이란 것을 알아두자. 이건 보통 SF의 영역으로, 판타지에서 1년의 길이나 자전 방향 등이 지구와 다르다고 묘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거기까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너무 설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판타지에서 이 정도 수준의 묘사까지 나온다면 보통 혼종 스페이스 판타지로 빠지기 십상이다.
  • 얄팍한 신화
    작중에서 너무 뜬금없이 극의 전개와 어울리지도 않는 타이밍에 창세신화를 설명하는 설명충이 등판하는 경향이 있다. 순전히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이 창세신화는 분량 때우기 및 설정 놀이로, 어느 정도는 다르지만 양판소 아니랄까 봐 그게 그거고, 신화와 소설 내용이 무관한 때가 정말 많다. 《 실마릴리온》도 창세신화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그 방대함과 깊이는 양판소 신화들과 차원이 다르다. 또한 《 반지의 제왕》과 연관성도 깊다. 60여 년이나 쓴 작품이니 겨우 2~3개월, 짧으면 1개월 안에 써야 하는 양판소와 들인 공력이 달라서다. 대부분 신은 그냥이나 심심해서나 외로워서라는 이유로 창조를 시작한다. 사실 실존하는 신화도 신이 뭐 엄청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세상과 인류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고대에 성립된 종교적 신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대에 창작된 짜임새 있는 작품의 신화들 역시 이러한 천지창조만큼은 별다른 뜻 없이 행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거인 신화 계통처럼 그냥 오체분시로 천지 창조하거나.
  • 뻔한 세계 구성
    천계( 신계)ㆍ 마계 이계 정령계 인간계나 물질계, 중간계[4]의 뻔한 구성이다. 이 중에서 인간계를 제외한 4가지 세계 중에서 한둘은 안 나오거나 아예 언급만 될 뿐이다.
    • 마계
      마족들이나 기타 인간계보다 더욱 흉악한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곳. 주인공이 인간이면 주인공 본인이나 부하들이 여기에서 지옥 수련을 해서 더욱 강해진다. 즉 게임 풍으로 쉽게 비유하자면 고난도/고렙용 던전 취급이다. 만약 마족이 주인공, 특히 여성향이라면 아예 주변 남정네들이 다들 마족이어서 아예 마계가 주고 천계나 인간계는 저 멀리 떨어진 동네일 뿐이다.
  • 이 여럿
    이세계의 하늘에는 달이 2~3개 있다. 사실 차원 이동을 한 뒤 처음 맞이한 밤에 뜬 달 2개는 다른 차원임을 확실히 보여주기에 좋은 소재다. 그저 마르고 닳도록 써먹어서 화석이 된 지 오래라는 점만 뺀다면. 이론적으로는 2개의 달이 떠오를 수는 있긴 하다. 다만 지구의 달처럼 행성 크기 대비 크기가 크다면 공전하다가 둘 중 큰 쪽의 중력이 작은 쪽에 영향을 줘서 궤도가 교란되면 작은 달은 결국 튕겨져 날아가거나 아니면 지구로 시밤쾅. 《 검마전》에서는 다달이 짝을 맞추듯이 달이 다채로이 12개나 있다. 달이 여럿이면 인력 차 때문에 지구와 달리 조석간만이 아주 심해야겠지만 대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변형으로 해가 여럿인 경우도 있다. 한 항성계에서 항성이 두 개라도 생명체의 거주에는 큰 문제가 없는 예도 있다. 문제라면 쌍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천체관측상의 변화 등의 서술이 없을 뿐이다. 해가 여러 개 있는 행성을 다루는 진지한 작품으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나이트폴)이 유명한데, 이 행성 사람들은 밤이란 걸 아예 모르다가 천문 주기상 몇천 년에 한 번 오는 밤이 되자 사회적 대혼란이 터진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흥미롭게 쓸 수 있는 소재지만 물론 양판소에는 그런 거 없다. Warhammer(구판)에서도 달이 둘인데, 문제는 두 번째 달이 뜨면 현세에 온갖 마경이 펼쳐지고 만월이 되는 때가 무작위라는 것이다.

7. 사회

  • 짬뽕된 사회구조
    실제 현실에서는 동시대에 없거나, 모순이기 때문에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아무 설명 없이 공존한다. 작가가 vs놀이를 즐겨서 서로 대결하거나 경쟁할 경우, 실제 영향력과는 상관없이 (단지 전개를 치열하게 만들기 위해) 억지 요소를 집어넣거나, 밸런스 패치를 하거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적용한다. 반대로, 서로 인과 관계상 함께 나와야만 할 것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져서 다른 요소들과 접점을 지니지 못하고, 왜 이 사회에서 저런 요소가 있나 못 이해할 모습도 보여준다.

    때로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여러 문화권에서 맘에 드는 것만 뽑아오는 일도 있다. 얼음과 불의 노래처럼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건 흔하긴 하나, 양판소 작가는 자기가 뽑아온 부분들이 그 문화의 다른 것들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왔는지 모르고 그 요소들이 과거에는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신라 경주 사천왕사지 디자인만 보아도 헬레니즘 문화를 느낄 수 있고, 몽골 제국이 유럽에 쳐들어갔다가 나침반 고도 기술과 고급 화약 기술을 전해주면서 대항해시대가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모르기에, 알고도 분위기를 위해 무시하는 쪽은 그나마 양반이며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은 다른 요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이질적인 행태를 보이며, 서로서로 제약한다.

    이런 개연성 문제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말이 되게 뜯어 맞출 능력이 있다면, 원시인이 F-16 몰고 다니든, 중세유럽에서 한자를 쓰든, 개한테 쟁기 매서 끌게 하든, 배를 타고 육지까지 올라오든, 독자들은 절대 상관 안 한다. 그러니까, 양판소 작가들은 요소를 잘못 짚었거나 고증 반영을 잘못해서 욕을 먹는 게 아니고 그냥 더럽게 못 써서, 재미도 없어서 욕을 먹는 거다.

7.1. 언어/문자

  • 하나뿐인 언어
    양판소 세계의 언어는 하나뿐이다. 사실 대부분 여러 언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전혀 다른 두 나라가 전쟁하면서도 그렇다. 지역이 다르면 사투리를 구사한다거나 억양, 발음 정도는 다를 법도 한데 산맥과 바다를 몇 개씩 두고도 같은 동네 거주민처럼 전혀 위화감 없이 의사소통한다. 심한 경우엔 나라를 넘어서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대륙 3곳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도 나온다. 다른 양판소라고 해서 대륙이 다르면 언어도 다르게 설정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 세계에는 대륙이 하나밖에 없거나 등장한 대륙이 하나밖에 없어서 이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심지어 사막이나 대양으로 막혀서 교류가 오랫동안 없었다가 간신히 재방문한다면서도 말을 걸면 무조건 알아듣는다. 그 좁은 한반도에서도 여러 사투리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양판소에서는 혹한의 극지방에서 고열 사막에 이르기까지 억양과 단어ㆍ표현ㆍ문법 모두 같은 언어라서 여행에 아주 편하다. 여기다 중세 영국처럼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언어가 다른 사례는 없다. 무조건 같은 나라의 국민끼리는 계급을 막론하고 전부 말을 알아듣는다.

    물론 공용어가 있다는 설정으로 때울 수도 있다. 99%가 이 방식으로, 실제로 창작물에서 언어는 간략화되는 경향이 있다. 톨킨처럼 아예 실생활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새로, 그리고 여러 개 만드는 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톨킨은 '고귀한 요정이 저급한 영어를 쓸 리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요정어를 창조했다고 한다. 언어 자체를 비하하기보다는 영어가 흔한 언어이기 때문에 소위 '고귀'하다는 요정은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 에로게이기는 하나, 영원의 아세리아에서 주인공 남매가 이계로 소환되었을 때 말이 안 통하는 것을 외계어로 구현해 내기도 했다. 심지어 성우들이 발음까지 했다! 계속 그러다간 스토리 진행이 안 되고 성우들도 힘드니 초반만 그러긴 했지만.

    또는 굳이 각 종족이나 나라마다 언어를 하나하나 다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상대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묘사만 해주고, 통역가 캐릭터를 등장시켜 말을 하게 해줌으로써 '말이 안 통하는 불편함 + 세계관의 언어는 하나가 아님 + 어찌어찌 소통이 가능함'을 표현할 수도 있다. 혹은 로마 제국처럼 고대에 전 대륙을 통일한 대제국에서 언어통일정책을 펼쳐서 널리 같은 언어가 퍼졌는데, 제국이 망하고도 옛 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해당 언어가 분화되지 않고 꿋꿋이 유지된다는 묘사를 넣을 수도 있다.[5]

    그도 아니면 생활용이라는 명목으로 통역 마법을 등장시키고 대신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아무 설명이나 묘사 없이 넘어감은 일종의 성의 문제다. 그리고 웬만큼 유명한 작품들도 언어는 잘 안 건드린다. 스타워즈에서도 정체불명의 언어가 나오긴 하지만,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문제없이 알아들으며, 마찬가지로 그쪽도 영어를 문제없이 알아듣는다.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시리즈 원피스 등에서도 세계 어디에서나 말이 통한다. 새로 만들거나 다른 곳 언어를 끌고 와서 통역사를 붙이는 건 아무래도 작품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 사실상 세계관의 언어와 문자를 창제하는 것은 꽤 힘든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다른 언어로 한 대사는 "~어로 말했다"라고 라도 언급해 주던가, 아니면 그걸 때울 땜빵 설정이라도 좀 만들든가 해야 한다.

    다만 현대나 근미래가 배경이라면 모두 한 언어를 쓰는 상황을 따로 묘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창작물의 불문율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배경이 대한민국이라면 거기 나오는 외국인들이 모두 한국어를 쓰고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것이 없다. 국제화된 세상에선 배우고자 하면 이전 시대에 비해 쉽고 빠르게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자국어 좀 섞여주거나 문법이나 발음이 꼬인다는 묘사 정도만 해주면 OK.
  • 인외 종족의 언어
    고블린이나 오크에 오우거까지 모두 일단 말만 하면 인간과 같은 언어를 쓴다. 물론 대개 인간보다 지능이 살짝 떨어져 말이 서툴거나 '취췻!' 이나 '캬악!' 같은 괴상한 소리를 섞지만, 어쨌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기에 모두 대화가 가능하다. 드워프야 채광이나 제련 때문에 보통 인간과 교류가 많으니 자연스레 익힌다고 하더라도, 수인 같은 아인(亞人)은 물론이요 흔히 숲에 숨어서 고립 생활한다는 엘프까지도 아무 문제 없이 인간들과 말이 통한다. 신이나 마왕, 드래곤도 마찬가지 보정을 받긴 하나, 이들 같이 초월적인 존재들은 언어에 구애받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작가의 설정에 달려있다.
  • 통일된 문자
    한자문화권/ 단일민족의 영향이 깊어서인지, 모든 문자는 통일되어 있다. 대륙 전역 끝에서 끝까지 무조건 문자는 하나이며, 같은 표기를 두고 다르게 알아듣는 일 따위는 없다. 문자를 해독해야 한다면, 고대 문명의 문자나 이계 종족( 정령, 마족 등)의 고유 문자라는 설정이 들어간다. 물론 유럽에선 라틴 문자가 널리 쓰였고, 동아시아 한문이 공용문자 역할을 도맡았지만, 유럽은 룬 문자 키릴 문자가 있었고 동아시아도 한글, 가나, 쯔놈 등 독자적인 문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자도 국가별 고유한자가 있는 걸 생각하면 너무 작가 편의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문맹률 0%
    통일된 문자의 연장선으로, 등장인물 전체가 아무 문제 없이 글을 읽는다. 실제 역사에서는 전근대 사회의 문맹률이 매우 높았어서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인 서기와 기도문을 읽어야 하는 성직자등을 제외하면 평민들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쓰지 못했다. 하지만 양판소 세계에서는 오지 시골 마을의 농민들도 문제없이 글을 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계관의 교육 수준이 현대만큼 매우 높아서 문맹률이 아주 낮다는 식으로 나올 수는 있겠으나, 현대처럼 빠른 이동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어딜가든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것은 당연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중세시대 고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아닌 이상 양판소가 아니어도 대부분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서 문맹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경우는 적다.
  • 의사소통 문제의 생략
    세계 내에서의 소통 문제는 어찌어찌 넘겨도 이고깽물에서의 주인공 언어가 문제이다. 주인공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으니 언어가 다른데, 언어 문제는 1권 안에 무조건 해결이다. 자동 통역하는 마법이 나오거나 드래곤이 언어를 통째로 머릿속에 넣어줬다면 양반이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연스럽게 말이 통하는 일도 다반사다.

    말이 통하는 이유가 판타지에서 한국어나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나름 복선이라고 사실 판타지 세계와 지구가 관련이 있다, 미래다, 평행차원이다,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세계다, 전설에 나오는 인물이 사실 주인공 이전에 앞서 온 지구인이어서 전해줬다고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언어를 배우느라 고생했다는 전개가 나오면서도 몇 쪽을 넘지 않는 묘사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어도 대략 1~2년 시간이 넘어가면 그사이 주인공은 그 언어를 숙달한다. 그런데 언어를 배운다는 설정마저도 조악하다. 퓨전 판타지에 나오는 사례들로 예로 들자면
    "너 기에 대해 들어봤어?"

    "뭐? 그게 뭔데?"

    '흠, 이곳의 무인들은 기를 다루는 법을 모르는가 보군.'

    하는 식. 기가 뭔지 설명하지 않으면 판타지 세계에 기가 존재해도 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알려줄 수 없다. 일상생활로 비유하자면 미국인에게 "Have you heard about 사과?"라고 질문해봤자 상대가 한국어를 모른다면 "그게 뭔데?" 하는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는 상대가 사과=apple이라는 사실을 모를 뿐 미국에 사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또는 분명히 주인공은 오지 마을에서 언어를 배웠는데, 당연히 그 마을에서는 배우지 못했어야 할 단어를 작가가 생각 없이 주인공이 이세계의 언어를 마스터했다는 식으로 넘어가 주인공이 알고 있는 단어라고 이해하는 때도 있다. 일상에서 쓰는 언어 그것도 시골이라면 한도가 있으니, 주인공이 따로 배우지 않는 이상 마을에서 아무리 배워도 전문 용어나 도시에서만 쓰는 단어는 몰라야 정상이다.

    물론, 전개 도중에 독자들에게 언어에 관한 설명을 뜬금없이 나열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 작품의 주제와 별 연관 없다면 구태여 자세한 서술을 굳이 하려 들 필요는 없다. 그저 다른 소재들과 마찬가지로 그 묘사가 빈약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대충이고 서술에 개연성 따위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
  • 뒤죽박죽인 등장인물의 성씨 이름
    등장인물들 성명은 대개 서양, 유럽에서 따왔다. 풀네임이 나온다면 대부분이 이름-성 구조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북유럽, 러시아, 남유럽, 동유럽 등 온갖 지역의 성명이 뒤섞여서 나온다. 소설의 국가별로 유럽 국가의 고유 성명이 나오면 양반이고, 심하면 같은 가문 사람이라면서 마치 동양 판타지에서 김, 진(金), 깐(金), 콘(金) 등 국적도 다른 성명이 난무하는 등 제멋대로이다. 이는 한일 판타지의 공통점으로, 유럽의 성명들을 잘 모르고 단순히 '멋있어 보이면 대충 갖다 붙이는' 경향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과거 유럽의 상류층들과 귀족 중에서는 외국에 기원을 두는 사람들도 많았다. 윌리엄 1세의 정복으로 귀족층이 전부 프랑스- 노르만계로 물갈이된 잉글랜드나, 동방식민운동- 튜튼 기사단의 정복 전쟁으로 발트해 연안 지역의 지배층이 된 독일계 귀족들, 그리고 중동 십자군 국가들의 서유럽인 지배층이 있고, 민족주의와 근대 국가 개념으로 이런 현상이 사라지던 양차 세계 대전까지만 해도 여러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양판소 작가가 이걸 알거나 이런 식으로 해외 혈통 출신이라고 설정을 넣고 썼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외래어
    작중 설정으로 작중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작가가 서술에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외래어를 남용한다. 뭔가 잘하면 냅다 마스터 / master를 남발한다. 소드마스터 매직 마스터라면 그럴듯하지만, 핑거 마스터, 약초 마스터나 조각 마스터쯤 가면 뭔가 괴악하다. 일종의 등급 체계에 대한 명칭을 자연스러운 단어가 아닌 의도적으로 영어를 사용해 서술하려는 억지가 묻어난다. 한국어로써도 괜찮은 단어들인데 일부러 외국어, 특히 영어를 쓴다. 영어단어로 전문 용어임을 티 내는 문장이 한국 판소계에서는 흔한데, 따져 보면 불필요한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검사는 장검을 들어 흑룡의 심장을 겨누었다.'를 '소드 마스터는 롱소드를 들어 블랙 드래곤 하트를 겨누었다.'로 적는 식이다. 외국어 만능주의 주제에 허세적 비문과 틀린 표기도 제법 많다. 몽크(monk)를 뭉크로 쓰거나, 아우라(aura)를 오로라(aurora)라 하는 등. 등장인물이 쓰는 마법이나 기술명을 주로 소드 크래시나 워터 샷 등의 영어로 만든다. 좀 작품에 공을 들이는 경우는 라틴어나 독일어, 북구 언어. 특히 일본 창작물들이 독일어에 환장하는 경우가 많아 그쪽 영향도 받는다. 무기의 명칭을 의도적으로 영어로 표기할 때에도 상당히 자주 드러나는데 한글이나 한자어 등으로 표현하거나,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기술할 수 있는 무기/도구류도 영어단어 이름으로 그냥 때우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다. 이러면 장황한 서술을 생략하고 독자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지만 허세가 느껴진다.

    추측하기론 외래어 사용을 통한 간지와 동시에 양판소가 등장하고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가 대체로 컴퓨터 게임 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초창기와 맞물려 '작품에 게임적인 요소를 접목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겠다. 한국 내에서 게임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1990~2000년대를 기준으로 볼 때 세계적으로도 그렇거니와 유행하던 장르 중 하나는 싱글 플레이 RPG 게임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RPG 게임의 기술법과 게임플레이 경험을 토대로 외래어 중심의 서술을 의도했다고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판타지 소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 RPG 게임들에서도 기술 방식이 외래어를 그대로 서술하는 방향으로 많이 만들어진 경우도 참고해볼 수 있겠다.

    실제로 1세대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라자 같은 문서에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설정과 관련된 소항목이 있을 정도. 외래어 사용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소위 양판소라고 할만한 책들에는 여지없이 외래어 남용이 발견되며 다분히 의도적인 취지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7.2. 신분,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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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주
    공주가 납치되면 거의 이 사람들이 구출 임무를 준다. 왜인지 일반적으로 계승순위가 더 높은 왕자는 납치를 안 당한다. 다만, 실제 중세 유럽에서도 납치극을 벌인다면 딱히 계승서열 높은 사람 갖고는 안 했다. 계승서열이 낮은 사람을 잡아놨다면 돈을 보내주고 돌려받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나라의 존망이 걸릴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잡히면 빡쳐서 전쟁을 선포하는 예도 있었기 때문. 당연히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비겁하게 납치극을 벌이는 나라는 피해자 측보다 절대적인 국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쟁 날 정도로 심한 짓은 못 했다. 문제는 이런 설명도 없다.

    공주를 구출해오거나 기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성공하면 무조건 상을 주는데 대부분 공주와의 결혼이지만 기사나 평민이던 주인공을 귀족으로 만들어주거나 상금을 많이 주는 일도 있다. 간혹 악당에게 제거되어 약속된 포상이 날아가버리거나 군주 본인이 악당이라서 주인공의 무력을 두려워하며 기껏 의뢰를 완수한 주인공에게 토사구팽을 시도하는데, 이러면 높은 확률로 그 악당도 쳐발리거나 도리어 역관광 당해 승하하고 그 나라는 대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난세를 틈타 나라를 공짜로 꿀꺽해버린다.

    여왕, 여황제라면 높은 확률로 주인공에게 반한다. 사실 조선이나 중국의 경우를 보면, 왕이나 황제가 신원 불확실 여인/남자에게 홀딱 빠져도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유럽사를 보아도 애첩을 두는 건 여인의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매우 흔했다. 후궁을 들이거나 정부를 두고 성생활을 하는 건 임금의 정당한 권리였기 때문. 그런 것에 탐닉하다가 나랏일에 소홀해지면 그것만 간언할 뿐이었다. 문제는 양판소에서는 주인공이 매우 높은 확률로 그 나라의 외국인일 수 있으며[6], 주인공의 위치가 단순한 남첩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 공주 / 왕녀
    국내외에서 미모로 유명한 미소녀로써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이는 많아도 20대 후반을 거의 넘기지 않는다. 넘었다면 이미 다른 남캐와 약혼/ 결혼해서 공략하기 쉽지않다. 붙잡힌 히로인이면 구출되고서 트로피 히로인이 된다. 공주기사면 지루한 궁중에서 뛰쳐나와 주인공의 모험에 합류하기도 한다. 간혹 혈통 발로 강력한 마법사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성격 문제 등으로 적대하다가 참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은 주인공의 하렘 컬렉션에 들어간다.
  • 왕자
    영 존재감이 적다. 길거리에서 애송이를 만났는데 허여멀건한 얼굴에 세상 물정 모르고 옷이 매우 화려하다면 이쪽이나 대공자일 확률이 높다. 선역이면 돈이든 물자든 인맥 알선이든 주인공을 정성껏 밀어준다. 악역이면 찌질이라 개기다 발리고 열폭하다가 또 발리고 망한다. 설령 선역이라고 해도 보통은 주인공의 일행에 직접 합류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보통 왕자는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이므로 히로인 연애 측면에서 연적이며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성향이면 단연 훌륭한 공략 캐릭터가 된다.
  • 귀족
    양판소에선 대개 만악의 근원 높으신 분들의 단점들만 잔뜩 모아놓은 인간쓰레기 취급이고, 예외는 극소수다. 보통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신분과 지위에 따라서 인간을 차별하는 악랄한 모습을 보인다. 양판소의 귀족은 마음껏 교육받았지만, 기껏 배운 건 죄다 쓸모가 없는 예절교육과 춤 연습, 칼질뿐이라서 능력은 독학으로 공부한 평민보다 무능하기 짝이 없다. 정작 인쇄술 보급 이전에는 유럽 지배층도 딱히 문맹이 매우 적은 것도 아니었으니 고증에도 틀리다. 유럽에서 괜히 봉인과 인장 문화가 발달한 게 아니다. 글을 몰라도 서류에 밀랍 바르고 찍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식자층은 성서를 읽거나 거래 기록을 남기는 수도원의 종교인들과 나라를 넘나들며 거래하는 상인들이었다.

    아무튼 앙시앵 레짐 직전의 프랑스 + 대한민국 높으신 분들 비방을 겹쳐놓은 느낌이다. 현대물에서 판검사 국회의원 같은 엘리트들을 색욕에 넘치는 부패 무능자 차별주의자 꼰대들로 묘사하는 꼴이다. 이름을 늘 길게 지어놓고는 늘 애칭을 쓴다. 작명도 늘 한국어의 '의'에 해당하는 뜻의 전치사인 폰 같은 게 들어가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의'에 해당하는 전치사를 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독일계 전치사 '폰'(영어의 of에 해당), 프랑스의 전치사 '드'(이쪽도) 등이 모두 귀족들이 자신들이 평민들과 다르다고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로 오토 폰 비스마르크 샤를 드골이 있다. 문제라면 딱히 프랑스나 독일 모티브를 집어넣지도 않았으면서 남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 유럽과는 달리, 폰이나 드 말고 존재하는 귀족들의 다른 미들네임들은 등장하지 않거나, 실제 가문명/성씨와 미들네임 다음 영지 이름이 다른 예는 없다.

    본인 성욕을 주체할 줄을 모르는지, 마차 타고 가다가 맘에 들면 지나가던 평민 여자를 끌고 가서 성폭행해 임신시키는 등 악행을 달고 다닌다. 초야권이라는 유명한 유럽 중세에 대한 편견이 널리 퍼져있지만, 당시 하층민의 결혼, 성, 연애 생활은 의외로 자유로운 편이었으며, 영주의 허가를 받아야 결혼이 가능한 사람들은 도리어 나름 끗발 있다는 영주의 가신단 정도나 되어야 했다.[8]

    크게 중앙귀족과 지방 귀족으로 나뉘며, 중앙귀족은 수도에서 관직 생활을 하며 막대한 특혜와 명예를 누리면서 국왕에게 절대복종한다. 반면 지방 귀족은 시골 영지에 처박혀 농민들한테서 소작 받아 입에 풀칠하고 있다. 이렇게 중앙귀족이 사회적으로 대우가 낫기에 지방 귀족은 어떻게든 왕처럼 살 수 있는 자기 영지에서 벗어나 남들에게 고개 숙여야 하는 중앙으로 편입되려고 안달이다. 또 귀족은 당연히 왕의 명령을 따라야 하고 신권은 거의 없으며, 왕권은 신성하고 절대적이므로 귀족이 왕의 명령에 불복하면 곧장 대역죄인이 되고 가문이 풍비박산 난다. 이는 중세라기보단 근세 절대왕정 시대의 모습이다. 실제로는 중세 귀족들은 상호계약 관계로 충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고증에도 어긋난다. 중세시대에 왕은 귀족들의 대표자, 좀 강한 귀족 수준의 권력만 가졌고, 왕이 반역자를 잡아다 처벌하고 귀족들의 군대를 소집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왕이 계약을 깨뜨리면 귀족들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다른 주군을 모실 권리가 있었다. 물론 판타지 세계니까 중세 수준의 문명인데 저런 중앙집권적인 모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양판소답게 이해할 만한 체계적인 설정이 없으니 문제가 된다.
  • 영주
    영주는 지방귀족으로써 높은 확률로 악당이거나 무능하다. 선하고 유능한 영주는 아군 조력자를 제외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간혹 주인공이 영주로 영지를 맡는 영지물인 경우가 많다. 영주의 젊고 어린 귀족 자녀들이 조연이나 히로인 포지션을 담당하는 클리셰가 많다.
  • 기사
    보통 아랫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의 강함이나 성미를 증명하러 쓰는 전투력 측정기면 차라리 다행일만큼 제물이자, 중장기병일 뿐인 존재. 왠지 그냥 좀 고급 기병으로 취급되어 그 수가 보병만큼 많은건 넘어가자. 또 기사단도 엄청나게 많아서 귀족 군인이 평민 병사보다 많아 보인다. 실제로는 중세 후기로 갈수록 허리가 휘어지도록 비싸지는 기사 서임비 때문에 서임받지 않은 귀족들이 늘어나 자체 충원이 어려워져서 작위를 가진 귀족 기사보다 맨앳암즈로 대표되는 평민 중장갑 전사들이 더 많았다. 기사 항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기사=단순한 중장기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양판소 작가들은 신경쓰지 않는 듯. RPG에서 중장갑의 전사를 '나이트'라 하는 것에서 영향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는 나이트와 카타프락토이가 동시에 쓰였지만, 양판소 작가들이 양판소에서조차 볼 일 없는 카타프락토스라는 어려운 그리스어를 알 턱이 없다. 기사도라는 걸 따르는데 현실의 기사도와는 큰 차이가 있어 기사를 무골 바보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성격적으로는 아랫사람을 깔보며 건방지거나 융통성 없고 깐깐하다. 아군이면 '그래도 좋은 녀석' 옵션이 붙으나 그 완고한 성격 때문에 대부분 파티의 놀림감이며, 적이면 꼰대질을 벌이다 그냥 경험치로, 여기사는 주인공의 하렘으로 전락한다.
    • 여기사
      주인공이 기사 테크를 밟아 승승장구한다면 한두 명 쯤은 나오는 존재. 대부분의 양판소는 남초, 남성 우월사회로 묘사되므로 이들은 소드마스터 급이 아니면 찬밥 대우를 받는다. 공주/ 공녀/ 황녀/ 영애들의 경호업무를 자주 맡으며, 이 경우 모시던 아가씨가 플래그가 꽂히면 같이 주인공의 하렘으로 들어오게 된다. 모시던 아가씨가 주인공에게 푹 빠져 메가데레가 되면 이를 막느라 쩔쩔매다가 같이 끌리는 건 흔한 전개. 재수가 없으면 악당들이나 심지어 휴머노이드 몬스터들에게 능욕당해 엄한 꼴을 당하고 하프를 양산하는 처참한 신세로 영락하기도 한다.
  • 평민
    평민 vs 귀족의 구도를 넣지 않는다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게 아니라면 귀족과 기사의 폭정에 시달리는 양민들. 흔히 막대한 세금으로 허덕이고 있다. 의외로 식자층이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곳곳에 꽤 많으며, 정작 대화를 나눠보면 봉건제 사회인지 의심될 정도로 자유와 만민평등 의식이 확고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수탈의 현실을 다 알고 있는데 여태껏 이런 사회를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에 대해 지배계층들이 소유한 무력인 마법사와 기사의 위력이 워낙 넘사벽인지라 위에서 아무리 깽판을 쳐도 반란은 꿈도 못 꾼다는 묘사를 넣기도 한다. 아니면 반란을 일으켰다가 일찍이 실패하고 주인공이 각성하는 계기로 쓰이거나. 다만 이렇게 극단적인 압제 상황에서 귀족과 왕이 지배하고 기사와 마법사가 충성하는 흔히 생각되는 양판소 세계가 성립될 수 있을지 의문인데 기사와 마법사가 왕과 귀족으로서 지배하고 밑에 문관을 부릴 확률이 높다.
  • 농노
    분명 농노는 분봉제와 더불어 중세 봉건제의 필수요소임에도 제대로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끔 나오는데, 그냥 농사짓는 노예 취급이라서 농노만 따로 매매하는 듯 나온다. 실제로는 농노는 농민+노예답게 영지 장원의 실질적 소유물로 취급되어 토지와 세트이기 때문에 함부로 이사할 수 없고, 부역에 나와 영주의 직영지를 농사지어야 하며,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뜯기지만 이런 걸 제대로 고증한다면 양판소가 아니다. 그냥 농민=평민, 혹은 자유민이고 그걸로 끝이다. 간혹 나오면 그냥 노예 2로 착취나 성폭행을 당해 사생아나 낳는 비참한 역할.
  • 노예
    간혹 노예제가 나온다. 이종족, 적대국의 포로, 반역자의 일가친척, 범죄노예, 채무노예가 대부분. 남자는 노동용으로 붙잡혀 끌려오고 여자는 거의 성노예용이다. 하지만 여자 노예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나같이 엄청난 학대를 받는데, 이런 일관되게 극히 열악한 대우는 양판소의 주 시대인 중세보다는 고대 로마의 집단 노동노예나 근세 대항해시대 이후 부활한 흑인 노예제에서 볼 수 있었다.

7.3. 여성의 지위

대부분 남성우위 사회이다. 여기까지야 20세기 전까지 거의 전 세계는 남성이 더 대우받는 사회였으니 고증 운운할 필요도 없지만 양판소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극과 극을 달리는 편. 여자라고 무조건 이유 불문하고 안방으로 밀려나서 할 일 없이 무력하게 지내던가 남주를 만나 뿅 가서 쵸로인이 되어 하렘에 편입하여 아이를 양산하는 트로피 와이프 식의 묘사인 게 문제. 성이나 저택에 가주가 부재하면 그 아들이 이어서 책임지는 게 아니라 부인이 집안의 큰 마님으로서 모든 일을 총괄하고 관리 감독했다.

역으로 여성향에서는 특히 걸 크러시 경향이 강한데, (여자인) 주인공이 독기가 강해서 여자라고 괄시받고 무시당함을 견디지 못하고 '여자라도 남자만큼 강하거나 유능할 수 있다!'를 어필하는 소재로 쓰인다. (예 : 마족의 계약ㆍ마계공녀ㆍ마왕연대기 등.) 몇몇 남캐가 깝죽거리다가 여자 주인공한테 마법이나 시험성적, 검술 등 능력으로 처맞는 전개가 많다. 물론 여성향은 로맨스 연애물이 많아 결국에는 역시 주인공을 이끌고 지켜주는 강한 남캐와 결합하여 그의 아이를 낳아주고 키워주는 요조숙녀 현모양처로 살아가게 되어 여성 평등이라긴 영 미묘한 전개가 된다.

7.4. 직업

보면 알 수 있듯이 RPG 영향이 매우 짙다.
  • 농부
    농노가 아니라 거의 자유인 신분. 귀족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양민 그 자체라서 몬스터 습격, 도적/산적, 적대국의 약탈 등 온갖 재난에 고통받는다. 주인공이 중하층 출신일 경우에는 이웃 농부의 딸이 소꿉친구 히로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공이 농부로 시작하는 작품이 오히려 매우 드물어졌다. 역으로 만렙 주인공이 농장으로 귀향하는 귀환물이나 슬로우 라이프물에서 농부로 정착하는 전개가 더 많아졌다.물론 농업의 실상을 아는 이들에겐 이것도 판타지 그 자체다
  • 모험가
    주인공 신분이 애매할 때 둘러대는 직업. 정착하지 않으니 떠돌아다니며, 신분 보증할 수단이 딱히 없어 믿을 구석이 없는데도 어느 마을이든 가면 경계하지 않고 임무나 툭툭 던져주는 참으로 훌륭한 셔틀이다. 여자는 미녀인 경우가 많으며 동행하다가 주인공의 동료로서 히로인이 된다.
  • 용병
    초반 주인공에게 가장 무난한 직업. 왜인지 등급별로 용병 패를 받아 돌아다니며 어딜 가든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돈이면 가리지 않다 보니 암살이든 테러든 전투든 모험이든 어느 사건에나 끼어도 위화감이 없다. 모험자를 겸하며 흔히 용병의 최절정으로 용병왕이 거론된다. 정체를 숨긴 누나나 여자 동료 용병은 반드시 얼굴이 드러나며, 이미 얼굴이 까여서 유명하면 용병들의 선망 대상이 된다. 물론 어찌 되든 결국엔 주인공의 하렘 구성원이 된다.
  • 마법사
    양판소에서 빠지면 섭섭할 필수요소. 아주 늙었거나 너무 재능이 좋아서 젊다 못해 어리거나 둘 중 하나다. 흔히 마법 연구에 돈이 무진장 깨져서 돈이 없어 재능은 있는데 연구를 더 못하는 젊은 마법사가 나온다. 대우는 작품별로 다르다. 세상일에 휘말리지 않고 연구만 계속하기 위해 마탑에 모여서 마법적인 의뢰를 들어주거나 마법 물품을 팔아 돈을 벌고 용병들과 상인들에게 마법 재료를 구해오게 하는 거대집단을 이루는 경우 무조건 중립을 외치기도 하지만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고 마탑을 유치하는 대신 전쟁이 나면 참전하게 하거나 기갑물처럼 마탑이 군수공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법사란 이유만으로 귀족 집안이나 왕실에 들어가 지원받으며 밥벌이는 하는 경우, 성직자 및 종교집단에 박해받아 몰래몰래 연구하거나, 어느 정도 대우는 받는데 아무리 고위급 마법사라도 사회 최고위층으로는 못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육탄전을 피하다보니 재능만 있다면 여자가 택하기 쉬워서 주인공의 일행에 어리거나 젊은 여마법사 한 명 쯤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 로브와 큰 마녀 모자는 사실상 정복이며, 스태프, 그리고 사역마는 필수요소.
  • 사냥꾼
    외딴 산골에 움막을 차려놓고 살다가 산을 헤매던 주인공을 도와준다. 만약 사냥꾼 자식은 있는데 본인은 없다면 ' 맹수나 몬스터를 잡다가 집에 못 들어왔다'라는 설정이 붙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원흉을 퇴치해준다. 아니면 주인공을 약탈하려다 도리어 털리거나. 간혹 사냥꾼의 딸이 반하거나 조난을 한 주인공을 구해주거나 도움을 받아 하렘 히로인이 되는 전개로 이어지기도 한다.
  • 여관주인
    중장년층이 많다. 금화 하나면 주인공이 아무리 겉보기에 보잘것없어도 돌변해서 굽실거린다. 가끔 간단한 임무를 준다. 딸이나 친척이 있어 여급으로 일하며 주인을 도와주는데 간혹 구박받거나 무뢰한들의 성추행을 당하다가 주인공이 구해줘서 뿅 가 하렘 히로인이 되는 전개가 정석. 미모의 여주인이면 매춘을 하는 매춘부를 겸하거나 남자를 밝혀서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인공과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 도적 / 도둑 / 로그
    양판소의 감초. 미묘하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나로 퉁치는 직업군. 경무장하고 스피드가 빠르며 대부분 단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단검 던지는 실력이 발군. 흔히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정 등 어두운 색 옷을 입고 다닌다. 여자면 주로 서비스신 색기담당에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 산적 / 해적
    온갖 몬스터가 들끓는 판타지 세계의 산과 바다에서 용케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을 약탈하는 의외로 숨은 능력자들. 남을 약탈해 먹고 살지만, 주인공을 습격하다 예외 없이 털린다. 분명 양판소에 흔한 소드마스터는 커녕 기껏해야 잡병 수준의 무력일텐데 어떻게 그 정도로 온갖 몬스터들이 들끓는 야생에서 살아남았는지 궁금할 정도. 리더가 여자면 젊고 거친 성격이어서 따까리들에게 누님이라 불린다. 영지물이면 약탈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데, 주로 순박한 농부ㆍ나무꾼ㆍ화전민ㆍ어민ㆍ선원이었다가 착취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와 먹고살려고 가족들을 위해 무기들 든다는 설정이 제일 흔하며 주인공은 이들을 감화시켜서 수하로 부린다. 그 순간 각각 레인저/ 사략선 함대로 업그레이드하여 맹활약한다. 재물만 뺏고 저항 안 하면 포로로 붙잡았다가 몸값 받고 풀어주는 등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는 묘사도 있는데 사실 부유한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몸에 다 들고 다니지는 않으니까 최소한의 양심이 없어도 살인-약탈보다는 몸값을 받아내는 게 이득이 된다. 괜히 무차별 학살을 벌이면 습격 대상은 어차피 죽은 목숨이니 격렬히 저항하고, 학살에 성공해도 악명이 높아져서 공권력에 토벌당할 가능성도 커지니 오히려 손해다.
  • 음유시인
    남자면 샌님이라 남자들이 싫어할 때가 많다. 흔히 가난하고 떠돌아다닌다. 히로인이나 조연이 변장하고 다닌다거나 이들이 부르고 다니는 옛 노래의 주인공이 사실은 주인공이더라는 전개가 많다.
  • 어쌔신
    퓨전 판타지 살수와 동일시된다. 위의 도적/도둑/로그와 동일시되거나 겸하거나 혼동되기도 한다. 암살자라는 멀쩡한 한자어는 잘 안 나온다. 분명 암살은 몰래 대상만 죽이는 짓일 텐데, 왜인지 암살자가 투입되면 단독이든 집단이든 대상과 친척 일가 통째로 몰살당한다.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지 뭐 여자 어새신이면 실은 뛰어난 미녀에 오밤중 침실에서 주인공만 노리다 지거나 비기고 히로인이 된다. 도적처럼 이 경우 어두운 과거가 있다.
  • 정령사
    정령 셔틀 부리는 직업. 친환경적 이미지여선지 자연친화적 종족의 엘프가 흔히 택하는 직업이다. 인간들에겐 주로 드문 재능으로 인식된다.
  • 집사 / 시종 / 시녀
    시녀는 보통 평민 또는 몰락 귀족의 딸이라서 천시받거나 온갖 성폭력을 부당하게 당하며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많이 겪는다. 임신하면 처참하게 쫓겨나거나 이 되고도 냉대받기 일쑤다. 집사는 천시받는 건 아니고 만능 급으로 유능한 자들이 많다. 이는 양판소만의 클리셰는 아니니, 한일 서브컬처 전반적으로 집사들은 유능하고 충성스럽다. 대신 배신하면 최후이 영 좋지 않다.

    집사나 시종, 시녀가 보잘것없는 평민이라 자주 부당한 학대를 당하는 작품이 많은데, 실제 서양의 중세 시대에는 집사나 시녀도 고용주보다는 못해도 나름대로 끗발 있는 귀족 가문의 아들, 딸들이나 심지어는 귀족 본인이나 귀족 부인이 하는 직업이었다.[9] 애초에 자작(viscount)의 유래가 백작(count)의 보좌에서 온 직위이다. Vis는 돕는다는 뜻이 있으며 비슷한 단어로는 간단하게 Volunteer를 생각하면 된다. 집사 대부분은 영주의 형제나 전대 영주의 차남이나 삼남 등 직계와 방계로, 적어도 영지 내에서는 나름의 짬밥과 끗발을 자랑했으며 영주 부재 시 방문객 접대, 회계 점검, 심지어 영주 대리로 포위공격 방어까지 책임지는 영주부인의 지휘를 받으며 실무를 도맡았다. 중세 여성들의 권리가 현대보다 매우 위축되긴 했지만, 사회생활로서나 그렇고, 이는 19세기 말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했다. 중세에 결혼한 유부녀는 사생활에서 남편과 비슷한 지위를 누렸다. 영지에 영주가 없으면 일차적으로 부인이 내정을 도맡았다.

    시대별로 왕권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양판소처럼 툭하면 귀족들이 왕궁에 거의 다 모이는 파티가 열리고, 영지보다 수도의 저택에 가주가 상주하며, 거의 상시로 대리인이 영지를 다스리고, 중앙귀족이 지방 귀족을 무시할 정도로 중앙권력이 강했던 경우는 역시 중세가 아니라 근세 절대왕정기나 근대 모습에 더 가깝다. 중앙정부의 힘이 막강했던 조선시대의 역사가 창작에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왕권이 강할 땐 왕비의 시녀 정도면 공작가나 후작가의 여식이 수두룩하고, 시녀장이나 왕비를 직접 보필하는 시녀는 최소 백작부인 정도는 돼야 가능했다. 19세기 초 산업혁명 이후에 부르주아들이 귀족의 생활양식을 흉내를 내면서, 이들이 급료를 주고 고용한 하층 계급의 여성들이 메이드라 불리며 온갖 허드렛일을 맡았다. 오늘날 나오는 메이드의 이미지는 기실 19세기 부르주아들이 고용하던 하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도 최말단 메이드나 하층민 출신이 많았지 집안 내정을 도맡고 하인들을 총지휘하는 집사장은 대우받는 직업이었다.

7.5. 복장

  • 로브 / 망토
    빠질 수 없는 의상. 이것만 입으면 신원 은폐가 가능하다. 특히 마법사는 로브가 공용 제복 수준이다. 학파나 마탑별로 소속이 다르다는 묘사는 꽤 많은데 로브 구분법은 거의 안 나온다. 아마 소속별로 상징마크라도 있는 듯 하다.
  • 모자
    주인공/히로인의 미모를 가리는 방해물이어서인지 주연급이라면 영 잘 쓰고 나오지 않는다. 만약 주인공이 자기 신원이 탄로 나서 시끄러워지는 걸 싫어한다면 쓴다. 간혹 로브와 조합한다.
  • 장화
    여행의 필수품. 어느 지형을 가든 대부분 가죽 부츠/장화면 신발 문제는 해결된다. 물렁한 진흙밭이나 모래밭, 날카로운 돌밭, 푹푹 빠지는 눈밭 모두 가죽 장화면 손쉽게 돌파할 수 있는 만능의 신발이다. 이렇게 거칠게 쓰면 쉬면서 교체할 만도 한데, 신비스럽게도 옷은 춥거나 덥다고 바꿀지언정 가죽 장화는 새로 사는 묘사가 없다.
  • 장갑
    Armor가 아닌 Glove나 Gauntlet류. 현실의 냉병기들은 전투에서 놓치는 걸 막고 손을 보호하기 위해 마찰력을 높이려고 가죽, 노끈, 천, 심지어 일본도처럼 상어 가죽 같은 거친 재료로 손잡이를 감쌌기 때문에 장갑 없이 휘두르면 당연히 손바닥이 마모 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런 거 없이 맨손으로 잘만 쓴다. 다만 양판소 세계관에서 검의 손잡이 재질에 대한 언급은 없다. 거칠지 않지만, 점성이 높아 손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특수 재료를 사용했다는 식의 추가설정을 붙여주면 장갑에 대한 묘사는 필요가 없겠으나 이런 묘사도 없는 작품이 부지기수다. 특히 이고깽의 남고생들은 종일 책상 앉아 공부만 했을 확률이 높아 손바닥에 부드러운 살만 있을 텐데 처음 무기를 쥐고 휘두르면서도 아무 고통이 없다. 힘들어해도 그건 무기 휘두르는 연습을 오래 해서이다. 굳은살이 박인다는 말이 나오면 양반. 차라리 건틀릿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7.6. 무기/방어구

  • 도검제일주의
    주인공의 필수요소. 주인공은 어반 판타지가 아닌 이상은 현대 판타지물에서도 양손검이나 쌍검을 쓴다. 서로 다른 시대에 써서 동시대의 병기가 아니던 검들이 함께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당연하지만 그 무기를 쓰고 있는 이유를 개연성 있게 묘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사에서는 12세기 무기가 14세기 무기에 져서 도태되었고[10], 실제 작중에서도 12세기 무기는 14세기 무기에 못 하게 묘사되는데, 그렇다면 왜 더 약한 12세기 무기가 퇴역하지 않고 아직도 굴리는지에 대한 간략한 이유라도 필요하다. 그냥 값이 싸서라고만 해도 되는데 작가가 그런 것도 몰라서 설명을 못 한다.
  • 있는지도 모를 보조 무기
    실제 중세 기사들이 애용한 보조 무기인 전곤, 워해머, 단검, 한손 도끼(Hatchet) 등은 언급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기사끼리 붙으면 검으로 시작해서 검으로 끝낸다. 적과 아군이 뒤엉켜서 난전이 벌어지면 적 목을 쥐고서 허리춤의 작은 단검을 뽑아 얼굴에 찍거나, 짧은 메이스로 후려쳐 머리를 부술만도 한데, 무장은 무조건 장검이다. 그 덕에 검을 놓쳐서 단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어 목을 노리는 묘사 따위 없다. 설사 보조 무기를 쓰려고 하더라도 거의 암기(暗器)와 동일취급한다. 실제 중세시대에 한손무기를 천대한 시기가 없던 건 아닌데, 갑옷의 발달로 이를 파훼하기 위해 한손무기를 널리 쓰기 시작한 걸 고려하면 그냥 역사적 고증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타당하다. 그나마 단검은 여러 면으로 써먹을 수 있어선지 비교적 많이 나오고 있는 편.
  • 존재감이 잊히는 투사 무기들
    단궁 장궁 쇠뇌 수리검 머스킷 그 외 투석기 등 뭔가를 쏘거나 날려 보내는 무기들. 검을 쓰려면 접근해야 하므로 기사들의 갑옷을 마나 등으로 강화해 방어력은 화살 따위 무시한다. 물론 실제로도 판금 갑옷 진흙탕에서 무력화된 상태에서 장궁세례를 맞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화살들을 대부분 씹을 수 있지만 양판소에서는 십중팔구 멋은 있는데 움직이기 힘든 갑옷으로 인식하는 등 고증이 엉망이라서 문제다. 덕분에 궁수들은 하릴없이 쏴대다가 몰살당하며, 당연히 파비스 따위의 보호장비는 안 쓴다. 일반 활은 주인공이 숲에 있을 때 사냥용으로 쓰든가 엘프 때문에 취급이 그나마 낫지만, 쇠뇌류는 엘프가 보통 안 쓰니 없는 셈 잊히고, 공성 무기는 비중도 적고 그놈의 소드마스터가 다 해 먹어서 역할을 뺏긴다.

    물론, 이유가 있어서 투사 무기를 무효로 할 수단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묘사했으면 당연히 해당 무기에 독특한 발전이 있거나 해당 무기 체계를 대체할 수단이 있거나 혹은 해당 무기 체계가 퇴보하는 등의 상식적인 묘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기사가 세서 화살이 안 통한다는 게 끝이다.
  • 화살
    조악한 전쟁과 보급 묘사에서 파생되는 문제. 모든 전투에서 화살은 무한이다. 농성하면서 몇 달을 버티든, 야전에서 아군을 지원하든 화살은 계속 쏠 수 있다. 가끔 남은 화살에 여유가 없다는 언급이 나오지만 바닥나지 않는 건 똑같다. 여기다 모든 활은 화살 한 종류만으로도 잘만 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영어의 Arrow는 팔심으로 당기는 활의 화살이고 Bolt와 quarrel은 쇠뇌(석궁)의 짧고 굵은 화살을 가리킨다. 쿼럴의 어원은 4(qua-), 즉 화살촉이 사각형(마름모꼴)에서 유래했다. 물론 부활 장치나 소생 마법이라도 없는 이상 화살이 바닥나면 주인공이 죽고 완결 나기에 어쩔 수 없는 연출적 장치이기는 하다. 근데 한 번쯤은 바닥나서 이제 끝장인가 싶었는데 기적적으로 보급이 도착하는 상황을 묘사해 줄 수는 있겠으나,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 하는 작가들의 한계다.
  • 불가촉천민 취급인 둔기
    활은 엘프 버프로 얼굴 비추기나 하지, 둔기는 거의 없는 취급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서나 값싸게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기는 둔기이며, 중세시대에는 많은 종류의 갑옷에 유효타를 먹일 수 있어 자주 쓰였다. 그러나 양판소에서 주/조연급이 둔기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쓴다 해도 부패하고 악독한 유력자가 방망이로 힘없는 양민을 폭행하거나 오크나 트롤, 오거 등 인간형 몬스터가 장비한다. 그나마 성직자가 호신용으로 철퇴를 소지했다고 하면 고증이 잘되었다고 평가할 수준이다.
  • 대검 선호
    검이라도 스몰소드 같이 가느다랗고 가벼운 검은 대검류에 비해 취급이 나쁘다. 대검 자체도 참 괴랄한데, 완력이 강한 전사 캐릭터들이 다루는 대형 양손검은 무게가 최소 10kg 이상은 되고 보통 사람은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식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츠바이헨더 같은 대검류 무게는 3~4 kg를 넘지 않았다. 1 kg짜리 한손검으로도 사람의 맨팔 정도는 일격에 자를 수 있고, 3kg이 넘는 대형 양손검은 맞추기만 하면 갑옷으로 중무장한 사람이나 대형 육상동물에도 어느정도 피해를 주기에 충분한 위력이 나온다.[11] 만화에 나오는 사람 키보다도 더 크고 날이 사람 머리만큼 넓은 대검은 너무 무거워 장식에 나 쓸 법하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전에는 부적합하다. 유튜브의 Man at Arms 채널은 서브컬처의 무기들을 만들면서 직접 시험해보는데, 대검류는 속을 비워서 제작했음에도 휘두르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버스터 소드 대검 문서의 동영상을 보면 만화에 나오는 넓은 날의 대검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무기인지 알 수 있다.

    물론 판타지라서 마나 등으로 보조를 받아 10kg짜리 대검도 문제없이 휘두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초인들이 넘치는 게 양판소 세계관이나, 마나없이 그냥 내장형 근육인 여리여리한 소녀 따위도 자유롭게 쓰니 문제이다.
  • 일본도 / 환도
    이고깽에서 주인공이 지구의 냉병기를 쓴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나온다. 아주 고급품이라 매우 만들기 어렵고 신검처럼 뭐든 벤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물론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각 문서참조.
  • 레이피어
    실제 유럽에선 남자들도 잘만 썼지만[12] 어째 가늘고 가벼워 보이는지 양판소에서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이것도 작가들의 무식함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가벼운 흉기일수록 세게 때려야 유효타가 잘 들어간다. 쉽게 생각해서, 플라스틱 망치로 못을 박는 사람과 쇠망치로 못을 박는 사람이 있는데, 플라스틱 망치 쪽과 쇠망치 쪽이 못을 똑같은 깊이로 박았다면, 어느 쪽 힘이 더 센 걸까? 가벼운 레이피어는 피부가 허옇고 약해빠져 보이는 샌님 남캐가 아니라 힘센 캐릭터들이 잘 써야 정상이다. 굳이 여성용으로 설정할거면 힘이 약한 여성'도' 전투할 수 있게 만드는 무기라고 묘사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레이피어의 무게는 롱소드와 비슷하므로 가볍다는 말 자체가 틀리다.[13] 여기다 한 손으로 쓰고, 찌르기 위주인 검 특성상 팔을 쭉 뻗는 견제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해서 오히려 힘이 더 많이 든다.

    시대로 따지면 레이피어의 존재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근세에 남유럽에서 결투용 및 시내 호신용으로 나온 검이 레이피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세가 아니라 근세 절대왕정기 배경인 작품에 등장해야 정상이다.
  • 시미터 곡도
    실제 역사에서는 직검 못지않게 구부러진 도검[14]도 유럽에서 널리 썼지만, 양판소에선 중세 서양이나 중동 이슬람 아랍권의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사막 지역 종족들이나 오크 등 몬스터가 주로 쓴다.
  • 도끼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널리 이용된 무기이지만 양판소에서의 도끼 취급은 드워프 전용 무기, 벌목용, 몬스터의 조잡한 무장이 끝이다. 여기에 모두 긴 자루를 끼워 크게 휘두르는 양손 도끼로,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는 손도끼 멸종된 수준이다. 그 덕에 드워프의 표준 무장은 투구+목제 라운드실드+양손도끼이다.

  • 잡병들의 주무기. 현실에서는 저비용과 긴 리치 덕분에 총검 등장 전까지 널리 이용됐지만, 그놈의 소드마스터는 그런 상성을 무시하니 창은 수수깡처럼 잘만 부러지는 쓰레기로 나온다. 여기다 할버드, , 버디슈나 기타 폴암은 쩌리이며 99% 촉이 길고 날카로운 파이크만 죽어라 나오는데, 정작 파이크는 중세 말기부터 쓰인, 창 중에선 나름 후기형 무기다. 제대로 랜스차징하는 기사나 이를 막아내는 창병 방진은 거의 없다. 그나마 다양성을 추구하거나 약한 잡병 주인공이 점점 강해지는 부류는 나름 창도 주무기로 사용한다. 글레이브는 가히 오크 등 몬스터 전용 무기인데, 현실에서 글레이브는 넓은 날에 식각 등으로 장식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오히려 근위대 등 고위 인물 호위와 의장용으로 많이 쓰인 물건이다. 독일 막시밀리안 황제의 의장대가 쓴 글레이브 참조. 조잡한 싸구려 무기 이미지를 원한다면 농민들이 급조해서 많이 쓴 모닝스타가 더 적절하다.
  • 갑옷
    방어력 만능인 양판소 주인공에게는 쓰레기 그 자체. 기사를 제외하면 모든 인간형 전투원들이 허술하게 입고 다닌다. 상식적으로 그 단단한 갑옷을 입고 그대로 눕는다면 배겨서라도 못 잘텐데, 갑옷 입었다가 야영할 때 벗고 잔다는 묘사는 극히 드물고, 자다가 습격받으면 불침번이든 자든 인원이든 그대로 튀어나와 무기 들고 맞서 싸우는데 아무리 묘사를 찾아봐도 잠옷 바람은커녕 평소와 개개인의 방어력이 똑같다. 평시에 입는 예복은 장식이 아닌데 평상복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고 갑주가 정복이다. 한술 더 떠서 전쟁개시 후 지휘권을 받기 위해 검을 받는 의식도 아니고, 주인공이나 그 외 고위 귀족이 평시에 국왕이나 황제 앞에 완전 무장하고 알현하기도 한다. 현대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단독군장하고 실탄 장전한 K2 소총으로 무장하고 방탄모까지 쓴 야전군 사령관이 청와대에 가서 혼자서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리다. 반역자로 몰려서 즉결처분당해도 할 말 없다.

    갑옷 문서의 다양한 다른 갑옷들은 전부 제치고 양판소에서는 저레벨은 가죽 갑옷에 고레벨은 판금 갑옷이 끝이다. 일단 일반적으로 대중이 생각하는 전신 판금 갑옷은 실제 역사에선 15~16세기 중세 최후반부~근세 초기에 100년 남짓 쓰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정도로 중세 전성기와는 거리가 좀 있고 기성품 개념이 없던 시대이므로 전부 맞춤복이라 전신 세트를 맞추려면 돈이 억소리 나오게 많이 깨지지만[15] 양판소에선 왕족에서 하루 막일해서 겨우 먹고사는 빈민까지 개나 소나 풀세트로 맞춰 입는다. 정작 천 년 이상 운용되며 중세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갑옷이라 할 수 있는 사슬 갑옷은 대부분 코빼기도 안 보이고[16], 브리간딘은 말할 것도 없다. 가죽 갑옷의 경우 거의 용병들의 전유물 수준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유지도 제작도 힘든 가죽 갑옷보다는 누비 갑옷이 실용성과 비용을 이유로 널리 사용되었다.

    히로인 중 완전 무장 갑옷을 착용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데 몸매를 가리기 때문. 여기사처럼 전문직업이던가 남장여자 등 사정이 있어야 입는다. 설령 입어도 어떻게든 벗겨지는데 가려진 미모와 몸매가 대단하다는 묘사가 자주 나온다.
  • 투구
    방어력 만능인 양판소 주인공에게는 미모가 안 나오는 쓰레기 2. 남장여자 혹은 여기사가 아닌 이상 히로인이 투구를 쓰는 일은 없다. 있어도 갑옷처럼, 아니 무조건 히로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줘야 하기에 갑옷보다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어이 벗겨낸다.
  • 방패
    방어력 만능인 양판소 주인공에게는 쓰레기 3. 주인공은 회피력과 방어력이 만렙이며 멋이 안 나서 방패 따위는 들지 않는다. 전설의 방패 정도는 되어야 주인공이 가져가며 그나마도 수집품 취급이라 드워프나 일부 용병 잡병 정도나 방패를 들 뿐이다. 방패를 무기로 쓰는 장면이 간간히 나오는데, 이것도 가끔 검이나 창을 방패로 내려찍어 부수거나 깨뜨리는 등 심히 괴랄한 장면이 연출된다. 방패는 애초에 전쟁을 거듭하면서 타격을 빗겨나가게 하기 위해 비스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17] 백날 무기를 때려봐야 적도 별 타격이 없다. 방패로 후려치는 건 무기가 아니라 적 머리여야 정상이다.
  • 스태프
    마법사의 필수요소. 흔히 땅에 짚는 쪽 말고 반대쪽인 끝 쪽에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다. 원본인 유럽 창작물에서도 지팡이는 자주 나오지만, 당장 해리 포터 시리즈만 봐도 한일 양판소처럼 무조건 보석이 박혀 있지는 않다. 어째 지팡이보다는 스태프라는 외래어를 훨씬 많이 쓴다. 그리고 해리 포터처럼 짧은 마술 지팡이나 현실 지팡이 같은 1미터 이하 길이는 비교적 눈에 잘 띄지 않고, 대부분 사람 키만한 장봉이다.
  • 화기
    대포는 의외로 나오지만, 화승총이나 부싯돌 점화식 머스킷 등의 개인화기는 활과 쇠뇌에 밀려서 영 잘 안 나온다. 역사적으로 화약 무기는 대포로 시작하여 이를 개량해서 개인화기로 발전했지만, 화약 자체는 이미 유럽사의 중세 초기라 할 수 있는 중국 북송 시절부터 무기로 썼고 원나라 건설 이후 몽골인들이 서역에 전한 걸 생각하면 마냥 바람직한 고증은 아니다. 이고깽류나 이군깽류라서 주인공의 일행이 차원 이동하면서 가지고 온 지구의 현대화기를 도입한다고 하면 근대식 무연화약을 자체 조달하려다 포기하고 마법 공학 등으로 때운다. 사실 화약 무기의 경우에는 서구 작가들, 그중에서 개념과 실력을 갖춘 작가들도 별로 내보내지 않는다. 작가마다 개인 무술의 위력이 위축된다든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깬다든가, 아동용이라서 총기류가 나오기 꺼리거나,냉병기는? 그냥 화약 무기가 마음에 안들고 싫다든가 등등의 이유가 나온다. 화약이 나오면 중세 분위기가 안 난다는 이유도 있다. 사실 판금 갑옷이 화약보다 늦게 개발된 물건이지만 물론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 문제는 화약이 등장하면서 그에 대응하여 등장한 요소들이 화약이 없는 세계에서도 등장하고, 그에 대한 설명도 없다는 것이다.

7.7. 교육

아카데미가 실질적으로 학교의 역할을 많이 한다. 대개 검술, 마법, 역사 등을 배우며, 아카데미는 처음 만든 초대 황제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백 년 동안 그대로 귀족과 평민이 구분 없이 다닌다. 다만 의외로 중세 대학에서는 농민이나 여성도 수업료만 내면 학생으로 받아주었기에 아주 고증이 틀린 건 아니다.여대생 자체가 극소수였던 건 논외로 하자

일단 교칙 상으로는 신분을 내세워서 행세할 수 없다지만 현실은 다르다. 귀족들은 아카데미에서도 신분을 바탕으로 행패를 부리고, 평민들은 그런 규칙이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 하다가, 보다 못한 주인공이 귀족을 털고 교칙을 앞세워서 정당화하는 전개가 대부분이다. 문제를 일으킨 귀족은 징계를 먹거나 공개 망신당하고 복수를 하겠다며 별의별 짓을 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번번이 다 털리고 결국 퇴장. 이 일로 주인공은 평민들의 지지를 받고 귀족 세력에 맞서는 평민 세력이 나와 주인공은 그 대표에 오르는 클리셰가 흔하다.

중세 문명이 배경이라지만 형태는 매우 친숙한 현실의 중고등학교와 대개 비슷하다. 수업을 선택한다면서 대학교 형식도 넣어준다. 현대의 초등, 중등, 고등, 대학(원) 체계의 교육 시스템이 확립된 건 산업혁명 이후다. 입학시험도 보는데, 현대에는 너무 당연한 방식이지만 과거 유럽에 국가나 공인된 기관에서 일정한 주제나 학문으로 문제를 내고 지원자가 이를 풀어서 고득점 순대로 선발하는 시험이라는 인재 선발법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북미는 엽관제, 유럽은 정실주의로 관료를 뽑다 병폐가 너무 심각해서 골머리를 앓다가 중국의 과거 제도를 보고 감명받아 이를 나름대로 고쳐서 적용한 것이다. 그냥 시험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북미에선 엽관제로 민주성은 확보했지만, 뇌물 등 부패가 극성인 끝에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까지 당하고 나서야 실적제를 도입하였으며, 유럽에서는 귀족들만 관료가 되는데다 매관매직까지 극성을 부렸다. 결국 잉글랜드에서 노스코트-트레빌리안 보고서를 시작으로 실적제를 도입했다.

아카데미는 많이 나오지만, 고-중세에 흔한 가정교사나 가정학습[18], 도제식 교육[19]은 드물다. 대부분 가정교사는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통과하도록 고용한 과외선생이나 예절 담당이다. 그냥 현대의 공교육/ 사교육제도를 복사 붙여넣기 한 것.

7.8. 정치

중앙정부에서는 귀족들의 권력 암투가 있다는데, 고도의 모략이나 수 싸움은 없고 평소 뉴스만 봐도 어이가 없다는 걸 알 정도로 조악한 암살이나 돈줄 끊기 만큼의 시시하고 뻔한 공작만 한다. 거기에다 좁쌀만 한 영지에서 100만 대군이 술술 나오고, 귀족들이 병력을 늘려도 중앙정부는 견제도 안 한다. 반대로 아예 사병을 없앤다며 영지 군을 금지하고 중앙군만 있어도 귀족들은 아무 말도 못 한다. 중세 봉건제에 대한 작가들의 이해가 드물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중앙집권적 관료제에 대입한 탓에 가히 영주가 아니라 사또 취급이다. 근데 또 사또치고는 사병이 너무 술술 나온다.

악역이 무고한 누군가를 반역죄로 몰아붙이면 왕은 의심도 안 하고 조작된 증거에 속고, 모함당한 쪽은 무조건 아무것도 못 하고 통째로 멸문당하며 무협에서는 혈사, 혈겁이다. 또 하인/ 유모의 자식과 바꿔치는 등의 방법으로 겨우 살아남는 자식이 있어서 주인공의 힘으로 복수하거나, 주인공의 부하나 널리고 널린 하렘의 일원이 되어 재기한다. 이들은 보통 주인공 전용 물주이거나, 분명 불법적이지만 주인공 스스로는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일을 할 때 뒤를 봐준다.

기본적으로 토지에서 나오는 잉여 생산물이 부의 원천인 중세시대에서, 상인이 국왕과 동맹을 맺어 귀족을 견제하여 권력을 잡는 묘사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거상이 국가에서 제재할 법한 양으로 식량을 사 와서 대규모 위기를 일부러 조장하는 등, 근현대사회의 중앙정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시민 의식의 배경도 없는 곳이 뜬금없이 입헌군주제도 아니고, 단박에 공화정을 실현, 자신이 종신 수반에 오른다. 물론 중세시대에도 베네치아 공화국 같은 공화정이 있긴 했으나, 현대 민주정이 아닌 반 귀족정이었고 이를 알고 쓸 작가는 없다.[20]

7.9. 종교

  • 반종교 / 반기독교 등의 종교 비판
    주로 배경이 중세 유럽과 비슷해서 등장하는 종교도 기독교를 모티브로 한 종교, 특히 가톨릭이 대부분인데, 아마 중세의 가톨릭이나 정교가 서양에서 부패한 종교의 대표적 사례로서 많이 알려진 점을 반영한 듯하다. 이슬람의 경우에는 이를 모티브로 하는 종교는 저 멀리 이국이나 악역의 종교로 등장하는 편이다. 만약 이계에서 온 인물이나 집단이 주인공인 작품이라면 높은 확률로 넘어온 세계의 종교를 신나게 깐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세 유럽의 교회는 현대의 단순한 종교 집단을 넘어서 당시의 행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했으므로 교무금(또는 십일조)을 걷는 것은 '세금을 거두어서 빈민구제를 비롯한 요즘의 사회복지 부분과 같은 공공사업에 쓴다.'라는 의미로 이해하여야지, '아무 생산활동을 안 하고 기도만 하고 놀고먹는 신부 놈들이 제 배 불리려고 돈을 뜯어 가네.'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현대 행정국가가 정부가 세금을 거두고 분배까지 담당하는 반면, 이 시기 유럽에서는 정부의 기능이 궁정과 영주, 교회 사이에 업무가 분업화된 시대였기에 가능한 것으로 봉건제가 강한 중세 유럽의 정치적/사회적 산물이었다. 물론 중세 말에 면벌부 판매와 성직매매 등으로 가톨릭이 대단히 타락한 끝에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까지 탄생시켰지만, 이렇게 조직 전체가 답이 없는 수준으로 타락한 것이 1000년에 이르는 중세 내내 지속되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랬다면 종교개혁 이전에 진즉에 망했을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종교개혁이 가장 유명할 뿐, 가톨릭 자체의 개혁은 서로마 멸망 이후인 4~6세기에 수도원 운동이라고 하여 자정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며 11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클뤼니 운동도 있었다.

    또한 교회는 많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철학과 신학을 정립하였다. 여기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역사를 기록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성경을 읽고 이해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식자층이 된 수도승들이었고, 유통과 생산력 문제로 수도원과 수녀원은 양조 등 많은 생산활동을 담당하였다. 거기다 중국/한반도가 정부에서 지방까지 국공립 교육기관을 설립했지만, 이 시절 유럽은 교회의 교구별로 아이들의 교육까지 도맡았다.[21] 아무튼 중세 당시의 교회는 현대로 치면 공공사업(빈민구제), 아동교육, 행정(교구 관리를 통한 토지, 인구관리), 학문연구(신학, 철학 등)까지 하는 종합 공공기관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만큼 종교는 중세인들의 세속적인 생활에 깊숙이 개입되었다. 따라서 신앙의 정도와는 별개로 중세인들이 교회를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세속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양판소에서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몹시 빈약하여, 판타지에서 종교관은 그야말로 마르크스의 재래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급 취급이며 종교조직의 성직자, 특히 고위급 성직자는 늘 광신도, 종교를 악용하는 탐욕에 찬 위선자, 탐욕스러운 광신도밖에 없으며 믿는 이들은 우매한 대중밖에 없다. 성직자 중 괜찮게 나오는 인물이 있다면 그나마 중하급 실무자이거나 주인공의 협력자이거나 타락한 정적에게 온갖 핑계로 무력화되고 살해당하는 희생자다. 양판소 속 사회의 사람들이 저런 종교단체를 보고 어떻게 종교심이 일어날 수 있는지 질문하면 언제나 "대중들이 우매해서.", "종교단체가 기만해서."라는 답변으로 무마한다. 선각자가 새로운 종교나 교리를 내세워 공격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일신교 / 다신교
    유일신을 섬기는 일신교이거나, 배화교. 마니교처럼 빛/어둠의 주신이 대립하거나, 전쟁/대지/바다의 신 등 다신교계로 나오기도 한다. 전자는 원본처럼 인간이 빛/선의 주신을 배우는 것이 정의이며, 후자일 경우 주인공(이 소속된 지역)은 전쟁이나 풍요, 사랑의 신을 자주 믿는다. 주인공이 출세하고 잘나가는 데에는 전쟁과 풍년, 그리고 하렘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신앙과 무관한 신성력
    양판소에서 종교는 종교적 신앙체계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신성력을 뽑아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학문이자 전문직에 불과하다. 신성력을 받는 대상자가 그 신을 믿든 안 믿든, 선하든 악하든, 신성력을 쓰는 성직자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신성력과 포션의 효과는 같으니 사실상 사람들이 종교를 믿을 필요가 없다.[22] 또한 당장 사람 눈앞에서 상처의 치료와 병의 치유가 뻔히 보이니, 종교를 믿음으로써 기적이 일어난다거나 행운이 온다거나, 죽은 뒤 좋은 곳에 간다거나 하는 추상적인 설득도 필요가 없다. 해당 종교에 굳이 입교할 필요도 없다. 괜히 입교하여 평상시에도 헌금하거나 정기적으로 신전 등 종교시설에 출석하여 기도를 바치는 등의 다른 종교적 의무를 감당하느니, 입교하지 않고 돈을 모아놨다가 신성력이 필요할 때 전문기술공마냥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아 먹듯이 신관에게 돈을 내고 신성력을 받아 가는 게 낫다.

    신전의 일과도 마찬가지다. 신의 말씀을 이해하거나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같은 시간에 최대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만 한다. 신은 자기 힘이 정말로 자기 뜻에 따라서 쓰이는지 관심도 없는, 동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물건이 나오는 자판기와 같다. 신성력으로 뭘 하든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자기에게 무슨 이득인지도 신경 쓰지 않으며, 그저 신관이 기도하면, 혹은 주문을 낭송하면 힘을 준다. 심지어 상당수 양판소에서는 성직자 개인의 신앙심에 따라 신성력을 받지 않고, 여타 마법사와 같이 등장인물이 선천적으로 신성력을 타고나는 듯이, 또는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체질을 타고나는 듯이 묘사한다. 이런 설정은 '아무 기반이 없는 빈민이나 고아가 어떻게 하룻밤 만에 신관이 되고 심지어 고위급까지 승진하는지'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반대급부로 교단을 부실하게 만든다. 굳이 교리연구나 종교교육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신의 뜻이 과연 무엇인지 아무 명분도 없고 축복을 왜 주는지에 대한 고찰은 없다. 용병들은 몬스터나 맹수, 도적/산적, 고용주의 적들과 목숨 걸고 싸워야 하니 신에게 보호를 구한다는 설득력이 그나마 있지만, 같은 종교를 믿는 적과 싸울 수도 있는 기사들에게 축복을 주면서 같은 교인과 상잔을 벌여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23] 하다못해 한반도의 호국불교처럼 토착화된 자국 종교 집단이 자국(민)을 우선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일도 영 없다. 이러면서 막상 현실에서 종교인들이 군종장교로 임명되는 이유인 '죽어가는 군인의 정신적 위무'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의 뜻에 따라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종교심을 따로 지닐 이유도 없으며, 종교와 신성력은 괴리된다. 신관은 신을 믿고 모시는 사람이 아니라 검사나 마법사, 정령사와 같이 그냥 신성력이라는 힘을 쓰는 사람이다. 사실상 검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검사), 마나 친화력이 좋은 사람(마법사), 정령 친화력이 좋은 사람(정령사)과 같이 그냥 신성력이라 불리는 힘을 사용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성직자이다.

    또한 신성력이 신앙심에 따른 신의 은혜와 은총으로 생긴 기적과도 같은 힘이 아니라, 마나처럼 법칙을 따르는데, 그 힘은 인간의 몸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이를 다루기 위해서 성기사처럼 몸을 단련한다든지 아니면 신관처럼 정신력으로 극복한다는 설정이 무한증식하는 중이고 급기야 주인공 버프를 받고 그 법칙을 알아낸 무교인(無敎人), 무신론자인 주인공이 마법을 쓰듯 신성력을 쓰기도 하는 충공깽한 일이 다반사이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신성력은 그냥 쓰는 방법을 알고 재능이 있으면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종교 교단은 교세라는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신성력이라는 상품을 팔아서, 헌금이란 매출로 투자금을 마련하여 더 많은 신성력을 생산 판매하기 위한 신전이라는 생산 인프라와 신관이라는 상품 생산 인원을 양성하고, 신관 수련이라는 생산 매뉴얼에 투자하는 상업조직이다.
  • 성인 / 성녀
    해당 종교의 고위직으로 나온다. 현실의 가톨릭에서 성인/성녀는 아무리 생전에 위대한 업적이나 높은 덕을 이뤘더라도 무조건 사후에 받는 칭호지만, 양판소에서는 그런 것 없다. 굳이 양판소만이 아니라 한일 판타지 작품들에서는 대부분 성인 성녀들은 살아있을 적에 칭호를 받는다고 잘못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성녀가 개인이 받는 칭호가 아니라 직위명처럼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보통 교황급의 일인자보다는 교황 바로 다음의 총대주교급 이인자, 그에 못하더라도 추기경급, 최소 주교급으로 나온다. 여러 지역을 순회하여 얼굴이 알려져서 둘 다 해당 교단의 얼굴마담이므로 타락한 고위성직자라도 함부로 트집 잡지 못한다. 신성력이 매우 막강하며, 말 한두 마디면 아무리 부패한 권력자라도 쩔쩔맨다. 신성력이 강한 성직자와 성인/성녀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성인은 흔히 노인이지만, 성녀는 높은 확률로 10~20대로 젊고 아름다우며 처녀이다. 성인은 악의 세력을 막다가 희생하기도 하며, 성녀는 우연히 위기에 처한 성녀 일행을 구해준다든가 능욕당하려는 여성 사제(또는 수녀)를 구해주는 걸 보고 반한다든가 하여 주인공과 만난 뒤 최상위 티어 힐러로 활약하다가 대단히 높은 확률로 주인공의 하렘 구성원이 된다. 처녀여야 한다고? 신이 강림하든가 계시를 내리든가 하여 신이 '주인공과 너를 맺어주셨다. 세상을 구하려면 주인공과 무조건 사랑을 나눠야 한다.'라고 명령하면 그만이다. 아예 더욱 많은 여자가 주인공과 이어져야 세계가 빨리 구원될 것이라는 식으로 작가가 계시를 적당히 이용하면 도리어 주인공이 하렘을 확장하도록 앞장서게 할 수 있다.신이 포주로 전락하는 순간
  • 성기사
    신성력을 신체 강화나 신성 마법에 사용하여 전투하는 집단. 이들이 성기사단을 꾸리기도 하지만, 반독립적 조직으로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교단에 예속되어 있다. 주로 신전의 경비나 성인/성녀의 호위를 담당한다. 전투에선 언데드의 천적으로 활약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성력을 쓰는 기사이다. 여기다 광신도 속성을 끼얹으면 악마보다도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다른 광신 성직자들이 남의 손을 빌려 이단을 처단하는 반면, 이들은 자기 손으로 마구 쳐죽이려 들기 때문이다.
  • 성직자 / 사제 / 신관 / 수녀
    양판소 종교 교단에선 대부분 남녀 종교인의 테크트리가 통합되었다. 그래서 여사제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는 남녀평등 같은 숭고한 종교적 사상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상술했듯 신성력이 재능의 문제라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성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생긴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 젊은 수녀는 간혹 히로인으로서 주인공의 하렘에 든다. 수녀는 등장하는 일이 있지만, 수사는 나오는 일이 없다.
  • 신녀 / 무녀
    가끔 나오는 직종. 대충 10~20대 여성이되 신내림을 받는 예언자로 보면 된다. 몇몇은 수호하는 소환수들을 부린다. 주인공의 하렘 히로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종교가 타락한 상태고 운없으면 신탁을 핑계로 부패한 성직자들이 욕보이기도 한다.
  • 성직자의 의장물 / 도구
    묵주를 본뜬 기도 도구나 십자가를 본뜬 상징물을 들고나온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물건들은 어디까지나 등장인물이 성직자임을 보여주는 코스프레 도구로만 사용된다. 현실의 종교인들은 종교의례를 행할 때 기도서나 기타 도구들이 필요하지만, 양판소 세계의 성직자들은 도구 없이 주문을 외우면 힘이 발동되기 때문에, 주문을 암기할 수 있는 지능과 낭송할 수 있는 입만 있으면 된다. 드물게는 작중의 성직자가 석장을 든다고 하는 일도 있는데 전적으로 일본 판타지의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 판타지에서는 현실의 승려들이 석장을 사용하는 것을 본떠 판타지 성직자들도 석장, 또는 그와 비슷한 지팡이를 들게 하곤 한다. 고블린 슬레이어의 만화 판에서도 여신관이 불교의 석장과 거의 똑같이 생긴 지팡이를 사용한다. 반면 현대 한국의 승려들은 석장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불교 신자들조차도 실제 석장을 보는 일이 드물다. 역시 드물지만, 성직자가 무장한다면 반드시 둔기만 써야 한다고 하는 일도 있다. 상대의 피를 흘리게 할 수 없다는 계율 때문에 둔기를 든다고 하는데, 이런 설정은 초기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웹소설에서는 몰라도 2010년대의 한국 양판소에서는 거의 사라진 클리세. 둔기로 머리 치면 피 안 나나?[24]
  • 경전
    그러나 종교인, 혹은 종교를 잘 아는 독자가 양판소를 볼 때 가장 뒷목 잡게 만드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전에 대한 묘사다. 본디 경전을 만들 정도의 고등종교에서 경전의 위치는 해당 종교의 세계관, 인간관, 신관, 종교의 목적, 가치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그야말로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양판소에서 등장하는 경전은 대충 있어 보이는 사어 비스름한 비문과 양판소 특유의 속 빈 개똥철학, 사이비 종교에서도 안 쓸 정도로 허접하다. 특히 양판소에서 흔히 모방하는 기독교, 이슬람 등의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경전이 교리는 물론이고 역사서의 역할도 맡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양판소 특유의 자기개발서스러운 경전의 서술은 작가의 수준 미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경전들은, 수천 년에 걸쳐서 읽히고 또 읽히면서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진 책들이다. 수일 만에 한 번 읽히고 버려지는 양판소 작가들이 그 정도 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제 종교만큼 잘 다듬어진 경전과 교리는 웬만한 전문작가나 전직 신학자들에게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건 역사 전체를 다시 쓰라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 하지만 위의 신성력 문단과 아래의 세계설정 문서에서 볼 수 있듯 양판소 내 종교의 존재 의의는 주인공이 언젠간 쳐부숴야 하는 부패 세력, 주인공에게 푹 빠진 수녀/성녀 캐릭터 혹은 신성력의 존재 이유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 아니면 알맹이는 없지만 뭔가 그럴듯한 세계관 설정이므로 경전이 세계관, 혹은 종교사회와 큰 연결고리를 가지는 그 실상과는 달리 주인공과 부패 고위성직자의 설전에서 주인공의 똑똑함과 부패 성직자의 자가당착을 드러내는 장치로 몇 구절 언급되고 그 이후론 공기화 되는 것이 정해진 순서다.

7.10. 집단

  • 길드
    실제 역사에서는 합법 업자들이 모여 결성한 이익단체이지만 양판소에서는 주로 모험가 길드, 용병 길드같은 반무력, 무력조직이 합법화된 직업뿐만 아니라 기가 막히게도 불법적인 도둑, 심지어 도적까지 도적 길드를 멀쩡히 결성해서 활동한다. 마피아 위원회 도둑/정보길드는 주인공에게 걸리면 정보원 따까리 A로 전락하며, 뒷세계 질서를 잡아준다고 높으신 분들이 눈감아준다고 넘어가는 설정이 많다. 다만 굳이 실드를 쳐준다면 한일만이 아니라 유럽의 창작물에서도 자주 나오는 클리셰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엘더스크롤 시리즈가 있다. 길드의 장은 일반적으로는 길드 마스터라 불린다.

8. 지형, 장소, 건물

  • 광장
    좀 규모가 있다 싶은 마을이나 도시는 광장이 있다. 거의 도심 정중앙에 있으며, 원형이고,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 도시
    거의 모든 도시는 계획도시여서 구획이 일정하고 길바닥이 매우 깨끗하다. 또 둘러친 성벽은 없고 대신 도시 입구의 경비병이나 있다. 실제 중세도시는 거의 성벽으로 둘러쳤으며 규모는 커야 수천수만 명에 불과하여 오늘날로 치면 소도시에 불과했고, 길옆의 가정집에서 마구 오물을 뿌려대서 길바닥에 온갖 오물이 질퍽거렸다. 다만 이런 언급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끌어내야 하는 판타지 작품의 특성상 하지 않는 편이 작품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간혹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고증력 만땅의 판타지 작품에서 나오는 장면.
  • 선술집
    비중이 꽤 큰 장소로 일거리를 찾거나 각종 정보를 사고 파는 정보꾼 등은 빠지지 않고 출현하고 바드가 노래나 춤 공연을 하고 술 취한 사람들이 시비 붙어 개판 나는 곳. 주인은 구석이나 계산대 밑에 숨어서 벌벌 떤다. 물론 주인공은 시비 대상을 탈탈 털어버린다. 어린 여급은 성희롱에 시달리다가 주인공이 구해줘서 뿅가버리는 풋사과나 억척스럽고 산전수전 다 겪은 극과 극 인상으로 갈리며 주모 색기를 띤 색기담당 이모같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 산맥
    대규모면 신의 성지, 드래곤의 lair 등등의 이유를 집어넣어서 흔히 인간들 사이에서 금지구역 취급을 받는다. 세계관 묘사를 못 하겠다면 산맥 하나 도입해서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면 된다. 영지물이라면 항상 주인공의 영지에 있는 산(맥)은 온갖 광물이 쏟아져나오는 노다지가 된다.
  • 바다
    양판소 대부분은 육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훨씬 비중이 높으므로 바다가 중심 무대가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끔 바캉스 항해 때 히로인들의 수영복 서비스신을 위한 일회성 에피소드 몇개 넣기 위한 배경으로 쓰인다. 이외 용도로는 산맥처럼 세계관 제한을 넣을 때 유용하다. 대륙 하나 넣고 바다로 둘러치면 끝.
  • 도서관
    웬만한 고서적이나 도서는 다 갖춰져 있고, 꼭 금서가 책장 구석에 처박혔지만, 주인공이나 악역은 우연히도 찾아서 잘 써먹는다.
  • (城)
    양판소의 성은 성벽, 탑, 성문, 성채가 끝이다. 성벽은 암살자면 누구나 넘는 담벼락도 못 한 취급이며, 탑은 감시나 죄수수감용, 성문은 주인공 보정이 없으면 손쉽게 뚫린다. 성채에 대한 묘사는 더더욱 조악해서 아예 본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시피 한 경우도 많다. 다만 이 경우는 서양식 성 대신 동아시아식 궁성을 주로 보고 자란 한국 작가들의 어쩔 수 없는 사고방식의 한계다. 동아시아식 궁성 건축 양식에서는 성채가 따로 없으며, 성벽 안에는 바로 궁궐이 있다. 경복궁의 광화문과 근정전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시설로도 수천 년간 공성전 잘만 했다. 즉, 엄연히 전쟁을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맞고, 판타지 세계이니 이런 식의 건축 양식을 도입하여 지었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역시 알고 이렇게 썼느냐이다.
  • 여관 / 여인숙
    침실이 있는 술집. 주인공이 방문하면 항상 방이 비어 있으며, 싱글이든 2인이든 다인 방이든 웬만한 크기는 다 있다. 선술집을 겸하고 있어 비중이 역시 꽤 큰 곳.
  • 대장간
    드워프가 운영하고 있다. 늙은 대장장이도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당시의 열악한 영양에 뜨거운 용광로의 열기와 고된 야금 노동까지 더해지니 몸이 따라주지 않기에 대장장이는 40만 넘어도 거의 은퇴했다.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는 장소는 대체로 공방, 99% 이상은 대장간인데, 들어가보면 온통 무기만 있으며 생업에 쓸법한 농기구나 기타 공구는 팔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인공이 전투 후 망가진 물건 수리를 의뢰하면,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살펴보고서 식겁하며 순순히 다 고쳐주는 셔틀 클리셰가 흔하다. 희귀한 물건인데 공짜로 혹은 아주 싸게 요금을 받고 보내주는 건 덤.

9. 신체

  • 근육
    일반적으로 양판소 주인공은 마른 몸매에 잔근육이기에 우락부락한 근육은 없다. 주인공이 거한이 아니면 처발릴 전투기 측정기 인남캐 내지는 드워프나 오크같은 이종족이나 가지고 있다.
  • 머리카락 색깔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나온다. 드래곤은 폴리모프하면 원래 피부색과 같다. 또 곱슬머리는 거의 없고 90% 이상은 찰랑찰랑한 스트레이트 헤어이다.
    • 흑발
      대부분 남캐다. 흑발 여캐는 잘 없다. 차원이동물이고 주인공이 동양인이면 설명 끝.
    • 금발
      대부분 여캐다. 금발 남캐는 극히 드물다. 특히 신분 높은 아가씨 캐릭터라면 한두 명은 반드시 나온다.
    • 은발
      은발같이 차가운 머리색은 대부분 남캐이며 여캐는 잘 없다. 성격이 차갑고 냉정한 캐릭터라면 은발일 확률이 높다. 중2병이면 금상첨화.

  • 양판소에서 피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다르다. 무슨 중독적인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몬스터는 한 번 인간을 먹으면 사방에 널린 다른 몬스터나 동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인육에 맛들려 인간 사냥을 하게 되며, 원래 시체를 먹는 몬스터도 한번 산 사람을 먹으면 입맛이 바뀐다. 한 번 식인한 맹수들이 후에도 인간을 잡아먹긴 하는데 이는 다치거나 늙어서 원래 잡던 사냥감들을 도저히 못 잡는 데다, 비무장한 사람이 덩치 치고 사냥하기 쉽기 때문이지 맛있어서가 아니다. 흡혈귀에게 물려 피를 빨려서 흡혈 노예가 되는 것처럼 인간조차 전쟁터 등에서 오래 지내면 피를 기관지로 흡입해서 전쟁이 끝나도 다시 피를 원해 다른 전쟁터로 자원하거나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쇄살인마가 된다. 물론 피에 굶주렸다는 표현은 보통 비유로 많이 쓰이며 실제로 PTSD 증상의 하나로 오히려 평온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전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양판소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굶주렸다고 치는 게 많으니 문제다.

10. 이종족

양판소에 등장하는 이종족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엘프, 드워프 같은 유사인류종은 주조연으로써 주인공의 조력자, 하렘 히로인이 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몬스터, 몬스터는 취급이 영 박하여 그냥 잡몹에 불과하지만 드래곤과 같은 강력한 적은 나름 중간보스, 심지어 최종 보스로 등장하며 간혹 몬무스 취향이라면 히로인(!)까지 되는 경우도 있다.
  • 드래곤
    말로는 신한테서 중간계를 수호하는 임무를 받은 자, 최고의 현자, 위대하신 분, 최강의 생물, 마나의 축복을 받은 자 등 거창한 칭호달며 최강의 존재라 불리지만 작중 하는 꼴을 보면 유치원생만도 못하다. 툭하면 인간이나 드워프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보석 내놓으라고 깽판 치고 사람을 벌레 취급하다가 주인공한테 "벌레한테 죽어봐라!" 소리나 듣고 두들겨 맞거나, 또는 쓸데없이 내기하다 져서 허우대만 멀쩡한 주인공한테 살려달라고 싹싹 빈 다음 부하가 되거나 보물을 내놓는다. 이 경우 용언 그 자체가 마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어 자기가 한 약속을 거스를 수 없다는 설정을 넣어 커버한다. 힘이든 지략이든 결국 져서 주인공의 호구가 되어 충실한 따까리이자 셔틀로 여자라면 겸으로 하렘 구성원으로 봉사한다. 거의 항상 마나를 다루는 데에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고 묘사되나, 주문은 파괴적인 것밖엔 쓸 줄을 모르는지 의외로 부활 같은 비전투계 마법은 제대로 못 쓴다. 가끔은 밸런스 조절한다고 너프를 먹여 폴리모프 상태로 검강을 써도 본체로 돌아가면 바보가 되기도 한다. 드래곤이 자기보다 열등한 인간 등의 지성체로 변신해 그들의 삶을 즐기기도 하는데 이를 유희라 하며, 이는 《 카르세아린》에서 처음 도입된 설정이다. 드래곤의 최강 우두머리는 흔히 드래곤 로드라고 하며 세상에 심각한 일이 생기면 드래곤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회의를 열 때가 있다. 또한 왜인지는 모르나 이런 로드는 레드/골드가 독점하다시피하며 드물게 블랙/실버가 맡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레드나 골드가 부재하거나 사정이 있어 자리를 비워 임시로 맡는다는 설정이 많다. 이렇게 종류가 나뉘는 것을 포함한 양판소의 드래곤에 대한 설정 대부분은 이 역시 《 카르세아린》에서 퍼진 듯하다. 울음소리는 대충 '크롸롸롸롸' 등으로 묘사되는데, 원래는 《 드래곤 라자》에서 사용된 의성어로서, 누군가가 처음 드래곤 라자에서 무단 차용한 뒤 양판소간 상호복제로 일반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 몬스터의 등급
    대개 어떤 작품이나 하급 몬스터는 고블린(간혹 코볼트), 중급 몬스터로는 오크(드물게는 이나 리자드맨)이 있으며, 그보다 좀 더 센 상급 몬스터는 트롤이랑 오우거, 최상급 몬스터는 드래곤이다. 비교적 참신하거나 친숙한 실제 구전되는 몬스터들이나 하다못해 작가가 창작한 몬스터나 종족을 하나 정도는 넣어줄 법도 한데, 대부분 오크나 고블린으로 시작해서 드래곤으로 끝난다. 그나마 싸움 장면은 드래곤만 묘사하고 나머지 몬스터들은 주로 학살용이다. 오크나 오우거 등은 타종족과 소통까지 하는 휴머노이드 몬스터인데도 늘 몬스터로 썰리기만 한다. 드래곤의 '크롸롸롸'와 같이 오크는 '취익'거리며 말하는 특징이 일반화되었는데 이 역시 《 드래곤 라자》의 설정을 베낀 것이며, 다른 종족들은 이러한 특징조차 없다. 많은 양판소에서 몬스터 로스터가 상당히 극단적이라서, '고블린=코볼트 < 오크=놀=리자드맨< 가고일 < 트롤 < 오우거 ≤ 와이번 < 드레이크 < (넘사벽) < 드래곤 < (만약 만들었다면) 작가의 자작 초월 종족'이라는 식이 많고, 같은 등급 내에서 다음 단계와 비등하거나 힘을 가진 상위종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투력이 오우거에 맞먹는 트롤 마스터' 같은 설정. 또한 한 종족 중 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십중팔구 로드라고 부른다. (종족명)+로드.
  • 몬스터의 종류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등 타 매체에서 따온 게 대부분이며 스스로 창작해낼 생각은 거의 하지 않기에 여기를 영 벗어나지 않는다.
    • 고블린
      꽤나 존재감 있는 몬스터라 아예 주적인 작품까지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 양판소에서는 오크보다 존재감이 적다. 어쨌든 최하위급. 숲이나 길을 가다 몇 놈을 만나 칼로 썰면서 이 지역이 악명과 달리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클리셰의 주 희생자이다.
    • 코볼트
      원래는 날개가 없는 소형 드래곤에 가깝지만, 일본에서 도입된 오역된 설정 때문에 개 머리를 하고 있다. 취급은 고블린의 업그레이드다.
    • 오크
      외형은 워크래프트 시리즈 오크에서 따온 경우가 대부분. 말이 통하지만 언제나 토벌당한다. 간혹 이족보행 돼지 취급되며 가끔가다 진짜로 오크를 도축해서 먹는 작품도 나온다.(예 : 808 포병대대) 무기는 글레이브ㆍ도끼ㆍ둔기ㆍ검ㆍ방패ㆍ폴암ㆍ주술 등등이 있다. 물론 장비 수준은 조악하다. 몬스터들 중에는 그나마 제일 대규모로 몰려다니며 인간을 위협하는 종족이다.
    • 리자드맨
      외형은 이족보행 도마뱀으로 오크의 옆그레이드 취급. 늪이나 수중에서 산다.

    • 외형은 하이에나 머리. 오크 옆그레이드로 현재는 비교적 등장이 드물어졌다.
    • 미노타우로스
      소머리의 거대 몬스터. 굳이 따지면 양판소에서의 취급은 오거와 비슷하며, 던전의 문지기, 몬스터 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무기로는 거대 도끼를 사용한다.
    • 가고일
      본래 가고일은 성당 등 종교건물에 만들었지만[26], D&D 등으로 가고일의 설정이 박쥐 괴물 모양 골렘으로 고정되면서 도시나 마을보다는 던전에서 더 출현한다. 거기다 재질(?)이 돌이라서 제대로 따지자면 맷집이 좋지만, 주인공에게는 예외 없이 칼 한 방에 썰리는 두부살이다.
    • 트롤
      재생력이 좋다. 오거의 하위호환. 간혹 피를 채취해서 포션의 원료로 쓴다.
    • 오우거
      최상위 몬스터. 트롤보다도 훨씬 재생력이 좋다. 하지만 취급은 거대 오크.
    • 슬라임
      JRPG의 영향인지 고블린보다도 약해빠졌다. 유럽 원전에서의 슬라임은 공포의 괴물이지만 한일 양판소에서는 푸딩처럼 칼로도 쉽게 썰려 죽는 잡몹이다. 그나마 변형능력이 있어 권속이나 심지어 히로인(!)으로 활약하기도.
    • 골렘
      일종의 로봇. 흔히 던전이나 유적의 수호자로 나오며 주인공이 마법 능력이 있다면 직접 만들어서 부리기도 한다. 재료는 흙(머드)ㆍ나무(우든)ㆍ바위(스톤)ㆍ강철(아이언)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제법 세지만 결국 주인공한테는 쉽게 개발살 난다. 묵향 다크레이디편에서 유래된 거대로봇물 계열의 작품이면 타고 싸우기도 한다.
    • 와이번
      비룡. 드래곤 하위호환. 약하게나마 나름 브레스를 쓴다. 드레이크, 레서 드래곤과 혼동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가끔 길들여 타고 다닌다. 물론 드래곤이 동료가 되면 버려진다.
    • 언데드
      흑마법사, 주술사, 네크로맨서, 마족, 마왕, 마신이 소환하거나 불러 일으킨다.
      • 좀비 / 구울
        잡어 1.
      • 스켈레톤
        잡어 2.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방패와 검으로 무장하고 뼈여서 좀비보다는 강하다. 기타 무기를 쓰면 따로 칭호가 붙는다.(예: 스켈레톤 아처ㆍ스켈레톤 메이지)
      • 듀라한 / 데스 나이트
        중상위 언데드. 중간보스이다.
      • 흡혈귀
        중상위 언데드. 중간보스급이며 뱀파이어 로드( 진조)는 나름 강력한 보스급.
      • 리치
        사악한 상위 언데드. 원한을 가진 마법사가 원본이다. 성녀가 극상성이다. 생명력을 따로 담아 보관하지만(라이프 베슬),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매번 깨지고 허무하게 소멸한다.
  • 드워프
    짜리몽땅하고 굴강한 술 마시길 좋아하는 광부 대장장이 노인캐가 절대다수로 주인공에게 무기나 만들어 바치는 드래곤의 하위 호환으로 물건셔틀이다. 마력보다는 물리로 때우는 걸 선호하며 보통은 배틀액스같은 양손무기를 다룰 수 있는 힘캐로 나온다. 심하면 노인캐라는 이유로 출연조차 제대로 못 하고, 무기의 강력함을 입증하는 일종의 보증서로서만 나타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이 검은...! 드워프의 명검이잖아! 어떻게 이 귀한걸!" 같은 식. 그러면서도 시중에 풀린 대부분의 드워프제는 그들 기준으로는 실패작이라고 말하면서 오직 주인공에게만은 일족 최고 장인 공방에서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무구를 만들어주는 셔틀인건 덤. 전술했듯 타종족과 관계에서 보통은 엘프와 라이벌이거나 사이가 안 좋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외적인 이유 때문인지 잘생기게 여겨지는 엘프는 남녀불문 자주 등장하지만 키가 작고 못생기게 여겨져 인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드워프 캐릭터들은 남녀불문 영 잘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엘프와는 달리 로리거유 드워프 여자는 드물고 남성 위주로 비중이 적은 개그 캐릭터, 조연으로만 나온다.
  • 마족
    악마가 아니라 대개 마족이라 불린다. 그 때문에 흉측하게 뿔 달리고 박쥐 날개 염소 발굽이 달린 고전적인 괴물급 외형의 몬스터보다는 그냥 뿔/박쥐날개 달린(이마저도 생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청년, 미녀가 우글거리는 우월한 미종족으로 나온다. 수명이 인간의 몇십~몇백 배, 극단적으로는 몇만 년은 되고 성격이 잔혹하며 마법력이 높고 신체 능력이 강인하여 전투력이 높다면 금상첨화. 여성향 양산형 로맨스 소설라면 공략 대상 남정네들은 공자/왕자/황자급 높으신 분들(의 자식)이거나 마족이나 마왕 정도는 되어야 한다. 여성향에서 마족 남자들은 쿨하거나 매우 냉소적이며, 여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성향이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남자 마족은 죽거나 순식간에 존재감이 밀려나고 여자 마족만 남아서 주인공 앞에서는 마족이든 마왕이든 평등하게 성노예일 뿐이다.
  • 신족
    신 역시 종족화되어 분류된다. 마족에 비해선 악의 간지나 파격성이 적어서인지 마족만한 선호도는 없는 모양이다. 지못미. 주로 천사랑 호환. 마족이 그렇듯 이쪽도 대체로 인간 이상의 힘을 지녔다고 묘사되곤 하며, 신의 일족이라는 특성상 대체로 인간보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이미지를 띄고 있다. 이세계물에선 주인공의 아낌없는 물주 후원자이며 여자 신족, 즉 여신은 히로인으로써 하렘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반면 부정적으로 나올 때에는 꼰대거나 음험한 위선자 취급. 한창 반기독교 성향이 심하던 2010년대 초까지 나온 작품들은 극단적으로 인간만 편애하거나(금안의 마법사 등), 아예 생명체들을 세상의 기계 부품 취급하며 기계적 중립이나 악마 저리갈 정도로 냉혹하게 대하거나, 원한을 품고 세계를 갈아엎으려 드는 등 부정적인 묘사가 많다. 간혹 일몽 등의 차원이동물은 주인공 일행이 신의 도움을 받아내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긴 한다.
  • 정령
    4대 정령 속성이 기본 디폴트 국룰. 상중하급 설정은 《 바람의 마도사》를 베낀 듯하다. 불의 정령이 살라만더라면 대체로 도마뱀이다. 정작 4대 정령이란 개념은 파라켈수스가 정리한 중세 유럽의 연금술에서 따왔는데, 연금술에서 샐러맨더는 도룡뇽이 아니라 불도마뱀으로 묘사한다. 흙의 정령은 소인이나 드워프계, 바람의 정령 누드거나 헐벗은 미소녀이다. 특히 바람은 가끔 조그만 요정형으로 나오기나 하지 물 속성은 100% 미소녀다. 게다가 바람의 정령은 늘 바람의 칼날 공격을 쓴다. 주인공이 색골이면 무슨 핑계를 써서라도 4원소 정령 전부가 미소녀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되면 등급이 높아질수록 정령들은 성숙한 외형이 된다. 우리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정령왕을 뽑아내던지, 무지막지한 마력으로 하급 정령을 정령왕만큼 세게 만든다. 그리고 정령은 듣보잡화. 사실 정령은 필요할 때만 부른다는 셔틀적 개념이 강하다 보니 메인 히로인이 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지는 않다.
    • 정령왕
      개념은 《 로도스도 전기》에서 가져온 듯하다. 이고깽이라면 최소 이것과 계약한다. 하급정령이나 중급정령과 계약한다면 멋지다는 평이 없다. 정령왕과 계약했으니 그 휘하의 정령들과는 계약 없이도 잡일을 목적으로 불러내서 부려 먹는다. '무조건 정령 소환은 단계별로' 따위의 설정이 붙어야 하고 하급 정령들은 얼굴이라도 나오면 다행이다.[28] 가끔 그 위의 정령황제, 정령신이 나올 수 있지만 역시 전혀 다를 것 없는 명칭만 아주 킹왕짱인 정령셔틀에 불과하다.

11. 동물


  • 평범한 농촌에서도 존재감이 정말 없긴 하지만 나름 사정은 있다. 지면과 분량이 제한된 양판소에서 쓸데없이 지나가는 똥개 A까지 묘사할 여유는 없다. 병사들이나 부잣집, 귀족 집의 하인들이나 쓴다. 악역들이 경비견을 풀어 주인공을 쫓으면 주인공이 때려잡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묘사가 많다.
  • 고양이
    귀족이나 부잣집 아가씨가 가끔 안고 다니는 애완동물. 개보다도 비중이 작다. 단, 마녀 등의 사역마로는 자주 등장한다.

  • 크게 두 종류이다. 마차 끄는 말과 그냥 타는 말. 군마ㆍ승용마ㆍ작업마 등 용도 구분 따위는 없다. 말은 엄청난 고가의 동물이라 옛부터 마시장이 따로 생겼을 정도지만[29] 어느 마을에 가든 시장에 가기만 하면 손쉽고 싸게 말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난생 처음인데도 별다른 훈련 없이 자유자재로 말을 타며, 심지어 말 탄 지 몇 시간 만에 기마궁술이나 기마검술도 쓴다. 평생을 훈련에 바쳐서야 기마전투능력을 얻는 기사, 맘루크 등의 전사계급이나 태어난 환경으로 말미암아 기마능력을 자연히 습득하게 되는 몽골, 돌궐, 마자르족 중앙~ 북아시아 초원의 유목민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

  • 고기 셔틀 1. 작업용으로 나오는 일은 없다. 가끔 들소 떼로 나와서 야생생활한다.
  • / 염소
    고기 셔틀 3. 양은 털을 뜯거나 깎을 만도 한데 그런 묘사는 없다.

  • 고기 셔틀 4. 동물보다는 그냥 닭고기 요리로 식탁에 올라오는 서술이 대부분이다.
  • 토끼
    제일 만만한 사냥감 2호. 작품 초에 배고파서 주인공이 식사하려고 잡는다.

  • 날짐승 사냥감 2호.
  • 오리
    날짐승 사냥감 3호. 차이점은 주로 물가에 출몰한다는 것뿐이다.
  • 기러기 / 두루미 / 황새
    날짐승 사냥감 4호. 주로 하늘에서 편대를 지어 유유히 날아다니다가 등장인물들의 화살에 맞고 끔살되어 떨어져 등장인물의 뛰어난 활솜씨를 보여주는 표적 셔틀.
  • 박쥐
    주로 동굴, 고성, 던전, 마계 등이나 뱀파이어 소굴에서의 사역마나 배경.
  • 늑대
    맹수 1호. 나오면 무조건 인간을 무리 지어 습격한다. 물론 주인공은 간단히 학살하고 가죽을 뜯어다 팔아치운다. 간혹 어린놈은 길들여서 노예 애견으로 삼는다.

  • 맹수 2호. 역시 주인공에게 간단히 썰린다.
  • 사자 / 호랑이 / 표범 맹수
    맹수 3호. 상상의 동물과 몬스터들이 우글거려서인지 특히 맹수들은 비중이 다들 낮다. 주로 문양으로 나온다. '그 기사단은 사자를 상징으로 삼았다.'라는 식의 묘사가 흔하다. 나와도 주인공에겐 경험치로 쓰러진다.
  • 독수리 / / 부엉이 맹금류
    독수리나 매의 경우는 주인공 일행의 반려동물이자 척후로 나온다. 올빼미, 부엉이는 드물게 사역마/패밀리어로 쓰이든가 그냥 야밤중 숲속에서 울음소리만 나오는 소품 취급.

12. 마법

한국 판타지 경지
<colbgcolor=#f5f5f5,#1f2023> 기사 소드 유저 소드 엑스퍼트 소드마스터 그랜드 소드마스터
마법사 1서클 → N 서클 10서클
정령사 하급 → 중급 → 상급 → 정령왕
  • 서클 마법
    원소에 체계를 두고 나온 마법이다. 99.999%로 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주인공 중에 원소술이 베이스가 아닌 마법사가 없다. 어떤 이는 서클에 자기 나름의 설정을 세우지만, 이야기 초반부만 지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서클 체계에서 마법 활용도가 참으로 극단적인데, 1서클 마법이나 2~3서클 정도까지는 쓰거나 9서클 마법을 쓰든지 한다. 2~8서클 마법은 거의 얼굴이 안 나온다. 있다고 해도 초급 마법을 배운 주인공이 막강한 초고위급 마법을 쓰기 위한 중간과정 취급이다.
  • 10 클래스 마법
    드래곤 라자》의 핸드레이크가 10 클래스 마법 세계 창조를 운운하면서 유명해졌다. 일반적인 양판소 마법의 최종단계로, 위대한 대마법사라도 인간의 한계 때문에 9서클이 끝이지만 주인공은 한계가 없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어느새 10 클래스 대마법사인 상황도 종종 보이고, 가끔 괴이한 양판소에서는 서클 수가 끝없이 올라가 10 서클을 넘는 마법이 나올 때도 있다.
  • 매직 미사일
    주로 기본적인 1서클 마법 기술로 등장한다. 마나를 모아 발사하는 기술. 따로 속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흔히 유도기능이 있다.
  • 파이어 애로우 / 아이스 애로우
    불/얼음 속성 기초 공격 마법. 변형으로 파이어 볼트, 아이스 볼트가 있다. 다른 속성은 몰라도 이 둘은 99% 나온다.
  • 윈드 커터
    바람 속성 마법으로, 바람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적을 베어버리는 카마이타치를 연상시키는 기술로 나온다.
  • 파이어 월
    불길을 길게 만들어 벽을 만드는 기술. 어째 얼음으로 만드는 아이스 월은 등장이 적다.
  • 실드
    방어용으로 둘러치는 중~하위급 마법. 방패라면서 전방위 다 막아내며, 투명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복해서 펼칠 때도 있는데 그래봐야 광역마법이면 박살 난다. 어떤 원소이기에 실드를 만들까 원소술 설정에 신중한 작가는 실드 같은 어떤 원소인지도 파악이 돠지 않은 마법 대신 바람의 방패 같은 것을 집어 넣는다.
  • 플라이
    비행용. 무조건 붕 뜬다. 기온이나 호흡 대책은 필요 없다. 여캐면 필연적인 판치라 문제가 있을 텐데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높이 떠서 그런지 문제를 무시해서인지 이를 지적하는 작품은 없다.
  • 봉인 / 결계
    심심하면 나오는 소재. 적을 막거나 봉인하는 데 쓴다. 특히 세계에 위협이 되는 마왕 등의 흉악한 존재들을 봉쇄하는 데 쓴다. 물론 전개상 이런 결계 봉인들은 99% 깨지고 봉인 대상은 부활한다. 신급의 존재가 걸었거나 아예 신이 전수한 방법 정도면 몰라도, 인간 특히 무녀 같은 특정인의 목숨을 기반으로 하는 결계는 거의 깨진다.
  • 다중 시전
    듀얼캐스트, 트리플캐스트 등. 동시에 마법 여러 개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엄청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유희 중인 드래곤들은 손쉽게 사용한다.
  • 무속성
    이름은 무속성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마법을 다 쓸 수 있는 사기적 만능속성이다. 2000년대 이후로 부쩍 늘어난 마법 속성.

13. 주인공과 주변 인물

  • 부하
    남정네가 절대다수. 처음에 주인공님의 수준을 몰라보고 얕보다 주인공님이 자비로운 손길로 곱게 다지면 굽신거리는 인물들로, 주인공님의 셔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개 주인공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라서 수족이 되는 용병이나 물질적 지원을 하는 귀족이나 상인은 물론이고 드래곤이나 마왕이나 신일 때도 있다. 용병이면 주인공님에게 힘을 받아 부지기수로 세져서 주인공의 무력 기반을 더욱 보강한다. 혼자서 다 해먹일 수 있는 주인공이 왜 부하가 필요하냐면, 주인공님이 드래곤과 신과 마왕을 엉덩이 팡팡할 만큼 세고 높으신 귀족 나리 또한 그렇게 족쳤는데 오크나 트롤 등 천박하고 간지도 안 사는 나약한 것들과 싸우면 멋이 안 나서다.
  • 스승
    주인공에게 스승이나 사부가 존재하면 대부분 폭력으로 가르침을 준다. 체계적인 수련보다는 일단 맞고 시작하자.는 심리인데, 열심히 때리면 맷집도 늘어나고 맞기 싫어서 피하려고 머릴 굴리면 자연스레 회피 능력도 늘어난다는 취지. 개중에는 때리면서 혈을 타통해 주는 일도 있다. 그리고 기초만 몸에 익으면 실전훈련이랍시고 마계니 이계니 하는 일반인은 듣기만 해도 바지를 지릴 사지에 떨어트린다. 이런 고생을 한 주인공은 귀족 출신인 기사를 두고 온실 속의 꽃이네! 실전이 없었으니 약하네! 뭐네 하지만 이건 그냥 주인공이 무골에 재능충이어서 살아남고 강해진 거다. 이런 방식으로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은 정석대로 노력하면 몇 배는 빨리 강해질 수 있고, 여럿이서 훈련했다면 주인공만은 못해도 살아남아 함께 강해질 동료가 생겼을 것이다.

    단 맞으면서 배운다는 것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것이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무리 기량이 좋다고 하더라도 매번 때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으로부터 타격을 받을 때 느껴질 고통을 견뎌낼 정도의 정신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정신력을 얻을 유일한 방법은 직접 맞아보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훈련을 통해 고통에 익숙해질 수 있고, 그 가운데서 타격을 흘리거나 조금 덜 아프게 맞는 요령을 기를 수 있으므로 무술. 아니 최소한 격투기에 있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조악하게나마 묘사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현대 복싱을 훈련할 때 고통에 익숙해지려고 스파링을 하니 양판소 내의 이런 묘사가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리고 사지에 떨어트리고 살아남게 하는 훈련 자체도 현실의 몇몇 특수부대들이 애용하는 훈련 방법이다. 물론 양판소랑 달리 특수부대들은 대부분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목표 달성을 하려 하므로 사지에 떨어트리는 것은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시키는 훈련이다. 양판소처럼 보는 족족 적을 모두 죽이며 살아남게 시키진 않는다.

    그런데도 이러한 묘사가 비판받는 이유는 비현실적이라 그렇다. 이러한 훈련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기술의 교습과 충분한 휴식 및 영양 보충이 병행되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양판소에 묘사된 것처럼 기본이고 기초고 아무것도 안 알려준 채 시작부터 못 피하면 어디 하나 부러지는 수준으로 매번 사경을 헤맬 레벨로 단련하다간 강해지기는커녕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 봤다면 이런 묘사는 못 한다.

    체력을 기르고 하체를 단련하는 방법은 무조건 달리기와 기마자세만 죽어라 시키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류 작품에선 호흡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호흡법만 열심히 하면 이렇게 수년간 수련해도 골병드는 법이 없다. 사실 체력을 기르고 하체를 단련하는 데는 이 둘만 한 것이 없으니 의도치 않게 고증한 것이긴 하다. 혹은 중세 기사들이 어떻게 단련했는가에 대한 자료를 보면 달리기 이외에도 무거운 돌 들어 올리기, 봉 싸움, 무딘 칼과 방패를 갖추고 대련하기, 다른 수련생들과의 레슬링 등등. 무거운 갑주를 두르고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했다. 문제는 회복기에 대한 묘사는 단 1%도 없고, 이거 말고 다른 걸 안 시킨다는 거다.

    기마자세 중 상체가 쉬는 게 낭비라고 집중력을 기르고 검술을 수련하기 위해 검을 겨누고 있거나 휘두르기를 반복시킨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가르침을 받은 주인공도 당연히 타인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부하에게 1 대 1 수련을 시키는 게 개그 요소가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부하는 독기가 생기며 이후 전개에서 독기 만능주의를 보여준다. 어떤 명령을 내리든 그냥 할래? 훈련받을래 하면 군말 없이 따르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고통을 받아도 강해지게 해줬다는 이유로 주인공에게 절대 충성한다. 이런 훈련을 받으면 그야말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절대 구타당하고 앙심 품고 오밤중에 목따는 일은 없다.
  • 왜곡된 성적 판타지
    대표적으로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출산 등의 섹스 판타지.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작가가 넣곤 하는데, 이는 메이파, 알테어 엔시스처럼 되려 작품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황제나 귀족처럼 높으신 분들은 왜 그리 본인 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권력으로 저항을 찍어누르고 여자를 강간하고 임신시키는데, 이런 성폭력 가해자가 악역도 아니고 선역(특히 주인공)임에도 별 생각 없이 저지르는 게 문제다. 성폭행은 누가 봐도 극악한 범죄이지만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독자가 자칫 높은 권력이나 애정관에 부적절한 환상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주인공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는 갑자기 조교되는데, 그야말로 성노예가 되어 주인공에게 안아 달라고 매일같이 조르고 성욕에 스스로 불타올라 주인공의 아기를 낳기를 원한다. 심하면 처녀비치 노출 치녀 콘셉트가 된다. 물론 남자 파트너는 작가가 네토라레 보이즈 러브 취향이면 모를까 무조건 주인공이다. 뭘 요구하든 거절하지 않으니 주인공도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이는 무협도 마찬가지라서 색협지 클리셰로 춘약을 맞게 해놓고 '성관계를 맺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식의 억지 당위성을 붙여 미화된 성폭력신을 넣는 것이 있다. 아예 야설로 내놔서 대놓고 묘사가 마구 나오는 게 어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양판소이므로 이런 묘사도 처참한 필력 때문에 매우 조악하다.
  • 하렘과 전 종족 / 계급을 망라하는 성노예
    사실상 양판소 작가와 독자의 주목적인 대리만족을 위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늘 주인공바라기 여자들이 있다. 주인공은 심심하면 이성들과 노닥거리든가, 아예 여럿이 데리고 침대 위에 데리고 올라와 질펀하게 놀기를 즐긴다. 또한 히로인이 남을 좋아해서는 절대 안 되고, 주인공이 주위 이성에게 반드시 플래그를 꽂아야 한다. 귀족 아가씨는 기본이며 왕족이나 황족, 엘프, 드래곤, 마족, 여신 정도는 히로인으로서 배스킨라빈스마냥 여러 모에 속성대로 하나씩은 나와야 한다. 현대물에도 아이돌ㆍ연예인ㆍ배우ㆍ슈퍼모델 등으로 직업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

    정력과 힘이 센 주인공은 별별 핑계를 다 써서 온갖 종족을 다 육노예로 만든다. 기본적으로 하렘 구성원은 모든 종족과 계급을 망라하지만, 후반부일수록 노예 대부분은 귀족이나 족장, 심지어 여왕이나 여황제 따위가 주류다. 가끔은 "밖에선 여황제. 하지만 내 앞에선 단순한 트로피 히로인 섹돌일 뿐이지." 같은 에로 동인지, 상업지처럼 자극적인 전개도 있다.

    더구나 여기 나오는 노예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안 하며 편하게 살려는 기둥서방같은 작가의 욕망을 담았는지, 기본으로 유능하고 아예 처음부터 대다수가 갑부나 명문가의 영애에 심지어는 유력가 핵심 인물이며 각 분야에서 한둘 정도는 세계 일류이다. 고서클 마법을 손쉽게 다룬다든가, 소드마스터급 여기사라든가, 고위 귀족의 딸인데 아버지가 딸바보라 말만 해도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든가, 여자 상단주로서 돈을 굴려 대륙 굴지의 거부라든가 등등. 현대물에서도 '국내 굴지의 재벌가 영애'라든가 '몇 년간 슈퍼스타로 연예계에서 대성공한 가수라든가 본질적으로는 같다. 몇몇은 그냥 하렘에 얹혀살지만, 그 경우 '악덕 고리대업에 시달린 빈민 출신이라 아무것도 없다.'라든가 '온갖 욕을 보면서 죽어가다가 간신히 구출돼서 건강을 회복한 게 기적이다.'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가끔 독요리 캐릭터가 개그성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반드시 뒷수습할 인물을 둬서 주인공이 어디서든 편하게 놀고먹는 데 일조한다.

    여기에 히로인끼리는 절대 다투지 않는다. 히로인끼리 머리채 잡고 치정 싸움을 하면 주인공의 하렘 확장에 크나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점욕이 있는, 즉 넌(주인공) 영원히 나랑만 함께 있어야 한다는 히로인은 너는 내 정처니 괜찮다는 식으로 어떻게든 주인공이 설득해서 하렘 확장을 용납받고, 하렘에 신규인원이 들어오면 웬만한 기존구성원들은 질투하고 경계하기는커녕 환대한다. 가끔 하렘 진입 이전, 엘프/다크엘프같이 태생적으로 적대적인 이종족이어서라든가, 가문 간 불화라든가 적대국 출신이란 이유로 사이가 안 좋은 사례가 나오지만, 주인공보다 우선순위가 밀리므로 결국 그런 개인감정 따위는 묻어버리고 도리어 절친이 된다.

    왜냐하면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너무 사이가 안 좋으면 보다 못한 주인공이 작정하고 사이가 안 좋은 히로인들만 추려서 침대 위로 올라간다. 그러면 자연스레 친해지고 여럿이 하는 잠자리에 거부감이 없어진다.[30] 사실 히로인과의 캣파이트가 나오지 않거나 혹은 코믹하게 다뤄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렘물 장르 특성상 독자들이 보고 싶은 건 다양한 부류의 여캐를 항유하는 대리만족이지 치정극은 따로 다뤄야 하는 장르고 이 쪽도 잘못 다루면 막장 꼴 나기 쉽다. 이 위화감은 장르적 한계성으로 보아야 하는 영역.
  • 주인공 = 먼치킨
    세계관의 균형이 도저히 맞지 않을 정도로 주인공이 강하거나 똑똑하다. 국내에서 양판소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크나큰 계기가 된 요소. 요즘 판무 라이트 노벨의 배틀물에선 주인공이 초반, 아예 처음부터 먼치킨인 설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옛날이라도 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증가했다. 시험 스트레스와 사회문제 등으로 피곤함에 시달리는 청소년 청장년들이 시련이나 고생과 같은 구르는 주인공보단 어떤 일이든 단번에 해결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우월한 주인공을 바라기 때문에 이런 듯하다. 양판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는 기연으로 별다른 문제 없이 강해지는 것이다. 심해지면 아예 이유 자체의 설명이 없다. 뚝 이계에 떨어졌는데 이미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쓴다든가, 8~12살 초등학생 나이로 자라니까 마법을 자유자재로 배우지도 않고 쓴다든가, 도대체 이유는 모르겠는데 엄청난 속도와 괴력을 자랑하고 트롤급 회복력으로 남들은 즉사할 치명상도 며칠 만에 완치한다든가. 가끔 주인공이 열등생 낙제생 아웃사이더 루저 등의 최약자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절대 무적에 불패 무패이므로 의미가 전혀 없다.
    • 메리 수
      원래는 팬픽 용어였지만 비단 팬픽만이 아니라 원작에서는 등장하는 주인공이 작가의 편애로 온갖 버프를 받고 날뛰어 작품 전체를 말아먹는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캐릭터라기보다는 창작자/독자의 욕구를 대리하는 도구의 역할에 더욱 가깝다.
    • 주인공의 우월한 마나
      주인공이 무협이나 현대에서 판타지로 건너온 경우, 단전호흡 같은 걸 알아서 판타지 세계의 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마나 사용량을 보여준다. 분명 현대에서 건너온 사람인데, 수능 공부 중 익혔다거나 산속의 도사한테 배워서 안다고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의 마법사들은 주인공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주인공은 그 계략을 간파하고 부수거나 열화한 비결을 가르쳐 주면서 자신만 아는 이 단순한 비결을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알려준다. 사실 과거 무술들의 "문파의 비법"이라는 것 중에 이런 것들이 꽤 있긴 했고, 현대의 각종 과학기술이나 제조법 등에도 알고 보면 간단한데 기밀로 봉인하고 묻어버리는 경우가 꽤 있어서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양판소에선 대부분 마법이건 무공이건 간에 단전호흡이나 복식호흡 중 하나로만 때워버리기 때문에 문제다.
  • 폭력
    주인공에게 만능인 방법. 주인공이 먼치킨에 오르면서 머리로 상대방을 이기기보다는 문제해결이 더 빨라 많이 쓴다. 심지어는 "난 가족들과 함께 편안히 사는 게 목적이다"라며 티 안 내고, 무난하게 살겠다고 천명해 놓고도 일만 생겼다 하면 돈이나 인맥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폭력을 쓴다. 적대적인 캐릭을 부하로 만들 때도 일단 맞고 시작하며, 그들의 신분이나 과거가 어떻든 끝내 이것에 참교육당하고 굴종하니 독자에게 말초적인 쾌감을 주려고 자주 나온다. 주인공이 휘두르는 폭력을 만난 인물들은 모두 상기한 부하처럼 몸종 신세다. 근골착근이 주 전공이다. 이걸로 부하를 만들 때, 툭하면 얼굴이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혹을 만들어준다. 군대물이면 얼차려로 나올 때도 있다. 이처럼 폭력을 자주 묘사하면서도 폭력의 피해자들은 무조건 주인공에게 굴종할 뿐이다. 결코 피해자들이 주인공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못 참아서 배신하거나, 잠든 사이에 목을 따버리는 전개는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판소의 주인공들은 진리이고 절대적인 섭리이기 때문이다.
  • 외모와 신체
    만약 남자주인공이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키가 작거나 못생겼거나 뚱뚱하다면, 초반을 지나기 전에 환골탈태 등을 통해 반드시 키크고 잘생기고 마른 외모로 바뀐다. 사실, 외모가 바뀌는 일을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비중 있게 묘사해 독자들의 대리만족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전부 주인공의 잘생기게 바뀐 외모에 주목하며 눈에 띄게 칭찬한다. 비슷한 것으로, 주인공의 장애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때에 따라 불편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나마 대여점 양판소 시대를 지나 주인공이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면서 조금은 주인공 외모가 평범해지거나 다양해지는 케이스도 생겼다. 대부분 연예계물 중 주인공이 작가나 기획사 사장, PD 등이거나 스포츠물일 경우에는 딱히 외모가 최고일 필요가 없어서 가끔 쓰인다. 하지만 그래봤자 얼굴, 키, 피지컬이 무조건 평균 이상은 되며, 아무리 못해도 훈남은 된다. 남주가 못생긴 경우는 아예 없고 평범도 거의 없는 수준.

14. 묘사

  • 도량형 설정의 조악함
    대다수 양판소에서 비슷하다. '트롤의 키는 거의 7위키에 이르렀다.', '1위키는 1m와 같다.' 이따위 묘사로 그 세계관만의 독창적인 단위를 쓰려고 하지만, 결국은 모두 지구(현실)의 단위, 특히 미터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실에 공존하는 야드파운드법 SI 단위도 정확한 치환이 어려운데. 그나마도 꾸준히 지키면 모를까, 초반에만 이러고 나중에 알아서 '미터법'을 쓴다. 자신들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작가들의 수준 낮은 필력으론 도저히 못 해서 벌어지는 현상인 듯하다. 차라리 아예 처음부터 스틸 볼 런이나 눈마새처럼 읽기 쉽도록 현실의 단위를 쓰겠다고 미리 정해놓았다면 모를까.

    하지만 알아둘 게 고유의 단위를 쓴다면 작품에 사실성은 부여되지만, 독자에겐 바로 와닿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단위를 쓴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문제는 없다. 양판소는 어설프게 고유의 단위를 쓰겠다고 해놓고 현실의 단위랑 똑같아서 의미가 없거나 혼용해버리니 문제다.

    자매품으로 '1골드는 평민 4인 가족의 XX 개월 생활비'인 대목이 모든 양판소에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생활비 묘사는 《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영향으로, 숙련된 노동자의 하루 일당이나 여관의 1일 숙박비처럼 통화의 가치와 물가를 현대에 대비시켜 설명하려고 일상에 비유한 다양한 사례가 룰북에 나오는데 양판소는 이 부분을 베껴 쓴 것이다. 룰북에서는 지역별, 직업별, 기혼/미혼, 부양가족 여부 등 다양한 경우를 소개하며 4인 가족도 그런 예시들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무조건 1골드는 100실버, 1실버는 100쿠퍼라는 어느 차원 어느 행성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가도 무조건 통용되는 우주 공통 환율도 있다. 여기서 동에 해당하는 copper는 카퍼나 코퍼라고 읽지 쿠퍼라고는 읽지 않는다. 쿠퍼라면 cupper나 cooper여야 할 것이다. 어디서부터인지 유행하기 시작한 지 모를 기묘한 발음이다.

    그러나 사실 중세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현대 사회의 금전 개념을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사회의 생산 능력과 유통 능력부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집 앞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 하나에 천 원이지만 과연 중세시대에 설탕과 감미료, 우유가 듬뿍 들어가고 냉동유통이 필요한 음식을 한여름에 돈을 얼마나 주고 구할 수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이런 기준은 대다수의 생필품에 적용된다. 이런 난관이 있기에 그나마 양판소 클리셰 중 중에서도 작가의 사정을 감안해줄만한 몇 안 되는 부분.
  • 뜻 없는 옛말 쓰기
    고전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서 '아해(아이)'와 '하릴없다(어쩔 수 없다)'라는 양념처럼 들어간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밖의 다른 옛말은 안 쓴다. 치밀한 고증으로 작품 전체적으로 옛 분위기를 낸다면 모르겠지만 그러면 양판소가 아니다. 문체에서 인물의 말투까지 다 현대적인데, 저 두 개가 제일 익숙한 옛말이니 아무렇게나 남용한다. 게다가 '하릴없다'를 '할 일없다'의 뜻으로 자주 잘못 쓴다. '하릴없다'라는 차라리 '하염없다'에 가깝다.
  • 빈약한 설정 및 몰상식함
    영지물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 예를 들면 최전방의 병사 20만 명이 6개월간 쓸 음식과 무기, 자재들을 고작 수레 500대에 싣고 다니는 절경이 등장한다. 15세기 독일의 기록에 따르면 보병 1만 2천 명이 2주에서 4주 동안 쓸 물자를 나를 때 650대, 기병 3천 명은 수레 3백 대를 썼다. 제대로 계산하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짐수레 약 8만 8천 대를 굴려야 한다.

    종이가 귀해 책이 엄청 비싸서 평민은 보기도 힘들고 양피지를 사용한다면서 영주가 되면 종일 책상을 산더미처럼 덮은 서류에 파묻혀 산다. 그것도 행정체계가 미비한 중세에. 양피지는 가죽으로 만들고, 보통 양피지로 책 하나를 제본하면 양떼 하나가 소모되는데[31] 그만큼 양피지를 적극적으로 쓴다면 고기도 무지막지하게 나올 테고, 중세 기술 수준이면 딱히 보존할 방법도 없으니 양피지의 부산물(?)인 고기를 풀어서 평민들을 배불리 먹일 만도 한데 정작 백성들은 고기를 못 보고 배만 곯는다. 딱히 종이든 파피루스든 대체재가 있다는 묘사도 없다.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개념 자체가 없어서 흉년이 들면 귀족은 곡식을 창고에 모아놓고 평민들이 굶든 말든 곡식이 팔리지 않으면 썩어버릴 때까지 무조건 버틴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틀렸다. 한쪽에선 식량이 넘쳐나지만 다른 한쪽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현대의 식량 자원 분배 문제와는 다르게, 중세시대의 흉년과 기근에 사람들이 굶어 죽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정말로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주의 주 수입원은 영지에서 나오는 생산물이고 영지민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세금도 줄어든다. 세금까지 안가도 당장 먹을 게 없어서 오늘내일 굶어 죽을 지경이면 농노들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영주랑 한 판 붙는다. 이러면 이기든 지든 영주는 손해다. 농노들과 싸워 지면 당연히 권력기반이 날아가고 재수 없으면 죽으며, 이겨도 영주의 수입원은 농노이기 때문에 사상자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민심 악화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본다. 따라서 영주가 아무리 평시에 최대한 쥐어짤지언정 이런 비상 상황에는 겉으로나마 영지민들을 돌봐줘야 한다.

    또한 물건은 돈만 있다고 구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그 물건이 시장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초의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물건이나 주문 판매가 아닌 한, 기존에 그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물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야, 그 사람이 물건을 계속 생산해 물건이 시장에 계속 있을 수 있다. 어떤 물건은 함부로 팔지 않고 특정 루트를 거쳐서 기존에 형성한 인맥을 거쳐서만 파는데, 인맥의 형성에는 돈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신뢰가 중요하다.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돈을 내놓는다고 연결해주고 팔지 않는다.
  • 여행이 제일 쉬웠어요
    대부분 주인공 일행이 여행에서 많은 난관을 겪지만, 여행 자체는 아주 쉽게 묘사되며 숲을 자기 집 안방이나 가까운 공원처럼 드나든다. 심지어 오지 탐험조차 사막과 산맥을 술술 넘는 것은 예사고, 배고프면 잠시 일행을 벗어나서 먹을 것을 잘도 사냥해오며, 마왕이나 드래곤을 때려잡든 간에 나가는 장거리 원정에서 제대로 된 지도도 없고, 도로망도 없는 곳을 지나다니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법이 없다. 그러나 진짜 숲, 산맥, 사막, 정글 등 지형은 극한지역이다. 부싯돌 없이 불피우는 법도 몇 시간씩 공들이는 막노동이고, 비상식량을 아무리 잘 쟁여가도 금방 바닥난다. 길 찾기는 특히 고난도 기술이라 19세기까지도 많은 유럽 탐험가들은 원주민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20세기에도 원주민의 생존법을 벤치마킹한 일행은 무사히 귀환했지만 고집부리고 유럽식으로 탐사한 일행은 모두 사망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했다. 빽빽하고 어두운 숲에서는 맹수가 도사리고, 사막에선 고온과 물 부족이 괴롭히며, 정글에서는 찌는 듯한 덥고 습한 날씨와 독으로 무장한 동식물이 기다린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혹한 지대는 말할 것도 없다. 고산지대라면 극심한 일교차와 고산병이 여행자를 환영해준다. 초원은 괜찮을 것 같다고? 천만에. 적대적인 유목민들이나 늑대 등 맹수가 뜨겁게 환영할 것이며, 초원의 일교차도 다른 지형 못지않게 혹독하다. 심지어 오늘날의 현대 첨단 기술력을 갖고도 산지에서 조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조난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재수없으면 목숨까지 잃는다.

    현대도 이럴진대, 당연히 전근대적 기술환경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촌락이나 도시 외에는 인간의 권능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지역이며, 인간의 활동 영역은 철저하게 도로망, 교통망 주변으로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우리는 삼국지 게임을 하면서 위나라, 촉한, 오나라의 영역을 빨강 초록 파랑 색깔에 맞춘 "(面)"으로 파악하지만, 전근대에서 영토와 행정구역은 면이 아니라 (點)과 (線)을 따른다. 주요 거점, 마을, 도시들이 "점"이고, 그 점 사이를 잇는 도로와 교통망은 "선"이며, 그 점과 선을 뺀 나머지 영역은 모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다. 그런 야생지대를 농담 따먹기 하면서 술술 지나가는 일행은 대체 얼마나 먼치킨인지.

    반례로 반지의 제왕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초반에는 샤이어 바로 옆 마을인 브리까지 가는데도 주인공 일행은 며칠 동안 적대적인 나무괴물에게 죽을 뻔하거나 길을 잘못 들어 고분 유령에게 홀리는 등 생고생을 한다. 이후 브리에서 야생 생활에 도가 튼 순찰자 순찰자를 영입하고도 늪지의 각다귀 떼에 시달리거나 식량이 모자라 절약하며 길을 걷는 등 야생을 여행하며 겪는 고난은 끊임없이 묘사된다. 계속해서 주인공을 위협해오는 나즈굴의 위험은 덤. 원정대가 갈라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모르도르로 걸어가는 프로도을 통해 여행의 고난 묘사는 계속된다. 길을 못 찾고 헤매다 언제든 배신할 위험성이 있는 골룸을 어쩔 수 없이 길잡이로 영입하고[32] 파라미르의 지원을 받거나 야생에서 먹을 것을 구해도 언제나 식량 문제에 시달린다. 식량으로 최고의 효율을 가진 렘바스 빵을 챙겨가지 않았다면 식량 문제는 더 심각했을 것이다.[33] 게다가 나즈굴을 위시로 한 사우론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쉴로브 등의 위험한 괴물도 계속 여정을 위협하는 등 장거리 원정의 위험도 제대로 묘사하였다. 반지의 제왕이 딱히 현실적 묘사에 집중하는 소설도 아니고 오히려 고전 설화스러운 분위기를 가지는데도 이렇다.
  • 전쟁
    양판소의 모순과 오류,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집약한 총체적 난국. 반지의 제왕》이나 《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들에 등장하는 전쟁들과는 다르게 무의미할 만큼 빈발하고 규모도 어처구니없이 크다. 1990년대 양판소에서는 선전포고라도 했지만, 최근 나오는 양판소는 선전포고조차 생략해 버려 대체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절대다수이다. "쟤들은 우리의 숙적이니 이 기회에 조져버리자" 정도로 나오면 양반이고 심지어는 잘 살 만 해지면 깨부수러 온다.고 보일 정도로 아무 인과 관계없이 발생하기도 하며, 패배자가 승리자주인공에게 보상을 치르거나 통째로 먹히는 사이다 부분만 나오고 그 외의 정치적 상황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게 끝난다. 심지어 이유라곤 결론적으로 "너희 땅이 탐나니 쳐들어간다." 밖에 없는데 이 전쟁을 개시하기 위해 소설 1권을 때우는 경우도 있다. 개전 초기의 정보전이나 심리전 같은 묘사는 없다시피 하고, 만약 있다고 해도 주인공 띄워주기 내지는 분량 채우기의 용도로 쓰인다. 대부분은 ' 개전= 총력전'의 개념을 갖고 전쟁을 시작하며, 축차투입을 통한 전선 유지나 포위망 형성 같은 전략적인 요소는 거의 안 나온다. 기습하는 장면마저도 주인공 띄워주기 용도이며, 이때 주인공은 항상 불가능한 강습에 도전하고, 도전하기 전에 주변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잠시 과거를 회상하다가 결연하게 기습을 주도한다. 또한 전쟁을 끝냄과 동시에 소설을 완결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필수적으로 등장해서 전쟁을 마무리하거나 혹은 그러려고 한다면 그 소설은 완결이 코앞이라 보는 게 좋다. 물론 그 이후 결말도 "주인공은 적국으로부터 받은 보상으로 하렘 생활을 누리며 평온하게 살았습니다. 정도. 정작 이고깽/차원이동물인데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 허술한 전투
    주인공은 당연히 답이 안 나오는 절대 무적이고, 전투 중에 다치거나 죽는 일이 거의 없다. 설령 다쳐도 괜찮아 아프지 않아 수준이고 상처의 묘사도 없다. 팔을 다치면 검을 못 휘두르고 다리를 다치면 움직이기 힘들어진다는 정말 당연한 사실을 표현 못하거나 모른다. 그냥 게임 캐릭터의 체력이 떨어진 정도의 묘사다. 기껏해야 과다출혈로 눈앞이 흐려진다는 묘사가 끝. 그나마 과다출혈도 없이 정신력으로 버텨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는 설명이 대부분이다. 주변에 흘린 피의 양을 보면 과다출혈 정도가 아니라 피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리적으로 나올 수 없는 양의 피바다가 펼쳐지지만,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의 동료라면 대체로 생존 플래그 예약. 개인 사정으로 주인공 일행을 떠날 때는 있지만 죽어서 사라지는 일이 비교적 드물다. 특히 여캐나 히로인은 죽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성적으로 자극적인 묘사는 많으면서 잔혹하고 폭력적인 묘사는 아주 드물거나 쓸데없이 많다. 작가마다 극과 극을 달려서 중간이 없다. 어느 작가는 전투마다 뇌수가 터지고 내장이 뽑혀 나와 고어물을 찍는데, 어느 작가는 피도 안 흘리고 그저 쿵 하며 쓰러져 끝이다. 왠지 모르게 수만의 목을 베고 수백만의 시체를 쌓았다는 고전 소설들 식의 단순한 전투 묘사와 일맥상통한다.

    사실은 마감 시간에 쫓겨서 빨리 써야 하거나, 전투 장면을 표현할 줄 모른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2000년대 중후반엔 주인공이 속한 부대가 매복, 야습, 적의 보급부대를 털어서 배를 곯게 된 적군을 총공격으로 짓밟거나 후퇴하는걸 추격전으로 쓸어버리는 등 주인공이 속한 군대가 이기는 방법은 전략 전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단순한 전개가 대다수였던 적도 많다. 그냥 짱쎈 주인공이 일인군단 독야청청 무쌍을 찍어서 이겼다는 거에 비하면 그나마 낫지만, 너무 많이 쓰였던 게 문제다.

14.1. 인물

  • 저렴한 대사
    '아무개는 놀랐다.' 식으로 쓰면 양반이고 "헉!", "헐!"이라고 거지같이 허접한 대사를 적는다. 심하면 이것도 분량 늘리기로 써먹는데, 예를 들어 사람 셋이 놀라면 드라군 놀이처럼 1명당 1줄씩 "헉!", "핫!", "큭!"을 외쳐댄다. 인물의 지위나 연령대를 고려하지 않는지 따지고 보면 별 해괴한 말투나 어휘가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 신이나 악마이란 것들이 인간 주인공의 언동에 불쾌할 때 "어디서 인간 따위가 감히!" 식의 대사를 한다. 공격당해 죽는 캐릭터의 경우엔 대게 "크아악" "커헉"이 많이 쓰인다. 모 작품에선 대규모 전투에서 많은 사람이 죽는 장면의 효과음으로 "크악크악크악크악"이라고 쓴 적도 있었다.
  • 천편일률적인 웃음소리
    웃음소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웃음소리를 정한 듯하다. 인물의 신분계급과 정체성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 심지어 소설 내의 인물이 웃음소리를 듣고 상대가 누구인지 맞히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 모든 여자의 경우 어떤 성격이건 상황이건 호호호라는 웃음소리는 그대로다. 남자는 그나마 인물마다 다르기라도 하지, 여자는 누구든 똑같다. 따라서 남자가 여럿이 웃으면 그래도 여러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여자가 여럿이 웃으면 온통 호호호 만으로 가득 찬다. 상대를 비웃건 웃기건 비참하건 기타 어떤 상황이건 변하지 않는다. 분명 호호호라고 하면 어색한데도, 정말 자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웃을까 생각도 안 하고 기계적으로 써놓는다. 기껏해야 여왕님 속성인 인물이 "오호호호"라고 앞에 한 글자 덧붙인 것 말고는 어떤 변화도 없다. 정말 가끔 할머니들이 클클클거리긴 한다. 할머니도 호호호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 변함이 없는 정신연령
    환생물이나 타임 워프물이면 분명 주인공의 정신은 청년에서부터 아저씨에 할아버지 노고수인데 말투는 중2병 걸린 꼬맹이다. 정신연령도 함께 어려지는 건 덤. 신은 어디 동네의 중2병 환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며 유리멘탈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한번 놀리면 "지금까지 신으로 살아온 세월 중 너 만큼 건방진 놈은 없었다." 하는 뻔한 대사를 하며 주인공을 공격하지만, 주인공에게 처참히 발리거나 이기더라도 우유부단해서 절대 주인공을 죽이지 않아 주인공이 복수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신으로서의 위엄 넘치는 행동이나 자비로운 결정, 자칭 전지전능한 통찰력, 포스, 카리스마 등은 나름대로 쓸려고는 하지만 처참한 필력으로 기껏해야 중2병으로, 가끔은 진화해서 클리셰를 깨본다고 쓰지만 결국 고2병일 뿐이다.
  • 너무 경박한 신
    신이 인간이랑 다를 바 없이 너무나도 가볍다. 양판소의 신들은 별 위엄도 없이 사람하고 성격과 모습이 너무나 비슷하다. 심지어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초능력을 가졌을 뿐인데 그걸 권능이라 하고 신이라고 불리는 일도 있다. 대다수가 아는 신화에서 신들이 인간적으로 묘사되긴 한다. 신적 인간이나 다름없는 그리스 신화 인도 신화 등에서부터 전지전능한 야훼까지 인간들처럼 질투하거나 사랑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아예 신이지만 죽기까지 한다. 심지어 신인동형론이라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이런 신들의 인간 같은 모습에도 비판이 있거늘, 별자리를 조종하고, 산을 들어 올리며,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고, 세계를 창조하며, 죽은 자를 살리는 등의 위엄을 보이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쓰라는 것. 양판소 신들을 이런 식으로 까면 "원래 신화는 다 그런데요?"라는 대답이 십중팔구 달리는데, 그건 대개 신화들이 고대부터 여러 사람을 거치며 설화나 전설 등이 쌓이고 쌓여 어느 시점에선가 그 시대 그 시점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성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요즘 세상에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신화랍시고 만들어봐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는 것. 설화나 전설 느낌의 신화를 쓰고 싶다면 설화나 전설이라고 볼 만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라도 잘 구성해야 하는데 양판소는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실마릴리온에서 멜코르뿐만이 아니라 다른 발라들까지 인간처럼 행동하고 제멋대로 구는 성격이었다면 지금 같은 명작소리는 못 들었을 테니까.
  • 초법적ㆍ초국가적 흑막 조직
    창작물에서는 초법적-초국가적 조직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게 나오면 대개 현실의 골치 아픈 굴레(규율ㆍ견제ㆍ상식 등)를 적당히 무시할 수 있으므로 창작자에겐 아주 편하다. 주인공이 이 조직의 수장이거나 중요 구성원일 경우, 양판소나 중2병이 심한 창작물에서는 정도가 좀 심해서 깡그리 무시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영지물의 효시 《 지크》의 주인공이 굴리는 상회. 대륙 전체가 기근으로 허덕일 때 밀을 싼값에 공급하여 온 국가들의 목숨줄을 틀어쥐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 눈치만 보게 된다. 어느 정도 법과 체계가 갖춰진 현대에도 전염병 같은 위급상황에선 특허 같은 거 다 씹고 복제약을 생산하는데 국고 비었다고 툭하면 상인들 두들겨패서 돈 뜯는 게 예사인 중세에[34] 대륙 전체의 대기근이 벌어진 상황에서 식량을 독점한다? 아마 전 국가들의 다구리 양상을 띨 텐데, 소속 인원들만으로 여러 국가의 도전을 막아내는 집단이라면 아예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차라리 세계 정상들의 비밀모임 같은 음모론이라면 모를까 돈 몇 푼 벌고 권한 좀 뜯어낸다고 독점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의 강자들의 절반 이상이 은거기인이나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놀이에 맛 들이지 않는 한 그냥 나라를 세우던 기존 국가를 장악하든 해서 군대와 함께 세계정복에 나서는 게 개연성이 더 있을 것이다.

15. 전개

  • 눈은 마음의 창
    주인공에겐 자신의 요청이 거절당할 염려가 없다. 주인공이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동안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 사람 보는 눈을 길러왔기 때문에 한번 쓱 보면 상대가 어느 정도 인물인지 견적이 나온다. 물론 주인공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인공이 보잘것없어 보여도 도와주고 싶어 안달이 나서 제발 돕게 해달라고 매달린다. 당연히 수하들은 뭘 보고 저런 사람을 도왔냐고 매우 합당한 질문을 하겠지만 너희는 아직 멀었다 개소리 한마디 해주면 수그러든다. 눈은 마음의 창이기 때문에 눈싸움 좀 하면 자동으로 사이코메트리가 발동된다. 가끔 예지도 함께 발동된다. 주로 주인공이 상인에게 돈 좀 달라고 할 때 쓰는데, 상인한테 나중에 주인공이 세계정복하면 투자한 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어서 손해가 아니라고 설득한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황제가 되면 다른 상인들을 찍어누르고 불공정거래와 부당이익, 담합, 독점권 등을 인정해달라는 말이다. 물론 별로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주인공이 나쁜 짓 하는 걸 보여줄 수 없기에 정복이 끝난 후 몇 년 뒤 하는 식으로 넘기고 대륙 제일 상회의 주인이 된 모습만 보인다. 비슷한 버전으로 주술사를 만났는데 주술사가 모시고 있는 신이 사실 주인공은 엄청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서 부족이 충성을 맹세하거나, 점쟁이가 점을 봤는데 위대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거나, 반대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위대한 점쟁이마저 알 수 없는 운명이 있다고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 관상 만능주의
    상대의 얼굴만 보면 성격을 다 알아본다. 입술이 얇거나 얼굴이 말랐으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거나 입술을 꽉 다물면 고집스럽고 얼굴이 넓거나 가늘고 찢어진 눈매는 욕심이 많고 눈이 작으면 속을 알 수 없다. 등등 딱히 근거는 없지만, 주인공의 느낌은 틀리지 않는다. 주인공의 편이 성격 위주로 뽑아도 예쁘고 잘생긴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외모도 주인공의 편이면 묘사가 달라진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것을 꼼꼼하다, 고집스럽다는 것을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욕심이 많은 것을 야망과 포부가 크다, 속을 알 수 없음을 깊은 생각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거나 등등. 또한 주인공의 성격이 상당히 내성적이고 지구에서의 생활도 아웃사이더 성향이라는 설정이 대부분인 데 비해, 이세계에서는 예외 없이 상당히 눈치가 빨라 상대의 심정을 금방 알아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원래라면 지나쳐야 할 인연마저도 '찰나의 시간 그녀의 눈에 슬픔이 머무르는 게 보였다.', '순간 그의 얼굴에 당황함이 보였으나 금방 사라졌다.' 등, 외교에 능숙한 귀족이든 마왕의 간부든, 그들의 포커페이스를 어떻게든 간파해 내는 심리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원직업 때려치고 점집을 차려도 능히 대성할 수 있을 경지. 심지어 그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일부러 페이크를 건 연기일 확률은 전혀 없어서 독자든 주인공이든 그 묘사가 사실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실제로도 무조건 들어맞기 때문에 그 이후로 제멋대로 판단, 행동하는 주인공이 민폐가 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 대리만족 보상 욕구
    주인공의 목표이자 양판소의 필수 덕목이 된다. 독자들이 모험가 파티의 이야기보다 출세, 권력투쟁, 부국강병, 전쟁, 혹은 깽판 등 규모가 크고 대리만족에 가까운 이야기를 더 즐기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판타지가 아니다!' 강조하는 전개가 아주 많은데, 애초에 한국의 장르문학 자체가 해외에서 정통 판타지가 지나고 안티테제가 형성될 때 시작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안티테제가 그대로 정통파로 굳은 기괴한 현상이다. 게다가 유럽의 중세보다 일찍 관료제와 국가의 체계가 갖춰져 모험물에서 나올 법한 설정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또한 선악의 구별이 뚜렷해 뇌를 비우고 보는 소설이라고 여겨진다. 기득권에 대한 혐오 및 응징, 그런 기득권으로의 편입 시도, 전쟁을 통한 정복, 이를 통한 대리만족이 주요 내용이 된다.
  • 독자들을 지치게 만드는 엄청난 권수와 느려터진 진행
    잘 나가면 10권은 기본이고, 대박이면 20권을 넘어간다. 대하소설급 분량이지만 대개 알맹이 없이 질질 끈다는 느낌이 짙다. 그리고 보통 인기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결말을 내는데, 그러면 다행이지 연재 중단도 잦다. 30권이 넘어간 《 묵향》은 28권에서 주인공 묵향이 죽고, 다음 권에서 주인공이 바뀌어 독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쪽은 뭐 환생 기미가 크지만. 《 달빛조각사》도 50권을 넘어가는 엄청난 권수로 유명하다. 다만 1990년대 말에 나오던 양판소 판본으로 하면 권수가 1/2 ~ 2/3로 줄어드니 주의하자. 현재 양판소 판본은 큰 폰트와 넓은 행간에다 글쟁이들도 강제개행 등으로 늘여 먹기를 하니, 완결까지 3~7권 정도가 대부분이던 1990년대 양판소를 지금 방식으로 내면 10권이 넘는 엄청난 권수를 쉽게 만든다. 2018년 2월 현재 이런 엄청난 권수로 연재가 끝난 책들은 《 전능의 팔찌》(53권), 《이든》(55권), 《 달빛조각사》(58권) 등이 있다. 잘 나가면 시리즈 화해서 늘어나는 권수가 미국이나 일본도 똑같지만, 그렇다고 이런 질질 끄는 방식이면 당연히 욕을 먹는다. 이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히로인 간의 혹은 적성 세력과의 충돌 등 갈등 요소를 작가가 정면에서 해결하려들지 않고, 느긋하게 신변잡기 및 일상물 에피소드로 진도를 억지로 빼면서 늦추느라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벨피아에서 연재되는 몇몇 삼국지 계열 연희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 되풀이하고 질질 끄는 복사 붙여넣기 묘사
    줄거리가 막히거나 쓸 게 없을 때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을 이해시키겠다며 수련이나 노닥노닥 로맨스 내지는 신변잡기, 외전 번외 뒷설정 장면을 넣지만, 사실은 분량 늘리기이다.
  • 무투대회
    주인공의 강함을 입증하는 필수 코스. 토너먼트에서는 별의별 강자들이 등장하여 무력을 뽐내지만 결국에는 주인공님이나 그의 라이벌이나 동료 혹은 부하에게 두들겨 맞는 전투력 측정기경험치 셔틀들일 뿐이다. 주인공은 여기서 무조건 우승한다. 못하면 불가항력이 있어서다. 이 와중에 주인공의 적대 세력들은 음모를 꾸미지만 실패한다. 사실 이건 독자적인 플롯이나 스토리가 없어서 넣는 분량 때우기가 대부분이다. 못해도 주인공은 첫 상대, 준결승, 결승 등을 치르기에 바로 떨어지는 떨거지들까지 넣으면 1권 정도 분량은 무투만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작가에게 매력적인 사골이다. 변형으로 마법대회가 있다. 수단만 냉병기에서 마법으로 바뀌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똑같다.
  • 뻔하기 그지없는 셀프 스포일러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모 주인공 아무개가 대륙을 제패하여 황제가 될 것임을.' 혹은 '그 누구도 몰랐다. 오늘날 사건이 대륙에 재앙을 가져올 것을.', '그는 이 만남을 통해 이후 대륙 제일의 기사가 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 아직은 햇병아리일 뿐이었다.' 등 작중에서 앞날을 예고하는 셀프 스포일링을 한다. 근데 가끔은 쓰다 보니 글이 작가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이럴 뻔하기 그지없는 스포일러마저 지키지 못하고 설정 오류로 바뀌어 답이 없는 예도 있다. 여기다 새로운 장을 시작할 때나 장면이 바뀔 때, 꼭 누군지 뻔히 아는 인물을 정체불명의 인물이라는 식으로 질질 끌다가 '그렇다. 그 인물의 정체는 바로 ○○였던 것이다.' 하는 문장을 매우 자주 사용한다. 또한 듣보잡이 주인공의 강함을 모르고 개기다가 발리는 장면에서는 항상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사실 그의 정체는 ○○라는 것을...'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김정률 소설에서 정점을 찍는 묘사. 사실 무협 소설에서는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묘사법으로 그 유명한 태극문도 이런 짓을 자주 한다. 이것은 등장인물의 정체를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사소한 서술 트릭이다. 하지만 이런 묘사 방법은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다. 분명히 소설인데 소설답게 묘사하지 않고, 작가가 생각하는 가공의 영화 화면을 그리듯이 묘사하기 때문이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운을 떼지만 현재는 너무 흔한 연출이자 클리셰.

    변형으로 역사가의 연대기 형식을 빌려서 역사기록처럼 쓰는 방식이 있다. '이 대단한 일을 누가 했는지 모른다.', '엄청난 인물이다. 하지만 유명인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대놓고 주인공이 활동했던 연대나 연호, 활동한 지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는 그 기록의 당사자가 주인공이라고 쉽게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는 위의 셀프 스포일러와 똑같다.
  • 신분 상승 판타지 / 부자 판타지
    신분이 보잘것없는 주인공이 높으신 분으로 올라간다. 남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영주나 귀족은 기본이고 왕이나 황제 더 나아가 신까지 하며, 현대물의 경우 주인공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다. 갑질은 기본. 여성향 소설들에서는 나쁜 남자에게 모든 환상을 걸었나 몰라도 폭군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설정이 꼭 들어가며 황제나 공작처럼 높으신 분이나 재벌 2세의 여자가 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전개가 반드시 나온다. 2010년 중후반에는 말 그대로 남들 위에 올라서서 갑질을 하고 싶은 건지 갑질물이라는 장르까지 나왔다.
  • 직감만능주의
    주인공이 부하를 설득하고 싶은데 근거가 없으면 쓰는 방법이다. 부하가 "왜 그래야 합니까?"라고 합리적인 질문을 하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은 감이다."라는 대답을 한다. 근데 다들 인정하고 설득된다. 거기까지야 주인공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모자라서 결국 주인공의 감이 맞게 된다. 그냥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이끌고 싶은데 개연성이 없으면 써먹는 방법이다. 간혹 직감은 무의식중에 주변 정보를 고속처리하여 나온 결과라고 나름의 설정을 넣으려는 사례가 있곤 하지만, 아무리 그 세계관에서 그렇다 쳐도 그래도 주변 정보가 있어야 처리를 하든가 하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도 잘만 맞춰댄다. 심지어 사실 직감은 무의식적으로 우주의 정보 차원 비슷한 거에 접촉해서 알아내는 설정도 존재한다. 검을 휘두를 때도 그냥 감으로 상대가 이쪽에서 공격해올 것 같다고 느끼면 꼭 그쪽으로 공격해온다. 심지어 검술도 없이 그냥 감으로 상대하겠다고 밀림에서 야수들과 뒹굴다 깨달았다고 야수검, 야수감각도 같은 걸 만들어낸다. 체계화된 검로가 없이 상황에 맞춰나간다면서 만든 검술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전승해나간다. 이게 끝판왕이 되면 만사불황처럼 생각하고 싸우면 화경인데 생각 없이 몸에 맡기면 현경이라는 지경에 이른다.

    물론 이런 직감 보정은 오직 주인공 혹은 동료 한정이다. 적이나 엑스트라는 "이거면 이길 수 있다!" 식으로 직감을 믿으면 실패로 끝난다거나 막힌다거나 어느새 알아채지도 못하고 죽어있고, 직감을 무시하면 'XX는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른 불안감을 애써 넘겼다.' 같은 묘사가 나오고는 한두 페이지 안에 처참하게 끔살된다.

    그나마 직감으로 우기지만 말이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론 회귀를 통해 미래의 사건을 알고 있어 그에 대처하려 하는데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어서 감으로 때우는 경우 등이 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감만으로 강행을 하겠다고?"라며 기함을 하지만 어쨌든 일이 잘 풀리는 패턴. 물론 이것도 남발하면 이야기 진행이 엉성해지긴 하지만, 최소한 감이라고 우기는 당위성은 있는 편이라 회귀물에선 그럭저럭 쓰이는 패턴이다. 그래서 몇 번 "감이야"라며 억지로 일을 진행하면 주변 사람 중 눈치 있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파악하는 패턴을 쓰곤 한다.
  • 쓸데없이 방대한 규모
    양판소는 대체로 규모를 크게 잡는다. 물론 규모가 클수록 독자에게 와닿는 말초적인 쾌감도 그만큼 크겠지만, 그만큼 작가가 신경 써야 할 구석도 많아진다. 하지만 규모에 걸맞게 중점적으로 주제를 잡고 쓰면 양판소 취급을 받을 리가 없다. 하나하나 탄탄한 식견을 요구하는 정치, 종교, 전쟁 등등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다루다가 많이 폭망한다.[35] 규모가 무조건 크다고 인기가 많거나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도 아닌데, 작가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실력을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규모를 늘려 잡는다. 이 단점이 상기 언급한 권수 문제와 합쳐져서 양판소들의 질 폭락에 한몫한다. 가끔 소설을 읽다 보면 느끼는 텅텅 빈 느낌의 원인은 대부분 이런 이유이다.
  • 작가가 못 감당하는 파워 인플레
    파워 인플레 그 자체는 단계형 배틀물의 반쯤 필연적인 산물이니 이것만 가지고 양판소의 조건이라 하긴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과 일행이 먼치킨으로 바뀌면서 중반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밸런스가 무너진다.
  • 용두사미
    뜬금없이 마왕, 대마왕이 나타나고, 마왕을 때려잡아 끝내는 일종의 마왕 엔딩이 많다.[36] 풀었던 떡밥들도 다 회수라도 해주면 고마울 지경이다. 도입부에 거창하게 벌여놨던 설정을 다 처리하지 못해 대충 넘어가고 끝내는 경우가 매우 많다. 뭔가 엄청 중요한 것처럼 중간중간 등장하던 인물들이 후반부에 우수수 튀어나와서 제각기 자잘한 이벤트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그나마 회수라도 해주면 다행이고, 언급도 안 되고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
  • 저질 필력
    이 문서에 나온 양판소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필력이 뛰어나서 재밌게 쓸수만 있다면 고증이 얼마나 엉망이어도, 이런 저질 클리셰들을 아무리 우려먹어도 호평받을 수 있다. 표현이 너무 제한적이고 저질이다. 양판소를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무슨 마법소녀물 뱅크신마냥 한 작품 안에서도 같은 단어가 수십에서 수백 번이 등장할 정도로 문장을 수사하는 표현력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때 이런 면모를 대표하던 단어가 "엄청난"이다. 상황, 수치, 부피, 높이, 무게, 위력, 시간 등, 장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수십 가지가 넘는데도 엄청난 이란 한 마디로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2020년도 이후로는 조금씩 다른 단어의 사용 빈도도 늘어난 편. 이런 과도한 동일 표현 때문에 뭘 써도 비슷한 복사 붙여넣기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어려운 단어를 피해서 쉬운 단어를 골라 쓰는 건 작가의 미덕이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면서 너무 단조로운 문장 패턴을 보여주면 확실히 문제다. 게다가, 저 단어들을 안 써도 되는 곳에 너무 많이 쓰니 더 문제다. 문장도 지나치게 짧게 써서 읽기가 어색하다. 배경을 설명할 때나 행위를 설명할 때나 대사를 할 때나 어느 때라도 한 문장이 30글자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짧은 문장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짧은 문장에만 집중해서 글 전체의 호흡이 끊기니 문제. 그냥 장문을 쓸 능력이 없다고 봐야 맞다.

16. 관련 문서



[1] 주된 독자층이 나이를 먹어가며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연령대도 전체적으로 상향된 것으로 보인다. [2] 어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동일 작가의 후속작 제목은 폭딜 누커로 지었다. [3] 중세 초기는 암흑기여서 넘 자료도, 물자도, 분위기도 부족한 시대라선지 작품의 배경으로는 마초적 감성의 검마 판타지를 제하면 거의 안 나온다. [4] 톨킨 레젠다리움 세계관이 원천이다. 너 고소 [5] 그러나 이 경우도 해당 지역들을 다시 하나로 묶을만한 강력한 국가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언어로 갈라진다. 라틴어는 문헌적으로만 살아남았지만(예: 생물 종의 학명) 실제 언어생활로 보자면 각각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루마니아어 등으로 변천하여 이어진 것이다. [6] 현실에서도 자국 평민이나 천민 여성을 후궁 등으로 맞는 예는 있어도(예 : 장녹수) 외국인은 찾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에는 비교적 흔했으나 이런 경우 해당 국가 귀족들의 견제+민중의 배척으로 인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7] 실제로 아내가 먼저 죽어 재혼한 왕도 많아서 이거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8] 사실 농노는 영주의 허가를 받아야 결혼할 수 있는게 맞다만 영주가 한낱 농노의 결혼상대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다닐 이유도 여유도 없다. 괜히 결혼세로 퉁치고 대충 넘어간 게 아니다. [9] 극단적인 예시이다만 프랑크 제국 메로빙거 왕조 궁재 신성 로마 제국의 제국시종장 브란덴부르크 변경백 선제후로서 황제 선거에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던 대귀족이었다. [10] 예로 기사들이 쓰는 검이 초기에는 제련술의 미비와 휘둘러 타격하는 전투방식 때문에 끝이 뭉툭하거나 검신이 무게 줄인다고 홈이 패여 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름모꼴의 단단하고 끝이 날카로운 형상으로 변하는데, 이는 갑옷이 발달하면서 사슬갑옷을 꿰뚫거나 판금갑옷의 틈을 비집고 치명상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11] 그렇다고 갑옷을 잘라버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날붙이로 갑옷을 베는 건 천 갑옷 상대로나 가능[37]한 거고 여기서 말하는 피해라는 건 무게를 실어서 휘두른 공격에 맞으면서 충격이 갑옷 안까지 전달되어서 어느정도 데미지를 준다는 얘기다. [12]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들이 훨씬 많이 썼다. 밑에 적힌 대로 체감 무게가 롱소드보다 무겁기도 하고, 애초에 그 시절 여성들이 검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13] 칼날만 가늘어졌을 뿐 시대를 거치면서 손 보호를 위해 핸드 가드가 크게 발달했으므로 무게 이득은 사실상 없다. [14] 메서, 펄션 등 [15] 반대로 투구나 흉갑같은 바이탈 파트만 보호하는 장구만 필요하다면 생각 외로 비싸지는 않았다. [16] 웹툰이라면 그리기 어렵기 때문에 안넣는 거라고 넘어갈 수 있어도, 소설이라면 안넣을 이유가 없는데도 등장하는 경우를 보기가 정말 힘들다. [17] 전성기 로마 제국 정규 군단병의 스쿠툼이 대표적이다. [18] 주로 근대 배경 모티브 작품에서 등장한다. [19] 그나마 공방쪽에서는 나오는 편이다. [20] 당장 피렌체의 치옴피의 난이 경제난과 이런 귀족정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터진 항쟁이다. [21] 간단히 보충하자면 아이들이 가톨릭 교리를 이해해야 하니까.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면 집 근처 성당에서 교리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며, 개신교 집안이라면 교회에서 약간의 성경 공부는 해봤을 것이다. [22] 다신교는 그나마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데 치유를 관장하는 신을 따로 두고 '치유대상을 딱히 안 가리는 성향이다'는 설정 한 줄 덜렁 넣으면 해결되기 때문. [23] 이런 종교와 세속의 괴리 때문에, 실제 중세에서 가톨릭 국가의 기사들은 개종시키러 이단, 이교도와 싸우거나,(동유럽으로 간 튜튼 독일 기사단) 성지순례(예루살렘 등)할 때나 축복받으려 했다. [24] 사실 중세 유럽에서 진짜 이런 논리로 둔기를 사용하는 성직자 영주들이 있었다. 이들은 "둔기로 머리 치면 피 안 나나?"라는 비판을 받고 점차 세속 영주들에게 군권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변한다. 아니면 그냥 철면피로 영주를 겸해서 칼 쓰거나. [25] 물론 몇몇 작품에서는 소유가 나오기도 하지만 서비스씬을 위해서는 거유가 훨씬 편하다, 예를 들면 바스트 모핑같이 에로틱한 묘사를 하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용도. 아니면 작가가 그냥 거유를 좋아하던가 [26] 당연히 그걸 보고 숭배하라는 게 아니라 마귀의 앙복 상징으로, '성당 밖은 이렇게 기괴한 게 많으니 신성한 성당 안에 들어와 안식을 찾으라'는 의미이다. [27] 이 근원은 거슬러 올라가면 톨킨 세계관의 라우렐린 텔페리온이며 두 나무의 빛을 본 것을 두고 종족을 가를 만큼 문화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만. 작중 모든 엘프가 숲에서 살지도 않고, 정작 저 두 나무는 엘프들의 본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28] 이드》는 주인공이 1권 초반에 정령왕과 계약한다. 그냥 불러봤더니 정령왕이 소환. [29] 혈통을 따지는 현대의 억소리나는 경마용 경주마를 논외로 하더라도, 12~13세기 프랑스에서는 소형 장원의 1년 수입이 겨우 군마 한 마리를 살 정도였다고 한다. [30] 이런 전개를 잘 써먹는 사람 중 한 명이 카지시마 마사키인데, 그런 그의 작품에서도 주인공인 마사키 텐치 야마다 세이나의 대단한 점을 언급할 때 "무엇보다도 저렇게 개성 넘치고 다양한 여성들과 함께 살면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잘살고 있다는 점"을 첫손에 꼽을 정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대부분 저 작품들에는 하렘마다 주인공들을 도와 하렘의 평안을 지키는 상위자나 조율자가 있다. 텐치에게는 최연장자이자 삼여신의 첫째인 와슈, 세이나에겐 아마네 카우낙이라는 조율자와 쿠이스 판타라는 상위자가 있다. [31] 책 분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중세에 동네 유지들이 갹출해서 출간한 시집, 성가집 등은 보통 양 200마리어치 가죽이 필요했다고 한다. [32] 길잡이의 중요성 때문에 골룸이 위험하다는 샘의 반대에도 프로도는 길잡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골룸을 방출하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끝에는 골룸 때문에 함정에 빠지기는 하지만, 골룸이 없었더라면 프로로와 샘은 모르도르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거나, 모란논으로 잠입하려다가 잡혔을 가능성이 크다. [33] 영화판에서는 이런 묘사가 많이 간략화되어 등장하지만, 오히려 소설보다 더 큰 고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소설에서는 식수 부족으로 고통받는 묘사는 있어도 식량이 바닥났다는 묘사는 없었던 반면, 영화에선 골룸의 계략으로 식량마저 바닥나버린다. [34] 대표적으로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가 있는데, 초중반 시종일관 영국군한테 털리면서 식량과 용병 모을 돈이 없다고 아무 후속대책 없이 상인들 재산을 마구 압류하다 보니 아예 프랑스와의 거래 자체가 끊기기 시작했다. 돈이 떨어지니 농민들 징발하고 착취하고, 당연히 팍팍하다고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고( 자크리의 난), 국가 전체 산업이 황폐화되고 등등. 이게 프랑스가 초반에 밀린 원인 중에 하나다. [35] 『열왕대전기』가 대표적으로, 이 3가지를 다 다루다가 망했다. [36]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트 메이지』. 내용의 태반은 연극과 영화 관련인데, 숙적이라지만 헌원을 때려잡고는 바로 끝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