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1 16:16:53

필력

1. 개요2. 글씨의 획에서 드러난 힘이나 기운3. 글을 쓰는 능력
3.1. 장르문학 커뮤니티 전통의 떡밥

1. 개요

필력()은 다음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다.
  1. 글씨의 획에서 드러난 힘이나 기운.
  2. 글을 쓰는 능력.

2. 글씨의 획에서 드러난 힘이나 기운

주로 서예에서 다루는 용어. 드물게 펜으로 쓴 손글씨나 필기체, 싸인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3. 글을 쓰는 능력

1. 에서 유래한 것으로, 독자 또는 평론가의 시점에서 얼마나 글을 잘 쓰는가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의 실력이다. 비유하면 재즈 음악의 '그루브'나 '스윙'과 비슷한 개념인데, 느낌이 좋다(...)는 식의 살짝 모호한 개념이라 정확히 이해하기 다소 힘들 수 있다.

산문의 구성에서는 등장인물의 특성, 인물의 내면을 잘 살리는 심리 묘사, 소재 선택, 문체, 가독성, 표현력, 개연성 핍진성, 복선이나 떡밥의 암시와 회수, 완급조절,[1] 간접제시와 직접제시문의 적절한 배치, 기승전결의 구성, 주제 의식, 여운이나 반전 혹은 절정의 폭발력, 결말을 짓는 법 등을 종합해서 일컫는 말이다. 위 요소들이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이어야 '필력이 좋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글이 읽기 쉬운지 어려운지, 글을 어떤 식으로 읽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므로, 사실 필력의 고하라는 개념은 그 자체 부터가 모순된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서는 주로 좋은 문장력을 가진 글쓴이에게 필력이 좋다고 칭찬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슷한 능력으로는 만화를 그리는 능력인 만력이나 번역을 하는 능력인 번역력이 있다(위 필력과 달리 이 두 용어는 신조어다). 꾸준히 쓰거나 그려야지만 늘어난다.

외국 작품의 경우 번역가의 능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조악한 옛날 번역본이나 해적판본, 중역본, 축약본 등으로 국외명작을 보게 되면 도대체 왜 이걸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빨아대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작가 자신의 지성, 품격, 인망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글을 보고 작가를 만나면 실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2] 물론 인성이 훌륭한 작가가 참된 글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글이나 그림, 노래를 쓰거나 그리거나 짓는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술'이지 마음가짐에 속하는 능력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이 깊은 글이나 그림, 노래를 만드는데는 깊은 사색과 통찰력이 필요하고, 이는 자신과 세상을 보는 능력이 성숙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격과 연관되어 있다.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일정 이상의 실력을 얻었다는 것은 그만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니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소설 등의 문학작품에서만 필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모든 대중적인 글쓰기에는 필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주관적 의견이 아닌 객관적 팩트를 중시하는 학문 분야에서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입문서나 교양서적 쪽으로 가면 필력이 중요해진다. 사실을 학문적으로 정확하고 엄밀하게 전달하지만 글은 딱딱하게 쓰는 학자가 쓴 입문서/교양서보다는 복잡한 사실을 어느정도 단순화해서라도 대중이 알기쉽고 납득하기 쉽게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 학자가 쓴 입문서/교양서가 훨씬 잘 팔리고 대중적인 인기도 높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게 더 안좋은 쪽으로 가는 경우 아예 왜곡을 저지르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인기를 얻는 경우도 많다. 이런 안 좋은 쪽의 사례가 이덕일이나 설민석, 시오노 나나미 같은 부류.

3.1. 장르문학 커뮤니티 전통의 떡밥

필력(筆力)이라고는 해도 이게 스카우터로 비추면 " 전투력이 고작 5인가. 쓰레기놈."하는 식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인식이기 때문에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쓸 수 없다. 필력을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대부분 그 작품에 대한 상대 평가를 반박할 때 객관적인(또는 이성적인) 반박을 할 수 없을 때이다. 물론 이 경우 보통은 수백플이 넘어가도 결론이 안 난다.

웃기는 것은 같은 작가의 같은 작품에 대해 같은 사람이 평을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필력이 조절되기도 한다(…). 한 예로, 커그의 경우 이경영의 《 가즈 나이트》를 양판소 표본이라며 까대다가 중간에 이경영이 팬커그로 들어오자 그날로 필력이 있으니 양판소랑은 다르다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경영이 까이자 인기가 좋으니 질투하는 거다란 소리까지 하기도.

필력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측정할 수 있는 수치가 없다 보니 결국 사람마다 의견충돌을 빚는 경우가 간간히 있다.

양판소 기준으로는 한글 파괴현상이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고 내용은 그렇다쳐도 문장 자체에서 유치한 느낌이 나지 않는 정도이면 그럭저럭 필력이 괜찮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필력논쟁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게 문장력과 필력의 관계이다. 즉 아무리 히트치고 인기있는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문장이 허접하면 인정할 수 없다는 독자층들의 주장이 꼭 나온다. 하지만 이 점에서 착각해서는 안될 게, 아무리 미려한 문장이라고 해도 재미없는 작품이 있다. 즉 문장력은 필력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지언정 필력의 고하를 가리는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시는 아름다운 문장이 알파이자 오메가일 수 있지만 소설의 경우 문장은 스토리전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가 일러스트라면 소설은 만화다. 일러스트는 그림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아무도 평가하지 않지만, 만화의 경우에는 작화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스토리진행에 지장이 없고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작화가 화려해도 재미가 없으면 독자들은 그 만화를 보지않는다.

장르소설의 필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는가라는 걸 결코 잊으면 안된다.


[1] 급박한 분위기와 평화로운 분위기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 [2] 대표적인 사례 서정주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동기창(董其昌)처럼 발군의 예술적 재능을 가졌으나 인격파탄자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