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03:44:36

오역


1. 개요2. 정의
2.1. 관련 개념들
2.1.1. 의역2.1.2. 직역2.1.3. 음차2.1.4. 기타
3. 원인 및 유형
3.1. 서론3.2. 잘된 번역과 초월 번역의 장단점
3.2.1. 관련 문서
3.3. 언어 문제
3.3.1. 난해한 원문3.3.2. 애매한 원문3.3.3. 원문 저자의 문제3.3.4. 틀린 원문
3.3.4.1. 관련 문서
3.3.5. 거짓짝 혼동 및 언어유희 문제
3.3.5.1. 모양이 비슷한 단어 및 한자3.3.5.2. 나라별로 다른 영어 표현
3.3.6. 전와어 문제
3.4. 정보/지식 활용 능력 부족
3.4.1. 배경 지식 부족3.4.2. 원작 몰이해3.4.3. 정보 누락/왜곡
3.4.3.1. 의도적 누락/왜곡
3.4.4. 교육과정의 미흡함과 생계 문제3.4.5. 외주 번역3.4.6. 번역기3.4.7. 거짓짝 관련 문제
3.4.7.1. 언어간 동형이의 한자어3.4.7.2. 뜻이 다른 외국어와 외래어의 혼동
3.4.8. 중역
3.4.8.1. 일본식 표기 답습
3.4.8.1.1. 예시
3.4.9. 한칭 정발명 혼동3.4.10.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 문제3.4.11. 호칭체계 차이의 문제
3.4.11.1. 친족 호칭의 문제3.4.11.2. 사회관계적 호칭의 문제
3.4.12. 번역자와 단어 선택의 문제
3.4.12.1.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
3.4.13. 언어 변화
3.5. 사람과의 갈등
3.5.1. 시간 문제3.5.2. 교열자와의 갈등3.5.3. 잘못된 인맥 문제3.5.4. 인력 미스 매칭3.5.5. 편집부의 갑질3.5.6.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하는 의도적 윤문3.5.7. 외래어 표기법3.5.8. 전문 분야 번역 시 커뮤니케이션 문제3.5.9. 번역가의 양심 문제
3.6. 유교적 정서
3.6.1. 진짜 전통인가?
3.7. 만화의 오역 문제3.8. 영화의 오역 문제
3.8.1. 한국 영화의 영어 오역 문제
3.9. 게임의 오역 문제
4. 정역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5. 오역의 사례
5.1. 일상5.2. 매체5.3. 오역을 다루는 개별 문서나 문단이 있는 작품
6. 관련 인물7. 관련 문서8. 외부 링크

1. 개요

오역4(誤譯)
「명사」 잘못 번역함. 또는 잘못된 번역.
표준국어대사전

오역()은 잘못된 번역을 뜻한다. 반대말은 '정역(定譯)'.

2. 정의

번역 중에서 '출발어'와 '도착어' 개념을 알아야 오역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영화나 서적 등의 대중매체 중에서 외국인 작가가 만든 것들은 모두 번역가의 번역을 통해 들어온 것이며, 개념적으로는 불법 번역도 포함된다. 여기서 외국인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를 '출발어(원어)'라고 하고, 독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도착어'라고 한다. 가령 나무위키 곳곳에 수록된 외국어 대사집들에서 출발어는 일본어 영어이고, 도착어는 한국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언어는 라틴어 한자처럼 그 뿌리가 비슷하지 않은 이상 언어적(문법) 및 문화적(유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표현이 얼마 없다. 그래서 작품을 번역할 때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어색해지거나 문법에서 어긋나기 쉬우며, 독자가 잘 모르는 원작일 경우 이 괴리감은 배가 된다. 따라서 원작을 옮기는 과정에서 적절한 수정과 첨삭이 더해지는데, 여기서 번역을 잘못하여 원문이 의도하지 않은 의미를 전달(즉, 원문의 의미를 왜곡)하는 경우를 오역이라고 한다. 원작을 감상할 수 없게 하는 행위이니만큼 번역자가 이런 '실수'를 많이 저지르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 양산된다. 오역이 많으면 ' 발번역'이라 하고, 오역이 극에 달하면 왈도체가 된다.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마음을 아십니까?

2.1. 관련 개념들

2.1.1. 의역

간혹 "오역· 의역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마법의 말처럼 의역과 같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는 의역 문서에서도 나오지만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윤색하는 행위"와 "의미를 대충 때려맞춰서 번역하는 행위"를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그래서 '잘못된 의역'은 오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의역이 오역인 것은 아니다.

2.1.2. 직역

'원문의 구조를 변형한 이상은 오역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직역만이 정역이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 가지 오류를 동시에 저지르고 있다.

'원문의 구조를 변형한 이상 오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원천봉쇄의 오류이며 번역에 대해 잘못 알고 하는 소리다. 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전달하는 작업이지, 원문의 구조를 '유지'하는 작업은 아니다. 오히려 원문(즉 외국어)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번역하면 번역체 문장, 심하면 왈도체가 튀어나온다. 의미야 그럭저럭 통하겠지만 일반적인 번역에 비하면 가독성은 훨씬 떨어진다.

또한 직역만이 올바른 번역인 것도 아니며, 이는 윗 문단과 연결되는 오류이다. 직역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본토 문화를 토대로 형성되어 그 나라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출발어(외국어) 표현을 문화가 전혀 다른 도착어(한국어)로 직역했다간 전혀 다른 표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역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므로, 지나친 직역도 오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올바른 번역은 직역 의역을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면서, 원문의 의미를 온전하게 옮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학문을 포함한 전문분야에서의 직역은 해당 단어, 넓게는 분야 자체에 대한 '지침' 같은 게 없이 번역자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무작정 번역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오역이지만 이미 폭넓게 쓰이며 정착해서 수습하기 늦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그 행위자가 번역자든 전문가든 직역이 반드시 올바른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마저도 번역자와 전문가의 배경지식이 차이가 나서 특정 단어의 번역에 대해 양측의 제안이 장단점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전문용어, 그것도 이미 업계인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위 '업계 용어'일수록 그런 현상이 더 심하다.

2.1.3. 음차

발음을 잘못 적은 행위는 '소리를 받아적는' 표기법의 오류이므로 그냥 음차 오류이지, 번역의 개념까지 들어가진 않는다. ( 국립국어원의 관련 답변) 가령 'apple'을 ' 딸기'로 옮기는 건 오역이지만, 고유명사 'Apple'이 있는데 이걸 '압플'로 옮기는 것은 저 Apple을 주체(?)에서 압플이라고 읽고 쓰라고 밝히지 않는 이상 음차를 잘못하는 것이다. '소리'도 뜻에 들어가면("이래야 한다는 뜻이다."를 "이래야 한다는 소리다."로 쓰는 등) 결국 오역이니, 비슷한 개념이긴 해도 엄밀히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2.1.4. 기타

번역가가 번역을 잘못하여 작품의 멀쩡한 설정이 갑자기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작가가 절대로 의도하지 않은 행위이므로 설정 오류보다는 오역에 해당된다.

3. 원인 및 유형

3.1. 서론

오역의 원인은 여러가지라서 하나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공통점을 추려볼 수 있다. 번역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책 번역을 기본으로 정리했음을 밝힌다.
  • 1. 원문 혹은 그와 관련된 배경 지식의 부족
    가장 흔한 경우. 번역가에 따라서는 본인만의 전문분야를 두고 관련 작업만 계속 받기도 하지만, 일감을 가릴 처지가 못 되는 경우 모르는 분야의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마감은 닥쳐오고 관련 지식을 섭렵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본인이 아는 선에서 추측해 번역하게 된다. 즉 전문지식을 다루는 서적(전공서적, 기술서적 등)에서 나오는 오역은 대개 이 쪽이다. 물론 그런 교양서적이 아닌 흥미 위주의 작품(소설 등)은 번역가의 전공이 빛을 발해서 전문용어도 문제 없이 번역하고 각주를 다는 여유(?)를 보이기도 하지만, 신은 공평하신지 오히려 일상생활에서의 관용어나 문화 관련 고유명사들에서 실수를 내기도 한다. 결국 실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작품의 목적과 연관되는 오역들이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 한글패치에서 나오는 전반적인 실수도 여기에 속한다. 정확히는 작품, 즉 게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구어체나 문법 등의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 그래서 캐릭터 이름 등의 고유명사는 다 멀쩡한데 대사만 어색한 경우가 많다(…).
    물론 1차원적으로, 번역자인데 외국어를 못하는 경우도 당연히 원문을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으니 여기에 해당된다.
  • 2. 번역가의 개인적인 지침에 따른 결정
    위 원인과 달리 배경 지식은 충분하지만, 나름대로 독창성을 살리려다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된 경우. 쉽게 말해 초월 번역을 노리려다 실패한 오역들이다. 사실 독자들이 초월번역을 선호하기도 하고 번역가도 주화입마마냥 인기와 성공이 보장되는 금단의 수(?)에 손을 대고 싶어하지만, 사실 해당 문서에서도 언급했듯이 번역이라는 건 결국 번역자 한 사람의 '의견'이기 때문에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말장난 같은 걸 살릴 수 없으면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포기하는 번역자들도 제법 있다.
  • 3. 번역 시스템이나 일정과의 괴리
    서적 등의 출판물을 포함하는 활자매체 쪽에서 주로 생기는 경우. 아무래도 활자매체는 출판사에 직접 의뢰하지 않는 이상 오역에 대한 제보나 관련된 여론을 형성하기 힘들어서 그런 듯하다. 그래도 2020년대 기준으로는 제법 나아진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학교에서는 몇몇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번역을 맡기고 나중에 본인 이름으로 출판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실제로 전공서적임에도 몇몇 오역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1번 사례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번역한 사람이 배경 지식이 풍부한 교수가 아니라 학생들이 번역해서 그런 것이다.
    그나마 영상(주로 영화)이나 게임 등 전자매체에서는 피드백도 빠르고 여론도 인터넷에서 쉽게 형성되다 보니 오역이 발견되면 수정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만큼 수익을 내야 하는 '상품'이다 보니 반대로 과한 일정에 쫓겨서 실수가 잦거나 검수 단계에서 놓치고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게임 개발 일정에서 번역은 판매 직전에 가까울 정도로 맨 뒤로 밀리며, 그렇게 출시 자체가 급해질 경우 정식발매고 뭐고 번역을 포기하기도 한다. 설령 정식발매가 되었으나 오역이 존재할 경우, 그 수정 비용을 또 지불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오역을 방치하기도 한다.[1]
  • 4. 소비자들의 착각에 의해 발생한 오류
    아주 드물게, 오역이 아님에도 소비자들이 오역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흘 논란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어원이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사용하던 어휘가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자 오역이라고 논란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SNS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줄임말이나 유행어 및 비속어를 날마다 새롭게 사용하다 보니 옳은지 틀린지도 헷갈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소비자가 착각하는 것은 아니고 번역가가 착각해서 잘못 사용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보통 이 경우는 위의 1번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 5. 번역자 개인의 의견을 강요함
    본인의 취향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원문을 무시하고 뜯어고치는 경우. 당연히 오역 중에서는 최악이며, 오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설명하는 오역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 게다가 본인의 실력 미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자는 물론이고 난데없이 오해를 사게 된 원작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다. 물론 번역가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다지만, 이런 '원작 파괴' 행위를 계속한다면 그게 과연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역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번역(일명 '가망 없음')이 있다.

위와 같이 이런저런 오역이 발생했지만 해당 표기가 굳어져서 대중적으로 정착했을 경우, 나중에 후속작이나 미디어 믹스 등을 이어받은 번역가들은 대중성 때문에 그대로 두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쓰르라미 울 적에가 있다. 다만 전자의 경우 해리 포터 시리즈/오역 문서에서 보듯이 심각하다 싶은 것들은 개정판을 통해 수정되기도 한다. 고유명사는 특정 대상을 언급할 때에만 쓰이기에 표기가 틀려도(위의 ' 음차 오류'에 해당) 그럭저럭 문제가 없지만, 대화나 말장난 등은 작중 상황에 대해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수정하는 게 옳다.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 그렇지(…).

사실 상술한 심각한 실수만 아니라면 '좋은 번역'인지 아닌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기준도 다양하거나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극단화된 사례가 2번인 초월 번역으로, 분명 이는 잘 해냈을 경우 훌륭한 번역 및 현지화에 대해 칭송함으로써 번역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안정효 오역사전 같은 책도 나왔지만 오역의 원인은 위에서 보듯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다, '적절한 표현'이라는 게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2] 그것을 '사전'이라는 명칭으로 정해버리는 것도 자칫하면 오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래도 책 자체는 어떻게 그런 오역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하고 적절한 의미를 탐색하여 답 가운데에 하나를 제시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말은 이렇게 번역하고 저런 말은 저렇게 번역하라는 책이 절대로 아니므로, 번역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론 번역가들에게 은근히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딱히 문제가 없는 평범한 번역들까지 초월번역의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등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초월번역이 쉬운지 어려운지는 직접 해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그저 자신의 기준에 맞는다고 초월번역으로, 맞지 않는다고 오역으로 낙인을 찍지는 말아야 한다.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면 상술했듯이 언어는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번역가의 재량에 따라 변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속'이 심할 경우, 오히려 맞춤법 등의 규범상 옳은 번역임에도 4번처럼 사람들이 틀렸지만 널리 퍼진 표현에 익숙해져서 오역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자주 틀리는 한국어 틀렸다고 오해하기 쉬운 한국어 참고.

물론 5번 사례처럼 대놓고 민폐급 실수가 터져나와도 번역자 이름을 지우거나 필명을 내세우는 식으로 뻔뻔하게 회피하는 빌런들도 없지는 않다. 이방인 번역 논쟁처럼 문제를 제기한 쪽이 오역을 저지르고 억지를 부렸다가 들통나서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이 사례는 그럴싸하다고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작가의 의도를 왜곡한 수준이기 때문에 명백한 오역으로 판별되었다. 자세한 것은 문서 참고.

3.2. 잘된 번역과 초월 번역의 장단점

작품 이해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미묘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까지 잘 옮겨 내고, 번역어의 문법과 문화에 맞추어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독자가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작의 내용과 풍미를 잘 표현해야만 잘된 번역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해내는 사람을 진정한 프로 번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이런저런 이유로 번역문의 표현이 원문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원문의 의미를 벗어나지만, 원작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주는 경우를 초월 번역이라고 한다. 다만, 어디까지를 초월 번역으로 인정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으며, 이는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주장하기에 따라선 베르세르크의 등짝을 보자도 초월 번역이라 주장할 수 있을 정도다.

위에서는 단순히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긴 했지만, 사실 초월 번역은 엄밀히는 "초월 의역"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원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도 한다. 없는 표현을 만들어내서 붙이거나 아예 맥락만 맞추기 위해 원문과 전혀 다른 말을 붙이기도 하기 때문. 특히 우습거나 어이없는 상황에서 던지는 농담 혹은 아이러니일 경우 번역가들에겐 더더욱 거대한(…) 시련이 된다. 특히 황석희로 유명한 영화 자막 번역은 제한된 글자수에 최대한의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해당 분야만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고충이 심하다.

그렇다 보니 번역가들은 원문을 살리기 위해 궁리하다가 초월 번역이라는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금단의 수에 도전하지만, 주화입마하는 바람에 온갖 무리수를 던졌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묻히고 만다. 그래서 굳이 초월 번역에 목을 매지 않고 덤덤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울트라-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해야 할 만큼, 공들인 노력에 비해 초월 번역이라 평가받을 확률은 미미하니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

자세한 사례는 초월 번역 문서 참고.

3.2.1. 관련 문서

3.3. 언어 문제

3.3.1. 난해한 원문

은유가 많거나 중의적 표현을 사용한 글은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번역해 내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원문의 중의적인 표현을 번역해 내는 데 성공하면 그것은 초월번역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일부의 의미만을 담아서 번역한 경우에는 오역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독자들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한 원문의 의미와 번역된 의미가 다르면 오역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를 다루는 글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업계 용어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에 생략이 많다는 게 문제다. 한마디로 거시기 뭐 있잖아 식이다. 이는 필자가 상정한 독자들이 자기네 분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고인물 같은 집단에서만 통하는 그들만의 세계 언어가 되기 쉽다.[3] 나무위키에서 흔히 쓰이는 드립을 나무위키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본다거나, 특정 게임을 하는 사람들만 아는 은어나 줄임말을 사용해 작성된 문서를 그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보는 상황 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경우 번역자가 해당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문외한인 독자를 위해 생략된 단어를 추가하지만, 이를 번역자가 자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런 오해를 풀려면 별도의 페이지에 따로 설명을 넣어야 하지만 지면 관계상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완곡어법 번역 역시 이런 맥락이다.

혹은 아예 앞뒤가 맞지 않는 비문 투성이여서 원문의 모국어 사용자마저도 뜻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일단 워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직역을 하는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국내 독자들은 이를 오역으로 오해하고 번역가를 비난한다.

사실 사람들이 매체로 보는 글은 대부분 철저한 윤문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므로, 모든 저자가 필력을 갖춘 것은 결코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따로 윤문을 거칠 시간이 없거나 인력이 없을 경우, 아무리 선진국 매체에 실린 글이어도 비문투성이 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흔히 난해한 문장의 대표적인 예로 나오는 게 박근혜 화법인데, 실제 번역 일감을 받아 보면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래도 책이나 잡지에 실리는 글은 저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원문이 저러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다. 안타깝게도 이 지점에서 인식의 차이와 오해가 빚어진다.

특히 일본어일 경우, 어순이 같다는 점과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한자어 단어가 많다는 점 때문에 번역기만 돌리면 90%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번역가를 만만하게 보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비난을 의식하여 원문을 정직하게 옮기는 번역을 못하고, 번역가가 나름대로 저자의 의도를 유추하여 개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애초에 저자가 글을 이상하게 썼을 경우에는 원어민일지라도 의도 파악이 어렵다. 이 경우 저자에게 직접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저자가 외국인이면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개작 과정에서 와전이 되는 것이다.

아일랜드 아랍어권같이 2가지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이거나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2가지 이상의 언어로 글이 작성되는 때가 있는데 이때 한 가지 언어에만 능통한 사람이 번역하면 다른 언어의 뜻이나 발음을 잘못 옮기는 경우도 있다. 영어와 아일랜드어로 된 W. B. 예이츠의 민담집에서 아일랜드어 Samhain(서우인, 겨울맞이 축제)을 영어식으로 읽어 '삼하인'이라고 번역한 예가 있고, 삼각함수 중 [math(\sin)], [math(\cos)]은 아랍쪽에서 산스크리트어 जीव (jīva)를 전사한 단어의 모음을 유럽쪽에서 잘못 유추하는 바람에 오역되어 붙은 이름이다.

한 마디로, 애초에 글솜씨 좋은 사람에게 작문을 맡겼어야 할 불완전한 글을 억지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오역이 벌어지는 것이다.

3.3.2. 애매한 원문

흔히 오역되는 영어 표현 중에 \'many years ago'가 있다. 흔히들 \'수년 전'으로 번역하지만, 실제로는 무려 50년 전(수십 년 전) 상황을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며, 유명인 기사에도 의외로 저런 식의 표현이 많다. 즉, 한국어의 '수년'과 영어의 'many years'는 100% 대응되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어의 '수년'은 일반적으로 2~6년을 의미한다.[4] 링크 물론, 시사적인 기사에서는 당연히 정확한 연도를 명시하지만, 영어권 독자들이 잘 아는 유명인의 관한 일이면 생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카사블랑카 같은 고전 명작을 언급할 경우에도 \'many years ago'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을 모르는 세대가 번역할 때는 \'수년 전'으로 오역하게 된다.

흔히 한국어는 시간 개념이 두루뭉술하다고들 하는데, 알고 보면 영어권이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과거는 악명 높았던 코리안 타임 문제로 인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저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어서 낚이기 쉬운 부분이다. often과 sometimes도 학교 영어 수업 때문에 "sometimes보다 often의 빈도가 높고 often은 '종종', sometimes는 '때때로'가 맞는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often은 종종이 아니라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 경우를 뜻한다. 자주 문서 참고.

3.3.3. 원문 저자의 문제

위의 경우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경우로, 단순히 글 솜씨가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선을 유발하는 글쓰기를 하는 경우다. 즉 저자가 의도적으로 소통을 거부하는 스타일인 경우다. 이런 글은 쓰는 사람들은 애초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인물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그들만의 코드로 글을 쓴다.

특히 저자가 예술가병에 걸린 경우, 상업 분야의 글도 문학작품처럼 쓰겠다고 자기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억지 비유를 동원하기도 하는데, 이런 글이 원문으로 등장하면, 고학력자 원어민일지라도 오역을 하기 쉽다. 이러한 경우는 번역이 아니라, 자료 교차 검증을 통한 해독을 해야 한다.

힙합 영어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거와는 또 다르다. 힙합의 경우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경우라 요즈음에는 그쪽 세계의 은어에 대한 설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폐쇄적인 업계 기사일 경우에는 그런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

또한 저자가 표절이나 주작 등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인물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출판사 측에서는 저런 흑역사는 감추고 그럴싸한 경력만 강조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번역가가 번역을 이상하게 해서 글이 이해가 안 간다며 번역가를 비난한다.[5] 이런 경우, 같은 번역가가 번역한 다른 저자의 글에선 독자들의 불만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자의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3.4. 틀린 원문

원문 단어 자체의 뜻과 전달하는 뜻이 달라서 오역하는 수밖에 없기도 하고, 반대로 단어 자체의 뜻은 규범상 오역이 아니지만 뜻이나 철자를 잘못 생각하고 쓴 글을 그대로 번역해 덩달아 틀리기도 한다. 원문이 한국어이고 번역문이 일본어인 예로서, '웃기는'과 '笑わせる'가 있어야 하는 글에 '웃긴'을 쓰고 이를 '笑わせた'로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 < 웃긴대학>이 그 사례로, 이의 일본어 번역이 '笑わせた大学'이지만, 평상시에 웃게 한다는 뜻이기에 '웃기는 대학', '笑わせる大学'여야 한다. 아님 그냥 '面白い大学(재밌는 대학)'이래도 괜찮다. ' 必要韓紙'도 한 예시이다.
3.3.4.1. 관련 문서

3.3.5. 거짓짝 혼동 및 언어유희 문제

동음이의어·다의어/ 동형이의어/ 동철이음이의어로 인해 한 문장이 여러가지 의도로 읽힐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맥락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오역이 생기거나 좋은 번역을 오역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한국인들은 외국어를 배울 때 사전적 의미에서 1~2번을 먼저 숙지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단어가 100% 교과서처럼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체 문장, 언어의 사회성과도 유관하다.

영화 그린 나이트에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의 대사가 영어 원문 기준으로도 매우 중의적이며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어 자막판 번역가는 그 중 감독이 공인한 해석에 가깝게 번역했다. 중의적인 묘미를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은 이러한 번역에 반감을 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번역가 탓만 하기도 어렵다.

때로 문맥으로 알아내어 구별해야 되기도 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문맥을 무시한 인용과 비슷하다. 일단 한 예로, 일정하게 제한된 범위를 나타내는 격 조사와 어떤 행동을 일으킨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각각 '에게/한테', '에게서/한테서'로 되어 있고 일본어 번역은 각각 'に', 'から'인데, '에게/한테'만 보고 'に'로 번역했는데 알고 보니 그 말이 'から'의 뜻인 것. 현실에서는 '에게서/한테서'는 그다지 안 쓰이고 '에게/한테/ (으)로부터'가 쓰이고는 한다.

다의어의 경우, 구어체 표현, 은어, 비속어가 해당한다. 'common'과 같이 영국과 미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맥락이 다른 경우에도 이런 오역이 등장할 수 있다. 아직 신분제가 고질적으로 남아 있는 영국에서는 이 단어가 '신분이 낮은'이라는 의미도 갖지만, 미국에서는 '흔한'이나 '공통된'이라는 의미 외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happy'라는 단순한 영단어의 경우도, 문맥에 따라 '행복한'이 될 수도, '만족한'이 될 수도, '운이 좋은'이 될 수도 있기에 일괄적으로 '행복한'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동철 이음 이의어의 경우는 양상이 좀 다른데, 표기 심도가 깊은 언어에서 종종 일어난다.
3.3.5.1. 모양이 비슷한 단어 및 한자
원문 파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일어나는 유형. 철자 하나만 잘못 바뀌어도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 획 하나 잘못 그어도 의미가 바뀌는 한자가 존재하기에 단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오역을 저지르기 쉽다. 특히 외교 문서에서 이런 행위는 그 파장은 매우 커질 수 있다.
3.3.5.2. 나라별로 다른 영어 표현
' common'은 일반적으로 '흔한', '보통의', '평범한' 등의 의미로 통하지만 '저속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이 때문에 방송국별로 영화 자막 번역이 달라진 사례가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 순수의 시대'의 경우, 90년대 중반,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때에는 'common'을 '천하다'로 번역했으나, 2014년 3월 22일, EBS에서 방영된 때에는 '평범한'으로 번역되었다.

메이가 아처에게 우연히 만난 프랑스인에게 대하는 느낌을 말하는 장면인데, 케이블에서는 "좀 천하지 않아요?"라고 한 반면, EBS에서는 "그냥 평범하지 않아요?"라고 한 것이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아니라 한 단어의 여러가지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역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일반 시청자가 보기엔 왜 그 프랑스인이 천해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걍 평범한 서양인 아저씬데...

'corn'의 경우 원래는 곡식·곡물이란 의미지만, 미국에선 옥수수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해서 일괄적으로 옥수수로 번역해놓는 사례가 많다. 유발 하라리의 ' 대담한 작전'은 1536년 프랑수아 1세- 카를 5세간의 전쟁 중 군량의 도정에 필요한 방앗간을 두고 다투는 특수 작전을 다뤘는데, 한국어 역본의 경우 여기서 문맥상 곡물을 뜻할 'corn'을 방앗간 수준의 도정 과정이 필요 없을 옥수수로 번역해 놓았다. 그래서 미국 영어를 제외한 영국 등 다른 지역에서는 옥수수를 maize라는 단어로 따로 지칭한다.

3.3.6. 전와어 문제

' 전와어(傳訛語)'는 어떠한 단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규범과는 다르게 쓰이게 된 말을 뜻하며 와전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전와어인 줄 모르고 곧이곧대로 번역하면 그대로 오역이 된다. 예컨대 일본어에서 ' 페페론치노(ペペロンチーノ)'는 알리오 에 올리오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단어만 보고 ' 고추'로 번역하는 예가 있다.

이 경우는 현지에서 해당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따로 찾아봐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3.4. 정보/지식 활용 능력 부족

3.4.1. 배경 지식 부족

한 마디로,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생기는 오해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기업 A가 있을 경우, 요즈음에는 전 세계 모든 지점을 아우르는 글로벌 CEO 직책이 따로 있다. 따라서 이 기업의 미국 CEO는 본사 CEO가 아니라 그냥 미국 내 업부만 보는 CEO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경제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 '미국 CEO= 최고존엄'이라고 오해하여 번역 기사에 글로벌 CEO와 미국 CEO가 따로 언급되면, 이걸 오역으로 오해한다. 둘 다 같은 건데 왜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냐는 것이다(...).

경제, 스포츠 기사에서 이런 문제가 의외로 심하다. 특히 경제 기사의 경우 기업명, 상품명이 길 경우, 오히려 해당 국가의 언어에 능숙한 사람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미국에서도 대한민국의 e편한세상 같은 긴 이름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는데, 영어에 서툰 사람은 이걸 굳이 해석 안 하고 고유명사로 생각해서 그대로 옮기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성장한 사람은 바로 해석이 되므로 이걸 한국어로 그대로 풀어버릴 수도 있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쓰리스타 일렉트로닉스'로 옮긴 것과 같은 것인데, 하필 요즈음에는 기업 이름 같지 않은 문장형 이름이 증가하는 추세라 이게 기업 이름인 줄도 모르고 하나의 문장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번역기 번역이 더 정확하기도 하다.

사실, 전문 분야를 다룬 글은 아무리 모국어로 작성된 글일지라도 비전문가의 이해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즉, 한마디로 문맹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문제는 흔히 번역가에게 일을 맡길 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언어 능력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술술 읽는다고 하면, 실제로는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쉬워 본의 아니게 오역하기도 쉽다.

반대로,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의 초월 번역이 오역으로 오해되는 일도 있다. 원서는 그 분야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글이지만, 번역가가 해당 분야 전문가라 일반인들 눈높이에 맞춰 풀어서 설명하다 보면 자연히 초월 번역이 나오게 된다.

이 경우, 문장 자체로는 알 수 없는 행간의 의미를 번역자가 찾아내어 자기 방식으로 윤문을 하게 되는데, 외국어만 잘하는 사람이 원서를 보고 원문에 집착한 나머지, 번역자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3.4.2. 원작 몰이해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생기는 오역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방인 오역 논쟁이 있다. 번역가 이정서는 기존의 <이방인> 번역이 오역이라 주장하며 비로소 올바른 번역본을 내놓는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 현지의 카뮈 학회에서는 오히려 이정서가 오역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겨울왕국 Let it go[6]에 오역 논란이 있긴 하지만,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원문을 직역하면 어린이 시청자들이 원문에 숨은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의도적으로 바꾸었다고 했으므로 원작 몰이해 사례로 보긴 어렵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를 참고할 것.

대강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큰 시각으로 곱씹어보면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고유명사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 나아가 문맥 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언뜻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말 세세한 부분이나 중요한 데서 오역 났는데 문맥상은 말 되니 그냥 넘어간 부분 등에서 오역임이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수준의 오역 문제는 그 정도에 따라선 대부분 오덕들이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3.4.3. 정보 누락/왜곡

구문 분석 능력이 취약하여 원문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하여 번역하는 경우. 비중이 오역 가운데 가장 크다. 대부분 원어 실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며, 다른 이유로는 해당 국가의 문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 부재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는 번역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내용 누락의 경우, 번역자의 자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번역을 하다 보면 특정 문장이나 특정 구절을 굳이 번역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어보이면 누락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하기 어렵거나 굳이 하려니 글이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편집자가 일일이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하며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간다. 사회적으로 인기를 끌거나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독자들로 말미암아 발견되지만 번역문이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묻힌다. 왜곡으로 말미암은 오역은 번역자의 실수기 때문에 번역문에서 내용상의 오류, 어색함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쉽게 발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3.4.3.1. 의도적 누락/왜곡
앞서 언급한 언어 실력, 해당 분야 전문 지식 부족, 실수로 말미암는 오역이 아니라 원래 그런 뜻으로 나온 말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옮기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이 적고[7] 한국에서 원서를 접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던 1980~90년대라면 그냥 넘어갔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영어 기준 원서를 직접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나 학력이 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누구나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저서 위대한 탈출 한국경제신문에서 번역하고 출판하면서 내용을 완전히 반대로 조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8] 사실상의 여론조작이라며 비판되었고, 결국은 디턴 본인이 한국어판의 회수와 재번역을 요구하면서 국제적인 망신 사례가 되었다. 비싼 돈 주고 책 사 본 독자는 무슨 죄...

또한 일본의 스포츠 뉴스를 번역할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오보 사례를 보듯, 원래는 객관적인 보도인데, 혐일 감정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내용을 바꿔서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에서도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자 이런 식의 보도가 횡행한다.

이러한 의도적 왜곡은 종교나 정치적인 갈등, 민족적 갈등 따위로 말미암아 상대방에게 가격할 때 무기로 쓸 수 있다. 특히 독자 대부분은 일단 기본적으로는 역자를 신뢰하고 원문을 찾아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오역이 발생하면 정말로 생사람을 잡을 수 있다. 그나마 영어 일본어는 독자들이 찾아내기라도 쉽지만, 이탈리아어처럼 국내에 실력자가 적은 언어로 악의적 왜곡을 하면 더욱 악랄해질 수 있다.

3.4.4. 교육과정의 미흡함과 생계 문제

일반 업체든 전문 업체든 번역가를 발굴하는 건 너무 어려운데, 이들에겐 번역 관리 외적인 일에도 같이 신경을 써야 하는 터라 번역을 책임지는 전문인력 육성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게임 같은 경우 나라별로 창 크기나 폰트의 차이에 맞고, 가독성을 중시해야 하며, 영화는 2줄 안에 15자 내외로 해서 수입사에 맞는 번역 툴을 써야 하는데, 번역사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 해외 택배업체를 통해 본사로 보내고 그쪽에서 로그인 허가 계정을 받고서 프로그램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 온갖 번거로운 걸 해야 한다. 게다가 업체 입장에서 번역가가 먹고 살 정도로 넉넉히 번역물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육성을 해 봤자 경력이 늘면 단가를 더 쳐주는 곳에 가서 일하는 등 남 좋은 일만 한다고 여겨져 자체 육성을 시키길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번역 전문업체에서 더 일어난다.

이렇게 될 경우 번역가 스스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자생적으로 자라야 하는데, 한 곳만 전담하기에는 생계가 넉넉치 않아서 여러 곳을 상대로 영업망을 짜야 하는 게 난제다. 어떤 번역이든 스타급은 넉넉히 살지만, 2~3류 같은 경우 번역만으로 먹고 살지 못해 알바까지 맡아 투잡을 뛰는 경우도 있다.[9] 영화의 경우 마블 영화 같은 대작급이면 몰라도 B~C급은 번역료가 낮다. 게임의 경우는 번역 단가가 낮고 일정이 너무 빡빡한데, 아예 하청까지 맡기는 통에 번역이 안 통일된 경우가 있다. 출판만화는 사업구조상 원가를 낮추는 게 관행이라 자세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다. 어찌저찌해서 운 좋게 번역작을 잡아 금손으로 빼어난 번역을 한다 해도 시장에서 안 팔리면 그마저도 땡이다. 거기에 업체 중에는 번역 지망생의 입사 지원용 샘플 테스트조차 안 하고 메일조차 안 보는 경우도 있으며, 인맥에 줄을 대기 어려운 텃세도 한몫한다.

그래서인지 박상익 교수가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제목으로 국가 차원의 번역가 육성과 지원을 촉구했고, 동일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러나 황석희는 <ㅍㅍㅅㅅ>에서 반론을 제기했다.( 주간조선 칼럼)

3.4.5. 외주 번역

외주 번역 자체가 문제인 것보다는 번역을 외주 업체에 맡긴 회사가 외주 업체의 번역 능력에 관심이 없거나 해당 언어에 문외한이라 피드백을 해줄 수 없는 경우. 현대 한국어와 동떨어진 조선족 등의 교포들이 번역을 하는 경우나 심지어 외주 회사가 아예 번역기만 돌려린 것이 공식 번역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로 악명 높았던 다키스트 던전의 초기 번역이 그 예.

다만 실력이 있는 외주 회사도 있으니 편견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 대부분의 게임 기업들은 자체 번역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으며 유비소프트처럼 한국 현지법인이 직접 번역하더라도 오역이 일상인 회사도 많다.

3.4.6. 번역기

국제화 시대가 열린 이래 외국인의 방문이 점점 늘어나면서 외국어를 병기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이게 번역기에 맡겨지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도 원어 실력 부족이다.

인터넷과 빅 데이터의 정보 공유 및 학습으로 번역 프로그램이나 앱 등의 번역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기는 하나 아직 초기 단계이며, 보다 적절한 번역이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전후 문맥을 명확히 제시하여 번역기의 실수를 최소화하거나 번역기의 번역 후에 사람의 손을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번역기는 데이터 내에 없는 짧은 단어나 명료하지 않은 문법 체계일수록 번역의 정확도가 낮다.

이러한 사례는 짧은 단어 = 상품의 이름을 내거는 상점들, 특히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반영되는 음식점 메뉴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장 주인, 또는 메뉴판이나 광고지를 제작하는 디자인 업체 등지에서 상술한 번역기의 약점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

3.4.7. 거짓짝 관련 문제

3.4.7.1. 언어간 동형이의 한자어
분명 대한민국 및 중국, 일본은 한자문화권이다. 하지만 같은 문화권인데도 같은 의미의 단어가 각국마다 한자 표기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한자의 소리만을 적고서는 번역했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 자칫하면 원래의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 작품의 이해를 막는다. 예를 들면, ‘ 설탕’을 일본에서는 ‘砂糖(さとう)’로 표기하는데, 이것을 그냥 읽어서 ‘ 사탕’으로 번역하는 경우와 ‘ 마작’을 중국에서는 ‘麻将’로 표기하는데 이것을 그냥 읽어서 ‘ 마장’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이러는 경우이다.[10] 심지어는 ' 남자친구'를 의미하는 일본어 '彼氏(かれし)'를 그냥 읽은 '피씨'와 ' 일요일'을 의미하는 중국어 '星期天'을 한국음으로 읽은 '성기천'은 한국어에 아예 없는 단어다.[11] 이러한 번역은 설사 한자를 병기하여도 한자의 쓰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보통은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중국어나 일본어를 외국어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한자어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프로 번역가가 이러한 실수를 하는 것은 해당 언어를 다루는 기본적인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고, 아마추어 번역가는 번역에 앞서 이러한 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번역해야 한다. 또,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기에 서로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단순히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에는 논란이 있다. 중국어 한글 표기 논쟁 문서 참고.
3.4.7.2. 뜻이 다른 외국어와 외래어의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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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중역

또 하나의 이유로는 옛날에 출판계에서 자주 일어난 일로서 출판하고자 하는 서적을 원문 번역이 아닌 제3국 번역본을 통해서 번역한 것이다. 이를 ' 중역(重譯)'이라고 하는데, 영어로 된 소설을 바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영어 원본을 일본에서 일본어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식이다. 얼핏보면 이해되지 않겠지만 이는 원가 절감을 위하는 출판사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갑'이라는 출판사가 굉장히 유명한 영국작가의 국내 출판권을 따냈다고 하자. 하지만 이 출판사는 지금까지 일본 소설을 전문으로 한 곳이다 보니 사내에 영어 전문가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영어 전문 번역가를 다시 고용하려니 돈이 든다. 그리하여 생각한 것이 이미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는, 해당 작가의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아주 흔한 일이었고, 특히 비영어권 유럽 국가와 중남미 쪽 작품들은 대부분이 중역이었다. 사실 지금도 국내에 영어, 일본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 전문 번역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실이기도 하다.

원가 절감이 아닌 번역 품질 차원으로도 중역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정도로 유명한 외국어는 실력 있는 역자를 찾아서 맡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 밖에 좀 마이너한 언어들은 해당 도서가 다루는 내용에 대한 전문성과 언어에 대한 식을 겸비한 역자를 찾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 경우에는 1. 출판 대국 일본이니만큼 일본어판의 번역이 충실한 것과 2. 일본어-한국어 번역은 실력 있는 역자를 찾기 쉬운 것을 전제로 일본어판을 구해서 중역하는 편이 결과물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에 번역자가 희귀한 언어이면 어쩔 수 없이 중역을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와힐리어 같은 극단적 사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리스어 라틴어만 하더라도 국내 번역자는 굉장히 부족하다. 여기서 얼마 없는 국내 번역자에게만 의존하면 한국인들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수많은 저작들의 태반을 볼 수 없다. 그나마 그리스어에서는 신약 성경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라틴어에서는 가톨릭 교회의 일부 저작들에서 원문 번역을 볼 수 있지만, 절대다수의 텍스트들은 중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의 좁은 번역 시장을 고려할 때, 무턱대고 중역을 배척하는 건 배부른 소리에 가깝다.
3.4.8.1. 일본식 표기 답습
위와 같은 번역을 거쳐서 완성된 번역본들은 "일본식 외래어 표기"와 같은 치명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다(대표적인 사례: 니체의 '힘에의 의지'가 과거에는 '권력의 의지'로 번역되었다. 이 역시 니체의 '힘'을 권력으로 이해, 번역한 일본 출판계의 실수를 그대로 검토조차 안 하고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과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1990년대 초까지 이루어졌고, 21세기 들어서는 거의 없지만 간혹 생기기도 하는데, 주로 외국어 교재들에 이런 실수가 생긴다. 이 역시 원가 절감을 위해서 이미 일본에서 만든 외국어 교재를 무분별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각종 수험서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판 ' 모에땅'이다. '다락원'이라는 출판사는 원래 일본어와 중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교재 출판사였는데, 일본어와 영어를 동시에 잡겠다는 이상한 심보로 '모에땅'을 번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사전 번역 지식이 부족한 점과 일본 오덕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 부족으로 말미암아 번역은 제대로 되지도 못했다. 영어 예문을 써놓고 그 아래 번역된 일본어 예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예문을 번역하면 함께 나와 있는 예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도 하다. 게다가 오덕 문화 이해 부족은 굉장한 오역으로 이어졌는데, '미소녀' → 'rosebud'[12][13]의 번역을 다시 'rosebud' → '로즈버드' 그대로 번역하는, 웃지 못할 센스를 발휘했다.
3.4.8.1.1. 예시
이는 일본 만화, 일본 게임 등을 아마추어가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주 드러나는 현상으로,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人(사람): 쉬운 한자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오역하기도 한다. 人은 사람,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ex) 사람의 유부녀한테 수작부리지 마 -> 남의 유부녀한테 수작부리지 마
  • いい: 좋다라는 쉬운 단어지만 상황에 따라 생략도 해야 한다. ex)死ぬがいい 죽는게 좋다 -> 죽어라[14] 로 번역하는게 좋다.
  • ~ね: 문장끝에 와서 말투(뉘앙스)를 전달해주는 조사다. 그런데 발음이 '네'라고 번역을 '네'로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네는 ex) いいね(좋네) -> 좋구나, 좋은걸
  • イメージ(이미지): 번역체 문장/일본어 문서에 자세히 적혀 있듯이 일본어의 외래어로서는 '상상'이라는 영단어 'Imagination'을 줄여부르는 것으로 '상상', '상상도'라는 의미가 있지만 아마추어 번역가는 이걸 그냥 '이미지'[15]로 음역하는 경우가 있다. ex) 주인공이 망상하는 장면에서 '이것은 주인공의 이미지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옴
  • 異星人(이성인)/宇宙人(우주인): 일본어에서는 '외계인'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안 쓰이는 표현인데도 이걸 그냥 '이성인'이라고 번역해 두면 한국인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특히나 우주인의 경우 한국에서는 우주비행사라는 다른 대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 ex) 이 기계는 이성인/우주인의 물건인가요? 아니요. 외계인의 물건입니다.
  • 彼女(그녀): 일본어에서는 '여자친구'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하지만 이걸 그냥 '그녀'로만 번역하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16] ex) (사람이름)이 너의 그녀지?
  • ~たち('인명'들): 한국어에서는 사람 이름에 '~들'이라는 표현이 붙지 않는다. 굳이 쓰인다고 하면 동명이인이 모일 때 정도? 주로 여러 명이 모일 때 대표적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는 사례이므로 '누구네', '누구누구 일행' 정도로 번역하는 게 나을 듯. ex) 만화 원피스의 아마추어 번역에서 '루피들'로 번역한 것 이 종류의 오역은 지겹게 많이 봤다.
  • 幻, 幻想(환상): 한국어와 일본어 둘 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이란 의미가 있지만, 일본어에서는 '(현실에 없기 때문에) 덧없는, 이뤄질 수 없는'이란 의미가 강하다. 반면 한국어에선 영어 'Fantastic'에 가까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다 보니 그대로 옮겨버리면 의미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순우리말인 '허깨비'나 한자어 '허상(虛像, 虛想)' 등이 일본 쪽의 정서에 맞는다. 특히 일본 서브컬처에선 '있었는데 없었습니다'와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며 이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그대로 번역해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진 개념이 바로 ' 환상의 에피소드'이다. 해당 문서에도 의미 차이가 설명돼 있으니 참조해보면 좋다.

그 밖의 사례는 번역체 문장/일본어 문서를 참고할 것.

3.4.9. 한칭 정발명 혼동

에로망가 선생 2권에서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포켓몬인 한카리아스에 뒤처지는 플라이곤에 대하여 말하는 내용이 나왔는데, 일본에서의 한카리아스는 'ガブリアス'로 읽히기 때문에 이를 직역하여 ' 가브리아스'로 적어놓았다. 여기 서술된 오역들 중 심각한 오역까지는 아니나[17] 기왕 한국어판으로 나오는 만큼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배려해주지 않은 점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장면들이 두드러진다. 이는 같은 작가의 전작인 내여귀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기타 서브컬처의 경우에도 정식 발매된 한칭과, 일칭의 차이점으로 인하여 읽는 독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3.4.10.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 문제

일본 문자의 한계로 인해 표기할 수 있는 발음이 제한되다 보니 애초에 표기하려 한 단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유추할 수 없어서 옳게 표기한 것을 과잉 수정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만화 번역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 젤라토'를 '젤라트'로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상품명 표기에도 혼선이 빚어진다. 가타카나 표기만 봐서는 영어식 이름을 의도한 것인지, 자기네 언어를 활용한 상표명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번역가는 일단 상표의 가타카나 발음을 한글로 정직하게 옮겨 놓고 보는데, 이걸 그냥 번역기 돌린 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는 게 문제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서 과잉 수정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잠재되어 있다.

사실, 상표, 인명은 고유명사이므로, 일본과 합작한 영어권 기업이나 설정상 일본 밖 외국인이 아닌 한, ' 라이토', ' 곤파스'처럼 일본 현지에서 불리는 그대로 적는 것이 옳다.

3.4.11. 호칭체계 차이의 문제

3.4.11.1. 친족 호칭의 문제
대한민국은 독보적으로 친족에 대한 호칭 체계가 복잡한 국가로, 5~8촌( 오촌, 육촌, 칠촌, 팔촌)의 친족에 대한 호칭이 세세하게 정의되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18] 예를 들어 고조할아버지의 외사촌은 선외재종고조할아버지이고, 외할머니의 이모는 외외증외증존이모다. 이 문제는 영어권 등 서양 문학을 번역할 때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인데, 친척(영어 기준으로는 cousin)이라고 뭉뚱그려 놓고는, 정확한 친족 관계를 명시하지 않다가 나중에 되어서야 정확한 관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심지어 영어 원문에서 제대로 명시해 놓아도 한국어 번역가들이 대응관계를 잘 해석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19] 이 경우는 빼도박도 못하는 오역 맞다.

심지어 외국어에서는 먼 친척이 아닌 직계 혈족 간의 호칭도 불분명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brother, sister 등은 손위 형제인지 손아래 형제인지와 화자의 성별을 알아야 한국어로 번역할 수가 있다![20] 또 일본어/중국어라면 'お兄さん'/'哥哥'가 오빠인지 형인지, 'お姉さん'/'姐姐'가 누나인지 언니인지가 불분명하므로 화자의 성별에 대한 추가 정보가 없다면 한국어로 정확한 번역이 어렵다.[21]

이런 친족 호칭의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역은 역자의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그냥 재수 없는 상황이다.

드물게도 오역이 본의 아니게 선견지명이 되기도 한다. 명탐정 코난의 주요 등장인물인 스즈키 소노코의 친척인 스즈키 지로키치는 소노코의 아버지의 사촌형, 즉 '5촌 당숙'이었지만 일본어 호칭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관계로 그냥 '삼촌'으로 번역했었다. 공교롭게도 후일 관계가 복잡하다고 여긴 작가에 의해 진짜 삼촌으로 바뀌면서 맞는 번역이 되었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면 친족호칭을 구분하지 않고 번역하겠지만, 이러면 한국어 원문에서의 관계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친족호칭 뿐만 아니라 구분하는 언어에서는 구분하지 않는 언어를 번역할 때 한 쪽으로 번역해야 하고, 구분하지 않는 언어는 구분하는 언어를 번역할 때 원문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3.4.11.2. 사회관계적 호칭의 문제
위와는 다르게 주로 일본어 번역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짱( ちゃん)'이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적절한 한국어 호칭이 없다. 이것도 번역자를 멘붕시키곤 하는 문제이며, 그냥 그대로 옮기는 번역자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현대 한국어에는 보편적인 2인칭 부재로 인한 번역가가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22]

3.4.12. 번역자와 단어 선택의 문제

일부 외국어에는 외래어에 그 의미를 풀어서 위첨자로 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일본어에 많은데(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 등), 이 경우에 보통 외래어 표기를 사용하지만, 한국에는 일본과 달리 한자어 위에 외래어 첨자를 다는 구조가 없기 때문에 문맥이나 앞뒤 정황 등을 고려하여 어느 것을 사용할지를 선택한다. 특히 아마추어 번역자들도 외래어 표기 또는 한자어 표기 둘 가운데 하나를 고려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반적으로 고유 명사는 외래어 표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뜻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고유 명사의 의미를 괄호 속에 적는 경우도 있고, 의미와 고유명사 양쪽을 자연스럽게 적는 경우도 있다(ex: 가자, 위대한 항로 "그랜드 라인"으로!!).

그런데 번역자가 바뀌면 이런 선택이 뒤바뀌면서 작품 이해에 혼선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번역자의 실수는 아니지만 의미 전달에 혼란을 가져오는 점으로 오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3.4.12.1.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
한국에는 존비어 문화가 있는데 단어 선택 면에서 다른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특히 고심하게 되는 것이 다름아닌 대화 부분으로, 쌍방의 신분에 따라 아예 호칭과 문체가 달라지는 특성 때문에 번역자는 생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3.4.13. 언어 변화

규범상은 잘못된 표현이지만 언중에겐 익숙해서 자기도 모르게 오역을 저지르기도 한다. '-든'을 쓸 자리에 '-던'을 쓰는 등.

또, 위와는 다르게 번역 대상 언어나 번역어의 뜻이 규범상은 달라져서 기존 번역이 오역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3.3, 3.4.7, 3.4.8번 문단과 관련이 어느 정도로 있다. 특히 모순어법은 직역하면 오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세다.

이것("4. 영어 단어 100개 외울 시간에 2-3개 단어만 집중적으로 파자")과 이것("언어는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生滅)을 거듭한다. 이 같은 언어의 역사성으로 인해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벤야민은 ‘번역 불가능성’보다는 ‘번역 가능성’에 주목한 철학자이다.")도 참고.

구어체와 문어체 전통이 별개로 전해 내려오는 일부 언어 역시 오역을 일으키기 쉽다. 예를 들어, 일본어 전근대 서면어인 문어체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 적용되어 있어 번역기에 집어넣어도 이상하게 오역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정도면 전문번역가를 넘어서 역사학자 또는 고고학자에게 번역을 의뢰해야 하는 경우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3.5. 사람과의 갈등

3.5.1. 시간 문제

시간 엄수가 생명인 전문 번역의 특성상은 물어볼 시간 없이 빨리빨리 번역 작업을 쳐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기껏 번역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질문하면 '그냥 원문대로만 번역해 달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번역가는 자신이 번역가인지 편집자인지 혼란해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특히 광고, 정책 홍보문 등은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어 글쓴이의 논리적 부실함이나 근거 부족 등을 얼렁뚱땅 넘기거나 미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문이 상당히 많다. 결국은 돈 문제이다.

3.5.2. 교열자와의 갈등

  • 먼저 이 항목은 교열이란 직업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업계에서 부적절한 인력을 채용하여 시간, 비용 낭비, 내용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교열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업계 선배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타 분야 종사자와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여 청춘을 허비하거나 인성이 흑화함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 물론 제대로된 교열자를 채용할 경우에는 금상첨화이지만, 실제로 그러한 인재를 만나기는 어렵고, 있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선뜻 채용하기가 어렵다.
  • 후술하겠지만, 초짜 교열 알바의 의욕 과잉에서 나온 과잉 수정 문제가 아니라, 나름 짬밥이 있는 교열자의 어그로성 다분한 독선이 대부분이다. 초짜는 그래도 실수가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어디서 실수를 했는지를 알지만, 후자의 경우는 글이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탈바꿈해 버리기 때문이다.[23]
  • 학계에서 정한 문법은 일반 대중의 언어생활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고, 비문만 피하면 일반 대중이 번역문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교열자들 중에는 너무 규정에만 집착하여 일반 대중과 동떨어진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도 있어, 문법상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일반 대중이 읽었을 때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실무적 관점에서 무조건 문법만 지킨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번역투 말살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히려 비문을 양산하는 교열자도 있다. 따라서, 차라리 교열자를 따로 두지 말고 클라이언트가 직접 번역문을 읽어 본 후 실시간으로 번역자와 피드백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다.

번역된 기사를 윤문하는 교열자들이 하기 쉬운 오해인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선을 넘어서 번역가가 기껏 해놓은 표현들을 모조리 잘라버려서 마찰을 빚기도 한다.

가장 흔한 트러블로는 교열자가 번역투로 판단한 문장을 바로잡으려다 문장이 왜곡되는 경우다.

교열자들은 주어를 반드시 언급하는 문장, 수동형 문장, 어조사인 ''나 ' ~에 대하여'가 등장하면 반드시 삭제하려 든다.
물론, 한국어는 주어를 생략해도 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다가 정말 중요한 주어까지 삭제하여 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되거나, 행동의 주체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는 참사가 나기도 한다는 게 문제다. 진짜 문제는 '~에 대하기', '~에 대한다' 같은 다채로운 활용을 전혀 안 하는 것이지만('~에 대하여(서)' 자체를 문법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교열자들이 번역투라고 판단한 문장이 실제로는 번역투가 아닐 수도 있는 게 문제다.

게다가 번역투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한자어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원래 번역문은 \'다른 사람은 범접할 수조차 없다'인데, 교열자가 이곳에 부사 ' 과히'를 추가하여 \'과히 범접할 수조차 없다'로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과히'는 \'정도가 지나치게'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있어 보이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행위를 교열자라는 사람이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것은 양호한 사례이고, 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 모르는 부분을 자신의 상상으로 메꾸어 마개조하는 교열자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교열자의 업무 범위가 애매해서 벌어지는 폐해인데, 보통은 기획 같은 업무를 하기 전 단계에서 초년생들에게 일 배우라고 맡기는 게 교열이며, 정말로 교열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메이저급 일간지에 근무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메이저급 언론사는 업무 분담이 철저하고, 짧은 시간 안에 오탈자를 잡아내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이곳에 상주하는 교열자는 자기가 모르는 분야는 건드리지 않는다. 여러 분야의 담당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문법 나치가 되는 것을 피하고, 되도록이면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한 곳에 오래 소속되어 일해야 하기 때문에 원만한 인간관계가 필수이다. 이는 프리랜서를 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인맥으로 일이 들어오기 때문에 업계 평판이 중요해서 지엽적인 것으로 고집을 부리다 트러블이 생겨서는 안 된다.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받으려면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클라이언트의 의도에 맞게 출판물의 오류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하므로 오히려 문법 나치가 아닌 교열자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간다.

즉, 일단 문제를 일으키는 교열자들에게는 먼저 실질적인 능력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교열계의 진짜 빌런은 경력은 길지만, 원만치 못한 성격으로 인해 업계에서 밀려난 교열자이다. 이런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근거 없는 경력 부심으로 글이 왜곡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쉽다. 게다가 나이가 많은 경우엔 외국어 이해도가 낮아서 번역가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그래서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번역문은 무조건 오역이라 지레짐작하고 사실 관계가 왜곡된 글로 마개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지적해도 경력 부심 때문에 전혀 수긍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번역이 이상해서 글이 안 읽힌다며 적반하장으로 보복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고유명사인 인명도 희귀 성씨이면 오타일 거라 지레 짐작하고 틀리게 고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구글에서 검색을 해야 정보가 나오는데, 습관대로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에서 검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포털 검색 시스템이 이를 오타로 인식하여 스펠링이 비슷한 다른 성씨를 결과물로 제시한다.[24] 이런 경우, "왜 네이버에선 ***가 안 나올까?"하고 의문을 갖고 번역자에게 "***란 인명이 있냐?"라고 물어보는 게 정상인데, 물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하고 오타로 바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원래 교열이란 오자를 바로 잡는 직업인데, 오히려 교열자가 없던 오자를 생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실제로 있다(...).[25]

교열 직종에서 유독 이런 불통 문제가 많은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과거의 교육 방식이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일깨우는 계몽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보니, 유독 계몽에 집착하는 경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계몽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불쾌해하지 않도록 눈높이에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교육자들이 그 시절 꼰대식 교육 방식에 절여진 사람들이고, 교열이란 분야 자체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본래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 맞춤법 검사기 양산으로 변질되다 보니, 타 분야와의 소통이 없을 뿐더러 교열자의 지식도 부족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똥군기가 남아 있다 보니, 자신의 무지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열자들은 어문 규정에는 빠삭해도, 정작 일반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의 국룰로 익히는 배려하는 화법을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애매모호한 문법 숙지에만 올인해 온 사람들이라 과학, 기술, 경제 등을 다룬 글은 기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 경우, 교열자가 무조건 번역가부터 의심하고 본다는 것이다. 이거 글이 잘 안 읽혀서 못 하겠다. 다시 번역해 와라라는 식인데,[26]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제가 이 분야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라고 말을 꺼냈을 것이다.

설령 질문을 하더라도 은근히 비꼬는 늬앙스로 질문을 한다. 이 상황을 픽션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 나온 예시는 어디까지나 가상 직급이다.
예시: 경제 기사에 파라과이 기업 umanle S.R.L.이 나온 경우
김나무는 umanle S.R.L. 파라과이 대표를 거쳐 umanle S.R.L. 글로벌 CEO가 되었다.

이 번역문을 글로벌 기업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는 교열자가 교열할 경우, umanle S.R.L. 대표 하나만 쓰면 되지, 왜 저렇게 썼느냐며 의아해한다.[27]

물론, 저런 의문을 갖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예:
umanle S.R.L. 파라과이 대표와 umanle S.R.L. 글로벌 CEO는 다른 직책인가요?
소통 불능 교열자의 예:
umanle S.R.L. 파라과이 대표와 umanle S.R.L. 글로벌 CEO는 다른 직책인가 보죠?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어떻게 보이는가?

전자의 경우, 그냥 궁금해서 묻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얼핏 보기엔 평범한 말투 같으나 번역자 네가 두 가지가 다른 거라고 생각하고 번역한 건 알겠는데? 그게 정말 다른 걸까?라고 미묘하게 비꼬는 늬앙스가 느껴진다. 이는 ~한가 보죠?라는 말투 자체가 추측의 늬앙스를 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질문하는 상황에선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말투이다.[28] 일반적인 회사원이 그런 식으로 질문했다면 두고 두고 뒷말이 나올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번역자가 글로벌 기업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을 경우, 교열자는 손상당한 자존심 때문에 복수심을 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번역문의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식으로 소심한 복수를 한다.

이것만 봐도 교열 직종 종사자들의 사고방식이 일반인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29]

또한 교열자가 어쨌든 나이가 많은 경우, 장유유서를 중시하는 한국 관습상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발행인이나 대표 같은 윗분들이 교열자의 경력에 낚여서 이런 빌런임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실제로는 윗분들이 직접 읽어 보고 번역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보다 나은 번역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일단 경력자를 내세워야 잡지에 권위가 실린다는 이유가 크다. 경력만 많은 빌런 교열자는 최신 분야 이해력이 낮아서 실제 업무 능력은 초짜보다 못한데, 자존심만 강해서 설득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낚여서 이런 사람을 고용한 윗분들은 업무 현장의 트러블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 데다가, 빌런 짓을 한 교열자가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으니 번역가나 편집실 직원이 따지기도 쉽지 않다.

마이너한 교열자에게 해당되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잘못을 바로잡는 정도를 넘어서, 모든 문장을 자기 스타일로 개조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는 본래 문학가를 꿈꾸다가 잘 안 풀려서 그 길로 들어선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30] 그래서 번역문의 교열은 엄연히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데도, 한국어가 번역체에 오염되는 걸 막는다거나 본인의 창작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남의 글을 마개조하는 부류가 있다. 그래서 작은 회사에서 일할 경우 월권을 행사하기 쉬운 것이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교열자가 외국어를 잘하면 교차검증이 가능하겠지만, 외국어를 못해서 교열만 하는 사람도 있다. 교열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을 제공해도 '(어차피 못 읽으니까) 번역문으로 주세요'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렇게 그 번역문이 이해가 안 되면 다른 번역자를 찾아나서고...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글쓰기도 외국어도 안 돼서 교열만 하는 어중간한 부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열자가 작가와 트러블을 빚었다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작가가 너무나 거장급인 경우 웬만해선 원문을 건들지 않고 넘어간다지만, 교열자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자기 딴에는 옳은 의도로 수정한 게 과잉 수정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선한 의도였으니 좋게 넘어간다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가병에 걸린 교열자일 경우에는 작가를 훈계하려 들기 때문에, 싸움이 빚어진다.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 글을 두고도 이런 트러블이 벌어지는데, 번역문인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언론사와 출판사가 인건비를 줄인다고 교열자를 상주 직원으로 두지 않고 프리랜서로 돌리니 교열 업무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즉, 그만큼 좆문가가 많아진 것이다.

번역도 그렇지만, 사실 교열도 배경지식이 중요한 직업이다. 원래 전통적으로 교열은 문법 검사 업무라기보다는 문맥을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팩트 체크 업무에 가까웠다. 그래서 해외 유명 매체에 소속된 교열자의 경우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교열자는 대개 저임금 알바 노동자이므로, 상위 0.1%가 아닌 한, 인간 맞춤법 검사기 역할만 맡아왔기 때문에, 문법만 조금 더 잘 알 뿐이지, 사실상 유치원생 일기 체크하는 유치원 선생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31]

그리고 번역가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서 결국엔 같은 을인데도 교열자가 번역가를 만만하게 보기도 한다.[32]

더구나 교열자들은 직업 특성상 같은 글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소위 게슈탈트 붕괴라 하는 의미 과포화 현상을 직업병으로 겪기 때문에, 업무에 과몰입하여 멀쩡한 글도 문제 삼는 일도 간혹 가다 있다. 그러니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번역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업무 분야가 칼같이 분리되지 않은 출판 분야 특성상 교열자가 번역자를 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교열이 주화입마하기 쉬운 업무인 걸 잘 알아서 교열자도 교열을 혐오한다.[33]

이처럼 교열자는 일단 번역문은 외국어에 오염된 글이라고 의심하고 보는 직업병이 있지만, 프로 번역가는 한국말을 모르고 외국어만 잘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며, 나름대로 깊은 고민 끝에 타협점을 찾아 번역문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교열자가 모르기 때문에 오해와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교열자들이 일본어 잔재설에 현혹되기 쉬워서 마찰이 잦다.
사실 상술한 문제들은 결국 번역가는 최초의 독자인 교열자가 잘 이해하도록 번역하고, 그리고 교열자는 다른 독자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목표만 지키면 해결된다. 즉 교열자가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오역한 번역가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문법에 집착해서 '외국어 번역가이니까 한국어를 어색하게 썼을지도 몰라'라며 편견을 가지고 편집에 임하는 교열자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유야 어쨌든 매체를 접한 독자들이 '이거 내용이 이상한데'라고 판단했다면 텍스트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교열자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열자 선에서 내용이 이상하다고 판단됐다면 번역자에게 오역 여부 및 원문에 관한 정보를 구하고 그를 돕는 게 맞다. 참고[34]

다만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교열자가 항상 최고의 독자인 것은 아니라는 게 문젠데, 물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메이저급 출판물을 고정적으로 담당하는 경우라면 교열자= 최고의 독자라는 공식이 성립한다.[35]

하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아예 모르는 취미 관련 분야나 전문 분야는 반대로 교열자=최악의 독자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일례로, 골프에서 스코어를 점수 개념으로 오해하여 스코어 100을 100점으로 수정하는 교열자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그냥 동네에서 골프 좀 치는 사람한테 글을 읽어보라 하고 의견을 묻는 것이 낫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소위 오덕, 덕후 분야라 하는 서브컬처 분야나 마니아적인 분야를 다루는 글도 많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된 원칙만 지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교열자가 독자층을 결코 대표할 수 없는 케이스가 많으며 2010년대 들어 그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36]

그래서 앞서 언급되었듯이, 교열자가 협상가의 자세로 번역가나 해당 분야 전문가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현직 교열 기자 엄민용의 경우, 게임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게임 방송을 시청한다. 링크[37]

다만, 한국 현실상 미국처럼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인싸형 교열자를 만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굳이 교열자와 감정적으로 충돌할 일을 만들지 말고, 교열자가 모르게 철저한 검수를 하는 게 오역을 막는 요령이다.

마지막으로 번역가와 교열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명언 하나가 있다.
The difference between the right word and the almost right word is really a large matter - it’s the difference between lightning and a lightning bug.
'적절한 표현'과 '적절하다 싶은 표현'이 얼마나 다른지는 실로 중대한 문제로, 번개(lightning)와 반딧불이(lightning bug)만큼 차이가 난다.[38]
- 마크 트웨인

3.5.3. 잘못된 인맥 문제

초보 번역가라면 몰라도 몇십 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 번역가가 작업 과정에서 오역을 터뜨려도 회사 측은 이를 감싸주기에 급급한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를 번역했던 박지훈조차 '번역가는 실력보다 인맥이 좌우한다'는 말을 한 게 이를 입증한다. 일선 관리자들조차 번역가에게 일을 주면 이들 중 일부가 마감을 어기는 것도 권리라고 주장하며 휴대폰을 꺼 놓든지, 단가가 높은 일에만 신경 쓰고 자신의 직무를 미루거나 번역에 대해 피드백을 주면 "날 가르치려 한다!" 투로 대드는 경우도 있다. 실상은 사람 말고 번역 문제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설사 오역을 발견해 그 번역가를 자른다 해도 그 사람들이 번역 작업에 의욕을 잃어서 손을 떼는 잘못된 결과가 오기에 인맥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된다.

3.5.4. 인력 미스 매칭

흔히 번역 실력을 언어 방면의 실력이라고만 인식하기 때문에 정작 글에서 다루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간과하고 부적절한 번역자에게 일을 맡긴다.

예를 들어, 경리 업무에 대한 일본어 글이라면 경리 업무를 알고 일본어도 아는 사람에게 번역을 맡겨야 하지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일본어 관련 스펙만 본다. 그래서 만약 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이 있는 마이스터고 출신 경리 직원과 명문대 일문과 출신 대졸자가 있을 경우, 후자에게 일이 돌아가기 쉽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어 자격증이 있는 경리가 명문대 일문과 출신 번역가가 번역한 글을 읽어 보고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력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후자에게 모든 걸 일임한다면 오역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최악인 상황은 국문과 출신은 글을 매끄럽게 잘 쓸 것이라 생각해서, 후자가 번역한 글을 경리 업무도 모르고 일본어도 모르는 국문과 출신에게 리라이팅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결국 의사소통의 혼선으로 인해 본의 아닌 마개조가 일어나게 된다.[39]

3.5.5. 편집부의 갑질

내용은 정확하게 옮겼지만 편집부 쪽에서 뭔가 자극적인 것을 바라는 경우에 편집부로 말미암아 뉘앙스가 바뀌어 버리는 수가 있다. 하지만 번역가가 여기에 항의하기는 쉽지 않다. 번역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편집부의 판단에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회사 내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는 대해서 담당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때도 많다.

3.5.6.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하는 의도적 윤문

출발어 텍스트에 인종 및 사회 집단에 대한 비칭이 존재하나[40] 작중에서는 중심 소재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곧이곧대로 옮기면 현대 사회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번역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윤문해서 해당 표현의 존재를 감추는 일이 많다. 이러한 유형의 번역은 나중에 외국인 독자에 의해 해당 원문의 정확한 의미가 밝혀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출판 시장에서는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국가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공감대나 감수성 정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출발어 텍스트에서 명백한 악의가 담겨있지 않은 바에야 적당히 감안해서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이런 선의의 거짓말은 외교 분야 통번역에서 숱하게 발생하며, 국가 간의 친선관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41]

또는 출발어 텍스트가 방언일 경우, 표준어로 일괄 번역하는 것도 오역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도착어에 존재하는 임의의 방언형을 선택해서 옮길 경우, 지역 차별이냐는 오해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표준어로 일괄 번역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가 매우 짙게 남아 있어서, 번역 하나만을 위해 출발어의 상황을 하나하나 다 따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발어에서는 서로 평어로 대등하게 말함에도, 결과물은 강한 상하관계가 정립되어 한쪽은 일방존대, 한쪽은 일방하대로 변질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악의적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나타나는 점에서, '의도적 누락/왜곡'과는 구별된다.

3.5.7. 외래어 표기법

넷플릭스처럼 사정으로 인해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번역한 단어가 일반적인 언중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나 기존 팬덤이 자체적으로 번역한 표현과 달라서 욕을 먹기도 한다. 맞춤법을 지켜서 욕을 먹는 약간 다른 경우이지만, 그래도 이는 어색함의 문제이지 문장 구조나 의미 자체가 깨지지는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비판 수위는 약하다.

대표적으로 팬덤에서 보통 '치탄다 에루'로 불리지만 정발명이 지탄다 에루가 되어버린 고전부 시리즈 시리즈의 히로인이나 러브 라이브! 선샤인!!의 등장인물인 마츠우라 카난이 넷플릭스 판에서는 '마츠우라 가난'이 되어버린 경우가 있다.

3.5.8. 전문 분야 번역 시 커뮤니케이션 문제

원문이 이공계 영역인 경우, 해당 외국어를 잘 아는 이과 출신이 감수를 맡아 보는데, 소위 문과적인 소양이 약해서 문장을 어색하게 고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주어목적어를 누락하는 경우마저 있다. 다만 그렇다고 이과는 무조건 국어가 약하다는 게 아니다. 이공계 분야에서는 백마디 말보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 주는 도표가 더 중요하므로 상대적으로 언어적인 소통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그런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문장에 주어나 목적어가 빠졌을지라도 어차피 표를 보면 이해가 되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원문을 읽을 줄 아는 전문가일 경우, 외국어만 아는 번역가가 전문 용어를 잘못 이해하여 오역하는 것은 잡아낼 수 있으며, 전문 용어의 개념을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을 글로 썼을 때 의외로 비문이 많다. 이공계 전공자의 경우,평소 그래프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언어적인 소통은 상대적으로 서툴 수 있다. 일례로, 양이 늘어났다고 해야 하는 것을 양이 높아졌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래프를 언어로 직역했기 때문이다. 즉, 이공계 분야 번역은 외국어 번역이라기보다는 그래프 번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해당 분야 전문 지식이 없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에게 교열이나 윤문을 맡기는 병크가 종종 빚어지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양쪽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문과의 경우 이공계 전문가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공계는 왜 자신이 쓴 문장이 비문이라 지적받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문법적인 비문만 있는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따져 봤을 때 어색한 비문도 있다.[42]
이런 경우 반대로 국어 지식이 있는 번역가가 올바르게 다듬은 문장을 전공자가 틀리게 바꿔 놓을 위험도 있다. 예를 들어 원문이 일본어로 쓴 과학 분야 글일 경우, 일본어 전공 번역가가 최대한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으로 바꿔 놓은 걸, 이공계 전공자가 번역기 돌린 듯한 번역체로 되돌려 버리는 경우가 있다(...) 원문에 조사 가 있을 경우, 일본어 전공 번역가는 되도록이면 생략해서 번역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공계 전공자가 일본어를 알 경우에는 이걸 무조건 로 직역해 버리기도 한다. 일본어 전공 번역가는 일본어 잔재설에 낚인 사람들에게 태클 걸릴 것을 의식해 최대한 일본어 느낌을 덜어내려고 하지만, 일본어를 아는 이공계 전공자는 과학 분야에 비전공자가 개입하는 것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언어 순화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문장에서 중요한 목적어나 주어의 누락은 못 보고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43]

더 큰 문제는 번역가가 기껏 번역해 놓은 걸, 감수를 맡은 이공계 전문가가 누가 봐도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가는 문장으로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도 이과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3.5.9. 번역가의 양심 문제

앞서도 언급되었듯이 번역은 외국어 실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분야에 따라서는 외국어 실력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우선인 경우도 있다. 이공계 분야를 다른 글이나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글이 특히 그렇다.

문제는 번역가가 해당 분야 지식이 부족해 글 내용을 이해 못 했음에도 이걸 특유의 글빨로 교묘하게 감추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문을 직접 독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번역기 돌린 글에 자신의 상상을 더하여 그럴싸한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구글 번역 같은 번역기 기술이 발달해서, 글빨만 좋으면 저런 식으로 사기를 치기가 쉬워졌다.

이렇다 보니, 정직하게 번역을 했는데도 정작 글빨이 부족한 사람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오히려 정직한 번역을 한 사람이 번역기 돌려 일을 대충했다고 억울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원문 저자가 글솜씨가 없는 사람일 경우 그런 오해를 받기 쉬운 편.

3.6. 유교적 정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성별, 나이, 신분이나 직업에 따라 사람의 급수를 매기고 차별하는 습속인 유교적 위계 서열이 짙게 남아 있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괴상한 오역으로, 등장인물이 강제로 예의범절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번역이다. 등장인물이 본래 어떤 말투를 쓰건 성격이 어떻건 무슨 일을 실제로 하고 있건 사회적 지위가 높던 말건 상관없이 장유유서와 남녀유별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개조한다. 한마디로 번역계의 예의드립.

한국 특유의 유교적 정서는 현실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픽션, 외국의 등장인물조차도 장유유서, 남녀유별, 부부유별의 예의에서 어긋나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강제로 이런 개조를 당한다. 다른 관계나 인물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나이가 적은 사람은 무조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여자(특히 부부관계)는 남자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쓴다.[44]

일본의 예시로는...
그 밖에 거의 모든 외화 더빙, 영화 자막, 소설 번역에서 서로 동등한 관계인 경우(부부, 애인, 파트너, 동료 등) 여자는 남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외국 작품을 번역한 라이센스 뮤지컬이나 연극 역시 마찬가지.

남자는 '해' 체, 여자는 '해요' 체를 쓰는 것이 일반적. 간혹 쌍방이 존댓말을 쓴다 해도 격이 달라서, 남자는 '하오' 체를 여자는 '해요' 체를 쓰게 된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더빙이나 자막에서 이런 관습이 철저하게 지켜졌으며 201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양성 평등적인 번역이 세를 얻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심심치 않게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점은 위의 중역 문제와도 관련이 깊은데, 일본어/여성어를 해요체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3.6.1. 진짜 전통인가?

다만, 여자가 남자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쓰는 것은 본래의 유교적 전통이 아니며 오히려 후대에 와서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서간문1
서간문2

링크한 서간문들을 보면, 남편이든 아내이든 상대에게 하게체로 말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양반가의 정실부인이면, 부인의 집안 역시 남편 집안과 위치가 동등한 양반가이기 때문이다. 장인 어른이나 처남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오히려 옛 어르신이 여자에게 반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는 증거도 있다. 최승희 문서에서는 최승희의 남편 안막의 형인 안보승이 쓴 시가 언급되는데, 이 시에서는 "제수님"이라고 깍듯이 존댓말을 했다. 형의 아내도 아닌 동생의 아내에게도 이렇게 예의를 갖췄다.

전통적인 대가족을 배경으로 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도 남편이 아내에게 존댓말을 쓴다. 사랑과 야망 리메이크판을 보면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남편이 아내에게 존댓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부부간에 항상 존댓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말을 놓지는 않고 어느 정도는 예의를 갖춘다. 심지어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수사반장 1958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처럼 부부간에 반존대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부부간 존댓말이 전통에 가까울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여성이 남성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하는 예법을 지키는 사람은 없다. 굳이 존댓말을 해야 한다면 위 드라마의 사례와 같이 차라리 부부간에 존댓말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남자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하라고 하면 저러는 사람도 있냐며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인지도 미심쩍은 구태의연한 악습[45]을 지키기 위해 결국 작품의 뜻을 왜곡시키므로 오역이다.

다행히 2010년대에 들어서는 비교적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존댓말 개념이 없고[46] 청년들이 주로 나오는 외국 매체의 번역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것도 한몫했다.

웃기는 것은 위 문단의 전 제목으로도 나온 춘추필법은 역사서 저술 원칙으로 본문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왜곡되어서 퍼진 원칙이다.[47] 이것을 유교의 삼강오륜과 엮어서 오역 방법의 이름으로 붙인 것은 말도 안 되는 명명이다. 초록불이 블로그에 이것을 다룬 적이 있다.

3.7. 만화의 오역 문제

그 외 위와는 별도로 만화 번역은 권당 받는 돈이 얼마 안 돼서 한 달에 무작정 여러 권을 해치우며 돈을 벌려고 스피드로 대강 번역하는 경우들도 많아서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적인 문장에도 오역투성이가 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으며, 팬들은 불법 스캔본 번역이 걸작이라고 호평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만화 번역이 얼마나 박봉인지는 번역가 문서에 추가.

한편은 영어권 서적을 번역할 때 원저자가 인용한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의 발음 표기를 잘못 옮기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번역가가 영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 지식이 없기 때문에 오역이 발생한다. 특히 영어권 저자가 아메리카 원주민쪽이나 스페인어권인 멕시코 쪽에 관해 저술한 책을 번역할 때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서 고유명사 표기가 맛이 가는 경우가 많다. 'orsola(오르솔라)'의 가타카나 표기가 'オルソラ(오르소라)'인데 이걸 ' 올소라'로 번역하거나, 'hastur( 하스터)'를 '하스투르'로 번역하는 등. 특히 중국어의 한어병음 표기에서 유래된 단어를 외래어 표기법/중국어를 의하지 않고 영어식 발음으로 옮겨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 #중역, #일본식 표기 답습과도 비슷하다.

3.8. 영화의 오역 문제

오역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영화인데, 일단 번역가는 인맥을 중심으로 구한다. 그리고 알던 사람 있으면 그냥 그 사람 쓰는 '라폰테인 효과[48]'가 극한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 스포일러 절대 금지'라는 원칙도 있기 때문이고, 평균적으로 영화 번역 1주일[49]을 잡는데 번역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새로 번역을 맡길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유명 번역가나 중국어 이하의 좀 마이너한 번역가의 경우는 몇 개월 일감이 쌓여서 하나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차고 넘친다. 이럴 경우는 당연히 한 작품에 신경 쓸 여유가 부족하니 또 오역 양산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영화 번역의 경우는 스크린에 예전엔 세로로 활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한 화면에 글자 수가 제한되었다.

평균적으로 한 줄에 8자로 2줄 제한이 있는데, 영화는 영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자막이 길어지면 글만 보다가 정작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문에 덕분에 배우 말이 좀 빠르다 싶으면 번역문이 화면을 메우느니 그냥 축약을 하게 되고, 대사를 정확히 번역하기보다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걸 역자가 자의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용하는 툴에서 일정 시간 동안 표시할 수 있는 글자의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자들이 골치 아파 하는 부분이다. 정해진 시간당 글자 수보다 많이 입력하면 경고가 뜨는데, 그대로 제출할 경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갑사에서 너무 기니까 줄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보다 더 많이 입력하면 아예 저장을 할 수 없다.

2000년대 이전에는 수입사가 달랑 대본이나 녹음기만 주거나 소리만 틀어주며 번역을 시켰는데, 몇몇 수입사는 보안을 위해 골방에다 가둬가며 번역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다가 소리에만 의존하는 번역이 오역으로 이어지자 영상을 제공해 주긴 하나, 문제는 공급받은 게 CG 처리 전이나 블러 처리된 것이기에 작중 상황을 예측하지 못해 오역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배급사가 피드백을 주긴 하나 개봉일이 다가오면 결국 땡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영화 등급 제한이 있다. 자막 번역 함부로 하면 영화 등급이 올라가는데 (언어 폭력의 여부 또한 영화 등급을 심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이러면 번역자는 밥줄 끊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외 잡다한 등등의 문제를 조합하면 왜 그렇게 문제의 인물인 이미도가 번역이 잦은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를 번역할 때 대부분 스크립트만 보고 영화 자체를 못 보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스크립트만 보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좀 까다로운 곳에서는 사무실에서 한번 보여주고 스크립트를 받아 번역하는 정도이고, 대부분은 매체를 받아다가 몇 번씩 돌려보며 번역한다.

3.8.1. 한국 영화의 영어 오역 문제

"1인치 정도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도 많은 영화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봉준호"
2020년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OTT가 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거기에 K-POP이 유행하고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한국영화의 외국어 오역 문제가 제기되었다. 예전에는 외화가 한국에 개봉하는 것만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한국이 역으로 해외에 알려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규모의 경제 면에서 한국어는 물리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외화의 번역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하지만, 한국영화의 영어번역은 한국에서 해서 외국에 보내야 한다(물론 넷플릭스 더빙의 경우 외국에서 번역을 한다). 이런 불리한 시장에 설상가상으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자막을 다는 것은 다른 번역과 차원이 다르게 어렵다. 표음문자의 특징을 가진 한국어이기 때문에 글자수와 발음도 적고, 의미가 길거나 많은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언어적으로는 장점이지만 자막에서는 단점이다. 또 한국영화의 대사는 드라마와는 더 다르게 함축적이고, 구어체 대사에서 비유법, 은유법, 동의어, 존칭, 은어, 사회적 뉘앙스를 매우 많이 사용한다. 실제 생활과 유사한 대사톤이기 때문이다. 당장 2000년대부터 2020년대 이전의 한국영화의 해외자막을 보면 대사의 뉘앙스가 엉뚱하거나, 아예 자신들이 창작을 해서 내용을 곡해하고 캐릭터를 바꿔버리거나, 길고 어려운 단어가 두 줄 가득히 차서 0.5초안에 지나가는 대참사를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혹자는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못 타는 이유로 영어판 번역을 들었다. 그 정도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력이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한국어 번역에 대한 산업자체가 특수한 인맥 위주 섭외나 학벌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영화를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어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화적 지식, 기술적 지식, 대사 속 뉘앙스를 적절하게 상대 나라의 문화에 맞게 전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런 기반을 정확하게 다져야 한다.

당장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유명 감독들의 작품들은 감독이 직접 영어 번역가를 섭외하고, 후반 제작단계에서 직접 자신들이 검수한다. 혹은 아예 대사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오역이 나도 내용에 미치는 파장이 적은 연출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은 그렇게 작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감독과 제작사가 배급사에 비해 작품에 대한 권리가 적고, 배급사는 수입사에게 판권을 파는 식으로 계약하므로 작품의 흥행이 아니라 영화판권 판매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작품 번역의 정확성이 아니라 당장의 마감시간과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의 경우에도 자막 오역이 지적되어 더빙회사에서 다시 번역한 "청각 장애인용 영어자막"을 전문가들이 추천할 정도다.

3.9. 게임의 오역 문제

작품 자체를 접하지 못한 채로 스크립트만 보고 작업하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영화보다는 게임으로, 특히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주 번역을 맡기는 경우도 많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검수마저 외주를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당수 게임은 문장에 프로그램 언어나 태그가 붙는데, 하다못해 줄바꾸기 코드가 들어간 경우가 있다. 이는 프로그램 담당자가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번역가가 기초적인 코딩 지식이 없으면 아예 이해를 할 수 없는데, 번역사가 멋모르고 백 슬래시를 넣으면 C언어로 프로그램된 거라 오류 범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직 콘솔 게임의 한글화 정발이 한창이었고 중소 규모의 업체도 많았던 2000년대 초중반에 이런 경우가 잦았다. SCEK 등의 내부 번역팀이 존재하던 회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이런 곳들도 가끔 어른의 사정으로 오역이 난무하는 게임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령 코에이 코리아가 존재하던 시절에 어느 게임 잡지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해 진 삼국무쌍 3를 선행으로 받아봤다가, 전작들과는 달리 자주 보이는 오역[50]을 의아하게 여겨 담당 사원에게 문의하니 "역시 그렇죠?"라며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서 더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부 인력 또는 전문 번역 사원이 아닌 그냥 일본어 할 수 있는 사원에게 맡겨서 이렇게 되었나 추측했다고 한다.

여기에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도 한몫을 했는데, 어쨌든 영화는 스크립트만 가지고 번역해도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게임은 스크립트만 받아보면 이게 대체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하는 대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51]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자 게임을 플레이해 보려 해도 게임에 따라서는 적어도 십수 시간, 많게는 수십 시간이 걸리는데다 RPG나 어드벤처 게임 등에선 선택지에 따라 보지 못하는 대사도 있으니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데, 게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실게임을 하는데 시간낭비가 심하게 생긴다. 그나마 이렇게 게임이라도 할 시간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납기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를 해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오역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전 스크립트가 주인공과 늙수구레한 촌장과의 대화이기에 그 흐름으로 번역하다 주인공과 적의 대화임에도 존댓말로 공손히 말한다거나...)

특히 존댓말의 존재나 구조가 굉장히 모호한 영어의 경우, 텍스트의 수를 줄이기 위해 한 대사를 여러 NPC들이 돌려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는 정말 답이 없다. 대사 분기점이 많은 추리 게임에서 주로 보이는 방식.[52]

또한 게임의 특성상 스크립트의 양을 줄이고자 단어끼리 조합하여 새로운 문장을 완성하는 구조를 종종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아이템 이름이나 변수를 사용한 일반 대사의 양산이 있다. 전자는 형용사와 아이템의 기본 이름을 합쳐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며(ex. (수식어) + (장비) + (세트) = '전설의 검 세트'), 후자는 캐릭터나 아이템이 들어가는 변수를 문장 사이에 집어넣는다(ex. " 입 닥쳐, #닉네임#."). 그런데 번역자가 여러 명이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단어 단위로 번역되어서 그대로 문장으로 합쳐버려 오역이 나는 경우도 있다. 왈도체 왈도체의 발생 원인을 참고하자.

가장 큰 문제는 게임과 관계가 없는 비전문 번역자에게 일을 맡기는 것. 출판사나 영화 유통업자는 꾸준한 일감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네임드급 번역자혹은 오역자가 탄생하는 등 역사가 깊다. 그러나 게임 업계는 게임 특유의 낮은 사회적 지위 및 시선, 후속작을 장담할 수 없는 수많은 중소 규모 개발자 및 유통 업체의 존재, '게임'이라는 이유로 낮아진 진입 장벽 등 여러 여건 때문에 전문 번역 경험이 없는 단순 외국어 가능자에게 일감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 번역의 질은 당연히 차치하더라도 오역, 오타를 감수, 교열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므로 어이없는 오역이 난무하게 된다.

2010년대 이후 컴퓨터 보조 번역의 도입과 한국어 번역 게임 자체의 감소, 번역 및 유통 업체의 적자생존, 리뷰(검토)의 비중 증가, 한국어 패치 제작의 증가 등으로 말미암아 양적인 면은 많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대형 업체에나 해당되는 얘기지, 게임 번역을 우습게 알고 곁다리로 여기거나, 아예 한국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 업체들이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 탓에 번역 품질은 오히려 대폭락했다. 특히 외국 업체의 경우 돈만 보고 뛰어들었지, 정작 한국어 실력은 형편없는 탓에 번역자 및 검수자의 자질을 평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번역을 검수하기 위해 검수자를 불러왔는데, 그 검수자의 실력을 검증하려면 또 다른 검수자를 불러야 하는 비효율성의 극치이다. 현지인의 검수 없이 게임 번역을 맡기면 어떻게 되는지의 참사는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 하나로 설명이 충분하다.

그래서 검수자에, 혹은 번역자부터 현지인을 고용하여 초기부터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경우도 차츰 늘고 있다. 하지만 현지인을 채용하는 만큼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번역계의 고질적 문제인 단가 후려치기가 있고, 그 때문에 전문 번역가가 비싼 일감을 찾아 떠난 빈 자리를 아르바이트 혹은 이력서에 한 줄 정도 써넣을 목적으로 가볍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채운다. 당연히 결과물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을 빌미 삼아 단가를 깎거나 다른 초보자를 채용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의도는 좋지만, 한글패치 문제까지 겹치면 정말 답이 없다. 정식 발매가 되지 않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하는 한글패치는 그렇다 쳐도, 엉망으로 정식 발매된 게임의 번역을 고치겠답시고 무상으로 한글패치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게임 유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유통업체와 번역업체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다. 대충 번역해서 정발해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그것도 무상으로 고쳐준다는데 싫어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니 엉망으로 정발된 게임을 발견했다면 한글패치를 찾을 게 아니라, '번역이 나쁨'이라고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부정적 평가를 주자. 그게 해당 게임을 구입한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는 행동이다. 그러지 않으면 정식 게임 번역의 단가만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될 뿐이다.

그 밖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컴퓨터 보조 번역도 태생적으로 내포한 위험성[53]이 있고, 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게임들(ex. 모바일 게임 & 인디 게임)에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번역기를 사용하거나,[54] 번역자 선별 없이 아무한테나 일을 맡기거나, 깔끔하게 번역을 포기한다.

그러기 때문에 게임계에서의 번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4. 정역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위에 열거된 사례들은 대개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이다. 하지만, 번역문이 어떤 경우에 활용되는 글인지를 고려한다고 하면 저자의 뜻을 정확히 옮기는 정역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실무 현장에서 활용되는 글인데, 위 #틀린 원문 문단 내용처럼 원저자가 실수를 했을 경우, 그것까지 그대로 옮기면 현장 업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경우, 실무 지식이 있는 번역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그 부분은 새로 쓴다.

다만, 원저자가 논란이 되는 인물인 경우, 왜 논란이 되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게 올바르다.

이처럼, 오역 여부는 그 글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고려하여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

5. 오역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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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번역이 원문과 잘못된 것만 기재할 것. 원문 자체가 어색한 경우는 오탈자로.

5.1. 일상


음식 관련해서 오역이 많다. 음식 예시는 이곳 참고.

파일:UVWSHbN.png

구글 번역기에서 번역한 거다.[55]

파일:external/cdnweb01.wikitree.co.kr/img_20140227180145_c0ed9821.jpg

번역기로 돌린 대륙의 간판.jpg[56]

파일:external/revealingerrors.com/translate_server_error.jpg

대륙의 기상 시리즈 중 하나기도 하다. 해당 간판은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 있는 G5번( 베이징 - 쿤밍)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다. 간판의 원래 의미는 그냥 '식당'.

위 두 개의 간판은 번역 서버 오류가 나서 오류 문구가 떴는데 그걸 번역본으로 착각하고 해당 문구를 간판에 그대로 올린 것.

파일:translation-fail-2.jpg

출처

아래 번역된 영어를 재번역하면, "남자 화장실은 당신을 외부 우측 계단에 매장합니다~"가 된다. 뭔가 무섭다

파일:external/www.dogdrip.com/3660896140_QsWI5NJO_981436525_44a87c26.jpg

토마스 뮐러의 새해인사.

파일:20160916_203544.jpg

위는 일본의 사례다.

파일:rsz_img_20180909_133207.jpg

도쿄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의 쓰레기통. 위상이 국제공항인 만큼 완벽한 번역을 해야 하는데 번역기를 돌려버렸다. 더 가관인것은 파파고에서 もえるゴミ를 입력하면 쓰레기입니다. 쓰레기 또는 새는 쓰레기라고 나온다(…)

파일:attachment/프란치스코(교황)/66ccb373ece732c164f057be2f9b1520.jpg

번역기 하나로 전쟁광이 되어버린 교황 프란치스코.

파일:IMG_20180929_124923.png

원래는 Sunken Square라고 번역했어야 하는 것을 정말 뜬금없게도 Shenzhen Square라고 오역해 놓았다. 深圳广场

파일:Screenshot_20190329-194016.png

일본에서 중국어의 오역 문제를 논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인데 잘 보면 한국어도 잘못되었다(...). 한국어와 중국어 번역이 영어 번역[57]을 중역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바른 번역은 "휴지를 아껴 쓰십시오./请节约用纸。"이다.

파일:tetszik오역.png

구글 번역. 원래 뜻은 "좋아하다"인데, 하필 영어로 "좋아하다"가 like 라서 이렇게 번역된 것 같다.[58]

엄마 판다는 새끼가 있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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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매체

5.2.1.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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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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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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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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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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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음성 합성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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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일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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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오역을 다루는 개별 문서나 문단이 있는 작품

6. 관련 인물

번역가라는 호칭조차 과대평가일 정도로 악평을 받는 이들이다. 심지어 더 큰 비극은 이들 중에는 인맥관계를 악용한 유착+이들을 계속 고용하는 업계인들의 관행 때문에 강판되기는 커녕 오히려 고용사의 뒤에 숨은 채 오역에 대한 비판은 근거 없는 비난으로 치부하며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 오경화
  • 이동훈
  • 박지훈
  • 이미도
  • 홍주희
  • 모모c
  • 박련
  • 최인자
  • 김난주: 해당 문서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외래어 표기 문제, 술 이름, 역사 이름, 스포츠 선수 이름 표기에서 실수가 잦다. 일본어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배경 지식 부족으로 인한 문제로 보이는데, 원고를 넘기기 전에 일일이 다 검색했으면 바로잡혔을 문제였으나, 일감이 몰리는 탓에 미처 확인을 못한 듯하다.
  • 양억관: 배경 지식 부족으로 추정된 오역을 한 사례가 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 첫 번째 페이지를 보면, 1969년에 일본 여성들이 최초로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원문을 보면 탐폰이라고 나와 있다. 일반 생리대는 사실 그 이전에도 존재했으니, 이는 오역이다. 삽입식 생리대가 아니면 굳이 작가가 중요하게 언급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60]

7. 관련 문서

8. 외부 링크



[1] 특히 항상 자금난에 시달리는 인디 게임도 아닌 AAA 게임에서 그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그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2] 당시 유행어를 집어넣었던 영화 자막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시대가 흘러가면 묻히는 유행어에 기반을 뒀으니 그 번역도 같이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해당 대사는 개그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3] 디자인 관련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화하게', '쨍하게', '샤하게' 등을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4] 보통 상황에서 '수년'은 길어도 10년을 넘지 않는 기간에 쓰이고 10년+a면 십수년, 그보다 길면 수십 년으로 나누어 쓰는 경우가 많다. [5] 저자가 표절이나 날조를 한 경우엔 뇌피셜을 끼워 넣어 글을 구성하기 쉬우므로 글 자체가 난삽해지는 게 당연하다. [6] "Turn away and slam the door" 부분을 문을 닫아서 인연을 끊겠다는 건지. 아니면 문을 닫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는 건지 불분명하다. 자세한 것은 Let it go 문서 참고. 그 밖에 세 가지 정도 더 있다. "Let it go"를 "Let it go" 자체로 납뒀어야 됐다거나, 다 잊어 내버려 둬 등등 [7] PC통신은 있긴 하나 비싼 전화세를 감수해야 했고, 당시 인터넷은 TCP/IP 방식이라 매한가지다. [8] 디턴의 연구는 "불평등은 경제를 침체시킨다."가 결론인데, 한국경제신문은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시킨다."로 완전히 반대로 바꿔놨다. 그리고 이런 논지에서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연구를 비판했는데, 디턴은 오히려 자신과 피케티는 서로 보완적인 연구라고 옹호했다. 재벌들이 공동 소유인 한국경제신문이 대기업과 부유층을 대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9] ' 황금만능주의' 문서의 '배경' 문서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10] 다만, 북한에서는 ' 마장'이라고 한다. [11] 개인용 컴퓨터를 의미하는 ' PC'의 표준어 표기는 '피시', '彼'라는 성이나 그 성의 사람을 일컫는 경우에는 '피 씨'로 띄운다. [12] 원래 '장미 봉오리'라는 뜻이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어리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문어체로 쓰이며, 19세기 말에나 자주 쓰였다. Trend(사용추세) 그래프를 참조해 볼 것 [13] 굳이 이 단어를 쓴 예문을 살펴보면, 'The theme song of the rosebud game is toxic(その美少女ゲームの主題歌には中毒性がある。)'이라고 되어 있다. 사실 저 예문은 일본어투다. toxic은 그냥 '독성이 있다'는 뜻이며, 음악이 중독성있다고 하려면 addictive나 catchy를 썼어야 했다. 미소녀 게임류의 데이팅 시뮬레이션 게임은 영어권에서는 dating sim이라고 부른다. 어차피 저 예문에서는 일본식 데이팅 시뮬레이션 게임을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gal game이나 galge 등으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원저자부터가 오역을 한 셈이다. [14] '죽는 편이 좋을 거다'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다. [15] 영어로서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HTML/태그 가운데 'img'도 이것. [16] 동일하게 彼氏(그)는 '남자친구'라는 뜻을 갖고 있다. [17] 포켓몬의 명칭을 원어 그대로 썼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니까. 포켓몬 이름은 적당히 현지화되는 편이기에, 전설의 포켓몬들이나 피카츄 등을 제외하면 원어와 단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18] 한국어 친족 명칭은 정해진 규칙이 있기 때문에 8촌 이상도 얼마든지 명칭을 알아낼 수 있다. [19] 예컨대, 위대한 개츠비에서 닉과 데이지의 관계는 원문에서 'second cousin once removed'인데, 이는 본래 칠촌이지만 ' 육촌'이나 '먼 친척' 등으로 얼렁뚱땅 옮긴 번역본이 허다하다. [20] 일례로,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에서 영국인 여자 유학생 웬디의 남자형제는 남동생으로 지칭되었는데, 후속편인 사랑은 타이밍에서는 동일인물임에도 오빠로 나온다(...) 유럽에서는 화제성이 높아 3탄까지 나온 시리즈였으나, 제목이 각각 달라서 연작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이처럼 연속성이 없는 번역이 나온 것이다. [21] 소설 '밀실살인게임'에서는 그래서 お兄さん을 '그녀석'이라고 번역했다. [22] 대개 ' 당신'이라고 번역되는데,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대부분 비칭으로 쓰이고 있다. [23] 운전에 비유하자면, 초짜 교열 알바는 실수로 사고를 내는 초보 운전자라 정상 참작할 여지가 있지만, 짬밥이 있는 교열자가 번역자와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는 베테랑 운전자가 과속 페달을 밟아 놓고 차가 급발진을 했다고 남탓을 하는 경우가 비슷하다. [24] 비슷한 스펠링으로 자동변환하여 오류를 만드는 일은 유독 네이버에서 자주 나타난다. [25] 다른 분야 담당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은 모든 업무의 기본인데, 유독 교열 분야는 계몽적인 특성이 강하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비판하며 소통을 중시하는 교열자도 있으나, 마이너한 분야에선 아직까진 요원하다. [26] 그런데 애초 업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분야의 글은 어차피 타 분야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걸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 해설의 영역이다. 이런 상황이면 교열자가 번역가를 나무랄 게 아니라, 차라리 교열자가 편집부와 연락을 취해 그 분야 전문가의 감수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27] 파라과이 회사이면 파라과이 대표가 본사 대표이니 그게 곧 글로벌 CEO라 생각한다는 것. [28] 첫 번째 예시처럼 일반적인 말투로 질문했을 경우, 몰라서 물어보는 것처럼 보이니, 물음표를 안 보면 의문문인지, 개인적인 추측인지 분간할 수 없도록 일부러 애매하게 표현한 것이다. 한 마디로 남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를 치욕으로 느끼는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 [29] 분야 특성상 사람을 직접 상대할 기회가 적어서,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게 사회적 의사소통장애일 수도 있으므로, 인성 문제라고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장애든 아니든 간에,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인 것은 맞고, 이런 사람들 상대하다 본인의 인성도 흑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30] 사실 출판계 종사자 중에 이런 예술가병에 걸린 부류가 일부 있다. 반대로 예술가가 되려고 했지만 실패해서 출판계나 번역계 등으로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 [31] 여담으로 한때 멀쩡한 아빠 백수 만든 유치원 선생님이란 제목으로 네이트판 짤방이 각 커뮤에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선생이 중동 오만이란 나라가 있다는 걸 몰라서 오랜만에에서 자를 빠트린 줄 알고 일기를 고쳤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일기의 내용은 '아빠가 오만에 일을 하러 나갔다가 6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라는 내용으로 마개조되어, 그럼 그 전엔 아빠가 백수였고, 단기 알바를 6일간 하다 돌아온 것이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만약 교열자가 문법만 알고, 오만이란 나라가 있다는 걸 모른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32] 흔히 오해하는 점으로 교열은 국립국어원 지식만 달달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다방면으로 잡지식을 알거나 습득할 줄 알아야 짧은 내용이라도 대번에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고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지식은 국립국어원/비판 및 논란 문서가 있을 정도로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만 집중하면 실질적인 능력을 쌓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자잘한 규정에 집착하느라 누가 봐도 뻔한 오타를 넘기기도 한다. [33] 사실, 실제 업계에서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고, 최근 들어서 그러한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정말 교열 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고, 교열을 겸한 윤문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업무로 경력을 쌓으면 본격적으로 자유기고가를 하거나 자서전 대필 작가로 전업하게 된다. 교열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오히려 상위 0.1% 먼치킨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교열자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이 항목에서 설명하는 빌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또한 교열자가 멀티태스킹을 할 경우, 사람을 잘 만나면 상대방의 업무를 이해하여 케미를 이룰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상대방 업무에 간섭하는 빌런 짓을 하기 쉬우므로, 어디까지나 사람 만나는 운에 달렸다. [34] 이는 그만큼 교열자가 프로 의식이 강해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본인이 저자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게 아닌데, 무조건 의심하고 고치는 게 옳으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번역자 또한 자기 소신이 있는 직업인이기 때문이다. [35] 대표적으로 흔히 메이저급 신문이라 일컬어지는 중앙일간지가 있는데, 과거에는 독자투고란을 통해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곳에 정규직으로 종사하는 교열자들은 일반 대중의 눈높이로 업무에 임한다. [36] 더군다나 마이너한 매체는 발행 부수가 적으니 독자들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도 쉬우며, 교열자가 프리랜서라 사명감도 희박하다. 그래서 독자의 관점이 아닌 자기 관점만 고집하는 문법 나치가 되기 쉬운 것이다. [37] 사실, 미국의 경우 자국어로 된 글이라 할지라도 저자와 항상 긴밀한 대화를 나누며 쉼표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같은 출판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저렇게 하려면 교열자의 자격 조건이 엄청 까다로워지는 데다가, 업무 시간이 증가하고, 저자와의 원활한 접촉을 위할 장소 섭외도 필요하니 인건비와 제작비가 폭등할 것이다. [38] 한국말로 번안하자고 하면 개똥벌레 개똥의 차이로 봐도 무방하다. [39] 이런 경우 전문용어에 대한 무지로 인해 느낀 생경함을 일본어 직역 탓이라고 오해하여 국문과 출신이 번역자를 비난하기도 쉽다. [40] 예: 흑인 혹은 동남아시아 국가 사람들에 대한 각종 비칭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는 호칭. [41] 이와 반대되는 경우로는 주한 일본 공사 한국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이 있다. 이 경우는 공사가 사용했던 표현에 비하의 의미가 명백했으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JTBC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번역해서 보도한 것이다. [42] 예를 들면 양이 증가했다고 써야 하는 걸 높아진다고 쓴다거나, 도표에는 유기물이 감소했다고 나왔는데, 문장은 유기물이 개선되었다라는 식으로 모순된 내용인 경우가 있다. 글쓴이의 의도는 실험의 목적이 유기물 감소이고, 유기물이 감소하는 것이 곧 개선이므로 그렇게 쓴 것이지만, 일반 독자들은 유기물이 증가했다는 내용으로 오해하기 쉽다. [43] 문장력이 약한 이공계 전공자가 글을 쓸 경우, 나름대로는 친절하게 설명하려다가 사족을 덧붙여서 문장이 꼬여 버리기 쉽다. 대화할 때 긴장해서 엉뚱한 단어가 나오거나 말 연결이 어색해지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문장이지만, 글쓴이 생각에는 부족한 글솜씨를 쥐어 짜내어 성의껏 쓴 글이므로, 비전공자가 손을 대면 자기 의도가 제대로 전달 안 될 거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고 감정이 상하게 될 위험도 있다. [44] 이로 인해 나온 오역이 반지의 제왕 영화판에서 갈라드리엘이 엘론드에게 윗사람처럼 대하는 것이다. 지위는 둘 다 요정군주로 비슷하지만, 갈라드리엘은 엘론드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데다 그의 장모(...)이기까지 하다. 물론 두 사람의 성격과 지위를 생각하면 갈라드리엘이 존댓말을 써도 이상할 건 없거나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엘론드는 '하오체'를 포함한 예사높임을 써서 말투만 보면 엘론드가 윗사람처럼 보이는 점이다. 극중 엘론드가 주요 인물로 부각되는 데다가 담당 배우들의 나이와 외모 때문에 착각한 듯. [45] 일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전통 규범이 무너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처가가 명문가일 경우, 하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양반 족보를 사들여 양반 행세를 하는 졸부들의 행태가 전통 예법으로 둔갑했을 가능성도 있다. [46] 다만 상대를 '존중'한다는 문화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즉, 존댓말이 없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47] 원래는 공자가 춘추를 쓰면서 사용한 원칙인데, 이게 양계초의 과거 학문에 대한 비판이 섞이고 민족주의 사관이 섞이고 마지막으로 '환'까지 섞이면서 인터넷에서 널리 퍼졌다. [48] 믿을 수 없는 신인에게 기대를 거느니 그냥 기존의 익숙한 인물을 계속 기용하는 것이 낫다는 경영학 용어. 라폰테인은 미국 영화 예고편마다 목소리 집어넣던 인물이다. 평생 동안 5천 편의 예고편을 만들었고, 그가 사망한 이후에야 영화 예고편이 다양해지게 되었다. [49] #시간 문제는 오역 양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50] 자막만 그리 나오면 오타로 보겠는데, 녹음된 음성마저도 같다. [51] 그나마 각 텍스트의 ID까지 보내주면 다행이다. 개발자도 수많은 텍스트를 접하기 때문에 본인도 알기 쉬우라고 ID에 주석을 적어두는데 그 덕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 [52] 탐정에 해당하는 주인공이 NPC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Do you know~"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로 남녀노소를 상대한다면 주인공을 아예 존댓말 캐릭터로 바꾸지 않는 이상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반말로 하자니 말할 것도 없고, 존댓말로 번역하자니 캐릭터에 따라선 흐름상 존댓말로 대화를 시작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까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53] 옵션을 철저히 손대두지 않으면 철자가 비슷한 단어를 한 번역으로 전부 바꿔버리는 등의 문제가 있다. 가령 무기 목록에 있는 club을 '몽둥이'로 번역했더니 social club까지 바뀌어서 '사교 클럽'이 아닌 사교 몽둥이가 되어버리든가. 물론 시스템상 수정과 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자동 번역이 되었더라도 시간만 충분하면 번역자 본인이나 검수자가 검토할 수 있지만, 현실은... [54] 앱스토어에서 인지도가 낮거나 장르가 비주류인 게임들을 찾아보면 최소한의 혜택으로 구글 번역이 적용되는데 왈도체의 향연이 펼쳐진다. [55]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번역된다. [56] 조화석습이라 읽으며, 원래 의미는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뜻이다. 루쉰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하다. [57] 그마저도 flush가 아닌 flash로 되어 있다. [58] 헝가리어 말고도 한국에서 잘 안쓰이는 외국어들은 이렇게 단어조차 제대로 번역하지 못할 때가 가끔 있다(...). [59] 다만 이 문장 자체가 중의적이다. [60] 탐폰은 삽입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므로, 여성의 순결과 연결지어 사용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그러한 인식이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는 맥락에서 작가가 언급한 것이다. 사실 탐폰은 한국에서도 저 무렵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탐폰을 교체하는 것을 깜빡한 외국 여성이 병에 걸렸다는 해외 토픽 기사로 인해 일반 생리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21세기에도 그 영향이 남아 있다. [61] Engrish(잉그리쉬)라는 단어 자체는 본래 일본 사람들이 L과 R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만들었다. 일본어의 가나의 ら행(ら, り, る, れ, ろ)이 L 혹은 R에 대응될 수 있다. 발음만 보면 L 같은데 앞 음절에 덧나지는 않으니... 그리고 한국인들도 L과 R 발음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에 동아시아권 특유의 영어 발음을 통틀어 지칭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62] 다만 이런 사이트들은 번역기 등이 오역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가 맞지 않아서 해외 사람들에게는 웃기게 보이는 것(예: 강아지똥, 야근병동의 히라사카 류지의 명대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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