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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자막은 직역이며 하단 자막은 의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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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意 譯 / Thought-for-thought translation원문의 단어나 구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리는 번역을 말한다.
2. 설명
원문: We have some planes. 직역: 우리는 비행기 몇 대를 가지고 있다. 의역: 우리가 비행기들을 접수했다. |
흔히들 오해하기를 어떻게 번역해야 될지 몰라서 뭉뚱그려 번역하는 행위, 즉 '임의'로 한 번역을 의역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 오역'이라는 단어 대신에 '의역'을 사용한 것에 가까우며, 불법 번역 & 팬 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직접 번역한 뒤에 붙이는 코멘트 '오역이나 의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는 그냥 '잘 몰라서 대충 때웠다'는 뜻이다. 직역과 의역 둘 다 원문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다 아니라면 번역자가 상상해서 채워넣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역'이란 말이 오용되다 보니 오히려 '직역이 올바른 번역이고 의역은 틀린 번역이다'라는 잘못된 인식도 다소 퍼져 있다. 직역만으로 번역한 문장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우며 이를 해결하는 데에 의역이 필수이다.
시적 표현이나 문화의 차이가 이해에 영향을 주면 대부분 의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언어유희에선 특히 의역이 중요하다. 번역하는 데에 의역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좋은 번역은 무조건 직역과 의역을 구별하는 게 아니라 문장의 상황에 맞춰서 타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번역하는 것이다. 소설 같은 경우 좋은 번역가는 원문이 상상되지 않게 번역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다만 비디오 게임이나 영상매체 같이 원어의 음성과 번역된 자막을 동시에 접하는 경우, 직역을 배제한 번역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같이 직역을 베이스로 깔되, 직역을 해서 나쁘지 않으면 직역을 하고, 직역이 불가능하거나 결과가 어색하면 의역을 하는 걸 선호하는 풍조가 생겼다. 이런 경우에도 제대로 된 의역은 원문의 단어구성, 문법과 다를지언정 '실제 의미나 속뜻을 제대로 살리는 번역'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가령 영어 표현 "You can find faith at the end of a sword."는 직역하면 "칼 끝에서 신앙심을 찾을 수 있다."가 된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마치 칼날의 꼭지점이 어떤 형태로 신앙심과 연결된다는 상징적인 표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문장의 실제 뜻은 "칼 끝이 (코앞까지) 들어오면 믿음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보다시피 원문에는 '협박'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부분이 전혀 없지만 표현이 그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문장구조 속에 녹아 있는 의미는 직역체로는 놓치기 쉽고, 설령 반영해도 원문 구조에 얽매이면 오히려 더욱 어색하고 장황한 문장이 만들어져서 소위 억지번역이 되기 쉽다. 중요한 건 원문이 정확히 뭐라고 쓰여 있느냐 전에 그 원문에 있는 의미와 영향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원문의 구조에서 벗어나 의미전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시적 표현이나 의도적으로 빙빙 돌려놓은 표현을 다 직설적으로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원어민에게는 평범한 표현, 숙어 또는 속담이지만,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인해 외국 독자가 즉시 이해할 수 없는 문장과 원어민에게도 직설적이지 않게 돌려 표현한 문장은 명백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의 예로서는, 'please'라는 표현은 흔히 "제발"로 직역하지만 사실 'please'의 용법은 좀 더 넓다. "제발"은 애걸한다고 할 정도로 진지하게 부탁할 때에나 쓰는 표현이지만, 'please'는 단순히 부탁을 정중하게 하는 높임말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You forgot to say please."는 "제발이라고 말하는 걸 잊었잖아."로 번역하면 곤란해진다. 'Please'가 빠지면 명령조와 실질적으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부탁을 하는 입장임에도 예의가 바르지 않다고 지적하는 말이기 때문인데, 한국어에선 보통 단어 하나의 유무로 부탁인지 명령조인지가 크게 갈리지는 않기 때문에 이걸 제대로 번역하려면 " '주세요'라고 해야지." 또는 "부탁하는 놈이 말이 짧네." 정도의 의역이 필요하다.
이는 표현뿐 아니라 조사에도 마찬가지다. 일본어는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어에 사용되는 조사를 해당하는 한국어로 그대로 직역해 버리기 쉬운데, 사실 두 언어의 조사는 1:1로 직역은 될지언정 뜻과 용법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お前に何がわかる?"를 예로 보자. 조사를 그대로 옮겨서 번역하면 "너에게 뭐가 알아?"가 된다. 그러나 한국어엔 이런 표현 없고, "네가 뭘 알아?"라고 말한다. 비슷한 예로 "私が分からない?"는 "날 못 알아보겠어?"라는 뜻이지만 지나치게 직역하면 "내가 모르겠어?"가 되어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문장구조가 비슷하다고 일본어의 단어와 조사 등을 그대로 가져와도 뜻이 통할 것이라는 오해로 직역을 하면 한국어면서도 한국어가 아닌 괴상한 문장이 탄생해 버린다.
또 일본어는 특성상 빙빙 돌려서 표현하는 등 한국어로 직역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또 원문의 느낌을 살린답시고 한국어에 없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俺はお母さんに起こされた" 같은 문장은 직역하면 '나는 엄마에게 깨워졌다'가 되지만, 당연히 어색하므로 자연스럽게 해석하면 '엄마가 나를 깨웠다'가 된다. 참고로 다소 억지로 깨웠다는 느낌도 있으므로 문맥을 봐서 '억지로' 등의 표현을 추가해도 괜찮다.
일본어 고유의 관용구 표현도 당연히 의역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흔히 쓰이는 "正直者は馬鹿を見る" 같은 표현을 '정직자는 바보를 본다'로 번역하면 그건 그야말로 해석이고, 오역이다. 실제 뜻이 완전히 상실되어서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직자는 뭐 하는 사람이고 바보가 보인다는 건 또 무슨 소리지?" 같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대로 번역하면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 또는 '정직하(게 살)면 바보 된다'로 번역하는 게 적당하다. 마찬가지로 AKB48의 곡명 〈 願いごとの持ち腐れ〉도 ‘바라는 것을 썩힘’으로 직역하는 것이 아닌 ‘소원을 간직할 뿐’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애초에 일본어의 관용구는 의미의 최소단위를 구성 단어가 아니라 관용구로 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번역은 직역조차도 아니며 일본어의 기본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외국어→한국어 예시가 와닿지 않으면 반대로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경우를 예로 보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빠르게 한다는 의미의 관용구다. 그런데 이것을 영어로 직역하면 "head is spinning fast."가 되는데, 이건 영어에선 또 "어지럽다"의 뜻으로 쓰이는 관용구다. 아무 생각 없이 원문의 구조를 그대로 번역기 돌리듯 옮겨버리면 이런 참사도 일어난다는 의미다. 물론 이렇게 의미 자체가 변질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원문 언어를 가르치는 상황이 아니면 '원문 언어의 독특한 표현'이랍시고 구조를 그대로 옮겨버리면 "그는 입이 무겁다(그래서 우리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가 "His mouth is very heavy." 따위로 번역되는 꼴이 되는데, 당연히 원문 언어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외국어→한국어 직역이 바로 이런 어감이다.
번역체 문장/영어 항목에도 설명된 것처럼, 영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대명사를 과도하게 가져오는 경향도 많다. 자세한 것은 해당 내용 참고.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원문에 사용된 대명사를 그대로 가져왔다간 "Give it to me(이리 내놔)!"같이 평범한 문장도 "그것을 나에게 줘!"같이 괴상하고 장황한 문장이 되곤 한다.
반대로 한국어나 일본어 같은 동양권 언어 특유의 한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들은 영어 같은 서구권 언어로 번역하기 매우 힘들다. '의리', '감지덕지', '불효자식' 같은 단어는 영어엔 그대로 대응하는 짧은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의 뜻을 그냥 나열만 해도 뜻이 통하긴 하지만 단순히 뜻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대사의 일부일 경우에는 "이 불효자식아."를 "You son with no respect towards his parent." 로 직역하면 미칠듯이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잘 된 의역의 예로는,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에서 루퍼스 신라의 "눈치 좀 채라, 이 불효자식아."를 "A good son would have known."(효자라면 눈치챘을 것을)로 원문의 형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면서도 뜻을 그대로 살려 매우 적절하게 번역한 영어 더빙판 대사가 있다.
사실 문장이 아니라 이름, 용어 등의 단어도 의역해야 할 때가 많다. 한 단어여도 뜻이 있으니 의미전달이 필요하고, 문화적 차이가 있으면 직역은 올바른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예로, 일본에서 '宇宙人'은 우주에서 온 이종족을 의미하는데, 한국어에서 그런 개념은 보통 ' 외계인'으로 일컫는다. 이걸 한국 한자음대로 읽어 '우주인'으로 적으면 우주비행사와 헷갈릴 수 있으니, 뜻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역이자 발번역이 된다. 다른 예를 들자면 이름의 경우, 해외에서는 사람을 성으로 부르기도 하고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번역할 때 성으로 부르는 것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성으로만 부르는 일이 적어 문화적 차이를 수용해서 의역을 한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는 성을 부르냐 이름를 부르냐로 두 인물간의 거리감을 알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알 방법이 사라지긴 한다.
이렇듯, 직역에 지나치게 고집하거나 해당 단어의 뜻을 몰라서 그냥 직역하는 경우, 배경 지식이 필요하거나 우리 말에서 잘 안 쓰는 표현으로 번역하면 그건 번역이라기보다는 단순한 해석이다. 특히 사전을 펴면 맨 먼저 나오는 것으로만 번역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도 있는데, 문장 밖에 단어도 서로 1:1로 대응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말도 동음이의어와 다의어가 많은 것처럼, 영한사전을 봤으면 1번 뜻, 2번 뜻, 3번 뜻...하고 단어 하나에 여러가지 뜻이 있음 알 수 있다. 그러니 그 가운데에 어느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찾아봐야 한다.
원문: She was taken off by other women. 자연스러운 의역 : 다른 여자들이 그녀를 데려갔다.[2] 뭔가 잘못 짚은 직역: 그녀는 다른 여자들에 의해 옷이 벗겨졌다. 끔찍한 직역 : 다른 여자들이 그녀를 이륙시켰다. |
예를 들면, 특히 노래 가사나 시 등에서 운율이나 어감을 위해 조사를 빼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 앞 뒷 문장을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조사를 이어주거나 어순을 바꿔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평소에 이상한 직역만 보다보니 번역체 문장을 선호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현정수 같은 본좌도 인터넷에 나돌아다니는, 번역체로 가득한 내용과 번역 내용이 다르다며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미래에 이런 식으로 한국어 문법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다. 사실 언어의 변천에 이러한 영향이 크긴 하다. 각 언어가 이미 과거에 다 겪었던 문제이다.
위의 내용에서는 다소 극단적인 직역과 비교하여 의역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했지만, 그렇다고 직역은 문제있는 방식이고 의역만 해야 한다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지나치게 원문구조를 그대로 옮기는 데에 집착하느라 의미가 오히려 전달되지 않거나 변질되는 직역은 피해야 하며, 상황별로는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려면 결국 필연적으로 의역을 해야 한다는 의미지, 모든 직역이 의미를 잘못 전달한다는 말이 아니니 주의. 또한 원문 언어를 전혀 몰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에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미 해당 언어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 번역체에도 익숙한 사람들, 가령 서브컬처의 많은 팬들 같은 특정 그룹이 대상이면 그게 필수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기한 것들과 같은 직역을 해도 의미전달이나 변질 없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직역/의역은 취향에도 상당히 좌우되며, 한 쪽을 무조건 '틀린 번역'으로 볼 수는 없다. 내용을 다르게 오해할 만한 오역을 지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원문의 구조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나지 않았다고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 사용되는 한자어 중 서구 문물에 대한 번역어는 거의 모두가 중국인 혹은 일본인의 언어 감각에 따라 의역된 것이며, 특히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3] base를 염기, nation을 민족이라고 번역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에는 이미 해당 한자어들이 의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대일 대응되는 단어쌍처럼 취급되기 때문에, 'base → 염기', 'nation → 민족'과 같은 번역을 '직역'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3. 관련 문서
[1]
예를 들면 '죽을래?'라는 문장을 '너 혼난다?'라는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다. 둘 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다.
[2]
저 문장 하나만 나왔을 때는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맞으며, 문장이 여러 개 나왔고 상황이 여성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상황이면, 'taken off'는 '납치당했다'로 번역할 수도 있다. 애초에 의역으로 쓰여는 있지만 저 문장은 'by'(-에 의해)를 적절히 한국어에게 맞게 번역해 준, 직역+의역이 섞인 번역이다. 또한, 피동이면 '의해'가 아닌 '의해져'가 적절하고, 앞말이 유정 명사이면 '-에'가 아닌 '-에게'가 적절하다.
[3]
이러한 번역어를 만들어낸 주역에 속하던 일본의 난학자들은 네덜란드어 원문을 기존에 한문에 존재하고 폭넓게 쓰이던 일상용어로 옮긴 것이나,
가차자에 해당하는 번역어만 직역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