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4 10:11:27

이텔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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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사회
3.1. 마을 구조3.2. 주거3.3. 종교
4. 음식5. 캄차달인6. 관련 문서

1. 개요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캄차카 반도 남부에 위치한 축치캄차카어계 민족이다. 현재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 서부 해안, 마가단, 코랴크 자치구 추코트카, 쿠릴 열도, 알류산 열도에 분포되어 있다.

현재 이텔멘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코랴크 자치구의 티길 행정구 내 코브란, 팔라나, 티길, 하이류조보, 우스트-하이류조보 등 5개 마을이다.

축치캄차카어족에서 캄차카어파에 속해있는 유일한 언어인 이텔멘어를 쓴다.

2021년 러시아 인구 조사에서는 2,596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 역사

이들의 조상은 약 5,000년 전부터 캄차카에 살기 시작했으며, 이텔멘인의 전통문화에 대해선 약 3가지 기원을 바탕으로 한다.
  • 바이칼호 아무르 주 지역을 거쳐 캄차카 반도와 알류샨 열도까지 퍼졌던 떠돌이 수렵 및 어로를 생업으로 했던 종족의 문화다.
  • 캄차카 반도 중부와 남부의 신석기 문화로서 레나 강, 아무르 강, 프리모리예 지방에서 수렵, 어로를 생업으로 하면서 캄차카로 이주한 종족의 문화다.
  • 이텔멘인의 독특한 전통문화로서 나뭇가지를 엮어 도구를 만드는 기법, 독특한 형태의 개썰매, 새나 물고기 껍질로 옷을 만드는 방법, 채집 문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3]

러시아인 캄차카 반도에 도래할 무렵인 17세기 말 이텔멘족 총인구는 12,000~13,000명 정도였으며,[4] 캄차카 반도 서부 티길 강과 동부의 우카 강을 잇는 선에서부터 남쪽으로 캄차카 반도 남부 해안에 이르는 지역에 거주했다.

그러나 캄차카 반도가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면서 이텔멘족은 카자크에 대항한 전투에서 커다란 인명 손실을 겪었고, 타민족과의 분쟁, 전염병, 기근으로 인해 인구수가 급감했다.

세력이 급격히 약화된 이텔멘족은 급속하게 러시아인에 동화되어 갔으며, 18세기 초에는 카자크와 러시아인 상공업자 대부분이 이텔멘족 여자를 데리고 살 정도였다.[5]

이텔멘인의 인구 감소와 민족 정체성 소실 과정은 20세기 후반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민족의식이 자라나고 전통문화 및 언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3. 사회

3.1. 마을 구조

주된 전통 산업이 어로이므로 물고기가 풍부한 강어귀 가까운 곳에 혈연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하나의 마을은 겨울용 가옥 2~4채와 수많은 창고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캄차카 반도의 여러 강을 따라 정착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최초의 카자크가 1650년대 초에 도착할 당시 한마을당 약 200~300명이 살고 있었다. 각 마을들은 가부장제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일반적으로 결혼하고자 하는 남성이 아내의 마을에 합류하는 편이다.

만약 한 마을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마을 유지가 힘들 경우, 마을 사람의 일부를 같은 강줄기에 따라 다른 곳에 정착하게 하도록 했다.

3.2. 주거

파일:Хижины_камчадалов_гравюра.jpg
이텔멘족 마을 묘사화.
전통 겨울용 가옥은 땅을 파고 벽에 통나무를 대어 만든 아주 넓은 지하실이었고, 지붕은 작고 둥근 언덕 모습이었다. 실내 중간에는 화덕을 설치하고 사방의 벽을 따라 침상을 배치했다. 지붕에 낸 연기 구멍을 통해 바닥에 이르도록 걸쳐 놓은 사다리를 통해 드나들었다.

이런 겨울용 가옥 하나에 여러 가족이 모여 함께 살며 겨울을 보냈다. 18세기 말 무렵부터 겨울용 지하 움집 대신에 러시아식 통나무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다.

겨울용 가옥 근처에는 높은 말뚝을 여러 개 세우고 그 위에 마루를 얹고 원뿔 형태의 지붕을 씌운 구조물을 많이 지어두고 가족별 여름용 가옥이나 창고로 사용했다.

본격적인 어로 철이 되면 마을 사람 모두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강가로 이주하여 마을을 이루고 물고기를 잡으며 지냈다. 그런 어로용 마을에는 보통 여름용 가옥 겸 창고 8~10채와 여러 대의 물고기 말리는 틀을 설치했다.

3.3. 종교

파일:Kutkh.jpg
북아시아 민족들이 숭배하던 까마귀 형태의 동물신 Кутх의 목각.[6]
이텔멘족은 큰 까마귀 쿠트흐(Кутх)를 창조자이자 종족의 시조, 그리고 영웅으로 여긴다. 하지만 동시에 쿠트흐를 그 누구보다 멍청하고 우스운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심지어 쿠트흐를 섬길 필요도 없고 그 무엇을 기원하거나 감사를 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쿠트흐가 영리하고 사려깊은 존재였다면 세상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을 것이고 혹심한 추위와 눈보라도 만들지 않았을 것인데, 멍청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7].

전통 신앙으로는 기본적으로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이다. 세상은 영원하고 영혼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믿었으며, 자연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고 그들도 나름의 삶을 산다고 여겼다. 또한 화산이나 숲, 물과 같이 사람에게 충분히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장소엔 악령들이 살고 있으며 그중 가물(Гамул)[8]이 자신들의 삶을 지배한다고 믿었고 이를 매우 두려워했다.[9][10]

정령들 가운데 특히 사람에게 물고기를 보내주는 바다의 신 ‘미트그’(Митг)를 숭배했다. 미트그는 쿠트흐의 부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식물이나 열매 채집에 중요한 지점에 나무로 만든 장승을 세워놓고 숭배했다. 장승은 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장승에 다양한 색깔의 천을 둘러두고 그 옆을 지날 때는 제물이 될 만한 것을 바쳤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자라는 열매는 채집하지 않고 동물이나 새도 사냥하지 않았다. 장승 숭배는 이웃 민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텔멘인만의 독특한 토속 신앙이다.

그리고 남녀 모두 다양한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녔고, 다양한 금기나 징조를 믿었다. 예를 들어, 에는 낡은 집을 해체하지 않았는데, 집을 해체하면 집 안에 말려 보관해둔 물고기들에 붙어살던 나방들이 날아오르게 되고, 그러면 그 나방들을 싫어하는 물고기들이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에 빠진 사람이나 눈사태에 휩쓸린 사람은 구해주지 않는 현대인들이 보기엔 납득하기 굉장히 힘든 관습이 있었다.[11][12]

또한 샤먼이 있었지만, 그들은 특별한 무복이나 장식같은 건 없었다. 샤먼의 역할은 보통 여자들이 했으며, 17세기 후반부터 정교회를 수용하면서 정교 의례가 빠른 속도로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4. 음식

파일:hololo_18-1024x528.jpg
축치캄차카인들의 전통음식 톨쿠샤(Толкуша)
전통 산업이 어로였던 만큼, 전통적인 주식은 생선이였다. 물고기는 보통 삶거나 굽거나 훈제해 먹었으며, 겨울에는 냉동하여 먹기도 했다. 특히 나무통에 뜨겁게 달군 돌을 넣어 음식을 익혀 먹는 것은 이텔멘족만의 요리법이다.

이텔멘인의 가장 일반적인 음식은 물고기를 가늘고 길게 잘라 말려 먹는 유콜라, 훈제하여 만든 추프리키(Чуприки), 말린 연어알 등이었다. 물고기의 머리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은 별미로 여겼다. 명절 음식으로는 식물의 뿌리와 열매, 으깬 연어알, 물개 또는 고래기름 그리고 삶은 물고기로 만드는 톨쿠샤(Толкуша)가 있었다.

그외에도 육상동물과 조류의 고기, 물개 등 해양동물의 지방도 먹었다. 해양동물의 창자는 식품을 보관하는 용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고기를 먹을 때는 각종 풀과 풀뿌리, 참나리 알뿌리, 말린 열매 등을 함께 먹었다. 해안에서 갈매기의 알을 모아 먹기도 했다.

음식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그릇에 담아 먹었으며, 식사 중에 물마시는 것도 이들의 독특한 식습관이었다. 그리고 환각 효과를 위해 바늘꽃을 우려낸 물에 무호모르(Мухомор)라는 버섯을 담갔다가 마시기도 했다.

러시아인들과 접촉하게 된 이후에는 러시아인들로부터 소금을 사용해 물고기를 염장하는 법을 받아들였고, 감자 밀가루,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5. 캄차달인

파일:Камчадал.jpg

"캄차달"이라는 이름은 이곳 원주민들의 땅 "캄차카"에서 유래했다. 17세기 말엽에 캄차카 반도로 건너온 러시아인들은 이곳에서도 살기 좋은 곳에 속하는 남부와 동부 지역 그리고 강 계곡에 주로 모여 살았는데, 이때 캄차카 지역에 천연두가 퍼지는 바람에 많은 수의 원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캄차카 지방에는 러시아-카자크 계통의 백인과 이텔멘족을 포함한 캄차카 원주민 사이에서 생겨난 이텔멘족의 하위 분파에 속하는 캄차달인이 탄생했다.

이들은 러시아인의 하부 그룹격에 속하는 민족이나 앞서 얘기했듯이 이텔멘족의 분파에도 속했기 때문에 황백혼혈로 백인과 황인의 외견이 같이 나타났다. 크지 않은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고, 피부색은 까무잡잡한 편이지만, 다른 동시베리아 민족처럼 얼굴이 평평하거나 광대뼈가 발달하지는 않았다.

1880년대 이곳을 방문한 디봅스키(Б. Дыбовский)는 캄차달인 여성 중에 러시아인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색이 하얗고, 긴 속눈썹을 가진 여성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2021년 러시아 인구 조사 결과로는 약 1,547명의 사람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6. 관련 문서


[1] ‘이곳에 존재하는 자,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2] 예전엔 캄차달(Камчадал)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캄차달인은 이텔멘인과 러시아인의 혼혈 민족의 명칭 혹은 캄차카에 오랫동안 정착한 러시아 토착민을 가리키는 뜻으로서 현재는 이텔멘인과는 별개의 민족으로 취급되고 있다. [3] 이 문화는 연해주 북아메리카 일부 종족의 문화와 유사하지만 이웃한 축치인, 코랴크인 등과는 전혀 다른 문화다. [4] 이텔멘을 포함한 캄차카 내 들의 인구는 최대 5만명이었다. [5] 이에 따라 이텔멘인 거주 영역이 축소되었고, 19세기 후반부터는 캄차카 반도의 서부 해안 지역에만 거주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캄차카 반도에는 전통적인 이텔멘족과는 외모가 다르고 새로운 문화를 가진 캄차달인이 형성되었다. [6] 까마귀를 신격화하는 문화는 이텔멘족과 이웃한 코랴크인, 축치인, 케레크, 에스키모 그리고 먼 곳에 있는 북아메리카 서해안 지역의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도 있다. [7] 이해가 안되는 부분같지만, 사실 냉대기후 한대기후에 거주하는 민족들은 안 좋은 기후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화에도 이 부분이 반영되어 신들의 능력이 제한되어있다는 설정이 많다. 일례로,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 힘만 센 아둔한 신이라는 묘사가 있으며, 오딘은 그 반대급부로 머리는 엄청 똑똑하나 전지전능하지는 않으며, 인간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노쇠하는 신이라는 묘사가 나온다. [8] 이텔멘족 신앙에서 화산 속에 살고 있다 여겨지는 악령들로, 화산 밤에도 밝게 빛나는 이유는 가물이 사람들이 잠들었을 어두운 한밤중에 몰래 화산에서 내려온 다음, 바다로 날아가 포획한 물고기 고래들을 썰매에 태우곤 본거지인 산꼭대기로 가져가 요리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로 인해 꼭대기 쪽은 물고기와 고래의 뼈로 뒤덮인 황무지로 여기고 화산 정상을 등반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만약 화산 정상에 너무 가까이 접근할 시 악령들이 폭발할 것이라 믿었다. [9] 21세기에도 크나큰 자연재해인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서 이텔멘족들은 화산 폭발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이들에게 고기 조각을 산에 던지는 식으로 제물을 바쳤다고 한다. [10]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는지 이텔멘 민속축제 알할랄랄라이(Алхалалалай) 의식 중에선 얼굴을 마구 찡그리는 의식이 있는데, 이는 가물들에게 겁을 줘 쫓아내는 의식이라고 한다. [11] 이유는 그들을 구해준다는 것은 곧 물귀신이나 산귀신들의 먹이 빼앗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12]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사실 이들의 지역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돕다가는 딸려가서 죽을 일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곳이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서 사람을 꺼낸다는 것이 체력소모가 훨씬 더 심하고 훨씬 더 위험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또한 따뜻한 곳과 동일한 시간에 사람을 꺼내도 빠진 사람이 죽을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따뜻한 곳보다 훨씬 더 두터운 옷을 입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 역시 위험하다. 구조자도 한창 때의 젊은 남성일텐데 이 젊은 남성을 잃는다는 것은 커다란 손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