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바시키르인은 러시아의 남서 우랄 지역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에 살며 바시키르어를 쓰는 튀르크계 소수민족이다. 2021년 러시아 연방 인구조사에 따르면 1,571,879명으로 러시아 내에서 슬라브계 러시아인, 볼가 타타르인, 체첸인 다음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민족이다. 이 가운데 127만 명 정도가 바시코르토스탄에 거주한다.오늘날의 바시키르인은 60% 정도의 백인 유전 형질과 40% 정도의 시베리아 원주민· 동아시아인 유전 형질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으로는 수니파 이슬람을 믿고 있으며 볼가 타타르인과의 뚜렷한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언어와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가깝다.
일본에도 일부 거주하는데 일본의 타타르, 바시키르 공동체가 있다. 이들은 러시아 내전 당시 백군에 속했다가 내전 과정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백계 러시아인의 일부이다.
2. 역사
시베리아로 죄수들을 호송하는 바시키르 전사들 |
볼가 불가르의 영향력 아래 있던 바시키르인들은 7세기 아랍 지리학자들에 의해 최초로 언급된 것을 계기로[2], 11세기 마흐무드 알 카슈가리가 편찬한 튀르크어 사전에 이들이 쓰는 방언과 습속이 등재되는 등 튀르크인으로 분류되었다.
집단유전학 연구 결과 헝가리인의 정치적 모체인 마자르인이 바시키르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한다.
다른 튀르크계 민족들처럼 늑대를 좋아한 바시키르인들은 스스로를 '우두머리(바시) 늑대(코르트)'라는 의미의 '바시코르트인(Башҡорттар, Başqorttar)'이라고 칭했다. 이들을 러시아어로는 '바시키르인(Башкиры)'이라고 지칭하였다.
9세기 튀르크계 유목민족인 쿠만족이 우랄 산맥 인근으로 쳐들어와 바시키르 인들을 정복하기도 했으며 10~13세기에는 볼가 불가르의 지배를 받았다. 볼가 불가르의 지배를 받는 동안 바시키르인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된다. 13세기 초반 몽골 제국이 불가르 칸국을 정복하면서 바시키르인들은 킵차크 칸국의 신민이 되었다.
킵차크 칸국이 여러 소국들로 쪼개지는 와중에 대부분의 바시키르인들은 카잔 칸국의 구성원이 되었다. 16세기 카잔 칸국이 루스 차르국에 정복되는 과정에서 1554년 서부 바시키르인들이 그리고 1557년에는 남부 바시키르인들도 정복되었다. 바시키르인들은 러시아 정부에 복종하고 세금을 내야 했지만 러시아에서 이들의 기병 전력을 높게 평가한 덕택에 자신의 민족 영토와 자치권, 종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러시아 제국 내에서의 바시키르인들의 입지는 코사크와 흡사하였는데, 러시아 제국 내에서 과도한 군역과 요역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바시키르인들이 종종 봉기를 일으키는가 하면, 한 편으로는 러시아 제국의 시베리아와 카스피해 정복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특히 노가이 칸국, 칼미크 칸국, 시비르 칸국 영토를 병합하고 유지 관리할 때 바시키르인들이 큰 기여를 하였다.
바시키르인 경기병들은 러시아 제국의 보조부대로 활약하는데, 특히 나폴레옹 전쟁 이후 파리에 들어온 바시키르인들이 서구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무슬림 관련하여 십자군 관련한 기록이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설화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들 눈에는 파리에 주둔했던 바시키르인들이 광장에서 집단으로 예배보는 모습이 인상 깊을 수밖에 없었다.[3]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파리와 함부르크, 드레스덴 등에 진주한 바시키르인 기병 |
1829년까지 바시키르 연대는 공식적인 제복이 없었다. 바시키르인 기수들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유럽인들이 묘사한 것처럼 전통 민속 복장을 입었고 일부는 19세기 초반까지 체인 메일로 무장하였다. 활로 무장한 병력도 적지 않았다.
제복 지정 이전 바시키르인 기수의 일반적인 복식 | 제복을 갖추어 입은 바시키르 기병 |
러시아 혁명 이후 1917년 11월 바시코르토스탄 자치구(Башҡортостан автономияһы)가 설립되었다. 당시 러시아어로는 바시쿠르디스탄(Башкурдистан)이라 하였다.
비록 시간이 흐르며 슬라브계와 상당한 혼혈, 동화 등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오늘날의 바시키르인들도 튀르크의 원류인 중앙아시아 지역에 가깝다보니 여전히 동양적인 외모를 지닌 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3. 문화
유목민이었던 바시키르인들은 고기와 나무열매, 우유를 발효시킨 요거트가 주식이었으며 특이하게도 고기 중에서도 말고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과거 이들은 여름용 집과 겨울용 집을 따로 짓는데 여름용 집은 유목민 텐트 비슷한 모양으로 자작나무로 지은 오두막이며 겨울용 집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골조를 이용해서 집을 지었다. 19세기부터는 바시키르인들도 농업에 종사하며 정주생활을 하게 되면서 석조 건물을 짓고 화덕을 러시아식 난로로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 벽을 따라 나무널판으로 만든 침상을 놓았으며 침상 위에는 카페트와 쿠션을 놓고 그 위에서 먹고 잤다고 한다.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Много ли человеку земли нужно?)〉와 〈일리야스(Ильяс)〉에 바시키르인의 생활상이 잘 묘사돼 있다.
4. 인물
- 모르겐시테른(Моргенштерн): 러시아의 래퍼이자 유튜버. 개명 전 본명은 '알리셰르 타기로비치 발레예프(Алишер Тагирович Валеев, Алишер Таһир улы Вәлиев)'으로 바시키르인과 러시아인의 혼혈이다.
- 무르타자 라히모프(Муртаза Рахимов, Мортаза Рәхимов):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 살라바트 율라예프(Салават Юлаев, Салауат Юлаев): 오늘날 바시코르토스탄의 민족 영웅으로, 오늘날 우파를 연고로 하는 아이스하키 클럽 살라바트 율라예프 우파의 팀명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 알리나 이브라기모바(Алина Ибрагимова, Алина Ибраһимова):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 알수: 러시아의 가수. 타타르스탄 공화국 태생으로 바시키르인과 볼가 타타르인의 혼혈이다.
- 유지나 스웨틀라나: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의 가수 겸 모델. 바시키르인과 러시아인의 혼혈이다.
[1]
튀르키예어로 ‘신맛’를 의미하는 ‘Ekşi’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
이들이
철륵의 한 갈래였다고 추정하는 가설도 있다
[3]
당시 파리는 아직 무슬림 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되기 이전이었다. 파리에 무슬림 인구가 대대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20세기 중반
알제리 전쟁 이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