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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수리철학? 수학철학?3. 역사4. 현역 수학자들의 입장5. 고전적 입장들
5.1. 플라톤주의5.2. 논리주의5.3. 직관주의5.4. 형식주의5.5. 준경험주의5.6. 사회 구성주의
6. 수학철학의 주요 주제7. 더 읽어볼만한 글8. 수학철학 관련 정보9.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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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수학이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부분부터 생각해보자면, 서로 정반대인 두 방향에 따라 밟아나갈 수 있는 학문이다. 보다 익숙한 방향은 구성적인, 즉 점차적으로 복잡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정수에서 분수, 실수, 복소수로, 덧셈 곱셈에서 미적분으로, 곧 고등 수학으로 말이다. 또 다른, 우리가 덜 익숙한 방향은 분석을 통해 더더욱 추상성과 논리적 단순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당초에 가정하는 것으로부터 무엇이 정의되고 도출해낼 수 있는지를 묻는 대신, 우리의 출발점을 정의하고 도출해내는 데 있어서 보다 일반적인 발상과 원리를 묻는 것이다. 이러한 반대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수학과는 다른 수리철학의 특징이다.[1]
버트런드 러셀, 『수리철학 입문(Introduction to Mathematical Philosophy)』
수학 자체, 혹은 논리학 집합론 등 수학의 개념적 기초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촉발되는 철학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철학 혹은 수학의 하위 분야. 주된 과제는 수학적 지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수학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는 역사적으로 피타고라스 플라톤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전통적이고 핵심적인 분야에 해당한다. 왜냐면 고대부터 수학의 명제들은 다른 학문들의 명제들과는 달리 확실한 지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웬만한 네임드 철학자들은 수학철학의 문제들을 한 번씩은 건드리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집합론 논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발전은 소위 분석철학 전통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2. 수리철학? 수학철학?

이하 두 명칭은 다음과 같은 용례상의 차이에 입각한 다른 어감을 띤다. 이 두 정의가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버트런드 러셀이 지적하듯 무한, 혹은 실무한이 그 대표적인 사례. 그리고 위와 같은 엄밀한 구분과는 다르게 두 용어는 종종 (특히 전문적인 철학이 아닌 경우) 혼용되고는 한다.

3. 역사

수학의 본성을 따지는 것은 서양 철학사의 유구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으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당히 체계적인 수학철학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들에 해당한다. 근대 경험론 합리론 논쟁에서도 수학의 지위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으며, 칸트 순수 이성 비판에서 "수학은 어째서 고전 역학 같은 자연과학에서 이렇게 성공적으로 응용되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영향력 있는 대답을 제시했다.

19세기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만들어지면서 ' 수학 체계는 하나인가, 여럿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고 이는 수학 기초론이라는 분야로 이어졌다. 이는 페아노 공리계의 정립 및 버트런드 러셀 화이트헤드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 출판을 통해 당시 지성인들 사이에 많은 반향을 불렀으며, 이로부터 20세기 초반의 대표적인 수학철학의 3대 조류인 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가 형성됐다.

쿠르트 괴델 불완전성 정리는 논리주의 및 형식주의를 비롯한 여러 수학철학적 입장에 대해 큰 파급력을 미쳤다. 20세기 중반 이후 " 존재" 개념에 대해 윌러드 콰인이 내놓은 제안은 수학적 플라톤주의 논의를 재점화시켰으며, 여기에 폴 베나세라프가 「수가 될 수 없는 것(What Numbers Could Not Be)」, 「수학적 참(Mathematical Truth)」 등에서 제시한 여러 논변의 출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현대 수학철학이 시작됐다.

분업화가 이루어진 다른 철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대에는 매우 다양한 문제와 접근법이 병존하고 있다. 논리주의, 직관주의 등 고전적인 입장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연구 프로그램, 집합론이나 범주론 등 기초론에서 파생되는 철학적 쟁점들에 대한 연구 등이 대표적인 예시. 더불어 수학 기초론을 넘어 보다 일반적인 수학 분야, 이를테면 대수학이나 해석학 등의 현대 연구에서 촉발되는 철학적 쟁점들에 대한 탐구 또한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수학 실천(mathematical practice)의 철학에서는 실제 현대 수학자들의 행동 및 연구 방식, 수학 증명에서 도식의 역할, 수학 학계 및 학술지의 동향 같은 주제에 보다 초점을 기울이며, 일종의 과학철학에 점점 근접해가고 있다.

4. 현역 수학자들의 입장

보통의 "현역 수학자"는 주중에는 플라톤주의자이지만 주말에는 형식주의자라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의 논자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요컨대 현역 수학자는 수학을 하고 있을 때에는 마치 자신이 객관적 실재의 속성을 규명하고 있다는 확신에 찬 것인양 행동한다. 하지만 그 "실재"라는게 뭐냐는 철학적 질문에 직면했을 때, 현역 수학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답은 그런 '실재' 같은 것은 믿지 않는다고 시늉하는 것이다.[2]
Reuben Hersh, "Some Proposals for Reviving the Philosophy of Mathematics"

우선 여기서는 현역수학자, 실전수학자, 실용수학자(Working Mathematician)로 일컬어지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강 알아둘 필요가 있다. 흔히 '순수수학' 및 '응용수학' 하면 대강 떠오를만한 과목인 대수학, 해석학, 기하학, 위상수학, 조합론, 수론 등의 연구부문에서 한우물을 파거나 여러 우물을 파며 보다 논리정연하고 엄밀한 연구를 하는 대부분의 수학자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의 주요 업적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중 유일한 예외가 바로 폴 코언인데, 이 사람은 연속체 가설 선택공리가 ZF 집합론으로부터 연역되지 않는 독립적인 명제임을 증명한 업적으로 필즈상을 받았다.[3] 이 분야는 수리논리학, 수학기초론의 영역에 해당하면서도 시각에 따라서는 메타수학과 수학철학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이런 메타수학 및 수학철학의 관점에서 수학을 고찰하는 사람들이 Nonworking(...) Mathematician에 해당한다.[4]

현역 수학자들의 실제 철학적 입장이 무엇인지 따지는 것은 수학자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사회과학적 방법을 통해 검토해야할 문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현역 수학자들이 애초에 수학철학에 대해 딱히 입장이 없거나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동의한다.

21세기 수학철학자들 대부분은 '현역 수학자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수학철학을 전개하는데 있어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위 인용문에서 드러나듯, 현역 수학자들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입장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양상은 종종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어떤 데이터를 더 우선시해야할 것이냐는 그 자체로 수학철학적 논쟁거리가 된다.

또한 수학철학자들 대부분은 '수학자라면 마땅히 수학철학을 알아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이다. 즉 대부분의 수학철학자들은 현역 수학자들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5] 물론 위 인용문의 저자인 Hersh를 비롯해서 수학철학을 두고 고민해보는 것이 수학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견지하는 현역 수학자들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연구자들은 자연과학대학 수학과보다는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도 많다. 수학교육이 과학교육학의 일부로 여겨지는 국가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5. 고전적 입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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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수학에서 '수학 기초론'이 크게 부각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시기에 중점적으로 논의된 잘 알려진 입장들에 해당한다. 이후의 보다 발전된 입장에 대해서는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이나 전문적인 교과서를 참조하라.

5.1. 플라톤주의

수학적 참의 불변적이며 무조건적인 타당성을 어떠한 방식에서건 인정하지 않는 철학은 수학자에게 공감할 수 없는 것 같다. 수학적 정리는 참이나 거짓이고, 그 참과 거짓은 절대적이며 우리의 앎과는 독립적이다. 어떤 의미에선, 수학적 참은 객관적 실재의 일부다.[6]
고드프리 하디, Mathematical Proof

플라톤주의는 플라톤으로부터 유래한 입장이며, 존재의 세계가 질적 차이에 의해 구분 가능한 ‘위의 세계(또는 안의 세계)’와 ‘아래의 세계(또는 밖의 세계)’라는 두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며 위의 세계(可知界)는 사고의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의 세계(可視界)는 감각 경험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구분하였다.

'수학적 플라톤주의'는 종종 '수학적 실재론'이라는 명칭과 혼용된다. 수학적 실재론에 따르면 '1차 이상의 복소계수 방정식은 반드시 하나 이상의 복소수 근을 갖는다' 같은 문장은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 같은 문장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이다. 그런데 지구, 태양, 심지어는 '5', 'XXXVII', '四' 같은 숫자들이 모두 자연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인 반면,[7] , 집합, 함수, 같은건 자연세계에는 없는 추상적인 대상이다. 그렇다고 소설가들이 허구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짓는 것처럼 수학자들이 그들 임의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왜냐면 수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이 실험과 관찰을 통해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발견하듯이, 증명을 통해 모종의 객관적인 사실을 발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전적인 수학적 플라톤주의자들은 수학적 참이 물리학에서의 참만큼이나 문자 그대로의 객관적인 참일 뿐만 아니라, 수학적 대상들 또한 원자, 세포와 같은 과학적 탐구 대상들만큼이나 실재한다고 주장한다.[8] 이런 주장을 거부하는 입장은 '수학적 반실재론'으로 구분된다.

쿠르트 괴델은 플라톤주의를 개진한 대표적인 인물이며, 자신이 증명한 불완전성 정리가 플라톤주의를 옹호하는 근거가 된다고 논했다.[9] 윌러드 콰인 자연과학을 정당화하는 입장에서 대상들, 특히 집합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논했다.

5.2. 논리주의

논리주의는 고틀로프 프레게로부터 시작된 학파다. 논리주의의 대표적인 주장들은 다음과 같았다.
  • 모든 수학적 개념은 논리학의 개념들로 분석되거나, 환원될 수 있다.
  • 모든 수학적 정리는 논리학의 공리 및 추론 규칙들로부터 증명할 수 있다.
고틀로프 프레게 페아노 공리계를 자신이 발명한 현대 수리 논리학으로부터 도출시키고자 했던 최초의 인물이었으나, 프레게의 기본 법칙 V가 비일관적이라는 점을 버트런드 러셀이 밝혀냈다. 러셀은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공저한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유형론(type theory)을 제안하였지만 환원공리나 선택공리, 무한공리와 같은 자명해 보이지 않는 공리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10] 그리고 이런 고전적 형태의 논리주의는 쿠르트 괴델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하며 완전히 좌초된다.

크리스핀 라이트(Crispin Wright)를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신-논리주의는 프레게 이론에서 문제가 됐던 기본 법칙 V를 폐기하는 대신, 동수성(equinumerosity)을 기준으로 "~의 수"의 동일성 조건을 제시하는 이른바 "흄의 원리"를 토대로[11] 정수론, 해석학을 비롯한 여러 수학 이론의 기초론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구 프로그램이다.

5.3. 직관주의

직관주의의 뿌리는 임마누엘 칸트, 레오폴트 크로네커, 앙리 푸앵카레 등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직관주의"라는 사조를 확고히 정립한 창시자는 부동점 정리를 증명한 것으로도 유명한 L.E.J 브라우어다. 브라우어는 수학적 플라톤주의에 반발하여 수학적 대상은 이상적인 수학자의 마음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보았고, 수학적 확실성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은 근본적인 직관이지 논리적 참이나 형식적 엄밀성 같은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논리주의나 형식주의를 비판했다.

논리학적으로 직관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배중률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는 곧 간접적 귀류법을 거부한다는 것이며 오직 구성적 증명(constructive proof)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즉, 직관주의 수학에서 "P를 만족하는 어떤 x가 존재한다"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P를 만족하는 x를 실제로 찾아야 한다. 모든 x가 P를 만족하지 않는다면 이러이러한 모순이 생기므로 P를 만족하는 x가 존재한다는 논증은 성립하지 않는다. 한 예시로, 다음 명제를 고려해 보자.
[math(a^b)]가 유리수인 무리수 [math(a)]와 [math(b)]가 존재한다.

이 명제를 증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렇다. [math(a)]와 [math(b)]가 [math(\sqrt{2})]인 경우를 고려해 보자. 만약 [math(\sqrt{2}^{\sqrt{2}})]가 유리수라면 위 명제는 참이다. 만약 [math(\sqrt{2}^{\sqrt{2}})]가 무리수라면 [math(a = \sqrt{2}^{\sqrt{2}})], [math(b = \sqrt{2})]로 두었을 때 [math(a^b = \sqrt{2}^{\sqrt{2} \cdot \sqrt{2}} = \sqrt{2}^2 = 2)]가 유리수이므로 위 명제는 참이다.

고전수학(classical mathematics)에서 위 증명은 문제가 없지만 직관주의 수학에서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결국 [math(a^b)]가 유리수인 무리수 [math(a)]와 [math(b)]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수학을 전부 인정하는 논리주의나 형식주의와는 달리 브라우어의 직관주의는 고전수학의 상당 부분을 거부한다. 선택공리, 기초공리 등 집합론의 몇몇 공리가 배중률을 함축하기 때문에 공리적 집합론의 수많은 정리가 폐기된다. 또한 중간값 정리를 비롯하여 해석학의 수많은 정리가 완비성 및 실무한에 의존한다는 이유로 폐기된다.[12] 당장 브라우어는 자기가 일찍이 발견했던 부동점 정리 증명 또한 거부하였다! 또한 앙리 푸앵카레 바이어슈트라스 함수를 포함한 수많은 병리적 함수를 '논리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점을 두고 다비트 힐베르트는 직관주의가 "우리의 가장 귀중한 보물의 대부분을 포기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브라우어와 논쟁을 벌였으며, 이 둘 간에는 애석하게도 훗날 학문적 논쟁을 넘어 학계 정치가 엮인 분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힐베르트의 제자이며 군론(물리학)을 비롯한 수학의 여러 영역에서 큰 업적을 남긴 헤르만 바일(Hermann Weyl)이 직관주의로 전향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13]

브라우어의 제자인 아렌트 하이팅(Arend Heyting)은 직관주의 논리학을 형식화하고 페아노 공리계에 대응하는 하이팅 산수(Heyting Arithmetics)를 제시하였다. 브라우어의 사후에도 그의 직관주의 사조보다 더욱 온건한 형태의 구성주의 수학은 여전히 연구되고 있다.[14] 또한 20세기 후반 마이클 더밋(Michael Dummett)은 브라우어의 수학적 관념론과는 전혀 다른 동기에서 직관주의 체계를 언어철학, 논리철학 등에 응용하기도 했다.

5.4. 형식주의

"형식주의"란 이름으로 불리는 수학철학적 입장은 여럿이 있는데, 대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제기한다.
  • 수학은 그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언어 게임일 뿐이다.
    • 즉 수학적 앎이란 주어진 공리계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어떤 정리가 따라나올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일 따름이다.
    • 그러므로 주어진 ' 게임'을 넘어선 수학 문장의 '의미', 수학 문장의 '참'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20세기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친 형식주의 프로그램으로는 다비트 힐베르트가 주도했고 폴 베르나이스, 존 폰 노이만[15] 등이 기여한 힐베르트 프로그램이 있다.[16]

힐베르트의 수학철학적 견해는 1900년 무렵 고틀로프 프레게와 수학철학적 논쟁을 벌일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힐베르트 프로그램'이 192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된 계기는 직관주의 수학을 두고 브라우어와 힐베르트가 벌인 논쟁이었다. 힐베르트는 브라우어의 문제제기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곧 수학이 무모순적인 형식 공리 체계로 구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보이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들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형식 언어 및 추론의 형식적 규칙 도입
  • 기존 수학 이론의 철저한 형식화
  • 초수학(metamathematics) 연구: 형식적 언어의 조합적 성질에 대한 탐구
  • 유한주의(finitism): 형식화된 수학 이론이 무모순적이라는 점을 유한 산술에 기초하여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힐베르트 프로그램 또한 또 그 놈 괴델의 제2불완전성 정리 증명으로 인해 실패로 종결되었다.

5.5. 준경험주의

과학철학에 업적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 임레 라카토슈는 <수학적 발견의 논리: 증명과 반박(methodology of proofs and refutations)> 같은 저서에서 논리주의, 직관주의, 형식주의 등이 수학의 형식적인 측면만을 너무 강조했다고 비판하며, 실제 역사상 수학의 발전은 유클리드 원론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수학은 과학과 비슷하게 증명과 반박, 추측과 비판을 거쳐가며 끊임없이 개선되어 나간다는 것이 라카토슈의 입장이었다. 이렇듯 과학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라카토슈는 스스로의 입장을 "준-경험주의"라고도 부르고, 불완전성 정리가 보인 바와 같이 수학의 확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류주의"라고도 불렀다.

5.6. 사회 구성주의

전통적으로 수학철학에서 말하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란 브라우어의 직관주의에 뿌리를 둔 특정한 수학철학적 전통을 뜻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회과학 교육학에서의 구성주의에 착안한듯한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의 "사회 구성주의" 또한 존재하는 듯하다.
수학이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구성되어진 것이라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적 바탕은 피아제(Piaget)의 조작적 구성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급진적 구성주의는 철학적·문화적 상대주의에 맞추어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이나 가치의 존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된다. 이후 급진적 구성주의를 수정·보완하며 등장한 사회적 구성주의 역시 절대주의적 수학관을 비판하고 지식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는 등 상대주의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주로 수학교육학 쪽에서 논의가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 쪽은 0.999…=1 같은 문제를 수학적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청소년들을 질려버리지 않게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이다보니...

6. 수학철학의 주요 주제

수학철학의 주요한 주제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선험성: 수학적 지식은 일견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선험적(a priori)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인간이 선험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수학적 지식은 무엇에 관한 지식인가?
  • 필연성: 수학 연구는 전제들이 참일 때 결론이 참일 수밖에 없는 연역적 논증에만 의존하며, 증명으로부터 따라나온 결론(정리)은 필연적인 진리로 여겨진다. 수학적 필연성의 본성은 무엇인가? 수학적 필연성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증명의 본성은 무엇인가?
  • 적용가능성: 수학은 경험적 전제들에 의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세계에 관한 탐구를 비롯한 우리의 지적 활동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수학의 보편적 적용가능성이 어디에 기인하는가?
  • 무한: 많은 수학적 명제는 무한에 관련되어 있다. 경험, 기억, 추론능력이 유한한 우리가 어떻게 무한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무한의 본성은 무엇인가?

7. 더 읽어볼만한 글

8. 수학철학 관련 정보

항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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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thematics is a study which, when we start from its most familiar portions, may be pursued in either of two opposite directions. The more familiar direction is constructive, towards gradually increasing complexity: from integers to fractions, real numbers, complex numbers; from addition and multiplication to differentiation and integration, and on to higher mathematics. The other direction, which is less familiar, proceeds, by analysing, to greater and greater abstractness and logical simplicity; instead of asking what can be defined and deduced from what is assumed to begin with, we ask instead what more general ideas and principles can be found, in terms of which what was our starting-point can be defined or deduced. It is the fact of pursuing this opposite direction that characterises mathematical philosophy as opposed to ordinary mathematics. [2] Most writers on the subject seem to agree that the typical “working mathematician” is a Platonist on weekdays and a formalist on Sundays. That is, when he is doing mathematics, he is convinced that he is dealing with an objective reality whose properties he is attempting to determine. But then, when challenged to give a philosophical account of this reality, he finds it easiest to pretend that he does not believe in it after all. [3] 폴 코언의 경우도 사실은 원래 조화해석학 전공자로서 필즈상 수상 업적 외에는 본업인 해석학, 해석적 정수론 관련 연구에 전념했다. [4] Working Mathematician이라는 이 용어는 니콜라 부르바키가 자신들을 철학자들과 구분짓는 의도로 썼다 전해지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또한 한국어로의 번역에 있어서도 반댓말인 nonworking이 '은퇴'했다는 뜻이지도 않고, '非실용적'이란 뜻이지도 않고, '非실전적'이란 뜻이지도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수학철학 전문가들이 모두 수긍할만한 번역어는 마땅치가 않은 편이다. 수학의 메타수학에 대응하는 물리학의 메타물리학이 한자문화권에서는 형이상학으로 번역되며 형이상학에 대응하는 실용물리학의 포지션을 형이하학(...)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working mathematician들의 실용수학을 형이하학에 대응되는 것으로 여기면 그럴싸하다. 수학이하학 사실, 수학철학에 무관심한 실전수학자들의 입장에서 이 말은 손더스 맥레인이 지은 범주론 교과서의 제목 덕분에 유명할 뿐이다. [5] 그 예외로는 직관주의의 창시자인 L.E.J 브라우어가 있다. 브라우어는 오늘날까지 위상수학 등의 코어 과목에서 꼭 배우는 부동점 정리를 증명하는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친 현역 수학자이기도 했다. 문제는... 직관주의 및 구성주의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자신이 남긴 탁월한 업적마저 폄하(...)하며 수학계를 떠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는 것. 이 과정에는 브라우어 자신의 주화입마도 영향을 끼쳤지만, 사상적으로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플라톤주의-논리주의-형식주의 등 절대주의 수학철학자들의 거목 힐버트의 브라우어에 대한 맹비난도 작용했다. [6] It seems to me that no philosophy can possibly be sympathetic to a mathematician which does not admit, in one manner or another, the immutable and unconditional validity of mathematical truth. Mathematical theorems are true or false; their truth or falsity is absolute and independent of our knowledge of them. In some sense, mathematical truth is part of objective reality. [7] 숫자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숫자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이며, 그 자체로는 와는 대개 구분된다고 여겨진다. [8] 현대의 다양한 플라톤주의자들은 이들 두 주장 중 일부만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9] 소위 말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상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괴델은 이 정리를 "참 거짓은 인간이 증명할 수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괴델의 지도교수인 한스 한마저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 이 둘은 신비주의적 현상으로 점철된 심령술, 초심리학(parapsychology) 등의 기이한 분야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을 정도로 극도의 플라톤주의적 세계관을 견지했다. 말하자면 "우리의 직관과 경험과 상식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하며 물질과 정신을 철저히 분리하는 사고방식이다. 과학적 방법론에는 익숙하나 수학 특유의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과학자의 시선에서는 기적의 논리로 보일 따름이지만, 의외로 실전수학자들 중엔 이런 주장에 대해 그럴싸하다고 수긍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예로 20세기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실전 수학자 중 하나인 장피에르 세르 역시 포스텍의 초청으로 방한하여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플라톤주의적 수학관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10] 이러한 공리들 상당수는 ZFC로 계승된다. [11] 프레게 본인이 데이비드 흄에게 영감을 받아서 제안했다고 하는데, 흄 자신이 정말로 이런 원리를 받아들였는지는 철학사적 논쟁거리다. [12] 다만 직관주의에서도 고전수학보다 더 약한 형태의 집합론, 해석학 등은 받아들일 수 있다. 오히려 배중률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이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고전수학의 체계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경우 또한 있다. [13] 나중에 직관주의적 입장을 버리고 직관주의를 비판하기는 했다. [14] 특히 전산학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15] 노이만은 후에 수학이 고대 이집트의 기하학처럼 경험적인 개념들에서부터 출발하며, 그 개념들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수 있다고 적었다. 수학은 이해하는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란 말도 했었고. [16] 엄밀히 말하자면 힐베르트 프로그램은 상기한 '형식주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면 힐베르트 프로그램의 목적은 오히려 수학이 그저 '무의미한 언어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힐베르트나 베르나이스는 유한 산술이 명시적으로 " 칸트적 직관"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보았으며 참조, '힐베르트는 형식주의자다!'라는 것은 브라우어 등 힐베르트의 비판자들이 제기한 의혹에 가깝다. 하지만 이처럼 오해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베르트 프로그램은 결국 이후 형식주의 수학철학에 큰 영향을 미치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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