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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잣나무와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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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us cembra(알프스잣나무)의 잣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슈냅스 같은 술에 향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남양소나무의 일종인 Araucaria bidwillii의 크고 아름다운
다만 속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건 소나무와 아예 상관없는 다른 나무이다. 브라질에서는 겨울(6~8월) 별미로 저걸 삶아먹는데[1] 맛은 잣보다는 에 더 가깝다고 한다.

1. 개요2. 상세3. 기타4. 관련 문서

1. 개요

잣나무 씨앗. 일반적으로 좁게는 소나무과 식물의 식용 가능한 종자를 이야기하고 넓게는 구과식물의 종자를 포함한다.

영어로는 Pine nuts,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pignoli(피뇰리)[2]라고 하기도 한다. 엄밀히 피뇰리는 주로 유럽 잣(Pinus pinea)을 말하고 한국에서 흔히 보는 것은 한국잣(Pinus koraiensis)으로 영어로도 Korean pine nut으로 부른다. 중국어로는 신라송(新羅松)이라 하는데, 신라시대 때 한국산 잣이 알려져서 고급품으로 취급받은 것에서 유래한다고.[3] 일본에서도 잣나무를 조선소나무란 뜻의 '조센마쓰'(チョウセンマツ)라 한다.

2. 상세

잣은 솔방울처럼 생긴 커다란 잣송이[4] 안에 든 약간 노란색이 도는 하얀 씨알로, 오들오들하고 부드러우며 식감이 좋다. 기본적으로 다른 견과류처럼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편이며, 뿐만 아니라 깔끔하면서도 특유의 독특한 향과 풍미가 있어서 맛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생산량이 적고, 잣을 채취하는 데 드는 수고도 상당하기 때문에 값이 매우 비싸서 견과류 중에서도 고급 식품으로 취급된다.[5] 그래서 마트에서 견과류들만 모아 파는 코너에 가보면 마카다미아와 함께 쌍벽으로, 아니 그보다도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둘 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 견과류라는 것이 공통점.

그냥 먹기도 하고, 수정과 위에 띄워서 먹거나 , 과자, 등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예전부터 잣이 워낙 귀하고 비싸서 잣이 나는 지방 원님도 잣죽은 별로 못 먹었다고 할 정도. 강원도 평창군에서는 도임상[6]에 잣죽 한 그릇을 올렸는데, 처음엔 고작 잣죽 한 그릇이 뭐냐며 불평하다가 다 먹은 뒤엔 그 죽 맛을 잊을 수 없으나 고을의 관례상 오직 도임상에만 잣죽을 올려서 아쉬워한다는 설화가 있다. 또한 전통 음식인 콩국수는 서민음식이었으며, 양반들은 잣을 갈아서 잣국을 만들어 국수를 말아먹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는데, 잣 자체의 가격대가 있는 만큼 잣기름도 꽤나 비싸다.

의외로 잣 특유의 향기로 인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재료이기도 하다. 그리고 견과류 대부분이 알러지 위험이 있는데, 잣도 예외가 아니다.

견과류가 대부분 그렇듯이 매일 조금씩 꾸준히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지만 10개 이상은 칼로리 때문에 살이 찔 수 있으니 주의. 100g에 670Kcal 정도 되는데, 사실 100g이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양이며 초 고열량도 아닌 셈. 일반적으로 20~40개(10g 정도)가 권장량이며, 그 이상은 여타 견과류처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소화기관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7] 과식하게 되면 피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잣나무가 원래 키가 큰 데다 잣이 열리는 높이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서 따기엔 굉장히 귀찮고 위험하기도 하다. 덕분에 잣 채취 전문가는 꽤 좋은 일당을 받는다. 얼마나 위험하고 힘드냐 하면, 극한직업 편에 나오기도 할 정도.[8]

잣송이는 나무 꼭대기에만 달리기 때문에 신발에 승주기(昇柱機)[9]를 달고 약 20m의 높은 나무 위로 직접 기어올라가서, 긴 장대를 가지고 잣송이들을 치거나 끝에 달린 낫으로 당겨 떨어뜨려 수확한다. 올라간 나무와 장대가 닿는 주위 나무 몇 그루를 털고, 내려와서 또 올라가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비 오면 미끄러져 위험해 못 하는 일이다. 잣을 수확하다가 추락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게다가 떨어진 잣송이는 덤불 속, 산비탈 아무 데나 떨어지므로 그걸 줍는 일도 힘들고, 뾰족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잣송이에 맞으면 안 되므로 헬멧을 쓰는데, 어깨나 등에 맞는 일도 다반사.

이런 작업을 하고 나면 온 몸에 송진이 묻어 잘 지워지지도 않고 냄새도 난다. 모은 잣송이를 자루에 담아 산 아래까지 운반하는 일도 인력으로 밖에 못하는 중노동. 대신 한 철 힘들게 일하면 중소기업 노동자 한 해 연봉 정도는 벌 수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로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일한다.

다만 수확 후 잣송이를 털어내고 알맹이를 까서 속살을 발라내는 것은 기계화되어 잣 가격 인하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다. 과거처럼 그것도 전부 수작업이었으면 지금 값 두 배는 될 것이다.

1990년에 가평 등지에선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를 교육해 잣 채취에 이용한 적이 있었다.[10] 초반에는 원숭이가 잣을 쉽게 따서 인건비가 줄었기에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였으나, 원숭이가 잣의 맛을 알고 부턴 나무 위에서 잣을 직접 먹어버렸기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원숭이가 송진이 털에 묻는 것을 싫어해서 한 번 올라가고는 올라가는 것을 거부해서 실패했다는 말도 있다.[11]

헬리콥터를 동원해 헬리콥터의 바람을 이용해 잣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사람이 헬리콥터에 걸쳐 타서 잣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시도되어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좋지 않은 것도 있고 헬리콥터 특성상 사다리로 잣나무를 타고 올라갔을 때보다 추락했을 때 사망 위험이 훨씬 커지는 것은 물론 주변 잣나무들까지 죄다 갈아버릴 수도 있어서 실효성이 없다.

잣송이에선 굉장히 찐득거리는 점액이 나오기 때문에 까 먹기가 상당히 힘들다. 군대 가면 가을에 행보관과 협상을 해서 잣을 까는 대신 TV 시청 시간을 얻을 수도 있다.

잣이란 게 예나 지금이나 은근히 비싸지만 예전엔 훨씬 비쌌다. 잣이 엄청나게 비싸던 시절 지나가던 선비가 잣을 파는 것을 보고 먹고 싶어서 말장난을 이용한 수작을 부리는 설화도 있다.
지나가던 선비가 잣 파는 가게 앞의 옷을 가리키고는 "이게 뭐요?"라고 물으니 가게 주인이 "옷이오."라고 말했다. 지나가던 선비가 잣을 가리키고는 "이게 뭐요?"라고 묻자 주인이 "잣이오."라고 말했다. 선비가 대뜸 잣 한 줌을 막 주워먹은 다음, 벽에 걸린 갓을 가리키고는 "이게 뭐요?"라고 물으니 가게 주인이 "갓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선비란 놈이 잣값은 내지도 않고 팔자걸음으로 나가는 거 아닌가? 화가 난 주인이 포졸들을 데려와 선비를 잡으려 하자 선비가 자초지종을 말하길 "오시라고 해서(옷이오) 들어가서 자시라고 해서(잣이오) 먹었고, 가시라고 해서(갓이오) 가는 건데 왜 붙잡소?"라고 뻔뻔하게 대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져 내려온다.[12][13] 이 선비가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이탈리아에선 페스토에 넣는 재료로 사용하며 특히 바질 페스토엔 필수적으로 들어간다.[14] 영국인 베어 그릴스도 한눈에 알아보고 잣을 따 먹으려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튀르키예는 질이 좋은 잣 생산국가로 유명하다. 튀르키예어로 잣은 참 프스특(Çam fıstık)이며 '소나무에서 나는 피스타치오'이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왕국인 터키에서조차도 잣은 좀 많이 비싸기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한다. 터키의 잣 가격은 100g에 2,500원 정도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한국내 가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2023년 기준 국산잣 100g에 10,000원 정도지만 품질에 따라서는 2, 3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심지어 대형마트에 가보면 잣에 도난방지 RFID 태그를 붙여둔 곳도 있다! 부피는 작은 대신 값은 나가니 좀도둑들이 선호할 만한 품목이란 말이 된다. 게다가 2021년의 온난화와 하술할 해충으로 인한 피해로 2022년 기준으로는 국산잣 100g당 평균 10,000원 이상이 기본이 되었다.

원래 중국에서는 생산량이 적어서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국산이 선호되던 농산물이었지만, 2015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생산량이 늘었는지 중국산 잣이 2배 이상 저렴한 편이며 국내에서도 중국산 잣을 포장해서 파는 제품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100g당 10,000원은 줘야 하고, 가정집에서 소비하기 힘든 대용량으로 팔다 보니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화산송 문제도 있다.

경기도 가평군의 특산물이 바로 잣. 지금도 가평잣은 꽤 유명한 편으로 지역 특산물이다. 경기 동북부가 대체로 그렇듯이 한강 상류라는 위치 때문에 개발을 해서 잣나무가 자라기 꽤 좋다.[15]가평에선 잣 막걸리,[16], 잣 식혜, 잣기름 등 잣을 이용한 갖가지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꽤 히트를 친 상품으로 호두과자에 호두 대신 잣을 넣어서 만든 잣과자도 있는데, 서울양양고속도로 가평휴게소의 명물이기도 하며 가평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은 잣과자가 원조인 줄 알 정도.

2020년대 들어 지구온난화와 인건비 상승, 중국산 잣의 유입으로 흔들리던 가평군의 잣 산업은 소나무허리노린재라는 해충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잣나무허리노린재가 잣이 여무는 동안 열매의 진액을 빨아먹으면, 잣송이를 깠을 때 쭉정이만 들어 있거나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쓴맛이 나서 상품으로 쓸 수 없기 때문.

3. 기타

잣나무는 한대성 수종이다.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강하여 영하 50도까지 버틸 수가 있는데 더운 것도 잘 버틴다. 한반도 북한 개마고원을 제외하면 아무리 냉대기후라도 여름에는 짧게나마 40℃까지 올라갈 정도로 연교차가 큰 곳이므로 이런 곳에서 적응하려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여름이 긴 기후대에서는 생장이 불량해져 잣이 잘 열리지 않는다. 남부 지방에 있던 산 주인이 잣을 따기 위해 잣을 심었더니, 잣송이는 하나도 안 열리고 이파리만 무성해져서 망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남부지방에서 잣이 열리는 걸 보고 싶다면 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아고산대에서 키워야 한다.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캐나다 등지에선 관상용으로 심는다고 한다. 이외에 한대성 수종으로 잣을 얻을 수 있는 나무로는 Pinus cembra( 중부유럽)와 Pinus sibirica( 시베리아)가 있다. 한편 위에서 피놀리라고 언급한 이탈리아 잣나무(pinea)는 지중해 근처에서 자라는 난대성 수종이다. 그리고 피렌체에서는 잣송이를 피노키오라고도 한다.

중국 화산송(Pinus armandii)의 잣은 잣 증후군, 혹은 잣 입을 유발한다고 하니 주의해야한다. 잣 증후군의 증상은 잣이 소화가 된 시점에서 입에서 쓴맛과 금속 맛이 증폭되어 올라오며 길게는 약 2주간 지속된다고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 화산송의 잣이 반입되어 들어온다는 것이다.

고려 시대부터 잣으로 빚어온 ' 백자주'라는 술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국의 과실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 가평군, 홍천군 잣이 등록되어 있다(25호, 26호).

4. 관련 문서




[1] 사진에 나온 bidwillii 종보다는 angustifolia 종의 씨앗이 더 많이 소비되며, 결국 남획으로 인한 멸종위기 논란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2] 실제 이탈리아어로는 pinoli(피리)라고 한다. [3] 잣은 신라어 문헌인 찬기파랑가에서도 栢史(*CAsi)라는 형태로 언급되었을 만큼 유서가 깊은 식물이었다. [4] '잣방울'이 아니다. [5] 잣나무는 키가 엄청나게 크고, 당연히 열매도 엄청나게 높은 곳에 열린다. 수확하는데 위험이 큰 만큼 비싼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숭이를 훈련시키는 시도까지 했지만 큰 성과는 못 봤다. [6] 처음 고을 사또를 맞이하는 상차림 [7] 알갱이 하나를 맨손가락으로 쥐어짜도 기름이 고스란히 나온다. [8] 극한직업 2016년 10월 5일 방영. [9] 신발에 감아서 만든 쇠꼬챙이. 승족기라고도 한다. [10] 비슷하게 열대 지방에선 코코넛 채취에 원숭이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11]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를 교육해 잣 채취에 이용한 이야기는 MBC 타임머신에서 재현해 극화하기도 하였다(E60, 2003.02.23. 방영 "미션! 잣따기" 에피소드). [12] 패러디 중에는 갓을 가리키며 "이게 뭐요?"라고 묻자 옆 상인에게 가서 묻고는 "모자라는뎁쇼"라고 반격하는 것도 있다. [13] 다른 패러디로는 주인이 가시를 보면서 선비에게 "이게 뭐요?"하고 물으니 선비가 "까시요(가시요)"라고 답하고 주인이 바로 주먹으로 한대 치는(까는) 이야기도 있다. [14] 하지만 외국에서도 잣이 비싸다보니, 잣 대신 저렴한 다른 견과류를 사용해서 만드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한국에 기성품으로 팔리는 바질페스토는 대부분 잣 대신 캐슈넛이 들어간다. [15] 잣나무가 예전부터 가평에 대량으로 자생하던 것은 아니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심어 가꾼 것. [16] 꽤 고소하고 막걸리의 시큼한 맛도 잣의 향 때문에 덜 느껴져서 슬슬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