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6 06:05:05

이카리 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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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하라 토우지 나기사 카오루

[1] 카지 료지는 일본 정부- 제레- 이카리 겐도의 삼중 스파이로 네르프의 정식 일원이 아니며, 수석 감찰관이라는 직책은 겐도가 임의로 부여하였다. [2] 파일럿의 선발 기준이 겐도 혹은 제레의 임의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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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리 신지 | Ikari Shinji
파일:neon-genesis-evangelion-evangelion-ikari-sindzi.jpg
이명 서드 칠드런
第三子 | Third Children
출생 2001년 6월 6일 (14세)
별자리 쌍둥이자리
국적
[[일본|]][[틀:국기|]][[틀:국기|]] 일본
신체 154cm (4'11"), A형[1]
직업 에반게리온 초호기 파일럿, 학생
학력 제일중학교 (2학년생 / 재학 중)
소속 네르프 (2012년 ~ 2016년 1월 1일)
부모 아버지 이카리 겐도
어머니 이카리 유이
성우
[[일본|]][[틀:국기|]][[틀:국기|]]
오가타 메구미

[[대한민국|]][[틀:국기|]][[틀:국기|]]
안경진 (VHS)
이미자 ( 강철의 걸프렌드)
채민지 ( 미라지 BD)
이새아 ( 아마존 프라임 신극장판)

[[미국|]][[틀:국기|]][[틀:국기|]]
스파이크 스펜서
케이시 몬질로 ( 넷플릭스)
등장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
사도신생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1. 개요2. 설정3. 캐릭터성
3.1. 변화
4. 특징
4.1. 외모
4.1.1. 여장
4.2. 성격
4.2.1. 긍정적인 면4.2.2. 부정적인 면4.2.3. 총평
4.3. 기타 특징
5. 인간관계6. 파일럿으로서
6.1. 전적6.2. 천재 파일럿
7. 세간의 평가
7.1. 옹호론7.2. 회의론7.3. 총평
8. 유명한 대사9. 다른 매체의 이카리 신지10. 기타

[clearfix]

1. 개요

신세기 에반게리온 남주인공.
생년월일은 2001년 6월 6일. 혈액형은 A형. 정확히는 AO형이라고 한다.

캐릭터의 모티브는 작품의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 이름은 TV판 제작진 중 한 명이자 안노 히데아키의 친구인 히구치 신지에서 따 왔다고 한다.[2]

아무래도 우연이겠지만, 신지의 가타카나 표기는 TVA에서 주로 등장한 에반게리온 기체 3대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왼쪽부터 초호기-0호기-2호기의 눈 개수와 턱이다.

프로필 사진 뒷편의 실루엣은 그가 조종하는 에반게리온 초호기.

참고로 1인칭은 보쿠.

2. 설정

이카리 겐도 이카리 유이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4살 때 어머니가 사고로 사망한 후, '선생님'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맡겨져 성장했다. 15년 만에 사도가 나타나자, 겐도의 부름을 받아 제3신도쿄시로 오면서 갑작스럽게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전속 파일럿 '서드 칠드런(Third Children)'[3]이 되었다. 참고로 제3신동경시로 오기 전까지 아버지와 만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경험은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성장 과정에서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제3신동경시에서 혼자 살 생각이었지만, 아야나미 레이를 만나고 카츠라기 미사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된다. 이후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도 합류하여 잠시나마 유사가족, 가족놀이의 모습을 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3. 캐릭터성

아스카 바보 신지. 일반적인 주인공상에서 크게 벗어난 안티주인공인 탓에 일부에선 찌질이, 일부에선 현실적이라고 불린다. 연약한 정신, 나약한 태도, 그의 키워드를 관통하는 '미성숙함'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 남자'라기보다는 ' 소년'이라는 이미지로 통한다.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부터 나디아를 좀 더 깨끗한 느낌으로 TS시키면서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공언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팬덤에서의 이미지는 상당히 중성적인 편이고, 여장을 시키는 일도 잦다.

어머니를 닮아 냉철하고 철면피와도 같은 아버지와는 다르게 성격이 정반대여서 부전자전의 이미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와 성격이 이어졌거나 닮았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3.1. 변화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갑작스런 변화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점점 밝게 변화하며,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싱크로율 상승에도 기뻐하는 등 싫어했던 에바 조종에도 나름대로 정을 붙인다. TV판 클라이막스로 꼽히는 19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평범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자세를 보여주나,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재기불능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면서 서서히 붕괴, 급기야 자기 손으로 자신을 좋아해준 사람을 죽이면서 완전히 정신줄을 놓는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선 "찌질"한 모습이 TV판보다 한층 더 충격적으로 그려졌고 시리즈의 결말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덕분에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오늘날에도 팬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문제적 주인공.

성우 나카타 죠지 오가타 메구미 사이에 있었던 대담에 따르면 신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기보다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과 같은 당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 현대 문학에서나 볼 법한 주인공이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4. 특징

4.1. 외모

파일:신지전화기.png
첫 등장 장면
파일:신지군.gif
언뜻 보면 전형적인 동양인 외모를 한 평범한 외모의 소년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옅은 파란색이다.[4] 정확히 신지의 눈동자 색은 아스카처럼 완전히 새파란 벽안은 아니고 남색빛이 돈다. 이것은 구판과 동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화질이 좋기 때문에 확인하기 쉽다. 단, 만화판에서는 갈색이다. 게다가 평범해 보이지만 외모를 하나하나 뜯어 보면 다른 남성 캐릭터들보다 흰 피부와 좁은 턱선, 가녀린 외모 등 작중 기준으로 보아도 상당한 미소년이다.

어딘지 여자아이처럼 귀엽고 청초한 이미지는 신지만의 매력 포인트로 원작에서도 교내 여학생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언급됐다. TV판 5화와 에반게리온 서에서 수영장의 여자애들이 토우지, 켄스케가 자기들을 쳐다볼 때는 불쾌해하다가 신지가 보자 좋아하는 장면이 나왔고, 강철의 걸프렌드에서 키리시마 마나는 신지의 귀여운 얼굴에 반해서 아예 대놓고 대쉬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사토도 신지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신지의 태도와는 별개로 얼굴은 귀엽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방영 당시 신지는 미소년 캐릭터인 카오루와 미소녀 캐릭터인 레이의 압도적인 인기에 가려져 외모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세월)이 흐른 21세기 이후엔 미소녀 캐릭터인 아스카와 더불어 미소년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여성팬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5]

키는 나이대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다. 필름북 1권의 신장대비표에 따르면 거의 차이는 없지만 아스카보다는 1~2cm 작고, 아이다 켄스케와 거의 비슷한 150cm 정도의 키를 가졌다. 아이들 중에서 키가 제일 작은 게 레이인데, 레이의 설정상 키가 145cm로 신장대비표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신지가 더 크다. 토우지가 또래 중 제일 키가 크고, 아스카와 호라키가 그 뒤를 잇는다. 신극장판에선 파의 전기록전집에서 등장인물들의 키가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선 157cm로 되어있다. #

보통 외모는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를 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자세히 보면 이카리 겐도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눈 위는 겐도와 상당히 비슷한데, 겐도가 더 각진 인상이다. 거기에 신극장판에서 공개된 어린 시절의 겐도 모습[6]을 보면 거의 안경 쓴 신지 수준으로 닮은 것을 볼 수 있다.

4.1.1. 여장

파일:20230424_182053.jpg
여장한 신지
가기엘과의 전투 당시 아스카가 자기 여분 슈츠를 주며 같이 태웠는데, 참 잘 어울린다. 켄스케와 토우지가 아스카를 뒤따라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는 신지를 보고 "페, 페어룩! 싫어잉하는 느낌이야~"라고 놀렸다. 이 모습은 2004년에 발매된 이카리 신지 육성 계획 게임에 동봉된 팜플렛 만화에도 실렸다. 게다가 이스라펠 전에서 아스카랑 또 페어룩으로 입는 바람에 완전히 놀림감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제작진들이 애초부터 노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일:SmartSelect_20230424_181146_Chrome.jpg
이카리 신지 육성계획 만화판에서는 강압적으로 여장하게 되고, 심지어 여자 수영복을 입고 아스카, 레이와 훈련하는 장면도 나온다. 학예회 때 여장을 하고 나오는데 어째 아스카나 레이보다 이쁘다. 지나가는 남학생들이 여장한 신지를 보고 미모에 감탄할 정도.

본격_신지_히로인_인증.avi[7] 헤어스타일만 바뀌었는데도 정말 엄마와 닮았다. 생각해보면 레이도 유이의 셀비지 데이터로 만들어낸 복제체이니 유이-신지-레이는 닮은꼴 라인에 서있다.[8]

2차 창작 쪽에서도 여장 팬아트가 많이 보인다. 성우장난으로 텐오 하루카의 코스프레를 하는 팬아트가 많다. 2011년부터는 성격이 비슷한 카나메 마도카 코스프레짤도 많이 나오는 중.

4.2. 성격

4.2.1. 긍정적인 면

기본적으로는 신지는 차분하고 언제나 타인을 배려하며, 비슷한 나이 또래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선한 성격이다. 실제로 1화에서 사도 습격을 맨몸으로 직접 목격하고 차가 완전히 뒤집히기도 하지만, 당황하기는커녕 미사토에게 침착하게 말대꾸하는 모습을 보여 귀여운 구석이 없다는 핀잔을 사기도 한다. CUT 2009년 8월호에서 성우 오가타 메구미는 "내성적이고 찌질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지만 1화 때만 해도 평범한 아이였다고요."라고 말했다.

도덕적으로도 상당히 엄격하게 자랐는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부담을 주는 것을 매우 꺼린다. 이런 도덕적 갈등 상황에 놓일 때는 좋은 쪽으로 강단을 보여준다. 애초에 에바에 탄 것도 부상당한 레이 대신이었고, 신원을 알 수 없는 파일럿 바르디엘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는[9], "절대 사람을 해칠 수 없다"며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차라리 자기가 죽는 쪽을 택하겠다고 선언하고 전투를 거부했다. 제르엘전에선 모두가 위험에 처하자 카지의 조언에 힘입어 초호기를 타고 돌아와 온 힘을 다해 싸웠다. 사실 세간에서 평가받는 것보다 훨씬 더 결단력 있고 올곧은 소년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하고 자답하며 결국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레이나 아스카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위험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다. 전투 도중에 에바와의 싱크로로 팔이 절단되는 등,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조차 힘든 엄청난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데도 꿋꿋이 참고 싸운다. 애초에 에바를 타고 전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문도 모르는 평범한 중학생인 신지에게는 굉장히 무서울 텐데도 (마지막에 완전히 정신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결국에 언제나 용기 있게 싸워 성과를 냈었다

신지와 비슷한 상황과 성향에서는 "남들이 나에게 나쁘게 했으니, 나도 똑같이 보복할 거야"라는 논리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흑화하는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았다.[10] 그러나 신지는 주변 사람들의 무개념짓으로 마음이 혼자서 썩어 문드러질지언정 절대로 남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고 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려고 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전까지는. 만약 신지의 성격이 이렇게 올곧지 않았다면 에반게리온의 스토리는 훨씬 더 빨리 막장으로 흘러갔으리라.[11]

자기 자신이 상처를 받기 쉬운 성격이라서 그 때문에 남에게 자신의 어떤 행동이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두려워하면서도, 최대한 배려하고, 이해하려 하는 세심한 모습을 보인다. 카지 료지의 말에 따르면, 신지의 그런 면모는 장점이고, 절대로 나약한 것이 아니라고. 이런 모습은 이카리 겐도와 대비되는데, 겐도는 신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조차 한 적도 없고,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았다. 반면 신지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그렇게 증오할 정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계속 아버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것도 겐도가 받아주기는커녕 뒤통수를 날려버리면서 파탄나지만 말이다.

전반적으로 신지와 비슷하게 시궁창인 가정 환경에서 자랐으며, 부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아스카와도 많이 대비된다. 아스카는 본인의 콤플렉스에 사로잡혀서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스스로 파멸하는 것과는 다르게 신지는 그런 콤플렉스에 내내 짓눌려서 괴로워하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걸 이겨내면서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하며, 타인에게 접근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면에서 신지는 아스카보다도 훨씬 더 인격적으로 성숙하며, 에반게리온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자신의 단점을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12]

또한, 성향상 가장 어울리지 않고 상극이었던 레이와 아스카 사이에서 중간지대 역할을 했다. 아스카와 레이 사이에서 최소한의 인간관계가, 제르엘전에서 신지가 자리를 비운 이후 완전히 파탄 난 것에 주목해 보자.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언제 주먹다짐이 벌어질지 모를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늘 감돌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신지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 갈등이 격화되지 않았다. 물론, 이 부분은 레이나 아스카 모두 신지에게 인간적으로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4.2.2. 부정적인 면

얌전한 모범생 타입으로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겸손한 데다 대인 관계까지 매우 서툴다. 겁이 많고 현실 도피적인 성향도 있으며, 이카리 신지 자신이 이 사실들을 누구보다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사에 상황을 자학적으로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제3동경시로 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친구 없었던 모양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도 매우 서툴러서 본심을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타인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극도로 회피하려고 한다. 이는 신지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 이카리 겐도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속 남들에게 다가갔다가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예 피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나기사 카오루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인 스스로 원해서 죽인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신지 주위의 인물들이 마찬가지로 인간관계가 서툴고 남들에게 쉽게 다가가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던 것.

또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타인이 상처를 받을까 봐 지나치게 염려하여 항상 겸손해하고 죄책감도 많이 느끼고 있으며 고뇌도 많다. 이 점에서는 신지와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해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아스카나 미사토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도 죄책감에 계속 시달린다. 자신의 손으로 나기사 카오루를 죽이고 난 뒤 죄책감을 느껴서 정신이 붕괴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보기가 처량할 정도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을 쉽게 내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며, 겨우겨우 최선의 행동과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나서도 이후에 자신의 행동에 끊임없이 회의를 하고 괴로워하면서 속으로 병들어 가는 성격이다. TV판 24화에서 나기사 카오루를 죽이고 나서도 "카오루 대신에 내가 죽었어야 했다"라고 자학하면서 죄책감 때문에 완전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폐인이 되다시피 했었다.

이렇게 신지의 이런 지나치게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아주 잘 드러나는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매몰차게 버려진 기억 때문인지 항상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행동에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며, 주위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하면 혼자서 지나칠 정도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린애같이 까칠한 면과 반항끼도 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는 않지만 불평과 빈정, 조롱은 잊지 않는다. 아카기 리츠코는 '어른 말에는 순순히 따르는 처세술을 쓰는 아이'라고 평가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내면에 분노를 쌓아두고 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면 과격하게 변한다.

예를 들면, 미사토의 명령을 위반하고 가출하거나 아버지가 독단적으로 더미 플러그를 가동시켜서 토우지가 다리를 잃는 사태에 처하자 지오 프론트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격분하는 모습이 그렇다. 결국 이카리 겐도를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로 찔러서 죽여버리는 상상까지 한 것을 보면 내면에 쌓인 분노가 상당한 듯하다.[13]

그리고, 삶에 집착과 의지가 미약하고 "이대로 살아 봤자 별 수 없다."라든가 "남이 죽느니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더 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기적인 성격도 아닌 데다가 욕심도 없고 매사에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인생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죽을 용기는 없다."라는 대사와 16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피 냄새를 맡고 발작하는 모습을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살아남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이런 신지를 " 자살할 용기도 없으면서, 자살을 갈망하는 아이"라고 표현했다.[14]

극도로 정신이 불안해져 있었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초반에는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스카를 보면서 자위를 하고 나서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 아예 삶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리다시피 하고 폐인이 되어버리는 사태까지 간다. 프로이트적으로 보면 자아가 초자아에 강박적으로 짓눌려서 매우 불안한 심리를 보여준다.

신지의 성격이 이렇게 불안정하게 형성된 것은 프로이트가 설명한 분리 불안[15]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유이와 아버지 겐도에게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심리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도 못했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서 항상 애정이 결핍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런 불안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4.2.3. 총평

감독 안노 히데아키의 말에 따르면 언뜻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순순히 따르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죽어도 따르지 않는 성향이라고 한다. 본편이 밝은 내용으로 진행될 때는 평범한 소년답고 강한 모습까지 보이는 반면, 분위기가 우울할 때는 극도로 우울해진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은 그늘지고 뒤틀린 젊은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널리 퍼진 편견보다는 도덕적이고, 용감하고, 나름대로 인격적으로 성숙하며 스스로 단점을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성격적으로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만약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면 신지는 평범하게 선량하고 상냥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와중에 끊임없이 주변에게 상처를 받고, 급기야 인류의 미래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자 결국 무너져버렸다. 환자복이 흐트러지면서 우연히 드러난 아스카의 젖가슴을 보며 자위하거나, 일단 인류를 멸망시키는[16] 행동을 보이는데, 이런 신지의 멘탈 붕괴가 겐도의 철저한 냉대를 비롯한 개판 5분 전 수준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면 마냥 신지를 탓할 수야 있겠느냐는 반론도 가능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17] 시청자가 각자 에반게리온을 보는 방식과도 연관된 문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인데, 한창 사춘기인 14세의 나이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보면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에반게리온의 주인공들이 "현실적"이라는 평을 듣는 것도 이런 만화답지 않고 현실에서라면 지극히 당연한 모습을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4.3. 기타 특징

파일:attachment/이카리 신지/sdat.jpg
신지의 S-DAT

오른쪽 그림에 나온 S-DAT[18]로 음악을 듣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25~26 트랙을 반복해서 듣는 장면이 유명. 언제나 이어폰을 꽂고 있어 아예 신지의 이미지로 굳어져 버렸고, 이 S-DAT가 신지의 상징처럼 되다시피 했다. 신지가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은 신지의 폐쇄적인 성격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말하자면 음악을 듣자고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주변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세계로 도피하기 위해 끼고 있는 것.

8번을 듣기도 하는 걸 보면 25~26만 듣는 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26번 트랙 이후로 넘어가는 장면은 TV판에는 없다. 신극장판에선 이 S-DAT는 겐도가 사용하던 것이었다는 설정이 추가된다. 또한 신극장판에서는 25~26번을 넘어서 27번, 에반게리온: Q에서는 28번 트랙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있어서, 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에반게리온: 파에서 밝혀지길 S-DAT는 이카리 겐도가 헤어지기 전 어릴 적 자신에게 준 것이라고 밝힌다. 신지가 그걸 계속 가지고 있던 이유는 가족의 연결고리였기 때문. 제9사도 전 이후로는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그걸 레이가 줍는다.

구판에서 트랙 25-26번은 각기 TV판 25화와 26화를 상징하는 것이며, 25화는 신지가 타인에게서 마음을 닫고 정신적으로 붕괴하는 과정, 26화는 신지가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이런 결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다. 실제로 신지가 타인에게 상처를 입고 방황할 때는 25번 트랙을 듣고 있고, 스스로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고쳐나가려고 할 때는 26번 트랙을 듣는 장면이 주로 나온다. 이 두 트랙 사이를 반복하는 것은 신지가 제자리에 멈춰 방황하고, 결국에 이를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암시라는 분석도 있다. 25번, 26번 트랙은 둘 다 설정상 미사토의 성우인 미츠이시 코토노가 부른 노래들이다.

가사에 능숙하다. 보호자인 카츠라기 미사토가 집안일엔 꽝인 관계로 식사 등 거의 모든 집안일은 신지가 도맡아서 한다. 사실은 미사토가 첫날부터 둘의 가사분담표를 이렇게 짜놓았다.[19] 고로 TV판에서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하기는 했지만, '가사의 달인'이라는 이미지는 공식 파생작품과 2차 창작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이러한 경향이 신극장판에는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집안일 전반은 물론 요리 실력도 상당한 듯. 에반게리온: 파에서 요리의 달인으로서의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활동적인 것과 전혀 거리가 먼 성격인지라 운동 같은 신체 활동을 하는 묘사가 거의 없다. 주로 실내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등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집에 있을 때에는 텔레비전도 비교적 자주 보는 것 같은데, 코믹스에서의 묘사를 보면 딱히 애착을 갖고 보는 프로 같은 것은 없이 그야말로 아무거나 틀어놓고 대충 시청하는 것 같다.

5살 때부터 시작한 첼로가 특기. 본인은 재능이 없다고 하나 작중 신지가 연주한 곡은 바흐의 프렐류드로 첼로 독주곡들 가운데서도 특히 현 옮김이 빠르고 복잡해 굉장히 높은 난이도에 속하며, 신지 정도의 솜씨라면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사도신생 파헬벨 카논 사중주 연습 장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또 TV판은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Q에서 처음에는 피아노를 독수리 타법으로 칠 정도로 미숙했던 신지가 단시간에 카오루와 대등한 연주가 가능했던 것도 애초에 뛰어난 음악적 소양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20]

성적 때문에 미사토에게 꾸중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전학 오기 전 성적은 우수했던 모양이다. 단지 상황과, 에바에 타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공부 쪽에 힘을 쏟을 수 없었던 것. 공식 파생작품 등을 통해 묘사되는 바로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 계통에 강한 아스카와 달리 문과 타입으로 묘사된다. 본편에서 열팽창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끙끙대는 신지를 아스카가 놀리듯이 가르쳐 주는 모습 때문인 듯.[21]

부성애를 자극하는 특유의 캐릭터성 때문인지 2ch의 에바판에는 신지의 남자팬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 LOS(Lovelove Ore Shinji)라는 괴집단이 그것. 번역하면 오레(나)♡신지가 된다. 즉 자신(남자)과 신지를 커플링해버리는 것이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이후 더욱 그 세력이 늘어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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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8화에서 아스카와 함께 여성용 플러그 슈트를 입은 모습
이렇듯 남자라기보다는 남자아이 취급이 강해서인지, 묘하게 남캐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신이 많다. 공식 일러스트에서 묘하게 여자 캐릭터나 할 법한 서비스컷이 들어가 있다든가... 본편의 예를 들면 8화에서 아스카의 빨간 여성용 플러그 슈츠를 세트로 입었던 것이라든가.[22]

신극장판에서 주제곡을 부른 우타다 히카루가 열렬한 신지스트[23]라고 한다. 에바를 볼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통곡을 하며 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초호기에 토우지와 아이다를 태우고 사도와 싸우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신극장판 이후로 신지씨(シンジさん)이라는 별명이 부각되고 있다. 미스트씨와 마찬가지로 조롱의 의미로 부르는 성격이 강했지만, 신극장판 이후부터는 경의와 애정의 의미를 담아서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단, TV판 시절부터의 팬들은 대개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TVA에서 영국 록밴드 XTC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나온 적이 있다. 공식 설정화가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취향일 가능성이 높다.

5. 인간관계

5.1. 이카리 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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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에바에 타라."[24]
"탈 거면 얼른 타고, 안 탈 거면 돌아가!"
신세기 에반게리온 1화에서, 에바 초호기에 타는 것을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신지를 내려다보며 한 말. 저 대사 중 "돌아가!"는 일본어 원판으로 "帰れ!(카에레)"인데, 직역하면 "돌아가"지만 뉘앙스상으로는 "꺼져!"에 가깝다.[25]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최악의 부자관계. 사실상 신지에게 있어서는 만악의 근원에 가까운 존재로, 타인에 대한 비정상적일 정도의 공포심을 비롯한 신지의 정신적 트라우마 대부분이 이 인간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상적으로 양육되었으면 평범하고 선량한 정도가 아니라 훌륭한 아이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컸던 신지를 버리다시피 함으로써 한 인간의 인생을 그야말로 송두리째 망쳐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이카리 유이의 실험 사고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겐도가 자신의 부인을 죽였다"고 주변 사람들 사이에 잘못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리고 어찌 됐든 어머니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자체가 어린 신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신지의 트라우마 대부분이 여기서, 또 그리고 이후 겐도가 기차역에 신지를 버려두고 비정하게 등을 돌렸던 장면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런 소문을 애써 부정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는 겐도에게 책임을 묻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레리엘에게 흡수당한 16화에서 신지가 어머니의 실종과 관련되어 아버지가 재판에 나가고, 그 혐의를 받는 장면이 드러나고, 20화에서도 신지가 초호기에게 흡수되었을 때 독백상으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규탄하면서 원망을 퍼붓는 장면이 있다. 이런 오해는 신지가 초호기에 깃든 어머니의 영혼을 제대로 인지하고 나서야 겨우 풀린다. 그러나 이 오해가 풀린 뒤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나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애초에 작중 신지의 독백 장면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버지에게 버려진 장소가 기차역이었으며, 이후 낯선 사람과 낯선 곳으로 기차를 타고 갔던 기억이 신지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신지의 타인에 대한 공포와 닫힌 마음 그 자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던 것 같다.

때문에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갈망하는 이중적인 심경을 드러낸다. 에바에 계속 탄 이유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이전에 미사토가 신지에게 ID 카드를 보여달라고 할 때, 카드와 함께 왔던 겐도의 편지엔 빨간색으로 마구 선이 그어져 있고, 갈기갈기 찢어지고 구겨졌다가 애써 다시 펴서 테이프로 이어 붙인 듯한 모습이다. 14년간 자신을 방치해 두고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전후 상황 설명이나 그간 일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이 뻔뻔스럽게 "와라"라는 한마디뿐인 아버지에 대한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는 행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부름에 응하고, 아버지와 만나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마 신지는 아버지와 직접 대면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심 기대도 했던 모양이지만, 역시나 겐도가 만나자마자 아들에게 하는 말은 다짜고짜 에바에 타라는 강요다.

게다가 난생 처음 보는 병기에 타서 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겐도가 하는 말은 탈 거면 타고 안 탈 거면 썩 꺼져라. 그 이후에도 무사히 생환한 아들에게 병문안조차 가지 않고, 이후로도 신지와는 일절 접촉이 없다. 이런 식으로 작중 내내 신지가 겐도에 대해 기대를 가졌다가, 이 조그만 기대조차 좌절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 과정이 반복된다. 어쩔 수 없는 게 이카리 겐도 문서에 서술되어 있듯이 겐도는 본질적으로 인격에 장애가 있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신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아들로서 유일한 친족인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본질적으로 틀어져 있는 상황이 결국 파국을 낳게 된 것이다.
파일:신세기 에반게리온.16화.png 파일:신세기 에반게리온.16화.이카리 신지.png
사하퀴엘전 직후에 겐도에게 처음으로 칭찬 비슷한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한다. 미사토와의 대화에서 사실 신지가 타는 이유 자체가 겐도에게 인정받고, 이런 칭찬을 받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중에 레리엘에게 초호기가 흡수되어 갇혔을 때도 막판에는 아버지를 부르는데, 이는 신지에게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기 원하는 어린애다운 심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한편,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더라도 아버지가 실제로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는 일종의 체념조로 외친다. 그리고 꼬마 신지가 나타나 "아버지가 아무런 감동 없이 오로지 너를 에바에 태우기 위해 던지는 가식적인 칭찬을 잘도 받아먹는다"는 식으로 조롱하고, 신지가 겨우 애써 그걸 부정했던 모습을 보면 사실 신지도 어느 정도 아버지의 칭찬이 진실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그래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애써 외면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발디엘전에서 겐도가 더미 플러그를 사용해 스즈하라 토우지를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행동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과 하나 없는 아버지의 모습에 엄청난 분노를 느껴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다. 게다가 적반하장으로 겐도가 수갑에 채우고 끌고 와서 맨날 도망치기만 하는 겁쟁이라고 타박하고, 적반하장으로 실망했다고 말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자 아버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나 애정마저 사라졌던 것 같다. 자신을 칭찬해 주는 척하다가 또다시 내쳐버린 겐도의 이런 행동을 신지는 "자신을 배신했다"[26]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평소에는 자신의 불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신지가 그동안 쌓아온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려고 하고 네르프를 스스로 떠날 정도로 분노하며, 내부의 감정은 거의 증오로 치달아 초호기와 융합되었을 때의 심상 세계에선 겐도에게 칼을 휘두르기까지 했을 정도. 결국 나중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고[27], 그냥 적개심만이 남은 것 같다.

20화에서 신지가 겐도에 대해 느끼는 적개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초호기에 흡수된 신지의 독백 장면에서, 신지는 "에바에 왜 타야 하지?"라고 자문하다가, 그 결론은 사도와 싸우기 위해라고 결론을 내리고, 지금껏 나타난 사도들의 모습과 함께 화면에 "적(敵)"이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나타난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도들의 모습이 겐도의 모습으로 바뀌고, 붉은 배경에 겐도가 빛나는 눈과 푸른색 피부의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 무표정하게 신지를 내려다본다. 즉, 신지는 한마디로 아버지를 사도와 동격인 존재, 즉 자신을 위협하고 두렵게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이카리 부자는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인류보완계획 진행 중에도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환상을 보며 보완되는 동안, 겐도의 눈앞에만 구속구가 벗겨진 흉측한 모습의 초호기가 악마처럼 나타나고, 결국 겐도를 하반신만 남기고 잡아먹는다. 이후 겐도의 사체가 LCL화 되지 않은 것 보면, 결국 인류의 보완에서까지 배제당한 것 같다. 마지막 죽기 전 유언으로 겐도는 신지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무미건조하게 건넸으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신지의 앞에서는 하등 쓸모없는 일이었고, 결국 신지에게는 끝까지 용서받지 못했다. 이건 순전히 이카리 겐도 자기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파급의 결과이기에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만...

이렇게 틀어진 건 겐도 본인도 아내인 이카리 유이가 죽은 것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컸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유이가 살아 있는 평행세계에선 무뚝뚝하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나름 할 수 있는 만큼 잘해 주는 아버지라고 언급된다. 물론 이거야 평행세계 이야기고 본작의 막장 행보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겨우 평행세계 언급으로 그동안 악행을 커버하기엔 저지른 죄가 너무 많다.

그래도 구 TV판 26화의 오메데토 장면에서 축하해주는 사람들 중 겐도가 포함되어 있고, 마지막에 '아버지, 고마워요.'라는 자막이 뜬 걸 보면 신지는 자신의 매정한 아버지에 대해 털끝만 한 애정이 남아 있는 것일수도 있다.

2021년 방영된 다큐 프로페셔널의 유의(プロフェッショナルの流儀) 안노 히데아키 편에서 안노의 아버지는 목수였는데, 동료의 실수로 인해 다리에 장애를 입어 세상을 증오했으며 그 증오를 안노를 학대하는 식으로 해소했다고 한다. 안노는 아버지에게 별로 사랑받지 못했으며 그때마다 TV와 그림으로 도피했다고 한다. 신지와 겐도는 현실의 안노와 아버지의 관계가 투영된 셈인 것이다.

5.2. 카츠라기 미사토

날 누나라고 불러줘.
- 코믹스 1권에서 미사토와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법적인 보호자야 당연히 생부인 겐도지만 실질적인 보호자는 미사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학교 진로 상담에도 미사토가 대신 나간다. 아울러 에반게리온 본편 내내 신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줬고, 신지에게 가장 많은 인간적인 정을 나누어 준 사람이기도 하다. 친구인 리츠코는 가족놀이나 하고 있다고 반쯤 놀리기도 했지만, 극중 생면부지의 타향에서 괴로운 일들을 계속 겪으며 지내야만 하는 신지에게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내보인 첫 번째 타인이기도 하다.

신지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미사토를 자연스럽게 미사토 씨라고 부르고 믿고 따르게 되며 엔드 오브 에바의 내면 심리 묘사를 보면 이성으로서도 사랑하고 있었음이 보인다.

처음에는 신지의 처지를 동정하면서도 에바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파일럿으로 신지를 대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유사가족 생활이 이어지자 을 붙이며 신지를 가족처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신지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미사토는 신지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집착하는 점, 타인을 받아들이는 데 능숙하지 않은 점에서 어렸을 적의 자신을 떠올리는 듯. 그 때문인지 신지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잔소리를 하는데, 대개 그 태도가 지나치게 매몰차고 냉정하기 때문에 미사토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지도 처음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미사토에 대한 반항으로 집을 나가기도 했다.

다만, 신지가 정말로 죽을 뻔한 레리엘전과 제르엘전에서 효율주의를 내세워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하려는 아카기 리츠코의 면상에 따귀를 날리고, 생환한 신지를 부둥켜안고 어린아이처럼 오열하거나 제레가 신지를 불러 심문하려고 하니 대신 나가는 것으로 보아 신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특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외로웠던 미사토의 인생에서, 신지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동생이자 아들 같았던 존재였다. 신지도 위급한 일이 생기면 미사토의 이름부터 부르고, 슬픈 일을 겪을 때마다 미사토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표면적으로 묘사된 것 이상으로 그녀에게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큰 것 같다.

본편 내내 다른 칠드런에 비해 편애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지를 굉장히 아껴주는 듯한 인상이다. 신지에게는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등 정말로 각별한 정을 주었지만, 같은 집에 사는 아스카는 부진하자 주저하지 않고 냉정하게 강판을 결정하고, 가출을 했어도 신지의 경우처럼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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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전략자위대의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은 와중에 신지를 탈출시키면서 어른의 키스를 선사하는데, 이로 미루어 그녀에게 신지는 단순한 부하 유사가족을 넘어 연인에 가까운 대상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지가 미사토의 또 다른 연인이라는 암시는 본편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나왔다. 레이가 죽고 신동경시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 이르러 좌절에 빠진 신지에게 다가와 "지금 너한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야."라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말과 제스쳐를 보여주면서 몸으로 위로를 하려고 했지만, 분위기를 읽은 신지는 크게 놀라면서 "하지 마세요!"라고 손을 쳐내버린다.[29] 실제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극장용 팜플렛에는 미사토에 대한 프로필에 신지에게 상관이며, 가족이자, 연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비록, 신지에게 완벽한 어머니가 되어주지 못했고 완벽한 가정을 제공해주지도 못했지만, 진짜 가족처럼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었다. 미사토는 최소한 마음만은 언제나 신지를 위했고, 서로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신지 또한 미사토가 자신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신지에게 있어서 생물학적 아버지일뿐이지 가족으로서의 유대감도 없고 무관심했던 겐도와 달리, 마음에서부터 우러난 진짜 사랑을 주려고 했던 미사토가 여러모로 백배 천배는 낫다.

그리고 최후에는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고 신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시켰으며, 카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신지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인류보완계획의 막바지에, 신지가 미사토가 남긴 목걸이를 보며 결단을 내리는 장면을 보면 미사토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둘의 관계는 테츠로 메텔의 오마주.

5.3. 아야나미 레이


맨 처음 만남은 겐도의 호령에도 에바를 타기 거부하는 신지 앞에서 신지를 대체할 초호기 조종사로 나왔지만 당시 레이는 온몸에 깁스를 하고 초호기까지 중환자 침대로 이동한(즉, 혼자 걸어서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 상태였기에 몸도 가누지 못해서 신음하였고 겁쟁이라고 스스로를 자학하던 신지가 에바를 타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후 스토리 내에서는 신지는 에바를 타는 이유를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지만 처음 출전 때는 두려움으로 아버지가 타지 못하면 나가라고 하는데도 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도의 공격으로 흔들리는 건물에서 쓰러져 있는 레이를 부축하면서 신지는 그녀가 고통으로 신음하는 것을 목격하고 "도망치면 안 돼"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간신히 마음을 먹고 탈 것을 결심한다. 자신이 싸움을 피할 경우 중환자인 상태로 자신 대신 나가야 하는 레이에 대한 동정심+건강한 자신이 싸움을 피하는 수치심 등이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점만 보면 이카리 신지를 에반게리온의 조종사로 만드는 데 아버지 이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이카리 신지의 참전을 결정짓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레이가 에반게리온의 시작을 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후 처음부터 어느 정도 호감을 가졌으며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는 레이에게 동경을 표했다. 제3동경시에 온 신지가 가장 먼저 접근하려고 했던 또래도 레이였으며, 같은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는 레이에게 어느 정도 호기심 내지 약간의 호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나름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려는 신지를 향한 레이의 반응은 상당히 무미건조했고, 이후 자신에게는 그토록 차갑게 대하는 아버지가 레이와 친근하게 부모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상당한 질투감을 느낀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으로서 레이를 향한 질투심도 있었고, 이전에 자신을 향해서는 무표정이었던 레이가 겐도를 향해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면서 겐도를 향한 질투심도 일부 있었던 것 같다.[30] "너는 너네 아버지를 믿지 못하니?"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신지가 "그딴 아버지를 어떻게 믿냐고"라고 대답한 것이 화근이 되어, 평소에는 그렇게 무반응했던 레이가 신지의 뺨을 때릴 정도로 격분하기도 한다. 레이의 입장에서 겐도는 평생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신지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화가 났던 것이다. 그러나 신지는 신지대로 레이가 왜 그런 인간 말종을 싸고도는지 당연히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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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지속적으로 레이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고, 야시마 작전에서 레이가 신지의 목숨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말을 붙일 수 있는 정도의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비록, 레이의 행동은 신지를 진심으로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전 명령에 따라 했던 행동이었지만, 그 전에 레이와 나눈 대화로 신지도 레이가 사실은 자신만큼 외로운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리고 자신과는 달리 에반게리온을 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충실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레이에게 존경심 비슷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레이도 야시마 작전 종결 이후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신지의 모습을 예전에 자신을 구해주었던 생명의 은인인 겐도의 모습과 겹쳐 보면서, 신지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로도 차츰 가까워져서 신지는 직접 상대하기 껄끄러운 아스카보다 마치 어머니 같은 이미지의 레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더 편하게 여겼던 것 같다.[31] 레이에게 하는 얘기를 아스카에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레이도 신지와 진심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신지에게 진정으로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레리엘전 즈음에는 작전 명령을 무슨 일이 있어도 어기지 않는 레이가, 단지 신지를 걱정해서 처음으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르미사엘전에서는, 겐도의 모습을 보며 죽긴 했지만 신지와 하나가 되고 싶은 강렬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고, 인류보완계획이 발동하자 레이는 결국 겐도가 아닌 신지를 선택한다.

미사토는 신지에게 가족애 같은 가장 내밀한 결연 관계의 공백들을 여러 방면으로 보충해 줌으로써 그의 인생의 트라우마를 지우게 하는 식이라면, 레이는 반대로 극중에서 신지의 부모와의 분리 불안 등의 근원적인 결핍을 더욱 더 의식하게 함으로써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과거의 진상과 세계에 드리운 어둠을 직시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32] 미사토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지만, 그녀 역시 신지의 근원적인 결핍을 자극하는 캐릭터인지라 여러가지로 그에게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는 감정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야나미 레이는 단지 신지의 어두운 면을 나타내는 것만은 아니고, 마치 어머니처럼 신지를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레이의 역할은 신지의 성장을 도와주면서 이끌어 가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아스카는 신지에게 레이처럼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지는 레이가 "아주 예전에 떨어져 나간 일부 같다."라고 느끼며 어딘지 모르게 어머니 같다고 한다. 이 '어머니와 닮은 느낌' 때문에 신지가 레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다.[33] 한편으로는 아버지 겐도와 마찬가지로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계속 가까워지고 싶은 가족 같은 느낌으로 그녀를 대하고 있으며, 다분히 성적 호기심으로서 대하는 아스카와는 또 다른, 존재론적인 물음을 공유할 수 있는 정신적인 사랑의 이성이기도 했다.

겐도가 신지를 낳기 전에 아들은 신지, 딸은 레이로 이름을 짓자고 말한 걸 돌이켜 보면, 어떤 면에서 신지와 남매 관계 같기도 하다. 겐도가 레이를 키운 것도 그렇고, 실제로 레이가 100% 유이의 클론은 아님을 생각하면 남매 관계로 표현하는 게 제일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아스카가 레이와의 친밀감에 대해 질투하는 언동을 보일 때마다 신지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신지가 레이에 대해 품은 감정은 단순한 이성에 대한 호감 같은 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근원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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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신지와 레이가 서로에게 아예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품지 않은 것도 아닌데, 신지도 일단 레이를 어느 정도 이성으로서 생각하고 접근하는 듯하며, 레이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점 한 사람의 여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신지에게 강한 호감을 품게 된다. 작중에서 신지가 레이의 집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청소해주자, 레이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제루엘전 이후 신지가 초호기에 흡수되었던 20화를 기점으로 노골적으로 아스카의 질투를 유발할 정도로 친해지는데 신지는 레이에게 비인간적인 "초월적인 존재"인 릴리스의 영혼과는 별개로, "한 명의 평범한 사춘기 소녀"로서의 감정과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인간적인 욕구를 일깨워 주웠다. 게다가 신지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조언을 레이에게 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서 이전까지는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했고 그걸 표현할 수도 없었던 레이에게 진실된 감정과, 그것을 "타인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이럴 때는,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라면서 직접 가르쳐 줬다. 결국, 신지에게 품고 있던 강한 애정은 레이의 선택에도 상당히 큰 역할을 끼쳤다.

레이와 신지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에서는 대체적으로 신지가 레이를 어머니처럼 느꼈다고 인식하지만 레이가 신지를 이성으로 봤는지 아니면 키즈나[34]의 감정인지 묻는 질문이 인터넷에 종종 올라온다. 사랑의 감정이라기엔 미묘한 거리감이 작중에서 계속 존재하는데 이는 신지와 레이가 서로를 '아야나미 상', '이카리 군'이라고 성으로 부르는 것으로 표현된다.[35] 사귀다가 헤어졌어도 감정이 남아있는 관계인 미사토와 카지도 서로 끝까지 성으로 불러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론 신지와 레이가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고 확언하기는 힘들다. 나중에 가면 신지가 레이를 이성으로 바라보기보단 소중한 사람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전해진다. 레이는 아르미사엘에게 침식될 때 신지와 하나가 되고 싶다고 느꼈는데 어떤 의미인지 애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의 비중과 묘사가 늘어난 코믹스에서는 "사랑한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다"라는 묘사를 하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아야나미 레이는 이카리 유이를 복사한 클론의 육체에 릴리스의 영혼을 가지고 있고, 초호기는 유이의 영혼에 릴리스의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지를 중심으로 레이-릴리스-유이-초호기 사이에 기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유이가 신지의 어머니이고, 릴리스는 인류 전체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네 명의 독립적인 존재들이 모두 신지에게는 어머니라는 하나의 존재로 받아들여지며, 작중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도 그 양상을 다르지만 모두 신지에게는 일종의 어머니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레이는 아버지에 대한 신지의 콤플렉스를 전면에 노출시키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둘 사이의 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겐도와의 관계인데, 일단 신지에게는 겐도에 대한 '파더 콤플렉스'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면에 노출시키는 관계이며, 신지가 그걸 극복해 내는 과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레이에게는 겐도로 대표되는 "과거"와 신지로 대표되는 "미래" 그리고 "모성애"라는 두 개의 갈림길에서 레이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고, 레이의 선택에 따라 겐도가 바라는 인류보완계획의 성패 여부가 달려 있으며 레이가 택하는 사람은 곧 세상의 운명과도 직결되어서, 완폐아인 겐도에게 미래가 맡겨지느냐, 아니면 미숙하지만 아직까지는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열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신지에게 미래가 맡겨지느냐, 이 두 가지 갈림길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레이의 선택은 신지였다.

비록 두 번째 레이는 끝까지 겐도의 모습을 보면서 죽어갔지만 그 이전에 아르미사엘과의 접촉으로 레이에게 일깨워진 신지에 대한 마음은 엄청나게 강렬한 것이었고, 레이의 평생 동안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절대로 거부할 수 없고 불가능한 명령을 내리는 절대자 같은 존재였던 겐도를 레이가 거부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마침내 겐도를 구세주적인 존재가 아닌, 한 명의 불쌍한 인간으로 인식하게 된다.[36] 이런 마음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초반에 겐도의 안경을 부수는 레이의 행동에서 잘 드러나는데, 레이는 평소 신지가 자신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며 대해줬던 것과 겐도가 자신에게 보인 태도를 대조해 봄으로써 결국 겐도의 호의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침내 자신의 원래 몸으로 돌아가게 된 세 번째 레이가 최후에 선택한 것은 신지였고, 겐도가 아닌 신지를 위해 보완을 진행한다.

보완의 끝에서 레이는 신지가 최종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었고 신지가 마지막으로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후반부가 신지와 레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제 초월적인 존재의 위치에 서게 된 레이는 신지가 스스로 꿈에서 깨는 것을 도와주고, 신지와 최후의 악수를 나누면서 자신을 희생하여 다시금 신지가 원하는 원래대로의 세상을 재건해준다. 비록, 초월적인 존재의 의무(& 이카리 겐도) 때문에 스스로를 희생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아스카를 되살리고 신지 곁에 남는 최후의 ( 이브) 연인의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지를 향한 레이의 헌신적인 마음은 아스카에게도 전달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스카가 붕대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1화에서 신지가 부상당한 레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그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을 하나 더 들자면, 신세기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이카리 신지의 독백과 회상이 엄청나게 많다. 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신지 자신의 내면 안으로 들어가서 여러 캐릭터들과 애기를 하면서 "내면 안의 인물이 신지를 비판" ㅡ "신지가 변명" ㅡ"신지를 다시 비판" 식의 구성이 많은데 여기서 마음 안에 단골로 나오는 인물이 바로 아야나미 레이다. 아마도 레이의 차분한 말투가 신지의 자아비판에 적합하지 않은가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자신이 그 누구보다 우수한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라는 이유와 자부심 때문에 거만하게 행동하면서 신지에게 상처만 주던 아스카와는 다르게 레이는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신지에게 마음을 점점 열어가고 있었고 멘탈이 약한 신지의 좋은 파트너가 될 확률이 상당히 있어 보였지만, 그런 팬들의 기대를 배신이라도 하듯이 중간에서 사망 등의 이유로 기존의 레이는 퇴장하고 신지와의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은 새로운 (3번째) 레이가 등장해버리는 바람에 신지는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는다. 이는 신극장판에서도 재현되었는데, 원작과 신극장판 둘 다 새로운 레이로 인해 좌절감에 빠진 신지에게 나기사 카오루가 나타나서 비어 있던 신지의 마음을 채워 준다.

5.4.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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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죽이 잘 맞는 사이였고, 학교에서도 같은 반 친구들에게 부부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사소한 일로 귀엽게 싸우는 등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아스카가 신지에 대한 호기심과 호승심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시도를 자주 하고, 신지는 지고 있기 싫어서 대응하면서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이 쌓이는 정도의 묘사가 이어진다.[37] 처음 만났을 때는 악우 관계였다가, 극이 진행될 수록 애증의 관계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인간관계 문서의 신지와의 관계 단락 참고

5.5. 카지 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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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에선 신지의 주변에 유일하다시피한 바람직한 남성상이라거나, 신지 주변의 인물들 중 유일하게 "어른"의 본분을 행한 인물 등 긍정적인 인물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신지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어른이 아예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38] 그런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지가 정말 그런 인물이었는가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는 해석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카지 료지 문서 참조.

명목상 보호 대상인 아스카에겐 경박한 모습이라는 연기를 풀지 않았던 카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신지에게만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고 자신이 가꾸는 수박밭에 데려와 같이 농사도 하는 등 신지에겐 말 그대로 가족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39] 작품의 초반 시점의 카지는 신지에 대해서 천재적인 신입 파일럿이라는 것과 에반게리온 프로젝트 자체에 깊게 연관이 있는 아이란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카지가 개인적으로 조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걸로 보인다. 신지도 이런 카지의 모습에 대해선 어느정도 믿을 수 있다 여겼는지 TV판 19화에서 방랑하며 떠돌던 시기에 카지의 격려를 듣고 스스로 에바에 다시금 타기도 했을 정도.

다만 TV판에서는[40] 적어도 신지 입장에선 카지에게 그렇게 마음을 터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카츠라기 미사토를 미사토라고 서슴지 않고 부른 것과 달리 카지는 끝까지 이름이 아닌 '카지 씨'라고 불렀고 카지가 죽은 것에 대해서도 다른 주변인물들이 그런 처지가 되었을 때와 달리 그리 충격받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보면 애초에 신지에게 그 잠시만의 시간으로 완전한 신뢰 관계를 쌓기엔 부족했다고 볼 수 있고 다른 부분으로는 신지가 카지의 격려를 듣고 마음을 정한 것처럼 신지에게 카지는 '적어도 자신(신지)에게 손해볼 짓은 강제하지 않는(=객관적인 입장에서 말해주는) 조언자'라는 입장 정도로 인식됐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건 너무 자유분방한 태도를 보였기에 부모로서 대해주지 못했던 미사토가 그런 만큼 적어도 '지인'으로서의 자리는 굳혔던 반면 신지에겐 생소한 '삼촌 내지 형' 같은 위치로 다가왔던 카지는 신지가 그런 것에 대해 제대로 깨닫기 전에 너무 빨리 죽은 나머지 신지가 제대로 친밀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5.6. 스즈하라 토우지, 아이다 켄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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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며 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토우지는 신지에게 그나마 가장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동성친구로, 비록 처음에는 여동생 부상사건으로 험악한 관계였지만, 신지와 에반게리온에 동승했을 때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연민을 느끼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에바 3호기 사건으로 토우지를 다치게 한 뒤로는 토우지와 켄스케에게 더 이상 상처를 줄까 두려워 점점 소원해졌고, 제3신동경시 파괴 후에는 두 사람 모두 새로운 터전을 찾아 신지 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계속해서 전개되는 파국적인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친구로 남아있지는 못했지만, 신지가 전혀 모르는 고장에 와서 학교생활을 하고, 파일럿 역할까지 하는 데 이들이 심적으로 많은 의지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토우지든 아이다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끌어안고 있었지만, 그래도 신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고, 신지가 그나마 에바를 타고 사도와 싸우는 데 개인적인 동기부여와 당위성을 부여하는 역할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울러서 양친의 문제로 사실상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다가 역시 학교 내에서 대인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두 사람의 케이스에 비교해, 비록 유사가족의 형태였지만 보모역할을 해주는 미사토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안으로 마음을 주는 아스카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었고, 비록 중간에 여러가지로 부서지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모두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가장 건강한 결단을 내리게 하는 데 분명히 이들이 차지하는 부분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5.7. 나기사 카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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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이자 피프스 칠드런이었던 나기사 카오루와의 관계는 TV판 방영 당시에도 동성애를 암시하는 듯한 파격적인 연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둘의 관계는 우정보다 사랑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카오루는 작중에서 유일하게 신지가 완전히 마음을 연 유일한 사람이기도 한데, 작중에서 묘사되는 모습은 사랑은 맞지만, 깊은 차원에서의 정신적 교감이 주를 이룬다. 사실 TV판에서의 이 교감은 신지의 일방적인 감정에 가까우며 카오루는 좀 다른 경우인데 카오루는 자신의 감정을 로맨스로서의 사랑이 아닌 개인 대 개인 관계로서의 "호의"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고 신지보다는 자신의 목적이 우선이었다. 오히려 신지 쪽이 이를 로맨스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41] 카오루가 신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죽는 순간이다. 본래 자유의지의 천사인 카오루는 제레에 의해 그 탄생부터 삶의 목적까지 전부 짜여진 삶, 즉 사실은 자유 따윈 전혀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한 자신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를 준 신지가 그에게 비로소 특별한 사람이 된 것.[42]

이런 둘 사이의 관계에 육체적/성적인 교감도 포함되느냐에 대해서는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 카오루가 등장하는 TV판 24화의 원안에서 신지가 카오루에게 성적인 접촉을 원하다 거부당하는 장면이 나오고, 실제로 방영된 버전에서는 신지가 옆에 누운 카오루의 고백을 듣고 얼굴을 붉히는 장면 다음에 바로 아침으로 화면이 넘어가는 데다[43] 장면이 나온 이후에 카오루가 사도임이 밝혀지자 그와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내 마음을 배신했다'며 진심으로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기에, 어느 정도 성적인 암시[44]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신지는 레이, 아스카, 토우지 그리고 켄스케를 ' 친구'라고 부르는 반면, 카오루를 칭할 때는 항상 ' 좋아한다고 말해준 사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45] 그렇다고 신지와 카오루의 관계를 단순히 연인 사이나, 친구 사이로 표현할 수도 없다. 신지에게 카오루는 인생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자, 거의 영적인 파트너에 가까운 존재이며, 레이와 마찬가지로 신지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수호천사와도 같다.

단, 레이가 신지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가는, 신지의 곁에서 같이 길을 걷는 동반자에 가깝다면, 카오루는 신지의 앞에서 길을 밝혀주는 전지전능한 인도자에 가까운 존재이다. 여러모로 극도로 부정적이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신지에게는 하나의 등불이자, 진정한 친구이며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볼 수 있는 존재가 카오루다. 비유하자면 불량아의 공갈협박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싱클레어 앞에 홀연히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치려 했던 데미안과 아주 비슷한 포지션에 있다.

카오루는 지극히 짧은 생을 허락받으면서도 세계 안에서 고통받고 상처받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살아가려는 인간들의 실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와중에 만난 신지는 그가 진심으로 찾고 싶었던 근원적인 빛과 어둠을 모두 품은 인간의 고뇌와 가능성을 품은 가장 진실한 인간의 표상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일체의 허위의식도, 죄악도 없이 계속되는 불행에 슬퍼하고 방황하는 신지의 애처로운 모습은 인간에게 호기심 가득한 카오루의 관심을 완전히 사로잡았을지도 모른다.

아울러 카오루는 신지를 만나기 이전부터 릴림이 만든 문화의 극치라고 부르는 '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오루는 음악에서 인간의 실존적 삶의 무게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고, 바로 세계의 한복판에서 타자들과의 대면 속에서 심한 상처를 입어 방황하고 고뇌하며 삶 그 자체로서 인간의 본질적인 파토스를 표현하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이카리 신지의 존재야말로 '하나의 장엄한 음악'과도 같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 순간에 친구가 된 카오루는 그야말로 신지에게 둘도 없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아무런 질책이나 마찰도 없이, 그를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주었기에 늘 사랑에 굶주려있던 신지로서는 정말로 큰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너무나도 깊이 그에게 매료되었던 나머지 극중 연출상 미사토와 아스카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카오루의 존재가 신지에게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도 결국 인간에게 근본적인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인간의 적군의 깃발을 든 사도였으며, 인류를 수호해야하는 신지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카오루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카오루는 신지를 인간 전체의 표상으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사랑하고 있었지만, 피안의 세계에 대한 집착에 빠진 제레의 족쇄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비록 불가항력적인 이유 때문일지라도 주인의 집을 빼앗은 손님의 입장에 서 있는 인간들의 근원적인 죄의식으로 인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카오루는 인간들의 대표인 신지에게 자신을 죽이게 하는 너무도 아픈 결단을 촉구해야만 했다.

이런 카오루의 죽음은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불안불안하게나마 멘탈을 유지하고 있던 신지가 좋아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삶에 대한 미약한 집착조차 사라지고 완전히 정신붕괴를 겪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자신이 직접 카오루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거의 폐인 수준의 재기불능에 빠지기도 하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엔드 오브 에바의 초반에 신지가 보여준, 극도로 의지가 없고 찌질한 태도는 이 사건 때문이었으며, 계속 죽고 싶다고 웅얼거리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아예 잃어버린 폐인이 된 것도 결국 카오루의 이러한 신지에게 짊어지워준 무거운 결단 때문이었다. 급기야 신지는 카오루와 재회하면서[46] 스스로의 AT 필드를 풀어[47] 서드 임팩트를 일으켜버린다. 그러나 카오루는 마지막 순간에는 레이와 함께 신지의 눈 앞에 나타나, 신지에게 다시 선택을 할 기회를 주고, 결국에 신지가 최종적으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카오루는 신지에게 있어 자신의 실존 그대로를 온전히 포용하여 사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카오루가 신지에게 보여준 사랑 배신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하강의 최종국면에서 도리어 절망 속에 깊숙히 묻혀진 인간의 '빛'을 발견해 다시 한 번 더 지상 위에 설 수 있는 의지를 발동시키는 세계의 가장 근원적인 타자로서의 '신'의 가장 깊은 사랑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카오루는 단순히 세간에 흔히 알려진대로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는 아버지이지만 결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겐도와 달리, 신지에게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지혜와 용기, 사랑을 깨닫게 하는 정신적인 아버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초호기 안에 흡수되어 신지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유이를 대신해서 레이가 어머니 역할을 해 준 것과도 같다.

더 나아가 카오루의 죽음은 제레를 비롯하여 피안의 세계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사상에 대한 명백한 거부이자 인류보완계획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한의 생명력을 유한한 인간의 몸으로 구체화한 카오루의 존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지극히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니힐리즘에 대한 안티테제적인 존재이고, 에반게리온이 그려내는 인간에 대한 실존적 메시지를 완전히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인간의 삶의 무게와 역사의 중요함을 알고 이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다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카지와 미사토 등등의 사람들의 의지가 현실이 되게 하였고, 파멸에 처한 인류가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남아 우주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이정표를 세워주었다. 신적인 존재가 죽음으로써 인간의 죄의식으로부터 해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성서의 예수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이 둘의 관계는 데빌맨 후도 아키라 아스카 료의 관계의 오마주이며, 훗날 미래일기에서 아마노 유키테루 아키세 아루의 모티브가 되었다.

5.8. 이카리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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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도 신지를 엄청나게 사랑했고, 비록 에반게리온 초호기 코어 안에 잠들어있었지만 스토리상 신지에게 가장 중요한 조력자들 중 한 명이었다. 애초에 신지가 초호기와 그렇게 높은 싱크로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유이 덕분이고, 신지가 위험에 빠질 때는 어김없이 초호기를 폭주시켜서 신지를 구해냈다.[48]

신지는 처음에 주변에 돌던 소문을 그대로 믿어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실험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후 초호기에 타면서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끼고 마침내 레리엘전에서 생사의 위기에 빠지면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꼬마 신지가 어머니의 실루엣을 향해 방긋 웃으면서 빨간 구슬을 보여주는 장면이 그 장면. 그 빨간 구슬은 바로 초호기의 코어이며, 그 안에서 신지가 마침내 어머니의 존재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아카기 리츠코에게 초호기와의 접촉 실험에 대한 진실을 듣고 어머니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 것 같으며, 이후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초호기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사실 신지가 1화에선 초호기를 처음 본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유이가 실험하다 사고가 일어날 때 현장에 있었기 때문. 엄마가 죽는 걸 눈 앞에서 봐버린 것. 그 충격 때문에 그 기억을 스스로 지우고 있었고,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으나 다시 떠올리게 된다.

언제나 신지를 지키려고 했으나 유이도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신지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상당수 끼쳤다. 일단 신지가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된 것이 "신지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어요"라면서 알면서도 신지를 그 자리에 데려온 유이의 탓. 물론 유이 입장에서는 에반게리온 안에 들어가서 제레가 일으키려고 하는 서드 임팩트를 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인류의 밝은 미래"였으며, 이걸 신지에게 몸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지만, 꼬마 신지가 이런 걸 이해할 리는 없고 어머니가 액체화되어서 나오는 장면이 신지에게 미칠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장면은 이후 아버지에게 버려진 것만큼 신지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래도 굳이 반론하자면 유이는 자신이 초호기의 코어가 되면, 신지가 파일럿이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렇게라도 초호기 안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신지에게 각인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신지는 이 기억을 떠올리고 나서야 유이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게 된다. 유이가 원했던 최종 목적은 신지를 서드 임팩트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게 하려고 했었던 것 같으며, 그 후엔 아예 신지를 품고 초호기 안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영원히 우주를 떠돌려고 했었던 것 같다.(그 구원이란 것이 인류 전체의 절멸이란 게 문제지만.)

그러나 신지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살아가길 택했고, 유이는 이런 선택을 존중하고 신지와 영원히 함께하는 것을 포기한다. 생명체를 외부의 폭력과 배제로부터 지켜내는 '자기 보존 원리'에 가장 충실했던 인물이며, 이것은 표상적으로 어머니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기도 하다.[49] 스스로 아들을 태아 단계로 되돌리면서까지 신지를 지키려 한 유이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장절하기까지 하다.

6. 파일럿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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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전적

  • 사키엘전 - 본인은 출격하자마자 마주한 사키엘의 공격에 리타이어했고 초호기의 폭주로 승리했지만, 어쨌든 난생 처음 에바에 타서 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았다.
  • 샴셸전 - 우왕좌왕하면서도 친구 들을 구하기 위해 공격을 주저하며 밀리다가 친구들이 엔트리 플러그에 들어오자 혼자 섬멸했다.
  • 라미엘전 - 신지가 주역이었고 레이는 보조만 했다. 포지트론 라이플 규격 문제 때문이긴 했지만 신지와 레이 모두 부상을 입을 정도로 힘겨운 전투였다. 신지가 상층부로부터 확실하게 재능을 인정받게 된 계기인 듯.
  • 가기엘전 - 아스카가 위풍당당하게 출격했다가 털렸고, 결국 신지와 힘을 합쳐 섬멸했다.
  • 이스라펠전 - 1차전에선 이스라펠의 예상치 못한 특수능력에 당해 신지와 아스카 둘 다 굴욕적으로 털렸고, 2차전에서 합숙으로 마음을 맞춘 신지와 아스카 둘이서 해치웠다.
  • 산달폰전 - 사도를 잡진 않았지만, 아스카가 위기에 빠지자 펄펄 끓는 화산 내부에 에바용 보호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그냥 들어가서, 아스카와 이호기를 구해냈다.
  • 마트리엘전 - 신지와 아스카, 레이의 콤비로 잡았다. 아스카가 몸으로 막아주고, 레이가 서브하여 신지가 결정타를 꽂았다. 사실 평소대로였으면 신지 혼자서도 가볍게 낙승했을 듯.
  • 사하퀴엘전 - 역시 세 파일럿의 콤비로 잡았다. 신지가 제일 먼저 엄청난 속도로 사도 낙하지점까지 뛰어가서 받아냈고 레이와 아스카가 코어를 파괴하는 동안 버텨주었다.
  • 레리엘전 - 자신감 넘쳐서 혼자 좋다고 설쳤다가 자멸할 뻔했으며 결국 초호기의 폭주로 승리한다. 그러나 인류가 레리엘은 퇴치할 방도를 내놓지 못한 사도이기 때문에 이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 바르디엘전 -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를 거부했으나 아스카와 레이에 비해 그나마 가장 오래 버텼다. 공격 자체를 제일 늦게 받기도 했으나 아스카와 레이가 한 방 맞고 바로 행동불능 상태로 대파되었던 발디엘의 드롭킥을 정면에서 맞고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멀쩡히 다시 일어났고, 신극장판의 해당 장면에서는 목을 졸리는 상태에서도 괴력을 발휘해 3호기의 손을 간단히 목에서 떼어내고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 제르엘전 - 이호기와 영호기를 껌씹듯이 털어먹고 전 사도를 통틀어 최단시간내에 지오프론트까지 돌파할 정도로 강력한 최강의 사도 제르엘과 맞붙어 사실상 이길 뻔했다. 물론 이전에 빔을 난사해대고 직전에 코어에 거의 직격으로 N2폭탄을 맞은 상태라 좀 힘이 빠져있었을 수도 있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네르프 본부 내부까지 침입했던 제르엘을,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까지 참아가면서 끌어냈고, 이후 제르엘을 눕히고 올라타서 일방적으로 패면서 거의 끝장낼 뻔했다. 전기가 바닥나서 역관광당하다 폭주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호기와 영호기를 손쉽게 처바른 제르엘과 싸워 이기기 직전까지 간 건 대단하다.
  • 아라엘전 - 이때는 초호기가 동결당해서 한 것이 없다.
  • 아르미사엘전 - 레이를 구출하려 했으나 아르미사엘의 능력 특성상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사도에게 타격을 먹이긴 했다.
  • 타브리스전 - 카오루가 조종하는 이호기와 싸워 이겼다.[50] 카오루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카오루가 에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지녔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것을 순전히 힘으로 쓰러뜨린 신지의 능력도 그만큼 굉장하다고 볼 수 있다.

6.2. 천재 파일럿

싸움을 싫어하고, 심약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전투에 소질 없는 범재로 여기기 쉽다.[51] 하지만 사실은 천부적 재능, 노력으로 쌓은 기량, 실전경험 등등에 힘입어 어머니가 잠든 에반게리온 초호기와의 조합으로 명실공히 작품 최강의 존재이자 대 사도 결전병기. 네르프 본부도 주력으로 삼아, 대부분의 사도는 신지가 잡았고 협동작전을 펼 때도 가장 큰 활약을 한다. 과장 좀 보태서 레이나 아스카는 그저 초호기와 신지를 보조만 할 뿐이다.

특히 ' 싱크로율'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에반게리온 조종에 큰 영향을 주는지라, 유달리 높은 싱크로율을 갖고 있는 신지는 에바 파일럿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기체적성이 대단해서 처음 탑승에서 아야나미 레이가 7개월 정도 걸린 가동임계치 싱크로율을 바로 만족시켰고, 불과 10일만에 장기간 훈련을 받은 아스카의 하모닉 수치를 따라잡았다. 학습력도 대단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얼마 받지 않았음에도 기동능력에서부터 시작해서 무기사용과 작전수행 등등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성장을 이루었다. 순전히 에바 파일럿으로 놓고 보면 레이나 아스카보다는 신지야말로 이 작품에서 진짜 천재라 봐도 무방할 정도. 그래서 본래 주력 파일럿이었던 레이가 회복된 다음에도 주공을 맡았고, 모든 작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본편에서 잘 묘사가 되지 않았지만, 초호기 파일럿의 존재는 네르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커다란 뉴스거리로 떠오를 만큼 유명했던 것 같다.[52] 신지와 접촉하는 카지나 카오루 등이 "소문의 서드 칠드런..."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 작중 에반게리온 파일럿으로서 재능과 실적이 높기로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중 취급이 취급이다보니 신지도 시청자도 전혀 체감할 수는 없지만.

폭주 상태를 빼면 레이나 아스카보다 뒤지지 않냐는 견해가 있는데 본편을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처음에는 훈련부족으로 레이나 아스카보다 미숙하였지만, 뒤로 갈수록 에바 조종에 숙달되면서 싱크로율이나 전투 기술 등 모든 면에 걸쳐서 크게 성장했다. 레이나 아스카는 꼬마였을 때부터 장기간 에바 파일럿 훈련을 받고 등장 시점에는 이미 육성을 마친 반면, 신지는 체계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에바 파일럿으로 활동한 지 불과 몇 달밖에 안 되는 시점인 레리엘전에 이르러 아예 두 사람을 추월할 정도이니 정말 놀랄만한 재능이라 할 만하다. 싱크로율이 레이보다 높았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야시마 작전에서 저격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53] 네르프 입대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전투요원으로서 중요한 포지션에 반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이스라펠전에서 당시 기준으로 기동능력만큼은 최고였던 아스카와 맞먹는 움직임을 보면 이미 그 시점에서 싱크로율 수치상에 약간의 차이 외에 조종능력은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한 것 같다. 숙련도가 좀 더 쌓인 나중에는 아예 영호기와 2호기를 순식간에 쓰러뜨린 발디엘을 상대하고, 최강의 사도라는 타이틀을 지닌 제르엘을 홀로 상대해서 네르프 본부 밖으로 끌고나가 일방적으로 구타하며 끝장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발디엘 전에서도 사실 발디엘의 공격에도 목을 졸린 것 빼면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고, 신지가 자의지로 발디엘을 공격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지 사실 신지 본인의 말이나 이카리 겐도가 한 말의 뉘앙스로 보면 맘만 제대로 먹고 싸우면 발디엘도 홀로 쓰러뜨리는 것이 가능했을 듯 하다. 애초에 친구가 안에 타고 있다면서 당하면서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그 정도로 오래 버텨냈으니.... 게다가 사도 중에서 제일 잘 싸우는 녀석인 제르엘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구타한 걸 보면 전력이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초호기가 폭주해주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제르엘을 처리했을 듯. 또한 종반부 무렵 타브리스전에 이르러서는 카오루가 조종하는 에반게리온 2호기를 짧은 시간 내에 터미널 도그마에서 패대기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카오루가 신지가 상대라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고려해도, 에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지녔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전과.

무엇보다도 신지를 전투에서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는 본인의 인내력. 갑툭튀한 거대 괴수를 보고도 별로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특유의 어른스럽고 동요가 적은 성격 때문인지, 신지는 전투 중에 아무리 심한 고통을 겪어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거친 육박전 때문에 상해를 입을 위험이 많고, 에바의 고통이 파일럿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기체의 특성상 고통에 대한 인내력은 필수라고 볼 수 있다. 초반에는 에바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사키엘이 초호기의 팔을 부러뜨리자 눈에 띄게 당황하고[54], 라미엘의 빔을 맞고 혼수 상태에 빠져버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샴셸 전에서 무시무시한 고열을 방출하는 촉수를 붙잡고서 특수장갑이 전부 녹고 맨살이 타들어갈 때까지 버텨내거나, 2호기가 보호장비를 떡칠하고 들어갔던 고열의 화산 속에 아무런 장비 없이 고열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들어가서 아스카를 구해내거나, 아스카와 레이를 일격에 리타이어시킨 발디엘의 드롭킥을 정면에서 맞고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채로 다시 일어나거나, 제르엘의 빔 공격에 팔 한쪽이 날아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제르엘을 제압해버리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면 '육체적 고통'에 대한 신지의 인내력은 확실히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사하퀴엘 전에서도 사도의 엄청난 몸무게를 깡으로 버텨내는 역할은 신지의 몫이었고, 신극장판에서는 팔이 갈가리 찢겨지고 온몸의 골격이 박살나는 상태에서도 사도를 붙잡고 끝까지 버텨냈다. 이때 아스카가 입은 대미지는 2% 정도에 불과했고, 레이는 30%가 조금 넘어가는 정도였지만 신지만 혼자 대미지 수치가 67%였다.[55] 잘 안 드러날 뿐 엄청난 근성가이.

그나마 단점이라면 훈련 기간이 너무나도 짧아서, 어느 정도 기교(?)도 부리는 아스카와 달리 적의 공격을 버텨내고 힘으로 무너뜨리는 직선적인 인파이팅 경향이 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초호기가 워낙 튼튼하고, 신지 또한 웬만한 고통에는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버텨내기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전투법이라 할 수도 있다. 이스라펠전에서 아스카와 트윈을 짤 때에 나왔듯이, 워낙 높은 싱크로율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그 역시 곡예에 가까운 기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실전상황 속에서 단독으로 사도들(사키엘과 샴셸)을 쓰러뜨리며 에바 특유의 조종법과 전투방식을 익힌 신지로서는 '거친 육박전에서의 우세 점유'야말로 에바의 전투방식 가운데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 보인다.[56] 대부분 근접전을 취하면서 괴력과 AT 필드로 적을 상대하는 에바나 사도라는 존재들의 특성상, 어중간한 잔기술보다는 그냥 기체의 내구성과 괴력을 믿고 우직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쪽이 실전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제르엘 전에서 2호기의 패배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사실 에바보다 원거리 공격이 훨씬 위력적이고, 반대로 에바의 원거리 공격을 모두 씹어먹을 방어력을 가진 사도 앞에서는 포지트론 라이플같이 국가단위의 전력을 잡아먹는 극단적인 무장이 아니고서야 총이나 기타 원거리형 무기를 쓰는 것이 아예 의미가 없다.

사실 이때도 아스카가 육박전으로만 갔어도 최소한 손 한번 못대보고 네르프 자체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파당하는 굴욕을 당하지는 않았을 듯.[57] 물론 영호기나 2호기는 조종과 관련한 인터페이스나, 시스템 안정성, 추가로 장착된 세부적인 기능이 아닌 순수한 출력과 방어력은 초호기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신지와 똑같은 전투방식을 취하기는 어렵다.[58]

앞에서 말했던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순순히 따르는 성격탓에 레이만큼은 아니어도 전투에서 나름대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중시한다. 요컨대 근성과 호승심을 갖고 적과 끝장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주어진 임무가 있으면 그 안에서만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한정 짓고 거기서 충실하게 수행하자는 식이다. 수많은 전문 인원들이 모여 정밀한 작전을 계획하고, 그것에 따라 명료한 작전 메뉴얼을 작성하고 지시하는 군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말만 앞세우고 독단 행동을 일삼다가 매번 털려 뒷수습을 요하는 아스카에 비하면 신지가 훨씬 신뢰할 만한 파일럿이다. TV시리즈 방영 당시 상당히 많은 로봇만화 주인공들이 근성과 열혈기질을 앞세워 무단출격에 작전무시, 과잉공격, 지휘부와의 의견갈등 등을 밥먹듯 하는 경우에 비하면 오히려 괜찮은 모습이고, 로봇만화 캐릭터로서 극적인 재미는 떨어질지라도 아주 정상적이고 현실적인 전투요원으로 비춰진다.[59]

샴셀 전과 레리엘 전, 발디엘 전을 제외하면 모두 명령대로 충실히 따라 임무를 성공시켰다. 그래서 네르프측에서는 신지가 에바의 탑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성격적인 부분에서의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가 너무 커서 그렇지, 로봇만화계에서는 정말로 보기 힘든 이성적이고 결점이 별로 없는 소년 주인공 파일럿이다.[60]

같은 명령 불복종이라도, 아스카처럼 자신감 넘쳐서 혼자 좋다고 설쳤다가 자멸할 뻔한 레리엘 전을 제외하면, 발디엘 전은 안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걸 알아서 [61]공격을 주저하였고, 강박관념에 휩싸여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뛰어든 샴셸 전도 작전 중 보호대상 최우선순위인 민간인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62]라는 명분은 있는 등 그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었다.

덧붙여 초호기를 탄 신지의 파괴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듯 한데, 지상 시설만 해도 AT필드만 뚫는다면 사도에게도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히는 N2 폭탄을 직격으로 맞아도, 긁힌 자국 하나 나지 않고 건재한 내구도를 가지고 있고, 그런 내구도를 가진 시설이 방공호처럼 지하 수백미터 아래 수 킬로미터 크기의 규모로 지어져 있는 네르프 본부를 신지가 맘만 먹으면 단 4분 안에 절반을 박살내버릴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말하자면 에바를 탄 신지가 발 한 번 구르는 것이 전략핵무기 크기의 N2 폭탄보다 강력하다는 소리다.[63] 신극장판에서도 제9사도와의 전투가 끝난 직후, 분노에 휩싸여 본부 꼭대기를 밟아 부수며 마음만 먹으면 본부를 박살내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항명하는 모습이 나온다.[64]

제레는 레리엘 전을 치르고 온 신지에 큰 관심을 갖고 직접 접촉을 시도해보려고 했고, S2기관을 흡수한 제르엘 전 이후에는 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다며 거의 두려워하다시피 했다. 네르프 침공 당시에는 신지를 제일 먼저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나중에는 아예 신지를 이용해 서드 임팩트 인류보완계획을 실행하려고 한다. 감정에 따라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Z건담 카미유 비단과 비슷하고[65], 체계화되지 않은 천재성이라는 점에서 드래곤볼 손오반과도 닮은 부분이 있다.

작중 점점 밝혀지는 거대한 흑막들을 통해 발설되는 그의 존재감과 사도들과의 전투의 결과만으로도 신지는 E계획 최강이자 최후의 카드였던 셈이다. 겐도나 후유츠키 코조의 언급을 빌리면 신지는 말 그대로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신의 아들'이며, 캐릭터 설정 당시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발언처럼 어두운 과거로 인해 굴절된 영웅 모티브를 부여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화려한 실상과는 별개로 신지가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고뇌하는 안티히어로적인 연출 때문에 활약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완벽주의자 타입의 아야나미 레이와, 자아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강화에 골몰하는 근성열혈파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성적인 성격이 많이 두드러지는 이들에 비교하자면 신지는 간단한 허세조차도 부리지 않아서 연출적으로 부각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되려 누구보다도 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 자신도 모르는 중에 언제든지 계기가 있으면 힘의 균형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로 폭발적인 힘이 끓고 있는 굴절된 ' 천재'라고 할 수 있다.

7. 세간의 평가

파일:attachment/이카리 신지/shinji.jpg
워낙 특수한 도덕적 환경에 놓여있다 보니,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기존 로봇 애니메이션 사상 유례 없는 찌질이로 평가되기도 한다. 빠와 까가 분명하게 갈리는 몇 안되는 캐릭터. 까일 때는 정말 개같이 까이고 쉴드 쳐질 때는 정말 입 벌어질 정도로 쉴드가 '쳐진다.'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몇이나 있겠냐마는...[66]

그야말로 빠가 까를 만든다 까가 빠를 만든다의 전형적인 사례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부터 에바에 타고 싸워야 한다는 상황에 반항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였으며, 후반에는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리게 된다.

7.1. 옹호론

고작 14살짜리밖에 안 되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이 하루아침에 죽을 수도 있는 전장으로 내몰리는 가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칼을 들고, 적을 바라보며, 적에게 다가가 찌르고, 베고, 찔리는 전투방법을 사용하기에 적응이 더욱 힘들다. 게다가 에반게리온은 감각까지 피드백되어 에반게리온이 꿰뚫리면 탑승자의 신체가 꿰뚫리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67] 당장 누군가 평범한 중학생을 느닷없이 전쟁터 한복판으로 혼자 던져놓는다고 생각해보자. 어른들의 이기주의적인 농간 아래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사를 당하고 있는 소년병이나 다름없다.

유년기의 무관심한 방치, 전 인류의 목숨을 걸고 치르는 가혹한 생존을 위한 전투,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 어머니의 죽음을 포함한 지인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이렇게 가혹한 생활환경은 어른이라도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68]

홈즈의 스트레스 측정표에 의하면 이카리 신지의 스트레스 지수는 무려 800점을 넘어선다.[69] 이 정도면 정신질환 발명 유무 이전에 자살을 걱정해야 하며,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다. 부모의 죽음(100점) +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67점) + 가까운 친구의 죽음(63점 * 다수[70]) + 이성친구와 관계가 깨어짐(53점) + 병원 입원(58점 * 다수) + 뛰어난 개인적 성취(46점) + 부모의 부재(38점) + 부모와의 대화가 적음(26점). # 실제로 신지는 작중 자살기도로 추정되는 행동도 몇 번 하지만, 죽는 게 무서워서 결행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71]

더군다나 에바 파일럿들이 겪는 심적인 부담감과 고통은 장난이 아니다. 툭하면 팔다리가 잘려나가거나, 목이 졸리고 뼈가 으스러지는 수준의 고통을 전투시에는 거의 일상적으로 겪는다. 에바와의 싱크로 때문에 그 고통이 파일럿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이것은 더욱 강하게 피드백이 된다. 오랫동안 훈련을 받은 레이나 아스카는 그렇다 쳐도, 이전까지는 기껏해야 넘어져서 다리가 까지거나 하는 수준의, 일상적인 고통밖에 겪은 적이 없었을 신지는 그야말로 굉장한 의지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첫 전투부터 팔이 부러지고 안구가 손상되고 두개골이 깨지는 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으며 이후에 늘 초호기가 주력에 서는지라 최전방, 그것도 육박전/격투전의 중심에 있다는 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바 탑승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자신이 물러서면 전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출격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용감하다고 평가해도 모자람이 없다. 게다가 장기간의 훈련 따위를 일절 거치지 않고 첫 전투부터 극한 상황에 몰렸으니 더욱 충격이 클 것이다.

그리고, 신지는 이전에 사도가 공격헬기와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자위대를 전멸시킨 후 N2 폭탄을 맞고도 걸어나오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직접 봤었고, 몇 년 만에 만난 아버지가 따뜻한 소리는커녕 인삿말도 없이 난생 처음 보는, 조종 방법도 모르는 거대 로봇에 올라타서 아까의 그 괴물과 다시 싸우라고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지는 이전까지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던 소년으로, 사도나 에반게리온 같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게 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애가 피떡이 됐는데도 싸우러 나가려는 장면을 보고 도망치고 싶은데도 억지로 참으면서 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잔뜩 겁먹고 징징대긴 해서 열혈 주인공다운 모습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저 정도만 해도 충분히 용기있고 비범한 모습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주위의 냉대와 무관심 때문에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중반부에는 주위 상황에 적응해가면서 비교적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신지의 주변 버팀목이었던 인물들이 모두 죽어가거나 재기불능이 되면서 신지에게는 점점 의지할 사람들이 없어진다. 이런 점에서 후반부에 신지가 찌질해진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몇 년 동안 혹독하게 훈련을 받은 강건한 군인, 특수부대원들도 직접 전쟁터로 끌려가서 장기간의 전투를 거듭하게 되면 PTSD로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이 생긴다.[72] 그런데도 에바에선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갈군다. 파일럿들이 정신적 불안정을 겪으면, 그걸 해결해주기는커녕 파일럿을 교체한다는 식의 대사나 날리고 있다. 그나마 신지는 가장 중요한 초호기 파일럿인 데다가 실적도 뛰어나서 반항을 했다가도 돌아오면 받아줬지만, 처음부터 인류보완계획과 인연이 없었던 데다가 부진하기만 했던 아스카는 기회만 있으면 곧바려 퇴출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가혹한 전투로 쌓인 스트레스를 분출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계속 쌓아놓으니 정신상태가 망가지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거기에다가 네르프는 파일럿들에게 월급을 주기는 하지만, 그저 잘 곳과 먹을 것만 공급해주고 끝이다. 심지어 고아원이나 노숙인 보호시설에서도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

돈이 엄청나게 드는 방어시설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면서도 에반게리온 파일럿들의 멘탈케어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0이다. 이건 초법규적인 군사 단체인 네르프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고, 몇 년 전에 세컨드 임팩트라는 대참사를 겪고 나서 이제부터 겨우 복구하는 도중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적 행복이라는 개념자체가 인류를 구한다는 '대의적인 목표와 명분' 앞에서 많이 묻혀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EOE에서 "일그러진 초호기 파일럿의 자아에 인류의 보완을" 대사가 있는 것을 보면 신지의 폭주는 계획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양산형 에반게리온을 투입해서 2호기를 걸레짝으로 만든 것도 신지의 정신붕괴를 유도한 것.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제레 이카리 겐도말 그대로 인간 말종들이다. 소년병으로서 겪고 있는 최악의 환경으로 인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나치게 혹사를 당하고 있는 이카리 신지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심리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미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완성된 대인배라고 칭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엄마없이 혼자 살다가 아빠가 불러서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도시로 이사갔는데, 갑자기 영화에서나 나오는 괴물이 등장하고 애비란 놈은 난생 처음보는 로봇에 타고 싸우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타고 싸우러 나갔더니 갑자기 자기 다리가 잘리고 눈알부터 뒤통수까지 뚫리는 고통을 받는다. 그런 수준의 고통을 에바에 타고 사도들과 싸울 때마다 받는다. 그리고 자신은 더 이상 에바에 타기 싫은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자신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몇명은 자신과 멀어지고 몇 명은 죽었다. 그런데 이 일의 원흉인 한 군부시설에서는 어떠한 보상이나 정신치료도 없이 그저 의식주만 제공한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선 신지의 정신력이나 인내심은 대단한 것.

7.2. 회의론

회의론 측에선 신지는 이미 작중 분위기가 어두워지기 전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을 때도 여러가지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바 있으며, 중반부에 꽤나 밝아졌음에도 후반에 급격하게 망가진 점, 신지의 대사와 행동 등을 빌어 환경보다는 신지 본인의 인식적인 면에 문제가 크지 않냐는 주장을 한다. 3호기 사건으로 토우지가 다리를 잃었음에도 사과를 하고 용서받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두려움으로 도망치기를 택한 점, 그리고 그 이후 토우지를 단 한번도 찾아가지 않은 점은 문제가 느껴진다. 이건 타인에게서 도망치고 마음을 닫으려고 하는 신지의 근본적인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신지가 완전히 멘붕한 상황에서 한 극단적인 선택, 즉 서드 임팩트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데다 제레가 임팩트를 일으키도록 판을 깔아놓았지만, 어쨌든 타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포심 때문에 인류 전체를 멸망시켰고, 그런 참상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전적으로 신지에게 있다. 서드 임팩트의 초기 진행 단계에서 "그냥 다 죽어버려"라는 독백에서 이때 신지의 심리가 얼마나 병적이고 뒤틀려있었는지 나타나는데, 애초에 타인이 무섭다고 타인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다만 진짜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 당시 주변 상황에 대한 신지의 극도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대사이자, 애초에 신지는 레이-릴리스가 말했던 "타인을 없앤다는 것"이 "타인의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주변 상황에 대한 신지의 태도는 거의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관되어 있다. 주변 인물로부터 막대한 심리적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해소구를 찾지 못하고, 용기가 없어 그런 문제에 대해 끝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앓던 것도 신지의 문제다. 너무 개인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맞서기보다는 달아나기를 택하려고 하는 심리와 자신의 책임에 대한 무지함이 신지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애초에 인류를 구하는 막대한 임무인 에바 조종을 하는 이유가 아버지에게 칭찬받기 위해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 것부터 신지가 자신의 의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드러난다. 게다가 스즈하라 토우지가 다친 3호기 사건은 더미 플러그 작동을 지시한 겐도의 탓도 있지만, 더미 플러그를 작동해야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몰릴 만큼 신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었다. 물론 3호기에 탄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는 좋았고, 검증되지도 않은 위험한 기술인 더미 플러그사람이 탄 기체를 상대로 시험했던 겐도가 제일 책임이 크지만, 만약 신지가 그냥 가만히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싸워서 발디엘을 제압했다면 그런 참극이 벌어질 여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신지가 내렸던 선택은 사춘기 소년의 전형적인 심리, 즉 주변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과,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무지함의 결과였다. 주변인의 죽음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정신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인류 생존의 열쇠를 거머쥔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으로서 신지는 그런 상황에도 어떻게든 멘탈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신지는 자신의 중대한 의무를 끝까지 의식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아스카를 구하는 데에도, 인류를 구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애초에 이런 평범한 소년을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고 그런 중대한 선택권을 무책임하게 맡긴 어른들의 책임도 명백하게 있지만, 그렇다고 신지의 행동이 완전히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물론 신지의 행동은 결함이 많은 주위 인물들과 시궁창스러운 상황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인 탓이 가장 크고, 게다가 신지 입장에서는 나름 열심히 싸워서 사도를 물리치고, 갈수록 사이가 벌어지는 레이와 아스카 사이에 중재인 역할을 하려는 등 노력을 아예 안 한건 아니다. 단지 제레 이카리 겐도라는 강대한 권력을 지닌 존재들의 의지에 따라 모든 상황이 결정되고 있었고, 그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흐름 앞에서 신지의 소소한 노력들이 사실상 무의미했을 뿐이다. 그래도 발디엘 참사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신지가 본인의 의지로 어느 정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며, 특히 마지막 순간에 신지 자신에게 모두의 운명이 쥐어졌을 때 그는 너무나도 우유부단하게 행동했다. 만약 신지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초호기를 타고 행동했다면 아스카는 그렇게 끔찍한 최후를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어쩌면 제레의 계획을 저지했었을지도 모른다.[73]

즉, 결론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참극은 인류 전체를 구원할 수도 혹은 멸망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선택의 기로가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소년에게 주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인류의 마음과 정신을 하나로 합쳐 단 하나의 절대적 존재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성인에게도 심한 고민을 불러오는 중대한 문제인데, 그 기로에 놓인 신지의 나이는 열네 살에 불과했다.

게다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듯이, 신지는 어머니에게 약속을 해놓고서도 이후 막상 아스카와 대면하자 다짜고짜 목을 조른다. 결국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실 상황에 놓이자 그걸 못 이기고 서드 임팩트 때와 결론적으로는 똑같은 선택을 했던 것. 이 장면에서 "타인이 두려워서 타인을 없애버리는 것을 택한다"라는 신지의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 또다시 드러나는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똑똑히 두 눈으로 목도하고도 그걸 고치지 못한 것이다. 신지가 정말로 아스카를 죽이는 건 원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명백히 신지가 자신의 행동에서 예상되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며, 결국에는 신지의 선택이 또 나쁜 결과를 불러올 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번에 확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지에게도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신지는 아스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두 번이나 줘버린 셈이다.[74]

7.3. 총평

파일:attachment/이카리 신지/arigato.jpg
이렇듯 메카물 주인공답지 않은 이런 나약함, 네거티브 때문에 많은 질타를 받기도 하고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소년의 모습으로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도 하고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75]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 자체가 전후 일본의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구세대와, 21세기가 다가오며 새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신문화와 그를 대표하는 신세대가 공존하는, 1990년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일본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지같은 소년이야말로 혼란스러운 시대[76]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 그 자체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기존의 메카물 주인공들은 심리 묘사가 빈약하거나 개인적인 사정보다는 상황에 맞추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심리묘사보다는 외계의 적이 나타났으면 당연히 맞서 싸워야지!!!라는 그 상황에 대한 당위성에 맞추어서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침략이라는 상황과 응전하는 영웅이라는 캐릭터는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에 오히려 캐릭터는 몰개성한 경우가 많다.

물론 영웅적인 행동을 극한으로 밀고 나가면서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구축한 사례들도 있다. 반대로 이카리 신지나 카미유 비단, 작품 초의 아무로 레이처럼 그 상황에 대한 당위성과 엇갈리는 개인의 심리묘사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캐릭터들은 강한 개성을 시청자들에게 남기는 데 성공한다. 침략이라는 상황과 고민하는 개인이라는 캐릭터는 맥락이 엇갈리고 이를 통해서 다양한 갈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

현대 슈퍼 히어로 장르의 주인공들이 심각한 고뇌에 휩싸여서 일견 찌질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전통적으로 고뇌하는 히어로인 배트맨은 말할 것도 없고, 마블의 히어로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스파이더맨은 돈도 없고 여친 마음도 이해 못해서 오해를 사는 청년이며, 슈퍼맨마저 이전의 호쾌한 영웅상을 벗어 던지고 배트맨처럼 과거와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직선적인 영웅 캐릭터는 호쾌해 보일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다. 오히려 찌질한 캐릭터들이 으이구, 저 찌질한 놈 ㅋㅋㅋ라며 비웃는 맛도 있고 캐릭터가 상황에 저항하다보니 이야기거리도 많아지고 고민도 많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리얼한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는 잘난 사람을 우러러볼 때 생기는게 아니라 찌질한 사람을 보고 혀를 차면서 내가 저런 놈보다 낫지 ㅋㅋㅋ라는 심리를 느낄 때 더 발생하기가 쉽다. 자기가 아프거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니까. 그리고 찌질해도 주인공은 주인공이라 우울한 겉모습과는 다른 비범한 행적이 재평가되면서 또 이야기거리가 나온다. 이카리 신지라는 캐릭터가 계속해서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77]

사실상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크게 봐서는 신지라는 소년의 성장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이건 특히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후반부에서 잘 드러난다. 겁많고 타인을 두려워하는 소년인 신지가 자신의 단점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고난과 시련을 거듭하다가, 최종적으로 타인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를 얻어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결말은 신지가 어떻게 더 성장해나갈지 기대감을 주는 셈이다.

신지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에 놓이지 않아 평범한 중학생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더라면 어땠을지는 수많은 공식 파생작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신지의 인간범주적 멘탈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의 정체성이자 개성이며, 이는 스토리의 완급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8. 유명한 대사

  • 파일:도망치면 안돼.jpg

    "도망치면 안돼……. 도망치면 안돼……."(逃げちゃダメだ。。。逃げちゃダメだ…)

    초호기에 처음 탈 때의 대사. 도망치고 싶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신지의 결의를 보여주는 대사. 이후로도 자주 입에 담는다. 신지의 일종의 자기 최면. 이 대사는 1화 제작 당시의 안노 감독의 심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78] 워낙 유명한 대사라, 신지의 성우 오가타 메구미 잔혹한 천사의 테제 라이브 공연을 했을 때도 신지의 목소리로 이 대사를 해서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에반게리온 초호기 실물 사이즈 머리가 전시되어 있는 후지 Q 하이랜드에서도 이 대사를 배경음으로 틀어준다. 이 대사는 퍼즐앤드래곤과 콜라보를 했을 때 액티브 스킬 이름으로 나온다.
  • " 낯선 천장이다.''(知らない天井だ)

    2화에서 병원에서 깨어나서 한 대사이자 2화 제목. 직역하면 '모르는 천장이다' 에 가깝지만 '낯선'이라는 어휘가 더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라서인지 처럼 쓰인다. 이카리 신지의 대사라는 것을 모르고 쓰는 사람들이 다수이며, 일본 서브컬쳐 창작물의 클리셰로 여겨지고 있다. 가령 라노벨 도입부 중 하나로 언급될 정도. 2020년대 이후에는 천장 시스템이 있는 가챠 게임에서 돈을 쏟아부은 유저가 한탄하는 식으로 쓰이는경우가 많아졌다.[79] 심지어 오타쿠와는 거리가 먼 바이크 갤러리에서도 쓰일 정도로 널리 퍼졌다.[80] 주류 갤러리에도 퍼졌다.[81]
  • "목표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목표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目標をセンターに入れてスイッチ、目標をセンターに入れてスイッチ...)

    조준 연습할 때 대사. 죽은 눈을 하고 무감정하게 기계처럼 말하는 것이 포인트.
  •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笑えばいいと思うよ)

    야시마 작전을 실행, 라미엘격파 직후 녹아버린 0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연뒤 레이가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하자 답한 대사.
  • "미안."

    신지가 무언가 타인에게 죄책감을 느낄 때마다 자주 하는 대사로, 그가 얼마만큼 타인에게 상처입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사과 정도가 아니라 좀 더 자신에게 적극적인 관심표현을 원했던 아스카는 "사과만 하는 녀석"이라면서 신지가 이 말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 "다, 다녀왔어요."(た、ただいま)

    4화에서 신지가 파일럿을 그만뒀다가 다시 돌아올 때 미사토를 보며 한 말. 미사토는 "어서 오렴.(お帰りなさい)"으로 응대했다.
  • "저는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입니다!"(僕は、エヴァンゲリオン初号機のパイロット、碇シンジです!)

    19화에서 제르엘에게 다른 기체들이 털려 서드 임팩트가 일어날 위기 상황에서 네르프에 돌아와서 "왜 여기에 있나"라고 하는 겐도 앞에서 한 대사. 신극장판 파에서도 등장.
  • "싫은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뭐가 나빠!"(嫌な事から逃げ出して、何が悪いんだよ!)"

    기차역에서 아야나미 레이와 대화하며 한 대사. 신극장판에서도 등장.
  • "배신했겠다! 내 마음을 배신했겠다! 아버지랑 똑같이 배신했어!"(裏切ったな! 僕の気持ちを裏切ったな! 父さんと同じに裏切ったんだ!)

    나기사 카오루가 자신이 사도임을 밝히자 배신감을 느끼고 하는 대사.
  • " 형편없는 놈이다, 나는……."(最低だ...俺って)

    EOE에서 병상에 누워있던 아스카 바로 옆에서 자위를 한 뒤 현자타임이 오자 말한 전설의 대사. 여기서 말하는 '나'는 왠지 신지가 평소 사용하던 1인칭 '보쿠'가 아니라 '오레'다.[82] 영어판에서는 아예 'I'm so fucked up.'라고 번역되었다. fuck이 영어에서는 꽤나 상스러운 표현이다. 대충 '좆됐네' 정도로 해석된다.
  • "엄마, 아빠, 살려줘요!!!"

    코믹스판에서 초호기가 사키엘에게 공격당해 기동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무의식중에 초호기 베이스인 릴리스와 접촉하여 공포를 느껴 외친 절규. TV 시리즈 16화 레리엘 전에서도 비슷한 절규가 있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 곳에서 신지의 유약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사로 자주 사용되었다.
  • "다시 한 번 말해봐! 네 앞니를 몽땅 다 부러뜨려 버리겠어!"

    일명 패왕 신지. 코믹스판에서 카오루가 레이의 죽음을 두고 "바보같은 짓"이라고 평하자 신지가 발끈해서 내뱉은 대사다. 신지답지 않게 박력이 넘쳐서 그런지 에바 팬들이 신지 얘기를 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사가 되어버렸다.
  • 파일:쾌남 신지.jpg

    "까짓거 한번 해보죠"


    이쪽은 자막 왜곡으로 유명해진 케이스. 원본은 1화에서 타기 싫다고 계속해서 거부하다가 침대에 실려나오는 레이를 본 끝에 "제가 타겠습니다."하고 어쩔 수 없이 외치는 대사였지만, 묘한 표정과 맞물려 열혈물의 주인공스러운 이미지가 되었다.

9. 다른 매체의 이카리 신지

이카리 신지/다른 매체 참조.

10. 기타

파일:Shinji Holding a Mug.jpg
  • 머그잔을 든 이미지가 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83]

파일:소년이여 싱하가 되어라.jpg
  • 7번 문단에 나온 이미지 Shinji in a Chair라는 밈도 있는데 의자에 앉은 채 머리를 감싸매는 장면이 워낙 범용성이 높다보니 2010년 후반부터 유명해졌다.
파일:e9e9bc4f350b984809f19ba230277800.gif
  • 26화에서 심리를 되돌아보는 장면에서 나온 연출이 유명하다. 은혼에서도 오메데토와 함께 패러디했을 정도.
  • 어머니를 잃은 직후 신지를 맡아 키운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지에게 겐도가 세계를 지키는 일을 한다는 걸 말해줬던 걸로 보아 네르프에 대해 대강 알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 지인들 말로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과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한다. 시마모토 카즈히코는 "안노는 자기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하려고 하죠. 신지가 그거랑 비슷합니다.", "이거 못 한다고 약한 척 하지만 막상 에반게리온 타면 성격이 바뀌어서 위기를 잘 이겨내잖아요. 그것도 안노랑 비슷합니다." 라고 한다. 야마가 히로유키는 "안노는 평상시에는 신지처럼 겁쟁이에 연약하지만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성격이 180도 바뀐다. 그게 신지에도 반영되었다." 라고 한다.[84]
  • 오카다 토시오 말로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안노 친구 아카이 타카미의 성격과 평소 행동도 섞인 것 같다고 한다. 현실도피할 때 쭈그리고 앉는 건 아카이가 하는 짓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저거 아카이잖아." 라고 생각했다고.
  • 성우 캐스팅 초기, 오가타가 세일러 문의 세일러 우라누스역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론 성공 가능성을 따지기 애매했던 오리지널 작품인 에바의 출연을 별로 반기지 않은 소속 사무소에서 에바 오디션 요청을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안노 감독이 세일러 문의 음향관련 일로 현장에서 만나게 되자 "저로서는 꼭 오가타씨를 선택하고 싶습니다만, 사무소에선 왜 안된다고 하시는 건가요?"라고 질문해 와서 그때야 그런 의뢰가 들어온 걸 알게 된 오가타가 안노의 열의를 믿고 2차 오디션을 본 후에야 신지 성우로 발탁되었다고 한다.


[1] 에반게리온 갤러리 ⓜ [공식 테스트] 나와 가장 닮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캐릭터는? [2] 히구치 신지는 전작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제작 시절부터 안노의 구원 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는데 에반게리온에서는 아스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많이 담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본인이 밝히길 제작 회의 때 '신지'가 나올 때마다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이카리 신지를 부르는 것인지 헷갈렸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아스카가 "바보 신지" 할 때마다 울화통이 터지고, 카오루가 "신지 군"이라고 부를 때는 닭살이 돋아서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3] 칠드런(Children)은 차일드(Child)의 복수 명사이기 때문에 사실은 잘못된 표기다. 이 때문에 영어 더빙판에서는 '서드 차일드', 신극장판에서는 '세 번째 소년'으로 수정. [4]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의 눈동자 색은 초록색. [5]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일본 남자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 하뉴 유즈루가 일본 내에서 이카리 신지 실사판이라면서 인기 요인의 한 요소를 차지하는 사례로 알 수 있다. [6] 파일:겐도 어릴 적.jpg [7] PSP용 신세기 에반게리온 2 ~ 만들어지는 세계 ~ - another cases - 에 등장한 이벤트. 덤으로 본편에서 신지의 ts가 나온다. 신지에게 가슴만 달아놓은 수준이긴 하지만. 여자로 나와도 위화감이 없기도. [8] 특히 초대 레이와 이카리 유이는 팔레트 스왑 + 연령 조정만 한 동일인처럼 보일 정도로 닮았다. [9] 신극장판에서는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 이때는 처음부터 아스카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10] 자신이 살아온 부정적인 인생에 대한 혐오와 사회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선택하는 데스노트 야가미 라이토나, 부패한 사회에 대한 저항이 대의이기는 했지만 명백한 의미에서 테러와 반란이라는 극단적 폭력을 선택한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시리즈 를르슈 람페르지 같은 경우, 그리고 신지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에게 온갖 학대를 당하고, 사회에서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며 비뚤어진 끝에 온갖 파괴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미치광이가 된 Grand Theft Auto V 트레버 필립스(트레버는 애초에 근본적인 성격이 신지와 정반대이다.), 선량한 소시민이었으나 인생 전체에 억까당해 조커가 된 아서 플렉 등. 신지와 비슷한 배경에서 악당으로 타락하는 픽션 속 인물들은 무수히 많다. [11] 야만적인 상황에서 똑같이 야만성을 내면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대해 끝까지 저항하려는 그의 인간적 결단은 빅터 프랭클 등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12] 사실, 카츠라기 미사토 또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애초에 미사토는 신지와 함께 에반게리온의 진 주인공이기 때문. 둘 다 성장형 캐릭터이며 신지와 미사토는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13] 물론 겐도가 신지에게 가한 짓과 그를 대하는 태도와 행적을 보면 당연한 행위다. [14] 실제로 신지는 작 중에서 굳이 죽음을 피하지 않으려는 행동을 여러 번 한다. 19화에서 도시 전체가 제르엘이 폭격당하는 와중에 대피 구역으로 도망치지 않고 공격받고 있는 지역에 그대로 머무른 것과, EOE에서 바다에 한번 들어간 듯한 묘사와 자위대가 네르프 전원 말살을 벌이는 도중에 가만히 있는 등. [15] Seperation Anxiety. 신세기 에반게리온 사운드트랙 중의 음악명이기도 하다. [16] 결국 철회하긴 했다. 되살아날지는 불명이지만. [17] 어릴 때부터 부모와 제대로 된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대인 관계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는 엄격했기에 신지의 정서적 안식처는 없다.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심리적으로 주변 환경에 더 쉽게 휘둘리고 감정의 폭이 크다 할 수 있다. [18] 소니 워크맨 WMD-T1 기종. [19] 사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보호자를 대신해서 가사를 맡는 모습은 왠지 은하영웅전설 율리안 민츠와 비슷하다. 보호자의 방이 개판이라는 점과 생활력이 막장이라는 것도 비슷. 다만 사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보호자의 피후견인이 되어 그 보호자를 역으로 양육해야 하는 처지가 된 소년이라는 연출 자체는 매우 유사하지만, 작중에서 신지와 율리안의 구도 자체는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르다. 율리안에게 있어서 양 웬리는 일종의 모범으로 아버지, 스승, 믿음직한 형님 등, 성인의 긍정적인 요소를 모두 집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하지만 신지에게 미사토는 '성인이라고 하기엔 미덥지 못한' 보호자로, 함께 고민하고 성장해야 할 동반자으로서의 측면 역시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 하지만 이는 빌레에서 나와 네르프 본부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는 연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21] 반대로 아스카는 인문 사회 계열에 약해서인지 새턴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2nd Impression에서 선생에게 질문이 들어오자 신지에게 답을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22] 신지의 플러그 슈트는 음경 부분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된 모양이지만, 아스카의 것은 여성용이라 그런 것이 없어 남성기가 적나라한 형태로 드러난다. [23] SHINJIST : 열렬한 신지 팬을 지칭. 같은 부류의 용어로 아야나미스트, 아스카인(人)이 있다. 우타다 히카루가 작사 작곡하고 노래 부른 에반게리온: 서의 주제가인 beautiful world는 신지를 위해 쓴 곡이라고 한다. [24] 구작에서는 나온 적이 없는 대사이다. 다만 에반게리온: Q에서 신지의 환청으로 나온 적은 있다. [25] 겐도의 이 대사는 에바 캐릭터 상품 광고 문구 또는 에바 팬덤에서 캐릭터 상품 이야기를 할 때 "살 거면 얼른 사고, 안 살 거면 돌아가!"라는 등 절찬리에 패러디되기도 한다. [26] 이후 카오루에게도 "너 역시 날 배신했어!"라고 외친 것을 보면 상당히 충격이 컸던 것 같다. [27] 18화 이후로는 아버지에 대한 신지의 내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 [28] 이 점은 나중에 큰 아쉬움이 되었는지 "(아스카가 지적한)카펫을 바꿨어야 했다"이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겨 아스카를 더 잘 살피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29] 물론 미성년자인 신지에게 성관계로 위안을 주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비정상적이지만, 자기 자신 또한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감정의 표현에 서툴렀던 미사토이기에 상황적으로 이해는 되고, 또한 일단 의도만은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30] 이런 질투감은 레이와 친근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오래까지 갔던 것 같은데, 시리즈 후반부에서도 신지가 독백상으로 레이를 '대용품'이라고 부르면서,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에 끼어드는 부정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31] 결국, 신지의 이런 태도가 아스카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고 말았다. 견디다 못한 아스카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신지에게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은 장면을 떠올리자. [32] 레이로 인해 인식되던 어두운 과거의 진상은 카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되는 계기가 된다. [33] 뒤로 갈수록 신지가 가장 강하게 느끼는 레이의 인상으로, 레이와 유이의 관계에 대한 복선을 인 셈이다. [34] 絆 인연. 일본에서 주로 부모 자식, 형제 간이나 영혼의 파트너의 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표현. 레이는 에바에 타는 이유를 키즈나 때문이라고 말했다. 슈퍼로봇대전에서도 아야나미 레이의 정신커맨드에는 가장 마지막엔 키즈나가 있다. [35] 일본에선 서로 친해지거나 교제하는 사이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다. 아야나미와 신지는 끝까지 성으로 부른다. [36] 이것은 무한자로서의 신이 유한한 인간의 세계로 하강하는 종교적 알레고리로서도 아주 강한 의미를 지니는 대목이다. 유한자-인간으로서의 대표로 선 신지가 초호기와의 합일을 통해 세계의 운행을 뜻대로 하는 무한한 신성을 얻고, 반대로 무한자인 레이는 자신이 담지한 신성을 깨닫자마자 유한자-신지를 찾는 식으로 '성'과 '속', 그리고 '유한성'과 '무한성'이 서로 교회하며 모든 것이 최고 가치의 절대성으로 통하는 완벽한 의미의 '보편성'의 발현으로 나오는 것이다. 나기사 카오루가 죽을 때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신과 인간의 극적인 존재론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37] 요비스테의 경우 9화에서 신지는 이스라펠 공략 실패 후 다툴 때와 아스카의 이사 당시까지 소류라고 불렀지만 아스카는 초반부 등교 때부터 신지라고 불렀다. [38] 신지의 친부모는 어느 쪽도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고 미사토도 미성숙한 면이 있었던 데다 군사기관의 간부로서 신지의 상관이라는 공적인 입장도 있었기에 '아이를 이끌고 보듬어주는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반면 카지는 공적인 입장에서도 사적인 입장에서도 신지와 연관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부담감 없이 신지를 대우할 수 있었다. [39] 22화의 아스카의 독백을 보면 얼마 만난지도 안된 신지에게 카지가 저리 대우해주는 것에 대해 질투심을 품은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40] 신극장판에선 꽤 친하게 나오기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TV판에선 후술하듯 신지쪽에선 의외로 다른 인물들만큼 마음을 열어주진 않은듯한 묘사를 보여준다. [41] 그래서 신지를 양성애자 캐릭터로 보기도 한다. [42] 그런데 그마저도 제레의 예상 범위였던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43] 흔히 일본에서는 이러한 장면 전환을 아침짹(朝チュン)이라고 부른다. 연인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장면 바로 뒤에 새들이 지저귀는 아침 장면을 넣음으로써 두 사람이 밤을 함께 보냈음을 알림과 동시에 검열을 피하는 수단. 원안에서는 여기서 둘이 키스 장면이 있기도 했다. [44] 바로 이전화에서 미사토가 신지를 몸으로 위로하려 하는 장면에서 손을 겹치려고 하자 신지가 이를 뿌리치는데, 카오루가 손을 잡았을 때는 피하지 않았다. 작중에서 손을 통한 성적인 암시는 이뿐만이 아닌데 카지와 미사토의 성관계 장면, 마야 리츠코에 대한 성애적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이 그렇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서드 임팩트가 일어날 때도 카오루가 신지의 손을 잡는 장면 포함해 작중 등장한 손을 잡는 장면들이 모두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45] 애비는 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였고, 아스카한텐 츤츤츤츤만 당하다 관계 파탄, 레이는 끔살, 미사토는 카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점의 신지는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서 날 좋아해 주기만 하면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며 애정에 매우 목말라 있었다. 실제로 카오루의 '좋아한다는 뜻이야'라는 말 한방에 경계를 죄다 풀고 홀라당 넘어갔다. 게다가 인간불신에 둔감남인 신지가 알아듣기 쉽도록 자신의 목적을 그대로 설명해주며 스트레이트로 들이대기까지 하니 안 좋을래야 안 좋을수가 없는 것. [46] 카오루는 죽음 이후에 겐도의 손에 이식된 아담의 원래 육체로 돌아갔으며, 이후 레이가 그걸 흡수해서 릴리스로 돌아갔기 때문에, 보완이 진행되는 동안 거대 레이의 육체 안에는 카오루의 의식도 깃들어있었던 것 같다. 레이와는 달리 보완을 진행하는 데 큰 개입은 안 한 것 같지만, 겐도와 신지의 눈 앞에 카오루가 직접 나타나기도 한다. [47] AT필드풀었다는 건 아예 마음의 벽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것으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제대로 연 적이 없었던 신지가 얼마나 카오루에게 깊게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48] 바르디엘 전에서 더미 플러그가 통한 것도 신지를 살리기 위한 유이의 선택이란 설도 있다. 다른 때였다면 신지가 위험할 경우 그냥 폭주해서 사도를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발디엘 전은 토우지 때문에 신지의 전투의지가 없어서 폭주조차 불가능했었기에 더미 플러그를 받아들였다는 것. [49] 이것은 겐도에게도 일부 적용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겐도는 같은 자기 보존 원리일지라도 유이와 같이 인류라는 보편성까지 포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그곳에서 영원히 안존하려는 지극히 사적인 자기 보존욕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유아기적인 욕구에 사로잡힌 인물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여기가 겐도와 신지가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50] 초호기의 흉부에 박힌 이호기의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뽑아서 역으로 이호기의 머리에 쑤셔넣어 쓰려뜨렸다. [51] 2화에서 보인 그 추태가 주 원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에 대해서 안노 히데아키 취성의 가르간티아 각본을 쓰는 우로부치 겐에게 한 말을 보면 "1화부터 주인공이 성공적으로 출격해서 적을 섬멸하는 건 무리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넣은 장면인 듯 하다. [52] 사람 깔보는 나쁜 버릇을 가진 아스카도 신지가 소문의 서드 칠드런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53] 야시마 작전에 쓰인 포지트론 라이플은 엄청난 고출력만큼이나 재충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아주 정밀한 조준과 집중력이 필요한 무장이었다. 아무리 초정밀 컴퓨터로 조준을 보정했다고는 하지만 한 번 포격에 실패하면 라미엘의 특성상 즉각적인 반격이 들어오니만큼 정말로 위험한 임무였다. [54] 첫 출격인데 에반게리온 타고 처맞으면 파일럿도 아프다는 중요한 사실을 아무도 안 알려 줬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갑자기 팔이 부러지고 안구를 쑤시는 고통이 엄습해오는데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55] 즉 신지는 몸의 절반이 박살나는 고통을 깡으로 버텼다는 말이 된다. [56] 사키엘 전은 아무런 훈련도 없이 출격한 첫 실전인 탓에 무력하게 당했기에 특히 본인이 처음으로 직접 전투로 섬멸했던 샴셸 전의 경험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AT 필드를 중화하고 팔레트 건을 갈기는 전법을 취했지만 샴셸은 AT 필드가 중화된 상태의 맨몸으로 두들겨 맞고도 전혀 타격이 없기에 신지는 에바의 괴력으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근접전투로 전법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사도를 섬멸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었던건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사용한 육탄전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후의 사도와의 전투에서 신지는 우선 원거리 무기로 간을 보다가 어느정도 차이가 좁혀지면 육박전으로 전투방식을 바꾸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57] 제르엘전에서의 영호기와 이호기의 파손에 대해서는 이후의 리츠코나 휴가 등을 통해 나오는데, 에바의 자가복구력을 완전히 넘어서서 제레를 통하여 예비 파츠를 인수받아 고쳤다고 한다. [58] 다만 제르엘 전의 참패는 작품내내 아스카가 보인 문제인 낮은 판단력이 드러난 대목으로, 탄창이 빌 정도로 사격을 퍼부었어도 효과가 없었다면 전법을 바꿔야 했는데 그냥 사격 유지를 선택했다. 거기에 이놈의 사도가 격벽을 한 방에 날렸던 사실이 이미 알려졌을 텐데도 제자리에서 공격을 지속하는 건 좋지 않은 판단이다. 신극장판에서의 마리가 제자리 말뚝 딜을 고수하는게 아니라 시시각각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수단으로 제10사도를 공격해 유효한 방법을 찾아보는 모습과 비교된다. [59] 기존의 근성을 앞세우는 전통적인 로봇 만화 주인공의 기믹을 아스카가 갖고 있었는데, 아스카는 극중 내내 전투요원으로서 부적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찮고 한심한 행보로 일관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거의 '희화'에 가깝게 그려지고 있다. 신지가 근성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서만 그 엄청난 근성을 발휘하면서 전투에서는 감정보다는 이성과 객관적인 상황을 중시하였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제작진들이 기성 로봇만화 주인공에 대한 안티테제를 분명히 박아놓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얼 로봇물의 대표적인 주인공으로 불리는 아무로 레이조차도 극중 초중반까지 무단행동을 심심찮게 벌였다는 것을 상기하자. 다만 아무로 레이의 경우는 기존의 로봇만화 파일럿보다는 오히려 신지와 더 가깝다. 사실 아무로 레이 역시 신지와 비슷하게 내성적인 성격이며 단지 이 때는 절망적인 화이트 베이스의 상황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무단행동을 일삼은 거지 열혈이나 근성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아무로 레이의 나이는 신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60] 지금도 로봇만화 주인공, 특히 중학생 이하 소년 주인공은 히이로 유이 같은 특별 케이스가 아닌 이상,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거의 대부분 또래 동료들의 팀웍 정도를 제외하면 지휘부와 대립하기 쉬운 저돌에 가까운 근성열혈 캐릭터로 그려진다. 화려한 액션과 화끈한 전투를 앞세워 시청률을 모아야 하는 로봇만화에서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이기 쉽다. 고뇌하고 방황하는 인간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이카리 신지가 인기가 많은 반면에, 너무 어른스럽고 모범생같은 전사로서의 면모에는 관심이 덜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다모토는 자신의 코믹스에서는 파일럿으로서의 신지에게 좀 더 열혈적인 성향을 부여했다. [61] TV판에선 안에 탄 사람이 누군지는 전투가 끝날 때까지 몰랐지만 신극장판에선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로 전투에 임했다. [62] 게다가 이 시점엔 토우지&켄스케와 친구 관계도 아니었다. 오히려 출격 전에 토우지에게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아서 관계가 껄끄러웠는데도 이 둘을 구하려 든 것이다. [63] 실제로 N2 폭발을 근거리에서 맞았던 네르프 본부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반면에 신지가 발을 구르자 꼭대기가 박살났다. [64] 하지만 TV판과 신극장판 둘 다 곧장 이카리 겐도에게 원격으로 LCL 용액의 농도를 조작당해 제지당했다. [65] 심지어는 엉망인 부자관계나 마지막에 무너지는 것까지도. [66] 에반게리온에서 그나마 호불호가 덜 갈리는 캐릭터인 나기사 카오루조차도 싫어하는 사람이 제법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67]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아스카가 양산형 에반게리온에게 처참하게 당해서 고통에 몸을 뒤틀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68] 카츠라기 미사토 역시 어린시절부터 최악의 유년기를 보낸 것과 비슷하다.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의 죽음, 사도와의 목숨을 건 싸움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연인이었던 카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신지와 아스카를 비롯한 인간관계에 의한 마찰 등이 있다. 미사토가 어른이라고 해서 인내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69] 일반적으로 300점이 넘으면 매우 심각한 수치다. [70] EOE 시작 시점에서 나기사 카오루, 카지 료지. EOE 중반을 넘어가며 아스카 + 미사토도 추가되며, 만화판에서는 스즈하라 토우지가 추가된다. [71] 저 정도면 사실 죽을 기력조차 없어서 죽을 생각도 못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떠한 생각도 제대로 의식에 맺히지 않고 뿌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오히려 항우울 치료를 어느 정도 해서 조금 호전되면 죽을 기력이 생겨서 가장 위험하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저런 피폐한 정신상태로도 에바에 타면 죽기살기로 싸우는 게 신기할 따름. [72]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람보가 있다. 오히려 미군처럼 전투경험이 많은 군대에서는 첫 전투 후 문제가 안 생기는 사람을 더 경계하고, 이후 실전경험자들의 정신치료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다. [73] 물론 제레 뿐만 아니라 이카리 겐도 또한 자기만의 임팩트를 일으키려고 시도하고 있었으나, 결국 레이가 본편처럼 자기 의지로 겐도를 거부하고 신지에게 그 선택권을 맡겼을 테고, 만약 상황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흘러갔으면 아마 신지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코믹스판에서는 신지가 아스카를 본인의 의지로 구하러 갔기 때문에 본편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갔다. 다만 양산형 에반게리온들의 스펙이 거의 사기적으로 묘사되어 신지가 조종하는 초호기조차 그들을 막지 못하고 인류보완계획이 발동되기는 했지만... [74] EOE의 결말에서 아스카가 신지를 용서하기는 했지만, 보완이 진행되면서 공유된 둘의 기억과 신지의 위와 같은 행동은 신지를 사랑했던 아스카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75] 반대로 생각한다면 신지에게 비호감과 반감을 가지는 소비자들의 감정자체가 일종의 소비자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기에 생겨나는 동족혐오면서, 동시에 자신과 같은 여린 면모도 비추기에 생겨나는 동질감이 뒤섞임으로써 생겨나는 애증의 감정이다. 즉, 안티들에게 까일 땐 까이더라도, 옹호받을 땐 옹호받는 타입인 셈. 다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동족혐오나 애증이 생긴다기에는 팬덤의 의견이 반반 갈라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76]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이나 한국이나 버블경제가 터져서 결국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고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사회적으로 헬게이트 시대가 열렸다. [77] 물론 직선적인 완성형 영웅 캐릭터도 잘 만들면 오랫동안 사랑받고 회자되며 완성형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쿠죠 죠타로라든가. 다만 다수의 영웅 캐릭터도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자기만의 고뇌를 가진 경우가 많다. [78] 출처: 코믹스판 1권에 수록. [79] 이 때는 주로 처음으로 천장을 찍는 뉴비의 입장에서 쓰이며, "익숙한 천장이다."라고 변형되어 올드유저가 가챠천장을 당연하게 자주봤다는 식으로도 쓰이기도 한다. [80] 사고나서 정신 차려보면 낯선 천장이라는 끔찍한 실황 겸 밈이다. 바이크 특유의 위험성 때문에 "익숙한 천장"이라는 바리에이션까지 나왔다. [81] 이 쪽은 과음으로 인해 블랙아웃이 되거나 다쳐서 병원에 실려가거나 장기간 지나친 음주로 건강상 이상이 생겨 실려간 경우다. [82] '오레'는 어린 애들이 주로 사용하는 '보쿠'에 비해 좀 더 나이가 있는, 자기 주장이 강한 남성적 표현. 신지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장면 이후론 다시 '보쿠'를 쓰므로 당시 오락가락하고 혼란스러운 신지의 심정을 표현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83] 이때 대사는 "애당초 오늘 아침 식사 당번은 누구였었죠?" [84] 출처 시마모토 카즈히코의 라디오 '만화틱하게 가자' 219, 22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