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랑(양한교체기)

"나의 모친은 성제의 가희로, 황제의 총애를 받아 몸에 황기를 들이시고 이내 나를 잉태하셨다. 이에 성제의 황후 조비연이 해치려 들자 어머니께선 나를 다른 사람의 아들이라 거짓말하고 촉으로 피신한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낭중 이만경(李曼卿)이 촉으로 찾아와 내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나는 17살에 단양(丹陽)에 이르러, 20살에 장안으로 돌아왔으나 다시 쫓겨나 중산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하늘이 나를 연(燕), 조(趙) 땅으로 인도하셨다."

"설령 성제가 살아돌아온다 하여도 천하를 얻을 수 없거늘, 어찌 자여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돌아가거든 몸이나 제대로 보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단은 비록 비루하나 모두가 힘을 합쳐 지키고 해와 달이 아직 광활히 비추고 있어, 임금과 신하가 한 몸이 되어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