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8 23:28:51

헬레네

엘리시온에 들어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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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Helene_Paris_David.jpg
사진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 파리스와 헬레네(Les Amours de Pâris et d'Hélène)의 일부이다.

1. 개요2. 일대기
2.1. 트로이 전쟁 이전2.2. 트로이 전쟁2.3. 트로이 전쟁 후2.4. 그리스 비극에서의 행적
3. 그 외4. 대중문화 속의 헬레네5. 토성 위성6. 관련 문서7.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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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트로이아인들과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아카이오이족이 저런 여인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오.
그 생김새가 너무나 불사의 여신을 닮았으니 말이오.
- 일리아스 3권 156-158, 천병희 역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헬레네(Ἑλένη그리스어)는 프시케와 더불어 그리스 신화 인간 여성들 중 최고의 미녀[1]이자, 제우스와 순혈 인간 여성(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몇 안 되는 네임드 반신 이다.[2] 본인의 의도와는 아무 관련도 없이 사람들과 나라가 멋대로 휘말려들어 파멸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팜므 파탈의 대표격인 인물로 꼽힌다. 외모는 금발의 미인으로 묘사된다.[3]

Helene는 고대 그리스어 발음이고, 현대어로는 기식음과 모음 단순화 과정을 거쳐 철자는 같은데 엘레니(Eleni)로 발음된다. 영어로는 헬렌(Helen)이라고 하며 아일랜드 지방에선 에일린(Aileen)이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선 엘렌느(Hélène), 독일에선 헬레나(Helena),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남부유럽에선 엘레나(Elena)라고 한다.

2. 일대기

2.1. 트로이 전쟁 이전

제우스 레다의 딸[4]이며 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에게 접근할 때 백조로 변했기 때문에, 레다는 백조(제우스)의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네 명(두 아들과 두 딸)이 태어났다. 아들인 카스토르 폴리데우케스( 폴룩스), 딸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헬레네 중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레다의 인간 남편인 튄다레오스의 자식으로서 필멸의 운명을 타고났고 폴리데우케스와 헬레네는 제우스의 자식으로서 불사를 얻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움으로 소문났으며, 때문에 소녀 시절에 테세우스에게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헬레네의 오빠들인 디오스쿠로이 형제는 테세우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테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그녀를 되찾아오고 보복으로 테세우스의 어머니 아이트라와 여동생 클리메네를 노예로 잡아온다. 아이트라는 폴룩스와의 사이에서 딸 나이아드를 낳았고 클리메네는 카스토르와의 사이에서 아들 에우몬을 낳았다는 전승이 있다.[5]

신의 아이로 태어나 자랄수록 아름다워진 헬레네가 혼인 적령기가 되자 구혼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단순히 미녀라서 그런 건 아니고, 튄다레오스의 아들들인 디오스쿠로이가 하늘로 올라가고 자매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미케네의 왕비가 되면서 자연스레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상속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아트레우스 가문 메넬라오스와 결혼하게 된다. 메넬라오스는 헬레네의 형부인 아가멤논의 동생이므로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면 집안끼리 정략적인 혼인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결혼은 약탈혼이지만[6], 미케네 문명기를 다루는 당시 신화에서 미케네는 문명의 중심이었으며 일리아스에서도 미케네의 패권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스파르타 왕실에서 미케네 왕의 동생과 결혼하는 건 패권을 위해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일리아스를 비롯한 여러 신화에서 메넬라오스는 스파르타의 왕으로 나오는데, 디오스쿠로이가 하늘로 올라가 스파르타의 왕이 되지 못하자 그 대신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의 남편으로서 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찾아오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벌인 건 단순한 가정사와 명예의 문제만이 아닌, 스파르타의 왕위 정통성을 위해서 헬레네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이때 그리스 전역의 쟁쟁한 영웅들이 질투심 때문에 서로 다투게 될 것이 두려워서 튄다레오스는 선뜻 사윗감을 고르지 못했는데, 구혼자 중 하나였던 오디세우스는 이타케 같은 가난한 섬의 왕인 자신이 헬레네와 결혼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7]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8]를 아내로 맞이하는 대가로 그에게 해결책을 귀띔해 주었다.

그 해결책이란 구혼자들 중 누가 헬레네의 신랑으로 낙점되든 승복하고, 누군가가 이 결혼을 훼방할 경우 함께 힘을 합쳐서 싸우도록 맹세를 시키는 것이며 튄다레오스는 그 귀띔을 받아들여 구혼자들로부터 맹세를 받아냈다.[9] 이는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계책을 내놓았던 오디세우스 또한 마찬가지로. 오디세우스는 새신부인 아내 페넬로페와 갓난아기인 텔레마코스를 두고 가는 것도 찜찜한데 동행하면 20년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집이 망가지리라는 예언 때문에 미친 척까지 하면서 안 가려고 했지만 팔라메데스의 계책에 걸려[10]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이때 얼마나 원한을 품었는지, 나중에 팔라메데스에게 트로이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워 공개처형을 해 버렸다.

2.2. 트로이 전쟁

메넬라오스와의 사이에서 딸 헤르미오네를 낳고 잘 살다가 딸이 9살일 때에 스파르타에 놀러왔던 파리스에게 반해서 트로이로 따라가게 된다. 이에 대한 다른 이야기론 파리스의 심판에서 선택받은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게 해준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아들인 에로스를 시켜 헬레네의 가슴에 금화살을 쏘게 하여 파리스에게 반하게 만들든가, 메넬라오스가 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파리스가 헬레네에게 청혼을 하며 이를 거절하려던 헬레네의 입을 아프로디테가 막아서 대답을 못하게 해서 헬레네가 강제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하여 트로이 전쟁이 벌어졌다.

일리아스에선 항상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극중 내내 우울해하는 데다가 조국을 버리면서까지 쫓아갈 만큼 사랑했던 파리스에게마저 실망하다 못해 정나미가 다 떨어져서 차라리 메넬라오스한테 죽지 망할 인간아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사실 일리아스의 파리스는 친형이자 작중에서 인품과 무력, 카리스마가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대영웅 헥토르마저 "저 놈이 내 동생만 아니면 그냥!"하고 분노할 정도로 발암 찌질이라서 이상할 게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남편인지 싸우는 새, 그새 누그러들어 다시는 함부로 맞서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트로이 사람들에게는 역병신 취급을 받아서 매우 띠꺼운 취급을 당했지만 시아버지 프리아모스와 시숙인 헥토르만은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헥토르는 아킬레우스가 파업한 동안 헬레네를 돌려보내 싸움을 끝내게 하려고 고군분투했다. 그 때문에 헥토르가 죽자 장례식에서 슬퍼했다.

파리스가 필록테테스에게 살해당한 후에는 그의 형제 데이포보스의 아내가 되었는데, 헬레네는 앞의 두 남편과 달리 데이포보스는 사랑하지 않아서 이 결혼도 달갑지 않게 여겼다. 데이포보스가 어찌나 싫었던지, 트로이가 멸망할 때 메넬라오스가 왕궁에 진입하여 데이포보스와 결투를 벌이자 헬레네가 뒤에서 데이포보스를 습격해 메넬라오스를 도와줬다고 한다. 메넬라오스는 데이포보스를 잔인하게 죽이고 시신마저 난도질해 분풀이를 한 뒤, 헬레네까지 죽이려 했으나 마음이 흔들려 단념하고 살려서 데려갔다.

2.3. 트로이 전쟁 후

트로이가 망하고 나서는 메넬라오스와 재결합, 이집트를 거쳐 스파르타로 돌아와 편하게 살았다. 별별 놈들을 다 휘말려 들어서 고생하거나 죽게 해놓고 혼자서 해피엔딩.[11] 그리스 신화에서 보기 드물게 잘 끝난 케이스 중 한 명인데, 이는 헬레네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이용당한 것도 있고, 친오빠 폴리데우케스처럼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제우스의 딸이다 보니 특별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12]

오디세이아에서는 은근히 자신을 향한 메넬라오스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하다. 오디세우스가 오기기아 섬에서 칼립소에게 7년이나 묶여서 행방불명되어 아버지 소식을 찾으러 떠난 텔레마코스가 스파르타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트로이의 수호상인 팔라디온상을 손에 넣어야 트로이를 함락할 수 있다는 예언 때문에 팔라디온상을 훔치러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트로이에 잠입했을 때 팔라디온상 진품을 그냥 내주면서 도와준 얘기를 했다. 그때 메넬라오스는 싸늘하게 트로이의 목마 속에서 헬레네 때문에 죽을 뻔한 얘기를 해준다. 자기 전에 이집트 왕에게 선물받은 ‘고통을 잊는 약’을 먹고 자야 할 정도다.[13]

오디세이아에서는 눈치 빠르고 흐름을 잘 파악하는 여인처럼 묘사되는데, 아버지를 찾으려고 망망대해를 떠난 텔레마코스를 보고 단번에 오디세우스의 아들임을 알아차린다. 아내를 겨우 되찾아온 남편 메넬라오스가 소심하고 둔하게 묘사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14] 텔레마코스가 아버지 건으로 심적으로 힘들어하자 귀국 도중에 이집트에 들러 모은 재물들 중 하나인 약을 섞어 텔레마코스에게 먹이기도 했다.

오디세이아에서만이 아니라, 일리아스에서도 파리스를 구하고 유모인 노파로 변장한 아프로디테를 보자마자 여신임을 바로 눈치채고 "그렇게 파리스가 좋으면 여신님이나 붙어먹으세요."라며 인간으로서는 매우 앙칼진 말을 내뱉는다. 물론 분노한 아프로디테가 "미인으로서 얻은 명성은 나의 축복이므로, 내가 도로 뺏어서 너를 아무것도 아닌 여자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하자 바로 고개를 숙였지만. 사실 아프로디테는 자신에게 대항하는 인간에게 곧바로 벌을 내리는 성격이지만, 헬레네가 제우스의 딸이라 내색할 수 없었을 듯하다. 거기다 일리아스의 아프로디테는 헤시오도스 신화와 달리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로 묘사되기 때문에 자매지간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

한편 헬레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라를 망하게 한 악녀라고 하기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헬레네가 가족과 나라를 저버린 건 에로스의 금화살을 맞아서인데, 그 화살의 능력은 에로스 본인도 거부하기가 불가능함을 생각하면 헬레네가 저지른 일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히려 일리아스 본문에서 프리아모스는 이렇게 평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고 프리아모스는 큰 소리로 헬레네를 불렀다.

"이리 오너라, 아가! 내 앞에 앉아 네 전 남편과
친척들과 친구들을 보도록 해라.
네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아카이오이족의
이 피눈물 나는 전쟁을 내게 보내준 신들에게 있다."―
『일리아스』 2권, 「161~165행」, 호메로스, 천병희

그러나 그리스 신화 세계관과 시인들의 기본적인 바탕은 인간이 어떠한 감정이나 상황에 휩싸였을 때, 그 원인을 신에게 돌린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15]

예. 해일이 일어나 배가 뒤집혔다. = 포세이돈의 분노다. 용기와 영웅적 면모가 뛰어나다. = 아레스의 복을 받았다.

따라서 에로스의 화살은 신화적인 해명일 뿐, 아무 마음도 없던 헬레네가 갑자기 화살 한 대 맞고 파리스를 좋아한 것이 아니다.[16] 또한 아프로디테 여신이 파리스에게 주기로 한 것이 최고의 미인이 아닌, 모든 이를 매료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고 하는 해석이 존재하는 만큼 불씨의 원인은 어쨌든 헬레네가 맞다. 어찌되었건 기구한 운명임은 옳은 말이고, 진정 탓하려면 태어나자마자 파리스와 눈이 맞게 되리라 확정시킨 운명의 신과 여신들을 탓해야 한다.

2.4. 그리스 비극에서의 행적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 트로이아 여인들》에서는 메넬라오스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목숨을 구걸한다. 자신이 트로이에 오게 된 이유는 첫 번째로 헤카베가 파리스를 낳은 것, 두 번째는 프리아모스가 파리스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파리스가 세 여신의 심판에서 아프로디테를 택하는 바람에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자신을 줘서 트로이에 왔다고 한다. 파리스가 죽은 후에는 강제로 데이포보스의 아내가 되었고 몰래 밧줄을 타고 탈출하려다가 발각됐다고 한다. 그리고 헤카베에게 "그대는 자신의 사악함을 미화함으로써 여신들을 바보로 만들지 말아요. 현명한 이들은 설득되지 않을 테니."라고 대차게 까였다. 헤카베는 헬레네가 빼어난 미남인 파리스를 보자마자 반했고, 메넬라오스의 궁전은 헬레네가 사치에 탐닉할 수 있을 만큼 넉넉치 않았기에 황금이 넘치는 트로이에 온 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헬레네의 말대로 파리스가 헬레네를 납치했으면 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는지 묻고, 도와달라고 비명은 질렀냐고 따진다. 그때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도 쌍둥이자리가 되기 전이라서 스파르타에 있지 않았냐고 반박한다. 트로이 전쟁에서는 메넬라오스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를 칭찬했고, 헤카베가 떠나라고 했는데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헤카베의 반박을 들은 메넬라오스는 아르고스에서 헬레네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헬레네》에서는 조금 다르게 어레인지했다. 트로이에 있던 헬레네는 신들이 만들어낸 가짜이고 진짜 헬레네는 이집트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보호받고 있었던 것.[17] 헤라는 세 여신의 심판에서 패배하자 앙심을 품고 파리스에게 가짜 헬레네를 줬고, 진짜 헬레네는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가 이집트에 데려다 줬다. 전쟁이 끝날 때쯤 해서 헬레네를 보호해주던 프로테우스 왕이 죽고, 프로테우스와 프사마테의 아들 테오클리메노스가 치근거려서 정조의 위기가 왔는데, 마침 귀환 중에 이집트로 흘러들어온 메넬라오스와 만나서 진실을 밝히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쪽은 그나마 정상적인 해피엔딩이지만 10년 동안 가짜를 두고 죽고 죽인 그리스인과 트로이인만 새됐다는 게 문제. 헤로도토스도 이 설을 채택했다. 그는 '트로이인들도 바보가 아닌데 헬레네가 있었다면 돌려주지 않았겠느냐.'라면서 헬레네가 없었을 것이라 주장했다.[18]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오레스테스》에서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아르고스 인들이 두려워서 딸 헤르미오네에게 언니의 무덤에 제주를 바치라고 시킨다. 오레스테스와 필라데스에게 살해당할 뻔 했지만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이복오빠 아폴론에게 구출되고, 디오스쿠로이처럼 별자리가 되어 선원들을 돕게 된다.

3. 그 외

스파르타에서도 준신급으로 숭배받았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를 위한 성소를 발굴해보니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바친 봉납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로데스와 똑같이 스파르타에서도 헬레네는 나무들에게 봉헌했던 다산의 여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한 스파르타의 명문 가문에서 얼굴이 추한 딸이 태어났는데, 아이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던 소녀의 유모가 매일 헬레네 신전에 소녀를 데리고 갔는데, 그 소녀는 장차 스파르타의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한다.

스파르타 출신 여인인 만큼 달리기와 씨름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헬레네의 혈통은 라케다이몬의 아틀라스-플레이오네 혈통, 뮐레스의 렐렉스 혈통, 고르고포네의 다나오스 혈통[19]이지 후대의 도리스모스 방언 사용자들과는 무관하다. 다만 일리아스에서 파리스를 갈구는 모습이나, 직전 헬레네를 꼬이러 온 아프로디테를 아테나의 버프 같은 것도 없이 변장을 간파하고, 그가 신인 것을 알아보고도 '누구 뚜쟁이 짓을 하려거든 너나 그 남자에게 가라.'고 말할 정도로 기개는 대단하고 영리한 여자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헤르미오네는 이후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와 결혼했는데, 헤르미오네 자신의 사촌인 오레스테스에게 남편을 잃은 뒤 오레스테스와 재혼했다.[20] 오디세이아에서 텔레마코스가 메넬라오스를 찾아왔을 때 마침 헤르미오네가 네오프톨레모스와 결혼식을 올리고 프티아로 떠난 직후라고 묘사된다. 반대로 암흑시대 이후 신화에서는 이 시점에 둘이 결혼한 지 한참 뒤이다. 트로이 전쟁 후 10년 뒤, 즉 오디세이아 시점에서 헤르미오네는 자신은 남편에게 외면당해 자식도 없는데 안드로마케는 남편의 총애를 독차지해 아들까지 낳은 상황에 위기감을 느껴 아버지에게 안드로마케를 모함하고, 이에 메넬라오스는 안드로마케와 몰로소스 모자를 죽이려고 하며, 네오프톨레모스의 조부인 펠레우스가 이를 저지하고, 이후 네오프톨레모스는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하고 헤르미오네는 오레스테스와 재혼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헬레네'의 원형은 원시 인도유럽 신화 시절에 스웰레나(*swelena)라고 불리는 여신이었던 듯하다. 이름의 뜻은 '빛의 여인' 정도. 즉 달이나 빛과 관련 있는 여신이었다. 어쩌면 새벽 빛의 여신이었을 수도 있다.[21] 이러한 신격이 세월이 지나 그리스 전승에서는 주신(제우스)의 인간 딸 또는 준신으로 위치가 조금 격하된 것. 고대 그리스에서 헬레네가 준신급으로 숭배받음도 유래를 따지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전승이 변하고 변한 끝에 태양이나 새벽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다산이나 식물과 관련된 준신 정도로 통했다.

스웰레나 시절의 신격은 디오스쿠로이의 원형인 원시 인도유럽 신화의 '신성한 쌍둥이'와 매우 관계가 깊었다. 현전하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헬레네와 디오스쿠로이의 관계는 남매 관계로 상당히 밀접하다.

오빠 폴리데우케스와 마찬가지로 제우스의 사생아임에도 불구하고 헤라의 미움을 사지 않은 드문 케이스다. 이 또한 헬레네의 신화상 기원과 연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4. 대중문화 속의 헬레네

어째선지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타이틀치고는 호불호가 갈리는 외모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헬레네가 유명세에 비해 막상 서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남편 파리스 또한 단독 주인공이라기엔 애매한 인물인지라, 브리세이스/ 안드로마케/ 폴릭세네 등 중요도가 더 높거나 혹은 더 주인공스러운 다른 남캐( 헥토르 혹은 아킬레우스)와 엮이는 여성에게 더 예쁜 배우나 작화가 돌아가기 때문이다.[22]

또다른 의견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 그냥 호불호가 갈려서 그런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영화 트로이에서도 아예 헬레네를 출연시키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야기가 진행이 안된다고 결국 넣었다고 한다.

4.1.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파일:헬레네.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jpg
파일: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헬레네.jpg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7권, 15권에서 어릴 때 테세우스에게 납치당했다가 오빠들인 카스토르, 폴뤼데우케스에게 풀려나면서 잠깐 등장한다. 이후 9권~14권에서 황금사과와 트로이 전쟁 에피소드를 다룰 때 성인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홍은영이 그림을 맡은 구판에서는 금발벽안이지만 서영수가 그림을 맡은 신판에서는 머리카락 색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9권에서는 구혼자들 중 메넬라오스를 남편으로 선택하며 스파르타의 왕비가 됐지만, 에로스의 금 화살을 맞고 파리스를 사랑하게 되어 메넬라오스가 카트레우스의 장례식에 간 사이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갔다. 10권에서는 신판 한정으로 파리스가 가족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추가됐는데, 프리아모스 헤카베는 헬레네의 미모에 감탄하고 카산드라는 헬레네가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 테니 당장 쫒아내야 한다고 일갈한다. 카산드라의 말을 듣고 저는 여기서 내쳐지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운다. 그리스 군이 트로이를 침략하자 카산드라가 "그리스 군이 쳐들어 왔어. 이제 트로이는 불바다가 될 거야! 모두 자네 때문이야. 어떡할 거야?"라고 분노하자 "메넬라오스가 날 찾으러 왔구나, 그 동안 날 얼마나 원망했을까?"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11권에서는 이리스에게서 파리스와 메넬라오스가 자신을 두고 결투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고, 트로이의 성벽 위에서 두 사람의 결투를 보며 죄책감 때문에 오열한다. 그러나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구출되자 왜 비겁하게 싸움을 피해서 돌아왔냐고 따진다.[23]

13권에서 파리스가 필록테테스에게 화살을 맞고 실려오자 울면서 남편을 부른다. 파리스 사후 데이포보스가 자신도 헬레네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난 어렸을 때부터 이 외모 때문에 테세우스에게 납치된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데이포보스마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며 속으로 불쾌한 건지 괴로운 건지 모를 심정을 드러낸다. 14권에서는 아테나 여신상을 훔치러 온 오디세우스 디오메데스에게 진짜 아테나 여신상을 건네줬고, 신판에서는 데이포보스와의 결혼식이 나왔다. 트로이가 함락될 때 데이포보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에서 데이포보스의 머리를 화분으로 쳐서 메넬라오스가 이길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분노한 메넬라오스는 "전쟁을 일으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으니 너도 죽어야 한다"라고 일갈하며 칼을 들이민다. 이에 울면서 옷섬을 풀고 가슴을 드러내 "자, 찌르세요"라고 하지만, 그녀가 옷섬을 전부 풀어서 가슴 전체와 유두를 드러내기 전에 메넬라오스는 칼을 떨어뜨리고 헬레네를 죽이지 않고 끌어안아서 용서한 뒤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18권에서는 아버지인 오디세우스를 찾아 헤매던 텔레마코스에게 조언해 주는 역할로 등장.

설정상 그리스 최고 미녀인데 홍은영 버전에선 거의 언제나 두툼한 입술이 그려져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외모가 되었다.[24] 미녀가 맞긴 하지만 다른 여성 캐릭터들보다 못생기고 삭아보일 정도.[25][26] 이에 반면, 서영수 버전에서는 원전에 맞는 엄청난 미모로 그려졌다.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 7권에서는 구판에서의 외모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구판 때와는 달리 입술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그런지 원전의 내용에 맞는 미인이 되었다.
파일:IMG_헬레네신판.jpg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신판

신판에서는 구판에서의 헬레네가 호불호가 갈린 점과 달리 헬레네가 그리스 최고 미녀란 것에 대해 딱히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흰 피부에 갈발녹안이며,갖가지 장신구들을 둘러 아름다운 모습이다. 첫 등장[27]에서는 머리엔 왕관을 쓰고, 배꼽이 보이는 의상과 푸른색 치마를 입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파란색 옷을 계속하여 입으며 첫 등장때 입었던 옷은 공주 시절의 헬레네의 의상인듯 하다.[28]

4.2. 그 외

  • 헬레네와 관련된 말 중에 "이 얼굴이 배 1천 척을 출정하게 한 얼굴이란 말인가."라는 게 있는데 이 대사는 일리아드가 아니라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또 사실 일리아스에서 그리스 함대는 481척밖에 되지 않는다.[29] 노을진 성벽에 나타난 헬레네를 본 사람들은 "과연 전쟁을 일으키게 할 만한 미모로다."라고 극찬했다고. 이를 두고 그리스인들은 여자 때문에 전쟁났는데도 외모에 반해서 정신 못 차린다고 까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리아스에서 이 대사가 나오자마자 "하지만 저 여자 때문에 우리 아들들이 많이 죽었다. 저 여자는 빨리 트로이를 떠나는 게 좋다." 하고 한탄하는 내용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웹툰 파리스의 선택에서는 2회차 인생을 하는 파리스의 농간에 의해 파리스가 아닌 아가멤논을 사랑하게 된다.
  • 괴테의 대표작인 파우스트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해 저승에서 소환되어 파우스트 박사와 결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이 죽자 슬퍼서 같이 하데스로 내려간다. 일부 번역본은 자살이라고 그대로 서술하기도 한다.
  • 단테의 지옥에선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죄로 지옥에서 고통받는다.
  • 영화 트로이에서는 다이앤 크루거가 연기하였다. 그리스 최고의 미녀라는 묘사에는 조금 걸맞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고[30]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력도 별로였지만, 어차피 영화 속 비중이 별로 없어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아름다운 헬레네>에서는 찌질한 남편과 결혼 생활 중 센스 넘치는 양치기 파리스를 만나 트로이로 도주하는데 남편 몰래 달아나는 게 아니라 나라에 닥친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해소하기 위해 대신 제사를 지내달라는 남편의 간청을 받고 떠난다. 물론 이 역시 파리스가 메넬라오스를 비롯한 왕들을 속인 것이다. 찌질한 메넬라오스는 눈 뜨고 파리스에게 속아 헬레네를 도망시켜 준 셈인데, 이에 대해서 당시 정부의 어리석고 무능함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 게임 타임 프린세스에서도 헬레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스토리 '스파르타의 헬레네'가 있다. 근데 여기서는 원전 신화에서는 딱히 접점도 없는 아폴론과 아킬레우스와 플래그가 있다. 그 외에도 자세히 보면 헬레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만 따왔는지 원전과 동떨어진 설정이 꽤 있다.
  •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25권에서부터 등장한다. 외모는 금발금안 미녀로 묘사되며, 성격은 '빼어난 미모 때문에 고생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함', 능력은 '미모로 매력 뽐내기', 특기는 '유연한 사고, 빠른 결단', 한마디는 "평범한 얼굴로 태어났더라면!"으로 소개됐다. 캐릭터 소개에 붙은 해시태그는 '#지상 최고의 미녀 #구혼자들의 맹세 #트로이아 전쟁의 불씨 #헬레네의 납치'. 에로스의 금 화살을 맞고 파리스와 사랑에 빠져 메넬라오스가 보는 앞에서 트로이로 도망갔다. 메넬라오스는 도망간 파리스와 헬레네를 보며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어서라도 헬레네를 되찾겠다고 다짐한다. 27권에서 파리스가 죽고 나서 금 화살의 효과가 사라져 고향인 그리스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돌아가도 자신은 무사하지 못한 걸 우려해 프리아모스 왕의 뜻에 따라 데이포보스와 결혼한다. 트로이가 점령당할 때 메넬라오스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제물이 필요하다며 데이포보스의 뒷통수를 친다. 28권에서 다시 스파르타의 왕비가 된 뒤 포로가 된 트로이 여인들을 외면한다. 또, 텔레마코스가 오디세우스 소식을 들으러 찾아왔을 때 메넬라오스와 사이가 안 좋다는 전승을 적용했는지 페넬로페가 정절을 잘 지킨다는 메넬라오스 말에 찔린다.

5. 토성 위성

토성의 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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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e
헬레네
파일:Vf3QPWN.jpg
임시 명칭 S/1980 S 6
모행성 토성
지름 약 35.2km
발견 날짜 1980년 3월 1일
카시니-하위헌스가 19,000 k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모습. 토성을 배경으로 찍어서 배경색이 밝다.

헬레네(Helene) 또는 토성 XII는 토성의 제12위성이며 디오네 라그랑주점 L4에서 공전하는 네 개의 트로이 위성 중 하나다. 평균 직경은 35.2km 정도이며 임시 명칭은 S/1980 S 6다.

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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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체적으로 다 따지자면 신화 최고의 미녀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다. 인간에 한정하면 신들이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온갖 버프를 불어넣어 주었고 그 아프로디테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판도라나, 그 아프로디테를 향한 숭배를 멈추게 하고 사랑의 신 에로스조차 반하게 만들 정도인 프시케도 최고 미인 후보로 꼽힌다. 헬레네도 엄밀히 말하자면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약조할 당시에 살아있던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니(죽은 여자를 살려서 맺어줄 수는 없으니까), 신화 전체를 통틀어서 아름답다는 묘사가 강조된 다른 인간 여자 중에서도 동급의 미인이 있을 법은 하다. [2] 제우스의 반신 딸로는 미노스가 스토킹한 처녀 사냥꾼에다가 아르테미스의 구원을 받아 불로불사의 신이 된 브리토마르티스도 있고, 헬레네의 쌍둥이 자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일반적으로 어머니 레다와 본남편 틴다레오스의 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녀 역시 제우스의 딸이라는 전승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헬레네가 제일 유명한 편이긴 하다. [3] 시인 이뷔코스도 "금발 헬레네를 위해 수없이 노래 된 싸움을 싸우며"라고 언급했다. 출처는 《고대 그리스 서정시》 이뷔코스 - 67E (김남우 역). [4] 신화에 이름이 남은 제우스의 인간 사생아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의 피를 이어받은(달리 말하자면 불사) 딸이다. 그럴 만도 한게 일반적으로 “제우스의 자식”이라는 수식어는 창업군주가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자칭한 호칭이며, 창업군주는 일반적으로 남성이기 때문. 이는 헬레네 신화의 기원이 주신의 딸인 여신에서 기원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5] 이 부분 때문에 헬레네는 디오스쿠로이 &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쌍둥이가 아니라 더 어린 동생이거나, 레다가 주워 온 알에서 태어난 제우스의 딸이라는 설도 있다. 어린 시절에 납치됐으니 쌍둥이라면 디오스쿠로이도 그만큼 어렸을 테니까. 다만, 디오스쿠로이가 헬레네를 되찾아 올 기회를 노리다 수 년이 지나서야 겨우 구해 왔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6] 아가멤논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남편 탄탈로스 2세와 그 둘의 아들을 죽이고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강제로 결혼했다. 후일 아가멤논은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로 바친 일로 아내의 원한을 사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에게 살해당한다. [7] 오디세이아에서 이타케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부유하다고 묘사되지만 이건 왕이니까 그런 거고, 텔레마코스 메넬라오스와 만날 때 이타케가 척박한 섬으로 언급된다. 미케네 문명기 이타케는 무역으로 부유했지만 호메로스의 시대인 암흑시대 말기로 가면 이미 쇠락해져 한때의 영광이 구전만으로 남아있었으며 지금도 이타케는 굉장히 별 볼일 없는 섬이다. [8] 틴다레오스의 형제 이카리오스의 딸. [9]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는 이 맹세를 생각해 낸 이가 틴다레오스 본인으로 나온다. (그들은 틴다레오스 노인의 계략에 넘어갔던 거지. / 66~67행, 천병희 역) [10] 쟁기에다 소 대신 당나귀를 매서 밭을 갈며 씨앗 대신 소금을 뿌리는, 누가 봐도 정신 놓았다 싶은 짓을 하며 열연을 펼쳤더니만, 팔라메데스가 페넬로페의 품에 안긴 아기 텔레마코스를 빼앗아 쟁기 앞에 놓았다. 오디세우스는 차마 아들을 죽일 수 없어 방향을 틀면서 제정신임을 시인하고 말았다. [11] 다만 메넬라오스가 죽은 후 메넬라오스가 첩에게서 얻은 아들들에 의해 스파르타에서 추방당했다는 전승도 있다. 헬레네는 로도스의 여왕 폴릭소에게 의탁했지만 폴릭소는 남편 틀레폴레모스(헤라클레스의 아들)가 트로이 전쟁에서 사르페돈에게 살해당한 일로 헬레네에게 원한을 품었다. 폴릭소는 시녀들을 에리니에스로 위장시켜 헬레네를 괴롭혔는데, 헬레네는 이들에게 시달리다 자살했다고도 하고 시녀들이 헬레네를 죽였다는 전승도 있다. [12] 사실 진짜 이유는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정통 후계자이자 유일무이한 상속녀라 그녀의 남편에게 왕위 계승권이 주어진다는 것 때문이었다. 즉, 단순히 미모만이 아니라 그녀를 차지하는 자는 스파르타의 왕위까지 굴러오게 되는 것. 트로이 전쟁의 실질적인 명분이자 원인도 헬레네였으므로, 이제 와서 개인적인 분풀이로 죽였다간 10년 동안 헬레네의 구출을 위해서 아카이아군이 치른 모든 노력과 희생들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제우스가 반신 자식들 중 딸보다 아들을 더 편애한다 해도 헬레네 역시 엄연히 신의 자식인 만큼 마냥 무관심한 것도 아니며 체면과 자존심을 은근히 신경 쓰고 누군가에게 노려지거나 해를 입을 경우를 용납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당장 아테네의 영웅이자 명군이었던 테세우스는 커서 그리스 최고의 미녀가 될 무고한 어린 아이였던 헬레네를 납치하는 아동납치범죄를 저지르다 스스로 몰락과 죽음을 초래하고 말았으며, 최후에는 아버지의 허가하에 메넬라오스와 함께 엘리시온으로 입성했다. 헬레네가 전쟁의 원흉임에도 불구하고 응당한 처벌 받지 않고 고국으로 무사귀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13] 사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헬레네는 혈통 때문에 버티고 있는 상태일 뿐, 스파르타 시민들한테도 배신을 일삼는 기회주의자 매국노로 낙인 찍혀 민심을 잃은 건 자명한 상태였다. 왕비란 작자가 외교 사절로 온 타국의 왕자랑 눈이 맞아 스파르타의 보물(스파르타 시민의 세금)까지 빼돌려 달아나고, 그것을 딸인 헤르미오네가 지켜보고 있었던 데다가, 그것 때문에 트로이 전쟁까지 벌어져서 스파르타 시민병들도 다수가 전사했다. 또한 트로이에서라도 지조를 지키지 않고, 두 번째 남편인 파리스가 죽자마자 데이포모스와 재혼하거나 그리스군에게 트로이가 절대 함락되지 않게 해준다는 트로이의 국보 팔라딘 여신상을 그리스연합군 소속인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에게 팔라디온 여신상 진품을 냅다 넘겨주다가도 의도적으로 그리스 연합군들의 아내 목소리를 흉내냄으로써 목마 속에 숨어있는 그리스 연합군들을 유인해 밖으로 끌어내려는 행동을 하는 등등 종잡을 수 없는 언행들을 보여주었다. 전승에 따라서는 헬레네의 어머니인 레다도 창피해서 자살했다고 한다. 메넬라오스도 그간 첩에게서 서자들도 보고, 배신을 여러 차례 저지르는 헬레네한테 정이 다 떨어졌을 것이다. 말 그대로 메넬라오스가 '이런 여자마저도 감싸는 자상한 남편'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어 살려둔 것일 뿐이라서, 스트레스만 받는 상황마저도 감사히 여겨야 할 상황인 것이다. 물론 강력한 신들에게 조종당한 헬레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평가지만, 신들도 모든 일을 알 수 없고 속아넘어가기도 하는 와중에 평범한 인간인 메넬라오스가 스스로 진실을 알아낼 수 있기란 불가능한 일이며 당사자인 에로스와 아프로디테 모두 메넬라오스에게 진실을 밝힌 적 없다. [14] 윗 단락에서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은근히 경계하는 것은 현명한 아내로 인해 남편으로서의 권위가 위태로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거기다 앞 각주에 나온 것처럼 혈통상 스파르타 왕위의 정통성을 쥐고 있는 건 헬레네였다. [15] 비단 그리스 로마 세계관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서 예를 들어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폭풍우의 신이 경지를 물에 잠기게 하였을 때'(=폭풍우로 인해 경지가 침수되었을 때), '신이 소를 쳐서 죽게 하였을 때'(=소가 부득이한 이유로 죽었을 때)에 대한 조항도 있다. 심지어 현대에도 불가항력을 지칭하는 'act of God'이라는 법률용어가 사용된다. [16] 헬레네의 결혼 배경과 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도 남편이자 메넬라오스의 형인 아가멤논과 참고 산 걸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막상 혼인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런 현실성을 감안해 영화 트로이에선 이런 헬레네의 심리를 표현했다. 정작 파리스는 메넬라오스보다 더 형편없는 인간이라서 일리아스에서 파리스를 대놓고 갈궜다. [17] 가정의 여신인 헤라가 신성한 결혼을 지키기 위해 헬레네를 이집트에 보내 보호했다고 한다. [18] 트로이의 헬레네는 가짜 설은 트로이 전쟁과 관련하여 널리 인정받던 것으로, 시인들은 <헬레네가 트로이에 갔다>와 <헬레네는 트로이에 가지 않았다> 양쪽을 왔다갔다하며 상황에 맞게 골라 사용했다. 어쨌든 양쪽 내용의 작품이 모두 남아 있다. [19] 엄밀히는 양부 틴다레오스가 고르고포네와 오이발로스의 아들이고 오이발로스는 뮐레스와 라케다이몬의 후손이다. [20] 헤르미오네(Hermione: Ἑρμιόνη)아는 이름이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허마이오니란 이름의 원류이다. [21] 원시 유럽어를 사용한 부족의 신화에서 새벽의 여신이 주신 하늘 아버지의 딸이었을 확률은 매우 높다. [22] 캐릭터성 자체가 현대 작품에서 높은 비중으로 그리기엔 심히 애매한 것도 있다. 신들의 계획이니뭐니해도 따지고보면 외간 남자와 눈맞아 바람난 불륜녀일 뿐이다. 착하게 그린다면 불륜 미화가 될 것이고 악녀로 만든다면 그런 악녀가 죄도 안 받고 멀쩡히 살아남거나 아예 작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원작인 일리아스 자체가 영웅들의 전쟁을 다룬 대서사시라 헬레네는 그냥 조연일 뿐이다. 후술되는 트로이 영화의 경우 헬레네의 행적에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더하기 위해서인지 파리스는 여자에 미친 바람둥이(이건 원작과 동일하다), 메넬라우스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딴 여자와 놀아날 정도의 품위없는 돼지같은 남자로 묘사해 헬레네의 캐릭터성을 최대한 불쌍한 여자처럼 그렸는데, 그러다보니 그녀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 [23] 이에 파리스는 메넬라오스가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이겼지만 다음에는 자기가 이길 거라고 변명한다. [24] 이 때문에 독자들은 파리스의 전처 오이노네가 더 예쁘다며, 파리스가 오이노네를 버리고 헬레네를 선택한 것을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25] 어떻게 보면 고증대로 그려졌다고도 할 수 있는데(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불명이지만), 은근히 헬레네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다. 쌍둥이 형제인 디오스쿠로이 형제는 네스토르, 헤라클레스 등과 함께 아르고 호 원정이나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 참여하기도 했고,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의 경우 그녀의 이종사촌이자 디오메데스의 아버지 티데우스의 이복 누나였다. 또한 쌍둥이 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원래 아트레우스 형제의 사촌 탄탈로스 2세의 아내로,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이기스토스 등에게 숙모뻘이었다. [26] 홍은영 버전은 후기로 갈수록 입술이 그려져 있는 여성이 많은데, 그나마 입술이 있었다 없어졌다 하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헬레네는 90% 이상 입술이 그려져 있다. [27] 공주 시절 [28] 트로이가 멸망하던 날에는 공주 시절과 비슷한 의상을 입었다. [29] 2장에서 상세한 목록이 나온다. [30] 배우 자체의 미모는 빼어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