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9-18 11:26:52

규범주의와 기술주의



1. 개요2. 규범주의3. 기술주의4. 규범주의 대 기술주의5. 한국어와의 관계6. 욕설과의 관계?7. 관련 문서

1. 개요

規範主義와 記述主義
prescriptivism and descriptivism

언어의 사용에 있는 입장으로, \'옳고 그름을 규정할 것이냐'와 \'쓰이고 안 쓰이고를 기술할 것이냐'로 나뉘어 있는 입장 차이. 사전 지도에 비유하면, 규범주의는 지도(사전)에 길(언어 정책)을 그려 넣고 행인(언중)들에게 그 길로 따르라고 지시하는 것이고, 기술주의는 사람들이 어떤 길로 다니는지를 관찰하고 그것을 지도에 기술하는 것이다.

2. 규범주의

  • 바르고 그른 사용법이 있고,
  • 이를 규정해야 하며,
  • 언중들은 이대로 따라야 한다.
의 입장을 '규범주의'라고 한다.

한국어의 부사 ' 그닥'으로 예를 들면, ' 그닥'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니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표준어 '그다지'만 써야 한다는 것이고, 불완전 동사로 예를 들면, 이런 동사는 완전하게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종대왕 동국정운과 외국의 철자 검토(spelling check) 문화도 그런 예로 볼 수 있다.

3. 기술주의

규범주의의 반대로,
  • 바르고 그른 사용법은 없고,
  • 언어의 규칙은 당위적으로 규정한 언어 정책이 아닌 사용자들 간의 소통적 요구 및 인지능력으로 말미암아 사회적으로 생성되며,
  • 언어는 시대에 따라 쉴새없이 변화하고,
  • 언어 정책은 언중들 간의 언어습관을 규정하지 말고 기록해야 한다.
의 입장을 '기술주의'라고 한다. 다시 ' 그닥'으로 예를 들면, 사전에 ' 그닥'이 없으니까 언중이 ' 그닥'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고 언중이 ' 그닥'을 쓰니까 사전에 ' 그닥'을 등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불완전 동사로 예를 들면, 언중이 다시 완전하게 활용하니 완전 동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깡총깡총'과 '설겆이'로 예를 들면, ' 깡충깡충'이 더 많이 쓰여도 '깡총깡총'과 '설겆이'도 쓰이기는 하니 '깡총깡총'과 '설겆이'를 버린 건 잘못이라는 것이 된다.

규범상으로 바르고 적은 언중들이 아직도 잘 쓰는 표현을 많은 언중들은 그른 표현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종의 과잉 수정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명복을 비는 글은 마침표를 쓰면 안 된다."가 이런 사례이다.

4. 규범주의 대 기술주의

현대 주류 언어학계의 절대 대다수는 기술주의를 주장한다. 규범주의적 논리에 따른 논문은 그 수가 극미할 뿐더러 있다 하여도 학계에서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논문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규범주의를 주장하는 언어학계 내 학파는 사실상 전무하다.

규범주의자들은 국가 등의 권력이 언어 규범을 정하지 않으면 소통상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규범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지만 실제로는 영어처럼 일관적으로 언어 규칙을 제정하는 집단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언어들은 매우 많다. 영어에서도 대모음추이 같은 언어 변화가 일어났으나 소통의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소통되는 권역에 따라 언어 분화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다고 재반론할 수도 있으나( 광동어 표준중국어 사이가 그렇긴 하다) 영어처럼 오대양 육대주에서 다 쓰이는 언어조차 지역별로 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분화되지는 않았다. 그 동안에 규범주의 논리대로 흘렀으면 단일 규범기관이 없는 영어는 현재는 수많은 소언어로 분화되어 있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고, 나라별로 다른 영어 표현 정도일 뿐이다. 곧, 언중들 나름의 규범이 있는 셈. 또한, 사투리의 존재를 생각해도 된다. 거짓짝도 참고. 또한, 이런 규범에도 양면성이 있는데, 이런 규범의 일부 때문에 오히려 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자세한 건 < 국립국어원/비판 및 논란> 문서와 < 표준어/비판> 문서, < 표준국어대사전> 문서를 참고할 것.

규범에 따르지 않으면 언어가 ( 불규칙 활용 같은 몇몇 예외들처럼) 불규칙으로 발달하는 것을 우려할 수도 있고 경제성을 따지면 퇴화로 볼(언어를 배우는 사람에겐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으나(그래서 에스페란토 같은 인공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 모든 현상은 (그것이 규범문법의 입장에서 '규칙적'이건 '불규칙적'이건) 현대 언어학적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나름대로 규칙성이 있다. 즉, 외부적으로 규칙을 도입하여 그것을 강제하지 않아도 인간 언어는 저절로 본래의 규칙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불규칙으로 쓰이다가 규칙으로 쓰이게 되기도 한다( 역성법 문서도 참고).

국어를 배우는 사람, 특히 외국인에게 배우기 쉽게 배려하는 뜻으로 규범주의를 밀어줄 수도 있겠지만 기술주의 관점에서는 그럴 의무까지는 없다. 국어를 규범주의적으로/쉽게 배운 외국인은 실제 의사소통의 현장에 들어서면 오히려 이후에 적응이 더디거나 자신이 배운 정보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한 예로는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칠 때 많은 교사들과 교재들이 ''와 ''가 다른 모음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모음은 규범상으로 다른 모음이긴 하나 기술주의적 관점에서는 현대 한국인들 대다수가 'ㅐ'와 'ㅔ'의 구별을 사실상 아니 함을 고려하면 외국인 학습자에게 이를 다르게 발음하라 가르치는 것은 불필요한 학습을 가중하는 것이 된다.

5. 한국어와의 관계

대한민국 한국어는 전반적으로 규범주의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언어이다. 옳고 그름이 언어 사용에 있으며, 이를 판단할 전문적인 주체가 있다고 많은 언중들이 믿고 있다. 한국어의 정서법을 규정하는 국립국어원이 한국어의 어문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국가의 공용어와 비교할 때 매우 강한 편에 속한다. 그만큼 언어의 사회성이 세다는 뜻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일제강점기로 인한 민족주의의 영향이나 입시 위주 교육의 영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어에 번역체 문장이 많이 생긴 것도 이런 까닭으로 보이고, 언어 변화 경로의존성 군중심리와도 유관하다고 할 수 있다.

6. 욕설과의 관계?

언어의 용법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기술주의에 따르자는 건 욕설이나 지역드립 같은 혐오 표현까지 용인하자는 것이냐는 의견이 있지만 전혀 무관한 얘기다. 왜냐면 그러한 표현들은 비문법적이기 때문에(비규범적이기 때문에) 쓰지 말자는 게 아니고 그렇게 쓰는 것이 윤리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욕설 같은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언행이 윤리적으로 비판될 문제이지, 그런 욕설을 사전에서 지우거나 사전에 등재하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달리 말해, '아무개 표현은 비윤리적이니까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과 '아무개 표현은 비문법적이니까(비규범적이니까)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기술주의 관점으로 인정하되 윤리적 관점으로는 제재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한 예로, ' 따위'는 규범상으로 남이나 무엇을 낮잡아 볼 때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쓰는 건 비윤리적이니까 나열의 뜻으로만 쓰자는 셈. 언어의 역사성과 '민주화'의 의미 변화. 지도에 비유하면, 사람들이 어떤 길로 자주 다니나 그곳에 덫이 있으니 가지 말라는 표시를 하는 셈이 되고, 상품에 비유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불법으로 이용하나 윤리적으로 절도와 비슷하니 그러지 말라는 셈이 된다.

7. 관련 문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