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4 10:12:13

언어의 역사성

언어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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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언어의 사회성과의 관계3. 신조어에 적용
3.1. 결론
4. 그 밖에

1. 개요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변화, 소멸하는 특성을 뜻한다. 언어의 사회성 문서에서 볼 수 있듯, 언어의 뜻에는 언중들 간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속이 있으므로 이는 개인이 함부로 바꾸거나 고칠 수 없다. 하지만 또한 언어는 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어가 가진 의미가 변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단어가 생성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개인이 언어 변화를 함부로 막을 수도 없다는 뜻이 된다.

대표적으로 ' 건전지', ' 냉장고', ' 라디오', ' 리모컨', ' 비행기', ' 선풍기', ' 에어컨', ' 자동차', ' 전등', ' 전화기', ' 카메라', ' 컴퓨터', ' 텔레비전', ' 핸드폰' 같은 전기/ 전자제품 단어들은 근대 국어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하고 외국 문화와 교류하여 새로운 개념이 생기고, 이를 표현하는 말이 필요하게 되자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같은 말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말이 나타내는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며, 반대로 한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리다'라는 단어는 옛날에 '어리석다'라는 의미로 쓰였지만(: …이런 젼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홀 빼 이셔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대에는 나이가 적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가장 익숙한 예시로는 바로 옥동자의 의미.[1] 반대로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는 중세 국어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는데, 아래아의 소멸과 '여름 ⇒ 열매' 따위가 있다.

2. 언어의 사회성과의 관계

언어의 뜻이 달라진다는 것은 언어에 대한 약속이 달라진다는 것이므로 언어적 사회성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어리다'는 원래는 '어리석다'라는 뜻을 가진 의미로 사회적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어 구사자 모두가 '나이가 적다'라는 의미로 약속한 것이다.

'자동차'라는 단어는 과거에 없었지만 '원동기를 장치하여 그 동력으로 바퀴를 굴려서 철길이나 가설된 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땅 위를 움직이도록 만든 차(출처: 표준국어대사전)'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김으로써 이를 '자동차'로 부르기로 모두가 약속한 것이다.

이와 같이 언어의 생성, 변화에는 언어의 사회성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개인이라고 마냥 바꿀 수 없다 하는 것도 아닌데, 사회적 영향력이 센 사람이 말 뜻을 바꾸면 많은 사람들도 그의 뜻에 따라 약속할 수도 있다. 한 예로, ' 옥동자'는 귀한 아이라는 뜻이지만 봉숭아 학당의 영향으로 하루 만에 많은 시청자들이 '옥동자'를 멸칭으로 약속해 버렸다.

또,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어가 강제되어 표현이 점차 달라졌는데, 광복 후에도 일본식 표현 일부가 아직도 쓰인다. 이쪽은 언어의 보수성과도 관련이 있다.

더 자세한 것은 언어의 사회성 문서를 참고할 것.

이것과 참조해도 되겠다("언어는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生滅)을 거듭한다. 이 같은 언어의 역사성으로 인해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벤야민은 ‘번역불가능성’보다는 ‘번역가능성’에 주목한 철학자이다.").

3. 신조어에 적용

이러한 언어적 역사성을 근거로 한 주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신조어에 대한 것으로, 신조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신조어를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거나 맞춤법상 틀린 표기지만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복수 표준어 혹은 기존 표준어 대신 틀린 표기를 새로운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실제로 짜장면 또한 "자장면"이 표준어였음에도 "짜장면"이라는 표현이 더욱 더 압도적으로 쓰였으며, 결국 표준어로 새롭게 인정받게 되었다. 현재 생기는 신조어들도 일부는 동일한 전철을 밟을 수 있으며, 이를 그저 보수적으로 거부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논지이다.[2]

물론 언어의 역사성에 따르면 위 주장은 당연히 틀린 것은 아니며,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실제로 신조어들 중에서도 기존에 없는 개념을 설명하는 단어 같은 경우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신조어가 새로이 표준어로 등재될 것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언어의 역사성 중 '생성'에 해당한다.

복수 표준어 또한 현대 국어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본래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대표적인 경우는 상술된 짜장면 멍게가 있다. 이런 복수 표준어의 대표적인 특성은 먼저 신규 단어가 기존 단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어법상으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너가, 니가를 표준어로 인정해 달라는 글 다만 이런 변화를 잘못 받아들여 언어적 역사성을 과도하게 적용하려는 경우나, 혹은 아예 본인이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맞춤법이 잘못됐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3.1. 결론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 제1장 1항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표준 발음법 제1장 1항
언어적 사회성에 따라 사회적으로 약속된 바가 있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그 뜻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맞으며, 언어적 역사성에 따른 변화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 거의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위에 언급한 '네가'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네가'가 옳다고 이미 약속된 상황이며, '니가'의 경우는 구어체에서 '네가'의 대체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글로 쓸 때는 '네가'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언중 모두가 동의할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너가'의 경우는 '니가'보다도 영향력이 크지 않으며 원래 동남 방언으로 사용되던 '니'와는 달리 오로지 '네가'와 '내가'의 발음상 차이 구별을 위해 나타난 형태이므로 어법상으로도 문제가 있기에 더욱 표준어로 사용될 만한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 언어적 역사성이란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언어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지, 언어가 당연히 달라져야 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한국어 구사자들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큼 고착화된 변화가 아니며, 기존 규범대로 쓰는 한국어 화자도 많기에 표준어로 인정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언어 규범은 당연히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언어 생활이 언어 규범에 우선되는 것이 옳다. '짜장면' vs '자장면'의 예처럼 언어 생활이 기존 규범을 무시할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맞게 언어는 달라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규범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기존 표준어와 새로운 말이 맞부딪치면 기존 규범이 우선시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특히 새로운 말에 어법상의 하자가 있으면 더더욱 그런다.

규범이란 언어 구사자들의 언어 사용에 제약을 두기 위함이 아니며, 언어가 중구난방으로 의미에 혼란이 생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당장 주시경 선생이 국어 문법을 정리하기 전에는 미국의 1/44뿐인 한반도 사이에서도 서울, 경상, 전라, 충청, 강원, 함경, 평안, 제주의 언어에 작지 않은 차이가 있었으며, 경우에 따라 다른 지방의 방언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방언 자체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좋은 언어지만, 별개로 한 언어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 '표준어'는 언어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언어 구사자 전체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하며, 보수적으로 달라져갈 수밖에 없다.

신조어나 방언을 사용한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네가'를 '니가'로 사용한다고 욕을 먹는 것도 아니므로 언어의 사용 자체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을 표준어로 인정하냐는 별개의 일이므로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 그 밖에

언어가 변화하다 보면 사극 따위에서 언어 고증/사실 반영 오류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언어 반영 오류를 까는 것은 언어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옛 시대를 구현한다고 현재 거의 안 쓰이는 옛말을 그냥 쓰면 작품 이해를 거부하는 것이 되기 쉽다.


[1] 원래는 "잘생긴 사내아이"를 일컫는 조금 예스러운 표현이었지만, 개그콘서트에서 정종철 해당 이름을 가진 추남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단어의 의미가 180도 달라져버렸다. [2] 한때 "자장면"만을 표준어로 인정하던 국립국어원에 시인 안도현"아무리 당신들이 자장면이라고 해도 난 짜장면이라고 할 거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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