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9 16:15:26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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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사건일지3. 범인4. 조선일보 피의자 사진 오보 사건5. 배려 없는 조치들6. 피해자의 후유증7. 피해자 가족의 고통8. 경찰의 부실한 수사 및 기행9. 기자들의 만행
9.1. 소송

1. 개요

2012년 8월 30일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벌어진 아동 성범죄 및 살인미수 사건.

8월 30일 오후 1시 30분경 범인 고종석은 문이 잠겨 있지 않은(정확히는 고장으로 잠그고 싶어도 잠그지를 못한) 집으로 침입하여 거실에서 자고 있던 7세 소녀(2005년생)를 이불 채로 납치해서 강간했다. 범인은 피해자가 납치당할 때 살려달라고 하자 "괜찮아, 난 삼촌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며 영산강 강변도로 인근에 나체 상태로 유기한 뒤 도주했는데 피해자는 하반신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피해자가 도로에 유기될 때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인해 폭우와 강풍이 불어닥쳤으며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이러한 환경에서 장시간 방치되었다.

이후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이 심각하게 남았으며 2년이 지난 후에도 "꿈에서 개미 벌레가 온몸에 기어다닌다"며[1] 잠을 거부했고 겉으로는 밝고 명랑해 보이지만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후술하듯이 사건 자체의 충격도 있었지만 몰상식한 언론의 만행을 비롯한 2차 가해로 인해 수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2. 사건일지

아침 7시 30분 피해자의 어머니가 "딸아이가 이틀째 없어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3시 경이었고 아이들의 숙제를 위해 PC방에 들렀다가 온 후인 오전 2시 즈음에는 거실에 다른 아이들만 자고 있었으며 셋째아이는 없었는데 '아빠가 있는 방에 가서 자고 있겠거니' 하고 확인하지는 않았고 그냥 잠이 들었지만[2]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집 안팎 어디에도 아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살펴보니 아이의 신발은 그대로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신발을 신고 나간 것이 아니고 이불도 함께 사라졌다면 이건 납치라는 것이다. 사실 피해자의 집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식당을 개조해서 만든 상가주택이었다. 주택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길거리와 바로 맞닿아 있고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고 잠금장치가 허술한 등 범죄에 매우 취약했다.

7시 54분 경찰은 상황을 전파했다. 강력팀들에 사실상 나주경찰서와 파출소의 전 직원이 나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그래도 찾지 못하자 9시에는 지방청 기동대 수색 지원 요청, 전경 2개 중대(160명)까지 투입했다. 하필 태풍의 영향으로 시기가 좋지 않았는데 비바람 때문에 시야 확보도 좋지 않았고 날씨가 안 좋았으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어 목격자도 찾기 어려웠다.

8시 40분에는 집 주변, 인접 도로 내 CCTV 영상을 확보해 판독했으나 역시 태풍 덴빈의 영향[3]으로 화질도 엉망이었고 심지어 가장 찍혔을 가능성이 높아 기대했던 CCTV는 강풍으로 인한 받침대 파손으로 인해서 바닥만 찍고 있었다.

10시에는 지방청 프로파일러가 피해자 어머니를 상담하고[4] 10시 10분에는 지역 경찰청 전체에 비상이 걸려 탐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자 관내 성폭력 우범자 11명을 탐문했다.[5] 그리고 실종으로부터 거의 반나절이 지난 12시 55분 전경 2명이 영산대교 사거리 인도에서 피해자를 발견했는데 이때에야 태풍이 지나가 빗줄기도 줄어들 무렵이었다. 피해자는 비에 젖은 차가운 이불을 뒤집어쓴 채 떨고 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멍이 든데다 물어뜯긴 상처까지 생긴 알몸 상태로. 수색 끝에 피해자의 옷을 발견했는데 누가 봐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벗겨낸 듯한 모양새였다. 납치 후 성폭행 사건임이 확실해졌다. 아쉽게도 범인의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흙이 아닌 시멘트 바닥인 데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통에 족적조차 남지 않았다.

집에서 고작 300m 떨어진 곳에 피해자가 있었으나 경찰은 수색 5시간 만에야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은 폭풍우까지 치는 어두운 새벽, 비바람 속 추위와 공포,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응급 처치도 받지 못한 채 한나절을 보내야 했으며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경찰은 "태풍으로 인한 악천후로 수색에 난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 기절했다가 깨어난 피해자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집에 가려고 했으나 너무 크게 다친 탓에 30m 남짓만에 곧 쓰러졌고 다리 밑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다리 아래에서 벗어난 탓에 오히려 비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사실 피해자는 훨씬 빨리 발견될 수도 있었다. 한 스포츠 강사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강변 도로에 이불을 덮어 쓰고 있던 아동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이 목격자는 '아이가 뭘 잘못해서 벌을 받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친 것 같다고 경찰이 언급했다. # 이렇게 분명히 목격되고도 도움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경험은 안타깝게도 피해자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주는 교훈은 80, 90년대에 아동들에게 가해지던 비인간적인 체벌이 학습효과가 되어 성인이 된 그 시절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목격해도 '부모가 벌 주고 있는 거겠지.' 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부모 허락 없이 오락실에 갔다거나 만화책을 봤다는 이유로 엄동설한에 알몸에 쫓겨나 벌벌 떠는데 그걸 주변 어른들이 도와주기는커녕 낄낄 웃으며 그러게 부모님 말 잘 듣지 고생해라~ 하고 넘기던 시절에 아직도 의식이 붙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의식을 버리지 못하면 앞으로도 이런 범죄 피해 사례를 보고도 부모님의 훈육이라고 무심히 넘길 가능성이 높다.

1시에 피해자는 영산포 제일병원 응급실에 후송되었고 1시 20분 해바라기아동센터 직원과 여경의 도움으로[6] 피해자로부터 조심스럽게 진술을 확보한다. 피해자는 충격으로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으나 신원 미상의 남성이 이불에 싸서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로 인해 어느 정도 단서를 추리해냈다.[7] 14시에는 용의자 중 1명이 행방불명된 사실이 확인되어 소재 파악에 착수했다. 한 형사가 동네에 대해 잘 아는 덤프트럭 기사를 찾아가 탐문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고종석을 목격한 목격자였다.[8]

인상착의가 비슷한 점, 게다가 피해자 어머니도 그 PC방에 있었다는 것, 평소에는 게임을 오래 하는데 그날은 30분도 안 돼, 그러니까 피해자 어머니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나가 버렸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경찰은 그를 추적했다. 트럭기사는 이후 지인에게 물어보아 고종석의 이름을 알아내고 저녁 7시쯤에도 다시 경찰관에게 연락해 포스트잇에 적어서 알려주는 등 경찰에 매우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 # 좁은 동네다 보니 가능했던 걸지도. 공교롭게도 고종석은 바로 그 형사가 2년 전 절도로 체포한 범죄자였다고.

다음날인 2012년 8월 31일 13시 25분 용의자 고종석(당시 23세)이 순천시의 한 PC방에서 자기가 저지른 사건 내용을 검색하다가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는 휴대전화가 아예 없어 원래라면 연락이나 추적이 매우 힘들었겠지만 역시 그날 PC방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자 마주쳐 인사한 고종석의 후배가 경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추적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는데 '고종석이 순천에 간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한밤중에도 함께 순천까지 따라가며 고종석이 갈 만한 곳을 알려주어 고종석이 잘 가던 모텔에 가보니 그는 5일 전 시골에 간다며 짐을 뺀 상태였고 고종석이 자주 간다는 PC방에 가 보니 거기에 고종석의 짐이 놓여 있었다. '잠깐 놔뒀다가 돌아올 테니 맡아달라'고 한 뒤 5일째 짐만 놔두고 연락두절 상태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게임에 로그인해서 '나 돈이 급해 순천에서 일을 해야 하니 연락줘' 라는 쪽지를 보냈지만 고종석은 연락이 없었다. 알고 보니 찜질방에서 잔 뒤 뉴스로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자리를 떠나서 고속버스 광주를 거쳐 순천에 가 있던 상태였다.

그동안 나열된 곳은 모두 인력사무소 인근이었고 그래서 그가 가던 인력사무소에 가서 사정을 밝히고 거기 있던 고종석의 주민등록증 복사본으로 사진을 얻어낸 뒤[9] 잠복에 들어가 체포한 것이다. 범행으로부터 36시간 만에 잡혔으니 매우 빨리 검거한 셈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강간 살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 주거침입, 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고종석은 2013년 1월 10일 사형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15년이 구형되었다.

2013년 1월 31일 무기징역(+10년간 신상 공개, 3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이 선고되었다. 5월에 이뤄진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고종석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10] 1심 판결문, 2심 판결문

2013년 8월 14일 대법원에서는 본 건을 광주지법으로 다시 파기환송하였다. 무기징역으로 규정된 형량은 적절하지만 재판 과정에서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어 다시 재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고로 대법원은 김점덕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김점덕의 형량 외에 전자발찌 착용 등 기타 처벌도 심사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한 적이 있다. 판결문

2014년 2월 27일 대법원 1부에서 최종적으로 무기징역 및 전자발찌 부착 30년, 정보공개 10년,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5년을 선고했다. #, 파기환송심 판결문, 재상고심 판결문(최종) 화학적 거세 1호다.[11] 이후 이 조치를 받은 사람은 41명이 더 나왔다.

3.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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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선일보 피의자 사진 오보 사건

원문

조선일보1면에 피의자가 아닌 선량한 개그맨 지망생의 사진을 피의자의 사진이라고 게시하여 해당 인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사진을 확인한 피해자의 친구에 의해 이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네이트판에 올라왔으며 이는 인터넷상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조선일보에서는 9월 1일 기준으로 이렇다할 해명은커녕 사과나 정정보도조차도 없었다.

일부 지역에 배포된 조선일보 1면은 저 사진이 아니며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주장은 중앙일간지의 경우 지역별로 편집의 차이가 존재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1면은 조선닷컴 DB에서 확인 가능하다. # 신문을 인쇄하는 인쇄소가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인데 문제의 53판은 수도권 배부용으로써 판을 서로 비교했을 때 오히려 기사를 수정하면서 더더욱 자극적인 사진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인 53판에서 문제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조선일보 공식 미투데이에도 떴다. #[12]

파장이 커지자 결국 이틀 후인 3일 조선일보 측에서는 오보였음을 시인했으나 "취재팀은 이 사진을 들고 고종석을 수사 중인 경찰과 고종석 이웃 등을 상대로 고종석 본인 여부를 확인"해 10여명 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확실하구먼' 등으로 대답했고 고 씨를 잘 아는 지역주민들로부터도 대답을 들었다는 내용을 늘어놓는가 하면 "고종석 본인에게 확인해야 했지만 경찰이 수사 중이어서 불가능했다"는 식으로 책임전가를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공식 해명과 달리 언론계에선 9월 1일자 지면에 반드시 사진을 게재해야 한다며 사회부 데스크가 기자들을 압박한 결과 확실한 사실 확인 없이 사진이 나가 참사가 빚어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선 피해자를 위해 취직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경찰도 해당 사진은 오보라고 공식 인정했지만 사진의 당사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기사). 사건으로부터 10개월 후에 나온 후속보도에서 그는 아직까지 조선일보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사건에서 언론이 저지른 병크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주 성폭행 사건' <조선일보> 오보만 문제인가 그 와중에 동아일보는 오보 피해자가 '죽고 싶다'고 말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때 ' 오마이뉴스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오보를 내 자사 종편인 채널A가 피해를 받았다'는 내용을 부각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성 보도를 내질 않나…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종'에 집착한 <조선>,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피해자는 이후 민사소송을 하는 대신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낸 후 정권현 사회부장을 경질하고 양상훈 편집국장은 스스로 자청해 경고 징계를 받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래서 성폭행범 고종석의 형량은 무기징역이었지만 조선일보의 오보에는 형량이 아예 없었다. 정권현 부장은 바로 다음 해에 특별취재부장이 되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13]를 지휘해 일급 특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저서 <뉴스와 거짓말: 한국 언론의 오보를 기록하다>[14]에서 이 사건을 이렇게 평하면서 비판했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은 『조선일보』가 문을 닫야아 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 흉악범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일까?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언론에 면책권을 주는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중대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공개 주체는 어디까지나 언론이 아닌 검찰 경찰이다. 『조선일보』는 검찰인가, 경찰인가?
언론사의 섣부른 신상 공개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중략) 2012년 『조선일보』가 저지른 희대의 오보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것이 범죄자의 인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사회적 인식을 마련하는 계기로 이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언론은 여론 재판을 경계해야 한다. 신상 공개는 여론 재판의 징후다. 나중에 실수하면? 아무도 책임 못 진다.

5. 배려 없는 조치들

피해자는 병원에서부터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영산포병원에서 아이의 수술을 진행하지 못한다고 하여 나주병원으로 옮겼는데 전남· 목포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일하는 한 여성이 찾아와서 무작정 ‘어머니, 빨리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옮기세요’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여기서 수술이 가능한데 왜 옮겨야 하느냐’고 따졌다. 아이가 많이 아파하니까 나주에서 수술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계속 전남대병원으로 옮기자고 재촉했다. 담당 산부인과 의사까지 ‘저쪽에서 자꾸 전남대병원으로 옮기기를 원한다’며 곤혹스러워했을 정도였다.

어처구니가 없던 어머니는 ‘선생님, 제가 동의서를 썼잖아요. 수술 가능하다면서요. 아이부터 고쳐야죠’라고 큰소리를 쳤다. 피해자는 아파 죽어가는데 명색이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 있다는 사람이 아이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실랑이로 인해 시간은 지체되었고 결국 피해자는 부상을 입은 채 4시간 이상 방치됐으며 나주에서 수술이 이루어졌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의견은 모든 결정에서 배제된 채 시청이나 구청 담당자, 구호단체 직원,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가 모든 걸 결정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이 사람들이 날 무시하는구나', '난 그냥 업무의 대상이자 골칫덩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결국 뜻 있는 시민단체의 관계자가 도왔다. 아동 성범죄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인 ‘발자국’의 한 활동가 한 명이 피해자 어머니의 전담자가 되어 직접 그들을 만나 피해자 부모를 대신해서 “왜 엄마의 의견은 귀담아 듣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구호단체에 피해 아이를 위한 시민들이 모은 1억 원 남짓한 후원금이 모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후원금 약정서가 문제였다.
단, 을은 갑이 제공한 물품 중 구입가 10만원 이상의 물품에 한해 무상임대 표시를 부착하고 이를 임의로 훼손시키지 아니하며, 물품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는다.

이런 문구가 들어갔고 구호단체에서는 '과도한 복지 의존성을 경계한다'며 약정서에 '아버지의 노동'을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또 다른 성금 지급 관련 서류에는 ' 도덕적 해이를 경계한다', '자립 의지를 전제로 지원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우리 모두 은진(가명)이네 가족을 짓밟았다-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그 이후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선 복지 의존성이니 하는 것보다 일단은 회복이 우선이었다. 모든 지원은 피해자의 자립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입은 2차 피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 일단 일부터 하라니… 정신 상태를 회복하고 먹고 사는 게 우선 아닌가? 애초에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아서 의욕이고 뭐고 생길 리가 없는데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부터가 양심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물론 자기가 받은 돈을 나쁜 곳에 쓰지 않는다든가 해야 할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만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몫이고 굳이 더 이상 자기가 그 돈 쓸 것도 아니면서 누구한테 돈을 가지고 간섭하는 것도 문제가 명백하다. 그냥 돈 주기 싫은데 보상은 해야 해서 생억지를 부리는 악의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할 정도였다.[15]

이 모든 것은 후술할 언론 보도로 인한 '낙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피해자 어머니를 ‘아동 방치 부모’로 몰았던 것에서 시작된다. 사건이 터지기 2달 전 집안의 형편이 기울어지자 어머니는 빈곤가정지원단체 드림스타트를 찾아가 ‘우리 애들이 굶어 죽겠으니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이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시청, 동사무소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왔지만 별다른 도움이 안 됐다. 그래서 시청에 ‘월세방을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묻자 ‘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인천으로 가 2달 동안 지인이 운영하던 족발집에서 일하면서 자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일이 바빠서 몇 번 정도 전화를 안 받은 걸 가지고 어머니를 ‘방치엄마’로 등록하고 8월에 큰 사건이 터지자 초록우산이 '안 그래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나쁜 엄마’로 몰아갔던 것이다.

결국 이것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받으려면 수십 장의 계약서를 써야 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계약서에는 항상 조건이 붙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억울해 미치는 심정이었다. 2014년이 되어서야 초록우산은 모든 것을 취소하고 뒤늦게 사과했다. 그런데 정말 시궁창스러운 사실은 후술할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이 그나마 나았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한 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6. 피해자의 후유증

피해자는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었는데 입원 후 점점 복수가 차올랐다. 체온이 40℃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 밤새 배를 움켜잡고 날을 샐 정도였다. 항문을 임시로 아랫배 쪽으로 뺐는데 그 부분을 너무 조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몇 번이나 생사를 오갔다. 6개월이 흘러 겨우 학교에 갔을 때도 두세 번 장 유착이 와서 자주 결석했다.

정신적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컸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전 집과는 달리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4개나 달았지만 계속 불안해했다. 어머니는 딸이 느꼈던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씻어주기 위해 며칠이고 밤을 새우면서 옆을 지켰다고 한다. 피해자는 한 지역에서 상담 치료를 받았지만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에 스스로 잠을 거부했다. 사건으로부터 9개월여가 지났을 무렵 나온 시사인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잠을 3일에 1번(1주일에 2번 정도) 잤다.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까지 버티고 버티다 겨우 쪽잠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갑자기 푹 쓰러져 잠들기도 하고 길에서도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악몽을 꿀 때마다 슬쩍 엄마에게 “오늘 그놈이 ○번 생각이 났어.”라고 했으며 그러다가 “엄마와 나 둘만의 비밀”이라며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했다.

사건으로부터 1년 후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학교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도 집에만 들어오면 옛날 기억이 나는지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벽에 집어던지거나 갑자기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 강박적으로 방문을 잠그고 가해자가 볼을 물어뜯어 남긴 상처에 실수로 닿기라도 하면 소스라쳤다.

결국 서울의 한 대학병원까지 올라와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범행 당시 상황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커가면서 기억이 더 생생해졌다. ‘엄마, 그때 아저씨가 나 데리고 갔을 때 앞에 아줌마가 지나갔어. 근데 왜 그 아줌마는 나를 안 구해줬을까…’라며 섭섭해했다고 하며 ‘엄마, 아저씨가 나를 딱 밀었을 때 벽돌에 머리를 부딪쳤어. 엄마 거기 벽돌 있는 거 알지’라며 그때 자기가 죽는 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 아빠 엄마 모습이 필름처럼 지나가는데 깨 보니까 그 아저씨가 자기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한다.

잠을 잘 못 잘 뿐 아니라 전보다 훨씬 난폭해져 동생을 때리는 등 후유증이 남았다고 한다. 힘이 없어서 당했다는 생각에 힘 센 사람한테 제압당하면 심하게 짜증을 냈다. 특히 막내와 싸울 때 자기가 좀 밀린다고 생각하면 그랬다고 하며 사건 당일처럼 비가 오면 더 심해진다. 이렇게 겉은 멀쩡해 보여도 마음의 상처가 심해서 장기적인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해졌다.

피해자 어머니는 결심공판에 나와 피해자가 곧 새학기가 시작하는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엄마 뱃속에 다시 넣어달라고 하고 사람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있다며 지속되는 고통을 호소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약도 복용하고 있지만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사건 당시 목 졸림 당한 것이 생각난다고 울먹였다고 한다. "무서워요"...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의 절규

7. 피해자 가족의 고통

피해자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는 항소심이 끝날 때가 되도록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거칠어졌고 아빠는 술이 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어머니도 피해자의 고통을 보며 지쳐갔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자기 힘들었다고 한다(2013년 1월 결심공판에서 한 말). 언니는 마음에 짐이 있었다. 언론에서 고종석이 원래 범행 대상으로 언니를 지목했다는 보도를 접한 후 사건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닫는다. 전보다 짜증도 늘어났다고 한다. 사건으로부터 9개월 후까지도 “원래는 ‘나’였대요. 있잖아요, 동생 사건…”이라고 말하며 ‘애초에 범인이 큰딸을 노렸다’는 보도를 잊지 못했다. 동생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었음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형제자매들 모두 어마어마한 마음의 상처를 받아 가족 모두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피해자의 언니와 오빠도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어린 나이에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첫째인 언니(1999년생)는 원래 그랬던 아이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담임교사의 "공부를 많이 못 따라 온다"는 말에 검사했더니 지능지수가 너무 낮아 결국 지적장애 3급[16] 판정을 받았다. 하루 종일 빗속을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아 헤맸던 오빠(2000년생)는 그 충격 때문인지 지능이 점점 떨어져서 결국 복지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장애 원인이 ‘미상’이라며 상담치료 지원도 끊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사건에서는 다른 여러 성범죄 사건에서처럼 '피해자가 꽃뱀이네', '먼저 꼬리를 쳤네', '저항을 제대로 안 했다는데 어떻게 성폭행이냐'는 식의 피해자 비난류 헛소리는 일절 나오지 않았는데 피해자가 어린아이였고 말 그대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날벼락을 맞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 본인에게 비난이 돌아가지 않았다고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공격의 화살은 피해자의 부모를 향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몹쓸 엄마'라고 피해자 가족인데도 욕을 먹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머니만 보면 "이제 정신 차렸냐?"고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미용실만 가도 "어머 어머니 머리 자르셨네요?"하고 물어봤다. 말 자체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표정과 말투, 태도에서는 '네가 주제에 머리 자르게 생겼어? 신발 사게 생겼어?'라는 고까워하는 내심을 마구마구 드러낸다고. 하지만 성폭행 사건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으며 피해자의 부모 역시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다.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PC방에 있었다'며 사건의 책임을 부모 개인에게 돌리는 것 등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사회적 부조리를 안고 있는 사람이 범죄자가 되고,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된 환경에 있는 부모가 피해자가 된 사건이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은 이러한 양극화 문제 해결방안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게 아니라, 상업주의적으로 흘러갔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8. 경찰의 부실한 수사 및 기행

경찰은 아이를 잃어버려 애타는 심정의 부모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심했다. 피해자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리고 부모는 당연히 나주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는데 형사가 집으로 찾아와 ‘아이가 없어진 게 언제냐’고 묻는 말에 어머니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갑자기 기억이 안 나 당황하고 PC방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자 그때부터 반응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PC방에 다녀와서 막내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이가 분명 자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자 형사는 말을 번복한다며 ‘아이, 지금 어디 있어요’라고 다그치기 시작했으며 ‘집에 빚이 얼마예요’라면서 질문이 점점 바뀌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이를 같이 찾자"며 어머니를 경찰차에 태웠지만, 진짜 미친 짓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일요시사 단독 보도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증언하기를 이들은 아이를 찾으러 가기는커녕 부모를 경찰서에 데려오더니 'TV에 나올 법한 경찰서 안의 ‘쪼그만’ 방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당연히 어머니는 정말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더니 경찰은 부모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형사는 종이 한 장을 주더니 ‘엄마의 행적’을 쓰라고 했다. 어머니가 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경우를 당하니 당황해 쓰지 못하자 이번에는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혹시 뭘 지웠나’ 하고 의심했던 것. 아버지의 것도 가져갔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수술을 몇 시간이 넘게 못한 채 방치되는 동안 부모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다른 자녀들한테 연락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나주경찰서에서 사건을 브리핑한 경찰은 계속 차에서 ‘엄마, 솔직하니 털어놔요, 빨리 얘기해요’라고 말했다고 하며 심지어 어떤 형사는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애새끼는 뭐 하러 4명이나 낳았느냐’고 막말을 하면서 망신까지 줬다. 그러더니 집요하게 ‘돈을 요구하려고 아이를 숨긴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기가 막혔던 어머니는 ‘우리 새끼들 데려가서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러기를 1시간쯤 하다가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나서야 신문은 끝났다.

부모는 곧바로 영산포병원으로 갔는데 가는 동안 경찰들한테 ‘우리 애 죽었어요, 살았어요?’라고 물어봤을 때도 어느 누구도 생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가족을 지나치게 의심한 건 한현수 아내 살인 누명 사건,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 사건과 비슷하다. 그나마 이 사건은 피해자가 금방 발견되었고 범인도 빨리 잡아 이 정도 선에서 그친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억울한 의심을 받은 피해자가 어떤 상처를 입는지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아래에 나올 기레기들의 만행에도 한몫 했다. 납치 장소이자 피해 가족이 살던 집은 사건 이후 무려 나흘 동안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경찰관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고 폴리스라인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오히려 경찰은 기자들에게 피해 아동의 아버지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주었으며 어떤 형사는 부모에게 직접 기자를 소개시키기까지 했다. 기자를 데리고 와서 ‘어머니 이분이 기잔데, 인터뷰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당연히 분노한 어머니는 ‘저기 애가 아픈데, 무슨 인터뷰냐’고 한바탕 분개했다.

또 어떤 형사는 자기가 경찰의 권한과 권위를 내세워서 했어야 할 일인 언론 대응을 피해자 부모에게 떠넘겼다. ‘내가 말해도 도저히 안 되니까, 엄마가 가서 찍지 말라고 한 마디 하세요’라고 했다고. 그래서 어머니가 좀 찍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뭘 잘났다고 저렇게 소리를 지르냐’고 보도됐다. 자기 선에서 끝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언론과 가능한 한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피해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보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전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후술할 기레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중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이후 어머니의 증언을 들은 기자가 묻자 "그날 우산도 소용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현장이 혼란스러웠다. 서장님까지 오셔서 관내 형사들이 피해 아동의 집으로 전부 출동한 상태였다"면서도 어머니를 수사하고 경찰서에서 신문한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고압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거친 언사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변명이랍시고 하는 게 '실종사건에서 아이와 밀접한 관계인 어머니의 진술이 중요한데, 진술을 번복한다는 느낌을 받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은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9. 기자들의 만행

언론은 하이에나다.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다.
피해자 아버지
이 사건에서도 기레기들이 기승을 부렸다. 취재 열풍이라는 말을 넘어 거의 '취재 광풍'이었다. 그 좁은 시골에서 100명 가까운 기자가 취재 경쟁을 벌이며 '나주 바닥을 헤집고' 다녔다고 한다(부모의 표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언론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2차 가해를 당하게 되었다.

이후에 일어난 어마무시한 만행들 때문에 묻혀 버린 사실이지만 이 사건은 최초 보도부터가 문제였다. 연합뉴스가 이 사건을 두고 '납치인 줄 알았는데, 단순한 가출 해프닝'이라는 식의 희대의 오보를 내보냈고 다른 언론사들도 그대로 베껴 썼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런 헛소리는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초1 어린아이가 단순 가출했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에 폭우와 강풍 속에 천변에서 6시간 동안 비를 맞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 뒤늦게 진짜 납치가 맞았고 아동 성폭행까지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서둘러 기사를 수정 및 삭제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후부터 시작되었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기자들은 공감 능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만행들을 일삼았다. 사건 당시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된 피해자의 큰언니를 학교까지 찾아가 다른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고 '엄마는 PC방에 있었니? 그 시간에 아빠는 뭘 했니? 원래 범인의 표적이 너였다는 걸 아니? 동생이 당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 사건 피해자의 언니라는 걸 아웃팅하고 그렇게 찍은 걸 내보내는가 하면 기자들의 이러한 행태를 보다 못한 언니의 동급생들로부터 "아저씨들 누구냐"며 항의를 받자 꺼지라고 응대하였다. 성인들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말이다. 물론 이런 장면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이상 JTBC)

또 아이가 다니던 지역아동센터를 화면에 내보내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피해자가 병원에서 찍은 신체 부위와 눈코입만 모자이크된 얼굴 사진[17]응급실에서 훔쳐가 그대로 내보내거나( 채널A)[18] 심지어 피해자 부모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힘들어하던 의식이 있는 아이에게 ‘아가야, 여기 좀 올려봐, 여기 좀 보자’고 ‘옷 좀 올려봐, 이것 좀 찍자’며 상처 부위까지 옷을 올리라고 시켜서 사진을 찍어갔으며 그걸 방송에 내보냈다.

이후 채널A는 영상 다시보기를 없앴으나 이미 늦었고 캡쳐본이 계속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녔다. 피해자 어머니는 사건으로부터 6개월 후(2013년 2월) 친구에게 "이런 사진이 아직도 떠돌아다닌다"는 연락을 받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한다. 이 사진을 찍은 기자를 꼭 찾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하며 이는 결국 후술할 소송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채널A 기자가 이를 두고 자신의 팀에서 촬영했음을 인정하면서 변명이랍시고 한 말은 "(보도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개소리였다.[19]

이 작자들은 가족들이 병원에 있느라 비어 있는 피해자의 집에 쳐들어가 온 집 안 모습을 멋대로 사진과 영상으로 찍고 온 집안을 뒤져 피해 아동이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독서록, 노트, 그림일기장을 기어코 찾아내 그 모든 걸 다 찍은 뒤 보도했다. 예시 심지어 그림일기는 훔쳐가서 1면에 그 사진을 내보냈다. 집안을 훤히 드러낸 내부 사진과 함께 말이다( 경향신문). 송원영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에게 멋대로 일기장을 맡긴 뒤 "피해학생 긍정적인 성격에 또래보다 똑똑"이라는 제목과 함께 분석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자신들이 그 일기장을 누구의 허가도 받지 않고 도둑질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입수'라는 단어로 어물쩡 얼버무리면서 말이다. 심지어 신발을 벗지도 않고 흙발 그대로 짓밟고 들어가 헤집고 다녔다. 뒤처리도 하지 않아서 딸을 간병하며 병원에서 지내던 부모는 사건 발생 사나흘 만에 집에 들렀다가 경악했다. 거실과 안방에 기자들이 남긴 신발 자국들이 선명했고, 아이의 일기장과 책이 거실 한가운데 펼쳐져 있었다.
나주 바닥에서 더 이상 못 살게 됐어요.[20] (범인에게) 아이가 당하고, 우리(부모)까지 매장당하고…” “다른 자식도 키워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차라리 모든 것을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게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 - 피해자 아버지, 지인에게 하소연하며.

성폭행 사건은 피해 어린이와 가족의 신원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인데 언론은 범인의 이동경로를 보도한답시고 항공사진까지 동원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집 거리, PC방과 성폭행 장소를 알리는 위성사진과 그래픽, 약도로 피해자의 집을 만천하에 공개했고 조선일보〉의 양인성, 김현국, 김충민 기자는 '밝혀야 할 의문점들'이라는 제목의 9월1일자 기사로 식구들이 거주하던 집 주변, 집 내부까지 그려 그래픽 지도로 보도했다. 〈 동아일보〉 도 대동소이했다. 사실상 주변 사람들에게 누가 피해자인지 고스란히 아웃팅한 셈이다. 무신경한 경찰·언론 … 피해자·가족 두 번 울린다 이 두 신문은 이로 인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의해 '경고' 징계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더 심했다. 9월 1일 1면에 피해자의 일기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정희완, 남지원 기자기사로 논란을 빚더니 경찰과 언론의 태도가 욕을 먹기 시작한[21] 3일이 되도록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경찰과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을 내보내고 SBS가 앵커멘트를 통해 '언론 자성론'을 제기한 날과 같은 날 경향은 같은 날 4면과 5면에서 피해자 아동의 주택사진과 주변의 구체적인 지명 등을 사진과 함께 쓸데없이 자세히 소개해 동일 징계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매일경제, 문화일보, 연합뉴스,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에서 문제 있는 보도를 내보내, 결과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총 12건의 기사가 비슷한 부류의 기사로 경고 징계를 받았다.
"내가 만약 이렇게 가난하지 않고 잘사는 사람이었어도 언론이 이렇게 함부로 대했을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 피해자 어머니

저 따위로 기사를 내보냈으니 본인들이 주거침입죄를 저질렀음을 빼도박도 못하게 스스로 인증한 셈인데 이 때문에 형사처벌 각이 나오자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 중 한 사람이 변명이랍시고 한 말이 "기자들이 현장에 갔을 때 찍지 말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 가정은 막 집에 들어가 찍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주거침입이라는 걸 알지만 허름한 집을 보고 '아무렇게나 해도 탈이 없겠구나',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제기할 상황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했다는 것. 그러니까 피해자 어머니의 생각이 맞았다.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이라고 얕잡아보고 예의라고는 밥 말아먹고 함부로 해댄 것이다. 오죽했으면 보다못한 집주인이 보증금을 그냥 다 돌려주면서 "이 동네를 떠나는 게 좋겠으니 어서 이사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고 한다.[22]

심지어 집에 쳐들어간 기자들은 집 쳐들어가는 김에(...) 허락도 받지 않고 자기들의 핸드폰, 노트북 등을 충전해서(...) 멋대로 남의 집 전기를 마구 써대는[23] 쓸데없는 꼼꼼함까지도 보여주었으면서 별로 넉넉한 형편도 아닌 피해자네 집 전기요금이 그 달은 30만원씩이나 나왔다고 한다. 당연히 피해자 가족은 이 동안 집에 거의 없었으므로 가족들이 쓴 것이 아니고 평소에 집에서 지내면서 일상생활을 했을 때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고 한다. 물론 기자들이 요금을 내 주었을 리는 없다. 그 돈은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피해자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모두 애꿎은 그들이 내야 했다. 이런 짓을 하면서 부모 앞에서는 "경제적 상황을 돕겠다", "치료를 돕겠다"라고 입에 발린 말을 하면서 접근하려 들었다.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큰 피해만 주는 짓을 한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 욕심을 채우고 나서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나 몰라라 하며 떠나버리는 이 무책임한 행동은 대체 성범죄자와 다른 것이 뭔지 의문이다. 실제로 피해자 부모는 똑같은 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말로 가장 화나게 한 일인 아이 사진을 찍어가 피투성이가 된 아이 얼굴이 유튜브에 그대로 올라오게 한 기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가 입원한 대학병원에는 '여기도, 저기도, 계단마다'(어머니의 표현이다) 기자가 숨어 있으면서 기자가 진을 쳤다. 아이들은 병실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갔는데 병실 맞은편 휴게실은 기자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가족이 불안해하자 그나마 피해자 가족들을 배려해 준 유일한 기관이었던 해당 병원에서 경호원을 붙여 줬다고. 피해자 어머니는 병실을 나갈 때마다 경호원에게 노크를 해서 신호를 보냈고 경호원은 하얀색 침대시트를 주면서 얼굴에 뒤집어쓰게 했다. 기자들이 워낙 많아서 다 찍어가니까.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오히려 죄인처럼 얼굴을 가리고 숨어다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천을 뒤집어쓰고 의료진의 보호와 함께 나오면 사진 촬영을 자제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느껴서가 아니다. 그게 촬영되어 나가면 자신들이 욕 먹을까봐 그런 것으로, 치밀하기까지 한 비열함을 엿볼 수 있다.

수술 다음날에는 한 기자가 허락도 없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심정을 물었다. 어머니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구경났나요, 나가주세요."라는 말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방송이 싫으면 녹음만 하겠다"며 한마디만 담아달라고 하는 기자도 있었다. "싫어요"라고 분명히 거부했지만 해당 기자는 이걸 그대로 방송해 버렸다고 한다.[24] 결국 피해자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걸려오던 전화 때문에 번호를 바꿨다.

심지어 엄마는 게임 중독처럼, 아빠는 알코올 중독[25]처럼 왜곡 보도했다.[26]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는 피해자 아버지의 직장과 월수입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술했지만 언론은 멋대로 집에 침입해 집안 곳곳을 멋대로 촬영했는데 그 과정에서 집 안마당에 있던 술병이 포착됐고 사건 당시 술을 먹고 잠을 자고 있던 아빠를 비난할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게임 중독 의혹은 아이가 납치될 당시 어머니가 PC방에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지만 이는 피해자 집에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살 돈 없는 것도 죄인가? 또 엄마가 게임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아이들을 팽개치거나 방치할 정도로 빠져 있지는 않았다. 사건 당시에는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하러 간 것이었다. 아이가 4명이나 되다 보니 다들 초등학생이 되자 숙제가 많아졌고 4명치의 숙제를 대신 해주느라 PC방에 자주 들락거리고 혹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면 가족끼리 앉아서 게임도 하던 모습이 '게임중독자', '방치 엄마', '나주 PC방 엄마'라는 왜곡된 낙인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술 마시고 자는게 알코올 중독'이 아니고 '게임을 좋아하고 PC방을 자주 다닌다는게 게임 중독'이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설령 백만 걸음 물러서서 정말 부모가 피해자 아이에게 무관심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엄연한 성범죄 가해자보다 더 욕먹어야 할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실 PC방에 어머니가 자주 다녔던 것에는 사연이 있다. 부부에게는 이전부터 빚이 있었으며 남편은 변변한 직장이 없어 더 생활이 어려웠다. 2번이나 식당을 차렸는데 한 번은 선술집이었고 한 번은 분식집이었다. 빚을 내서 식당이라도 하면 아이들 끼니는 거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고 빚 독촉에 시달렸다. 아이들이 학교 가고 남편이 집을 비우면 혼자서 '업자들'을 감당할 수 없었고 갈 데가 없어 항상 피신하는 데가 거기였다고 한다. 자신이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런 사건이 터진 것 자체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사실들까지 왜곡되는 것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연합뉴스와 조선일보는 엄마가 범인과 같은 PC방에 다녔다는 이유로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에 살에 살을 붙여 "서로 아는 사이가 되어 같이 술도 마시고, 남편에게도 소개했다느니" 하는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27]을 단정적으로 내보냈으며 조선일보는 "내연 관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소설을 써대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피해자 가족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한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같은 PC방에 다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근처에 PC방이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라도 없는 이상 굳이 시간과 돈을 낭비해 가면서 멀리 외지에 있는 PC방에 갈 이유가 있을까? 심지어 그 동네에는 PC방이 단 하나밖에 없었다. 같은 곳을 다니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연적인 결과였다. 게다가 그날 고종석은 만취한 탓에 그 PC방 안에 있던 겨우 얼굴이나 알락말락한 사이였던 온갖 사람들한테 다 인사를 건네고 다녔는데 그걸 가지고 이따위 소설을 쓴 것이다. 자신의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릴 정도로 뻔뻔하던 범인 고종석조차 이 내용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나도 왜 그렇게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이 오보의 막장성은 말 다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보도는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도움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는데 후원금을 모은 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돈을 움켜쥐고 부모에게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 간 집의 전세금 3,000만원을 지급한 후 "나머지 성금은 차후 부모들이 열심히 일해서 통장에 3,000만원을 모으면 주겠다"고 했는데 #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 4명을 키우면서 일용노동직으로 통장에 3,000만원을 모으라는 건 기적을 이루어내라는 수준으로, 사실상 안 주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영수증을 가져와야 겨우 돈으로 바꿔줬다. 왜? 자의적으로 부모가 '양육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였다. 이유? 기준은 없었다. 언론이 아버지를 '알코올 중독자'로, 어머니를 '게임중 독자'로 묘사해서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한꺼번에 맡기면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위의 '배려 없는 조치' 문단에 나온 '복지 의존성을 우려한다'며 조건을 단 것도 사실 언론보도의 영향이 컸다. ‘술을 마시고 있었던 아빠',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던 엄마'라는 낙인은 성폭행 피해 가정을 지원해 주는 단체까지 그들을 '도움'과 '지원' 대신 '감시'와 '관리'를 하려고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설령 피해자 부모가 돈을 받는 대로 탕진한다고만 할지라도 피해자 가족의 돈에 기부단체라는 거창한 이름만 건 작자들이 참견할 권리나 있기나 하는 것인가?

심지어 1심 판사도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피해자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했으며 "고종석과 아는 사이가 정말 아닌 거냐"고 몇 번이고 물었다고 한다.
사건 당일 같은 PC방에 고종석과 있었다고 해서 그와 제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고종석과는 제가 7년 전 분식집을 할 때 2~3번 떡볶이를 판 인연이 다였습니다. 제가 재판 과정에서 판사님과 2~3번 얼굴을 마주했는데 저희가 인맥이 됩니까? 친분 있는 사이입니까?
불행 중 다행으로 해당 판사는 피해자 어머니가 위와 같이 일갈하자 아무 말도 못 했으며 결국 이해해 줬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을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이랬다. 언론이 어떻게 이미지를 심어주느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참담한 사례다. '기자는 문장, 단어 하나로 누군가의 삶을 칼질 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다. "범죄 상업주의, 언론이 또 다른 피해를 만듭니다"

피해자네 집 문이 열려 있었던 것도 구설에 올랐는데 부모의 관리가 소홀했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28] 하지만 피해자네 집의 문은 '안 잠근' 것이 아니라 '못 잠근' 것이었다. 문고리가 고장나 있었는데 이는 집주인이 나 몰라라 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이 마음대로 침입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사실 피해자가 살던 집은 낡아서 곳곳이 고장나 있었으며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하루 먹고 살기도 바빠서 고칠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고 기사에 나온 것은 단지 문이 열려 있다는 말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 가정의 자녀 숫자가 보기 드문 4남매라는 것이 알려지자 '그렇게 형편이 안 좋다면서 애는 많이도 싸질렀네. 술 처먹고 게임 쳐 하는 와중에 그 짓 할 여력은 있나보다?' 등등 도를 넘는 모욕과 조롱을 퍼붓는 악플들까지 나타나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에 비수를 박았다. 피해자 어머니는 나중에야 인터뷰로 해명하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더니 결국 내게 돌아온 것은 ‘나쁜 엄마’라는 낙인이었다'고 절규했다. 나주 피해자 가족 "범인은 고종석인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되나요"

급기야 '아이를 볼모로 병원비를 흥정한다', '돈 때문에 수술을 미룬다', '부모가 국민이 모아준 성금을 갖고 도망갔다'는 헛소문까지 퍼졌는데 그러기는커녕 피해자 부모는 당시 모인 성금으로 살 집을 계약하고는 부모라고 해도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못 찾게 만들어 놓았다.[29] 피해자 언니(사건 당시 13세)가 결국 이런 글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아 혼절한 적도 있었다. "우리 엄마 나랑 같이 살고 있는데...", '사람들이 왜 이런 거짓말을 만들어내느냐'며 엄마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통곡했다고. 피해자 오빠(사건 당시 12세)도 인터넷에서 엄마와 고종석이 친한 사이였다는 글을 보고 말았고 "왜 이런 가짜 글이 올라와 있느냐"며 울부짖었다. 사건에 이은 악성 루머는 둘의 지능 발달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충격과 상처가 되었다.

피해자마저도 ‘엄마,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엄마를 싫어할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화를 못 이긴 아버지는 언론이 자기들을 매장시켰다는 분노에 술을 안 마시면 잠을 못 이루다가 결국 없던 병을 얻었다. 사건으로부터 1년 뒤 분노조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한때 입원까지 할 정도였다. "딸 성폭행당했다는 기사에 모욕·조롱… 댓글로 능욕당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나중에 해당 유언비어의 유포자 2명을 잡고 보니 2명 모두 가정주부였고 심지어 그 중 1명은 임산부였으며 해당 언론보도만 보고 썼다는 진술도 해서 결국 법적 대응을 포기했다고 한다. 임신 중이던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편치도 못한 몸으로 마음고생하게 만드는 것도 꺼려지고 애초에 잘못된 기사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지라 따지고 보면 해당 기사에 선동당한 이 사람들도 언론의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용서해 주기로 했다고.

이런 만행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피해 가족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였다. 기자들이 두려워할 존재들이 아니었다. 가족이 대처하거나 항의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30], 언론은 사생활 노출과 주거 침입 등 점점 더 수위를 높였다. 사건을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레기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비열하고 강약약강에 특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언론이 나주 성폭행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원인이나 대책에 대한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하는데, 사건 자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만 매몰됐다. 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언론사들은 피해자 어머니에게 카메라들을 들이댔다. 시민단체 사람들이 "여긴 포토라인도 없습니까? 어떻게 재판정 문을 열자마자 카메라를 들이댑니까! 서울은 딱 선이 있던데! 당신들이 기자입니까?"라고 항의하자 돌아온 말은 "서울은 서울의 규칙이 있는 거고, 여긴 그런 거 없습니다."라는 상식을 벗어난 망언이었다고 하는데 이 망언을 내뱉은 기자는 한 종편 기자였다고 한다. 피해자 어머니는 그저 “도대체 저를 왜…. 제가 싫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이라고 힘없이 읊조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는 데는 심지어 경찰도 한 몫을 했다. 어찌나 무식하고 몰상식했는지 개인정보 보호 의식이 전혀 없어서 기자들에게 피해자의 집주소, 전화번호, 증언을 해 줄 만한 사람들까지 그냥 다 알려줘 버렸다고 한다. 피해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2차 가해를 한 것. 애초에 경찰에서 집에 폴리스라인이라도 쳐 놓고 취재를 제지했어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피해자 가족들은 결국 나주시를 떠나야 했다. 평생 나주에서 살아 왔던 피해자 아버지는 익숙지 않은 대도시에 살면서 일하기 위해 나주에 올 때마다 모자를 쓰고 다녔고 하도 시달린 나머지 휴대전화를 아예 없애 버렸다고 한다. 번호를 바꾸고 또 바꿔도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전화를 끊임없이 걸어왔기 때문이다.

대도시로 이사한 직후인 2013년 1월에는 동사무소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재판사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저는 OO이예요. 엄마가 나쁜 아저씨 혼내주러 가신다 해서 제가 편지썼어요. 엄마가 저는 못간대요.

판사 아저씨 나를 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주셔야 해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데리고 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저 또 데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제가 말한 그대로 엄마께 아저씨 한테 욕편지 보내도 되죠. 제가 쓴 편지대로 소원 들어주세요. 재판사 아저씨랑 엄마랑 같이 많이 혼내 주세요.

위와 같은 판사에게 보내는 피해자의 자필 편지를 담은 '나쁜 아저씨 혼내주세요'라는 방송이 1월 10일자 8시 뉴스에 보도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때부터 또 다시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는 게 문제다. "아이는 괜찮은지", "지금 심경은 어떤지" 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게 다가 아니고 다른 성폭력 사건 피해자 가족에게도 상처를 줬다. "유사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인터뷰하겠답시고 찾아가 가만히 있어도 힘들 사람들에게 다시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게 했다. 언론이 나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집은 셈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KBS 등이 일제히 내보낸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각각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예전 악몽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며 착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연합뉴스는 이와 함께 그로부터 얼마 전 통영에서 일어난 김점덕 사건 희생자 아버지를, 한국일보 김수철 사건 피해자 어머니를 찾아갔다.

9.1. 소송

결국 피해자 가족은 2013년 7월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사회경제적 약자'를 얕본 언론에게 소송했다.[31]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언니는 재판장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재판장님, 저는 중학생이라 인터넷을 합니다. 그 나쁜 놈이 나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답니다. 인터넷, 티비에서 우리 가족을 모르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사건이 보입니다. 왕따를 시킬까, 놀릴까 무섭다. 흔적도 없이 지워지게 해주세요. 저를 찾아와 인터뷰를 한 아저씨도 혼내주세요.

2014년 3월 19일 "SBS는 3,000만원, 채널A는 2,300만원, <경향신문>은 2,500만원 합계 7,800만원을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하고, 각 돈에 대해 2012년 9월 5일부터 2014년 3월 19일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32] 또 재판부는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각 5-11건의 기사를 삭제하라"고 덧붙였는데 문제의 기사는 아직도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당시 판결문에는 "1주일내에 기사 삭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무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판결문을 보면 이 사건에서 그들이 뭘 잘못했는지를 통렬하게 찔렀음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집 위치를 파악할 수 있거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내부사진을 보도하고, 개인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일기장 등도 무단으로 보도했다. 특히 비밀영역에 해당하는 상처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해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했다.
부모 동의 없이 아동의 사진을 공개해 인격권을 침해했다. 특히 얼굴 사진을 눈·코·입 부위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공개해 아동의 초상권을 침해했다.
아동의 여러 상해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은 공익적 범죄 보도의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
사건 경위와는 무관하게 피해자의 부모와 관련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암시하는 보도를 해 보도 과정에서 어느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의 원인 일부가 마치 피해자 측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사생활에 속하는 집 위치를 위성사진 영상으로 공개하고 집안 내부 모습이 훤히 보이는 영상을 내보낸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
(집 내부, 피해자의 독서록 등을 보도한 것에 대해) 범죄의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불법행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33]
(아빠를 알코올중독자로, 엄마를 게임중독자로 묘사하며 아이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보도에 진실성이 인정되거나 피고가 진실하다고 믿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위법성이 배제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언론사는 이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범행 동기나 원인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등 공익적인 차원의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익적 차원의 보도라고 해도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불필요한 과도한 침해는 허용될 수 없다”고 이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일개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신상이 이렇게까지 언론에 노출되었는가? 그건 사건 당시가 마침 정치가 긴박하게 돌아가다 소강 상태가 되어 한가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간만에 대박 기삿거리 터졌다!' 이거였던 것. 그래도 이 사건을 계기로 경향신문은 긴급 편집제작평의회를 열어 ' 경향신문 성범죄 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신상 정보와 사적 기록물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11가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 역시 '인권보도준칙'의 세부 기준을 가다듬어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송을 건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 신문에서 전화를 걸어와서 직접적으로 소송을 그만두라고 한 건 아니지만 '소송 비용 감당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정말 그렇게 하실 거예요?'라고 했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려는 태도는 드러내지 않았다.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채널A 조선일보는 항소했다. 2심에서 같은 판결을 받아낸 후에야 소송은 일단락됐다.


[1] 성폭행 피해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트라우마 현상이다. [2] 하긴 잘 자던 아이가 한밤중에 갑자기 집 안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3] 당시 태풍 덴빈은 제주도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4] 부모에게 의심가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부모가 지목한 사람이 있긴 했으나 알고 보니 그는 당시 교도소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혐의 가능성이 제로였다. [5] 지극히 당연한 절차였으나 사실 범인은 성범죄 전과가 없어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6] 여경이 귀할 때라 지능팀 소속 형사가 했다고 한다. [7] 삼촌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비교적 젊다는 것, 이불째 들고 납치하고 빗속에서 다리 밑에서 범행했다는 것은 차를 갖고 있지 않으며 현장 지리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등. [8] 가끔씩 PC방에서 마주치는 정도의 사이였다. 이름도 모르는 등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범행 당일에도 인사를 받는 등 마주쳤다. [9] 경찰은 주민등록증 사진을 볼 권한은 없다. 운전면허증은 가능하지만 고종석은 자동차뿐 아니라 운전면허도 없었다. [10] 김수철의 사례를 생각하면 무기징역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걸로 점쳐졌다. 게다가 이쪽은 아이를 살해하려고까지 했다. [11] 사실 그보다 얼마 전에 선고를 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5명을 성폭행(피해자는 전부 미성년자)한 당시 31세의 표 아무개였다. 그러나 항소하여 면했기 때문에(관련글 출처 필요) 최종적으로는 결국 안 됐고 고종석이 1호가 되었다. [12] 미투데이의 서비스 종료로 인해 링크가 소실되었다. [13] 사실 여기에도 문제가 없다고는 못한다. 미성년자의 인권이 걸린 문제이므로. [14] 위 문단의 피해자 근황과 언론계에서 돌았던 말들의 출처다. [15] 쉽게 말해 PC방에서 장시간 게임하는 사람한테 '지금 일해야지 왜 게임하고 있느냐'고 트집잡으면서 간섭한다고 해보자. 해당 사람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아주 안 좋게 볼 것이다. 피해자 부모는 도박을 한다든가 방탕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부적절한 태도였다. [16] 현재는 '중증'과 '경증'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어느 정도일지는 불명. [17] 눈·코·입이 가려진 채 얼굴 전체에 든 시퍼런 멍, 파랗게 질린 입술, 눈가의 구타 흔적, 배, 허벅지, 옆구리 등 온몸이 드러난 사진. 의료진이 회의를 위해 인쇄해 두었던 것이었다. [18] 채널A 〈 뉴스A〉, 9월1일 방영. 화면 왼쪽 상단에는 ‘단독·범죄의 흔적들’, 하단에는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발견된 직후 병원에서 촬영한 사진’이라는 명목으로 보도했다. 이 작자들이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한창 막장으로 치닫던 KBS, MBC 두 방송사가 양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19] 하는 말로 보아 해당 기자는 연차가 낮았고 데스크에게 거스를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자들의 2차 가해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변명이다. [20] 비극적이게도 이 말은 현실이 되었다. [21] 여성신문은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고, 피해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이 나주 성폭력 사건을 이해하고 예방하는 것과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라고 비판했고 # 댓글란, 트위터에서도 "아이 일기장을 왜 공개하고, 그게 도대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나. 그저 '이렇게 행복하던 아이가 '절망에 빠진 피해자'가 되었다는 자극적 구도로만 놓으려고 안달하는 모습",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막 보도해도 되나요? 분명히 안타깝긴 한데, 당사자 동의를 구한 건지 궁금하네요", "경악했다. 피해아동의 집을 보여주고 일기장까지 공개하며 이웃인터뷰까지. 이건 피해자의 신상을 만천하에 알리는 명백한 2차 가해. 당신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 건가!!"라는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다. 인용 기사 [22] 참고로 이 사람은 현관문이 고장났음을 알고도 나 몰라라 해서 사건 발생에 한몫 단단히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조치가 피해자 가족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한 것이, 떠난다고 딱히 갈 곳도 없는 형편이었고 피해자인 자신들이 쫓겨나는 것 같아 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방을 비워 달라면서 '집을 내놔도 나가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는 말을 했다는 걸로 보아 이 집주인도 딱히 배려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자기 집 근처 시끄럽게 하는 세입자라 쫓아내는 느낌이었던 듯. [23] 참고로, 기자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자기들의 핸드폰, 노트북을 충전한 것은 절도죄이다.(절도죄는 재물을 절취한 죄인데, 재물에는 관리 가능한 동력이나 에너지도 포함된다.) [24] 참고로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사고 당일 병원에 실려와 링거 맞고 있던 생존 학생에게 목소리만 내보낸다고 다짐해 놓았는데 실제로는 카메라를 숨겨놓고 있어서 결국 얼굴까지 내보낸 것이다. 생존자 및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구술록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 나오는 이야기다. [25] 현재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사건 당시 보도에 나왔던 명칭을 사용한다. [26] 예를 들면 '딸 납치 성폭행 당할 때 엄마는 PC방에서…' 같은 제목으로 말이다. 이 기막힌 헛소리는 노컷뉴스 김형노의 작품(?)이다. [27] ‘어머니와 평소 자주 게임을 즐긴 피의자는…’, ‘피의자는 피해자 어머니를 누나라고 불렀고 아버지를 매형이라고 불렀다’. [28] 예: "아니, 어떻게 엄마가 돼서 한밤중에 애들을 놔두고 외출하면서 깜빡하고 문을 안 잠그고 나갈 수 있어? 미친 거 아냐?" [29] 아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제일 중요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30] 사실 대처라기보다는 보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부모는 피해자 곁에서 간병하면서 보호센터에 맡겨진 다른 아이들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31] 언론인권센터와 피해자 가족의 인연은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인 '발자국'을 통해 시작됐다. 발자국 엄마들의 모임에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실 박영선 보좌관이 우연히 "나주 그 집은 엄마가 좀 이상하대요"라는 말을 듣고 어머니를 만났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보자 보인 것은 ‘이상한 부모’가 아니라 사건 이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가정과 깊이 상처 입은 가족이었다. 피해자의 엄마는 아이들을 방치한 게임 중독자가 아니었고 자녀의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평범한 엄마였다. [32] 이자까지 합친 제대로 된 금액은 SBS가 3230만 5479원, 채널A가 2476만 7534원, 경향신문이 2692만 1232원으로 총합 8400만원 가량이다. [33] 참고로 여기에서 주거침입이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