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9 23:48:39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1. 개요

게임 개발자의 일종으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다.

2. 상세

작업의 분화를 더 세밀화하는 경우는 게임의 플롯과 중요한 장면만을 집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와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작성하는 텍스트 라이터(혹은 스크립트 라이터)로 나누기도 한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동안 가장 크게, 그리고 급격하게 지위가 변화한 직업으로, 이 분야는 아예 게임 디렉터가 도맡아서 한 기간이 길었으나, 현재는 게임 제작의 중심축 중 하나에 당당히 들어간다. 지위가 상당히 급격하게 변화한 탓인지, 여타 게임 제작진에 비해 전문성이 낮아 보이는 것 때문인지[1]는 모르겠으나 중요도에 비해 대우는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고용하거나 그냥 외주를 맡기는 일이 많다. 다만 외주의 경우 시나리오 담당이 자주 변해서 스토리의 통일감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지라 좋은 일은 그다지 없다. 이 부분은 온라인 게임이 폐해가 심한 편.

또한 시나리오 라이터가 별개로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애니메이션 각본가와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라이터보다는 게임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영향력이 더 큰 편이다. 기본적으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는 개발진이 요구하는 시나리오를 써서 납품해야 하는 직책이라 게임 속 캐릭터들의 대사는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플롯을 비롯한 시나리오의 전반은 디렉터의 역량이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게임의 크레딧을 확인해 보면 '시나리오 원안'을 작성한 사람은 시나리오 라이터가 아니라 프로듀서나 디렉터라고 표기될 때가 많은데 이는 개발진 상층부가 플롯을 비롯한 전반적인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한 뒤 이를 시나리오 라이터가 세부적으로 풀어 집필한 경우이며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오늘날에도 상술한 것처럼 게임 디렉터가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다반 반대로 디렉터가 시나리오 라이터를 겸임했을 경우, 혹은 시나리오 라이터가 시나리오 총괄[2]이나 시나리오 원안을 맡았을 경우에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다른 개발진의 영향력을 거의 받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역량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볼 수 있다.

따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가 없이 프로듀서나 디렉터가 게임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게임 기획자가 시나리오 라이터를 겸업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만만해 보이기 때문에 대충 아무렇게 휘갈긴 이야기가 아닌 낙서를 시나리오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게임 업계에서는 드물지가 않다. 특히 프로그래밍이나 일러스트와는 다르게 '글? 그건 나도 잘 쓸 수 있는 건데?'라며 착각하는 개발자나 운영진들이 많기 때문이다.[3] 영화판이라면 아무리 대작이라도 시나리오가 영 안 좋으면 90퍼센트 큰 흥행에 실패하지만, 게임판은 게임이 재밌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4] 일부 특정 장르를 제외하면 시나리오는 곧잘 등한시되는 부분. 물론 기계 성능의 향상과 시장의 성장 그리고 그에 따른 게임들의 대작화로 영화스러운 게임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 시나리오까지 중시하는 게임들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로 재밌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우선 영화 같은 영상 업계나 소설 같은 전통적인 분야로 진출하려고 하거나 그쪽의 데뷔를 목표로 하지[5] 처음부터 게임판을 목표로 작가 전선에 뛰어들지는 않는 상황이라 대우가 열악한 거와 맞물려 적절한 인재를 투입하는 게 곤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각 게임사에 시나리오 라이터가 전업으로 있는 경우는 의외로 드문 편이며, 외주 전문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혹은 다수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각 파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이를 조합하는 경우도 많다. 캐릭터 연출이 필요한 부분은 연극 배우나 영화 배우 등이 시나리오 라이터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미국 FPS나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 실전을 겪은 전, 현직 특수부대원 등에게 조언을 받는 경우도 많다.[6]

2010년대 이후 소위 대작으로 대박을 치는 게임들은 캐릭터성을 살린 시나리오에 공을 들이는 추세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으면 금상첨화지만, 게임 시나리오는 캐릭터만 살려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플롯과 스토리텔링까지도 좋은 작품은 드문 편이다. 사실 시나리오는 원래 게임에서 중요시된 요소로, 이는 과거 80~90년대 패키지 게임에서 가장 중시한 부분이 뭐였는지를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7] 그러니 온라인 세대로 넘어오면서 타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협동과 경쟁이 주가 되다 보니 그 외의 요소들이 서서히 퇴색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나마 이건 국내 사정이고, 일본은 서정적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스토리텔링에 굉장히 공을 들이며, 영미쪽은 아예 세계관 자체를 통짜로 구축해서 그 안에서 여러 스토리를 병렬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분야가 그런 것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보다도 잘 만드는 걸로 유명해지기보단 못 만드는 걸로 유명해지기 쉽다.[8] 요구되는 능력은 글을 맛깔나게 쓰는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게임이라는 매체에 어울리도록 스토리를 쓸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다. 근데 또 여기서 우리 제작비 좀 많이 쓴다고 유명 글 작가를 이 분야로 초빙하는 일이 많은데 당연하지만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유명 작가를 기용하면 못해도 중간은 되는 퀄리티는 나오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게임 특유의 상호 작용성과 (게임 장르에 따라) 비선형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2시간짜리 영화에 적합한 이야기 구조를 무리하게 장시간 플레이하는 게임등에 집어 넣으면 그 이야기가 가진 재미를 살리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게 당연하다.[9]

그렇다 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건 어려운 편이다.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비교적) 고정적인 일감을 받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국가는 GDP규모상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고, 엔터테이트먼트 제작/소비의 최대 시장인 미국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시나리오 작가조합이 있고 심지어 2007년 당시 파업을 벌여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취소시키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에만 해당되고 게임 시나리오 작가는 고정적인 일감과 안정적인 수입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같은 노력에 비해 돈을 벌 수 있는 업계도 많다. 국내만 해도 웹 소설이나 웹툰으로 빠지는 인원이 많아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직종 중 하나다.

마비노기 시나리오 기획자는 대규모 시나리오 콘텐츠 제작에서 기획자가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정리하여 발표한 적 있는데 초심자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

3. 장르별 중요성

장르마다 중요도가 갈리는 직업으로, RPG같이 시나리오 라이터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경우도 있고 간단한 미니 게임같이 전혀 필요없는 경우도 있다. 아래는 장르간 시나리오 방식.

3.1. RPG & 어드벤처 게임

RPG가 Role-Playing Game(역할 연기 게임)의 약자라는 점에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RPG 자체가 TRPG(Tabletop RPG), 즉 탁자에 모여 앉아 역할을 연기하며 진행한 게임에서 출발한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게임 마스터 역할을 맡은 사람이 상황을 잘 조절하고 시나리오 붕괴를 피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잘 '연기'하며 시나리오에 최대한 맞춰주는 식으로 도와줄 수도 있었다. 다만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가 문서에서 보다시피 RPG라는 개념의 시초로 손꼽히다 보니 장르가 판타지로 한정되긴 했다. 이후 비디오 게임이 등장한 뒤에도 TRPG를 비디오 게임으로 담아내려고 한 만큼 판타지가 대세였고, 이는 WRPG JRPG라는 동서양 양측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물론 이 과도기 중에서도 '텍스트 어드벤처', 즉 비디오 게임화된 게임북을 통해 다른 분야의 스토리를 풀어내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고 이는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독립적인 장르로 이어진다.

이렇게 게임 마스터 역할이 플레이어 대표에서 게임 개발자로 넘어왔지만, 플레이어들의 개입과 도움 없이 개발자 혼자서 모든 스토리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와 스토리 작가의 중요성이 훨씬 높아졌다. AAA 게임급 RPG에서는 작가진이 별도로 있을 정도다.[10] 그나마 RPG는 레벨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스토리상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어 몰입감을 주는 것이 쉬운 편이지만, 어드벤처 게임은 선택 및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중요하고 또 플레이어의 동선을 대강 예상하고 스토리를 써야 하는지라 어려운 편이다. 그 결과 초창기의 어드벤처 게임은 말 그대로 실수 한 번에 죽어버리는 유리몸(…)을 보여줬지만,[11] 이후에는 이탈 방지의 법칙 등을 통해 뻘짓(?)을 못하게 막아두는 동시에, 불필요한 대사나 프로그래밍을 줄이는 장점도 거두고 있다.

RPG가 단순히 '레벨 노가다'로 알려지긴 했지만 이는 몇몇 사례3N 너네 말이다가 너무 부각돼서 그렇지, 실제로는 다양한 몬스터 및 조력자 NPC들과 대략적인 배경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판타지 계열의 RPG가 너무 많아진 결과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긴 하다. 위에서 시나리오 작가들의 비중과 대우가 열악해진 것도 이 영향이라 볼 수 있다.

그나마 프랜차이즈로 내공을 다져온 AAA 게임과 소수의 인디 게임에서도 명작이 드물게나마 나오긴 한다. 다만 평범한 시나리오 라이터라면 어느 쪽도 합류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전자는 당연히 신참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고, 후자는 재정적인 문제로 이미 있던 밥숟가락도 뺏길 판이기 때문이다.

3.2. 수집형 게임

CCG가 아닌 가챠류를 말한다.

RPG에서 빌려온 '육성' 개념에 '캐릭터 수집'을 더한 만큼, 각 캐릭터마다 상세한 뒷배경이 부여되어 있고 저마다 독자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는 편이다. 물론 핵심 스토리에서 이 수집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 또한 묘사되기도 한다. 다만 플레이어가 어떤 조합을 만들지는 모르기 때문에 핵심 스토리 자체는 평이하게 진행되는 편이나, 조합이야 어떻든 결국 '결말을 보기 위해 달리는 것'은 RPG와 같기 때문에 제작사나 작품에 따라서는 심혈을 기울여 만들기도 한다. 블루 아카이브 같은 학원물도 기존의 판타지 계통 수집형 게임에서 개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수집형 게임 역시 온갖 분야를 토대로 제작되는 등 양산화가 진행되는 판국이라, 핵심 스토리는커녕 캐릭터별 스토리마저도 날림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이런 수집형 게임에서는 몇몇 조합이 '사실상 정석'으로 손꼽히고 나머지 캐릭터는 버려지기 마련이고, 이는 제작사가 어느 정도 의도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가 비중있게 나오는 것은 거의 무리다.

3.3. 비주얼 노벨, 미연시

에로게부터 미연시 비주얼 노벨분야에서는 시나리오가 게임의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장르 특성상 대부분 화면에 캐릭터 혹은 일러스트레이터가 혼을 갈아넣은 상황 일러스트를 띄우고 텍스트를 읽는 게 게임 플레이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G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나, 그것 자체는 정적이기 때문에[12] 그 상황을 설명하는 텍스트(주로 대사)의 비중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텍스트의 양을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상호작용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르 특성상 플레이어가 최대한 몰입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쪽을 쳐다보고 있는 CG가 대다수인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다보니 책임은 막중하지만, 잘 만들기만 하면 유명해지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아래의 목록 중 다수가 비주얼 노벨 분야의 시나리오 라이터다. 특히 에로게는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추리 계열은 트릭과 논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MMORPG처럼 높으신 분들이 마음대로 시나리오를 담당하지 못한다. 상술했듯이 일러스트와 텍스트가 시스템의 전부인데 그 텍스트를 망쳤다간 일단 반절은 깎아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작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서 시나리오 집필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서인지, 비주얼 노벨 계통에서의 대우는 별로 좋지가 않다고 한다. 아비코 타케마루처럼 소설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거나 우로부치 겐이나 나스 키노코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 시나리오 라이터의 이름만 보고도 게임을 구매하는 유저들이 있지만, 정말 소수일뿐 대부분은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린다고 한다. 애초에 시장 규모부터 쥐꼬리만한 장르니 어쩔 수 없다.

또한 에로게도 하드 에로게의 경우엔 온갖 막장스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초전개가 자주 벌어진다. 굳이 하드-소프트의 수준을 나누지 않더라도, 주 소비자층 특성상 '어쨌든 하렘'이고 '어쨌든 여캐들은 주인공(남자)을 좋아함'인 경우도 꽤 많다. 이 태생적인 한계(?)를 잘 극복할 경우 에로게임에도 명작 소리를 듣지만, 일러스트의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사례도 없지 않아서 대체로 평작 내지 졸작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편이다. 종종 " 딸감으로는 충분하다"라고 적힌 리뷰들이 맥락을 유추해보면 '스토리는 별로다'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애초에 누키게에서 스토리성을 기대하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게다가 에로게도 작품의 스케일이 커지면 텍스트를 여러 명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스토리 담당'이니 '에로씬 담당'이니 하는 식으로 나눠서 작성하는데, 문제는 그 괴리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게임의 경우 기본 스토리와 중요한 장면(RPG로 치면 전투씬) 및 자잘한 장면(NPC와의 잡담)이 크게 충돌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에로게에서는 주인공이 기본 스토리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거나 살짝 밝히는 수준이다가, 에로씬에 돌입하는 순간 히로인들에게 과격하게 대하기도 한다.[13] 물론 제작진도 바보는 아니라서 검수하긴 하지만, 업계 사정 탓인지 대충 검토하고 넘기거나 작가진(더 나아가 제작진) 간에 갈등이 폭발해서 대놓고 망가지는 경우도 제법 많다. 오히려 에로씬 담당이 에로씬을 토대로 적당히 캐릭터 설정을 붙인 게 개연성이 더 좋은 황당한 경우도 있다.

그래도 2010년대 이후로는 업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했는지, 이 스토리 간의 괴리감을 '히로인을 많이 등장시킨 후 골라서 만나는 것'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즉 스토리의 틀은 변하지 않고 그 중간 과정에서 어떤 히로인을 만나는지만 달라지는데, 히로인들마다 독립적인 스토리를 진행시켜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면 타이틀 히로인& 진 히로인과의 숨겨진 엔딩과 일러스트가 마지막으로 해금되는 식이다. 여기에 성우 지망생들이 늘어난 것도 반영했는지 저마다 다른 성우가 붙어 있는 등, 장르 특성상 다른 데에서 재미를 찾기 힘드니 볼륨 그 자체를 늘리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짧은 작품을 연달아 즐기는 느낌이라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즉 원나잇하고 끝나는 보조 히로인들이 너무 많아져서 앞서 말한 '어쨌든 하렘'이라는 측면만 강조되고, 반대로 중요한 일러스트니 스토리는 더욱 볼 게 없어졌다는 것이다.

3.4. 2D 슈팅 게임

과거 오락실, 즉 아케이드 플랫폼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몇몇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스테이지(혹은 미션, 챕터 등)에 중간보스와 최종보스가 존재하는 구성을 띠었다. 그리고 아케이드 특성상 '짧고 굵게' 즐길 수 있어야 했고 여러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회전율'이 중요하다보니, 스토리에 대해 상세히 알려줄 수 없는 대화나 영상 같은 컷씬은 배제되었다.

이후 아케이드 엔진이 점점 발전하면서 담아낼 수 있는 컨텐츠가 서서히 증가하자, 역시 다른 장르와 함께 게임 내에 스토리 컨텐츠를 녹여내려는 시도들이 많아졌다. 플레이어가 없을 때 재생되는 데모신에서는 전반적인 배경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면을 넣어 흥미를 부추겼고, 플레이 도중에는 캐릭터마다 다른 음성이 나오거나 스테이지 클리어마다 컷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게임에서 담아내기 힘든 부분들은 게메스트를 비롯한 잡지 등의 매체에 내보내는 게임 광고를 통해 상세히 공개했다.

더 나아가 건슈팅 게임 등 3D 그래픽을 사용한 파생 장르에서는 영화적인 연출이나 극적인(소위 epic한) 스토리를 통해 더더욱 몰입감을 증가시켰다. 콘솔 이식판 혹은 콘솔 기반 게임들은 아케이드에 비해 여유가 훨씬 많았기에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담아내어 훨씬 풍부해질 수 있었다. 슈팅 게임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탄막 게임들 또한 단순히 어렵기만 하면 인기가 없을 것이기에 예외도 있지만 모에를 첨가하여 시각적 피로를 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슈팅 게임 자체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성과 반강제적 진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담아내기보단 상황의 묘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멀티 엔딩을 도입하는 게임도 있었지만 선택 수단이 '깬다'/'죽는다' 밖에 없었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 나가떨어지기 십상이었다. 즉 장르 자체가 스토리를 즐길 틈을 주지 않았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나마 슈팅 게임이 다른 복합적 장르의 서브 컨텐츠로 편입된 이후에도 '쏜다'는 행위 자체는 몰입감을 주기 때문에 스토리적 요소는 그대로 유지된 편이다.

3.5. FPS& TPS

상술한 RPG 어드벤처 게임처럼 '어딘가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겪는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어서 스토리와 궁합이 매우 좋다. 심지어 주인공을 그냥 '어쩌다 정체불명의 사건에 휘말린 과묵한 인간'으로 설정하고, 주적과 사건에 대해서 썰만 풀어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기에 게임 스토리로 성립할 정도다. 반대로 제작진에 따라서는 중심 스토리부터 주인공 및 조연들의 생김새에까지 자세한 설정을 부여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단점은 1인칭&3인칭 슈팅이 게임이라는 특성상 쌈박한 액션이 중요하고 또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감이나 납기에 시달린 작품일수록 캐릭터의 뒷배경이 부실하거나 배경이 묘하게 돌려쓴 흔적이 적지 않게 보인다. 혹은 너무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느라 중심이 되어야 할 액션이 시시하거나, 심하면 그 스토리마저 내부적으로 모순을 일으키는 작품도 드물게 튀어나온다.

그래서 존 카맥은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와 비슷해서, 있으면 좋겠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스토리에 너무 연연해서 액션성을 해치지 말라는 뜻이다. 다만 이 발언은 당시 을 개발하던 자신들의 '조촐한' 개발 환경에 대해 언급한 것이므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카맥 본인도 훗날의 인터뷰에서 "초창기의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이었지만, 오늘날의 게임은 영화나 TV에 게임을 합친 형태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라며 스토리를 통한 지적 호기심을 언급했다.

3.6. 기타

  •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초심자를 위한 튜토리얼과 숙련자를 위한 캠페인 등을 제외하면 스토리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고, 해당 미션에 대한 배경을 간단히 깔아주는 데에 그치는 편이다. 다만 이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고안된 시뮬레이션 게임의 이야기이고, 모바일 게임처럼 간편하여 진입장벽이 낮은 경우엔 지속적인 플레이를 위해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편이다. 가령 같은 농부 게임이라도 PC나 콘솔 쪽에서는 파종 및 추수는 물론 병충해와 각 작물의 특징까지 세세하게 알아둬야 하는 반면, 모바일에서는 그보다는 '귀농한 청년 농부의 도전기' 정도로 뭉뚱그리고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뜯어보면 대부분 매치-3 게임이다
  • 전략 시뮬레이션 & 실시간 전략 게임
    워게임에서 출발하여 전쟁이 테마인 게임들이 많아서 그런지 미션에 대한 배경을 간단히 깔아주는 것은 위의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나, 혼자서도 놀 수 있는 건설 경영에 비해 상대(기본적으로 AI)와 전략을 '장기적으로' 겨룬다는 점이 있어서인지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진 경우가 많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처럼 역사적 배경이 있을 경우, 이미 역사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이나 마찬가지라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으로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전략 게임이니만큼 유닛 간의 상성 등 밸런스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대전 격투 게임
    어떤 캐릭터를 골라서 상대를 이길지, 혹은 그저 마음 가는 캐릭터를 플레이할지 생각해야 하다보니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 즉 대략적인 형식은 상술한 수집형 게임과, 초창기 역사는 슈팅 게임과 같다. 즉 캐릭터의 개별적인 스토리는 다양하지만 작품(및 시리즈) 내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은 평이한 편이다. 그래도 조합이 다양한 수집형 게임에 비해 한 캐릭터로 결말까지 가기 때문에 캐릭터별 전개나 엔딩(즉 멀티 엔딩)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 캐릭터들의 엔딩이 모두 정사로 취급되진 않고 극소수의 경우만이 진 엔딩으로 손꼽힌다. 대표적으로 팀과 조합에 따라서 엔딩이 다양하지만 진 엔딩 조합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KOF 시리즈가 있다.
  • 보드게임
    보드 게임은 보통 짧으면 몇십분, 길어도 몇 시간 이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스토리를 따지는 게임들이 별로 없으며, 있어도 상술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처럼 뒷배경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레거시라고 하여 기존 게임의 진행 내역을 토대로 게임을 이어가는 부류도 있다. TRPG와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데, 플레이어들이 개입하여 선택하는 것은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보드 게임 개발자가 제공하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즉 보드 게임으로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라 보면 된다.
  • 스포츠 게임 (+ 레이싱 게임)
    아마 게임 장르 중에서 스토리의 비중이 가장 낮을 것이다. '대회 우승' 빼고는 정말 넣을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선수마다 개별 스토리를 넣을 수는 있겠지만 육성게임이 되기 때문에 애매하다. 게다가 이런 장르는 보통 현실감(물리엔진에 의한 현실적인 움직임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없어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게임과 애매하게 걸친 레이싱 게임에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지 없어도 되는지는 꽤나 뜨거운 논란거리이다. 대표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는 "삼류영화 같은 스토리 넣지 마라"와 "영화 같은 스토리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로 의견이 갈린다.

4. 목록

※현직 전직 관련없이 가나다 순으로 정리할 것.


[1] 그래픽, 프로그래머, 음악가, 디자이너와 나란히 늘어 놓으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이런 대우를 받곤 한다. 그림이나 음악이나 프로그래밍과는 다르게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물론 누구나 '잘' 쓰는 건 아니지만. 그림이나 피아노는 몰라도 일기는 누구나 쓸 수 있거든 이런 홀대는 영화 업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2] 회사마다 직책명이 다르나 보통은 '시나리오 디렉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불리는 직책이다. [3] 일례로 시쿠라 치요마루가 있다. 시쿠라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Chaos;HEAd, Steins;Gate, Chaos;Child 등의 작품은 따로 시나리오 라이터를 기용해서 문체가 가시성 있게 잘 나왔지만, 자신이 직접 라이트 노벨을 쓴 Occultic;Nine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겠다는 혹평을 받았고, 후에 애니와 게임이 새로 나왔을 때 비로소 스토리를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4] 특히나 상술한 온라인 게임처럼 우르릉 쾅쾅 폭발하는 액션신이나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쌀먹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거나 유저들 또한 호응하는 부류에서는 더더욱 스토리의 비중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개발진도 아니고 유저부터가 '관심이 없다'는데 개발진이 관심을 줄 리가... [5] 우로부치 겐도 소설가를 목표로 하다가 게임 시나리오가 데뷔작이 되었다. [6] 이 분야에만 비롯된 게 아니라 경찰이 주인공이면 경찰에게 조언을, 운동선수가 주인공이면 운동선수에게 조언을, 범죄자가 주인공이면 해당 전과가 있는 전과자에게 조언을 얻기도 한다. [7] 물론 2000년대 이후에도 소위 갓겜 소리를 듣는 명작들은 많지만 그 평가들을 하나하나 파보면 "기본적인 그래픽으로도 모자라 스토리'까지' 완벽하다"는 내용이 대다수이고, 반대로 8~90년대 작품들을 보면 그래픽에 대한 내용은 "아쉽다"고 하면서도 스토리에 대해서만큼은 "감동적이다"라는 표현이 많다. [8] 그나마도 다른 분야보다 게임 시나리오는 누가 집필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더 심해서, 못 써서 유명해지기는커녕 그냥 대부분 묻힌다. 이건 서양도 마찬가지여서 몇몇 개발진이 시나리오 라이터를 겸하는 것인지, AAA 게임이나 몇몇 인디 게임을 제외하면 제작진 목록에서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문단을 찾기 힘들기도 한다. [9] 영화야 가만히 앉아서 시청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무리한 서술 트릭을 넣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관객들이 내용을 파악한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이야기들 사이를 직접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전투나 추리 등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영화보다 스토리에 집중하기 힘들다. 본문 앞에서 '스토리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단순무식한 액션과 그래픽에 치중하는 온라인 세대'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10] 예를 들어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처럼 대사와 상호작용이 넘치는 게임들의 스토리에 참여한 크리스 아벨론처럼 서구권 RPG에서는 스토리 집필이 큰 경력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아시아는 JRPG를 제외하면 한국계나 중국계 RPG는 '스토리 그거 아무 직원 시키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비중이 저조했으나, 각각 (판타지는 아니지만) 블루 아카이브 원신처럼 스토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화해 나가는 추세이다. [11] 특히나 개발자에 따라서는 위험한 상황 하나하나마다 데스씬을 만들어둬서 오히려 '데스씬 모으기'에 도전하게 만드는 악랄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에라 엔터테인먼트 계열이 대표적이다. [12] 그래서 CG를 연달아 붙여서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든 것들도 있긴 하나, 결과적으로는 구간반복이라는 점에서 정적인 건 매한가지다. [13] 히로인들을 평소와 다르게 부른다거나, 순애물인데 능욕물로 둔갑한다거나, 사람의 죽음에 심적 고통을 느끼는 듯하다 난데없이 히로인과의 섹스를 음미한다거나. [14] 인터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