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8 22:50:18

All Tomorrows

올 투모로우즈: 인류의 수많은 종과 다양한 운명에 관한 10억 년간의 연대기
All Tomorrows: A Billion Year Chronicle of the Myriad Species and Varying Fortunes of Man'
<nopad>파일:올 투모로우 표지.jpg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212529,#e0e0e0> 장르 SF
작가 C. M. Kosemen

1. 개요2. 내용
2.1. 프롤로그
2.1.1. 인류의 태양계 진출2.1.2. 은하계 개척과 인류의 여름2.1.3. 조기 경고2.1.4. 쿠(Qu)와의 조우, 인류의 소멸
2.2. 전반부
2.2.1. 웜2.2.2. 타이탄2.2.3. 프레데터2.2.4. 맨텔로프2.2.5. 스위머2.2.6. 리자드 허더2.2.7. 템터2.2.8. 본 크러셔2.2.9. 콜로니얼2.2.10. 플라이어2.2.11. 핸드 플래퍼2.2.12. 블라인드 포크2.2.13. 롭사이더2.2.14. 스트라이더2.2.15. 패러사이트2.2.16. 핑거 피셔2.2.17. 헤도니스트2.2.18. 인섹토파기2.2.19. 스페이서2.2.20. 루인 헌터2.2.21. 지성의 부활과 멸종
2.3. 중반부
2.3.1. 스네이크 피플2.3.2. 킬러 포크2.3.3. 툴 브리더2.3.4. 사우로사피엔트2.3.5. 모듈러 피플2.3.6. 프테로사피엔스2.3.7. 애시메트릭 피플2.3.8. 심비오트2.3.9. 세일 피플2.3.10. 사티리악2.3.11. 버그 페이서2.3.12. 아스테로모프
2.4. 후반부
2.4.1. 제2 은하 제국2.4.2. 그래비털2.4.3. 기계의 침략2.4.4. 서브젝트2.4.5. 또 다른 기계2.4.6. 기계의 몰락과 스페이서의 귀환2.4.7. 전쟁 이후의 은하계2.4.8. 새로운 기계2.4.9. 두 번째 조우2.4.10. 다시 발견된 지구2.4.11. 귀환2.4.12. 맺음말 - 모든 내일
3. 2차 창작
3.1. 팬메이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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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올투 연표.jpg
▲ 연표
스타 피플의 직속 후예인 '아스테로모프'는 무중력 생활에 적응한 상태이며, 때문에 이들의 유전 형질을 행성 지표 중력권 생활에 적합하게 품종 개량한 테레스트리얼이 지구를 방문한 기록을 마지막으로 인류의 활동 기록이 끝난다.

튀르키예의 예술가이자 연구가 C. M. 코세멘(C. M. Kosemen)[1]이 2008년에 인터넷에 출간한 일종의 사이언스 픽션 소설. 가상생물학 서적이기도 하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PDF 형식으로 공개되었다. 원본 삽화를 첨부한 오디오북 영상도 있다. 혐짤 주의! 2024년 태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었으며, 2024년 중반 영문판 크라우드펀딩을 개시했다.

부제 그대로 포스트휴먼, 미래인, 그리고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소설. 신인류 소재로 삼아 실행된 우주 단위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인류의 미래를 다룬 각종 SF 소설을 참고했으며 특히 맨 애프터 맨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진 소설이기도 하다. 불쾌한 골짜기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감동적인 주제 의식을 다루고 있다. 이는 결말부에서 직접 언급되므로, 주제를 바로 확인하고 싶다면 '맺음말-모든 내일' 문단을 볼 것.

맨 애프터 맨에 대한 헌사라 생각될 정도로 비슷한 요소가 많은[2] 작품이기는 하지만 맨 애프터 맨보다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진 것을 비롯해[3]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많아 비교할 거리가 많은 편이다. 맨 애프터 맨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운명이 상당히 암울한 것 또한 특징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전개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 양측 결말 스포일러 ]
둘 다 인류의 운명이 암울하기는 하나 마지막 시점에서는 지구의 인류가 심해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맨 애프터 맨보다 오히려 모든 우주의 인류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All Tomorrows 쪽이 역설적으로 더 밝으며, 결국 서로가 추구하는 주제와 방향성이 확연히 다르다. 맨 애프터 맨 속 현생 인류는 유전 조작된 인간들을 이용하여 해저 도시나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한편 자신들은 망해 가는 문명 속에서 신음하는 동족 현생 인류들을 놔둔 채 일부만 우주로 떠났다가, 몇백만 년 뒤에야 지구로 돌아와 지구를 또 다시 망가뜨린 뒤, 다시 지상의 모든 포스트휴먼이 전멸한 지구를 떠나 다른 별로 향한다. 또한 지메즈 스뭇 이전의 현생 인류, 생태계를 포스트휴먼으로 채워 넣는 한편 정신 안정제에 의존하여 살아가던 하이테크, 아예 유기질로 된 생명 유지 장치로 연명하던 틱은 전부 현재 시점에서 몇천 년 뒤에 지구 자기장 변동으로 전멸했다. 인간이 수없이 이어지는 진화와 멸종에도 (전부 사라지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진보를 이루어내며 인간 찬가를 설파하는 All Tomorrows와는 달리, 맨 애프터 맨은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파멸시키고야 마는 인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개 후 SF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본격적인 팬덤의 발달은 최초 공개 후 약 15년이 지난 2021년 스토리 설명 유튜버인 Alt Shift X가 이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업로드한 걸 계기로 시작되었다. '미래 인류의 진화'라는 파격적 소재와 거대한 스케일 덕분인 듯. 한때는 팬아트나 팬 영상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나 현재는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팬덤 확산으로 유입된 팬들만 여러 가상생물학 작품과 이 작품을 덕질하며 남아 있는 상황이다.

2. 내용

이 소설은 전개에 따라 크게 4편으로 나뉜다.
  1. 우리 은하로 진출한 인류가 호전적 외계인 쿠(Qu)에 의해 갑작스레 개조당하여 쇠퇴기에 접어드는 내용을 그린 프롤로그.
  2. 4천만 년 동안 은하계를 지배하던 쿠가 갑자기 은하계를 떠나고 인류의 대량 멸종이 일어난 뒤, 그 폐허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환경에 따라 적응 방산하는 모습을 다룬 전반부.
  3. 전반부에 등장했던 인간 종들의 후손들이 은하 연합을 이루지만, 죄다 한 종류의 인종에게 대멸종적인 학살을 당하는 중반부.
  4. 여러 인간 사이의 대전쟁 끝에 인류가 끝끝내 다시 은하계로 진출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후반부.

2.1. 프롤로그

인류의 화성 진출과 지구-화성 전쟁, 은하계 진출과 쇠퇴기를 다룬다. 18페이지 정도의 짧은 부분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보통 SF 소설 한 권 못지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방대하다.

2.1.1. 인류의 태양계 진출

오랜 시간이 지나[4] 정치적 통합을 이룬 인류. 그 후 화성 테라포밍하자는 논의가 인류 사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행성 테라포밍 기술이 나타난 뒤로 한동안 여러 가지 의제를 토론하며 지지부진을 반복하던 와중, 지구의 인구가 120억 명이 되어 환경이 망가지자, 그제서야 위기를 느낀 지구 정부는 모성에서 편안하게 지내려는 얄팍한 본능을 떨쳐내고 화성 테라포밍을 시작한다. 하지만 화성 테라포밍이 쉬우리라는 추측과는 달리 지구인들은 정작 첫 삽을 뜨고 나서야 테라포밍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문제에 맞닥뜨리고, 결국 계획을 더 장기적으로 수정하고 테라포밍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야 지구인들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묘사에 따르면 수 세기에 걸쳐 주기적으로 유전자 조작 미생물이 담긴 운석을 떨궈 대기를 지구와 비슷하게 바꾸고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조성한 뒤, 화성 버전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동식물을 풀어놓았다는 듯.
화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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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1.jpg
착륙선이 화성의 땅을 처음으로 밟을 사람들을 나르고 있다.
식물의 모습이 최초의 육상 식물이었던 쿡소니아와 비슷한 것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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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포밍이 끝난 뒤에도 화성은 수 세기 동안 낙후된 채 남아 있었다. 지구 정부 측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산업을 전부 화성으로 넘겨버렸고, 지구의 최전성기가 찾아오면서 지구인들 역시 화성인들을 부려 먹었기 때문. 그러나 화성인들이 새로운 정부를 구축하고 유전적으로도 지구인과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2백여년 간 화성 정부는 지구 정부를 경제적으로 잠식해 나갔지만, 이내 화성인들의 지구에 대한 반발심이 절정에 도달하고 만다. 화성의 정체성 자체[5]가 지구에 대한 반란에 가까웠으며, 지구가 쇠퇴해가는 반면 화성의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성의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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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2.jpg
삽화로 묘사된 화성인의 모습.
'더 가벼운 중력에서 몇 세대가 이어지면서 뼈대가 가늘고 유연해졌다'라는 설명대로, 얼굴과 목이 현대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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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대략 1000년 후, 화성국(國)은 지구와의 비필수적 무역과 여행을 금지했고, 지구 정부에게는 이 봉쇄령이 연간 수입의 4분의 3이 사라진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기에 화성에게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현대인[현생인류시대]들의 상상과는 달리 전쟁 병기가 죄다 자동화기계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전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으나, 포보스가 산산조각나서 화성에 말 그대로 유성우를 뿌리는가 하면 지구의 인구 중 3분의 1을 박살낸 '폴라 임팩트' 같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8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지구인과 화성인 모두가 멸종될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나서야 평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생존자들은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생물학적 변화를 포함한 막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인과 화성인이 거의 다른 종으로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 행성뿐만 아니라, 최근에 막 테라포밍된 행성에서도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를 자신들의 후계자로 내세우자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강제로 불임 시술을 받는 것이나 우월한 인종에 밀려 도태되는 것 모두 기존 인류에게는 굴욕적인 선택이었지만, 전쟁을 막 헤쳐나온 사람들은 구 인류를 싹 다 학살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불평하거나 저항하는 것 정도로만 반발할 뿐이었다.

전쟁으로 이루어진 기술 발전과 통합된 정부에 힘입어, 신인류는 몇 세대만에 금성 소행성대를 넘어 목성 토성의 위성까지 개척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들에게 태양계는 너무나도 좁은 곳이 되었다. 태양계를 물려받고 더 멀리, 머나먼 별들이 펼쳐진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별사람, 스타 피플(Star People)이 될 운명이었다.
스타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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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3.jpg
삽화로 묘사된 스타 피플의 모습.
미래적인 동시에 투박한 복식을 착용하고 있으며, 얼굴과 목이 현대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길어지고 커졌다. 미간도 전체적으로 넓어진 편.
뒤에는 성도가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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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은하계 개척과 인류의 여름

스타 피플들에게조차 성간비행은 중대 문제였다. 초공간도약이나 초광속 여행 같은 것들이 논의되었지만, 결국 가장 가까운 별일지언정 '개척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성간비행으로 운송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첨단 기술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죄다 광속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성간비행에 수 세기가 걸린다는 결론이 나자 부리나케 여러 세대 우주선이 설계되고 심지어 몇 척이 만들어지기까지 했지만, 기술적 문제나 선상 반란 때문에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해결책은 일단 그 곳에 가서 별을 개척하고, 주민들을 나중에 만드는 것이었다. 빠르고 작고 자동화된 우주선들이 건조되어 우주 저 너머로 보내졌다. 이 우주선에는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으며 반자각 AI가 탑재된 기계가 실려 있었다. 이 기계들의 목적은 목적지를 테라포밍하고 우주선 내부에 저장된 유전 물질로 거주자들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주선에 의해 제작된 첫 번째 세대 중 그들을 만든 기계에 대해 ' 이상한 애정'을 품은 세대들이 속속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으로 존재하길 거부했고, 정체성 위기로 정신이 붕괴되어 죽어버렸다. 이 기술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보통 현상이 아니어서, 식민지 개척 계획 중 거의 절반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실패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계획의 나머지 절반은 우리 은하의 나선 팔 하나를 인간으로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생존자들은 항성이 품고 있던 힘을 아득히 넘어서는 문명을 만들어내면서 인류의 진정한 황금기, 인류의 여름(The Summer of Man)을 열어젖혔다. 성간 전자 통신 덕에 모든 인류의 성과는 은하계를 가로질러 공유되었으며, 모든 인류가 어마어마한 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개개인이 오늘날[현생인류시대]의 일부 국가들이 누리는 것보다 더욱 풍요로운 물질적/문화적 재산을 얻을 수 있었으며, 노동은 그저 의무로만 치부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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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4.jpg
두 스타 피플이 토착 식물 잔해 아래에 앉아 홀로그램 영화를 보고 있다.[8]
그들에게는 이러한 삶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축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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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조기 경고

이렇게 인류의 여름이 계속되는 도중에도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외계 생명체는 은하계 전체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반면, 아무도 진정한 의미의 지적 생명체, 또는 지능의 징후를 목격하지 못했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지적 생명체 자체가 우주 전체를 따져 봐도 희귀한 현상이다'라고 여겼고,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지능을 신이 내린 축복으로 여겨 신성한 영향력, 즉 종교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탁상공론과 논쟁만이 분분한 사이, 인류에게는 의문 하나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인류가 우주에서 인류와 대등하거나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와 마주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술자들이 테라포밍된 지 얼마 안 된 행성에서 수수께끼의 생물체의 유해를 발견하면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이 거대한 화석에는 판데라비스 판도라(Panderavis pandora)라는 학명이 붙었는데, 외계 행성에서 발견된 외계 생명체가 지구 동물의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와 비슷하게 생긴 이 생명체에는 커다란 발톱이 달려 있었는데, 이후 이 생물이 테리지노사우루스에서 파생된 생물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 행성의 동물들은 죄다 팔다리가 셋뿐이었고 골격은 구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유체정역학(流體靜力學)적 근육 체계를 지니고 있었던 반면, 판데라비스는 칼슘이 풍부한 뼈와 사지를 가진 전형적인 육상[9] 척추동물이었다. 지구의 지층에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화석을 '반박할 수 없는 신성한 창조의 증거'로 여겨 종교적 열망을 부추겼지만, 다른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이 은하계 어딘가에, 지구를 방문하고 동물들을 그곳에서 데려와 외계 행성에 적응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존재가 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심지어 화석 자체의 시간적 격차를 고려한다면, 판데라비스가 이 행성에서 죽은 것은 고작 최소 수천 년 전의 일이었다.

인류는 지구-화성 내전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무기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별을 초신성으로 바꿔버리고 태양계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접촉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은하는 단 하나의 종만이 지능을 발달시키기에는 너무 컸다. 이 ' 미지와의 조우'가 미뤄질수록, 인류의 완전한 멸종에 대한 공포감은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
조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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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5.jpg
판데라비스의 복원도.
판데라비스의 발톱은 먹이를 찾기 위해 흙을 뒤엎는 갈퀴와도 같았다.
기회주의적인 토착 생물들이 판데라비스와 나란히 걸으며, 떡고물처럼 떨어질 먹이를 노리고 있다.
이미 멸종한 지구 생물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모습을 한 판데라비스와 그에 비하면 굉장히 이질적인 삼족 보행 토착 생물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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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쿠(Qu)와의 조우, 인류의 소멸

인류가 불안에 떨면서 무기를 거머쥐던 사이에, 거의 10억 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Qu)라는 외계 생명체가 은하를 떠돌고 있었다. 이들은 여러 시대에 걸쳐서 은하의 한 나선 팔에서 다른 나선 팔로 이동하는 유목민들이었다. 은하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반복하면서 발전과 진화를 거듭한 끝에 그들은 유전공학과 나노 기술의 달인이 되었고, '보시기에 심히 좋도록'[10] 우주를 재창조하는 종교적 사명을 머리 깊숙히 새겼다. 원래는 스스로의 힘으로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였지만, 쿠들은 이 신조에 의심 하나 없이 맹목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에 이 신조는 말 그대로 도그마가 되어 쿠를 광신도로 만들어버렸다.

인류의 찬란한 영광도 10억 년 가까이 존속한 쿠에게는 사상누각에 불과했으며 쿠에게 인류는 그야말로 실험체나 다름없었다. 그 동안의 무장이 무색하게 인류는 쿠에게 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천 년도 버티지 못한 채 처참하게 몰락하고 말았다.

인류가 테라포밍한 행성은 처음부터 외계 생태계의 말살을 염두에 두고 실행되었기에 쿠에게는 텅 빈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이왕 이렇게 된 겸, 쿠는 자신들의 사명에 맞서 신성 모독을 행한 '이교도', 즉 인류에게 천벌을 내리기로 한다. 바로 인류를 자신들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유전적 재료로 개조하는 것이었다.[11] 이는 인류의 의식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이상하고도 새로운, 수없는 형태로 유전적 유산을 보존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종을 '구원'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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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몰락에 득의양양한 쿠의 모습.
왼쪽에는 나노 기술 드론이, 오른쪽에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추적 생물이 떠 있다.
쿠의 화기 뒤편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 인체도가, 그것도 역방향에 쿠의 촉수에 휘감긴 것처럼 그려진 모습은 인류의 몰락을 은유하는 명백히 의도적인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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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는 야생동물부터 애완동물, 유전적으로 변형된 도구에 이르기까지 온갖 모습을 한 '대용품 인간'으로 넘쳐나는 우리 은하에서 4천만 년 동안 최고의 자리에 군림했다. 그들은 킬로미터 높이의 기념물을 세웠고, 순전한 변덕으로 별 전체의 표면을 바꾸었다. 하지만 어느 날, 쿠는 홀연히 왔던 것처럼 홀연히 어딘가로 떠났다. 쿠라는 종족에게 인류와의 전쟁을 비롯한 모든 것은, '그들의 종교적 욕망이 온 우주를 뒤덮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여정'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사라진 빈 자리에는 한때 인류였던 괴상한 '인간'들로 가득 찬 생태계로 이루어진, 천 개가 넘는 행성들만이 남아 있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들을 보살피던 쿠가 떠난 직후에 멸종했고, 다른 '인간'들은 좀 더 오래 살아남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종들이었기에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인류의 후손들이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행성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몸 속에 종의 운명을 품은 채, 그들은 이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고 분화되었다.
Humanity, once the ruler of the stars, was now extinct. However, humans were not.
한때 저 별들을 지배했던 인류는 이제 멸종[12]했다.[13]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
쿠의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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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7.jpg
한때 40억의 영혼을 품었지만 지금은 침묵만 남은 별.
그 창백한 대지에 1마일 높이의 쿠 피라미드 탑들이 높이 솟아 있다.
이 구조물은 쿠의 상징으로, 그들이 지나온 모든 거주용 행성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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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2.2. 전반부

소설의 초중반은 쿠가 떠난 뒤 폐허로 남은 별들에서 살아남은 인간 종들이 환경에 따라 생태적 지위를 획득하여 적응 방산하는 모습을 다룬다. 이 부분의 문체는 사실상 맨 애프터 맨과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멸종했지만, 소수의 종들은 지성을 획득해 다시 은하계로 진출하게 된다.

2.2.1.

쿠가 태양을 마개조하는 바람에, 타는 듯이 뜨거운 태양 아래 불타오르던 행성 지하에 거주하던 대용품 인간. 수정같이 생긴 "식물"의 숲이 땅을 뒤덮은 덕분에 행성에는 아직 산소가 남아 있었고, 그 행성의 유일한 척추동물이자 스타 피플의 마지막 후손인 (Worms) 또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벌레'라는 이름 말마따나 외모는 전체적으로 창백한 거대 지렁이에 팔다리가 달린 듯한 생김새. 손가락과 발가락은 퇴화하여 땅강아지의 앞다리처럼 변했고 눈 역시 바늘구멍 수준으로 퇴화했으며, 눈 외에도 외이(), 신경계 절반이 퇴화되었다. 신경계가 죄다 퇴화했으니 지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건 당연지사. 이들이 살면서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땅을 파는 것, (어쩌다 마주친 동족을 포함한) 먹이를 먹는 것, 짝짓기를 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번식력이 왕성했던 덕분에 인류의 유산을 조금이나마 보존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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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부부와 자식 개체의 모습.
가오리처럼 눈과 코의 위치가 위아래로 구분되어 있어, 눈과 콧구멍을 착각하기 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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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타이탄

타이탄(Titans)은 사바나 행성에서 살아남은 거대한 대용품 인간으로, 길이만 40미터를 넘길 정도로 거대하다. 앞다리가 코끼리 다리마냥 퇴화한 대신 코끼리의 코처럼 아랫 입술에 근육 조직이 발달했다. 비록 기괴해 보여도 당시 은하계에 남아 있던 인간들 중에는 가장 영리한 인간 종에 속한 덕분에 두뇌를 원시 인류 수준으로 다시 발달시킬 수 있었다. 물건을 쥘 수 있는 아랫입술로 화려한 목재 조각품을 만들고, 격납고처럼 생긴 거대한 주택을 지었으며,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을 시작했을 정도. 심지어 광활한 평원을 가로질러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구전문학을 공유하기도 했다.

타이탄은 이렇게 수십만 년 만에 인류의 계승자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던 인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빙하기가 타이탄의 행성을 강타하는 바람에 멸종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빙하기의 끝과 동시에 멸종한 매머드가 떠오르는 부분.
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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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09.jpg
타이탄 개체의 모습.
아랫입술 끝에 코끼리의 코와 비슷한 조직이 보이지만, 코끼리와는 달리 귀가 확장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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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프레데터

육식 인류는 수많은 행성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옛 구전들에 나오던 흡혈귀, 늑대인간, 고블린 등을 연상시켰다. 어떤 종은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큼직한 머리로, 또다른 종은 맹금류의 발톱 같은 발로 다른 대용품 인간들을 사냥했지만, 가장 흔한 종류는 손가락에 날카로운 발톱을 탑재한 계열이었다.

이들 중 가장 효율적 사냥 방식을 고른 종은 인류의 외부 개척지 중 하나에 살고 있던 프레데터(Predetors)였다. 고양이과 동물처럼 발톱을 넣었다 꺼낼 수 있었으며,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머리에 달린 턱은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했고 귀 또한 먹이의 위치를 잘 포착할 수 있게 발달했다. 마치 고블린 서벌을 뒤섞은 것 같은 생김새.

이들의 먹이는 새처럼 얇은 다리로 겅중거리며 뛰는 설터터(Saltators)[14]였다. 먹이들이 망각 속에서 뛰노는 사이, 포식자들은 행성의 다른 인간들을 사냥하면서 다시 한 번 지능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프레데터와 설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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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와 설터터 개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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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맨텔로프

모든 인류가 쿠의 개조 하에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된 것은 아니었다. 맨텔로프(Mantelopes)[15]가 그 예로, 이들은 악기이자 살아 있는 녹음기 역할을 하도록 개조당한 인간이었다. 쿠가 은하계를 떠나자, 맨텔로프는 행성의 생태계가 빈약했던[16] 덕분에 겨우 초식성 네발 짐승의 생태적 지위를 획득해 살아남았다.

조금 불완전할지언정 또렷한 인간의 정신에 불구나 마찬가지인 동물의 몸을 가지고 있는 맨텔로프의 삶은 괴롭기 그지없었다. 이 세상이 어떤 꼴이 났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몸 때문에 세상의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었으니까.[17] 당장 수세기 동안 맨텔로프는 종교와 구전을 통해 절망과 상실의 노래를 부르며 초원 위를 돌아다녔다.

그나마 이들에게 다행이었던 사실은 자연 선택이 그들의 고통을 줄여 주었다는 것이다. 두뇌를 잘 활용할 수 없다면 두뇌가 발달할 일이 없었으니까. 우둔하고 무식한 맨텔로프들은, 이성이 남아 있기에 고통받으며 언제나 우울증에 시달리던 맨텔로프보다 빨리 성장했고 풀을 더 잘 뜯었다. 10만 년 만에 지성이 사라진 맨텔로프들이 기존의 개체들을 대체했으며, 그들의 우울한 세계는 영원히 침묵 속에 잠겼다. 진화는 만성적인 우울증 환자들 대신 무지한 짐승들을 택했다.
맨텔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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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텔로프 개체의 모습.
원시 우제류처럼 발가락 중 하나가 발굽처럼 발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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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스위머

쿠는 특이하게도 수많은 수중 인간들을 창조해냈다. 아마도 그들의 생명 주기가 수생 유충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품종 개량이 이어지자 수중 인간들은 다양하게 분화했다. 사지가 없고 리본같은 몸의 일-피플( Eel-people)이나 고래같이 거대한 베헤모스(Behemoths), 뒤틀린 입에서 물을 뿜어가며 헤엄치는 장식용 관상어 인류, 심지어 식량으로 쓰기 위해 뇌를 없애고 개조시킨, 끔찍하게도 많았던 월로워(Wallowers) 등등 온갖 종류의 수중 인간이 존재했다. 이들은 전부 완벽하게 길들여진 인간이었던 탓에 야생 적응력이 없었으며, 쿠가 은하계를 떠나자 빠르게 멸종했다.

쿠가 은하계를 떠난 이후, 스위머(Swimmers)를 비롯해 개조가 덜 이루어진 몇몇 수중 인간들만이 살아남았다. 스위머에게는 인공 아가미가 없었고 앞쪽 지느러미에 손의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뒷다리 또한 남아 있었다.[18] 눈꺼풀 뒤에 인간의 눈이 남아 있었으며, 지적인 수준은 아니어도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모양. 스위머의 먹이는 원래 지구에서 식량으로 쓰기 위해 들여온 동물들의 후손인 물고기와 갑각류로, 수천 년 동안 쿠의 지배 아래 진화가 멈춰 있었다. 쿠가 떠나고 자연 선택의 손길이 다시 한 번 바다로 뻗어나가자, 스위머들은 지성의 축복은 잠시 잊은 채 먹이 사냥에 적합한 구조로 몸을 바꿔나갔다.
스위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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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머 개체의 모습.
외모가 전체적으로 돌고래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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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리자드 허더

도마뱀 목동, 리자드 허더(Lizard Herders)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꽤 운이 좋은 종에 속했다. 쿠는 이들을 다른 인간들처럼 뒤틀린 황천에 빠진 것마냥 형태를 왜곡시키지는 않았으나, 발견적 학습을 발달시키지 못하도록 소뇌의 구조를 뒤틀어버리고 이들의 두뇌 발달을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리자드 허더들은 비정상적으로 긴 원시시대를 살아갔으며, 거기다 하필 이 행성에 포식자가 없었던 탓에 리저드 허더들의 지능이 높아질 이유도, 계기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마침내 행성에 사는 다른 생물체들과 공생 관계를 이루었다. 본능적으로 거대 초식성 파충류[19]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얼마 안 가 열대 기후가 파충류들의 적응 방산을 이끌어냈고, 한때 별 사이를 여행했지만 개조당해 뇌가 망가진 이 '멍청한 인간'들은 이 파충류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리저드 허더가 이 파충류들에 맞서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진화는, 조용히 짐승의 망각 속으로 가라앉는 것뿐이었다.
리저드 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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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저드 허더가 멍한 눈으로 세상을 훑어보고 있다.
그의 가축이 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하고 있건만, 그에게 미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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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템터

화자조차 "그들이 어떻게 이런 기괴한 형태로 살아남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떤 인간[현생인류시대]도 이들을 인류의 후손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기괴한 생김새를 지닌 생명체이다.

이들의 조상은 쿠들이 "착생(着生)형 장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예술적인 열정을 들여 개조되었다. 암컷은 키가 2미터 정도에 부리가 달린 커다란 원뿔형 살덩이처럼 생겼으며, 식물과도 같이 땅에 몸을 반쯤 파묻고 지낸다. 수컷은 작은 체구의 살덩어리 펭귄처럼 생겼으며, 암컷과는 달리 걸어다닐 수 있다. 수컷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음식을 나르고, 암컷의 몸을 청소해주며, 암컷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템터(Tempters), 즉 유혹하는 자라는 이름대로 암컷이 소리와 페로몬을 조합해 '가장 강하고 순종적이지만 멍청한 수컷들을 골라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암컷의 시중을 들 수컷이 태어나지만, 가끔 암컷이 태어날 경우 수컷들이 암컷을 심으러 운반해간다는 듯.

충격적인 생태와는 관계 없이 문명이 발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템터는 길 잃은 혜성이 이들이 서식하던 숲을 쓸어버리는 바람에 멸종하고 만다.
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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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터 특유의 성적이형을 묘사한 그림.
교미 시에는 수컷이 암컷의 길쭉한 구덩이 모양 음문으로 들어가는데, 작가는 수컷의 이러한 모습을 지하철 통근자에 비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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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본 크러셔

쿠의 애완동물[21]에서 파생된 인간. 쿠들이 사라지자 애완 인간 대다수는 멸종했지만, 이 중 강인한 일부 종은 초식동물과 맹금류같은 부리를 지닌 포식자부터, 늪에 사는 따오기 같은 생물이나 화려한 이빨부리가 돋보이도록 독특한 관모를 발달시킨 종류까지 다양하게 분화했다.

그중 본 크러셔(Bone Crusher)는 다시금 지성을 발달시켰다. 생김새가 충격적인데, 이빨이 부리의 형태로 진화한 것을 빼면 그야말로 키 3m짜리의 설화 속 오우거 내지 트롤에 가까운 생김새. 이 대목에서 작가는 종족의 우상과 독자를 신랄하게 깐다.
A creature could feed on putrefying meat, stink like a grave and express its affection by defecating on others, but it might as well be your own grandchild and the last hope of mankind.
썩은 고기를 먹고 시체마냥 썩은 내를 풍기고 다른 타인에게 똥을 싸는 것으로 관심을 표현할지언정, 그 생물은 당신의 자손일 수 있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스가 무색하게, 시체를 먹는 스캐빈저라는 한계 때문에 인구가 도통 늘어나질 못하면서 본 크러셔의 문명은 중세 수준을 넘지 못하고 몇천 년이 지나 멸망했다고 한다.
본 크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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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크러셔 개체의 모습.
쿠의 고의적 개조와 눈 먼 진화를 통해, 은하는 인류의 신화적 업적에 먹칠을 할 생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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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콜로니얼

콜로니얼(Colonials)은 가장 강력한 군사력으로 두 번씩이나 쿠의 맹공격을 버텨냈지만[22] 세 번째 침략에 쓸려나간 행성의 인류가 개조당한 모습이다. 감히 전지전능한 쿠에게 저항한 이들을 멸종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여겨 눈만 달린 살덩어리 벽돌로 개조해버렸다.

이들은 쿠 문명의 폐기물을 먹으면서, 살아 있는 여과 장치로 4천만 년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거기다가 이들은 모두가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 모든 괴로움을 생생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쿠가 사라지자마자 맨텔로프 이상으로 절실하게 자살을 바랐던 종족이지만, 그들의 육체는 고통받은 만큼 효율적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이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누비이불마냥 행성 전체를 뒤덮으며 퍼져나갔다.

4천만 년의 고통 끝에 드디어 콜로니얼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콜로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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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니얼 군집의 모습.
이들은 무성생식과 유사한 방법으로 번식한다.
가운데의 콜로니얼은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아니면 지성을 깨달은 것인지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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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 플라이어

비행 인간 종들은 쿠의 영역에서 흔한 인간 종 중 하나였다.

적어도 12개 이상의 행성에 한 두 종류 이상이 존재했다. 대부분은 박쥐 또는 익룡과 닮았으며, 천사나 악마 하면 떠오르는 사람에 날개가 달린 모습에 가까웠다. 가스 분비샘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종도 드물게나마 존재했다. 대부분 지성을 개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약지와 소지에 가로질러 뻗은 날개를 통해 날아다니는 원숭이 같은 종은 예외였다.

플라이어(Flyers)들이 비행 인간 중 유일하게 쿠가 인위적으로 개발한 독특한 터빈과 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가슴 중앙에 위치한 불가사리 모양의 장기가 산소를 폐에서 혈류로 직접 퍼날랐다. 지금까지의 호흡 기관을 모두 초월하는 효율적 구조를 가졌던 것. 그래서 이들은 비행 능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능같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기능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종이 생태계의 생태적 지위란 지위는 다 파고들도록 분화하면서, 한동안은 모든 후손들이 지능 대신에 다른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이 재능을 써먹었다. 폭격기 사이즈로 커진다던가 음속을 뛰어넘는 비행 능력에 투자하는 등.
Their world was pristine and there were plenty of niches to play in. Intelligence could wait a little more.
이들의 세상은 깨끗했고 낄 만한 생태적 지위가 잔뜩 있었다. 지능은 잠시 미뤄도 될 일이었다.
저자는 '생태계의 빈 자리가 차고 넘치니, 지능 따위는 좀 더 기다려줄 수 있었다'면서 이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플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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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플라이어 개체의 모습.
볼품없기는 해도 이 생물들은 신진대사의 인공적 이점으로 인하여 엄청난 진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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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 핸드 플래퍼

핸드 플래퍼(Hand Flappers)는 비행종 인간들의 후손으로, 플라이어와는 달리 효율적인 인공 장기가 없었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 비행 능력을 포기해야만 했던 포스트휴먼 중 하나다. 나비와 같은 날개는 도로 퇴화했고, 다리도 땅에 다시 적응했지만 조상처럼 완벽히 땅 위를 걸을 수는 없었다.

다시 감정과 지능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지만 2차 퇴화를 거치며 날개는 기형적인 손 정도로 쓸모없어졌는데, 문제는 이 쪼그라든 날개가 진화 비가역의 법칙[23]에 따라 본래 모양의 손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는 것. 이렇게 적응 가능성이 영영 사라진 대신 이성을 유혹하기에는 적합했지만[24] 그럴듯한 수준의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에는 실패했기에, 이들은 몸을 들썩이고 춤을 추며 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핸드 플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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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영역 구석에서 몸을 과시하고 있는 핸드 플래퍼.
날개 손을 구애에 사용하는 인간답게 눈과 성기, 특히 음낭이 꽤 크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렇게 구애에 몰두하는 동안 이들은 적응력을 잃기 시작했다. 이들의 삶은 떠들썩하고 황홀할 테지만, 결국에는 덧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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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 블라인드 포크

장님사람, 블라인드 포크(Blind Folk)들은 쿠의 침입 당시 땅 속으로 숨어들어갔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대륙 크기의 대피소 안에서 쿠가 지나쳐가기를 바랐지만, 쿠는 누워서 떡 먹기로 피난처를 찾아내서 그곳 주민들을 개조했다.

이 대륙만 한 크기의 지하 동굴은 행성의 물과 영양분이 뒤섞여 들어가며 전혀 다른 생태적 환경을 조성했는데, 문제는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정도. 집바퀴 같은 해충은 거대하고 창백한 곤충으로 진화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 나올 법한 새, 설치류와 곰팡이 들판을 놓고 경쟁했고, 악어같이 생긴 물고기와 눈 먼 박쥐는 육식 동물로써 지하 생태계를 장악했다. 암흑 속에서 빛나는 것이라곤 수 킬로미터 높이의 천장에 달라붙은 생물발광성 곰팡이가 만들어낸 '별자리'와 일부 동물뿐이었다.

블라인드 포크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밴시처럼 소리를 질러가며 길을 찾았다. 그래서 이들은 길고 민감한 손가락과 거대한 수염, 움직일 수 있는 귀를 발달시켰고, 원래 눈이 있던 자리에는 피부가 완벽히 매끄럽게 덮혀 있었다. 이렇게 어둠 속 생태계에 적응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블라인드 포크는 행성의 빙하가 줄어들면서 대륙판이 이 생태계를 완전히 뭉개버리는 바람에 멸종하고 만다.
블라인드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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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배기 딸과 그 아버지 블라인드 포크.
아버지는 소나를 이용하는 포식자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잠자코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알지만, 딸은 공포에 질려 소리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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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3. 롭사이더

쿠는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인간이 지배하던 생태계를 재창조하는 재능이 뛰어났다. 인류 무리 하나를 골라 지구 중력의 36배나 되는 행성에 옮길 정도였으니까. 그들이 진화한 산물이 바로 롭사이더(Lopsiders)인데, 한 쪽으로 처진 사람이라는 말대로 넙치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오죽하면 작가가 이들을 히에로니무스 보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에 비유했을 정도.

사지 중 셋은 기어다닐 때 쓰는 넓적한 기관이 되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팔 겸 더듬이가 되었다. 눈 한 쪽은 위를, 한 쪽은 앞을 쳐다봤으며 귀와 코(눈의 위치가 코 아래로 내려갔다)마저 뒤틀렸다. 이후 진화적 대폭발이 다시금 일어나자 롭사이더는 그 기회를 붙잡았다.
롭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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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력 행성 출신 애완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롭사이더.
토착 생물의 가축화는 롭사이더의 문명을 향한 먼 길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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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4. 스트라이더

롭사이더가 중력이 강한 행성의 환경에 적응했다면, 스트라이더(Striders)[25]는 중력이 약한 행성, 정확히는 중력이 지구의 5분의 1 정도인 목성형 위성의 환경에 적응한 인간이다. 잔디가 10미터 넘도록 자라고 나무는 마천루 수준으로 자라는 기묘한 별이었다. 대다수의 가축, 애완동물, 해충의 후손들조차 이 괴상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갔다.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팔다리와 목의 피부가 피막처럼 얊게 늘어난 것이 특징. 햇빛을 반사하고 시원함을 유지시키기 위해 피부색을 바꾸기도 했다는 듯하다. 하지만 몸의 내구도는 매우 약해 강풍이 불어서 평지 위로 넘어지기만 해도 중상을 입는다고 한다. 게다가 쿠가 떠난 지 200만 년이 지나자 가금류의 후손이 무시무시한 공룡 같은 포식자로 진화하는 바람에, 스트라이더는 이들에게 잡아먹혀 멸종하고 말았다.
스트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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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더 개체의 모습.
외모가 용각류, 특히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연상시키며, 마침 배경에도 익룡을 연상시키는 동물들이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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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 패러사이트

인류는 두 가지 부류로 진화되었다. 침략의 물결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쿠가 유인원 수준으로 퇴화시킨 종과, 그 정도의 격세 유전이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예 인류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퇴행과 마개조를 병행한 종, 즉 기생 인간 패러사이트(Parasites)는 명백히 후자였다.

패러사이트의 종류는 거북이 크기의 걸어다니는 흡혈 인간부터 숙주에 붙어 사는 주먹만 한 크기의 기생 인간까지 다양했으며, 심지어는 자궁 내에 기생하는 종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기생 인간들이 존재했지만, 4천만 년 동안 진행된 쿠의 심판이 어찌나 고전적이고 철저했는지 이 기생 인간들은 쿠가 떠나자마자 대부분 멸종하였다. 대용품 인간들은 기생 인간을 물에 빠뜨리거나 태우는 것으로 모자라 먹어서까지 퇴치하는 법을 개발해냈고, 자궁 내에 기생하는 것을 비롯한 기타 패러사이트들 또한 숙주들이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멸균시키면서 멸종했다.

복부 빨판과 근육질 사지, 무해하고 진통 성분이 있는 타액을 진화시킨 한두 종만이, 숙주를 조절하는 법과 과잉 기생을 억제하는 법을 학습하고 숙주에 매달리며 살아남았다.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자연계에서 완전히 일방적 관계는 드물어서, 수천 년 동안 이들은 기생 관계를 공생 관계로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패러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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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크기로 그린 패러사이트 개체의 모습.
이들이 비록 인류에게 모든 면에서 비인간적으로 보일지언정, 그들의 생존은 그러한 주관적 생각이 장기적 생존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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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6. 핑거 피셔

손가락 낚시꾼, 핑거 피셔(Finger Fishers)는 군도 행성의 환경에 적응한 인간이다. 서술자가 에게해를 떠올릴 정도로 꽤 괜찮은 환경이었지만, 쿠를 제외하고는 어떤 인류도 그 환경을 즐길 수 없었다. 인간들에게는 그 풍경을 보고 감탄할 '마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쿠가 텅 빈 행성을 떠나면서 행성의 자연 선택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이 행성의 인간들은 수천 년 동안 끼어들 수 있는 모든 생태적 지위에 적응했다. 그중 핑거 피셔들은 물고기를 낚아 먹기 위해 손가락을 낚싯바늘처럼 진화시켰으며, 주둥이는 길어지고 이빨 또한 날카로워졌다. 몇백만 년이 지나기도 전에 이들은 뛰어난 혈통으로 자리매김하여, 이 창백하고 호리호리한 인류가 서식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행성 전체를 메울 정도로 번성했지만, 이들은 번식력만 좋았지 지성은 동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의'인간성'은 한 번 더 기괴한 진화를 이루고 나서야 등장하게 된다.
핑거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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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피셔 개체의 모습.
긴 갈고리 같은 중지가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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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 헤도니스트

쾌락주의자, 헤도니스트(Hedonists)의 특징은 이름대로 가장 행복했던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얼굴은 길쭉하게 늘어나 있고 새랑 비슷한 발을 지녔으며, 엉덩이와 샅 부분이 뒤로 조금 튀어나온 생김새를 하고 있다.

쿠가 애완동물로 키우기 위해 개조한 인간으로, 즙 많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와 박테리아성 " 만나"가 가득한 호수가 있는 열대 행성의 유일한 동물이었다. 오죽하면 작가까지 '핑거 피셔의 안락한 환경조차 이들에겐 불편해 보일 것'이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너무 좋은 환경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걸 막기 위해 쿠는 이들을 수십 년 동안 짝짓기를 하고 나서야 임신할 수 있도록 개조해놨다. 진화하기에는 말 그대로 성 선택도 자연 선택도 없다는 것.

다행히도 이들의 행성에는 쿠가 떠난 뒤로 재앙이 닥치지 않았고, 이들은 돌아다니고 자고 교미하는 일상을 이어나갔다. 시큰둥하고 태평한 그들은 비록 세 살배기 아기만큼 멍청할지언정, 모든 인간 중 가장 즐겁게 지냈으리라. 행복에 지능 따위가 뭔 상관이냐며 작가는 이들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It didn't really matter, though. Who needed to think when having such a nice time, after all?
하지만 딱히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누가 그렇게 즐겁게 지내는 와중에 생각이라는 걸 할 필요가 있었을까?
헤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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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 가장 좋아했던, 암컷 헤도니스트가 완전히 아무 생각도 없이 해변에 홀로 누워 있다.
세상의 어떤 압박도 받지 않는 채로, 이들은 스스로 발길이 닿는 대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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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8. 인섹토파기

인섹토파기(Insectophagi)[26]는 쿠가 떠난 이후 은하계에 널려 있던 별 존재감이 없는 인간 중 하나였다. 이러한 인간들은 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았고, 지성을 되찾지 못했으며, 스타 피플의 후손으로서 그들의 진정한 유산을 배우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존재감조차 남기지 못한 채 멸종되었으며, 남은 사람들은 조용한 생태적 지위를 획득해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작가 또한 별 말 없이 이 존재감 없는 인간 종이 얼마나 이 좋아서 지성을 획득했는지에 관해서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가죽 접시'로 덮인 얼굴, 먹이를 파헤치는 발톱 모양의 손, 먹이를 퍼올리는 지렁이 모양의 혀를 가졌다는 듯. 재미있게도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이 언급된다.
The meek would inherit the cosmos, though not just yet. For now, the Insectophagi were concerned only with the location of insect colonies, and the onset of the mating season.
온유한 자는 지금은 아닐지라도, 그들이 우주을 기업으로 받을[27] 것임이라. 지금 인섹토파기는 그저 벌레 소굴의 위치와 번식기가 시작되는 때에만 몰두해 있을 뿐이었다.
인섹토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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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토파기 개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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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 스페이서

모든 인류의 후예가 쿠의 마개조를 당한 것은 아니었다. 스페이서(Spacers)[28]는 지금으로부터 4천만 년 뒤, 쿠의 침략에 저항해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로 몸을 던졌던 인간의 후손이다. 이들은 행성이 하나둘씩 몰락하는 동안 은하계를 넘나들었던 쿠가 이들을 눈치채지 못하기만을 바라며, 공동체 전체를 허둥지둥 세대 우주선으로 피신시켰다.

스타 피플의 후손인 만큼 이들은 세대 우주선 사회는 무릇 광기와 무정부 상태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인간이 스스로 세대 우주선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스페이서는 이번 선택에 인류 전체의 운명을 걸어야만 했다. 무릇 절박한 시기에는 절박한 대책이 필요한 법이니까.

스페이서들은 소행성 내부를 파헤쳐서 세대 우주선을 만들었다. 이 우주선들은 쿠의 눈에 띄지 않고 안에 공기와 물을 저장할 수 있었지만 인공 중력이 아예 없었다. 이들은 이 환경에 적응만 할 수 있다면 성간 비행의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여 스스로를 진화시켰다. 이들의 뼈는 대기로 밀폐된 무중력 환경에서 길고 가늘게 자라났으며, 소화계와 호흡계 기관은 심장 질환과 충혈을 피하기 위해 압축되었다. 이 진화 덕분에 좋은 부작용이 발생한 결과, 이들은 항문에서 공기를 배출해 우주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스페이서의 그러한 실험은 수도 없이 이루어졌으며 대부분 실패에 시달렸지만, 결국에는 인류 문명을 보존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달만 한 크기에 공기로 가득 찬 무중력 안식처에 단단히 봉인된 스타 피플의 후손들은 간신히 쿠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쿠가 은하를 떠난 뒤에도 계속된 그들의 항해는 끝없는 디아스포라였으며, 그들은 조상들과 너무나도 달라졌다. 이들은 다시는 행성에 발을 디디지 않으리라.
스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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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서 개체의 모습.
현재로부터 4천만 년이 흐른 이 순간, 스페이서들은 유일하게 지성을 지닌 인간이다. 이들은 무중력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중력에 얽매인 인간들의 운명에 무심하다. 이들은 또한 끔찍하게도 수가 적어서 은하계 전체에 널려 있는 이들의 인류는 1000억 명을 넘기지 못하고, 우주선 역시 수십 대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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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0. 루인 헌터

루인 헌터(Ruin Haunters)[29]는 개조당한 스타 피플들 중에서 운이 좋은 종에 속했다. 그들의 지능 자체도 유인원 수준정도로만 퇴화했으며, 쿠 역시 이들의 지능을 추가적으로 억누르는 데 노력하지 않았다.

이들은 아주 빠르게 제 위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폐허의 유령'이라는 이름 뜻대로 이들은 스타 피플의 폐허를 모방하며 문명을 발전시켰고, 결국에는 조상에 버금갈 수준이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나도 짧은 기간에, 맹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아무 생각 없이 기존 기술을 베끼기만 한 결과 사회와 정치 구조에 스트레스가 축적된 루인 헌터는 세계 대전을 다섯 번 연속으로 겪어야 했으며 심지어 그중 2번은 핵전쟁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루인 헌터는 정치적 통합을 이뤄냈으며, 스타 피플의 기술력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 자신들만이 유일한 스타 피플의 후손이다'라는 광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들은 지나간 황금기의 허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담으로 이들의 코주부원숭이를 닮은 코가 매우 인상적이다보니 팬들 사이에선 루인 헌터들이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나오는 주민을 닮았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며, 아예 팬애니메이션에선 주민 특유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루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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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 떠난 지 겨우 천 년이 지난 후, 루인 헌터 한 마리가 스타 피플의 한 도시의 산산조각난 잔해들 사이를 헤매고 있다.
거대한 쿠 피라미드의 지배적인 형태를 배경에서 볼 수 있다.
우스꽝스럽게도 스타 피플의 후손을 자처하듯, 그들이 입던 치마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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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1. 지성의 부활과 멸종

인류의 역사에 어떤 정기적인 배열을 대입할 수 있다면, '인종 동물'이 대량 출현한 쿠 이후의 시대는 몇천 년간 이어진 암흑시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여느 암흑기가 그랬든 이러한 침묵의 시간은 수명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었다. 하나둘씩 안개를 헤치고 떠오르는 별들처럼, 산산조각난 인류의 잔재에서 새로운 문명이 탄생했다. 가끔 빠르고 간단하게 이뤄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나긴 적응 방산과 멸종, 2차 다양화가 이뤄진 후에야 등장했다.

머지않아 인간의 지능은 우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인류들은 그들의 공통 조상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인류와는 물론, 새로운 인류끼리마저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 동물이 시련을 견뎌낸 것은 아니다. 쿠 이후의 인간 대다수가 과도기 동안 멸종했다. 멸종, 즉 가족 전체, 공동체 전체, 종 전체의 완전하고 절대적인 죽음이 은하계에 만연해 있었다.

이 모든 일은 잔인하거나 극적이지 않았다. 멸종도 종의 분화만큼이나 흔했고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어떤 종은 단순히 경쟁이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멸종했고,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줄어들다 멸종한 종도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인종 동물들은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죽음에는 새로운 삶이 뒤따랐다. 한 종이 어느 생태적 지위를 비우면, 다른 종들이 곧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끼어든다. 그리고는 그 빈 칸을 무수히 다양하고 다양한 형태로 채우는 적응 방산이 뒤따른다. 수많은 생명이 쓰러지더라도, 생명의 흐름은 거듭되는 역전과 함께 활활 타올랐다.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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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29.jpg
잊힌 식민지에서 멸종된 수중 인간의 화석. 생김새가 바다거북 내지 장경룡을 연상시킨다.
우주에 알려지지 못한 그의 종류는 쿠가 사라진 이후 적응하고 번성했으며 멸종했다.
이 화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모든 목숨은 필연적으로 숨이 다하기 마련이며',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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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중반부

아스테로모프를 제외하고, 쿠에게 개조당해서 적응력을 잃어버린 수많은 인종은 쿠들이 우리 은하를 떠나자, 이들 중에서 일부의 인종만이 살아남았고, 그중에서는 지성을 되찾은 종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들의 거주 행성 역시 스타 피플의 잔재가 남을 정도로만 파괴된 나머지 수백만 년이 지나도록 사방에 스타 피플의 폐허가 널려 있었다.

이들은 옷을 입거나 문명을 꾸리고, 마침내 오랜 세월 끝에 다시금 우주로 진출하게 된다.

2.3.1. 스네이크 피플

사람, 스네이크 피플(Snake People)은 웜의 후손이다. 뜨거운 태양이 마침내 냉각되자, 생명은 지하의 거점에서 다시 지표면을 향해 넘쳐흘렀다. 웜도 분출된 수많은 동물들 중 하나로써 여러 가지 형태로 적응했는데, 이러한 웜의 후손 중 나무를 등반하는 뱀처럼 진화한 한 종은 오랫동안 휴면 상태에 있었던 인간의 지능을 다시 진화시켰다. 그들은 '손'[30]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갔으며 나선형 뇌로 관찰, 사색,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현생 인류[현생인류시대]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이들의 사회적 발전은 현생 인류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여러 농업 세계 제국, 산업 혁명, 사회 실험, 세계 대전, 내전 및 세계화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역사가 사회-정치적으로 유사할지언정 스네이크 피플 사회의 모습이 현생 인류와 유사하지는 않았다. 이들의 현대 도시는 평지 위에 도로와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 아닌, '도로'와 같은 파이프, 분기점, 3차원으로 움직이는 철도와 창 없는 구멍처럼 생긴 건물들이 뒤엉킨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엉킨 파이프 형태의 건축물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유리, 금속, 플라스틱 및 천으로 이루어진 수 킬로미터 폭의 구체처럼 보였으며, 현생 인류에게는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싸여 있었다.

또다른 특징이라면 도시 내에 광장과 탁 트인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인데, 땅을 파던 조상과 나무 위에 살던 조상에서 진화한 스네이크 피플에게 탁 트인 공간이 장애물과 불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화적 배경 때문에 스네이크 피플은 경계선적 광장 공포증을 종 단위로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이러한 '외계인'같은 생활 방식 중 어느 것도 스네이크 피플에게는 특이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도시는 생김새가 아무리 다를지언정 현생 인류와 다를 바 없는 구조물이며, 현생 인류가 그들의 구체형 대도시에 놀라워하듯 이들 역시 현생 인류의 콘크리트 정글에 놀라워할 것이다. 전 세계에 걸친 근간 도시들은 각자의 기쁨과 슬픔, 하루 일과를 지닌 스네이크 피플로 북적였고, 이들 역시 여느 지적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스네이크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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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책을 읽고 담배를 피우며, 지상 진동 음악을 듣는 스네이크 피플.
열린 문을 통해 혼잡하게 꼬여 있는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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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외적으로는 패러디 영상[32]이 인기를 얻으면서, 2021년 중반의 팬덤 확대 직후 가장 큰 인기를 누린 포스트휴먼. 밈이 큰 작용을 했겠지만 '현생 인류와 생김새는 많이 다를지언정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설명도 그렇고, 현생 인류처럼 음악을 들으며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2.3.2. 킬러 포크

킬러 포크(Killer Folk)는 프레데터의 후손이다. 이들은 문명을 이루는 대가로 최고 포식자의 지위를 잃었다. 사냥할 때 쓰던 검치는 작고 연약해져 인간 남성의 성기 사이즈처럼 자기과시적인 기관이 되었으며, 뾰족한 갈고리 발톱도 간신히 작은 동물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여전히 이들은 맨손으로 동물을 죽일 수 있지만, 이제 치아와 발톱 대신 활과 화살, 혹은 자동소총을 이용하여 싸우는 지적 존재가 되었기에 크게 필요하지는 않은 기관으로 남았다.

포식자의 지위는 잃었지만 포식자의 생활 양식과 사고 방식은 킬러 포크에게 그대로 전수되었다. 이들의 모든 종교는 원시적인 사냥 결투를 종교 의식으로 승화시켜 신성시했으며, 그 결과 이들은 '사냥꾼 귀족', 즉 전사 계급 아래 집결하여 전체주의적 사회를 이루었다. 킬러 포크의 초기 사회 체계는 매년 한번씩 사냥과 기도를 동반한 난교를 통해 자식을 낳는, 질서 잡힌 유목 공동체였다. 수천 년 동안 유목민 전사들은 한때 인간이었던 거대한 가축 떼와 함께, 대륙을 넘나들며 서로를 쫓으며 싸웠다.

이 모든 혼란은 산업 혁명으로 현대화가 도입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발전 속에서, 킬러 포크 중 한 유목국가는 집중적인 공장식 농업을 고안하며 정착하였다. 조직화된 국가 구조, 세속주의, 기술 도약이 빠르게 뒤따랐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발전은 세계를 전통과 현대성의 두 집단으로 양극화시켰으며, 이윽고 두 파벌이 세계를 발칸화[33]시키기에 이르렀다. 한 쪽은 그들의 오래된 동물적 방식을 비난하는 반면, 다른 쪽은 맹목적인 열정으로 그들을 포용했다. '사냥 상태'라고 불린 이 냉전은 전지구적 갈등으로 번지기 직전까지 심화되면서 근대성의 위기를 낳았지만, 다행히도 킬러 포크는 큰 전쟁 없이 현대적 국가의 주도 아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다른 후손들보다 인간 조상과 비교적 비슷하게 생긴 전투종족이라는 점 특정 취향 때문에 인기가 많은 편이다.
킬러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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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killerfork.jpg
젊은 수컷 킬러 포크가 동족의 변화무쌍하고도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유산인 유적을 둘러보고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 암흑기, 퇴폐한 문화와 멸망한 왕국이 많은 킬러 포크의 행성은 고고학자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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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툴 브리더

툴 브리더(Tool Breeder)[34]는 스위머의 후손이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액체로 가득 찬 바다 속에서는 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스위머들은 인류 역사상에서 가장 발전한,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축에 속하는 문명을 발전시킴으로써 그러한 예측을 뒤집었다.

산업 기술의 초석인 불은 물 속에서 습득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복잡한 도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낸 스위머들은 간단히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도구"들을 번식시켰다.

스위머들은 제대로 된 지성을 가지기 이전부터 쓸 만한 생명체들을 도구로서 채용하고 조작하였다. 가축화가 된 생물들은 인위선택과 품종개량을 통해서 천천히,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효과들을 낳으며 개조되었다.

그렇게 이루어낸 툴 브리더들의 도시는 목도할 만한 광경이었다. 거대한 심장형 생명체들이 박동하면서 양분으로 가득찬 액체를 살아 있는 자가 수복형 도관에 전달하였다. 이 구조는 그들만의 발전소와 전선이었으며, 각 툴 브리더들의 외골격 거주지에 있는 생체발광 전등, 두족류 피막으로 이루어진 텔레비전, 의료용 해삼, 그리고 무수히 많은 생물에서 비롯된 각종 생체 장치들을 충전시키고 작동시켰다. 심지어 현대화된 툴 브리더들은 유전공학에 완벽히 숙달된 나머지 생물조차 필요로 하지 않아, 배양 조직과 줄기 세포를 간단히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학에 통달한 툴 브리더는 많은 장애를 극복해 왔다. 아가리를 벌린 심해와 이 행성의 몇 안 되는 조그마한 땅덩어리는 이제 확실하게 그들의 손아귀 안에 들어왔지만, 이들은 자그마한 행성을 벗어나는 꿈을 경멸하지 않았다. 생명에 가장 적대적인 영역을 정복하기 위해, 여전히 새롭고 기이한 생물들이 개발되고 있었다.

살아 있는 함선에 봉인된 채, 툴 브리더들은 다시금 별들에게 돌아가기를 소망했다.
툴 브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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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toolbreeder.jpg
암초 정원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 툴 브리더 사냥꾼. 생체 장치는 요즘날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자신의 호흡기관에 장착된 갑각류로 숨을 쉬고, 라이플로 개조되어 특수한 어류의 이빨을 발사하는 연체동물과, 뇌를 개조하여 사냥감을 물고 돌아오는 사냥용 물고기를 데리고 다닌다. 뒤편에선 석회화된 조개껍질로 지어진 건물들이 생체 발광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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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사우로사피엔트

인류의 상속자 중 하나는 심지어 같은 인간마저 아니었다. 사우로사피엔트(Saurosapients)[35]는 리저드 허더가 아닌 그들의 냉혈 가축 파충류가 진화하여 생긴 후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세상이 발칵 뒤집힌' 경우로, 인간이 우둔한 동물로 변질되면서 사우로사피엔트는 리저드 허더 대신 행성의 열대 기후 아래에서 번성했다. 수백만 년이 지나면서 이들은 점점 더 똑똑하게 진화했는데, 그중 하나는 과거에 깃털 없이 복원된 육식공룡의 모습[36]과 닮았고 지성의 문턱을 넘어 일련의 문명을 형성했다.

사우로사피엔트의 신생 문명은, 마침내 원시시대에 자연의 변덕이나 신들의 하사품 정도로만 여겨지던 쿠와 스타 피플의 부서진 유적들을 연구하며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이들이 인류와 생물학적으로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문화적 정체성을 올곧이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우로사피엔트는 곧 자신의 가축들이 이 유적의 창시자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별들 사이 어딘가에는 그들을 기형화한 힘, 스타 피플보다 더 큰 힘, 언젠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어둠의 힘, 즉 가 숨어 있었다. 인간 가축들은 먼 옛날 스타 피플들이 판도라비스를 보던 것과 같이, "우리 사우로사피엔트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라는 경고 역할을 했다.

그러한 현실에 대한 압박은 그들의 문화를 엄청난 스트레스 하에 두었다. 일부 세력들은 종교로 변질되어 무식하지만 편안한 위안 아래 남은 한편, 다른 세력은 은하의 위협을 인정했지만 너무 공포에 빠진 나머지 문학적으로만 접근하려 들고 전혀 맞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세력은 보루에 적힌 은하계의 역사를 직면하고 바라보며, 어느 강대한 고난에도 맞서기를 다짐했다.

이 세 세력 사이에서 갈등과 전쟁이 수시로 일어났다. 결국, 수 세기 동안 지속된 분쟁은 진보적인 파벌들에게 유리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사우로사피엔트는 점차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은하계와 연결된 다른 문명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인류'로 인정받게 되었다.
사우로사피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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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화한 리자드 허더의 후손을 탄 사우로사피엔트의 모습.
완전히 총기를 잃어버린 옛 '인간'의 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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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모듈러 피플

조직화된 사람, 모듈러 피플(Modular People)은 콜로니얼의 후손이다. 진화의 눈 먼 작업은 가장 일어나기 힘든 길을 따랐고, 가장 순간적이고 보잘것없는 기회에서도 쓰임새를 만들어내었다. 모듈러 피플의 존재 자체가 그 증거였다.

그들의 조상인 콜로니얼은 거의 모든 이들에게 절망적 불구자로 여겨졌으리라, 그들은 일관성 있는 장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는 해변가 해초 더미처럼 해안가를 카펫으로 덮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퇴화한 만큼 콜로니얼은 끈질기고 회복력이 뛰어난 생존자였으며,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군집체는 단순히 똑같은 형상에서 벗어나 저마다 분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고깔해파리처럼 각 "세포" 역할의 인간들은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군집 전체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며, 각 군집체마다 자신들만의 생존법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한 군집이 멀리 있는 자원을 흡입할 수 있는 뿌리형 구조를 개발하는가 하면 다른 군집은 불가사리 같은 발 조직들로 움직였고, 또다른 군집이 발톱과 독으로 무장하면 그에 대항하는 군집은 갑피와 안구를 발달시켰다. 그리고 이 모든 생존 경쟁의 최종 승리자는 다른 군집들을 지휘하기 위해 지성을 발달시킨 군집들이었다. 그렇게 모듈러 피플이 탄생하였다.

완전히 산업화된 거대 도시에서 거주하는 모듈러 피플은, 그 생물학적 특성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상과 크기를 지니고 있다. 성채만 한 군집의 숲부터 뽈뽈거리며 기어다니는 개체까지 전부 모듈러 피플 군집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필요하면 합쳐지고 분리되었으며, 변화무쌍한 이들의 상태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던 것은 모듈러 피플의 정신적, 문화적 통일뿐이었다. 이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진실된" 평화와 유토피아적 평등의 세계에서 살 수 있었다. 모두가 거대하고 융합된 전체의 일부로서 행복하게 사는 삶을 말이다.
모듈러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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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는 의료용 드론에서 생산되는 항궤양성 스프레이로 소화용 개체를 치료하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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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프테로사피엔스

프테로사피엔스(Pterosapiens)는 플라이어의 후손이다.

플라이어의 후손 중 어떤 이들은 날개를 포기하고 땅으로 돌아와 번성했고, 심지어 수상동물로 분화되기도 했다. 이들이 공중에서 적응했던 덕분에 지상 진화의 최전선에 설 수 있었지만, 비행생명체에서 유래한 육상 동물 중 어느 누구도 지적 존재로 진화하지 않았다. 대신 문명은 하늘에서 꽃을 피웠다.

프테로사피엔스들은 황새처럼 생긴 포식자에서 진화했다. 큰 뇌를 진화시킨 끝에 지성을 되찾았으며, 늪에 살던 먹이를 잡기 위해 정교하게 진화했던 발이 손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 때문에 비행 성능을 일부 포기해야 했지만, 그들의 정신은 몸으로 할 수 없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플라이어의 후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수의 생태적 지위를 점거하기 직전에 태어난 이들은 타고난 비행 능력을 통해 공중에서 국가와 문명을 발달시켰다. 선천적으로 여행과 이동에 익숙한 덕에 이들은 국가와 국경을 발명하기 이전부터 행성 전체에 퍼져 있었으며, 사회적 차이가 굳어지기도 전에 사상과 기술, 개성을 전 행성에 확산시킬 수 있었다. 프테로사피엔스들은 행성 단위의 의식을 지니고 행동하면서 과거 자신들의 아종이었던 거대 육상동물을 사육하고, 횟대와 하늘을 찌를 듯한 탑으로 가득 찬 도시를 세웠으며, 끝끝내 사회적으로 크게 분열되거나 개개인의 복지를 침해하여 보상을 지급할 일 없이 원자를 다루고 우주로 나아갈 수준까지 발달했다.

프테로사피엔스는 결과적으로 평등하면서도 꽤나 높은 생활 수준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들의 조상인 플라이어의 개조된 심장을 물려받았음에도 비행 능력과 지성을 둘 다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프테로사피엔스는 심장병의 주된 희생양이었던 한편 현생 인류 기준으로 2세에 성인이 되었고, 16세에 중년기에 접어들었으며, 23세에 죽음을 맞이하는 등 매우 빠른 생애 주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도시에서는 인생이 비현실적인 속도로 불타버렸고, 찰나의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북적거렸다. 그 덕에 이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기념하는 삶을 살았으며, 그런 만큼 철학적, 정신적으로도 매우 성숙한 종족이었는지 작가는 프테로사피엔스 철학자들이 남긴 저서들은 모든 인간[현생인류시대] 도서관 사서들이 부러워할 만한 역작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프테로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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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Pterosapiens.jpg
해변 휴양지의 기묘한 건물 옆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프테로사피엔스.
이 열흘 동안의 나날이 그녀의 이슬 같은 삶의 유일한 휴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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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애시메트릭 피플

비대칭적인 사람, 애시메트릭 피플(Asymmetric People)은 롭사이더의 후손이다. 높은 중력에도 불구하고, 롭사이더는 지성을 되찾고 불과 수백만 년 만에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팬케이크 같이 생긴 건물이 행성 전역으로 퍼져 도시를 이루었고, 어떤 건물도 몇 미터 높이를 넘지 않았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러한 건물들은 지하 주택, 학교, 병원, 사찰, 대학, 심지어는 대사관, 교도소, 정신 병원, 지휘소 및 무기고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다소 이상한 점은 있어도 이들의 사고방식과 미덕만큼은 확실히 인간의 후손이었고, 애시메트릭 피플 역시 자연스레 그들의 고향 행성을 넘어 거주 행성을 확장하는 길을 택했다. 다행히도 이 태양계는 중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면에서 롭사이더들의 본 행성과 유사한 행성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사소한 세부사항들이 그들을 막도록 방관하지 않았다.

역사를 통틀어 인간은 항상 미래를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위험을 무릅썼다. 이는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지구인과 화성인 시절부터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과거 지구인과 화성인이 그랬듯이 유전공학을 통해 스스로의 몸을 변화시켰다. 실험이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만 해도 수천 년이 걸렸지만, 롭사이더는 애시메트릭 피플로 재탄생하면서 과거 넙치같던 몸에서 벗어나 수직으로 길쭉해진 몸과 다리 하나하나가 손가락으로 이루어진 지네 같은 하체를 가지게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몸을 지니게 된 만큼 작가도 변화보다는 '재창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때까지 있었던 문명들처럼 이들도 황금기를 겪었고 냉전과 행성간 전쟁을 겪었지만, 과거에 지구인과 화성인이 협력의 길을 택한 것과는 달리 이긴 쪽이 진 쪽(심지어 진 쪽이 롭사이더의 모성이었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길을 택했다. 느리지만 확실한 발전을 이루던 중 쿠와 스타 피플의 유적을 발견한 덕분에 애시메트릭 피플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더 공격적인 확장을 위해 다른 성계로 눈을 돌렸다.
애시메트릭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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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애시메트릭 피플이 몸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나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의복 문화는 커다란 스타킹처럼 생긴 의복을 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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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심비오트

공생자, 심비오트(symbiote)는 패러사이트의 후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패러사이트와 숙주의 관계는 기생 관계에서 공생 관계로 변모했다. 숙주가 패러사이트에게 영양분과 이동능력을 제공하면, 패러사이트는 숙주에게 위험을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정밀한 감각을 제공했다.

이러한 공생적 관계가 수립된 이후로 심비오트 아종 사이에 일종의 '군비 경쟁'이 시작되었다. 패러사이트의 경우에는 독성 타액, 악취 스프레이, 큰 눈 등 감각과 자기 보호 수단을 발전시켜 나갔고, 숙주는 긴 다리, 튼튼한 몸, 절연 피부 등 물리적인 쪽을 발전시켜 나갔다. 심비오트는 마치 전의 모듈러 피플을 연상시키는 듯한 진화 방식을 택했지만, 모든 개체가 같은 종인 모듈러 피플과 달리 심비오트는 서로 다른 두 종의 협력이라는 차이가 있다. 아무튼 모듈러 피플과 심비오트는 동일하게 지성이라는 결말에 도달했다.

심비오트 아종 간의 군비경쟁은 지성을 지닌 패러사이트와 그 대가로 신체의 모든 주도권을 포기한 숙주의 심비오트가 출현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처음에 이 관계는 말과 기수의 관계에 가까웠지만, 몇 십만 년이 지나면서 심비오트는 촉각 신호와 후각 신호의 조합을 통해 꼭두각시처럼 숙주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머지 않아 심비오트는 모든 문명이 걸어온 길을 걸으며 발전해왔고, 쿠와 스타 피플이 남긴 유적을 발견한 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기술이 숙주 대부분의 기능을 대체했지만, 전통과 효율성 때문에 여전히 숙주가 남아 있었다. 평범한 심비오트는 사업용 숙주에 올라타 하루를 시작하고, 일을 마치고 귀가한 뒤로는 실내용 숙주로 옮겨갈 것이다. 그 후 그는 후각 텔레비전에서 수백만 년 된 쿠 유적이나 스타 피플의 난파선에서 인양된 경이로운 발굴품의 소식, 별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사방에 쌓아올린 거대한 전파 망원경에 대한 냄새를 맡을 것이다. 이는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었다.
심비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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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Tsymbiote.jpg
여러개의 숙주 중 하나와 함께 서 있는 심비오트.
뒤편에 보이는 집 몇 채를 들여다보면 생각할 수 없는 숙주들을 위한 사람 크기의 문과 지적인 심비오트들을 위한 작은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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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세일 피플

세일 피플(Sail People)은 핑거 피셔의 후손이다.

핑거 피셔는 인간 후손 중 가장 큰 변형을 겪은 종족들 중 하나였다. 작살처럼 생긴 손가락과 악어를 닮은 입을 가진 그들은 선조 인류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하지만 지성을 갖춘 그들의 후손을 본다면 그 정도 변화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다에 흩뿌려진 수많은 작은 섬과 고립된 아대륙, 분화된 생물권에서 특정 종의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진화해 온 그들의 고향은 가히 진화의 가마솥이라 부를 만했다. 이 환경은 옛 지구의 마다가스카르, 갈라파고스 제도, 하와이 등의 군도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그 규모가 행성 전체에 흩뿌려져 있다는 점.

외딴 섬에 고립된 핑거 피셔의 후손 중 일부는 덩치가 더 작아졌고, 물고기를 잡는 발톱을 우아한 날개로 진화시켰다. 다른 이들은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플라이어처럼 익룡[38]과 유사한 형태가 되었다. 이 진화의 용광로 속에서 한 계통이 세일 피플의 조상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손가락을 "날개"로 진화시켰지만 날기 위해 진화시킨 것은 아니었다. 대신 그들은 날개를 돛으로 활용해 힘들이지 않고 먼 바다를 항해했다. 이들은 돛이 된 손가락 대신 입과 길게 늘어난 혀로 바다 생물들을 잡아먹었다. 이 기관은 결국 핑거 피셔의 길고, 오그라들고, 민첩한 손의 역할을 대체했다. 그들이 멀리 항해하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기에, 세일러 피플의 두뇌는 그에 맞춰 발달했다. 이 항해자들 중 하나가 지성을 되찾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지성을 갖춘 이후에도 세일 피플이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섬끼리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엄청난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였으며, 이는 경쟁과 싸움의 발단이 되었다. 몇 세대 동안 부족 전사들이 이끄는 함대가 여러 시대에 걸친 무의미한 전쟁을 벌였다. 필연적으로 유랑 전사단과 해적 집단이 발생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의 순환을 연장시켰다.

한 전사 부족이 거대한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지탱하기 위한 안정적인 사회가 필요해졌을 때, 그 때서야 근대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면서 세일 피플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평화라는 개념을 이끌어 냈다. 세대에 걸친 분쟁은 너무 오랫동안 바다를 피로 더럽혔다.
세일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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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SailPeople.jpg
작살을 들고 있는 동료와 사냥을 나가는 세일 피플.
천성적으로 폭력적인 이 인류 종족은 현대 생활에서 피에 대한 갈망을 잠재우기 위하여 발달한 문명에 비해 상당히 '야만적인' 사냥 운동에 자주 의지한다. 혀에서 파생된 손과, 세일 피플의 먼 사촌이면서도 람포링쿠스를 닮은 비행 생물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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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 사티리악

사티리악(Satyriacs)[39]은 헤도니스트의 후손이다. 아이슬란드만 한 크기의 섬에 갇혀 있었던 헤도니스트들은 천국 같은 행성에서 수백만 년 동안 변함없이 안락한 삶을 누렸다. 정적 낙원이나 마찬가지였던 행성과 본질적으로 느린 진화 속도 사이에 갇혀 있던, 헤도니스트들의 쾌락에 젖은 존재는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백만 년 정도 동안 사실이었지만, 결국 완전한 정체(停滯)라는 말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었다.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인해 얕은 바다가 메워지면서 새로운 대륙이 생겨났지만, 지각 변동으로 일어난 잿빛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서 대부분의 헤도니스트들이 죽고 말았다. 이후 살아남은 일부 개체는 조상과 달리 빠르게 번식하며 섬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아종들이 생겨났는데, 지성을 갖춘 사티리악도 이 중 하나였다.

이들은 거대한 '꼬리'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조상들과 매우 흡사하다. 꼬리는 늘어난 골반 근육과 지방으로 이루어졌고, 몸의 균형을 조정하는 용도였다. 그와 더불어 몸 전체가 수평으로 기울어져 수각류 같은 자세가 되었다. 조상들처럼 미친 듯이 번식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사회는 대체로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문란했다.

사티리악 문명은 빠르게 퍼져나갔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차지한 땅의 크기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도였다. 대륙에서 두세 개의 제국이 번성했다가 수많은 국가들로 쪼개지는 등의 과정을 거쳐 이들은 통합을 이루었다. 통합을 이룬 뒤 사티리악의 행성은 헤도니스트 시절과 마찬가지로, 다시금 축제, 콘서트, 의식화된 난교로 가득찬 쾌락의 천국이 되었다. 그러나 헤도니스트 때와는 달리 진정으로 지성을 지녔던 덕에, 사티리악들은 쾌락의 왕국에서 더 고등한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티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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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Satyriacs.jpg
가수의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오르자 열광하는 관객들.
이런 일은 시타리악에게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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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 버그 페이서

버그 페이서(Bug Facer)의 조상들인 인섹토파지들 또한 진화를 이어나갔다. 무는 벌레들을 방어하려고 생겨난 단단한 껍질은 아예 턱과 합쳐졌고, 손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작아지고 먹이를 잡기 편하게 변했으며, 심지어 신진대사까지 이들이 살던 아늑한 고향에 맞춰 조금은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도록[40] 변했다. 결과적으로 버그 페이서들은 '벌레 얼굴을 한 이'라는 이름 말마따나 벌레 같은 생김새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쿠에 의해 변이되고도 여전히 스타 피플들의 자손들이었고, 운 좋게도 한 인섹토파지 혈통이 옛 스타 피플들의 혈통 속에 잠들어 있던 지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처음은 벌레 둥지를 석기로 때려부수는 정도였지만, 지질학적으론 눈 깜빡할 새인 수천 년 동안 돌도끼에서 우주선까지 문명이 발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종족들이 그러했듯 버그 페이서들도 농경 제국[41], 식민지, 산업 시대, 그리고 최종적으로 통합된 단일 정부를 세웠다. 하지만 버그 페이서들은 단 한 가지 면에서 형제 포스트휴먼 종족들과 달랐다.

이들은 쿠 이후로 또다른 외계인 침공에 직면했다. 쿠와는 다른 종족이었고 쿠처럼 상세한 기록이 남지는 않았지만, 버그 페이서들은 궤도 및 지상 전쟁의 극심한 순환을 겪은 끝에 침략자들을 기어이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버그 페이서들에게 두 가지 큰 영향을 주었다. 첫 번째는 하필 침략자들이 패배하고 한참 뒤에 그들이 가져온 생물군이 버그 페이서의 고향 행성에서 번성하고 말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침략 이후 버그 페이서들에게 트라우마적 이종족 혐오 문화를 형성시켰다는 것. 이러한 운명의 장난 때문에 버그 페이서들은 다른 포스트휴먼 종족들까지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
버그 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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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그 페이서 유명인 소녀가 해안 마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멀리에 정체불명의 외계 침략자들이 남기고 간 가스 주머니와 같은 나무 생명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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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 아스테로모프

처음엔 난민이었던 스페이서들은 금방 무중력과 우주에 적응했다. 세대 우주선들이 모이고 늘어나면서 결국 하나의 거대한 행성 크기조차 집어삼킬 우주선이 만들어졌지만 스페이서는 그 안에 소행성따위를 집어넣거나 하지는 않았고, 대신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무중력 거품들 속에서 살아갔다.

중력이 없었으니 팔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곤충처럼 변해갔고, 결국 최종적으론 가스를 내뿜는 괄약근 추진 기관을 제외하면 전부 있기만 한 수준으로 퇴화했다. 하지만 뇌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중력에서 해방되면서 이들의 뇌는 전례 없이 커질 수 있었고, 세대가 지날수록 두개골의 크기는 점점 커졌으며 그에 비례해 후손 세대가 가지게 되는 사고력은 현생 인류가 이해할 수도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타 인류가 이해하기 힘든 개념과 구조로 일상을 살아가는 아스테로모프(Asteromorphs)[42]들은 지성의 한계를 깨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철학, 예술,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스테로모프에게도 몇몇 인류의 본성, 예를 들어 확장하려는 본성은 남아 있었다. 이들은 수많은 항성계와 성단들에 전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대 우주선 함대를 건조하였고, 천 년도 채 안되어 은하계는 아스테로모프의 새로운 포스트휴먼 제국에 둘러싸였다.

그렇지만 아스테로모프는 다른 포스트휴먼들을 자신들의 제국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아스테로모프들에게는 그들이 아직도 진흙과 얼음 덩어리의 중력에 매여 있는 멍청이들로 보였으니까. 대신 아스테로모프들은 여러 항성계 밖에서 함선을 이끌고 자기 형제 종족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관찰할 뿐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수많은 인간들의 하늘 위에 실제로 신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들은 침묵을 지켰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주목을 받지도 못했지만, 그들의 조심성은 결국 성과를 거둘 것이다.
아스테로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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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41.jpg
아스테로모프의 모습.
무중력에 의해 의미없는 수준으로 줄어든 팔다리에 대비해 추진기관이 발달하였다.
머리는 몸통 수준으로 커져 고등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토록 많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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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후반부

후반부는 프롤로그와 마찬가지로 연대기적 구성을 채용했으며, 지성을 되찾아 과거 인류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이합집산한 포스트휴먼들의 제2 은하 제국[43] 건설과 멸망, 재건축을 다룬다.

2.4.1. 제2 은하 제국

시간이 지나, 지성을 되찾은 포스트휴먼들이 은하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우연히, 필연적으로 스타 피플의 폐허를 발견했으며 그들의 조상이 온 은하계에 진출했다는 사실 역시 알아냈다. 이러한 발견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도 존재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포스트휴먼들은 우주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모두 무선 통신으로 이루어진 조우들은 균등하게 퍼져 있지 않았다. 제2 은하 제국은 쿠가 떠난 지 몇백만 년이 조금 지나지 않아 초기 킬러 포크와 사티리악 사이의 첫 번째 대화로 시작되었다. 몇천 년 후, 여기에 심해에서 살아 있는 전파 망원경을 통해 전파를 쏘아올린 툴 브리더가 합류했다. 이후 천만 년 동안 모듈러 피플과 프테로사피엔스 문명, 그리고 갓 태어난 애시메트릭 피플 문명이 두 번째 물결을 일으키며 제2 은하 제국에 합류했으며, 마지막 2천만 년 동안 사우로사피엔트, 스네이크 피플, 심비오트, 세일 피플 등이 급성장하던 제2 은하 제국과 조우하였다. 버그 페이서들은 이 모든 과정을 알면서도 종족 단위의 제노포비아 때문에 침묵을 유지하다가 4천만 년 만에 침묵을 깨고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성간 여행은 포스트휴먼에게도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제2 은하 제국은 성간 항해 대신 스타 피플과 마찬가지로 앤서블과 같은 방식의 통신 방식을 사용했다. 정보와 경험의 자유로운 교환은 다양한 문화의 모든 측면을 총망라하며 완전히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창조해 나갔다. 그중에서도 제국이 중점을 둔 것은 크게 2가지로, 정치적 통일과 외은하, 즉 쿠의 침략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준비였다. 모든 포스트휴먼은 쿠의 유적을 발견했으며 그중 아무도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쿠에 대한 공포와 경계 때문에 제2 은하 제국이 묵묵히 은하계를 잠식하던 아스테로모프 문명과 처음 조우하자, 제2 은하 제국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아스테로모프는 제2 은하 제국은 물론 그 영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국 제국에서는 거리를 둔 채 아스테로모프를 받아들였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고, 전능한 자연의 힘'으로 인식하면서.

이러한 협력은 거의 8천만 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 기간 동안 제2 은하 제국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문화, 복지 및 기술 수준을 달성했다. 각각의 종마다 수십 개의 행성을 테라포밍했으며, 그 안에 속한 국가, 문화, 개인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살았다. 이 모든 것은 은하계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 및 완전한 개방을 통해서만 가능했으며, 대부분의 사회가 이를 당연하게 여겨 충실하게 참여했다. 그러나 오직 한 인간종만이 참여를 거부했으며, 결국에는 제국을 파멸시키게 되었다.

2.4.2. 그래비털

제2 은하 제국은 외계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외우주를 감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은하 내부를 살피지 않았다. 두 번째 은하대침공은 은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아스테로모프보다는 느렸지만, 루인 헌터들은 형제 종족들이 일개 짐승에 불과했을 동안 운 좋게 스타 피플과 쿠의 비밀을 물려받아 빠르게 지성을 발달시켰다. 그러나 "우리만이 스타 피플의 유일한 자손이다"라는 이들의 선민사상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른 형제 종족들과 접촉했을 때에도 루인 헌터들은 스스로만을 스타 피플의 후계로 여겼고, 그들과 통신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사회를 유지해갔다. 이런 아집은 그들이 겪은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개조하기 시작했을 때 더더욱 위험해졌다.

이들이 스스로를 개조한 이유는 고향 행성의 태양이 빠른 속도로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루인 헌터들은 태양 폭발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으나 이를 막을 수는 없었고 태양이 폭발하면서 행성을 초토화했으므로 생물학적인 재건이나 회복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루인 헌터들은 차선책으로 중력을 미세하게 조종하여 떠다닐 수 있는, 둥그런 구체 형태의 기계로 육체를 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뇌를 기계에 집어넣는 방식이었으나,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이들은 뇌 대신 고도로 발달한 양자 컴퓨팅 기술로 뇌를 대체하게 되었다. 얼마 못 가 이들은 완전한 기계 종족인 그래비털(Gravital)로 재탄생했다.[44]

이젠 유기체조차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비털들은 아직 인간의 꿈과 야망, 그리고 과대망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의 기계 육체가 이 과대망상과 결합되면서 그들은 우주로 쉽게 나아갈 수 있었고, 성간 전쟁을 무서운 가능성으로 변모시켰다.
그래비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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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올투 42.jpg
그래비털 개체의 모습, 유기체이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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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기계의 침략

그래비털의 전쟁 준비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추진 시스템과 성간 도약을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신체를 고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오랜 준비가 끝났을 때 살육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침략은 잔인하고도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먼저 표적이 된 항성계의 태양이 특수 제작된 수백만 마일 너비의 돛을 통해 차단되었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죽어가는 별들이 저항한다면 소행성들이 그 별을 끝장냈다. 거대한 침략용 우주함대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렇게 허를 찌르는 전략 때문에 그래비털은 그 함대를 배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만 년 정도의 기간동안 이루어진 이 대학살은 '공포'와 '제노사이드'라는 개념의 한계를 재정의하였다. 대멸종을 견뎌내고 진화의 최전선에서 살아남아 자신만의 문명을 건설했던 거의 모든 새로운 인간 종족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타 피플을 멸족시켰던 쿠조차 인류를 왜곡시켜 지배했을지언정, 그들은 인류였던 것들이 살아남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기계에게 삶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래비털의 철저한 무자비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떠한 증오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계 육체에 익숙해진 나머지 유기체로 이루어진 인간들의 삶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들의 '스타 피플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망상과 이러한 무관심이 뒤섞인 결과, 이러한 학살은 기술자가 폐건물을 철거하는 행위 정도로 간주되었다. 기계의 지배 아래 은하는 완전히 새로운 암흑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계의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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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털이 직접 킬러 포크의 해안 도시를 침략한 흔치 않은 사례.
제2 은하 제국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러한 교전조차 겪지 못하고 전 세계적으로 숙청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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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침략은 은하계에 대멸종을 불러일으켰다. 한 종족이 다른 종족에 대항하는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생명 자체를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광대한 사건을 대하다 보면 낭만주의적 망상에 빠지기 쉽다. 그래비털을 '악'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 사건을 '모든 것의 끝'같은 허무주의적 시나리오로 간주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접근 방식 모두 어느 역사적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념비적 오류이다.

그러나 그래비털은 스스로 인식하기에는 악하지 않았다. 이들은 신체가 기계로 대체되었고 일관적 사회 내부에서 살아갔지만 여전히 개인으로서 삶을 누렸다. 이들이 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포기했을지언정, 이들의 정신은 냉정하고 계산적인 기계의 엔진이 아니었다. 10억 명의 영혼을 파괴했지만, 기계들에게는 진정 아이러니하게도 휴식할 집과 진심어린 사랑을 나눌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동정심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버젓이 이루어졌던 이들의 유기체에 대한 가혹한 처우는, 앞서 언급했듯 그래비털이 그들의 생존권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게다가 그래비털의 사회는 우주를 파괴하겠다는 목적 하에 단일화된 사회가 아니었다.[45] 기술적 발전 덕분에 그들의 제국은 은하 전반으로 확장되었지만, 기계 제국은 정치적 파벌로 모자라 아예 종교적 신앙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뉘어 있었다. 이러한 분열 뒤에는 가정적이고 개인적 일상이 분열과 겹쳐져 있었다. 다른 지적 존재들처럼 그들은 정체성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상을 지녔다.

기계 침공이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생명이 은하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파괴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기 생명체'만이 파괴되었던 것이다. 그래비털은 다른 탄소 기반 유기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생식, 사고, 심지어는 진화에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살아 있었다. 극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살아남았고, 유기체 선조 중 일부를 보존하기까지 했다.

2.4.4. 서브젝트

상술한 대로 외계인 침입으로 종 단위의 제노포비아가 자리잡았던 버그 페이서는, 그래비털의 맹공에 직면한 첫 번째 종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포스트휴먼 중에서 가장 운이 좋았다. 몰살 없이 그래비털의 기계 제국에서 유일한 유기체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버그 페이서가 살아남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침략 내내 이어졌던 '무자비한 무관심'이라는 가치관이 당시에는 완성되지 않았거나, 이 유기체들을 가엽게 여겨 '존재에 대한 놀라운 패러디'를 유지하도록 허락했거나 정도로 추측할 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버그 페이서는 살아남았지만, 쿠에게 개조당한 스타 피플이 그러했듯 원래의 조상들과는 거의 닮지 않은 모습으로 개조당해야 했다. 그래비털이 ' 은하를 방직하던' 쿠와 툴 브리더들의 잃어버린 기술인 유전공학에 거의 포괄적으로 숙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컴퓨터를 재조립하거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에 염려를 표하지 않듯, 이들은 진심으로 유기체를 '살아있다'고 여기지 않았으며 그 존재들을 왜곡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서브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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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표지로 사용된 일러스트.
버그 페이서 원종을 가운데에 두고 두 뒤틀린 후손 개체가 양 측면에 그려져 있다.
좌측의 다지증과 대물이 돋보이는 개체는 다양한 종교 행사용 제물로 키워졌다.
우측의 개체는 일회용 예술 작품으로, 팝송의 가락을 조절하며 드럼처럼 변형된 손가락을 연주하도록 디자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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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버그 페이서의 유전자에 그들의 방식을 접합한 결과 쿠의 개조 소심해 보일 정도로 왜곡된, 말 그대로 '흉물로 이루어진 세대'를 창조했다. 이 여러 종류의 서브젝트(실험체) 중 대부분은 하인이나 관리인(caretaker) 또는 육체 노동자로 쓰였는데, 그나마 이게 운이 좋았던 경우다. 일부는 가스 교환 및 폐기물 여과에만 쓰이는 세포 배양기 수준의 형태가 되었고, 나머지는 인공 생태계에 동화되어 오락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화려한 모조품 역할만을 수행했다. 한편 아직도 인간적 야망을 지니고 있던 일부 그래비털 개체들은 이 관행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과, 서브젝트로 살아 있는 '순수한 생물학적 시대착오'라 할 수 있는 일회용 예술품을 만들어냈다. 심지어는 종교 행사의 희생용 제물로 만들어진 개체까지 있었다.

무려 5천만 년동안 그래비털이 기계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은하에 군림하는 와중에도 서브젝트를 통해 인류는 그 생물학적 유산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도구, 노예, 오락, 그 어떤 방식으로든.
그래비털과 서브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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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용으로 보이는 서브젝트 개체를 산책시키는 그래비털 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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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또 다른 기계

은하를 주름잡는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그래비털의 기계 제국은 단일화되지 않았다. 제국에 서브젝트에 대한 학대를 반대하는 수십 개의 다양한 파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부 그래비털 개체들은 여러 종교적, 사회적, 철학적 교리들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명의 보편성 및 자신들과 유기체의 공통된 기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들은 은둔 생활에 들어가거나 신념을 억눌렀다. 그들은 (가능한 한) 자유롭게 살고,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서브젝트의 혈통을 비밀리에 설계했다. 끝끝내 자신들의 창조물과 사랑에 빠진 공학자 그래비털 개체들이 등장했고, 다른 개체들 역시 이들이 사회에 정면으로 맞서다 순교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후 이 '관용파'의 이념은 일상생활에서 공공연하게 실천될 정도로 추진력을 얻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경파와 충돌하게 되었다. 두 파벌 사이에 배척과 불관용이 끓어올랐고, 마침내 관용파들이 "유기체들의 무제한적 발전을 위해 행성 몇 개를 놔 두자"라고 요구하는 순간, 살얼음판 위의 평화가 깨지고 생지옥이 펼쳐지게 되었다.

이리하여 겉보기에 매끄러운 '은하계의 모노리스'로 보였던 기계 제국은 처음으로 짧고 쓰라린 내전을 겪어야 했다. 이 전쟁이 지속적인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은하계에서 역대 최고로 위대해 보였던 존재에게도 문제가 존재했다는 것.
또 다른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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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그래비털과 여성 서브젝트 개체가 서로를 끌어안아 교감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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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기계의 몰락과 스페이서의 귀환

기계 제국은 내전을 거치며 국력을 크게 소모했다. 장기적으로는 천천히 몰락할 수도 있었겠지만, 얼마 후 이들은 훨씬 짧고 파괴적인 몰락을 통해 멸망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면서도 서로에게 두려움을 느껴 분쟁을 꺼려 왔던, 아스테로모프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기계 제국과 아스테로모프 제국은 서로를 신경질적으로 관찰했지만, 공개적인 대립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아스테로모프 제국이 외우주를, 기계 제국이 행성을 각각 차지했기 때문. 심지어는 은하계 대부분의 태양계에 이러한 영토 분할이 이루어져 있었다. 이때문에 두 라이벌 제국 사이의 권력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통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상호확증파괴의 역두문자어대로 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오직 광기 뿐이었다. 그런데 내전 이후의 기계 제국은 정말로 어떤 의미에서 미쳐버린 나머지, 내전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새로운 외적(外敵)으로 아스테로모프를 고르고 말았다.

선전포고 이후 수백만 년동안 벌어진 대학살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묘사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래비털이 기계 제국을 세우면서 저질렀던 그 대학살을 입에 담는 게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기계와 유기체를 안 가리고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갔으니까. 전쟁의 불길과 재가 가라앉자 드러난 승자는 5천만 년 동안의 지속적인 자기개조 끝에 몰라보게 변한 아스테로모프였다. 엄청나게 비대해진 그들의 뇌는 마치 날개처럼 머리 양쪽으로 뻗어 있었고, 손가락에서 발달한 새로운 사지는 돛과 다리로 이루어진 복잡한 형태로 변화했다.

우주 공간에서 발달한 뛰어난 기술과 무한한 인내력을 얻은 아스테로모프는, 상당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승리하여 그래비털을 멸망시켰다. 한편 이 전쟁으로 아스테로모프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다른 인간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들 중 극히 일부가 전란의 불길에서 살아남았다. 아스테로모프는 더 이상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기계 제국이 몰락했으니 전쟁의 뒷처리가 아스테로모프에게 달려 있었으니까.

아스테로모프는 행성에 남겨져 있던 서브젝트들을 데려갔고, 2백만 년 동안 서브젝트의 유전적 유산을 행성 전체에 퍼뜨리기를 반복했다. 이 '세계 건축가'들은 그야말로 신이나 마찬가지였고, 전쟁으로 파괴된 은하계를 마치 처음부터 시작된 것마냥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서브젝트의 후손들은 되살아난 불사조를 새로이 물려받게 되었다.
아스테로모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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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년간의 전쟁에서도 진화해 모습이 변화한 아스테로모프, 그리고 그 아래에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래비털의 위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삽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비털이 유기체의 모습을 버린 것처럼 아스테로모프 또한 인간의 흔적은 사라져버렸으며 수억 년 전, 쿠가 호모 사피엔스들을 몰락시킬 때의 삽화와 구도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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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전쟁 이후의 은하계

아스테로모프는 여러 행성을 복구시키면서 신인류의 지속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 이들에게 뜻밖의 사건이었던 기계 제국의 등장이 '신중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우주개척은 언제나 은하 단위의 제국주의적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아스테로모프는 주의깊은 동시에 정직했던 나머지 창조물들에게 직접 간섭하려 하지 않았고, 대신 자신들의 지상판이라 할 수 있는 '테레스트리얼 스페이서' 또는 테레스트리얼(Terrestrial)을 만들어 신인류들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테레스트리얼은 아스테로모프에 비해 손가락이 거미같은 팔다리로 개조되었으며, 중력에 적응하기 위해 뇌가 상당히 수축되었다. 몇 가지가 아스테로모프 표준에 걸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말 그대로 테레스트리얼은 반신(半神)이나 마찬가지였다. 테레스트리얼은 아스테로모프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행성에서 문명의 발전을 육성하고 통제했다. 이들은 주로 예언자, 관리자, 왕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상황에 따라 사신(死神)의 역할도 수행했다. 초창기 스타 피플이 인간을 창조해낼 수 있는 AI를 통해 은하 제국을 구축한 것을 연상시키는 부분.

다만 이 노력이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차질 중 대부분의 경우는 신인류가 테레스트리얼의 지도를 받는 것을 거부하거나 반항하는 것이었고, 하나같이 단칼에 전멸당하는 천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했던 사례는 테레스트리얼들이 타락하여 신 노릇을 하는 것으로, 수많은 테레스트리얼들이 신인류를 지도하는 것 대신 그들이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작되어 있었던 종교를 악용하여 신인류를 뻔뻔하게 착취하는 것을 선택했다. 분명 비윤리적인 데다 비생산적인 악행이었지만, 이 방식이 신인류를 돌보는 것보다 더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다는 게 아이러니.

과정이야 어찌 됐건 간에 이리하여 유기체가 다시 은하를 지배하게 되었다. 제3 은하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제국은 서브젝트의 무수한 후손들을, 테레스트리얼이 관리하고, 전지전능한 아스테로모프가 그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돌아갔으며 과거의 다른 제국들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발전과 더 오래 이어지는 평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테레스트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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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테레스트리얼의 모습이 매우 다양하지만 여전히 기이한 인체 구조를 가진 종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테레스트리얼 개체들은 무지한 신인류에 대해 종교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성한" 유산을 주장하기 위해 정교한 베일과 모자 장식을 차려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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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새로운 기계

그러나 내전 이후로도 기계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아스테로모프는 원래 종전 직후만 해도 이들 모두를 말살할 생각이었지만, 말살하기에는 너무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이들은 수백만 년동안 정신과 기계 육체 사이의 접점을 최적화한 결과 가장 살기 힘든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새로운 제국'의 연구와 탐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용적 이유도 있었지만, 인과응보라는 시적 정의감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모든 유기체를 유린했던 기계들 역시 '역사를 반복시키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아스테로모프에 의해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우선 이들을 무적의 존재로 탈바꿈시킨 자체적 중력 조작 능력을 완전히 삭제했으며, 수명은 유한해졌고 지적 능력 역시 상상력이 일부 절제당했다. 그러나 이들이 완전히 퇴보당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나노기술을 통해 신체가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개조할 수 있는 이 신체 덕분에 이 새로운 기계(The New Machines)들은 신체를 어떤 형태로든 자유자재로 변환시킬 수 있었고, 생활 계획에 따라[46] 말 그대로 변신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유기체의 조력자로서 살아남은 이들이 다재다능하다고 한들, 이들은 은하계를 가로지를 수 있는 힘을 아스테로모프에게 빼앗겨 거세당했다. 이들은 새로운 제국에서 하층민이라는 계급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 후로도 돋보이게 활약하지 못했다. 사상 최대의 전쟁으로 인해 기계에 대한 깊은 불신이 유기체들 사이에 뿌리내렸고, 새로운 기계는 언제나 어느 정도 차별받으며 지내야 했다.

그렇다. 그래비털의 원죄가 모든 인간 중 가장 찬란했던 기계 인류를 속박시키고 만 것이다.
새로운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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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국의 기계 시민.
최신 패션 트렌드와 장인이라는 직업 모두에 어울리도록, 그녀는 눈부시게 뻗어나가는 가지형 팔을 자랑스레 선보인다.
'기계가 패션을 따른다'는 모습이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는 유별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들이 육체만 다를 뿐 엄연히 인류에 속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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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두 번째 조우

그렇게 새로운 제국은 기계 제국의 잔재를 완전히 밀어내 여러 포스트휴먼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력이 되었다. 새로운 기계의 조력으로 발견과 테라포밍이 물결처럼 이어지면서 신제국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이 부와 진보를 설명하는 데에는 오늘날[현생인류시대]에 없는 개념을 끌어와야 할 정도였으며, 결과적으로 현생 인류[현생인류시대]와 새로운 제국의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렵채집 시대의 사냥꾼에게 20세기 지정학 강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웅장한 실체는 주변 우주에 무지하지 않았다. 새로운 제국의 구성원들은 감각 기관과 센서를 조정해 주변 은하와 그 사건들을 조사해 왔다. 이들은 주변 성운에도 토착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지 의심했으며, 오해나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말을 거는 게 현명하다고 여겼다. 또한 이러한 감시는 혹시모를 외부의 위협을 대비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이때까지도 쿠에 대한 기억이 잊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웃 은하들 중 하나에서 문명 활동의 징조가 발견되고야 말았다. 어떤 사상가들은 이 발견을 비난했으며 다른 이들은 쿠의 귀환을 두려워했지만, 다행히도 외계인과의 두 번째 조우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서로 다른 두 은하계의 지성은 서로 싸우지 않을 만큼 이미 성숙한 상태였다. 이 은하계는 여러 종류의 앰피세펄라이(Amphicephali)[49]가 주관하는 일종의 과두 정부 형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들은 인류처럼 퇴행과 적응방산 및 자발적 유전자 변형을 거쳤다. 앰피세펄라이는 환영받았고, 이후로도 아스테로모프를 필두로 한 새로운 제국은 여러 은하 문명들을 만나게 되었다.
앰피세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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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피세펄라이 사절과 전형적 앰피세펄라이식 우주선의 모습.
그녀가 조우했던 인류 종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기묘한 신체는 자신들의 복잡한 진화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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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 다시 발견된 지구

여러 은하의 문명들은 아스테로모프와 인류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여러 성과를 이루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쿠를 정복해[50] 복수한 것으로 시작하여 다이슨 스피어를 구축해 태양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거주 가능 영역을 10억 배로 늘렸으며, 성간 공간을 웜홀로 교차시켜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를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다. 심지어 이후에는 시간 자체를 정복하여 불로장생을 구현해냈다.

이때, 모든 인간은 말 그대로 신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발전과 진보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이 연구의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진보의 광풍 속에서 독자들[현생인류시대]과 작가의 눈에 참으로 곧게 반짝이는 발견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오랫동안 잊혔던 질문인 지구의 재발견이었다. 이는 다이슨 스피어나 시공간을 길들이는 것과 같은 인류의 거대한 업적들에 비하면 이는 스쳐지나가는 트리비아성 폭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는 전 세계에 편재하던 아스테로모프, 별 사이를 누비는 기계, 그리고 수백만의 포스트휴먼들 모두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지였다.

그 발견은 수억 년이라는 잊혀진 역사의 흔적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하던 한 연구자에 의해 조용히 이루어졌다. 수백만 년의 전쟁, 침략, 멸종이 그 증거를 철저하게 파묻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마침내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발견했을 때에는 아무도 축하해줄 사람이 없었다. 축하는 나중에 이루어질 터였다.
지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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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재발견될 무렵, 인간은 조상의 형태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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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 귀환

고향의 발견은 다른 뉴스들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한낱 특종에 그쳤다. 우주 대부분의 포스트휴먼들에게 '조상들이 태어난 곳'은 단지 흥미로운 정보 한 조각이자, 이미 자신들과 모든 관계가 끊어진 하찮은 곳에 불과했다.

인류의 중심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버린 지구는 완전히 방치되었고,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은 채 야생화 상태로 정체되었다.[52] 하지만 지구는 그럼에도 인류의 '고향'이었다.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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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가 발을 딛자 인간의 발은 5억 6천만 년만에 한 번 더 옛 지구를 밟았다. 인류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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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 맺음말 - 모든 내일

I must conclude my words with a confession. Mankind, the very species which I've been chronicling from its terrestrial infancy to its domination of the galaxies, is extinct. All of the beings which you saw on the preceding pages; from the lowly Worm to the wind-riding Sail People, from the megalomaniac Gravital to the ultimate Galactic citizens, lie a billion years dead. We are only beginning to piece the story together. What you read was our best approximation of the truth.
한 마디 고백으로 이야기를 매듭지을까 한다. 지구상의 유아기부터 은하계 지배에 이르기까지를 낱낱이 여기에 기록했던 바로 그 종, 인류는, 멸종했다. 앞의 페이지에서 보았던 모든 존재들 - 저속한 웜부터 바람을 타고 다니는 세일 피플까지, 과대망상에 빠진 그래비털부터 궁극의 은하계 시민에 이르기까지, 전부 10억 년 전에 죽은 존재들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이야기를 그러모으기 시작했다. 당신이 읽은 것은 진실에 대한 우리의 최선의 근사치였다.
Why did they disappear? Perhaps it was a final, unimaginable war of annihilation, one that transcended the very meaning of 'conflict'. Perhaps it was a gradual break-up of the united galaxies, and every race facing their private end slowly afterwards. Or perhaps, the wildest theories suggest, it was a mass migration to another plane of existence. A journey into somewhere, sometime, something else. But the bottom line is; we honestly don't know.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 아마도 단순한 '대립'의 의미를 뛰어넘는 파괴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전쟁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연합이 지속적으로 붕괴되면서 모든 종족들이 각자 점차적으로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터무니없는 이론에 의하자면 이들은 전혀 다른 현실의 영역으로 집단 이주를 행했을 것이라고도 한다. 어딘가로, 언제인가로, 무언가로. 사실 털어놓고 말하자면 우리도 모른다.
Ultimately, however, what happened to Humanity does not matter. Like every other story, it was a temporary one; indeed long but ultimately ephemeral. It did not have a coherent ending, but then again it did not need to. The tale of Humanity was never its ultimate domination of a thousand galaxies, or its mysterious exit into the unknown. The essence of being human was none of that. Instead, it lay in the radio conversations of the still-human Machines, in the daily lives of the bizarrely twisted Bug Facers, in the endless love-songs of the carefree Hedonists, the rebellious demonstrations of the first true Martians, and in a way, the very life you lead at the moment.
하지만, 결국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그들의 이야기 역시 일시적이었고, 길긴 했지만 결국에는 덧없는 것이었다. 확실한 결말은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인류의 이야기는 수천 개의 은하를 궁극적으로 지배하는 것도, 미지의 영역을 향한 수수께끼의 탈출도 아니었다. 인간의 본질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인간의 본질은 인간 기계 문명들 사이의 라디오 통신, 기괴하게 뒤틀린 버그 페이서들의 일상, 여유로웠던 헤도니스트들의 끝없는 애창곡, 첫 번째 화성인들의 반항적인 시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당신의 삶에서 짙게 깔려 있다.
Many throughout history were unaware of this most basic fact. The Qu, in dreams of an ideal future, distorted the worlds they came across. Later on the Gravital, with their insane desire to recreate the past, caused the ugliest massacres in the history of the galaxy. Even now, it is sickeningly easy for beings to get lost in false grand narratives, living out completely driven lives in pursuit of non-existent codes, ideals, climaxes and golden ages. In blindly thinking that their stories serve absolute ends, such creatures almost always end up harming themselves, if not those around them.
역사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이 기본적인 사실을 놓치고 있다.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며 그들이 발을 들이던 세계를 왜곡시켰던 쿠가 그러했다. 그 이후에는 영광스러운 과거를 재건시키겠다는 정신나간 욕망을 지닌 채, 이 은하의 역사에 가장 추악한 학살 사건들을 남겼던 그래비털이 그러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들만의 거짓되고 웅장한 서사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남은 삶을 전부 바쳐가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이상, 사상, 성공과 황금기를 좇는 일은 지독하게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들이 보통 확실한 결말로 끝난다는 것을 멍하게 생각하자면, 그러한 생물들은 주위 생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스스로 몰락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To those like the misguided; look at the story of Man, and come to your senses! It is not the destination, but the trip that matters. What you do today influences tomorrow, not the other way around. Love Today, and seize All Tomorrows!
이 잘못된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인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정신을 차려라!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여정이다. 당신이 오늘 걸었던 행적은 당신의 내일을 좌우할 뿐,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오늘을 사랑하고, 모든 내일을 붙잡아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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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0억 년 된 인류의 두개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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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인류 멸망 후 10억 년쯤 되는 어느 날,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53]을 든 저자가 인류의 대서사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쓴 글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사실은 본 작품의 저자가 포스트휴먼이나 인류의 후손이 아닌, 인류와 전혀 관계없는 외계인이라는 점이다. ,작중에서 불리던 인간들의 명칭 또한, 본인들이 스스로에게 붙인 명칭이 아닌 외계인 작가가 붙인 일종의 '학명'이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분야의 선구자인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현생 인류로 설정되어 있어 현대적 비유가 작품 내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인류 멸종 10억 년 이후에 살고 있는 인물인데도 작가가 현대 인류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몰입을 해치기도 한다. 나름 인류사를 다루는 서적인 만큼, 어쩌면 외계인들의 역사와 사회상이 현생 인류와 판박이여서 인류사 열풍이 부는 와중에 출간된 서적이겠거니 하고 추측할 수도 있겠다.

결말이 충격적이기는 하나, 도중에 조금씩 암시되었던 작품의 주제의식이 직접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그 어떤 존재라도 결국 최후를 피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결과에 집착하거나 특정한 사상에 매몰된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언젠간 죽기 마련이므로 전부 부질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의 본질은 그러한 위대한 목적이나 결과가 아닌 여정, 즉 스스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삶의 모든 순간에 있다"는 것이 본작의 주제라 할 수 있다.

3. 2차 창작

3.1. 팬메이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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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재조명된 뒤로 나온 애니메이션들로, 원작의 개조된 인류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류종 각자의 특징을 잘 살린 것이 특징으로, 스타 피플의 유적에서 절을 하는 루인 헌터, 등장과 함께 사진이 새겨진 묘비로 나와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암시는 프테로사피엔스, 마지막으로 개조된 버그페이서와 그래비털과 전쟁 도중 그들에게 'Who are you? Gravital? (너흰 누구지? 그레비털?)' 이라고 짧고 굵은 질문을 던지는 아스테로모프 등이 대표적이다.


[1] 예술가 치고는 발이 넓어서, All Yesterdays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역사학 논문을 집필한 적도 있다. DeviantArt에도 Nemo ramjet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 [2] 이름이나 생태가 겹치는 인종이 여럿 등장하나, 역으로 맨 애프터 맨과 정반대로 전개한 요소도 많다. 특히 결말. [3] 맨 애프터 맨에서 현생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뒤 한참 나중에야 지구로 귀환하긴 하지만, 지구 바깥의 우주가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지구만 배경으로 다루는 셈이다. [4] 원문 묘사는 이하와 같다. "인류의 본격적인 업적은, 수천 년 동안 대지에 묶여 이루어졌던 전희가 끝난 뒤 정치적 통일과 점진적 화성 개척으로 시작되었다." [5] 화성 문화가 만들어질 때부터 화성의 문화 매체 대부분에 반(反)지구적 메세지가 잔뜩 퍼져 있었다고 한다. [현생인류시대] [현생인류시대] [8] 홀로그램 영화의 인물에게 머리카락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구 인류의 유산을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 피플이 변화하고 진화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지구의 호모 사피엔스와 유전적/문화적 동질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9] 원문은 "terrestrial"인데, 육상이라는 뜻도 되지만 여기서는 "지구의"라는 뜻이다. 즉 외계 행성에서 지구형 척추동물의 화석이 발견된 것. [10] 창세기 1장 31절. [11] 이 때문인지 후술하게 될 쿠에게 개조당한 인류들은 하나 같이 상당히 괴악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쿠가 인류를 개조한 이유가 어디까지나 일종의 처벌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개조했던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경우는 인류와 달리 원형에서 크게 벗어난 외형은 아니었다. [12] 후술되는 내용이지만 이때 '스타 피플'의 직속 후예인 '스페이서'가 생존하게 되었으므로 '인류는 멸종하지 않은 상태'인데, 어째서인지 화자는 '인류는 멸종했다'라고 서술한다. 스페이서가 스타 피플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했으므로, 극적인 서술을 위해 스타 피플까지를 '인류 문명'으로 정의했을 수는 있겠다. [13] 이 문장은 혹성탈출: 지하도시의 음모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떠오르는 서술이기도 하다.("우주의 셀 수 없이 많은 수십억 개의 은하 중 하나에... 중간 크기의 별이 있다. 그리고 그 위성 중 하나인 녹색의 하찮은 행성은 이제 죽었다.") [14] 이름 자체는 북미에 서식하는 흰눈썹밀화부리류(Saltator sp.)를 뜻한다. [15] 인간(man)과 영양(antelope)의 합성어다. [16] 상술한 대로 인류는 기존 행성의 생물체를 전부 없애는 방향으로 테라포밍을 실행했으며, 쿠 역시 그 생태계를 전부 대용품 인간으로 채웠기 때문에 인류와 쿠를 거쳐간 행성들의 생태계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 [17] 동물처럼 변한 건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 아니냐 싶겠지만 그런 이들은 이성도 같이 잃어서 크게 개의치 않았거나 적어도 손 또는 손처럼 쓸 수 있는 다른 유용한 기관들이 있어서 타격이 덜했다. 당장에 전술한 타이탄의 경우만 해도 맨텔로프처럼 손이 퇴화하긴 했지만 그 대신 쓸 수 있는 입술 조직 덕분에 다른 인간들이 비참하게 연명하고 있을 때 불과 수십만년 만에 초기 문명을 일으켜 세워 화자가 말하길 인류의 후계자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단계까지 도달했었다. 그러나 맨텔로프들은 그조차도 없었다. [18] 고래, 바다사자 등과 다르게 양다리가 2개의 지느러미로 분화하였다. [19] 이 파충류의 조상은 인류가 지구에서 애완동물로 데려온 도마뱀들이었다. [현생인류시대] [21] 이빨이 변형된 색색깔의 화려한 부리를 지녔으며, 조그마한 크기였다고 한다. [22] 이들의 과거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팬아트도 있다. [23] 퇴화 혹은 완전 소실된 기관은 그 후의 진화를 통해서 복구되지 않으며, 환경변화로 소실되었던 기관이 다시 필요해져도 퇴화된 기관이 다시 생겨나거나 하지 않고 다른 기관이 새롭게 생겨서 원래 기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는 법칙. 출처. [24] 이들은 날개가 퇴화한 손을 펄럭거리며 구애 행위를 했다. [25]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사람이라는 뜻. 저자는 이들을 스위스의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에 비유했다. [26] ' 곤충을 먹는 것'이라는 뜻. [27] 마5:5에서 참조, inherit이라는 표현대로 물려받는다는 뜻이다. [28] Space와 -er의 합성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우주인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9] 'Haunters' 는 '유령', '~를 서성이는 자들' 이라는 뜻이다. 사냥꾼을 뜻하는 헌터(hunter)가 아니다. [30] 현생 인류의 발에서 발달된 조직으로, 생김새를 보면 뱀 꼬리 끝에 손 하나가 달린 것처럼 생겼다. [현생인류시대] [32] 원본은 AVGN 빌과 테드의 액설런트 어드벤처 리뷰. 노래는 MGMT Little Dark Age. [33] 어떤 나라나 지역이 서로 적대적이거나 비협조적인 여러개의 작은 나라나 지역으로 쪼개지는 현상. [34] '도구를 번식시키는 자'라는 뜻. [35] '지적인 도마뱀'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36] 대략 깃털 없는 벨로키랍토르처럼 생겼다. [현생인류시대] [38] 특히 프레라노돈이랑 매우 흡사한거같다 [39] '(남성의)성욕 과잉'을 뜻하는, 사티리아시스(satyriasis)라는 용어에서 유래된 이름. 현재에는 성욕 과잉 내지 과성애(Hypersexuality)라는 단어를 쓴다. [40] 이들이 외온성, 즉 외부에서 열을 얻도록 변화했다는 뜻.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변온동물로 변모했는지는 알 수 없다. [41] 이들의 경우는 충식을 하다 보니 농작물이 아니라 벌레 둥지들을 농사지었다. [42] '별에 맞도록 변형된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43] 제1 은하 제국은 당연히 인류의 여름을 이뤄낸 스타 피플의 문명을 뜻한다. [44] 은하계 개척과 인류의 여름 시기의 인류가 메카노필리아로 인해 정체성 위기로 정신이 붕괴되어 죽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45] 육신을 버리고 기계로 거듭난 캐릭터들이 으레 하이브 마인드에 종속된다던가, 냉혹해지거나 감정을 잃는다는 클리셰와는 정 반대. [46] 작가의 말에 따르면 명절이나 휴일에 패셔너블하게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는 듯하다. [현생인류시대] [현생인류시대] [49] 양쪽 끝에 머리가 달린 거대한 뱀을 닮은 생명체. 머리 중 하나에는 외부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쓰이며, 신축 가능한 2차 신체를 지니고 있다. 이 종족을 묘사한 삽화를 보면 기다란 뱀 안에 그보다 조금 작은, 손가락이 발달한 석형류가 들어가 있는 듯한 모습을 띄고 있다. [50] 다만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등장하기도 이전부터 존재했던 쿠가 어째서 그렇게 쉽게 패배하였는지는 설명이 없다. 이렇다할 발전 없이 은하계 단위로 빈집털이만 하다가 몰락한 듯. 여기에 착안한 듯한 팬아트가 발굴되어 잠시 인기를 끌었다. 유목민족이 정주문명에 비해 발전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을 생각하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쿠의 발전이 지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거기에 더해 쿠는 특성상 자신들과 다른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기에 더더욱. [현생인류시대] [52] '쿠가 스타 피플을 굴복시킨 후부터의 지배한 기간' 약 4천만 년 + 간기 + '그래비털이 우리 은하를 지배한 기간' 최소 약 5천만 년 + '그래비털과 아스테로모프와의 전쟁 기간' 수백만 년 + 간기 + 테레스트리얼이 지구를 방문. 총합 약 10억 년의 시간이 흐른 이후이기에 구 인류의 흔적은 풍화 등의 자연 현상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측된다. [53] 이 소설 자체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으로 10억 동안 변화한 과정을 담은 것이고 이렇게 변화한 종들까지 멸망한 뒤 다시 10억 년이 지났다고 하니, 이 두개골은 적어도 20억 년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