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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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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자사호의 종류3. 자사호의 제작기법4. 자사호 고르는 법
4.1. 유사품
5. 자사호 길들이기6. 양호(養壺)7. 자사호 사용팁

1. 개요

개완과 함께 가장 유명한 중국 다구. 중국 장쑤성 이싱시의 특산품이다. 차를 우리는 주전자의 일종이다.

의외로 제작 시기는 다른 도자기 토기류에 비해 늦다. 자사도기는 송나라시기부터 쓰였지만, 이걸로 차를 우려먹는 도구는 명나라 중기인 정덕제 시대 이후에야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16세기 공춘(供春 1506?~1566)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자사호에 서명을 넣은 이후로 만든 사람의 서명을 담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공춘은 본래 노비였다가 자기 주인이 절에 공부하는 길에 몸종으로 따라갔다가 그곳 금사사(金沙寺)의 스님이 자사호를 만드는 것을 보고 옆에서 따라 하며 배웠다고 한다. 공춘이 만든 공춘호는 특유의 투박한 질감 때문에 명나라 문인들이 아름답게 여겼고, 자사호가 유행하는 데에 이바지했다.

특이하게도 진흙이 아니라 자사(紫沙)라는 광석을 캐서 물에 개어 빚어,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도자기다. 광석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자줏빛이 나는 자니, 붉은빛이 나는 홍니, 그리고 녹색 빛이 도는 녹니가 기본이 되며 여기에 자니의 가장 아래층에서 나는 저조청, 홍니를 물에 띄워 분리해내는 주니, 녹니와 다른 것이 섞여 색이 누런 단니[1], 그리고 아예 이것저것 섞인 새까만 흑니 등 오만가지 배리에이션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적인 색이다.[2] 다만 원산지가 대륙인지라 믿을 만한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 사 온 자사호에 물을 담고 따라냈더니 자사호 색 물이 나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색만큼이나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고렙 차 애호가들은 형태에 따라서도 우러나는 맛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더더욱 높은 레벨이 되면 차호 안에서 우러나는 소리를 들으면 차 맛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3] 옛날 중국에 파산한 부호가 다른 건 다 잃어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있으면서도 자기가 쓰던 자사호만큼은 간직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차 애호가들의 최종병기.

자사호는 보온이 잘 되어 뚜껑을 덮고 우리면 차가 매우 잘 우러나고, 미세한 구멍이 있어 질이 떨어지는 차의 안 좋은 향을 잘 흡수한다고 한다.[4] 그래서 "한 자사호에는 한 차만 써라."라는 말이 있다. 보이차 생차를 먹는데 숙차 비린내가... 이렇게 해서 길든 자사호는 해당 차 맛을 최상으로 뽑아낸다고 한다. 길들이면 길들일수록 윤이 나고 아름다워진다.

2010년 방영된 영국 드라마 셜록 시즌 1의 2화의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보온성을 더 높여주려면 자사호에 끓는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다음 자사호 위에 끓는 물을 한 번 더 끼얹어 주면 된다. 보온성 때문에 녹차나 백차를 우리기엔 적합하지 않고, 향이 미묘한 철관음 같은 차도 개완을 쓰는 편이 낫다.[5]

옛날 중국영화를 보면 자사호 주둥이에 입을 대고 차를 쪽쪽 빨아먹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자사1창이라고 불리는 국영 자사호 공방에서 만들어지던 자사호들은 요즘과 달리 출수구에 필터 역할을 하는 작은 구멍이 여럿 뚫린 방식이 아니라 통짜로 자사호 몸체에서 주둥이로 이어지는 단공(單孔)형 자사호가 주류였는데, 단공형 자사호에 입을 대고 빨면 찻잎이 안 막히고 잘 나온다고 한다.

2. 자사호의 종류

기본적으로 형태와 사용된 니료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고 종류도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자사호는 서시호, 수평호, 석표호, 이형호, 사방호, 진권호 등이 있다. 이름이 알려진 가장 오래된 자사호 작가인 공춘의 투박한 모양의 공춘호도 스테디셀러로 이름이 높다. 자사니료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자니(보라색), 녹니(노란색), 홍니(주황색, 붉은색) 세 종류이며 각각의 자사니를 배합하거나 니료의 특성에 따라 저조청, 청천니, 단니, 지마단니, 묵록니, 강파니, 청수니 등의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이를 파는 것만으로도 취미를 삼는 사람들이 있으며 제대로 파고들면 제대로 돈 나가는 취미가 된다. 다만 자사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가장 무난한 자니를 추천하는 편이다.

자사호의 형태와 니료의 특성은 차를 우리는 데에 영향을 준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사호의 두께와 니료를 소성하는 온도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고온에서 구울수록 단단해지나 보온성이 떨어지고, 저온에서 소성된 자사호는 기공이 풍부하고 보온성이 올라간다. 기본적으로 발효도가 높은 보이차, 홍차, 무이암차 같은 종류는 두껍고 소성온도가 낮은 자니, 단니 계열이 좋고 발효도가 낮은 철관음이나 보이청차 종류는 얇고 소성온도가 높은 홍니, 주니계열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묵힌 고급 청차를 자니호에 우리면 차의 잡미, 잡향뿐만 아니라 고급 차의 향까지도 흡수해버려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급 차는 소성온도가 높은 자사호에 우림이 적절하다.

3. 자사호의 제작기법

점토보다 입자가 굵고 점성이 떨어지는 자사의 특성상 틀에 자사물을 붓고 굳혀 만드는 니장호를 제외한 모든 자사호는 수제품이다. 대체로 니장호는 자사호로 간주하지 않으므로 다른 제작기법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채취한 자사 원석을 묵히고, 빻는 과정이 선행된다. 자기를 만들 때 쓰는 고령토처럼 자사는 기본적으로 돌로써 채취되므로 이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점성을 가진 원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채취한 자사 원광을 즉시 쓰지 않고, 일정 기간 노지에 내버려둬서 묵힌 다음 가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사니에 점성이 추가된다고 한다. 20년 이상 오래 묵힌 자사원석을 노니(老泥)라고 부르며 특히 고급으로 쳐준다. 자사를 빻을 때에는 전통적으로는 절구를 썼으나 현재는 자사니를 가공하는 공장들이 따로 존재하며, 자사호 작가들은 이들로부터 다양한 자사니를 사서 사용한다. 이때 빻아진 자사 분말을 채에 쳐서 입자를 걸러내고 점토로 가공하는데, 채의 굵기에 따라 40목(目), 100목식으로 구분한다. 목이 클수록 더 가늘고, 목이 작을수록 더 굵다. 자사호를 구분할 때 흔히 붙이는 60목 본산녹니, 40목 노자니 식의 이름이 이때 어떤 자사니로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병배라고 해서 다양한 성질과 다양한 목의 자사를 섞어서 독특한 자사니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자사 점토로 자사호를 만들게 되는데, 이때 가공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 전수공(全手功): 점토를 펴고, 모양을 만들고, 장식하는 모든 과정을 오로지 손으로만 하는 자사호 제작방법을 말한다. 전수공호는 만들기가 어렵고 특히 똑같은 사람이 만드는 똑같은 형태의 자사호라도 각각의 자사호마다 미묘하게 두께, 무게, 모양새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수공호를 사려 한다면 반드시 물을 담고 시험해본 다음에 사야 한다. 전수공호는 일반적으로 내부에 전수공호가 아닌 이상 절대로 찍을 수 없는 작가의 도장을 찍어서 전수공호임을 증명한다.
  • 반수공(半手功) 혹은 모형제작: 점토를 펴고 기본적인 모양을 만드는 것까지는 전수공과 같다. 하지만 모구라고 불리는 석고틀 안에 대충 모양을 만든 자사호를 넣고 모형의 모양대로 자사호 내부에서 펴서 만듦으로써 전수공호와 구분된다. 이로써 제작능률을 높이고, 일관적인 형태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유명한 작가들은 자신이 만든 최고의 전수공호의 모양을 떠서 만든 모구를 쓰기도 하며 기본적으로 전수공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자사호 내부에서 모형의 모양대로 내부에서 자사니를 펴기 때문에 내부 벽면에 도장을 찍을 수 없으므로 (찍더라도 다 지워짐) 이걸 가지고도 전수공호와 구분할 수 있다. 보춘호처럼 복잡한 모양을 가진 자사호들은 특히 반수공으로 만든 것들이 많고, 전수공으로 만든 것과 가격차이가 수십 배씩 차이가 난다. 반수공호도 모양만 틀로 다듬을 뿐 그 후 뚜껑과 주둥이를 만드는 등의 과정은 전수공호와 똑같다.(요즘에는 실리콘도장을 이용해서 내부에 도장을 찍기도 한다)

이렇게해서 제작된 자사호는 그냥 민무늬로 소성하거나, 추가로 장식하는데 장식기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 각인(刻印): 소성 전의 자사호에 끌로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다. 보통 작가 본인이 직접 하기보다는 전문 서예가를 초빙해 글씨를 쓰게 하고, 그 위에 조각가가 각인하는 형태로 자사호의 몸값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각이 잘 된 자사호는 그만큼 아름답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민무늬 자사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사니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 법랑채(琺瑯彩): 청나라, 중화민국초기에 제작된 자사호들은 자사 특유의 색이 칙칙하다고 느껴서 그런지 법랑으로 화사한 채색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자사 본연의 색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법랑채는 이미 소성까지 다 완료된 자사호 위에 추가로 칠보로 그림을 그리고 다시 한번 가마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만들기도 번거롭고 주로 골동품으로나 만날 수 있다.
  • 니회(泥绘): 과거에 유행했던 장식법으로 아주 가는 자사니를 물로 개서 물감처럼 만든 것을 붓으로 그림을 그려서 장식하는 기법이다. 니회가 마르면서 수축하면서 잘못하면 금이 가거나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어서 상당히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장식법이지만 2020년대 들어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장식기법이다. 과거와 달리 코발트(푸른색), 망간(검은색), 산화철(붉은색) 같은 재료를 섞어서 다채로운 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화려한 자사호를 만들 수 있다.

4. 자사호 고르는 법

제일 명심해야 할 점은 자사호란 차 맛을 즐기기 위해 사는 것이지, 작가의 명성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사호의 재료가 되는 자사니(紫沙泥)의 원가는 킬로그램당 500원, 1,000원도 채 안 될 만큼 저렴하다. 중화민국 초기에 개발되어 푸른빛이 도는 녹니인 민국녹니나 진귀한 자사니로 손꼽히는 천청니조차도 가격은 킬로그램당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자사호 가격의 대부분은 소성기법과 작가의 명성에 달렸다. 홍니를 물에 수비하여 얻어내는 주니(朱泥)로 만든 자사호는 철분 함량이 높아 튼튼하고 아름답지만, 소성시 수축함량이 너무 높아 실패율이 크기 때문에 다른 니료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다.

한국에서는 자사호를 파는 사람들이 '요즘은 자사 니료가 고갈되어 이만큼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헛소리다. 사실 자사를 채취하던 중국 의흥의 황룡산은 하도 많이 자사를 채취해서 2005년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사 채취가 금지되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 제한적인 자사 채취가 허용되었고, 황룡산 이외의 지역에서도 자사가 나올 뿐만 아니라 의흥 밖에서도 자사가 발견되었다. 무엇보다도 2005년 이전에 캐 놓은 자사의 양도 상당하므로 자사 니료가 고갈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

중국 현지의 가게나 타오바오, 알리 익스프레스, 이베이 등에 포진한 중국셀러들의 자사호 가격을 보면 10달러 이하 저렴한 것부터 500달러 이상인 비싼 것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자사호를 사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자사호의 재질, 질감, 제작기법, 작가 등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찾아볼 수 있는 등록된 공예가들의 작품은 작가의 등급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고급 재료를 사용해 소성했음에도 가격대가 20~50달러대로 저렴하다.

제작기법으로는 크게 타신통이라 불리는 막대기로 자사니료를 두들겨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도구의 도움 없이 만드는 '전수공'과 방법 자체는 전수공과 같되, 마지막으로 모구라 불리는 틀을 이용해 모양을 잡아주는 '반수공', 그리고 진흙처럼 묽게 갠 니료를 틀 안에 집어넣고 찍어내는 '관장'과 아예 도자기처럼 물레를 돌려 만드는 '수랍배'가 있다.[6][7] 가격은 전수공 > 반수공 > 관장 = 수랍배 수준이지만 품질은 사실 수공이냐 아니냐 여부보단 니료의 품질과 꼼꼼한 마무리 여부에 달렸다. 출수와 절수가 잘 되어야 좋은 자사호라 할 수 있으며[8][9] 삼평(三平)[10]이 맞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 따라 개성 있는 자사호를 만들기도 하므로 삼평이 꼭 맞아야 할 필요는 없다.

짧게 말하자면 자사호를 처음 장만할 땐 상당히 공부해야 망하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으로 보고 살 때에는 사진으로 보이는 자사호가 지나치게 반질반질하거나[11] 지나치게 가격이 싼 것만 피하면 괜찮다. 참고로 전수공이라 주장하는 자사호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짜일 가능성이 크므로 차라리 처음 사서 어떤 게 전수공인지 반수공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무조건 반수공을 사자. 그쪽이 돈도 아낄 수 있고, 실제로 끝에 모구로 모양을 잡아줄 뿐이지만 전수공과 반수공 자사호의 생산량은 상당히 차이나서 의흥의 자사호 작가 중 95% 이상은 반수공법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전수공이든 반수공이든 기계가 아니라 장인이 모두 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고,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나무 주걱 같은 것으로 모양을 다듬기 때문에 그 자국이 남는다. 요즘 나오는 반수공 자사호는 완성도도 높아서 모구로 교정한 흔적 같은 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전수공호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려진 차의 품질도 전수공이나 반수공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실험정신에 투철한 여러 다인(茶人)의 시험결과가 있다. [12]

자사호의 용량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150~200mL짜리 제품이 많고, 중국식 다도인 공부차(功夫茶)에선 100mL도 안 되는 조그마한 자사호를 쓰기도 한다. 보통 한국에서는 1~2인용으로 150~200mL 용량을, 4~5인용으로 300~350mL 정도를 사용한다. 중국 차는 기본적으로 조그만 잔에 여러 번 나눠서 우리고 마시기 때문에 지나치게 큰 걸 살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자사호는 90~100℃ 뜨거운 물을 가득 부어서 우리는 것이 원칙이므로 너무 큰 것을 고르지 말아야 좋다. 자사호 모양이 서시호처럼 구형에 가까울수록 보온성이 좋고, 입구가 클수록 무이암차류의 산차를 우리기에 적합하다. 방고호나 철구호처럼 납작한 호는 보이차를 우리는 데 적합하다.

4.1. 유사품

사실 자사호와 같은 무유도기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든다. 특히 보이차의 본산인 운남성의 건수(建水, 젠수이)에서는 건수자도(建水紫陶)라는 무유도기가 생산되는데 색깔이나 성질이 자사호와 유사하여서 헷갈릴 수 있다. 건수자도는 물레질을 해서 모양을 만든 것을 칼로 깎고 빼빠질을 해서(...) 다듬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특히 색색의 흙을 상감하여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솜씨가 좋다. 사람들 말로는 보이숙차를 우리는 데 좋다고들 한다.

광동 조주(潮州)에서는 조주수랍호(潮州手拉壶)라는 무유도기가 나오는데 이 지방에서 생산되는 흙으로 만든다. 자사호 중 특히 주니호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조직이 더 가늘고 자사호보다 얇고 크기가 작음이 특징이다. 그래서 자사호와 비교하면 열 보존성이 떨어지고(차가 익어버림을 막고) 광동에서 주로 소비되는 우롱차(청차)를 우리는 데 특화되었다. 향을 흡수하는 자사호와 달리 조주수랍호는 향과 맛을 덜 흡수하는 편이다.

또한, 조주수랍호는 자사호보다 작아서 대개 80~120mL 정도이고 커봤자 180mL를 넘지 않는다. 또한, 일본에서 나오는 무유도기인 토코나메도 자사호와 언뜻 보기엔 비슷하지만, 토코나메는 아예 얇고 진흙으로 만든 거라 열 보존성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아서 녹차를 우리기에 좋다.

5. 자사호 길들이기

처음 사온 자사호는 기본적으로 소성 후 자사 가루나 먼지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닦아주어야 한다. 이를 하지 않으면 자사호가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차를 우렸더니 자사호 색 물이 나올 수 있다. 대부분 중저가 자사호에는 쇠 냄새나 흙 냄새가 약간 날 수 있다. 우선 못 쓰는 칫솔이나 깨끗한 솔에 물을 묻혀서 내부와 외부를 깔끔하게 닦아준 다음 찬물로 씻고, 냄비에 자사호가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놓고 물을 가득 채운 다음 한두 시간 삶는다. 이를 '개호'(開壺)라고 부르는데 자사호를 길들이는 필수과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먼저 찬물로 삶은 다음 두부를 넣고 삶아 불기운을 빼고, 대추나 사탕수수를 넣고 삶아 윤기를 내고, 마지막에는 자사호로 우려낼 차를 넣고 삶아 향을 내는 등 개호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깨끗한 물에 삶아주기만 해도 사용하기에는 지장이 없다. 이렇게 개호를 마친 자사호는 깨끗한 수건으로 반질반질 닦아주면 된다.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흙냄새나 정체불명의 냄새가 풍긴다면 그 자사호는 골동품인 척하려고 구두약으로 장난친 것이거나 자사가 아닌 다른 흙으로 만든 짝퉁이라고 보면 된다.[13]

자사호는 무유도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찻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지만, 사용하다 보면 이런 성질이 점점 약해진다. 하지만 어떤 자사호, 특히 사가 굵어서 흡수도가 높은 자사호는 찻물을 끊임없이 빨아먹는 특징이 있어서 이런 호로 차를 우리면 맛이 다 죽은 밋밋한 차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자사호들은 특히 주의 깊게 개호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은 삶는 것이 아니라 찬물에 푹 담가놓는 것. 며칠 동안 매일 물을 갈아주면서 물을 먹이면 차맛이 개선된다. 만약 막 사온 새 자사호를 삶아서 개호를 했는데도 차맛이 너무 밋밋하다면 이 방법을 써보자. 물론 찻잎을 더 많이 넣고, 더 오래 우리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사용하다 보면 점점 개선되기도 한다.

6. 양호(養壺)

자사호의 진정한 묘미는 양호에 있다고 할 만큼 양호(항아리 기르기)는 자사호의 유지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양호가 잘 된 자사호는 새것보다도 훨씬 비싸게 팔린다. 여기서 양호란 자사호에 광을 내는 것을 말한다. 자사호는 '무유자기'라는 특성 때문에 차를 우리면 우릴수록 찻물이 자사호에 배여 차엽 내에 포함된 일종의 밀랍 성분이 빛에 반사되어 광택이 난다.[14] 사실 한 자사호만 수십 년 동안 세월아 네월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광이 나지만, 이 과정을 빠르게 하고자 자사호 애호가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광을 내는 방법을 정립했다.

양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이러하다. 중국 차를 마실 때는 차를 우릴 때 첫 물을 아주 짧게 우리고 그것을 버리는데, 이를 '세차'라고 한다. 세차한 물로 찻잔을 데우고, 자사호에 본격적으로 차를 우리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다음 그 데우고 난 물을 자사호 겉에 뿌려 자사호의 보온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양호가 이루어지게 한다. 여기에 차를 부을 때마다 찻물을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마지막에 다구를 정리하고 찻자리를 접을 때, 뜨거운 물로 자사호 겉과 속을 헹구고, 모아두었던 찻물을 자사호의 겉면에 바른 다음, 이것이 완전히 건조하면 뜨거운 물을 묻힌 수건으로 자사호 겉면을 반질반질 닦아준다.

두 번째 방법은 이러하다. '양호필'이라는 일종의 붓으로 찻물을 지속해서 묻히면서 차를 우리다가, 마지막에 찻자리를 접고 자사호를 닦을 때 마지막으로 찻물을 자사호 겉면에 묻히고 바짝 말린다.

첫 번째 방법은 자사호의 본산인 의흥 지방과 중국에서 선호하고, 두 번째 방법은 주로 대만에서 선호한다. 양호를 되풀이하면 할수록 자사호의 색깔은 점점 환해지고 겉면이 반질반질해지며 어두운 곳에서도 광이 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사호를 제대로 닦지 않아 생기는 차의 때와 양호로 생기는 광은 질적으로 완벽히 다르다. 안 닦아서 생기는 때 얼룩은 그냥 땟국물일 뿐이다. 이런 때 얼룩은 보기도 싫을 뿐만 아니라 자사호의 숨구멍을 막아버려 자사호의 특정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 자사호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시키면, 때 얼룩이 산폐되어 기분 나쁜 냄새가 나고 자사호의 표면이 끈적끈적해진다.

7. 자사호 사용팁

  • 자사호 하나에 차는 한 종류만 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사호는 자기화된 무유도기이다. 겉에 유약층이 없어서 자사호 벽면 내부의 이중기공구조가 차의 맛과 향을 가두는 특성이 있는데 서로 다른 차를 사용할 경우 이전에 우린 차의 향미를 흡수한 자사호에 남아있는 향미가 새로 우리는 차의 향미와 뒤섞여버리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홍차를 우린 자사호라면 홍차만, 숙차를 우린 자사호라면 숙차만 우리는 것이 좋다. 특히 보이숙차나 복전차 같은 흑차류는 특유의 숙미가 강해서 다른 차를 우리면 그 차에서도 숙미가 스멀스멀 느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개성이 강한 향미를 보유한 흑차류와 무이암차(대홍포, 육계 등), 정산소종 같은 훈연향 차를 제외한 홍차, 우롱차 종류들은 똑같은 자사호로 우려도 크게 상관은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차의 종류를 바꿀 때는 한번 삶거나 뜨거운 물로 여러 번 행구고 잘 말린 다음에 쓰자.
  • 자사호는 뽑기 운이 중요하다.
    똑같은 작가가 똑같은 니료로 똑같은 형태로 만든 자사호라 하더라도 공정상 미묘하게 달라진다. 심지어 반수공이라고 하더라도 소성시 태토의 수축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똑같이 나온 자사호라도 출수, 절수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직접 물이 나오는 걸 보고 사는 것이 좋다. 우려진 차의 향미가 서로 다르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부분은 주관적인 부분이어서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 개완으로 우려보고 자사호를 쓴다.
    자사호는 이중기공구조로 차의 향미를 흡수한다. 이때 나쁜 향미도 흡수하지만, 좋은 향미도 흡수해버리는 자사호가 있다. 특히 사질구조가 크고 굵은 목의 니료를 쓴 자사호들이 그러한데, 자사호를 쓰기 전에 먼저 똑같은 차를 개완과 자사호에 우려보고 비교 시음하면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판단하고 자사호를 쓰는 것이 좋다. 자사호로 우린 차가 더 맛있으면 그 차는 자사호가 맞고, 개완으로 우린 차가 더 맛있으면 개완이 맞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니료에 따라서도 차의 향미가 다르게 뽑혀 나와서 자사호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차를 여러 니료의 자사호로 우려보면서 가장 잘 맞는 자사호를 찾는 것도 좋다.
  • 자사호가 양호될 수록 차 맛이 좋아진다.
    이 부분은 이유가 있는데 자사호가 계속해서 양호되면서 차의 타닌 성분이 자사호 내벽에 침착하고, 차의 성분이 미세한 기공을 적당한 수준에서 막아주기 때문이다. 니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자사는 기본적으로 이 다량으로 함유된 광석이고 철이 차의 타닌과 반응하면서 타닌산철을 생성하면서 차의 떫은맛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떫은 차가 자사호를 지나면 부드럽고 달콤해지는 이유인데, 아삼 같이 쓴맛이 강한 홍차를 자사호로 우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 향이 섬세한 차는 자사호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봉황단총이나 동방미인처럼 향이 섬세한 차들은 자사호를 쓰면 두루뭉술한 향미의 무언가로 변해버린다. 이런 차들은 개완이나 도자기 다관을 쓰는 것이 좋다.

[1] 사실 단니류의 자사호는 소성온도에 따라 색깔이 다양하다. 1200도 이하에서 구우면 황단니라고 해서 누런색이 나오고, 1200도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녹단니, 청단니 식으로 색깔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2] 다만 산화철, 산화망간, 산화코발트같은 과립을 섞어서 다채로운 색의 자사호가 나오는데, 수마트라청, 청천니, 민국녹니, 흑성니, 대홍포니(원광도 있을 수 있지만, 흔히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자사호들은 이런 화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색의 자사호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소들의 혼합비율은 2%를 넘지 않으며, 이미 청나라 때부터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왔기 때문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3] 조용헌 著 '방외지사' 중 품명가 손성구 편 참고. [4] 보이차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인기가 치솟은 이유다. 재질이 좋은 자사호는 잘못 발효된 차의 비린내를 중화해 준다. [5] 물론 자사호를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숙우에 끓인 물을 넣어 두고 약간 식힌 다음, 자사호에 부어 차를 우려낼 수 있다. [6] 수랍배호는 사실 의흥이 아닌 복건, 절강, 광동성 등지에서 우롱차를 마실 때 쓰는 차호이다. 하지만 자사니는 성질이 달라 본래는 물레로 성형할 수 없는 것을 고령토를 섞어 부드럽게 한 다음 성형하는 것이라 일반적으로 좋은 평가는 못 받는다. [7] 현재는 기술이 좋아져서 자사니만으로도 수랍배를 만들 수는 있다. 단 100목(目) 이상으로 갈아낸 아주 고운 니료를 쓰기 때문에 사(沙)가 없으며, 자사호의 특징인 통기성이 확실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수랍배는 사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주니 같은 니료들을 주로 쓴다. 대홍포 같은 게 들어간 수랍배호는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8] 진짜 좋은 자사호는 안에 물을 가득 붓고 주둥이를 손으로 꽉 막은 다음 뒤집으면 공기의 압력으로 뚜껑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밀폐감이 좋고, 물을 따를 때 뚜껑 위에 붙은 구멍을 손으로 막으면 마찬가지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서 차를 각 잔마다 끊어 따르는 테크닉을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밀폐가 좋으면 출수, 절수가 좋으며 차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많이 유리하므로 고급으로 친다. [9] 다만 자사호의 절수, 금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자사호를 소성할 때 필연적으로 태토의 수준과 사질구조상 자사호 부분마다 수축도가 약간씩 달라서 모양을 잡을 때 제대로 만들었어도 소성 후에는 틀어진다. 틀어진 형태를 갈아내는 과정을 '정구'라고 하는데, 모든 자사호는 출하되기 전에 정구를 거친다. 자사호 뚜껑을 열었을 때 단면을 보면 간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실 무엇보다도 자사호에서 신경 써야 하는 건 출수이다. 우림 시간이 짧은 중국 차의 특성상 출수가 나쁘면 차를 따르는 동안에도 차가 우러나 과다추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수가 나쁜 자사호를 사용하면 무진장 답답하다. [10] 차주전자를 뒤집었을 때 주전자 입구와 출수구, 손잡이가 일치하는지 여부 [11] 기본적으로 자사호 형태를 만들 때 마무리 과정으로 광을 내면서 다듬기 때문에 막 소성된 자사호도 표면이 부드럽고 광이 있다. 하지만 반짝반짝할 정도로 광이 난다면 '포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포광은 사포로 표면을 갈아서 광을 내는 기법인데, 사실 파라핀이나 기름으로 장난친 자사호에 비하면 기능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양호가 되어도 광이 나지 않고 너무 인위적인 광이기 때문에 금방 싫증이 난다는 단점이 있다. 대체로 니료가 나쁜 자사호를 팔아먹기 위해 포광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야 좋다. 특히 가격이 비싼 주니호에서 포광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사호와 비슷한 건수자도는 포광을 기본적으로 하므로 문제가 없다. [12] 만약에 나는 굳이 전수공호를 사야겠다 싶은 사람이라면 전수공과 반수공을 구분하는 요령을 알아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보아야 하는 부분은 호 내부벽에 있는 작가의 도장인데 자사호를 만들 때는 먼저 길고 얇게 편 니편에 도장을 먼저 찍고, 그다음에 이것을 둥글게 이어붙이고 타신통으로 두들겨서 모양을 잡아서 필연적으로 내부도장이 둥글게 말린다. 반수공호에는 이 도장을 찍지 않으며, 호의 모양이 완성된 후에는 구조상 도장을 찍는 게 불가능하다. 그다음으로 보아야 할 점은 자사호 내부에 있는 타신통으로 두들길 때 생기는 나무결 무늬의 유무, 자사호 겉면의 이음새의 유무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전수공호는 호 겉면은 문질러서 이음새를 지우는 작업을 꼼꼼하게 하지만 호 내부는 이것이 어려워서 필연적으로 흔적이 남는다. [13] 자사호는 근본적으로 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주 약간 돌 냄새가 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찰흙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와 자사호에서 나는 약한 돌냄새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다. [14] 사실 가죽구두가 광이 나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가짜 골동호를 파는 사기꾼들은 구두약이나 파라핀, 차씨 기름으로 장난을 친다. 물론 이런 자사호는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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