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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Ssam[1] / Wrapped
한국 요리의 한 가지. 고기나 밥, 된장 등을 비롯한 먹거리를 잎 채소에 싸서 먹는 것을 가리키는 말. 어원은 '싸다'의 어간 '싸-'에 명사화 접미 '-(으)ㅁ'이 결합한 '쌈'이다.[2]
쌈 안에 들어가는 것은 주로 밥이나 고기 따위이며, 겉에 싸는 잎은 상추, 배추, 쑥갓, 깻잎, 취, 케일 따위가 있으며, 쪄서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싸먹는 호박잎과 양배추 같은 건 예삿일에 심지어 콩잎을 장아찌로 담가 싸먹기도 하고 그 외에 머위잎에 싸서 먹기도 한다. 알다시피 잎이 아닌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도 쌈의 종류에 들어간다.
2. 기원
역사적으로는 고려시대까지 기원이 올라간다. 14세기 중반 중국 원나라 시인 양윤부(楊允孚)가 지은 〈난경잡영(灤京雜詠)〉의 주석에 "고려 사람들은 상추로 밥을 싸 먹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3]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도 쌈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당시의 쌈은 고급 음식으로 취급받았는데, 쌈이 하나의 취식법으로서 정리가 되고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퍼진것은 조선시대의 일이다.옛날에는 염치 없는 사람을 두고 눈칫밥 먹는 주제에 쌈밥까지 먹는다고 할 정도로 쌈을 크게 싸서 먹기를 예의 없다고 여겼다. 이덕무가 저술한 사소절이나 조선시대 요리책에서도 쌈을 크게 먹는 건 예의가 아니라 했다.[4] 지금의 찐 깻잎쌈을 싸서 먹듯이 젓가락으로 잎을 집어서 밥을 조금 싼 다음 장을 따로 찍어먹는 조금은 갑갑한 방식이 예법이었다. 19분 37초 참조
한편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한 것으로 유명한 류성룡은 한 손으로는 쌈을 싸먹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친구와 함께 바둑을 두며 동시에 어려운 송사 두 개를 그대로 해결했다는 일화가 있다.[5]
쌈은 왕실에서도 즐겨 먹을 정도였으나, 조선 후기에 와서 평민들에게도 보급되어 대중 음식이 된 후로는 양반들은 잘 안 먹는 음식이 되었다. 정약용이 귀양 가서 집으로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여기는 반찬이라고는 별로 없어서 상추에 그냥 밥을 싸먹는다'며 한탄하는 내용[6]이 있다. 고급 요리라면 절대 이런 한탄을 안 했을 테니 흔한 음식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당시 상추는 양반들이 밥상이나 수저 등을 닦는 용도로도 쓰던 흔한 채소였으니 지금으로 치면 식용 키친타올에 밥을 싸먹은 셈이다.(...)
다만 구한말 고종은 상추쌈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생선조림, 새우볶음, 고기조림, 약고추장 등의 다양한 재료를 넣었으며 참기름을 살짝 찍어 먹었다고.
3. 특징
취향에 따라 김치, 마늘 같은 반찬도 넣어 먹기도 하며, 쌈장, 된장, 고추장, 기름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 회, 과메기도 쌈으로 해서 먹기도 한다. 사실상 뭐든 채소잎에 넣고 싸먹으면 되므로 꼽아보자면 셀 수 없이 많은 조합이 만들어진다. 먹다 남은 반찬도 쌈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초밥도 그렇지만 조리 안 된 생야채를 그대로 쓰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특히 도구가 아닌 손을 써야 한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식문화 중 하나이다. 다만 고기나 생선 생식과 달리 잎 채소 생식은 서구권에서도 햄버거/ 샌드위치나 샐러드 방식으로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초밥이나 육회류에 비해서는 인식이 무난하고,[7] 방법의 문제이지 맛이나 건강면에서는 호평하는 편이다. 한식의 해외 진출 속에 쌈 문화도 슬슬 해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해외에 소개된 쌈은 한국처럼 먹는 사람이 즉석에서 싸먹는 형식보다는, 요리사가 미리 한 입 크기로 싸서 낸 것을 먹는 형식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나마도 미리 싸놓는 김에 무척이나 아름답게 싸 놓기 때문에... 과장 좀 보태서 구절판 같은 궁중요리에 올려놔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
출처
파일:external/tastefoodblog.files.wordpress.com/pork-ssam-tf.jpg 출처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쌈의 모습.
식문화의 현지화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으므로 문제될 일은 없는 사안이지만, 한국에 와서 쌈 음식을 찾고는 자신이 알던 그 쌈과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외국인도 있긴 하다. 직접 싸먹는 한국식 쌈은 식문화가 그나마 비슷한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8] 서구권에서는 직접 싸서 먹는다는 방식 자체가 (한국에서 장기 체류한 외국인이 아니면) 굉장히 마이너하다. 맨손으로 쌈을 싸서 입을 크게 벌려 먹는 방식이, 식기를 사용해서 음식을 잘게 잘라먹는 서양의 식사법과 정반대라서 상추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낯설어한다. 이때문에 상추를 싸서 먹는 방식을 알려줘도 부리또처럼 베어먹는 경우가 태반이다. 쌈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재료를 넣고 한입에 먹는 방법이 정석이기에 미디어에서 외국인들이 쌈을 베어먹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은 탄식하는 반응이 많다.
혹은 이렇게 쌈을 쉽게 싸먹을 수 있는 전용 그릇을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회를[9] 쌈으로 먹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이 맛 자체가 약한 흰살생선류를 활어회로 먹는 경우다. 쌈채소와 함께 먹어도 살 자체가 탱글하기에 식감이 묻히지 않으며 부족한 맛을 쌈채소와 쌈장같은 양념이 채워주기에 궁합이 좋다. 단 붉은살 생선이나 선어회의 경우엔 회자체의 맛을 즐기기에 쌈으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 먹더라도 최소한의 양념과 쌈채소를 이용한다.
튀르키예 요리, 그리스 요리에도 비슷한 것이 있으며 현지에서는 사르마(sarma), 돌마(dolma), 돌마데스(Ντολμάδες) 등으로 불린다. 다만 이것들은 쌀과 양념 + 다진고기로 만든 속을 포도잎에 싼 다음 쪄서 만들기 때문에 쌈과 비교하기에는 적절한 예시는 아니다.[10]
참고로 쌈을 쌀때 상추, 깻잎의 뒷면이 쌈의 안쪽, 앞면이 바깥쪽으로 되도록 싸서먹으면 입에 닿는 부분이 잎채소의 매끈한 면이기 때문에 식감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4. 종류
보통 쌈은 들어가는 재료 보다는 쌈을 싸는 재료의 이름으로 구분짓는 경우가 많다.고기쌈이라고 해서, 채소 대신 얇은 소고기로 음식을 싸먹는 쌈도 있다. 당연하지만 재료의 특성상 예전부터 초 레어한 쌈에 속하는지라 현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쌈밥은 쌈 재료중에서도 밥이 주가 되는 음식. 그냥 밥만 먹으면 심심하니 같이 싸먹기 좋으라고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 우렁된장, 순두부찌개, 비지찌개 등을 같이 내준다. 특히 강된장은 호박잎에 싸서 먹으면 별미.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부터 기내식으로 쌈밥을 제공하고 있다.
월남쌈도 쌈의 일종이나, 한국의 쌈 기준으로 쌀을 채소로 싸는게 아니라 채소를 쌀로 싸는 정 반대의 스타일이다.
엄밀히 말해서 쌈 요리는 아니지만[11] 보쌈이 쌈요리로 유명하다.
5. 기타
상대를 비꼴 때 "○○은 쌈 싸먹어라" 식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서우진( 류시원 분)이 오너 셰프로 운영하는 레스토랑 이름이 The ssam이다. 한국어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다소 웃기지만 이름 그대로 쌈 요리를 주력으로 삼는 곳. 다만 드라마 성격상 레스토랑 자체가 좀 고급스러운 곳인데다가 외국인 방문객들도 자주 오는 곳이여서 그런지 상기한대로 '한 입 크기로 미리 싸여져 있는' 쌈 요리가 나온다. 물론 이건 뉴욕에서 데이비드 장이라는 한국계 셰프가 운영하는 모모후쿠 쌈바(Momofuku Ssäm Bar)의 인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름 미국에서 알아주는 아시아+한국스타일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이름만 보면 영락없이 일본 스타일 레스토랑 같지만.(...) 아닌게 아니라 저 모모후쿠는 안도 모모후쿠에서 따왔다.
쌈이라는게 어떤 재료를 완전히 꽁꽁 둘러싸매어서 먹는 식문화라는 점에서 파생하여, RTS게임 등에서 한쪽 세력의 유닛을 상대방 세력의 유닛이 포위해 전멸시키는 경우를 쌈싸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포위하는 쪽의 색상이 초록색이면 싱크로율 상승. 해외에서는 샌드위치라고 한다는데 국내에서도 앞뒤로 포위되는 상황을 두글자로 줄여 흔히 '샌드', '샌드당했다' 라고 한다. 예를 들면 게임 파이널 판타지 14. 물론 샌드위치란 표현은 양면전선에 붙이는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중국인 유튜브 채널 전서소가에서는 쌈을 운남성 향토요리라고 대놓고 거짓말을 쳤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항목 참조.
중국 사극 드라마 惹不起的千岁大人(야불기적천세대인 = 범접할 수 없는 천세대인)에서는 여주인공이 한국식 불판에서 삼겹살로 보이는 무언가를 한 점 집더니, 깻잎처럼 보이는 무언가에 넣어서 남주인공에게 주는 장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삼겹살에서 유래한 XX굣푸사루(XXギョプサル)라고 불린다. 한국에서 삼겹살은 돼지 고기의 부위를 뜻하는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불판에 구운 돼지고기(삼겹살)를 쌈채소와 함께 싸먹는 요리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무굣푸사루(삼겹살)에서 '사무'대신 다른 재료을 붙여서 주재료를 구워서 쌈을 싸먹는 요리를 뜻하는 단어로 변형되었다.[12] 비슷한 예로 오뎅과 햄버거가 있다. 오뎅은 어묵을 포함해 이것저것 넣어 끓인 요리명이지만 한국에서 재료명으로 착각해서 오뎅볶이, 오뎅볶음같은 사례로 쓰이도 했고[13], 햄버거도 다진 소고기(햄버그)를 사용한 샌드위치지만 햄이 탈락하고 대신 치즈를 넣어 치즈버거나, 치킨버거, 새우버거 등으로 단어가 변형되었다.
[1]
영문
위키백과 표기 기준
[2]
옛 문헌에 한글로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만약
중세 한국어에서도 쓰였다면 'ᄡᆞ다'에서 유래해 'ᄡᆞᆷ'이라고 했을 것이다.
[3]
원문은 高麗人以生菜裹飯食之.
[4]
그래서 후대에 가면 상것들이나 쌈을 크게 싸먹는다고 여겼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인 척하던 사람이 양반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던 중에 품위 없게도 쌈을 크게 싸먹다 신분이 들통나서 몰매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5]
후일담으로, 다른 관리가 이 일화를 듣고는 이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여겨 똑같이 따라해 보았다가, 이윽고 정신이 없어져 쌈에 바둑알을 싸먹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결국 류성룡의 비범함을 인정하였다고 한다.
[6]
실제 귀양갈 때 싸간 반찬들이 다 상했다고 한다. 남은 건 장이나 젓갈 정도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쌈 재료만 남은 셈이다.
[7]
중국 요리처럼 잎채소 생식조차 거부감을 느끼던 문화권도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젊은층으로 내려올수록 반감이 줄어드는 추세다.
[8]
일본에서는 상추를 손으로 싸서 먹는다는 개념 자체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까워서 직접 여행하기도 쉽고 어떤 식으로 먹는지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고기를 채소에 싸먹는 요리에 대해선 한류가 유행하면서 이런 요리를 통틀어 겹살로 부르고 있다.
[9]
또는 장어구이
[10]
돌마는 파틀르잔 돌마스(Patlıcan dolması) 같이
순대요리의 의미로도 쓴다.
[11]
보쌈은 김치의 한 종류에서 김치와 수육을 같이 먹는 요리로, 배추와 김치소와 수육을 같이 싸먹는 요리로 변질되었다.
[12]
예를 들면 새우겹살, 오리겹살 등.
#
[13]
오뎅의 경우엔 다른 이유지만 2000년초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고 한국말을 쓰자는 운동이 있어서 오뎅이라는 단어 대신 어묵이 정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