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8 19:29:10

타밀어와 한국어의 유사성


1. 개요2. 발달 경위3.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단어4. 과학적 연구
4.1. 한국어 타밀어 동일기원설
4.1.1. 유사언어학인가?4.1.2. 제3의 연결고리
4.2. 고대 한국과 타밀 문화권의 교류 때문이다?

[clearfix]

1. 개요

한국어 타밀어와 유사하다는 주장, 더 나아가 언어학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일련의 주장이다.

2. 발달 경위

" 드라비다어족 언어, 그 중에서도 인구수가 가장 많은 타밀어의 어휘 중, 한국어 어휘와 소리와 뜻이 완전히 똑같거나 비슷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더라"는 단편적인 접근에서 시작된 유사언어학이다. 주류 언어학 연구에서는 이미 배제되어 있지만,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마치 '매우 소름돋을 정도로 단어가 똑같이 들린다'는 것이다.

단어의 유사성 뿐만 아니라 문법적인 유사성도 가지고 있다. 둘 다 SOV 문법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타밀어에는 한국어의 조사와 대응되는 품사가 있다. 그래서 타밀어 문장의 단어만 번역한 후, 순서대로 배열하면 바로 한국어가 된다. 이 정도로 한국어 언어체계가 유사해서 바로 번역이 가능한 언어는 타밀어 말고는 거의 없다. 대표적인 외국어인 영어만 해도, 한국어의 조사와는 다른 관사가 있어서 한 번 번역을 해줘야 하며, 어순도 SVO 이기 때문에 한번 문장의 순서를 뒤바꾼 후 번역해야 한다. 중국어는 관사나 조사같은 관계를 나타내는 품사가 아예 없어서 번역이 필요하고, 영어와 마찬가지로 어순이 달라서 또 한 번 번역하에 하기 때문에, 타밀어와는 다르게 단어만 가지고 바로 번역할 수는 없다.

처음 인터넷에 퍼지게 된 것은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타밀어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한국어와 비슷한 어휘가 등장해서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며 가장 결정타를 낸 건 주인공이 엄마와 아빠를 부를 때였다. 이때 이후로 인터넷에 가끔가다 등장했으며, 2010년대 이후 한류 인도에서도 커지며 일부 사람들에게 제기되며 여행 유튜버, 역사 유튜버 등이 다루게 되었다. 심지어 국뽕 유튜버도 다뤘다.

한국의 문화재가 먼 거리를 찾아올 만큼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가능하다. 사실 인도와 한국 사이 거리는 LA 뉴욕사이 거리보다 짧으며, 만약 삼국시대에 해상무역이 없었다면 그게 더 이례적인 사례일 것이다. 만약 고대에 한국계 민족이 타밀인과 무역을 했어도, 크게 놀랄 사례가 아니며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는 거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최빈국인 마다가스카르 소말리아 등의 나라들도 천 년 이상 전부터 매우 활발한 무역을 진행했었고,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는 해양 거점으로 활용되어, 많은 부를 축적했었기 까지 했다. 더구나 위의 주장과 달리 인도는 한국과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나라다. 인도에서는 되려 아라비아 반도 이란이 더 가깝다. 젊은 세대의 한국인 일부의 착각과 달리 인도는 동남아시아가 아닌 남아시아 내진 서남아시아에 속해 있으며 인종부터 코카소이드로 전혀 다르다. 인도 등 남아시아는 동남아시아에 문화적 영향을 대거 줬지만 인종은 철저히 다르다. 인도는 되려 중동과 인종적, 문화적 유사성이 있다. 당장 현 이란 페르시아 불교를 믿기도 했고 애초 대승불교는 인도보다는 카슈미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달했다. 반대로 현재 인도에 파르시라는 이란 혈통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살기도 한다. 애초 인도가 속한 남아시아는 한국과 시차도 꽤 많이 나고 결코 가깝지 않다. 한 세대 전 중동은 오히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와 이란, 아라비아 반도를 합쳐서 일컫는 말이었고 나무위키 등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같은 중동은 근동(近東)이라 불렀다. 더구나 LA- 뉴욕 간 거리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가는 거리로 정확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자카르타, 발리 정도의 거리가 나온다. 도쿄- 싱가포르 정도 거리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거리다.

3.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단어

한국어 타밀어 단어 [발음] 타밀어 뜻
엄마 அம்மா [암마] 엄마
아빠 அப்பா [아빠] 아빠
언니[1] அன்னி [안니] 언니· 누나[2]
நா [나]
நீ [니]
நான் [난] 나는
구들 குடில் [구딜] 오두막
궁디 குந்தி [군디] 쭈그린
நாள் [날]
나라 நாடு [나르] 나라
뚫다 துளை [뚤레] 뚫다
마누라 மனைவி [마네비] 마누라
마음 மனம் [마늠] 마음
머리 முடி [무리] 머리카락
먼저 முந்து [문두] 먼저
메뚜기[3] வெட்டுக்கிளி [베뚜크리] 메뚜기
몽땅 மொத்தம் [모땀] 합계
மழை [말라이]
반갑다 வணக்கம் [바나깜] 인삿말
கால் [갈]
பாம்பு [밤부]
벴다 வெட்டு [베뚜] 베다
பார் [바]
~보다 ~விட [~비다] ~보다
பெய் [베이] (동사)
소리 ஒலி [오리] 소리
싸우다 சண்டை [싼디] 싸우다
சோறு [쏘르]
아파 ஆபா [아파] 아파
왔다 வந்த [완다] 왔다
우람하다 உயரம் [우야람] 크다
கத்தி [카띠]
புல் [풀]

4. 과학적 연구

4.1. 한국어 타밀어 동일기원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류 학계에서는 해당 가설을 지지하지 않으며, 동일한 기원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타밀어는 기원전 5세기 경부터 문증 가능한 기록이 나오는 오래된 언어이기 때문에 실제로 주변 지역 많은 언어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재 지중해, 수에즈 운하, 싱가포르를 통해 동아시아로 가는 동남아시아 무역로를 옛 타밀인들이 처음 개척했을 정도로, 타밀인들은 페니키아인, 그리스인과 함께 항해술이 뛰어난 민족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인도네시아까지 타밀어 화자가 살았다고까지 한다. 하지만 한국어와의 유사성은 학계에서 수차례 제시되었음에도 타밀어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같은 기원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논자들은 대개 엄마와 아빠[4] 같은 단어, 혹은 어원적으로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진 단어를 비교하고 단순히 발음이 똑같다는 이유로 두 언어를 엮는다. 예를 들어, 타밀어 사용지역보다 한국어 사용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벵골어로 '엄마(母)'는 'Ma'라고 하는데, 벵골어 화자 특유의 발음법에 의해 '음마, 엄마' 등으로 들린다. 이토록 유아어로 언어적 유사성을 연구하는 것은 아주 수준 낮은 행위인 것.

비교언어학에서 보통 정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순수 기초어휘를 언어 간에 비교하는 것이다. 기초어휘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말할 수밖에 없는 단어라 크게 변형되지 않고 먼 거리를 통해 전파되고 유지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언어가 가진 단어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꼼꼼히 비교하면서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비교 방법은 어휘의 분류에 무관하게 현대어 어휘 간 발음의 유사성에 기초한 비교다. 메뚜기, 즉 뫼(산)와 도기가 합쳐진 메뚜기가 베뚜(베다)와 크리가 합쳐진 베뚜크리(வெட்டுக்கிளி)와 어원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단어의 어근과 기원에 대해 집중하기 보다는, 후대에 우연의 일치로 동일하게 들리게 된 단어를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마치 타밀어와 한국어가 같은 기원인 것 처럼 말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알타이 제어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과 굉장히 유사하다.

메뚜기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 자주 얘기하고 전해지는 단어, 즉 기초어휘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제주어에서 '만축'이라고 발음될 만큼 그 짧은 거리에서도 많은 음운 변화가 생긴다. 제주도에서도 이런 것이 멀고 먼 땅을 지나 남인도까지 가서 멀쩡하게 보존된다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이다. 한반도와 남인도는 역사적 교류도 크게 없었는데 말이다. 사실 이런 가짜동족어는 여러 언어를 비교해 보면 넘치고 넘친다. 이런 걸로 음모론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지 누가 먼저 선동하고 잘 꾸며서 잘 속이는지의 문제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관심을 끌어야 하는 TV 프로그램이나 많은 조회수를 얻어야 하는 유튜브 등지에 있는 사람들이 가끔 이런 주장을 퍼뜨리고는 한다.

그리고 논리에도 문제가 있다. 만약 두 언어가 같은 어원의 단어를 몇 가지 공유한다고 쳐도 같은 어족의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어에는 현대 중국어와 같거나 비슷한 한자를 사용하는 어휘가 많지만, 이를 가지고 한국어와 중국어가 같은 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같다. 예컨대 한국어 두부(豆腐)는 타밀어로 '토푸(ṭōḥpū / ṭōphū, டோஃபூ)'이며 중국어로 '더우푸(豆腐)'다. 그런데 타밀어 '토푸'는 영어 'tofu'를 음차한 것이고, 이 영단어는 원래 중국어, 한국어와 같은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어 단어 '토후(豆腐)'를 음차한 것이다.

이 설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일본의 학자인 오노 스스무인데, 국내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냥 떡밥으로 돌고 있는 이야기를 주워다가 써먹고 있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일단 오노 스스무는 일본 내뿐만 아니라, 타밀어 학자로서는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권위가 있는 사람이며, 때문에 한때는 드라비다-한국어족 가설이 학계 일각에서 잠시 논의되다 사장되기도 했다. 이 가설은 오노가 처음 제기한 건 아니고, 일제강점기 시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미국 개신교 목사인 호머 헐버트가 1905년에 이미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헐버트는 언어학자가 아니라서 그가 학술적인 근거를 제기한 건 아니고, 일부 한국어 단어가 타밀어의 몇몇 단어들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가설을 제시했을 뿐이다.

오노 스스무도 타밀어와 한국어, 일본어가 일부 어휘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 때문에 이런 가설을 제기했을 뿐이고, 결국 일본 내 그 어디에도 타밀족 유이민의 흔적으로 보이는 유적이나 유물, 유골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서 가설이 폐기되었으며[5], 이 가설을 통해 일본어족과 한국어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는 그의 희망은 전술한 대로 와장창났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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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유사언어학인가?

일반론을 가져오자면, 한국어와 타밀어를 비교하는 주장이 유사언어학인지 아닌지는 주장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로 근거를 갖추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국어 웹에 떠도는 대중적 가설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사언어학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끔 학술적으로 형식을 갖추고 한국어와 타밀어를 비교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다. 단, 여기서 학술적 가치가 있는 비교는 거의가 어휘 영역이 아닌 통사, 형태 영역의 비교에 해당한다. 한국어와 타밀어가 모두 SOV형 언어이고, SOV형 언어에서 나타나는 많은 통사론적, 형태론적 특성을 공유하는 것 자체는 사실이므로, 이 '비교'는 가끔 기원론 주장과 무관하게 순수한 언어유형론적 흥미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한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타밀어 교육 등 주로 실용적 목적에 따라 비교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7]

그러나 한국어와 타밀어 어휘 간의 비교나 동계설, 나아가 어떤 '기원론'은, 유사과학이 아니라고 가까스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도 잘 쳐 줘야 학계 외곽의 비주류 학설로 취급된다. 찾아보면 이런 주장을 하는 논문이나 서적이 실제로 어느 정도 있기는 있다. 우선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는 강길운( 수원대학교 국문학과)이 알타이어족 가설을 주장하면서 덤으로 타밀어와 한국어(가야어)를 어느 정도 비교한 바 있다.[8] 이후 박교식( 경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은 2008년 논문[9]에서 한국어 수사의 어원을 다루면서 "언어학적으로 볼 때, 한국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세계의 언어학계에서는 한국어를 고립어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운을 떼고서 상기한 헐버트와 강길운의 드라비다어 연구를 수사에 한해 약간 인용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문헌에만 의존하고 있고 국제 언어학계의 최신 연구와 상당히 동떨어진 과거 자료들을 참조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로만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2021년 9월, 원혜영( 충북대학교 윤리교육과)이 허황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여 관련한 헐버트, 오노 스스무, 모건 클리핑어(Morgan E. Clippinger) 등의 한국어-타밀어 동계 어휘 가설을 정리하였다.[10] 원혜영의 논문은 헐버트의 초보적 연구보다는 드라비다어 어원에 기반한 클리핑어의 1980년대 어휘 비교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민속놀이 비교나 해양 실크로드에 대한 그다지 정립되지 않은 주장들을 제외하면, 언어학적으로 원혜영의 논문 역시 비주류 가설 중 하나였던 클리핑어의 1984년 논문[클] 이후 새 정보를 업데이트한 바는 없으며, 저자 원혜영 역시 논문에서 한글로 제시한 타밀어 독음으로 미루어 보면 타밀어/드라비다어 음운론 지식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조금 과거로 돌아가서, 앞서 인용한 클리핑어의 1984년 논문[클]은 약간 세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는 헐버트, 오노, 후지와라 아키라 등의 연구 이후 드라비다어-한국어/일본어 동계 가설을 어떻게든 재조명해 보려는 노력에 해당했다. 클리핑어는 주한미군 CIA에서 미국 정부 한국통으로 일하면서 본인의 유창한 한국어 지식에 기반해 나름대로 독자적 언어학 연구를 진행하였고[13], 그러한 노력은 훌륭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클리핑어는 논문에서 오늘날 보기에 다소 낡은 알타이어족이나 우랄드라비다어족 가설 등을 고려 대상으로 꽤 신빙성 있게 취급하였는데(전자를 정설로 간주함), 다만 우랄알타이어족 가설과는 거리를 두었다. 그는 드라비다어족의 계통 연구에서 한국어 및 일본어와의 유사성을 지적한 경우들을 언급하고, 《 삼국유사》의 허황옥 전설 등을 잠깐 환기하고 나서 꽤 많은 어휘 비교를 진행했다.

클리핑어의 연구는 발표 직후 잠깐 소수 학자의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영미권 주류 언어학계에서 그다지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고, 1980년대 중반 이래 특별한 후속 연구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결국 비주류 학설로서 일부 비전문가의 관심거리 정도로 남았다. 클리핑어가 사용한 비교 대상 어휘 일부는 기본어휘인 친족어, 신체어 등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며, 드라비다어 어원과 한국어 어원을 나름대로 노력해서 참조한 것으로 이 비교를 완전히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클리핑어의 어휘 대응은 어느 정도 비교언어학적 방법론에 입각하려고는 했지만, 결국 다소 무리하게 작위적으로 끼워맞춘 부분이 많고 음운 대응의 체계성이 뚜렷하지 않은 등 정말로 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엄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비교에서 사용한 한국어 어원 연구도 ( 중세 한국어를 참조하려고 노력했지만[14]) 오늘날 한국 학계의 눈으로 볼 때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위 절에서 언급된 악명 높은 '메뚜기' - '웨투킬리' 대응 역시 클리핑어의 목록에서 제시된 사례 중 하나였다.

영미권 주류 학계에서 클리핑어의 연구에 대해 호의적으로 반응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닌데, 드문 예로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한국어학자 새뮤얼 로버트 램지(Samuel Robert Ramsey)가 2011년 이기문과 공저한 저서가 있다.[15] 이 책에서는 "독립 연구자 클리핑어"의 1984년 연구를 한 각주에서 간단히 언급하면서 적어도 중세 한국어와 드라비다어 어원 연구를 참조하여 비교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재평가할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2011년까지 수행된 다양한 한국어의 계통 연구를 정리하고 있지만, 클리핑어의 1984년 논문에 대한 반응이나 이후 관련 참고 문헌에서 이 논문 이후에 2011년까지 다른 드라비다어-한국어 비교 연구 논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상의 각주 자체에서도 드라비다어-한국어 비교 연구 등이 1980년대 이후 "사장되었다(abandoned)"고 언급하면서 클리핑어의 연구가 비주류 학설임을 입증하기도 한다.[16]

한편 2010년 이후 인도 쪽에서 타밀 학자들 일부가 타밀어와 한국어와의 비교 연구를 가끔 진행한 바가 있기는 하다.[17] 이러한 논문들은 대개 공통적으로 헐버트, 오노, 클리핑어를 인용하지만 한국 내 문헌을 직접 인용하는 데는 클리핑어만큼의 정성도 보이지 않고, 클리핑어 이후 언어학적으로 무언가를 업데이트하는 바는[18] 사실상 찾기 어렵다.

타밀 또는 드라비다계 인구가 고대 한반도에 도착하여 언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선주민과 교류했다는 신빙성 있는 고고학적 연구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며, 기껏해야 전통 문화에서 외견상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연구가 조금 나오는 정도다. 고고학 외에 잘 축적된 분자인류학 내지 형질인류학 연구는 타밀어-한국어 관련성 가설을 지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반박하는 간접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이처럼 문헌 연구 외에 물적 증거로 뒷받침되기 어렵다는 점이 타밀어-한국어 관련성 가설에 주류 언어학자가 굳이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다.

4.1.2. 제3의 연결고리

덧붙여 '제3의 연결고리' 가설들을 간단히 언급해둘 만하다. 19세기 인도에서 활동하며 드라비다어를 연구한 영국 선교사 로버트 콜드웰(Robert Caldwell) 이후 스키타이와 드라비다-타밀 간의 문화적 유사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약간 있기는 있다. 콜드웰의 서적은 앞서 언급한 클리핑어 논문[클]에서도 언급되는데, 여기서 클리핑어는 아프가니스탄 셰베르간(Sheberghan) 지역의 왕관 양식(맥락상 틸리아 테페Tillya Tepe 고분 유물의 것으로 보임)이 한반도 삼국시대 왕관 양식과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왕관 제작자가 스키타이계였을 수 있고, 또 스키타이인들이 드라비다인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며, 그런 집단 중 하나가 한반도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리핑어는 논문에서 추측을 뒷받침하는 별다른 논증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부 한국 논자는 월지(아마도 토하라인)의 한반도 이주를 주장하는데, 가령 한 《 프레시안》 기사는 "지금까지 김씨의 독특한 문화가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시작됐고 그 주인공들은 흉노 선비 스키타이 계통의 아리안족이 아닐까하는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다"며 "월지족의 한반도 유입설"을 주장하기에 이른다.[20] 일부 논자는 여기서 더 진행해서 토하라인이 타밀어 형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하며 토하라어 또는 토하라인이 타밀어-한국어 간 유사성의 공통 기원이라는 주장까지 나아간다. 물론 고대 인도에서 세력을 떨친 쿠샨 왕조의 주류 민족이 토하라계였을 수 있고, 따라서 고대 드라비다어가 이들의 언어에 영향을 일부 받았을 수는 있다. 표준 중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중국어 방언에 토하라계 외래어가 일부 있다는 정도는 정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를 한국어와 타밀어 간 비교에 관한 어떤 근거로 사용하려면 더욱 엄밀한 언어학적 근거나 적어도 고고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4.2. 고대 한국과 타밀 문화권의 교류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밀 문화권이 과거 한국과 교류했다는 문헌 자료는 없으며 한국 유물이 타밀 지역에서 발굴되거나 반대로 타밀 유물이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고고학적 자료가 없는 상태이다.

[1] 다만 한국어에서 언니라는 말은 19세기에 등장했으며 이전에는 없었다. 과거에 남매를 가리키는 말로 오누이가 있기는 했다. [2] 같은 대의 친척 중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을 부르는 친근한 표현으로, 격식있게는 சகோதரிகள்(사코타리깔)이다. [3] 다만 메뚜기는 '뫼(산)+도기', 베뚜크리는 '베뚜(베다)+크리'로 어원이 다르다는 게 알려져 있다. [4] 엄마와 아빠를 뜻하는 단어는 전 세계에서 네 가지 계열로 갈린다. 'ㅁ', 'ㅁㅁ', 'ㅇㅁ', 'ㅁ + a'. 이들은 보통 그 언어의 계통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지역에 산발적 분포를 보인다. 특히 암마, 아파라는 말을 쓰는 지역은 세계에 차고 넘쳤다. 이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영유아기 때 가장 발음하기 쉬운 비음인 ㅁ과 ㅇ 발음에 기반하여 호칭을 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5] 오노 스스무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형질인류학적인 연구 결과 타밀족은 한국인이나 일본인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고, 오히려 한국인과 일본인은 만주족같은 퉁구스계 민족들과 더 연관이 깊은 것으로 드러난 게, 드라비다-한국어족 떡밥을 분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6] 여담으로 타밀나두 주에서는 일본인으로서 굉장히 생소했을 자기들 모어를 심도 있게 연구한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오노 스스무가 2008년에 타계하자 이를 현지 지역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고 한다. [7] 가령 JOHN DEEPIKA M, "타밀어 및 힌디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장애음 발음 양상 연구,"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2019). 약간 낡은 유형의 연구이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연구는 외국어 교육론 분야에서는 흔했다. [8] 강길운, "가야어와 드라비다어와의 비교(I)," 언어 3 (1982): 173-188; 수원대학교 논문집에 후속 논문들이 실려 있다. [9] 박교식, "한국어 수사의 어원에 관한 수학사적 조망: 하나에서 열까지," 한국수학사학회지 21 no.3 (2008): 97-112. [10] 원혜영, "바다 거북길을 따라서: 타밀나두에서 가야제국까지 허황옥 전설을 토대로 한 어휘적 근거와 문화를 추적하며," 동서비교문학저널 57 (2021): 199-224. [클] Morgan E Clippinger, "Korean and Dravidian: Lexical Evidence for an Old Theory," Korean Studies 8 (1984): 1-57. [클] [13] "MORGAN'S OBITUARY," Colonial Funeral Home of Leesburg, last modified May 17, 2021, accessed Nov 13, 2021, https://www.colonialfuneralhome.com/obituary/morgan-clippinger. [14] 이 점에서, 엄격히 말하면, 타밀어 한국어 기원론을 반박하며 현대어 간 비교에만 국한했다는 일부 논자의 논리는 클리핑어의 원 논문까지 반박하기는 다소 부적당하기는 하다. 클리핑어 논문의 참고 문헌을 보면 앞서 언급한 헐버트, 오노, 강길운뿐 아니라 김형규의 《증보 국어사 연구》(서울: 일조각, 1962), 이기문의 《개정 국어사 개요》(서울: 민중서관, 1972), 유창돈의 《어휘사연구》(서울: 이유출판사, 1980) 등뿐만 아니라 북한의 《조선어 방언학 개요》(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5), 《방언사전》(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0) 등 이런저런 남북한 한국어학 문헌을 참고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15] Ki-Moon Lee and Robert Ramsey, A History of the Korean Languag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15, 21, 307. [16] 참고로, 이 책에서는 학문적으로 유의미한 한국어 계통 가설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오늘날 그다지 지지받지 못하는 알타이어-한국어 관련성 가설을 그나마 한국어 계통 가설 중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비록 이 책에서도 알타이어족을 '가설'이며, 논쟁의 대상이라고 명시하고는 있지만, 한국어를 제외한 알타이 제어 사이에서도 어족으로 묶기에 힘들 정도로 폭넓은 불일치가 지적된 것을 감안하면 이것도 어느 정도 전향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에서 계통 가설 외에 한국어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부분은 영어로 발간된 단행본으로는 훌륭한 한국어사 입문이다. [17] 가령 Selvaraj Arokiyaraj et al., "(Korean-Tamil) Language and Cultural similarities, Maritime Trade between Early Historic Tamilakam and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Science and Humanities 8 no.3 (2021): 28-36. [18] 바로 앞에서 인용한 논문의 경우, 문화적 유사성을 주로 지적하고 있고, 한국어로 출판된 타밀어 회화 서적과 한국인이 타밀어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정도가 클리핑어 이후 언어학 관련 분야에서 덧붙인 바의 전부다. [클] [20] "월지와 신라인들," 프레시안, 2011년 4월 13일 수정, 2021년 11월 13일 접속,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13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