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14:47:32

테이블 세터

야구의 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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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터 클린업 트리오 하위타선
관련 문서: 강한 2번 타자


1. 개요2. 타순별 특징
2.1. 1번 타자2.2. 2번 타자
3. 리그별 테이블 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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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야구 용어.

직역하자면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보통 1, 2번 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루상에 출루함으로써 클린업 트리오 등의 후발 타자들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루상이 빈 상태에서 출루해서 홈까지 들어와야 하기에 득점 수가 타점보다 많다.

동시에 9명의 타자들 중에서 척후병 같은 존재. 초반 1, 2번 타자들은 3, 4, 5번 클린업 트리오를 위해 공을 많이 보고 같은 팀 타자들에게 상대 선발투수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 뒤에 타자들이 보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 또한 상대 선발의 투구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빠른 투수교체를 유도하는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볼이고 스트라이크고 안 가리고 다 쳐대는 배드볼 히터들은 테이블 세터에 적합하지 않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잘 구별하는 선구안과 함부로 스윙하지 않는 참을성은 테이블 세터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구안이 좋고 타격이 좋으며 발까지 빠른 선수는 리그에 희귀하기 때문에 보통 선구안이 좋고 타율과 출루율이 높지만 발이 느리거나, 타율이 높고 발이 빠르지만 배드볼 히터거나, 선구안이 좋고 발도 빠르지만 컨택이 에러라든가 하는 등 어딘가 결점 한 가지는 가진 테이블 세터 요원들이 상당히 많다. 만약 타율, 선구안, 주루 모두 좋은 테이블 세터라면 그 선수는 국가대표급이라고 봐도 된다. 따라서 테이블세터가 풀카운트까지 카운트를 끌고 가거나 커트를 하여 최대한 많은 공을 골라내면 몇몇 감독들은 아웃되더라도 잘했다며 격려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건 감독 성향마다 다르다. 공격적인 배팅을 선호하는 감독들은 공을 오래 본다고 하면 소심하게 왜 겁먹냐며 갈구기도 한다.

여담으로 이 테이블 세터들이 초구를 치고 죽는다거나 볼삼비가 좋지 않거나 하여 출루를 잘 못하는 경우 해당 팀팬들에게 상대 배터리에게 마음의 안식을 준다며 '테이블 쉼터'라고 놀림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비시엔 빠른 발이 필요한 외야수를 맡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내야수인 경우는 유격수나 2루수를 맡는 비율이 높다.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발이 빠른 선수도 드물고 타격이 되는 선수도 드물어서 테이블 세터에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1]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 제이슨 켄달이나 20-20을 달성했을 때의 이반 로드리게스 정도가 1, 2번에 주로 배치되는 포수의 정말 드문 케이스였고, 크레이그 비지오 같은 경우는 선수생활 초창기에 리드오프 포수로 뛰다 결국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2루수 중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국내의 경우에는 한화 이글스 최재훈, 2023년 부상 전의 NC 다이노스 박세혁이 각각 뛰어난 출루율과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포수 겸 2번타자로 자주 출장하였다.

9번 타순에 리드오프급 선수를 배치하여 타자 일순 시 테이블세팅을 부드럽게 하는 운용도 존재한다. 이 경우 타자일순 시 테이블세터는 9번부터 시작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 리드오프를 맡아도 될 만한 수준급 타자가 타격 기회를 가장 적게 받게 되기에,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보통 리드오프형 9번을 맡는 선수들은 나이가 많거나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또는 포수 포지션인 경우 등 체력 관리가 필요한 리드오프형 선수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0년대 중반 두산 베어스의 유격수 김재호나 2017년 KIA 타이거즈의 유격수 김선빈 등이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면서도 9번 타자에 위치했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 그 외에 하위타선 선수 중에서는 그래도 출루가 되고 발이 빠른 선수를 9번에 두고, 제일 못 치는 선수는 9번이 아니라 8번에 두는 라인업도 흔하다.

2. 타순별 특징

출루율이 가장 중요시되고 도루를 비롯한 높은 주루플레이 능력 또한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90% 이상의 확률로 똑딱이 타자.

테이블 세터가 출루를 목적으로 하는 타자들인 만큼 상대방 또한 가장 출루시켜서는 안 되는 타자들이며,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타순이 돌아올 때도 가장 타격이 약한 하위타선 이후에야 다시 타격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주자를 적게 두고 시작하는 타순이다. 이에 따라 투수는 타자에만 집중할 수 있어 사사구가 적은 게 바로 테이블 세터이다. 특히 1번 타자는 대체적으로 팀 내에서 주루센스가 뛰어나고, 발이 빠르기 때문에 투수는 더더욱 출루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타자이다. 이 외에도 중심타선보다 장타력이 약하기에 투수도 좀 더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오는 점도 있다. 그에 따라 1번 타자의 출루율은 .350~.360이면 준수한 수준으로 보는 게 보통이다. 통산 기록으로도 알 수 있는데 1번 타자 중 통산 출루율이 4할을 넘기는 타자는 '그를 반으로 쪼개도 둘 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라는 찬사를 받는 역대 최고의 1번 타자 리키 헨더슨이 유일하다.[2] 그러므로 3할 5푼 이상의 고타율이라면 선구안이 극단적으로 개판이지 않은 이상 본 출루율은 먹고 들어가는 데다가 더 나아가 출루율 4할을 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볼삼비가 좋다는 가정 하에 고타율의 선수가 선호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장타를 때릴 줄 아는 타자를 배치하는 자리가 조금씩 앞으로 당겨지면서 테이블 세터 자리까지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원래 고전적인 강타자의 자리는 3번, 한국과 일본에서는 4번이었지만 세이버메트릭스의 발전으로 강한 2번 타자론이 유행하기 시작해서 매 경기 2번 타자에 팀 내의 최고의 타자를 놓는 사례도 늘어났다. 때로는 아예 공격형 리드 오프라 하여 1번 자리에 강타자를 배치하는 일도 있다. 2014년 두산의 민병헌이나 LG의 박용택,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 2018년 롯데의 전준우가 대표적인 예이며, 완전체로는 30-30을 기록한 박재홍 이종범을 들 수 있다. 메이저 리그에서도 사상 최강의 리드오프라고 불리는 리키 헨더슨이 매년 OPS 8할에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치는 펀치력을 가진 강타자였으며 MLB에도 마이크 트라웃이나 무키 베츠, 호세 알투베 등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테이블 세터 자리에 자주 배치된다.

이는 세이버메트릭스가 퍼지면서 도루[3] 및 주루 플레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한 몫 한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유행시킨 머니볼은 수비, 주루는 툴 중에서 쓸데없이 몸값을 올린다고 판단해서 최대한 배제하고, 선구안을 중심으로한 타격 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수비나 주루는 평균정도만 하면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본것.[4] 사실 세이버매트릭스 기준에서 타순의 영향력은 선수의 안정감을 갖다주는 측정 불가능한 장점 정도를 빼면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얻는 이득이 미미하다고 통계 분석을 통해 결론짓고 있다. 상위 타순에 배치하여 한 타석이라도 더 나오게 하는 것 역시 시즌 전체로 갈 경우 많아야 5~10타석 늘어나는 정도로, 통계 결과 2번 타자가 가장 팀 기여도가 높은 타순임에도 시즌 전체로 봤을 때는 약 5점 정도 더 득점을 창출하는 것 또한 통계 분석을 통해 유추한 결론.

문제는 그럼 1번이 되는데, 1번 타자 앞에 가장 못 하는 타자가 오면 타순 로테이션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장 좋은 타자를 2번에 두고, 9번 자리에도 최악의 타자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5] 사람에 따라선 9번 타자도 테이블 세터에 포함시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인지 거포가 넘치는 팀이면 2번에 거포를 배치시키기도 한다. 다만, 팀으로 봐서는 미미한 영향일 수 있지만 그게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쌓이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전성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의 그래디 사이즈모어나 양키스 시절 알폰소 소리아노처럼 30홈런에 근접하는 펀치력을 가진 톱 타자가 특별히 득점권 타율이 나쁜것도 아닌데 60~70점대의 저타점 시즌을 보내기도 한다. 팀의 득점 창출 전체로 볼 때는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투승타타 기준으로 보면 이 선수는 타점을 못 먹어서 손해를 왕창 본 것이다.

이렇게 강한 2번 타자가 보편화되고 클린업급 타격 능력의 테이블 세터들이 많아지자 역으로 첫 회의 1~3번을 저격하는 오프너 전략도 투수 쪽에서 등장하는 등, 현대 야구의 트렌드 변화를 잘 보여주는 타순이 되고 있다.

2.1. 1번 타자

1번 타자는 타율 출루율이 모두 높으면서 선구안도 좋아야 되고, 발이 빨라 도루 능력도 좋아야 된다. 어떻게든 출루해서 빠른 발과 주루센스로 진루를 해 득점까지 연결시키는데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선수가 팀내 1번을 맡는다. 현대 야구에서는 발도 빠르고 OPS도 높은[6], 팀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선수를 리드 오프(lead-off)로 놓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구단을 대표하는 야수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 MLB 역사상 최고의 리드 오프는 리키 헨더슨을 많이 꼽는다. 국내 언론이나 야구계에서 톱타자라는 표현도 쓰지만 이것은 재플리시이다. 그리고 사실 모든 타자가 이러면 좋지만, 투구수를 조금씩 늘리기 때문에 파울커트를 잘 해내는 이용규와 같은 타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보통 1번타자는 타석에서 루가 비어있기 때문에 주자를 팀킬하지 않는 게 용규놀이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1번타자 스타일의 특성상 대부분 발이 빠르고 날렵한 선수들이 포진되어있는 중견수나[7] 2루수가 맡게 되는데, 이 포지션들은 수비에서 체력 부담이 커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팀내 주전 1번타자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며 풀타임으로 출장하는것은 흔하지 않으며 팀에 체력 좋은 1번감 선수가 잘 성장하면 구단은 필사적으로 그 선수를 잔류시키려고 노력한다.

2020년대 들어 1번 타자의 자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전에 세이버 메트리션이 주장했던 "강한 2번타자"론이 "강한 1번타자"로 변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전의 1번 타자는 '적어도 발은 빨라야 한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시작했다면 "강한 1번타자"론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를 1번에 배치하여 선취점을 낼 수 있는 확률을 높이자'라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타자로는 2021년 시즌 중간에 워싱턴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카일 슈와버나, 2021년 애틀랜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호르헤 솔레어가 있다.

2.2. 2번 타자

2번 타자는 출루율도 높아야 하지만 과거에는 먼저 출루한 1번 타자가 스코어링 포지션(득점권)으로 진루할 수 있도록 작전 수행능력이 높고,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많이 배치하였다. 흔히 말하는 "작전형 2번 타자". 물론 발도 빨라 도루 능력도 좋아야 된다. 1루쪽으로 타구를 날려 진루타를 치기 쉽도록 2번 타자로 좌타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현대 유니콘스 시절 박종호가 있다.

아무리 1번 타자가 애를 써서 1루로 진루했다 하더라도 2번 타자가 병살을 친다면 1번 타자의 성과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3번 타자가 2아웃에 주자 없이 타석에 서기 때문에 2번 타자의 교량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여담으로 KBO 리그 2020시즌에서 병살 26개로 역대 한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을 세운 호세 페르난데스 또한 주로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8]

2000년 이후로는 MLB 세이버메트릭스 계열에서 전파하기 시작한 " 강한 2번타자"론이라 하여, 도루나 번트 능력이 떨어질지라도 높은 타율이나 파워를 보장하면 전형적인 클린업 유형에 들어가는 선수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해당되는 예가 MLB의 경우엔 더스틴 페드로이아, 마이크 트라웃, 2014년 이후의 조이 보토 조시 도널드슨이 있다. 그리고 2017시즌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2번 타자로 주로 나오면서 장타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과거로 방향을 틀어보면, 공격형 2루수로 유명했던 라인 샌드버그[9]가 1990시즌에 2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록만으로 40홈런 100타점 116득점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라인 샌드버그의 1990시즌 세부 기록 샌드버그는 27년 전에 이미 강한 2번타자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선수라 할 수 있다. KBO의 경우엔 준수한 선구안으로 높은 출루율과 함께 준수한 장타력을 보여주던 김재현, 박한이 장성호가 강한 2번타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프런트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작전 수행 능력과 번트 능력이 좋은 똑딱이 2번 타자를 내세우는 팀도 많아서 어디까지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엘비스 앤드루스 추신수 신시내티 레즈에 있던 시절에 거한 욕을 먹던 잭 코자트가 시대를 역행한 작전형 2번타자였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 감독으로 갓 부임했을 때, 은퇴한지 얼마 안 되었던 양준혁이 현역이라면 2번 타순에 놓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양준혁은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으로 높은 출루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 강한 2번타자'론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타자라 볼 수 있다. 그리고 20-20를 네 번 한 주력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주로 박한이를 2번에 세우는 소극적인 강한 2번을 주로 썼지만 대신 1번에 48홈런의 야마이코 나바로를 세웠고, LG 트윈스에서는 잠실 20홈런 타자 김현수에게 258타석의 2번 타순을 부여하는 등 미국의 최신식 상위 타선을 꽤 자주 시도했었다. 2014, 2015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이택근도 강한 2번으로 활약했다. 매 시즌 항상 삼진보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선구안에 볼도 안타로 만들어내는 컨택능력[10]으로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에 더해서, 20도루 이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주루센스까지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강한 2번 전략을 썼던 감독은 2017~2018년 SK 와이번스를 이끌었던 트레이 힐만 감독이다. 빅볼 야구를 추구한 힐만은 2번 타자에게도 공격적인 배팅을 주문했고, 외국인 선수인 대니 워스 제이미 로맥을 포함해 다양한 선수들을 2번에 배치했다. 그래도 2017년에는 정진기 김성현 등 전통적인 2번도 썼지만 2018년에는 아예 작정하고 홈런 타자 한동민을 2번에 고정 배치해 40홈런을 치는 2번 타자를 만들었다. 상술했듯이 출루와 컨택에 집중하는 타자를 2번에 세워 강공을 주문한 선례는 몇 번 있었으나 리그 최고 수준의 홈런 타자를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담장을 넘기는 2번이었던 김재현도 데뷔 첫 해에만 2번에 서고 다음 시즌 바로 클린업 트리오로 이동했다. 2019시즌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를 2번에 세우는 가장 최신의 이론을 실천할 뻔 했으나 박병호가 2번 적응에 실패해 대신 김하성이 나서 2019년 19홈런에 3할 100득점 100타점을 달성했고, 2020년에는 30홈런을 쳤다.

힐만이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한 후에는 한국에서도 강한 2번의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역할이 달라졌죠" 1~5위 모두 '강한 2번'... 필수가 됐다. 여전히 팀 내 최고의 타자를 세우는 경우는 드물지만, 작전수행형 2번의 빈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

3. 리그별 테이블 세터

리그나 감독의 성격에 따라 테이블 세터의 운용도 천지차이로 다르다. 일본프로야구는 아직도 1회 무사 1루부터 번트를 대는 리그고 KBO 리그는 좀 어정쩡하지만 아직까진 일본처럼 2번 타자의 역할론을 중요시하는 편. 물론 박한이나 김현수를 2번에 배치하는 류중일이나 박용택, 나지완을 1, 2번으로 세운 김기태 같은 경우도 있다.

3.1. KBO 리그

KBO의 대표적인 테이블 세터라면 이순철, 전준호, 이종범[11], 류지현, 정수근, 이영우[12], 이종욱, 김주찬, 이대형, 정근우, 민병헌 등이 있다. 현역 중에는 이용규, 서건창[13], 박민우, 정수빈, 박해민[14], 이정후[15], 최지훈[16], 이명기, 허경민, 김상수, 손아섭[17][18], 박건우[19][20], 김선빈, 박찬호[21] , 구자욱[22], 조용호, 홍창기[23][24], 김혜성 등이 있다.

3.2. 일본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리드오프는 한때 도루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후쿠모토 유타카이며, 이외에도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 아오키 노리치카[25], 마쓰이 가즈오 등이 뛰어난 리드오프로 활약했으며 아카호시 노리히로 등도 한국에 잘 알려져있다. 스피드보다는 장타력이 돋보였던 1번 타자로는 한신의 1985년 일본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마유미 아키노부[26]나 2007년 1번 타순에서 30홈런급 타자인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기용된 경우 등이 있었다.

2번타자의 경우 스몰볼이 많이 활용되는 일본 야구의 사정상 대체로 발 빠르고 희생타 잘 치는 타자들이 배치된다. '일본식 2번타자'의 대표격으로는 1990년대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카와이 마사히로가 있는데, 번트를 잘 갖다대기로 유명했다. 이로 인해 '개인 통산 희생타 세계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일본의 야구 기사에 있는 타순별 타격 통계를 보면 2017년까지도 NPB에서는 2번 타자의 OPS 평균이 7번 타자보다도 낮았다는 사실(2번 타자 0.668, 7번 타자 0.672)을 알 수 있다. 센트럴 리그의 9번 타자 자리가 보통 투수 자리라서[27] 정확히 통계를 내기 힘든 점까지 감안하면 팀 내에서도 최약이나 그 바로 위 정도의 타격력을 가진 타자를 번트나 대라고 2번 타자로 배치하는 일이 매우 많았다는 뜻이다.[28] 2007년부터 각종 자료를 집계, 분석하고 있는 일본의 트위터 유저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2번 타자의 평균 ops가 7번 타자의 평균 ops를 넘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프로야구에서 2번 타자가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번트맨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에 ' 강한 2번타자', '번트를 대지 않는 2번타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에도 미하라 오사무 감독이 니시테츠 라이온즈를 이끌 때 강타자 토요다 야스미츠를 2번에 세운 적이 있고, 1980년대 한큐의 30-30 클럽 가입자 미노다 코지[29], 90년대 초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 카즈 야마모토,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가 도쿄에 있던 시절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2006시즌 야쿠르트 스왈로즈 애덤 리그스 등이 3할-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2번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아래의 케빈 유킬리스의 경우처럼, 위의 선수들도 팀의 다른 중심타자들이 빠져나간 이후엔 중심타자로 전업하였다. 하지만 기나긴 일본프로야구 역사에 있어서 작전수행이나 기동력보다 타격능력을 중시했던 2번타자는 이 정도로 손에 꼽을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을 전후해서 일본에서도 강한 2번타자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2015년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그해 수위타자이자 최다안타 타자인 가와바타 신고를 3번 야마다 테츠토 앞에 배치한 것이나, 전통적인 2번타자의 롤을 수행하면서도 좋은 타격을 보이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 키쿠치 료스케가 등장한 것을 기점으로 본다, 2017년 들어서는 외국인 강타자인 카를로스 페게로를 2번에 배치한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케이시 맥기히를 2번타자로 배치한 요미우리 자이언츠, 카지타니 타카유키나 외국인 타자 네프탈리 소토 등 펀치력있는 타자들을 2번에 배치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등 번트맨 일변도의 기용에서 벗어나는 움직임들이 관찰되는 중. 물론 아직까지도 이러한 타선 운용은 비교적 소수의 팀들이, 임시방편적으로 하는 것에 가까워 아직까지 주류가 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2018년에는 아오키 노리치카를 2번에 두고 야마다 테츠토- 블라디미르 발렌틴 앞에 잘 주자들을 깔아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나 장타력을 갖춘 오타 타이시를 2번에 둔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의 성공사례가 있었고, 2019년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팀 내 최고의 타자 사카모토 하야토를 2번에 고정시키는 등 조금씩조금씩 강한 2번타자들이 확산되는 모양새. 2021년에도 롯데의 레오니스 마틴이나 세이부의 코리 스판젠버그 등이 강한 2번 타자를 맡고 있다. 심지어 닛폰햄의 경우 임시로 한 거지만 나카타 쇼를 2번으로 쓴 사례도 있다!

3.3.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세이버메트릭스의 등장을 통해 테이블 세터 개념이 많이 변화했다. 스몰볼의 특성인 선취점을 위한 2번 타자의 번트 공식등이 사라지고, 2번에 팀내 최고 타자를 놓는 것이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30] 이론이 확산되면서 점차 1, 2번 타자에게 작전수행능력 이상으로 파워 요구치가 높아졌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 케빈 유킬리스의 테이블 세터. 이 둘은 종래의 테이블세터와는 다르게 도루와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를 두 선수의 출루능력과 파워로 보강하면서 강력한 득점 생산력을 보여주었다.[31]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주로 3번을 치던 추신수도 종종 2번에 배치되기도 했다. 참고로 위에서 2번타자로 언급한 케빈 유킬리스는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펜웨이파크에 입성한 2011시즌엔 주로 4번을 쳤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법한 타순배치. 물론 유킬리스가 3할에 25홈런 정도의 기대치를 보인 타자인만큼 4번에서 치는 게 이상한건 아니지만.

MLB에서는 원래 예전부터 작전 수행 능력의 허상[32]을 파악하고 원래 3번에 최고타자를 박고 2번에 똑딱이, 4번에 뻥타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는 2번, 그다음으로 강력한 타자를 3번으로 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즉 2>3>4>1 순으로 타선을 짜는 경우가 많다. 2014년에는 LA 에인절스 콜 칼훈,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펀치력까지 갖춘 호타준족형 타자 둘을 테이블 세터로 내놓으며 이 이론의 효용성을 증명하기도 했는데, 콜 칼훈이 부상으로 풀시즌을 보내지 못했지만 1번타자로써 17개의 홈런과 .281/.336/.471 타출장[33]을 기록했고 2번타자 트라웃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2015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번에 조시 도널드슨을 놓으며 시즌을 돌린 결과, 40홈런-100타점을 돌파하고 MVP에도 뽑히며 다시 한 번 강한 2번 타자론을 증명했다. 이 사례들에 영향을 받아, 2016년에는 많은 팀들이 팀의 에이스 타자를 2번에 놓는 일이 많아졌다. 일단 2017년에는 기준으로는 강한 2번타자론의 영향을 받은 케이스와 하던 대로 3번에 최고 타자를 박는 케이스가 공존중이다. 후반기에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2번 타자로 고정 출장했고, 마이크 트라웃도 부상 복귀 이후엔 2번과 3번에 번갈아 나왔는데 주로 2번으로 나왔다. 조시 도널드슨은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2번 타자에 나오는 상황이고.....2016시즌 내셔널리그 MVP인 시카고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도 2017시즌엔 2번 타자에 주로 나오고 있다. LA 다저스 코리 시거 볼티모어 오리올스 매니 마차도 역시 2번으로 나오는 팀내 최고 타자의 사례.


[1] 2019년 4월 15일 경기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포수 커트 카살리가 1번으로 출전했는데 이는 팀 역사상 1900년 이후 119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2] 참고로 리키 헨더슨은 통산 297홈런에 OPS+ 128과 wRC+ 132, OPS 9할 이상 시즌 4회에 심지어 그중 1번은 무려 10할이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다시피 클린업에 세워도 되는 공격력을 가진 테이블 세터였다. [3] 도루의 기대이익보다 기대손실이 크다고 분석 [4] 이후 출루율의 가치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며 추신수의 1억달러 계약처럼 비싼 자원이 되자, 정말로 돈이 없어서 머니볼 혁명을 시작한 스몰마켓 구단들은 도로 저평가된 수비나 주루, 더 나아가서는 스탯캐스트로 밝혀진 타구 속도나 발사 각도 등 새로운 소소한 장점들에 주목해 저렴하지만 실속있는 라인업을 짜려고 한다. [5] 이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 리그 센트럴 리그에서 더 문제가 되는데, 때문에 토니 라루사 조 매든과 같은 감독은 투수를 8번에 두고 야수를 9번에 배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6] OPS와 장타율은 말 그대로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장타를 많이 쳐서 올라가기도 하지만, 발이 빨라 짧은 타구에도 2, 3루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7] 또한 발이 빠른 좌,우익수 혹은 드물게 유격수 [8] 다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도중에는 정수빈이 주로 2번타자로 출장했다. 이 쪽도 병살타를 꽤 많이 치는 편이다. 박용택처럼 주력과 무관하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고 타구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 [9] HoF에 입성했고, 2010년대 초중반 때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을 맡았던 그 분 맞다. [10]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택근을 보고 컨택 만큼은 메이저리거 수준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양반이 립서비스가 상당히 후하긴 하지만 이택근의 컨택 능력 만큼은 리그에서도 상위권 수준이란건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11] KBO 리그 역사상 최강의 리드오프. 고전적인 1번 타자로서 갖춰야 할 높은 타율과 출루율, 빠른 발은 기본이고 두 자릿수 홈런도 거뜬할 정도의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응룡 감독은 클린업이 부진하면 이종범을 종종 4번에 세우기도 했다. [12] 이쪽은 특이하게도 장타력은 있는 반면 도루 성공률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1번 타자였다. 20도루 이상을 성공했던 시즌이 2004년 시즌 뿐이다. 그래도 전성기 평균 타율-출루율-장타율이 3-4-5라는 아름다운 수치를 찍어주었기에 충분히 훌륭한 리드오프였다고 할 수 있다. [13] 22시즌부터 에이징 커브로 타순이 9번까지 밀렸고 그이후로도 계속되는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최근에는 백업으로만 출장한다. [14] 2016년이 지나가면서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1번타자로 자리잡았다. 다만 2020시즌에는 4번타순을 제외하고 모든 타순에서 선발출장한 기록을 남겼다. LG 트윈스로 이적한 2022년부터는 홍창기와 함께 번갈아가며 1번타자를 맡는다. [15] 2019시즌부터는 3번 타자로 출장 [16] 2022시즌에는 2번타자로 출장했지만 2023시즌부터 1번을 맡기 시작했다. [17] 그러나 3번타자도 서면서 완벽한 테이블세터는 아니라고 본다. [18] 2023년부터는 주로 1번으로 나오는 중 [19] 1번 타순에 설 때도 있고 3번 타순에 설 때도 있다. [20] 2023년부터는 주로 3번으로 나오는 중 [21] KIA 박찬호 [22] 2020시즌에는 3번타자로 출장한다. [23] 굉장히 좋은 선구안과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볼을 골라내는 출루형 리드오프이다. 주력이 그렇게 많이 빠르지는 않지만 주루가 공격적인 편이며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1할 3푼 이상 차이난다. 2020년 .279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411의 출루율로 리그 6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2021년 이후에는 컨택 능력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1번타자의 교과서적인 타격을 보여준다. [24] 2020시즌까지 많이 선발출장하지 못하다가 중후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이천웅 대신 1번타자로 더 많이 기용되며 리드오프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부상에서 복귀한 이천웅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25] 이치로와 아오키는 커리어 초반엔 1번타자로 많이 출장했고, 일본에서의 커리어 말기에는 OPS 9할에 20홈런 정도를 치면서 3번에 자주 기용되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에는 두 타자 모두 단타에 더욱 집중하는 타격 스타일로 전환하며 사실상 풀타임 리드오프가 되었다. [26] 빠따지옥 고시엔을 홈으로 쓰고도 1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1985년 단일시즌 34홈런이라는 미친 기록을 세웠다. 거기다가 당시에는 한여름에 죽음의 원정까지 해야했다. [27] 반드시 9번이 투수인 것은 아니다. 기사에서도 나오지만 2017년 DeNA의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은 8번 타자 자리에 투수를 두는 변칙적인 타순 운용을 자주 선보인 바 있다. [28] 게다가 강타자들이 남아돌거나 하지 않는 이상 7번 타자에 의도적으로 강타자를 배치하는 일은 드물지만, 아래 문단의 경우처럼 변칙 오더식으로라도 2번 타자에 강타자를 배치하는 일은 종종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단순 평균이 아니고 절사평균을 낼 경우 더 심해질 수도 있다. [29] 이쪽은 1980년 31홈런-39도루-31희생타를 동시에 기록하며 다른 의미로 '트리플 쓰리'를 기록하는 특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0] 그래봐야 소숫점 2자리 차이지만 1점이라도 아까운게 야구판이다. [31] 이해 페드로이아는 RoY 수상. 다음 해인 08년에는 결국 도루에까지 눈을 뜨며 MVP를 따냈다. [32] 간단히 말하면, 원래 최고의 작전은 홈런이고 최고의 진루타는 안타다. 그것을 포기하고 굳이 작전을 거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비효율적인 짓이다. [33] 풀시즌 타출장은 .272/.32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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