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3 20:36:11

마자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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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
2.1. 정체성의 형성기2.2. 대헝가리와 국가 형성기2.3. 민족 대이동
3. 참고 문헌

1. 개요

"A sagittis Hungarorum libera nos, Domine!
주여, 우리를 헝가리인들의 화살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10세기 서유럽 수도원들의 기도문 중에서

헝가리인 세케이인의 원류가 되는 우랄계 부족이다.

우랄 산맥 남쪽에 모여 살다가 기후 변화와 여타 유목민족들의 압박으로 점차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인근의 불가르, 하자르, 슬라브와 차별화하기 위해 '마자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고 한다. 현대 헝가리어로는 머저르(magyar, [ˈmɒɟɒr])라고 하며 이에 따라서 헝가리의 토착지명 역시 머저로르사그[1]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머저르'(또는 머겨르)보다도 '마자르'라는 표기가 정착되어 있다.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의 게르만어계 언어들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등의 로망스어계 언어들에서는 경구개 파열음이 실현되지 않으므로 주로 'magyar'의 'gya'를 '갸'에 가깝게 읽지만, 라오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에서는 '자'에 가까운 발음으로 읽는다. 한국어 표기 '마자르'는 후자 계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슬라브어계 언어들 중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등에서는 '댜'에 가깝게 읽고, 폴란드어, 세르보크로아트어, 불가리아어 등에서는 '자'에 가깝게 읽는다.

독일인 헝가리어로 '네메트'(német)인데, 이는 슬라브조어로 '벙어리'를 뜻하는 '네미치'(*němьcь)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슬라브족이 게르만족을 가리켜 '(슬라브어를 하지 못하는) 벙어리'라고 부른 것이 의미가 확장되어 (자기네 말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 슬라브족 옆에 이웃한 외국인인 게르만족, 나아가 게르만족의 대표격인 독일인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슬라브족이 다수를 차지하던 판노니아 평원에 정착한 마자르인들이 마자르어에 슬라브어 어휘들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2. 역사

1283년 헝가리 아르파드 왕실에서 편찬한 역사책 《게스타 훙가로룸》(Gesta Hungarorum)에 따르면 훈족과 마자르족은 같은 뿌리였다고 한다. 흑해 주변에 살던 한 부족장에게 후노르와 머고르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사냥을 하던 도중 신비한 사슴을 발견하곤 추적했다. 추격 끝에 사슴은 사라지고 방어에 용이하며 목축에 적합한 옥토에 다다른 그들은 그곳에 정착했다. 6년 후, 형제는 벨라르족을 약탈한 데 이어 이란계 알란족의 왕 둘란의 두 딸을 납치한 후 각각 결혼했다. 이후 후노르의 후손은 훈족, 머고르의 후손은 마자르족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해당 이야기는 사실상 설화로, 훈족은 튀르크계 흉노족과 이란계 스키타이족의 혼혈민족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당시 마자르족이 위치한 지역이 훈족의 지배를 받았던 곳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훈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극소수나마 피도 섞였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22년의 연구에 따르면 마자르족 엘리트에 나름 유의미한 수준(최대 15%)의 훈족 유전체가 나타난다는 것이 드러나, 마자르족이 왜 훈족의 후손을 자처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어느정도 풀리게 되었다.

그 외에 아르파드 왕가의 시조인 알모시의 모친이 817년경 투룰이란 신비한 새로부터 잉태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2.1. 정체성의 형성기

기원전 4천 년 무렵, 우랄 산맥 일대에는 우랄조어 화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중 사모예드족이 동쪽인 시베리아로 떠나고, 핀-우그르어파가 남았는데, 그들은 기원전 2천 년 즈음 핀-페름어파와 우그르어파로 나뉘었다. 마자르족은 후자인 우그르어파에 속했으며, 서북쪽 발트해 쪽으로 이동한 핀-페름어파와 달리 우랄 산맥 동쪽에 남았다. 이때 그들은 이란계 민족인 알란족과 접촉하며 기마 문화와 청동기 문화를 수용하였다. 그러던 중 기원전 1500~1000년경, 지구 기온이 상승하자 우그르어파 중 한 부류인 한티-만시인들은 침엽수림을 쫓아 북상하였고, 말 대신 순록을 기르는 유목민이 되었다. 그리고 잔류인원들이 훗날 마자르족이 되는 이들이었다.

기원전 800년 무렵 소빙하기가 도래하자 마자르족은 유목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우랄 산맥 동남쪽으로 남하하였다. 마자르 원거주지(Magyar Oshaza)라 불리는 그곳에서 마자르족은 스키타이 문화의 영향을 받아 청동기 문화에서 철기 문화로 바뀌었고, 물오리 대신 독수리(투룰)를 숭배하게 되었다. 다만 이후의 역사는 알기 힘든데 기원전 400년 즈음에 서쪽으로 이주했다는 설, 4세기 말엽 훈족 또는 6세기 중반 아바르 칸국의 압박으로 이주했다는 설 등이 있다. 확실한 것은 7세기 볼가 강 서쪽과 카마강 사이에 위치한 바시키리아 지역에 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2] 이 시기를 대헝가리(Magna Hungaria)라 부르며, 이웃의 불가르(오노구르)족과 구분하기 위해 스스로 '마자르'로 칭하였다.
고대 헝가리인의 유전자 샘플을 그 부장품으로 판단한 사회 계층에 따라 분석했을 때 큰 차이가 나타난다. 평민들은 유라시아 서부에 흔한 미토콘드리아 DNA 하플로타입과 하플로그룹(H, R, T)의 우세를 보여주는 반면, 헝가리인 정복민으로 추정되는 지체 높은 개인들은... 현재는 거의 소멸한 아시아인의 형질을 보여준다.
Comparison of Meternal Lineage and Biogeographic Analyses of Ancient and Modern Hungarian Populations /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ical Anthropology (2007)

2.2. 대헝가리와 국가 형성기

6~8세기의 대헝가리 시대에 마자르족은 알란족으로부터 농경 문화를 수용하였고, 하절기에는 천막, 동절기에는 통나무집에 거주하는 반농반목 생활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잠깐이나마 불가르 칸국에 속하며, 정치체제를 습득한 마자르인들은 족장과 무사 계층을 바탕으로 한 부족 국가를 이루었다. 7세기 중반 하자르 칸국이 불가르 칸국을 멸망시키자 마자르는 그에 복속되었고 그들로부터 이중군주제를 받아들였다. 제정분리 형태인 이중군주제는 제사장인 켄데와 군사 지도자인 줄러로 권력이 양분되었으며, 행정을 맡은 허르커가 그들을 보좌하였다.

그러던 750년경, 대헝가리의 마자르인들 중 대부분은 레베디어라고 불린 돈 강 중류 일대로 이주하였다. 다만 일부는 대헝가리에 남았으며, 13세기까지 문화를 지키며 살다가 몽골 제국에 의해 소멸되었다. 1235년 헝가리의 수도사 율리언이 그곳으로 찾아가 그들과 헝가리어로 대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레베디어에서 마자르 부족은 볼가 불가르, 알란 등 다른 부족 출신의 이주민들을 수용하였다. 한편, 9세기 초엽 다른 튀르크계 민족인 페체네그족이 도래하며 하자르 칸국과 수십년간 이어질 전쟁을 벌이자 마자르인들은 재차 서쪽으로 향하였다. 드니프로 강 드네스테르 강 사이의 땅(에텔쾨즈, 현 우크라이나 서남부)에 정착한 그들은 튀르크계인 카바르족을 8번째 부족으로 수용한다. 카바르족은 후에 세케이족이라 불리며 헝가리 왕국의 동부 전선을 위임받아 트란실바니아 동부에 정착, 19세기 말엽까지 튀르크계 로바시 문자를 사용하며 정체성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헝가리 민족을 완성하였는데 이때가 바로 서기 830년경, 마침내 마자르인들은 하자르로부터 독립한 새로운 세력권을 형성하였다.

2.3. 민족 대이동

파일:Kalandozasok.jpg

마자르족이 독립한 830년경 당시 켄데(제사장)는 레베드, 줄러(군사령관)는 알모시였다. 그리고 839년에 마자르 군대가 다뉴브 강 하류에 출몰한 것은 한 세기에 걸쳐 중부 유럽을 뒤흔들 민족 대이동의 서막이었다. 다만 불가리아 제1제국의 중심부였던 다뉴브 강 하류에서 밀려난 마자르인들은 몰다비아를 넘어 서쪽의 카르파티아 분지에 주목하였다. 그곳은 아바르 칸국의 해체 이후 불가리아와 모라비아의 접경으로 주인이 없었다. 따라서 862년부터 이 지역으로 마자르인들이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이동은 소규모였고 조직적이지 못했다. 대규모 이주가 벌어진 것은 894년, 오랜 대립 끝에 결국 하자르 칸국에게 패배한 페체네그족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에텔쾨즈의 마자르인을 공격하면서부터였다.

페체네그족에게 위협을 받은 마자르인들은 줄러로 알모시의 아들 아르파드를 선출하곤 본격적으로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 판노니아 분지 지역으로 집단 이주하였다. 895~896년에 걸쳐 일어난 이 마자르인의 대이동을 '혼포글러라시(Honfoglalás)'라 부른다. 헝가리어로 조국 정복이라는 뜻. 이때 쿠르산을 마지막으로 켄데 직위가 없어지고 줄러, 즉 군사령관직이 사실상 단독 군주로 행세하게 되어 중앙집권화로 나아가게 되었다. 카르피티아 분지에 정착한 10만 가구의 마자르인들은 카르파티아 산맥을 동쪽 유목민들에 대한 방어선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중부 유럽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900년경 다뉴브 강 동쪽의 영토를 접수한 마자르인들은 북으로는 발트해, 서로는 도버 해협, 남으론 이베리아 반도와 이탈리아 북부까지 군사 원정을 감행하였다. 프랑크 왕국의 분열 이후로 약화되어 있던 서유럽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마자르인들은 족장(bo) 휘하에 군대(jobbagy)를 편성했고 그러한 족장 5~6명이 하나의 부대를 모았다. 948년 마자르의 하르카 불추는 직접 동로마 제국령을 방문하여 세례를 받고 오기도 하였다.

933년, 마침내 독일 왕 하인리히 1세가 마자르 군대를 패배시켰고, 955년 오토 1세가 아우크스부르크 인근의 레히펠트 전투에서 불추를 전사시키면서 마자르인들은 헝가리 평원에서 더이상 진격하지 못했다. 이후 마자르인들은 이전의 훈족, 아바르족, 노르만족 등의 선례들처럼 돌아가거나, 동화되거나, 영지를 얻거나, 혹은 정체성을 유지한 채로 정착하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3. 참고 문헌

헝가리사 (이상협, 1996년)


[1] Magyarország([ˈmɒɟɒrorsaːɡ\]) [2] 때문에 헝가리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아르파드 왕조의 초기 구성원들은 바시키르인들과 유전적으로 친연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