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서부개척시대 개척자들이 지나던 길
길이 2,170마일(약 3,490kmg)의 횡단로로, 말 그대로 미국 동부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시작해 서부 해안에 있는 오리건주 컬럼비아 강까지 가는 여행길을 뜻한다. 원래는 사냥꾼이나 선교사들이 이용하던 길이었지만 골드 러시 시대에 개척자들이 이 길을 따라 서부로 이동하기 시작해 대중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말이 여행길이지 당연히 정비된 포장도로 같은 게 있을리가 없어서 그냥 남이 지나간 길을 따라 가는 것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는 길은 대단히 험난했으며 보통 4~6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1800년대 중반에 이 길을 지난 인구는 약 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이 길 사이에는 원래 버팔로가 많이 살았는데 개척자들이 지나면서 버팔로 가죽이나 고기 등을 얻기 위해 자꾸 잡아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건조한 서부라서 딱히 땔감 삼을것도 없었기 때문에 버팔로 똥도 연료로 쓰였다.[1] 아메리카 원주민 영역도 있었는데, 원래 사람들이 별로 지나지 않던 때에는 원주민들도 인정을 베풀어서 먹을 걸 주거나 물물교환으로 교역을 하기도 했지만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자꾸 버팔로를 잡거나 나무를 베면서 간접적인 피해를 끼쳤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오리건 트레일을 지나던 개척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1869년 첫 미국대륙횡단 철도가 설립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일단 1890년대까지는 계속 쓰였으며 지금은 고속도로 26, 오리건 주와 아이다호 고속도로 84, 네브래스카 80번 주간 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나가고 있다. 국가유산으로 보존 중이며, 가끔 국토대장정 식 행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2. 게임
오리건 트레일의 주요 수상 이력
|
|||||||||||||||||||||||||||||||||||||||||||||||||||||||||||||||||||||||||||||||||||||||||||||||||||||||||||||||||||||||||||||
|
1971년 HP 2100으로 제작된 게임. 미네소타 대학교의 돈 라위치(Don Rawitsch)라는 인물이 개발했다.[2] 라위치는 원래 역사교사[3]였는데 처음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적당한 역사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다 만들어졌으며 실제 수업에서 이걸 사용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라위치는 이 첫 오리건 트레일을 실제로 발매하진 않았고 그냥 학교에서만 사용했었다. 그러다 1974년 강의실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주정부 산하 조직인 MECC(미네소타 교육용 컴퓨터 회의)에서 라위치를 고용했는데, 라위치는 1971년에 개발했던 오리건 트레일을 가져와서 좀 더 역사적 사실에 맞게 수정해 나가기 시작하면서[4] 완성도를 높였고, MECC의 네트워크 상에서 플레이 가능하게 만들었더니 곧 최고의 인기 게임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HP 2100은 휴렛 팩커드가 제작한 16비트 컴퓨터로, 모니터가 없는 사실상 전자타자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다. 따라서 오리건 트레일의 첫 작품도 명령을 입력하면 그 결과를 종이로 출력했다고 한다. 당시 미네소타 대학교엔 HP 2100이 한 대밖에 없었는데, 라위치와 동료들이 잠깐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보니 다른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 오리건 트레일을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한다. HP 2100으로 만들어진 소프트를 다른 컴퓨터로 옮길 때도 소스 코드를 통째로 출력 후 그걸 옮겨 적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하며, 이렇게 종이에 인쇄된 오리건 트레일의 소스 코드가 아직 남아있어서 이걸 2017년 GDC에 가지고 나온 돈 라위치는 '신성한 두루마리'라고 농담삼아 부르기도 했다.
이후 1978년 애플 2용으로 컨버전되며 대중에 퍼지게 되었고, 1990년대까지 그래픽과 시스템이 업데이트 되며 발매되었다. 95년작까지 MECC가 제작했으며 이후에는 러닝 컴퍼니라는 회사로 넘어가 계속 시리즈가 나왔고, 2022년 11월 14일에 게임로프트가 The Oregon Trail이라는 제목으로 PC / iOS 버전으로 제작하여 Steam에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스테디셀러로 알려져있으며 모바일 게임으로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을 정도.
다만 돈 라위치는 이 게임으로는 돈은 못 벌었다고 한다. 2021년 슬레이트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1978년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서 거의 이득을 포기했고, 무엇보다 라위치 본인도 교육자 마인드에 가까웠기 때문에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1 항목의 오리건 트레일을 지나는 개척자가 되어 무사히 횡단하는 어드벤처 게임[5]이다. 1848년을 배경으로 플레이어 캐릭터와 5명의 일행[6]이 마차를 타고 미주리에서 출발해 오리건까지 간다. 황소, 식량, 의복, 탄약, 마차 수리 부품[7]을 예산 내에서 구입하고 미주리를 떠나 오리건까지 가며 중간에 여러 지형지물을 마주하거나 이벤트를 볼 수 있으며 마차 동료들은 질병[8]과 사고로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생존 게임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다. 오리건에 도착하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동료들이나 재산들을 포인트로 환산하며 이걸 기록하는 랭킹 시스템이 있다. 즉 최대한의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아끼며 동료들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메리칸 원주민 인권이 향상되면서 이런저런 비판적 논의가 오갔으며 때문에 관련 묘사가 변해왔던 편이다. 최근작에는 아메리칸 원주민 캐릭터가 등장하고, 좀 더 고증에 맞는 묘사들이 추가되어 있다. 최신작으로는 The Oregon Trail이 있다.
참고로 오리건 트레일 애플판의 패러디 작품인 오르간 트레인(Organ Trail)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쪽은 오리건 트레일의 그래픽과 시스템을 이용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비디오게임 시리즈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어 있다. #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다. 고전게임을 모으는 유튜버 인플루언서 라판도 많은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이 게임을 구매해서 올렸으나, 무슨 게임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
[1]
버팔로 칩(Buffalo Chips)이라고 불린다.
[2]
현재는 작가로 일하고 있으며,
레딧에
본인인증 글을 올리기도 했다.
[3]
당시엔
교생
[4]
당시 실제 오리건 트레일을 지났던 개척자들의 일지를 읽기도 하고, 당시의 기상 정보를 보기도 하고,
원주민들이 여행자들을 무작정 습격만 한 게 아니라 돕기도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다.
[5]
영구적 죽음에는 들어맞지만 지도가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 있어 절차적 자동 생성을 거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로그라이트 게임인 셈. 또한
로그라이크 게임의 원조인
로그는 1980년 출시되었다.
[6]
시리즈마다 달라지는데, 시리즈에 따라서는 중간에 새 동료가 합류하기도 한다.
[7]
마차 바퀴, 마차 바퀴축, 마차 연결부
[8]
특히 당대에
수인성 전염병이 잦았던 것을 반영하여, "당신은
이질로 죽었다(You have died of dysentery.)."라는 게임 오버시 텍스트가 필수요소급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