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의 역병 의사를 묘사한 그림 상단에는 독일어로 'Doctor Schnabel von Rom(로마 지방의 부리 가면 의사)'이라고 쓰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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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疫 病 醫 師 | Plague doctor전근대 유럽에서 흑사병을 포함한 전염병 등 괴질이 창궐할 당시 이를 전문으로 치료하던 의사. 영단어 'Plague'의 사전적 뜻은 '역병' 그 자체지만 이런 복장이 나온 시대상에 초점을 두어 흑사병 의사라고 의역하기도 한다.[1] 다만, 후술하다시피 중세 흑사병 의사들의 복장에 대한 이야기는 오해이다.
2. 복장
물론 흑사병 자체는 중세 이후 300여 년간 지속적으로 재창궐했으므로 흑사병과 아주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복장은 오늘날의 생화학 방호복처럼 전염병의 원인인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복식은 후드가 달린 원피스 로브에 팔 길이보다 긴 소매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기장을 가진 외투인데, 액체나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랍으로 코팅하며 가죽제 장갑과 신발을 신는다. 머리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썼는데 이는 보행자들의 눈에 잘 띄게 해서 혹시 흑사병에 감염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반인들이 피해가도록 한 것이다. 손에는 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진맥을 보거나 약을 건네주는 등 환자에게 직접 손대는 걸 피하려 했다. 이 지팡이에는 의사들의 상징인 헤르메스의 지팡이처럼 날개 모양의 장식을 하기도 했다.
역병 의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새 부리 마스크의 눈 부분도 밀폐를 하기 위해 고글 형태의 유리나 안경을 달았다. 또한 부리 부분 끝에는 작은 숨구멍이 나 있고 안에 각종 향료와 허브를 채워넣어 방향(芳香) 효과를 가지도록 하였는데, 말하자면 새 부리 부분은 오늘날의 방독면에 달린 것과 비슷한 정화통에 해당한다. 당시 의학의 주류였던 미아즈마 이론에서는 질병의 전파 매개가 악취라고 믿었고 그것을 코로 맡아 느끼지 않는다면 전염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에, 방향제 용도의 허브들 중 소독 능력을 지닌 몇몇 품종을 별 생각 없이 우연히 사용한 의사들이 흑사병에 덜 걸리자 단순히 허브의 향기가 예방 효과를 준다고 생각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시대상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노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흑사병이 호흡기가 아닌 벼룩을 통해 전파되는 병이었기 때문에 정작 흑사병 방호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공기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제대로 된 소독 기술이 없었으므로 병원체가 복식에 그대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3. 역할
당시 이들이 시행할 수 있던 치료법은 오로지 방혈이나 별 효력 없는 약 처방뿐이었다.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4체액설에 근거하여 체액의 균형을 맞추면, 그리고 오염된 피를 제거하고 새로 청결한 피가 만들어져 그 자리를 대신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를 뽑는 것.[2] 그래도 간혹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일부 의사들은 환자들을 격리하고 소지품을 소각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역병 의사의 지팡이는 주로 2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 첫번째는 상술했듯이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환자를 건드리거나 혹은 환자의 상태를 봐야 할 때 손 대신 나무막대기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환자를 매질하기 위한 용도였다. 흑사병 창궐 당시에는 흑사병을 '신의 채찍' 혹은 '악마의 소행' 등으로 여기며 두려워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종교에서 질병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으며, 신께서 잘못을 징벌하기 위해 역병을 내리셨으니 마땅히 죄를 회개하고 스스로 매질을 하여 참회해 용서를 구하라... 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안타깝지만 점차 병세가 호전되던 사람도 이런 잘못된 치료 때문에 거꾸로 건강이 악화되어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이들은 '독토어 슈나벨 폰 롬(Doctor Schnabel von Rom)'이라고 불리면서 마치 죽음의 사신인 양 인식되게 되었다. 본 문서 맨 위에 게재 된 그림에도 '독토어 슈나벨 폰 롬'이라 쓰여 있으며, 왠지 진맥용 지팡이 대신 칼을 들고 있고 뒷쪽의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다. 사신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 셈이다. 국내에선 '닥터 쉬나벨'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이미 명성이 높거나 자리를 제대로 잡은 의사들의 경우에는 이 일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대체로 마을 정부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공무원에 가까웠기 때문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진료하러 다니긴 했지만, 정작 이를 맡는 인물들은 가난하거나 경력이 없는 의사들이 많았다.
또한 사기꾼들이 나타나 스스로를 의사라 사칭하며 환자들로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일이 성행했다. 제대로 된 치료법도 아닌 것을 치료라는 명목으로 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장미수나 식초에 목욕을 하라고 하고, 신께 기도를 드린다고 하는 등 사실상 치료라기보다는 돈벌이에 가까운 사기 행위였고, 당연히 상태가 호전될 리가 없으니 결국 환자들은 돈만 주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사기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역병 의사들은 어쨌든 당대의 지식으로 가능한 의료행위를 수행한 직업인들이었다. 당연히 돌림병의 개념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방호 복식을 두른 것이며, 방법은 잘못되었을지언정 나름대로 목숨을 걸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의술을 행하러 돌아다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 역시 환자를 치료하다가 도리어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감염되어 사망하는 의사 역시 많았다.
4. 대중매체에서
Plague Doctor Mask라고 불리는 새 부리 가면의 모습이 사람과 크게 달라 왠지 모를 위압감과 공포감을 선사한다는 점 때문에 창작물에서 자주, 그리고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등장하는 컨셉이다. 전염병 및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시체 처리자, 디버퍼 같은 적대적이거나 음험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이 부족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역사적 고증을 살려 선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스팀펑크와 결부시켜 스팀펑크 풍의 역병 의사 가면 디자인도 많이 볼 수 있고, 공포물에서 사이비 종교스런 집단이 쓰는 옷으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특유의 새 같은 생김새 때문에 새 가면을 쓴 무언가가 아니라 아예 원래부터 새라는 설정도 있다. 주로 까마귀로 연결 되는 경우가 많으며 역병 의사일 때의 모습은 그 새가 수인형으로 변한 것이라는 설정이다.
이탈리아 등지에 있는 가면을 파는 가게에서 종종 medico della peste라는 가면을 볼 수도 있는데 혐오스러운 것으로는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결국 인류는 페스트를 이겨냈고, 이 가면은 흑사병을 이겨낸 승리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역병에 대한 공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복장이지만 21세기 밈 문화의 마수를 피할 수는 없었던지라 이 복장을 입은 사람이 역동적으로 춤추는 장면이 밈이 되었다. 그 와중에 나오는 노래는 Gangsta's Paradise...
4.1. 역병 의사가 모티브인 캐릭터
- 가디언 테일즈 - 역병 의사
- 검은 역병 - 호가니
- 검은사막 - 운영자
- 꼭두각시 서커스 - 바이 인
- 꽃드림 - 파환(닥터)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오버홀 및 사예팔재회 멤버 대부분
- 다키스트 던전 시리즈 - 역병 의사(다키스트 던전)
- 대역전재판 2 - 마리아 그로이네
- 댄스 마카브르 - 의사
- 던그리드 - 괴짜의사
- 던전앤파이터 - 밤의 감시자 K[3]
- 동방병신록 - 코우 긴카쿠
- 디아블로 3 - 강령술사 역병 지배자 세트 장비[4]
- 도미네이션즈 - 역병 의사(도미네이션즈) 전술성 병력
- 리그 오브 레전드 - 암흑의 무법자 신지드, 하이 눈 트위치
- 마법소녀 타루토☆마기카 The Legend of Jeanne d'Arc - 코르보
- 마스크 드 코르보 - 사쿠라 대전 3
- 마티 스컬
- 매드 갓 - 연금술사
- 메이드 인 어비스 - 슬러죠
- 메이플스토리 - 방독면
- 메이플스토리2 - 그림자군단장 마몬
- 몬무스 퀘스트 시리즈 - 라 크로와
- 몬스터 스트라이크 - 마몬
- 문명 6 - 흑사병 의사(흑사병 시나리오)
- 바이오쇼크 시리즈 - 스플라이서
- 불꽃 소방대 - 닥터 조반니
- 베르세르크 - 복면의 남자
- 벽람항로 - 보이시[5]
- 블러드본 - 까마귀 사냥꾼
- 셔블 나이트 - 역병 기사
- 신세기 에반게리온 - 사키엘
- 아임 낫 프리스트 - 주인공인 김한과 크로우.C.가필드, 실베스트를 포함한 등장인물 다수
- 어쌔신 크리드: 브라더후드 - 말파토
- 언라이트 - 마르세우스
- 에이펙스 레전드 - 블러드하운드('역병 의사' 스킨)
- 열차전대 토큐저 - 네로 남작[6]
- 영원한 7일의 도시 - 페스트[7]
- 오버워치 - 리퍼, 모이라 ('역병 의사' 스킨)
- 옥토패스 트래블러 II - 트루소
- 용사가 돌아왔다 - 14세기의 역병의 용사
- 원피스 - 닥터 호그백, 카라스
- 유희왕 - 트라이브리게이드 너벨, 트라이브리게이드 흉조 슈라이그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퓨트리스, 흑마법사, 강령군주 성약의 '역병의 의회' 일원들
- 체인소 맨 - 폭력의 마인[8]
- 카운터사이드 - 애콜라이트
- 크루세이더 퀘스트 - 까마귀
- 팀 포트리스 2 - 메딕[9]
- 테라리아 - 미친 광신도, 크로우노
- 트리 오브 세이비어 - 플레이그닥터
-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 우군/적군으로 등장하는 엑스트라 마법사 캐릭터들
- 판타지 수학대전 - 질드레 디 블라드[10]
- 페르소나 5: 더 팬텀 X - 키타자토 키라
- 페이데이 2 - Plague Doctor[11]
- 포켓몬스터 - 프레프티르 계열
- BedWars(Roblox) - 레이븐
의
레이븐(Raven)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Fate/Grand Order - 아스클레피오스(Fate 시리즈) 1차 재림이 역병의사 가면이다.
- Grand Theft Auto 시리즈 - 주술사 좀비[12]
- Project Moon
- Rusty Lake Paradise - 챕터 6에서 등장한다.
- SCP 재단 - SCP-049
- Skibidi Toilet Zombie Universe - 역병 의사(Skibidi Toilet Zombie Universe)
- The Skibidi Wars - 역병의사 토일렛
- Their color - 역병 의사 쉬나벨 및 쉬나벨즈 전원
- Thymesia - 코르버스
- Zero Escape 시간의 딜레마 - 제로 2세(극한탈출)
- 버그: 스티그마 - 닥터 슈나벨
5. 관련 문서
[1]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페스트 의사(ペスト医師)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Plague Doctor Mask'를 '흑사병 의사 마스크'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2]
방혈도
주사기가 없던 이 시대에는 불에 지진 칼로 피부를 째서 피를 뽑는 것이다.
[3]
사람일 때 쓰고있는 모자가 역병 의사와 비슷하다.
[4]
이밖에도 양손무기중에
용광로라는 무기의 플레이버 텍스트에서 유스타니안 왕이 언급되기도 한다. 역병이 더 퍼지지 않게 시체를 태우라고 준 무기라고. 사기적이라는 이유로 패치하기 전에는 체력비례 화염피해로 소각시키는 컨셉이었다.
[5]
캐슬 테일즈 스킨 한정
[6]
이쪽은 기믹보다는 외형을 따온 경우.
[7]
역병 의사가 쓰고 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8]
다만 이쪽은 본인이 역병 의사컨셉이라기 보단 이 녀석이 쓴 가면이 역병 의사 컨셉이라고 봐야 한다.
[9]
장식품들 중에서
말라비틀어진 부리는 이를 토대로 만들었다.
[10]
중간에 전통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역병 의사의 복장과 유사하다.
[11]
악명 마스크 중에 Plague Doctor라는 마스크가 있다.
[12]
2024년
할로윈 시즌 이벤트 '
루덴도르프 공동묘지 서바이벌'에서 등장하는 좀비로, 역병 의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