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23:32:26

기축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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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3. 역사
3.1. 고대3.2. 중세3.3. 1950년대까지3.4. 1960년대3.5. 1970년대3.6. 1980~1990년대3.7. 2000~2010년대3.8. 2020년대
4. 알려진 장점과 오해5. 진정한 장점 -전세계적 경제패권6. 목록
6.1. 기축 통화6.2. 무역 통화6.3. 역사적 통화

[clearfix]

1. 개요

기축 통화(, key currency)란, 국제 단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의미한다.

2. 설명

어떤 게 기축통화냐의 논제는 아직도 경제학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명확히 무엇이 기축통화냐를 확실히 정의하는 지침은 없다. 그러나 무엇이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해당 통화 발행 국가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이 압도적인 우위여야 한다.[1] 두 번째로 압도적인 보유량[2]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금융업이 엄청나게 발달된 첨단 금융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3] 마지막으로 국가의 신용도와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이 조건들을 가장 잘 충족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가치를 인정받는 을 기축 통화라고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유로화, 엔화, 파운드를 준기축통화로 보는 의견이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화폐들은 거래량은 있지만 달러 대비 비중이 적어 주요 무역 결제 통화로 보기도 한다. 전 세계 거래소에서 차익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에 시장 환율이 안정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엄청난 무역적자를 봐야한다는 조건을 드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한다. 영국이 파운드 스털링을 기축통화로 쓸 당시인 1차대전 직전, 그리고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 노릇을 하던 1970년대까지 무역 흑자국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의 기축 통화는 사실상 귀금속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금본위제도가 유지되고 있었고,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의 신용을 이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본위제도를 폐지한 닉슨 쇼크 이후 미국은 더이상 무역 흑자를 보지 못했다.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하여 달러 가치 조율을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이려 노력한 시기도 있었지만, 1995년 일본과 역 플라자 합의를 해야했을 정도로 기축 통화의 지위와 무역 흑자를 동시에 보는 것은 매우 어려워 사실상 무역 적자가 기축 통화국이 짊어져야할 요소로 보는 것이 대중적인 시선이다.

이러한 적자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돈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일정 부분 용인될 수 있다. 한낱 종잇장에 불과한 화폐[4]를 신용을 바탕으로 진짜 가치 있는 현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강력한 시장을 지니고 있다면 세계를 구매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미국 재무부채권을 발행하고 해당 액면가만큼만 돈을 찍어내어 통화량을 조절하고 이를 국가 채무에 넣고 있다. 미국이 무역 흑자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통화 수요가 늘어나고 대안으로 삼을만한 기축 통화가 없을 경우 미국이 기축 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미국 달러의 통화량, 다르게 말하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조금씩이라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달러를 풀지 않고 지속적으로 절상시킬 경우 각국의 경제 주체들은 미국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결제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추세가 증가하면 미국은 단일 기축 통화의 지위를 잃게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달러 가치를 지속적으로 절하시킬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기축 통화국이 통화량을 늘리지 않는다면 국제 무역에서 말 그대로 화폐가 없어서 결제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환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상대방과 통화를 교환해야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일반적인 매매와는 상황이 다르다. 기축 통화가 절상된 상태를 유지할 경우 환전에 비용이 많이 들어[5] 무역 결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절하된 상태를 유지할 경우 경제 주체들이 통화를 풀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미국은 세계 경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정책을 조율하게 된다. 2022년에는 코로나 19로 세계 각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더해 미국이 금리 정책까지 실패하면서 2022년 전 세계 물가 폭등이 일어났고 그러자 세계 각국에서 미국의 기축 통화 지위에 대한 의구심을 내놓는 것이 이 때문이다.

참고로 무역 통화와 혼동되기 쉽지만, 기축 통화는 단순히 무역 거래에서 쓰이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통화 신뢰성이 높으면서, 충분한 유통량을 지녀야 기축 통화라 할 수 있다.

이유는 금본위제에서 미국 달러로 중심 통화가 넘어 왔을 때의 대전제 조건이 금을 대신할 만한 화폐로 지정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전세계적으로 거래가 가능해야 하며, 많은 금을 보유하여 높은 가치 담보성을 지녀야 하며, 한 국가의 경제의 모든 거래 수요도 충족시킬 정도의 통화량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SDR은 일종의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리스크를 분산시켰지만 통화량도 적은 데다가 일종의 권리증서라고 할 수 있는 유가증권이기에 이것이 통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것을 결제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으며, 빚을 담보할 수는 있어도[6] 빚을 갚을 수는 없다.

일단 외환보유고에서는 미국 달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유로, 파운드 스털링은 유럽, 북아프리카 지역 외에서는 잘 취급되지 않으며 반대로 일본 엔도 동북아시아를 벗어나면 통화량 조정을 위한 목적의 외환보유로는 비율이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에서 자국 통화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재놓는 화폐는 전 세계 공통으로 봤을 때는 미국 달러 단 한 종류이다.

미국 달러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기축 통화라는 사실은 미국 정부에게 있어서는 거대한 딜레마[7]로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달러의 기축 통화로서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어찌되었든 간에 통화량을 늘려야만 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채무는 계속 증가하게 된다. 이는 미국의 경제가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딜레마이자 모순점이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는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르자면 미국은 국제 무역에 있어서 절대로 무역 적자를 보아서는 안 되며 무조건적으로 무역 흑자만을 보아야 마땅하고 그에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관련 정책은 미국이 일절의 무역 적자를 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무역 흑자만을 보도록 유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데, 문제는 미국 달러가 세계 경제의 대표적인 기축 통화인 이상 미국이 달러의 통화량을 줄이는[8] 무역 흑자를 지속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세기의 미국도 여러 정책을 통해 이 모순을 막아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 때문에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사실은 미치광이 전략으로 모든걸 미국에만 의존하려는 세계의 나사빠진 태도를 긴장시키는 걸 의도한 천재적 발상이 아니냐는 유머 아닌 유머도 나올 지경. 단순한 유머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무섭고 묘한 현실감도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기축통화의 영향력 둘 다 절대 잡을 수 없으며, 하나를 잡으려면 하나는 무조건 포기해야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그 대신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를 자국 화폐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에콰도르, 짐바브웨 등이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국 화폐의 시세를 달러와 페그해놓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해당 화폐는 항상 달러와 고정 환율을 가지며 이론상으로[9] 달러의 가치와 동등하다. 이러한 경우 통화량을 직접 조절할 수는 없게 되지만 대신 금본위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통화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과거처럼 금화, 은화를 찍어내는 대신 미국 달러를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근시일 내로의 원화의 기축 통화 편입을 주장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자세한 사항은 이재명 기축통화국 발언 논란 문서 참조.

3. 역사

기축 통화가 있으면 외국과의 거래 시 자국 화폐나 상대국 화폐가 아닌 기축 통화로 결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다. 번거롭게 상대국에게 자국의 화폐를 받을 것을 요구하거나 상대국의 화폐를 따로 마련해서 지불해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다자간 무역에서 결제 효율이 극대화되는데 수출국에게서 받은 기축 통화를 수입국에게 바로 지불하면 거래마다 거액의 환전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어떤 국가가 강대국이 되면 주변 국가 사이에서는 해당 국가의 화폐가 자연스럽게 기축 통화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3.1. 고대

하지만 근대 이전까지는 강대국이라고 해도 해당 지역 주변만 실질 영향권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면 화폐의 액면으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화폐에 들어간 귀금속의 중량을 따져서 거래되었다. 화폐는 규격화되었기 때문에 위조화폐가 아니면 화폐의 중량과 가치가 고정되었으므로 중량으로도 거래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문명사회의 경우 보편적으로 귀금속으로 인정받은 이 이 역할을 했다. 같은 이유에서 고대 로마 데나리우스 은화는 인도와의 무역에서 향신료나 비단[10] 등을 구입하는 결제대금으로 활용되었던 바 있다. 인도 해안 지대에서 상당한 양의 로마 은화가 발굴되고 있다. #

3.2. 중세

원나라에서는 교초라고 하여 원나라 조정이 보유한 일정량의 은과 교환할 수 있는 증서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교초는 고려나 그밖의 몽골제국의 번국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니 당대의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중국 방면에서는 송나라 때부터 어음이, 금나라 때 교초가 발행된 역사가 있었기에 원나라의 교초도 그런대로 받아들여졌으나 이란 근방을 통치하던 몽골 제국의 다른 방계 국가인 일 칸국 등에서는 종이로 된 돈을 믿지 못한 현지 상인들이 격렬하게 반발하여 교초 도입에 실패하였다.

교초는 본질적으로 은 태환권이었기 때문에 은 보유고와 연동해서 신중하게 발행해야 하는 화폐였으나, 원나라는 방대한 제국을 경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은 보유량을 무시하고 교초를 남발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다 물가폭등을 불렀고 경제와 정부재정이 붕괴되어 망해버렸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후대의 중국 왕조는 청나라 말기까지 약 600년간 지폐 대신 은화나 동전을 쓰면서 근세까지 은이 기축통화 노릇을 한다.

유럽의 경우 중세시대까지는 고대로마의 데나리우스를 이어받은 동로마 제국 솔리두스 금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했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사용하는 두카트 화폐가 애용되었다. 두카트를 실질적인 기축 통화라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지중해 서부에서 널리 쓰인 것은 물론이고 지중해 동부의 오스만 제국도 베네치아와 대규모 무역을 하던 관계로 두카트 가치가 하락하면 오스만 제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만큼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하며 포토시 은광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막대한 양의 은을 들여왔고, 때마침 스페인에서 수은-아말감 기법[11]이 개발되면서 150년만에 16,000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은을 차지할 수 있었고, 스페인 은화가 물량으로 밀어붙인 끝에 17세기 후반까지 유럽 역내에서 국제 무역의 결제 수단으로 통용됐다.

상술한 오스만 제국의 인플레이션 역시 두카트화와 스페인 달러 사이의 관계가 뒤집힌 데서 기원하였다. 근세 아메리카 대륙의 은이 유럽으로 엄청난 유입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오스만 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탈리아인 상인들과의 무역 과정에서 상당수의 은화가 오스만 제국으로 유입되고 이러한 은화 중에서는 악화가 많았다. 그러나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과 다르게 산업 기반이 튼실하지 않았던 오스만 제국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스페인에 의해 생산된 은화의 1/3 가량은 아카풀코 항구를 거쳐 필리핀 도독령이 있던 마닐라로 운송되었고, 다시 현지에서 화교 상인들이 몰래 밀수해 온 청화백자 구매 대금으로 사용되었다.[12] 이러한 은화는 중국으로 유입되어 명나라의 경제와 재정을 이뤘다. 일조편법 문서로. 청나라 때는 이런 은이 기축통화 노릇을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지정은제 문서로. 은화는 조선과 일본에서까지 유통되었다. 그러니까 근세까지 전세계에서는 은이 기축통화 노릇을 했다.[13] 조선의 인삼은 은으로 거래되어 중국에 팔렸으며, 조선의 후기부터는 조정의 재정도 곡식이 아니라 은화로 계산되었다.

중세에서 18세기 초반까지 서양 각국은 중국에 엄청난 양의 은을 주고 , 비단, 도자기를 구입했다. 그 규모는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유럽 각국에서 중국의 도자기 컬렉션이 처음 출현한 것도 이때이며, 각국의 왕실은 아예 벽이나 천장에 중국의 도자기를 박아 인테리어를 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유럽의 은은 중국으로 순유출되었고, 심한 시기에는 유럽발 중국행 선박의 90%가 중국에 대금으로 지불할 은괴를 선적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이 도자기를 독자 생산하게 된 18세기 초중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18세기 후반이 되면 영국 정부가 출자자로서 일부책임이 있던 동인도 회사에 대해 부채 대납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이자의 일부만 간신히 대납했는데 이것조차 본토의 토지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지경이라 거꾸로 영국 정부의 재정까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영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팔아먹을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으나 영국이 자랑하는 산업혁명으로 찍어낸 공장제 면직물은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수로 찍어낸 수제 면직물보다 가격경쟁력이 밀려서 팔리지 않는다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 끝에 결국 인도산 아편이라도 팔아서 적자를 메우기로 결정한다. 결국 이 조치는 아편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3.3. 1950년대까지

당시 전 세계적인 기축 통화의 시초는 영국 파운드 스털링이었다. 그 이전에도 프랑스 프랑이나 두카트, 멕시코 은화등도 통용되고 있었으나 강대국의 위력을 빌린 것이거나 해당 화폐에 귀금속이 많이 들어가서 그 가치로 통용되는 것이므로 약간 달랐다.

파운드는 17세기 이후부터 기축 통화로 사용되어왔으나 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이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운드화를 마구 찍어내다가 가치가 급격히 하락, 미국 달러에 기축통화의 지위를 내주었다. 게다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파운드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의 기축 통화로 꿈꾸다가 완전히 쪽박찰 뻔한 일이 있었다.

그리하여 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파운드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잃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금융강국이기 때문에 준기축통화로서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다.

3.4. 1960년대

미국 달러는 1차 세계 대전부터 파운드와 함께 기축 통화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하술하겠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이 때를 상정해 복수 기축 통화의 전례가 있었음을 언급한 바도 있다. 이 때 달러의 위상이 급부상했던 이유를 크게 꼽자면, 첫째 전유럽이 전쟁에 돌입한 전례없는 규모 때문에 전통적으로 유럽 국가들에게 전쟁자금을 융통해주던 로스차일드 등 유럽의 민간 은행가들이 그 자금을 모두 감당해주기도 힘든데다 어느 한 편이라도 확실하게 들기 애매했던 상황, 둘째 전쟁의 화마로부터 자유로웠던 미국이 마침 연방준비제도를 구축하는 등의 금융개혁까지 이뤄내면서 미국 금융권의 국제적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향상되며 주목받기 시작하던 때였던 점, 셋째 전쟁으로 산업기반이 황폐화된 유럽이 각종 미제 물자들을 수입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불가피했던 점,넷째 미국의 참전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미국에 매몰비용을 발생시키기위해 미국 자금을 마구잡이로 도입하려 했던 점 등이 주로 언급된다. 즉 전쟁자금과 물자를 미국으로부터 수혈받을 수 밖에 없었던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럽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미국 달러로 채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파운드를 밀어내고 유일한 기축 통화의 지위를 차지한 것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준금본위제도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3.5. 1970년대

1971년 닉슨 쇼크로 인해 일방적으로 태환이 정지되면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14]와 함께 그 지위가 위태로워지기도 했다.그러나 이후 미국이 금 태환을 대체하면서도 자국 달러의 교환가치를 그나마 안정적으로 보장할 각종 국제정치 및 경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위기를 극복하면서 그 지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패트로-달러 메커니즘이다. 1974년 1차 오일 쇼크로 단단히 매운 맛을 봤던 미국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부장관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 파이살 국왕과 담판을 벌인 끝에, 원유 가격의 책정 단위 및 그 결제 화폐를 오로지 미국 달러로만 하기로[15] 정하는 군사[16]-경제협정을 맺었고, 이러한 달러 독점거래 정책을 1975년 OPEC 회원국 전체로 확대하면서 명실상부한 국제 에너지 거래의 중심을 차지, 국제경제 질서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당대에는 아예 대체 불가능한 결제 수단에까지 이르게 되었다.[17]

이런 식으로 미국 달러는 외재적으로나마 금 태환을 대신할 고유가치를 축적하면서 고비들을 넘긴 끝에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브레튼우즈 체제를 무너뜨렸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던 트리핀 딜레마는 해결이 난망한 상태로 9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이것이 또 곪아터져 플라자 합의라는 대책도 탄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미하여 시간이 갈수록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막대해져 미국의 재정을 끝까지 괴롭혔다.

1971년 닉슨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금태환을 중지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위협받기도 했지만, 페트로-달러 체제의 구축 및 여러 경쟁통화의 부진으로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부작용도 나타났는데, 1970년대부터 미국은 거액의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함부로 떨어뜨릴 수 없었고, 이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취하게 되니[18], 달러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된 반면, 미국 상품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독일,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와서 결과적으로 미국은 거액의 무역적자를 보게 된다.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한 대가였다.

3.6. 1980~199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달러의 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강한 달러 정책을 실시했고, 이에 따라 경쟁력을 잃은 미국 제조업이 초토화된다. 제네랄 일렉트릭이나 제니스 같은 미국 가전기업들이 대부분 도산했을 때가 바로 이 당시였고, 미국 자동차 3사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도 거의 골로 갈뻔하다가 리 아이아코카로 인해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레이건 행정부 기조가 강한 달러였기 때문에 자국 제품의 경쟁력을 위해 함부로 달러 가치를 낮출 수 없었다. 그 대신 생각해 낸 것이 미국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기던 독-일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것이였다. 이 때문에 1986년 미국은 여러 동맹국을 불러 미국에 거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던 일본 독일이 쓰고 있던 일본 엔 독일 마르크를 절상시키라고 압박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으로, 만약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려 일본, 독일 상품의 값을 상대적으로 높여 보는 떨어지는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었지만, 달러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예 상대국의 통화가치를 억지로 높여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이를 플라자 합의라고 하며, 이는 명백히 일본과 독일에 불리한 것이었지만[19], 양국은 국방을 미국에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의 합의해주기로 했다. 그 결과 엔화와 마르크화는 1-2년만에 거의 두배로 절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것이 계속되자 미국은 아예 무역수지의 개선은 포기하고 자본수지의 균형을 목표로 삼았는데, 저달러는 이에 방해되었다 (말하자면 해외 수익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니 오히려 손해가 된 것이다). 결국 저달러 정책은 미국이 기대한대로 무역수지의 개선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목표인 자본수지 개선에 독이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엔고로 미국이 수입하던 일본제 제품의 물가가 높아져 미국인들에게 고통이 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미국은 플라자 합의 10년만인 1995년,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고쇼크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20] 이른바 "역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낸다. 플라자 합의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로 무역적자 축소를 의도한 것이었다면, 이 역 플라자 합의는 오히려 무역수지 균형을 포기 내지 유예하면서까지 달러강세를 유도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 대신 달러에 몰린 자본을 유치하여 자본수지 흑자를 달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종합수지 균형을 이루는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이것이 미국의 예상 이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의 금융산업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며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또 그렇게 몰린 거대자본이 IT기업들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즉 90년대 특유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버블경제을 촉발한 계기 중에 하나였던 것. 이로써 미국 달러는 트리핀 딜레마의 악몽으로부터 한동안 벗어나 다시금 안정적으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그 여파로 1990년대 중후반 아시아의 외환위기[21]를 거치면서 가치가 더욱 폭등하여, 2000년대 초반에 국제 외환보유고 통계상 미국 달러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그 위세가 정점에 도달했다.

3.7. 2000~2010년대

2000년대 유로화가 등장하고 2010년대 위안화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기축통화의 달러로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달러는 기축 통화로써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1세기 들어서 유로화 미국 달러의 지위를 넘보고 있고, <사다리 걷어차기>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유로화가 기축 통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추락을 거듭하는 유로권의 경제 상황이나 밀턴 프리드먼이 예견했던 유로화는 실험적인 화폐라는 말에 비추어볼 때, 아직 미국 달러를 대신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로서 달러에 필적할만한 위력을 가진 결제 수단은 없다. 그 금조차도 통화로 취급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

달러가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달러가 불쏘시개가 된 세상이 근시일 내에 올 경우, 전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상시 모니터링 중이며 인플레이션이 일정 구간을 넘어갈 경우 금리를 올려서 달러를 회수하려 한다.

강력한 물적 담보라고 할 수 있는 금의 보유량은 미국 정부가 가장 많고 전 세계 국가 정부 보유금의 대부분은 거래의 편의를 위해 미국 정부와 연준이 보관하고 있는데, 대략 8천 2백 톤 중 미국 정부가 약 7000톤을, 연준이 나머지를 소유하고 있다. 금과 달러의 가치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데, 만일 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위기 상황일 경우 가격이 폭등한 금들을 일시적으로 팔아 달러 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이 안 잡히는 이들을 위해서 설명하면 미국 금보유량 > 유로존 + 일본 + 영국 금 보유량이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 보유량이 2위의 금 보유량에 비해 압도적이다.[22]

달러의 지위를 노린 화폐로는 유로가 있었으나, 유럽 자체의 경제가 상당히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달러의 지위를 무너뜨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평가이다. 그나마 유로화 달러화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유로 다음은 엔화, 파운드화가 뒤따라갔다.

2010년대부터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현재는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개방도가 낮은데다가[23], 중국 정부 자신들도 그럴 의도가 있는지도 의문이라[24]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만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계속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미 2023년 러시아-방글라데시 원전건설대금 결제에서 제3자인 위안화 결제를 하기로 합의했다. #

시장을 개방한다면 처음은 금융시장이 커지면서 금융업으로 돈이 모일 것이다. 자연스레 금융업만 성장하기 시작한다. 금융업 위주로 먹기 좋게 살찐 경제체제는 외국계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러하면 아이슬란드처럼 바로 외환위기로 성장 동력이 끊기거나 혹은 일본의 사례와 같은 장기불황이 되어버린다.

3.8. 2020년대

2020년대 들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계속 나오는 것 자체가 달러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리 많이 약화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달러 발행의 주체인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이다.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으며[25], 2008년 대침체,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연방정부는 빚을 내어 (즉 국채를 발행하고), 예산을 마련하고 연준은 달러를 찍어내 이것을 사주었는데, 미국 경제가 감당불가능할 정도로 (또는 달러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달러를 찍어낸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사실 이런 기축통화의 무분별한 발행은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기축통화의 몰락의 원인이 되었고,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기존의 달러 체제에 편입돼서 국제무역에서 달러를 사용해오던 국가들의 경제난등으로 달러가 부족해지자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른 화폐로 무역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

이 때문에 미국 대표 헤지펀드 창업주인 레이 달리오 2020년 블룸버그에 출연하여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을 명목으로 미국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미국 국채를 찍어냈고, 이는 부채의 화폐화, 화폐의 부채화를 촉진시켜 에 대한 달러의 약세를 고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기축통화 약화 움직임은 미국 정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기 부양책 한계를 시험하는 등 정책적 문제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의 붕괴 조짐까지 일고 있는데,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의 굳건했던 경제안보 동맹관계가 2010년대부터 틀어지기 시작하더니[26] 급기야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거래를 대대적으로 허용하려는 전향적 태도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27]

만약 이것이 완전히 현실화 될 경우 미국 달러가 그동안 공고히 지켜왔던 에너지 거래의 독점적 결제수단이라는 지위를 생각보다 빠른 시간내로 잃을 가능성도 보인다. 외화보유고의 다변화를 모색 중이던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경제적 밀월관계로 발전하며 위안화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중국-러시아, 심지어 쿼드 가입국인 인도[28]조차도 그 사이에 끼어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의 이탈, 즉 탈달러화(de-dollarization)의 대안이 도미노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9]

물론 이 사태의 성격이 상직적 내지는 협박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30], 결국 2023년부터 페트로위안은 가시화됨으로써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 여기에 전쟁을 일으켰다가 미국 주도의 SWIFT에서 퇴출된 러시아 #, 그리고 미국 달러에 한이 맺인 브라질도 탈달러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

2022년 3월 초 제롬 파월 의장이 청문회에서 언급한 "Multiple Reserve Currencies"[31], 즉 복수기축통화의 가능성과 전례를 짧게나마 언급한 것과 현 상황이 맞물려서 미국 달러의 위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 어느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3년 전에는 여러모로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던 파월이었기에 더욱 돋보이는 부분.

얼마 후에는 중동 내 미국 최우방국으로 꼽히던 이스라엘마저도 외환보유고 중 미국 달러 등의 비중을 줄이고 중국 위안화를 최초로 편입시켰는데 단순히 외환보유고 다변화 추세에 따른 것이라거나 지역패권 변화에 따른 일종의 보험이라는 등 의미를 축소하는 해석이 다수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과거 독보적이었던 미국 달러의 지위가 근래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상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확실히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갖춰진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축소되어 버린 전례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위기감을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이른바 "페트로 위안" 시대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측까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동시에 그동안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가졌던 심각한 문제들, 특히 불평등하고 무모한 통화정책 운용과 정치외교적 필요에 따라 반복되는 무기화 등을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상기한 레이 달리오의 지적도 마찬가지고, IMF 부총재도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보여준 각종 금융제재에 의해 국제통화시스템의 파편화, 즉 블록통화의 출현이 촉발되어 미국 달러의 지배력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미 일부분에서 그러한 조짐들이 관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위안화와 함께 디지털 금융의 부상을 전망했다. #

다만 파월을 비롯한 미국 내 다수 전문가들은 달러의 지배력이 여전히 건재하며 근시일 내에 기축통화가 대체될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여러 문제를 가진 유로와 위안[32], 그 외의 무역통화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 미국 달러처럼 시장지배적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점, 한편 미국이 향후 달아나기 전략에서 탈피해 공격적 재무운영으로 신흥국들의 돈줄을 말려[33] 다시금 세계의 달러 의존도를 높이면서도[34] 조 바이든의 동맹재건이라는 정책전환을 통해 미국 달러의 가치제고에 공동대응수단을 늘려가려는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달러가 금태환, 패트로-달러에 이어서 어떻게든 더욱 강력한 희소성을 갖추는데 성공하거나(이른바 브레튼우즈 3), 아니면 1930년대처럼 블록통화와의 공존을 택함으로써 향후에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게 현재의 주된 관점으로 보인다. #

즉 세계 통화권력에서 미국 달러가 힘을 다시 회복하느냐, 아니면 힘의 공백을 노린 각국 화폐들의 백가쟁명이 본격적으로 분출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 현 상황인 것이다.

4. 알려진 장점과 오해

기축 통화가 갖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개 기축 통화가 갖는다고 생각하는 장점은 그것이 기축 통화라서가 아니라 기축 통화가 될 정도로 강하고 거대한 경제를 갖고 있어서 생기는 장점이다.

대표적으로 기축 통화가 되면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오해가 있다. 이는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으로,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정도로 강하고 큰 경제를 갖고 있어야 기축 통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축 통화라서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게 아니라, 외환위기에서 자유롭기에 기축 통화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뇨리지 효과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상품을 수입하기에 막대한 부를 얻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축의 조건 중 하나가 화폐의 안정적인 가치다.

돈을 많이 찍어낸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과 동치인데, 이렇게 되면 기축 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는 1차대전 당시 영국정부가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구 찍어낸 파운드 스털링이 기축통화의 지위를 달러에 내주게 된 원인이 된다. 달러도 2차대전 이후 달러의 기축 지위가 흔들린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리처드 닉슨 이전 정부들이 베트남 전쟁 전비 마련을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낸 시절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은 수입보다 더 많은 금액을 카드로 긁은 셈인데, 이 때문에 미국이 금 1온스에 35달러의 가치를 보장한 금본위제도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회의를 표했고, 이를 주시하던 프랑스는 금본위제가 곧 붕괴할 것을 대비하여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모두 금으로 바꿔가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닉슨 행정부는 1971년 8월, 전격적으로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여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음을 결국 인정했다. 하지만 이어서 1970년대 중반, 사우디와 손을 잡고, 사우디산 원유의 모든 결제를 미국 달러로만 하기로 합의하여 (페트로달러 체제), 가까스로 기축동화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35]

시뇨리지 효과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닌데, 시뇨리지 효과가 의미있을 정도로 돈을 찍어내면 기축으로서 지위를 잃는다. 그 예가 바로 1차대전 이후 파운드 스털링 원나라 교초이다.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폴 크루그먼이 기축 통화로서의 장점으로 꼽은 유일한 점이 바로 이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생각보다 훨씬 작은 이익이다. 크루그먼은 저금리로 인해 미국 경제 전체가 얻는 이익을 연간 200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는데, 미국 1년 GDP가 16조 달러임을 생각하면 0.1퍼센트를 겨우 넘기는 것이다.

5. 진정한 장점 -전세계적 경제패권

자국통화를 기축통화로 보유하면 자국의 통화 정책으로 세계경제를 휘저울 수 있는 거대한 이점을 보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20년대 미국이 금리를 높이자 세계 각지의 유휴 자금들이 미국으로 몰려와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고 고용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달러 패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을 군사, 정치 수단으로 압박해 주저 앉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어떤 나라라도 미국의 수혜국으로 취급한다. 자국 통화를 담보로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를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는 말과 같으므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의 장점이 별거 없다는 이야기"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군사적 정치적 수단을 사용하여 달러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6. 목록

6.1. 기축 통화

  • 미국 달러 - 전 세계 무역 결제 통화의 44.2%, 전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60%를 차지하는 유일한 기축 통화이다. 그래서, 러시아 북한처럼 미국을 적대시하는 국가에서도 대놓고 미국 달러를 쓴다. 그래서 석유 거래를 결제할 때도 미국 달러로 결제한다.
  • -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근본적인 기축 통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치의 상대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문화권에서 금은 공통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화폐 기능을 하였다. 무게에 비해 부피가 작아 핵전쟁이나 대형 재난, 아포칼립스가 일어나더라도 휴대성이 뛰어나고, 신용화폐와 다르게 금속의 가치가 신용을 보증하기에 심지어 발행 국가가 망해도 본래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정말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찾아오면 귀금속마저 가치를 잃고 식량이 대체통용화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사회가 안정화되면 귀금속이 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 금은 화폐보다는 일종의 원자재로 취급하여 비축 자산으로 더 많이 활용하지만 그래도 금이 가진 막강한 가치보증 덕분에 현대에도 일부 국가에서 기념 화폐가 아닌 실사용 목적의 금화가 쓰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금이 현대 사회에서 화폐로 쓰이기 어려운 점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다.
    • 변동성: 금의 가격은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증가분만 반영하지만, 단기적인 관점으로는 투기로 인한 시세 변동이 큰 편에 속한다. 반면 지폐의 가치는 발행 국가가 신용과 발행량만 유지한다면 안정적인 편에 속한다.
    • 무게: 금은 상당히 무겁다. 일상 수준의 거래에서는 가벼운 무게로도 가능하겠지만, 억 단위 이상으로 거래되는 세계 무역에서 금으로 결제하는 것은 보관 비용과 운송 비용이 지나치게 커진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내지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실물은 다른 나라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한국 정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이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 영국의 금 시장이 매우 크고 추가수익을 위한 금 대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폐는 수표 등을 이용해 가벼운 무게로도 얼마든지 액면가를 높일 수 있다. 이 문제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같은 액면가라도 지폐보다 동전의 가치를 더 낮게 본다. 같은 액면가에 대해 운송 비용과 보관 비용이 지폐에 비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 손실: 금이 사람들 사이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마찰에 의한 무게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즉, 같은 금이라도 액면가로만 거래할 경우 나중에 쓰는 사람이 결국 손해를 보게된다. 과거 금화가 통용되던 시절에는 줄칼 등을 이용해 금화를 긁어내서 금가루를 모아 이득을 챙기는 사람도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자리에 돌출면을 넣거나 눈금을 새기는 등 조치를 하기도 했지만 금화가 많이 훼손되면 금화의 액면가를 무시하고 일일이 무게를 재서 가치를 판단하고는 했다. 반면 지폐의 경우 헌 것이라도 액면가만큼의 가치를 받기는 쉬운 편이고, 불가피하게 훼손된 지폐는 국가에서 무료로 바꿔준다. 현대에 발행하는 금화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금화를 투명 코팅하기도 한다.
    • 순도: 순금이라 불리는 부류에서도 99.5%, 99.9%, 99.99% 등 다양한 순도가 있으며, 9가 많을 수록 가치가 높은 금이다. 그것도 단순히 금의 비중에 따라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9가 많을수록 더욱 고도의 정제 과정이 들어가므로 가치는 더욱 커진다. 14K, 18K 같은 합금이 순금보다 가치가 낮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같은 액면가의 악화 유통이 늘면 양화가 숨어버리는데, 이를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한다.
    • 채굴량: 금본위제가 폐지된 주 원인 중 하나. 금을 화폐로 쓸 경우 시장의 화폐 수요를 금 채굴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쉽게 말하자면 팔 물건도 있고 살 사람도 있는데 화폐가 없어서 거래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과거의 포토시 은광같이 일시적으로 채굴량이 너무 많아지면 화폐 가치가 폭락해서 문제가 된다.
    • 가품: 황동석이나 황철석의 경우 금과 광택이 유사해서 헷갈리기 쉽고, 밀도가 큰 이나 에 금 도금을 두껍게 한 경우에는 겉보기 모습이나 체감 무게만으로는 가품을 눈치채기 힘들 수 있다. 지폐도 위조화폐의 위험성이 있지만, 슈퍼노트가 아닌 이상 첨단 위조방지 기술까지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만약 위조지폐의 유통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문제로 인해 인쇄기 발달 이전 과거의 지폐는 어떻게 만들어도 사람 손기술로 위조가 가능해서 지폐가 발달하기 힘들었다.
    • 중상주의 도래[36] :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금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즉 금본위제 국가 사이에서는 제한된 자원을 누가 더 많이 갖느냐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며, 이는 필요 없는 국제갈등을 불러온다.

6.2. 무역 통화

이하 화폐는 국제 거래에서 신용도 및 공급량이 높은 수준이므로 국가간 거래에서 널리 사용 되는 화폐이다. 평시에는 기축 통화와 큰 차이가 없지만, 해당 화폐 발행기관의 위기로 화폐 체계 붕괴시에는 기축 통화보다 불안정하고 약해질 리스크가 있다. 일부에서는 기축통화에 준한다고 해서 준 기축 통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유로, 엔, 파운드, 위안은 특별인출권이기도 하다.
  • - 과거 은본위제도로 오랜 기간 가치 면에서 금 바로 다음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여전히 귀금속으로 널리 활용된다. 다만 은의 산출량은 금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금보다는 채굴량에 따른 변동 가능성이 더 크다.
  • 유럽연합 유로 - 전 세계에서 달러 다음의 결제량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무역 결제 통화의 20%를 차지한다. 미국 달러, 일본 엔, 파운드와 함께 세계 4대 통화이다.
  • 일본 엔 - 달러, 유로 다음의 결제량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달러 다음가는 안전 자산 취급을 받으며 세계 정세가 혼란해질수록 엔화가치가 상승하는 여러모로 특이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2020년대 코로나 펜데믹 이후 현재까지 달러 초강세에 밀린 심각한 엔저 현상으로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
  • 영국 파운드 스털링 - 국제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화폐다. 세계 3대 통화인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다음의 결제량을 가지며 전 세계 무역 결제 통화의 6.8%를 차지한다. 위의 세 곳과 달리 무역 시장보다는 금융 시장에서의 거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과의 관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의 관계, EU 회원국들과의 관계로 인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 중국 위안 - 2015년 12월 1일 IMF SDR에 편입을 발표, 실질적 편입은 2016년 10월 1일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 중국과의 거래에서 위안으로 결제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대금을 위안으로 결제하기로 합의하고, 중국수출입은행이 공식 발표했다. 유통량 세계 4위를 두고 기존의 엔화의 위상을 넘었다는 중국측 보도
  • 스위스 프랑 - 스위스 자체의 경제 규모보다는, 스위스 금융계와 스위스의 정치, 경제에서 비롯한 막강한 안전성이 더 크게 작용하여 신뢰성 높은 화폐로 인정받고 있다.[37] 다만 흔히 말하는 스위스 은행의 특징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6.3. 역사적 통화

  • 솔리두스 - 두카트에 의해 대체되기 전까지 유럽에서 통용되던 화폐였다.
  • 두카트 - 13세기부터 수백 년간 유럽에서 통용되던 화폐였다.
  • 오수전 -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전반에 통용되었다.
  • 교자 - 북송 시대 사용된 세계 최초의 지폐였다. 남송 시대에는 회자를 사용하였다.
  • 교초 - 원나라 시기에 사용된 지폐였다.
  • 스페인 달러 - 포토시 은광 등에서 생산된 은으로 만들어진 은화. 스페인 제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에서 폭넓게 활용되던 은화로, 영국 동인도회사도 청나라와 무역할 때 스페인 달러 은화를 지불하곤 했다.
  • 네덜란드 길더 - 17세기.
  • 독일 마르크 - 1948년 ~ 2002년. 90년대 미국 달러, 일본 엔, 파운드 스털링, 스위스 프랑과 함께 세계 5대 기축 통화로써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유로를 발행할 때도 각 국의 환율을 맞출 때 사용하던 화폐가 독일 마르크였다.
  • 프랑스 프랑 - 18세기 ~ 19세기 초반.
  • 파운드 스털링 - 19세기 ~ 20세기 초반까지는 기축통화였고 2차대전 전후 파운드의 위상이 미국 달러에게 넘어간 후에도 무역 통화의 역할을 하고있다.
  • 소련 루블 - 20세기 냉전 동안 소련의 통화로 소련의 영향력이 미치는 2세계 뿐만 아니라 3세계에도 강한 영향력을 끼치던 기축 통화였다. 소련 해체 시기에 극심한 변동을 겪으면서 위상이 추락하였다. 그래서, 1991년 인도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당시 루블의 의존도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1] 미국은 강력한 해군을 통한 해상무역로 수호 및 군수품 수출 제공 등을 기반으로 브레튼우즈 체제와 페트로달러 협약 등을 이끌어냈다. [2]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최상위권에 속해야 한다. 1971년부로 금본위제는 종식되었으나, 금 보유량은 여전히 화폐의 신용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의외로 세번째 금융업 발달이 중요한 이유는 무역적자를 메꾸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금융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시장으로 돈이 계속 유입이 되어서 자본수지로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 탓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 중 하나다. 만약 이러한 여건이 충족되지 않은 전세계적으로 화폐를 유통시킬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4] 고액권의 경우 액면가보다 지폐 제조비용이 더 싸고, 전자화폐를 이용하면 지폐 제조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5] 단순히 달러 기준 환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뎁스(Depth)도 줄어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진다. [6] 거래 상대방이 동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선진국& 강대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 파생형 유가증권에 해당하므로 담보로 잡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7] 트리핀 딜레마 [8] 미국이 기축 통화이면서 무역 흑자라는 것은 미국 달러가 미국으로 순유입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기준으로는 순유출인 셈이다. [9] 어디까지나 이론상인 이유는 해당 국가가 발행한 화폐만큼의 자산 담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페그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페그는 장식이 되고 시장에서는 대신 암시장 환율이 성행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도 명목상으로는 정부 환율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달러와 페그했지만 자국 경제가 무너지자 아무도 정부 환율로 환전하지 않았다. [10] 중앙아시아를 통해 인도로 수입된 비단이 다시 해양 교역로를 타고 재수출되는 경우 [11] 은광석을 빻은 가루를 수은에 섞으면 순도 높은 은만 건져낼 수 있는 기법이다. [12] 자세한 내용은 명나라-누에바에스파냐 관계 문서로. [13] 한국에서 돈을 세는 단위인 "냥"이라는 단위가 바로 청나라의 은화 단위다. [14] 그 과정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 국가들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지속을 압박하면서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이 스미소니언 체제였다. 내용은 대략 미국 달러의 평가 절하를 단행하고 일부 변동환율제를 인정하는 준금본위제도였으나, 얼마 못가 각 국가들이 미국의 환율 정책을 불신하며 본격적인 변동환율제를 서서히 도입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15]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거래에 있어 독점적인 결제수단으로 미국 달러를 받아들이고 그렇게해서 얻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 미국이 그 대가로 안보를 책임지는 구조이다. 미국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내도 달러가치가 폭락하지 않는 이른바 "브레튼우즈 2" 또는 "신 브레튼우즈" 현상이 나타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막강한 세계 유동성 공급의 시발점이었던 셈. [16]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가로 군 현대화와 전투기 수입 등을 받아냈다. 훗날 미국 경제력의 원천이 될 달러 독점거래를 용인하면서까지 이것을 받아냈던 이유는, 당시 미국이 중동전쟁에서 공을 들였던 다른 중동국가들과 척을 지면서까지 이스라엘의 편을 들며 군사물자를 지원했고 덕분에 이스라엘이 군사강국이 되어 도리어 지역안보를 크게 위협했기 때문이다. [17]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한 미국이 1976년 명목상으로만 남아있던 - 달러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각 국의 자유로운 환율제도 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데, 이것이 지금의 국제 환율질서로 이어지는 킹스턴 체제이다. [18] 이것은 다른 말로 말하면 인플레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19] 이 때문에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는데 "30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 경제의 기세가 아예 박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일도 1990년대는 통일후유증과 함께 일본과 비슷한 침체에 시달렸지만 유로화로 갈아타는 행운을 만나면서 독일경제는 순항하게 되었다. [20]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엔화자산의 수요가 폭증하여 급격한 엔고현상이 일어났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플라자 합의 문서로. [21] 역 플라자 합의로 구축된 달러 강세 - 아시아통화 약세 구도가 1~2년에 걸쳐 완전히 굳어버리면서, 당시 아시아의 금융취약국들은 연일 자국화폐의 약세를 면치 못하는 바람에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그것이 다시 약세를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졌음에도 이를 끊어낼 결단을 신속히 내리지 못해 종국에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22] 다만 이것은 이론상 이야기고, 만약 미국 정부가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금을 정말로 대량으로 시장에 팔 경우 금값도 폭락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결국 대량의 금을 보유한 미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미국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3] 위안화는 일정량 이상 중국내에서 환전해 반출할 때 중국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한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거액의 외환보유고와 함께 해외의 헤지펀드의 위안화 공매도를 어렵게 했다. 이는 일부 논객들의 주장처럼 중국 경제가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제외한 어느나라나 피해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외환시장의 완전 개방을 극히 꺼린다. 예를 들여 금융강국 영국도 이런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에 당한 바 있다.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영국을 상대로 파운드화 공매도를 쳐서 영국 경제를 박살낸적이 있는데, 비슷하게 소로스와 여러 헤지펀드들이 연합해 2015~6년에 중국을 상대로 이런 짓을 했다가 이런 장치를 갖춘 중국 경제 당국이 거액의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여 방어하여 헤지펀드들은 중국에 참패하고 거액의 손해를 봤다. 한국에 큰 피해를 끼친 IMF 사태도 태국이 먼저 이런 세력에게 당하면서 그 불똥이 한국까지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24] 기축통화 노릇을 하게 되면 통화의 가치를 유지해야 되고, 이 때문에 때로는 무역적자도 감내해야 하는데 (트레핀 딜레마) 청나라가 아편전쟁 이후 아편무역으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다가 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무역적자를 보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여담이지만, 일부 경제관련 논객들이 미국 달러화처럼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는 것이 마치 기축통화의 필요조건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1990년대 이후의 미국의 상황만을 보고 착각한 것으로 미국도 1970년대까지는 무역흑자국이었다. 그러니까 무역 흑자를 보더라도 기축통화가 되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그보다는 기축통화가 되면 무역적자를 보더라도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절해 이런 적자를 줄이려는 시도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당장 경기가 부진하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켜 수출을 증진시켜 무역흑자를 늘려 경제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자주 써왔는데, 위안이 기축통화가 되면 1980년대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진다. 현재시점에서 중국에게는 자국 화폐의 기축통화가 되는 것보다는 무역 흑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중국이 달러를 대체하려는 시도보다는, 자국과 밀접한 거래가 있는 경제권에서의 영향력 확보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25]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도 한몫했다. [26]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은 2010년대 들어 에너지 독립을 어느정도 이뤄내자 중동에 대한 안보 비용을 줄이며 영향력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반면, 그동안 미국을 통해 석유를 대가로 국가와 왕실의 힘을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 변경으로 점점 불안해지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서 양측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의 이란 핵 협정 체결, 도널드 트럼프의 OPEC에 대한 갑질, 조 바이든 인권문제 조사를 통한 왕실압박 등 일련의 사건들마다 양국 관계가 큰 고비에 부딪히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사우디 왕실의 실권자 빈 살만 왕자가 조 바이든의 연락은 무시하면서 에너지 경쟁국인 러시아와 통화한 사실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 [27]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약 30% 가량을 구매하는 큰손으로서 더 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도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제안한 바에 대해, 상기한 대로 미국과의 관계에 큰 불만을 갖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승낙하는 형태로, 공식적으로는 2022년 현재 5년째 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이었다. [28] 애당초 쿼드를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이용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희망사항으로, 인도는 중국을 상대할 때만 미국을 필요로 할뿐, 그 외에 사안에서 미국과 협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 러시아제재를 전혀 검토하지 않음으로써 드러났다. 결국 미국은 2022년 이래 쿼드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29] 원래 인도는 소련시대때부터 정립된 루피-루블 메커니즘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서방의 전방위 제재를 받아 한동안 루블 환율이 비정상적인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나마 제재를 회피하면서도 공정한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한시적인 임시조치로 위안화 거래가 상정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더 나아가 루피-루블 메커니즘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지는 역시 더 두고볼 일이다. 사실 루피-루블 메커니즘은 약점이 많은 낡은 시스템인 반면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양국에게 있어 위안화 사용 확대가 여러모로 장점이 많지만, 국내외 정치적으로 중국과 거리를 둬야하는 인도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쉽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30] 이런 기사가 미국언론에 의해 2022년 내내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2023년 페트로-위안은 현실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언론이 달러화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상대국 통화의 약점만 보면서 자위성 기사를 낸 것이다. [31] "WHAT WE CAN DO IS WE CAN MAKE THE DOLLAR THE MOST ATTRACTIVE CURRENCY BY MAKING IT ATTRACTIVE FOR PEOPLE TO INVEST. THERE WOULD NOT BE A SHORT-TERM AFFECT, BUT OVER TIME IT WOULD DIMINISH OUR STATUS AS THE RESERVE CURRENCY. IT'S ALSO POSSIBLE TO HAVE MORE THAN ONE RESERVE CURRENCY, AND THERE HAVE BEEN TIMES WHEN THAT WAS THE CASE. SO IT'S NOT REALLY CLEAR." 원문 1:07:00 근처에 나온다. 다만 RESERVE가 "LARGE"로 오타가 나있다. [32] 유로화는 유로권내의 경제 강국(북유럽)과 경제 약소국 (남유럽)간의 지역차 문제가 크고, 위안화는 주로 서방측의 전문가들은 불투명성을 단점으로 든다. 다만 그럼에도 이들 통화가 달러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달러는 유사시 미국이 보유국이나 사용국을 다양하게 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거리가 있는 제3세계 국가에서는 유로와 위안은 그런 면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만 하다. [33] 중도파에 가까운 파월 의장이 2021년 후반부터 역사적으로 보기드문 초강경 매파적 해법으로 세계금융의 메타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 단순히 경제 안정화를 넘어 이를 목표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중이다. 사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 중앙은행을 대신한 연방준비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므로, 그들이 그 지위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이상할게 전혀 없다. [34]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은 이후, 달러 보유액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늘리며 한 때 세계 8위에 까지 올랐던 사례를 들 수 있다. [35] 여기에 폴 볼커의 고금리가 인플레로 하락하던 달러의 가치를 유지시켰다. 물론 그 부작용은 적지 않아서 카터 행정부는 재선에 실패했고, 전반적으로 미국의 제조업이 박살났다.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고착화되었는데, 일부 논객들은 이의 전후 사정을 혼동하여 기축통화가 되려면 반드시 무역 적자를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36] 금과 은을 국가에 축적시키는 것이 곧 국가의 부흥이다. 금속의 수출은 나라를 망치는 행위이며 반역이다. [37] 중립국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쟁 등의 국제정치적 위기에 휘말릴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기에 한해서는 기축통화로 기능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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