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08 19:42:40

프레임 오브 마인드

||<-3><tablealign=center><tablebordercolor=#e2e2e2><bgcolor=#f0f0f0,#000>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단행본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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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f0f0f0,#000><colcolor=#663399,#ffffff> 1권 <colbgcolor=#ffffff,#191919>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colbgcolor=#f0f0f0,#000><colcolor=#663399,#ffffff> 2권 <colbgcolor=#ffffff,#191919> 황장미 혁명
3권 가시나무 숲 4권 로사 카니나
5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6권 발렌티누스의 선물 (후편)
7권 사랑스러운 세월 (전편) 8권 사랑스러운 세월 (후편)
9권 체리 블로썸 10권 레이니 블루
11권 파라솔을 쓰고서 12권 어린양들의 휴가
13권 한여름의 한 페이지 14권 가을바람 솔솔
15권 레디, GO! 16권 버라이어티 기프트
17권 챠오 소렐라! 18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
19권 인 라이브러리 20권 여동생 오디션
21권 장미 밀푀유 22권 미래의 백지도
23권 흐린 창의 저편 24권 가면의 액트리스
25권 커다란 문 작은 열쇠 26권 크리스크로스
27권 너를 찾아서 28권 프레임 오브 마인드
29권 장미꽃관 30권 반짝반짝 빙글빙글
31권 마거리트에 리본 32권 졸업 전 작은 풍경
33권 헬로 굿바이 34권 리틀 호러즈
35권 마이 네스트 36권 스텝
37권 페어웰 부케 (完) }}}}}}}}}}}}
파일:마리미떼 28.png
부제 프레임 오브 마인드
フレーム オブ マインド
발매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2009년 7월 20일
파일:일본 국기.svg 2007년 6월 28일
1. 개요2. 이야기거리
2.1. 프레임 오브 마인드 I ~ X2.2. 수록된 단편집들
2.2.1. 단편1-4월의 데자뷰2.2.2. 단편2-세 잎 클로버2.2.3. 단편3-마른 나무에 새싹2.2.4. 단편4-노란 실2.2.5. 단편5-서투른 공주2.2.6. 단편6-빛의 봉오리(bouton)2.2.7. 단편7- 온실의 요정2.2.8. 단편8-도플 괴담2.2.9. 단편9-A Roll of Film
3. 미디어 믹스4.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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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방과 후, 쓰레기통을 비우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1층 복도를 걷고 있던 후쿠자와 유미는 뒤에서 ‘저어,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 하고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돌아보니 학생 셋이 샌드위치처럼 몸을 찰싹찰싹 붙이고 서 있었다.
“일하시는 중에 죄송해요.”
낯익은 얼굴은 아니지만 아마도 1학년 같았다. 그리 친하지 않은 상급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하급생 특유의 긴장감이랄지, 그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되도록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솔선해서 얘기를 해줬으면――하는 마음이 태도에 나타나 경단꼬치처럼 돼버린 것이다. 아니, 샌드위치였나.
“이것만 교실에 가져다 놓으면 되니까 괜찮아.”
유미는 쓰레기통을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고.
그러자 ‘어서’ 하고 다른 두 사람에게 떠밀려 나온 학생이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머뭇머뭇 내밀었다.
“어?”
일단 받아든 유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발렌타인 데이 기획으로부터 며칠 지난 어느 날.
한나절 데이트를 하기 조금 전에 있었던 작고 작은 일이었다.
타케시마 츠타코가 개인적으로 소지한, '찍었지만 공개할 수 없는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가 나열된 작품. 액자식 구성을 따르고 있으며, 후쿠자와 유미 타케시마 츠타코를 사적으로 장미관에 초대한 것과, 'タケシマツタコ'(=타케시마 츠타코)라고 쓰인 의문의 필름통을 이야기의 줄기로 둔 채 짤막한 단편들이 늘어서 있다.

2. 이야기거리

2.1. 프레임 오브 마인드 I ~ X

본권의 타이틀이자 매번 단편집이 그랬듯, 각 단편 사이에 낀 책등 역할을 하는 에피소드. 시간적으로는 < 크리스크로스>에서의 발렌타인 이벤트의 뒤이며, < 너를 찾아서>에서의 발렌타인 데이트를 하기 전. 3학년 송별회에 낼 사진전에서 졸업할 사진부 선배들과[1] 사진 대결을 하게 된 타케시마 츠타코. 조건은 미공개 사진의 전시이기에, 축제에 냈던 좋은 사진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츠타코는 교실에서 사진들을 뒤적인다.

이때 유미가 좁은 책상에서 작업을 하다 사진을 떨어트린 츠타코를 돕다가 “ 장미관에 와서 작업하는 건 어떠냐”며 츠타코를 초대한다. 이후 오늘따라 츠타코를 찾는 사람이 많아 계속 손님이 찾아오는 통에 바쁘게 응대하다가, 유미가 서두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건네받은 츠타코의 이름이 적힌 정체모를 필름통을 놓고서도 토론하는 등 츠타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프레임 오브 마인드 X에서 츠타코 이름이 적힌 필름통의 주인이 밝혀지는데, 놀랍게도 나이토 쇼코가 츠타코를 몰래 피사체로 삼아 도둑촬영한 사진들이어서, 보기 드물게 츠타코가 당황하게 된다.

이야기의 큰 줄기로 기능하는 '프레임 오브 마인드 I ~ X' 외에도, 아래의 짧은 단편이 실려 있다. 이 단편들이 츠타코의 사진과 얽힌 에피소드가 대부분이기에 츠타코가 릴리안 여학원 사관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2]

2.2. 수록된 단편집들

2.2.1. 단편1-4월의 데자뷰

사고로 인해 1년 늦게 릴리안 여고 1학년을 시작한 '스즈모토 이치고'와, 그녀의 바로 앞자리인 '스즈키 후타바' 양, 그리고 그녀의 언니인 '카즈에' 양의 이야기. 사고 후 미묘하게 느껴지는 데자뷰의 근원에는 과거에 있던 일이 관계되어 있었다.

2.2.2. 단편2-세 잎 클로버

릴리안 여고의 팜므파탈로서 쇠르(자매) 관계의 파탄을 가져오는 공적 '타츠나미 마유'의 에피소드. 시기상으로는 발렌티누스의 선물 전편~ 발렌티누스의 선물 후편 정도이며, 마유는 유미와 동급생으로 특히 타누마 치사토와 친하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부모님의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사실 자신은 그렇게 칭송받을만한 미소녀가 아니며, 공부도 뭣도 잘난 것 하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산다. 특히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코이소 아케미는 착하고 순한 아이였는데, 아케미와 릴리안 여학원 유치원 시절 네잎클로버 찾기 대결에 매달렸지만 자신은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아케미만 성공했던 기억이 있어, 자신은 역시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고등부에 진학해서도 자신처럼 평범한 학생은 언감생심 학교의 슈퍼스타인 부통들의 여동생은 엄두도 내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테니스부 선배인 모토야마 사카에의 쇠르 제안을 받고 자신에겐 이런 평범한 관계가 맞는다면서 받아들인다. 자극도 설렘도 없는 자매 관계였지만, 그렇게 평범하게 생활하던 와중 2개의 사건이 마유를 크게 자극한다.

첫 번째는 <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에서 후쿠자와 유미 로사 키넨시스 앙 부통인 오가사와라 사치코의 쁘띠 쇠르(여동생)이 된 일이다. 항상 유미를 자신보다도 평범한, 세 잎 클로버같은 학생으로 여기던 마유는 사치코의 여동생이 된 유미가 점점 빛나는 네 잎 클로버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유미가 특별한 게 아니라 사치코가 가진 특별한 힘이 여동생을 빛나게 바꿔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자신에겐 그랑 쇠르(언니)가 있고, 릴리안 여고의 평범한 학생은 그랑 쇠르에게 먼저 ‘쇠르 관계를 파기하자’는 말을 절대 하지 못한다.

이때, 황장미 혁명이 터진다. 시마즈 요시노가 자신의 언니인 로사 페티다 앙 부통 하세쿠라 레이에게 로사리오를 돌려주며 관계의 파약을 요청한다. 이 사건은 일대 붐을 일으켜, 자신들도 그런 비운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평범한 학생들(e.g., 카츠라)을 부화뇌동하게 만들고, 릴리안 여고에서는 연쇄적인 쇠르 파약이 이어진다. 그런 분위기를 틈타 마유도 자신의 언니인 사카에를 차 버린다. 그녀는 이후 자신을 빛내줄 언니를 찾아다니며 여동생이 있는 2학년들에게 접근하 수많은 쇠르 관계를 파탄내고 다니고, 그와중 자신이 차버린 언니에게 새롭게 여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동요한다.

이후 오랜만에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과거의 언니인 사카에를 만나는데, 사카에는 항상 그랬듯 쇠르 관계가 깨어진 뒤에도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를 보며 마음이 흔들린 마유는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이때 나타난 사카에의 새로운 여동생, 유치원 시절 자기보다 먼저 네 잎 클로버를 찾았던 아케미를 보고서 충격을 받는다. 천사처럼 착한 아케미가 과거의 언니를 훌륭하게 보좌하는 것을 보며 마유는 그 앞에서 조용히 물러난다.

이후 그나마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인 타누마 치사토와 대화하는데, 치사토는 발렌타인 데이트에서 요시노만 찾는 레이에게 호되게 당하고 왔다. 하지만 치사토는 서러워한다기보다는 콩깍지가 살짝 벗겨진 면모를 보인다.
사실 내가 좋아하던 하세쿠라 레이 님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에는, 시마즈 요시노 상의 비중이 컸어. 요시노 상을 여동생으로 두지 않은 레이 님은, 그렇게 멋지지 않을 것 같아.

이는 데이트 전에 마유가 (자신이 하듯이) “요시노 상에게서 레이 님을 빼앗아버려”라고 말했던 것에 대한 결과 보고였다. 이에 마유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나도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하곤 해. 사카에 님에게 새로 생긴 여동생이 그 천사표 아케미라는 점에서, 나는 마리아님께 완패했어. 그리고 아케미 상을 곁에 둔 사카에 님이, 갑자기 엄청나게 멋진 여자로 보였어. 내가 버린 언니는,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아케미인 것만으로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지 뭐야. 그것을 이제야 알았어.

마유는 후련해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묶어오던 클로버에서 해방됨을 느낀다.

2.2.3. 단편3-마른 나무에 새싹

버라이어티 기프트의 '쇼콜라와 포트레이트'에서 이어지는, 나이토 쇼코의 친언니인 나이토 카츠미의 에피소드. 해당 단편에서 잠시 나온 카츠미의 에리코에 대한 의식이 더욱 자세히 다뤄진다. 카츠미는 항상 새침한 얼굴로 만사에 무심한 듯이 굴면서도 공부건 인간관계건 모든 것에서 누구보다 뛰어났던 토리이 에리코를 보면[3]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 반발심을 느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에리코에게 끌리고 있었다.

카츠미는 에리코를 라이벌로 삼아 3년 내내 쇠르도 만들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일본 최고 명문대학의 최고 학부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에리코가 주사위를 굴려 예술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부터 같은 경쟁의 장에 서지도 못했다’는 걸 깨닫고 극도의 허탈감에 빠진다. 이후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에리코가 눈앞에 얼쩡거리지 않으니 항상 마음이 공허했던 카츠미는 신년 정월로부터 조금 지난 어느 날, 여동생 쇼코가 가져다준 1장의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시점은 보름 전으로 이동해, 12월 중순, 카츠미는 쇼코가 빌려간 영어사전을 가지러 쇼코의 방에 들어가서 책장을 훑어보다가, 소녀소설과 패션잡지의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던 전문적인 사진 공부를 하는 책을 발견하고 의문을 느끼고, 이어서 책장에 만들어 놓은 비밀 공간에서 자신과 쇼코가 같이 초콜릿을 먹는 사진이 찍힌 것을 액자에 넣어 소중히 보관해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 사진은 버라이어티 기프트 시점, 즉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 도중에 찍힌 것이었다.

고등부의 이벤트에 몰래 숨어든 쇼코가 에리코에게 쫓길 때 카츠미가 구해주고서 에리코에게 무섭게 화를 내는데, 에리코는 “카츠미 상, 네가 그런 얼굴을 하는 건 처음이네. 생각보다 정상이라 다행이야.”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다. 에리코가 평소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카츠미는 에리코가 자신을 봐 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에리코에게 주려 가져온 초콜릿은 주지 못했지만 그것을 쇼코와 나눠먹는다. 그리고 이 장면을 쇼코의 의뢰를 받은 타케시마 츠타코가 찍어준 것이고, 이후 여동생 오디션 편에서 쇼코에게 사진이 전달되며 츠타코와 쇼코는 인연을 맺는다.[4]

쇼코와 함께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찍힌 자신의 모습은 그 자신조차도 앨범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찍혀있었다. 그간 사진에 찍혀도 항상 구석에서 에리코에 대한 투쟁심, 혹은 자신을 이기려는 극기[5], 하여튼 항상 무언가와 싸우는 듯한 맹렬한 눈빛을 한 자기 모습만 보던 카츠미에게, 구김없이 편안하게 웃는 자신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를 통해, 자신은 에리코에 대한 대항심을 불태우며 경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에리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웃고 싶었던 것이란 걸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다 늦어버린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카츠미는 분한 눈물을 흘린다.
이후 새해 정월, 카츠미는 릴리안 여학원 근처 신사에 간다. 작년에 수험 오마모리( 부적)을 사러 왔던 3명의 친구들과 다시 1년 뒤에 모이기로 약속한 것을 생각하며 갔지만 그 친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카츠미만이 빨리 용건을 보고 돌아가야겠다며 신사에 들어간다. 그 해의 운세( 오미쿠지)를 뽑았는데, 전년과 같은 길(吉)이 나왔지만 작년에는 '바라던 사람은 찾아오지 않으니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문구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바라던 사람이 찾아온다'는 문구가 나와서 황당해한다. 이걸 보며 카츠미는 작년 운세를 받고서, 그에 코웃음을 치면서도 자신이 에리코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에리코를 위한 부적을 하나 더 사서 몰래 신발장에 넣어둔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그 행동은 카츠미의 평소 행실에 비춰 엄청나게 위험한 짓이었고[6], 지금은 작년 자신의 행동을 비웃으며 오미쿠지를 매달아놓을 나무를 찾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인파의 속에서 타케시마 츠타코를 발견하고서 또다시 옛날 생각을 한다. 카츠미는 재작년 릴리안 여고 학원제에서 츠타코가 찍은 에리코의 멋진 미소를 담은 사진의 전시를 보고,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붙박혀있었다. 이쯤 되면 진짜… ‘자꾸 청승맞게 옛날 생각만 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며 카츠미는 낡은 전년도 부적을 태워 공양하는 장소를 향하면서, 눈물이 차오른다. ‘이건 다 연기 탓이야’라고 생각하면서 걸어가 목적지에 도착한 카츠미는, 그곳에 있던 한 사람을 보고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줄을 서서 부적 태우기를 기다리던 사람 중에 토리이 에리코가 있었고, 에리코는 카츠미를 보고서 반갑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에리코: 어머나, 여기서 카츠미 상을 만나다니.
카츠미: 어째서.
에리코: 아아, 작년 멤버도 아닌 내가 와 있어서 놀랐나 보구나? 짜잔─. 실은 나도 이 신사의 부적을 갖고 있었어.
카츠미: ──.
에리코: 이게 말이지, 3학년 3학기 개학식 날 내 신발장에 들어 있었지 뭐야. 결국 누가 준 건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응시한 학부마다 전부 합격했으니까 효험은 있었나 봐. 그래서 레이… 여동생한테도 사줄까 하고. 그 아이, 올해 수험생이거든.
카츠미: 그, 그래.
에리코: 카츠미 상네가 왜, 1년 후에 부적을 태우러 가자고 얘기했었잖아? 그래서 혹시 만나지 않을까 하고 와봤는데, 오길 잘했네. 정확한 시간을 몰라서 적당히 왔는데도, 의외로 만나려면 만나지는구나.

에리코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도, 카츠미는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에리코의 “효험이 있었다”느니, “오길 잘했다”느니 하는 말이 마음 속에서 통통 뛰논다고 느낀다. 에리코는 “과제가 바쁘다”느니, “남자친구(야마노베)와 스케줄 맞추는 게 힘들다”느니, “오빠들이 나를 남자친구와 떼어놓으려 한다”느니 하는 근황을 전하는 불평 섞인 스몰토크를 늘어놓고 카츠미도 이에 “나도 내 여동생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때가 되어 나란히 부적을 태우고서는,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내일 다시 볼 친구처럼 “또 보자”는 말을 나누고 헤어진다. 에리코를 보내고 나서 카츠미의 마음속으론 수많은 상념들이 스쳐간다.
15분쯤 함께 있었을까, 에리코 상은 조금 있다 누구와 만날 약속이 있다고 했다. 그건 고등부 시절의 여동생 하세쿠라 레이 상일까. 아니면, 졸업 직전에 소문이 무성했던 그 하나데라 학원 고등부 과학 강사일까.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까 힐끗 보인 타케시마 츠타코 상을 불러 세울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분명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예전부터 친했던 친구처럼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었을 테니까.
조금은 어색했을지 몰라도 나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 꿈결 같은 시간 속에서.
결국 그렇게 난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카츠미는 쇼코가 건넨 사진을 충격 속에 들여다본다. 츠타코가 “에리코 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쇼코에게 건넸다는 그 사진은, 츠타코의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는 에리코의 뒤에 작게 카츠미가 찍힌 사진이었다. 카츠미는 에리코를 곧 만나게 될 줄도 모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오미쿠지를 묶어놓을 나무를 찾으며 작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웃고 있었기 때문. 쇼코는 사진을 건네며 사실 줄까 말까 고민했다고 하는데, 이에 카츠미는 ‘1년 전의 나였다면 본심을 들켜서 화를 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기에, 솔직하게 “고맙다”고 하며 사진을 받아든다. 그리고 쇼코는 카츠미에게 “사실 이 사진을 2장 인화했어. 나머지 1장은 에리코 님에게 보내줘.”라고 말한다. 방을 나서는 쇼코에게 카츠미는 나지막히 “츠타코에게 고맙다고 전해주렴.”이라고 당부하고, 쇼코는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고 부끄러워하며 방을 나선다.
카츠미는 사진을 보낸다는 구실로 에리코에게 편지를 쓰려고 한다. 그때 말 못했던 대학 얘기나 릴리안 여고 시절 이야기나, 뭣하면 만나러 가서 이야기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자신들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동지라는 그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카츠미는 완전히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잃어버렸던 공부의 의욕도 에리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고, 같은 눈높이로 웃고, 서로 다른 길을 걷다 마주쳐도 자신이 살아가는 삶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다시 되살아난다. 1년만에 만난 에리코는 메말랐던 카츠미의 삶을 순식간에 초록빛으로 물들여놓는다.
이제 곧 봄. 말라버린 듯 보이는 나무에도 이제 곧 초록빛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난다.

2.2.4. 단편4-노란 실

토리이 에리코 하세쿠라 레이를 쁘띠 쇠르로 들이는 이야기. 에리코는 늘 특이한 것에 이끌렸고, 로사 페티다 앙 부통이라는 지위에서 어떤 예쁜 아이건 여동생으로 골라잡을 수 있었음에도 키가 껑충 큰 소년같은 1학년생을 선택했다. 그간 밝혀지지 않던 에리코-레이 자매의 첫 만남과 쇠르 결연까지를 담은 이야기다.

2.2.5. 단편5-서투른 공주

‘정의의 사자’가 되길 꿈꿔왔던 히로미[7]와, 그녀가 초등학교 때 곁에 두며 괴롭힘으로부터 지켜주며 귀여워했던 1년 후배 미이케 사유리와의 엇갈린 우정의 이야기.

히로미는 외부 중학교에서 수험을 치러 릴리안 여고에 입학한 학생이다. 그녀가 릴리안 여고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공립초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후배 사유리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사유리는 작고 약하며 소심한 아이여서, 짓궂은 남자아이들로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특히 ‘미이케’라는 성씨 때문에, ‘삼색 고양이’라는 뜻의 ‘미케’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히로미는 사유리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쫓아버렸고, 사유리를 여러 모로 챙겨주었다. 사유리의 흐트러진 머리를 새로 묶어주기도 했고, 음료수 캔을 대신 열어주기도 했고, 우산을 반듯하게 접어주기도 했다. 사유리보다 1년 먼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립중학교에 진학한 히로미는 ‘중학교에서도 사유리를 돌봐주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유리는 히로미가 다니는 학교 대신 입시를 치러 릴리안 여중으로 진학했다. 사립학교, 특히 릴리안 여학원은 거친 분위기의 공립학교와 달리 아이들이 얌전하고 착하기 때문이었다.

히로미는 다시 사유리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공부하여 릴리안 여고에 입학했다. 1년이 지나 히로미가 고등부 2학년으로 진급하고, 사유리는 중등부를 졸업하고 고등부에 입학하여, 둘은 다시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학교에서 다시 사유리를 만난 히로미는 무척 기뻐했지만, 반면 사유리는 어딘지 당황스럽고 어색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히로미는 종종 사유리네 교실(1학년 동백꽃반)으로 찾아갔고, 사유리에게 “초등학교 시절처럼 편하게 ‘칸 짱’이라고 불러줘.”라고 말하며 다시 예전처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유리는 “우리 학교의 규칙이니까요”라며, 릴리안 여학원의 관습대로 꼬박꼬박 ‘히로미 님’이라고 불렀다. 히로미는 그러한 호칭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져 서운했지만, ‘오랜만에 재회하여 아직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애써 좋게 해석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고, 이사까지 하여, 두 소녀는 꽤나 오랜만에 재회했던 것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 히로미는 사유리를 교실에서 데리고 나와 고등부 앞뜰 잔디밭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사유리와 같은 반 친구인 마사미가 “사유리!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잖아.”라며 정색했지만, 히로미는 “미케를 좀 빌릴게.”라며 무시했다. 릴리안 여학원은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엄격하기에 마사미는 감히 상급생인 히로미에게 대꾸하지 못했고, 히로미는 마사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주변에는 두 사람처럼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대개 임시방편으로 신문지를 깔고 앉아있었고, 히로미처럼 본격적으로 돗자리까지 준비해온 학생은 그리 흔치 않았다.

사유리는 애써 웃으며 히로미에게 호응해주었다. 히로미는 사유리가 싸온 비엔나소시지를 맛있게 먹었고, 사유리와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했고, “곤란한 일이 있으면 예전처럼 나에게 이야기해.”라며 사유리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사유리는 “ 릴리안 여학원 학교폭력 같은 것은 없어요.”라며 웃기만 했다. 그러다 히로미는 조금 전에 보았던 마사미의 딱딱한 얼굴이 문득 마음에 걸려 “아까 그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는 누구야?”라고 사유리에게 물었는데, 사유리의 말에 의하면 마사미는 중등부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라고 했다.

히로미는 점심시간 내내 사유리와 함께 놀다가, 점심시간이 끝나기 약 5분 전에 사유리를 1학년 동백꽃반 교실로 데려다 주었다. 2학년 등나무반 교실로 돌아가면서, 히로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사유리와 쇠르 서약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후, 히로미는 같은 반인 토도 시마코로부터 사유리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시마코는 자신의 쁘띠 쇠르(여동생)이자 사유리와 같은 반인 니죠 노리코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시마코의 말인즉, 사유리는 히로미에게 이끌려 야외에서 점심을 먹은 후 5교시 수업에 지각하여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히로미는 그럴 리가 없다며 반박했으나, 시마코의 말에 의하면 그날 1학년 동백꽃반의 5교시는 체육이었다는 것이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가려면 5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히로미는 “왜 미케는 나에게 ‘5교시는 체육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스러워 했으나, 시마코는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것일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히로미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한다.

얼마 뒤, 히로미는 청소시간에 쓰레기를 버리러 쓰레기 소각장에 갔다가 사유리와 마주쳤다. 히로미는 오가사와라 사치코 후쿠자와 유미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유미는 항상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다니는데, 유미와 절친한 그랑 쇠르(언니)인 사치코가 유미의 머리끈( 리본)을 하나 풀어서 그것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묶었다는, 쇠르 간의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히로미는 자신과 사유리도 그녀들처럼 돈독한 쇠르가 되기를 희망하며, 사유리의 머리를 묶고 있던 리본을 하나 풀어서 가져간다. 그리고 “내일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다.

다음날, 히로미는 등교하자마자 릴리안 여대 캠퍼스로 달려가 묵주(로사리오)를 샀다. 그리고 사유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타케시마 츠타코를 데리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츠타코는 작년에 히로미와 같은 1학년 복숭아반이어서 친분이 있었고, 사진부의 에이스이기 때문에 항상 쇠르 서약을 맺는 학생들로부터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사진기사 노릇을 도맡고 있는 아이였다. 히로미도 일찌감치 츠타코에게 쇠르 기념사진 촬영을 부탁해 놓았던 것이다.

히로미가 사유리에게 건네줄 묵주를 가지고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그곳에는 뜻밖의 인물이 사유리와 함께 나와 있었다. 사유리와 같은 반 친구인 마사미였다. 어리둥절해 있는 히로미에게, 마사미는 자신을 소개하며 “제가 히로미 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요.”라며,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히로미가 사유리와 마사미를 따라가는데, 츠타코가 “나도 같이 가자. 2대 2로 숫자를 맞추자.”라며 끼어들었다. 그리하여 4명이 마주 서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사미는 “히로미 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겠어요?”라고 정중하게 제안했지만, 히로미는 빨리 사유리에게 묵주를 걸어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아니, 너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고 했다. 도대체 알지도 못하는 마사미가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무척 신경이 쓰여, 그 의문이 해소된 뒤에야 쇠르 서약을 맺겠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사유리는 마사미의 뒤에 숨어버렸고, 마사미가 대신 입을 열었다.
마사미: 부탁드립니다. 이 이상, 사유리 상을 따라다니지 말아주세요.
히로미: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히로미는 깜짝 놀랐다.
마사미: 히로미 님은 초등학교 시절과 똑같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사유리 상은 이제 예전의 사유리 상이 아니에요. 그야, 옛날에는 괴롭히는 남자아이들로부터 지켜주셨을지도 모르죠. 사유리 상도 은혜는 잊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히로미는 마사미 대신 사유리 본인에게 직접 “미케, 마사미 상의 이야기가 정말이야? 너도 같은 생각이야?”라고 물었다. 내내 침묵하고 있던 사유리는 마침내 폭발하여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미케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저는 고양이가 아니니까요!!”
히로미의 호의는, 사실 사유리에게는 잊고 싶은 과거였다. 사유리는 히로미가 자신을 초등학생 시절 별명인 ‘미케’라고 불러대는 것과 괴로웠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자꾸 꺼내며 혼자 즐거워하는 것이 정말 싫었고, 어린 시절 자신을 지켜준 은혜는 있지만 전혀 반갑지 않았다고 한다. 공립학교에서의 생활이 힘들어 수험까지 치러, 아무도 괴롭힘을 당하던 자신의 과거를 모르고 아무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릴리안 여학원에 진학해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왜 또 자신의 앞에 나타나 예전의 트라우마들을 자꾸 들먹이느냐며, 사유리는 펑펑 울어버렸다.

또한 히로미가 분위기를 잡으며 자신을 데리고 나가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히로미가 빼앗아 먹어서(…), 그리고 히로미 때문에 5교시에 늦어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서 싫었다고. 히로미가 가져갔던 리본은 사유리의 친척이 프랑스 여행을 갔다가 사다준 선물이라 사유리가 무척 아끼는 물건이었고, 사유리는 히로미에게 리본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는데, 히로미가 자꾸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주었던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유리의 마음을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설레어 달려온 히로미는, 마사미와 사유리로부터 팩트폭격을 맞고 침몰한다. 결국 쇠르 서약을 맺자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고, 리본은 도로 돌려주기로 했다. 히로미와 다시 마주치기도 부담스러웠는지, 사유리의 신발장 안에 넣어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이제까지 정색하고 있던 마사미와 어색한 얼굴이던 사유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마주보고 활짝 웃으며 사라졌다. 하지만 히로미의 얼굴은 눈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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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의 우거지상(しかみ像)

히로미는 츠타코에게 “지금 이 순간의 교훈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라며, 사유리에게 거부당하여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한다. 츠타코는 “마치 <이에야스의 우거지상> 같구나.”라고 말했다. <이에야스의 우거지상>의 정식 명칭은 <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카타가하라 전역 화상(徳川家康三方ヶ原戦役画像)>으로,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다케다 신겐에게 패한 직후 이에야스의 초상화이다. “하지만 이후 이에야스는 일본 전역을 제패했으니까…”라며, 히로미는 지금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겨내리라고 다짐한다. 츠타코는 히로미의 우는 모습도 멋지게 사진에 담았고, 이 사진은 ‘공개 불가’로 분류된다.

2.2.6. 단편6-빛의 봉오리(bouton)

공립중학교에 다니던 호소카와 카나코는, 아버지 때문에 남자를 싫어하게 된다(18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 참조). 그래서 남자가 없는 학교에 가려고 여고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카나코는 남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의 시선에 아부하는 듯이 아양을 떠는 여학생들 또한 싫어했는데, 그런 여자애들로부터 ‘도립고등학교에 떨어져 사립고등학교에 간 멍청이’란 말을 듣기 싫어 초난관교인 릴리안 여고에 지원했다.

무사히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에 합격한 카나코는, 1년 선배인 후쿠자와 유미를 알게 된다. 키가 크고 머리카락이 길어서 좋든 싫든 누구에게나 금방 각인되는 카나코가, 유독 유미에게만큼은 기억되지 못했다. 여담으로 카나코가 등장 초기에 부르던 유미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내면 묘사로 나와서 그런지, 더욱 심각하다.
그 사람은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아름다워, 마치 한 편의 시 같았다.
예감이 들었다.
이 사람과의 만남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거라는.
···
마츠다이라 토코를 똑바로 바라보며, 일방적으로 퍼붓는 말이 끊길 때를 기다렸다가 ‘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라고 확실히 말했다.
아름다웠다.
가늘게 떨리는 입술. 힘이 들어간 눈. 싸움 같은 것과는 인연 없이 자랐을 법한 그 사람이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은 애처롭고도 숭고해 보였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온몸을 던져 지키는, 그런 극한의 아름다움이었다.
···
장마가 끝나자 유미 님은 점점 더 눈부시게 빛났다. 한동안 결석하던 로사 키넨시스( 오가사와라 사치코)가 다시 등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유미 님은 누군가가 없으면 빛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유미 님은 태양이다. 그렇게 스스로 빛을 발해, 그 빛으로 달이 된 우리들을 비추어주셔야만 한다.
카나코가 처음 유미와 이야기를 한 시기는 레이니 블루 시절이라, 유미는 자기 일이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그 특징적인 카나코조차 기억도 못했을 확률이 크다. 이후 파라솔을 쓰고서 에피소드로 완전히 다시 개화한 유미를 바라보며 하는 캐해도 정반대인데, 단편2의 타츠나미 마유의 경우 유미를 두고 그 사람의 언니가 자기 손에 들어온 여동생을 빛나게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 평범하기 그지없는 유미도 빛이 나게 된 거라 생각하는 반면, 카나코는 유미는 누가 주변에 있건 상관없이 빛나는 태양같은 존재라 자신들 달에게 빛을 비춰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2.2.7. 단편7- 온실의 요정

낡은 온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츠키(메이)와 '시'의 이야기. 낡은 온실에는 몰래 식물들을 가꾸는 요정이 살고 있다. ‘온실의 요정’이라는 존재는 전 학년의 궁금증을 사지만 깨지지 않는 꿈으로 남길 원한다는 공감대 덕분에 신문부도 본격적으로 취재를 자제할 정도인데, 사츠키는 어느날 낡은 온실에서 요정같은 선배 '시'를 마주치고 그로부터 식물 가꾸기를 돕게 되며 '메이(May)'[8]라는 닉네임도 얻게 된다.

사실 ‘온실의 요정’은 이렇게 한 학생이 특별한 계기로 끌여들여져 온실의 식물을 돌보게 되는 느슨한 모임이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가 환경정화위원회에 속하고 체육대회에선 2학년 소나무반인 것이 밝혀지며 이후 수학여행을 위해 1주일 간 사라지는 등, 본작의 흐름을 재현하는 와중 안 그래도 요정같은 이미지가 강한 토도 시마코로 오해하도록 서술되는데[9], 초반에 사츠키가 타케시마 츠타코와 동급생으로 나오기에, 사실 '시'는 사치코와 같은 학년이다.

2.2.8. 단편8-도플 괴담

동아리(만화연구부) 합숙에서 '미나토'[10]와, 미나토를 닮은 도플갱어를 둘러싼 이야기. 신장도, 마른 체형도, 짧은 머리도, 입고 있는 티셔츠 색까지도 비슷하지만 미나토보다 목소리는 낮았던 '그녀'는 누구였을까.[스포일러]

2.2.9. 단편9-A Roll of Film

나이토 쇼코의 짧은 이야기. 그녀는 어째서 타케시마 츠타코를 노리게 되었는가. 프레임 오브 마인드에서도 언급되는 3학년 송별회에서의 사진 배틀에서, 쇼코에게도 3학년들이 사진을 내 보라고 권한다. 이들은 평소 츠타코에게 짓눌려 살지만 그 부하인 쇼코에게 그걸 배로 쳐서 돌려주며 괴롭히는 듯이 귀여워하는 학생들이었고, 쇼코에게 사진 내기를 강권하며 무언가 하나 소재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쇼코는 필름통을 하나 사서 타케시마 츠타코(タケシマツタコ)라고 가타카나로 적고, 그 필름으로 몰래몰래 기회를 포착해 츠타코를 찍어나간다. 도둑촬영에다 츠타코가 안 그래도 민감하다보니 대부분은 무언가에 가리거나 흐릿하게 나왔지만, 단 1장만은 카메라를 든 진지한 츠타코의 옆모습이 찍혔다. 참고로 이 필름통을 잃어버려 돌아다니던 쇼코는 결국 프레임 오브 마인드 X에서 겉면에 츠타코 이름이 적힌 그 필름통을 놓고 주인이 누구인지 토론하던 차기 장미들과 츠타코, 마미 앞에서 자기가 주인이라고 실토한다. 쇼코는 여동생에 가까운 인물답게 본작에서 거의 초월자 수준으로 약점이 없고 모두를 훤히 들여다보는 츠타코를 유일하게 당황시킨 인물이 되었다.

3. 미디어 믹스

전권 < 너를 찾아서>를 마지막으로 마리미테 애니는 끝났지만, <프레임 오브 마인드>와 이 권에 실린 단편 중 <마른 나무에 새싹(枯れ木に芽吹き)은 라디오 드라마에 수록되었다. 나이토 카츠미의 성우는 나즈카 카오리가 맡았다. 프레임 오브 마인드 전후편[12] 마른 나무에 새싹[13]

4.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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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년 송별회와 달리, 올해부터는 졸업하는 3학년들도 작품을 출품하거나 공연을 하는 데에 참여하게 되었다. [2] 농담이 아니고 진짜 웬만한 일에는 다 끼어있다. [3] 에리코는 게으른 천재의 대표주자였다. 이런 에리코에게 패배감을 준 것은, 진짜 수재인 미즈노 요코였다. 사랑스러운 세월 후편의 졸업식 장면에서의 회상으로 밝혀진 과거. [4] 이후로는 쇼코가 사진부에 가입해 츠타코를 따라다니는 사이가 되지만 쇠르는 되지 않았다. [5] 카츠미의 이름의 카츠()가 바로 이길 극자로, 무서운 승부욕을 가진 카츠미의 성격을 나타내는 이름값을 하는 이름이라 볼 수 있다. [6] 그야 당연히, 항상 에리코에 대한 경쟁심만 불태우던 까칠한 공부벌레 카츠미가 에리코의 신발장에 연서라도 넣어두듯 부적을 넣는 광경을 들키기라도 하면 카츠미는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7] 1인칭 시점이며, 릴리안 여학원의 관습에 의해 성씨는 언급되지 않는다. 사유리가 말하는 히로미의 어린 시절 별명이 ‘칸 짱’이었던 점으로 보아, ‘히로미’의 ‘히로’는 인 모양. [8] 사츠키(皐月)는 5월이라는 뜻이다. [9] 비슷한 서술 트릭이 사용된 에피소드로 인 라이브러리의 '도서관의 책', 한여름의 한 페이지의 '할아버지와 함께'가 있다. [10] 2학년 때 후쿠자와 유미, 시마즈 요시노, 타케시마 츠타코, 야마구치 마미 등과 같은 소나무반이 된다. [스포일러] '아리코'를 자칭하던 그녀는 하나데라 학원 고등부 학생인 아리스가와 킨타로였다. [12] 전반부는 버라이어티 기프트의 <양 한마리가 울타리를 넘어>이다. [13] 버라이어티 기프트의 <쇼콜라와 포트레이트>와 연결되는 에피소드이기에 같이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