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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553F2A> 프랑수아 쿠프랭[1] François Couper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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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화가가 그린 초상화[2] | |
<colcolor=#FDEAAF> 출생 | 1668년 11월 10일 |
프랑스 왕국 파리 | |
사망 | 1733년 9월 11일 (향년 64세) |
프랑스 왕국 파리 | |
직업 | 작곡가, 음악가, 음악 교사 · 이론가 |
악기 | 건반 악기 |
사조 | 바로크 음악 |
[clearfix]
1. 개요
바로크시대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건반 악기 연주자이자 음악 교사이자 음악 이론가.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 분야에서 중요한 작곡가 중 한명이다.2. 생애
당대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일가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쿠프랭 가문에는 삼촌인 루이 쿠프랭도 나름 유명한 작곡가라서 보통 프랑수아 쿠프랭을 대(大) 쿠프랭(Couperin le Grand)으로 부르곤 한다.[3] 쿠프랭 가문은 생제르베생프로테 성당에 몇 대째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꿰차면서 성당 사옥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쿠프랭도 생 제르베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었다.2.1. 베르사유 궁 입성
그러다 1693년에 베르사유 궁의 루이 14세의 오르가니스트 네 명중 한 명으로 뽑힌다. 오르간 연주를 틈틈히 하면서도 귀족 들과 왕족들의 레슨을 뛰기도 했다. 1717년부터는 장바티스트앙리 당글베르[4]의 뒤를 이어 건강 악화를 이후로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궁정 클라브생 음악 감독 자리에 있었다[출처]. 이후 이 자리는 딸인 마르게리트 앙투아네트가 이어받는데, 최초의 궁정 클라브생 여성 연주자였다. 18세기로 넘어갈 즈음에는 당대 프랑스 건반 음악의 본좌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3. 작품 세계
쿠프랭이 주로 작곡한 곡들은 건반 악기를 위한 것으로, 클라브생이나 오르간 곡들이었다. 물론 오늘날의 피아노로도 연주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또 색다른 맛이 나게 된다. 쿠프랭은 대략 250여 곡에 달하는 많은 건반 작품들을 제각기 부제를 붙여 놓았는데[6], 이 부제가 또 공들여 명명된 티가 역력하다. 아무튼 이러한 음악사적 업적을 통해, 쿠프랭은 장 필리프 라모와 함께 프랑스 바로크 건반 음악을 하드캐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3.1. 쿠프랭 음악의 특징
오랫동안 이탈리아 양식과 프랑스 양식이 프랑스 음악공화국을 양분했다. 나는 작품에 장점이 있으면 높이 평가할 뿐 작곡가가 누구이고 어디 국적인지는 관심이 없다.
- <클라브생 연주법> 중
- <클라브생 연주법> 중
륄리가 짱먹고 있던 당대 프랑스 극음악과는 달리 기악곡에서는 이탈리아 음악의 양식이 크게 유행했는데, 쿠프랭 본인은 이탈리아 음악의 열렬한 빠 였는지 자신의 이름을 심지어 이탈리아 풍으로 적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복잡한 기교보다는 굉장히 잘 정리되고 세련된 악상에 크게 의지하며, 연주할 때 쇼맨십적인 요소는 극도로 배제되고 해석과 몰입을 요구한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딱 알 수 있겠지만, 동시대의 음악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특이하다.
3.1.1. 클라브생
쿠프랭의 많은 클라브생 곡들은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에 더하여 일정 부분 감수성을 자극하는 성향이 있어서, 특히 느린 곡의 경우 가만히 감상하다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센티해지고[7] 뜬금없이 잔잔한 아름다움이 밀려오는 추억돋는 분위기가 된다. 아무튼 이러한 특징이 있다 보니 바흐나 스카를라티의 곡들을 연주하다가 쿠프랭을 연주하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 쿠프랭의 음악은 음악의 성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음에도 그 단순한 구조에 확실한 힘을 불어넣은 작품이 많다.17년동안 4권의 작품집이 출판되었으며, 쿠프랭 자신은 작품들을 오르드르(ordres)라고 명명했다.[8]
표현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가장 유명한건 약을 한사발 들이킨 듯 지은 제목들. 한 예로, 치명적인 화살들(Les dars homicides)[9] 물론 제목이 없는 곡들도 있는데, 이들은 주로 알르망드, 쿠랑트와 같은 춤곡 이름이 붙어 있다.
3.1.2. 오르간 곡들
쿠프랭이 출판한 첫 작품들은 두 개의 <오르간 작품집>(Pieces d' orgue)로, 특이하게 각자 주제가 있는데 '교구 사용을 위한' 것과 '수도원과 수녀원에 적합한' 작품이다.3.1.3. 기타 기악곡
쿠프랭은 이탈리아 트리오 소나타들에게 열렬히 찬사를 보냈으며, 거기에 프랑스의 양식을 종합하려고 노력하였다. 심지어는 1724년 <코렐리의 신격화>(L' apotheose de Corelli)라는 소나타를 발표하여 다시한번 코렐리의 광팬임을 입증하였다.[10]또한 비올 작품집도 1728년 출판했는데, 다른 작곡가들의 비올 작품들에 비하면 프랑스적인 맛이 덜하다. 아마도 쿠프랭은 동년에 사망한 비올의 거장, 마랭 마레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을 것이다.
3.1.4. 종교 음악
남아있는 쿠프랭의 종교음악들은 조그마한 규모가 전부이다. <오소서 그리스도의 신부여>(Veni sponsa Christi)같은 모테트나 <테니브리[11]의 일과>(Lecons de tenebres)같은 성주간을 위한 작은 곡들 몇몇 개가 남아있다. 가장 큰 규모의 곡들도 4성합창에 두대의 바이올린 편성이 전부이며, 나머지는 통주저음만 딸려있거나, 비올라 다 감바, 플루트 정도만이 반주를 보충해주는 정도다.3.2. 주요 작품
▲ 건반을 위한 론도, 《신비의 바리케이드》(Les Barricades Mysterieuses).[12][13]
구성은 론도와 3개의 절(Couplet)로서 A-B-A-C-A-D-A. 보면 알겠지만 악보 자체가 굉장히 쉽기 때문에, 무치오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막 뗀 초보자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할 정도이다. 애초에 도약 자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음표들에서 보이듯이, 바로크 시대 악기들의 트한된 음량으로 큰 울림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강하게 엿보이는데, 이는 거의 현대 피아노의 댐퍼 페달의 사용까지도 예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바로크 건반 작품들에서는 논-레가토 내지 스타카토에 가깝게 연주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사운드를 신나게 뭉개도 곡이 망가지기는커녕 오히려 느낌이 살아나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진다.
분위기 있는 대로 잡아가면서 느리게 연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가 하듯이 매우 빠르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특히 타로의 경우 빠른 연주 속에서도 핵심이 되는 음표들을 쏙쏙 잡아내서 강조하기 때문에 굉장히 특색 있는 해석이 나온다.
▲ 건반을 위한 론도, 《Le Tic-Toc-Choc ou les Maillotins》.[14]
빠르고, 가볍고, 경쾌하고, 신난다. 위와 동일한 구성. 악보 자체만으로는 전혀 특별할 게 없어 보일 정도로 평이한 펼침화음과 지속저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15] 왼손 스타카토와 오른손 논-레가토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면서 이런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어린이를 위한 낭만파적인 연습곡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다른 바로크 시대의 건반 음악들과는 너무 위화감이 들 정도로 독특한 작품이다. 타로가 이 곡으로 뮤직비디오(?)를 낸 적이 있는데 그 특이한 컨셉으로 인해 클래식덕후 사이에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건반 작품, 《알람시계》(Le Réveille-Matin). 하프시코드 연주에 Olivier Baumon.
약빨고 표제를 정한 듯한 표제음악. 두도막 형식. 각 도막마다 그야말로 찰진 묘사가 돋보이는데, 이를 해석하고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도막의 앞부분에서, 아침 햇빛이 비치는 중에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에서 몸을 뭉개며 느긋하게 하품도 한 번 해 주고 눈도 한 번 비비는 듯한 나른한 주제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잠깐의 달콤한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으니, 곧바로 알람시계 종이 옥타브를 사이에 두고 맹렬한 트레몰로로 몰아치면서 잠을 확 깨워 놓는다.[16] 그런데 두 번째 도막에서도 이러한 대비는 똑같이 반복된다.
▲ 건반 작품, 《Musette de Taverny》. 피아노 연주 알렉상드르 타로. 원본 곡도 특이한데다 타로가 더욱 특이하게 해석하는 바람에 처음 들으면 이게 바로크 음악이긴 한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시대악기 연주 붐을 타고 80년대 이후로 빠르게 재조명을 받고 있으며, 바흐의 건반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흐의 악보를 정라하다가 BWV 587로 알려졌던 곡이 실제로는 쿠프랭의 "여러 나라 사람들 (Les Nations)"의 일부라는 것으로 밝혀진 게 유명하다. 녹음 역시 80년대 이후로 쳄발로로 녹음된 전집들이 많이 나왔으며, CD 분량 12장에 이르는 분량이다. 크리스토프 루셰, 스코트 로스의 전집이 각각 명반으로 이름이 높으나 구하기는 꽤나 어려운 편이다.
4. 이론가로써의 쿠프랭
1716년에 쿠프랭은 <클라브생 연주법>(L'art de toucher le clavecin)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바로크 건반 음악을 연주하는데 중요한 문헌이 될 뿐 아니라 난해하기로 유명한 쿠프랭 자신의 곡들을 이해할 때 굉장히 귀중한 책이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5. 기타
동시대의 같은 나라 음악가 앙트완 포르크레(Antoine Forqueray)가 La Couperin이라는 비올라 다 감바 곡을 썼다. 쿠프랭 역시 La Forqueray라는 곡을 썼다.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도 서신을 주고받았다고 전해지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없다.
먼 훗날 모리스 라벨은 자신의 《 쿠프랭의 무덤》 조곡에서 쿠프랭을 기념하기도 하였다. 다만 음악학적으로 쿠프랭을 분석한다거나 계승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건 아니고,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과 자신과 함께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전우들에게 헌정하는 의미. 라벨의 애국심은 정말이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쿠프랭의 곡들을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하기도 하였다. 그 밖에도 쿠프랭의 음악은 요하네스 브람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훗날 1880년대에 브람스는 쿠프랭의 클라브생 곡집을 다시 책으로 펴 내는 작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6. 관련 문서
[1]
현지 발음은 '프헝수아 쿠프행'에 가깝다.
[2]
거의 보기 드문,
가발을 쓰지 않은 바로크 시대 초상화 중 하나다. 그렇다고 쿠프랭의 가발을 쓴 초상화가 남아있지 않는것은 아니다.
[3]
바흐 가문의 유명 작곡가들 중에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대 바흐라고 일컫는 것과 같은 이치다.
[4]
유명한 음악가
장앙리 당글베르의 아들
[출처]
Bouvet, Charles. “Les Deux d’Anglebert et Marguerite-Antoinette Couperin.” Revue de Musicologie, vol. 9, no. 26, 1928, pp. 86–94. JSTOR, https://doi.org/10.2307/925975. Accessed 7 Apr. 2024.
[6]
음악에 부제를 붙어놓는 것은 프랑스 건반음악만의 특징이다. 이 제목들이 또 읽어보면 재밌고 흥미롭다.
[7]
특히 대표적인 예가 "
갈대"(Les Roseaux). 바로크 음악 특유의 무표정함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즐기기에 좋은 곡이다.
[8]
모음곡과 선곡집의 중간쯤에 해당된다.
[9]
다만 이것이 사랑의 신이 쏘는 화살이라는 설도 있다.
[10]
장 바티스트 륄리를 신격화 한 <륄리의 신격화>(L' apotheose de Lully)라는 곡도 있다.
[11]
성 목.금.토요일에 행하는 아침 기도와 찬미가.
[12]
왜 곡명을 이렇게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다고 한다. 상세는
영문 위키피디아의 해당 서술 참조.
[13]
당시 '신비의 바리케이드'라는 말은 귀부인들의 아름다운 속눈썹을 지칭하는 궁정 용어였다고 한다.
[14]
번역하기 꽤 까다로운데, 망치로 뭔가를 두드리는 의성어다. 직역하면 아마도 "땡강 땡강" 정도가 아닐까. 의역해서 《망치 소리》 정도로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겠다.
[15]
물론 이것도 실상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곡인데, 보듯이 왼손의 음역과 오른손의 음역이 거의 완벽하게 겹쳐져 있다. 아마도 클래식 분야에서 알려진 모든 곡 중에서 두 손의 음역대가 가장 크게 겹치는 곡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16]
참고로 최초의 자명종 시계는 1787년에 만들어졌으니 쿠프랭보다는 두어 세대 이후의 일이다. 오늘날의 자명종 시계와는 다소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