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백야극광)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어 보이는 표정이군요. 궁금한 게 있으면 당연히 최대한 대답해 드릴 수 있죠. 어쨌든 이곳에 왔으니 여러 가지로 폐를 끼치게 될 테니까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무기 말인가요? 이 낫은 이상한 「닌자」 사부가 남긴 겁니다. 그래서 아마도 보기 드문 것이겠죠. 뒷 부분이 조금 닳았지만 레디젤 렌치에서 수리해 주었어요. 제가 유일하게 사용할 줄 아는 물건인 셈이죠.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사실 여기가 더 편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여기저기 여행도 하고, 한 곳에 머물지도 않으니까... 괜찮지 않아요? 레드오일 렌치에 가입했던 이유도 비슷해요. 후에 거기서... 중요한 친구를 만났죠.
　음... 토끼요? 토끼가 어디 있죠?

여기선 당신이 가장 좋은 사람인 것 같군요. 당신은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더 쏟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당신과는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네요.
신경 쓰지 마요. 저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많이 지내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부모님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나중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이상한 사부였으니 제 성격에 이상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죠. 이 네 잎 클로버 책갈피는 어머니께서 제게 남겨준 유일한 물건인데, 클로버를 얻은 사람은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클로버 그림을 그려 드렸어요. 평소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제 사정을 어디까지 알고 있든지, 아니면 나중에 제 입에서 무슨 말을 듣든지... 만약 어떤 미치광이가 사방에서 절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로 제 일을 알려주지 말아요.　

어렸을 때부터 오빠와 함께 자랐어요. 부모님은 만나본 적이 없는데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씨앗을 찾으러 나갔다가 암귀의 손에 죽었고, 어머니는 저를 출산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착하고 강하신 분이셨다고만 들었어요.
그렇게 가르침을 받은 오빠도 매우 상냥하고 착해요. 가족들의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위해서라면, 네다섯 가지 일을 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계속 얘기했었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전 쭉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란 시기의 고아원에는 가난의 씨앗이 싹트고, 저를 포함해서 고아원에 질병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오빠가 제대로 된 일을 구했기 때문에 남들이 살 수 없는 약을 살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날이 돼서야... 그 「행복」이라는 것의 진실을 보고야 말았어요.
... 전 더이상 불행 속에서 행복이란 걸 찾을 수 있다는 말은 믿지 않아요. 모든 건 고통뿐인 거짓말이에요, 죽음으로만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고통이 끝나는 죽음이 오기 전에 저와 함께 바람이나 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