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23 01:41:45

훈작사

1. 개요2. 어형3. 번역4. 창작물5. 관련 문서

1. 개요

훈작사()란 "Knight" 또는 "Knight Bachelor"를 번역할 때 쓰이는 역어 중 하나다.

2. 어형

훈작사는 다음 세 단어 혹은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 훈/작/사
    • 훈(勳)
      공적(功績)을 가리키는 말. 전근대 동아시아에서는 "훈등"(勳等) 혹은 "훈위"(勲位)라고 하여 관직이나 작위를 주지는 않으나[1] 공훈을 평가하여 자잘한 특권이나 등용에 관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었고, 이는 근대에 이르러 상훈(賞勳) 개념과 결합하여 상훈 등급의 분류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현대에는 주로 서훈(敍勳)이나 훈장(勳章)을 가리킨다.
    • 작(爵)
      작위(爵位)를 가리키는 말. 작위는 신분 칭호를 뜻하며, 작위를 지닌 자는 사실상 혹은 명목상으로 봉국(封國)을 지닌 제후가 된다. 진한시대 군현제가 실시된 이래로 중앙화 기조가 꾸준히 강화되면서 실제 분봉하는 일은 거의 없어지거나 그 규모와 권한을 크게 축소한 수준으로 유지되어 사실상 명예작에 가까웠다. 위진남북조시대부터 송나라까지 개국작(開國爵)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나타났다가 원나라 성립과 함께 사라졌다.
    • 사(士)
      선비, 학자, 무사를 가리키는 말. 원래 선진시대 중국에서는 전사(戰士) 및 거기서 비롯한 하급귀족을 의미하였으나,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문관을 가리키는 말로 변모하였다. 중국사나 한국사에서는 주로 양반(兩班) 및 사족(士族)을 가리키고, 일본사에서는 사무라이(侍)를 뜻한다. 유럽사에 관해서는 주로 중세의 기사(騎士)나 서전트 등 가신 계급을 번역할 때 쓰인다.
  • 훈/작사
  • 훈작/사
    • 훈작
      훈등과 작위를 함께 이르는 말.

    • 위와 동일하다.

전근대에는 쓰이지 않던 말로서 기원은 불분명하나, 현대에 와서 "Knight"를 번역할 때 "기사"를 대신하여 쓰이며, 특히 영국의 상훈제도에서의 "Knight Bachelor"를 옮기는 데에 사용되고는 한다. 예컨대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Knight Bachelor를 "최하위 훈작사"로 번역하며, 역자에 따라서는 가터 기사단과 같은 서훈용 기사단을 "―기사단" 대신 "―훈작사단"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비슷한 말로는 "훈사(勳士)"가 있다. 이는 훈작사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독일어 "Edler"의 역어로 제시되어 있다. Edler는 형용사 "Edel"(고귀한)에서 파생된 말인데, 영어 " Esquire"와 유사한 용법을 지닌 말로서 기사보다 아래의 귀족 칭호였다.[2]

3. 번역

그러나 "훈작사"라는 단어는 사실 의미상으로나 사실상으로나 오역이다. 영어의 "Knight"는 원래 중세 초까지는 "섬기는 자", "종복"이라는 뜻을 지닌 말로서 노르만 왕조 성립 후 기마전사 봉건귀족으로서 기사를 가리키는 말로 변하였고, 이에 대응되는 유럽 대륙의 다른 단어들도 본래는 단순히 " 기병"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를 "기사"가 아닌 "훈작사"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상 부적절하며, 훈작사 자체도 용례가 있거나 의미적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의미가 불분명하다.

이 점은 특히 많이 쓰이는 "최하위 훈작사"와 "Knight Bachelor"를 비교해보면 더 극명한데, Knight Bachelor는 본래 "Knight"(기사)와 "Bachelor"(애송이)가 결합된 말로서 신참이거나 말단의 영세한 봉건기사를 가리키는 말이며, 봉건 세속 기사는 기사단의 기사와는 구별되는 신분이다. 기사나 준남작, 남작 등 여러 작위들이 근대에 이르러 귀족계급제도를 이루어 서임(敍任)되고 기사단 개념이 근대의 훈장 개념으로 이어진 점에서 알 수 있듯, 두 "기사"는 별도 체계에 속한 개념이며, Knight Bechelor는 제도적으로 어디까지나 "작위"이지 "훈장"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번역체계 상 모순이 벌어지고는 한다. Knight Bachelor는 훈작사를 써서 번역할 경우 "최하위 훈작사"로 번역되지만, 정작 같은 번역에서 그보다 낮은 등급을 지닌 대영제국(British Empire) 사령관(CBE; Commander), 장교(OBE; Officer), 구성원(MBE; Member)도 "훈작사"로 옮겨진다.[3]

"훈작사"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Knight의 역어로는 "기사"가 쓰이며, Knight Bachelor를 옮길 때는 전체 기사 계층 내에서도 하류층이었던 점을 고려하여 "하급 기사"로 옮겨진다.[4]

4. 창작물

게임 대항해시대에서는 작위 중 Knight를 "훈작사"로 번역하고 수습기사인 Squire를 "준훈작사"로 번역했다. 후속작들에서 훈작사 등급이 더 세분화되었는데, 예컨대 5편에서는 기사와 훈작사가 분리되어 기사 아래에 훈작사가 비정되었다. 외전인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는 한술 더 떠서 준팔등훈작사부터 일등훈작사까지 총 16개 등급으로 분화되었는데, 품계에서의 정-종처럼 각 등수 내에 준과 정으로 나뉜다.

게임 소녀전선의 등장인물 그리폰 라이언즈는 한국 서버 기준으로 작중인물들 사이에서 "훈작사"로 불린다. 사실 언어별 표기 및 번역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는데, 중국어로는 Sir의 역어인 "爵士"(작사)라고 불리고 일본어에서도 이와 상통하는 "サー"(서)로 번역되었으나, 한국어에서는 Knight에 주로 대응되는 "훈작사"가 되었고, 영어로는 아예 생뚱맞게 "Earl"( 백작)로 옮겨졌다. 제대로 번역할 경우 한국어에서는 "경"(卿), 영어에서는 "Sir"가 되었어야 한다.

5. 관련 문서


[1] 여기서 관직은 실직(實職)과 산직(散職)을 포괄한다. 즉, "훈등" 및 "훈위"와 "관등" 혹은 "관위"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별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이미 관직이나 작위를 지닌 사람은 훈등을 받지 않는다. [2] 동원어로는 앵글로색슨 잉글랜드에서 왕족을 가리키던 "Aetheling"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작위/유럽 문서의 기타 문단을 참고할 것. [3] 이 셋보다 높은 대십자 기사(GBE; Knight Grand Cross)와 사령관 기사(KBE; Knight Commander)는 자동으로 Knight Bachelor도 서임하며 경칭도 "Sir"를 받는다. 반면, 이들 셋은 별도로 기사 서임을 받지 않는다면 그러한 경칭을 쓸 수 없다. 참고로 Knight Grand Cross 및 Knight Commander는 Knight Bechelor와 관계가 없다. 후자는 봉건기사이고, 전자는 중세 기사단 간부 계급에서 따온 것이다. [4] 여기서 착안하여 "Knight Banneret"은 "상급 기사"로 옮겨지지만, Knight Banneret과 Knight Bachelor는 서로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관계는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작위/유럽 문서의 기사 문단을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