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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형법의 책임주의와 명칭은 비슷하지만 내용상 관련은 없다.
이러한 귀책사유에는 고의(故意)와 과실이 있는데, 형법상 고의와 과실(過失)이 효과 면에서 천양지차인 것과 달리, 민법에서 고의와 과실은 원칙적으로 별 차이 없이 다루어진다. 따라서 민법에서 넓은 의미의 과실은 고의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 원칙의 이름이 그냥 '과실'책임의 원칙인 것도 그 때문이다.
2. 과실의 개념과 종류
2.1.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
일반적으로 민법에서 과실이라고 하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추상적 과실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민법 제374조(특정물인도채무자의 선관의무)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주의의무의 정도가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이를 게을리한 것을 구체적 과실이라고 한다. 추상적 과실은 있어도 구체적 과실이 없으면 면책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민법 제695조(무상수치인의 주의의무) 보수없이 임치를 받은 자는 임치물을 자기재산과 동일한 주의로 보관하여야 한다.
2.2. 경과실과 중과실
과실은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에 따라 경과실과 중과실(중대한 과실)로 구분되는데, 이를 구분할 실익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상법 제137조(손해배상의 액) ① 운송물이 전부멸실 또는 연착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할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따른다.
②운송물이 일부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한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의한다.
③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운송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운송인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즉, 예컨대, 운송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운송인에게 경과실만 있었다면 물건의 가격만큼만 배상책임을 지지만, 중과실이 있었다면 민법상
채무불이행의 일반원칙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 통설적인 입장이다. 즉 상법 제137조 제3항에서 "모든 손해"의 의미에 관하여는 민법 제390조의 일반원칙에 따른 통상손해에 대한 배상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손해에 대하여는 채무자(운송인)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다. 반면 이에 관하여 "모든 손해"는 채권자(송하인)가 채무자(운송인)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모든 손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를 모두 포괄한다는 소수설이 있다.②운송물이 일부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한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의한다.
③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운송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운송인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3. 과실책임주의의 완화
일반불법행위의 경우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과 달리, 사용자책임, 공작물책임 등의 경우에는 사용자나 공작물점유자 등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그 밖에,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대개는 채무불이행책임)의 요건과 효과를 완화하는 경우가 있는데(소위 면책약관, 면책특약), 개중에는 채무자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예 고의로 인한 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으로 하는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풀이하는 것이 통설이다.
4. 무과실책임
그런데, 현대산업사회에서는 고속교통수단, 광업 및 원자력산업 등의 위험원(危險源)이 발달하고 산업재해 및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헌법이념의 하나인 사회국가원리의 실현을 위하여 과실책임의 원리를 수정하여 위험원을 지배하는 자로 하여금 그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의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위험책임의 원리가 필요하게 되었다(헌재 1998. 5. 28. 96헌가4 결정).위험책임의 원리는 위험원의 지배를 책임의 근거로 하여 위험을 지배하는 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원리로서 단순한 결과책임주의와는 다른 것이다(같은 결정).
이에 따라 자동차 운행 중의 대인사고, 원자력손해 등의 경우에는 해당 법률이 가해자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