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Dive bomber
독일어: Sturzkampfflugzeug
한자: 急降下爆撃機
1. 개요
Viel schwarze Vögel ziehen
Hoch über Land und Meer,
Und wo sie erscheinen, da fliehen
Die Feinde vor ihnen her.
Sie lassen jäh sich fallen
Vom Himmel tiefbodenwärts.
Sie schlagen die ehernen Krallen
Dem Gegner mitten ins Herz.
수많은 검은 새들이
육지와 바다 위에서 나아가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나는 곳에선
적들이 그들 앞에서 도망가네.
그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땅으로 급강하하네.
그들은 강철의 발톱으로
적의 숨통 한가운데를 친다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루프트바페의 군가 《 슈투카의 노래》의 가사 중 일부
Hoch über Land und Meer,
Und wo sie erscheinen, da fliehen
Die Feinde vor ihnen her.
Sie lassen jäh sich fallen
Vom Himmel tiefbodenwärts.
Sie schlagen die ehernen Krallen
Dem Gegner mitten ins Herz.
수많은 검은 새들이
육지와 바다 위에서 나아가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나는 곳에선
적들이 그들 앞에서 도망가네.
그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땅으로 급강하하네.
그들은 강철의 발톱으로
적의 숨통 한가운데를 친다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루프트바페의 군가 《 슈투카의 노래》의 가사 중 일부
1944년 라바울 주둔 일본 해군을 공습하는 미 급강하폭격기 전대의 모습. 급강하폭격기 시점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격은 성공적이었고 피격당한 일본 해군 함선은 곧 침몰하였다. |
목표 지역 상공에서 수직 또는 수직에 가깝게(50도 이상) 급강하하여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기. 폭탄에 추진체도 유도기능도 없고 자유낙하만 가능했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기술적 한계 안에서 정밀 폭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주요 참전국들 모두 보편적으로 사용하였다. 강하시 빗발치는 적의 대공포화를 정면으로 견뎌야 했고 실속 고도를 극복해야 하는 등 조종사의 기량이 요구되고 위험한 방식이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 현대에는 도태되어 없어졌으나 북한 등 현대적 항공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일부가 아직도 사용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전술이다. 조종사의 시점에서 급강하 폭격을 하면 어떤 환경에 처하는지는 영화 미드웨이를 참고하면 좋다.[1]
2. 급강하폭격의 등장 배경
읽기 전에 우선 아래의 내용을 쉽게 요약하자면, 급강하폭격은 컴퓨터 기술이 미비하던 시절 어떻게든 폭탄을 더 잘 맞추기 위해 등장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
수평폭격의 폭탄 궤적[2] |
이에 반해서 급강하폭격은 항공기가 폭탄을 껴안고 다이빙하듯이 급강하해서 목표물 머리 바로 위까지 근접한 후에야 폭탄을 투하하고 회피하기 때문에 급강하로 인해 폭탄 자체에 붙는 가속 + 수평힘은 없거나 미약하고 오직 수직힘만 존재 + 투하에서 명중까지 돌파해야 할 거리의 단축의 3중요소로 인해 태풍처럼 강력한 바람이라도 불지 않는 한 정확하게 목표를 명중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급강하폭격은 지상의 고정표적에 대해서는 포병이 대포를 미리 방렬한 후에 영점조절사격까지 끝내고 관측원의 연락까지 받아서 포격하는 것에도 견줘볼 수 있을 만큼 정밀한 공격이 가능했다.
사람으로 비유를 해 보자면, 수평폭격은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야구공으로 옆 빌딩 3층 창문을 맞히는 것이고, 급강하폭격은 번지점프를 하듯이 로프에 매달린 상태로 낙하하면서 바로 아래 화단에 떨어뜨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던져서 맞히는 것'과 코앞까지 내려가 '떨어뜨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울지 생각해 보면 급강하폭격의 장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급강하폭격은 세계대전 당시의 일반폭탄 명중률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정밀한 폭격이 가능했으며, 대포와는 달리 비행장, 급강하폭격기, 폭탄, 베테랑 조종사만 있으면 항공기의 항속거리 안에서 장거리를 비행해서 공격이 가능한 데다가 지원가능속도 및 횟수가 많으므로 대포 대용으로 충분히 지상전에서 유용하게 사용이 가능했다. 이건 지상공격 뿐 아니라 해상공격에서도 적용가능하므로 고속을 내면서 급선회가 가능한 함선이 대공사격으로 화망을 형성하더라도 다른 폭격과는 달리 정밀한 타격을 줘서 함선을 만신창이로 만들거나 격침시킬 수 있었다.
특히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경우 대공포의 성능이 좋지 못한 데다 레이더가 없어 견시의 대공관측에 의존하는 등 방공 관제 시스템이 미비했기 때문에 급강하폭격에 대응하기 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며 급강하폭격기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 바로 미드웨이 해전인데 카가의 견시원은 돈틀리스를 자신이 타고 있는 함선의 바로 머리 위에서 급강하중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발견하고 보고를 할 정도였다.
다만 급강하폭격기의 공격은 갑판과 상부구조물에 집중되기 때문에 특히 갑판장갑을 충실히 갖춘 전함이나 장갑항모의 경우 침몰에 이르는 피해를 입히긴 힘들었으며,[3][4] 이 측면에선 고공에서 내리꽂는 급강하폭격기보다 저공에서 항공어뢰를 투하해 흘수 아래 측면을 뚫어버리는 뇌격기가 더 효과적이기도 했다. 일본군의 D3A처럼 급강하폭격기의 폭장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욱 현저해졌다. 그렇다고 전함을 상대로 급강하 폭격기가 사용되지 않은건 아니라서 대공화기 등을 파괴하여 뇌격기가 공격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다.[5] 포스트 유틀란트 구조가 적용되지 않은 구식 전함을 상대로는 급강하 폭격기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기도 하고. 뿐만 아니라 숙련된 파일럿들은 급강하폭격 직후에 기총소사로 대공포 운용요원들을 쓸어버리면서 이탈하는 고도의 조종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급강하폭격의 특성상 함수나 함미부터 접근하기 때문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뇌격기와는 달리 대충 기관총 소사로 긁어버리면서 이탈할 수도 있었던 것. 대공포좌에 방탄판이 없었던 일본군 상대로는 꽤나 유용한 전술이었다.
폭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급강하란 부분만 보고 '하늘에서 수직으로 급강하하면서 떨어뜨리면 폭탄도 더 셀테니 쓴 방법인가?'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폭탄의 위력은 자체 작약에 달려 있지 폭탄의 낙하 속도와는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폭탄은 폭탄 자체가 움직이는 운동에너지로 타격하는게 아니라 화약의 힘으로 타격하는거다. 급강하 시 폭탄의 낙하 속도가 더 빠르므로 수평 폭격에 비해 관통 효과가 더 뛰어날 수는 있으며, 실제로 이를 노린 전술도 있다. 그러나 급강하폭격이 등장한 근본적인 원인은 위에서도 언급한 정확도 문제이며 이런 관통 위력은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특히 급강하폭격기의 전성기인 2차 세계대전까지는 오히려 폭탄의 자유 낙하 속도보다 급강하폭격기의 강하 속도가 더 느렸다. 폭탄을 투하하고 급상승을 하는 과정에서 주익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데, 주익이 두동강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강하 속도를 강제로 낮추는 다이브 브레이크를 써야했기 때문.[6] 때문에 강하속도는 2차대전 당시 일반 전투기의 순항 속도에 가까운 350~450km/h 정도로 많이 빠르지 않았다.
3. 역사
3.1. 기원
급강하폭격과 급강하폭격기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에 만연한 증상인 참호전에서 참호를 정확하게 폭격할 기술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을 다 동원해보다가 당시의 복엽기로 약간 비행각도를 기울여서 폭격해봤더니 상대적으로 폭탄이 참호를 잘 맞추더라 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해당 폭격은 일반적인 폭격인 수평폭격에서 비행각도만 약간 조절한 것에 불과하므로 과연 이게 급강하폭격인지도 의문이고, 당시의 복엽기는 급강하 비행시 기체에 가해지는 저항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인해 실제적인 연구는 전간기 시절에 이루어진다. 일단 영국이 1차대전 끝 무렵에 솝위드 샐러맨더라는 지상용 경폭격기를 만들어내는데, 이 기체는 조악하고 지금 기준으론 거의 수평폭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당대 기준으론 큰 하강각의 급강하폭격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기체의 가능성을 본 미국이 급강하폭격의 연구를 미국 해안에 접근하는 적 군함 대응용[7]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영국도 지상의 벙커같은 목표물 공격용으로 급강하폭격의 연구를 시작했다. 이러다가 1930년대에 들어서자 이른바 전격전을 위해 지상의 전차를 포함한 기갑부대를 지원할 폭격기를 찾던 나치 독일과, 해상에서 적 군함에게 타격을 가할 정밀한 폭격을 할 폭격기를 필요로 했던 일본 제국이 급강하폭격기와 급강하폭격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국, 미국, 나치 독일, 일본 제국이라는 4열강이 급강하폭격기를 주로 다루게 된다.
3.2. 활약
이렇게 준비된 급강하폭격기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크게 활약하게 된다.나치 독일은 스페인 내전에서 복엽기인 Hs 123으로 급강하폭격을 하면서 실전경험을 축적했고, 이것이 Ju 87의 개발로 이어진다. 엄청난 굉음을 울리면서 지상군을 향해서 달려드는 Ju 87는 연합군 병사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겨주었고, 루프트바페는 폴란드 침공부터 프랑스 침공까지 유용하게 사용했으며, 독소전쟁에서도 급강하폭격을 자주 애용했다. 슈튜카의 대성공으로 급강하폭격에 푹빠진 독일공군은 이후에는 쌍발 중(中)폭격기인 Ju 88같은 기종은 물론이고 중폭격기인 He 177에까지 급강하폭격이 가능하도록 요구하는 병크를 일으키기도 했다.[8] 나치 독일의 전쟁 특성상 주로 지상지원용으로 급강하폭격기가 사용되었으나, 당연히 영국 해군등을 상대로 해서도 급강하폭격기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한스 울리히 루델같은 급강하폭격 에이스도 탄생했다.
미국은 주로 함선공격용으로 급강하폭격기를 운용했으며, 초창기 미군 항공어뢰의 성능 문제 때문에 대함 임무에서 뇌격기보다 급강하폭격기가 더 자주 보였다. 전쟁 초기에는 SBD 돈틀리스를 운용해서 미드웨이 해전에서 결정타를 날렸고,[9] 전쟁 중반쯤에는 SB2C 헬다이버을 개발 및 양산했으며, 전쟁 종반에는 BTD 디스트로이어를 개발했는데, 이 기종은 나중에 걸작 레시프로 공격기인 A-1 스카이레이더로 발전하게 된다. 이외에도 미국 육군 항공대는 급강하폭격을 지상지원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10]
영국은 여러 종류의 급강하폭격기를 개발했으나, 기종 자체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급강하폭격 자체는 노르웨이 침공부터 함선 공격용으로 자주 사용했으며 성과도 있었다.[11] 나중에는 미국제 급강하폭격기를 운용하기도 한다.[12]
일본 제국은 급강하폭격기를 주로 대함선 공격용으로 사용했는데, D3A는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되는 태평양 전쟁초기에 일본군이 승승장구할 때 주력으로 사용했으며, 그 이후에도 후속기로 D4Y 스이세이을 개발하였고, 나중에는 B7A 류세이라고 하는 뇌격기와 급강하폭격기를 모두 할 수 있는 기종까지 개발해서 극소량을 양산했다. 물론 일본군 해군과는 달리 일본군 육군은 급강하폭격기를 지상지원용으로 사용했다.
이외에도 소련이 Pe-2같은 기종에 급강하폭격 기능을 넣었으며, 지상지원용으로 사용했다.
프랑스 역시 르와르 뉴폴 L.N.401이나 라테코에르 299같은 기종들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프랑스 침공으로 인해 한낱 고철로 전락하게 된다.
스웨덴 역시 사브 17 급강하폭격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3.3. 쇠퇴
이러한 활약에도 소형 프롭기의 기체적 한계와 여러 기술적 발전으로 인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단일 기종으로서는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인간 조종사를 유도 장치로 사용해 항공폭탄의 정확도를 늘릴 목적으로 만든 무기 체계였기에 유도 기술이 발전되면 언젠가는 대체될 운명이었다. 급강하폭격 전술은 제트엔진 기반의 전술폭격기들이 이어받게 된다.또한 냉전시기에는 퉁구스카나 쉴카같은 발달된 자주대공포가 등장하였고, 무엇보다 대공미사일 기술이 월등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SEAD로 방공망이 무력화되지 않는 이상 파일럿이 목숨 걸고 다이빙하는 전술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며, 거기에 JDAM이나 SDB같은 GPS를 이용한 정밀폭격체계의 발달과 AGM-65와 AGM-84 같은 공대지 및 공대함 미사일의 발명은 굳이 위험하게 강하식 폭격을 하지 않고 그 반대로 원거리서 미사일을 날리거나 로프트 방식으로 폭탄을 떨구더라도 목표에 정확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만들었다.[13]
전장환경 역시 더이상 급강하폭격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해상전에선 전함이나 순양함처럼 굳이 폭격기까지 동원해야 할 만한 장갑함선들이 도태되고 지상전에선 자주포가 발달하는 모습으로 인하여 남은 기체들이 퇴역함과 함께 급강하 폭격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덕에 오히려 B-52를 필두로 한 대형폭격기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4. 특징
급강하폭격기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급강하폭격시 기체에 가해지는 부하 및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기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 급강하폭격시 기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크고, 급강하폭격 후 회피를 위해서는 기동성도 충분해야 하므로 대형폭격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기술로는 급강하폭격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보통 전투기와 별 차이가 없는 소형기체가 급강하폭격기가 된다.
- 급강하폭격기가 대부분 소형폭격기이므로 폭탄을 많이 탑재하지 못하며, 폭탄탑재중량 자체도 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급강하폭격시에는 보통 대형폭탄 1발로 강력한 목표의 급소를 노리거나, 소형폭탄 2-4발로 정확한 타격을 주는 공격방식을 채택한다.
- 급강하폭격시 너무 강하속도가 빨라져서 폭탄을 투하한 후에 회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카미카제처럼 목표에 꼬라박는 사태를 막기 위해 다이브 브레이크 등의 감속장치를 갖춘다.
- 급강하폭격기는 급강하폭격만 하는 항공기가 아니며, 군용 장비는 가능하다면 약간의 범용성도 있어야 하므로 급강하폭격기도 일반적인 수평폭격이나 기총소사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후기의 급강하폭격기는 전투기의 임무도 약간 수행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5. 한계점
그러나, 아래와 같은 한계점으로 인해 급강하폭격기는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빠르게 퇴장한다.- 소형기체를 튼튼하게 만들고, 무거운 폭탄을 탑재하다보니 급강하폭격기가 실전에 투입될 경우에는 속도가 전투기보다 많이 느리다. 그래서 제대로 된 호위가 없다면 전투기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거리로 전락해버린다.
- 기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고속으로 강하하면서 기체를 제어해야 할 뿐더러 투하 후엔 지면(수면)을 500m 코앞에 두고 급상승을 해야 하니, 급강하폭격기가 따로 만들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 급강하폭격을 시작할 시점에서는 목표 확인과 강하궤도 조정을 위해 급강하폭격기의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이 때를 이용해서 전투기가 요격하거나 대공포가 대공사격을 하면 쉽게 격추된다.
-
급강하를 할 때는 속도가 빨라서 전쟁 초기의 대공화기로는 요격이 힘들었다. 하지만 급강하폭격기도 급강하중에는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으므로 전쟁 중반쯤에 이르러서 대공화기 조작원들이 급강하폭격의 궤적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레이더와 사격관제장치,
VT신관같은 물건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말 그대로 급강하중에 정확한 사격을 맞아서 급강하폭격기가 불덩어리로 전락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2차대전 초기의 시점에서도 대공사격이 치열하다면 급강하폭격은 성공했으나 대공사격 덕분에 기체가 손상을 입어서 폭탄을 투하한 후 회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체째 목표에 박아버리는 본의 아닌 자살공격을 하거나, 간신히 회피에 성공하더라도 기체 손상으로 인해 얼마 가지 못하고 추락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급강하폭격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급강하 중에는 급강하폭격기도 대공화망에 피해를 입기가 쉬워진다. 폭탄을 맞추기 쉬워지는 만큼, 얻어맞기도 쉬워지는 것이다.
- 폭탄 투하 후 급상승을 하는 과정에서 주익이 동체무게로 걸리는 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폭기들은 강하 직전 낙하 속도를 강제로 낮추는 다이브 브레이크를 폈는데 이 또한 문제였다. 강하속도가 낮아진다는건 내리꽂히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대상의 대공 화망에 더 오래 노출됨을 의미했다. 그렇다고 다이브 브레이크를 내리꽂히면서 펴자니 공기저항 때문에 펴지지 않았다[14].
- 급강하폭격을 수행한 후 비행궤도를 급하게 꺾어서 회피할 때는 고도가 낮은 데다가 속도도 그렇게까지 빠르지 않아서 적의 전투기에게 말 그대로 등짝을 찔리는 요격을 당하기 쉽고, 주변에 배치된 대공화기의 공격을 받기도 쉽다.
-
급강하폭격은 상당히 어려운 전술이기 때문에 베테랑 파일럿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고도 컨트롤을 위해 훈련을 많이 해야 하므로 초보 파일럿은 절대 수행이 불가능하며, 적어도 실전경험이 있는 베테랑이 직접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급강하폭격중에 적기에게 요격당하거나 대공사격에 개박살날 위험이 많아서 문제였다. 재수없으면 베테랑 조종사를 1회용 소모품으로 써버리는 대참사가 나기 때문이다.
급강하폭격은 50° - 70° 이상의 각도로 고공에서 급강하를 시작한 후, 고도 500m - 900m라는 초저공까지 다이빙한 후에야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건 일반적인 경우고, 목표가 고정타겟이 아니라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회피운동에 들어갈 경우에는 조종사가 목숨을 걸고 폭탄을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위해 각도가 80°까지 올라가고 고도한계도 300m 까지 축소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15] 이렇게 위험한 비행을 하는 이유는 똑같은 급강하폭격이라고 해도 폭탄을 투하하는 고도가 2,000m 이상이 되면 앞서 언급한 풍향같은 방해요소 덕분에 명중률이 급감하므로 굳이 급강하폭격을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급강하폭격이 정밀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벙커 같은 고정표적이나 대형 함선같은 거대목표물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차나 장갑차처럼 작고 빠른 물건을 잡기에는 부적당하며, 구축함이나 어뢰정처럼 잽싼 물건을 잡기도 힘들다. 급강하폭격의 전제조건은 떨어지는 동안 목표의 위치가 바뀌지 않거나 바뀌더라도 거기서 거기일 정도로 목표의 움직임이 느려야 했다. 그래서 그렇지 않고 빠른 기동력을 가진 목표에는 급강하폭격보다는 기총소사나 로켓난사가 더 효과적이었으며, 특히 지상전용으로는 급강하폭격에는 걸맞지 않은 목표가 계속 늘어나는 바람에 급강하폭격 자체가 부차적인 공격으로 전락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슈투카의 퇴역이나 다른 공격용으로의 전용이 늘어났다.
6. 기술의 발전
위에서 언급했듯이 잘나가는 시점의 급강하폭격기도 한계점이 많았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래와 같은 요소가 추가된다. 그래서 급강하폭격기라는 기종은 거의 사라졌다. 다만 급강하폭격 전술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술발전으로 뇌격기와 급강하폭격기가 동시에 가능하거나, 전투기가 뇌격기나 급강하폭격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전투기 위주로 항공전력을 구성하고, 임무에 따라서 일부 전투기에 어뢰나 항공 폭탄을 달아주면 충분하므로 굳이 따로 급강하폭격기를 개발할 이유가 사라졌다.
게다가 이렇게 폭장이나 뇌장을 한 전투기는 유사시에는 폭탄이나 어뢰를 버리기만 하면 충분히 전투기로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고, 공격 후 이탈하는 과정에서도 더 빠르고 민첩해서 희생될 확률이 크게 줄었다.
-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수평폭격도 쓸만한 명중률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정밀유도폭탄은 급강하폭격보다 정밀도가 더 높으면서도 원거리에서 안전한 폭격이 가능하다.
- 미사일의 발전으로 인해 목표에 근접하는 것 자체가 위험해졌으며,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는 수단도 동시에 확보했다. 미사일은 비싸므로 남용하기는 어렵지만, 고가치 목표가 아닌 다른 목표에는 앞서 언급한 정밀유도폭탄 같은 것을 쓰면 된다.
- 다만 이스라엘 공군의 오시라크 원전 폭격 같이 저공침투-급상승-급강하폭격-이탈-귀환 을 하였거나 아니면 1차 걸프전의 사례처럼 미사일이나 정밀유도탄약의 숫자가 부족하여 일반폭탄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여전히 유효한 전술이기도 하다. 전자의 경우 레이저유도폭탄을 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공레이더에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저공침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저공침투를 하다 보니 수평폭격을 위한 충분한 고도를 잡을 수 없는 것에 더해 원자로 격납건물을 명중시켜야 하는 정밀폭격은 그것대로 또 필요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일반폭탄을 이용한 급강하폭격으로 작전의 가닥이 잡혔고, 후자의 경우는 결국 저공방공망을 피해 급강하 중 너무 높은 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하다 보니 명중률이 급감하고 말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공군이라는 곳이 정밀유도탄약을 주력으로 쓸 정도로 넉넉한 곳이 아니다 보니 급강하전술 자체는 계속 남아있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하지만, 일반적인 표적에 위험한 급강하폭격을 남발하기엔 전투기가 너무 비싸졌고, 고가치 표적엔 더욱 정확한 정밀폭격이 있기에 현대에 실질적인 사용은 매우 적어졌다.
- 필리핀군이 마라위 시가전에서 다시 한번 급강하폭격을 선보였다. 시가지에서 농성하는 반군을 상대하기 위해 화력의 우위는 필요했으나 필리핀 공군의 기체라는 것들이 대부분 OV-10 브롱코처럼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기종들이었기에 폭격 명중률을 장담할 수 없었고, 때문에 급강하폭격을 했던 것. 필리핀 공군은 2015년부터 수평정밀폭격이 가능한 FA-50 또한 도입해 실전 배치하였으며, 해당 기종들은 당연히 수평폭격을 했다.
7. 평가
결론을 내리자면,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의 결과물로 당대의 전장에서 큰 활약을 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진 기종이다.앞서 언급했듯이 세계대전 때까지의 수평폭격은 목표를 못 맞추는 것이 정상일 정도로 명중률이 꽝이었다. 그래서 목표 지점과 그 주변을 몽땅 공격하면 확률상 목표도 박살날 확률이 높다는 생각으로 융단폭격이 개발되었으며 그러고서도 한대의 융단폭격으로 명중율을 기대하기 힘들어 폭격편대대형을 짜서 명중율을 높이고 적 전투기로주터 상호보호를 하는 편대대형을 짰어야할정도였다. B-17에 부착된 노던 조준기처럼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정밀한 조준기를 가지고 폭탄을 많이 던져도 명중률이 별로라는 일이 많았다.
급강하폭격은 이런 상황에서 폭탄 1-2발로 정밀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에 전간기 기간 내내 연구가 지속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활약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급강하폭격은 폭탄을 껴안고 강제로 다이빙을 한다는 공격특성 때문에 전용 항공기와 베테랑 조종사가 필요한데 반해, 폭격 자체의 난이도가 높고 요격당할 위험도가 높은 데다가 이탈에 실패하면 본의 아닌 자살공격이 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서 대체재와 보완재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퇴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용성을 크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폭격의 정밀성이 향상되자 종전 후 급속도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16]
[1]
한 마디로 표현 하자면, 말 그대로 포화 속으로 들어간다.
[2]
당연히 실제 입사각은 이 그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항공기는 한참 위에 있고, 목표물은 상공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수준이므로.
[3]
대표적인 경우가 전함이다. 항공모함은 비행갑판과 엘리베이터가 피해를 입는 만큼 일시적으로나마 무력화시킬 수 있고, 폭탄이 비행갑판을 뚫고 들어가 함재기의 무장이나 연료에 발화라도 시키면 유폭으로 침몰까지 기대해볼 수 있었던 반면, 전함은 상부 구조물만 약간 파괴되고 끝날 뿐이다.
유틀란트 해전 이후에 건조된 초드레드노트급 전함들은 적 전함의 초장거리 고각사격에 대비해 갑판 장갑을 상당히 보강했기 때문에 위에서 때리는 것으로는 함선의 핵심 골조나 포탑/탄약고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급강하폭격기는 폭탄이 운 좋게 함교를 날려버리거나 연돌로 들어가 지휘/동력 체계를 망가트리는 경우, 또는 탄약고에 명중해 유폭이 일어나는 경우처럼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나 전함 상대로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나마도 탄약고는 전함에서도 가장 두꺼운 집중방호구역 내부에 위치하므로 뚫을 확률은...
[4]
일본군은 이 문제 때문에
진주만 공습 당시 뇌격과 급강하폭격 이외에 별도로 수평폭격대를 운용했다. 일본 함재기 중에서는 그나마 적재량이 받쳐주는 97식 함상공격기
B5N에 1톤급 항공폭탄을 장착했는데, 그 전까지는 1톤급 항공폭탄이 없어서
나가토급 전함용 41cm 포탄을 개조해 항공폭탄으로 만들었고, 전함 애리조나의 포탑장갑을 뚫고 탄약고를 유폭시켰다.
[5]
뇌격기는 흘수 아래를 타격해 물구멍을 내버리거나 용골을 날려버리는 등 침몰에 직결되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뢰 투하를 위해서는 저고도에서 느릿느릿하게 일직선으로 비행해야 했기에 요격당할 위험이 너무 컸다. 하지만 급강하폭격기와 함께 운용하면 적 대공세력이 고공과 저공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만큼 뇌격기에 대한 견제가 옅어져 그나마 공격 성공과 생환을 기대해볼 만 하게 된다.
[6]
콜 오브 듀티: 뱅가드 미드웨이 미션에서 주인공이 급강하 직전 캐노피를 닫고 산소마스크 착용 후 잡아당기는 레버가 다이버 브레이크 레버다.
[7]
미국은 국토 양옆에 펼쳐진 방대한 해안선 때문에 해안을 완전히 군함만으로 커버하려면 부담이 심했기에 이런 측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해안경비대가 명목상 육해공군과 동등한 것도 이 영향인 셈.
[8]
그나마 Ju 88은 급강하 폭격 기능으로 성능이 나쁜것도 아니었고 기체가 튼튼해서 요격이 어렵고 기동성도 좋아서 문제가 없었으나 He 177은 시제기를 날려먹는등 문제가 생기자 현실과 타협했다.
[9]
미드웨이 해전 당시 급강하 폭격기들에 의해 격침 내지 대파 당한 일본군 항공모함만 제1항공함대 중핵인 제1, 제2 항공전대 항공모함 전부였다. 대파당할 당시 순서대로
카가,
아카기,
소류,
히류 순.
[10]
널리 쓰이지는 않았다. 육군항공대는 이미
P-47 썬더볼트라는 걸작 전폭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
영국의 항공모함인 HMS 퓨리어스가 독일의 경순양함인
쾨니히스베르크를 격침할때 사용된 기종이
블랙번 스쿠아라는 급강하 폭격기다.
[12]
영국제 급강하폭격기들은 어중간하게 전투기의 역할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서 폭장량이 미제에 비해 꽤나 뒤쳐졌다. 상기 언급된
블랙번 스쿠아도
SBD 돈틀리스보다 폭장량이 부족했다. 이는 영국제 항모들이 함재기 탑재량이 적어 함재기들이 멀티롤을 뛰어야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결국
F4U 콜세어라는 걸출한 함재기를 미국으로부터 직도입하기에 이른다.
[13]
좋은 예로
하푼 대함미사일이나
타우러스 미사일 등은 아예 급강하 폭격기의 운용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아 착탄 직전에 중고고도로 상승했다가 급격히 내리꽂혀 명중률과 피해를 극대화시킨다. 이를 팝업(pop-up) 기동이라고 한다. 하푼은 후기형부턴 시 스키밍 기동이 추가되어 발사 시에 한 옵션을 선택하게 되어있다.
[14]
때문에 숙련된 급폭기 파일럿들은 다이브 브레이크를 펴고 급강하 하다가 투하하기 직전에 접어버려 가속을 받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15]
당연하지만 급강하 각도가 가파르고 폭탄 투하 고도가 낮을수록 급강하폭격의 명중률은 극대화된다.
[16]
다만 대부분의 정밀폭탄들은 죄다 GPS나 전자제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무력화시키면 급강하폭격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기총이나 총검처럼 급강하폭격은 파일럿에게 가장 마지막에 선택할 수 있는 정밀공격 기술로 나직막하게 유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