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resonance
소리굽쇠 |
진동계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력(外力)을 주기적으로 받을 때 진폭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 공명이라는 단어는 소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진동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공진(共振)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순우리말로 순화한 물리학 용어에서는 껴울림이라고도 한다.
진동하는 물체는 물체의 모양, 재질 등에 따라 결정되는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해당 진동계는 여러 진동수로 진동할 수 있지만 특히 그 고유진동수에서는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데, 이 현상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그네를 고유진동수에 맞게 밀어주면 흔들리는 폭이 빠르게 커지지만, 그렇지 않고 다른 진동수로 밀어주면 제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밖에서 주어지는 외력(外力)이 있을 경우 외력의 주기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다면 진폭이 빠르게 증가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이것만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말하면 외력이 지속적으로 주어지지 않을 경우, 고유진동수가 아닌 진동은 고유진동수에 맞는 진동에 비해 빠르게 감쇠하여 사라진다. 소리굽쇠 근처에 일정 주파수의 소리를 주면 소리굽쇠를 건드리지 않아도 소리굽쇠가 떠는 것이 이 원리.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고, 정수배이기만 해도 공명현상은 일어난다. 음악에서 배음(옥타브) 관계는 원 소리의 진동수의 배수가 나는 음을 이야기하며 공명이 일어나 화음을 이룬다. 같은 원리로 원래 진동수의 1/2, 1/3, ... 도 공명현상을 일으키는데 이 둘을 합치면 고유진동수의 유리수배 진동수의 외력은 공명을 일으키게 된다. 딱 맞는 주파수가 아니라도 약간의 오차를 가지고 공명을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명진동수는 고유진동수 이외에도 매우 많다. 다만 고유진동수에서 멀어질수록 고유진동수만큼 강하게 진폭을 증폭시키지는 못한다.
이 공명현상이 극대화 되면 물체가 파괴된다. 목소리로 유리잔 깨기도 이를 이용한 것이다. 관련 스펀지 실험
공명을 무엇보다도 가장 잘 이용하는 분야는 음악이다. 전자악기들을 제외하면 모든 악기는 발음체가 만들어내는 진동 중 고유진동수에 맞는 특정 진동수만을 증폭해 음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타악기라면 때려서 발생한 진동 중 고유진동수에 맞는 진동만 남아 우리 귀에 들린다. 찰현악기라면 마찰로 생겨난 다양한 진동 중 줄의 고유진동수에 맞는 진동만 남고, 발현악기도 마찬가지다. 관악기라면 리드나 입술로 만들어낸 진동이 관의 모양과 길이에 따라 결정되는 관 내부의 공기의 고유진동수에 따라 소리가 결정된다. 목소리조차도 마찬가지인데, 성대가 진동하며 성대의 고유진동수에 맞는 여러 소리를 만들어내고, 목과 입, 혀 등에 의해 결정된 공기의 고유진동수에 따라 목소리가 결정된다. 또한 정상파에 의해 결정되는 고유진동수의 특성상 고유진동수들끼리는 배음 관계가 된다.
진동이 있다면 언제나 고유진동수가 있게 마련이고,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 전혀 공명하지 않을 것 같은 집이나 빌딩 같은 건축물들도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 값이 매우 작은 10Hz 정도이므로 실생활에서 겪을 일이 없을 뿐. 물론 집의 구성요소인 창문이나 벽 등은 집 전체에 비하면 높은 고유진동수를 가지며 따라서 개별적으로 공명하기도 한다. 건축물 전체가 공명하는 일도 일어나기도 하는데, 지진이 일어나면 충분한 힘이 특정 주파수로 가해지기 때문에 우연히 고유진동수와 맞을 경우 건물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지진의 주파수를 예측, 건물의 고유진동수를 그 주파수로부터 피해 설계하는 것이 내진설계의 한 부분이다.
또한 전자기학에서도 회로 형태의 진동계를 다루므로 회로의 고유진동수와 공진을 다룬다. 이것을 응용한 대표적인 기술이 전파를 이용한 통신. 수신하려는 전파의 주파수와 같은 고유진동수를 가지는 전자회로를 사용하면 미약한 전파 신호를 증폭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는 라디오가 있다. 라디오 방송 전파는 아무리 송출탑에서 강한 전파를 발생시키더라도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서는 라디오 방송 전파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약한 방송 전파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하기 위해 공명 현상을 이용한 증폭 과정을 거친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원하는 주파수에만 공진하여 증폭하고, 나머지 주파수는 증폭하지 않게 해서 온갖 잡음 속에서 원하는 주파수를 잘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라디오 수신기의 주파수를 방송 주파수에 맞추어서 공명 현상을 이용해서 약한 방송 전파 신호를 강한 신호로 바꾸어준다. 라디오에서 수신 주파수를 바꿔주는 것이 곧 수신 회로의 공명 주파수를 바꾸는 것이다.
음향에서도 중요한 고려대상인데, 실내공간의 벽면 또는 바닥과 천장이 서로 평행한 구조라면 그 마주 보는 면 사이의 거리와 동일한 길이의 파장 혹은 그 약수의 파장을 가지는 주파수의 소리가 증폭된다. 이는 정확한 모니터링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크게 일조한다. 때문에, 그래픽 이퀄라이저 등을 통한 룸 튜닝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이 현상을 이유로 공연장이나 스튜디오 등의 음향 관련 건축물은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주 보는 벽이 평행하지 않도록 벽을 울퉁불퉁하게 마감하거나, 흡음재와 확산재를 바르고 천장을 수평이 아닌 각도로 빨래판처럼 층을 내어 건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넓게 보아 소닉붐이나 체렌코프 현상도 공명 현상과 유사한 현상이다. 파동의 전파속도와 파원의 상대적 이동속도가 일치하면서 진폭이 증가하는 현상.
화학용어로는 화학 결합이나 분자의 결합 구조가 두 가지 이상의 구조식으로 혼합되어 있는 현상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공명 구조들이 합쳐진 형태로 존재하나, 공명 구조 중 특정 구조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즉 각 공명 구조들이 같은 비율로 공명하는건 아니며, 각자 기여도가 다르다.
천문학에서는 모천체 주위를 도는 두 개 이상 천체 사이 공전주기가 정수비가 될 때 궤도가 특별히 안정 혹은 불안정화 되는 궤도 공명 현상이 있다.
물리적인 진동 외에도, 타인의 사상이나 감정 등에 대한 심리적인 동조 행위에도 같은 표기로 공명이라는 표현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