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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玄琴, Geomun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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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민국의 전통 현악기. 삼국시대 고구려에서 만든 대표적인 악기다.거문고는 순우리말 이름이며, 한자로는 현학금(玄鶴琴) 혹은 현금(玄琴)이라는 기록이 있다.
2. 역사
《 삼국사기》에서 김부식은 거문고가 신라삼현 중 하나라고 서술하며《신라고기》(新羅古記)를 인용해 거문고의 기원을 설명했다.약 4세기 무렵 동진 사람이 고구려로 칠현금(七絃琴)을 보내줬는데, 아무도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이 악기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하니, 왕산악(王山岳)이라는 사람이 로컬라이징을 하여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악기를 연주하자 검은 두루미가 날아와 춤을 추어 이름을 '검은두루미고'라 하여 한자로 현학금(玄鶴琴)이라 지었고, 이후 현금(玄琴)이라 불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거문고'는 '현금'이 순우리말로 전해 내려오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5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고구려금, 고려금[1]이란 이름도 아닌 고구려에서 직접 붙인 고유한 이름이 작명의 유래와 함께 순우리말 그대로 전해질 정도이면 어지간한 인기가 아니었나 보다. 거문고가 생긴 뒤 1~2세기 이후 만들었거나, 어쩌면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는 가야금 또한 가야에서 직접 붙인 고유한 이름이 있었을 수 있지만 전하지 않는다.
단, 거문고의 '거무'가 사실은 색깔이 아닌 고구려 국호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다.
고구려 벽화에서 같은 구조를 지닌 특정한 현악기가 여럿 보이는데, 이를 기반으로 재현한 모습이다.
거문고 특유의 ||||| 형태로 늘어선 괘가 있으며, 연주할 때 바닥이 아닌 무릎에 악기를 올려놓은 자세이다. 손 부분은 지워져 잘 보이지 않지만, 첫 번째 벽화를 보면 한 손은 펴고 다른 한 손은 무엇인가를 쥐었으므로 술대[2] 같은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는 주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괘와 줄의 갯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종합해 보면 영락없는 거문고의 특징을 갖추었다.
고구려 벽화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나오지만, 거문고는 특히 더 많이 나오는 걸 보아 당시 고구려에서도 비중이 큰 악기였던 듯하다.
3. 위상
삼국시대부터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내내 지식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악기로, 웬만한 선비들은 거문고를 겸해서 교양으로 연주했을 정도였다.옛 중국 문학에서 금, 슬 등 중국 전통 현악기가 나오면 아직도 대부분 거문고로 번역하는 것을 봐도 거문고의 인지도를 짐작할 수 있다.[3] 드라마 < 황진이>에서도 많이 나왔고, 영화 < 쌍화점>에서 주진모가 < 쌍화점>을 부르면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예로부터 거문고만큼 상류층의 사랑을 받은 악기는 없었다. 가야금보다 거문고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흔할 정도로 거문고가 대세였으며, 지금까지 전해오는 옛 악보들이 대부분 거문고 악보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아금고보》, 《금합자보》, 《현금신증가령》, 《백운암금보》, 《삼죽금보》, 《한금신보》, 《현금오음통론》, 《 금보》, 《신작금보》, 《학포금보》 등 현전하고 있는 고악보들의 90% 정도는 거문고 악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4. 구조
거문고는 긴 몸통에 괘 16개를 놓고, 위에 현 6줄을 얹은 구조이다. 몸통은 두 쪽의 나무를 아래위로 붙여서 만들며, 현이 올라가는 위쪽은 오동나무로 만들고 아래쪽은 밤나무로 만든다. 몸통의 속은 비어 있어서 울림통 역할을 한다.
괘는 음의 높낮이를 가려주는 받침대인데, 아래쪽부터 머리 쪽으로 올수록 점점 작아지고 이름은 큰 것부터 1괘, 2괘, 3괘... 등으로 부른다. 괘 하나를 올라올 때마다 음은 한 음 높아진다.
줄은 6개이며 몸과 가까운 곳부터 문현(文絃), 유현(遊絃), 대현(大絃), 괘상청, 괘하청, 무현(武絃)이라고 한다. 유현, 대현, 괘상청은 가장 아래쪽에 있는 제1괘가 받치고 있어서 괘 위에 얹혀 있고, 나머지 문현, 괘하청, 무현은 안족(기러기발)으로 받친다.
괘를 짚지 않았을 때 조율은 일반적으로 문현부터 僙(E♭)-㑖(A♭)-㣳(D♭)-㑣(B♭)-㑣(B♭)-㣩(B♭)이지만, 요즘엔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대금의 음정이 높아지는 추세이므로 僙을 E로 놓고 조율하는 경우도 잦다.
거문고의 머리쪽에는 '대모'라고 하는 부드러운 가죽을 붙여서 술대가 복판에 부딪혀 부러지거나 잡음을 내지 않도록 한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쓰는 플렉트럼인 '술대'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길이는 평균 20cm 정도이며, 굵기는 연필만 하다. 음악의 빠르기나 느낌에 따라 다른 술대를 잡는데, 손이 크거나 힘이 좋은 사람일수록 굵고 긴 술대를 사용한다.
5. 연주법
기본적인 연주 자세는 가부좌를 틀고 앉되 오른다리가 바깥으로 나와 왼다리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거문고는 머리 쪽, 즉 대모가 붙은 곳을 무릎에 올려놓는데, 머리 안쪽의 오목한 곳을 오른쪽 무릎 쪽으로 괴고, 복판이 45° 정도로 앞을 바라보게 왼쪽 무릎과 오른발로 거문고를 받친다. 가야금은 복판이 위를 보게 무릎에 얹는다는 것이 다르다. 왼손으로 괘를 짚고 오른손은 맨손이 아니라 술대를 잡고 현을 다루며 연주한다.왼손으로는 괘를 짚는데 무명지로 유현 4괘, 장지로 대현 4괘를 짚는 것이 기본적인 포지션이며, 음악의 조성을 따라 무명지의 위치가 다소 달라진다. 괘를 짚은 뒤에는 몸 바깥쪽으로 약간 밀어서 원래 음보다 조금 높는 음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유현 개방현은 㑖(A♭)이므로 한 괘에 1음이 차이가 나게 되어 4괘를 짚으면 원래 㒇(D♭) 음이 나야 하지만, 실제 연주할 때는 4괘에서 줄을 밀어 僙(E♭) 음을 낸다. 이렇게 현을 밀어 타는 것을 '역안법' 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중기인 선조 이전에는 '경안법'이라고 해서 현을 밀지 않고 그냥 괘만 짚어 탔는데, 선조 5년( 1572년)에 출간한 거문고 악보인 《 금합자보》(琴合字譜)에서는 역안법으로 탄다고 설명이 나왔다. 악보에서 다른 괘를 짚으라는 표시가 나오지 않는 한 왼손 무명지는 유현, 장지는 대현의 지정된 괘를 짚고 있어야 하며, 무명지와 장지가 짚고 있는 음 이하의 음은 괘를 옮기지 않으면 낼 수 없다. 물론 밀었던 손을 다시 당기면 한 음 낮은 소리까지는 낼 수 있다.
나머지 음은 대부분 무지로 괘를 짚어 낸다. 왼손 무명지에는 주로 가죽으로 된 골무를 끼는데, 골무를 끼지 않으면 무명지가 현에 눌려 몹시 아프다. 하지만 처음 배울 때는 무명지에 굳은살을 만들어 두는 게 좋으니 참고하자.
오른손으로는 술대를 들고 현을 다룬다. 술대는 식지와 장지 사이에 끼고 엄지손가락으로 받치는 방식으로 잡는다. 이걸로 현을 내려치거나, 술대를 현 아래로 넣어서 올려 뜨거나 하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문현, 괘상청, 괘하청, 무현은 괘를 짚지 않고, 정해진 한 음만 내는 역할을 한다. 문현, 괘하청, 무현은 애초에 괘에 올라와 있지 않기 때문에 짚을 수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현은 유현과 대현 두 현 뿐이다.
5.1. 주법과 부호
- 일반적인 주법: 술대를 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친다. 주로 다음 현에 술대가 부딪치면서 술대가 멈추게 된다. 한꺼번에 두 줄을 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대점: 술대를 위에서 세게 내리쳐 크고 힘찬 소리를 내는 것이다. 술대와 악기가 부딪혀 다소 타악기 같은 효과를 주는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이 오히려 거문고의 매력이기도 하다.[4]
- 소점: 대점과 반대인 주법으로 다소 작은 소리가 나도록 살짝 현을 뜯는다.
- 자출성: 술대를 쓰지 않고 괘를 다루는 왼손으로 소리를 내는 법이다. 한 현 안에서 이루어진다. 저음 뒤에 고음 자출성이 올 때는 저음을 먼저 술대로 탄 뒤 해당 괘를 급히 무지로 짚어 남은 진동으로 소리를 내고, 고음 뒤에 저음 자출성이 올 때는 해당 음의 괘를 식지나 장지, 명지로 짚은 뒤 앞 소리를 내느라 짚은 무지를 갈고리처럼 굽혀 현을 떠낸다. 악보상 부호는 自를 축약한 형태로 표기한다.
- 뜰: 술대를 현 바깥쪽에서 현 아래쪽으로 넣고 위로 치올리면서 떠준다. 악보상 부호는 체크 표시 비슷한 V 표시. 다만 괘하청(중청)은 별다른 부호가 없어도 항상 뜰로 연주한다.
- 슬기둥과 쌀갱: 둘 다 악보상 표시는 ㄱ으로 표시한다. 슬기둥과 쌀갱은 해당 음이 유현에서 내는지 대현에서 내는지를 따라 구분한다. 해당 음이 대현인 경우 한 박자는 문현을 쳐 주고, 두 번째 박자에서 약지를 짚은 유현과 해당 괘를 짚은 대현을 동시에 '드륵' 하고 쳐 준다. 쌀갱은 첫 박자에서 문현을 한 번 쳐 주고 두 번째 박자에서 유현 해당음을 쳐 주면 된다.
- 싸랭: 유현에서 해당 음을 연주할 때 문현과 함께 드륵 긁어준다. 미묘한 화음이 나는 것이 포인트. 악보상 부호는 ㅋ과 비슷하다.
- 추성: 해당 음을 친 뒤 괘를 짚은 손가락으로 현을 바깥으로 좀 더 밀어서 '띠잉' 하고 한 음정 밀어 올린다. 악보상 부호는 扌(재방변).
- 퇴성: 해당 음을 친 뒤 민 현을 제자리로 돌리면서 한 음정 내린다. 악보상 부호는 艮자의 축약형.
- 전성: 음을 연주한 뒤 괘를 짚은 손을 앞뒤로 움직여 음을 급히 굴려준다. 악보상 부호는 专자의 축약형.
- 文, 子, 大: 각각 문현, 유현, 대현을 뜻하는 부호. 해당 음이 원래 다른 현에서도 연주할 수 있는 음이더라도 위 부호가 붙으면 부호가 말하는 현에서 연주해야 한다.
- 上, 中, 下: 각각 괘상청, 괘하청, 무현을 뜻하는 부호. 괘상청과 괘하청은 둘다 㑣 소리가 나기 때문에 부호를 잘 보아야 한다. 그냥 부호대로 상청, 중청, 하청이라고 부르는 수가 많다.
- 一, 二, 三, ..., 十六: 각각 괘 번호를 뜻하는 부호. 해당 음에 괘 번호가 붙어 있으면 부호가 지시하는 괘에서 현을 더 밀거나 덜 밀어서 타야 한다.
6. 기타
- 신라 제21대 소지 마립간에 관련된 일화로 <거문고 갑을 쏴라>가 있다.
- 서유구가 지은 백과사전인 《 임원경제지》의 악보편 < 유예지>에서도 주 내용이 거문고보이다. 거문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서적은 광해군 연간에 이득윤이 지은 《현금동문유기》다. 거문고의 형태와 타는 법은 물론, 금명(琴銘: 거문고 복판에 새긴 글귀)이나 거문고와 관련한 시와 글을 게재하고, 또 《고금금보견문록》이라고 해서 여러 음악가들의 악보를 모두 모은 거문고보의 집대성격이다.
7. 연주 영상
출강 (1960년대) |
달무리 (1993) |
자유로운 새에게 (2010) |
거문장난감 (2021) |
8. 관련 항목
[1]
고구려는
광개토대왕~
장수왕 시기부터 국호를 '고려'라고 했다.
[2]
거문고를 연주할 때 쓰는 대나무 막대기.
[3]
대표적으로 《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공성계를 쓴 장면이다. 비단 중국 뿐만이 아니라
서양,
일본,
이슬람 문학 작품에서도 해당 나라의 현악기가 나오면 거진 거문고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현지화식 번역 때문에 종종 혼동이 생겨서 거문고가 중국 악기인 줄 오해하는 사람도 생겼다는 것이다.
거문고자리 같은 경우는 웬만한 아이들도 리라 그림을 보면서 인지부조화를 느끼고는 한다.
[4]
서양의 현악기들도 종종 특정한 구간에서 강조 효과를 주기 위해 일부러 타악기 소리를 내는 연출 방법이 있듯이(
예시) 거문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