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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24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량 손실이 발생한 (예정된) 사건.홍콩H지수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져서 녹-인 구간(Knock-In Barrier)에 진입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주가연계증권 특성상 피해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5월 고점을 찍었던 홍콩H지수가 8개월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2조 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었는데 # 상품에 아직 만기가 오래 남아 있었던 탓에 가입자들은 중도 해지를 하지 않았고 두 달 뒤 주가가 반등하면서 판매량이 오히려 2배로 올랐었다. # 금융당국이 ELS 총량 규제를 해야 했을 정도. 녹-인 구간에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2020년 초에도 COVID-19 판데믹으로 홍콩H지수가 20% 가량 하락(1월 1만2000대 → 3월 9000대)하면서 투자자들을 가슴 졸이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상품에 만기가 도래하고, 가입 규모나 하락폭도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2. 규모
2023년 11월 기준 홍콩 ELS 상품의 총 판매잔액은 19조 3000억 원으로, 그 중 80%인 15조 4000억 원의 만기가 2024년 도래한다. 여기서 2024년 1분기 만기가 3조 9000억 원, 2분기 만기가 6조 3000억 원으로 상반기에 전체의 절반 이상인 10조 20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문제는 2021년 2월 당시 1만 2000선에 가까웠던 홍콩H지수가 2023년 말에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즉, 상반기 내내 손도 못 쓰고 조 단위로 원금이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2024년 1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 사이에 5대 은행에서 발생한 확정 손실이 1천 67억 원이다. 투자 원금은 2천 105억 원인데 실제 상환액이 1천 38억 원 뿐이었기 때문에 평균 손실률이 50.7%이다. # 액면 그대로 반토막이 난 것.
중요한 건 저 값이 평균이라는 것이다.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난 것도 모자라 연일 하락세이기 때문에 손실률이 매일 올라가고 있다. 1월 5일 첫 손실이 발생한 미래에셋증권 상품의 최종 손실률이 48.6%인데 17일 만기된 상품 손실률은 56.1% 이다. 홍콩H지수가 조금이라도 반등해야 손실폭을 줄일 수 있는데 홍콩H지수 하락률은 2024년 1월 기준 세계 1위로, 새해에만 10%가 넘게 빠진 상태다. # 그러니까 새해 빠진 만큼 복구되도 반토막이고, 더 내리면 피해가 더 커진다는 얘기.
이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3년이고 일별 상품별 판매액이 집계되어 있기 때문에 판매 당시의 홍콩H지수 값과 만기일의 지수를 비교하면 일별 손실액도 대략 예측이 가능하다. 2024년 1월 18일, 유안타증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예상되는 만기액은 아래와 같다.
- 2024년 1월 9172억 원.
- 2024년 2월 1조 6586억 원.
- 2024년 3월 1조 8170억 원.
- 2024년 4월 2조 5553억 원. 상반기 최대 규모로, 상반기 전체 만기인 10조 207억 원의 25% 가량이다.
- 2024년 5월 1조 5608억 원.
- 2024년 6월 1조 5118억 원.
일 단위로 들여다보면:
- 2024년 1월: 하루 만기가 1000억 원이 넘는 날이 2일. 그 중에서 1월 11일이 1163억 원.
- 2024년 2월: 하루 만기가 1000억 원이 넘는 날이 7일(7·16·19·20·22·26·29). 그 중에서 2월 19일에는 2372억 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한다.
- 2024년 3월: 하루 만기가 1000억 원이 넘는 날이 7일(7·8·12·18·21·22·29). 특히 29일에는 무려 3072억 원어치가 만기된다.
- 2024년 4월: 하루 만기가 1000억 원이 넘는 날이 13일(!).
만약 홍콩H지수가 횡보를 해서 2024년 1월 지수가 4월까지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4월 한 달 동안만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마다 500억이 넘는 돈이 삭제됐다. 그나마 2월부터 유의미한 반등이 있었으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배상안 등으로 인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는 2024년 1분기에 ELS 투자 피해자 배상 관련 충당부채로 8,620억원을 손실처리했다.[1]
3. 불완전 판매 논란
손실은 투자를 할 때 항상 뒤따르는 위험성이니 만큼 경제에 부정적일 수는 있어도 대규모 사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본 상품을 판매한 금융권에서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방식의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점이다. # 직원들의 상품판매 실적을 성과에 포함시키는 한국 금융계에서 예금을 하러 온 노년층을 투자 상품에 가입시키는 문제는 흔한 일이다.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당해서 더욱 문제가 되었다.투자에서 손실은 상수가 아닌가 질문을 가질수 있지만, 문제는 이 상품이 창구에서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공업 제품이든 금융 상품이든, 일반 소비자에게 뭔가를 팔 때 판매자에게는 과도하다 싶을 수준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어지간해서는 사고가 나지 않을 정도의 안전장치를 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애시당초 각종 소비자 보호에 대한 법률의 입법 취지 중 하나가 겉보기에는 별 문제없는 계약을 악용해서 사기를 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로 안전도가 홍콩 ELS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미국 국채 현물을 사 보면 "가능성은 낮지만..." 같은 사족 없이 "전액 손실이 날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 란에 서명을 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당신은 일반적인 금융 소비자 보호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라는 점을 강력히 경고하는 것.
그 외에도 청력이 약한 80대 노인에게 이해했다는 답변을 유도해서 판매한 경우, # 중도해지가 가능했음에도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거짓말을 해 손해를 더 키운 경우 #등등 사기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비양심적인 행위가 판을 쳤다. 특히 "중도해지 거짓말"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손해를 막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를 친 것이기에, 흔한 금융권 관계자들의 주장인"불완전 판매라도 일단 의심을 했어야 한다."운운으로는 넘어갈수 없는 문제다.
4. 관련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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