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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결정기 (Epitope)와 항원 결합부 (Parato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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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념
항원 결정기 (Antigenic Determinant; Epitope, 抗 原 決 定 基)는 주로 체내 면역계에 의해 인식되는 항원 (Antigen)의 부위이다. 항원 결합부 (Antigen Binding Site; Paratope, 抗 原 結 合 部)는 항체 (Antibody)나 면역 세포 (T세포, B세포)가 면역 반응을 위해 해당 항원이 자신에게 들러붙게 만드는 부위이다.2. 원리
특정 항원에 대해서 인체 내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려면 항체 및 면역 세포가 항원 결정기에 맞는 항원 결합부를 가져야 한다. 항원 결정기와 항원 결합부는 암수 나사처럼 서로 맞물리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항원 결정기가 짧을수록 인체 내에서 면역 반응이 기민하게 일어난다. 반대로 항원 결정기가 길수록 변이에 대한 면역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1]3. 활용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백신이 바로 항원 결정기의 원리를 이용한다. 특정 병원균 및 바이러스에 대한 위중증 방지 및 부분적인 감염 예방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백신에는 해당 병원성 물질에 맞는 항원 결정기가 포함되어야 한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부터 사멸된 병원 바이러스 및 세균이 그대로 들어간 불활성화 백신 (비활성화 백신) 또는 사백신 (Inactivated Vaccine)이 주로 쓰이고 있다. 사백신을 개발할 때에는 항원 결정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 없어 개발 비용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백신은 병원성 물질 표본을 수집하고 이를 외부와 격리시키며 해당 표본을 안전하게 배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또한, 항체 유도에 전혀 불필요한 노이즈 (Noise) 정보가 항원 결정기에 담기므로 변이에 쉽게 무력화된다.[2] 결국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는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경우에 사백신은 비효율적이다.
사백신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mRNA 백신 (Messenger-RNA Vaccine; mRNA Vaccine)과 DNA 백신 (DNA Vaccine)과 같은 핵산 백신 (Nucleic Acid Vaccine)이다. 제약회사가 핵산 백신을 개발할 때에는 표본 바이러스가 지닌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만이 신체 내에서 생성되도록 부분적으로 유전 정보를 복제하여 항원 결정기로 만든다. 제약회사는 효율적인 항체 생성을 위해 항원 결정기 구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임상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효용성을 입증한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고 R&D 비용은 어머어머하게 들어가지만 사백신 대비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항원 특성을 대변하는 고유치 (Eigenvalue)만이 항원 결정기에 포함되므로 변이 대응에 용이하다. 단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변이를 하기에 핵산 백신 마저도 금방 무력화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업계가 핵산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변이 특화 백신을 상용화할 수 있다.[3] 또한, 살아있는 병원체를 통째로 배양할 필요가 없고 해당 병원체가 지닌 유전 정보의 일부만을 다루므로 연구실에서 사고로 인해 표본 바이러스가 유출될 위험성도 줄어들어 안전하다.
2020년대 이후로는 그동안 사백신의 형태로 주로 제작되었던 인플루엔자 백신도 핵산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이미 모더나, 화이자, 바이온테크는 mRNA 독감 백신에 대한 개발을 마치고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
4. 현황
항원 결정기는 바이러스가 변이할 경우 무력화된다는 특성에서 비롯되는 한계가 존재한다.4.1. 항원의 원죄 문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는 역사상 변이가 빠른 바이러스 중 하나였고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시종인 우한형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백신들의 효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그러나 이후에 개발된 오미크론 특화 백신은 항체 활성도가 초창기 백신에 비해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게 밝혀졌다. # 이런 역설적인 현상을 의학 용어로 항원의 원죄 (Antigenic Sin)라고 한다. 아무런 백신을 접종받지 아니한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최초 감염 시의 항체 활성도가 야생형을 타겟으로 하는 백신에 맞았을 때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항원의 원죄 현상은 특정 변이에 대해서 감염 횟수가 적을 경우에만 발생하고 해당 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항체의 역가가 오히려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변이 대응 백신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 맞거나 돌파 감염까지 겪어야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 (B.1.529.x)와 유사하게 D614G 유형[4] (B.1.x 분기)의 변이이지만 RNA 구조가 우한형에 근접한 베타 변이 (B.1.351)에 특화된 백신이 부스터샷 (기본 접종 완료 이후 추가 접종)으로 쓰일 경우 순수 우한형 백신을 또 맞는 것보다 항체 역가가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 즉, 베타 변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어느정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변이 특화 백신에 대한 개발에 있어서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4.2. 범용 백신의 필요성
인플루엔자 및 SARS-CoV-2 등의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른 편으로 백신의 효능을 금방 무력화시킨다. 백신의 항원 결정기와 동일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게 되면 해당 부위를 인식하여 항체를 유도하는 백신들은 죄다 무력화된다.백신이 변이에 빠르게 무력화된다는 것은 항체 면력이라는 측면에서 명확하고 세포 면역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유연성이 적용되므로 반영구적으로 지속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세포 면역력은 떨어진다. 세포 면역 저하자는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 역가를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만큼 항체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을 내려놓기 어렵다.
결국은 변이에 대해서 항체 역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제약회사의 주된 목표다. 변이가 등장하면 이에 맞춰서 변이가 덜 이루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 결정기로 삼는 변이 백신과 여러가지 항원 결정기를 포함하는 다가 백신이 필요하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베타 특화 부스터샷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원의 역설 문제를 해소하려면 우세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변이 특화 백신보다는 우세종과 원시 변이와의 공통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 결정기로 삼는 범용 백신 (Universal Vaccine)의 형태로 나오는 것이 좋다.
[1]
후술하듯이 항원 결정기의 이러한 성질로 인해 핵산 백신이 전통적인 사백신보다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시노팜 백신이 코로나 변이에 쉽게 무력화되는 이유가 바로 이렇다.
[3]
개발 기간이 긴 사백신 방식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다.
[4]
614번째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가
아스파르트산 (Aspartic Acid; D)에서
글리신 (Glycine; G)으로 바뀐
SARS-CoV-2 변이를 지칭한다. 해당 바이러스의
RNA가 지닌 3만여 개의 서열 중 23,403번째에 있는 염기가 A (
아데닌; Adenine)에서 G (
구아닌; Guanine)으로 바뀌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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