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4 21:25:35

열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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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장점3. 단점4. 역사5. 열차포 목록6. 대중문화에서의 열차포7. 관련 문서

1. 개요

파일:attachment/열차포/Schwerer-Gustav-00001.jpg
구스타프 열차포
열차포(列車砲)는 열차에 대구경 화포를 설치한 무기 체계다. 남북 전쟁 무렵 처음 등장해 제2차 세계 대전까지 명맥을 유지했으며, 오늘날에는 항공 병기의 발달과 각종 대체재의 등장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어로는 Railway Gun 또는 Railroad Gun이라고 한다.

2. 장점

파일:3899d9a0c5695971b9ec4f6e823d449d.gif
크루프 K5의 발포 장면
파일:511e18077715ba4bac4fd36746312261f7f.gif
크루프 K5의 발포 장면
열차는 무거운 화물들을 운송하는 게 주 목적이므로, 자연스레 이런 열차에 탑재되는 화포는 중량 제한이 비교적 적어 대구경화가 유리하다. 그래서 열차포는 다른 방식의 육상형 자주화 수단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거나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극히 불리한 거포들을 탑재 및 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열차포는 구경이 최소 150mm, 보통은 200~300mm고 드물게는 400mm를 넘어가는 것들도 있으며, 가장 유명한 열차포이자 실전 투입된 대포 중 가장 큰 구경의 거포인 구스타프 열차포는 무려 800mm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구경을 가진다. 또한 지형이 따라준다면 적의 공습이 있을 때는 터널 안으로 피하고 없으면 터널 밖에 나와서 치는 전술도 가능했다.

열차포의 이런 장점 덕에 제1차 세계 대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전까지는 많은 나라에서 열차포를 최소한 작전술 차원의 중요한 지원화력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오늘날의 탄도미사일이나 동시대 해군의 전함처럼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고급 무기체계로 인식했다. 물론 아래에 언급하는 것처럼 열차포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고, 그 정도까지 큰 열차포를 쓸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공성전에 한해서는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3. 단점

하지만 열차포에는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단점이 많다. 그래서 대체재가 등장하자 빠르게 사장된 것이다.
  • 소수의 기종을 제외하면[1] 포신의 상하각도, 좌우각도, 선회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열차포의 화포는 일반적인 것들보다 구경이 대부분 크다 보니, 목표를 조준하기 위해 포를 조금이라도 기울여서 쏘면 열차가 통째로 뒤집혀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거대한 원형을 이루는 철도를 방렬하는 곳 근처에 따로 가설해야 한다.
  • 인력 소모가 매우 심하다. 열차포는 현지에서 완충장치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발포가 가능한 경우가 많고, 앞서 말했듯 단순 각도조절에도 철도를 따로 부설해야 하므로 많은 건설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철도를 건설하는 것도, 화포를 손보는 것도, 열차를 정비하는 것도 모두 평범한 군인이 아닌 기술자가 필요하며, 열차포를 경비하는 경비요원도, 이들을 지원할 보급요원도 다수 따라붙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고급인력들은 다른 분야에도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구스타프 열차포는 포 자체의 조작인원만 최소 250명 이상에, 발포와 뒷처리를 위한 철도 관련 인원도 2000여 명씩이나 있어야 했던 비효율과 인력낭비의 극치였다.
  • 습격에 취약하다. 일단 태생이 철도차량이라 탈출할 길이 방열지까지 깔린 철도밖에 없어, 적들이 작정하고 열차포를 습격하면 탈출이 힘들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항전하려 해도 열차포의 거포는 위력이 지나치게 강하고 부각 조절도 안 되기 때문에 지근거리 목표에 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쏘더라도 연사 속도가 느려서 적을 저지하기 힘들다. 특히 공군의 공습에는 그야말로 밥이다.
  • 생산 비용 및 유지비가 극도로 비싸다. 일단 중포 자체의 제작도 힘들고 어려우며, 포탄도 여기에 맞춰 따로 제작해야 하고, 열차 또한 중포 운용이 가능하도록 특별히 개조해야 한다. 거기다 제대로 쏘려 할 때마다 경로를 따라 철도도 놔야 할뿐더러, 열차포 운영에 필요한 기술자들을 육성하는 비용과 수천 명에 이르는 전체 인원의 인건비까지 꾸준히 소모된다. 열차포는 가성비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는 무기 체계인 셈이다.
  • 선로가 열차포의 격발 시 충격에 취약하다. 한 장소에서 여러 발 사격 시 선로가 더 이상 열차운행이 어려울 만큼 손상된다. 구스타프 열차포는 발포 한 번 할 때마다 선로가 파괴되었다.

4. 역사

대포의 역사가 공성전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만큼, 대포의 일종인 열차포 또한 요새 공격을 위한 공성포를 자주화할 목적으로 등장했다. 19세기에 들어 축성기술의 발달로 요새의 방어력이 크게 향상되자, 이에 맞서는 공성포 역시 점차 대형화됐다. 그리고 이런 대형화된 공성포를 옮길 만한 방법은 당시 기술로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뿐이었다. 하지만 무거운 공성포를 기차에 싣고 와서 토대를 다진 다음, 이를 설치하고 사격한 뒤, 다시 분해해서 열차에 싣는 작업은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차와 공성포를 합치려는 시도가 이뤄졌고, 그 결과물인 열차포가 남북 전쟁 때 처음 등장했다.

그 뒤 참호전으로 대표되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며 요새 공격과 장거리에서의 포격이 중요시되자, 대전 내내 파리 대포를 비롯한 적잖은 열차포가 투입됐다. 참호전의 특성상 전선이 대규모로 갑자기 바뀌는 일이 드물었기에 열차포를 운영하기 비교적 쉬웠다. 또한 당시에는 항공기의 성능이 미약했고 개념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서 정밀폭격이나 융단폭격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고, 일반 야포는 사거리 문제로 인해 응사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적의 열차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역시 대구경의 열차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차 세계 대전 후반기부터 혁신적인 장거리 타격 병기 체계인 공군이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되면서, 열차포는 쇠퇴기를 맞는다. 특히 대형 폭격기의 등장은 열차포의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우선 열차포가 수십km의 사거리를 지니고 있다고 하나, 폭격기는 수백km 거리에 있는 적도 어렵지 않게 폭격할 수 있기 때문에 열차포는 사거리라는 장점을 내세울 수 없게 돼버렸다. 또한 폭격기는 대량의 폭탄을 목표까지 자체적으로 운반할 수 있고, 설령 폭탄 하나가 빗나가더라도 나머지 폭탄을 쏟아부으면서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열차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목표 근처에 방열한 다음에야 사격이 가능하다. 그리고 열차포 1문을 제작/운용할 돈이면 4발 중폭격기를 수십 대 운용할 수 있어 비용마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포탄 한 발의 위력은 열차포가 높아도, 비용 대비 종합적인 파괴능력은 폭격기가 열차포를 능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의 경험을 살려 프랑스 독일 제2차 세계 대전 전 기간에 걸쳐 적지 않은 열차포를 보유했지만, 시대가 변했기에 그다지 유용하게 쓰이지 못했다. 특히 1916년식 520mm 곡사포 같은 프랑스의 대구경 열차포들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거의 쓰이지 못한 채 독일군에게 노획당했고, 노획품으로 독일군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모자라 연합군을 상대로 그 위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소모되는 기록만 남겼다. 소련군을 상대로는 간혹 쓰인 편이지만, 서부전선의 해안방어를 위해 해안포로 전용된 노획 프랑스 열차포들은 도버 해협 건너편의 영국 해안 요새의 요새포 직사를 맞고 박살나기까지 했다. 일부 프랑스 노획 열차포들은 노르웨이까지 가기도 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군사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던 독일은 조약을 파기한 뒤에야 프랑스의 마지노 선을 목표로 단기간에 여러 열차포를 개발했다. 하지만 조약의 여파로 군사 기술력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였기에, 구식 열차포의 설계도를 참고하여 새로운 열차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급히 내놓은 물건이 바로 중 브루노, 랑에 브루노 등 브루노 열차포 시리즈다. 물론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이후에는 기술력이 나름대로 다시 축적되어 크루프 K5, 구스타프 열차포 등 준수한 열차포를 만들어냈다.

1942년 봄에 벌어진 세바스토폴 공방전에서 독일군은 적극적으로 열차포를 투입했다. 세바스토폴은 당시 세계 최고의 요새도시로 알려져 있었으며 소련 흑해함대의 본거지였기 때문에 스탈린그라드를 거쳐 카프카즈로 진격하려던 독일군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세바스토폴의 요새포는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이에 맞서 독일군도 열차포를 사용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독일군은 똑같이 포위전인 레닌그라드에도 열차포를 동원하여 그럭저럭 성과를 올렸다. 일부 열차포들은 이후로도 이탈리아 전선으로 보내져 안치오 상륙작전 당시 미군에게 포격을 하거나, 폴란드로 투입되어 바르샤바 봉기 당시 민간인들에게 포격을 퍼부었다.

미국 러시아도 열차포를 운용했는데, 이 두 나라의 열차포는 다른 나라가 주로 공성포로서 열차포를 운용한 것과 달리, 광활한 영토 안에서 신속하게 전개 가능한 요새포 해안포로서의 기능을 더욱 중시했다. 특히 미국의 열차포는 해안포로서의 운용을 기본으로 했으며, 이 때문에 몇몇 열차포는 해군이 운용했다. 러시아도 비슷한 목적으로 전함 함포를 유용한 열차포를 소수 제조했으며, 이때 제조된 열차포 3문은 1989년까지 해군 소속으로 현역이었다.

한편 일본군도 본토의 해안 요새나 만주국 관동군 국경 요새에서 열차포를 소수 운용했다. 240mm 열차포와 16인치 구경의 대구경 열차포도 한 대씩 운용했지만, 나머지는 본격적인 열차포가 아닌, 중포나 대공포 등을 올려 운용했다. 일본 내부의 철로는 독일, 미국, 러시아보다 궤간이 좁고 선로 축중(선로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이 낮았기에 일본 국내에서는 전용 선로가 깔린 곳 근처에서만 쓰였다. 반면 좀 더 튼튼한 표준궤 선로가 깔린 만주에서는 어느 정도 요새와 요새를 전전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만주 전선은 대전말에 소련군에게 박살나기 전까지 별다른 전투가 없었기에 일본군에서 열차포가 큰 활약을 남기지는 못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열차포는 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열차포가 구식 병기임이 검증된 상황에서 소모된 열차포를 굳이 재생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열차포의 그나마 내세울 만한 장점인 대요새 공격력마저도, 현대의 벙커버스터 같은 폭탄의 조상격이 되는 암반관통용 중폭탄인 지진폭탄이 개발되면서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끝내 열차포는 공군에게 그 역할을 넘겨주고 전쟁의 역사에서 퇴장하게 된다.


다만 이후 소련 ICBM을 열차로 자주화하면서 열차포의 후신으로 볼 수 있는 물건이 재등장한 적은 있다. 북한 역시 화성-11가/열차 발사형이라는 열차 기동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병기 체계가 세계 보편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열차포가 현대전에 완전히 부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5. 열차포 목록

나무위키에 문서가 개설된 경우 ☆ 표시.

6. 대중문화에서의 열차포

7. 관련 문서



[1] 정밀한 발사각 조절을 위해 포신을 좌우로 미세하게 돌릴 수 있게 만든 기종도 일부 있다. 그 밖에 영국의 BL 12 inch Mk-V #와 같이, 포신의 선회가 자유로운 기종도 있기는 하다. [2] 관동군에서 사용. [3] II, IV는 지상설치형 일반 공성포이나 이동용 화차에 실린 채 포격도 가능하였음. [4] 프로토타입 한정. 개발이 끝나고 나서 열차가 아닌 거대로봇에 탑재된다. [5] 철마 레이드에서 트루썬이 만든 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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