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파괴된 건물 사이에 마법의 잔향이 짙게 풍기는 저 거대한 옛 도시를 재건하지 않으리라. 겁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부서져 내리는 저 건물을 건드려 충격을 줄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케스트럴의 기억의 첫 장엔 충격으로 자리잡은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예전엔 케스트럴이 아니었으나, 하지만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기밀에 붙여져 있었다.
케스트럴은 태어나기 전이었음에도 전쟁의 참상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저 멀고도 먼 ‘몽릴’에 계시는 ‘폭풍의 여왕’도 익히 알고 있었다. 현지 사람들이 ‘블랑코로조스’라고 부르는 ‘폭풍의 경비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케스트럴은 가족들이 쓰던 사투리와 릴 산 사람들이 쓰는 혀를 많이 굴려 목이 잠긴 듯한 소리로 말하는 언어까지 익혔다. 이동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여왕의 깃발에 경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모두 여왕의 이름 하에 적성 시험을 치러야 했는데, 선생님과 학부모는 시험 전 몇 주에 걸쳐 수학, 언어, 지리를 아이들에게 철저히 가르쳤다. 시험에 통과하여 선택받은 아이들의 집안엔 세금이 경감되기 때문이었다.
6살이 되던 해, 케스트럴은 유추, 연산, 수수께끼 풀이, 똑같이 나열된 상자 배열 풀기에 걸친 일련의 시험을 치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케스트럴은 시험관이 입은 붉은색으로 장식된 말쑥한 하얀색 실험용 가운과 연필을 깎을 때 나는 냄새를 무척 좋아했다. 게다가 이 작은 아이는 숫자를 제대로 배열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걸 좋아했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억양으로 릴 사람들의 사투리를 구사했다.
마지막 시험이 되었다. 시험관은 검은색 상자와 흰색 상자 총 10개를 내밀었다. 케스트럴은 이 시험에서 달콤한 사탕이 검은 상자 밑에 있을지 흰 상자 밑에 있을지를 맞춰야 했다. 첫 번째 문제는 흰 상자 9개와 검은 상자 1개에서 사탕을 찾는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흰 상자를 선택하여 그 안에 사탕을 당연하다는 듯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두 번째 문제는 검은 상자 7개와 흰 상자 3개에서 사탕을 찾는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망설이지 않고 검은 상자를 집어 그 안에 사탕을 또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케스트럴은 불균형 색깔 상자 배열 문제를 몇 번 풀면서 얻은 사탕으로 볼이 빵빵해졌다. 그러다 세 번째 문제에서 자신만만했던 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6개의 흰 상자와 4개의 검은 상자가 있었는데, 이 작은 아이가 선택한 흰 상자에 사탕이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케스트럴은 머리가 멍해졌다.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고 생각했다. ‘어? 내가 틀렸다고?’
시험관은 다시 상자를 배치했다. 이번엔 검은 상자 5개와 흰 상자 5개였다.
“자, 고르거라.” 시험관이 말했다.
“싫어요.”
“왜? 사탕 먹기 싫은 거니?”
“먹고 싶어요.”
“그럼 골라야지?”
“싫어요.”
“왜 싫은 거니?”
“사탕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시험을 치르려면 골라야 한단다.”
“싫어요.”
시험관은 쭈그리고 앉아 이 작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틀려도 괜찮아. 네가 문제를 맞히면 사탕을 먹을 수 있잖니? 자, 골라보렴.”
“싫어요.”
“이걸 어쩌지? 여왕님께서는 네가 문제를 풀길 바라시는데.”
“싫어요.”
“음, 알았다.” 시험관은 일어나더니 소녀의 팔길이 정도의 나뭇가지를 가져와 케스트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네가 고르지 않으면, 이걸로 손바닥을 맞게 될 거다.”
케스트럴은 두 눈을 부릅뜨고 시험관 선생님이 나뭇가지로 자신의 손바닥을 때리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곳, 옛 도시에서 어린 나이에 자신이 틀렸기에 겪어야 하는 이 마법과도 같은 충격의 아픔을 마음에 새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아픔이 따끔한 정도로 누그러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체벌 따위는 그리 아프지 않았다.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상자를 고르지도 않았다.
다음 날, 폭풍의 경비대원 두 명이 케스트럴의 집에 찾아왔다. 케스트럴은 새총과 새 총알로 무장하고 뒤뜰로 도망쳐 나와 호두나무에 올라가 숨었다. 아이는 저 경비대원 아저씨들이 자신이 마지막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걸 아버지에게 고자질하여 혼날 것을 대비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케스트럴의 부모는 아이를 나무에서 내려서는 꼭 안고 눈물을 흘리며 키스해 주며 말했다. “아가야, 아저씨들이 널 데리러 오셨어. 몽릴에 계시는 분들이 널 계속 가르치고 싶다시는구나. 엄마 아빠하고 있을 시간이 한 시간밖에 없단다.”
2편 '캐서린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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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여왕은 캐서린의 안락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망토와 두건 차림을 한 여왕의 어깨엔 까마귀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조명이 모두 꺼진 창문 없는 거실 구석에 앉아 있어 여왕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별도의 통로를 이용하지 않는 캐서린과는 달리, 여왕은 단단하고 굳게 잠긴 정문을 우회하는 자신만의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여왕은 다리를 앞으로 꼬며 가까이에 있는 등잔에 불을 밝혔다. 어깨 위의 까마귀는 자세를 고쳤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들이 근처에 있다 캐서린. 이 방은 안전하다고 봐도 되겠나?"
"네, 그럴 겁니다. 이미 폐하께선 여기 계시잖습니까."
캐서린의 말에 여왕은 슬쩍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오늘 밤 폭풍경비대를 소집해야 할 거다."
캐서린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면서부터 두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목표가 누굽니까?"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 엄청난 마법 능력을 지닌 쌍둥이야. 그대도 내 동생이자 그들의 엄마인 줄리아를 알고 있겠지.”
“동생분은 5년 전에 죽지 않았나요?”
“줄리아가 그렇게 믿도록 꾸민 거지. 우리 쪽 첩보원이 남부 기디아에서 그녀를 찾았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거긴 지금 기술 진영이지 않습니까?”
"영혼이 없는 기계와 기술자들의 중심지지. 줄리아는 그들과 동맹을 맺고, 내 자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 기술자 중 한 명과 결혼을 해서 쌍둥이까지 두었지. 정말 대단하지 않나?"
“쌍둥이 아기라고요?”
“그래. 아이들을 네게 데려오라. 내가 왕족으로 키울테니 말이야.”
“왜 배신자를 바로 목표로 삼지 않으시는 겁니까?”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희미한 빛이 그녀의 두건 속으로 스며들며 원래 눈이 있었던 자리의 꿰맨 자국을 비췄다. 그녀의 두 눈은 태어나자마자 폭풍마법사의 관례대로 자취를 감췄다. “왕실 인사를 제거하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정당한가는 상관없겠지만 말입니다.” 여왕은 얼음같이 차가운 손등으로 캐서린의 뺨을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부르듯이 말을 받았다. “오, 캐서린. 이번 일에 대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고자 제안을 한다면, 그대를 처형할 수밖에 없어.”
여왕의 속삭임은 귓가에 악마가 유혹하는 소리와 같았다. 캐서린은 말할 수도 없는 중압감에 타는 갈증을 어찌할 줄 몰랐다. 그리곤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어 말을 이었다. “그러면 그냥 아이들만 데리고 오는 겁니까? 여왕님을 죽이려는 그들의 엄마는 그대로 두고요? 여왕님의 동생은 복수할 겁니다. 여왕님께서 명령하신 일은 기디안 사람들이 줄리아를 돕게 할 게 분명하고요.”
“그대의 말이 맞길 기대하지. 폭풍경비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지 않은가. 게다가 기디안 사람들은 기술자를 양성하며 스멀스멀 기세를 뻗쳐 오고 있어.”
“여왕이시여, 다시 전쟁을 벌이길 바라시는 겁니까?”
“오, 그럴리가, 캐서린. 전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킬 거야.” 캐서린의 뺨을 어루만지던 여왕이 손을 거뒀다. “때가 되었어. 아직은 기술자들의 군대가 지리멸렬한 상태고, 기디아는 한 때는 빛났던 값싼 장식물들을 모아놓은 골동품 같은 곳이니까. 그들이 제대로 준비를 갖추려면 10년은 걸릴 거고,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쌍둥이 천재들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일 뿐이야.”
“뜻대로 하소서, 여왕이시여.” 캐서린은 대답하며 까마귀의 눈을 응시했다.
“줄리아의 가족은 폼피움 북서부에 있는 농장에 거처를 꾸렸네. 여기 빈이 그대와 동행할 거야.” 여왕이 말을 마치자, 여왕의 눈이자 귀인 까마귀는 조용히 날갯짓을 하며 여왕의 어깨에서 캐서린의 어깨로 이동했다.
선술집 안쪽, 탁자 위를 비추는 한 줄기 촛불은 두꺼운 두건을 쓰고 홀로 앉은 여인의 정체를 드러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인은 따뜻한 찻잔 안을 빙빙 도는 찻잎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릴 때 방랑자 무리와는 어울리지 말라는 주의를 셀 수 없이 받으며 자랐다. 주름 가득한 노파들이 기괴한 팔찌를 차고 어리숙한 고객들을 찻잎 점으로 현혹하는 그런 무리 말이다.
그렇게 점술에 발을 들여놓지 않도록 격리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줄리아는 실제로 점을 썩 잘 쳤다.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손님들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붉고 흰 제복은 온데간데없었지만, 그녀가 걸친 칙칙한 두건 달린 망토는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차가운 감각을 거둬내진 못했다. 그러한 묵직한 느낌은 탁자를 이리저리 피해 줄리아의 자리로 와 웃음을 건네는 캐서린의 모습에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캐서린이 망토를 벗자, 이 지방의 복색에 딱 맞는 맵시 있는 원피스가 드러났다.
이윽고 주문을 받으러 어린 소년이 다가왔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소년의 목소리는 오뉴월의 갈대처럼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어... 어서 오세요... 뭘 좀 드리면... 뭘 도와 드릴..."
캐서린은 소년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할 말을 다 끝내길 기다려주었다. "포도주 부탁해."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는 뭘 드릴까요? 차를 더 내올까요? 어? 줄리아 님 아니..."
캐서린은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소년의 턱을 손가락으로 치켜 들어 억지로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게 하고는 소곤거렸다. "적포도주 부탁한다니까?"
줄리아는 시종이 어리둥절한 상태였던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건 몰랐다는 듯 캐서린의 원피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캐시, 멋진 위장술인데? 그냥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지그래. 숨는 건 취향에 맞지 않나 보지?"
캐서린은 상처받은 체하며 코웃음을 쳤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난 이 정도 변장이면 꽤 만족스러운데. 여기 달린 단추들 좀 봐!" 그녀는 두 팔을 벌려 단추를 드러내며 윙크를 날렸다.
줄리아는 거슬리는 소리로 웃으며 흐느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단추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듯한걸."
주문한 포도주가 나올 때까지 두 여인은 침묵을 지켰다. 포도주 잔을 앞에 두고 캐서린이 몸을 숙이며 넌지시 말했다. "여왕이 쌍둥일 데려오래, 리아. 애초에 이 전쟁을 이겨놓고 시작하려는 속셈이지."
줄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기디아에서 날 도와줄 거야."
캐서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언젠가 때가 되면 말이야. 하지만 폭풍 경비대가 여기 왔어. 이번 여정 내내 여왕의 까마귀 '빈'이 나와 동행해서 네게 말을 전할 수 없었어. 녀석이 네 가족을 감시하는 동안 겨우 떼어놓고 온 거야." 캐서린은 줄리아의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경비대는 오늘 밤에 임무를 수행할 거고 네 아이들은 나와 함께 몽릴로 갈 거야."
줄리아는 캐서린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거미줄이 깔린 선술집 구석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안 돼."
캐서린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 어떤 경우라도 여왕의 명령은 거역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넌 선택권이 없단 말이야. 리아, 아이들은 내가 잘 보살필게. 약속해."
"안 된다고!" 줄리아가 강한 어투로 말했다. "여왕, 아니 언니는 우리 셀레스트를 자신처럼 폭군으로 만들 거야.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캐서린은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바닥을 펴며 말했다. "그래서 뭘 어쩔 작정인데? 설령 내가 합세해도 너랑 아단은 폭풍 경비대를 물리칠 수 없잖아. 농장은 경비병들이 에워싸고 있고, 폼피움 외곽 길가란 길가엔 나머지 녀석들이 방벽을 세웠어. 줄리아, 우린 임무만 끝내면 사라지는 거야. 날 믿어야 해."
"폭풍 여왕과 너의 관계처럼 말이니?"
캐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줄리아,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였어."
"우리 셋 모두 어릴 때부터 단짝이었잖아." 두 친구 사이를 깊게 짓누르는 긴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 한참 후에 줄리아가 탄식하더니 긴 침묵을 깨며 말했다. "폭풍 경비대가 가까이 왔으니 아단에게 조심하라고 전할게.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일상을 시작할 거야. 아무것도 이상해 보여선 안 돼. 그리고 네가 임무를 수행할 때, 아단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칠 거야."
"뭘 들은 거니? 폭풍 경비대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순 없다고!"
"방법이 있어. 죽음이 목줄을 죄는 순간에 마법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는 법이니까. 네가 내 목숨을 취할 때, 그이에게 내 모든 마력을 전해주겠어. 아단이라면... 그라면 내 모든 것이 담긴 그 '선물'을 자기 걸로 취할 수 있을 테니까."
캐서린은 포도주잔을 꽉 쥐면서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캐시, 내 죽음을... 최대한 화려하게 해줘. 소란을 피워야 남편과 아이들이 도망갈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캐서린의 눈망울이 가득 고인 눈물로 반짝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못해."
"그런 다음 도망쳐. 몽릴에서 너한테 더 볼 일은 없을 거야. 폭풍 경비대가 아단을 쫓을 테니 넌 기디아에 있는 친구들한테로 몸을 숨겨야 해."
그 순간 탁자에 캐서린의 손아귀에서 산산이 부서진 포도주잔 파편이 와르르 쏟아졌다. 선술집은 일순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의 캐서린을 응시했다. 캐서린의 손아귀에서 떨어지는 피는 유리 파편과 뒤섞여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너나 네 언니나 내게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하는지 생각조차 못 하는구나."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아 떨어지지 않는 눈물을 털어내며 간신히 말했다.
줄리아는 목구멍에 걸린 슬픔을 삼켜냈다. 줄리아는 아이들의 엄마로 살며 터득한 인내의 손놀림으로 피 흘리는 캐서린의 손을 잡았다. "네가 매사에 얼마나 올곧고 헌신적인지 잘 알아. 하지만 난 왕녀야, 알잖아?" 줄리아는 친구의 손에서 유리 조각을 뽑아내면서 단조로운 말투로 속삭였다. "내 아이들을 언니에게 데려가면, 언니는 내 딸을 괴물로 만들고 내 아들을 전장으로 내몰아 기디아를 자기 손아귀에 넣을 거야." 줄리아가 캐서린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모아 쥐자 핏방울과 포도주 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줄리아는 할시온으로부터 마력을 끌어와 치유 마법으로 캐서린의 상처를 감쌌다. 그 은은한 녹색 빛을 바라보며 줄리아는 힘들게 입을 땠다. "끝내야 할 일에 죄책감 따윈 갖지 마. 그리고... 그..." 줄리아는 더듬거리더니 이내 말을 멈췄다.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캐서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줄리아의 어깨가 푹 꺼졌다. 그러더니 상처를 치유한 캐서린의 손을 놓아 주었다. 두 여인은 미끄러지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들 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과 슬픔이 자리 잡고 말았다.
캐서린은 억지로 미소를 띠며 손을 뻗어 줄리아의 뺨을 어루만졌다.
"안녕, 나의 리아." 캐서린이 마지막인 듯 조용히 말했다.
"안녕, 나의 캐시." 줄리아도 조용히 대답했다. 줄리아는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으로 목이 메어왔다.
캐서린은 자세를 곧추세워 단호한 눈빛으로 돌아와 줄리아의 뺨을 만지던 손을 거뒀다. 캐서린은 줄리아에게 인사하고 망토를 집어 들고 자신이 흘린 피를 즈려 밟으며 아직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을 응시하는 손님들을 지나쳤다. 그렇게 그녀는 선술집 문을 열고 자신을 기다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4편 '그녀의 활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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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녀로군."
케스트럴은 아래 덤불에서 소곤거린 여검사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날렸다. 폭풍 경비대원이라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입도 뻥끗하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그날도 여인네들은 치즈와 젖을 제공해 줄 염소를 낡은 수레에서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지역 농가의 바쁜 일상은 계속되었지만, 오늘 줄리아는 유령이 되어야 했다.
아낙네가 목줄을 끌어당기자 염소는 어린아이 같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케스트럴은 벌써 뒤얽힌 올리브 나뭇가지에서 몇 시간 째 경비대 대장인 캐서린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다리의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지만, 그녀는 강철로 된 활시위를 정면에 겨누고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할시온의 힘을 조정하면서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오늘 밤은 할시온의 화살을 쏘지 않고 임무를 끝낼지도 모른다. 이 강철 활시위를 최대한 당기면 유리창쯤이야 박살 낼 수 있지 않던가. 멀리에 있는 폭풍 경비대도 이곳으로 넘어온 후로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기디안의 기술자들은 태생적으로 마력을 혐오했다. 연기와 기계로 가득한 이 도시에서 굳이 마법을 사용해 쓸데없는 관심을 끌 필요는 없었으리라.
혀로 볼을 밀어 장난을 치면서 케스트럴은 망원경을 통해 여왕의 동생을 주시했다. 쌍둥이를 보살피느라 줄리아의 몸놀림은 전보다 부드러워졌고, 눈가에 잔주름이 늘었지만 그녀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줄리아가 안으로 들어간 후, 케스트럴은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무뎌진 다리의 감각을 회복시켰다. 오른쪽 어깨를 돌려 나무에 걸터앉아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올빼미 소리를 내어 신호를 보냈지만 캐서린은 휘파람으로 대기하라는 신호로 응수했다.
해가 지자 염소는 더 크고 더 구슬프게 울어댔다. 주위 덤불과 나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집 안에선 줄리아가 기디안 반란군에 속한 것치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편과 말다툼을 해댔다. 쌍둥이들은 잠옷을 입은 채로 술래잡기를 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남자아이는 땅을 울리는 고함을 질러댔다. 석양은 밝아졌다가 이내 그 빛을 감췄다. 마법의 아이인 케스트럴은 침묵 속에 골똘히 생각했다. 여왕께서는 쌍둥이들이 다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케스트럴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 이불을 덮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침실에서 멀리 떨어진 앞 창문의 왼쪽 가장자리를 겨냥했다. 그리고는 준비 완료 신호를 다시 보냈다. 캐서린은 대기하라는 휘파람 소리로 답했다.
밤이 깊어지자 몽릴에서 볼 수 없는 밝은 별빛이 머리 위를 찬란하게 밝혔다. 집 안에 있는 남자가 렌치로 조이는 시늉을 했다. 줄리아는 문을 쾅 닫았다. 염소의 비명은 케스트럴의 신경을 건드렸다. 필요하다면 밤새도록 위치를 사수할 그녀였지만, 기다리는 매 순간이 뭔가 잘못될 것만 같았다.
그 남자는 한쪽 팔에 건틀릿을 꼈다. 작전 개시를 재촉하는 분대장들의 신호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캐서린은 다시금 대기하라는 휘파람 소리를 보냈고 염소는 또다시 울어댔으며 뭔가 이상했다.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전에 공격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 근처에서 대기하던 여검사가 투덜거렸다. 케스트럴은 단독 임무 수행에 익숙했다. 이렇게 많은 경비대원과의 공조 임무는 그녀에겐 짐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궁사에게 염소의 울음과 다른 이들의 투덜거림은 방해가 될 뿐이지 않은가. 그녀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기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케스트럴은 그렇게 활을 날렸고, 염소는 울음을 멈췄다.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 보채던 아이의 칭얼거림 같이 뒤엉켰던 신호가 잦아들었다. 덤불 숲에 누군가가 숨죽여 조소를 날렸다. 케스트럴은 활시위에 다시 활을 걸었다. 집 안에 남자가 반사적으로 동작을 멈추더니 이상하다는 듯 창문 밖을 살폈다. 그러더니 집 안을 가로질러 줄리아에게 내달렸다.
"쳇, 눈치챘군." 나무 아래 여검사가 나직이 말하더니 검을 앞으로 내밀고 튀어나왔다.
스르륵. 올리브 숲 전역에 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딘가에서 퍼런 마법 도깨비불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거렸다. 퍼런 방패가 빛을 내며 활기를 찾았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집 안에 남자는 갑옷을 입느라 몸부림쳤고, 그의 아내는 죔쇠를 조이며 남편의 무장을 도왔다. 작전 개시 시간이었다. 공격대 모두가 공격 개시를 알리는 캐서린의 휘파람 소리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던 휘파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케스트럴은 물러났다. 그리고는 활시위에 세 손가락을 걸고 관자놀이에 손마디를 얹고 어깨뼈가 척추에 닿도록 신중히 활시위를 당겼다. 극도로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활시위 사이로 할시온의 힘이 요동쳤다. 그녀는 심호흡하고는...
활시위를 놓았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앞 창문이 깨지던 그때, 케스트럴은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관통하는 찌릿함은 따위는 무시하고, 몸을 숙여 귀신처럼 빠르게 그 집으로 접근했다.
한쪽 어깨에 활을 걸고 한 손으로 창틀을 잡은 케스트럴은 뒤를 흘깃 돌아보았다. 마법과 강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사이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경비대를 지휘하며 폭풍처럼 몰아쳐야 할 캐서린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캐서린의 손에는 여왕의 감시자인 까마귀 '빈'의 주검이 들려 있었다.
5편 '그날 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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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보. 염소 한 마리 사는데 당신 허락까지 받아야 해요?" 줄리아가 투정을 부렸다. "염소가 있으면 우유도 짤 수 있고 그걸로 치즈도 만들 수 있다구요."
이들은 저녁 내내 부부싸움을 할 판이었다. 아단은 허리를 굽힌 채 파워 아머에서 분리한 철판의 모서리를 사포로 문지르고 있었다. 집 밖 마당에선 이 부부싸움을 초래한 염소가 달빛 한 줌 없는 어둠을 향해 태평스레 울음소리를 냈다. "저놈의 염소 냄새와 울음소리는 정말 지독하단 말이오." 아단이 투덜거렸다. "한 시간이나 저러고 있는데 셀레스트와 복스가 어디 편하게 잠이나 자겠소?"
"그게 아니라 여보. 애들 교육에도 좋단 말이에요. 아이들은 교감할 수 있는 애완동물이 필요... 어맛 당신! 지금 내가 아끼는 의자에 쇳가루 흘린 거예요?"
"그렇다면 그 치즈란 놈은 누가 만들 거요? 고귀하신 분께서 치즈를 만들어 보신 적이나 있으신가?"
"흥, 나도 치즈 만들 수 있거든요!" 줄리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쿵쿵거리며 방을 나서더니 남편 보란 듯이 침실 문을 쾅하고 닫았다.
문 소리에 잠이 깬 셀레스트가 아장아장 걸어나오더니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빵? 엄망 왜 그래요?"
영리한 셀레스트는 엄마가 화났을 때 어떤 어조인지 벌써 알고 있었다. 아단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 팔로 사랑스러운 딸을 안고는 뺨에 뽀뽀하며 말했다. "엄마가 지금 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니 삐지셨나 보구나."
"망도 안 되는 소리가 먼데요?"
"엄마가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염소를 집으로 데려왔거든. 그래서 그렇단다."
"난 염소 쪼아." 셀레스트에 이어 복스도 깨어나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복스는 비몽사몽에 아단의 다리를 꼬옥 껴안았다. 아단은 아이들을 달래고는 침대에 다시 눕혔다.
"우리 복스, 염소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엔 염소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떡하지?"
셀레스트가 반쯤 잠든 상태로 말했다. "아빠, 바께서 아가가 울어요."
"저건 그냥 염소란다, 우리 딸." 아단이 셀레스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때 잠결에 웅얼거리던 복스가 물끄러미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염소가 무섭대. 혼자 이써서 그런가 봐."
"하하. 염소는 괜찮단다. 어휴, 녀석이 암컷이면 좋겠는데... 아니면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려는 네 엄마의 꿈은..."
그때 불현듯 등 뒤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아단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신경을 곤두세우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단의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둘 다 조용히 있어야 한다. 방문은 절대 열지 말고. 알았지?"
아이들을 단속하고 난 뒤 아단은 침실로 내달렸다. "여보, 줄리아." 그는 심각한 어조로 침실 문 앞에서 말을 이었다. "그들이 왔소."
줄리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실 문을 열었다. "지, 지금요?"
"이미 포위된 것 같소."
아단의 갑옷은 수리 중인 상태로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리 먼저." 아단이 급하게 강철 발가리개에 발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줄리아는 잠옷 바람으로 무릎을 꿇고는 남편의 무장을 도왔다. 파워 아머의 묵직함 때문에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윽고 갑옷의 제어판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더니 기계음이 들려왔다. "시스템. 오프라인." 그 소리를 들은 아단은 주먹으로 제어판을 세게 쳤다. "제길... 고물단지 같으니라고!"
"쉿! 계속해봐요." 줄리아의 하얀 손은 기름때로 까맣게 변했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엔 검은 얼룩이 가득했다. 갑옷과 발전기의 연결 부위를 조심스레 살피며 그녀는 집 주변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염소 울음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는 적막이 흘렀다. "여보, 정말 그들이 여기... "
"시스템. 온라인."
갑옷이 작동하는 그 순간, 거실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아단은 옆으로 몸을 틀어 날아온 강철 화살을 피했다. 그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은 반대편 벽 깊숙이 꽂혔다. 아단은 욕지기를 내뱉고는 몸을 가눴다. 거실 나무 바닥이 아단의 갑옷 무게에 삐걱대며 비명 소리를 냈다. "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을 지키리다."
"무기도 챙겨야죠!"
"여기서 쓰면 집을 날려버릴 거요. 내 뒤에 바짝 붙으시오."
줄리아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어 마법을 시전했다. 녹색 구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난 당신을 지킬게요." 줄리아가 꿈결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줄리아의 마력이 몸속으로 스며들자 아단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력이 주는 그 기묘한 느낌은 기계만을 알고 살아온 그에겐 영 어색했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소, 걱정 마시오.” 그가 굳은 목소리로 아내에게 대답했다.
이윽고 적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궁수 하나가 창문 너머로 슬쩍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집 안으로 재빠르게 잠입했다. 장검을 꼬나쥔 검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은밀한 행동 사이로 얼핏 보이는 문장들... 그들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뿌드득... 폭풍경비대!" 아단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하지만 줄리아는 무아지경 상태로 마력을 끌어올리느라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두껍디두꺼운 파워 아머. 공격력과 방어력은 뛰어나지만 이 녀석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 무게. 아단은 그래도 경비대의 급습 직전에 고물 같은 갑옷이 작동하다니 다행이라 여겼다. 침입자들은 저마다 가진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아단의 힘, 그리고 줄리아의 마력을 흡수한 갑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낸 아단은 그대로 궁수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는 궁수의 얼굴엔 화상 자국이 아로새겨졌다.
이를 신호로 아단 부부와 폭풍경비대는 본격적인 전투를 개시했다. 아단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뛰었고, 쥴리아의 마법도 경비대원 상당수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때 가족의 따스함이 가득하던 거실엔 침입자들의 피와 부스러진 무기 그리고 찢긴 육편이 날아다녔다. 숫자로는 중과부적이었지만 아단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는 침입자들과 소중한 가족 사이를 막는 단 하나이자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진의 강타가 휘몰아쳤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한기가 감돌았다. 아단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충격파가 직격한 그의 속은 뒤집혔다. 비명을 지를 수도, 눈을 깜빡일 수도 없었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과 장식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아단의 갑옷은 미친듯한 경고성을 내뿜었다. 사방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폭풍경비대원들이 가득했다. 아단의 부릅뜬 눈동자에 비치는 인영 하나. 박살 난 현관문으로 마치 자신의 집인 양 유유히 걸어들어오는 공포의 존재. 집안으로 발을 들인 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나마 성한 경비대원 두 명에게 셀레스트와 복스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단이 이들을 막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순간 아단의 시간은 무채색으로, 천천히 흘렀다. 거실 한쪽에서는 명령을 받은 경비대원들이 공포로 시퍼렇게 질린 쌍둥이를 안고 캐서린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충격에 정신을 잃었던 다른 대원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었다.
다른 한켠에는 그의 아내 줄리아가 캐서린의 칼에 찔리기 직전이었다.
시간이... 없다!
찰나의 순간, 그는 잔인한 선택을 해야 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소중한 아이들을 구할 것인가?
고민은 짧았고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캐서린의 검이 처절하게 줄리아의 가슴을 가르는 그 순간,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단어는 바로 남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마력이 일순 믿을 수 없는 힘을 아단에게 주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그녀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 힘으로 아단은 순식간에 경비대원 둘을 제압하고 쌍둥이를 안아 들었다. 부서진 창문으로 탈출하는 그에게는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줄 시간도 없었다.
아단은, 화살에 목이 꿰뚫려 더 이상은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울음소리를 낼 수 없는 염소를 지나쳐 어둠 속으로 내달렸다. 똑똑한 쌍둥이는 눈앞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광경에도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스산한 밤공기만이 맴돌았다.
6편 '내가 찾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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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해 봐!" 살아남은 괴물이 덤불과 등나무가 반쯤 자란 포탑의 둥근 강철 입구에 고함을 질렀다. "내 몸에 구멍 하나 내보라고! 날 날려버리란 말이야!"
먹히면 좋을 텐데...
포탑에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는 방금 전에 터진 폭발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누군가 또 장전 중이겠지... 누군가 암석 철옹성이었던 이 난장판을 지나 포탑 아래 관문에 미니언들을 불러들이고 있겠지... 그 너머에 누군가 그가 찾는 걸 가지고 있겠지.
거의 다 됐다...
크럴은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저릿한 마력의 통증을 달래며 왼쪽 다리를 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제 세상을 잃었다. 소환의 잔내가 암석을 뒤덮을 정도로 진동해 이가 갈릴 정도였다. 미니언들이 더 오는 것이리라. 더러운 잡종들, 그저 싸울 줄만 아는 것들. 크럴은 찌릿한 다리를 두드리며 통증을 가시게 하면서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전 존재에게서 비롯된 습관이리라. 공기가 새어나와 차디 찬 강철이 옥죄인 가슴팍 파인 상처 사이로 흘러들어 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지만 크럴은 세차게 달렸다. 멍청한 데다가 거대한 미니언을 덥석 잡아 재빨리 짓눌러 버리고는 고통을 물리쳤다. 또 고통을 물리치고 물리치길 반복했다... 미니언의 뱃대지를 찢어놓는 기분 그 하나만 괜찮았다. 매 순간 두려움을 자극하는 처참함에서 비롯된 혼란스러운 기분이 그를 무너뜨렸다. 미니언들의 어두운 기운이 그의 손에서 미끈거리는 듯했다. 미니언들의 배때기는 거미줄같이 흩어지고, 다리는 파리 날개처럼 떨어져 나갔다. 크럴은 미니언들의 낯짝에 고함을 질렀다. 침이 사방에 튀었다. 그의 광기 어린 조소가 전장에 메아리쳤다. 미니언들의 영혼은 죽어 나자빠진 몸뚱어리에서 빠져나가 크럴의 영혼을 채웠다. 크럴의 유일한 욕구를 채워준 것이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피가 튀고 처절한 고통의 울부짖음이 사방에 퍼졌다. 크럴의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에 한때 살아 숨쉬던 생물이 뜯겨 나갔다. 그 순간 크럴은 요새의 폐허 꼭대기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인간의 형상을 한, 키가 큰 그녀는 아침 햇살처럼 싱그러웠다. 암석 틈 사이에 검 한 자루를 묻어둔 그녀의 눈은 무표정했다. 그의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화색이 돌았다.
"어이, 예쁜이!" 그가 그녀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암석 사이에 끼워 놓은 검 한 자루를 천천히 꺼내들었다. 검신에서 빛이 환하게 퍼져 나왔다.
"그거론 날 못 막을 텐데!" 크럴이 낮게 응수했다. "지금 도망치라고 내가 따라가 줄 테니... 그 검신 박살 내기 전에 말이야."
그녀는 검을 정면으로 겨누고 뛰어올라 크럴을 세차게 밀어붙였다. 마치 벌떼처럼 마력의 울림이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고도의 훈련된 전사였다. 한때 크럴은 그녀를 존경했었지 않은가. 그녀는 몇 차례 검을 휘두르며 반쯤 죽은 그의 살덩이를 공격했다. 크럴은 악마의 숨소리를 거칠게 내쉬며 그녀를 공격했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저 그녀의 공격을 열심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검을 거꾸로 잡더니 검자루로 크럴을 세차게 내리쳤다. 이때다. 크럴은 고통에 고함을 지르며 거리를 좁히려 그녀에게 돌진했다. 크럴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목덜미를 노렸고 그녀는 용맹의 외침을 내질렀지만 허사였다.
"예쁜 것 같으니." 크럴은 꿈틀대는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그는 쨍강 소리를 내고 돌덩이에 떨어진 그녀의 검을 멀리 차 버렸다. 검 맛은 충분히 보지 않았던가. 그는 그녀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마지막 숨결은 날아가 크럴에게 세어 들어갔다. 크럴은 쓰러진 그녀의 몸뚱어리를 넘어 포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다 됐다...
포탑으로 가는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포탑에 화약과 마력을 채워줄 누군가도, 두툼한 목덜미를 가진 잡종들을 소환할 누군가도 없었다. 그의 오른쪽 발은 가는 길에 핏 발자국을 남겼고, 그의 왼쪽 다리에 붙은 미니언들의 찌끄레기는 관문을 통해 요새 넘어 우물까지 이어졌다.
생명을 잃은 그 우물까지...
한때 언젠가 이 우물은 수정의 힘을 채워주곤 했었다. 언젠가 영웅들이 이 우물을 지키곤 했었다. 언젠가 크럴도 한때 이곳에서 구원을 찾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물은 비어 있었다. 그저 부서진 수정 조각만이 있을 뿐 우물은 비어 있었다.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곤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세계가 그에게 찾아왔다. 곤충들의 찌지직 소리가 음률처럼 들러왔다. 새들이 조잘댔다. 한기가 그의 근육에 스며들어 영겁의 상처 주위로 몰려와 그를 옥죄었다. 그를 숨쉬게 하는 그 무언가가 익숙하지 않은 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 느낌은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웠다.
크럴은 덤불로 성큼 걷기 전에 크게 고통으로 얼룩진 비명을 질렀다. 그곳에 다른 길이, 할시온 협곡으로 가는 길이, 이제 그가 가야 하는 길이 보였다.
한 소녀가 훈련장 중앙에서 나무 방패를 들고 자신의 스승과 마주 서 있었다. 태양이 서쪽 작은 언덕 뒤로 그 빛을 감출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고된 훈련이었지만, 소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계속 훈련을 이어나갔다. "마르셀 교수님이시잖아요..."
스승의 무딘 장검의 칼날은 소녀가 스승의 움직임을 눈치채기도 전에 소녀의 왼쪽 뺨에 선명한 빨간 상처를 남겼다.
"실제 전투에서는 교수 따윈 없다. 이름도 없지." 스승은 그녀 주위를 빙빙 돌았고, 소녀는 스승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소녀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스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남편도 형제도 자매도 친구도 없다." 마르셀 교수는 다시 칼을 휘둘렀고 그의 칼날이 뻗어 나간 곳엔 새로 상처가 돋아났다.
"아.. 알겠어요, 교수님." 소녀는 상처를 느끼며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스승이 방향을 바꾸자 발에 힘을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가 누구지? "
"교수님은... " 스승과 제자 사이에 검이 휘둘러지고 소녀가 든 나무 방패에 쾅하고 부닥쳐 나무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 검이에요."
"그럼 너는 누구지?"
다시 검이 휘둘러졌다. 스승의 손에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소녀의 방패를 다시 강타했다. "저는 방패에요."
"다시!"
"저는 방...패에요." 스승의 공격은 더 빨라졌다. 원호를 그리며 부딪혔다. 소녀는 작은 팔로 방패를 들어 올리기가 힘들 정도였음에도 자비란 없었다. 소녀가 느리게 움직일 때면 그 여린 피부엔 쓸린 자국과 멍이 피어올랐다.
"다시!"
"저는 방패라고요!" 방패에 부딪히는 무딘 칼날이 소녀의 팔에 충격을 가했다. 소녀의 눈에는 땀이 흘러내렸고, 촉촉한 눈망울에 맺힌 눈물과 엉켜 뺨을 타고 흘러 목을 지나 옷깃을 적셨다.
"누구라고?"
" 방패입니다!" 소녀는 흐느끼며 나무 방패를 머리에 들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방패요! 저는..."''
"... 방패입니다!"
캐서린은 장군의 천막에서 간신히 쏟아지는 잠을 참아내며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찬 공기가 서늘한 밤이었음에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캐서린 옆 남자의 가슴에 마법 화살이 튀어나오더니 어둠 속에 푸른 빛이 반짝였다.
"케스트럴 너구나." 캐서린은 나지막이 그 이름을 내뱉었다.
그녀가 일어나자 죽은 그녀의 연인이 죽어 넘어진 자리의 모피가 피로 얼룩져 갔다. 소리를 죽인 필요가 없었지만, 그녀는 소리도 없이 옷을 걸쳤다. 그들이 살려두고자 했기에 캐서린은 목숨을 부지한 것이었다.
야영지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에겐 그러한 선택권이 없었다. 어둠 속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밖으로 몸을 뺐다. 소복이 쌓인 눈을 밟음에도 그녀는 발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형 보병 천막들은 마법 화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한기가 죽음의 핏빛 냄새를 감추고 시간을 멈췄다. 마치 태양이 다시는 뜨지도 않을 듯, 죽은 자들이 절대 썩지 않을 듯, 따뜻한 봄이 혹한의 전쟁을 끝내지 않을 듯이 보였다. 그녀의 코와 손가락은 감각이 없고 분홍빛이 되어갔다. 마치 그녀가 자신의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듯했다.
야영지 중앙에 친숙한 군복을 갖춘 서른 명의 낯선 여성들이 불 속에 나뭇가지를 쑥 들이밀었다. 그녀들은 군인이라고 하기엔 젊었다. 전쟁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이들로 메우지 않던가. 여섯 개의 장검, 두 개의 도끼,두 개의 단검, 두 개의 장창, 아홉 명의 마법사, 여덟 개의 방패와 하나의 활이 그 자리에 있었다.
“안녕, 케스트럴."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내며 앞에 있는 눈더미에 방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캐서린!" 활을 든 케스트럴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환한 미소를 피워올리며 반겼다. 케스트럴은 눈밭을 천천히 헤치고 와 캐서린의 손을 꽉 잡았다. 방패 옆에 자신의 활을 내려놓으며 케스트럴이 말했다. "이것 숫제 좌천이나 마찬가지잖아. 널 국경 분쟁 지역에 처박다니 말이야."
"보수는 괜찮아."
케스트럴은 캐서린의 견갑 날개장식에 손가락을 대고 두들겼다. 툭툭툭 "검은 침상에 두고 온 거야?"
"그럴 수밖에." 캐서린은 모닥불을 지나 위치로 이동하는 폭풍경비대원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거의 박살 내놨던데."
케스트럴이 능글맞게 웃었다. "소문엔 네가 죄책감에 검을 버렸다던데."
"내게 검이 필요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거야."
"하긴 뭐... 다들 그냥 서슬이 퍼렇네. 이 주둔지 전체가 성가신 적을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난 것 같아."
캐서린은 방패 위에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너답지 않게 말이 많구나."
"그냥 얘기하는 하는 거지 뭐. 우리 이런 지 오래됐잖아." 케스트럴은 왼손으로 활을 살짝 잡았다. 그녀의 오른손엔 네 발의 마법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닥불 건너편에선 다른 대원들이 흰 모피 후드를 젖히고 무기를 들었다. 화염과 서리와 마력이 마법사들의 손바닥에서 활활 타올랐다. 캐서린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더미에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이 순간 대화를 나누던 캐서린과 케스트럴은 이제 없었다. 자욱한 안개와 같은 여명이 하늘에 피어올랐다.
혼란이 밀려오기 전 그 순간, 산들바람이 죽은 병사들로 가득한 천막 주위에 눈송이를 날려 올렸다. 모닥불 위로 불똥이 터졌다. 방패가 일어섰다. 활시위에 마법 화살을 드리운 활은 화살을 끌어 올렸다. 케스트럴은 활을 겨눴다.
그리고 그녀가 캐서린의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할시온의 힘을 담은 마법의 화살이 얼음과 불꽃을 갈랐다.
8편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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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트럴의 마법 화살은 불의 바다를 유유히 지나 찬란한 불꽃을 피우며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가르던 불꽃 화살은 두 여검사 사이의 좁은 공간을 미끄러지듯 통과하여 까마귀의 몸뚱어리를 관통했다. 폭풍 여왕의 까마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퍽 떨어지며 하얀 가루눈을 날렸다.
"너희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해." 케스트럴이 다른 경비대원들에게 말했다. "내 화살은 우리 편 죽이는 데 쓰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어이가 없었다. 폭풍 여왕의 최정예 대원들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를 갈구하며 전율하는 그들의 무기가 갈 곳은 어디인가. 그들의 시선은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힌 케스트럴에게서 멀어져 저기 우뚝 서 있는 캐서린에게로, 죽음의 공포로 눈도 감지 못하고 하얀 눈 밭에 떨어진 검은 까마귀에게 향했다. 케스트럴이 캐서린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나자, 하얀 장갑을 낀 대원들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무기를 든 손을 다시 움켜쥐었다. 방패 뒤로 방어 태세를 취한 캐서린의 반짝이는 눈에는 옛 동료가 보여준 마음에 힘도 났지만, 다른 동료들의 난처한 기색에 마음이 쓰렸다. 아득한 정적의 그 순간, 캐서린의 눈에 흰색과 붉은색 제복 뒤로, 서슬 퍼런 칼날에 그들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한때 자매 지간만큼이나 친했던 동료들이지 않은가.
그때 정적을 깨고 최정예 대원이 보호 마력을 깨뜨리더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퍼런 섬광을 번뜩이며 슉슉 앞으로 돌진해 왔다. 케스트럴의 코앞까지 내달려 온 이 최정예 대원의 칼날이 그녀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거칠게 몰아붙이며 그녀가 말했다. "캐서린은 폭풍경비대가 아니야. 케스트럴, 이제 너도 마찬가지군."
"아니라고, 리비아? " 케스트럴이 아픈 가슴을 누르며 겉으로는 히죽 웃어 보였다. "라이오네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널 측면에서 공격하던 남자의 눈알에 화살을 박아 넣은 게 나 아니었니?" 그때 퍽 튀는 소리가 나더니 케스트럴이 서 있는 자리에 연막이 피어 올랐다. 리비아는 케스트럴이 시전한 은은히 빛나는 연막에서 튀어 올라 연막을 벗어나며 방어 자세로 단검을 말아 쥐었다. "너랑 함께 전장에서 싸우며 네 목숨 얼마나 많이 살렸는지 그새 기억이 안나시나 보네?" 엷게 피어오르는 연막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오며 말을 잊는 케스트럴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울렸다.
"우린 명령을 받았다. 명령을 지키는 게 폭풍경비대의 의무야." 최전선을 지키는 방패지기가 말했다.
"그래... 맞아, 마렐데. 우린 명령을 받으면 복종해야 한다고 훈련받았지. 그 명령이 옳던 그르던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시위에 화살을 다시 장전하고 모습을 드러낸 케스트럴이 말했다.
"여덟," 마렐데가 속삭였다.
"그리고 거기 너, 에이미스." 케스트럴의 화살이 푸른 빛의 터질듯한 마력 구체를 손에 들고 상황을 주시하던 마법사의 이마를 겨눴다. "북부에서 벌어진 반란 이후, 네가 밤마다 악몽에 잠 못 이룰 때, 저기 저 캐서린이 밤새 네 곁을 지킨 거 기억나? 그리고 너 이베트, 캐서린이 너한테 바쁜 시간 쪼개서 릴 언어를 가르쳐 줬었잖아." 이베트는 고기를 끄덕이며 어깨에 걸친 도끼를 내려놓았다. 마치 캐서린에게 도끼를 겨눌 자신이 없는 듯, 이베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다.
"흥, 전 캐서린하고 그런 동료애 나눌 일이 없었으니 다행인 건가요? 이베트한테 말을 가르쳐줬건 말건 지금 무슨 상관이죠?" 대원들 중 가장 어린 엘레나가 조롱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반역자 따위한테 무슨... 캐서린님은 명령을 어겼어요. 임무를 엉망으로 만들고 폭풍경비대의 명예에 먹칠한 거라고요!" 엘레나는 자세를 낮추고 장창을 거머쥔 손에 분노를 심었다.
"영원한 충성을." 탄식 섞인 목소리로 폭풍경비대 구호를 왼 캐서린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래, 나도 제군처럼 충성을 맹세했지. 하지만 난 전쟁에 나설 때면 명령을 내린 여왕에게 충성한 적은 없다. 난 그저 내 옆을 지키고 나와 함께 싸우는 제군에게 충성을 다 하려 노력했다. 칼에서 피가 흐르고 화살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내겐 몽릴의 안위 따윈, 통일된 이븐타이드 따위는 안중에 없었어. 목숨을 걸고 나와 함께 전장에 나선 제군이 죽어 나자빠지는 일이 없도록 사력을 다해 함께 싸운 것뿐이다. 내겐 제군이 여왕이었다."
캐서린의 말을 들은 리비아가 절규하며 말했다. "그럼 왜 우릴 버리고 겁쟁이처럼 도망친 거죠?"
캐서린은 리비아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폭풍경비대엔 겁쟁이란 없다, 리비아. 난 내 소중한 친구를 죽이는 명령은 따를 수 없을 뿐이야. 언젠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제군은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할 날이 있겠지. 하지만 난... 난 말이야. 너를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수치심에 셀 수도 없는 세월을 버텨냈어, 케스트럴."
"그럼 이제 내게 만회하면 되겠네 뭐." 케스트럴이 겨눈 활을 내리며 말했다. "타이젠 관문에서 줄리아의 가족들을 발견했어. 잘살고 있더군. 다행히 그들은 기디안 사람들의 도움으로 탈출했어."
캐서린이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면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군. 자, 선택해라 제군. 여왕의 저주받은 까마귀가 우릴 찾아내기 전에 말이다. 어떻게 할 텐가?"
9편 '다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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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툰드라 지대 사이로 울창한 침엽수림이 펼쳐졌다. 하루가 급한 폭풍경비대지만 살인 까마귀들의 매서운 감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에만 이동했다. 나라 전체가 전쟁의 업화에 휩싸였고 폭풍 여왕의 군세가 그들을 뒤쫓고 있었다. 하지만 케스트럴과 캐서린은 여왕의 살벌한 추격보다, 눈을 뜰 수 없는 눈보라와 뼈에 사무치는 추위가 더 걱정이었다. 케스트럴은 겨울 제복이 지켜주는 한 줌 온기에 새삼 감사했다.
"아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군." 국경을 넘기 전 마지막 날 밤, 캐서린이 케스트럴 근처로 와 중얼거렸다.
"고마울 거까지야." 케스트럴이 군장 가방을 앞으로 고쳐매고는 야간투시경을 벗으며 대꾸했다.
"어느 누가 왕좌에 오르는지 난 털끝만큼도 관심 없어. 하지만 세 살짜리도 기디아가 폭풍 여왕의 군대과 영토를 공격할 거란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캐서린은 답하지 않았다. 밤하늘에 추위만큼이나 차가운 새파란 달이 떠 있었고, 도망자들의 발걸음 소리와 그들의 입에서 나온 햐얀 숨결이 동토에 퍼졌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케스트럴의 귀에 세차게 흐르는 물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여 근처 고지대에 올라 조심스레 전방을 정찰했다. 그들 앞에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 이 다리야말로 지난 '겨울 전쟁'에서 파괴되지 않은, 국경을 건너는 유일한 통로였다. 바로 폭풍경비대가 나아가야 할 길... 다리를 발견한 케스트럴이 휘파람으로 신호를 보내자 다른 폭풍경비대원들도 모여들었다.
"다리 위는 적들로 가득하다. 얼핏 봐도 강 이쪽과 건너편에 20명씩, 그리고 다리 위에 추가로 경계 서는 인원이 10명에 달해." 케스트럴이 걱정했다.
"뭐, 한 번에 하나씩 차근차근 처치하면 안 될 것도 없지." 캐서린이 말했다.
"방심은 금물이야. 저들은 설인까지 부리고 있어." 케스트럴이 경고했다.
케서린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그녀의 경고를 들은 방패수 이벳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함께 다리를 내려보았다. 곧 그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다리 위의 경비병들 사이로 새하얀 털을 한 거대 얼음 괴수가 어림잡아 열 마리는 서 있었다. 설인의 커다란 뿔은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여 있었고, 강철 투구 사이로는 뾰족한 어금니가 섬뜩하게 빛났다. 설인들의 어깨 위에는 적 궁수들이 활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게 설인이군요.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유인해서 잡아먹는다는 북극의 괴물..." 에이미가 그녀의 마법 망토를 단단히 조이며 걱정했다.
"저놈들은 내가 처리하지." 케스트럴이 심호흡하고 신중히 활을 꺼내며 말했다.
"전원 명심하라. 적을 모두 처치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목적은 전투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것이다." 캐서린이 방패에서 칼을 끄집어내며 환기했다.
"일단 전투에 돌입하면 각자 행동한다. 그대들의 실력과 판단을 믿겠다." 캐서린이 신호를 하자 케스트럴을 필두로 폭풍경비대원들이 이동했다. 그들의 귀에 급류 소리가 크게 들리고, 더욱 가까워지자 설인들이 으르렁대는 괴성도 들려왔다.
모습을 가려주던 짙은 수풀이 자라지자 케스트럴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른 대원들도 방패병, 전사, 마법사로 조를 짜 신중히 전진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예외였다. 그녀는 모피 외투를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히 나아갔다. 경비대의 정찰 불빛이 그녀를 비췄고, 곧 시끌벅적한 소란이 다리 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겁지겁 출동한 병사들에게 캐서린이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케스트럴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치 물이 흐르는듯한 잔상이 떠 있었고, 캐서린이 시선을 끄는 동안 그녀는 다리 위의 설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는 설인의 덩치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다리를 흔들 정도였고, 튼튼한 갑주는 빈틈없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버거워 보이는 적이었으나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공격해야 한다! 캐서린이 굳은 표정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순간, 설인 하나가 케스트럴이 설치해 둔 연막으로 들어갔다.
적들이 캐서린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어, 케스트럴의 화살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쉽게 괴물의 눈알을 꿰뚫었다. 설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쳤고, 어깨 위에 탄 경비병들도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졌다. 당황한 근처 경비들이 다른 설인을 독려하여 케스트럴을 공격하려 했을 때, 이미 그녀는 시야에서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케스트럴의 공격을 시작으로 모든 폭풍경비대원이 각자 자신이 점찍은 목표로 돌격했다. 칼과 마법이 허공을 갈랐고, 소환된 불사조는 끔찍한 열기로 다리 위의 경비들을 덮쳤다. 겁에 질려 풍비박산인 경비들 사이로 케스트럴은 설인 하나를 다시 연막으로 꾀어내 할시온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설인의 갑주가 거의 유일하게 보호하지 못한 겨드랑이를 노렸다. 화살에 맞은 녀석은 아픔과 분노에 울부짖으며 케스트럴을 찾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공격을 반복하며 케스트럴이 경비대와 설인들의 혼을 빼놓는 사이, 적진 한복판에 있던 캐서린에게서는 빛의 구가 거창하게 차올랐다. 경비대의 긍지를 상징하는 그녀의 보호막에 쏟아진 각종 화살과 마법은 공격자에게 되돌아갔다.
이제는 전투에 종지부를 찍을 차례. 케스트럴은 폭풍경비대원들이 싸우는 틈을 타 내달렸다. 군데군데 얼어붙은 핏물을 피해 다리 반대편에 도착한 그녀는 부대장 앞에 나타났고, 그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빛나는 화살이 장교의 코끝을 겨냥했다.
"까꿍, 그대도 우리가 누군지 알겠지?" 케스트럴이 윙크했다.
"포, 폭풍경비대." 장교는 케스트럴이 듣기에 생소한 어조로 더듬거렸다.
"길 좀 빌리지." 어느새 다가왔는지 캐서린의 끈적끈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손은 케스트럴의 어깨를 든든하게 감싸 쥐었고, 다른 폭풍경비대원들도 저마다의 목표를 정리하고 뒤에 도열했다.
"순순히 내주면 피차 좋은 일 아니겠어."
부대장이 한숨을 쉬며 무장 해제 명령을 내리자 캐서린의 눈동자에 안도의 눈빛이 서렸다. 경비대가 날뛰는 설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혼란 도가니 사이로 폭풍경비대는 신속히 다리를 지나 국경을 건넜다. 마지막 폭풍경비대원이 다리를 건널 때까지, 케스트럴은 어둠 속에서 화살을 겨누고 엄호했다.
10편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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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방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술실처럼 차갑게 밝은 빛이 중앙에 있는 유리 탱크를 비추고 있었다. 유리 탱크 안,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의 한 여성이 물결에 좌우로 흐르면서 활처럼 휜 모습으로 둥둥 떠 있었다. 야윈 배는 가장 높은 위치로 둥둥 떠 있었고, 삭발한 그녀의 머리는 마치 포복절도한 듯 뒤로 젖혀져 있었다. 유리 탱크 내 뱀처럼 구불구불 엮여 있는 여러 개의 관과 관을 잊는 교점이 그녀의 가슴과 관자놀이로 이어져 있었다. 흉부에 깊게 파인 상처는 꿰매져 하얀 붕대로 동여매 있었다. 낮은 음색의 노랫가락은 화학 약품의 냄새와 어우러져 그녀의 가슴에서 느리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과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눈부신 빛줄기 아래, 방 한쪽 구석에는 여성의 형체를 한 머리 없는 로봇이 놓여 있었다. 이 기괴한 로봇의 옆에는 두꺼운 고글을 쓴 드워프가 의자에 앉아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드워프는 손에 든 전기 천공기를 켰다가 껐다가 하면서 방 안을 굉음과 잔음으로 가득 채웠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라 백색의 방어구를 살짝 흠집 낸 드워프는 긁힌 자국을 문지르면서 욕지기를 퍼부었다. 제길... 누가 왔든 상관없었다. 그저 드워프는 작업을 방해한 자들에게 짜증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눈먼 폭풍 여왕과 그녀를 호위하는 두 명의 경비병들이었다. 여왕은 유리 탱크에 다가와 살며시 손을 댔다. 여왕의 어깨에 자리한 까마귀는 주인이 손을 대고 있는 유리 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은혜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폭풍 여왕이 굳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내가 없으면 뭐가 되었겠나? 할머니들이 여자아이한테 항상 말하는 그런 여자의 삶을 살았을 주제에...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이나 하고 애들 낳고 평범하게 말이야. 그런 너저분하고 평범한 삶에서 구제해 준 줄도 모르고...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삶의 목적에 새로운 가족까지 줬건만 내게 돌아온 건 뭐지?"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유리 탱크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돌아왔어..." 한 명이 말을 했지만, 폭풍 여왕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중얼거리길 멈추지 않았다.
"배신자들. 소설 같은 생각일 뿐이라니. 제국을 건설하고 다스리는 것은 눈곱만큼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흥, 떠들어보라지. 하지만 아이야, 넌 특별하단 말이다." 폭풍 여왕은 아이에게 볼을 비비는 듯 유리 탱크에 볼을 대며 말했다. "아이야, 넌 그 어느 전사보다도 강해질 거란다. 지치지도 않을 거란다. 절대 날 배신하지도 않을 거란다. 넌 그럴 수가 없으니 말이야."
"그 말인즉슨 이 아이를 조립할 승인을 받은 거로 생각해도 된다는 거요?" 프랭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쑥 끼어들었다. "내일이면 머리를 잘라 방어구에 연결해 설정을 완료할 수 있을 거요."
"좋아." 폭풍 여왕이 대답했다. 여왕은 수조를 등지고는 냉혹한 얼굴에 소름 끼치는 미소를 띠고는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친애하는 대원들이 아이의 힘을 시험할 수 있도록 그대를 도울 걸세."
11편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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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예쁜이…
프랭키와 베일을 쓴 여왕은 흙먼지가 가득한 훈련장에 펼쳐진 광경을 천천히 돌아보며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귀환을 선택했던 두 명의 폭풍경비대원, 리비아와 엘레나의 시체는 흙먼지와 피딱지로 얼룩져 있었다. 가면과 갑옷에 흠집 하나 없는 알파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이거 잔인하군..." 프랭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한 실험이었네." 여왕이 대답했다. "게다가 정말 인상적이군. 이 세계의 그 어느 누구도 저들 중 단 한명도 꺾을 수 없을텐데, 그대의 창조물이 순식간에 저들을 끝장내다니 말이야."
"알파를 막을 자는 없을 거요." 프랭키가 알파의 무릎 관절을 점검하며 말했다. "기억 저장 공간에 오류가 있어 작업을 좀 했소이다. 싸우는 기술만 빼고 모든 기억을 날리는 게 쉽진 않더이다. 자동 재시동으로 오류를 잡아내긴 했..."
"그래서 준비는 모두 끝난 건가?"
"크흠... 그렇소이다. 임무도 전송해 두었소."
~
——그거론 날 못 막을 텐데!
연기를 뒤로한 채 화르르 퍼져 버리는 불처럼, 이븐타이드의 빼곡한 도시 전역에 폭풍경비대가 여왕을 배신했으며, 기계 괴물이 불복종한 폭풍경비대원들의 뒤를 쫓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폭풍 여왕에 대항해 반란을 꾀했던 두 옛 귀족 가문엔 이 소식이 너무 늦게 알려져 화를 피할 길이 없었다. 6명의 난도질 당한 전 폭풍경비대원들과 귀족 가문의 일원들은 차가운 거리로 끌려 나와 여왕의 충성스러운 까마귀들의 밥이 되고 말았으니...
~
——예쁜 것 같으니...
타이젠 관문 옛 찻집 밖에는 곡선형 검을 소지하고 복면을 한 경비병들이 나란히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찻집 안엔 세 명의 사령관들이 6명의 전 폭풍경비대원들과 낮은 탁자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들의 손바닥은 이 지역 전통에 따라 탁자 아래로 향해 있었다.
"폭풍경비대가 이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알려졌지 않소." 손과 찻잔을 탁자 위에 걸친 똥배에 올려둔 곰의 모습을 한 2등 사령관이 말했다.
"폭풍경비대는 이제 몽릴의 후계자를 위해 일합니다." 마렐데가 대답했다.
"이제 우린 어떤 여왕이 이븐타이드를 다스리든 상관 없소이다. 우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오." 1등 사령관의 홀로그램 영상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렐데가 손가락을 구부려 뚜둑 소리를 내면서 지휘관들의 눈을 응시했다. "여왕의 야망이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어 도가 지나친 행보를 보인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공주님'의 행방을 알려주면 가서 죽여버리려는 더러운 수작 아니오? 그대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어디 밝혀보시지?" 음침한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있던 3등 사령관이 물었다.
마렐데는 다른 폭풍경비대원들에게 곁눈질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흘긋 보는 것만으로도 타이젠 관문 대표들에겐 나약하게 보일 수 있었다. 게다가 캐서린도 말하지 않았던가. 최전선을 담당하는 방패지기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그녀는 탁자로 손을 올리더니, 이 지역 전통을 깨고 보란 듯이 손바닥을 위로 했다. "당신들 신임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지요. 최대한 상황을 가늠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아아악!" 갑자기 밖에서 강철이 부닥치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이들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폭풍경비대원들은 낮은 탁자를 박차고 일어나 세 명의 마법사를 둘러싸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 2등 사령관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나더니 곰으로 변신했다. 1등 사령관의 홀로그램은 깜빡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3등 사령관은 전통 의상을 풀더니 작은 단검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조끼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무력 행위 금지 좋아하시네." 손가락을 튀겨 푸른 불꽃을 폭발시키던 마법사 한 명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직이야.” 마렐데가 말을 꺼냈다. 마력이 타이젠 관문 전역에 감지될 것이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의 최후의 방어선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캐서린?'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렐데는 캐서린의 안위를 걱정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이미 멀리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방패도 없었다.
밖에서 끊임없이 들리던 비명 소리가 뚝 끊겼다. 문이 열리더니 밤을 노래하던 새소리와 무거운 여름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지금이야!" 마렐데가 우렁찬 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육중한 검이 찻집의 천장과 벽지를 내리 가르고, 쏟아져 나가는 마력의 울림이 이 처절한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곤 드디어 미지의 존재, 기계가 찻집 안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반짝이는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분출하고 2등 사령관의 우레같은 고함이 터져 나갔다. 그 기계는 멈추지 않고 돌진하더니 자신의 전 사령관을 베고, 마력 화살을 튕겨내더니, 3등 지휘관의 검을 자신의 갑옷으로 쳐 내버렸다. 몇 분 새, 알파는 번쩍이는 눈으로 전투 후의 적막 속에서 현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섯 명의 대원들은 알파의 발밑에 모두 박살 나 피 흘리고 있었다. 두 명의 사령관은 구석에서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곤 알파는 눈에 들어온 검은 탁자와 마렐데를 두 동강 내 버리고 말았다.
——지령 완수
12편 '내 이름은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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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는 훈련장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소녀의 맨발은 매트에 깊게 박혀 있었고, 여기저기 멍든 팔에 낀 두꺼운 가죽 복싱 장갑을 들어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이 소녀보다 한 살 많은 15살의 케스트럴은 이리저리 빈틈을 파고들어 데이지를 사각지대로 몰고 있었다. 데이지가 팔을 내려 방어를 조금이라도 풀면, 케스트럴의 공격이 턱과 관자놀이로 들어왔다. 데이지의 부어오른 눈에서 눈물이 흘러 얼굴에 뭍은 피와 섞이고 코에선 콧물이 흘러 내렸다. 복부를 파고든 케스트럴의 주먹으로 데이지의 얼굴을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헉소리가 터져나왔다.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케스트럴은 놀라 장갑을 낀 손을 들어올렸다. "여기요! 데이지가 정신을 잃었어요!"
교관은 가만히 다가와 녹초가 되어 쓰러진 소녀를 노려보았다. "움직임이 겨우 그거밖에 안 되는가!" 교관은 차가운 말투로 데이지를 꾸짖었다. "평소의 훈련에서 멍들고, 터지고, 쓰러지는 만큼 실전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늘어난다!"
케스트럴은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데이지에게 윙크를 날렸다. "일어나. 다음엔 네 차례니까."
"난... 못하겠어." 데이지가 울먹거렸다. "난 못해."
"네 마음 속 고통을 조절해야 해." 케스트럴은 다른 가죽 장갑으로 코를 닦으며 말했다. "내가 숫자를 세 줄게."
데이지는 움찔하더니 케스트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면 될까?"
케스트럴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어나. 해 보자."''
~
"방금 소리 들었어?"
비행선 격납고 꼭대기에서 폭풍경비대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죽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케스트럴과 캐서린은 착륙장에서, 나머지 네 명은 아래 관제실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에이미스는 손끝에서 뻗어 나오는 파란 마력으로 귀여운 고양이 형상을 만들며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왕실 거처의 첨탑 주위에 물아치는 깜빡이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치는 소리?"
이베트는 창문에 코를 박고는 한숨을 쉬며 콧김으로 창문에 김을 서렸다. "타이잔 관문 사령관들은 멍청하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말이야. 우린 여왕의 살인 집단으로 알려진 거네."
거처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종소리가 다시 한번 더 크게 울렸다.
경비병들이 엘리베이터를 빼곡히 채우고 첨탑을 올랐다. 여검사는 자신의 날이 넓은 검을 휙 던지더니 탁 받아들곤 말했다. "자, 제군. 우리 앞에 나타나는 자들이 폭풍경비대 잔당들일 수 있다. 조종사나 다른 일꾼들은 죽이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온다." 에이미스가 속삭였다. 긴장을 푸느라 그녀의 손끝에서 뻗어나오던 마력을 사라지게 하고는 소리쳤다. "캐서린 님!"
"너무 늦었어." 방패지기가 낮게 읍소하고는 엘리베이터로 내달렸다. 그녀의 방패가 화염을 내뿜으며, 눈앞에 나타난 기계를 정면으로 가격하며 건너편 벽으로 밀어붙였다.
"하나." 기계가 외마디를 던졌다.
방패지기는 엘리베이터에서 튀어 나와 바닥을 따라 유리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의 방패와 몸통은 완벽하게 절단되어 바닥을 피바다로 물들였다.
"이 녀석, 고철로 만들어주마!" 이베트가 결의에 차 말하더니 앞으로 돌진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기계는 이베트의 공격을 금속 팔로 받아냈다. "둘." 기계의 차디찬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기계는 이베트를 밀쳐냈다. 이베트는 손잡이가 둘로 갈라진 도끼를 잡고 뒷걸음질 치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리에서 선홍색 피가 새어 나왔다.
처참했다. 세 번째 폭풍경비대원이 관제실 제어판과 의자 위로 휘청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날이 넓은 검을 십자 모양으로 해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기계는 한 손으로 그녀를 잡아 들더니 창문으로 내던져 버렸다. 유리는 박살이 났고, 그녀는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에이미스는 분노로 가득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튕겨 마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몰아치는 고통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길 보라고!” 에이미스는 기계의 주위를 끌고자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파란 마력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날개의 모양을 갖추더니 에이미스의 양팔에 거대한 불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가라!" 에이미스가 명령하자 불사조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발톱으로 기계를 덥석 잡아 엘리베이터로 끌고 갔다.
"셋." 기계가 말하더니 "넷, 다섯, 여섯"을 연달아 외쳤다. 에이미스는 기계를 쫓으며 폭발하는 마력 구체를 연달아 쏘아댔다. 불사조는 기계를 엘리베이터에 쳐넣고는 기계의 머리 방어구를 쪼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
"에이미스의 불사조야." 케스트럴은 네 발의 마력 화살을 불러일으키며 내달렸다. 캐서린은 계단으로 돌진하더니 방패를 바닥에 쾅 찍었다. 그러자 착륙장의 콘크리트 바닥이 분출하더니 온 사방으로 폭발했다. 기계는 지붕으로 도약하더니, 엘리베이터 전선을 끊어 자신의 검에 동여맸다. 위기였다. 전선이 끊어진 엘리베이터가 에이미스가 있는 첨탑 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기계의 오싹한 가면이 케스트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신원 확인 중. 목표 0-2-3. 폭풍경비대. 제거."
케스트럴이 연속으로 발사한 세 발의 마력 화살이 기계의 무릎과 목부위를 관통했다. "일곱. 여덟. 아홉." 기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 숫자를 읊펐다.
케스트럴은 활시위에 마력 화살을 걸다 잠시 멈칫 했다. 어디선가 들어보던 소리가 아닌가.
그때 뒤에서 캐서린이 전광석화와 같이 튀어나와 둥근 방패로 기계의 후방을 가격했다. 그리고는 숨을 고르더니 옅게 빛나는 둥근 마력 방패를 불러 일으켜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기계의 움직임을 살폈다. 기계는 캐서린의 공격으로 이상이 온 듯 말을 더듬거렸다. "여...여... 열. 시... 신원 화...확인. 목표 0-0-1. 폭풍경비대. 제... 제거어." 기계의 검이 허공을 가르더니 캐서린을 감싼 마력 방패를 갈라버렸다. 캐서린의 마력 방패는 산산이 조각나 에너지 파편이 쏟아졌다. 마력 방패를 가격한 충격과 파편으로 기계가 비틀거렸다. "오류 발생. 오류 발생."
"캐서린, 기다려!" 케스트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케스트럴의 목소리를 들은 캐서린은 옆으로 자리하더니 무릎을 숙이고 방패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저 앞에서 기계가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케스트럴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케스트럴은 기계의 으스스한 얼굴 뒤에 가려진 눈을 향해 마력 화살을 쏘았다.
"열일곱." 기계가 다시 입을 땠다. 마력 화살이 산산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고장난 인형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공격 당한 횟수를 세, 세어야..." 그녀의 기계적인 음색이 사라졌다. "난... 못하겠어. 예쁜 것 같으니. 데이지가... 데이지가 정신을 잃었어요. 난 못하겠어... 케스트럴 언니?" 이 말과 함께 기계의 손에서 검이 툭 떨어졌다.
"도대체... 여왕이 네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케스트럴이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처절하게 외쳤다.
캐서린은 방어 태세를 유지한 상태로 케스트럴 앞을 가로 막고 말했다. "함정일 수도 있어."
"아니야. 저건 데이지야, 캐서린." 케스트럴은 기계에 다가가 주먹으로 얼굴을 쳐 가면을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충격적인 얼굴을 확인했다.
"여기 어디야?" 데이지가 주먹을 꽉 쥐며 낮게 말했다. "아파. 너무 아파. 도와줘... 케스트럴 언니. 도... 도... 도와...줘..." 그녀의 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더니, 꼭 쥔 주먹이 풀려 늘어지고 말았다.
"데이지, 데이지! 무슨 일이지?" 어쩔 줄 모르는 케스트럴이 소리쳤다. "죽은 거야?"
"시스템 재가동. 대기." 데이지가 평온하고 단조로운 음색으로 말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데이지가 눈을 뜨더니 슬프게 입을 땠다. "내... 내가 그들을 죽였어... 내가 다 죽였다고. 내가 왜 그런 거지?"
"네 잘못이 아니야." 케스트럴이 자신의 품으로 기계를 안고 다독였다.
"멈출 수가 없어. 그게 다시 살아나. 느낄 수 있어. 내가 다 죽였어. 어서 도망가. 가라고. 가. 내가 끝낼게. 언닌 도망쳐야 해. 막을 수가 없어요. 대기. 멈춰. 끝낼 수 있어. 도망가요. 도망가라고... 목표 0-2-3. 제, 제발 도망가요... 목표 0-0-1. 예쁜 것 같으니. 말살 목표 지정 완료. 묵시록 가동."
데이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딸각 소리가 나더니, 데이지 주위에 에너지 장막이 피어올랐다. 캐서린은 케스트럴의 팔을 잡아 끌어 데이지에게서 떼어놨다.
케스트럴이 애처롭게 말했다. "데이지를 도와야 해, 캐서린." 하지만 데이지의 갑옷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새어나오자 캐서린은 케스트럴을 멀리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저기로 가!" 캐서린이 허공에 떠 있는 비행선의 굉음에 맞서 소리를 지르며 저 멀리 하늘의 섬을 가리켰다. 갑판에서 내려온 줄사다리를 잡은 캐서린은 케스트럴을 위로 던져 올렸다. 거대한 폭발 충격이 첨탑을 강타하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폭발 충격이 비행선을 가르며 쏟아졌고 케스트럴은 줄사다리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했다. 케스트럴의 발아래 도시는 파괴되고, 그녀의 머리 위, 저 멀리에 할시온 협곡이 한 줄기 어둠의 섬처럼 눈에 들어왔다.
캐서린은 떨리는 몸을 가눴다. 그녀의 둥근 방패는 그을려서 검게 변해 버렸다. 한숨을 쉬며 방패를 던져 버리고 캐서린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빙빙 돌며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던 여왕의 까마귀였다.
#~$ 시스템 재가동…
여담으로 스토리중 본명은 데이지. 크럴에 의해 사망했으며 케스트럴과 어렸을 적부터 함께 훈련하던 친구였다. 죽은 이후 폭풍 여왕에 의해 기계몸을 갖고 기억이 리셋되어[2]반란을 일으킨 폭풍경비대들을 사살하는 임무를 받았다.
가만히 있을 시
* "화집점. 68, 65, 60, 6가 70."
* "감정 회로 탐색, 동정심 없음."
* "제 1지령 폭풍 경비대 전멸."
* "계속하려면 동전을 넣으세요."
* "운영체제 업데이트 완료. 재시동, 합니다."
* "시스템 손상상상상"
* "폭풍 여왕을 위하여!"
* "숨을 쉴 수 없어요..."
* "내가 끌림을 입다니..."
이동 시
* "목표, 폭풍 경비대."
* "방향 지시계 고장."
* "그... 그만... 이제 그만...!"
* "최적 경로 계산 중."
* "위치 추적 중."
* "차라리 날 죽여 줘... 시스템 재가동..."
* "대기권 재돌입 중."
* "정찰 모드 가동."
* "동작 그만 움직이면 쏜다."
* "삐삐삐삐"
* "좌표 수신 중."
* "내 몸에 무슨 짓을 한거야?"
* "곤파스 작동 중지."
기본 공격
* "목표 수신 중."
* "목표 공겨겨겨겨격... 여긴 어디야? 난 누구지?"
* "목표 포착!"
* "목표 확보!"
*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 "여기까지... 입니다."
* "공격... 받고 있음. 흉내내기 절차 작동."
* "오류 발생, 계속 하려면 확인을 누르세요."
* "과부하 진행 중."
알파는 사망하는 대신 3.5초간 재기동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죽지 않으면 알파는 부활합니다.
알파의 에너지 막대에는 죽음 극복 대기 시간이 표시되고, 재기동 할 때는 부활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됩니다.
▶ 재기동 체력: 600-2600 (레벨 비례)(+추가 최대 에너지 65%) ▶ 재기동 시간: 3.5초 ▶ 부활할 때 제 1지령과 핵충전 대기 시간 초기화
1레벨 재기동 체력이 무려 500이다. 알파의 1레벨 기본 체력이 761이므로, 기본 체력의 3분의 2에 달하는 재기동 체력을 갖는다. 1레벨 영웅이 1200의 체력을 깎는 것은 3대 1로 일점사를 하지 않는 한 정말 어렵다.[4] 원래4.5초(-에너지 재생 20%)였던 부활 시간이 3.5초로 고정되어 초반에 알파를 죽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재기동 체력만 깎으려 해도 DPS가 100을 넘겨야 한다. 12레벨 때는 재기동 체력이 무려 2800으로, 알파의 12레벨 기본 체력을 뛰어넘는다. 이 정도면 약 700 이상의 DPS가 필요하다...게임 후반에 방템을 단단히 갖춘 알파에게 700의 DPS를 내려면 '최소' 2명의 딜러가 일점사를 가해야 한다.
다만, 초반부터 밀리고 스노볼링을 당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상황이나, 상대의 매복에 당해 3대 1 교전을 하는 상황에서는 체력이 많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이 패시브는 비등비등한 상황이나 지고 있는 상황보다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히힘을 발휘한다. 이기고 있을때는 아무리 제자리에 고정된다 하더라도 쉽게 죽지 않고, 살아나자마자 다른 스킬로 바로 공격을 재개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스킬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알파가 패시브가 발동되는 순간 적 딜러의 어그로가 끌리는 것을 이용해 다른 아군 딜러가 딜을 넣기 좋은 판을 깔아 줄 수도 있다.
아군의 로머가 잘 해주어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패시브이기도 한데, 보통 이 패시브가 발동하는 상황은 궁극기를 켠 알파를 보고 적 딜러는 도망가고 알파는 그런 적을 쫒아가는 상황이다. 여기서 적 딜러를 따라잡아 궁극기로 죽이고 유유히 부활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이지만, 적을 따라잡지 못하고 터져 버린 경우에는 아군 로머가 앞에서 딜을 맞아주며 알파의 부활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5]
2.0 업데이트로 부활 시 체력에 에너지의 50% 계수가 붙었고, 부활까지 걸리는 시간도 에너지 회복에 비례하게 바뀌었다! 새로운 아이템 '메아리' 추가로 궁 딜, A 스킬 딜이 중요한 cp알파 유저들이 메아리를 선택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메아리의 옵션이 정확히 "최대 에너지", 그리고 "에너지 재생" 두 개다! 메아리만 사도 부활시 체력, 부활시간에 뽕이 제대로 꼽히는 것이다! 물론 메아리는 옵션이 정말 저 두개밖에(...)없어서 다른 아이템을 올리는것보다 딜로스가 심할 수 있으니 조심.메아리 가면 트롤이다. 절대 가지 말도록 하자. 차라리 시계장치를 가는 것이 좋으나, 2.9 업데이트의 시계장치의 너프와 패시브 부활 시간의 에너지 재생 계수 삭제로 인해 시계장치의 효율도 다소 떨어진 상태이다.
여담으로 커뮤니티에선 최고의 어그로 기술이라며 농담을 하는 유저들도 간간이 보인다. 근데 실제로 패시브로 앉아있는 알파를 보면 농담이 아니고 어그로가 확 끌린다. 앉아있는 CP알파에게 혼자 다가갔다가 죽이지도 못하고 부활한 알파에게 털리거나 낚시로 로머-레인에게 잡히고 알파까지 살아나는 그림을 만드는 레인들과 정글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알파가 전장을 탐색합니다. 탐색 중 적 영웅, 구조물, 정글 몬스터를 발견하면 뒤로 이동하고, 주변 4.5미터 내의 적을 쓸어 버립니다.
▶ 핵 과충전 중첩당 추가 피해
11 / 10 / 9 / 8 / 7
0
피해: 80 / 100 / 120 / 140 / 160(180% 수정 계수)(60% 타격 계수)
피해/중첩: 40 / 60 / 80 / 100 / 120(30% 수정 계수)(40% 타격 계수)
범위: 10 / 10 / 10 / 10 / 12
느려짐: 40% / 50% / 60% / 70% / 80%
느려짐 지속 시간: 1.5초
이 스킬을 시전하면 일단 알파는 전방에 레이저를 발사하는데 이때 레이저에 포착된 적은 짧게 둔화가 걸리고, 추적된 대상의 뒤로 순식간에 돌진해서 알파가 있는 위치에서 검을 원형으로 베어 강력한 광역딜을 넣는다. 또한 B스킬의 과충전된 상태에서 공격시 추가 대미지가 들어간다. B스킬 3스택 쌓은 CP알파가 이거 쓰면 정말 억소리 나온다
스택수에 따라 증가하는 피해는 수정계수이므로 CP알파를 한다면 가능한한 3스택을 다모아서 사용해야 딜이 잘들어간다.[6] 운용을 잘 한다면 이 스킬이 킬 캐치에 가장 좋다. 주변에 평타를 치며 되도록 핵 중첩 3스택을 유지하고 캐리에게 1지령을 맞출 기회를 노리자.
알파의 핵심 딜링 스킬은 연쇄충격기를 이용하는 B스킬이지만, B스킬은 거의 단일딜에 가깝고 광역딜은 없는 것에 가깝다. 때문에 알파의 한타 지배력은 3스택 1지령 명중 시의 무시무시한 광역딜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따라서 1지령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가 그 한타의 승패, 심하게는 그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비단 광역딜뿐만 아니라 추노 용도로도 (마스터 시) 12의 범위를 가지는 강력한 돌진기이므로 WP든 CP든 A스킬을 명중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스킬이 논타겟인 관계로, 사실상 알파 조작 난이도 상승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궁극기와 함께 사용자의 알파 숙련도를 드러내는 스킬이므로, 알파를 잘하기 위해선 A스킬 활용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가끔 1지령을 부쉬 체크(?!?)나 선진입(?!?!?!?)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엄청난 트롤링이니 제발 스택 쌓고 진입하자. 부쉬를 긁어서 들어갔더니 3:1로 처맞고 승화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택이 쌓이지 않았다면 딜이 오히려 연충 받는 B스킬보다 안 나올 수 있으므로 운 좋게 혼자 숨은 정글러를 물게 되어도 킬을 따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으로 선진입 시에도 스택이 없어 치명타는커녕 이후 추노가 힘들게 된다.
B스킬로 적에게 돌진해서 지속적으로 딜하며 스택을 쌓고, 신발이나 이동기로 도망가는 적을 이 스킬로 쫒아가는 식으로 사용하면 쉽게 킬을 딸 수 있다. 레이저에 한 명이라도 맞게 되면 광역딜이 들어간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적팀 두명이 거리를 약간 두고 있다면 앞쪽 상대의 뒤로 날아가게 되므로, 한타 때 상대 캡틴이 앞에서 어그로를 끌며 대신 맞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중히 써서 캐리를 꼭 맞추도록 해보자.
피해: 20 / 35 / 50 / 65 / 80(100% 수정 계수)(110% 타격 계수)
대기 시간 감소: 1초 / 1초 / 1초 / 1초 / 1.2초
회복/중첩: 7 / 8 / 9 / 10 / 12(3% 타격 계수)
추가 피해/중첩: 11% / 11% / 11% / 11% / 15%
알파의 핵심 딜링 스킬.스킬 사용 시 상대에게 돌진하여딜을 넣고 자신에게 평타 흡혈 버프, B스킬 피해 증폭 버프와 소모 체력 증가 디버프를 안겨준다. 이 버프는 3중첩까지 중첩되며 중첩시 버프와 디버프의 효과도 더 강해진다. 중첩될수록 디버프인 체력 소모량이 늘어나지만[7] 그만큼 B스킬의 피해도 늘어나고[8]사실 체력 소모량이 그리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A스킬을 쓰면 디버프가 사라지고 버프만 남아 훨씬 더 강해진다! 사용 시 체력을 코스트로 소모하지만, CP알파의 경우 1코어 아이템 연쇄충격기를 통해, WP알파의 경우 평타 흡혈을 통해 코스트로 소모한 양을 상회하는 흡혈을 할 수 있으므로 끈질긴 생존력을 보여준다. A스킬로 디버프를 초기화했더라도 다시 사용하면 디버프 중첩이 다시 쌓인다. 평타를 칠 때마다 쿨타임이 줄어드는데, 과부하 전까지는 1초, 과부하 시 1.2초가 줄어든다. 최대한 평타를 많이 쳐서 B스킬을 최대한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력 딜링 스킬인 만큼 과부하는 필수이며, 연쇄충격기나 공속템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9] 어찌보면 주 딜링기이자 딜을 보충하는[10] 보조 딜링기다.
▶ 묵시록 사용 직후 이동 속도 잠시 증가 ▶ 일시적으로 보호막 획득. 보호막이 깨지면 더 일찍 폭발 ▶ 죽음 극복을 쓸 수 있을 때만 사용 가능 ▶ 능력 단계를 올리면 죽음 극복 대기 시간 감소 ▶ 보호막: 400 - 1000 (레벨 비례) ▶ 폭발 반경: 4.5미터
85 / 75 / 65
0
피해: 529 / 933 / 1337 (250% 수정 계수)
순간 광역딜 궁극기중 가장 강한 폭딜을 자랑하는 스킬
엄청난 기본 피해량과 끝내주게 높은 CP계수를 가진 단타 극딜 스킬이다. 대신, 사용 시 알파는 자폭한다.(...)
-알파는 주로 탑으로 많이 쓰이며, 할시온 협곡에서는 정글로 많이 쓰인다. 초반에는 강력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유통기한이 오기 때문에 초중반에 확실히 끝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카운터는 사슬니와 흑깃, 스카이다. 아무리 잘 컸다고 해도 이들을 이기기 버거우니 적으로 만난다면 사려야 한다.
궁극기는 한 턴을 버티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죽기 직전에 사용하면 적들은 대부분 피할 테니 그때를 이용해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자. 죽음 극복으로 생기는 체력은 아주 적은 양이다.
현재 메타에서 CP는 추천하지 않는다. 많은 너프끝에 A스킬의 대미지가 크게 감소되었고, 사거리마저 과부하를 해야지만 늘어나게 되었다. 다만 저번 패치로 인하여 B스킬의 스택을 최대 4개까지 쌓을 수 있게 되어 A로 터뜨릴 때 강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재의 알파는 못 크면 미니언한테도 죽을만큼 약하다. 잘 큰다 한들 유통기한도 빨리 오기 때문에 포탑을 빨리 미는 것이 좋다. 또한 1코어에 타격 강화제를 구매하면 유령날개 등작 즉시 솔로 레이드가 가능하므로 초반에 이들을 많이 보는 편이 좋다.
막강한 지속 대미지와 순간폭딜을 지닌 1티어 정글러이자 5v5패치 이후 혼란스러운 현재의 숨은 최강캐지만 자체적인 디버프와 너프, 고질적인 리스크로 인해 다소 불안정하다. 하지만 2.3 현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1티어 CP정글러임에 분명하다.
폭풍인도자를 기점으로 하는 극공속WP탱 템트리를 가거나 CP탱을 간다. 특히 CP탱을 갔을 경우에는 죽지 않으면서도 폭발적인 위력을 낸다. 또한 피통믿고 깝치는 탱커들을 골로 보내는 전문 헬파이어(대 중갑)탱커이다.
2.0패치가 되기 몇 주 전부터 갑자기 인기가 급상승한 히어로이다. 무조건 cp알파이며 전투방식은 적진에 냅다 돌진해 얻어맞으면서 레이너만 죽도록 두들겨팬다.
템트리는 다양한데
1.연쇄충격기
2.메아리
3.방템
4.용의눈
이 넷을 조합하는 템트리가 대세다.
일명 좀비알파는 연충or용눈 하나에 떡방템+메아리로 안 그래도 떡방템으로 딱딱한데 2번 부활로 체력x3 터진후 방어막x2로 1만에 가까운 체력으로 절대 죽지 않는다. 폭발+딜알파는 연충+용눈+얼음불꽃or강화유리로 어느 정도 피를 빼놓고 폭발만 성공시키면 반드시 킬 하나는 따는 알파고, 떡방 연충알파는 연쇄충격기만 일단 띄우고 이지스, 견갑을 맞춘 후에 용눈을 올리고 용린갑, 분수 등으로 2딜3방 떡방템을 두르는 템트리이다. 용의 눈 덕에 후반에도 딜이 꿀리지 않고 엄청나게 짧은 B스킬 쿨타임 덕에 연충도 매번 터뜨릴 수 있다. 용눈이 쌓인 상태에서의 3스택 A나 궁은 억소리나는 대미지를 선사한다. 현재는 이 알파가 가장 유행이다.
5대5 업데이트로 더욱 끈질기게 살 수 있게 됐으며, WP로 가면 견갑을 먹여도 줄지 않는 화력, CP로 가면 한 방 한 방이 압도적으로 강한데 죽지도 않는 좀비가 되어버렸다.[11][12] 코쉬카, 타카와 함께 3대 필밴 정글러.
선두에 있는 적을 먼저 공격하는 스킬 메커니즘
제 1지령(A)이 이러한데 만약 한타에서 상대 딜러를 잡으려고 제 1지령으로 진입했다가 중간에 적 캡틴이나 혹은 정글 몬스터가 있는 경우 그대로 막힌다. 그렇기에 빈사 상태인 적 딜러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방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목표를 정하기 전, 중간에 장애물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패시브 효과 발동시 가장 먼저 포커싱이 되는 것
알파는 패시브가 발동되면 잠깐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재기동하여 시간이 좀 걸리는데, 이 때 알파는 방어와 저항이 약해지며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므로 적에게 1순위로 공격당한다. 그나마 묵시록(궁극기)을 썼다면 자폭 피해와 방어/저항이 크게 저하되지는 않으니 반드시 죽기전 묵시록을 써야한다.
저렙때 알파는 패시브가 발동됐을 때 더 큰 피해를 입는것을 확실히 느낄수 있다. 자신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주저하지 말고 무방비 상태가 된 알파를 때리면 평타 몇대 맞고 죽는다. 근데 1렙땐 은근 안죽는다
a스킬은 범위가 화면에 그려지므로 피하기가 은근 쉽다. 다만 팀원이 모여있을땐 한명만 맞으면 망하기때문에, 되도록 팀원들과 거리를 유지하자. 궁극기는 방어막이 파괴되면 즉시 발동한다. 알파가 들어왔는데 알파를 때리는 미친짓은 하지말것. 이동기/장화/전쟁걸음을 써서 4.5범위 밖으로 벗어나자. 이것들을 이용해서 피하면 적 알파도 A스킬을 이용해서 쫒아오니 스텝을 잘 밟자.
WP
평범하게 개싸움하면 된다.
이지스+견갑or용린갑 +공템 2개+신발 하나일 경우 남은 아이템창에는 방어템을 넣는 것을 추천한다.
궁 폭발 후 죄다 알파를 공격한다. (만약 공격당하지 않으면 부활하게 되니 더 이득) 그 시간 동안 아군이 공격할 틈을 벌게 되는데 보호막은 방어력에 영향 받는다. 시간도 벌고 운 좋으면 부활할 수도 있다.
CP
전투시 A 스킬은 이기겠다 싶으면 사용하고 비슷하거나 불리할 경우 끝까지 남겨두자. 궁쓰고 터지기 직전에 A로 접근해야 한다.
CP 알파에겐 매우 중요하다. 신화의 종말까지 뜬 상태에선 적이 이지스를 둘러도 최소 A스킬 400 궁 900은 뜨는데다 운 좋으면 A스킬 후 평타도 칠 텐데 이땐 연쇄충격기 대미지까지 뜬다.
대부분 체력은 1600대인데 특별히 방어가 강한 핀, 캐서린, 랜스급이 아닌 이상 풀피여도 한방에 간다.
그리고 사소한 팁이라면 로머,정글러가 죽고 에이스를 띄우려는데 실피인 캐리가 무빙으로 살아서 포탑 가까이에서 귀환하려 한다면 포탑에다 4.5 범위의 적에게 광역 대미지를 줄 수 있는 A스킬로 따라잡아서 죽일 수 있다. 단 3명이 다 살아있는데 실피 캐리 죽이려고 무모하게 뛰어들어 트롤짓은 하지 말자.
2차가
불쾌한 골짜기를 자아내는 인형의 느낌이라면, 3차는 그냥 공포스럽다기분 나쁘다. 금색 열쇠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키는 흰 머리, 새빨간 입과 두 눈, 전신에 감긴 붉은 실은 정말 공포스럽다. 픽창에서 보기 거북할 정도 하지만 전설 스킨이 다 그렇듯 이펙트는 화려하게 바뀌어서 인게임에서는 이쁘다. 흰머리가 조리모로 보이는 건 덤이 스킨을 끼고 학살하고 다닌다면 그래픽이 상인 적들은 공포게임을 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1]
이 이야기에서 겨울 전쟁 캐서린 스킨이 나왔다.
[2]
사실 전투 관련 기억을 제외하고 전부 삭제시켰지만, 과정이 완벽하지 못한지라 가끔 데이지의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잠시 후 시스템이 리부팅되어 다시 알파로 돌아왔다.소오름
[3]
피해를 받을 시 숫자를 랜덤으로 말한다.
[4]
여러 번의 업데이트로 버프를 받기 전에는 1레벨 재기동 체력이 325였다. 1레벨 때 325의 체력을 깎는 것은 몇 초면 이루어 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 패시브를 믿고서 라인전 딜교환이나 정글싸움을 하기는 어려웠다. 거기에 궁극기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발동된다. 스스로 완갑을 액티브 하는 것도 할 수 없는 터라 그냥 일종의 희망고문에 가까웠다. 12레벨 때도 1800에 불과했는데, 1800이라는 체력도 지고 있거나 비등 비등한 상황에서는 가만히 수 초동안 서있으면 금방 깎인다. 예를 들어, 추천아이템을 쭉 탄 링고가 1800의 체력을 깎는데에는 평타 5~6대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방어, 저항아이템을 올려서 늦게 죽게 만든다고 가정해도 딜 아이템을 안올리고 방템을 쭉 올려버리면 그것도 그것대로 사망확정인, 참 애매한 패시브가 아닐 수 없었다.
[5]
그런데 사실 현 상황에서는,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거리가 벌어지면 그 적이 되돌아와 알파를 죽일 확률이 매우 희박하긴 하다. 로머는 상황을 보고 알파를 지킬 것인지, 레이너를 지킬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6]
1.22패치후 wp또한 중첩 대미지로 변했으므로 wp또한 최소 2중첩 이후 쓰는 것이 더 큰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7]
최대 3중첩 시 6%의 체력을 소모한다.
[8]
스킬 레벨 5레벨, 3중첩 기준 54%가 증폭된다.
[9]
사실 CP알파에겐 연쇄충격기가 필수인데, 이 스킬은 CP계수는 나쁘지 않지만 기본 피해량이 심각하게 낮다. 연쇄충격기를 통해 보조하지 않으면 딜러의 스킬이라기엔 안쓰러운 피해량이 나올 것이다. WP의 경우는 WP계수도 높고, 접근을 통해 후속 평타를 넣을 수 있으므로 기본 피해량이 낮아도 그리 아쉽지는 않다.
[10]
핵 과충전 중첩을 통해 A스킬의 피해를 상승시키므로.
[11]
특히 cp의 경우 어느 정도냐면, 딜과 탱의 적절한 조합이 뒷받침되는 후반에 특성상 하드카운터인 크럴을 단독으로 죽여버릴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12]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덤비다간 어느새 패시브 상태에서 두들겨맞고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현재 알파가 크럴을 척살할 수 있다는 것은 늘어난 후반 딜량의 기대치, 3스택 A조의 선진입, 이후의 빠른 3스택B조의 치명타가 3박자를 맞췄을 때의 이야기이다. 더해서 탱템으로 견갑을 가주면 금상첨화. A조 선진입+견갑콤보, 연속으로 들어오는 B조 세례에 크럴은 무기력하게 녹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