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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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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
3.1. 테레사 더비필드 (테스)3.2. 알렉산더 더버빌 (알렉)3.3. 에인절 클레어
4. 분석
4.1. 시대적 메시지4.2. 알렉과 에인절
5. 출판6. 영화화7. 드라마화8. 여담9. 관련 문헌

1. 개요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1840~1928)의 1891년작 장편소설로, 하디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1]

원제는 더버빌 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2])로 부제는 '순결한 여인'. 국내에는 테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 줄거리

날품팔이인 존 더비필드의 장녀 테레사(테스)는 아름답고 순수한 처녀다. 어느 날 자기 집안이 사실은 옛날의 명문가인 더버빌의 후손임을 알게 된 아버지 존 더비필드에 의해 테스는 부유한 친척 더버빌 가의 하녀로 일하러 가게 된다.[3]

바람둥이인 알렉은 테스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녀에게 끈질기게 구애한다. 결국 어느 어두운 밤, 숲속에서 테스는 알렉에게 강간당하여[4] 임신하게 되고 알렉은 그녀에게 자신의 정부가 될 것을 제안하지만 테스는 임신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겨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나, 사생아로 태어난 아기는 신부가 거부해서, 세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테스가 임의로 붙인 '소로우(Sorrow: 슬픔)'라는 이름만 얻고 병으로 일찍 죽어 초라하게 묻힌다.[5]

테스는 자신의 비밀을 모르는 먼 지역의 목장으로 떠나 그곳에서 소젖 짜는 일을 거들게 된다. 그리고 장차 농장을 경영할 생각으로 농장 견학차 와 있던 청년 에인젤 클레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목사 집안의 막내 아들인 에인젤 역시 테스에게 열렬한 사랑을 느껴 테스에게 구애하고, 자신의 과거 때문에 고민하던 테스는 사랑에 감복하여 그와 결혼하게 된다.

신혼 첫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에인젤이 젊은 날의 실수[6]를 고백하자 테스는 곧바로 용서하고 원하던대로 알렉과의 옛 관계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용서해줄 줄 알았던 에인젤은 테스가 숫처녀가 아니라는 것에 실망하여 떠나고, 두 사람은 별거를 시작한다.

에인젤이 목장 사업을 더 배우기 위해 테스를 혼자 놔두고 브라질로 떠난 뒤, 테스는 다른 농장에서 일하던 도중 회개하여 목사가 된 알렉 더버빌과 재회한다. 테스가 본 그는 이성으로는 믿고 있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에게 설교한 목사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여 신앙만능주의 식의 설교를 하고 있었다. 알렉은 설교로 사람들을 구원할 마음을 먹었을 때 자신이 모욕한 테스를 가장 구원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테스가 들려준 에인절의 회의론을 접하고는 신앙을 버리고 이전처럼 테스의 가족을 금전적으로 도와주며 압박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에인절의 감감무소식 등이 겹친 테스는 결국 알렉을 받아들여 그와 재혼한다.

얼마 뒤, 풍토병으로 고생하다 간신히 살아난 에인젤이 테스를 버린 것을 후회하여 다시 돌아왔으나, 이미 알렉의 아내가 되어버린 테스는 절망하여 알렉과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에인젤과 테스는 도망치지만 스톤헨지에 이르러 결국에는 헌병들에 의해 잡히게 된다.[7] 테스는 자신의 여동생인 리자 루와 결혼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사형당한다.[8]

3. 등장인물

3.1. 테레사 더비필드 (테스[9])

본작의 주인공. 존 더버빌드와 조앤 더버빌드의 장녀. 작중 시작 시점에 17세. 미모가 빼어나고 꿈이 교사이며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고 칭찬받았을 만큼 똑똑하지만 시골처녀답게 미신을 신경쓴다. 알렉이 준 장미꽃 가시에 찔린 것이 흉조가 아닐지 불길해하거나, 클레어가 자신과 춤추지 않고 떠난 것이 나쁜 징조였다고 생각하거나,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거울을 보다가 어머니가 부르던 시골민요를 떠올리며 불안해한다던지, 클레어 앞에서 꽃잎 따는 놀이를 하다가 부끄러워한다던지 등등. 순진하고 정직한 성격이며 철없는 부모가 가난한 사정이나 아이 돌보는 어려움은 생각도 않고 끊임없이 아기를 낳기 때문에 공부해서 선생이 되는 꿈을 접고 일하거나 농장에서 일하다가 어머니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먼길을 달려와서 고향 집안일을 돕는 등 책임감 있고 헌신적이다.

어느 날 본인이 아버지의 마차를 졸음운전으로 몰다가 사고를 내어 말이 죽었는데, 말이 없어져서 아버지가 집안의 수입원인 날품팔이를 할 수 없게 되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부모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던, 부자 친척인 알렉 더버빌의 집에 하녀로 가게 된다. 하지만 알렉에게 강간당하고, 그 충격에 하녀 일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억지로 당한 단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이 되고, 이때 낳은 아기는 몇 주 만에 사생아라는 이유로 교회의 세례도 받지 못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죽는다.

처녀가 아닌 것을 숨기면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테스는, 독립적인 삶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먼 곳의 목장으로 우유 짜는 일을 하러 갔다가 에인절과 사랑하게 되고, 열렬한 구애 끝에 결국 결혼한다. 그러나 테스를 순수한 처녀라고 여기며 사랑했는데 자신을 속인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에인젤 때문에, 결혼은 첫날밤에 파탄나버린다. 에인젤은 테스에게 어느 정도 돈을 주고는 외국으로 떠나버린다.
테스는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마저 죽어서 온 가족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 의지할 데가 없어진 사이에 다시 다가온 알렉의 호의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데[10], 공교롭게도 자기 잘못을 뉘우친 에인젤이 돌아와 사죄를 하자 꼬여버린 운명에 절망하고 말싸움 도중 자신과 에인절을 모욕한 알렉을 충동적으로 죽인다.[11]

그 후 에인젤을 따라가 함께 도피하지만, 결국 체포되며 자기 여동생을 에인젤에게 의탁하고 사형당한다.[12]

3.2. 알렉산더 더버빌 (알렉)

테스를 강간하여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 된 만악의 근원이자 부자인 먼 친척. 사실 엄밀히 말하면 친척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대에 더버빌의 족보를 사서 귀족가문인 더버빌을 자칭했지만, 실제 성은 스토크(Stoke)라서 테스와는 완전히 남남이다. 첫만남에서 테스에게 넌 더비필드지 더버빌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나 테스가 그의 스킨십 강요에 친척이라 믿었는데 이러는게 어딨냐는 식으로 말하자 테스를 '사촌누이'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아버지가 죽은 후 노쇠하고 눈이 먼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집안일은 하인들에게 맡긴 듯 나태하고 방종한 생활을 한다. 어머니와는 사이가 매우 불편한 듯하다.[13] 그러나 책에서는 알렉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화내기도 하지만 모성애 때문에 그러는 것인 수많은 어머니들 중 하나라고 묘사한다.

친척이라며 일자리를 부탁하러 온 테스의 미모를 보고 반해서 그녀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다가[14] 결국은 농락한다. 그후 테스를 자신의 정부로 만들려고 했으나 테스가 거절하자 더는 붙잡지 않고 떠나게 놔둔다.[15]

테스와 헤어지고 난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회개했다며 성직자를 자처하며 다니지만[16][17], 우연히 곤경에 처해 있던 테스를 보고 마음이 바뀌어 종교고 나발이고 싹 다 집어치우고 다시 그녀를 유혹한다.[18] 신앙을 가진 것은 클레어 목사 때문이고, 신앙을 버린 것은 그 아들의 사상을 테스로부터 전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다만 이번엔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고, 마침 테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지라 결국 테스를 얻는 데는 성공.

하지만 결국 에인젤이 돌아오자, 알렉 때문에 에인절과 이어지지 못하게 되었다고 절망한 테스에게 비아냥거리다 칼에 찔려 죽는다.

어두운 피부에 검은 콧수염을 기른 미남으로 묘사된다. 목사가 된 후에는 콧수염 대신 턱수염을 기르고 성직자풍 옷을 입고 다녔다. 테스가 말에서 밀자 그대로 떨어지고, 무거운 가죽장갑으로 때리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으로 보아 약골인 듯하다. 테스는 먼거리를 도보로 돌아다니고 중노동을 하는 생활로 단련되었고 알렉은 운동이라고는 말타는 것밖에 안 하는 나태한 신사긴 하지만.

3.3. 에인절 클레어

테스의 남편. 엄격한 성직자인 클레어 목사의 세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형들인 펠릭스와 커스버트[19]는 모두 부모의 뜻에 따라 목사와 대학교수가 되어 있다. 하지만 에인절은 가족들과는 달리 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목사가 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뒤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동네 농가에서 일을 배운 후 해외로 나가 농장을 경영할 계획을 세운다. 그가 일하던 농장에 테스가 젖짜는 여자로 오게 되어 5월에 처음 만나서 10월에 결혼했다.[20]

처음에 테스는 순결을 잃었다는 자책감 때문에 에인절의 구애를 거부했지만, 에인절이 열렬히 구애해서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 에인절은 결혼 첫날밤에, 자신이 런던에서 연상의 여자와 이틀간 방탕하게 지냈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다. 죄책감을 갖고 있던 테스는 이를 듣고 안심하여 알렉에게 겁탈당한 일을 털어놓으나 에인절은 그녀가 자신의 사랑했던 여자가 아니라며 배신감을 느낀다. 테스가 그러면 이혼하라고 하자 에인절은 그러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젖짜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자신이 호기롭게 설득시켰던 부모를 볼 낯이 없어 법률상 안된다는 핑계를 댄다.

그 후 목장 사업 견학을 위해 혼자 브라질로 떠나는 길에 테스의 농장 동료 이즈를 만나 그녀가 자신을 사모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안 후 그녀에게서 위안을 찾고자 브라질로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나 이즈가 테스보다 더 자신을 사랑했냐는 질문에 이즈가 테스는 당신을 위해 목숨도 바칠 거라고 대답하자 이즈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대화는 잊어달라며 중요한 것을 깨닫게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중병을 앓고 겨우 살아난 후, 동병상련의 낯선 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은 후 테스에게 했던 행동을 후회하며 돌아온다.[21] 하지만 기막히게 타이밍이 어긋나, 테스는 가족들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얼마 전부터 알렉과 동거생활에 들어간 상태였다. 자기 운명이 단단히 꼬인 것에 절망한 테스가 흥분해서 알렉을 죽이자, 에인절은 그녀에 대한 사랑과 동정과 죄책감 때문에 함께 도피한다.

그러나 결국 테스는 잡혀서 사형당하고, 그는 테스의 부탁에 따라 테스의 여동생 리자 루와 떠난다. 리자 루와 결혼하게 되는 듯 하다.

어찌보면 대놓고 나쁘게 나오는 알렉보다 에인절이야말로 테스의 인생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든 진정한 근원이다는 해석도 있다. 애초에 테스가 순결을 잃은 건 강간 때문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에인절은 본인 의지로 매춘부와 성관계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과거는 배우자에게 고백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치부하고, 테스의 과거에 대해서는 실망하며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시골에서 한번도 떠난 적이 없고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것에 비해 자유롭고 열려있는 인물이지만 혼전순결에 대해서는 여자의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그녀의 진정한 남편이라고 생각하며[22] 테스가 자신은 그의 아내가 될 수 없다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고도 처녀의 수줍음 이상으로 생각지 않는 등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4. 분석

3인칭 시점. 농촌 풍경의 아름다운 묘사와 테스를 포함한 대부분 작중인물들이 알고 있는 미신, 시골 민요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고 인물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불길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기법이 잘 어우러진다.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묘사가 많이 나온다.

4.1. 시대적 메시지

빅토리아 여왕이 집권하던 당시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작가인 하디가 남성임을 생각해본다면, 그가 얼마나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성의 순결 여부로 그 인간 자체를 낙인 찍어버리는 사회적 성차별에 대해 강력한 일침을 놓는 것이나, ' 기독교는 진부하다'며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배우자가 숫처녀가 아니라고 곧바로 사랑이 식어버리는 에인젤의 이중적인 모습[23], 에인절이 일하는 농장 안주인이 싸준 음식을 가난한 집에 줘버리고 술은 장식장에 모셔두는 클레어 부인이나, 울타리 밑을 뒤적거려 찾아낸 구두 한 켤레를 없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언뜻 탐욕스럽게 주워가는 머시 찬트, 대학교육을 받고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꽉 막히고 인정 없는 에인젤의 형들 등 종교적 미덕을 실천하지만 내면은 메마른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녀 연애사를 다룬 작품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산업화 당시 영국의 실상을 접할 수 있다. 집과 가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가장이 죽자 여자와 어린아이들로만 이루어진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신세로 전락하여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테스 역시 에인젤에게서 버림받고 아버지가 사망하자 정처없이 떠돌며 닥치는대로 육체노동을 하여 근근히 먹고사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테스는 알렉이 자신을 강간했음에도, 알렉이 다시 접근했을 때 가족의 열악한 경제사정 때문에 동거 제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테스와 그 가족의 상황을 보면 당시 빈농/노동자의 열악한 상황 및 극심한 빈부격차를 엿볼 수 있다.

4.2. 알렉과 에인절

원래는 테스의 인생을 두 번이나 짓밟아 놓은 알렉이야말로 이 소설에서 가장 부정적인 인물이지만, 현대의 독자들은 차라리 에인젤보다 알렉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알렉이 테스를 농락한 죄는 씻을 수 없으나 최소한 그 행동에 어떻게든 책임을 지려고 나름대로 노력했고, 아내가 숫처녀가 아니라며 바로 떠나간 에인절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테스를 원하여 끝까지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했기 때문. 테스의 심술궂은 고용주가 그녀를 혹사시키는 것에 대해 분노해서 따진다거나, 테스에게 부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저주를 퍼붓는 등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알렉은 테스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쫓아다니다가 테스와 결혼까지 한 에인젤보다도 오히려 그녀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에인절이 테스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난 뒤 그녀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있었을 때 알렉이 접근하여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테스는 '아뇨, 필요 없어요. 제가 시부모님들께 부탁하면 도와주실 거예요.'라고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알렉은 "아, 시부모님께 부탁만 하면 말이지? 그런데 테스, 난 당신을 아주 잘 알거든. 당신은 차라리 굶어죽었으면 죽었지, 절대로 그럴 여자가 아니야."라고 한다. 비록 비웃으며 조롱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알렉이 테스라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단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에인절은 테스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나며 "곤란한 일이 있으면 우리 부모님을 찾아가시오."라고 말하는 황당하고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어지간히 얼굴 두꺼운 여자가 아닌 다음에야, 남편에게 버림받은 처지에 그 남편의 부모에게 가서 손을 벌리는 짓은 못하는게 당연한데도 말이다![24] 나중에 귀국해서 자기 부모를 만난 후에야 테스가 한 번도 자기 부모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며, 테스가 그동안 어떻게 생계를 꾸린 건지 궁금해하고 걱정한다. 정리하자면, 에인절은 결혼전에 테스를 열렬히 쫓아다니며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테스의 됨됨이를 제대로 모른 채 그저 청순한 미모와 순수한 이미지에만 반했다는걸 알 수 있다.[25]

차라리 알렉은 대놓고 나쁜놈으로 나오는데 비해, 이 에인절이라는 인물의 속성은 참으로 모순 그 자체. 자기 가족들을 '고리타분하고 종교밖에 모르는 보수주의자들'이라고 경멸했음에도, 정작 아내의 순결 문제가 불거지자 갑자기 자신이야말로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녀를 버렸다. 정작 에인절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 못마땅해 했던 에인절의 부모는 오히려 뒤늦게 테스의 과거를 알고서 진심으로 테스의 처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5. 출판

최초 판본은 영국의 주간지 The Graphic에 기고된 글을 세 권으로 나눠 출판한 1891년본[26]이며, 이후 이듬해 1892년에 한 권으로 묶은 판본이 나온다.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판본을 내놓으나 영문과에서는 Scott Elledge가 주석을 단 1990년판 Norton Critical Edition를 많이 본다.

한국에서는 1940년 백석이 처음 번역한 이래 1981년의 김회진 역본, 1989년의 이진석 역본, 1991년의 혜원출판사 역본, 1992년의 신대현 역본, 1994년의 이동민 역본, 2005년 김보원 역본, 2009년 정종화 역본, 2011년의 유명숙 역본까지 다양한 판본이 나와 있으나 추천할 만한 역본은 밑줄 친 2개밖에 없다.

테스는 명작고전으로 인정받고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했음에도 제대로 된 번역이 매우 적은데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한 김보원 역본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유명숙 역본 2개 뿐이다. 민음사의 정종화 역은 역자의 영어 구사능력에는 문제가 없어 원문을 철저히 따르긴 했는데 형편없는 한국어 구사능력에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원문에 매달려 가독성이 극히 떨어진다. 그 외의 다른 역본들은 외국어 구사능력부터 떨어져 볼 것도 없다.

김보원 역과 유명숙 역은 가독성도 충분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와 영어구사능력도 빼어나다. 김보원 역과 유명숙 역 중에 하나를 고르는 기준은 보통 사투리. 문학동네 역은 원문에서 테스가 사투리 쓰는걸 반영해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문에 충실한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문학동네 역을, 비극에 사투리가 깬다고 생각하는 쪽은 김보원 역을 고른다.[27]

최초의 역본인 백석 역은 그 백석의 작품인 만큼 한국어 구사능력은 지금 역본들보다 낫지만 원작에 등장하는 영국 시골풍경 묘사,시골 풍속 묘사. 종교와 신화에 대한 언급, 작가가 개입해 자기 의견을 풀어놓는 대목 등을 대거 처낸 불완전 번역이다. 천재 백석이 그걸 번역 못해서 그런건 당연히 아니고 작품을 이해하는데 굳이 필요없는 부분이고, 1940년대 식민지 조선인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 영화화

여러 번 영화화 되었는데 첫 영화는 1913년에 만들어진 흑백 무성영화이다. 원작자 하디도 직접 보았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현재는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로스트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1924년에 2번째로 영화화되었고 이거 역시 하디가 직접 감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필름조차 지금은 남아있지 않는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는 인도에서 인도로 배경을 바꾸고 5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1944년 영국 식민지 시절에 와히두딘 지아루딘 아흐메드(1916~2007)가 인도를 배경으로 바꿔 만든 유성영화 만 키 지트(Man Ki Jeet)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테스 원작영화라는 사실이다. 이름봐도 무슬림인 아흐메드는 인도가 독립하고 파키스탄으로 나누어지자 파키스탄으로 가서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매우 진보적인 활동을 하면서 파키스탄 정부에게 찍혀 겨우 2편을 감독하고 50년넘게 영화감독을 그만둬야 했다.

독립한 뒤에 1967년에 인도에서 Dulhan Ek Raat Ki(하룻밤의 신부)라는 컬러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96년에도 인도에서 2시간 40분 가까운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 뒤, 2000년에도 만들어졌으며, 가장 최근인 2011년에도 트리슈나라는 제목으로 영국인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각본에 인도,영국,스웨덴 합작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1979년작이 가장 유명하다.[28][29]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 51분.[30] 로만 폴라스키 버젼의 테스 역을 맡은 나스타샤 킨스키[31]의 미모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2023년 9월 EBS에서 1, 2부로 나눠 2주간 재방송을 했는데 2021년 세계의 명화에서 1편으로 방영 될 때 시간관계상 편집한 장면을 살려서 거의 그대로 방영했다.

각색하면서 쳐낸 부분이 제법 있어[32] 원작을 읽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참고로 80년대 초반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한 영화인이 회상(90년대 후반 어느 신문에 연재)하길, 고등학생 시절 극장에서 보다가 형사가 와서 극장에서 내쫓겼는데 여주인공 이름을 보고 빨갱이 영화가 아니냐고 딴지를 걸었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영화가 당당하게 개봉하고 원작소설이 당시에 아무렇지 않게 출판된 상황이라 곧 상영이 이뤄지고, 그 형사는 상부에게 욕처먹었다.

7. 드라마화

최초의 작품은 마이클 핸더슨 감독 및 바바라 제포드 주연의 1952년작 BBC 드라마이다. 1960년에는 ITV에서 마이클 커러-브릭스 감독 및 제럴딘 맥커윈이 주연을 맡아 방영한 적이 있다.

리메이크로 런던 위크엔드 텔레비전에서 세 시간짜리 미니 시리즈로 출시한 이안 샤프 감독 및 저스틴 웨달 주연의 1998년작과, BBC에서 50분짜리 4부작으로 방영한 데이빗 니콜스 각본 및 제마 아터턴 주연의 2008년작 "더버빌가의 테스"가 있으며 둘 다 호평을 받았다. 2008년 BBC판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유료로 시청 가능하다.

8. 여담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가 가장 좋아한 소설이었다고 한다.[원어할스포일러] 그 때문인지 영화화를 거치면서 그녀를 추억하는 의미로 오프닝 크레딧에서 마지막으로 "to Sharon"이라는 짤막한 글이 올라간다.

2000년에 발표된 채정안의 2집 수록곡 '테스'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래이다. 전체적인 가사는 테스가 알렉 더버빌에게 하는 말을 담고 있다.

9. 관련 문헌

이하의 서적 및 논문에서는 1990년판 Norton Critical Edition과, 1979년판 영화 및 2008년 BBC 드라마를 기준으로 서술하고 있다.
  • 김명균, 영국 문학과 번역 (한국학술정보(주), 2019.4)
  • 김명균, 소설 더버빌가의 테스와 영화 테스 및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 비교연구 (대한영어영문학회, 2009.8. 제35권 3호)
  • 김명균, 토마스 하디의 소설 더버빌가의 테스의 영화화와 자막연구 (한국번역학회, 2009.9. 제10권 3호)
  • 김명균, 老舍의 月牙兒과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에 관한 비교연구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0.12. 제60호)[34]
  • 김명균, 문학번역의 가독성 연구: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를 중심으로 (한국현대영어영문학회, 2011.11. 55권 4호)


[1] 참고로 하디는 시인이기도 했다. [2] 성이 프랑스식인데, 이는 프랑스에서 잉글랜드를 정복해 정착한 노르만계 귀족이기 때문이다. [3] 사실 알렉의 집안은 더버빌 가문의 족보를 산 것이라 당연히 친척이 아니다. 원래 성은 스토우크. [4] 잠든 사이 당했다 [5] 앞으로 테스가 겪게 될 슬픈 인생과, 알렉과 그녀의 관계가 결국 어떻게 끝나는지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6] 자의로 매춘부와 사흘 정도 동거했었던 과거. [7] 헌병들이 왔을 때 테스는 잠들어 있었는데 에인젤은 그녀가 깰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고, 헌병들은 몇 시간을 아무 말 않고 기다려 준다. [8] 사형당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형무소에 사형집행을 알리는 검은 깃발이 나부꼈다는 간접적인 언급으로 테스가 사형당했음을 암시한다. [9] 에인절은 '테시'라고도 부른다. [10] 처음에는 알렉의 유혹을 뿌리쳤고 에인절을 기다리며 편지를 보냈지만, 에인절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원망하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에인절은 고향으로 돌아와 테스가 편지로 자신을 원망했다는 걸 알게 되자 "다 맞는 말"이라며 자책했다. [11] 직접 죽였다고 묘사되지는 않고 브룩스 부인이 테스와 알렉의 말다툼을 목격했고 2층으로 올라가서 칼에 찔린 알렉의 시체를 발견했다. [12] 당시 영국은 단두대를 사용하던 프랑스와는 달리 교수형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사형시점에 테스의 나이는 23~4세. [13] 더버빌 부인은 하녀에게서 '닭 돌보는 하녀가 없을 때 알렉이 대신 그 일을 해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알렉 역시 테스가 떠날 때 '난 저 늙은이가 싫어서 런던에 가 있으려고 한다'고 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2009년판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불편한 관계가 더 자세히 언급된다. [14] 테스의 동생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고, 말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테스의 아버지에게 말까지 선물한다. [15] 단, 자기가 도울 일이 있으면(=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었고, 나중에 재회했을 때 테스가 그 동안 가난하게 지냈다는 걸 알고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왜 진작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소?!'라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이 인간 성격상 테스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걸 구실삼아 잡아둘 생각이었을 것이 뻔하지만. [16] 한 가지 아이러니는 그를 종교로 이끈 사람이 에인젤의 아버지인 클레어 목사라는 것이다. [17] 알렉이 정식 신학교를 다닌 것이 아닌만큼 사이비 전도사로 활동중인 것이 더 신빙성 있다. BBC 드라마에서는 알렉이 주최하는 자칭 예배가 딱 기독교 이단의 그것으로 나온다(...). [18] 이를 예견했는지 테스는 알렉을 "하지만 당신이 성령의 힘으로 새사람이 되었다는 걸 난 믿지 않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 보는 섬광 빛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요."라고 깠다. (출처 - 문학동네판 462P) [19] 후반부에 커스버트는 에인절과 결혼할 뻔했던 머시 챈트에게 청혼했고, 머시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20] 사실은 예전에 짧게 마주쳐서 호감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서로 사랑하게 된 후에야 자신들이 만난 적이 있음을 기억해냈다. [21] 그 낯선 남자는 에인절에게 테스가 무엇이었는가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보다 중요하지 않으며, 그녀를 두고 온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남자는 에인절에게 충고를 한 다음 날 폭우를 맞아 열병에 걸려 죽었고, 에인절은 남자를 손수 매장했다. [22] 실제로 작중에서 에인절이 테스에게 "내가 아니라 그 남자(알렉)가 진짜 네 남편인걸. 죽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이라고 말했다. 출처는 문학동네판 366p. [23] 심지어 에인젤 자신은 자의로 매춘부와 동거하였던 적이 있다. 결혼하고 서로의 허물을 고백하는 자리에서 테스는 강간을 당했던 사실을, 에인젤은 매춘부와 동거했었던 과거를 고백하였는데, 어느 쪽이 더 잘못하였는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는 에인절을 용서하였지만, 에인절은 강간'당했던'그녀를 용서해주지 못해 떠난다. [24] 테스가 찾아간 적이 있긴 하다. 에인절의 형들이 동생이 젖짜는 여자와 결혼한 것을 비난하는 것을 엿듣고 클레어 가족이 자신을 멸시할거라는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는 느낌에 되돌아가긴 하지만. [25] 작중에서도 이런 에인절의 태도를 대놓고 깐다. '다만 클레어의 사랑이 지나칠 정도로 정신적이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공상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조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곤 한다. 대상이 부재할 때 현실의 결함을 입맛에 맞게 지워버린 이상적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문학동네판 369P) [26] 이는 당시 영국 소설 연재 방식이 3권 방식이라서 그렇다. 1권짜리를 3장으로 나눠서 순서대로 출판하고, 1장째에 평가가 안좋으면 2. 3장을 묻어버리는 방식. 예술적인 입장에선 이 때문에 후반에 좋아지는 작품들이 묻히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비판이 많았으나, 초반에 평가가 안좋으면 바로 갈아탈 수 있다는 상업적인 장점 때문에 유지되었다. 현대로 치면 웹소설 연재를 하다가 유료화 각이 안오면 접고 다른 글을 쓰는 것과 비슷. [27] 윤소영, 2013, <피그말리온> 번역본 비교 - 아비투스의 관점에서, 통번역학연구 17권 2호. 논문에 언급된 바에 의하면 문학번역에서 사투리를 채용할 때 일부러 충청도 사투리를 고르는 번역자들이 많다고 한다. 20세기 뿌리내린 지역감정 때문에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를 채용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28] 다른 연도판 영화나 드라마는 소설의 원제대로 제목이 더버빌 가의 테스이지만 폴란스키의 79년도 영화 만은 영화제목 자체가 그냥 '테스(Tess)'이다. 해당 작품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1,500원에 mp4파일로 다운 가능하다. [29] 참고로 이 작품은 영국 소설이 원작인데다 영어로만 진행되지만 감독이 프랑스에서 활동을 많이 했고, 각본가도 프랑스인이며, 최초 상영도 프랑스에서 했으므로 프랑스 영화로 분류한다. [30] 프랑스에서의 최초 상영버전은 무려 3시간 6분이나 했다. 여기서 편집을 조금 더 거쳐 미국에서 상영된 버전이 현재 정식판이다. 비디오로 출시됐을 때는 더 잘라서 2시간 16분만에 끝났다. [31] 클라우스 킨스키의 딸 [32] 대표적으로, 엔젤이 테스의 편지를 왜 받지 못했느냐는 언급이 없다. [원어할스포일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샤론 테이트가 서점에 가서 책을 사간다. 사실 고증오류가 좀 있는데, 샤론 테이트가 폴란스키에게 책의 복사본을 갖다주면서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것. [34] 한자로 써 놓은 부분은 중국 소설가 라오서(老舍)의 단편소설 초승달(月牙兒)을 가리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