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2 21:34:54

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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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가계 및 혈통3.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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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Κυρήνη/Cyrene[1]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이자 영웅, . 전원 담수(육수)의 토속신들인 나이아데스Ναϊάδες/Naiades 중 한 명이다. 북아프리카 리뷔에Libye 지방에 있는 고대 도시국가 키레나이카Κυρηναϊκή/Cyrenaica 시조이자 초대 이다. 어원은 '군림하는 여왕'. 키레나이카의 여왕이 된 그의 행보와 일치하는 이름이다.

궁술과 맨손 격투 실력이 굉장히 뛰어났으며 '라이온 킬러', '제2의 아르테미스'라는 멋들어진 이명으로 불린 여걸 중의 여걸이다. 순결 궁술 사냥 호수 역병 황야 • 산짐승들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전폭적인 총애와 가호를 받은 뛰어나고 걸출한 호걸이다. 강대한 무력뿐만 아니라 미모도 무척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녀였다. 퀴레네를 사랑한 자들로는 올림포스 남신들 중 가장 지위가 높고 외모가 잘생긴 미청년으로 유명한 태양 의술 이성 궁술 음악 예언의 신 아폴론 전쟁 폭력을 담당하는 군신軍神 아레스가 있다.

휩세우스[2]와 나이아스 클리다노페의 딸로, 다프네에게 조카딸이다. 보이오티아 지방의 폴리스 오르코메노스의 왕 아타마스의 세 번째 부인 테미스토와 아스티아구이아와는 자매 지간. 달과 사냥, 자연과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존경하는 추종자이자 사냥꾼으로 아폴론의 연인들 중 한 명. 양봉 축산업, 낙농업의 신 아리스타이오스의 어머니. 그리고 테베의 공주 아우토노에의 시어머니로 악타이온과 마크리스 남매의 친할머니이기도 하다.

2. 가계 및 혈통

티탄 신족 중 맏이이자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와 맑은 물과 양육의 여신 테튀스의 증손녀이자 외손녀. 3,000명의 강의 신들인 포타모이 중 한 명인 페네이오스와 토속신 크레우사의 아들 휩세우스(Hypsseus)의 딸이다. 크레우사는 오케아노스와 대지모신이자 증조할머니 가이아의 딸이라서 외가와 친가 모두 할아버지가 되는 인물이 오케아노스이다. 따라서 가이아는 퀴레네의 증조할머니이자 외할머니이기도 하다.

휩세우스는 아르테미스의 사냥꾼이자 아폴론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나이아스 다프네의 오빠이기 때문에 퀴레네는 다프네의 조카가 된다. 아들 아리스타이오스는 부모의 재능을 이어받아 양봉과 낙농업, 축산업을 비롯한 다재다능한 신으로 출세했을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최고의 명문가인 테베 왕가의 직계이자 공주 아우토노에와 결혼해 악타이온과 마크리스 남매를 낳아 테베 왕가와도 연줄을 만들었다.

3. 상세

퀴레네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와 오케아노스 가이아의 딸 크레우사의 손녀, 휩세우스의 딸로 태어난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다.

어려서부터 고모 다프네의 영향을 받아 달과 사냥의 여신이자 세상 모든 자연과 산, 샘, 호수의 주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를 열렬히 추종하는 사냥꾼으로 자랐다. 아르테미스에게 가장 많은 총애와 사랑을 한몸에 받은 님프였고, 언제는 아르테미스 본인으로부터 뛰어난 사냥개 두 마리를 선물받았다. 메데이아의 속임수에 낚인 딸들에게 삶아죽은 펠리아스 왕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냥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제2의 아르테미스', '라이온 킬러'라는 명성을 떨치며 그리스 전역에 이름을 날린 여성 영웅 중 한 명이다.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이면서 영웅으로서 이름을 날린 아탈란테와 똑같은 케이스. 또한 아버지 휩세우스에게는 든든한 효녀라서 그의 가축들을 사나운 산짐승들로부터 앞장서서 보호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짐승들을 습격한 사자 한 마리를 보고도 전혀 겁먹지 않고 맨손 격투까지 벌이는 용맹한 여걸.

어느 날 퀴레네는 테살리아 지방의 펠리온 산[3]에서 휩세우스의 양떼들을 노리는 무서운 사자와 맨몸으로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전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아폴론은 홀로 사자에 용감히 맞서는 퀴레네의 날쌘 모습에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래서 아폴론은 퀴레네의 아버지 휩세우스에게 가서 상의를 나눈 뒤[4] 그녀를 황금마차에 태운 뒤 북아프리카의 리뷔에 지방까지 데려갔고 그녀의 이름을 딴 도시국가를 세워 그곳의 여왕으로 옹립시킨다. 그 나라의 이름이 바로 키레나이카. 아버지의 양떼들을 지키려다가 어쩌다 보니 납치까지 당한 퀴레네는 강간인지 자의로 한 결혼인지 모르지만, 아폴론과의 사이에서 아들 아리스타이오스를 출산하고 아리스타이오스는 양봉의 신이 된다. 또다른 아들 이드몬도 낳았다.

퀴레네는 아폴론뿐만 아니라 아레스와도 관계를 맺어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트라케의 폭군 디오메데스[5]를 낳았다고 한다. 아폴론과 아레스 같이 올림포스에서 손꼽히는 미남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정도로 대단히 용맹하고 매력적인 여인이었던 모양. 아레스는 아프로디테 외에도 흑해 연안에 모인 여전사 종족인 아마조네스처럼 걸 크러시 계열의 호쾌하고 용맹한 여전사 타입의 여성들과 사귀는 걸로도 유명했으니 퀴레네 역시 아레스가 충분히 반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다.

키레나이카의 왕세자이자 양봉/벌꿀의 신이 된 아리스타이오스는 훗날 테베 왕가에게 장가를 들어 테베의 시조 카드모스 하르모니아 여신의 딸들 중 한 명인 아우토노에 공주와 결혼해 악타이온을 낳는데, 악타이온은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주군인 아르테미스를 무척 존경해 케이론의 문하에서 사냥과 궁술을 배워서 아르고 호 원정대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불운스럽게도 아르테미스가 님프들과 함께 동굴의 샘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을 의도치 않게 봐 버린 탓에 여신의 분노를 사 사슴으로 변해버리고 자신의 사냥개들에게 살해당한다. 할머니와 대비되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데, 퀴레네는 손자와 달리 아르테미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사냥개들을 선물받으며 영웅으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폴리스의 왕까지 되었다. 퀴레네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키레나이카로 끌려가 여왕이 되어버렸지만, 결국 선택의 여부와 관계없이 아폴론에 의해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아르테미스의 가호를 받을 권리까지 사라졌고, 악타이온이 대신 벌을 받은 걸 수도 있다. 아르테미스는 칼리스토 같은 특수한 케이스만 제외하면 순결을 잃어버린 님프나 여성들을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거나, 하필 이들을 강간하거나 겁탈한 신이 자기가 감히 나설 엄두도 못날 정도로 강한 신들이라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아 아폴론의 축복을 받아 여왕까지 된 퀴레네를 건드리지 못하고, 평범한 인간인 악타이온을 벌한 모양.

잘 보면 퀴레네 역시 고모처럼 아르테미스를 존경하고 추종하는 사냥꾼들 중 한 명이자 가장 큰 총애를 받은 님프였으며 아폴론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폴론의 일방적 강간미수로 인해 스스로 아버지 페네이오스에게 간청하여 월계수가 되는 비극을 맞이한 고모와 달리 퀴레네는 대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게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납치를 당한 건 똑같지만 한 나라의 여왕이 되고 아들을 낳았으며 끔찍한 비극으로 죽지 않고 천수와 호강을 누리며 살았다. 아폴론도 자신의 첫 사랑이었던 다프네를 닮은 호기롭고 자유분방한 여걸에 그 다프네의 조카인 퀴레네만큼은 일편단심으로 헌신했으며 코로니스, 헤카베 카산드라 모녀 등 다른 여인들보다도 잘 돌보았다. 다프네를 필두로 해 아폴론과 엮인 다수의 님프들과 반신/순혈 인간 여인들이 하나같이 아폴론의 쓰레기 같은 성격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걸 생각하면 퀴레네는 말 그대로 행운을 타고난 케이스이자 인생의 승리자인 셈. 거기다 본인이 절대 원해서가 아니라 아폴론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순결을 잃고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이유 불문하고 순결을 잃은 여신도를 잔인하게 처벌하기로 악명 높은 아르테미스의 손길마저 피해갔다.

여러 모로 다사다난한 그리스 신화에서 아르테미스의 신도들 중 브리토마르티스와 더불어 불행을 피하고 더없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키레나이카의 여왕이 된 것과 별개로 아폴론에 의해 강제로 납치혼당한 피해자에 사생아들까지 낳고 자연스레 아르테미스의 무리에서 제외된 퀴레네와 달리 브리토마르티스는 미노스의 강간미수를 9개월이나 피한 끝에 아르테미스의 구원과 축복 속에 끝까지 순결을 지키고 여신이 되었다.
[1] 고대 그리스식 발음은 '퀴레네'이다. 현대 영문식 발음은 '시레니' 혹은 '시레이니'. [2] 그리스어로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포타모이 페네이오스와 나이아스 크레우사의 아들로, 라피테스족의 왕이기도 하다. [3] 켄타우로스 무리가 사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4] 아폴론 정도의 신이라면 휩세우스의 동의를 구해 볼 필요도 없이 그냥 납치만 하면 그만인데 왜 굳이 동의와 허락을 얻었는지는 불명. 아마 다프네 때의 일 때문인 듯하다. 어머니 레토의 원수인 괴물 뱀 퓌톤을 죽인 일로 한껏 오만해져 있던 데다 처음 본 상대에게 광기 섞인 치명적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에로스의 금 화살까지 맞은 아폴론은 페네이오스와 당사자인 다프네 부녀의 동의를 구해보려고 하지 않고 다프네를 마구잡이로 강간하려 들었다가 부녀의 반감과 분노를 사 버렸다. 올림포스 신에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 아폴론에게 대놓고 저항할 힘이 없었던 페네이오스는 아폴론의 악행으로부터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월계수로 변신시켰다. 물론, 혐오의 대상인 아폴론에 의해 강간당하고 순결을 잃느니 차라리 다른 존재로 바꿔달라고 울부짖은 다프네의 의지도 있었다. 여인의 부모의 의지를 존중치 않고 마구잡이로 강간하려던 자신의 악행에 후회와 반성을 느끼고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휩세우스에게 찾아가 평화적인 협의를 한 끝에 허락을 구한 것. 거기다 퀴레네는 다프네의 조카딸이었으니 아직도 다프네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이 남아 있는 아폴론으로서는 다프네를 위해서라도 퀴레네만큼은 절대 동식물로 변하는 비극을 겪게 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 [5] 튀데우스와 데이필레 공주의 아들이자 트로이 전쟁 장수인 디오메데스와는 동명이인. 뛰어난 팡크라티온 실력자였지만 이부 형과 달리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잔인하고 흉폭한 성격을 닮아 네 마리 암말들을 식인종으로 키워 죄없는 백성들과 이방인들까지 잡아먹게 만든 희대의 폭군이자 악인이었다. 결국 팡크라티온 결투를 신청한 헤라클레스에게 패배했을 뿐만 아니라 네 마리 암말들에게 역으로 잡아먹히는 인과응보의 최후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