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중산왕)

"신이 듣건대, 세상사에 있어 안위는 일정하지 않고, 때로는 평안함과 어려움이 교차한다고 합니다. 신은 젊어서 태평한 생애를 보냈으나, 늦게는 여러 난관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황실의 기초가 튼튼하고 9대에 걸쳐 빛나며, 고조(高祖)와 세종(世宗) 시기에 번성하고 명성이 이어졌습니다. 황태후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성스러움과 공경을 지니시고, 덕은 마원(馬援)과 등통(鄧通)과 같으십니다. 또한, 황상께서는 신령한 예지로 나라를 다스리시며, 그 지혜는 멀리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천하가 태평하고, 사방의 나라들이 귀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군장군 원차는 외척의 신분으로 총애를 받으며, 가까운 위치에서 부당하게 영예를 누렸습니다. 그는 마음이 잔혹한 것이 마치 이리와 같아, 배부르면 되려 주인을 물어뜯습니다. 그로 인해 두 궁(二宮)이 단절되어 황실의 화목한 예법이 무너졌습니다. 더구나 태부(太傅)•청하왕(清河王)께서 억울하게 학살당하셨고, 그로 인해 충신과 열사들은 궁정에서 기세를 잃었으며, 친족과 현명한 인물들 사이에는 내부와 외부에서 분노와 원망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거짓으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누가 그것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원차가 권력을 독점하고 궁정을 억압하는 상황은 이와 같은 비유로도 설명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신은 하늘에 계신 폐하를 우러러보며,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풀조차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온 땅에 퍼져 나가듯, 이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물며 원차가 이토록 패역하는데, 어찌 이를 참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황실의 일원으로서 그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것을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머리가 부서지고 간이 도륙되는 고통도 마치 냉이처럼 달게 여길 것입니다.

이제 신은 의병(義兵)을 일으켜 80,000의 병력을 무장시키고 출정하였습니다. 많은 병사들이 이미 전진하였고, 문무백관이 앞다투어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주자사(并州刺史)•성양왕(城陽王) 원휘, 항주자사(恆州刺史)•광양왕(廣陽王) 원연, 서주자사(徐州刺史)•제왕(齊王) 소보인 등 또한 함께 이번 달 14일에 모두 출정할 것입니다. 위로는 조상들의 영혼에 의지하고, 아래로는 충직한 신하들의 목숨을 다해, 흉악한 무리들을 소탕하고 다시금 경성을 깨끗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신이 직접 삼군을 이끌고, 별처럼 신속히 이 위기에 대응하여, 온성(溫城)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천명(天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공과 재상들 중에는 충절을 드러낸 가문이거나 오랫동안 은혜와 신임을 받아온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함께 힘을 모아 원차를 제거하여 황태후와 황제께서 기뻐하실 수 있도록 한다면, 신은 즉시 갑옷을 벗고 군사를 해산하여 조정에 사죄하겠습니다. 신은 비록 옛 사람들만큼의 재능은 없으나, 번신(蕃臣)으로서 나라의 울타리에 서 있으니, 어찌 간악한 무리들을 보고만 있으며, 허황되게 영화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義實動君子 (의로움은 실로 군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主辱死忠臣 (주군이 치욕당하면 충신은 죽는다)
何以明是節？ (어찌 이 충성을 밝힐 수 있으랴?)
將解七尺身 (이제 이 일곱 자의 몸을 바쳐야 하리라)

平生方寸心 (평생 한결같은 이 마음)
殷勤屬知己 (간절히 알아주기를 바라네)
從今一銷化 (이제 모든 것이 사라지니)
悲傷無極已 (슬픔이 끝없이 이어지리라)

"나는 동생과 함께 황태후의 특별한 은혜를 입었소. 형인 나는 큰 주(州)를 다스렸고, 동생은 궁에서 시종하였으며, 황태후께서는 정성스러운 말씀과 따뜻한 표정으로 우리를 대해주셨으니, 그 은혜는 친어머니와 다름없었소. 지금 황태후께서는 북궁(北宮)에 유폐되어 계시고, 태부(太傅)•청하왕(清河王)께서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셨으며, 주상께서는 아직 어린 나이로 홀로 전전(前殿)에 계시오. 임금과 부모가 이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으니, 나는 도저히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소. 그래서 병사들과 백성들을 이끌고 천하에 대의를 세우기로 결심한 것이오. 그러나 나의 지혜와 능력이 부족하여 곧바로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되었소. 위로는 조정에 부끄럽고, 아래로는 내 친구들에게도 면목이 없소. 본래 명분과 의리로 마음을 움직여 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제 장이 끊어지고 머리가 부서지니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옛날 이사가 상채(上蔡)의 누런 개를 그리워하고, 육기가 화정(華亭)의 학 울음소리를 생각한 것은 아마도 덧없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겠소? 이제 가을 달을 마주하고, 봄바람을 맞으며, 향기로운 풀밭에 앉고, 꽃나무 그늘 아래에서 명사들을 널리 불러 함께 낙수(洛水) 강변에서 시를 읊는 것이 가능하겠소? 모든 군자들이여, 각자 마땅한 바를 존중하며, 나라와 자신을 위해 명절(名節)을 잘 지키라! 공을 세우고 일을 이루는 것은 곧 자신을 위한 것이니, 내가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