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6 13:23:35

거수기

파일:노스랜드식 투표.jpg
거수기 선거 중 하나인 북한의 선거
1. 개요2. 종류3. 거수기 방지책의 필요성4.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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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직역하면 '손을 드는 기계'라는 뜻이다. 어떤 의견에 대해서 아무 의견도 내세우지 않고 있다가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이나 기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는 늘 찬성만 한다는 뜻에서는 yes man이라고 하고, 형식적인 투표라는 의미에서는 rubber stamp라는 말을 쓴다. #[1] 중국어에서는 영어식 표현을 직역하여 橡皮圖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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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류

거수기에는 두 가지 양상이 있을 수 있다.
  • "뭐든 좋다, 다들 하는 대로 하겠다" 식의 양시론의 경우[2]
  • 실제로는 반대하지만 반대할 실권이 없는 경우

전자는 정치적 무관심의 가능성이 높다. 후자의 경우 당사자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절차가 비민주적인 탓이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당사자 본인들도 정치적으로 무관심해지기 쉽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 없는 일에는 의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후자의 경우 공산당 투표처럼 친정부 인사들로 채워지거나 반대시 불이익을 주는 사례로 대표되지만, 소수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다수결만을 중시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어떤 의견이 다수인지는 상황상 얼추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어떤 용기를 내서 소수의견을 내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억압이 심한 사회의 경우 아예 의견 제시를 포기하게 되고 소수의견이 점차 힘을 얻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렇게 점점 소수의견을 낼만한 이들이 이탈할 경우 다수파 사이에서도 조금은 의견을 조정할 조언자들이 떨어져나가고, 다수 의견 내에 포진한 극단주의 세력이 "어차피 반대하지 않겠지" 하고 폭주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그밖에도 권위주의 국가의 극빈층이 후자에 가까운 거수기가 되기 쉬운데, 이 사람들은 생계가 불안하기에 금전이나 복지혜택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지 지원 등을 내려주면 설령 조삼모사란 걸 알아도 혹할 수밖에 없고, 오십보백보 상황이라면 보다 많이 주는 쪽을 선택해 빈곤할수록 독재자에게 충성하거나 거수기적 성향을 보이기 쉽다. 다만 독재자의 약속이 허구이거나 그걸로도 불만을 가질 정도로 심각한 실정을 저지르는 순간 정권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다.

찬반 투표는 거수기 투표가 종종 발생한다. 많은 경우 이미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 합의를 구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3. 거수기 방지책의 필요성

독재로 빠지지 않고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표결의 방식도 중요하다. 단어의 기원이 된 거수 방식의 경우 공개 표결이기 때문에 위압에 의해 거수기가 될 위험이 발생한다. 누가 반대했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자를 억압하지 않으리라는 사회적 신뢰가 쌓인 국가의 경우 간단한 표결은 거수나 기립과 같은 공개 방식으로 하기도 하나,[3] 그래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거의 경우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반드시 비밀 투표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4. 예시

  • 대한민국의 기업에서는 사외이사가 대체로 거수기이다.
  • 한국에서는 투표자가 거수기에 불과한 형식적인 선거를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하여 ' 공산당 투표'로도 부른다. 실제로 북한은 선거를 하긴 하는데 북한/정치 문서에서도 있다시피 투표용지에는 당에서 정한 후보의 이름이 이미 적혀 있고 투표자는 찬성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민주집중제의 문제점에서도 보듯 현실의 공산주의 국가는 점차적으로 상부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는 폐단이 나타났다.
  • 한국에서도 제4공화국 시절에는 거수기에 불과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체육관 선거를 통해 단일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던 흑역사가 있었다. 제5공화국 시절에 치러진 제12대 대통령 선거는 복수후보가 출마하여 외견상으로 4공의 체육관 선거보다 민주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거수기 선거이던 점은 마찬가지였고, 이는 6월 항쟁을 거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혁파되었다.
  • 비례대표제가 정당의 줄세우기,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 " 누가 칼들고 협박함?"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은 남이 하랄 때만 하는 수동형 인물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1]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거수기와 함께 rubber stamp라는 표현을 소개하고 있다. [2] 반대로 양비론자들은 거수기가 되기보다는 기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3] 가령 대한민국 국회에서 법안 가결 결과는 바로 공개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비난은 심하고 폭력도 존재했지만, 법안을 반대했다고 신변의 위협을 끼치지는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 법안 통과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위해 시민 측에서 문자 테러를 하거나 하는 일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