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자: 回轉草
영어: Tumbleweed
러시아어: Перекати-поле(Perekati-pole)
한국어로 ‘ 꽃’, ‘ 풀’, ' 잡초'가 특정한 식물의 이름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회전초’는 어떤 특정한 식물이 아니라 가을에 마른 줄기가 공처럼 뭉쳐 굴러다니는 풀을 싸잡아 부르는 통칭이다. 예를 들어 남아공 회전초는 수선화과, 부활초는 부처손과 식물이며, 새장달맞이꽃은 달맞이꽃속, 호주의 헤어리 패닉이라 불리는 회전초는 벼과식물이다. 영어 명칭 텀블위드(Tumbleweed)는 말 그대로 굴러다니는(tumble) 풀(weed)이라는 뜻.
본 문서에서는 회전초라 불리는 풀들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대표적인 회전초, 러시아어로 чертополох(čertopoloh)라고 불리는 식물을 설명했다. 정확한 한국어 국명은 없지만, 지느러미엉겅퀴속(학명: Carduus) 식물을 통칭하는 말인 듯하다.
2. 분포지
원산지는 러시아를 포함한 우랄 산맥 동쪽 유라시아 대초원이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오염된 아마 씨와 함께 아주 우연히 미국의 사우스다코타주에 들어가 급격히 번식하여 20년 만에 9만 km²가 넘는 지역에 서식할 지경이었다. 전파되는 속도가 빨라서 1888년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발견되었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조사해보니 미국 내 12개가 넘는 주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이 식물이 발견되었다.적응력도 좋아서 1960년대 초 네바다 핵실험장의 핵실험이 중단된 지 몇 년만에 가장 먼저 자라기 시작한 식물이 바로 이 회전초였고, 워싱턴 주에 있는 (냉전 시대에 플루토늄을 제조했던 곳인) 핵 처리장에서도 방사능에 오염된 회전초가 발견되기까지 한다.
3. 생태
1년 동안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뿌리와 줄기가 분리되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굴러다닌다. 이렇게 씨앗을 사방팔방에 퍼뜨려 번식한다. 당연히 분리된 회전초는 그 직후 죽어 갈색으로 변해 말라버리는데, 이렇게 된 뒤에도 여전히 바람만 불면 굴러다닌다. 분리되기 전 색은 대개 녹색인데[1], 얼핏 보기에는 회양목 등 관목 같다. 사진1년 살이 식물이라 일반적으로 무릎까지 오는 수준이지만 러시아 지역처럼 원래 서식지에서 자란 회전초는 좀 더 크게 자라는 개체도 목격된다.
주로 식물이 한 곳에서만 뿌리 박고 살기 힘든 사막 같은 건조한 지방에 많이 산다. 이 때문에 미국 서부의 상징처럼 되어서 서부개척시대를 주제로 한 픽션 작품에서 거의 항상 등장하는 친숙한 아이템이 되었다. 주로 할 일이 없으면 어디선가 굴러오고, 길바닥에서 굴러다닌다. 선인장과 함께 황량한 서부를 연출하는 좋은 풀. 정말로 미국의 건조지대에 살다 보면 흔하게 접한다. 정작 위에서 언급된 대로 본래 미국의 토착종이 아니라는 점,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때는 서부시대의 끝물인 1888년이므로 시대에 잘 들어맞는 고증은 아니다.[2][3]
4. 사용 용도
쌓아서 풀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
회전초를 본 적 없는 사람들은 가을에 회전초가 무리지어 굴러다니는 풍경을 굉장히 이상하게 여긴다. 반면에 회전초를 늘 보고 자란 지역의 사람들은 회전초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경우도 있다. 맨살이 아닌 이상에야 닿아봤자 아프지도 않고, 바람 부는대로 굴러다닐 만큼 가벼우니[4] 갖고 놀기에는 딱 좋다.
불쏘시개로서는 최고의 소재이다. 회전초의 줄기는 건조하고 기공으로 가득 차 있어서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 하나에도 순식간에 불이 붙을 정도로 잘 탄다. 회전초가 많은 지역에서 불이 필요할 때는 근처에 굴러다니는 녀석을 주워다 쓰면 되기 때문에 유용한 존재이고, 미국에서는 회전초를 주워다 팔아 연간 수익 4만 달러를 번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미국 대공황 시절 정말 빈곤층이었던 사람들은 이 회전초를 뜯어서 요리해 먹었다고 한다.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가축용 구황작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은 향충 효과가 있어서 싱싱한 회전초를 잡아 즙을 짜서 천연 모기/ 벌 기피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5. 피해
불이 잘 붙어서 땔감으로 잘 쓴다는 점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불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아주 위험한 화재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당국에서 회전초 더미를 수거하고 다닌다고 한다. 산불이나 들불의 원인이 되기 일쑤고, 회전초들이 미국에서 제법 흔한 회오리와 만나면 대형 화재가 날 위험이 증가한다. 화재현장에 바람만 부는 상황도 골치 아픈데, 회전초라는 이동식 불쏘시개까지 같이 날아다니니 매우 위협적이다. 회전초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장작으로 필요한 만큼 이외에 여분은 전부 모아다가 한번에 태우기도 한다.산불을 방지하기 위해서 회전초를 불태우는데 회오리(dust devil)와 불길(fire)이 만나서 화염 회오리(firenado)로 변해버린 모습. # |
시간이 아깝다면 2분 20초부터 보자. 동영상 제목(회전초의 침공)이 이해가 된다.[5] |
11분 30초짜리 회전초 폭풍 동영상. 회전초 터널과 회전초 늪이 나온다. 욕 주의. |
돌개바람을 만난 회전초의 모습. |
회전초가 많은 날 운전하면 이런 일도 겪을 수 있다.[6] |
엄청 많은 회전초 무리이다.[7] |
6. 매체에서
매체에서는 황량하거나 썰렁한 광경을 그려낼 때 바람소리와 함께 클리셰 격으로 자주 등장한다. 회전초를 일부러 등장시킨 최초의 계기나 클리셰가 된 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고, 원래 자연에 존재했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굳어졌다. 정적인 풍경에 동적인 사물이 굴러다니면 시선강탈이 되어 감독의 연출의도와 다른 인상(동적인 풍경)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애물을 싹 다 치우고 촬영하는 게 정석인데, 치워도 치워도 끝도 없이 굴러오기에 그냥 포기하고 찍었더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있어서 그대로 연출의 한 종류가 된 것. 자연의 엑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서부가 아니라 도시물을 배경으로 할 때에도 썰렁한 풍경 연출시 회전초 대신 둥글게 구겨진 신문 쪼가리[8]나 전단지, 농구공, 빈 깡통 등이 대신 굴러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할리우드 서부영화에서 황량한 황야에서의 결투장면 등에 단골로 등장해 서부극의 상징처럼 각인되었지만 회전초가 미국 서부에 들어온 건 대륙횡단철도 건설이 끝나 서부개척시대가 끝나갈 무렵이라 실제 역사와 다르다. 영화에선 몇 개만 가끔 바람에 굴러가며 황량하고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실제론 종종 수많은 회전초가 한꺼번에 굴러다니기도 한다.
영미권에서는 부평초나 역마살처럼 방랑자를 은유하기도 한다. 아예 히피 모녀의 얘기를 다룬 동명 영화도 있을 정도.
자동차 기아 니로 광고 공간 편 중 20초 지점에서 굴러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데드 스페이스 2 광고에서는 러커가 회전초 흉내를 냈다.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도 몇몇 에피소드에서 황량함을 강조할 일이 있을 때 가끔 회전초가 굴러가는데, 그 배경은 바닷속이니 엄연히 따지고 보면 회전초가 아니라 회전 해초다.
극장판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에서 스펀지밥 일행이 육지로 나와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데, 역시 바닷속과 마찬가지로 회전초가 굴러다닌다. 이 때 몇 초간 배경으로 굴러다니던 회전초 중 하나가 갑자기 스펀지밥을 향해
메이플스토리의 호텔 아르크스의 맵을 잘 보면 회전초들이 굴러다닌다.
메트로 엑소더스에서는 배경이 러시아이니 만큼 나오는 것은 당연하나, 사막이 되어버린 카스피해 지역에서 나온다. 평범해 보이지만 돌연변이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발화한다.
아메리칸 트럭 시뮬레이터에서 사막을 주행 중이라면 어김 없이 나오는데 이를 야생동물로 오인해 급제동을 하는 사례가 몇몇 있다.[9]
언사이클로피디아에서는 " 그런 거 없다"를 말할 일이 있으면 한 단락을 통째로 비워놓고 회전초 GIF 파일만 덜렁 올려놓는다.
블리자드의 FPS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캐서디의 궁극기 ' 황야의 무법자'를 사용하면, 어디서 궁극기를 사용했는지는 상관 없이 무조건 근처에 회전초가 생성되어 굴러다닌다. 덕분에 건물 속에서도 굴러다니는 회전초를 볼 수 있다. 미국 서부나 쓰레기촌의 황량한 지형, 혹은 할리우드에서 회전초가 등장한다면 서부영화 명장면의 그림이 나오지만 호라이즌 달 기지나 탐사 기지: 남극 같은 곳에서도 회전초가 굴러다니면 너무 부조화스런 연출에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한다.[10]
게임 원신에서는 중동과 인도를 모티브로 한 지역인 수메르의 사막 지형에서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처음 파괴하면 업적을 얻을 수 있고, 파괴할 때마다 랜덤으로 나무열매나 새알 등이 튀어나온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바로 이런 회전초가 등장하는 지역인 모하비 황무지를 무대로 삼고 있는지라 등장하는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답게 방사능에 오염된 회전초 오브젝트도 등장할 예정이였지만 짤리고 그냥 회전초만 나온다. 몸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별 거 없는 그냥 장식용 오브젝트이다.
이와 관련된 NPC도 있는데 맵 가장 북서쪽에 있는 브룩스 텀블위드 렌치라는 곳에 들어가면 웬 나이트킨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회전초를 ' 바람 브라민'이라고 부르며 그걸 사라고 한다. 사겠다고 하면 플레이어의 돈을 다 가져가면서 멍청한 인간이라고 비웃는다. 나이트킨들은 뉴 베가스 시점에서 스텔스 보이의 부작용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별의별 기행을 저지른다.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에 등장한 그푸리, 공푸리의 모티브이다.
Tumbleweed Destiny라는 회전초를 키우는 게임이 출시되었다. 굴러다니면서 선인장이나 몬스터를 사냥해서 경험치를 쌓아 레벨과 스킬을 올리는 클리커류 게임이다.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하스스톤 황야의 땅 결투 확장팩에서 주술사 카드로 '대왕 회전초다!'라는 주문 카드가 추가되었다. 카드의 효과는 모든 하수인에게 6 피해를 주고 6/6 회전초 토큰을 소환한다.
7. 기타
털이 길거나 잘 빠지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그 털이 빠져서 굴러다니는 모습을 회전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든 리트리버나 웰시코기같이 털이 잘 빠지는 강아지나 랙돌 같은 장모종 고양이를 키우면 회전초가 굴러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사실 한자어 뜻으로 볼 때 회전초라는 이름은 별로 적절하진 않다. 회전이라는 단어는 어떤 축을 중심으로 도는 걸 말하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을 말하진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매우 어색한 단어임이 느껴질 것이다. 굴렁쇠에서 따와서 굴렁풀이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릴 듯.
[1]
남아공 회전초는 분홍색이다.
[2]
다만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처럼 1888년~1912년 사이의 서부시대라면 고증에 맞을 수가 있다. 다만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에선 정작 회전초를 보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1에서 뉴 오스틴에서 겨우 볼 수 있다.)
[3]
물론 미국과 멕시코에는 부활초(에리코의 장미)와, 새장달맞이꽃이라는 토종 회전초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러시아에서 온 회전초와는 모양이 다르다.
[4]
사막 지역이니만큼 바람이 센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풀 자체도 가볍다.
[5]
이 영상이 찍힌 곳은 모하비 사막이다.
[6]
아마도 여성이 초보운전자인 듯한데, 안 그래도 야간운전도 무서운데 뭐가 계속 날라와 부딪히고 하니 제대로 겁 먹은 듯하다.
[7]
경우에 따라서 마을을 파멸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8]
매트릭스의 지하철 결투 장면 시작 부분이 좋은 예. 대놓고 서부극의 결투 장면을 따왔다.
[9]
물론 실제로 몇몇 회전초는 가시가 있어 자동차나 트럭의 표면에 스크래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멈추거나 피해가는 것이 좋다.
[10]
실제로
에코의 대사 중, 이에 관한 상호작용 대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