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북위)

"무릇 관례라 함은 백대(百代)까지 전해질 표준이니, 이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용모를 단정히 하며, 말과 행동을 온화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몸가짐이 바르면 용모가 단정하고, 말과 행동이 순화되니, 이로써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바로잡고, 부모와 자식을 친밀하게 하며, 어른과 어린이를 화목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보면 반드시 예를 다해 절하고, 형제에게는 공경을 표해야 한다. 이는 성인(成人)이 지켜야 할 예의이다. 너의 자(字)가 '원도(元道)'라 불리는 그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너는 반드시 이름의 의미를 살피고 뜻을 구하여 내 뜻에 부합해야 한다."

"지금 네가 대도(代都)로 가야 하는 것은 본래 마땅한 일이 아니나, 태사(太師)가 항양(恆壤)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짐이 황극(皇極)의 중책을 맡고 있어 외가의 상에 직접 참석할 수 없구나. 너를 대신 보내 외가의 상에 참석하여 애도를 표하고, 너의 어머니의 묘를 참배하게 하여 자식으로서의 정성을 다하게 하고자 한다. 너는 그곳에 도착하면, 태사의 상례를 마친 후 날을 정해 산릉(山陵, 선황의 능)을 참배하도록 하라. 그리고 참배를 마친 후에는 남안왕(南安王)을 찾아가 문안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길에서는 반드시 경전을 읽고 학문에 정진하라. 오늘 내가 직접 너를 배웅하니, 내 말을 마음에 새기도록 하라."

"경(卿)들이 사죄하는 것은 사적인 정 때문이고, 내가 논의하려는 것은 국가를 위한 것이오. 옛말에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친족도 멸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원순은 아비를 배반하고, 역모를 꾸미며, 항삭(恆朔) 일대를 점거하려 하였소. 천하에 아버지가 없는 나라란 있을 수 없거늘, 어찌하여 반역의 마음을 품고, 그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었단 말인가? 이 아이를 오늘 없애지 않으면 곧 국가의 큰 재앙이 될 것이나, 만약 내가 후사(後嗣)를 남기지 못하게 된다면, 영가의 난과 같은 혼란이 일어날 것이 두렵소."

"원순이 이전에 측근들과 함께 연행되었을 때, 그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의 친필 서한을 남겼으나, 중위 이표와 시어사 가상(賈尚)이 이를 묵살하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반드시 스스로를 여유롭게 해야 하며, 하루 종일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나는 원순으로 하여금 아침에는 나가서 경전(經傳)을 공부하게 하고, 식사 후에는 궁으로 돌아오게 한 뒤, 오후에 다시 나가 저녁 무렵에 공부를 마치도록 하고자 한다. 경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공자께서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을 때는 색(色, 여색)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셨으며, 《전(傳)》에 이르기를, '낮에는 일을 살피고 밤에는 몸을 편안히 하라'고 하였습니다. 태자께서 아직 어린 나이로 학문을 익히는 이 시기에 정오에 책을 버리고 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는 연약한 몸을 편안히 하고 오래 살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