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31 05:18:19

박싱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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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가리키는 말2. 프리미어 리그, 컴리 프리미어,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등의 영국 축구에서의 박싱 데이
2.1. 외국

1.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가리키는 말

Boxing Day.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 많은 영연방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 홍콩에서도 휴일로 지정되어 크리스마스 전후를 연휴로 쉬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주말에 휴일로 끼어있다면[1]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2]에 쉬는 등의 대체 휴일로 하는 것이 관례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때 부유층들이 성탄절 다음 날 자신들이 거느리는 하인에게 고기, 와인 등을 담은 상자를 선물했으며[3] 교회에서는 성탄절 예배를 마친 뒤 헌금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에는 가게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담은 박스를 하나씩 돌리게 되었다고. 우편 배달부 우유 배달부에게도 이 박스가 나누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싱 데이라는 이름은 빅토리아 시대에 유래했지만, 그 관습은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튜더 시대까지 귀족, 지주들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연회가 끝난 뒤에 다음날, 성 스테파노 축일인 12월 26일에 남은 음식과 이런저런 물건들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관습이 있었다. 이때는 그냥 성 스테파노 축일로 불리던 것이 19세기에 와서 박싱데이로 불리게 되었을 뿐, 관습은 유사하다.

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 대신 박싱 데이에 상점들이 세일을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하게 가게와 백화점들은 아침 일찍 문을 연다. 홈플러스에서도 간혹 박싱 데이를 하는데, 원래 홈플러스는 영국 회사인 테스코가 삼성물산과 합작 자본으로 운영한 적이 있었기에 그 흔적이라 볼 수도 있다.

이 날이 휴일인 영국, 호주 등지에서는 연말을 겨냥한 가족 영화나 대형 영화들을 크리스마스 때가 아닌 이 날 개봉하는 사례가 많다. 크리스마스 보다는 신정 연휴와 겨울 (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 국가는 여름) 휴가를 염두에 둔 듯하다.

박싱 데이에서 박스는 선물상자를 의미하는 박스(Box)를 뜻하며 권투와는 관련이 없다. 다만 가이아나 영어권 개발도상국에서 실제로 이날 권투 경기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1960년에는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대체휴일이 적용된 적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라 박싱데이가 대체휴일이 되었다.

2. 프리미어 리그, 컴리 프리미어,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등의 영국 축구에서의 박싱 데이

영국에서는 12월 26일 박싱 데이에 축구 리그 경기를 치르는 전통이 있다. 이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공통된 전통이다. 한반도에서 설, 추석, 단오 명절 때 씨름을 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리그 경기는 보통 주말, 그것도 토요일 위주로 경기를 하고 가끔 가다 중계권 문제, 강팀간의 빅매치, 더비 매치 등 흥행을 고려하여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경기를 분산시키기도 하는데, 박싱 데이에는 요일 불문하고 무조건 경기를 잡아버린다.[4] 흔히 프리미어 리그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리그앙, 라리가 등의 다른 리그보다 빡세다는 토론이 오갈 때 흔히 '박싱 데이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빡세다.'라는 투의 주장이 나오기 때문에 일부 해외축구 팬들이 박싱 데이가 단순히 빡센 일정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오해하여 박싱 데이가 12월 초부터 시작하거나 1월 말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박싱 데이는 12월 26일이고 축구에서의 박싱 데이도 그날에 하는 경기와 박싱 데이~연말연시 즈음에 일정이 몰리는 상황을 가리킬 뿐이다.

문제는 리그 경기는 주로 주말에 하는데 박싱 데이는 요일 상관없이 26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말에도 경기하고 박싱 데이에도 경기를 하고 새해 첫 날 1월 1일에도 신년특집이라고 또 축구 하는 날을 잡아버리다보니 일정이 빡빡해진다는 것이다. 박싱 데이가 수요일이라면 그나마 양호하지만 화요일이나 목요일이면, 토요일에 경기한 다음 달력 기준 이틀 쉬고 3일째 화요일에 또 뛰거나[5], 목요일에 경기하고 경기 없는 날 이틀 쉬고 일요일에 뛰어야 하는[6]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빅매치나 오랜 전통의 더비 매치가 잡히면 사무국에서 그 경기만 쏙 빼서 다른 요일로 바꿔버리다보니, 매년 12월 박싱데이~연말연시 기간이면 만 48시간도 못 쉰 채로 두 경기를 하루 건너 뛰는 팀이 꼭 나온다.[7]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선 1번 항목 보다는 EPL과 관련하여 이 항목으로 더 알려져 리그전을 빡센 스케줄로 치르는 것을 일컫는 용어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이는 원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전후 일정 상관없이 12월 26일에 무조건 경기를 하다보니 일정이 빡빡해진 것이고, 박싱 데이가 무슨 요일이냐에 따라 일정이 빡빡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의 박싱 데이는 월요일인지라 2016-17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12월은 17~18일 주말에 리그 경기를 하고 일주일 쉬고 박싱 데이에 경기하고 또 일주일 쉬고 31~1일 주말에 경기를 하는 아주 상식적인 일정이 되었다.

한편 프리미어리그는 시즌 중단이나 지각 개막 같은 변수가 없는 한 박싱 데이 전후로 19라운드 내지는 20라운드 일정이 잡힌다. 즉, 프리미어리그의 박싱 데이는 38라운드 체제 리그의 반환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매우 깊은 시기이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는 이 시기에 리그 1위를 달리는 팀이 시즌이 끝날 때 리그 타이틀도 가져가는 은근히 유서 깊은 징크스가 있다. 예외라면 30년 가까이 우승을 못 하던(...) 리버풀 FC인데, 다른 강팀들은 물론 레스터 시티 FC 같은 신흥 강호들마저도 그 전통을 이어가며 대업을 달성하곤 했지만, 리버풀은 30년 가까이 크리스마스-박싱데이 시점 1위를 지키고도 우승을 못하다 2019/20 시즌에 분노의 무패행진으로 철권독재 시즌을 찍으면서야 겨우 크리스마스-박싱데이 1위의 리그 우승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20/21 연말연시에는 아예 박싱데이가 주말로 잡혀서 매우 개념찬 1주일 간격 일정이 완성...될 줄 알았으나 이 시즌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매주 2+경기를 치르는 괴기스러운 일정이 짜여서 박싱데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평년이었다면 박싱데이는 모든 팀들과 한 차례씩 붙은 후 시즌 반환점을 도는 타이밍이었겠지만 2020/21 시즌은 평년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하고 박싱데이 즈음엔 프리미어리그 전체 38라운드 중 15라운드 진도밖에 못 나간지라 '시즌 반환점을 도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5월의 최종 우승팀을 점쳐본다'는 박싱데이의 상징성이 다소 퇴색되었다. 애초에 축구 외적으로 영국 전역이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를 반복하고 있는터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도 없으니 팬들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볼만큼의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우울한 박싱데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박싱 데이 전통이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상술로 연휴에 흥행 요소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일정을 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술한 대로 박싱 데이 전통은 잉글랜드 뿐만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축구 리그에서도 지켜지고 있으며 호주나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서도 박싱 데이에 축구가 아닌 크리켓을 하는 등 영연방 국가 전체의 전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잉글랜드에서 다른 리그처럼 겨울 휴식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박싱 데이 전통을 언급하며 반대한다. 실제로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도 박싱 데이 전통은 오래된 것이며 박싱 데이에 축구 경기가 없으면 슬플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한편 에레디비시, 분데스리가, 라리가, 세리에 A, 리그 1 등 유럽의 다른 리그는 영국과 달리 오히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다른 리그는 겨울 휴식 후 미친 일정이 시작된다 잉글랜드는 가뜩이나 다른 리그와 달리 컵 대회가 카라바오컵 FA컵, 이렇게 두 개라서 경기 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일정까지 빡빡하니 팬은 볼 거리가 많아도 선수단은 죽을 맛이다.

박싱 데이 전통 때문에 PL의 경기일정이 빡빡하다고들 얘기하지만 다른 리그도 빡빡한 곳은 빡빡하다. 리그 1의 경우에도 컵 대회가 2개이기 때문에 경기수에는 차이가 없으며,[8] 라리가의 경우에도 컵 대회인 코파 델 레이가 단판이 아닌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져 경기 수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다른 리그가 같은 기간에 적게는 16일에서 많게는 1달 가까이 연말 휴식기를 가질 때 쉬지 않고 연이어 경기를 치르는 것은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팀들이 연이어 경기를 치르도록 해 이 기간 동안 선수들의 피로가 극한에 달한다는 점. 심하면 이로 인해 이 기간 동안 선수들의 줄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리미어 리그의 상위권 팀들이 선수단 뎁스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었으며, 이에 유럽 리그의 타 상위권 팀들 중 가장 로스터를 방대하게 꾸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다른 리그는 25인 제한 등 로스터 등록 제한으로 인해 한정된 뎁스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고, 결국 프리미어 리그 또한 이에 맞추어 리그 제도를 변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뒤늦은 로스터 제한 도입은 각종 유럽 대항전에 출전한 팀들의 실적 떨어뜨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는데, 자국 국가 대표팀의 몰락으로 인해 경각심을 갖고 자국 유망주를 육성하고자 도입한 홈그로운 제도와 맞물려 가뜩이나 한정된 로스터가 더욱 빡빡하게 되어버린 것. 이래 바꿨다가 안 되니까 저리 바꿨다가 결국 모든 제도의 빡세고 안 좋은 점만 합쳐 놓았다.

이에 결국 PL도 2019-20 시즌부터 겨울 휴식기를 도입했지만 다른 리그처럼 크리스마스 전후가 아닌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휴식기로 정해 박싱 데이 경기는 계속 유지된다.

2.1. 외국

박싱 데이만큼 빡빡하진 않지만 일본의 골든 위크 일본프로야구는 연휴라 낮 경기를 편성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 나름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 연휴가 있어서 9연전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K리그로 눈을 돌리면 박싱 데이만큼은 아니지만, 리그 주중 경기를 여름에 몰아넣어 국내축구 팬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다. 리그 초반에는 ACL 때문에 주중 경기를 넣기가 애매하고, 2월에도 날씨가 춥다 보니 중국, 일본과 다르게 2~3주 늦은 3월 초에 시작하여 11월 중순에 리그가 끝나다 보니 경기일정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ACL과 A매치 휴식기에 해당하는 여름에 시간이 남다보니 대부분 주중경기를 여름에 몰아넣는데 이 때문에 FA컵과 일정이 겹치는 팀의 경우, 7~8월 제일 더운 시기에 주중 휴식 없이 매주 2경기를 2달 내내 하는 최악의 스케줄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EPL의 박싱 데이가 한 해 농사의 방향타가 되듯이, K리그의 경우 시즌 초반에 돌풍을 일으키던 팀들이 여름의 강행군을 넘지 못하고 후반기에 소리소문 없이 하위권으로 처박히는 경우가 많고, 초반에 부진했던 팀이 여름의 강행군을 이겨내고 후반부에 다시 치고 올라오는 등 한 해 농사를 짓는 중요한 시기가 된다. 이와는 별도로, 박싱 데이에 대한 소소한 패러디로 흥행을 위해 어느 기간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고 빡신 데이라 이름붙이기도 한다.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는 박싱 데이와 K리그 여름지옥은 상대도 안 된다. 여기는 국가사정상 주리그와 전국리그를 병행하고 코파 두 브라질에 몇몇 상위권팀들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혹은 코파 수다메리카나까지 치러야 하니 가끔씩 1주일 4경기라는 정신나간 일정도 겪는다.


[1] 이런 경우는 크리스마스가 금요일이나 토요일일 때 생긴다. [2]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면 박싱 데이의 대체휴일은 12월 28일 화요일이다. [3] 이 점에서 한국의 절기인 백중과 유사하다. [4] 물론 킥오프 시간은 다를 수 있으며, 간혹 흥행을 고려하여 한 경기쯤은 27일로 잡기도 한다. KBO 리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어린이날 경기는 요일을 불문하고 무조건 경기를 잡는다. 만약 어린이날이 월요일에 오면 어린이날 직전의 5월 2일 금요일을 이동일로 정하고 토요일부터 3연전을 치른다. 그러면 5월 3일 토요일부터 5월 11일 일요일까지 졸지에 9연전의 강행군을 치르지만 어린이날이 KBO 리그의 대표적인 흥행 대목이라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일정을 잡는다. KBL에서는 비슷한 성격으로 크리스마스 경기를 반드시 끼워넣는다. [5] 이건 UEFA 챔피언스 리그 출전 팀이라면 시즌 중에는 흔한 일이다. [6] 이건 UEFA 유로파 리그 출전 팀이라면 시즌 중에는 흔한 일이다. [7] 영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UEFA 유로파 리그 뛰는 팀들이 자국 리그 경기를 일요일에 많이 치르는 이유가 경기일과 경기일 사이에 달력 상으로 최소 이틀은 경기 없이 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유로파리그 매치데이를 목요일로 잡으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도 유러피언 토너먼트 8강쯤 올라가주면 주중 토너먼트 사이에 치르는 리그전도 잘 쉬고 뛰라고 리그 사무국에서 알아서 요일 바꿔줄지 팀들한테 물어온다. 그런데 영국 박싱데이~연말연시 기간에는 사무국부터가 요일 불문 이 날짜엔 무조건 축구를 해야 한다고 모든 팀들을 대상으로 어떻게든 매치데이를 우겨넣다가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다. [8] 쿠프 드 라 리그가 폐지되어 옛말이 되었다. 물론 그 전에는 맞는 얘기였다. [9] 20팀인 타 리그와 달리 18팀으로 구성돼서 경기 수도 38경기가 아닌 34경기이므로 휴식기가 그만큼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