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2 01:10:14

대여과기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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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가설의 해석
3.1. 대여과기는 언제인가?
3.1.1.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3.1.2.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
4. 매체에서

1. 개요


대여과기 가설(大濾過器假說, The Great Filter hypothesis)이란 생물이 한계를 넘어 고도로 진화하거나 문명과 기술을 무한히 발전, 확장시키는 것이 어떠한 필연적인 이유(대여과기 또는 "그레이트 필터")로 인해 가로막혀 있으며, 따라서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한계에 이르러 멸망하거나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다. 이는 페르미 역설에 답하는 후보 가설 중 하나로 인용된다.

2. 역사

페르미 역설이란 1950년대 우주의 크기와 나이가 보다 확실하게 측정되었을 때 엔리코 페르미가 던졌던 의문으로, 우주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인간 못지않은, 또는 인간보다 더 우수한 지적생명체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지구 밖에 고등한 외계 문명이 반드시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어째서 단 하나도 인류와 접촉하지 못했느냐, 가능성이 무한한데 왜 하나도 보이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페르미 역설에는 '이미 외계인은 지구와 접촉했다'는 설, '모종의 이유로 직접 접촉이 아닌 간접 접촉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는 설, 동물원 가설 등 여러가지 해답 가설이 제시되었는데(페르미 역설 문서 참조), 대여과기 가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부정적인 가설로, 외계 문명과 접촉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이는 영국의 물리학자 로빈 핸슨이 저서 'The Great Filter - Are We Almost Past It?'에서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 이전에, 지적생명체의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제창되었다. 브라이언 콕스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One solution to the Fermi paradox is that it is not possible to run a world that has the power to destroy itself and that needs global collaborative solutions to prevent that.”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세계가 존속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협력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발전한 행성 문명은 우주의 다른 공간에 진출하는 카르다쇼프 척도의 가장 높은 등급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자멸한다고 추측했다. 행성 문명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의 사용인데, 우주를 자유롭게 탐사할 정도로 고도의 에너지 기술을 갖게 되면 그 기술은 반드시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문명 전체를 파괴할 수준의 위력을 갖게 되며 이 때문에 발전된 지적 생명체라도 멸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 역시 대여과기 가설과 유사한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그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온다고 해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매우 평화롭고 이타적이며 질서 있는 문명이 아니라면 발전 단계에서 이미 자신의 문명을 파괴하여 자멸하고 말았을 것이며, 은하를 넘어 지구에 방문할 정도의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외계인이라면 평화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3. 가설의 해석

페르미 역설의 답을 제시하는 가설 가운데서는 어둠의 숲 가설과 입장이 유사하다. 어둠의 숲 가설과 대여과기 가설은 모두 생명체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진화 과정에서 한정된 먹이나 서식 환경 등을 두고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존에 대한 본능은 생명체가 어느 정도 고등한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뒤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인간 수준의 지적 능력에 도달하더라도 여전히 부족한 자원을 두고 갈등과 전쟁 등이 발생한다. 어둠의 숲 가설에서는 이러한 폭력성 때문에 충분히 발달한 외계 문명이라도 다른 문명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때가 오고,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게 되므로 지구에서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파일:대여과기.png

한편, 대여과기 가설은 '대여과기(Great filter)'라는 가상의 장애물, 필터를 설정한다. 이 필터는 생명체의 진화와 문명 발달이 특정한 수준을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단계로, 이를 극복하고 통과해 내면 다시금 크게 발전 번영하는 안정기가 오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멸종 소멸에 이르게 된다. 이 필터는 우주의 어느 행성, 어느 문명에건 반드시 존재하며, 극복해 낼 확률이 너무도 낮아 우주 대부분의 문명이나 생물들은 중간에 필터를 통과하지 못해 사라졌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이다. 대여과기로 인해 관찰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존속할 확률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이 때문에 인류는 아직 외계 문명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필터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데에도 세부적인 예시들이 거론된다. 로빈 핸슨이나 브라이언 콕스가 예시로 든 필터는 생명체가 갖는 필연적인 이기심이다. 이기심이 없어지지 않은 채로 파괴적인 힘을 얻은 문명은 반드시 그 힘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고, 따라서 자멸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핵무기 등 파괴적 수단을 이미 갖고 있는 인류에게도 자멸하지 않기 위한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에너지 혁명 단계에서 초래되는 계 내부의 변화( 지구 온난화 등) 역시 대여과기의 다른 후보로 꼽힌다. 대여과기 가설은 이런 식으로 지적생명체의 발전에는 필연적인 붕괴 위기가 동반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주에서 생물의 발생이 우연의 산물로 보기엔 얼마나 확률적으로 낮고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미 어느 행성에서 최초의 생물이 발생하는 자체도 너무도 어렵고 통과하기 힘든 관문이 된다. 발생한 생물체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멸종하지 않고 오랜 세월 버티며 거기서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를 이루어내는 것 역시 그러하고 하물며 인간 정도의 고등 생명체가 생겨나기까지 했다는 것 등은 그야말로 의지를 가진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1]

3.1. 대여과기는 언제인가?

다른 성간 문명과 접촉할 수 있을만한 성간 문명이 탄생하기 위한 과정은 크게 아래의 다섯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2]
  1. 무생물이 스스로 복제하며, 생명이 되는 화학적 과정
  2. 단순한 박테리아 수준에서 벗어나, 고등한 여러 소기관들을 지닌 생물이 되는 과정, 특히 세포 내 공생이 일어난 과정
  3. 원시 생명체의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바꾸는 과정
  4. 도구와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종의 출현
  5. 자신들의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항성/은하계를 정복하는 과정
인류는 이 중 4개의 단계를 이미 통과했으며, 아직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지는 못했으나 초창기 우주 개발이 이미 시작되었다. 인류가 대여과기를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대여과기가 앞의 1~4단계에 존재하는지 마지막 5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나뉜다.

3.1.1. 이미 통과했다는 주장

이 주장은 인류가 이미 통과한 1~4단계 중 하나 혹은 다수는 그 전 단계의 생명체들이 통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이고, 인류는 적어도 우리 은하에서 이 과정을 통과한 유일한, 혹은 거의 유일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대여과기가 1번 과정일 경우, 무생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 자체가 극도로 희박한 확률이며 지구 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은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2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원핵생물 수준의 외계 생명체는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진핵생물은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3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진핵생물 수준의 외계 생명체는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다세포 생물은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대여과기가 4번 과정일 경우, 우주에는 동식물로 가득한 행성은 여러 곳에 존재하더라도 지적 생명체는 지구 외에 없거나 극도로 희귀할 것이다.

그 중 대여과기 수준으로 어려운 과정이 몇 개일지, 어느 것에 해당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추측하기 어려우며, 인류가 우주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고 여러 외계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의 사례를 확인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3.1.2.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

반면 5번 과정이 대여과기라는, 즉 지적 생명체가 탄생했더라도 기술 문명을 발전시켜서 성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선을 개발하는 것의 성공 확률은 희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인류 이전의 지적 생명체들은 모두 자신이 태어난 행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멸종되었을 것이고, 인류 또한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

1~4번 단계에서 찾아올 수 있는 우주적 재앙들과 달리 5번 단계에 대여과기가 존재한다면, 이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적 생명체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와서 자멸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즉, 문명의 멸망은 문명의 탄생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이다.

5번 단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대여과기의 후보가 될만한 후보는 아래와 같다.
  • 기술 문명의 탄생 그 자체
    어쩌면 인류처럼 농업 혁명,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과학과 공학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은 대부분의 지적 생명체가 가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표면 전체가 바다인 행성에 인간보다 지능이 높은 문어들이 존재한다면, 그 문어들은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창작할 수는 있겠지만 물 속에서 금속을 제련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복잡한 도구를 만들지 못하고 과학과 공학을 발달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인류는 물 속이 아닌 육상에서 탄생한 은하계 최초의 지적 생명체일 수도 있다.[3] 다만 아래의 후보들과 달리 인류는 이 단계는 넘었다고 여겨진다.
  • 우주 개척의 어려움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우주개발 긍정론자들은 인류가 영원히 지구에만 머무른다면 언젠가 닥쳐올 페름기 대멸종, K-Pg 대멸종 같은 재앙으로 인류가 멸종되는 것은 필연이며 반드시 2개 이상의 행성에서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어야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술 문명을 이룩한 지적 생명체에게도 우주 개척은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일 수 있다. 당장 인류의 경우에도 우주 개발은 어마어마한 예산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며 단기간 사람을 우주로 보내 생활하도록 할 수는 있어도 완전 자급 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환경을 만들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문명이 지속되며 기술 발달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술 문명을 이룩한 지적 생명체들은 자신들의 모행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행성 규모의 재앙으로 멸종될 것이며 다행성 문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행성 탈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외계 행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가며 대부분의 암석형 외계 행성들이 지구보다 큰 일명 슈퍼지구라는 것이 확인되자 대부분의 문명은 행성 탈출이 불가능한 일명 '어항 세계'에 갇혀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 행성의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약 2.2배 이상일 경우 현대 인류 수준의 화학연료 로켓으로는 행성의 중력권을 탈출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우며 반물질 추진체 등의 수백년 후에도 가능할지 모를 훨씬 더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시적인 기술부터 시작하여 점진적 발전 없이 그런 고도의 기술을 처음부터 도입하여 행성 탈출을 시도할 지 알 수 없다. 만약 지구가 문명이 탄생한 행성들 중 이례적으로 작은 편이라면 대부분의 외계 문명은 자신들의 행성을 나갈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행성 규모의 재앙으로 멸종될 것이다.
    • 개척할 만한 행성이 없을 수도 있다

      인류는 달에 사람을 수 차례 보내봤으며, 지금도 냉전 시기만큼의 천문학적 예산을 우주 개발에 투자하기만 한다면 근미래에 달은 물론 화성에도 인간을 보낼 수 있다. 화성 테라포밍 또한 천문학적인, 하지만 인류가 필요하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예산과 수백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화성의 테라포밍이 가능한 것은 화성의 여러 조건들(지구와의 거리, 지구형 행성, 골디락스 존, 물의 존재, 적절한 대기 구성 등)이 마치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앞마당 멀티처럼 테라포밍되기 적절하기 때문이다. 금성, 수성 등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훨씬 이질적인 환경을 가진 행성들을 테라포밍하는 것은 화성의 테라포밍 비용은 헐값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화성같은 만만한 조건의 행성을 같은 항성계 내에 가지고 있는 지적 생명체가 사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할 수도 있다. 같은 태양계에 속한 행성의 테라포밍도 이 정도인데 적어도 수 광년 이상 떨어진 외계 행성을 개척하고 테라포밍하는 난이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 항성계 탈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무리지만, 테라포밍 자체는 완전히 공상의 영역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외부 항성계 개척은 그 어려워보이는 화성 개척에 비해서도 난이도가 초월적으로 높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 물리학에서의 한계 속도인 광속이 우주를 누비고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느린 속도이기 때문. 현대 기술력으로는 광속은 커녕 아광속 내지는 광속의 1%에 도달하는것 조차도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이다. 아광속 이동의 경우는 시간 지연의 덕을 받아 이동하는 당사자는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으나 우주 문명의 입장에서는 개별 식민지 간의 이동 시간이 인간의 기준에서 과도하게 길어지므로 지속적인 상호 작용이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4]. 초광속 이동의 경우는 현대 물리학에서도 불가능에 가까운[5] 것으로 여겨지므로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
  • 대량살상무기가 동원되는 대규모 살상 전쟁
    단,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화학무기나 핵전쟁은 인류 대다수를 죽이고 문명발전을 일시적으로 후퇴시킬 수는 있어도 인류 자체를 멸종시키기에는 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인류는 지구 전체에 흩어져있는데 핵폭탄의 수량은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현재 모든 핵무기의 위력은 전지구적인 변화를 유발하기에는 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대국간의 전면 핵전쟁 발발 시 예상 사망자 수는 3주 간 약 5억 명 #이다. 이는 끔찍한 비극이겠지만 인류를 멸종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인류 발전은 수십년간 정체되겠지만 머지 않아 상처를 딛고 다시 발전할 것이다. 만일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등장해서 인류의 99.9999%가 사망하고 8000명의 인구가 남는다면? 기원전 74000년경 일어난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 분출로 당시 인류의 인구수는 약 3000명 정도까지 감소했던 바 있다. 즉 인류가 겨우 수천명 살아남더라도 수만년의 시간이 지난다면 인류 문명은 재건될 수 있으며 수만년은 우주적 관점에서는 찰나에 불과하다.
  • 자연적으로 발생한, 혹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탄생한 범유행전염병
    문명 발달로 인구 밀집도가 높아지고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전염병의 위협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세 흑사병 당시 유럽 인구의 약 30~50%가 사망했으나, 이는 오히려 노동의 효율화를 위한 기술 발전을 가져와 유럽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고 머지않아 유럽 식민제국들은 전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상술한대로 인류의 거의 대부분이 사망한다고 해도 수천 명 살아남은 인류는 문명을 재건할 수 있다. 심지어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같은 사태들을 겪으면서 인류는 자체적으로 이러한 재난에 대해 내성을 갖춰 나가고 있다. 즉 전염병으로 인류가 전멸하려면 치사율이 사실상 100%, 감염률 100%인 병이 탄생해야 하며, 인류의 의학, 생물학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연구에 전념해도 그 병의 치료법 개발이 불가능해야 한다. 만일 그런 병이 실제 탄생한다고 해도 노스센티널섬같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오지의 원주민들이나 완벽하게 격리된 채 수십년간 벙커에 숨어지내는 괴짜 생존주의자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때문에 전염병만으로 인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 기계의 반란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AI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나노머신이 통제를 벗어나 모든 것을 분해한다는 그레이 구라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으므로 어쩌면 미래에 기계들이 모든 인간을 제거하고 지구를 장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라는 개별 종의 멸종일 뿐,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는 기술 문명 자체는 지속될 것이며 어쩌면 인류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우주 개척을 진행할 수도 있다.[6]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게는 비극적인 일이라도 '지구에서 기원한 문명' 자체는 지속되므로 대여과기라고 칭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는 예시. 만일 이렇게 지적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계에 의해 대체당하고 사라지는 것이 다른 외계 문명들에서도 발생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기계 문명들이 접촉하여 서로의 역사를 연구한 뒤 유기체 문명에서 기계 문명으로의 전환은 대여과기의 일종이 아니라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전환만큼이나 당연한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 기후 변화
    기술 문명의 발전과 함께 기후 변화 진행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당시 생물종의 약 96%가 멸종된 페름기 대멸종 당시 시베리아 트랩은 100만년간 대략 10000GT ~ 48000G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약 250년간 1650GT를 배출했다. 지금의 추세로 앞으로 수백년간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지구적인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며 인류 또한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만일 화석 연료를 이용한 산업 혁명이 인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적 생명체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어떤 기술 문명도 산업 혁명으로 발생하는 행성 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면 산업 혁명을 일으킨 모든 지적 생명체는 그 순간 자신의 문명을 시한부로 만든 셈이다.
특히 기후 변화의 위협이 더 높아졌는데 2050년 정도는 돼야 찾아올거라 예상했던 기후 재앙이 너무나도 빠르게 징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러한 기후 변화는 인류 문명 자체에도 상당히 위협적인데, 1차적으로 식량난과 유통난등을 유발하여 기존의 국가 체제를 완전히 박살내며[7]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세계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게 된다. 기존의 기후 또한 매우 극단적으로 변해버리면 식량난과 겹쳐 거주 가능 지역도 매우 좁아지게 될것이다. 물론 어찌저찌 인류라는 종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기후 변화로 완전히 박살나버린 지구 생태계에서 다시 문명을 일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
그나마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 공학에 극에 달해 기후를 조작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는게 문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안좋으며 기존에 조성됐던 국제 사회의 무드조차도 각국의 고립주의 내지는 각자도생으로 까지 진행되는 현재에는 더더욱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됐다.
  • 저출산
    현재 지구상에서 일부 저개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1 이상이어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넘기는 국가들은 많지 않다. 또한 2010년대 이후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만약 인류 전체의 출산율이 계속해서 2.1 이하로 떨어져서 인구가 크게 감소한다면 첨단 기술 문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성욕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를 이어 오고 있었지만, 저출산은 현대 사회에서의 생활과 육아가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 때문에 나타나므로, 인류와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가진 문명은 인구가 자연 감소하여 멸종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인구가 일정 수준까지 감소하면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출산을 하게 되어 자연 감소가 더뎌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4. 매체에서


[1] 당장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 문명을 건설하고 지구를 지배한지는 고작 1만 년조차 안 지났으나 공룡은 무려 1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구를 지배했으며 지금도 우리곁에 존재한다. 1억 년이라는 시간은 천문학적인 기준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지막지한 기간 동안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는 나타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기술적 특이점 가설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수확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은 후기에 등장한 생명체일수록 더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인간과 같이 복잡한 지능을 가진 지적생명체도 진화과정상 끄트머리에 가까운 나중에 등장한 생물체로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제시한 바 있다. [2] 물론 이는 외계 문명이 인류와 유사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외계 문명을 실제로 발견하기 전까지는 인류가 알고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의 사례인 인간을 기준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다만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어느 정도 범위를 축소할 수는 있는데, 왜냐하면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상 생물이 안정적으로 발생 및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이것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넓긴 하지만). 이를테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결합이 안정적이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생물들뿐인데, 주기율표상 탄소와 같은 14족 원소인 규소의 탄소와 닮은 성질로 인해 규소 기반 생명체의 가능성이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이산화규소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웬만한 온도까지는 고체기 때문에 지구와 같이 안정적인 온도의 환경에서 규소 기반 생명체가 호흡작용을 하기에는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고, 이산화규소까지도 액화되는 높은 온도에서는 물이나 기타 규소화합물들이 전부 기체상태라 고형 조직구조를 이루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산소가 아니라 다른 물질과 산화-환원할 수도 있겠으나 원자번호가 올라갈수록 어렵고, 그나마 산소가 가장 쉬운 녀석이라 지구에서도 산소 호흡 생물이 보편화된 것이다. 따라서 생물로서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범위가 예측될 수밖에 없기에 현대 과학 또한 대체로 그 바운더리 안에서 외계 생물을 탐색하려 노력하고 있다. 시야를 극단적으로 넓혀보면 안정성의 섬 이론에 따른 초중원소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없진 않으나 이는 현대 과학의 상식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상현상(超常現象)적인 이야기인데다 우리 우주에서는 굉장히 굉장히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존재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고려되지 않는다. [3] 소설 All Tomorrows에서는 이런 주장을 비틀어 수중 문명이 진화생물학에 통달해서 여러 동물들을 생체 도구로 진화시켜 기술 문명을 건설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4] 또한 실용적인 관점에서 봐도 물체의 속력이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에너지가 과도하게 높아지므로(광속의 99%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90%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약 4.6배에 달한다.) 필요 이상의 시간 지연이 중요해질 수준의 속도는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냉동 수면 등의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5] 알큐비에레 드라이브 웜홀 등등이 있으나 이마저도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특성의 물질을 요구한다던가 하는 조건이다. 초광속 이동이 상대성 이론 인과율에 위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6] 실제로도 인체는 중력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큰 신체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에 우주 탐사에 매우 비효율적이다. [7] 현대 국가들중 식량 자급이 가능한 국가는 손에 꼽으며 그마저도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작물들 대부분이 재배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유통이 어려워지면 물가 또한 폭등해버려 그 자급 조차도 소수의 상위층에게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