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14:12

나비에 엘리 트로비/작중 행적/라스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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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황제 소비에슈 트로비 빅트에 의해 이혼 당하나, 그 자리에서 바로 재혼 승인을 요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은 다시 몇 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약 3년 간[1] 동료이자 친구에 가까운 부부로 함께해 온 소비에슈가 사냥 나갔다가 사냥터에서 덫에 걸린 라스타를 발견해 궁에 데리고 온다.

신년제를 계획해 담당 부서의 관리와 의논한 후 방에 돌아오자마자 시녀들로부터 소비에슈가 사냥터에서 여자를 데려왔고, 자신의 시녀들로 하여금 그 여자를 씻기게 했다는 걸 보고받는다. 분통을 터트리는 시녀들의 모습에 속으로 시녀들의 프라이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소비에슈가 그런 행동을 했냐고 황당해한다.[2] 시녀들로부터 죄수인지 노예인지 모르겠지만 다리에 덫이 걸려있었고, 덫에 걸려 있는 걸 소비에슈가 발견해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보고받는다.

시녀들이 말을 하다 말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자 더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여기고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대답한다.꼬장꼬장하긴 했지만 미모가 상당했고, 씻기기 전부터 짐작했지만 씻기고 보니 정말 아름다웠으며 미모가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다 시녀들은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고 여겨 물론 자신에겐 비교조차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말에 자신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어릴 때는 황태자비, 이후에는 황후로 지내왔던지라 다들 자신에 대해 과도한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내 미모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에 버금간다[3]는 말에 의문을 가지다가 미모가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단순히 예쁘기만 하다면 이렇게 시녀들이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해 괜찮으니 다 말해보라며, 뒤에 나올 말이 더 있는 것 같다고 재촉한다.

마지못해 한 시녀는 실은 소비에슈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고 털어놓는다. 시녀의 낯빛이 창백한 것에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끔찍해보인다고 생각한다. 다 씻긴 후로 체형이 비슷한 시녀의 옷을 입혀서 나갔는데 소비에슈는 소녀를 보자마자 감탄하더니 '다친 거냐, 왜 이렇게 마른거냐, 어디 아픈거냐, 안색이 좋지 않다'라고 말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대했다고 보고받자, 그 정도는 그냥 할 수 있는 말 같다고 대답한다. 시녀들은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은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특유의 뉘앙스나 분위기가 있었기에, 자기들은 자신의 편이니 지금 당장 듣기 꺼림찍해하더라도 말할 게좋을 것 같았다며 괜한 우려를 하는거라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시녀들의 반응에 자신의 시녀들 중 또래는 예법을 배울 겸 해서 시녀 생활을 하는 로라 뿐이고 나머지는 다 연상이니 당연히 사람 간의 문제에서 자신보다 지혜가 풍부할거라며 납득한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시녀들의 조언이 사실이여서 소비에슈가 흥미를 가진다고 한들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냐며 난감해해 몇 가지 방법을 고민해보지만, 어떻게 반응할지 막막해한다.

이때 시녀장인 엘리자 백작부인이 소비에슈에게 '시녀들에게서 다친 여자를 주웠단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고, 엘리자 백작부인의 제안에 시녀들도 '이대로 그냥 하녀로 부린다면 상관없지만, 만약을 위해서다'라며 동참하며 지나가듯 그 여자에 대해 물어보라고 재촉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그럴거라며, 고맙다고 대답하면서도 소비에슈는 동정심이 많아서 그냥 가여워서 데려온 걸거라고 말한다.

사냥터에서 데려온 여자에 대해 소비에슈에게 물어보는 건 언제일지 고민하다 다음 날 있을 소비에슈와의 식사에서 물어보기로 결정한다. 그와 동시에 부부라지만 각자의 궁과 침실이 있고 정해진 날에만 같이 식사하는 자신과 소비에슈의 생활[4]을 상기해 당일 찾아가서 물어보는건 너무 간섭하는 티가 나니, 텀을 두자고 판단한다. 트로비 공작부인의 말[5]을 상기하고, 트로비 공작부인이 염려한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납득해[6] 트로비 공작부인의 충고에 따라 당장은 소비에슈를 찾아가지 않고 다음 날 저녁식사에서 물어보겠다고 다짐한다. 설령 소비에슈가 그 여자를 정부로 삼는다고 해도 모른 척해야한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소비에슈를 사랑하는 건 아니고 남들도 자신처럼 살아가는 건 아는데, 남편이 다른 여자를 정부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에 답답해한다. 그러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가슴에 손을 대지만 여전히 답답해한다.

다음 날이 되자 소비에슈가 데려온 여자에 대한 소문이 커져간다.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시녀들은 도망 노예가 맞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소비에슈의 사냥터가 로테슈 자작의 영지와 이어져 있으니 아마 그쪽에서 온 거라고 말한다. 도망 노예라면 돌려보내야하는데 소비에슈는 오히려 가엾다면서 돌볼 하녀를 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보고받는다.

저녁식사를 앞두고 시녀들로부터 치장을 받는다. 치장하는 내내 평소보다 유달리 시녀들이 자신을 챙기는 듯하다고 느낀다. 시녀들이 그 도망 노예가 아무리 예쁘다 한들 황후인 자신만 하겠냐는 등 자신의 칭찬을 하자, 속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반할거라면, 소비에슈는 진작에 자신에게 반했어야했지 않냐고 황당해한다.

소비에슈와 저녁식사를 한다. 최근의 정치적 사안과 신년제 등 평소처럼의 식사 분위기에 소비에슈가 먼저 도망 노예 소녀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기다리지만 소비에슈는 평소처럼 태연하게 굴 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결국 먼저 말을 걸어 '폐하께서 사냥터에 가셨다가 도망 노예 하나를 주워 오셨다는데 정말이냐'고 소비에슈에게 도망 노예를 데려온 일에 대해 묻는다. 소비에슈는 미간을 구기고서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냐고 대번에 불쾌감을 드러낸다. 여기 저기서 다들 이야기하고 있었고 소란스러웠다고 이야기의 출처를 이야기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의 시녀들이 말했을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 누구에게 들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정말이냐고 재차 묻지만 소비에슈는 재촉하지 말라며, 시녀들에게서 뭐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많이 다친 여자를 발견해서 치료해준 것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해 재차 불쾌감을 드러낸다. 속으로 도망 노예가 아니라 다친 여자였냐고 납득하면서도, 그렇다면 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자신의 말을 끊는 태도로 나와 여전히 불쾌감을 드러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일주일에 두 번 함께 하는 식사 자리이고, 이야깃거리는 수도 없이 많은데 꼭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냐'고 재차 말을 끊어서 "이 일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준다. 그런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냐며 이상한 화제를 꺼낸 게 아니라고 대꾸하고서 황궁의 주인으로서 다친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니 물어보는 것뿐이며 처음 있는 일이라는 이유를 든다. 속으로 자신이 지나치게 닦달하는거냐고 생각하면서도, 일부로 어조도 평소처럼 똑같이 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도 지었고, 신년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가볍게 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여전히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고서 미심쩍다는 듯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냐고 묻는다. 이에 안 궁금한데 묻는 건 아니라고 응수한다. 소비에슈는 실수로 자기가 친 덫에 걸린 여자이고 도리상 데려와서 치료해준거라며, 아직 부상이 심하지 않아서 잠시 자기 방에 곁에 두고 하녀를 붙여 보호해주고 있다고 발뺌하고는 자신의 시녀를 다시 부르는 일은 없을테니 걱정들 말라 전하라고 끝까지 말을 끊어버리면서, 결국 대화는 파해진다. 이후 소비에슈는 이야깃거리가 수도없이 많다는 본인 말과는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식사 때의 소비에슈의 반응을 묻는 시녀들에게 그냥 별말 안 했다고 둘러댄다. 이에 엘리자 백작부인이 그랬다면 이렇게 시무룩해졌을리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말해야 자신들도 대비를 한다고 대답한다. 시녀들에게 소비에슈의 말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소비에슈가 바람을 피웠다고 확신한 로라는 아버지 탈리탈 후작이 바람폈을 때의 초기 증상이였다고 격분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로라를 말리지만, 로라는 '찔리면 딱 잘라서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인다'고 지적하면서도 도리상 보살펴주는건데 왜 그 화제로 얘기를 꺼리겠냐고 이를 간다. 로라의 태도에 시녀들은 로라가 말을 너무 거칠게 한다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다들 로라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녀들을 내보낸 엘리자 백작부인은 자신을 화장대 의자에 앉히고서 빗으로 머리를 쓸어주며 소비에슈는 원채 사냥을 좋아하며, 아름다운 여자가 덫에 걸리니 잠시 신기해서 이러는거라고 위로를 해준다.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트로비 공작부인이 한 말을 전해준다. 엘리자 백작부인이 난감해하자 그녀으로서는 트로비 공작부인의 조언이 말도 안 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7] 그래서 다른 시녀들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고, 소비에슈가 그 도망 노예를 정부로 맞이하더라도 그러려니 해야겠다고 각오하고 있지만 갑자기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며 본심을 털어놓는다.

엘리자 백작부인이 빗을 화장대에 내려놓자 그녀를 올려다보며 "소비에슈가 정부를 열 명을 두든 백 명을 두든 그들은 정부이고 황후는 나다. 어차피 나와 소비에슈는 죽고 못 살도록 사랑한 적도 없으니 이론적으론 지금도 멀쩡해야하는데, 왜 기분이 휑한거냐?"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우울해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정략결혼이라 하더라도 부부이고, 어린 시절부터 부부였고 약혼녀였는데 기분이 나쁜게 당연한거다.", "내 자식이 다른 사람을 데려와 양부모로 삼고 더 공경한다 해도 기분이 나쁘듯 내 부모가 다른 자식을 데려와 양자식으로 삼고 나보다 예뻐한다 해도 기분이 나쁠 것이다. 가장 친하다 여긴 친구가 다른 사람을 데려와 '이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낼거다'라고 해도 기분이 상할거다."라고 위로하면서도 그게 감정이라고 조언한다. 소비에슈도 자신이 다른 남자를 옆에 두면 휑하겠냐고 질문하지만 엘리자 백작부인은 말없이 빗을 들어 머리를 빗겨준다. 그녀의 반응에서 '아니다'라는 대답을 읽는다.

한참을 말없이 머리를 빗겨주던 엘리자 백작부인은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겠다고 대답하고는 '찰나의 사랑일수록 더욱 강력해서,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게 만든다'고 조언하고, '내가 혼자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없다'고 다짐한다. 억지로 웃으면서 그래도 곧 휑한 마음이 가실 수 있을거라며, 자신과는 얼굴 볼 사이도 아니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정부가 된다한들, 그 비천한 출신이 업무 장소며 사교계에 드나들 수 있을리가 없다고 수긍한다. 도망 노예의 현실[8]을 상기하고 아무리 소비에슈가 어여삐 여겨 정부로 삼는다 한들 사교계에 데뷔할 가능성은 없었고, 당연히 자신과도 마주칠 일이 없다고 납득한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서 엘리자 백작부인의 말이 맞다며 오랫동안 자신의 약혼자로, 남편으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정부를 들인다고 하니까 갑자기 놀라고 허전하는 게 당연하다고 수긍하며, 이 이상 감정을 뻗지 말자고 동대제국의 황후는 자신 하나 뿐이라고 굳게 다짐한다.

며칠 후 서궁 내 비밀 정원에서 소비에슈 도망 노예를 궁에 데려와서 대한 태도에 대해 사람들이 소비에슈의 총애가 높다고 수근거리는 것을 듣게 된다. 이를 들으면서 이곳은 자신의 비밀 장소 같은 곳이고 시녀들도 데려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자신이 있단 걸 모르고서 저런 말을 하는거라고 착잡해한다. 다들 젊은 황제가 처음으로 흥미를 보이는 여자에게 함께 관심을 기울였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나마 다행인 건 예상했던 대로 자신이 마주칠 일이 없단 점이라고 판단한다.

소비에슈와의 저녁 식사에서 일부로 도망 노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소비에슈 역시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평소처럼 신년제 이야기나 알현 이야기만 꺼낸다. 모처럼 평소다운 식사 분위기가 된것에 '적당히 이 선에서 타협하고 무관심, 모른 척, 못 들은 척하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자신의 다짐과는 달리 신년제 준비에 대한 회의 후 본궁 정원에서 산책하다가, 휠체어에 탄 채 하녀들의 부축을 받는 라스타와 마주치게 되면서 라스타와 직접적인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자신을 본 라스타는 휠체어에서 일어서서 인사하고, 속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얼굴이라고 당황한다. 혹시 소비에슈가 주워왔다는 노예냐고 생각하면서도, 이곳은 본궁 정원이고 정부가 올 만한 곳은 아니라며, 그 직급이 높고 맡은 일이 있어서 본궁에서 일한다면 모르지만 이 경우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서 그래도 다리가 아픈데도 일어나 인사를 하는데 무시하긴 뭐하다 여겨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고서 돌아선다. 산책을 계속하려던 찰나 라스타는 자신을 "저기요"라고 부른다.

동대제국의 황후를 "저기요"라고 부른 라스타의 무례한 태도에 속으로 황후가 된 후 황궁에서 "저기요"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황당해한다. 뒤를 돌아보지만 라스타는 그냥 가자는 하녀의 만류에도 휠체어를 이끌어 자신에게 다가온다. 그런 라스타의 태도에 속으로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면 황후인 걸 아는데도 "저기요"라고 부른거냐고 더욱 황당해한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라스타는 "라스타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이에 속으로 뭘 어쩌라는거냐고 재차 황당해한다. 이름을 불러달라는거냐고 판단해 라스타의 이름을 불러준다. 자신이 이름을 불러준 것에 라스타가 웃자, 속으로 정말로 이름을 불러달라는거였냐고 여전히 황당해한다. 알현 시각은 끝났고, 알현 내내 사람들의 사연을 들었는데다, 급한 사정이 있다면 보자마자 도와달라면서 하소연했을텐데 웃을 정도면 급한 사정이 아니니 더 볼 일은 없다 판단해 돌아선다.

그러나 라스타는 자신의 드레스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당연히 라스타의 무례에 매우 기겁해한 시녀들은 라스타의 손을 때리고서 라스타의 무례를 질책하지만 라스타는 손을 치우고서 더듬거리다가 "뭐라 불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매우 어이없는 말을 내뱉는다. 정말 자신이 황후인 걸 모르는거냐고 생각하면서도 아까 하녀들과 '저 분이야?'라고 속삭였다는 건 자신이 누구인지 들은 거 아니냐고 생각해 미심쩍어하며 라스타를 바라본다. 찰나 로라는 '동대제국의 황후 폐하이시니, 행동에 조심하라'고 라스타의 무례를 지적하지만, 라스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머뭇거리다가 '황후 폐하이신 건 안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황후임을 아는데도 무례를 저지르는 라스타의 행실에 눈쌀을 찌푸린다. 라스타는 "라스타입니다"라고 재차 이름을 말하고, 시녀들과 함께 황당해한다. 속으로 '우리가 이름을 알아야 하는 정도의 사람이냐'고 재차 황당해하면서도 외국에서 동대제국에 방문한 귀빈들 중 비슷해보이는 여자를 떠올린다. 귀빈이라고 해서 자신이 맞이하는건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방침이 있고, 자신이 맞이해야 하는 귀빈, 외교부 장관이 맞이해야 하는 귀빈, 소비에슈가 직접 맞이해야하는 귀빈이 있는데다, 자신과 외교부 장관, 소비에슈가 맞이한 귀빈 중엔 이름이 없다는 걸 상기해 귀빈이 아님을 눈치챈다. 그와 동시에 대귀족의 영애라면 자신이 모르더라도 시녀들은 아는 눈치일텐데 시녀들도 모르는걸 보면 귀족 가문의 영애는 아님을 눈치챈다. 결국 '날 모르냐'고 직접 물어보지만, 라스타는 도리어 '날 모르시냐'고 되묻는다. 이에 대해 모른다고 대꾸한다. 라스타는 난감해해 하녀들에게 '어쩌지?'라고 소곤거리고 이를 듣고 있는다. 속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이게 뭐하자는거냐고 매우 기가 막혀한다. 그냥 무시하고 가버리자고 생각해 다시 돌아선다.

그제서야 라스타는 '난 이번에 폐하의 은혜를 입어서 동쪽 궁궐에서 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말에 바로 라스타가 소비에슈가 데려온 도망 노예임을 바로 알아챈다. 속으로 '왜 저 여자가 본궁에 와 있는거냐'고 황당해하던 찰나 라스타는 겁에 질려하고, 라스타의 하녀들 중 한 명이 무례를 용서해달라며 라스타는 노예가 아니라고 황급히 변명한다. 시녀들이 전해주기로는 분명 도망 노예라고 했고, 헛소문이라면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덧붙였을텐데 그런 말은 없었다고 의아해하지만, 이내 본인이 아니라는데 굳이 이런 걸 따지기엔 별로라고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소비에슈가 데려온 여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당황해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는데 라스타의 외모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떠올리며 보니 확실히 아름답다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처럼 화려하고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오히려 청초하면서도 부드럽고 가련한 이미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덫에 걸린 아름다운 사냥감'이란 말에 이토록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겠냐며, 웃고 있는데도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커다랗고 새까만 눈동자가 특히 매력적이고, 머리카락은 그녀의 청순한 매력을 한층 더 신비롭게 해주는 옅은 은발이라며 감탄한다.

라스타의 외모에 대한 감탄도 잠시 자신의 시녀들은 라스타를 목욕시켰다더니 왜 알아보지 못했냐고 황당해하지만, 이내 시녀들 중 몇 명이 없는 것에 소비에슈의 명령으로 불려가 라스타를 씻기게 된 시녀들임을 간파한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누군지 이제야 알겠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라스타는 활짝 웃고서 다행이라며, 실은 언제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할지 계속 궁금했다고 말하고는 "폐하께 여쭈어봤는데 자꾸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뵈어야하는데 인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에 황당해했으나, 라스타는 "내가 황후 폐하를 뭐라고 불러야하냐"는 매우 무례한 말까지 지껄인다. '황후 폐하'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을 끊으며 속으로 '내가 왜 저 여자랑 여기서 사이좋게 대화하고 있어도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매우 불쾌해한다. 다시 돌아서지만 라스타는 재차 휠체어를 움직여 자신에게 다가오려한다. 자신의 기분이 상했음을 눈치챈 시녀들은 라스타의 휠체어를 밀며 라스타의 무례를 질책한다.

가장 화가 난 로라는 라스타더러 '더럽다'고 말하는데 하필 이를 소비에슈지나가다가 듣는다.

소비에슈는 '사람에게 더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로라를 꾸짖는다. 이를 보며 황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를 욕하다가 걸린 상황이라니 가관이라고 생각한다. 로라를 비롯한 시녀들은 소비에슈에게 인사를 하지만 소비에슈는 시녀들의 인사를 무시함과 동시에 로라를 쏘아보자마자 자신에게로 시선을 던지고,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라스타에게 시선을 던진 소비에슈는 탄식한다. 이에 놀란 라스타가 울자, 소비에슈는 울지 말라고 라스타를 달래준다. 라스타는 계속 울고 소비에슈는 그런 라스타를 재차 달래준다. 그러나 라스타가 울음을 멈추지 않자 소비에슈는 품에서 금사가 수놓인 손수건을 꺼내 라스타에게 건낸다. 손수건을 받아든 라스타가 계속 울자 소비에슈는 한숨을 쉬고서 라스타의 얼굴을 닦아주며 '넌 정말 손이 많이 간다'고 다정히 대하고, 이 모습을 보면서 불편해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의 말을 상기하고서 당연한 감정이라고 스스로를 다잡고 시녀들에게 다리가 아프다고 말함과 동시에 가자고 재촉한다. 소비에슈가 정부를 두는 걸 막을 순 없겠지만 그 꼴을 굳이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진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에 시녀들은 잘 됐다는 듯 자신의 뒤를 쫒지만 소비에슈는 멈추라고 말한다. 속으로 아까는 라스타가 자꾸 자신을 붙잡더니 이번에는 소비에슈냐고 황당해해 미간을 찡그리고 쳐다본다.

소비에슈는 로라를 가리키며 '저 시녀는 두고 가라'고 명령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설명을 무시하고서 두고 가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한다. 소비에슈의 태도에 '내 시녀이니 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해주시라'고 응수한다. 로라가 기겁해하는 모습을 보고서 본인도 속으로 설마 로라가 라스타에게 한 말 때문에 혼을 내려고 부르는거냐고 황당해한다. 비록 로라가 한 말이 좋은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로라는 자신의 시녀이자 동대제국의 고위 귀족인 탈리탈 후작가의 영애인데, 라스타는 황제인 소비에슈가 마음에 들어한다고 하지만 아직 정부가 아니었는데다 도망 노예일 가능성이 높은데 단지 라스타더러 '더럽다'고 말했다고 로라를 벌하려하는 소비에슈의 행동에 매우 기가 막혀하며 쳐다본다. 소비에슈는 "황후의 시녀이지만 내 국민이기도 하다. 감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 말버릇이 고약하지 않냐?"라며 트집을 잡는다. 자신이 잘 꾸짖겠다고 말해보지만 소비에슈는 '사람에게 더럽다느니 어쩌느니 사상이, 꾸짖는다고 고쳐지겠냐'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소비에슈는 로라에게 라스타를 '더럽다'고 말한 죄로 3일 간 감금하고 딱딱한 빵과 물만 주는 벌을 내린다.

당연히 당사자인 로라와 시녀들은 매우 경악해한다. 소비에슈에게 '과한 처사'라고 말하며 그를 말리지만 소비에슈는 오히려 " 사람에게 그것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의 휠체어를 밀며 더럽다느니 하는 말을 했는데 이게 과하냐. 하긴 황후는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었으니 황후의 입장에서는 과한 처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라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그에 대해 ' 저 여자가 자꾸 제 드레스를 붙잡으려 하기에 시녀들이 막아준 것이라고 응수하지만, 소비에슈는 도리어 매서운 표정으로 '사람을 앞에 두고 저 여자라고 칭하냐'고 계속해서 트집을 잡고서 "드레스를 붙잡는 게 어때서 그러냐. 황후의 드레스가 사람의 손보다 더 고귀하냐?"며 억지를 부린다. 이에 지지 않고 하인을 시켜 소비에슈의 망토를 잡아당기라고 지시하며 "폐하의 망토를 잡아당기라 해도 망토가 사람의 손보다 고귀하지 않으니 괜찮지 않냐"며 응수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 정말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그게 이 상황과 같다 생각하냐?"라고 여전히 트집을 잡는다. 다른거냐고 응수하지만 소비에슈는 다르다고 딱 잘라 말하고는 '라스타는 하인이 아니니 상황이 같지 않다'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속으로 "그러면 예시로 내 정부로 들어주어야 하냐. 내 정부가 나중에 소비에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 웃으면서 무슨 일인지 되물을거냐."라고 생각하며 어이없어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오히려 로라에 대한 벌을 5일로 늘려버린다.[9]

소비에슈의 태도에 라스타가 '위대한 영웅' 보듯이 바라보는 걸 보며 매우 기가 막혀한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황후라고 해도 황제의 명령을 뒤집을 수는 없고, 로라에게 가해진 벌을 거두려면 사법부에서 재판을 열어야하는데 그 사이에 로라는 풀려났을 것이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분노한다.[10]

황제가 도망 노예의 앞에서 황후의 시녀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매우 가혹한 벌을 내려서 대놓고 망신시킨 행동에 수치심을 느낀 로라는[11] 이내, 자신이 소비에슈와 척을 질 것을 염려해 벌을 받겠다고 자청하지만, 소비에슈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자신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소비에슈의 태도에 속으로 '달콤한 연인은 아니었으나 좋은 친구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분노해 자리를 떠난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의 앞에서 로라를 벌 준 사건이 퍼진 후 사람들 사이에서 '황제가 황후의 시녀에게 벌을 내린 건, 대놓고 예비 정부에 대한 총애를 드러낸거다', '황후와 예비 정부 사이의 첫번째 비공식적 경쟁에서 예비 정부가 1승을 거둔거다'라는 등의 소문이 돌게 된다. 소비에슈에 의해 라스타를 씻기게 됐던 시녀들 중 한 명은 이 사건에 대해 '제가 그 자리에서 있었어야했다', '제가 있었더라면 그 도망 노예와 얽히기 전에 얼른 자리를 벗어났을거다'라고 분노를 터트린다. 마찬가지로 분노하던 시녀들은 소비에슈가 정말로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자신을 존경해주던 소비에슈가 이제는 자신의 말조차 듣지 않으려하고 있고, 만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저러고 있으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소비에슈도 자신도 본궁에서 마주칠 때는 서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었던지라 최대한 일정을 빽빽하게 잡고 일을 잊으려고 한다.

며칠 뒤, 로라의 벌이 끝나 직접 탑에 올라가 로라를 데리고 온다. 위로차 로라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차려 다과를 가진다.

이 사실을 들은 소비에슈는 비서를 보내 자신을 불러오라고 명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케이크가 완성되면 로라에게 먹으라고 권하며 로라에게 며칠 간 탈리탈 후작가에서 푹 쉬고 오라고 전하라고 지시한다.

소비에슈를 찾아가지만 소비에슈가 말을 하지 않자 먼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인상을 찌푸린 소비에슈가 로라에 대해 언급하자, 로라가 탈리탈 후작가의 영애라고 알려준다. 소비에슈가 자신이 직접 로라를 데려간 일을 따지자 '내 시녀이고, 5일이나 고생했다'고 대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굳이 그래야했냐며 불만을 표출한다. 그에 대해 '폐하께서 벌을 내린 시녀를 챙겨야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시냐'고 응수한다. 소비에슈는 '참으로 영민하다'고 빈정거리고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안다는 건, 내가 불쾌해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그 시녀를 데려간 게 아니냐'고 트집을 잡는다. 반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소비에슈가 기분 나빠할거란 생각은 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5일이나 지났으니 흥분을 가라앉힐거라 생각했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로라를 처벌한 일은 일반적인 경우를 훨씬 넘어섰다는 걸 알리라 기대했는데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다.

판단을 마치자마자 불쾌할 수도 있단 생각은 했다고 태연하게 대꾸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 그런데도 그녀를 챙기는거냐. 황후가 날 생각한다면 당장 쫒아보냈어야했다. 황후가 내가 벌한 이를 그리 챙기면 내가 뭐가 되냐"라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로라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자신을 위하다 벌을 받은 로라를 쫓아 보내는건 옳지 않으며 로라가 보인 행동은 충분히 상식선에 있었다고 받아치지만, 소비에슈는 '사람을 더럽다고 말하는 게 상식선이냐'며 또 트집을 잡는다. 곤혹스러울 정도로 옷을 잡은 사람을 떨쳐버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꾸짖으면 될 일이라고 재차 받아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그래서 끝까지 그 시녀를 데리고 있겠단거냐'고 계속 트집을 잡으며 재차 로라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내 시녀를 누구로 임명할지는 온전히 내 관할이다'라고 받아치면서도, 이 일로 로라가 황궁이 무섭다며 시녀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어해도 당분간은 로라를 데리고 있을 생각이고, '도망 노예 출신이란 말이 도는 예비 정부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사교계에서 웃음거리가 되기 충분한데, 여기서 당장 로라를 내보냈다가는 '황제는 물론 황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고 여겨져서 완전히 비웃음거리가 될 거라며, '예비 정부에게 밀린 황후' 소리를 듣더라도 동대제국 황후는 자신이고, 로라를 보호하는 이름값은 해줄 수 있다고 어이없어한다.

그러나 소비에슈" 황후와 말싸움을 하자니 피곤하군. 한 번이라도 내 말에 고분고분하게 굴 순 없소?"라는 트집을 잡는다. " 황후는 황제의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받아치지만 소비에슈는 " 황후가 이런 식이니 자꾸 (라스타와) 비교가 되는 것이 아니오?"라는 트집을 잡는다. 대놓고 라스타와 자신을 비교한 것에 충격을 받아 소비에슈를 쳐다본다. 소비에슈는 그제야 아차 싶은 얼굴로 '돌아가서 그 버르장머리 없는 망아지나 챙기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시간이 지나 결국 라스타가 정식으로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시녀들은 '너무하시다', '신년제가 끝날 때까진 기다려주셨어야했다'라고 분통을 터트린다.[12] 본인도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정부를 들일 줄은 예상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한다.

라스타가 정부가 된 지 얼마 있지 않아 신년제가 열리게 될 상황에 한숨을 쉬며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와 이야기를 떠들거란 생각만으로도 막막한데,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들 뒤에서 수근거릴 생각에 더욱 막막해한다. 하지만 황궁 내 모든 대소사를 처리하는 자신의 입장상 아무리 라스타가 싫다고 해도 정부가 되는 과정을 마냥 모른 체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언제 정부로 들인다고 한단거냐고 묻는다. 이 말에 시녀들은 눈치를 보고, 결국 엘리자 백작부인이 소문으로는 최대한 빨리 정부로 들일거라고 했고, 신년제 전에 모든 걸 마무리해야해서 그럴거라고 대답한다.

예상대로 소비에슈의 비서가 찾아오지만 비서는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도 라스타를 정부로 들인 것에 대해 소비에슈가 '시간이 촉박하고 신년제가 있으니, 라스타의 정부 승인 연회는 무조건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대놓고 라스타를 총애하는 태도를 보인 소비에슈가 라스타의 정부 승인 연회를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한다는 말에[13] 연회를 간단하게 열라는건지, 연회 자체를 아예 생략하는건지를 묻는다. 비서는 소비에슈가 '기간을 짧게 두고 손님들을 계속 초대하긴 어려우니 연회는 생략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연회를 열지 않는다면 자신이 처리해야 할 부분이 있냐고 묻는다. 비서는 그런 건 없으며 소비에슈는 '이 일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고 전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알기론 연회를 생략하는 케이스는 드문 건 아니지만, 생략하더라도 정부를 위해 연회장 안을 꾸며주긴 했다는 걸 상기하면서도 아예 '신경을 쓰지 말라'는 말에 소비에슈의 자존심인지 배려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는다. 비서에게 알겠다고 전하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으로서는 나쁠 건 없다고 판단한다.

비서가 나간 후 관리들의 반응에 속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다잡는다. 소비에슈가 정부를 들인다고 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다들 수근거리며 자신을 동정할 것이라며, 정부가 자신의 인생을 잡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소비에슈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니 자신의 인생이 끝난다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재차 자신을 다잡는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심한 척하며 서류를 본다.

정부가 된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내야하는 상황이 되지만, 선물을 보내지 않을거라고 딱 잘라 말한다.[14] 그러면서도 챙길 마음도 없는데 굳이 이유를 만들어서 '내 남편을 잘 부탁해'라고 전하기 싫다고 불편해한다. 꼭 보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보내지 않을거라고 대답한다. 시녀들은 안도하면서도 로라가 여기 있다면 좋아서 환호했을거라며, 로라는 궁 밖으로 외출할 생각이였으니 로라에게 따로 말을 전하겠다고 대답한다.

로라를 걱정해 로라는 잘 지내고 있냐고 묻는다. 전에 갔을 땐 로라는 ' 그 여자'에게 화가 나 있었고, 로라의 어머니 탈리탈 후작부인도 화가 나서 티파티를 열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한다고 듣는다. '내 적이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사이가 나쁜 편이 낫고, 어차피 소비에슈와 그 측근들이 라스타를 잘 보듬어줄텐데 굳이 내 측근들까지 보듬어줄 필요는 없지 않냐'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시녀들 중 한 명이 소문으로는 이번 신년제에 서왕국의 왕자께서 오신다고 들었는데 정말이냐고 묻는다. 이에 다른 시녀들도 시선을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시녀들은 반색해해 부채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묘한 눈길을 주고 받는다. 시녀들의 반응에 그녀들이 말하는 '서왕국의 왕자'라고 하면 현 서왕국의 왕 워턴 3세의 동생인 하인리 왕자뿐이고, 그는 여러 가지로 유명했다고 납득한다. 소문의 '하인리 왕자'가 신년제에 온다는 사실에 시녀들은 재차 반색해해 수근거리고, 시녀들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서왕국의 국력[15]에 대해 상기함과 동시에 서왕국의 왕위 계승서열 1위 왕자가 온갖 소문을 몰고 다니는데 궁금하지 않을리가 없다고 납득한다.

아침 시녀들과 커피를 마시던 도중 릴테앙 대공의 시종이 방문하자 허락한다. 시종은 들어오자마자 릴테앙 대공이 먼 이국 땅에서 구해온 비단을 보냈다고 말하고서 푸른 비단을 들어올리고, 황당해한다. 뻔히 보이는 의도인데다가 선물을 받으면 물리치기 곤란한 요구를 해올 것임을 잘 알기에[16] '감사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니 마음만 받겠다고 전하라'고 대꾸한다. 이미 여러 번 있는 일이였던지라 시종 본인도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고 왔다는 태도로 어색하게 웃고서 나간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지치지도 않는다고 혀를 차지만 시녀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 와중에 두번째 방문자가 찾아온다. 매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궁으로 가 일을 하는 자신인지라 이른 시간에 서궁을 방문하는 방문자는 없기에 이 시간에 방문자가 왔다는 것에 의아해해하지만 허락한다. 뜻밖에도 방문자는 회의에 부칠 안건에 대해 미리 조율하기 위해 온 관리였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세번째 방문자는 정부가 된 기념으로 자신을 찾아온[17] 라스타였다. 이를 근위기사로부터 듣자마자 매우 황당해한다. 엘리자 백작부인도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온단거냐고 혀를 찬다. 소식을 전해준 근위기사 본인도 문 앞에 있다가 알려준 것인데 소식을 전한 것만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는 듯 민망한 얼굴로 자신의 눈치를 산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라스타를 들여보낼거냐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속으로 솔직한 감정이야 당연히 만나고 싶지 않다며, 만날 의무도 없는데 만나봐야 속만 상할 상대는 왜 만나야하냐며, 언젠가는 자신도 아름다운 남자를 정부로 들인채 소비에슈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고, 아직 자신은 소비에슈나 라스타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게 어렵다고 불편해하다가 허락한다.

자신이 허락할 줄 몰랐던건지 엘리자 백작부인은 놀라서 외친다. 보고 싶지는 않지만 라스타는 이제 막 정부가 된 사람이자 소비에슈가 사랑하는 여자이고, 라스타가 나타난 이후로 자신에게 쌀쌀맞아진 소비에슈인데 라스타를 내쳤다가 소비에슈와 감정싸움하고 싶지 않다며, 그와 열렬한 사랑을 하지 않더라도 미움을 사면 자신의 손해일 것이니, 두번째 방문을 허락하진 않더라도 첫 방문 정도는 허락해주는 게 구색 맞추기에 낫다고 여긴다.

자신을 찾아온 라스타는 들어오자마자 밝게 웃으면서 두번째로 뵙는다며 이름을 말한다. 속으로 로라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건지 신경쓰지 않는 척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불쾌한 티를 감추지 않은채 아예 돌아 앉아버리고, 자신도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한다.

다행히도 원치 않는 상황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는건 이미 여러 번 해본 일이라 익숙하게 무표정으로, 지난번과는 달리 정식으로 정부가 되었으니 축하한다며 형식적인 축하 인사를 건낸다. 이 말에 라스타는 기뻐하고, 라스타의 반응에 형식적인 의사는 했으니 뭐라 말해야하는지 잠시 고민하자마자 대놓고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라스타는 "이제 나와 황후 폐하는 같은 남편을 두었으니 자매 사이가 된 것이다."[18]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던 엘리자 백작부인은 커피를 마시다가 사레에 걸리고, 자신 역시 황당해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직전 한 말 "같은 남편을 두었다"는 말을 재차 지껄인다. 이에 대해 속으로 어디부터 짚어주어야하냐고 기가 막혀한다.

라스타는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여전히 헛소리를 지껄인다. 시녀들과 마찬가지로 라스타의 황당한 발언에 매우 기가 막혀해 거부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거부당할 줄 몰랐던건지 눈을 깜빡이다가 놀라서 자신을 쳐다본다. 그런 라스타의 태도에 속으로 "내가 정말로 '그래 동생. 자매처럼 지내자.', '네가 내 남편을 뺏어갔지만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라고 말할거라고 생각했냐"고 기가 막혀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울면서 '내가 싫어서 그러시는거냐'는 말을 지껄인다. '네가 싫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물론 싫다고 생각한다. 일부로 웃으면서 " 넌 황제의 정부가 된 거지, 내 자매가 된 건 아니다"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라스타는 더욱 울려한다. 이런 라스타의 태도에 비웃은거라고 여긴 모양이라고 불쾌해함과 동시에 굳이 정정할 필요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판단해 미소를 지우고서 축객령을 내린다.

라스타가 나간 후, 엘리자 백작부인은 '참으로 저걸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찬다. 다른 시녀들 역시 정부 계약식 다음 날 황후를 찾아오는 정부도 처음 봤지만, 저런 말을 하고 가는 정부도 처음 봤다고 혀를 찬다. 자신도 미간을 찌푸리고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시녀에게 '보통 정부들이 다 저렇냐'고 묻는다. 어릴 때부터 황궁을 드나들긴 했지만 예비 황태자비로 교육받아왔고 황태자비가 되어서도 나이가 어려서 사교계에 데뷔하지 못했던지라, 오시스 3세의 정부들과 접점이 없었다는 걸 상기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시녀는 보통은 정부들은 황후와 웬만해서 마주치려하지 않으며, 만나봐야 서로 기분만 상할텐데 정부들 입장에서는 황후에게 미움받기 싫어한다고 알려준다. 이 말에 어쩌면 소비에슈는 라스타 같은 성격을 좋아하겠다고 생각한다. 시녀는 라스타의 시녀도 구해야할텐데 걱정이라며, 소비에슈는 '라스타는 평민이다'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평민이 아니라, 라스타의 시녀가 되고 싶다며 나설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고, 이를 듣고 있는다.

서궁 정원을 산책하면서 시녀들로부터 소비에슈가 라스타의 시녀를 구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던 도중 우연히 한 를 발견하게 된다. 새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새가 얼른 자신의 손등에 올라와 날개를 떨다가 부리를 손등에 비비는 등 귀엽게 구는 모습에 사람의 손을 탄 게 분명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귀족들이 기르는 새냐고 생각한다.

새를 쓰다듬다가 다리에서 쪽지를 발견해 빼낸다. 쪽지를 읽고서 웃음을 터트리고, 뒤늦게 새를 발견한 시녀들은 신기해한다. 시녀들에게 편지를 보여준다. 시녀들로부터 답장을 써서 보내라는 재촉을 듣는다. 자신 역시 신기해하며 설마 외국인이 술을 먹고 술주정으로 쓴 거냐고 생각하다가 신년제를 대비해 외국 사절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보통 전서조들이 가는 곳은 날아다니는 새를 끌어들이는 향을 내는 새탑인데 서궁 정원에 왔다는 것에 재차 신기해해 휴대용 펜을 꺼낸다. 시녀들이 종이를 건내주자마자 답장을 쓴다. 펜을 넣고서 물을 준 후 새의 다리에 편지를 묶어준다.

새는 자신의 손등에 부리를 비비적거리더니 날아가고, 방에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소비에슈의 비서를 목격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소비에슈가 자신을 불러오라 했다는 말에 시녀들은 물론 자신도 황당해함과 동시에 방금 보았던 신기한 새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진다. 속으로 예전에는 소비에슈가 부른다 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또 무슨 일인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불편해하다가 이내, 수긍한다. 라스타는 이미 정부가 되었고, 자신은 그녀가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굴려는 걸 차단시켰으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말했다고 타박하려는 건 아니냐고 불안해한다. 이내 아무리 소비에슈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닐거라며, 선대 황후가 오시스 3세의 정부들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걸 보았으니 황후와 정부 사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동궁 내 소비에슈의 방으로 간다. 소비에슈는 차를 내주자마자 황후만큼은 아니지만 정부에게도 시중을 들어주는 시녀 한 명쯤은 붙여두니 라스타에게도 시녀를 하나 둘 쯤은 붙여주겠다고 본론을 꺼내고, 그 일은 들었다며 소비에슈의 비서들이 돌아다닌다고 대꾸한다. 소비에슈는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귀족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내 생각엔 궁의 주인인 황후가 나서지 않으니 다들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는 '황후가 직접 라스타의 시녀를 한 명 구하라'는 매우 황당한 요구를 한다.

당연히 시녀들은 소비에슈의 요구를 듣자마자 '말도 안 된다', '왜 황후 폐하께서 정부 따위에게 직접 시녀를 구해주어야하시냐'고 분노를 표출하고,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매우 기가 막혀해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부채질을 해주면서도 자신을 달래듯 그래도 이 자리에 로라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성질이 불같은 아이이니 들었다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로 튈지 모를거라고 말하고서, 입을 다문다.

자신의 눈치를 보던 시녀들은 정말로 라스타에게 시녀를구해줄거냐고 물어본다. 한숨을 내쉬며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비에슈의 요구인지라 거절할 수는 없다고 대답하면서도[19] 본인도 소비에슈의 요구 때문에 자신이 직접 라스타의 시녀를 구해주어야하는데다, 대외적으론 평민 신분이지만 사실은 도망 노예인 라스타의 시녀 직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자체가 고위 귀족들에겐 결례가 되는 일이라며 걱정한다.[20] 이 경우엔 몰락 귀족이나 하급 귀족 중에서 고르는 게 적당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궁전에 드나들지 못하는 게 대다수여서 문제라며 재차 걱정한다.

소비에슈의 요구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는 이유로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일단 건너건너 사람을 통해서 구해봐야하니 수도에 사는 귀부인과 영애 모두에게 티파티 초대장을 돌리라고 지시한다.

초대된 귀부인 및 영애들과 함께 티파티를 즐긴다. 뷔페 형식에 잠시 놀랐던 귀부인 및 영애들은 티파티를 즐기고, 분위기를 보다가 소비에슈가 이번에 정부가 된 라스타에게 시녀를 붙여주라고 해서 불렀다며, 신년제 전에 라스타의 시녀를 구해줘야해서 멀리까지 알아볼 수가 없는데 혹시 지인 중 라스타의 시녀 직을 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며 그들을 초대한 이유를 언급한다. 이 말을 하면서도 '라스타의 시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는 기준이 낮아지긴 했지만 수도에 저택을 짓고 사는 귀족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했고, 수도에 사는 귀족이라 해서 지방 귀족이나 영주 가문보다 지위가 더 높은 건 아니지만 평민 출신 정부의 시중을 들고 싶어할 만한 이들은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기에 그 부분을 신경써서 말해야한다고 생각하고서 그들이 말을 꺼낼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던 중 로라의 절친 중 하나인 알리슈테가 사실 며칠 전부터 계속 이 일이 화제였지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고서 '꼭'이라고 당부하고는 라스타가 도망 노예란 소문이 돌고 있다며, 평민 출신이라면 그래도 시녀가 되겠단 이들이 좀 있겠지만 그런 소문이 심하게 돌고 있어서 다들 꺼리고 있다고 알려준다.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말에, 귀부인과 영애들은 대번에 "도망 노예 출신 정부의 시녀를 한다는 건 영광이 아니라, 모욕이자 벌"이라며 대차게 거부하고, 이를 들으면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던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귀부인들은 머뭇거리다가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이시냐?'고 질문하고, 소비에슈에게 들은 대로 '소비에슈의 실수로 다친 평민'이라고 말해준다.

한편, 자신이 티파티를 연 것을 들은 소비에슈는 저녁식사에 일부러 상을 비워놓고 자신을 부르고, 황당해해 상을 쳐다본다. 소비에슈는 "황후가 귀부인들을 '모두' 불러놓고 몇 시간이나 간식을 먹었다고 들었다. 배가 부를 것 같으니 오늘은 상을 차리지 말라 했다. 난 (라스타와) 함께 먹으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연 티파티를 비꼰다.

이윽고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시녀는 알아보고 있냐고 묻는다. 귀부인과 영애들을 불러 물었지만 라스타의 시녀 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대답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미간을 찡그리며 '그게 다냐'고 트집을 잡자 황당해한다. 못한다고 나서면 이유가 있을게 아니냐는 말에, 시녀 일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라스타에 관해 떠도는 소문이지만 그녀가 도망 노예 소문 이야기를 했다가는 괜히 귀부인들에게 불통이 튀고, 무엇보다 알리슈테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니 말하지 않아야겠다고 판단한다. 신년제 준비로도 바빠 굳이 남의 시중을 들고 싶지 않은 듯 하다고 대꾸했으나, 소비에슈는 " 황후가 귀족들을 불러 이상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구긴다. 뜻밖의 말에 황당해해 '난 폐하의 정부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응수하지만, 소비에슈가 아는 게 없어 도 사람들은 늘 말을 한다고 말하자 " 들은 것도 본 것도 없이 상대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팩폭을 날린다. 이 말에 흠칫한 소비에슈는 자신을 쳐다본다. 서로 말없이 바라보던 중 먼저 물러난 소비에슈가 '그게 내게 한 말이라면 황후를 의심한 게 아니다'라고 발뺌하자 자신 역시 한 걸음 물러나 '나 역시 폐하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받아친다. 소비에슈는 웃으면서 그저 물어본 것뿐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달래려한다. 이미 기분은 상했지만 황제와 싸워봤자 손해라고 생각한다. 소비에슈에 의해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것에 황당해해 기계적으로 웃고서 그 자리를 떠난다.

소비에슈가 또다시 귀부인들에게 라스타의 시녀 직을 하라고 닦달할거라고 생각해 불안해하던 중 3일 후 시녀들로부터 피르누 백작의 딸과 랑트 남작의 먼 친척뻘 소녀가 라스타의 시녀가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먼 시골에 산다는 랑트 남작의 친척 뻘 소녀야 그렇다 쳐도 피르누 백작의 딸이 라스타의 시녀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아해해 이름을 물으면서도 피르누 백작가라면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집안이라고 생각해 의문을 가진다. 자신의 티파티에 초대된 이들 중 한 명이였고, 라스타의 시녀를 하라는 것에 치를 떨어했음을 상기해, 용케도 라스타의 시녀 직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평소 호기심도 많고 아버지 피르누 백작과도 사이가 좋으니, 아버지를 위해 일부로 나선걸거라는 시녀의 설명에 그런 것 같다고 수긍해 고개를 끄덕이고서 화제를 꺼내지 않는다.

몇 시간 후 정원에서 산책하다 일전에 본 그 새를 목격하게 된다. 새가 자신에게 날아오자 시녀들은 재차 신기해한다. 새의 다리에서 쪽지를 발견해 빼낸다. 쪽지를 읽자마자 별 말은 아니지만 누군가와 이렇게 헛소리를 주고 받으며 놀아본 적이 없기에 웃음을 터트리다 새에게 물을 주고서 답장을 쓴다. 전처럼 자신이 답장을 쓰는 걸 본 시녀들은 평소 차분한 자신이 이런 글을 쓰는 게 재미있는지 재차 웃음을 터트리고서 한 마디씩 덧붙인다. 새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고서 하늘로 손을 뻗는다. 새가 날아가는 걸 보면서 이번에는 질문으로 끝났는데 저 편지를 받은 사람은 또 자신에게 답장을 해줄 것 같냐고 생각하면서도 답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계속 나비에가 소문을 퍼트린 근원이라고 의심한 소비에슈는 얼마 후 신년제를 기념해 열 복지 행사 때문에 퇴근 시간을 넘긴 후까지 일을 하고 있던 자신을 찾아와 라스타에 관해서 물어볼게 있어서 왔다고 언급한다. 급한 일이냐고 묻고서 시계를 본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이야기해도 좋을테지만 그에게 라스타의 일은 급한 일일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소비에슈는 재무부 장관에게 눈짓을 보내 재무부 장관과 관리들을 내보낸다. 그런 소비에슈의 태도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책상 위에 펼쳐진 표를 쳐다본 소비에슈는 말했다싶이 라스타의 건이라고 말한다. 속으로 '제발 그 정부에 관한 건은 네 선에서 해결하면 안 되는거냐'고 기가 막혀한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지만 소비에슈는 " 황후가 귀족들에게 '라스타는 도망 노예'라는 소문을 퍼트렸냐"며 트집을 잡는다. 어이없어해 또 그 이야기냐고 응수하면서도 전보다는 구체적이고, 전엔 '이상한 소리'를 퍼트렸냐고 물었음을 상기해 소비에슈를 쳐다본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시녀들이 라스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며 시녀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이에 황당해해 '난 폐하의 정부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하지만 소비에슈 그럼 왜 시녀들이 사사건건 라스타를 자신과 비교하고 무시하냐며, 가엾은 라스타는 그걸 꾹 눌러 참으며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기가 우연히 현장을 보지 않았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몰랐고, 물어보니 그 여자들이 '도망 노예의 시중은 들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며 트집을 잡는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해 '너무하시다'고 울분을 터트린다.

소비에슈가 놀라하며 자신을 쳐다보자, 억울해하면서도 눈물을 참고서 '황후는 자존심으로 눈물을 보여선 안 되는 법이 아니다'라고 자신을 다잡고는 " 시녀들이 내가 시켰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단지 출처 모를 소문이 돈다는 이유로 나를 탓하는 것이냐"고 따진다. 하지만 소비에슈 '내내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소문을 퍼트려서 이득을 볼 사람은 황후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며 매우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는다. 이에 황당해해 자신이 무슨 이득을 보냐며 따졌으나, 소비에슈는 아예 '라스타는 황후에게 있어선 연적이라 다름없지 않냐'는 매우 터무니 없는 트집을 잡는다. 한 술 떠서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라는 이야기는 자신이 한 말인데, 당시 자신은 소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그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사실은 자신이 낸 소문이니까 출처를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대놓고 모욕하기까지 하는 건 덤. 도를 넘은 모욕에 매우 기가 막혀해 입술을 깨물어 소비에슈를 쳐다보면서 최대한 태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소비에슈는 오히려 자신이 태연하게 굴려하면 할수록 더욱 미심쩍어하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한참만에야 미소를 지은채 허리를 펴고서 " 폐하는 내 연인이 아닌데, 어떻게 라스타가 내 연적이냐"고 팩폭을 날린다. 이 말에 소비에슈의 표정이 흔들리자 미소를 짓고서 " 폐하에게는 소중한 정부지만 내겐 생판 남이다. 피곤하게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 폐하와 정부의 일에 끌어들이지 말라"라고 재차 팩폭을 날리고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간다. 마주친 재무부 장관이 자신을 보고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자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해 웃어보인다.

서궁 내 비밀 정원 안으로 가 몸을 웅크리고서 소리없이 울면서도, 속으로 "황후는 우는 게 아니야. 황후는 남들 앞에서 우는 게 아니야."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이어서 '소비에슈와 라스타는 아주 작고 사소한 존재니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재차 자신을 다독인다. 이후 밤이 되자, 놀란 시녀들이 자신을 찾고 있을게 분명하다고 여겨 움직이려 한다.

그 순간 그 새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모습을 목격한다. 친한 사이인 것처럼 자신의 무릎 위에 앉아 빤히 쳐다보는 새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린다. 새가 눈을 깜빡이더니 머리를 갸웃거리자 '넌 날 잘 찾아온다'고 감탄한다. 마찬가지로 새의 다리에 쪽지가 묶여있자 쪽지를 빼내어 읽고서 새를 쳐다본다. 새가 연신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자 평소보다 자신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느낌이 드는데, 혹시 자신의 기분이 우울하다는 걸 알아차린거냐고 생각해 연거푸 새를 부른다. 새의 눈을 보면서 이 새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다가도 바보같다고 여겨 철회한다. 똑똑한 새는 사람 말을 알아듣기도 한다는 걸 떠올려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고서, 새에게 이곳은 자신의 비밀 공간이라고 속삭인다. 새가 움찔해 자신을 바라보자, 새의 등을 쓸어주면서 다른 데에선 울 수 없는데 여기 있으면 그래도 마음껏 울 수 있다며, 이건 비밀이라고 말한다.

새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날개를 들어올려 자신의 뺨을 쓸어주어 마치 위로해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착한 새'라고 칭찬하고서 머리의 입을 맞춘다. 새는 발로 쪽지를 툭 치고, 답장을 해달라는 걸 알아채 영특한 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휴대용 펜과 쪽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휴대용 펜과 쪽지를 꺼내 '네 이름이고, 이대로 네 주인이 지어준다면 그렇다'고 대답하며 새의 이름을 '퀸'으로 짓는다.

쪽지를 다리에 묶어주고서 퀸을 끌어안는다. 자신이 지은 이름인 퀸의 뜻 중 하나인 '황후'를 상기하고서 속으로 "누가 뭐라 해도 황후는 나다. 소비에슈가 뭐라 한들, 정부는 정부이고 황후는 황후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손거울을 꺼내 눈가를 누르고서 숨을 고른다. 트로비 공작부인의 말을 기억해 '그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아야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이어서 "국민이 내게 기대는 건 황제에게 사랑받는 황후가 아니야. 내 인생의 목표도 황제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아니고."라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이어서 "가장 완벽한 황후가 되기 위해 배워왔고 살아왔다. 나도 사람이니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상처받았다고 해서 그걸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재차 스스로를 다잡는다.

잠시 후 이 정도 슬퍼했으면 됐다며, 딛고 일어나야한다고 완전히 스스로를 다잡는다. 퀸의 머리에 입을 맞춘 후 퀸을 날려보내준다. 자신의 위를 한 바퀴 돌며 잠시 머뭇거리는듯 했던 퀸은 이내 날아가고, 그 모습을 보고서 서궁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 손수건을 잃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전 날 펜을 꺼내면서 손수건을 떨어뜨렸다고 판단해 방을 뒤져보지만 찾지 못한다. 본궁에서 업무를 보다가 서궁 내 정원으로 간다.

한편 라스타 자신의 하녀들과 함께 멋대로 서궁 내 정원에서 찾아와서는[21] 멋대로 자신의 손수건과 둥지 의자 등 자신의 물건들을 사용한다.

수풀 뒤에서 라스타가 멋대로 자신의 둥지 의자에 앉아 있고, 라스타의 하녀들이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데다, 한 하녀는 아예 간이 테이블까지 두고서 과일을 깎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서궁은 황후의 영역이란 걸 아직도 모르는거냐며, 자신이 있는 시간을 피해 왔다는 걸 보면 분영 알고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며 '내가 싫은 사람이, 내가 직접 사 와서 애지중지하는 의자에 앉아 놀고 있다는 것조차 싫다'고 매우 불쾌해한다. 그러나 한 술 더 떠서 라스타는 하녀들과 함께 귀족들을 험담한다. 이를 들으면서 기가 막혀한다.

그제야 자신을 목격한 라스타는 놀라 '언니'라고 부르자마자 '황후 폐하'라고 제대로 자신의 호칭을 부른다. 라스타의 하녀들도 놀라 고개를 숙인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붙인 두 명의 시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서 사이가 나쁘다는 말을 떠올림과 동시에 소비에슈가 돌려보냈거나, 시녀들은 빼고 온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둥지 의자로 시선을 돌린다. 라스타가 일어서면서 라스타의 드레스 뒤에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손수건을 발견한다. 속으로 라스타가 근처에 떨어진 자신의 손수건을 멋대로 사용하고 둥지 의자에 깔아놓고 앉았다고 매우 기가 막혀한다. 자신의 시선을 느낀 라스타가 ' 고물이 아니고, 평범한 물건이다'라며 황급히 변명하자, 의자가 고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며 자신의 물건이라고 질책한다. 라스타는 쭈벗거리면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기가 막혀한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그 의자는 내가 소중히 여기던 의자이고, 여기는 내 비밀 장소이다'라고 화내고 싶다며, 소비에슈의 정부가 자신의 물건을 건드렸다는 게 화가 난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오히려 풀죽은 목소리로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이시냐'고 말한다. 결국 할 말을 잃는다. 이 의자는 자신에게 소중한 의자이고, 이곳은 자신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쓰던 장소가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지된 의자나 장소가 아님을 인정한다. 자신의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자신 외에도 다른 사람도 이 의자를 사용할 수 있단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물건과 비밀 장소를 멋대로 사용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라스타라는 것에 분노한다. 그렇다고 '내 의자에 네가 앉은 게 기분 나쁘다'고 말하자니 전혀 황후답지 않고, 라스타의 하녀들은 방금 전처럼 낄낄 웃으면서 '황후가 의자 하나 가지고 내 것 네 것 따지는 게 참으로 우습다'고 험담할거라고 생각한다. 라스타의 하녀들 말처럼 서궁은 황후의 영역이지만 아예 올 수 없는 곳은 아니었고, 다만 모든 정부들은 황후의 눈치를 보느라 서궁에 오지 않았고 그게 관례로 굳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간신히 숨을 고르고서 머릿 속으로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된다'고 계속 스스로를 다잡는다.

억지로 화를 누르고서 라스타가 깔고 앉은 손수건도 자신의 물건이라고 질책한다. 그제야 라스타가 아차 싶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하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이를 목격한다. 라스타가 '난 몰랐고 그냥 의자 근처에 떨어져있었다'고 변명하자 모르고 한 일이니 되었다고 대꾸한다. "되도록 서궁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고는 " 서로 얼굴을 마주해봐야 좋은 사이가 아니다"고 질책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울먹이면서 '난 황후 폐하와 친해지고 싶다'고 우긴다. 라스타의 하녀들이 라스타를 가엾어 죽겠다는 듯 쳐다보자, 속으로 '의자나 손수건 따위로 옹졸하게 구는 못된 여자'라고 자신을 험담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어이없어한다.

이내, 라스타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일부로 조언처럼 " 네 다음 대 정부가 오면, 그 때 그 정부와 친해지라"며 '소비에슈가 라스타 다음으로 데려올 정부'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라스타는 도리어 상처받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다가 건성으로 인사하고서 뛰어간다. 라스타의 하녀들도 라스타를 뒤쫒아가고, 그 모습을 보다가 라스타가 멋대로 사용한 자신의 둥지 의자와 손수건을 바라보자마자 이전과 똑같은 둥지 의자와 손수건인데 라스타가 사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불쾌해한다.

알현을 마치고서 서궁으로 돌아오지만 계속되는 소비에슈, 라스타와의 마찰에 매우 불쾌해한다. 트로비 공작부인의 말을 상기하지만 '내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나타난다'고 시무룩해한다. 이내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트로비 공작부인에게 조만간 한 번 만나자고 전해달라고 말하려하자마자 그만둔다. 트로비 공작부인을 모셔오냐고 묻는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괜찮다며, 어차피 신년제에 올테니 그때 만나겠다고 대답한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트로비 공작부인에게 상담하면 좋을거라는 위로에, 상담하면 자신의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그때부터 트로비 공작부인의 마음은 가시밭길일 것이고, 자신의 마음이 편하자고 트로비 공작부인을 괴롭게 하고 싶지 않다고 여겨 안 그래도 이 문제로 내내 고민하고 있는 트로비 공작부인이니 아직은 혼자 버텨보다가 나중에 말하겠다며, 어차피 라스타에 대한 소문은 트로비 공작부인도 들었을거라고 판단한다. 판단을 마치자마자 수긍하고는 로라는 괜찮아졌냐고 묻는다. 로라가 빨리 궁전에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말에 언제든 원할 때 돌아오라고 전해달라며, 이왕이면 신년제 전에 돌아오게 해달라로 부탁함과 동시에 그래야 사람들이 수근거리지 않을거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하면서 본인도 로라의 밝은 에너지를 그리워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머리카락에 달아둔 보석들을 빼내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서 일찍 자고, 저녁식사는 생략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책상 위에 노트를 펼친다.

한편 라스타는 서궁 내 정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비에슈에게 일러바치고 "황후는 '폐하가 내게 질리면 또 정부를 들일거다'고 나를 모욕했다"고 자신의 험담을 하고, 이를 들은 소비에슈는 밤중에 예고도 없이 멋대로 자신의 방에 쳐들어온다.

반가운 마음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니나다를까 소비에슈는 다짜고짜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냐"며 트집부터 잡는다. 속으로 이번에도 불편한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고 매우 기가 막혀하다, '이제는 내 방에서까지 이래야하냐'고 매우 끔찍해한다. 이어서 소비에슈는 " 라스타에게 퍼부은 악담을 다 들었다"며 트집을 잡는다. '내가 무슨 악담을 했단거냐'고 따지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이 '라스타 말고 다른 정부를 들일거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라스타가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길래 '다른 정부가 오거든 그 정부와 친해지라'고 말했다고 대꾸하고는 '내가 틀린 말을 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계속해서 '악의 없이 한 말인데 꼭 그렇게 비꼬아야했냐'고 트집을 잡는다.

결국 참다못해 " 내가 변했다고 말했지만, 변한 건 폐하시다"라고 팩폭을 날렸으나, 소비에슈는 도리어 자신을 질책하듯이 소리친다. "폐하와 라스타의 일에 대해 얽히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하냐. 계속 그 일에 대해 듣게 하는 것은 폐하시고, 폐하와 라스타 양이 날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비꼴 일도 없었을거다."라고 말하며 가만히 있는 자신을 먼저 건드린 것은 라스타와 소비에슈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도리어 '꼭 필요한 일이였으니 어쩔 수 없었고, 이번에도 황후가 먼저 라스타를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내가 찾아올 일도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결국 매우 화가 나다 못해 분노해 " 선대 황제 폐하도 선대 황후 폐하에게 소피아 백작부인의 이야기를 수시로 하셨느냐"[22]고 비꼬면서 응수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도리어 " 황후가 이렇게 악담을 잘 하는 사람일 줄 몰랐다"며 방 안을 둘러본 후 혀를 차며 재차 '방 안에는 화려한 가구가 가득 있고 원한다면 무엇이든 살 수 있으면서 쓰지도 않는 의자 하나 가지고 평생을 불쌍하게 살아온 라스타를 그렇게 구박하냐?'며 망언을 지껄인다. 아예 대놓고 " 정부이기 전에 황후의 백성인데 가엾게 여기는 것이 그렇게도 마음에 안 드냐?"며 트집을 잡는 건 덤.

소비에슈의 계속된 억지와 트집, 망언에 참다못해 단답으로 대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되려 나가버린다.

결국 본인도 지쳐버려 무너지듯 화장대 의자에 앉는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엘리자 백작부인은 자신을 보자마자 단번에 사태파악을 해 뛰어와서는 자신을 끌어안아 품 안에 넣고 다독여준다.

침대에 누워 소리를 죽여 울고 있던 도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퀸이 찾아오자 멍하니 있다가 창문을 열어준다. 창문을 열자마자 퀸은 이불 위로 날아오더니 날개를 고르면서 자신의 눈치를 살핀다. 얼른 눈물을 닦고서 이번에는 빨리 왔다고 말을 건다. 퀸이 눈동자를 가늘게 뜨더니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자 마치 '우는 걸 다 봤다'는 듯 하다고 생각하고서 '똑똑한 새'라고 감탄한다. 퀸에게 '네 주인이 이 근처로 왔나보다'라고 말을 건다. 퀸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말로 말을 알아들은 것 같다고 생각해 퀸을 안아들어 무릎 위에 올려준다. 퀸은 잠시 굳은채 눈을 엄청난 속도로 깜빡이고, 귓가를 쓸어주고서 다리에서 쪽지를 빼내 읽고서 웃음을 터트린다. 소비에슈와의 말싸움 때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얼굴도 이름도 모를 누군가가 보낸 한 마디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생각해 퀸에게 수컷이냐고 묻는다. 퀸이 '그걸 몰랐냐'는 듯이 황급히 날개를 퍼드덕거리자 퀸의 종도 모르는데 암수 구별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책상으로 가 답장을 쓴다. 답장를 퀸의 다리에 묶어주곤 달력을 본다. 어느새 다가온 신년제 날짜에 내일이면 이르게 도착한 신년제의 손님들이 황궁에 들어올테고, 퀸이 빨리 답장을 전달한 걸 보면 새의 주인이 이 근처에 있단거라고 추측하며 새의 주인도 도착하겠다고 기대한다.

다음 날 본격적으로 신년제에 초대받은 귀족들과 외국의 귀빈들이 탄 마차가 속속 황궁 안으로 들어오고, 업무를 보던 중 서왕국의 하인리 왕자가 도착했다고 전해듣는다. 서왕국의 현 제 1왕위계승자이자 차기 왕인 하인리 왕자[23]이고, 서왕국이 아직 칭제하진 않고 있지만 이미 국력이 동대제국과 비슷할 정도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환영해주어야한다고 판단해 흰 장미의 방으로 간다.

흰 장미의 방에서 서왕국의 사절단과, 그 대표로 온 하인리 왕자를 맞이하면서 그와 처음으로 대면한다. 하인리를 보고서 그 미모에 감탄하다가, 하인리에게 도는 소문[24]을 떠올리던 중, 하인리가 바람둥이라거나 잔인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그는 정말로 아름다웠다며 그의 외모에 감탄한다. 이어서 '저런 남자라면 입을 다물고 구석에 서 있기만 해도 온갖 소문을 휩쓸고 다니겠다'고 재차 감탄한다. 서왕국의 위치를 감안해 하인리에게 황자의 대우를 하기 위해 그의 옆으로 가 선다. 하인리는 기사 서임을 하듯 한쪽 무릎을 굽히고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이에 손을 내밀었으나, 하인리는 자신의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댄다. 기서들과 다른 점이 명확하다며, 기사들은 충성의 키스를 할 때 눈을 내리깔거나 정면을 바라보지만 하인리는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내내 자신을 바라보았다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의 퀸"이라고 인사를 건내고서 자신의 손을 내려놓고 웃는다. 이 모습에 섬뜩해해 바람둥이라는 생각보다는, 잔인하단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며, '시선에는 기름기가 없고, 오히려 저 위에서 아래를 탐색하는 독수리 같다. 분명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데도 그런 느낌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도 만나서 영광입니다, 하인리 왕자"라고 대꾸하면서도 상대가 어떤 느낌을 풍기든 그에게 눌릴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손을 빼낸다. 하인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는가 싶더니 곧 웃으면서 무릎을 펴고 일어서고,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을텐데 신년제 전까지 푹 쉬며 황궁 생활을 즐기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낸다. 이에 하인리가 '동대제국의 황궁에 대해 늘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었다'고 화답하자 마음에 들거라며 의례적인 인사를 한다. 하인리로부터 마음에 든다는 대답을 듣는다.

귀빈들이 온 이후로, 신년제에 대해서 처리한 건은 이미 끝내놓았기에 자신의 업무 양은 반으로 줄어들면서 평소보다 일찍 서궁으로 돌아간다.

시녀로 복귀한 로라는 얼른 다가와 하인리 왕자는 어떤지, 소문대로 아름다운지 등을 물으며, 하인리 왕자를 만난 소감을 궁금해하고, 다른 시녀들도 관심을 가져 찻잔을 챙겨들고서 자신에게 다가와 찻잔을 근처에 놓고서 질문을 퍼붓는다. 이를 보며 어차피 며칠 후면 보게 될 텐데도 호기심을 견딜 수 없는 눈치였다고 여긴다. 하인리 왕자의 미모에 대해 "내가 본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사람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외모였다"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로라는 좋아해 빨리 보고 싶다고 대답하고서 목소리에 대해 묻는다. "목소리도 내가 만난 남자들 중 가장 듣기 좋았다"고 대답하면서도 과장된 말이 아니라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에 시녀들도 서로 좋아하며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하인리 왕자에 대한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그가 만들어줄 몇 편의 드라마가 기대되는 눈치라고 생각한다.

웃으면서 귀부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중 퀸을 목격해 창문을 열어준다. 퀸은 얼른 창틀에 내려앉고서 자신을 살핀다. 퀸 역시 하인리와 똑같은 보라색 눈동자와 금색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고서 '이렇게 눈에 띄는 색을 하고 있으면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이런 새를 전서조로 써도 괜찮겠냐고 걱정한다. 퀸을 쳐다보기만 하는 자신의 반응에 퀸이 '빨리 읽어보라'는 듯 다리를 내밀자, 쪽지를 빼내고 읽는다.

쪽지의 내용에 의아해해 황궁에 도착한 귀빈들 중 퀸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추측하려해보지만 문제는 본인민 오는 게 아닌데다, 편지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적은지 또래인지, 어떤 신분인지 모르기 때문에 퀸의 주인을 콕 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답장을 쓰고는 물론 모를거라고 생각하고서 쓴 것이고, 상대가 보기에도 자신은 황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거라고 여긴다. 답장을 쓰자마자 퀸은 자신에게 다가와 머리를 내밀고, 퀸을 본 시녀들이 웃으면서 퀸이 정말로 머리가 좋다며, 털을 고르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고 알려주자, 정말이냐고 물으면서도 퀸의 머리를 문지른다. 퀸이 눈을 반쯤 감고서 소리를 내자 편지를 다리에 묶어준다. 퀸이 날개를 퍼드덕거리면서 춤을 추듯 침대 위를 뛰어다니다가 창밖으로 날아가자, 정말 영리한 새라고 감탄하다가 저런 새를 기른다면 주인도 아주 영리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자신이 가만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다가온 엘리자 백작부인으로부터 퀸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듣는다. 귀엽다고 대답함과 동시에 퀸도, 퀸의 주인도 귀엽다고 생각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웃으면서 자신도 비슷한 종의 새나, 아니면 다른 종이라도 새를 한 마리나 두 마리쯤 키워보라고 권하고, 시녀들 역시 동참하자, 순간 솔깃해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젓고서 잠시 보는 것과 기르는 것은 다르다고 거절한다. 퀸이 유달리 똑똑한 건 주인이 잘 훈련시켰기 때문일거고, 자신이 퀸을 좋아하는건지 동물을 좋아하는건지는 아직 애매하니 동물을 기르게 된다면 그 부분은 확실하게 하고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문득 베르디 자작부인이 전 날부터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던 중, 급하게 영지에서 사람이 와서 내려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에 혹시 또 '그런' 일이냐고 물으면서도 베르디 자작부인은 다른 시녀들과는 달리 수도에 저택이 없어서 가문 일로 급하게 내려가는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그 가문 일이 나쁜 일임을 상기한다. 시녀들이 난처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자 그녀에게 또 나쁜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한다. 예상대로 베르디 자작부인의 아들 룩스의 도박 문제와 남편 베르디 자작의 여자 문제였기에, 이에 수긍하면서도 베르디 자작부인이 속앓이를 꽤나 하겠다고 걱정한다. 걱정이 되지만 이런 문제는 본인이 부탁하지 않는데 자신이 나설 수는 없고, 자신의 배려가 오히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데다, 사실 그녀가 도와달라 요청한다 한들 그녀의 가족에 관한 일이라 자신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고민이 있다고 우려하고서 창문을 닫는다.

다음 날 남왕국의 서즈 공주를 비롯한 다른 귀빈들까지 도착하고, 서즈 공주와 인사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보안을 점검한 뒤 방으로 돌아간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비를 맞았는지 쫄딱 젖은채로 창틀 위에 앉아 있는 퀸을 목격한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온 퀸이 몸을 떨자, 비가 오는데도 보냈냐며 황당해한다. 퀸이 고개를 젓자 편지까지 달고 온 걸 보면 확실하다고 대답하고서 수건으로 퀸의 몸을 닦으면서도 말려준다. 잠시 머뭇거리던 퀸이 자신에게 몸을 맡긴 채 꾸벅꾸벅 졸자, 털이 완전히 마를때까지 수건으로 문지르다가 다리에서 쪽지를 빼낸다. 그 내용에 답장을 떠올려 내기를 하자고 하는 걸 보니 상대방도 자신이 누구인지 영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책상으로 가 답장을 쓰고서 퀸을 쳐다본 후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중이고, 안 그래도 몇 시간 동안 비를 맞았었던 퀸인데 지금 내보냈다가는 감기에 걸릴거라고 여긴다. 수건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던 퀸은 갸웃하더니 자신에게 다가오자마자 편지를 보고서 마치 '얼른 쪽지를 묶어달라'는 듯 다리를 내밀고, 지금 퀸을 보내면 감기 걸릴거라고 거부한다. 퀸이 정말로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주저하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자, 퀸을 안아들고서 머리를 토닥거리며 오늘은 자신과 같이 자자며, 비가 멈추면 그때 보내주겠다고 말한다. 이 말에 놀란 퀸이 굳어버리자 수컷이라더니 새도 성별을 따지는거냐며, 갑자기 왜 이렇게 굳어버린거냐고 의아해한다.

목욕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퀸을 발견한다. 자신의 옆에서 자면 불편해할까봐 쿠션으로 자리를 만들어주려했지만 아예 궁둥이까지 붙인채 누워있는 퀸의 모습에 새가 저렇게 드러누워서 잘 수 있는거냐고 신기해한다. 귀엽다고 생각해 가까이 다가가서 보며 입을 조금 벌린채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에 더욱 신기해한다. 퀸을 살짝 건드려도 깨지 않을거라 여겨 머뭇거리다가 침대에 누워 베개를 밴다. 가만히 누워있지만 뜨끈거리는 기분에 조금 떨어져 있는데도 퀸의 체온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고 여겨 여전히 신기해한다. 자고 있었던 퀸이 슬며시 눈을 뜨자, 퀸의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서 하인리의 눈동자를 떠올려 손을 뻗어 눈가를 쓸어주면서 '넌 진짜 예쁘다'고 속삭인다. 이 말에 퀸이 기지개를 켜고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날개로 자신의 팔을 슬며시 덮자, 잘 자라고 말한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고 혼자 문을 열고 나간거라 여겨 '정말 똑똑한 새'라고 감탄한다. 책상 위에 놓아둔 편지도 사라져있는 것에 퀸이 물고 갔을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싶어 엘리자 백작부인에게 책상 위의 쪽지를 치운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엘리자 백작부인이 쪽지가 없어졌냐고 묻자, 퀸이 물고 간 것이 맞음을 눈치챈다.

본궁으로 가는 내내 퀸과 퀸의 주인, 퀸의 주인이 제시한 내기에 대해 생각하던 중 퀸이 그렇게 똑똑하니 그 주인도 똑똑할거라고 판단함과 동시에 퀸의 주인이 블루 보헤안의 시림 왕제일거라며, 시림 왕제는 똑똑하다고 들었고 블루 보헤안은 해상 국가라 전서조를 많이 사용하니 그럴거라고 추측한다. 간만에 표정이 밝다며 그간 안색이 어두워서 걱정이였는데 신년제가 자신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듯해 다행이라는 말을 듣고,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건 퀸이지만 그렇더라도 신년제가 아니었다면 퀸이 자신에게 올 일도 없었을테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서류를 처리하다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궁으로 돌아간다. 평소라면 본궁에서 식사했을테지만 혹시 퀸이 전 날처럼 창가에 앉아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방으로 돌아온다. 전 날과 마찬가지로 창틀에 앉아 있는 퀸을 목격해 창문을 열어준다. 문이 열리자마자 퀸이 바로 방 안으로 들어와 다리를 내밀자, 쪽지를 빼내 읽고서 그 내용에 퀸을 쳐다본다. 퀸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퀸의 주인이 퀸을 걸자고 제안했다고 말한다. 퀸이 날개짓하다가 폴짝 뛰어 날개로 자신을 툭 두드리자 퀸을 무릎 위에 앉힌채로 퀸의 금빛 털을 바라본다. 자신도 퀸을 가지고 싶다며, 이렇게 귀엽고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새는 처음 봤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퀸에게는 누가 뭐라해도 자기 주인이 최고일거라고 여기며, 자신이 멋대로 내기에서 이겨서 퀸을 넘겨버린다면 그건 퀸에게는 너무 가엾은 일이고, 말이 좋아 '넘긴다'는거지 퀸은 주인에게 버림받는 것일거라고 생각한다. 막상 상대를 찾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에게는 그리 달갑지만도 않고, 호기심이야 당연히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염려되는데다, 지금 퀸의 주인과 자신이 격의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니, 서로의 정체와 신분을 알게 된다면 자신은 황후로서의 체면을 생각하느라 말을 조심해야할거고, 퀸의 주인은 황후에게 말을 하는거라 조심하게 될 테니, 결국 지금처럼 가벼운 분위기는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자신이 가만히 있는 것에 퀸이 '얼른 편지를 써서 매달아달라'는 것처럼 손등을 툭툭 두드리자 망설이다가 퀸을 데리고 책상으로 가 빈 곳에 퀸을 내려놓은 후 쪽지를 꺼내 거짓말을 적는다. 걸어와서 슬쩍 쪽지를 확인한 퀸이 돌연 희한한 소리를 내며 날개를 털어대자 마치 편지를 확인하고 웃어대는 것 같다며, 새인데도 괜히 민망해진다고 생각해 쑥스러워서 뺨을 긁적인다. 퀸이 빙글빙글 춤을 추듯 돌더니 자신의 팔목에 두고 뺨을 문지르자 주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는다. 퀸이 반응하자 재밌다니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퀸의 주인에게는 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니, 퀸이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를 못 찾을테고 지금처럼 얼굴 모르는 친구로 남을 수 있을거라고 판단하고서 퀸에게 이게 좋을거라고 말한다.

신년제 전 날 급하게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고, 신년제 절차와 마지막 날의 특별 연회에 대해 점검한 후 퀸이 왔을까 하는 생각에 점심식사를 하러 서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서궁에는 영지로 내려갔던 베르디 자작부인이 돌아와있었다. 5천 크랑 정도만 빌려주실 수 있냐는 부탁에 그녀가 아들의 도박 문제와 남편의 여자 문제를 해결하러 영지로 내려갔지만 해결을 못 봤다는 걸 눈치채 캐묻는 대신 돈을 빌려준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꼭 갚겠다고 연신 인사를 올리고서 얼굴이 빨개진채로 자리를 비우고, 이를 지켜보던 로라는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차라리 이혼 하는 게 나을거라고 말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그러면 베르디 자작부인의 아들이 붕 떠버리게 될 거라고 설명하지만 로라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이혼한다고 해도 베르디 자작부인의 아들이 서출이 되진 않는다고 반박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베르디 자작부인의 아들이 당장 서출이 되는 건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 후계자가 못 될 수도 있으니 참고 있는거라고 재차 설명한다. 하지만 로라는 그런 사고뭉치는 후계자가 되어봤자 가문을 말아먹을거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이 눈을 부라려 조용하라는 신호를 하자 로라는 입을 삐쭉거리고서 베르디 자작부인이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라고 반박한다. 이를 듣고 있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바로 영지로 내려간 후 남은 시녀들 중 그 누구도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자신도 점심식사를 끝내고 바로 본궁으로 돌아와 업무를 본다.

업무를 마친 후 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 집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로부터 하인리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의아해해 밖으로 나가 뒷짐을 진채 벽화를 보고 있던 하인리를 목격한다. 자신이 다가와서야 하인리가 고개를 돌리고서 웃으며 기사처럼 인사하고서 '내가 실례가 되지 않았냐'고 묻자, 괜찮다며, 무슨 일로 왔냐고 반문한다. 이 시간쯤이면 업무가 끝난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혹시 바쁘냐는 질문에, 이를 의아해하면서도 다 끝났다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황궁을 안내해달라고 제안하면서도 구경하고 싶은데 워낙 넓다보니 길을 잃어버릴 것 같다고 둘러댄다. 시녀를 붙여주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자신이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하인리의 태도에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어딘가 오만한 투였다고 생각한다. 첫 대면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퀸"이라고 호칭한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물론 외국인들도 자신을 '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없진 않고, 요즘은 새 '퀸'을 통해 얼굴 모르는 사람와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기분이 묘하다고 생각한다. 하인리가 새 퀸의 주인이기에, 편지 상대라 생각하고서 떠보는거냐고 의심한다. 이내, 이런 의심을 잊고서 그가 편지의 상대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자신은 퀸의 주인과 현실에서 만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다. 자신의 옆에 있던 기사는 하인리의 태도에 왕자가 황후에게 궁 안내를 부탁하는 게 무례하다고 여겨 인상을 찡그린다. 자신도 수긍하지만 하인리는 언제 어느 때 동대제국을 뛰어넘을지 모를 나라인 서왕국의 왕자이자 장차 왕위를 이을 가능성이 크기에 큰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다 판단해 이를 수락한다.

자신이 부탁을 수락하자마자 하인리는 방금 전까지 보인 오만한 태도가 사라지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자기가 에스코트를 하겠다며 한 팔을 내밀고 그의 팔에 손을 얹는다. 하인리의 팔이 외모와는 달리 생각보다 단단하다고 여기다가 놀라 손을 뺀다. 이를 본 하인리가 의아한 얼굴로 질문하자 둘러댄다. '생각보다 근육이 많아서 놀랐다'는 말은 하지 못한채 화제를 돌려 은의 정원은 가보았냐며 남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원인데 무척 아름답다고 권한다. 하인리는 당연히 남궁 근처는 다 가보았다고 말한다.

본궁 내 회랑을 걸으면서 갈 장소를 고민한다. 본궁은 업무를 하는 공간이자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이 많기에 제외하고, 남은 동궁 북궁 서궁을 안내하고, 서궁은 마지막에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면서도 원래라면 동궁을 먼저 보여주어야겠지만 동궁 근처로 갔다간 라스타와 만나게 되기에 꺼려지는데다, 뻔히 옆에 있는 동궁을 제쳐두고 북궁으로 가기도 좀 그렇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디부터 안내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말없이 걷기만 한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하인리가 부르자 단순히 부르는 것뿐인데도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속삭이듯 귀를 간지럽게 하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 어디를 먼저 갈지 고민하고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본궁 근처에서 산책하고 있던 라스타와 마주치게 된다. 하필 피하고 싶었던 인물과 동궁에서 마주치게 된 상황에 순간적으로 한숨이 나올 뻔했지만 내색하지 않은채 고개를 끄덕인다. 라스타는 자신에게 산책 중이였냐고 묻고서 자기도 산책 중이였다고 말한다. 수긍하면서도 속으로 도대체 라스타의 넘쳐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건지 모르겠다며, 마지막에 보았을 때는 그리 좋게 헤어지지 않았다고 황당해한다. 라스타는 손가락으로 자기가 온 길을 가리키며 활짝 웃고서 옆에 있는 하인리를 향해 인사한다. 이에 하인리는 가볍게 웃으면서 라스타의 말투를 따라하며 인사하자, 이를 보며 귀족들의 예법과 많이 다른 인사에 하인리가 당황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인리의 장난스러운 말투를 재미있게 여긴 라스타는 웃으면서 재미있는 분이시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나서서 본인을 소개한다. 하인리가 왕자임을 알게 된 라스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흥분해서 왕자님은 처음 봤다며 '정말 왕자님처럼 생기셨고,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분 같다'고 말하고 하인리는 과찬이라고 칭찬한다. 하인리의 칭찬에 라스타는 얼굴이 붉어진채 웃고서 함께 산책하고 있으셨냐고 묻고 하인리는 자신에게 황궁 안내를 부탁했다고 대답한다. 라스타는 참 멋진 곳이고, 구경할 곳도 많다고 말하고, 하인리는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하지만 지금까지는 멋있었다고 대답한다. 라스타와 하인리는 서로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이를 듣고 있는다.

도중 라스타는 하인리에게 자기가 황궁을 안내해주겠다며, 최근 들어서 자기는 궁 전부를 탐험하고 다녀서 모르는 게 없다고 말해 작업을 건다. 그러고는 슬쩍 자신을 보고서 자신은 바쁠테니 자기가 해주겠다고 재차 작업을 건다. 하인리는 자신이 아주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아직 안내를 시작하지도 않았기에 하인리는 자기도 말을 하고 나니 머쓱한건지 자신을 향해 눈을 찡긋한다. 라스타는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이서 같이 산책을 하면 즐거울거라고 대답하고는 얼른 하인리의 옆에 가서 웃는다. 하인리가 동행을 허락하면 빠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적당한 핑계를 생각하려했으나, '바쁘다'고 하기엔 이미 자신의 입으로 바쁘지 않다고 말했고, '바쁜 일이 방금 생각났다'고 말하기엔 너무 급조한 티가 나는데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기에 적당한 핑계를 생각하지 못한다. 어찌되었든 '황후와 황제의 정부가 옆 나라 왕자를 사이에 두고 같이 산책한다'는 모습은 연출하기 싫은데다 그것만큼 우스운 꼴은 없다고 여겨 핑계를 생각해내려한다. 그 때 이를 보다못한 하인리는 '셋은 너무 많다'고 칼같이 끊어버린다. 뜻밖의 상황에 라스타가 놀란 사이, 하인리는 '산책 잘 하라'고 인사하고서 유우히 걸어가버린다.

하인리와 동행한다. 예의바른 태도였지만 놀라울만큼 차가운 태도에 보통 누군가 동행을 제의할 때는 저렇게 딱 잘라서 싫다고 대답하지 못하는지라 자신 역시 놀라서 하인리를 곁눈질한다. 어느새 오만한 태도로 돌아와있는 하인리를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쌀을 찡그리는 모습에 성격이 더러워보인다고 생각한다. 이어 표정에 따라 정말 이미지가 확확 바뀌고, 그래서 사교계에 온갖 소문이 돈다고 생각한다. 하인리가 자신을 힐긋 쳐다보자 너무 노골적으로 본 건가 싶어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나 안 잘 생겼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당황해해 인상을 찡그리지만, 하인리는 미심쩍다는 투로 '보통 이쯤되면 다들 내게 관심을 보이는데 왜 이렇게 차가우냐? 예쁘게 입고 왔는데 오늘 나 얼굴 부은거냐?'고 질문한다. 뭘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떨떠름해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농담이라고 생각해 따라 웃는다. 이내 하인리는 다시 부드러워진 태도로 변해 아까 자신이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고 말하고늗 라스타를 '동대제국 황제의 불륜 상대'라고 칭한다. 그가 보통 귀족답지 않다고 생각해 웃는다. 하인리는 '동대제국 황제는 참으로 이상한 분이라며, 자신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다른 여자의) 옆으로 시선이 가냐'고 소비에슈를 끼고, 좋게 보아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고마운 일이 아니라며, 좋게 안 보려고 해도 좋게 안 볼 구석이 없으니 말하는거라고 대답한다. 이런 점을 두고서 바람둥이라고 하는거냐고 생각하면서도, 일부로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오만한 표정 때문에 오히려 아부가 아부 같지 않고, 멱살을 잡고 아부하라 해도 아부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인다 생각해 어색하게 웃는다.

하인리는 신년제 마지막 날에 있는 특별 연회 때 초대해줄 수 있겠냐는 말을 꺼낸다. 신년제 특별 연회[25]에 초대해달라는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해해 초대장을 받지 못했냐고 물으면서도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초대장을 받았지만, 소비에슈의 이름으로 된 초대장이였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초대장을 받았음에도 자신에게 초대장을 달라는 말에 황당해해 쳐다본다. 하인리는 소비에슈의 손님보다는 자신의 손님으로 가고 싶다고 둘러댄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미 모든 초대장을 발송한 후라고 지적한다. 하인리는 소비에슈의 이름에 밑줄 긋고,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두면 어떠냐는 말을 꺼내고, 말이 안 되는 말이긴 하지만 능청스럽다고 여겨 웃음을 터트린다. 따라 웃고서 다시 팔을 내밀은 하인리는 계속 걷겠냐는 말을 꺼낸다.

산책을 마치고 서궁으로 돌아온다. 목욕을 마친 후 옷을 갈아 입고 있던 중 엘리자 백작부인이 웃음을 터트리자 창문을 쳐다본다. 궁둥이를 대고 있는 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엘리자 백작부인은 퀸이 창문으로 날아오더니 자신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돌아앉았다고 말하고서 정말 영리한 새라며, 수컷인 티를 이런 데에서 낸다고 여전히 웃음을 터트린다. 옷을 다 갈아입고 퀸에게 다가간다. 귀만 자신의 쪽으로 돌린채 여전히 뒤돌아 있는 모습에 퀸의 궁둥이를 찌르며 옷을 다 갈아입었다고 속삭인다. 그제야 돌아본 퀸이 자기 이마를 자신의 이마에 비비자 부끄러워서 돌아앉아 있었냐고 속삭인다. 퀸이 고개를 젓자 그 모습이 더욱 똑똑해보인다고 여겨 신기해한다. 퀸이 평소와 달리 지쳐있음을 알아채고 급하게 날아왔냐고 속삭인다. 처음에 쪽지를 물고 올 때만 지쳐서 날아왔을 뿐 그 후로는 여유롭게 오가던 퀸이 다시 지친 모습에 어디에서 급하게 날아오기라도 한 듯 숨이 가빠보인다고 생각한다. 퀸은 잠시 흠칫하다가 편지나 보라는듯 다리를 내민다. 쪽지를 빼내 읽은 후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장을 쓴다. 허둥지둥 날아온 퀸은 편지를 확인하고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날개로 자신의 팔을 두드린다. 자기가 글자를 읽고 대답하는 태도에 귀여워해 엉덩이를 두드려준다.

신년제 당일 열어두었던 창문을 반쯤 닫은 후 침대 옆에 달아둔 종을 울려 치장을 받는다.

신년제 첫날은 반드시 황제와 황후가 같이 대연회장에 입장해야하기에 책상에 붙여둔 일과표를 한번 더 점검하고서 동궁으로 간다.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던 소비에슈는 자신을 보자마자 가볍게 미소를 짓고서 에스코트를 해주기 위해 팔을 내민다. 그의 태도에 한창 빠져있을 연인인 라스타를 두고 가야하니 속상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팔을 잡고서 대연회장으로 걸어간다.

대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소비에슈가 팔을 들어올리자 절을 하고, 참석한 사람들을 둘러보던 중 외국 귀족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라스타를 목격한다.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신년제에 참석시켰다는 것[26]에 황당해한다.

드레스를 들며 입모양으로 '이거 어려워요'라고 말하거나, 자신을 보고서 '언니'라고 부르자마자 자신이 흠칫한 것에 놀란 표정을 짓고서 입을 두드려 미안하다는 듯 귀엽게 웃는 라스타의 모습에 소비에슈는 그런 라스타가 사랑스럽다는 듯 '하여튼 맹하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를 보며 분명 아내는 자신인데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낀 이물질이 된 느낌이 들어 황당해한다. 귀족들은 그런 소비에슈와 라스타의 모습에 수근거리기 시작하고, 라스타가 겁을 먹은 걸 본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챙기기 위해 혼자 내려갈 수 있냐고 묻는다.

사실 입장은 나란히 했으니 의무는 끝났고 혼자 내려가도 되긴 하지만,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게 자연스러운데다, 여기서 뚝 반으로 갈라서 가면 '우리는 억지서 붙어서 왔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내려가야한다며 거부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라스타에게 가려고 몸을 틀었던지라 자신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쳐다본다. 최대한 무덤덤하게 '외국 고위 귀족들 상당수가 모여있는데 여기서 떨어져 가는 건 황제 부부의 불화로 보일 건이고 황제 부부의 불화는 이웃 나라의 우스갯거리이고, 적국에는 노리기 쉬운 틈으로 보이게 되니 사이 좋은 부부를 연출하진 않더라도 사이가 나쁘게 보여선 안 된다'고 대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자신의 말을 변명으로 받아들이고 계단 발치까지만 에스코트를 하자마자 손을 치우고서 이 정도면 됐냐고 묻는다. 자신이 대답하자마자 소비에슈는 의무가 끝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라스타에게 가버린다. 누가봐도 사랑스러운 연인인 두 사람의 모습에 씁쓸해하다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비롯한 여러 귀부인들과 신년제, 하인리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귀부인들이 하는 대화를 들으며 하인에게 도수가 가장 낮은 샴페인을 가져오게 해 마시던 도중, 자신을 보고 있는 하인리를 목격한다. 하인리는 샴페인 잔을 들어올려 건배하는 시늉을 하고서 샴페인을 마시고, 외국 귀족들에게 둘러쌓여있는 하인리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 순간 우연히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아무리 고고한 황후라도 황제의 눈치를 보려면 어쩔 수 없는거다'라고 험담하는 걸 듣게 된다. 그들에게 다가가지만 자신이 온 걸 눈치챈 사람들은 급히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내고, 그들의 반응에서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확신한다. 그러던 중 한 귀부인이 혹시 '그 여자'에게 선물을 보냈냐고 질문한다. 당연히 선물은 보낸 적이 없기에 황당해해 이를 추궁한다. 외국 손님들은 라스타에 대해 모르지만, 처음으로 소비에슈가 받아들인 정부이니 온갖 선물을 싸들고 찾아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왜 자신이 선물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냐고 생각하던 찰나, 그 귀부인은 말하는 걸 망설이고,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재촉한다. 어떤 외국인이 '황후 폐하와 삼각관계인데 괜찮냐'고 물었을 때 라스타가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 모두 나를 사랑해준다'고 대답했고,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동대제국 귀족들에게 '나비에 황후가 레이디 라스타가 정부가 되자 환영의 의미로 온갖 귀한 선물을 보내주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한 순간에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황제의 눈치를 보기 위해 정부에게 선물을 보낸 황후'라고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는 것에, 속으로 일부로 소비에슈와 라스타 사이의 일에 선을 긋고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자신의 의지나 행동과는 아무 상관 없이 '남편의 연인에게 잘 보이려 드는 비굴한 사람'이 됐다고 기가 막혀한다.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그냥 다 때려치우고 서궁으로 가고 싶고, 아니라고 고함을 치고 싶기도 하다고 생각하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웃으면서 라스타가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라고 대꾸해 소문을 바로잡는다. 귀부인이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를 일이고 사람들은 소문으로 피해를 받을 사람의 이야기는 변명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니 어쩔 수 없다며, 라스타를 불러다가 입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서 잔을 하인에게 들려보낸다. 음악이 시작되려하는 광경에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이제 춤을 추려한다며 화제를 넘긴다. 똑같은 파트너와 두 번 연달아 춤을 출 수 없다는 규칙을 상기한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첫 춤을 출 것을 직감한다. 라스타는 미안하단 표정으로 쳐다보고 소비에슈도 자신을 쳐다본다. 소비에슈 라스타와 첫 춤을 추게 되었기 때문에 혼자가 된 상황에,[27] 그나마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키겠다고 마음먹어 최대한 조용히 변두리로 가려한다. 변두리로 가면서 투아니아 공작부인 곁에 수많은 춤 신청자들이 몰려 있고, 소비에슈는 재상과 대화 중이며, 라스타는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바라보기만 할 뿐한 모습을 보며 벽으로 가까이 붙는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오던 하인리는 자신에게 다가을 찾아다니느라 반 바퀴는 돌았다고 말하며 가슴에 있는 장미를 꺼내서 손바닥에 올린채 첫 대면 때처럼 무릎을 꿇는다. 이 광경을 본 한 사람이 하인리가 자신에게 춤을 신청하려는 걸 알린다. 당황해하던 찰나 하인리는 자신에게 춤을 신청한다. 안 그래도 라스타, 소비에슈와 얽혀서 온갖 안 좋은 소문을 다 듣게 생겼는데 바람둥이인 하인리와 어울리다가 괜히 이상한 소문만 더 나는건 아니냐고 망설이면서도, 신청자가 하인리 뿐인데 춤 신청을 거절하는 건[28] 하인리를 모욕하는 일이라 판단한다.

판단을 끝내자마자 하인리가 건낸 장미를 받아들이고서 잘 따라올 수 있겠냐고 질문해 춤 신청을 수락한다. 하인리는 일어서서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이렇게 당당하니 몇 번 발을 밟아도 모른 척해야겠다고 말하고, 그럴 일은 없다고 대꾸한다. 하인리는 걱정 말라고 위로하고서 자긴 입이 무겁다고 말한다. 하인리와 첫 춤을 춘다.

자신이 하인리와 첫 춤을 춘다는 것에 소비에슈는 신경쓰인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 딱히 이 상황에 소비에슈 보고 '라스타와 춤 잘 춰라'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해 모른 척 하인리를 바라본다. 하인리가 잘했다고 칭찬하자,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렇게 자신을 보고 있어달라는 말이였다며, 어제는 별로 관심을 안 쥐서 오늘은 더 멋지게 차려입고 왔다는 말에 당황한다. 이에 하인리가 안 믿는 눈치라고 말하자, '어제도 입이 충분히 멋있었다고 말하는 게 좋겠냐'고 생각한다.

고민하는 사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랑드레 자작을 춤 상대로 선택한 투아니아 공작부인, 부인과 춤을 추는 릴테앙 대공, 절친인 알리슈테와 춤을 추는 로라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소비에슈를 쳐다보지만, 속으로 정면을 보기 싫은데 보기 싫은 것까지 봐야한다고 불쾌해한다. 한숨을 내쉬던 찰나 하인리는 '쓸데없는 소문이 쉽게 퍼져나가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대놓고 자신을 위로한다. 놀라서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오만한 표정으로 웃는다. 자신이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소문을 말하는거냐고 물으면서도 이렇게 대놓고 소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놀랍지만, 대놓고 위로해주는 것도 의외라고 생각한다.

곧 음악이 멈춘다. 고맙다고 대답하면서도, 하인리가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자연스럽게 믿고 있었는데 막상 하인리는 자신의 소문을 대번에 믿지 않는다고 말해주니 고마우면서도 민망하다고 생각해 부끄러워한다. 자신도 하인리가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믿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 말에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린다. 더욱 민망해해 자기 소문은 진짜란거냐고 생각한다.

하인리와의 춤이 끝난 후, 다시 변두리로 가려하지만 하인리와 춤을 추는 자신을 본 소비에슈가 하인리와의 춤이 끝나자마자 춤을 신청한다. 어이없어하다가 한숨을 쉬며 손을 올린다. 같은 상대와는 춤을 출 수 없으니 라스타 대신 자신에게 춤을 신청한다는 걸 알지만 알면서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에 여전히 불쾌해해하면서도, 입장 당시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려 소비에슈와도 춤을 추게 된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지만 라스타가 하인리에게 춤을 두 번이나 신청했지만 두 번 다 대놓고 거부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런 하인리를 보고서 산책을 거부할 때도 생각한거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맺고 끊는 게 단호하다며, 자기 체면과 상대의 체면까지 생각하며 행동하는 귀족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라스타는 거절당할 줄 몰랐던 듯 민망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고개를 돌린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라스타는 소비에슈에게로 시선을 돌려 사람들 앞에서 " 난 같이 춤을 출 사람이 없다"고 대놓고 외친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에게 한 번만 쉬고 있으라고 달래고는 춤을 출 때의 규칙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입으로 대놓고 '춤을 함께 출 사람이 없다'고 외치는 라스타의 모습에 황당해해 하인리와 비슷한 면이 있고 둘 다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데 거침없다고 생각한다. 대놓고 외치는 건 대부분의 귀족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여겨 하지 못하는 일임을 상기한다. 라스타가 칭얼거리는 걸 본 사람들이 호감이 섞인 웃음을 터트리자,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라스타를 규격화된 귀족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으며, 나쁘게 말하자면 버릇없고 예의없었지만, 좋게 말하자면 신선하고 새롭고 순수해보이는데 사람들의 관점은 신년제를 계기로 전자에서 후자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에슈는 당장 라스타에게 달려가고 싶어했으나, 음악이 울리면서 라스타에게 가지 못하고 자신과 춤을 추게 된다. 어린 시절 춤을 배울 때부터 파트너였기에 함께 박자를 맞추는데는 익숙한데다 더 어릴 당시에는 서로가 상대의 춤동작이 어색하다고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던 걸 상기하면서도 속으로 이젠 그런 시절은 오지 않을거라며, 커다란 지도를 보고서 서로 의논하던 시절을 상기해 그가 평생을 같이 할 상대라고 믿었던 자신이 얼마나 멍청하고 순진했냐며 재차 씁쓸해한다.

춤을 추던 중 소비에슈는 '하인리 왕자와 무슨 대화를 나눴었냐'고 묻는다.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고 대꾸하지만, 소비에슈는 '하인리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없냐'고 억지를 부린다. 속으로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거냐고 황당해한다. 소비에슈는 미간을 찡그리고서 '바람둥이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일이 뭐가 있냐'며 또 트집을 잡는다.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였다'고 대꾸하지만 소비에슈는 '바람둥이로 유명하니 말은 재미있게 하겠고, 사람들은 유머스러운 남자를 좋아한다'라고 하인리를 깎아내린다. 테이블 근처에 서 있는 하인리를 쳐다보고, 하인리도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본다. 이를 보던 소비에슈는 " 라스타를 정부로 두었으니 황후에게 다른 남자를 정부로 두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인리 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인리 왕자와 어울렸다가는 하인리 왕자가 황후의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황후가 하인리의 정부가 되어버릴텐데 동대제국의 황후로서 그런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냐?"며 또 트집을 잡는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인리와 자신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받아치지만, 소비에슈는 ' 여자라면 다 건드리고 다니는 불한당 같은 작자의 불장난 상대가 되지 말라'고 재차 트집을 잡는다. 속으로 하인리 왕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어이없어한다.

그러던 중 자신과 소비에슈가 춤을 추는 걸 본 라스타가 갑자기 울어댄다. 소비에슈가 춤을 추던 도중에 자신을 내팽개치자마자 라스타를 안고 연회장을 빠져나가면서 졸지에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수근거리고, 충격을 받는다.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연회장을 빠져나온다. 도중 기둥에 비친 하인리의 모습에 지금은 예의를 갖춰 외국의 왕자와 담소를 나눌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서궁 회랑을 걷던 도중 아르티나 경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돌아간다.[29] 방에 들어가 울적해하던 도중[30] 마침 방으로 날아온 을 목격한다.

창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퀸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퀸을 끌어안는다. 퀸이 위로를 해주자 '이 자그만 존재가 어떻게 이렇게 큰 위로를 줄 수 있냐'고 생각한다. 간신히 진정했을 때 자신이 너무 오래 퀸을 끌어안았다는 걸 깨닫고 갑갑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놀라서 고개를 든다. 퀸이 고개를 갸웃거리고서 자신의 눈치를 보자 '네 덕에 항상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속삭인다. 퀸이 날개로 자신의 얼굴을 덮어주자 '넌 진짜 사람 같다'고말한다.

그순간 시녀들의 호출을 받는다. 응접실로 나가지만 엘리자 백작부인과 로라가 있자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류 사랑하는데 오히려 자존심이 상하는 건 자신이고,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당사자인 소비에슈와 라스타는 당당하고 오히려 자신은 움츠려들게 된다고 어이없어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으로부터 베르디 자작부인이 사람을 보내 자신의 시녀 직을 그만 두기로 했다는 통보를 전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당황해해 베르디 자작부인이 사람을 보낸게 확실하냐고 물으면서도, 베르디 자작부인이 불과 며칠 전에도 자신에게 돈을 꾸었던 데다 가족의 문제로 인해 베르디 자작가에서 나오는 수입은 전부 빚을 갚는데 쓰이고, 생활비라고 할 만한 건 자신의 시녀 일을 하며 받아가는 돈이 다였기에 베르디 자작부인을 걱정한다. 로라 역시 베르디 자작부인을 걱정해 급하게 왔다 갔다 하더니 혹시 베르디 자작이나 그 아들과 싸운 게 아니냐고 질문한다. 다른 시녀들이 사람을 보내서 사정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자 수락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서즈 공주 등과 대화를 나누며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파란 비단으로[31] 만든 드레스를 입은 라스타를 목격하게 된다. 이를 보며 황당해하던 중 베르디 자작부인이 라스타의 옆에서 시녀 직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엘리자 백작부인이 이를 알려준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불과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자기가 모시던 사람의 적의 휘하로 들어간 상황에 격분한 로라는 전 날 내내 그녀를 걱정하던 태도를 버리고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친다. 자신도 매우 당황해하면서도[32] ' 저 여자는 내 것을 하나 하나 뺏으러 온 거냐'고 어이없어한다.

서즈 공주는 라스타의 태도에 기가 막혀해 자신은 정부 제도[33]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소리치고는 말이 좋아 정부지, 그냥 바람피우는 거고, 법으로 허락해두니까 저렇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고개를 빳빳히 들고 다니는거라고 팩폭을 날리고, 로라도 '난 저 여자가 황후 폐하 앞에서 저렇게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다'고 맞장구친다. 가장 단맛의 샴페인을 마시면서 전 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으니 버텨볼 생각이였는데 이 상태로는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서즈 공주와 시녀들이 하는 이야기는 고맙지만 사람들에겐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퍼져나갈지는 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겉으로는 꼿꼿하지만 안 보는데에서는 정부에게 잘 보이려 선물을 보내고, 한편으로는 정부를 뒷담화하고 있다'고 비웃을거라고 생각해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권해 화제를 돌린다. 눈치좋게 화제를 바꾼 서즈 공주는 동대제국에 하인리 왕자와 익명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있으며, 하인리 왕자 본인이 그 상대를 공개적으로라도 꼭 찾고 싶으니 남궁에 있는 손님들에게 여기저기 소문을 내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서즈 공주의 말에 시녀들과 서즈 공주,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돌려진다. 시녀들은 그동안 자신이 ''을 통해 연락을 간간히 주고받던 신원 불명의 편지 상대가 하인리임을 간파하고, 자신도 편지 상대가 하인리임을 간파하지만 머뭇거린다. 서즈 공주가 다른 곳으로 가자 로라는 대놓고 퀸의 주인이 하인리 왕자 같다고 물어보고,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동의한다. 시녀들이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나서지 않을거라고 밝힌다. 시녀들이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가 자신이라는 걸 알리자고 재촉하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구로 남고 싶다고 단호히 거부한다. 로라 역시 재촉하려했으나, 엘리자 백작부인은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 하인리 왕자는 여자 문제에 관해선 이런저런 추문이 많고 바람둥이로 소문이 자자한데, 사적으로 편지를 교류하던 상대가 자신이란 게 알려지면 사람들은 다들 신기해하기보다는 흥미 위주로 쳐다볼 것이라고 조언하고는 사이 좋은 라스타와 릴테앙 대공의 모습을 한 번 차갑게 쳐다본 후 앞으로 적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들이 악의적인 소문을 낼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의견을 표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의 말에 그제야 납득한 로라는 그래도 아쉽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며칠 후,[34] 친한 귀족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던 중 늦게 온 서즈 공주는 가지고 온 와인을 내밀어 재치있게 대응하고는 아직 다들 그 이야기는 못 들었냐며, 자기도 방금 들은거니까 아직 이야기가 안 퍼졌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서즈 공주를 채근하자 서즈 공주는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라고 나선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다. 로라가 자신에게 시선을 던지자 인상을 찡그리고서 자신이 나서지 않는 것과 누군가 자신을 사칭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 불쾌해하다 누구냐고 묻는다. 그 상대가 라스타의 하녀들 중 한 명이였다는 것을 듣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편지의 내용도 몰라야 할 라스타가 어떻게 자기 사람을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금방 들킬 거짓말을 왜 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다, 라스타가 관련이 있다면 베르디 자작부인이 편지 내용에 대해 알려준거냐고 생각한다. 로라가 자신을 쳐다보며 묘한 표정을 짓자 고개를 젓고 웃으면서도 거짓말을 하다 들킨다면 라스타가 책임질 일이고, 굳이 하녀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엘리자 백작부인은 오늘은 무척이나 사람이 많다고 혀를 찬다. 하인리 왕자와 하녀의 소문 때문에 그럴거라고 대답하면서도 아직도 이 사태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생각하면 괘씸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우습다고 생각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만을 힐끗거리는 라스타의 모습에 신경을 쓴다.

그 때 하인리와 라스타의 하녀 체리니가 들어오고, 이를 본 엘리자 백작부인은 소문의 하녀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혀를 찬다. 하인리가 자신에게 시선을 주자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다. 하인리는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다가 미간을 찌푸리고서 고개를 젓고, 이를 보며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한다. 뒤이어 들어온 소비에슈를 목격한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로 걸어가자 하인에게서 아무 잔이나 받아들인 후 마신다.

그 순간 체리니가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가 본인이라고 한 거짓말이 들키게 되고, 하인리는 체리니를 꾸짖는 걸 목격한다. 이 광경을 보고서 한 귀족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하인리 왕자가 체리니를 추궁하고 있었고, 편지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체리니가 편지 내용을 다르게 알고 있던 것 같다는 설명을 듣고, 하인리가 체리니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려 든다면 자신이 나서서 만류하는 게 옳지만, 만약 체리니가 하인리에게 잘못한 경우라면 주인인 라스타가 나서는 게 옳고, 사과를 하든지 시키든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체리니가 라스타를 힐긋거리지만 라스타는 놀란 표정만 짓는 것에 자기가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킬 마음은 없는 것 같다 판단해 나서려한다.

그 순간 하인리는 체리니의 말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며, 자기도 깜빡 속은 것 같고 편지 내용을 알고 있다며 은근슬쩍 달랜다. 체리니가 아무 것도 모른채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고, 라스타가 연루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베르디 자작부인은 체리니의 거짓말을 도왔을거라고 판단한다. 하인리는 자기 생각엔 체리니는 자신과 편지를 주고 받은 건 아니지만 혹시 하녀 체리니의 주인이 자신의 편지 상대인거냐고 유도한다. 그 광경을 보고서 완벽한 오판이라 판단하면서도 자기 추리를 당당히 펼치는 하인리의 눈은 차가워보이고 단순히 화가 나서 저런거냐고 생각한다.

그 순간 라스타가 태연하게 자기가 하인리의 편지 상대라며 거짓말을 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모습을 보고 경악해해 라스타와 하녀 체리니가 짜고 쳤고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였냐고 판단하다가도, 체리니가 놀라서 라스타를 쳐다보는 모습을 목격해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스타는 왜 직접 나서지 않고 하녀를 대신 보냈냐는 하인리의 질문에 뻔뻔하게 " 우리는 친구 사이지만 난 폐하의 여자라 폐하께서 염려하실까봐 그랬다. 그간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대꾸한다. 이에 하인리는 웃음을 터트리고, 그는 라스타의 거짓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재미있어하는 얼굴이였다고 판단하면서도 라스타가 가짜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자신의 눈에만 이렇게 보이는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로라는 자신의 귀에 대고 하인리는 라스타가 거짓말을 하는 중이란 걸 알고 있는 게 아니냐고 속삭이고, 그녀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하인리는 라스타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척 맞장구를 쳐주며 이번에는 정말이길 바란다고 말하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녀 체리니를 쳐다보며 알아서 벌을 내릴거라고 권하고, 라스타는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서궁으로 돌아온다. 라스타가 뻔뻔하게 하인리의 편지 상대라고 거짓말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던 시녀들은 하나같이 분노를 표출하고,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부채질을 하며 화를 식힌다. 이에 하인리 왕자는 라스타가 가짜란 걸 알고 있을테니 너무 흥분할 필요 없다고 시녀들을 달랜다. 시녀들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로라는 하인리가 처음에는 의심하는 기색이였지만 이후엔 바로 믿었고, 하도 태연하게 나오니까 속아넘어간 게 분명하다고 분노를 표출한다. 다른 시녀가 로라의 말에 덧붙이자 라스타가 진짜라 생각했다면 오히려 바로 믿진 않았을거라고 대답한다. 한 시녀는 하인리 왕자가 라스타의 거짓말에 일부러 속아주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시냐고 질문한다. 그럴 확률이 높고, 한 번 속은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속는 건 이상하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도 하인리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어쩌면 시녀의 주장처럼 라스타가 마음에 드니까 가짜라도 상관없다는거냐고 생각한다.

다음 날(신년제 넷쨋 날) 퀸이 이틀째 오지 않자 창문을 쳐다보며 퀸을 그리워하다 엘리자 백작부인의 말처럼 자신도 새를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내, 어떤 새도 퀸과는 다를 테니 소용없을거라고 기대를 접는다.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자신이 창문을 쳐다보는 걸 퀸이 이틀째 오지 않아서이기 때문임을 알아채자, 지금 퀸이 보고 싶다 말하는 건 하인리 왕자가 보고 싶다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에 조심해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던 중 엘리자 백작부인으로부터 치장을 받는다. 치장을 마친 후 본궁으로 간다.

본궁 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특별 연회 때 초빙할 귀빈들의 자료를 보면서 대화를 매끄럽게 진행해야하는 것은 물론 외국 귀빈과 그 나라의 문화에 어긋나는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점검해두어야한다고 판단한다. 그와 동시에 하인리 왕자와 카프멘 대공이 가장 주목 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인리 왕자는 원채 이런저런 소문이 많은 사람이라 괜찮지만 카프멘 대공은 화대륙의 나라인 륍트 출신이고 그가 신년제에 초대받아 온 건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자인 유학생이라는 것과 대륙 간에는 교류가 없고, 있더라도 무역상만 오가기에 륍트의 궁중예법에 대해선 모르며 그나마 서적만 있을 뿐 그 서적을 보고 카프멘 대공이 비난했기에, 몇 년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하니 동대제국 식으로 대접해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집무실에서 나온다. 한 번만 더 외양을 점검하자는 엘리자 백작부인의 재촉에 서궁으로 가 급하게 외양과 머리를 수정한 후 귀빈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동궁으로 간다.

그라나 식당으로 들어가자마자 라스타와 마주치게 되고, 라스타는 자신을 보자마자 신년제 첫 날처럼 또 '언니'라고 부르다 호칭을 '황후 폐하'로 바꾼 후 웃는다. 황당해해 특별 연회 초대 손님 중에서 라스타가 있는거냐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확인한 명단 중에는 없음을 상기하고 소비에슈가 데리고 들어온거라고 판단해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하인리가 자신에게 눈인사를 하자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받아준다. 자신의 옆 자리로 온 서즈 공주는 하인이 물을 따라줄 때까지 기다린 후 목소리를 낮춰 좀 전까지 장난 아니었다고 속삭이고, 덩달아 목소리를 낮춘다. 서즈 공주는 잠깐 하인리의 눈치를 본 후 하인리 왕자가 바람둥이라더니 진짜인 것 같다며소비에슈 앞에서 라스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데 무슨 '인간 슈크림'인 줄 알았다고 속삭이고, 웃음을 터트린다. 하인리 왕자, 라스타, 소비에슈의 시선이 동시에 자신에게 오자 무표정을 짓고서 입가를 닦는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하인리를 번갈아 살펴보고, 라스타는 볼이 빨개진채로 소비에슈와 하인리를 보는 모습에 차라리 처음부터라스타가 하인리와 맺어졌다면 나아졌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라스타가 아니더라도 소비에슈는 언젠가 다른 사람을 정부를 들였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우울해하고 있던 찰나 서즈 공주는 아까는 하인리가 대놓고 라스타에게 달콤하게 대하더니 지금은 안 그런다고 속삭인다. 그들을 쳐다보는 대신 조용히 식사한다.

그 순간 라스타의 거짓말이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고, 하인리는 라스타에게 따지지만 이를 따지는 과정에서 라스타를 감싸는 소비에슈와 말다툼이 벌어진다. 소비에슈는 하인리에게 무례하다고 질책하지만 하인리는 뭐가 무례한거냐고 받아치고서 '나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분이 편지 내용에 대해 이상하게 알고 있기에 이걸 지적한 게 무례인거냐. 라스타 양이 날 속이건 말건 참아주고 있다가 나중에야 귀띰이라도 해야 무례하지 않다는거냐.'라고 따진다. 소비에슈는 말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하인리는 '말은 폐하의 정부더러 좀 조심하라고 하라'고 응수한다. 이어서 하인리는 몹시 불쾌하다고 따지고서 '하녀도 그렇고, 주인이라는 레이디 라스타도 그렇고, 서왕국을 무시한다. 날 무시하는거냐, 약속을 무시하는거냐.'라고 질책한다.

이 광경을 목격해 라스타가 편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자 이 일을 두고서 말다툼이 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놀란 라스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하인리는 등받이에 앉은 채 소비에슈를 노려보며 '혹시 폐하께서 레이디 라스타에게 날 이용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냐'며 빈정거린다. 소비에슈는 분노를 표출하며 "라스타가 분명 '잠시 헷갈렸다'고 말했다. 편지 내용 따위 헷갈릴 수도 있다."라고 질책하지만, 하인리는 아랑곳하지않고 '하인리도 분명 편지 내용의 반이나 헷갈리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고 받아침과 동시에 라스타의 3인칭화 말투를 따라한다. 소비에슈는 하인리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고, 하인리는 '레이디 라스타가 열 개를 들으면 반을 까먹을 정도로 몹시 머리가 나쁜거라면 내 실례를 인정하겠다'며 빈정거린다.

이윽고 하인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상한거냐고 질문하고는 라스타는 스스로 편지 상대라고 칭했고, 자신은 라스타처럼 이름난 분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거라 여겨 순순히 믿어서 친애하는 친우에 대한 존경을 하루동안 보냈으며 서즈 공주의 말처럼 '인간 슈크림'처럼 얼마나 부드럽게 대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설득한다. 이에 서즈 공주는 움찔하고, 하인리가 귀가 밝다고 생각하던 순간 서즈 공주는 하인리의 편을 든다.

하인리는 라스타와 대화하던 중, 라스타가 주고받은 편지 내용 중에 절반을 몰랐고 그것도 어느 지점부터였으며, 오래 전 한 두 이야기도 아니고 내용의 반을 모르는 게 이상했는데 그 부분이 라스타의 하녀 체리니가 모르는 부분과 딱 같은 부분이였다며 사람들을 설득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하인리를 노려보다 그만하라고 외치지만 하인리는 '조용하게 해결할 문제였는데 사람들을 주목시킨 건 동대제국의 폐하시다'라고 받아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레이디가 억울하게 곤경에 처하면 보호해야하는 게 기사도 이다'라며 트집을 잡고서, '시덥지 않은 꼬투리를 잡고 사람 하나를 매도하는 게 서왕국의 기사도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겠다'고 하인리를 모욕한다. 이에 하인리는 '나도, 내 레이디가 억울하게 사칭을 당했으니 보호하기 위해 나선거다'라고 받아치고는 미소를 지은채 자신에게 시선을 주며 '물론 사칭당한 분이니 레이디가 아닌 남자일지도 모르겠다'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그와 주고 받은 편지들 중 하나를 떠올리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하인리는 라스타가 가짜인걸 알아챘다 하더라도 자신이 진짜인걸 알아챌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마치 연극 속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되려 '너무하시다'고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에 하인리는 어이없다는 듯 '하녀와 짜고서 날 속이려한 당신이 내게 너무하다고 하는거냐'고 질책하지만, 라스타는 '난 편지 내용에 대해 제대로 말했는데, 자꾸 전하께서 거짓말이라 우기고 있으시다'라고 우긴다. 자신도 라스타의 적반하장의 태도에 어이없어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내가 전하께서 원하는 '신분 높고 교양있는 여자'가 아니니까 일부로 선을 긋는거냐? 내게 보내주시던 우정은 다 거짓이였냐?"라고 여전히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라스타의 연기에 소비에슈는 이를 갈며 하인리를 노려보면서 그런거냐고 따지고, 하인리는 어이없어해 웃다가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저으며 미치겠다고 중얼거린다. 라스타는 '폐하의 눈치가 보이니까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고 재차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런 라스타의 태도에 속으로 이따끔 라스타가 눈치를 팔아버린 것 같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게 무지와 순수한 마음에서 오는거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놀라울 정도로 머리가 좋다고 기막혀한다. 하인리 역시 라스타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기막혀해 " 내가 본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뻔뻔한 사람"이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라스타는 아예 " 우리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내게 상처가 될 말을 하지 말아달라"며 억지까지 부린다.

이 광경을 보면서 자신이 하인리의 편지 상대란 걸 나서서 알릴지를 고민한다. 여기서 하인리의 편을 들면 라스타뿐만이 아닌 그녀를 편든 소비에슈까지도 우스워지지만 라스타가 주장하는 우정이란게 자신과 하인리가 퀸을 통해 주고받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움찔한 카프멘이 자신을 빤히 보고서 라스타, 하인리를 쳐다보다 작게 웃자, 그의 이상 행동에 의아해해 왜 저러는거냐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오해가 생긴 듯하니 자신이 바로잡아야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이 나선 것에 라스타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자신을 쳐다보자, 그녀는 자신이 편지 상대란 걸 알고 있을 것이고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편지 내용에 대해 들었을텐데 자신이 편지 상대라는 걸 모를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사칭하면서도 자신이 가만히 있을거라 여겼나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자신이 자기를 위해 침묵을 지켜줄거라 믿었냐고 어이없어한다.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은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를 알고 있고, 그 상대는 라스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우기고는 '' 황후가 라스타를 싫어한다고 해서 괜히 하인리 왕자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자신을 타박한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대꾸하자마자, 하인리 소비에슈에게 '폐하의 사실과 진실은 모두 레이디 라스타의 입에서 나오는 말 뿐이라 황후 폐하께서 답답해하시겠다'라고 빈정거린다.

결국 열받은 소비에슈는 하인리에게 장식용 예검을 빼들어 '내 여자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결투를 신청하고, 하인리는 '내가 여기서 폐하를 죽여도 무사히 나갈 수 있다면, 그 결투 받아들이겠다'고 맞받아친다. 직후 두 사람은 결투를 벌이려한다!!!

이 광경을 보면서, 동대제국 황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서왕국의 왕위 계승권자를 손님으로 초대해놓고 고작 자기 정부 때문에 결투했단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안 그래도 여러 군데에서 나오는 귀족과 황족의 방탕한 사생활이 아주 웃음거리가 되겠다고 경악한다. 동시에 소문이 나지 않더라도 싸움은 말려야한다고 판단한다. 급히 둘을 중재시킨다.

이윽고 다시 식사가 시작되지만, 특별 연회 전 날 식사 중 이토록 시끄러운 식사는 처음이라며, 라스타의 문제인건지, 소비에슈의 문제인건지, 아니면 둘 모두의 문제인거냐고 재차 불쾌해한다.

식사가 끝나자 불편한 분위기에서 손님들을 붙들어봤자 오히려 실례일거고 어차피 내일 만날테니 무리해서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 판단해 귀빈들을 데리고 식당에서 빠져나온다. 문이 닫히자마자 서즈 공주가 내일은 더 많이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걸며 오늘은 좀 대화를 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서운해한다. 자신 역시 그러기를 바란다고 대답하면서도 이번 신년제에서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서즈 공주를 만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거친 듯 하면서도 재밌고 화통한 성품은 무척이나 매력적라고 즐거워해 서즈 공주를 포옹하며 내일 꼭 오라고 속삭인다. 서즈 공주가 히죽 웃고서 고개를 끄덕여보인 후 기사들을 대동하고 가자 귀빈들을 배웅한다.

그러나 뒤따라온 라스타가 자신이 배웅을 끝내자마자 시림 왕제에게 배웅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떨떠름해하던 시림 왕제는 자신과 라스타를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서 돌아서고, 자신이 라스타와 함께 인사를 한 거라 여겼다고 생각한다. '함께 귀빈들을 배웅하는 황제의 두 아내' 같은 모양새를 해 자신을 우습게 만든 라스타의 태도에 어이없어해 쳐다보지만, 라스타는 상냥하게 "왜요? 언니?"라고 말한다. 재차 어이없어하지만 인사를 하는 걸 막을 관례도 조항도 없다고 여겨 다른 귀빈들을 배웅하려한다.[35] 하지만 라스타는 또 끼어들어 인사를 따라하고서 아예 애교스럽게 웃으며 배웅을 같이 하고,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는 행동에 헛웃음을 짓는다.

심지어 라스타는 카프멘 대공만 남게 되자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내기까지 한다. 그런 라스타의 태도에 매우 소름끼쳐하던 찰나 카프멘 대공은 깔끔하게 라스타를 무시해버린다. 카프멘 대공이 자신까지 무시하고 지나간 것보다 라스타가 자신을 흉내냈다는 것에 소름끼쳐한다.

결국 라스타에게 원래는 신년제가 끝나고 물어볼 생각이였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 물어보겠다고 말을 걸자마자 왜 자신이 선물을 보냈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추궁한다. 그러나 라스타는 도리어 그걸 물어볼 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이에 대해 자신이 다른 질문을 할 거라 여긴 모양이라며, 찔리는 게 많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라스타는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떼를 쓰며 '황후 폐하께서 내가 정부가 된 기념으로 선물을 보내준 건 사실이지 않냐'고 억지를 부린다. 어이없어해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으나, 라스타는 '혹시 편지 상대가 나라고 해서 화가 난 것이시냐'고 재차 억지를 부리고는 아예 두 손을 모은 후 울상을 지으며, " 베르디 자작부인이 황후 폐하는 절대 나서지 않을테고 오히려 이 일로 곤욕스러워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선거고 별 뜻 없다. 그저 장난을 치려고 한 것 뿐이다."라며 억지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난 황후 폐하를 도와드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뻔뻔한 태도로 군다. 재차 어이없어해 헛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라스타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울먹이기 시작하면서 " 그래서 황후 폐하가 편지 상대란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알리고 싶지 않아하셨잖냐. 나는 황후 폐하를 도와드린 건데 왜 늘 제게 무섭게 구시냐."라며 아예 책임전가를 하기까지 한다.

그때 소비에슈 하인리가 나타나고, 그들의 얼굴이 굳은 것에 자기들끼리 한바탕 말싸움을 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타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서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닦아내고, 그 태도에 황당해한다.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달래며 라스타가 왜 우느냐고 묻자, 자신이 질문했다고 대꾸하고서 '난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낸 적이 없는데 왜 거짓말을 했냐'고 추궁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표정을 굳히며 '그것을 라스타에게 물었냐'고 트집을 잡는다. '라스타가 말하고 다닌 일이니 당연히 라스타에게 물어야된다'고 따지면서도, 속으로 달리 누구에게 물어야하냐고 황당해하며 쳐다본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입술을 꾹 다문채 자신과 라스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 라스타가 잘못 알고 있으면 좀 그러려니 넘어갈 수 없냐"[36]며 또 트집을 잡는다. '내 이름이 엉뚱한 데에서 팔리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으나, 소비에슈는 자신이 나비에의 이름을 도용했음을 밝힌다. 그제야 소비에슈 자신의 이름으로 라스타에게 환영 선물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 소비에슈 라스타에게 '나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았다'며 미안해하고 라스타는 소비에슈에게 '날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니 감격이다'라며 둘만의 핑크빛 분위기를 만든다.

소비에슈에 의해 자신의 이름이 도용당했다는 것도 화가 나지만, 자신은 소비에슈와 라스타 때문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전락하는데, 그 가해자들이 피해자인 자신 앞에서 적반하장 격의 태도를보이고 있단 사실에 "이전까지의 라스타는 '신경쓰고 싶지 않고, 싫으니 모른 척 지내고 싶은 존재'였다면 지금은 확실하고 뚜렷하게 싫은 존재고, 소비에슈는 라스타보다 그 이상으로 싫다"고 매우 불쾌해한다.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이 일이 폐하의 잘못이냐'고 추궁한다. 라스타와 둘만의 핑크빛 분위기를 만들던 소비에슈는 놀라 고개를 들고 '이대로 사건이 끝난 줄 알았는데 네가 말을 이어가는 게 의외다'는 태도로 굴고, 둘의 시선을 받으면서 냉담하게 웃으며 '이 일이 폐하의 잘못이라면 폐하께 따져야겠다. 스스로 책임도 인정했지 않냐.'라고 분노를 표출하며, " 아무리 황제라 한들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사칭해서는 안 된다"고 따진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꼭 그걸 여기서 따져야겠냐'며 또 트집을 잡는다. 혐의를 인정했으니 추궁해야한다고 대꾸하면서도, 라스타와 하인리의 눈치를 살핀다. 그 반응에 사랑하는 여자와 잘난 남자 앞에서 자존심이 상한 듯 하다고 여겨 불쾌해한다. 소비에슈가 챙기고자 하는 자존심은 황제로서의 자존심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라며, 여자로서의 자존심과 황후로서의 자존심 모두가 구겨진 자신이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도와주어야할 리는 없다며 재차 불쾌해한다. 하지만 소비에슈가 '그래서 뭘 원하는거냐? 나도 라스타처럼 울었으면 좋겠냐?'라고 트집을 잡는다. '내 이름을 도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매우 건성으로 사과한다. '라스타가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다녔으니, 폐하께서는 그 일에 책임지시고 제대로 정정해주시라'고 따지지만 소비에슈는 " 진짜 이래야 되겠냐"고 트집을 잡는다. " 폐하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이 걱정이라면, 내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라고 재차 따지지만 소비에슈는 " 라스타에게 선물 좀 보냈다고 구겨질 체면이면, 황후의 처음부터 빈약하고 얄팍한 체면이였다"라고 모욕적으로 말한다. 매우 어이없어해 '그렇다면 그 일을 정정하는 것 역시 빈약하고 얄팍하게 가능할테니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소비에슈는 '원래는 황후가 해야 할 일인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것이 그렇게 질색할 일이냐'며 트집을 잡는다. " 왜 이렇게 속이 좁지? 전에는 안 그랬잖아?"라며 아예 반말까지 하는 건 덤. " 내가 할 말이야. 그리고 반말하지 마. 소비에슈."라고 일갈한다.[37]

그러나 소비에슈는 " 라스타를 질투한다"고 자신을 모욕하고, 나비에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하인리로부터 " 동대제국의 황제 폐하께서는 안목이 없으시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소비에슈는 하인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지만, 하인리는 본인이 증인인데, 어떻게 참견을 안 하겠냐고 대꾸하고는 웃으면서 자신의 옆에 서서 '이 일의 진위는 내가 여기저기 소문을 내겠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함과 동시에 "황후 폐하의 명성이 황제 폐하의 '잘못'으로 깎여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이 일은 소비에슈의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서궁에 돌아와 책을 보다가 하인리 왕자는 소문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에 로라와 체스를 두고 있던 엘리자 백작부인은 궁금해하자, 어색하게 책을 뒤집어 무릎 위에 놓고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냐며, 이상하게 보이진 않겠냐고 생각한다. 시녀들은 자신이 하인리의 '진짜' 편지 상대란 걸 알고 있기에 괜히 말하기가 눈치보인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말 한 마디로 하인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좋은거라 여기고 하인리 왕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 같다고 태연하게 말한 후 탁자 위에 놓인 차를 마신다.

엘리자 백작부인과 체스를 두고 있었던 로라는 슬쩍 말의 위치를 바꾸고서 라스타와 그 하녀가 편지 상대가 아니란 걸 빨리 알아봤고, 바람둥이라더니 오히려 다른 귀족들보다 정숙하다고 말하며 동의한다. 엘리자 백작부인 역시 로라의 손등을 치고서 말의 위치를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며, 하인리 왕자는 유쾌하지만 경박한 분이 아니시라며 동조한다. 이윽고 수를 놓고 있던 한 시녀는 '그 노예가 거짓말한 게 바로 들통난게 좋다'며 고소해하고, 다른 시녀들 역시 맞장구치며 매우 고소해한다. 하지만 아르티나 경은 그렇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시녀들은 '왜?' 하는 시선으로 아르티나 경을 쳐다보고, 시선이 한꺼번에 몰린 것에 아르티나 경은 볼을 긁적이며 랑트 남작이 라스타에 관한 일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 이 일을 두고서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퍼트리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뜻밖의 말에 로라는 직접적으로 캐묻고 자신도 차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아르티나 경을 쳐다본다. 랑트 남작은 소비에슈의 비서이자 머리가 비상한 자이고, 라스타가 퍽 마음에 드는 듯 여러모로 편의를 맞춰주고 있단 걸 상기하며, 랑트 남작이 나서서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면 분명 라스타에게 좋은 방향일거라고 판단한다.

아니나다를까 랑트 남작이 소비에슈와 하인리가 말다툼을 벌인 사건을 '라스타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라 소비에슈 황제와 하인리 왕자가 그녀를 두고 결투할 지경이다'라고 왜곡해서 소문을 퍼트렸다는 사실을 보고받게 된다. 결국 로라는 체스판을 탕 하고 덮고서 "난 진짜 '그 년' 싫다"고 분노를 표출한다. 엘리자 백작부인은 제발 그 입 좀 조심하라며, 시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입이 거칠면 결국 자신에게 폐가 된단 걸 모르냐고 로라를 꾸짖지만, 로라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고 있지만, 지금은 욕으로밖에 이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씩씩거린다.

그 순간 퀸이 찾아오고, 퀸반색해해 창문을 열어준다. 퀸을 끌어안아주지만 퀸은 날개를 뻣뻣이 뻗은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그런 퀸을 본 로라는 저 새가 앙큼하다며 자신이 안아줄 때마다 굳는다고 웃음을 터트리고는 새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녀들이 깔깔 웃으면서 퀸을 놀리다가 나간 후 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서 머리를 만져준다. 눈을 끔뻑거리고서 졸던 퀸이 이따금 놀라서 자신의 눈치를 보자 안 와서 보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퀸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눈을 뜨자 왠지 하인리가 생각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퀸의 주인이 하인리란 걸 알아버렸으니 당연하다고 여기다가 그제서야 쪽지를 확인한다. 쪽지를 읽은 후 하인리는 자신이 편지 상대란 걸 알고 있냐고 생각한다. 몇 시간 전 자신은 하인리의 편지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지만 하인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상기하면서도 소비에슈와 자신이 바로 싸웠기 때문에 물어볼 틈도 없긴 하다고 생각해 답장을 쓴다.

자신이 답장을 빤히 쳐다보며 얌전히 기다리던 퀸이 자신이 답장을 다 쓰고 손을 떼자마자 '왜 이래야하느냐'는 듯 펄쩍 뛰자, 너무 그러지 말라며, 자신은 이 상태가 좋다고 달랜다. 퀸의 주인과 실제로 만나면 농담을 주고받는 편한 친구가 아니라 동대제국의 황후와 서왕국의 왕자가 되어버리기에 행동을 조심해야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데, 자신은 라스타와 소비에슈 때문에 사람들의 불쾌한 흥밋거리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바람둥이로 유명한 하인리의 편지 상대란 게 밝혀지면 좋지 잃은 소문이 퍼질거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주인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에 퀸이 부끄러워하자 놀린다.

다음 날, 신년제 특별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목욕을 한 후 치장하고 왕관을 쓴다. 시녀들이 왕관과 머리카락이 어울리도록 손질해주는 동안 특별 연회에 참석할 귀빈에 대해 메모한 종이를 읽던 도중 소비에슈의 비서로부터 소비에슈가 연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연회에 관련해 급히 말할 게 있으니 자신을 찾는다는 전갈을 받고, 시녀들에게 대충 머리를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한다.

동궁으로 가면서 온갖 우려를 하며[38] 소비에슈에게 간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순간 라스타가 자신이 쓴 티아라를 쳐다보는 걸 보고 잠시 불쾌해한다. 소비에슈가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석할 이들 중 한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묻자, 혹시 대신관이나 마법 청장이 참석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대신관이나 마법 청장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라도 자리를 만들어야하는 귀빈이고, 원래 소비에슈가 초대했으나 그들은 이미 다른 사유로 거절해 아예 신년제에 오지 않았음을 상기해 납득하던 찰나,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데려가고 싶다는 본심을 드러낸다. 자신의 말을 들어보니 자리를 만들려고 한 것을 보면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억지를 부린 건 덤.

초대할 사람이 고작 라스타임에 어이없어 하며 단호하게 거부하지만[39], 소비에슈 한 자리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자신이 초대한 이들 중 양해를 구하면 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지 않냐고 억지를 부린다. '대신관이나 마법청장이 온다고 해도 갑자기 초대가 취소되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텐데, 그게 황제의 정부 때문이라면 어떻겠냐'고 일갈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어감이 좀 그렇다며 트집을 잡는다. '상대가 라스타가 아닌 폐하의 다른 정부였어도, 내 애인이였더라도 내 대답은 마찬가지다'라고 팩폭을 날린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정색해 '투아니아 공작부인 같은 경우는 빼도 되지 않겠냐'고 억지를 부리며 투아니아 공작부인 대신 라스타를 참가시키라는 매우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기까지 한다.[40] 더욱 어이없어하며 " 폐하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고 거부하지만, 소비에슈는 아예 " 매정하다"며 모욕을 가한다. 그 순간 그의 속내[41]와 그가 본인도 지키고, 라스타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에게 인간미니 정이니 하는 걸 강요하고 있음을 간파한다. 결국 " 매정한 것은 폐하시다. 라스타 양은 폐하의 애인인데, 폐하도 못하는 일을 왜 내게 강요하시냐."라고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간다.

서궁에 돌아오지만 시녀들이 초조하게 서성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시녀들을 달랜다. 시녀들은 소비에슈가 또 나쁜 말을 했을까봐 조마조마했다며, 요즘 안색이 좋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한다.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식사를 한 후 신년제가 끝난 후의 일정을 점검한다.

일을 하는 새에 특별 연회가 열리는 시간이 다가오자 전신 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외모를 한 번 더 점검한다. 로라는 나중에 특별 연회가 끝나고 대연회장에 올 거냐고 묻는다. 시간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왜 그러냐고 묻는다. 로라는 알리슈테가 감기에 걸려서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니, 안 오면 얼굴만 비치고 빨리 돌아가려한다고 말한다. 웃으면서 로라가 원하면 가야겠다고 대답한다.

신년제 특별 연회가 열리는 붉은 장미의 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서 서즈 공주를 만나러 가던 중 카프멘 대공과 부딪히게 된다. 카프멘에게 인사를 건내고서야 전 날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카프멘은 가만히 자신을 응시한다. 카프멘은 신년제에 초대된 게 처음이며, 작년까지는 교류한 적이 없고 게 알려진 바도 없는 인물인데, 그에 대해 아는거라곤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란 것 뿐이기에 미소를 짓고서 대답을 기다린다. 그 때 카프멘은 " 동대제국은 원래 이렇냐"고 질문하고는 "륍트에서 이모트와 이모나는 하나다"라고 말한다. 륍트어를 알아듣고 '왕과 왕비가 하나라니 신기하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륍트어를 알아들은 것에 카프멘이 신기해하자 '안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고 기본적인 단어만 몇 가지 알 뿐이라고 대답한다. 의외라는 듯 잠시 쳐다보던 카프멘이 '이모트의 애인이 이모나의 눈에 띄면 살해당하는데 황후 폐하께서는 그렇게 못 하시냐'고 묻는다. 이에 " 동대제국에선 황후라고 해도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일 수 없고, 그렇게 하면 재판에 회부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카프멘은 " 자기 스프도 못 찾아 먹는 건 미련한 짓이다"[42]라고 팩폭을 날리며 라스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걸 비판한다. 륍트에는 륍트만의 법이 있듯 동대제국에는 동대제국만의 법이 있고, 동대제국에서 황제의 정부는 법적으로 승인된 일인데 황후가 무작정 정부를 살해한다면 폐위되는 건 물론이고 감옥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걸 상기하면서도 속으로 "그렇게 해서 결국 내게 남는 게 뭐냐. 잠깐의 통쾌함을 위해서 라스타를 죽이기 위해 내 인생을 걸어야하냐."라고 매우 불쾌해한다. 카프멘은 그 자리에서 가버리고, 그는 자신을 한심하다 여긴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부를 들인 건 소비에슈이고, 정부가 된 건 라스타인데 왜 내가 한심한 여자가 되어버리는거냐'고 재차 불쾌해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찾다가 뒤에 서 있는 하인리와 만난다. 잠시 얘기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말에 그가 자신을 도와주었던 일을 떠올려 괜찮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지나가던 하인에게 샴페인 잔 두 개를 집어든 후 사방이 탁 트인 곳을 가리키고, 함께 그 장소로 간다. 사람들이 자신이 하인리의 곁에 있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자 의외로 속이 깊은 남자라고 감탄한다. 하인리는 샴페인 잔을 만지작거린채 마시지 않자, 잠시 말을 기다린다. 이윽고 하인리는 자신이 쓴 편지를 읽어보았다고 말한다. 놀라서 자신이 편지 상대란 걸 알고 있었냐고 물으며 속으로 어떻게 자신이 편지 상대임을 아는지 궁금해한다.

하인리는 라스타와 그녀의 하녀인 체리니가 편지의 초반부만 알고 있지 뒷부분은 모른다는 점, 누군가가 편지 내용을 알려줬을 거라 생각해 조사해보니 자신의 시녀인 베르디 자작부인이 자신에게서 라스타에게로 배속을 옮겼다는 점으로 자신이 편지 상대임을 알았다고 대답한다. 저렇게 추리해내서 알아낸거냐고 수긍하면서도, 그렇다 해도 놀랍긴 마찬가지이고, 하인리에 대한 소문은 부정적인 것뿐인데 머리가 좋단 말은 들어본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내, 무척 영민하다고 생각해 살짝 웃으면서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인리는 시무룩해한다. 자신이 편지 상대여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닐거라며,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말을 안 했을 것이고 아예 모른 척 넘어가는 게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덜 민망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얼굴이냐고 의아해해 표정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한숨을 쉬며 '내게 가장 편한 친구라 생각한 분이 현실에서는 모른 척하자는데 어떻게 좋을 수가 있냐'고 시무룩해하고, 그렇게 냉랭하게 표현하진 않았다고 당황한다. 울적해보이는 표정을 보고 샴페인을 마저 마시라고 손짓하지만 하인리는 "난 말을 편히 나눌 친구가 없다. 겉보기엔 나는 인기가 많고, 친구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내가 외롭지 않을거라 생각하면 그건 편견이고 사실 난 매우 외롭다.", "난 친구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좋은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서왕국의 유력한 왕위계승자로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고, 늘 사람들을 의식해야 한다."라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속으로 자신과 너무 비슷한 말이라며, 이건 마치 퀸이 자신의 말을 듣고서 하인리에게 전해준 것 같다고 놀란다. 계속해서 하인리는 '이건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 어떻게 개선할 방도가 없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말에 자신만 생각하던 게 아니라며 그는 평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다고 여겼는데 나름 의식해서 행동한거라고 여겨 재차 놀란다.

하인리는 "그래서 '하인리 왕자', ' 서왕국의 제1 왕위계승권자'가 아닌 나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와 생각없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긴 대화가 아닌 시덥지 않은 말장난을 주고 받는 상대가 있다는 게 기뻤다."라고 여전히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말에 자신도 일찍부터 황태자비로 낙점되어 황궁을 드나들었기에 이 정도로 속내를 털어놓은 건 하인리가 처음이라며, 옆에 좋은 사람, 착한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과 '내 속내를 온전히 다 보여도 괜찮은 사람'이 같은 뜻이 아니라며 수긍한다. 하인리는 '황후 폐하는 내 위치를 꺼리거나 불편해하며 대하지 않을 위치에 있다'며 자신이 편지 상대인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이 말에 미안해하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우린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대답해 하인리를 위로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한숨을 내쉬다가도 '친구가 될 수 있는데 꼭 이렇게 매정하게끊어야하냐'며 묻는 것 같은 표정을 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말해보지만, 하인리는 꼭 편지만 주고받아야하냐고 묻는다. 편지만 주고받아도 즐거웠다고 대답했으나, 하인리는 편지를 벗어나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난 폐하를 대신해 '소비에슈 개새끼'라고 말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자신에게 속삭이며 연속으로 " 소비에슈 개새끼"라고 말하는 하인리의 모습에 당황해하면서도 웃음을 참으려 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웃긴 거 참는 것만큼 웃긴 건 없는데 그냥 웃고 싶으면 마음껏 웃어라'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마음껏 못 웃으니 마음 아프다고 말한다. 당황해 미간을 찡그리고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비밀 편지 상대인 것과 속내를 털어놓는 편지 친구란 것을 비밀로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우리가 친구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우리가 친구인 것은 황후 폐하도 알고 새 '퀸'도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오다가 만났을 때 날 모른 척하지 말아달라. 둘만 있을 때 날 피하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한다. 이를 수긍하고 하인리와 친구가 된다.

귀부인들은 편지 사건 이후 하인리가 편지 상대를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수근거린다. 하인리가 가끔씩 자신 쪽을 보며 웃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하인리는 라스타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는 화대륙과 마법으로 넘어가지만, 카프멘도 입을 열지 않아 이야기는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한편 대연회장에서는 라스타의 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와 마주치고,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가 자신의 영지 내 노예라고 증언하여 라스타가 도망 노예였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이를 전하기 위해 기사단장은 소비에슈를 찾아와 잠시 대연회장으로 가봐야할 것 같다고 권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기사단장에게로 몰린다. 소비에슈는 왜 그러냐고 묻지만 기사단장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이에 말하기 어려운 일임을 눈치챈다. 소비에슈 역시 눈치챈 것인지 기사단장을 따라간다. 자신도 따라가는 게 나을까 싶은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필요한 일이라면 기사단장이 자신도 불렀을 것이고, 라스타에 대한 일로 불렀다면 나설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귀빈들과 연회를 즐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마지막 날이기에 이후 있을 일을 점검도 할 겸 로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연회장으로 가지만 매우 시끄러운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한다. 자신에게 달려온 로라는 그 일 들으셨냐고 묻는다. 무슨 재밌는 일이라도 있었냐며, 자신은 계속 붉은 장미의 방에 있다 와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묻는다. 로라가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다고 말하자 대화하기 적당한 위치로 간다. 이윽고 로라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더니 라스타가 도망 노예란 소문이 돌았던 걸 기억하냐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라스타는 도망 노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반문하면서도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이야기를 퍼트린 자에게는 벌을 내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를 꺼내도 되냐고 우려한다.

로라는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았으며, 신년제에 처음 참석한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를 알아보았다는 것, 림웰 자작가에 속한 노예였는데 도망친 것, 소비에슈가 있었다면 말렸겠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고, 로테슈 자작은 라스타에 대한 소문도 라스타의 출신에 대한 함구령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대놓고 라스타가 자기 노예였단 사실을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도 라스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들 로테슈 자작의 말이 맞다고 생각할거라며, 라스타의 얼굴에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가득 했다고 말하고는, 낄낄 웃으면서 라스타에게 잘 보이겠다며 다가간 귀족들 모두 그 꼴을 다 봤다고 고소해한다. 라스타는 기절해서 랑트 남작이 침실로 데리고 갔고 로테슈 자작은 근위기사단장이 와서 데려 갔다고 전해듣고, 그 일 때문에 기사단장이 소비에슈를 부르러 갔음을 눈치챈다.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았고, 이를 폭로한 게 다름아닌 전 주인이였다는 사실에 소비에슈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 소문을 퍼트린게 자신이냐며 트집을 잡았을 때를 떠올려, 통쾌해하면서도 찝찝해한다.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나서지 않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사실을 소비에슈가 과연 몰랐겠냐며, 설령 도망 노예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들 라스타를 사랑하지 않게 될 리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에슈는 애초에 라스타의 가여운 모습에 보호본능을 자극받아 궁에 데려온 것이였고, 그때 첫 눈에 반한건지 이후 그녀의 매력에 빠진건지는 자신이나 소비에슈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첫 계기는 그랬다며, 라스타가 평민 출신이든 도망 노예 출신이든 여전히 사랑할거고, 비웃음 속에서 보호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엮이고 싶지 않다고 여긴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 서궁으로 돌아가 시녀들에게도 휴식을 권한다. 하지만 목욕을 하려던 순간 소비에슈가 보낸 근위 기사단장이 자신을 찾아온다. 근위 기사단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라스타의 일로 트집을 잡을 것임을 직감한다. 동궁 내 소비에슈의 침실로 가면서 표정 관리를 하려한다.

그러나 라스타가 누운 침대 앞에서 앉아있던 소비에슈는 자신이 오자마자 노려보다가 근위기사단장이 나가자마자 다짜고짜 '내게 할 말 없냐'며 트집부터 잡는다. 왜 불렀냐고 대꾸하지만 소비에슈는 그뿐이냐며 재차 트집을 잡는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궁금하다고 재차 대꾸한다. 소비에슈는 '사태가 이렇게 됐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또 트집을 잡자 '내가 표정 관리를 잘 했나보다'고 생각하고서 미소를 짓는다.

이윽고 소비에슈는 다짜고짜 "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것이 들통난 게 그리도 좋냐?"며 자신의 탓으로 몰아간다.[43] '내게 화풀이하면 화가 풀리냐'고 대꾸했으나, 소비에슈는 되려 자신을 질책한다. 라스타에 대한 일은 들었다며, 기분상할 일일 줄은 알지만 자신에게 화풀이할 일이 아니라고 일갈했으나, 소비에슈는 지금 화풀이하려 부른 것 같냐는 억지를 부린다. 재차 왜 불렀냐고 대꾸하면서도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화풀이하러 부른 게 아니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잠든 라스타를 바라보던 소비에슈는 한참 후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걸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냐'며 처음 한 트집을 그대로 잡는다. 어이없어해 또 그 이야기냐고 대꾸했으나 '황후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다 가지고 황후의 자리까지 올랐는데[44] 비해 라스타는 기억에도 없는 부모 때문에 노예가 되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다가 이제야 나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의 것을 가지게 되었다'며 트집을 잡는다. 속으로 '내 남편을 가져갔잖냐'고 재차 어이없어하면서도 '내가 라스타를 동정하길 바라냐고 묻고 싶냐'는 말은 자존심이 상해서 하고 싶지 않아한다. 말없이 쳐다보면서 속으로 '라스타의 입장이 난처해지니 나더러 챙겨주라는거냐'고 어이없어한다. 소비에슈는 " 곱게 자란 황후가 라스타를 이해하는 것까진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있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트집을 잡는다. 재차 어이없어했으나, 소비에슈는 " 황후가 여기저기서 그렇게 발휘하는 동정심을 왜 라스타에게는 발휘하지 않는거냐!"라고 고함을 치며 씩씩거리고서 의자에 앉는다.

바로 그 때 라스타는 앓는 소리를 내고, 소비에슈는 직전까지 자신을 모욕해놓고서 라스타의 손을 잡아준다. 분노해 " 라스타는 폐하의 정부이니 폐하께서 챙기시라. 내 관할이 아니니 챙기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대꾸했으나 소비에슈는 되려 누가 챙기라 했냐며, 챙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라스타를 좀 내버려두라며 억지를 부린다. 더욱 어이없어해 자신이 라스타를 건드린 적이 있냐고 따졌으나 소비에슈는 " 전 날도 생판 남인 하인리 왕자 앞에서 라스타를 모욕했는데 당연히 라스타를 편 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른다면 당연히 라스타의 편을 들어줘야했다."라고 트집을 잡는다. 말했다싶이 자신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고 있고 그래서 하인리 왕자의 편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대꾸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거짓말이라도 했단거냐'고 억지를 부린다. 이에 " 라스타 양의 결백한 성품을 믿는 건 폐하시다."라고 대꾸하지만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로테슈 자작이 만난 일을 트집 잡는다. 자신은 라스타와 한 마디 말도 나눈 적이 없단 걸 알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소비에슈는 되려 " 라스타와 말은 나눈 적이 없지만, 뒤에서 로테슈 자작을 불러왔다"고 대놓고 자신을 모함한다.

이제는 대놓고 모함까지 하는 것에 매우 분노해 소비에슈를 노려본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도망 노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로테슈 자작을 불러온 것'이라고 재차 대놓고 자신을 모함한다. " 내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렇게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는 걸 알리고 싶었냐? 사람들이 라스타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게 그렇게도 아니꼬왔냐?"라며 모욕하는 건 덤. 재차 기가막혀해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질책했으나, 소비에슈는 한 술 더 떠서 '신년제 손님들을 초대하는 것은 황후의 역할이니, 일부러 로테슈 자작을 초대한 것'이라는 억지까지 부린다. 신년제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낸 건 라스타가 황궁에 오기 몆 주 전이였다고 지적하지만, 소비에슈는 아예 로테슈 자작은 중요한 귀빈도 아니니, 생각이 있었다면 못 오게 할 수 있지 않냐[45]며 생떼를 잡기까지 한다. " 전에도 말했듯이 난 라스타에 대해서 하나 하나 챙길만큼 관심이 없었고, 폐하도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아니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로테슈 자작에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황궁에 오지 말라[46]고 편지를 보냈어한단거냐"고 분노를 표출한다. 자신은 라스타가 도망 노예인 줄도 모르고 있었고,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데려왔을 때 자신은 로테슈 자작의 영지가 소비에슈의 사냥터 근처에 있단 이야기를 시녀들에게 들은 게 전부인데, 림웰 지방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고 설령 자신이 림웰 지방을 계속해서 기억한다 한들 라스타가 평민이라면 로테슈 자작이 오더라도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고, 딱 한 번 스쳐 지나가듯 들었는데다 소비에슈가 절대 아니라고 부정한 걸, 이런저런 가능성을 자신이 생각했어야했냐고 매우 기가막혀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아예 배려심이 있다면 해야 했다며 생떼까지 부린다. 이에 대해 " 폐하께서 직접 했으면 되는 일이었고, 라스타를 지극히 아끼시던 폐하께서도 생각못한 일을 로테슈 자작의 노예인지도 몰랐던 내가 그런 것을 챙길 거라고 기대하냐"고 팩폭을 날리지만, 소비에슈는 " 매정하다"고 매우 무례하게 모욕을 가하며 끝까지 자신이 로테슈 자작을 불렀다고 의심하기까지 한다. 아예 한 술 더 떠서 자신을 "평생을 가엾게 살아온 라스타가 어깨를 펴는 꼴은 보기 싫고 자기 손을 더럽히는 것도 싫어 남의 손을 빌린 무서운 여자"라고 매도하기까지 하는 건 덤.

소비에슈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 후, 복도를 걸어가다가 서궁에 도착한다. 과거의 소비에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도[47] 매번 라스타의 일에만 막무가내로 나오며, 사사건건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탓을 하고, 자신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을 매도하기까지 하는 소비에슈에게 실망한다.

착잡해하며 복도를 하염없이 걷던 도중, 하인리와 마주친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고서 미소를 지으며 산책 중이였냐고 질문해 억지로 밝은 척 하인리를 대하나, 하인리가 자신의 얼굴을 집요하게 살피자 고개를 돌린다. 하인리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을 살며시 올려 자신의 손 근처에 어색하게 띄워 '난 내 친구들이 가슴 아파할 때 얼굴도 쓸어주고 안아주기도 하는데, 그대도 내 친구니까 그렇게 해도 되냐'고 자신을 위로한다. 하인리는 '혹시 그대의 남편 그대를 모욕하였냐'고 질문한다. 이를 의아해해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지만 그냥 그런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사적인 일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하인리는 '내가 5년 정도만 일찍 태어나서 (소비에슈 황제보다)황후 폐하를 먼저 만났어야 했다'고 씩씩거린다. 이에 자신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고 의아해한다. 하인리는 을 자신의 방으로 보내주겠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대답을 보내면서도 하인리를 끌어안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지만 퀸이라면 괜찮다며, 온기를 부쩍 그리워해 퀸은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하인리가 방에 가서 퀸을 보내겠다고 말하자 하인리와 퀸을 함께 봐도 괜찮다는 의견을 피력함과 동시에 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물론 그럴 수는 없으므로, 하인리는 당황해해 퀸이 좀 바쁘고 쑥스러움이 많아서 둘이 같이 보면 부끄러워할거라고 거절한다. 시녀들 틈에서 잘 노는 퀸이 부끄러워하냐고 떨떠름해해 쳐다보지만 하인리는 얼굴이 붉어진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함께 퀸을 보고 싶지 않은 것 같으며, 하인리가 자신의 방에 오거나 자신이 하인리의 방에 가는 것도 좀 그렇고, 퀸을 데려다가 밤의 정원에서 둘이 노는 것도 곤란하다 여기고, 무리한 요구를 했냐고 묻는다. 끙 하는 소리를 내던 하인리는 퀸에 대해 뭘 물어보려했냐고 묻는다. 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하인리에게 퀸이 좋아하는 것을 묻는다. '을 좋아한다'고 말한 하인리의 얼굴이 새빨개지자 새를 사람처럼 표현하는 게 유치하다 여기냐고 의아해하면서도 그런 하인리가 귀엽다고 여기고, 퀸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말한다. 꼭 퀸에게 전하겠다는대답에 퀸이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본다. 하지만 하인리는 당황해한다. 올 때 보통 물을 챙겨줬는데 그래도 먹을 것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하인리는 퀸은 자신이 주는건 모두 다 잘 먹는다고 얼버무리고, 좀 더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거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퀸은 착한 새여서 무엇이든 잘 먹는다고 얼버무리고서 입술을 악물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퀸이 편식이 심한 건지 장난친다고 저렇게 대답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하인리가 퀸을 보내겠다고 말하자마자 사라지는 바람에 퀸의 취향에 더 묻지 못한다.

하인리와의 산책을 끝낸 후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을 위해 자기 방의 창문을 열어놓고, 아르티나 경에게 새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 아르티나 경으로부터 새들은 애벌레같은 벌레를 좋아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하인리의 비위가 염려되는 답변을 듣는다. 이에 놀라하다 퀸에게 좋아할만한 음식을 주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호위이기에 아르티나 경도 퀸을 알고 있었던지라 퀸은 덩치가 크니 큰 벌레가 좋겠다며, 전서조들에게 주기 위해 모아둔 애벌레들이 좀 있으니 가져다주겠다고 말한다. 접시 째 줘도 알아서 먹겠지만 자기가 구한 먹이가 아니라 의심스러워한다면 핀셋으로 집어 주어도 된다고 말하는 건 덤. 일단 수긍은 했으나 잠시 곤란해한다. 이내, 전서조를 위한 애벌레들을 준비시킨다.

잠시 후 아르티나 경은 전서조용 애벌레가 담긴 나무 접시를 가져와 책상 앞에 내려놓고서 괜찮겠냐고 묻는다. 억지로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르티나경은 나가자마자 바로 떨어지고, 본인도 기겁해해 퀸이 저걸 먹겠냐고 생각한다.

잠시 후 이 방에 찾아와 한 바퀴를 뽐내며 날면서 자신을 힐금거리고, '나 보고 있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퀸이 얼른 비행을 끝낸 후 무릎 옆에 착지해 앉자, '우리 퀸은 정말 멋지다'며 칭찬한다. 퀸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한쪽 날개를 번쩍 들어올리자 좀 무섭긴 했지만 벌레를 주려고 한 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퀸에게 주고 싶어서 먹을 걸 준비했다며, 퀸의 주인은 아무거나 잘 먹는다는데 자신의 생각엔 거짓말 같다며, 퀸처럼 커다랗고 멋진 새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한다. 이 말에 퀸이 기대되는 듯 머리를 까닥거리자 퀸을 안고서 애벌레가 담긴 접시 앞에 내려놓는다.

그러나 퀸은 흠칫해 뒷걸음질만 칠 뿐 먹으려들지 않는다. 아르티나 경의 말을 떠올려, 핀셋으로 애벌레를 집어 퀸에게 먹이려하지만 퀸은 재차 뒷걸음 치며 먹으려들지 않는다. 다시 애벌레들을 먹이려하지만 그 순간 애벌레가 퀸의 머리에 떨어지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불쌍한 하인리 퀸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털어내고서 창문 너머로 도망가자 얼떨떨해한다. 혹시 먹이면 안 되는 종류의 벌레였냐며, 종이 다르면 새 먹이도 다른거냐고 고민하면서 정신줄을 놓고 도망친 퀸을 밤새 걱정한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하인리를 찾으러 나서지만, 서궁을 나서자마자 하인리 왕자를 발견한다. 자신을 발견한 하인리가 퀸은 절대 생식을 하지 않는다고 인사마저 생략하고 말해주자, 익힌 벌레를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오 신이시여 당연히 하인리는 기겁해해 퀸은 벌레를 아예 먹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1] 황제 대 황후로 지낸 시간만 따지면 약 3년이지만, 약혼부터 따지자면 거의 20년, 면식이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거의 일평생 수준이다. [2] 그도 그럴게 나비에의 시녀들은 대부분 내로라하는 고위 귀족 가문의 귀부인이나 영애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비에의 시녀들 입장에선 '하인' 취급을 당한거나 다름없는, 매우 엄청 굴욕을 당한데다 라스타는 도망 노예였기에 치욕 그 자체였다. [3]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동대제국 사교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며, 데뷔당트 이후로 40세가 된 현 시점까지도 20년을 넘도록 동대제국 사교계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어 "사교계의 나비"로 불린다고 한다. [4] 동대제국은 황제와 황후의 궁인 동궁과 서궁의 위치가 정반대로 떨어져서 위치해있는데, 이는 "황제와 황후가 양 옆에서 나라를 지탱한다"는 뜻으로 배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일찌감치 퇴색된지 오래이고, 실상은 황제와 황후가 자기 정부를 자신의 궁에서 데리고 살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5] 소비에슈와의 결혼 전 날 '나중에 소비에슈가 정부를 들이더라도 너는 간섭하지 말라', '역대 황제들 중 정부가 없는 황제는 한 명도 없고, 명군이라던 오시스 2세조차 정부가 20명이였으니 그 일로 화를 내봤자 너만 손해다', '(만약 소비에슈에게 정부가 생긴다면) 그럴 땐 네가 해야 할 일은 소비에슈보다 젊고 아름답고 건강한 남자를 정부로 만드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후에 나비에는 정부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말한 조건에 맞는 남자와 재혼한다. [6] 부부가 서로 정부를 들이며 맞바람을 피운다는 말을 평민들이 들으면 '이건 무슨 막장 연극이냐'고 경악하겠지만 사실 정략결혼이 넘쳐나는 귀족 사회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물론 후계권을 가지고 호적에 올라갈 수 있는 아이는 정식으로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뿐으로, 신전에 가면 아이가 누구의 핏줄인지는 한 시간만에 알려준다고 한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남편이 부인을 사랑한다거나 부인이 남편을 사랑할 때로, 상대 쪽은 정부를 만들고 싶은데 남편이나 부인이 이를 견디지 못할 때 치정극이 벌어진다고. [7] 현 엘리자 백작과 엘리자 백작부인은 정략결혼이 당연시되는 귀족들 사이에서도 드물게 연애결혼을 한 사례로, 부부의 금슬이 매우 좋다고 한다. [8] 노예라고 해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연좌제로 노예가 되어버린 성실한 이들의 기준이고, 매년 일정 수의 노예를 평민 신분으로 복권해주지만 절대로 복권해주지 않는 게 도망 노예라고 한다. 이유는 노예가 되었다는 건 본인 혹은 본인의 윗대에서 종신형 급의 죄를 지었다는 것인데, 도망 노예는 그 값을 치르지 않고 탈출해 버렸으니 탈옥수나 다름없다고 여겨 괘씸죄가 추가된다고. 그런 탓에 도망 노예 출신 꼬리표는 귀족들 사회에서 가장 최악이라고 한다. [9] 이는 '나비에가 반박할수록 로라의 벌을 늘리겠다'는 사실상 무언의 협박이였다. [10]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지금 소비에슈는 황제라는 작자가 황후와, 황후의 시녀이자 고위 귀족인 후작가의 영애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도망 노예만도 못한 취급을 한 것이다. 당연히 나비에에게는 황후로서 본인의 시녀이자 후작 영애인 로라를 보호해줄 수 있는 권력이 있었다. 애초에 이딴 개막장짓을 하는 군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막말로 당장 나비에가 탈리탈 후작가를 비롯한 동대제국의 모든 귀족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소비에슈를 폐위시켜도 할 말 없는 일이였다. [11] 그도 그럴게 라스타는 '예비 정부'라는 소문이 돌고 있을 뿐, 엄연히 황궁에 임시로 머물고 있는 손님에 불과했으며, 도망 노예 신분이였다. 반면 로라는 동대제국의 고위 귀족인 탈리탈 후작가의 영애이자 황후의 시녀 신분이였기에 이러한 소비에슈의 행동은 로라 입장에서는 치욕 그 자체였다. 여기서 소비에슈의 의도가 드러나는데 자신이 총애하는 여자를 '더럽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탈리탈 후작 영애이자 황후의 시녀인 로라를 사교계에서 완전히 망신시키겠다는 뜻이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에슈는 이런 개막장짓을 로라의 상전인 나비에가 보는 앞에서 했다는 것이다. 즉, 소비에슈는 로라에 이어 나비에까지 대놓고 망신시킨 것이다. 당연히 나비에 입장에서도 치욕 그 자체다. [12]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신년제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나비에는 신년제 준비 및 각종 업무로 바쁜데 소비에슈는 일을 하기는커녕 정부를 들였기 때문이다. [13] 황제의 정부는 황족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정부의 소생은 황자나 황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정부의 소생에게 가장 잘 풀리는 인생은 총애를 받아 승계권이 없는 대공이나 공작 작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정부가 아이를 낳았다거나 낳을 가능성이 사라지는건 아니라고. 그래서 정부가 될 때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지만 작은 연회를 열어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14] 황후가 황제의 정부에게 선물을 준 사례는 총 세 가지로, 정부가 여럿일 때 기존의 정부가 지나치게 권력을 쌓아가는걸 견제하기 위함일 때, 정부가 황후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고위 귀족일 때, 정부가 황후와 같은 집안이나 같은 계파 사람일 때였다고 한다. 당연히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라스타에게는 선물을 줄 필요가 없는 것. [15] 서왕국은 말만 왕국이지, 사실상 동대제국과 맞먹는 국력과 대륙에서 제일 가는 부를 소유한 강대국이였다. [16] 릴테앙 대공은 소비에슈의 삼촌 뻘로 소비에슈와 나이가 2살 많다고 하며 아들 셰를과 더불어 가장 높은 황위계승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릴테앙 대공은 본인이 황제 자리에 관심이 없다지만 권력욕은 많아서 나비에가 황후가 된 이후 자주 뇌물을 보내며 이런저런 청탁을 한다고. [17] 당연하지만 엄청나게 예의없는 짓이다. 라스타의 입장에서라면 몰라도 나비에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기 남편에게 '합법적으로'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거기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야하는 라스타의 인성이 영 좋지 않은 것은 덤이다. [18] 당연하지만 황제의 정부는 단순한 내연녀에 불과하다. 정부는 단순한 계약 관계지 부부관계가 아닌데다가 황실 족보에 오르지 못한다. 참고로 동양 왕실에서 국왕과 공식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는 후궁조차도 정실인 왕비와는 상하관계가 엄격하게 지켜졌다. [19]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황제라고 할지언정 황후에게 정부의 시녀를 구하라는 등의 부당한 요구는 할 수가 없다. [20]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도망 노예인 라스타의 시녀를 하게 된다는 건 귀족들, 특히나 고위 귀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매우 중대한 모욕이고, 수치 그 자체다. [21]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조언 겸 충고로 '서궁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라스타와 그녀의 하녀들이 이를 씹고서 멋대로 서궁에 온 것. [22] 선대 황제 오시스 3세는 수많은 정부를 두어 선대 황후의 속을 썩혔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총애한 정부는 소피아 백작부인이였다고. [23] 하인리 왕자는 현 서왕국의 국왕 워턴 3세의 동생이자 선대 국왕의 차남으로 워턴 3세가 왕비 크리스타는 물론 공식 정부 3명 어느 누구에게도 아이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여전히 제 1왕위계승자라고 한다. 현 서왕국의 왕 워턴 3세가 불임일거란 소문이 자자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하인리 왕자가 다음 대 왕위에 오를거라고. [24] 바람둥이라더라, 성격이 포악하더라, 굉장한 미남이라더라, 웃으면서 사람을 죽일 인물이라더라, 현재 서왕국의 국왕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게 아니라 가지는 족족 없애는거라더라, 웃으면서 뒤통수를 친다더라 등. [25] 신년제에 초대받아 오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신분이나 업적을 이룬 이들, 혹은 이루리라 기대되는 이들이며 그 중에서도 마지막 날에 열리는 특별 연회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람들만을 초대하는데 황제와 황후가 각각 10명씩만을 초대한다고 한다. [26] 원래 정부가 신년제에 참석하는 경우는 정부가 아니더라도 신년제에 참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가 대다수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이 낮은 정부들 둔 역대 황제들은 자기 정부를 귀족과 위장결혼시켜 신분을 높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조차도 하지 않은채 라스타를 신년제에 참석시킨 것. [27] 황후인 나비에에게 첫 춤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인 소비에슈 뿐이고,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첫 춤을 추니, 나비에는 자연스럽게 첫 곡에 춤을 출 수 없게 된다. [28] 춤 신청을 거절할 수 있는 건 신청자가 여럿이고 이미 여러 번 춘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29] 웹툰 버전에서는 방에 돌아가는 도중에 하인리를 만나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방에 돌아가는 것으로 내용이 살짝 바뀌었다. [30] 웹툰 버전에서는 우는 것으로 연출이 바뀌었다. 다만, 소리내어 우는 것은 아니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것에 가깝다. [31] 이 비단은 작품 초반, 릴테앙 대공에 의해 나비에에게 진상되었다가 반환된 옷감이다. 각종 욕심이 많은 릴테앙 대공이 나비에를 회유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자 상대적으로 회유하기 쉬운 라스타 쪽에 달라붙은 것. [32] 아예 베르디 자작부인이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기에 자기 편이 아니진 않았을까 의심까지 한다. 참고로, 아이러니하게도 베르디 자작부인은 나비에의 시녀들 중 라스타의 출신을 두고 가장 비웃던 사람이었다. [33] 서즈 공주의 고국인 남왕국에는 정부 제도가 없다고 한다. [34] 이때 약간의 설정 오류가 있는데, 신년제의 첫 날(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무시한 채 라스타와 첫 춤을 춘 날) 이후로 며칠이 흐른 후 이 문단에서 설명하는 이벤트가 일어난 것처럼 묘사하지만, 막상 해당 이벤트가 벌어진 바로 다음날이 신년제 3일째라는 언급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신년제의 둘쨋날 아침에 하인리가 자신의 편지 친구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고, 나비에가 베르디 자작부인이 라스타의 배속으로 옮긴 것을 목격하고, 라스타가 베르디 자작부인에게서 나비에와 하인리의 편지에 대해 듣고, 체리니를 하인리의 방에 보내고, 그 후 열린 연회에서 체리니가 가짜 편지 상대였다는 것이 모두 밝혀져야한다. 하인리가 신년제 둘쨋날 아침에 퍼트린 소문이 거짓된 결과로 나비에 귀에 들어간 것이 그날 점심이라고 치면, 라스타는 불과 몇 시간만에 베르디 자작부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후 자신의 하녀를 사기극에 밀어넣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모든 사건이 황궁 안에서 일어났다고 하지만, 1초만에 소식을 전달해주는 SNS같은 것도 없는 세계관에서 이렇게 일이 빨리 흘러가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신년제 셋쨋날의 연회가 저녁께에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신년제의 첫쨋날과 셋쨋날 사이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끼게 된다. [35] 라스타가 한 건 단순히 배웅을 한 게 아닌,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와 맞먹으려고 시도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즉, 라스타를 황족모독죄로 처벌하는 것이 맞다. [36] 정작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라스타더러 도망노예라고 하자 산통을 깨놓으면서까지 아니라고 우겼다. 남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면서도, 자기 편의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고 욕을 먹는 것은 절대 볼 수 없다는 그의 태도가 아이러니하다. 애초에 라스타는 평민이 아니라 도망 노예다 [37]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이 상황에서 손해를 본 것은 명백히 나비에 본인 뿐인데, 한 명은 자기가 이 사건의 피해자인 양 굴고 있고, 이 사건의 원흉은 그런 피해자 코스플레이어에게 사과를 하고 앉아있으니, 충분히 어이없고 화가 날 만 하다. 이때 나비에는 소비에슈를 상대로 작중 최초로 반말을 하는데, 나비에가 얼마나 대외적으로 황후로서의 이미지를 철저히 지키는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난 듯 하다. [38] 혹시 이웃 나라가 동대제국에 전쟁이라도 선포했는지, 외국 귀빈들 중 한 명이 동대제국에 불만을 제기하였는지, 외국 귀빈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동대제국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돌연 불참을 선언한 사람이 있는지. [39]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황제 혹은 황후의 초대를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는데, 총 참석 인원이 22명에 불과하고 황제와 황후가 각각 10명 씩 초대할 수 있다. 때문에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다. 작중 나온 특별 연회 참석자들의 스펙을 읊자면 동대제국에 맞먹는 왕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왕자, 자신의 데뷔탕트 이래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교계의 최정상에 군림해온 사교계의 나비, 무역 요충지의 대공이자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등 나비에와의 사적인 관계를 빼놓고 봐도 동대제국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들 뿐이다. 여기에 고작 황제의 정부일 뿐인 라스타가 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군다나 라스타의 실제 신분이 한낱 도망 노예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40] 소비에슈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나비에와의 친분 때문에 나비에가 사적으로 초대했다고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상술했든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대제국 사교계의 최정상에 군림해 온, 동대제국의 사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소비에슈가 사적인 이유로 글도 제대로 못 읽는 도망 노예를 주요 인사들만 참석하는 곳에 억지로 끼워넣으려고 하고 있다. [41]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위해 자기 손님 명단 중 한 자리 빼고 라스타를 넣으면 황제가 정부에게 빠져 귀빈들을 홀대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것은 국제 정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책임과 비난은 오롯이 소비에슈가 지게 되지만 나비에가 자기 손님을 빼고 라스타를 참가시키면 사람들은 나비에가 라스타와 소비에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나비에를 비난할 것이다. 소비에슈는 그것을 계산하고 나비에에게 '네 손님 명단에서 한 사람 빼고 라스타를 넣으라'는 강요를 한 것. 사실상 나비에를 만만하게 보고 자신이 욕 먹기는 싫으니 나비에에게 자기 대신 욕 먹으라고 강요한 꼴이다. [42] 사실 카프멘 대공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게 나비에는 황후로서 방자한 정부를 벌해야함에도, 오히려 라스타를 통제하지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43] 신년제의 초대장은 소비에슈 라스타를 황궁에 데려오기 몇 주 전에 이미 전부 배송된 상태여서 이미 배송된 초대장을 무효로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도 라스타의 대외적인 신분이 평민이고, 그녀가 도망 노예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로테슈 자작더러 돌연 신년제에 참석하지 말라고 하면 이는 라스타가 림웰 영지의 도망 노예였음을 자폭하는 상황이다. [44]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되어주는 근거. 나비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차기 황후로 낙점되었기에,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부터 각종 기본적인 귀족 사회의 교육은 물론, 차기 황후로서의 교육까지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비에는 또래라면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마음껏 뛰어 놀거나, 음식을 마음껏 먹는 일 등) 포기해야만 했고, 나비에 본인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때 '나는 황후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물론 나비에가 여태껏 부족함 없이 살아온 것은 맞지만, 어린시절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너무나 많기에 고생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45] 랑트 남작의 언급에 의하면 신년제에는 중요한 귀빈외에도 시골 영주나 작은 영지를 가진 귀족도 초대하며, 몇 년째 초대받지 못할 경우 고립되는 걸 막기 위해 초대장을 보낸다고 한다. [46] 나비에의 말대로 이미 소비에슈는 '라스타는 도망 노예가 아니다'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고, 아예 대놓고 라스타의 출신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린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로테슈 자작을 억지로 못 오게 한다는 건 소비에슈 본인 스스로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가 맞다'고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47] 역대 동대제국 황제들의 치세가 기록된 책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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