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5 14:36:05

협차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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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태동3. 쇠퇴4. 과정
4.1. 탄도 계산법4.2. 거리측정기4.3. 각종 데이터4.4. 방위반4.5. 착탄점과 살포계4.6. 협차와 명중
5. 레이더 사격통제장치6. 완성과 전환7. 지상군 포병, 박격포의 협차사격

1. 개요

협차(夾叉)[1], 영어로는 straddle. 탄착 과정을 통해 탄착군을 적함에 형성시켰을 경우를 뜻하며 협차상태를 뜻하는 명사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전함 포술에서 일제사격의 탄착이 표적의 전후 및 좌우에 걸쳐있는 상태 즉 목표가 일제사격의 탄착군 안에 들어가는 상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2]

전함이 돌아다니던 당시의 일본 해군 용어로 국군의 경우는 전함의 시대가 저문 이후에 건군되었으므로 해당되는 용어는 없으나 비슷한 개념으로 육군 포병포술에서 언급되는 협차가 있으며 적에게 포탄을 명중시키기 위한 탄도 계산 및 수정과정에 대한 용어라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육군과 해군에서 같은 용어의 상세가 달라진 것은 드레드노트급 이후의 전함의 포술상 특징에 의한 것일 뿐이다.

2. 태동

협차사격은 사실상 인류가 뭔가를 던져서 목표를 맞추려고 시도했을때부터 시작되었다. 탄막이나 화망을 연상하면 쉽다.

그러나 본 글에서 설명하는 협차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나타난것은 드레드노트급의 등장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해당 개념은 누구나 인식할 수 있었으나 실행하는데 무수히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기때문에 알고있었어도 쓰지 못했다.

우선, 광학장비가 좋지 못했다. 아무리 멀리 나가는 함포라도 적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발사된 탄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알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함포의 사거리는 광학장비의 시야에 닿는범위로 한정되었다.

두번째로, 그 시절에 자동장전장치 따위가 존재할리 없으니 구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재장전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것이다. 그래서 주포의 재장전 시간을 메우기 위해 다량의 소구경 함포가 채용되어 함포의 구경이 중구난방이었으며 당연히 그 함포들 사이의 사격제원따윈 일치할 리가 없었다.

세번째로, 이러한 현실로 인해 함체에 주포를 더 장착할 공간 따윈 없었으며 주포의 수량이 보통은 4문, 많아야 6문 정도밖에 안되므로 협차를 시도해도 그 효율이 극히 낮았으며 사실상 명중을 기대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전드레드노트급 전함들은 중간포와 소구경포를 쏘며 접근하여 주포로 마무리하는 초근접전에서 서로 난타하는 전열함 시절의 전투방식을 거의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All-Big-Gun 사상을 도입한 드레드노트급의 등장으로 소형포들이 부포로 강등되고 동일구경의 주포를 다량으로 탑재하는 상황이 되자 드디어 협차를 본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된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광학장비의 발전이 빨라지며 더 먼 거리의 적함에도 명중을 기대할 수 있게되자 더 큰 구경의 주포를 더 많이 탑재하는것이 목표가 되었고 이는 거함거포주의 사상으로 강화된다.

이후 협차사격은 사실상 전함같은 주력함의 대구경 주포에만 사용하였다. 연사속도가 빠른 속사포 양용포, 대공포같은 경우에는 기존 방식을 써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구축함의 주포나 전함, 순양함의 부포는 기존의 사격방식을 사용했으며 순양함의 주포도 협차사격을 도입하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소구경에 따른 짧은 사정거리와 준수한 연사속도로 인해 곧 근접전으로 들어가서 기존 방식으로 전투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사용빈도가 적었다. 물론 사용빈도가 적었을뿐 협차는 모든 군함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협차가 성공했다는 것은 표적이 자함 포탄의 탄착군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표적과 자함의 상대위치가 변화하지 않는 한 동일 제원으로 계속 일제사격을 하면 확률적으로 포탄이 적함에 명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맞는 쪽 입장에서 적이 자함에 대하여 협차시켰다는 것은 곧 적탄에 명중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상대에게 먼저 협차될 경우 회피기동을 하게 된다. 육군에서도 155mm포탄의 살상반경은 적어도 50미터 이상으로 잡고있어 점이 아닌 면으로 피해면적을 계산한다.

3. 쇠퇴

현대 해전에서는 다소 의미가 퇴색하는 편인데 우선 해전의 양상이 항공기와 대함 미사일을 중심으로 바뀌고 함포는 보조적인 도구로 격하된게 가장 큰 이유이다. 함포전을 벌일 때도 레이더와 전자화된 사격통제장치를 이용해서 탄착군을 수정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즉 현대에는 육군의 개념에 더 가까워졌다.

협차라는 것은 확률론에 기반한 것으로 명중하지 않고 목표물의 근처에 포탄이 낙하해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해 얼핏보면 상당히 엉성하고 의미없는 개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장거리 포격술, 특히 거친 해상에서 흔들거리면서 고속으로 항진하는 배에서 수십km 떨어져 있으며 역시 고속으로 이동하는 적함을, 대기를 비롯한 환경, 장약의 질, 포신 마모상태 등의 이유로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함포로는 개별적으로 정확하게 조준해서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협차 과정을 통해 탄착군을 적함에 형성시킬 수만 있다면 이후 포탄은 동일 또는 추가적인 보정을 통해 적함 근처에 떨어질 것이고 결국은 명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각 함포의 탄착점을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오차 보정 및 탄착점 수정도 불가능해 진다. 따라서 일제사격(Salvo)를 통해 전체 탄착군을 확인하고 이를 사격통제소에서 단일 제원을 각 함포에 내리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각 함포의 탄착점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존재했으나 실제로 이게 가능하려면 각 포간의 발사 간격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야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화력 손실이 어마어마하게 큰 것은 둘째치고 각 포별로 사격제원을 따로 산출해야한다. 이후 사격 보정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이후 발사도 다른 포와 비슷하게 발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전함 한척에 주포가 많아도 별 의미가 없게된다. 자세한 것은 드레드노트급 참고.

4. 과정

4.1. 탄도 계산법

야마토급 전함으로 예를 들어보자. 일단 야마토급 전함의 주포 최대 사거리는 42km다. 마라톤 코스의 총 길이에 맞먹는 거리이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이 거리에서는 기동중인 해상 표적을 쏴서 맞추지는 못한다. 최대 사거리란 단순히 탄환이 이론상 날아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일 뿐이다. 기관부 피격이나 고장 등으로 멈춰 있는 해상 표적이나, 육상에 대한 화력지원이라면 함에서 직접 조준하지 않고 외부 관측반이 불러주는 좌표 및 수정 요구에 따라 쏴서 맞출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해전에서 전함이 해상 표적에 명중가능한 거리도 만만치 않게 길다. 일반적으로 해상에서 수평선으로 간주하는 거리는 날씨에 따라 18km에서 20km 중반이며 야마토급의 포술지휘소 높이는 50미터이므로 최대 25km정도이다. 그 이상은 아무리 시계가 좋아도 지구가 둥글어서 보이지 않는다. 즉 수평선에 가까운 거리를, 어떨 때는 보이지 않는 목표를 수평선을 넘어서 타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거리에서 움직이는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움직이면서 대포를 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장거리 사격이 얼마나 곤란한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0km에서 길이 200m, 너비 30m 내외의 함선을 맞추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면 4미터 거리에서 2cm×0.3cm 크기의 상자에 모래 한 알보다도 작은 물체를 던져서 맞추는 것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게다가 탄이 수백m/s의 탄속으로 1 ~ 2분간 포물선으로 날아가며 그동안 타겟은 0.5 ~ 1km가량 움직여있다.

여기서 대포와 총의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포와 총은 크기뿐만 아니라 사격통제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전차포와 같이 제한된 사거리에서 관통력만을 위해 탄속을 끌어올린 경우가 아니라면 총에 비해 포는 사거리에 비해 탄속이 느린 편이다.

예를 들면 5.56×45mm NATO 소총탄의 경우 소총에서 포구속도가 약 870m/s 정도되고 유효사거리는 길게잡아도 800m 이내이다. 탄의 감속을 고려하더라도 탄착까지 2초를 넘지 않으며 중력에 의한 탄의 낙하로 인한 포물선 폭은 직사조준기의 사거리별 보정장치만으로 충분히 대응가능하며 그 정도 사거리에서 바람이나 기타 이유로 인한 오차는 크게 잡아도 수cm ~ 십수cm 이상 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목표는 물론이고 사격자의 조준 능력에 의한 오차보다도 작다. 사거리가 좀 더 긴 저격총의 경우라면 좀 더 고려할 사항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범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전함의 주포의 경우 30km 이상의 사거리에 대해 탄속 700~950m/s 정도로 탄착까지 수십초가 걸리며 오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그 크기는 총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총기류의 탄도는 직선에 가까운 미세한 포물선을 그리고 목표 조준도 직선으로 하지만, 대포의 포탄은 포물선을 확실하게 그리면서 날아가므로 간접조준방식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직접조준은 어느정도 범위의 사거리에 대해 발사각에 대한 보정을 하고 이후 조준점을 상하좌우로 맞추는 형태로 조준할 수 있다. 전자가 바로 사거리별로 가늠자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고 후자가 조준과정인 것. 간접조준의 경우는 이렇게 이원화 하는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포 중에도 직사에 특화된 포가 있다. 예를 들어 전차의 주포는 일반적인 야포와는 달리 직선포격이 주 임무며 조준기도 이에 맞춰진다. 그러나 전차의 경우에도 일정거리 이상의 포격은 직선조준이 아닌 편차를 고려하게 된다. 교전 거리가 훨씬 긴 함포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일반적인 대포는 복잡한 포물선의 탄도 계산을 빠른 시간에 계산해야 정확한 명중을 기대할 수 있다. 초기의 시대에는 사람이 감각적으로 거리와 각도를 잡고 사격을 하였지만 근대 함포전에 있어서는 탄도학이라고 하는 과학적 근거로 기초를 둔 탄도 계산법이 활용된다.

4.2. 거리측정기

우선은 표적까지의 거리의 측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측정하는 방법은 인간의 눈의 원리와 같게 좌우에 떨어진 두 눈의 시차에 의해서 대상물의 원근을 파악하는 것. 야먀토(大和)의 경우는 각 포탑에도 예비용 측정기가 있지만, 쌍안의 거리가 15.5미터에 이르는 측거의(測距儀)로 불리는 장치가 함교의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다. 이 물건으로 측정한 수치에 의거해서 전체 주포탑이 일제사격을 하는 것이다.

해당 측거의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좌우의 창으로부터 빛이 입사하면 각각 프리즘으로 반사시켜 한가운데의 중앙 프리즘으로 모은다. 이 때 왼쪽에서 들어간 화상은 상반이 보이고 오른쪽에서 들어간 화상은 하반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위와 아래의 화상은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위상차이라고 하는 현상이다. 이 위상차이를 눈금이 붙은 프리즘으로 이동시켜 화상을 일치시킨다. 이때 읽은 눈금이 목표물과의 거리이다. 현실의 오토포커스를 떠올리면 된다. 이중상 합치식 거리측정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4.3. 각종 데이터

하지만 거리를 측정했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고. 보통 전투중에 고정된 데이터와 전투중에도 변동이 되는 데이터를 모두 감안해야 한다.

일단 완전하지는 않지만 전투시에 상대적으로 고정된 데이터는 대기의 온도, 습도, 풍속, 풍향, 각 포탑의 높이의 수정치, 조준 장치와 포탑과의 거리, 포탄의 종류, 장약의 종류, 양, 온도, 경년 변화의 계수 등이 있고, 좀더 섬세하게 들어가면 사격시의 위도, 경도, 해면에서의 지구의 자전 속도( 정확히는 해면에서의 각속도), 포신의 노후화 등도 고려가 된다.

대기의 온도, 습도등은 함선에 설치된 측정기에서 측정하며 풍속이나 풍항은 함선에 설치된 측정기에서 측정하는 것과 어느 정도 이상의 고도는 풍선을 날려서 측정한 것을 같이 사용한다. 포신의 노후화의 정도는 지금까지 몇 발을 발사하였는가로 측정되는데, 포신은 사격을 반복할 때마다 고압, 고온, 마모에 의해 손상되며 탄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신 역시 정해진 수명이 있었기에 수명이 다하면 새 포신으로 교체하며, 사용중에는 몇 발의 사격을 했는가에 따라서 포신의 마모도를 예상해서 정해진 수치를 넣어줘야 한다.

전투시의 변동 데이터는 자함의 속도, 방향, 표적의 속도, 방향, 파도 등으로 인해서 자함이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각도가 있다.

4.4. 방위반

파일:CktHUbcUkAAb6T6.jpg
94식 방위조준기 도면

고정된 데이터는 보통 전투전에 미리 측정해서 전투시 참고하지만, 변동 데이터는 거리측정기의 상부, 함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격 지휘소에 놓여진 방위반(方位盤) 등의 장치로 측정한다.

방위(方位盤)이라고 하면 평평한 판 모양의 장치를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의 방위반은 한 변이 60cm 정도인 장방형의 기둥과 그 외부에 부착된 잠망경과 같이 생긴 3개의 조준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조준경에는 사수(射手), 선회수(旋回手), 동요수(動揺手)의 3명이 매달리며 각각의 역할은 사수가 상하 조준, 선회수가 좌우조준, 동요수는 자함의 흔들림 각도를 수정하며 각자 자신 옆의 핸들을 조작하면서 십자 형태의 눈금자를 중심으로 표적을 맞추는 것이다. 사냥꾼이 움직이는 짐승을 조준하는 감각으로 비유하면 알기 쉽다. 단지 사냥꾼 혼자서 조준하는 과정을 세 명이 분담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아져 계산된다. 함내발령소(艦内発令所, 구 일본군에서 사격통제실을 이르는 말)의 사격반(射撃盤)에서 이를 계산한 다음 각 포탑 내에 설치된 본침(本針)이라는 이름의 시침(示針)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포탑 내 포수는 핸들을 회전시켜 포탑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추침(追針)을 본침(本針)에 맞춘다. 이 과정에 포탑과 포신의 방향과 각도가 바뀐다. 본침과 추침이 합치되면 포신이 표적의 방향을 정확하게 향한다.

동시에 사수는 측정된 거리에 따라 계산한 각도로 포신의 부앙각을 조절하며, 동요수는 함선이 흔들리는 각도에 따른 오차를 보정하여 조준점이 표적에 합치한 그 순간을 포착해 방아쇠를 당긴다. 단, 조준이 엇나가면 발사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제대로 조준한 상태로 전기 회로가 다 닫힌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장약을 전기점화하여 포탄이 발사된다. 이러한 과정은 함에 설치된 모든 포탑에서 동시에 진행되므로, 동시에 전 포문이 발사되어 일제사격이라 부른다.

다만 동시발사시 포탄들이 비행하면서 기류로 서로에게 영향을 줘서 탄도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포간격 조정장치를 통해 보통 0.01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사하게 되지만 그 정도의 간격은 일제사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일제사격이라고 부른다.

4.5. 착탄점과 살포계

이처럼 면밀한 계산에 의해서 발사되는 포탄이지만 실제로는 일격에 목표물을 가격하는 것은 드물었다. 20km 이상의 장거리 사격에서는 어느 정도의 오차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차 포격후 탄착점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오차 수정치를 보정하여 2차 포격 실시, 2차 보정 그리고 3차 사격...식으로 반복되는데, 바로 이 과정이 협차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일단 협차가 발생하면 그 다음에는 확률적으로 명중탄이 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서너번만에 명중시키면 그걸로도 좋겠지만 이 정도가 광학조준에 의한 사격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야먀토(大和)의 주포 사격은 9문이 일제히 명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9개의 포탄이 동시에 목표를 겨냥해 날아 간다. 그러나 초창기의 다연장 포탑에서는 동시에 발사했을 때 포끼리 발사 압력 간섭등에 의해서 각각의 포탄이 착탄 하는 지점은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분산하게 되며, 이 범위를 살포계(散布界)라고 한다. 당연히 이것은 좁은 것이 좋은데, 예를 들어서 야마토의 초기 살포계는 30km의 거리에서 통상적으로 1km 정도였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살포계지 명중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즉 협차를 하더라도 명중탄이 거의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제사격이라고 하더라도 정확히는 0.01초의 간격을 두고 연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포탄끼리의 간섭현상을 줄여서 살포계를 최대한 좁힌다.

그리고 착탄점과 살포계의 관측은 장거리 사격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선에 적재한 수상기를 날려서 상공으로부터 관측하였다. 아군 함선 근방을 비행하는 수상기나 관측용 소형함정으로부터 약간 왼쪽이라든지 조금 가깝다는 식으로 보고되어 함측에서는 그에 대한 수정 동작을 실시해 보정 사격을 실시하게 된다.

수상기 자체는 실전에서 무방비이기 때문에 제공권을 확보하지 않는 한 운용이 어려웠다. 말 그대로 기체 밑에 플로트가 달린 수상기라 본격적인 공중전은 어려웠고 사용 후 함선 근처로 착수한 후 함선의 크레인을 써서 회수해야 했다. 일반적인 군함에 최소한의 수상기 관련 시설을 설치하면 이용가능했기 때문에 사용하던 장비였으므로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에 남아있던 전함들은 좀 더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헬리콥터를 이용했다.

미군의 경우는 레이더를 이용해 탄착시의 물기둥을 탐지해서 착탄점을 특정하였다.

4.6. 협차와 명중

살포계의 범위내에 표적이 들어가고 있으면 탄착점으로부터 목표물에 대한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목표물 전후에 탄착시켜 오차거리를 좁히는 협차사격을 실시한다. 이때는 착색탄을 사용하여 탄착점의 물기둥(splash)의 색깔로써 9개의 포탄중 어떤 것이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 판정한다. 협차판정이 나면 조준을 유지하면서 차탄을 날려서 확실하게 명중탄이 나도록 한다. 여기까지가 전통적인 협차와 명중 과정이다.

5. 레이더 사격통제장치

미 해군의 기계식 사격통제컴퓨터 훈련 영상. Circa 1953

전간기 전함, 특히 레이더와 사통장치가 충실한 후기형 미군 전함들은 레이더와 연동된 기계식 사격통제컴퓨터를 탑재해 신속한 사격제원을 도출하였으며 화기 관제 레이더의 도입으로 광학으로 관측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목표 추적과 포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야 밖으로 넘어가는 포탄의 탄착점도 관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큰 변화였다.

덤으로 대기권에서의 전파 굴절 현상으로 인해 광학보다도 조금 먼 거리의 목표도 파악 및 측정이 가능해졌다. 수평선 너머라서 잘 안보이는 목표도 수평선에서 10km 정도로 살짝 떨어진 상태라면 레이더로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의 광학장비를 이용한 사격통제장치의 경우에는 날씨가 흐리기만 해도 측정가능한 사정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안개가 끼거나 적함이 연막을 살포하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며 야간에는 탐조등 조명탄을 써도 광학장비로 들어가는 광량이 부족해서 사실상 무쓸모한 존재로 전락하는 약점이 있었다. 차라리 쌍안경을 쓰거나 그냥 맨눈으로 관측하는 견시가 대강 감으로 부정확하게 때려맞추는 게 더 정확할 지경이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레이더 연동사격이 가능하짐에 따라 미국 해군은 특히 악천후나 야간전에서 상대인 일본해군을 상대로 우세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이더가 아직 초창기라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았던 시절인 과달카날 해전에서 워싱턴 기리시마를 상대로 9km 거리에서 첫번째 일제사에 협차를 내고 신나게 두들겨서 격침시킨 것은 레이더 연동사격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같은 해전에서 기리시마는 전함 사우스다코타를 상대로 5km 거리에서 우수한 견시의 도움을 받으며 탐조등과 조명탄까지 사용하면서 117발의 포탄을 날렸지만 명중탄은 2발 뿐이었다.

또한 헤일스톤 작전에 참여한 아이오와급 전함 아이오와가 노와키를 상대로 35000야드(약 32km)에서 협차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또한 레이더가 없었다면 탄착 확인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노와키 쪽 기록에는 협차로 판명될 탄착흔에 대한 기록이 없으나, 견시에 의존하는 구축함이 주변에 떨어지는 포탄을 전부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아이오와와 뉴저지는 레이더로 탄착군을 관측했으므로 미군 자료의 신뢰성이 더 높은 것으로 취급한다. 이는 레이더를 사용하면서 이전까지는 포격이 불가능했거나, 할 수는 있어도 명중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포격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광학 기기에 의존하는 관측보다 레이더 관측이 훨씬 더 유리해진다. 야마토에 장착되었던 15.5미터 광학 측거의는 30km에서 오차가 300m였으나, 비슷한 거리에서 미군의 Mark 8 사격통제 레이더는 오차가 48야드, 약 45m 수준에 불과하다. 25km 밖 초수평선 교전 시에는 야마토가 살포계를 개선했어도 심각한 오차로 제대로 사격을 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도 이 정도 거리면 표적은 레이더로 확인하지만, 일본의 레이더가 심각하게 성능이 저열하기 때문에 탄착확인이 불가능하여 미국이 구사하는 완전한 레이더 관측 사격은 꿈도 못꾸고 일방적으로 두들겨맞았을 것이다. 실제로 레이테 만 해전의 사마르 해전에서 호위항공모함 호위구축함이 주력인 태피3을 상대로 야마토가 사격을 개시했으나 곧 미군이 뿌린 연막으로 시야가 가려져서 광학장치가 작동할 수 없게 되자 억지로 레이더 관제사격을 실시했으나 탄착확인도 부정확할 수준으로 실패하였다.

물론 일본의 일부 깨어있는 사람들은 레이더 개발 및 배치를 전간기 시절부터 주장했으나 견시병을 훈련하면 되지 않나?와 레이더 전파를 역탐지해서 우리가 공격받으면 어찌 할텐가? 라는 상부의 명령으로 개발이 중지되거나 지연된 상태로 전쟁에 임한 것이 큰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서 야기-우다 안테나같은 훌륭한 레이더용 안테나를 개발해놓고도 적용이 심각하게 느렸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안테나는 우다 신타로가 주도해서 제작했으며 우다 신타로의 교수인 야기 히데츠구가 영국 유학 중에 발표 및 특허 출원까지 한 상태라서 정작 미군과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잘만 썼다. 일본이 이걸 알아챈 것은 싱가포르 전투 승리 이후에 영국군의 레이더 관련 서류를 찾아보다가 해당 서류에서 Yagi라는 단어를 발견한 때였다. Yagi라는 단어가 대체 무슨 뜻인지 고민하던 일본군은 결국 영국군 포로에게 질문했고, 그 포로는 "야기는 이 안테나를 만든 일본인의 이름이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라고 되물었을 때에나 문제를 깨닫게 된다. 니네 나라 사람인데도 몰라?

설상가상으로 1944년에 광석 검파기를 이용한 신형 슈퍼헤테로다인 수신장치가 제작되기 전까지 전파 수신문제도 해결이 안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개발에 관련된 관계자가 광석 검파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제작도 가능했으나 충분히 실험하지 않은 채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제멋대로 판단하여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광석 검파기는 열에 약하고 불안정하다는 선입관이 있었기 때문에 회로가 간단한 오토다인 방식을 고집한 것이 수신기의 성능이 열악했던 주된 이유로 밝혀졌다.

그나마 수신장치는 해결이라도 났지 기본적인 회로를 구성하는 진공관1936년에 일본 내 모든 전파기기의 연구 및 개발이 금지된 조치의 타격을 입어서 생산도 1920년에 군수사업부를 설립해서 무선통신장비를 제조한 일본무선에서 독점으로 생산하고 있었는데 품질향상도 별로 없었고 생산수량도 그렇게 많지 않은 실정인데다가 성능도 딱 민수용인 가정용 라디오에나 사용하는 수준이라 기본적인 성능이 저질이었다. 특히 태평양 전쟁의 전장 특성상 기본적인 전장의 험악함 + 진공관에 매우 안좋은 습기가 넘침의 합작으로 인해 무전기를 장착한지 얼마도 안지나서 진공관이 수명을 다하거나 깨지거나 공기가 새들어가서 진공상태가 풀리거나 녹슬거나 하는 각종 이상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진공관의 기본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므로 무전을 수신하는 기능, 무전 신호를 깨끗하게 잡아내는 필터링 기능, 잡아낸 무전 신호를 증폭하는 기능이 모조리 제대로 동작하지 않게 된다. 회로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런 안좋은 상태가 합쳐진 결과는 일본의 2호 2형 전탐에서 드러난다. 해당 전탐은 이론상 15km 정도 거리의 부포 물기둥을 탐지가 가능하기는 하나 방위각 오차가 상당하다. 대략 3도 정도인데 독일의 1936년작 초기형 seetakt 레이더와 거의 비슷한 성능이며 중거리의 range finding만 가능할 정도의 성능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의 화기관제 레이더처럼 탄착 확인이 가능하려면 2 mils 정도의 정확도가 필요하다. 각도 1도가 17.453 mils 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확도의 차이가 한번에 느껴질 것이다.

전후에 포경선에 레이더가 필요했는데 레이더 부족으로 전쟁때 사용하던 2호 2형 전탐을 사용한 일본 국적 포경선에 감시목적으로 승선한 영국군 장교가 이 따위 레이더를 쓰니 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했다고 욕을 할 지경이니 말 다한 셈이다.

6. 완성과 전환

레이더와 기계식 컴퓨터 및 이를 연동한 사격통제장치의 도입으로 인해 협차사격은 2차대전 당시의 태평양 전쟁 중반부에 사실상 완성되었으며 함교를 중심으로 한 전투지휘도 CIC라고 하는 전투정보실로 이관된다.

기존의 광학식 사격통제장치도 앞서 말한 레이더를 이용한 사격통제장치의 일부로 편입되었으며 양자를 모두 사용해서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거함거포주의의 시대가 지나가고 전함이 쇠퇴하고 함포가 소구경화되면서 수량도 줄어든데다가 연사속도가 훌륭한 양용포가 함포의 주력이 되면서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를 이용해서 기존의 사격법인 조준 - 발사 - 탄착확인 - 재조준 - 발사 - 명중의 과정을 초고속으로 행하는 방식으로 함포사격방법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협차사격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졌으며 명칭은 육군의 것과 비슷한 사격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전환해서 사용하게 된다.

수평선을 넘어가는 장거리에 있는 목표에 대해서는 항공모함 함재기 미사일이 담당하게 되었으며 미래에 포탄의 속도가 2000m/s를 넘겨서 장거리에서 이동목표를 맞추기 쉬운 레일건이 등장할 경우에는 다시 함포에 의한 장거리 사격이 주목받을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아직 구상단계의 영역에 불과하다.

7. 지상군 포병, 박격포의 협차사격

육군에서 협차는 포탄의 탄착 과정을 통해 목표에 탄착하도록 수정하는 개념이다. 해군의 협차도 동일 구경의 함포를 사격해서 탄착군에 적함이 들어가게 하기 위해 수정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영어도 동사 'straddle'을 똑같이 쓴다.
[1] 낄(좁을) 협, 낄 차. 즉, 여러 문의 포가 좁은 범위 내에 교차되어 명중한다는 의미. [2] 쉽게 설명하자면 전함의 모든 포를 적함에 조준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