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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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The Real Barenziah엘더스크롤 시리즈에 나오는 책. 엘더스크롤 2: 대거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대거폴 판에서는 총 10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이후에는 5권으로 합쳐졌다.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 판 부터 바렌지아의 정사 묘사가 삭제되었다. 대거폴 무삭제판은 UESP에서 볼 수 있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서는 저자 미상의 책으로 나온다.
던머 여왕인 바렌지아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전기집, 바렌지아 여왕 전기와 비교하면 등장인물의 성격에 큰 차이가 있다.
2. 1권
원문
진정한 바렌지아, 제1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500년 전, 보석과도 같은 도시 모운홀드에는 눈이 먼 과부 하나가 아직 젊고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자신의 유일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도 광부였는데, 매지카를 다루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에 모운홀드 국왕 소유의 광산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급료는 좋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컴베리 케이크를 만들어 시장에서 팔아 모자란 생활비를 채워 넣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들은 충분히 잘 지내고, 배를 채울만한 양식이 있고, 사람은 한 번에 한 벌 이상의 옷을 입고 다닐 수 없으니 한 벌만 있으면 되고, 집은 비가 올 때만 지붕이 샐 뿐이니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심마쿠스는 그것보다는 더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광산에서 대박을 터트려 두둑한 보너스를 타기를 희망했고, 여가 시간에는 친구들과 주점에서 맥주를 즐기고 카드놀이를 하곤 했다. 그 때문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엘프 소녀들의 눈길을 받았고 한숨을 쉬게 만들었는데, 그녀들 중 어느 누구도 오랫동안 그의 관심을 받은 여인은 없었다. 그는 신체조건만 좀 괜찮은, 전형적인 농사꾼 출신의 젊은 다크 엘프였다. 그 때문에 그의 집안에 약간의 노르드족 피가 섞여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심마쿠스가 30세가 되던 해에, 모운홀드에는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 왕과 왕비 사이에서 여자아이 하나가 태어난 것이다. 여왕님이 태어나셨다며 노래를 불렀다. 모운홀드 사람들에게는 왕위계승자의 탄생이란 평화와 번영의 확실한 증표나 다름없었다.
그 왕실 소녀의 작명식이 거행될 때가 되자 광산은 문을 닫았고 심마쿠스는 목욕을 하고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바로 집으로 와서 거기서 본걸 다 말해줄게요." 그는 의식에 참석하기 힘든 어머니에게 이렇게 약속을 했다.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았고, 게다가 모운홀드의 모든 신민들이 이 성스러운 행사에 참석하려 할 것이므로 대단히 붐빌 것인데다가, 어차피 장님이므로 아무것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들아, 가기 전에 성직자나 치료사를 좀 불러다오. 안 그랬다간 네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날 것 같구나." 그녀가 말했다.
심마쿠스는 즉시 그녀의 침상으로 가서 그녀의 이마가 매우 뜨겁고 숨결이 매우 거친 것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확인했다. 그는 나무 바닥의 판자 하나를 들어 그들이 모은 약간의 재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열었다. 하지만 성직자를 불러 치료를 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양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가진 것을 전부 다 주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마쿠스는 외투를 걸치고는 급히 집을 나섰다.
거리는 신성한 숲으로 서둘러 가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신전들은 다 잠겨 있었고, '예식 참가를 위해 문을 닫습니다.'라는 표시만이 남아 있었다. 심마쿠스는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 겨우 갈색 로브를 입은 성직자 한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성직자는 '의식이 끝난 다음에 합시다, 형제님.'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돈이 있다면 기꺼이 형제님의 어머님을 봐 드리겠습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모든 사제들에게 이 행사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셨으니, 나 또한 그들 중 하나로써 그분을 거역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내 어머니의 병환은 위중합니다." 심마쿠스는 애걸했다. "분명히 우리 주군께서는 낮은 계급의 성직자 하나가 없어진 것을 그리 애석해 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성당 대 참사관은 다르죠." 성직자는 심마쿠스가 절박한 심정으로 잡고 있던 그의 로브 소매를 잡아채려다 찢어버리고는 군중 속으로 사라지면서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심마쿠스는 다른 성직자들, 심지어 마법사 몇 사람에게도 간청해 보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무장한 근위병들이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그들의 장창으로 그를 길 가로 몰아내고 있었는데, 그 때 심마쿠스는 왕실 행렬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차가 이 도시의 지배자들을 태우고 나란히 행진할 때, 심마쿠스는 군중 속에서 뛰쳐나가 소리쳤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제 어머니가 죽어갑니다!"
"나는 이 거룩한 밤에 그녀가 그리하는 것을 금하노라!" 웃음을 지은 채 사람들에게 동전을 흩뿌리면서 국왕은 그렇게 소리쳤다. 심마쿠스는 왕의 입김에서 포도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마차의 반대편에는 왕후가 가슴에 아기를 부둥켜안고는 심마쿠스를 가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콧구멍은 경멸감으로 인해 폭발할 듯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근위병!" 그녀가 소리쳤다. "이 바보를 치워라." 거친 손들이 심마쿠스를 붙잡았다. 그는 심하게 얻어맞고는 멍한 상태에서 길 가에 버려졌다.
머리가 아팠지만, 심마쿠스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서 언덕 꼭대기에서 작명 식을 바라보았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명문가 사람들 근처에 모여 있는 갈색 로브의 클레릭들과 푸른색 로브의 마법사들을 볼 수 있었다.
바렌지아.
하이 프리스트가 강보에 싸인 아기를 들어 올리고는 수평선의 양쪽 끝에 보이는 두 개의 쌍둥이 달 - 떠오르고 있는 존, 지고 있는 조드 - 에게 내보였을 때, 그 이름은 심마쿠스의 귀에는 희미하게 들려왔다.
"모운홀드 땅에 태어나신 고귀한 여성, 바렌지아를 보십시오! 그대의 축복과 그대의 분별을 내려주소서, 부디 자애로운 신들이시여. 그녀가 모운홀드를 그 영토를, 그 안정을, 그 친족들을 그 일족들을 영원히 잘 다스릴 수 있게 하소서."
"그녀에게 축복을, 그녀에게 축복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국왕과 왕후를 따라 손을 높이 든 채 찬송을 불렀다.
오직 심마쿠스만이 조용히 서 있었다. 머리는 숙인 채,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소중한 모친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직감하고서.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그가 자신의 국왕의 재앙이 되겠다는 강력한 맹세를 서약했는데, 살릴 수 있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써 저 꼬마 바렌지아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고, 자기 어머니의 손자가 모운홀드를 다스리는 자가 되게끔 하겠다는 것이었다.
* * *
의식이 끝난 후, 그는 왕실 행차가 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그는 그가 맨 처음 말을 나누었던 그 성직자를 보았다. 그는 심마쿠스가 가진 돈과 차후에 더 주겠다는 약속을 대가로 이제는 기꺼이 심마쿠스를 따라 갔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 성직자는 한숨을 쉬고는 금화가 든 주머니를 챙겼다. "미안합니다, 형제님. 나머지 돈에 대해선 상관하지 마십시오, 전 괜찮으니까요.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가령..."
"내 돈을 내놔!" 심마쿠스는 울부짖었다. "그 돈을 가질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는 오른팔을 위협하듯이 들어올렸다.
그 성직자는 뒤로 물러서면서 저주 주문을 완성시키려 했지만, 심마쿠스는 그가 세 마디의 말도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얼굴을 그대로 가격해 버렸다. 그는 아래로 심하게 넘어지면서 아궁이를 구성하고 있던 돌덩이 중 하나의 모서리에 머리를 강하게 들이받고 말았다. 그는 즉사했다.
심마쿠스는 그 돈을 집어 들고는 도시에서 사라졌다. 뛰어가는 동안 그는 한 마디의 말을 마치 마법사가 주문을 거는 것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바렌지아, 바렌지아, 바렌지아."
* * *
바렌지아는 병사들이 빛나는 갑옷을 입고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안뜰을 바라보면서 궁의 발코니들 중 하나에 서 있었다. 현재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맞추고 서서 그녀의 부모님들, 국왕과 왕후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에보니 갑옷을 장착한 채 자주색으로 염색한 긴 털 망토를 뒤에 휘날리면서 궁에서 나왔을 때 함성을 질렀다. 화려한 마갑을 입은 빛나는 흑마들이 그들에게 대령되었고, 그들은 말 위에 오른 뒤, 뜰의 출구로 향했는데, 뒤를 돌아보고는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바렌지아!" 그들은 외쳤다. "우리 사랑스러운 바렌지아, 잘 있어요!"
어린 소녀는 눈물을 떨쳐 내고는 용감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애완동물인 우펜이라 이름 붙인 회색 늑대 새끼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이전에는 자신의 부모와 떨어진 적이 없었으므로 이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서쪽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타이버 셉팀이라는 이름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증오와 불안의 대상으로 오르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렌지아!"병사들이 자신들의 창과 칼과 활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녀의 소중한 부모님들이 뒤돌아 서서 말을 몰고 나갔는데, 기사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가서 그 안뜰이 거의 비어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며칠이 지난 후 어느 날, 바렌지아는 유모가 흔들어 대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는데, 급히 옷을 걸쳐 입고는 궁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 무서웠던 시간에 대해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불타는 눈을 가진,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그림자뿐이었다. 소녀는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계속 넘겨졌다. 외국의 병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때로는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그녀의 유모는 사라져 버렸고, 이방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그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이했다. 며칠에 걸쳐, 아니 몇 주에 걸친 여행이 시작된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깨어 마차 밖으로 나왔는데 그곳은 잿빛이 감도는 흰 눈이 군데군데 덮여 있는 텅 비고 끝없이 펼쳐진 회 녹색의 언덕 중앙에 놓인 거대한 회색의 석성이 서 있는 아주 추운 지역이었다. 그녀는 우펜을 양손으로 가슴에 안고는 눈을 깜빡 거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회색 빛의 일출 속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 끝없는 공간, 끝없는 회색과 흰색의 공간에서 자신이 매우 작고 매우 어둡다고 느껴졌다.
그녀와 한나 -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진 하녀로 며칠간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해왔던- 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느낌의 금발 머리에 덩치가 큰 회백색의 피부를 가진 여인이 여러 방들 중 하나의 난로 가에 서 있었다. 그 여자는 바렌지아를 무서워 보이는 밝은 푸른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상당히 ...... 까맣군, 그렇지 않나?" 그 여자는 하나에게 말했다. "한 번도 다크 엘프를 본적이 없으니."
"저 역시 저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마님." 한나가 말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에 걸맞을 만한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지요, 제가 보증합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녀는 깨물기도 하고 그보다 더한 짓도 하거든요."
"곧 그런 짓을 못하도록 교육해야겠군." 여자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무슨 이런 더러운 걸 가지고 다니지? 응!" 그 여자는 우펜을 잡아채서는 불길이 일렁이는 난로 속으로 던져버렸다.
바렌지아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따라서 몸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곧 붙잡혔고, 아무리 깨물고 할퀴는 시도를 해봐도 그 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불쌍한 우펜은 시커멓게 타버린 한 줌의 작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 * *
바렌지아는 스벤 백작과 그의 부인 잉가의 양녀로서, 스카이림의 정원에 옮겨 심어진 잡초같이 자랐다. 즉, 외견상으로는 그녀는 잘 자라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 내면에는 싸늘하고 텅 빈 공간이 존재했다.
"저는 그 아이를 내 친딸처럼 키웠어요." 잉가 부인은 이웃의 부인들이 방문하여 잡담을 나눌 때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곤 했다. "하지만 그 아인 다크 엘프랍니다. 그러니 뭘 기대하겠어요?"
바렌지아는 이런 말들을 몰래 들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의 듣기 능력은 그녀의 노르드 친구들보다 더 예리했다. 그 외에 덜 바람직한 그녀의 다크 엘프적인 특징들은 좀도둑질, 거짓말하기 그리고 여기에 작은 화염 주문 그리고 저기에 작은 공중부양 주문 등의 사소한 잘못 주어진 마법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성장함에 따라, 소년들과 남자들에 대해 민감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녀가 아주 즐거운 기분을 가지게끔 해 주었고, 그리고 놀랍게도 선물까지도 주는 것이었다. 잉가는 이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렌지아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능한 한 이것을 비밀로 하도록 조심하였다.
"그녀는 아이들과 너무 잘 지낸답니다." 잉가는 바렌지아보다 어린 그녀의 다섯 아들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녀가 그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도록 만든 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니가 여섯 살, 바렌지아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가정교사가 고용되었고, 그들은 함께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무술 수업도 좋아했을 것이긴 하지만, 바로 그런 생각조차도 스벤 백작과 잉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바렌지아는 자그마한 활을 하나 얻고는 소년들과 함께 표적에다 활을 쏘는 것만을 허락 받았다. 그녀는 할 수 있을 때마다 그들이 무술 연습하는 것을 구경했으며, 어른들이 근처에 없을 때는 그들과 대련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그들만큼 잘 하거나 혹은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 거만해요, 그렇지 않나요?" 부인들 중의 하나가 잉가에게 이렇게 속삭이곤 했는데, 바렌지아는 못들은 척 하고 있었다, 잉가는 동의의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녀는 백작과 백작부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경멸감을 일으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중에 그녀는 스벤과 잉가가 다크무어 요새의 작위를 가진 마지막 주민들의 먼 사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결국 그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점잔만 빼는 협잡꾼들이었지 전혀 통치자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은 통치를 할 수 있도록 길러지지 않았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가 이상하게도 그들에게 격렬한 분노를 느끼게 만들었는데, 아주 명백한 증오란 분노와는 상당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결국 그들을 경멸해도 되지만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역겹고 불쾌한 벌레들로 여기게 되었다.
* * *
매달 한 번씩 황제로부터 전령이 왔는데, 스벤과 잉가에게 줄 자그마한 황금 자루와 바렌지아에게 주어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모로윈드에서 가지고 온 말린 버섯이 든 커다란 자루를 함께 가지고 왔다. 이런 경우에는 그녀는 언제나 전령과의 간략한 접견을 갖도록 불려가기 전에 남에게 선보일 정도로 번듯하게 보여야 했는데 - 아니 적어도 잉가의 눈에는 삐쩍 마른 다크 엘프가 가능한 한 최고로 번듯하게 보여져야만 했다. 전령들은 거의 한번 이상을 오는 적이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자신의 가축을 시장에 내다팔아도 좋을 만큼 컸는지를 알아보는 농부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봄에, 바렌지아는 전령이 자신을 마치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심사 숙고한 뒤에, 그녀는 팔려가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구간 일을 하는 스트로는, 덩치가 크고 근육질에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상냥하고 정이 많으며 다소 단순한 소년이었는데, 당장 몇 주간이라도 도망치기를 그녀에게 종용했다. 바렌지아는 전령이 남겨놓은 금화 자루를 훔치고는, 저장고에서 버섯들도 가져온 뒤, 조니의 오래된 튜닉과 벗어버린 바지 한 벌을 입고는 소년으로 위장하였고...... 어느 화창한 봄날 밤에 그녀와 스트로는 마구간에서 가장 좋은 두 마리 말들을 훔쳐서 주요한 도시들 중 가장 가까운 도시이며 또한 스트로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인 화이트런으로 가는 밤길을 급하게 달려갔다. 하지만 모운홀드와 모로윈드 역시 동쪽에 있었으므로 마치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듯이 그곳들은 바렌지아를 끌어당기게 되었다.
아침에 바렌지아의 뜻에 따라 그들은 말들을 버렸다. 그녀는 자신들에게 추적자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을 따돌리기를 원했다.
그들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 걸었으며, 샛길로만 다녔고 버려진 움막에서 몇 시간 동안 수면을 취했다. 석양이 질 때 다시 걷기 시작해서 해 뜨기 직전에 화이트런 시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렌지아는 스트로를 위한 일종의 통행증을 준비했었다, 부근 마을 영주의 대리로 도시의 신전에 심부름을 하러 왔음을 고지한 임시 문서였다. 그녀 자신은 공중 부양 주문을 써서 성벽을 넘어왔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성문 경비병들은 젊은 다크 엘프 소녀와 노르드 소년이 같이 여행하는 것을 찾아서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스트로 같은 혼자 다니는 촌놈 시골뜨기들은 너무나 평범한 것이었다. 혼자인데다 서류까지 있으니, 그가 남의 이목을 끌 리는 거의 없었다.
그녀의 단순한 계획은 잘 맞아 들어갔다. 그녀는 신전에서 스트로를 만났는데,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몇 번 화이트런에 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스트로는 한번도 스벤의 저택에서 몇 마일 이상을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가 태어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화이트런의 빈민가 구역 내의 황폐한 여관에 들었다. 아침의 추위로 인해 장갑, 망토, 후드를 쓴 덕분에, 바렌지아의 검은색 피부와 붉은색 눈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고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 여관에 각자 따로 들어갔다. 스트로는 여관 주인에게 조그마한 방 하나와 엄청 많은 양의 식사 그리고 맥주 2잔을 주문했다. 바렌지아는 몇 분 뒤에 은신하여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즐거이 함께 마시고 먹었으며, 자신들의 탈출을 기뻐했다, 그리곤 원기 왕성하게 그 좁은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 후 그들은 완전히 지쳐서 꿈도 꾸지 않는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그들은 화이트런에서 몇 주간 머물렀는데, 스트로는 심부름을 해서 돈을 조금 벌었으며 바렌지아는 밤에 몇 집을 털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소년 차림을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불꽃처럼 붉은 머릿 단을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위장을 더 강화했으며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다. 화이트런에는 다크 엘프들이 거의 없었다.
어느 날 스트로는 동쪽으로 가는 대상에 임시 호위 일을 얻어 왔다. 외팔이 사관은 그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헤." 그는 웃었다. "다크 엘프로구만? 양떼를 지키라고 늑대를 호위로 삼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난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는 네가 우리를 배신해서 네 동포들에게 팔아먹을 수 있을 만큼 모로윈드에 가까이 가지도 않을 것이긴 하지. 우리 땅에서 태어난 도적들은 내 목만큼 네 목도 따고 싶어할 거야."
그 사관은 돌아서 스트로를 감정하듯이 쳐다보고는, 갑자기 바렌지아 쪽으로 돌아서면서 자신의 숏소드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 깜작 할 사이에 자신의 단검을 들고는 수비 자세로 들어가 있었다. 스트로는 자신의 나이프를 뽑아 들고는 그 사람의 배후에서 기회를 엿보듯이 원을 그리며 돌았다. 사관은 칼을 내려뜨리고는 다시 웃었다.
"나쁘진 않군, 꼬마들, 나쁘진 않아. 활은 잘 쓰나, 다크 엘프?" 바렌지아는 자신의 실력을 잠시간 선보였다. "아아, 나쁘지 않아, 아주 좋아, 소년. 밤에도 잘 볼 수 있는데다, 언제나 무슨 소리가 나고 있는지도 잘 안단 말이야. 믿을만한 다크 엘프는 더 할 나위 없는 전사만큼 훌륭하지. 난 잘 알고 있어. 내가 이 팔을 잃고 제국군을 떠나기 전까지는 바로 심마쿠스 휘하에서 일했었으니까."
"우리가 저 자들을 배신할 수도 있어. 가격을 잘 쳐줄만한 사람들을 알고 있지." 나중에 스트로는 저 무너져가는 여관방에서의 마지막 날 밤의 침대 안에서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니면 우리들이 직접 저들을 해치우자. 저 상인들은 아주 부자야, 베리."
바렌지아는 웃었다. "그렇게 많은 돈으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저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우리도 조용히 여행하려면 저들의 보호가 필요해."
"작은 농장을 사는 거야, 너와 나 둘이서, 베리. 그리고 정착하는 거지. 모든 게 근사할거야."
촌놈 같으니! 바렌지아는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스트로는 농사꾼이었고 오직 농사꾼의 자그마한 소망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만 말했다, "여기선 안 돼, 스트로. 아직 우리는 다크모어에서 너무 가까이에 있어. 더 동쪽으로 멀리 간 후에 기회를 봐야 할 거야."
* * *
대상은 동쪽으로 선그라드까지만 가게 되어 있었다. 황제 타이버 셉팀 1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정규적으로 순찰을 행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도로 이용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고, 이 특이한 대상은 그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서 샛길을 가능한 한 자주 이용했다. 이로 인해 인간이나 오크 출신 노상강도나 다종다양한 종족 출신의 떠돌아다니는 강도 떼들을 만날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통상과 수익에 따르는 위험임을 어쩌겠는가?
선그라드에 도달하기 전에 그런 일이 2번 발생했다. 한번은 바렌지아의 예민한 귀로 인해 매복을 미리 발견하고는 뒤로 돌아가서 매복자들을 기습할 수 있었고, 한번은 카짓, 인간, 우드 엘프들로 이루어진 일당의 야습을 당했는데, 기술이 좋은 자들이라 바렌지아 조차도 그들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해서 충분히 대비를 할 만한 시간 안에 경고를 하지 못했다. 싸움은 치열했고, 공격자들이 격퇴되기는 했지만, 대상에서 두 명의 경호원들이 죽었고 스트로는 그와 바렌지아가 적인 카짓의 목을 따 버리기 전에 넓적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바렌지아는 오히려 이런 삶을 즐겼는데, 저 수다스러운 사관은 그런 그녀를 기특하게 여겼으며 그녀는 저녁 대부분의 시간을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그가 타이버 셉팀 그리고 심마쿠스 장군과 함께 모로윈드에서 벌인 전쟁 이야기를 듣는데 보냈다. 이 심마쿠스는 모운홀드가 함락된 뒤에 장군이 되었는데, 사관이 말하길, "그는 훌륭한 군인이었어, 심마쿠스는 말이야. 하지만 모로윈드에서의 작전에서는 군사적인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어, 네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면 말이야. 음, 난 그렇게 추측하고 있어."
"아니요. 아니, 난 기억을 못해요." 바렌지아는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말했다. "난 대부분의 인생을 스카이림에서 살았어요. 제 어머니는 스카이림 사람과 결혼했고, 하지만 두 분 다 돌아가셨죠. 그런데, 말해주세요, 모운홀드의 국왕과 왕비는 어떻게 되었죠?"
사관은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아마도 죽었겠지. 휴전이 성립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은 전투가 있었거든. 그곳은 지금 아주 조용해졌지. 아마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처럼 말이야. 이봐 소년, 거기로 돌아갈 건가?"
"아마도." 바렌지아가 말했다. 진실로 그녀는 불가항력적으로 모로윈드와 모운홀드로 끌려가고 있었다, 마치 나방이 불타는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스트로는 이걸 눈치채고 불편해 했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녀가 소년 행세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이 함께 자지 못하게 된 이래로는 항상 불편해 했다. 바렌지아 또한 그걸 그리워하긴 했지만 스트로 만큼은 아니었다, 아마도......
사관은 그들이 되돌아가는 여행에서도 계약하기를 원했지만, 그들이 그 제안을 거절했을 때도 어찌 되었건 간에 보너스까지 얻어 주었고 추천장도 써 주었다.
스트로는 선그라드 근처에서 영원히 정착하기를 바랐지만 바렌지아는 동쪽으로 여행을 계속하고자 했다. "나는 합법적인 모운홀드의 여왕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신하지 못한 채, 혹시 그건 길을 잃고 당황한 아이의 백일몽 일뿐인 것이 아닐까? "나는 고향에 가고 싶어. 고향에 가야만 해." 적어도 그것은 진실이었다.
* * *
몇 주 후에 그들은 동쪽으로 향하는 다른 대상에 자리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초겨울에 그들은 리프튼에 있었는데. 그곳은 모로윈드 국경 근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씨가 점점 사나워져서, 지금부터 봄이 중반쯤 되기 전에는 어떤 대상도 출발하지 않으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렌지아는 성벽의 꼭대기에 올라 리프튼과 저 너머에 있는 모로윈드를 가로막고 있는 눈 덮인 산맥의 벽을 분리하는 깊은 골짜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베리." 스트로는 부드럽게 말했다. "모운홀드는 아직 멀리 있어, 우리가 여기까지 온 만큼은 거의 더 가야 될 거야.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땅은 황무지라 늑대, 강도 오크들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생물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야. 우리는 봄까지 기다려야만 해."
"저기 실그로드 탑이 있어." 스카이림과 모로윈드 사이 변경 지대를 지키는 고대의 첨탑 주위에 형성된 다크 엘프 거주지역을 보면서 베리가 말했다.
"다리를 지키는 경비들은 내가 출입하도록 놔두지 않아, 베리. 저들은 진짜 제국 군대란 말이야. 뇌물이 통하지 않아. 만약 가려면, 너 혼자 가도록 해. 너를 막지는 않겠어. 하지만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실그로드 탑은 황실 병사들로 가득 차 있어. 저들의 세탁부가 되겠어? 아니면 전쟁터의 창부라도 될 거야?"
"싫어." 바렌지아는 천천히 사려 깊게 말했다. 실은 그 아이디어가 완전히 싫은 것은 아니었다. 군인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그녀는 자신했다. 그녀는 스카이림을 횡단하는 도중 여장을 차려 입고 스트로에게서 빠져 나와서 그런 종류의 모험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저 약간의 다양한 경험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 스트로는 상냥했지만 둔했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남자가 일이 끝난 후 돈을 주었을 때, 그녀는 놀랐지만 아주 기뻤다. 하지만 스트로는 이 일을 싫어했다. 그는 상당히 질투가 심했는데, 심지어 그녀를 떠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제국 군의 병사들은 어떻게 보더라도 거칠고 잔인한 인종들이었으며, 바렌지아는 여행 도중에 아주 추잡한 이야기들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들 중 월등히 추잡스러운 최악의 이야기는 대상의 캠프파이어 중에 전직 군인 출신의 고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그들은 자랑스럽게도 그 이야기를 풀어놓았었다. 그들은 그녀와 스트로를 충격에 빠트리려고 시도했는데, 그녀는 저 엉뚱한 이야기 속에 얼마간의 진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또한 그녀는 그것을 이해했다. 스트로는 저런 더러운 이야기를 증오했으며 그녀가 그걸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더 증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자신 얼마간은 그 이야기에 매혹되기도 했다.
바렌지아는 이를 알아차리고는 스트로가 다른 여자들을 찾아보도록 조장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 말고 다른 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녀 자신은 그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를 다른 누구들보다는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다른 남자를 만나곤 하는 거지?" 스트로가 언젠가 이렇게 물었다.
"모르겠어."
스트로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다크 엘프 여인은 그렇다고 하더군."
바렌지아는 미소 짓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겠어. 혹시, 아니야...... 아마도 내가 알고 있을지도. 그래 나는 정말로 알고 있어."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다정하게 키스했다. "내 생각에 이게 그에 대한 모든 설명일거야."
진정한 바렌지아, 제1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500년 전, 보석과도 같은 도시 모운홀드에는 눈이 먼 과부 하나가 아직 젊고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자신의 유일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도 광부였는데, 매지카를 다루는 능력이 약했기 때문에 모운홀드 국왕 소유의 광산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급료는 좋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컴베리 케이크를 만들어 시장에서 팔아 모자란 생활비를 채워 넣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들은 충분히 잘 지내고, 배를 채울만한 양식이 있고, 사람은 한 번에 한 벌 이상의 옷을 입고 다닐 수 없으니 한 벌만 있으면 되고, 집은 비가 올 때만 지붕이 샐 뿐이니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심마쿠스는 그것보다는 더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광산에서 대박을 터트려 두둑한 보너스를 타기를 희망했고, 여가 시간에는 친구들과 주점에서 맥주를 즐기고 카드놀이를 하곤 했다. 그 때문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엘프 소녀들의 눈길을 받았고 한숨을 쉬게 만들었는데, 그녀들 중 어느 누구도 오랫동안 그의 관심을 받은 여인은 없었다. 그는 신체조건만 좀 괜찮은, 전형적인 농사꾼 출신의 젊은 다크 엘프였다. 그 때문에 그의 집안에 약간의 노르드족 피가 섞여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심마쿠스가 30세가 되던 해에, 모운홀드에는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 왕과 왕비 사이에서 여자아이 하나가 태어난 것이다. 여왕님이 태어나셨다며 노래를 불렀다. 모운홀드 사람들에게는 왕위계승자의 탄생이란 평화와 번영의 확실한 증표나 다름없었다.
그 왕실 소녀의 작명식이 거행될 때가 되자 광산은 문을 닫았고 심마쿠스는 목욕을 하고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바로 집으로 와서 거기서 본걸 다 말해줄게요." 그는 의식에 참석하기 힘든 어머니에게 이렇게 약속을 했다.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았고, 게다가 모운홀드의 모든 신민들이 이 성스러운 행사에 참석하려 할 것이므로 대단히 붐빌 것인데다가, 어차피 장님이므로 아무것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들아, 가기 전에 성직자나 치료사를 좀 불러다오. 안 그랬다간 네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이 세상을 떠날 것 같구나." 그녀가 말했다.
심마쿠스는 즉시 그녀의 침상으로 가서 그녀의 이마가 매우 뜨겁고 숨결이 매우 거친 것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확인했다. 그는 나무 바닥의 판자 하나를 들어 그들이 모은 약간의 재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열었다. 하지만 성직자를 불러 치료를 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양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가진 것을 전부 다 주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마쿠스는 외투를 걸치고는 급히 집을 나섰다.
거리는 신성한 숲으로 서둘러 가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신전들은 다 잠겨 있었고, '예식 참가를 위해 문을 닫습니다.'라는 표시만이 남아 있었다. 심마쿠스는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 겨우 갈색 로브를 입은 성직자 한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성직자는 '의식이 끝난 다음에 합시다, 형제님.'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돈이 있다면 기꺼이 형제님의 어머님을 봐 드리겠습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모든 사제들에게 이 행사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셨으니, 나 또한 그들 중 하나로써 그분을 거역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내 어머니의 병환은 위중합니다." 심마쿠스는 애걸했다. "분명히 우리 주군께서는 낮은 계급의 성직자 하나가 없어진 것을 그리 애석해 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성당 대 참사관은 다르죠." 성직자는 심마쿠스가 절박한 심정으로 잡고 있던 그의 로브 소매를 잡아채려다 찢어버리고는 군중 속으로 사라지면서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심마쿠스는 다른 성직자들, 심지어 마법사 몇 사람에게도 간청해 보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무장한 근위병들이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그들의 장창으로 그를 길 가로 몰아내고 있었는데, 그 때 심마쿠스는 왕실 행렬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차가 이 도시의 지배자들을 태우고 나란히 행진할 때, 심마쿠스는 군중 속에서 뛰쳐나가 소리쳤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제 어머니가 죽어갑니다!"
"나는 이 거룩한 밤에 그녀가 그리하는 것을 금하노라!" 웃음을 지은 채 사람들에게 동전을 흩뿌리면서 국왕은 그렇게 소리쳤다. 심마쿠스는 왕의 입김에서 포도주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마차의 반대편에는 왕후가 가슴에 아기를 부둥켜안고는 심마쿠스를 가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콧구멍은 경멸감으로 인해 폭발할 듯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근위병!" 그녀가 소리쳤다. "이 바보를 치워라." 거친 손들이 심마쿠스를 붙잡았다. 그는 심하게 얻어맞고는 멍한 상태에서 길 가에 버려졌다.
머리가 아팠지만, 심마쿠스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서 언덕 꼭대기에서 작명 식을 바라보았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명문가 사람들 근처에 모여 있는 갈색 로브의 클레릭들과 푸른색 로브의 마법사들을 볼 수 있었다.
바렌지아.
하이 프리스트가 강보에 싸인 아기를 들어 올리고는 수평선의 양쪽 끝에 보이는 두 개의 쌍둥이 달 - 떠오르고 있는 존, 지고 있는 조드 - 에게 내보였을 때, 그 이름은 심마쿠스의 귀에는 희미하게 들려왔다.
"모운홀드 땅에 태어나신 고귀한 여성, 바렌지아를 보십시오! 그대의 축복과 그대의 분별을 내려주소서, 부디 자애로운 신들이시여. 그녀가 모운홀드를 그 영토를, 그 안정을, 그 친족들을 그 일족들을 영원히 잘 다스릴 수 있게 하소서."
"그녀에게 축복을, 그녀에게 축복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국왕과 왕후를 따라 손을 높이 든 채 찬송을 불렀다.
오직 심마쿠스만이 조용히 서 있었다. 머리는 숙인 채,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소중한 모친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직감하고서.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그가 자신의 국왕의 재앙이 되겠다는 강력한 맹세를 서약했는데, 살릴 수 있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써 저 꼬마 바렌지아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고, 자기 어머니의 손자가 모운홀드를 다스리는 자가 되게끔 하겠다는 것이었다.
* * *
의식이 끝난 후, 그는 왕실 행차가 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그는 그가 맨 처음 말을 나누었던 그 성직자를 보았다. 그는 심마쿠스가 가진 돈과 차후에 더 주겠다는 약속을 대가로 이제는 기꺼이 심마쿠스를 따라 갔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 성직자는 한숨을 쉬고는 금화가 든 주머니를 챙겼다. "미안합니다, 형제님. 나머지 돈에 대해선 상관하지 마십시오, 전 괜찮으니까요.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가령..."
"내 돈을 내놔!" 심마쿠스는 울부짖었다. "그 돈을 가질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는 오른팔을 위협하듯이 들어올렸다.
그 성직자는 뒤로 물러서면서 저주 주문을 완성시키려 했지만, 심마쿠스는 그가 세 마디의 말도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얼굴을 그대로 가격해 버렸다. 그는 아래로 심하게 넘어지면서 아궁이를 구성하고 있던 돌덩이 중 하나의 모서리에 머리를 강하게 들이받고 말았다. 그는 즉사했다.
심마쿠스는 그 돈을 집어 들고는 도시에서 사라졌다. 뛰어가는 동안 그는 한 마디의 말을 마치 마법사가 주문을 거는 것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바렌지아, 바렌지아, 바렌지아."
* * *
바렌지아는 병사들이 빛나는 갑옷을 입고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안뜰을 바라보면서 궁의 발코니들 중 하나에 서 있었다. 현재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맞추고 서서 그녀의 부모님들, 국왕과 왕후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에보니 갑옷을 장착한 채 자주색으로 염색한 긴 털 망토를 뒤에 휘날리면서 궁에서 나왔을 때 함성을 질렀다. 화려한 마갑을 입은 빛나는 흑마들이 그들에게 대령되었고, 그들은 말 위에 오른 뒤, 뜰의 출구로 향했는데, 뒤를 돌아보고는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바렌지아!" 그들은 외쳤다. "우리 사랑스러운 바렌지아, 잘 있어요!"
어린 소녀는 눈물을 떨쳐 내고는 용감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애완동물인 우펜이라 이름 붙인 회색 늑대 새끼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이전에는 자신의 부모와 떨어진 적이 없었으므로 이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서쪽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타이버 셉팀이라는 이름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증오와 불안의 대상으로 오르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렌지아!"병사들이 자신들의 창과 칼과 활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녀의 소중한 부모님들이 뒤돌아 서서 말을 몰고 나갔는데, 기사들이 그 뒤를 따라 나가서 그 안뜰이 거의 비어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며칠이 지난 후 어느 날, 바렌지아는 유모가 흔들어 대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는데, 급히 옷을 걸쳐 입고는 궁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 무서웠던 시간에 대해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불타는 눈을 가진,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그림자뿐이었다. 소녀는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계속 넘겨졌다. 외국의 병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때로는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그녀의 유모는 사라져 버렸고, 이방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그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이했다. 며칠에 걸쳐, 아니 몇 주에 걸친 여행이 시작된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깨어 마차 밖으로 나왔는데 그곳은 잿빛이 감도는 흰 눈이 군데군데 덮여 있는 텅 비고 끝없이 펼쳐진 회 녹색의 언덕 중앙에 놓인 거대한 회색의 석성이 서 있는 아주 추운 지역이었다. 그녀는 우펜을 양손으로 가슴에 안고는 눈을 깜빡 거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회색 빛의 일출 속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 끝없는 공간, 끝없는 회색과 흰색의 공간에서 자신이 매우 작고 매우 어둡다고 느껴졌다.
그녀와 한나 -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진 하녀로 며칠간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해왔던- 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느낌의 금발 머리에 덩치가 큰 회백색의 피부를 가진 여인이 여러 방들 중 하나의 난로 가에 서 있었다. 그 여자는 바렌지아를 무서워 보이는 밝은 푸른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상당히 ...... 까맣군, 그렇지 않나?" 그 여자는 하나에게 말했다. "한 번도 다크 엘프를 본적이 없으니."
"저 역시 저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마님." 한나가 말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에 걸맞을 만한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지요, 제가 보증합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녀는 깨물기도 하고 그보다 더한 짓도 하거든요."
"곧 그런 짓을 못하도록 교육해야겠군." 여자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무슨 이런 더러운 걸 가지고 다니지? 응!" 그 여자는 우펜을 잡아채서는 불길이 일렁이는 난로 속으로 던져버렸다.
바렌지아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따라서 몸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곧 붙잡혔고, 아무리 깨물고 할퀴는 시도를 해봐도 그 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불쌍한 우펜은 시커멓게 타버린 한 줌의 작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 * *
바렌지아는 스벤 백작과 그의 부인 잉가의 양녀로서, 스카이림의 정원에 옮겨 심어진 잡초같이 자랐다. 즉, 외견상으로는 그녀는 잘 자라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 내면에는 싸늘하고 텅 빈 공간이 존재했다.
"저는 그 아이를 내 친딸처럼 키웠어요." 잉가 부인은 이웃의 부인들이 방문하여 잡담을 나눌 때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곤 했다. "하지만 그 아인 다크 엘프랍니다. 그러니 뭘 기대하겠어요?"
바렌지아는 이런 말들을 몰래 들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의 듣기 능력은 그녀의 노르드 친구들보다 더 예리했다. 그 외에 덜 바람직한 그녀의 다크 엘프적인 특징들은 좀도둑질, 거짓말하기 그리고 여기에 작은 화염 주문 그리고 저기에 작은 공중부양 주문 등의 사소한 잘못 주어진 마법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성장함에 따라, 소년들과 남자들에 대해 민감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녀가 아주 즐거운 기분을 가지게끔 해 주었고, 그리고 놀랍게도 선물까지도 주는 것이었다. 잉가는 이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렌지아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능한 한 이것을 비밀로 하도록 조심하였다.
"그녀는 아이들과 너무 잘 지낸답니다." 잉가는 바렌지아보다 어린 그녀의 다섯 아들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녀가 그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도록 만든 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니가 여섯 살, 바렌지아가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가정교사가 고용되었고, 그들은 함께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무술 수업도 좋아했을 것이긴 하지만, 바로 그런 생각조차도 스벤 백작과 잉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바렌지아는 자그마한 활을 하나 얻고는 소년들과 함께 표적에다 활을 쏘는 것만을 허락 받았다. 그녀는 할 수 있을 때마다 그들이 무술 연습하는 것을 구경했으며, 어른들이 근처에 없을 때는 그들과 대련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그들만큼 잘 하거나 혹은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 거만해요, 그렇지 않나요?" 부인들 중의 하나가 잉가에게 이렇게 속삭이곤 했는데, 바렌지아는 못들은 척 하고 있었다, 잉가는 동의의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녀는 백작과 백작부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경멸감을 일으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중에 그녀는 스벤과 잉가가 다크무어 요새의 작위를 가진 마지막 주민들의 먼 사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결국 그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점잔만 빼는 협잡꾼들이었지 전혀 통치자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은 통치를 할 수 있도록 길러지지 않았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가 이상하게도 그들에게 격렬한 분노를 느끼게 만들었는데, 아주 명백한 증오란 분노와는 상당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결국 그들을 경멸해도 되지만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역겹고 불쾌한 벌레들로 여기게 되었다.
* * *
매달 한 번씩 황제로부터 전령이 왔는데, 스벤과 잉가에게 줄 자그마한 황금 자루와 바렌지아에게 주어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모로윈드에서 가지고 온 말린 버섯이 든 커다란 자루를 함께 가지고 왔다. 이런 경우에는 그녀는 언제나 전령과의 간략한 접견을 갖도록 불려가기 전에 남에게 선보일 정도로 번듯하게 보여야 했는데 - 아니 적어도 잉가의 눈에는 삐쩍 마른 다크 엘프가 가능한 한 최고로 번듯하게 보여져야만 했다. 전령들은 거의 한번 이상을 오는 적이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자신의 가축을 시장에 내다팔아도 좋을 만큼 컸는지를 알아보는 농부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봄에, 바렌지아는 전령이 자신을 마치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심사 숙고한 뒤에, 그녀는 팔려가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구간 일을 하는 스트로는, 덩치가 크고 근육질에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상냥하고 정이 많으며 다소 단순한 소년이었는데, 당장 몇 주간이라도 도망치기를 그녀에게 종용했다. 바렌지아는 전령이 남겨놓은 금화 자루를 훔치고는, 저장고에서 버섯들도 가져온 뒤, 조니의 오래된 튜닉과 벗어버린 바지 한 벌을 입고는 소년으로 위장하였고...... 어느 화창한 봄날 밤에 그녀와 스트로는 마구간에서 가장 좋은 두 마리 말들을 훔쳐서 주요한 도시들 중 가장 가까운 도시이며 또한 스트로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인 화이트런으로 가는 밤길을 급하게 달려갔다. 하지만 모운홀드와 모로윈드 역시 동쪽에 있었으므로 마치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듯이 그곳들은 바렌지아를 끌어당기게 되었다.
아침에 바렌지아의 뜻에 따라 그들은 말들을 버렸다. 그녀는 자신들에게 추적자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을 따돌리기를 원했다.
그들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 걸었으며, 샛길로만 다녔고 버려진 움막에서 몇 시간 동안 수면을 취했다. 석양이 질 때 다시 걷기 시작해서 해 뜨기 직전에 화이트런 시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렌지아는 스트로를 위한 일종의 통행증을 준비했었다, 부근 마을 영주의 대리로 도시의 신전에 심부름을 하러 왔음을 고지한 임시 문서였다. 그녀 자신은 공중 부양 주문을 써서 성벽을 넘어왔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성문 경비병들은 젊은 다크 엘프 소녀와 노르드 소년이 같이 여행하는 것을 찾아서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스트로 같은 혼자 다니는 촌놈 시골뜨기들은 너무나 평범한 것이었다. 혼자인데다 서류까지 있으니, 그가 남의 이목을 끌 리는 거의 없었다.
그녀의 단순한 계획은 잘 맞아 들어갔다. 그녀는 신전에서 스트로를 만났는데,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이전에 몇 번 화이트런에 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스트로는 한번도 스벤의 저택에서 몇 마일 이상을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가 태어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화이트런의 빈민가 구역 내의 황폐한 여관에 들었다. 아침의 추위로 인해 장갑, 망토, 후드를 쓴 덕분에, 바렌지아의 검은색 피부와 붉은색 눈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고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 여관에 각자 따로 들어갔다. 스트로는 여관 주인에게 조그마한 방 하나와 엄청 많은 양의 식사 그리고 맥주 2잔을 주문했다. 바렌지아는 몇 분 뒤에 은신하여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즐거이 함께 마시고 먹었으며, 자신들의 탈출을 기뻐했다, 그리곤 원기 왕성하게 그 좁은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 후 그들은 완전히 지쳐서 꿈도 꾸지 않는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그들은 화이트런에서 몇 주간 머물렀는데, 스트로는 심부름을 해서 돈을 조금 벌었으며 바렌지아는 밤에 몇 집을 털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소년 차림을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불꽃처럼 붉은 머릿 단을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위장을 더 강화했으며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다. 화이트런에는 다크 엘프들이 거의 없었다.
어느 날 스트로는 동쪽으로 가는 대상에 임시 호위 일을 얻어 왔다. 외팔이 사관은 그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헤." 그는 웃었다. "다크 엘프로구만? 양떼를 지키라고 늑대를 호위로 삼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난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는 네가 우리를 배신해서 네 동포들에게 팔아먹을 수 있을 만큼 모로윈드에 가까이 가지도 않을 것이긴 하지. 우리 땅에서 태어난 도적들은 내 목만큼 네 목도 따고 싶어할 거야."
그 사관은 돌아서 스트로를 감정하듯이 쳐다보고는, 갑자기 바렌지아 쪽으로 돌아서면서 자신의 숏소드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 깜작 할 사이에 자신의 단검을 들고는 수비 자세로 들어가 있었다. 스트로는 자신의 나이프를 뽑아 들고는 그 사람의 배후에서 기회를 엿보듯이 원을 그리며 돌았다. 사관은 칼을 내려뜨리고는 다시 웃었다.
"나쁘진 않군, 꼬마들, 나쁘진 않아. 활은 잘 쓰나, 다크 엘프?" 바렌지아는 자신의 실력을 잠시간 선보였다. "아아, 나쁘지 않아, 아주 좋아, 소년. 밤에도 잘 볼 수 있는데다, 언제나 무슨 소리가 나고 있는지도 잘 안단 말이야. 믿을만한 다크 엘프는 더 할 나위 없는 전사만큼 훌륭하지. 난 잘 알고 있어. 내가 이 팔을 잃고 제국군을 떠나기 전까지는 바로 심마쿠스 휘하에서 일했었으니까."
"우리가 저 자들을 배신할 수도 있어. 가격을 잘 쳐줄만한 사람들을 알고 있지." 나중에 스트로는 저 무너져가는 여관방에서의 마지막 날 밤의 침대 안에서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니면 우리들이 직접 저들을 해치우자. 저 상인들은 아주 부자야, 베리."
바렌지아는 웃었다. "그렇게 많은 돈으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저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우리도 조용히 여행하려면 저들의 보호가 필요해."
"작은 농장을 사는 거야, 너와 나 둘이서, 베리. 그리고 정착하는 거지. 모든 게 근사할거야."
촌놈 같으니! 바렌지아는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스트로는 농사꾼이었고 오직 농사꾼의 자그마한 소망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만 말했다, "여기선 안 돼, 스트로. 아직 우리는 다크모어에서 너무 가까이에 있어. 더 동쪽으로 멀리 간 후에 기회를 봐야 할 거야."
* * *
대상은 동쪽으로 선그라드까지만 가게 되어 있었다. 황제 타이버 셉팀 1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정규적으로 순찰을 행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도로 이용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고, 이 특이한 대상은 그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서 샛길을 가능한 한 자주 이용했다. 이로 인해 인간이나 오크 출신 노상강도나 다종다양한 종족 출신의 떠돌아다니는 강도 떼들을 만날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통상과 수익에 따르는 위험임을 어쩌겠는가?
선그라드에 도달하기 전에 그런 일이 2번 발생했다. 한번은 바렌지아의 예민한 귀로 인해 매복을 미리 발견하고는 뒤로 돌아가서 매복자들을 기습할 수 있었고, 한번은 카짓, 인간, 우드 엘프들로 이루어진 일당의 야습을 당했는데, 기술이 좋은 자들이라 바렌지아 조차도 그들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해서 충분히 대비를 할 만한 시간 안에 경고를 하지 못했다. 싸움은 치열했고, 공격자들이 격퇴되기는 했지만, 대상에서 두 명의 경호원들이 죽었고 스트로는 그와 바렌지아가 적인 카짓의 목을 따 버리기 전에 넓적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바렌지아는 오히려 이런 삶을 즐겼는데, 저 수다스러운 사관은 그런 그녀를 기특하게 여겼으며 그녀는 저녁 대부분의 시간을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그가 타이버 셉팀 그리고 심마쿠스 장군과 함께 모로윈드에서 벌인 전쟁 이야기를 듣는데 보냈다. 이 심마쿠스는 모운홀드가 함락된 뒤에 장군이 되었는데, 사관이 말하길, "그는 훌륭한 군인이었어, 심마쿠스는 말이야. 하지만 모로윈드에서의 작전에서는 군사적인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어, 네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면 말이야. 음, 난 그렇게 추측하고 있어."
"아니요. 아니, 난 기억을 못해요." 바렌지아는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말했다. "난 대부분의 인생을 스카이림에서 살았어요. 제 어머니는 스카이림 사람과 결혼했고, 하지만 두 분 다 돌아가셨죠. 그런데, 말해주세요, 모운홀드의 국왕과 왕비는 어떻게 되었죠?"
사관은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아마도 죽었겠지. 휴전이 성립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은 전투가 있었거든. 그곳은 지금 아주 조용해졌지. 아마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처럼 말이야. 이봐 소년, 거기로 돌아갈 건가?"
"아마도." 바렌지아가 말했다. 진실로 그녀는 불가항력적으로 모로윈드와 모운홀드로 끌려가고 있었다, 마치 나방이 불타는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스트로는 이걸 눈치채고 불편해 했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녀가 소년 행세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이 함께 자지 못하게 된 이래로는 항상 불편해 했다. 바렌지아 또한 그걸 그리워하긴 했지만 스트로 만큼은 아니었다, 아마도......
사관은 그들이 되돌아가는 여행에서도 계약하기를 원했지만, 그들이 그 제안을 거절했을 때도 어찌 되었건 간에 보너스까지 얻어 주었고 추천장도 써 주었다.
스트로는 선그라드 근처에서 영원히 정착하기를 바랐지만 바렌지아는 동쪽으로 여행을 계속하고자 했다. "나는 합법적인 모운홀드의 여왕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신하지 못한 채, 혹시 그건 길을 잃고 당황한 아이의 백일몽 일뿐인 것이 아닐까? "나는 고향에 가고 싶어. 고향에 가야만 해." 적어도 그것은 진실이었다.
* * *
몇 주 후에 그들은 동쪽으로 향하는 다른 대상에 자리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초겨울에 그들은 리프튼에 있었는데. 그곳은 모로윈드 국경 근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씨가 점점 사나워져서, 지금부터 봄이 중반쯤 되기 전에는 어떤 대상도 출발하지 않으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렌지아는 성벽의 꼭대기에 올라 리프튼과 저 너머에 있는 모로윈드를 가로막고 있는 눈 덮인 산맥의 벽을 분리하는 깊은 골짜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베리." 스트로는 부드럽게 말했다. "모운홀드는 아직 멀리 있어, 우리가 여기까지 온 만큼은 거의 더 가야 될 거야.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땅은 황무지라 늑대, 강도 오크들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생물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야. 우리는 봄까지 기다려야만 해."
"저기 실그로드 탑이 있어." 스카이림과 모로윈드 사이 변경 지대를 지키는 고대의 첨탑 주위에 형성된 다크 엘프 거주지역을 보면서 베리가 말했다.
"다리를 지키는 경비들은 내가 출입하도록 놔두지 않아, 베리. 저들은 진짜 제국 군대란 말이야. 뇌물이 통하지 않아. 만약 가려면, 너 혼자 가도록 해. 너를 막지는 않겠어. 하지만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실그로드 탑은 황실 병사들로 가득 차 있어. 저들의 세탁부가 되겠어? 아니면 전쟁터의 창부라도 될 거야?"
"싫어." 바렌지아는 천천히 사려 깊게 말했다. 실은 그 아이디어가 완전히 싫은 것은 아니었다. 군인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그녀는 자신했다. 그녀는 스카이림을 횡단하는 도중 여장을 차려 입고 스트로에게서 빠져 나와서 그런 종류의 모험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저 약간의 다양한 경험을 찾고 있을 뿐이었다. 스트로는 상냥했지만 둔했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남자가 일이 끝난 후 돈을 주었을 때, 그녀는 놀랐지만 아주 기뻤다. 하지만 스트로는 이 일을 싫어했다. 그는 상당히 질투가 심했는데, 심지어 그녀를 떠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제국 군의 병사들은 어떻게 보더라도 거칠고 잔인한 인종들이었으며, 바렌지아는 여행 도중에 아주 추잡한 이야기들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들 중 월등히 추잡스러운 최악의 이야기는 대상의 캠프파이어 중에 전직 군인 출신의 고참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그들은 자랑스럽게도 그 이야기를 풀어놓았었다. 그들은 그녀와 스트로를 충격에 빠트리려고 시도했는데, 그녀는 저 엉뚱한 이야기 속에 얼마간의 진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또한 그녀는 그것을 이해했다. 스트로는 저런 더러운 이야기를 증오했으며 그녀가 그걸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더 증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자신 얼마간은 그 이야기에 매혹되기도 했다.
바렌지아는 이를 알아차리고는 스트로가 다른 여자들을 찾아보도록 조장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 말고 다른 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녀 자신은 그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를 다른 누구들보다는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다른 남자를 만나곤 하는 거지?" 스트로가 언젠가 이렇게 물었다.
"모르겠어."
스트로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다크 엘프 여인은 그렇다고 하더군."
바렌지아는 미소 짓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겠어. 혹시, 아니야...... 아마도 내가 알고 있을지도. 그래 나는 정말로 알고 있어."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다정하게 키스했다. "내 생각에 이게 그에 대한 모든 설명일거야."
3. 2권
원문
진정한 바렌지아, 제2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바렌지아와 스트로는 겨울 동안 마을의 빈민가 구역에서 싸구려 방을 얻어서 리프튼에 머물렀다. 바렌지아는 도둑 길드에 들어가길 원했는데,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붙잡힐 경우에는 곤란해 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술집에서 길드의 알려진 멤버들 중 한 인물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는 테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대담한 젊은 카짓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길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후원해 준다면 그와 잠자리를 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는 그녀를 쭉 훑어보고는, 싱긋 미소지으며 동의했지만, 그래도 입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시험이죠?"
"아아." 테리스는 말했다. "먼저 댓가를 치러야지, 이쁜이."
[이 대목은 신전의 명령에 의해 삭제되었음.]
스트로는 그녀를 죽이려 할거고 아마 테리스도 역시 죽여버릴지도 몰라. 도대체 뭐가 씌어서 그런 일을 하게 된거지? 그녀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방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은 흥미를 잃고는 돌아가 버렸다. 그녀는 그들 중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는 그녀와 스트로가 머무는 곳이 아니었다. 운이 따른다면 스트로가 이 일을 알아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도, 아니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 * *
테리스는 그녀가 지금까지 만나본 남자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는 그녀에게 도둑 길드원이 되는데 필요한 기술들을 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훈련을 시키거나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들 중에는 마법에 관해 소양이 있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카티샤는 풍만한 몸집에 위엄이 있는 노르드 여성이었는데, 대장장이와 결혼해서 현재 10대가 된 아이 둘을 낳았다. 그녀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빼고는 (논리적 추론에 따라, 그 휴머노이드 대응물인 카짓에 대해서도 역시 그랬다), 완벽할 정도로 정상적이었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는데, 특정 마법 분야에 재능이 있었고 다소 특이한 친구들과도 관계를 돈독히 했다. 그녀는 바렌지아에게 투명 주문과 다른 형태의 은신 및 위장술을 가르쳤다. 카티샤는 마법적인 재능과 비 마법적 재능을 자유롭게 혼합해서, 하나로 다른 하나를 향상시키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둑 길드원은 아니었지만, 테리스를 모성애적인 감성으로 아끼고 있었다. 바렌지아는 다른 여자에게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를 그녀에게서 느꼈는데, 다음 몇주간 그녀는 카티샤에게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녀는 스트로 또한 몇 번 여기 데리고 왔었다. 스트로는 카티샤는 인정했지만, 테리스는 아니었다. 테리스는 스트로를 '흥미롭군'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바렌지아에게 그가 소위 '쓰리섬'이라 부르는 것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절대로 안돼." 바렌지아는 완고하게 말했다. 둘만의 사적인 자리에서 이번 한번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테리스에게 감사하면서. "그는 그런 걸 싫어해. 나도 그건 싫어!"
테리스는 매력적인 삼각형 모양의 고양이과 생물이 가진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서 느릿하게 몸을 쭉 늘어뜨리고는 손발을 쭉 뻗더니 자신의 꼬리를 말았다. "넌 놀라게 될텐데 아쉽군. 너희 둘 다 말이야. 둘이서 하는건 아주 지겹거든."
바렌지아는 화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면 네가 저 시골뜨기 촌놈이랑 그걸 하는걸 싫어하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이쁜이. 내가 다른 친구를 데리고오는건 어때?"
"아니 싫어. 내가 지겨워졌으면 너랑 네 친구는 다른 여자를 찾아보면 되잖아." 이제 그녀는 도둑 길드원이 되었고, 입문 시험을 통과했었다. 그녀에게 테리스의 존재는 유용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았다. 아마 그녀 역시 그가 약간 지루해졌는지도 모른다.
* * *
그녀는 카티샤에게 남자들과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혹은 그녀가 남자들과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카티샤는 그녀의 머리를 흔들더니 그녀가 섹스가 아니라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데, 그녀가 그녀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내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스트로나 테리스는 그녀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렌지아는 자신의 머리를 한쪽으로 기묘하게 기울였다. "사람들이 다크 엘프 여인은 무슨 무슨 뭐라고 하던데, 매춘부인가?" 그녀가 말했다, 의심스럽게.
"난잡하다(promiscuous)는 말이겠지. 비록 그들 중 일부는 매춘부(prostitutes)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야." 카티샤는 잠시 생각한 후에 그렇게 말했다. "엘프들은 어릴 때는 난잡하지. 하지만 넌 극복할거야. 아마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몰라." 그녀는 희망적으로 덧붙였다. 그녀는 바렌지아를 좋아했다. 점점 그녀를 상당히 아끼게 되었다. "하지만 넌 괜찮은 엘프 소년들을 좀 만나봐야해. 네가 계속 카짓이나 인간들, 지금 알고 있는 자들과 사귀게 된다면, 나중에는 갑작스레 네가 임신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단다."
바렌지아는 무심결에 미소지었다. "제 생각이지만 그거 좋은데요. 하지만 그건 불편할 거예요 안그래요? 아기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다, 전 아직 집도 없으니까요."
"지금 몇 살이지, 베리? 열일곱? 으음, 완전히 성숙하는데 길어야 1 ~ 2년 밖에 남지 않았어, 아주 운이 없지 않다면 말이야. 엘프들은 그 시기 이후로는 다른 엘프들과의 사이에서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그러니 네가 그들과 꼭 붙어있는다면 괜찮을거야."
바렌지아는 뭔가 다른걸 기억해냈다. "스트로는 농장을 사서 나랑 결혼하기를 원해요."
"그게 네가 원하는거니?"
"아니요, 아직은 아니에요. 아마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르죠. 네, 언젠가는요. 하지만 내가 여왕이 아니라면, 그것도 다른 여왕이 아니라 모운홀드의 여왕이 아니라면 안 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는데, 어떠한 의심도 없애버리려는 듯이 너무나도 완고한 표정이었다.
카티샤는 마지막 말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는 저 소녀의 활달한 상상력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잘 작동하는 정신의 일종의 표시라 여기기로 했다.
"내 생각에 언젠가 '그날'이 오기 전 스트로는 완전히 늙은이가 되어 있을 것 같구나, 베리. 엘프는 아주 오래 산단다." 카티샤 의 얼굴은 잠시 동안 부러운 기색을 띄었다, 엘프들이 신들에게서 받은 천 년에 달하는 장구한 수명을 생각할 때마다 인간들이 보여주는 동경이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 사실은, 질병이나 폭력이 각기의 운명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오래 사는 엘프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살 수 있었고, 그 중 한 둘은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난 늙은 남자도 좋아해요." 베리가 말했다.
카티샤는 폭소했다.
* * *
바렌지아는 테리스가 책상위의 서류들을 분류하고 있는 동안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그는 세심하고 정교했는데, 조심스레 그가 찾은 것들 모두를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고 있었다.
그들은 스트로를 망보기로 밖에 놓아두고는 귀족의 저택으로 침입한 것이다. 테리스가 말하길, 이 일은 간단하지만 아주 극비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다른 길드원들을 데리고 오는 것조차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베리와 스트로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외 다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뭘 찾고 있는지 알려준다면 나도 찾아보겠어." 베리는 다급하게 속삭였다. 테리스의 밤눈은 그녀만큼 좋지는 못하는데다 심지어 그녀가 작은 라이트 마법 하나도 쓰는 것도 원치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화려한 방 안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스벤 백작과 잉가 부인의 다크무어 성 조차도 이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화려하게 장식되고 커다랗게 반향이 울리는 아래층 방들을 거쳐오면서, 그녀는 놀라움에 주변을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테리스는 위층에 있는 책이 전시된 자그마한 서재 안의 책상 말고는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는 듯 했다.
"쉿." 그는 화난듯이 말했다.
"누가 오고 있어!" 문이 열리고 까맣게 형체만 보이는 두 명의 인물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베리가 말했다. 테리스는 그녀를 그들 쪽으로 거칠게 밀치고는 창문 쪽으로 튀어나갔다. 바렌지아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움직이거나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 두사람들 중 작은 쪽이 테리스를 향해서 튀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푸른색 빛의 두 번의 짧고 조용한 칼부림이 난 뒤, 테리스는 쓰러져 버렸다.
서재 밖에서는 빨라지는 발걸음과 경계를 알리는 소리, 갑옷을 급히 걸치는 쇳소리가 그 집 전체에 활기를 띠게 했다.
키가 큰 남자 - 외모로 보아 다크 엘프인 - 는 반은 들어서, 반쯤은 억지로 끌어 테리스를 문쪽으로 데리고 가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엘프의 팔에다가 밀어넣었다. 첫 번째 엘프가 고개짓을 하자 푸른색 로브를 입은 자그마한 그의 동료도 두 번째 엘프를 따라 나갔다. 그런 다음에 그는 바렌지아를 조사하려는 듯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는데, 그녀는 비록 심하게 머리가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상의를 벗어봐, 바렌지아." 그 엘프가 말했다. 바렌지아는 넋을 잃은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윗옷을 꽉 붙들었다. "넌 여자잖아, 안그래 베리?"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몇달 전에 소년 흉내를 내는걸 그만뒀어야 해. 그 일은 너를 주목하게 만들었지. 게다가 베리라는 이름을 쓰다니! 네 친구 스트로는 너무 멍청해서 다른건 기억을 못해냈나?"
"그건 일반적인 엘프 이름이예요." 바렌지아가 항변했다.
그 남자는 슬픈 듯 고개를 흔들었다. "다크 엘프에게 흔한 이름은 아니지. 하지만 다크 엘프에 대해 아는건 별로 없지? 그럴거야.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을테니. 뭐 문제없어. 내가 그걸 고쳐주도록 하지."
"당신은 누구죠?" 바렌지아가 물었다.
"아아, 어디가나 유명세로군."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바렌지아 공주님, 저는 심마쿠스라고 합니다. 경외로우시며 지엄하신 타이버 셉팀 1세의 제국군 소속의 장군 심마쿠스지요.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 하겠군요. 탐리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당신을 추적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아니면 탐리엘의 이쪽 지역이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그런데 저는 예상을 했고, 그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들어갔습니다. 그대가 결국은 모로윈드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당신은 운이 좋았습니다. 화이트런에서 스트로일 것으로 생각되는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쌍의 남녀를 찾는 것을 그만두었지요. 그건 제 실수입니다. 하지만 당신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디있나요? 그는 무사한가요?" 그녀는 순수하게 그가 염려되어 그에게 물었다.
"아, 그는 무사합니다. 당분간은요. 물론 구금되어있지만." 그는 돌아섰다. "그가... 걱정됩니까?"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격렬한 호기심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붉은 눈은 그녀에게 이상하게 보였는데, 거의 보지 않았던 그녀 자신의 눈을 제외하자면 그랬다.
"그는 내 친구예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그 말들은 그녀 자신의 귀에도 무감각하고 가망없게 들렸다. 심마쿠스! 제국의 장군. 타이버 셉팀 황제 본인과 돈독한 친분을 가지고 그의 말은 다 들어주는 것 이상이라는 바로 그 사람.
"그렇군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공주님."
"날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그녀는 장군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집 안의 어수선함은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아마도 이 집의 거주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키 큰 다크 엘프는 책상 구석에 걸쳐 앉았다. 그는 상당히 여유있고 얼마 동안은 여기 머물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이라고 그가 말했었나? 이 남자는 그녀에 대한 것을 전부 다 알고 있다! 아니면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어느 경우든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 거죠? 나에게도?"
"아아, 알다시피 이 집은 이 지역 제국 군대의 사령관을 위해 있는 것인데, 그 말인즉슨 이 집이 내 것이라는 뜻이지." 바렌지아는 숨이 막히는 듯 했고 심마쿠스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잠깐, 너는 몰랐었나? 쯧쯧, 17세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경솔하셨군요 공주님. 항상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곤란에 빠지게 되지요."
"하, 하지만 기... 길드는 겨... 결코..." 바렌지아는 떨고 있었다. 도둑 길드는 절대로 제국의 정책을 거스르는 일을 시도할 리가 없었다. 그 어느 누구도 타이버 셉팀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길드의 누군가가 실수를 했다. 끔직할 정도로. 그녀가 그 댓가를 치를 시간이 된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테리스가 길드의 이 일로 길드의 승인을 얻었을 것 같지는 않아. 사실, 나도 궁금..." 심마쿠스는 서랍을 열고는 책상을 조심스레 조사했다. 그는 서랍 하나를 선택하고는 책상 위에 놓고 위장된 바닥면을 제거했다. 그 안에는 접혀진 종이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건 무슨 지도의 일종 같았다. 바렌지아는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심마쿠스는 웃으면서 그걸 그녀에게서 치웠다. "정말 경솔하군!" 그는 그걸 잘 살펴본 뒤 접어서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었다.
"당신이 방금 전에 지식을 탐구하라고 충고했잖아요."
"내가 그랬었지, 그랬어." 갑자기 그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이제 그만 가야겠군요, 내 사랑스러운 공주님."
그는 그녀를 문으로 안내했고, 아래층을 지나 아직 밤중인 바깥까지 데리고 나왔다. 거긴 아무도 없었다. 바렌지아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녀는 그녀가 그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어떻게든 그를 따돌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설마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아, 너에 대한 내 계획이 무엇일지 듣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가 약간 기분이 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말을 꺼냈으니 듣고 싶군요."
"아마 네 친구들에 대한 것을 먼저 듣고 싶겠지."
"아니요."
그는 이 말에 만족한 듯 보였다. 그건 분명히 그가 듣고 싶어하던 대답이었다고 바렌지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또한 그건 진실이기도 했다. 그녀는 친구들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특히 스트로, 그보다는 그녀 자신에 대해서 더 걱정하고 있었다.
"너는 모운홀드의 합법적인 여왕이 될 것이야."
* * *
심마쿠스는 이것이 처음부터 그녀에 대한 그의 계획이었고 또한 타이버 셉팀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녀가 멀리 있는 십수년간 군정 하에 있던 모운홀드는 제국의 지도 하에서 점차 민정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물론 제국의 한 지방인 모로윈드의 일부로써.
"하지만 왜 내가 다크무어로 보내진거죠?" 바렌지아는 그녀가 들은 것을 거의 믿지 못하는 채 질문했다.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지. 왜 도망간거지?"
바렌지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머물러야 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지요. 나는 진작에 이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어요."
"너는 지금 이 이야기를 들었어야만 해. 실상 나는 너를 황제의 가족의 일원으로써 얼마간 임페리얼 시티에서 머물도록 하게끔 사람을 보내려고 했었지. 그런데 물론 넌 그들로부터, 말하자면, 도망가고 말았지. 네 운명에 대해 말하자면, 그건 너에게 아주 명백한 것이어야 하고, 지금까지도 그래 왔어야만 해. 타이버 셉팀은 쓸모없는 자를 가까이 두지는 않아. 그에게 쓸모있도록 너는 어떤 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난 그 사람을 몰라요. 사실 당신도 잘 모르죠."
"그렇다면 이걸 알도록 해. 타이버 셉팀은 공과에 따라 친구이든 적이든 똑같이 상을 내린다."
바렌지아는 그 말을 몇분간 곱씹었다. "스트로는 날 잘 대해줬고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그는 도둑 길드의 일원도 아니고,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 왔죠. 여러 심부름을 해서 우리 생활비를 벌었고, 그리고 그는... 그는..."
시마쿠스는 짜증스럽게 손을 흔들며 그녀를 침묵시켰다. "아, 스트로에 대해선 전부 다 알고 있지." 그가 말했다. "그리고 테리스에 대해서도."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는거지?"
그녀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스트로는 작은 농장을 원했어요. 내가 부자가 된다면 그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좋아." 그는 놀란것 같았다. 그리고 기쁜 듯이 보였다. "그는 농장을 가지게 될거야. 그럼 테리스는?"
"그는 나를 배신했어요." 바렌지아는 차갑게 말했다. 테리스는 자신에게 이 일의 위험성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그녀를 적들의 품 속으로 바로 밀어버렸다. 상을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사실상 신뢰를 줄 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그렇군. 그래서?"
"으음, 그는 고생을 좀 해봐야 돼요... 그렇죠?"
"합당한 것 같군. 무슨 벌을 내리면 좋을까?"
바렌지아는 손을 말아서 주먹을 만들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몸소 저 카짓을 때리고 할퀴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건 여왕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되고 말았다. "채찍질을 해요. 에... 20대를 친다면 너무 많을까요, 어때요? 그가 영구적인 상처를 가지지는 않았으면 해요, 이해하겠죠. 그저 따끔한 교훈을 내리도록 해 주세요."
"아아, 물론이지." 심마쿠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의 모습이 갑자기 정중해지고 심각해졌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모운홀드의 여왕이신 바렌지아 전하." 그리곤 그녀에게 절을 했다, 재빠르고 예절 바르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인사였다.
바렌지아의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 * *
그녀는 심마쿠스의 집에서 이틀간 머물렀는데 그 동안 그녀는 매우 바빴다. 드렐리아네라는 그녀를 돌보아주는 다크 엘프 여인이 있었는데, 자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선 정확히 하녀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마쿠스의 아내나 연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바렌지아가 이것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단순히 자신은 장군의 고용인이며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고만 대답했다.
드렐리아네의 도움으로 몇가지 훌륭한 의상과 신발들이 그녀를 위해 주문되었고, 다른 자질구레한 필수품들과 함께 승마복과 부츠도 더해졌다. 바렌지아는 자기 자신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심마쿠스는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거의 식사 시간에만 그를 볼 수 있었는데, 그는 그 자신에 대해서나 혹은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으며, 대부분의 주제에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으며, 그녀가 뭐라 말하든 간에 상당히 흥미가 있는 듯 했다. 드렐리아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바렌지아는 그들과 지내는 것이 충분히 즐거웠지만, 카티샤가 '알기는 너무 어려워'라고 말한 것과 같은 상태였다. 그녀는 실망 때문에 이상한 아픔을 맛보았다. 그녀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안정을 맛보기를 기대했지만, 무엇인가의 일부로써 누구와 함께 어디엔가 드디어 속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대신에 그녀의 노르드 친구들인 카티샤와 스트로를 간절히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마쿠스가 내일 임페리얼 시티로 출발할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해 줄것을 부탁했다.
"카티샤?" 그가 물었다. "아아, 하지만 그렇다면... 제 생각에 그녀에게 빚진게 있는 것 같군요. 바로 그녀가 가끔은 남장을 하는 엘프 친구가 필요한 베리라는 외로운 다크 엘프 소녀에 대해서 저에게 알려준 사람이죠. 외견상으로는 그녀는 도둑 길드와 관련이 없고, 도둑 길드와 관련된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의 진짜 정체를 아는 것 같지는 않군요, 테리스를 제외하곤 말입니다. 그건 좋은 일이죠. 당신이 과거에 길드원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부디 그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전하. 그런 과거는... 제국의 여왕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트로와 테리스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 사실을 몰라요. 친구들은 그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구요."
"그렇겠죠." 그는 의심스럽게 자그마한 미소를 머금었다. "결코."
그 때 그는 카티샤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말하는 태도에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트로는 그들이 출발하는 날 아침에 집으로 왔다. 그들은 응접실에 둘만 남아 있었는데, 바렌지아는 다른 엘프들이 자신들의 귀로 대화를 들을 만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초췌하고 창백해 보였다. 몇분 동안 침묵 속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스트로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고 뺨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미소를 지어 보려고 노력했다. "결국, 우리는 원하던 것을 얻게 되었구나 안그래? 나는 모운홀드의 여왕이 될 것이고 넌 네 농장의 주인이 될 것이잖아."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따뜻하고 진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에게 편지를 쓸게, 스트로. 약속해. 너도 대필해 줄 사람을 구해서 나에게 편지를 해야해."
스트로는 머리를 슬프게 흔들었다. 바렌지아가 계속 고집하자, 그는 자신의 입을 벌리고는 불분명한 소리를 내면서 거기를 가리켰다. 그 때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그는 혀가 없었다. 잘려버린 것이다.
바렌지아는 의자 위로 쓰러졌고 크게 울었다.
* * *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죠?" 스트로가 안내를 받아 떠나간 뒤, 그녀는 시마쿠스를 찾았다. "왜 그랬냐구요?"
심마쿠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너무 많은걸 알고 있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죠. 적어도 그는 살아있고 ... 돼지나 뭘 키우는데는 혓바닥이 별 필요가 없을테니."
"난 당신이 미워!" 바렌지아는 그에게 소리치고는 갑자기 몸을 구부리더니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메스꺼움이 가라앉으면 계속 그를 욕했다. 드렐리아네가 그 뒤처리를 하는 동안 그는 얼마간 무심한 듯이 그걸 듣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소리를 그치지 않으면 황제에게 가는 여행 동안 그녀 입을 묶어놓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 중간에 카티샤의 집 앞에서 그들은 멈추었다. 심마쿠스와 드렐리아네는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 모든게 정상처럼 보였지만 바렌지아는 그 문에다 노크할 때 겁에 질려 있었다. 카티샤가 문을 열었다. 바렌지아는 적어도 그녀는 무사하다는 사실에 조용히 신들에게 감사했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하게도 울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바렌지아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왜 울고 있나요?" 바렌지아가 물었다.
"물론 테리스 때문이지. 아직 듣지 못했니? 오 이런, 불쌍한 테리스, 그 아인 죽었어." 바렌지아는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심장을 기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아이는 사령관의 저택을 털다가 붙잡혔어. 불쌍한 것 같으니, 하지만 너무 무모했어. 오 베리, 그 아이는 사령관의 명령으로 이 새벽에 끌려나와서 사지가 잘려 죽었어!"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갔었어. 그 아이가 부탁했지. 너무 처참해서. 그가 죽기 전 너무 고통스러워 했어. 난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너와 스트로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너희 둘이 어디 있는지 모르더구나." 그녀는 바렌지아의 뒤를 흘깃 보았다. "저 자가 바로 그 심마쿠스 사령관이로구나, 그렇지?" 그리고는 카티샤는 이상한 일을 했다. 울음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은 것이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생각했단다. 바로 그가 바렌지아의 남자로구나!" 카티샤는 앞치마를 접더니 그걸로 눈 주위를 닦았다. "알겠지만 내가 그에게 너에 대해 말해주었어."
"그래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녀는 카티샤의 양손을 잡고는 그녀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카티샤, 난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그리워 할거예요. 하지만 제발 다른사람에게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절대로. 그렇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특히 저 심마쿠스에게는요. 그리고 스트로를 저대신 좀 보살펴주세요. 저에게 약속해줘요."
카티샤는 약속했다. 당황했지만 의지가 엿보였다. "베리, 테리스가 붙잡힌 것이 다소라도 나 때문인건 아니겠지? 난 테리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그... 그... 그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녀는 뒤에 있는 장군을 바라보았다.
바렌지아는 그렇지 않다고 그녀를 확신시켰다, 제국군의 정보원 하나가 테리스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라고. 아마 그건 거짓이리라, 하지만 카티샤가 단순히 어떤 위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오, 그 말을 들으니 기쁘구나, 내가 지금 무엇이라도 기뻐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녀는 옆으로 기대고는 바렌지아의 귀에다 속삭였다. "심마쿠스는 참 잘 생겼구나, 그렇지 않니? 게다가 너무 매력적이야."
"난 그런건 몰랐어요." 바렌지아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생각해야할 다른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그녀는 급히 몬홀드의 여왕이 되는 것과 당분간 임페리얼 시티에서 살게 될거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는 나를 돌봐주고 있어요. 그게 다죠. 황제의 명령에 따라서요. 나는 임무 수행의 대상인 것이죠. 일종의 어... 목적 이상의 것이 아니에요. 난 그가 나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내가 남자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요." 그녀는 카티샤의 의심스러운 얼굴에다 대고 그렇게 덧붙였다. 카티샤는 바렌지아가 만나는 모든 남성들에 대해서 성적 호감도와 유용성에 따라서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여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마도 충격이었나봐요." 그녀는 덧붙였고 카티샤는 그래 그건 사실이야라고 말하며 동의해 주었다. 그건 일종의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그녀가 그런 것을 경험해 볼 일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고는 그들은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다시 껴안았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바렌지아는 그녀와 함께 미소지었다. 그녀는 이후 다시는 카티샤나 스트로를 만날 수 없었다.
* * *
일행은 거대한 남문을 통해 리프튼을 떠났다. 문을 지난 뒤에 심마쿠스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문쪽을 가리켰다. "저는 전하께서 테리스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바렌지아는 잠깐 동안이지만 확실히 문 위에 있는 창 끝에 꿰어진 머리를 바라보았다. 새들이 그 주위에 몰려 있었지만 얼굴은 아직 알아볼만 했다. "그가 내 말을 들을수 있을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그는 내가 무사한 것을 안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라 확신해요." 그녀는 밝게 보이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갈 길을 가는게 어떨까요, 장군?"
심마쿠스는 그녀의 무반응에 실망한 것이 분명했다. "아, 네 친구 카티샤에게서 벌써 이 일을 들었나보군."
"맞아요. 그녀는 처형이 이루어질 때 거기 있었어요." 바렌지아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가 아직 모르고 있다곤 하더라고 그는 곧 알아내게 될거라 그렇게 확신했다.
"그녀는 테리스가 길드 소속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나?"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었어요. 오직 나같은 하급 길드원이나 그걸 비밀로 하는 거예요.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은 잘 알려져 있죠." 그녀는 돌아서서 그에게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 다 알아야 하겠죠, 장군?" 그녀는 달콤하게 말했다.
그는 여기에 영향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말했지만 길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거군."
"길드 회원 자격은 내가 말할 비밀이 아니었죠. 다른건 그랬지만. 거기는 차이점이 있어요. 게다가, 카티샤는 아주 정직한 여성이죠. 내가 그 이야기를 했다간, 날 훈계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녀는 언제나 테리스가 더 정직한 길을 가지도록 하려고 했어요. 난 그녀의 좋은 생각을 높게 평가한답니다." 그녀는 그에게 냉기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당신은 별 관심이 없겠지만, 그녀가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그녀는 내가 만약 단 한 사람의 남자에게 정착한다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내 종족의 한 사람 말이예요. 모든 올바른 자질을 가진 내 종족 중의 한 사람, 모든 올바른 것을을 말할 줄 아는 사람. 실상 그건 바로 당신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맞추기위해서 고삐를 붙잡았다. "소원은 이루어지지만 자신이 원하던 대로가 아니라는것이 이상하지는 않나요? 아니면 이렇게 말해야겠군, 당신이 그렇게 되어달라고 그렇게 바랬던 바로 그 방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말이지요."
그의 대답은 그녀를 놀라게 하여 말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해서는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래 정말 이상하군." 그가 대답했을 때, 목소리는 그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리고는 양해를 구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들고는 자신의 말이 앞으로 나가도록 몰았다. 별로 감명받지 않은듯이 보이려 노력하면서. 그녀를 번민하게 만든 그의 답변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가 말한 것 때문은 아니야. 그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가 그걸 말한 방식. 그것이 그녀, 바렌지아가 바로 그의 이루어진 소원들 중의 하나라고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별로 타당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황제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몇 달간의 수색 끝에 결국 그녀를 찾아낸 것으로 보여. 분명해. 그러니 그의 소망이 이루어진거지. 그래 분명히 그런 것일 거야.
하지만 분명하게도 어떤 면에서는 전혀 그의 취향에 부합하는 설명은 아니었다.
진정한 바렌지아, 제2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바렌지아와 스트로는 겨울 동안 마을의 빈민가 구역에서 싸구려 방을 얻어서 리프튼에 머물렀다. 바렌지아는 도둑 길드에 들어가길 원했는데,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붙잡힐 경우에는 곤란해 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술집에서 길드의 알려진 멤버들 중 한 인물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는 테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대담한 젊은 카짓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길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후원해 준다면 그와 잠자리를 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는 그녀를 쭉 훑어보고는, 싱긋 미소지으며 동의했지만, 그래도 입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시험이죠?"
"아아." 테리스는 말했다. "먼저 댓가를 치러야지, 이쁜이."
[이 대목은 신전의 명령에 의해 삭제되었음.]
스트로는 그녀를 죽이려 할거고 아마 테리스도 역시 죽여버릴지도 몰라. 도대체 뭐가 씌어서 그런 일을 하게 된거지? 그녀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방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은 흥미를 잃고는 돌아가 버렸다. 그녀는 그들 중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는 그녀와 스트로가 머무는 곳이 아니었다. 운이 따른다면 스트로가 이 일을 알아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도, 아니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 * *
테리스는 그녀가 지금까지 만나본 남자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는 그녀에게 도둑 길드원이 되는데 필요한 기술들을 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훈련을 시키거나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들 중에는 마법에 관해 소양이 있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카티샤는 풍만한 몸집에 위엄이 있는 노르드 여성이었는데, 대장장이와 결혼해서 현재 10대가 된 아이 둘을 낳았다. 그녀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빼고는 (논리적 추론에 따라, 그 휴머노이드 대응물인 카짓에 대해서도 역시 그랬다), 완벽할 정도로 정상적이었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는데, 특정 마법 분야에 재능이 있었고 다소 특이한 친구들과도 관계를 돈독히 했다. 그녀는 바렌지아에게 투명 주문과 다른 형태의 은신 및 위장술을 가르쳤다. 카티샤는 마법적인 재능과 비 마법적 재능을 자유롭게 혼합해서, 하나로 다른 하나를 향상시키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둑 길드원은 아니었지만, 테리스를 모성애적인 감성으로 아끼고 있었다. 바렌지아는 다른 여자에게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를 그녀에게서 느꼈는데, 다음 몇주간 그녀는 카티샤에게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녀는 스트로 또한 몇 번 여기 데리고 왔었다. 스트로는 카티샤는 인정했지만, 테리스는 아니었다. 테리스는 스트로를 '흥미롭군'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바렌지아에게 그가 소위 '쓰리섬'이라 부르는 것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절대로 안돼." 바렌지아는 완고하게 말했다. 둘만의 사적인 자리에서 이번 한번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테리스에게 감사하면서. "그는 그런 걸 싫어해. 나도 그건 싫어!"
테리스는 매력적인 삼각형 모양의 고양이과 생물이 가진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서 느릿하게 몸을 쭉 늘어뜨리고는 손발을 쭉 뻗더니 자신의 꼬리를 말았다. "넌 놀라게 될텐데 아쉽군. 너희 둘 다 말이야. 둘이서 하는건 아주 지겹거든."
바렌지아는 화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면 네가 저 시골뜨기 촌놈이랑 그걸 하는걸 싫어하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이쁜이. 내가 다른 친구를 데리고오는건 어때?"
"아니 싫어. 내가 지겨워졌으면 너랑 네 친구는 다른 여자를 찾아보면 되잖아." 이제 그녀는 도둑 길드원이 되었고, 입문 시험을 통과했었다. 그녀에게 테리스의 존재는 유용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았다. 아마 그녀 역시 그가 약간 지루해졌는지도 모른다.
* * *
그녀는 카티샤에게 남자들과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혹은 그녀가 남자들과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카티샤는 그녀의 머리를 흔들더니 그녀가 섹스가 아니라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데, 그녀가 그녀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내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스트로나 테리스는 그녀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렌지아는 자신의 머리를 한쪽으로 기묘하게 기울였다. "사람들이 다크 엘프 여인은 무슨 무슨 뭐라고 하던데, 매춘부인가?" 그녀가 말했다, 의심스럽게.
"난잡하다(promiscuous)는 말이겠지. 비록 그들 중 일부는 매춘부(prostitutes)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야." 카티샤는 잠시 생각한 후에 그렇게 말했다. "엘프들은 어릴 때는 난잡하지. 하지만 넌 극복할거야. 아마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몰라." 그녀는 희망적으로 덧붙였다. 그녀는 바렌지아를 좋아했다. 점점 그녀를 상당히 아끼게 되었다. "하지만 넌 괜찮은 엘프 소년들을 좀 만나봐야해. 네가 계속 카짓이나 인간들, 지금 알고 있는 자들과 사귀게 된다면, 나중에는 갑작스레 네가 임신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단다."
바렌지아는 무심결에 미소지었다. "제 생각이지만 그거 좋은데요. 하지만 그건 불편할 거예요 안그래요? 아기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다, 전 아직 집도 없으니까요."
"지금 몇 살이지, 베리? 열일곱? 으음, 완전히 성숙하는데 길어야 1 ~ 2년 밖에 남지 않았어, 아주 운이 없지 않다면 말이야. 엘프들은 그 시기 이후로는 다른 엘프들과의 사이에서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그러니 네가 그들과 꼭 붙어있는다면 괜찮을거야."
바렌지아는 뭔가 다른걸 기억해냈다. "스트로는 농장을 사서 나랑 결혼하기를 원해요."
"그게 네가 원하는거니?"
"아니요, 아직은 아니에요. 아마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르죠. 네, 언젠가는요. 하지만 내가 여왕이 아니라면, 그것도 다른 여왕이 아니라 모운홀드의 여왕이 아니라면 안 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는데, 어떠한 의심도 없애버리려는 듯이 너무나도 완고한 표정이었다.
카티샤는 마지막 말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는 저 소녀의 활달한 상상력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잘 작동하는 정신의 일종의 표시라 여기기로 했다.
"내 생각에 언젠가 '그날'이 오기 전 스트로는 완전히 늙은이가 되어 있을 것 같구나, 베리. 엘프는 아주 오래 산단다." 카티샤 의 얼굴은 잠시 동안 부러운 기색을 띄었다, 엘프들이 신들에게서 받은 천 년에 달하는 장구한 수명을 생각할 때마다 인간들이 보여주는 동경이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 사실은, 질병이나 폭력이 각기의 운명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오래 사는 엘프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살 수 있었고, 그 중 한 둘은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난 늙은 남자도 좋아해요." 베리가 말했다.
카티샤는 폭소했다.
* * *
바렌지아는 테리스가 책상위의 서류들을 분류하고 있는 동안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그는 세심하고 정교했는데, 조심스레 그가 찾은 것들 모두를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고 있었다.
그들은 스트로를 망보기로 밖에 놓아두고는 귀족의 저택으로 침입한 것이다. 테리스가 말하길, 이 일은 간단하지만 아주 극비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다른 길드원들을 데리고 오는 것조차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베리와 스트로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외 다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뭘 찾고 있는지 알려준다면 나도 찾아보겠어." 베리는 다급하게 속삭였다. 테리스의 밤눈은 그녀만큼 좋지는 못하는데다 심지어 그녀가 작은 라이트 마법 하나도 쓰는 것도 원치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화려한 방 안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스벤 백작과 잉가 부인의 다크무어 성 조차도 이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화려하게 장식되고 커다랗게 반향이 울리는 아래층 방들을 거쳐오면서, 그녀는 놀라움에 주변을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테리스는 위층에 있는 책이 전시된 자그마한 서재 안의 책상 말고는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는 듯 했다.
"쉿." 그는 화난듯이 말했다.
"누가 오고 있어!" 문이 열리고 까맣게 형체만 보이는 두 명의 인물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 바로 직전에 베리가 말했다. 테리스는 그녀를 그들 쪽으로 거칠게 밀치고는 창문 쪽으로 튀어나갔다. 바렌지아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움직이거나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 두사람들 중 작은 쪽이 테리스를 향해서 튀어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푸른색 빛의 두 번의 짧고 조용한 칼부림이 난 뒤, 테리스는 쓰러져 버렸다.
서재 밖에서는 빨라지는 발걸음과 경계를 알리는 소리, 갑옷을 급히 걸치는 쇳소리가 그 집 전체에 활기를 띠게 했다.
키가 큰 남자 - 외모로 보아 다크 엘프인 - 는 반은 들어서, 반쯤은 억지로 끌어 테리스를 문쪽으로 데리고 가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엘프의 팔에다가 밀어넣었다. 첫 번째 엘프가 고개짓을 하자 푸른색 로브를 입은 자그마한 그의 동료도 두 번째 엘프를 따라 나갔다. 그런 다음에 그는 바렌지아를 조사하려는 듯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는데, 그녀는 비록 심하게 머리가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상의를 벗어봐, 바렌지아." 그 엘프가 말했다. 바렌지아는 넋을 잃은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윗옷을 꽉 붙들었다. "넌 여자잖아, 안그래 베리?"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몇달 전에 소년 흉내를 내는걸 그만뒀어야 해. 그 일은 너를 주목하게 만들었지. 게다가 베리라는 이름을 쓰다니! 네 친구 스트로는 너무 멍청해서 다른건 기억을 못해냈나?"
"그건 일반적인 엘프 이름이예요." 바렌지아가 항변했다.
그 남자는 슬픈 듯 고개를 흔들었다. "다크 엘프에게 흔한 이름은 아니지. 하지만 다크 엘프에 대해 아는건 별로 없지? 그럴거야.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을테니. 뭐 문제없어. 내가 그걸 고쳐주도록 하지."
"당신은 누구죠?" 바렌지아가 물었다.
"아아, 어디가나 유명세로군."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바렌지아 공주님, 저는 심마쿠스라고 합니다. 경외로우시며 지엄하신 타이버 셉팀 1세의 제국군 소속의 장군 심마쿠스지요.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 하겠군요. 탐리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당신을 추적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아니면 탐리엘의 이쪽 지역이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그런데 저는 예상을 했고, 그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들어갔습니다. 그대가 결국은 모로윈드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당신은 운이 좋았습니다. 화이트런에서 스트로일 것으로 생각되는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쌍의 남녀를 찾는 것을 그만두었지요. 그건 제 실수입니다. 하지만 당신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디있나요? 그는 무사한가요?" 그녀는 순수하게 그가 염려되어 그에게 물었다.
"아, 그는 무사합니다. 당분간은요. 물론 구금되어있지만." 그는 돌아섰다. "그가... 걱정됩니까?"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격렬한 호기심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붉은 눈은 그녀에게 이상하게 보였는데, 거의 보지 않았던 그녀 자신의 눈을 제외하자면 그랬다.
"그는 내 친구예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그 말들은 그녀 자신의 귀에도 무감각하고 가망없게 들렸다. 심마쿠스! 제국의 장군. 타이버 셉팀 황제 본인과 돈독한 친분을 가지고 그의 말은 다 들어주는 것 이상이라는 바로 그 사람.
"그렇군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공주님."
"날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그녀는 장군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집 안의 어수선함은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아마도 이 집의 거주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키 큰 다크 엘프는 책상 구석에 걸쳐 앉았다. 그는 상당히 여유있고 얼마 동안은 여기 머물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친구들이라고 그가 말했었나? 이 남자는 그녀에 대한 것을 전부 다 알고 있다! 아니면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어느 경우든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 거죠? 나에게도?"
"아아, 알다시피 이 집은 이 지역 제국 군대의 사령관을 위해 있는 것인데, 그 말인즉슨 이 집이 내 것이라는 뜻이지." 바렌지아는 숨이 막히는 듯 했고 심마쿠스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잠깐, 너는 몰랐었나? 쯧쯧, 17세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경솔하셨군요 공주님. 항상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곤란에 빠지게 되지요."
"하, 하지만 기... 길드는 겨... 결코..." 바렌지아는 떨고 있었다. 도둑 길드는 절대로 제국의 정책을 거스르는 일을 시도할 리가 없었다. 그 어느 누구도 타이버 셉팀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길드의 누군가가 실수를 했다. 끔직할 정도로. 그녀가 그 댓가를 치를 시간이 된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테리스가 길드의 이 일로 길드의 승인을 얻었을 것 같지는 않아. 사실, 나도 궁금..." 심마쿠스는 서랍을 열고는 책상을 조심스레 조사했다. 그는 서랍 하나를 선택하고는 책상 위에 놓고 위장된 바닥면을 제거했다. 그 안에는 접혀진 종이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건 무슨 지도의 일종 같았다. 바렌지아는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심마쿠스는 웃으면서 그걸 그녀에게서 치웠다. "정말 경솔하군!" 그는 그걸 잘 살펴본 뒤 접어서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었다.
"당신이 방금 전에 지식을 탐구하라고 충고했잖아요."
"내가 그랬었지, 그랬어." 갑자기 그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이제 그만 가야겠군요, 내 사랑스러운 공주님."
그는 그녀를 문으로 안내했고, 아래층을 지나 아직 밤중인 바깥까지 데리고 나왔다. 거긴 아무도 없었다. 바렌지아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녀는 그녀가 그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어떻게든 그를 따돌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설마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아, 너에 대한 내 계획이 무엇일지 듣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가 약간 기분이 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말을 꺼냈으니 듣고 싶군요."
"아마 네 친구들에 대한 것을 먼저 듣고 싶겠지."
"아니요."
그는 이 말에 만족한 듯 보였다. 그건 분명히 그가 듣고 싶어하던 대답이었다고 바렌지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또한 그건 진실이기도 했다. 그녀는 친구들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특히 스트로, 그보다는 그녀 자신에 대해서 더 걱정하고 있었다.
"너는 모운홀드의 합법적인 여왕이 될 것이야."
* * *
심마쿠스는 이것이 처음부터 그녀에 대한 그의 계획이었고 또한 타이버 셉팀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녀가 멀리 있는 십수년간 군정 하에 있던 모운홀드는 제국의 지도 하에서 점차 민정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물론 제국의 한 지방인 모로윈드의 일부로써.
"하지만 왜 내가 다크무어로 보내진거죠?" 바렌지아는 그녀가 들은 것을 거의 믿지 못하는 채 질문했다.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지. 왜 도망간거지?"
바렌지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머물러야 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지요. 나는 진작에 이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어요."
"너는 지금 이 이야기를 들었어야만 해. 실상 나는 너를 황제의 가족의 일원으로써 얼마간 임페리얼 시티에서 머물도록 하게끔 사람을 보내려고 했었지. 그런데 물론 넌 그들로부터, 말하자면, 도망가고 말았지. 네 운명에 대해 말하자면, 그건 너에게 아주 명백한 것이어야 하고, 지금까지도 그래 왔어야만 해. 타이버 셉팀은 쓸모없는 자를 가까이 두지는 않아. 그에게 쓸모있도록 너는 어떤 다른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난 그 사람을 몰라요. 사실 당신도 잘 모르죠."
"그렇다면 이걸 알도록 해. 타이버 셉팀은 공과에 따라 친구이든 적이든 똑같이 상을 내린다."
바렌지아는 그 말을 몇분간 곱씹었다. "스트로는 날 잘 대해줬고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그는 도둑 길드의 일원도 아니고, 지금까지 나를 보호해 왔죠. 여러 심부름을 해서 우리 생활비를 벌었고, 그리고 그는... 그는..."
시마쿠스는 짜증스럽게 손을 흔들며 그녀를 침묵시켰다. "아, 스트로에 대해선 전부 다 알고 있지." 그가 말했다. "그리고 테리스에 대해서도."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는거지?"
그녀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스트로는 작은 농장을 원했어요. 내가 부자가 된다면 그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좋아." 그는 놀란것 같았다. 그리고 기쁜 듯이 보였다. "그는 농장을 가지게 될거야. 그럼 테리스는?"
"그는 나를 배신했어요." 바렌지아는 차갑게 말했다. 테리스는 자신에게 이 일의 위험성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그녀를 적들의 품 속으로 바로 밀어버렸다. 상을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사실상 신뢰를 줄 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그렇군. 그래서?"
"으음, 그는 고생을 좀 해봐야 돼요... 그렇죠?"
"합당한 것 같군. 무슨 벌을 내리면 좋을까?"
바렌지아는 손을 말아서 주먹을 만들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몸소 저 카짓을 때리고 할퀴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건 여왕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되고 말았다. "채찍질을 해요. 에... 20대를 친다면 너무 많을까요, 어때요? 그가 영구적인 상처를 가지지는 않았으면 해요, 이해하겠죠. 그저 따끔한 교훈을 내리도록 해 주세요."
"아아, 물론이지." 심마쿠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의 모습이 갑자기 정중해지고 심각해졌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모운홀드의 여왕이신 바렌지아 전하." 그리곤 그녀에게 절을 했다, 재빠르고 예절 바르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인사였다.
바렌지아의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 * *
그녀는 심마쿠스의 집에서 이틀간 머물렀는데 그 동안 그녀는 매우 바빴다. 드렐리아네라는 그녀를 돌보아주는 다크 엘프 여인이 있었는데, 자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선 정확히 하녀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마쿠스의 아내나 연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바렌지아가 이것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단순히 자신은 장군의 고용인이며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고만 대답했다.
드렐리아네의 도움으로 몇가지 훌륭한 의상과 신발들이 그녀를 위해 주문되었고, 다른 자질구레한 필수품들과 함께 승마복과 부츠도 더해졌다. 바렌지아는 자기 자신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심마쿠스는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거의 식사 시간에만 그를 볼 수 있었는데, 그는 그 자신에 대해서나 혹은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으며, 대부분의 주제에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으며, 그녀가 뭐라 말하든 간에 상당히 흥미가 있는 듯 했다. 드렐리아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바렌지아는 그들과 지내는 것이 충분히 즐거웠지만, 카티샤가 '알기는 너무 어려워'라고 말한 것과 같은 상태였다. 그녀는 실망 때문에 이상한 아픔을 맛보았다. 그녀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안정을 맛보기를 기대했지만, 무엇인가의 일부로써 누구와 함께 어디엔가 드디어 속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대신에 그녀의 노르드 친구들인 카티샤와 스트로를 간절히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마쿠스가 내일 임페리얼 시티로 출발할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게 해 줄것을 부탁했다.
"카티샤?" 그가 물었다. "아아, 하지만 그렇다면... 제 생각에 그녀에게 빚진게 있는 것 같군요. 바로 그녀가 가끔은 남장을 하는 엘프 친구가 필요한 베리라는 외로운 다크 엘프 소녀에 대해서 저에게 알려준 사람이죠. 외견상으로는 그녀는 도둑 길드와 관련이 없고, 도둑 길드와 관련된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의 진짜 정체를 아는 것 같지는 않군요, 테리스를 제외하곤 말입니다. 그건 좋은 일이죠. 당신이 과거에 길드원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부디 그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전하. 그런 과거는... 제국의 여왕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트로와 테리스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 사실을 몰라요. 친구들은 그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구요."
"그렇겠죠." 그는 의심스럽게 자그마한 미소를 머금었다. "결코."
그 때 그는 카티샤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말하는 태도에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트로는 그들이 출발하는 날 아침에 집으로 왔다. 그들은 응접실에 둘만 남아 있었는데, 바렌지아는 다른 엘프들이 자신들의 귀로 대화를 들을 만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초췌하고 창백해 보였다. 몇분 동안 침묵 속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스트로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고 뺨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미소를 지어 보려고 노력했다. "결국, 우리는 원하던 것을 얻게 되었구나 안그래? 나는 모운홀드의 여왕이 될 것이고 넌 네 농장의 주인이 될 것이잖아."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따뜻하고 진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에게 편지를 쓸게, 스트로. 약속해. 너도 대필해 줄 사람을 구해서 나에게 편지를 해야해."
스트로는 머리를 슬프게 흔들었다. 바렌지아가 계속 고집하자, 그는 자신의 입을 벌리고는 불분명한 소리를 내면서 거기를 가리켰다. 그 때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그는 혀가 없었다. 잘려버린 것이다.
바렌지아는 의자 위로 쓰러졌고 크게 울었다.
* * *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죠?" 스트로가 안내를 받아 떠나간 뒤, 그녀는 시마쿠스를 찾았다. "왜 그랬냐구요?"
심마쿠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너무 많은걸 알고 있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죠. 적어도 그는 살아있고 ... 돼지나 뭘 키우는데는 혓바닥이 별 필요가 없을테니."
"난 당신이 미워!" 바렌지아는 그에게 소리치고는 갑자기 몸을 구부리더니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메스꺼움이 가라앉으면 계속 그를 욕했다. 드렐리아네가 그 뒤처리를 하는 동안 그는 얼마간 무심한 듯이 그걸 듣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소리를 그치지 않으면 황제에게 가는 여행 동안 그녀 입을 묶어놓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 중간에 카티샤의 집 앞에서 그들은 멈추었다. 심마쿠스와 드렐리아네는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 모든게 정상처럼 보였지만 바렌지아는 그 문에다 노크할 때 겁에 질려 있었다. 카티샤가 문을 열었다. 바렌지아는 적어도 그녀는 무사하다는 사실에 조용히 신들에게 감사했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하게도 울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바렌지아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왜 울고 있나요?" 바렌지아가 물었다.
"물론 테리스 때문이지. 아직 듣지 못했니? 오 이런, 불쌍한 테리스, 그 아인 죽었어." 바렌지아는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심장을 기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아이는 사령관의 저택을 털다가 붙잡혔어. 불쌍한 것 같으니, 하지만 너무 무모했어. 오 베리, 그 아이는 사령관의 명령으로 이 새벽에 끌려나와서 사지가 잘려 죽었어!"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갔었어. 그 아이가 부탁했지. 너무 처참해서. 그가 죽기 전 너무 고통스러워 했어. 난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너와 스트로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너희 둘이 어디 있는지 모르더구나." 그녀는 바렌지아의 뒤를 흘깃 보았다. "저 자가 바로 그 심마쿠스 사령관이로구나, 그렇지?" 그리고는 카티샤는 이상한 일을 했다. 울음을 멈추고는 미소를 지은 것이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생각했단다. 바로 그가 바렌지아의 남자로구나!" 카티샤는 앞치마를 접더니 그걸로 눈 주위를 닦았다. "알겠지만 내가 그에게 너에 대해 말해주었어."
"그래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녀는 카티샤의 양손을 잡고는 그녀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카티샤, 난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그리워 할거예요. 하지만 제발 다른사람에게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절대로. 그렇지 않겠다고 맹세하세요. 특히 저 심마쿠스에게는요. 그리고 스트로를 저대신 좀 보살펴주세요. 저에게 약속해줘요."
카티샤는 약속했다. 당황했지만 의지가 엿보였다. "베리, 테리스가 붙잡힌 것이 다소라도 나 때문인건 아니겠지? 난 테리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그... 그... 그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녀는 뒤에 있는 장군을 바라보았다.
바렌지아는 그렇지 않다고 그녀를 확신시켰다, 제국군의 정보원 하나가 테리스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라고. 아마 그건 거짓이리라, 하지만 카티샤가 단순히 어떤 위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오, 그 말을 들으니 기쁘구나, 내가 지금 무엇이라도 기뻐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녀는 옆으로 기대고는 바렌지아의 귀에다 속삭였다. "심마쿠스는 참 잘 생겼구나, 그렇지 않니? 게다가 너무 매력적이야."
"난 그런건 몰랐어요." 바렌지아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생각해야할 다른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그녀는 급히 몬홀드의 여왕이 되는 것과 당분간 임페리얼 시티에서 살게 될거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는 나를 돌봐주고 있어요. 그게 다죠. 황제의 명령에 따라서요. 나는 임무 수행의 대상인 것이죠. 일종의 어... 목적 이상의 것이 아니에요. 난 그가 나를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내가 남자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요." 그녀는 카티샤의 의심스러운 얼굴에다 대고 그렇게 덧붙였다. 카티샤는 바렌지아가 만나는 모든 남성들에 대해서 성적 호감도와 유용성에 따라서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여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마도 충격이었나봐요." 그녀는 덧붙였고 카티샤는 그래 그건 사실이야라고 말하며 동의해 주었다. 그건 일종의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그녀가 그런 것을 경험해 볼 일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고는 그들은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다시 껴안았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바렌지아는 그녀와 함께 미소지었다. 그녀는 이후 다시는 카티샤나 스트로를 만날 수 없었다.
* * *
일행은 거대한 남문을 통해 리프튼을 떠났다. 문을 지난 뒤에 심마쿠스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문쪽을 가리켰다. "저는 전하께서 테리스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바렌지아는 잠깐 동안이지만 확실히 문 위에 있는 창 끝에 꿰어진 머리를 바라보았다. 새들이 그 주위에 몰려 있었지만 얼굴은 아직 알아볼만 했다. "그가 내 말을 들을수 있을것 같지는 않네요, 하지만 그는 내가 무사한 것을 안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라 확신해요." 그녀는 밝게 보이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갈 길을 가는게 어떨까요, 장군?"
심마쿠스는 그녀의 무반응에 실망한 것이 분명했다. "아, 네 친구 카티샤에게서 벌써 이 일을 들었나보군."
"맞아요. 그녀는 처형이 이루어질 때 거기 있었어요." 바렌지아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가 아직 모르고 있다곤 하더라고 그는 곧 알아내게 될거라 그렇게 확신했다.
"그녀는 테리스가 길드 소속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나?"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었어요. 오직 나같은 하급 길드원이나 그걸 비밀로 하는 거예요.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은 잘 알려져 있죠." 그녀는 돌아서서 그에게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 다 알아야 하겠죠, 장군?" 그녀는 달콤하게 말했다.
그는 여기에 영향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말했지만 길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거군."
"길드 회원 자격은 내가 말할 비밀이 아니었죠. 다른건 그랬지만. 거기는 차이점이 있어요. 게다가, 카티샤는 아주 정직한 여성이죠. 내가 그 이야기를 했다간, 날 훈계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녀는 언제나 테리스가 더 정직한 길을 가지도록 하려고 했어요. 난 그녀의 좋은 생각을 높게 평가한답니다." 그녀는 그에게 냉기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당신은 별 관심이 없겠지만, 그녀가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그녀는 내가 만약 단 한 사람의 남자에게 정착한다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내 종족의 한 사람 말이예요. 모든 올바른 자질을 가진 내 종족 중의 한 사람, 모든 올바른 것을을 말할 줄 아는 사람. 실상 그건 바로 당신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맞추기위해서 고삐를 붙잡았다. "소원은 이루어지지만 자신이 원하던 대로가 아니라는것이 이상하지는 않나요? 아니면 이렇게 말해야겠군, 당신이 그렇게 되어달라고 그렇게 바랬던 바로 그 방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말이지요."
그의 대답은 그녀를 놀라게 하여 말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해서는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래 정말 이상하군." 그가 대답했을 때, 목소리는 그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리고는 양해를 구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들고는 자신의 말이 앞으로 나가도록 몰았다. 별로 감명받지 않은듯이 보이려 노력하면서. 그녀를 번민하게 만든 그의 답변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가 말한 것 때문은 아니야. 그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가 그걸 말한 방식. 그것이 그녀, 바렌지아가 바로 그의 이루어진 소원들 중의 하나라고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 것이었다. 별로 타당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심사숙고 끝에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황제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몇 달간의 수색 끝에 결국 그녀를 찾아낸 것으로 보여. 분명해. 그러니 그의 소망이 이루어진거지. 그래 분명히 그런 것일 거야.
하지만 분명하게도 어떤 면에서는 전혀 그의 취향에 부합하는 설명은 아니었다.
4. 3권
원문
진정한 바렌지아, 제3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며칠 동안, 바렌지아는 친구들과 헤어진 일로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두 번째 주가 되자 그녀의 마음은 약간 가벼워졌다. 비록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더욱 스트로와의 관계를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다시 길 위에 서게 된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녀가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 레드가드의 기사들이 그들을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녀가 한때 속했었던 상단의 호위보다 훨씬 더 규율이 있고 예의가 발랐다. 그들은 온화한데다 그녀가 시도한 여러가지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심마쿠스는 언제나 여왕은 여왕다운 위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적으로 그녀를 꾸짖었다.
"그 말은 앞으로 전혀 재미를 볼 수는 없다는 건가요?" 그녀는 토라져서 물었다.
"그래, 저런 사람들과는 안 된다는 거지. 저들은 당신의 아랫사람들이오. 공주님, 권위를 가진 자들로부터 요망되는 것은 자애(graciousness)이지 친밀함(familiarity)이 아니라오. 임페리얼 시티에 있는 동안에는 고상하고 정숙하게 있어야 합니다."
바렌지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크무어 요새로 돌아가도 좋아요. 알고 있겠지만, 엘프는 선천적으로 난잡해요. 모두 다 그렇게 말한다구요."
"'모두 다'라는건 틀린 말이야.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아. 황제 -그리고 나- 는 네가 분별력과 좋은 취향 둘 다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지. 이걸 기억하라고, 여왕 전하. 네가 모운홀드의 왕위를 잡을 수 있는 건 혈통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타이버 셉팀의 의향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말이야. 만약 그가 판단하기를 네가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여왕으로써의 네 통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리게 될 테니까. 그는 그의 모든 신하들에게서 지능, 순종, 판단력 그리고 완전한 충성을 요구하지, 그리고 여성에게서는 고상하고 정숙한 것을 선호해. 참한 우리 드렐리아네를 모델로 해서 그대의 행동거지를 바꾸어 볼 것을 나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오, 공주 전하."
"차라리 다크무어로 돌아가겠어요!" 바렌지아는 화가 나서 즉시 대답했는데, 쌀쌀맞은데다 얌전만 빼는 드렐리아네를 그 어떤 면에서라도 흉내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왕 전하. 타이버 셉팀 황제에게 자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황제의 적들에게도 역시 필요 없는 존재라고 황제는 판단할 것입니다." 장군은 엄숙하게 말했다. "전하께서 어깨 위에 머리를 붙여 놓고 싶으시다면 이 말을 잘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권력은 육욕이나 천한 자들과 어울리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군요."
그는 예술, 문학, 드라마, 음악 그리고 황궁에서 벌어지는 대 무도회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렌지아는 점점 그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는데, 전적으로 그가 가한 위협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소심하게도 임페리얼 시티에 있는 동안 마법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심마쿠스는 이에 기뻐하는 듯 보였고 그 준비를 갖추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용기가 생긴 그녀는 호위 기사들 중 3명의 여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연습 목적으로 저들과 훈련을 약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장군은 이에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지만, 오직 여자들과만 한다는 조건 하에 이를 허락해 주었다.
여행 기간 동안 늦겨울의 기후는 약간 춥기는 했지만 맑았다. 그래서 닦여진 길을 따라 그들은 빠르게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마침내 봄이 온 것 같았는데 해빙의 징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발아래의 도로는 진창이었고 어디에서나 희미하지만 꾸준하게 물이 졸졸 흐르고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기대해 마지않던 소리였다.
* * *
석양이 질 때 그들은 임페리얼 시티로 이어진 거대한 다리에 도착했다. 장밋빛의 석양이 거대 도시의 순수한 백색의 대리석 건축물들을 은은한 분홍색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주 새롭고 장대하며 순수해 보였다. 널찍한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가니 황궁에 도착했다. 모든 계층과 인종의 사람들이 넓은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석양이 지고 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남에 따라 상점들과 여관에서는 불빛이 반짝였다. 변두리의 거리조차도 넓었고 환하게 밝혀졌다. 황궁 근처 동쪽에는 메이지 길드의 거대한 탑이 솟아 올라 있었고, 서쪽에는 거대한 신전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이 사라져가는 태양빛에 번쩍이고 있었다.
심마쿠스는 신전을 지나 황궁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장대한 저택에 방을 가지고 있었다. ('템플 오브 더 원'이라고 그들이 거기를 지날 때 그가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고대의 노르드의 미신을 타이버 셉팀 황제가 부활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렌지아가 황제에게 인정받게 되면 그 멤버들 중의 일원이 되기로 되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곳은 아주 근사한 곳이었다 -비록 바렌지아의 취향과는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벽과 비품들은 순백색이었고 투박한 황금색의 터치만이 거기에 더해져 있었는데, 바닥은 은은하게 빛나는 흑색 대리석이었다. 바렌지아는 그 색감과 미묘한 명암의 상호작용 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아침이 되자 심마쿠스와 드렐리아네는 그녀를 안내해서 임페리얼 궁전으로 향했다. 바렌지아는 그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심마쿠스에게 경의를 담은 존경을 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경우에는 아첨과의 경계가 모호해 지기도 했지만, 장군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듯 했다.
그들은 곧바로 황제에게 안내되었다. 아침의 태양빛이 작은 방안으로 작은 창유리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서는 호화롭게 차려진 아침 식사가 차려진 식탁과 거기 앉아있는 한 남자를 씻어내고 있었는데, 그는 빛으로 인해 어둡게 보였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급히 그들 쪽으로 왔다. "아, 심마쿠스 내 가장 충성스러운 친구, 자네의 귀환을 정말로 환영하네." 그의 손이 심마쿠스의 어깨를 가볍게, 다정스럽게 잡았는데, 그 다크 엘프는 그 과정이 진행되는 중에 무릎을 깊이 구부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타이버 셉팀 황제가 그녀에게 돌아섰을 때 절을 했다.
"바렌지아, 우리 작은 장난꾸러기 도망자. 그래 별 일은 없었지, 아이야? 여기, 어디 한번 보자꾸나. 으음, 심마쿠스, 그녀는 매력적이야, 너무나도 매력이 있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그렇게 우리들로부터 숨겨 놓았던거지? 빛이 너무 강하구나, 아이야. 커텐을 칠까? 그래 그렇게 하자." 그는 심마쿠스의 항변을 손짓으로 물리치고는 자신이 직접 커텐을 쳤다. 하인을 부르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의 소중한 손님들을 무례하게 대한 것을 용서해 바라네.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환대를 빼 먹은데 대한 변명은 거의 되지 않지요. 하지만 아! 우리와 함께 하도록 하지. 블랙 마쉬에서 가져온 굉장한 복숭아가 있다네."
그들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렌지아는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타이버 셉팀은 그녀가 그렸던 냉혹하고 칙칙하며 강인한 전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평균치의 신장으로 심마쿠스보다는 머리 반개 정도가 작았지만 잘 짜여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유연한 몸놀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승리의 미소와 밝고 -정말로 사람을 꿰뚫는듯한-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고 주름이 지고 풍상을 겪은 얼굴 위에 순백의 머리칼이 머리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는 40에서 60세 사이로 보였다. 그는 그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나눠주고는 얼마 전에 장군이 그녀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그녀에게 했다. 왜 집을 나왔는가? 그녀의 보호자들이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폐하." 바렌지아가 대답했다. "사실은, 아닙니다 -가끔은 그런 공상을 하곤 했기는 하지만요." 심마쿠스는 그녀를 위한 이야기 하나를 꾸며내었고, 바렌지아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불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마구간에서 일하는 소년 스트로가 그녀의 보호자들이 그녀에게 알맞은 신랑감을 찾지 못해서 리하드에 있는 사람의 첩으로 그녀를 팔아 넘기려 한다고 그녀를 부추겼으며, 그런데 레드가드 한 사람이 정말로 왔고, 그녀는 공황상태에 빠져서 스트로와 함께 달아난 것이다.
타이버 셉팀은 그녀가 상단의 호위로써 있었던 때의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에 매료된 것처럼 보였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열중해 있었다. "아니, 이건 노래로 치면 발라드 같군!" 그가 말했다. "신들에게 맹세코, 황실 바드에게 이걸 음악으로 만들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매력적인 소년으로 변장했다니."
"심마쿠스 장군이 말하기를..." 바렌지아는 혼란에 빠져 멈추었다가 계속해 나갔다. "그가 말하기를.. 으음, 제가 더 이상 남자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요. 저는 지난 몇 달간... 성숙해졌습니다." 그녀는 눈을 아래로 깔아 내렸는데 그건 그녀가 처녀의 수줍음에 가깝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었다.
"그는 매우 눈썰미가 있는 친구요. 우리의 충실한 친구인 심마쿠스는 말이요."
"제가 아주 어리석은 소녀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폐하. 이제 폐하와 제 친절하신 보호자들의 용서를 구해야만 합니다. 저는... 저는 그걸 얼마 전에 깨달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건 너무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다크무어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폐하, 저는 모운홀드가 그립습니다. 제 영혼이 제 조국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착한 아이. 넌 고향에 가게 될 거야, 우리가 약속하마. 하지만 우리와 함께 잠시 동안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있단다, 그래야 우리가 너에게 지울 위험하고 중대한 임무를 해나갈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바렌지아는 그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심장은 급하게 뛰고 있었다. 심마쿠스가 그렇게 될 거라고 말 한 대로 모든 것이 다 들어맞았다. 그녀는 그에게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이 왈칵 밀려왔지만 일단은 황제에게 계속 집중하고자 주의를 기울였다. "황은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그리고 진심으로 제가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던지 폐하와 이 대 제국을 위해 노력할 것을 희망합니다." 그건 분명히 정치적인 언사였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자 했다. 그녀는 도시의 장엄함과 어디에서나 분명히 드러나는 규율과 질서에 압도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이 모든 것의 구성원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녀를 들뜨게도 했다. 그리고 자상한 타이버 셉팀에게 그녀는 상당히 매료되었다.
* * *
그 뒤 며칠 뒤에 심마쿠스는 바렌지아가 왕위를 계승할 준비가 될 때까지 통치자의 책무를 처리하고자 모운홀드로 떠났다. 그녀가 여왕이 되면 심마쿠스는 그녀의 수상이 될 예정이었다. 드렐리아네를 보호자로 해서 바렌지아는 황궁의 방들 중 하나에 거처를 잡았고, 여왕의 훈육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몇 명의 가정교사들이 붙어서 그녀를 가르쳤다. 이 시기에 그녀는 마법에 깊은 관심이 생겼지만, 역사와 정치는 전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가끔씩 황궁 정원에서 그녀는 타이버 셉팀을 만났는데 빼놓지 않고 정중하게 그녀의 학습 경과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으며, 비록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국정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을 꾸짖곤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더 정교한 마법의 의미들을 그녀에게 알려줄 때는 행복했고, 심지어 정치나 역사조차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란다, 얘야. 먼지투성이 책 속에 있는 무미건조한 사실들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그녀의 이해력이 증진되자, 그들의 토론은 더 길어지고 깊어졌으며 더 자주 행해지게 되었다. 그는 통일된 탐리엘이라는 그의 미래상을 그녀에게 말해 주었는데, 각 종족은 각기 다르고 고유의 특색을 가지긴 하지만 이상과 목적을 서로 공유하여 공공의 복리를 위해 모두 공헌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은 보편적인 것이라 선의를 가진 모든 지성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 그가 말했다. "그래서 신은 우리들을 이렇게 행하라고 가르치는 거야. 우리는 악당들과 야만인들, 잘못 창조된 것들에 - 오크, 트롤, 고블린 기타 더 나쁜 생명체들 - 대항해서 뭉쳐야만 하며 우리들끼리 다투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의 푸른색 눈은 자신의 꿈을 펼쳐 보임에 따라 빛이 나고 있었는데 바렌지아는 그의 옆에 앉아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가 그녀 곁으로 다가온다면 그의 곁에 있는 그녀의 몸은 마치 그가 연기를 내며 타오르는 불꽃인 것처럼 타버릴 것만 같았다. 만약 그들이 손을 마주잡는다면 마치 그의 몸이 전격 마법으로 충전되어 있었던 것 같이 그녀의 온 몸이 얼얼할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전혀 뜻밖에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고는 입술에다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뒤로 물러섰는데, 그녀 자신 감정의 강렬함에 놀랐던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는... 우리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네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너무 아름다워." 그는 자신의 진중한 눈으로 희망 없는 열망을 드러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뒤로 돌아섰다. 얼굴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나에게 화가 난거냐? 제발 말을 해다오."
바렌지아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저는 전혀 폐하께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저...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제 마음을 바꿀수는 없어요."
"나는 아내가 있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훌륭하고 정숙한 여인이지. 내 아이들이자 미래의 계승자들의 어머니이기도 하지. 나는 그녀를 버릴 순 없어. 하지만 나와 그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영혼의 교감이 없지. 그녀는 우리 사이를 현재처럼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지. 현재 우리는 탐리엘 전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야. 그리고... 바렌지아, 우리는... 나... 나는 또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는 갑자기 일어섰다. "권력!" 그는 고상하지만 경멸이 들어간 말투로 말했다. "만약 신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젊음과 사랑을 대가로 그 것을 내어주겠다."
"하지만 당신은 강하고 원기왕성한데다 활기가 넘쳐요. 내가 알던 어떤 남자들보다 더욱 더요."
그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오늘은 아마 그럴지도. 하지만 어제의 나보다는 못하지. 작년보다도. 십년 전보다도. 내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것 같군, 그건 고통스러워."
"당신의 상처를 덜어줄 수 있다면, 내가 하게 해 주세요." 바렌지아는 손을 뻗으면서 그를 향해 움직였다.
"안돼. 너에게서 순결을 빼앗을 순 없어."
"난 그렇게 순결하지 않아요."
"뭐라고?" 황제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고, 눈썹은 찌푸려졌다.
바렌지아는 입술이 말라왔다.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알아차릴 것이다. "스트로 였어요."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저... 저도 역시 외로웠거든요. 외로웠어요. 게다가 저는 당신만큼 강하지도 않아요." 그녀는 부끄러움에 눈을 아래로 향했다. "저... 저는 당신이 정을 줄만한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폐하..."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바렌지아. 나의 바렌지아. 오래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야. 너는 모운홀드와 제국에 대한 책무가 있어. 나 또한 마찬가지지. 하지만 당분간이라면 우리 서로 아픔을 나눌 수는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신께서 우리들의 과오를 용서해 주실까?"
타이버 셉팀은 아무 말 없이, 부드럽게 팔을 올렸고, 바렌지아는 그의 품으로 안겨 들어갔다.
* * *
"넌 화산의 끝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거야, 꼬마." 드렐리아네는 바렌지아가 황궁의 연인이 만난지 한 달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근사한 스타 사파이어를 감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훈계하고 있었다.
"어떻게요? 우리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요. 심마쿠스는 내가 신중하고 분별 있게 행동하라고 했어요. 내가 고를 만한 더 나은 사람이 있나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신중하게 해 왔어요. 그는 공공장소에서는 날 딸처럼 대하고 있어요." 타이버 셉팀의 야간 방문은 그 자신과 신뢰하는 몇 명의 경호원들만이 알고 있는 황궁 내의 비밀 통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는 똥개가 먹을 것에 그러듯이 너에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단 말이야. 황후와 그 자식들이 너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니?"
바렌지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와 황제가 연인이 되기 전에조차도, 그녀는 마지못한 예의 이상의 것을 그의 가족들에게서 얻지 못했다. "무슨 상관이예요?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은 타이버라구요."
"하지만 미래를 가지는 것은 그의 아들이야. 공개적으로 그의 모후를 망신주어서는 안 되. 제발 부탁이다."
"비쩍 마른 막대기 같은 여자가 저녁 식사의 대화에서조차 남편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을 제가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요?"
"공공장소에서 말을 많이 하지마.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야. 그녀는 별 문제가 안 되, 그건 사실이야 -- 하지만 그녀의 자식들은 그녀를 사랑해, 그리고 너는 저들이 적이 되는 걸 원하지 않지. 타이버 셉팀은 오래 살지 못해. 내 말은..." 드렐리아네는 바렌지아의 험악한 인상에 재빨리 말을 수정했다. "인간은 모두 수명이 짧아. 우리 오래된 종족 말로는 단명 한다고 하지. 계절이 오가는 것처럼 그들은 살다가 사라져. 하지만 강력한 인간의 가족은 한 세월을 살아가게 되지. 네 인간관계로부터 지속적인 이득을 얻어 내려면 너는 그 가족의 친구가 되어야만 해. 아, 하지만 너무도 어리고 인간처럼 자란 너에게 어떻게 이걸 진실이라 여기게 만들 수 있을까. 네가 잘 새겨듣고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너와 모운홀드는 셉팀 왕조의 몰락을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보아 온 것처럼 만약 그가 왕조를 정말로 세우게 된다면 말이야. 그게 바로 인간의 역사가 흘러가는 방식이야. 그들은 불규칙적인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지. 그들이 도시와 영토는 봄날의 꽃처럼 피었다가 여름 햇살에 시들고 죽고 말아. 하지만 엘프는 견디어 내지. 저들의 한 시간은 우리에게는 일 년이고 저들의 하루는 우리에게는 10년의 세월이지."
바렌지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는 그녀와 타이버 셉팀 사이에 감도는 무성한 소문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한 눈길들을 모두 즐겼다. 황후와 그녀의 아들이 그녀에게 매혹된 것처럼 보이는 것만 제외하고는. 음유시인들은 그녀의 검은색 피부의 아름다움과 매혹을 노래했다. 그녀는 사교계의 중심에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게 오래가지 않을 일이라 해도, 글쎄, 그럼 그렇지 않은건 뭐지? 그녀는 기억하고 있는 한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매일 하루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쳤고, 밤은 훨씬 더 나았다.
* * *
"내가 왜 이런거지?" 바렌지아는 탄식했다. "봐요, 치마가 하나도 맞지 않아요. 내 허리가 어떻게 되가는 거죠? 살이 찐건가요?" 바렌지아는 거울에 그녀의 가는 팔과 다리 그리고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진 허리를 불편하게 비춰보고 있었다.
드렐리아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아기가 들어선 것 같아, 너처럼 어린 아이지. 인간과 계속 짝짓기를 해서 넌 일찍 성숙하게 된거야. 황제에게 털어놓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구나. 너는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니, 그게 최선이야. 그가 허락한다면 즉시 몬홀드로 가서 거기서 아이를 낳도록 하자."
"혼자서요?" 바렌지아는 그녀의 두 손을 부풀어 오른 배에 놓았는데,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의 결실을 그녀의 연인과 함께 나누고자 소망하고 있었다. "그이는 절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이제 나를 떠나려 하지 않아. 두고 보라구."
드렐리아네는 고개를 저었다. 비록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동정과 슬픔의 표정이 그녀의 일상적인 표정인 차갑고 냉소적인 얼굴을 대체하고 있었다.
그날 밤에 바렌지아는 그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장소에 타이버 셉팀이 왔을 때 그에게 말했다.
"아기라고?" 그는 쇼크를 받은 듯 했다. 아니, 공황상태라고 해야하나. "확실해? 하지만 내가 듣기로 엘프는 너무 어린 나이에는 임신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바렌지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나는 한번도..'
"내 치유사를 데리고 와야겠어."
중년의 하이 엘프 치유사는 바렌지아가 정말로 임신 중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고 그런 일은 전에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건 황제 폐하의 훌륭한 정력의 증명이라고 그 의사는 아첨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는데, 타이버 셉팀은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럴순 없어!" 그가 말했다. "되돌려 놔. 이건 명령이다."
"폐하." 치유사는 놀란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저는 못합니다... 저는 그런..."
"물론 자네는 할 수 있어, 이 무능한 멍청이 같으니." 황제는 급히 말했다. "자네가 그걸 처리하는 것이 우리들의 명백한 소망일세."
그때까지 겁에 질려 조용히 눈만 크게 뜬 채 있던 바렌지아는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앉았다. "안돼요!" 그녀가 소리쳤다. "안돼요!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얘야." 타이버 셉팀이 그녀 곁에 앉았을 때, 그의 얼굴은 그가 가진 승리의 미소들 중의 하나를 덮어쓰고 있었다. "정말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야. 네 일은 내 아들과 손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그보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겠구나."
"내 아이는 바로 당신 아이예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아니, 지금은 단지 가능성일 뿐이야, 그럴 수도 있지. 아직은 영혼이 깃들어 있지도 않고 삶을 부여받지도 않았지. 나는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겠어." 그는 의사에게 또 한 번 강렬한 눈빛을 주었고 엘프는 떨기 시작했다.
"폐하. 이 아이는 그녀의 소생입니다. 엘프들에게 아이들이란 아주 드물지요. 엘프 여인은 네 번 이상 임신하지 않습니다, 그건 매우 드문 일이지요. 두 번이 보통입니다. 일부는 한 번도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일부는 단지 한번 뿐이지요. 만약 이 아이를 떼어버린다면 그녀는 다시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우리 사이에서는 임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우리는 너의 예측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바렌지아는 침대에서 나체로 기어서 나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문을 향해 달렸다, 오직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어둠이 그녀를 덮친 것이다.
* * *
그녀는 고통에 잠이 깨었고 무언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있었던 자리에 무언가가 살아 있던 자리에, 하지만 이제는 죽어 영원히 사라져버려 빈 공간만이 남았다. 드렐리아네가 거기에 있었는데 그녀의 고통을 달래고 아직도 가끔 다리 사이에서 흥건하게 솟아나오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공허함을 채워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의 자리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황제는 굉장한 선물들과 다종다양한 꽃들을 보내왔고 짧게 방문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다. 바렌지아는 처음에는 이런 방문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타이버 셉팀은 더 이상 밤에 오지 않았고 --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그녀도 그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나고, 그녀가 육체적으로 완전히 회복되자, 심마쿠스가 편지를 써서 그녀가 계획보다 일찍 모운홀드에 올 것을 요청했다고 드렐리아네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녀는 즉시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공표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수행원들, 여왕에게 적합한 여러 가지 혼수품들 그리고 임페리얼 시티의 성문에서의 정성을 쏟은 인상적인 환송 기념식을 받았다. 일부는 그녀가 떠나는 것이 아쉬웠고 그들의 슬픔을 눈물과 작별의 말로 표현했다. 하지만 어떤 다른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았고 눈물을 보이지도 작별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진정한 바렌지아, 제3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며칠 동안, 바렌지아는 친구들과 헤어진 일로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두 번째 주가 되자 그녀의 마음은 약간 가벼워졌다. 비록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더욱 스트로와의 관계를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다시 길 위에 서게 된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녀가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 레드가드의 기사들이 그들을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녀가 한때 속했었던 상단의 호위보다 훨씬 더 규율이 있고 예의가 발랐다. 그들은 온화한데다 그녀가 시도한 여러가지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심마쿠스는 언제나 여왕은 여왕다운 위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적으로 그녀를 꾸짖었다.
"그 말은 앞으로 전혀 재미를 볼 수는 없다는 건가요?" 그녀는 토라져서 물었다.
"그래, 저런 사람들과는 안 된다는 거지. 저들은 당신의 아랫사람들이오. 공주님, 권위를 가진 자들로부터 요망되는 것은 자애(graciousness)이지 친밀함(familiarity)이 아니라오. 임페리얼 시티에 있는 동안에는 고상하고 정숙하게 있어야 합니다."
바렌지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크무어 요새로 돌아가도 좋아요. 알고 있겠지만, 엘프는 선천적으로 난잡해요. 모두 다 그렇게 말한다구요."
"'모두 다'라는건 틀린 말이야.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아. 황제 -그리고 나- 는 네가 분별력과 좋은 취향 둘 다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지. 이걸 기억하라고, 여왕 전하. 네가 모운홀드의 왕위를 잡을 수 있는 건 혈통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타이버 셉팀의 의향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말이야. 만약 그가 판단하기를 네가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여왕으로써의 네 통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리게 될 테니까. 그는 그의 모든 신하들에게서 지능, 순종, 판단력 그리고 완전한 충성을 요구하지, 그리고 여성에게서는 고상하고 정숙한 것을 선호해. 참한 우리 드렐리아네를 모델로 해서 그대의 행동거지를 바꾸어 볼 것을 나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오, 공주 전하."
"차라리 다크무어로 돌아가겠어요!" 바렌지아는 화가 나서 즉시 대답했는데, 쌀쌀맞은데다 얌전만 빼는 드렐리아네를 그 어떤 면에서라도 흉내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왕 전하. 타이버 셉팀 황제에게 자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황제의 적들에게도 역시 필요 없는 존재라고 황제는 판단할 것입니다." 장군은 엄숙하게 말했다. "전하께서 어깨 위에 머리를 붙여 놓고 싶으시다면 이 말을 잘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권력은 육욕이나 천한 자들과 어울리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군요."
그는 예술, 문학, 드라마, 음악 그리고 황궁에서 벌어지는 대 무도회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렌지아는 점점 그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는데, 전적으로 그가 가한 위협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소심하게도 임페리얼 시티에 있는 동안 마법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심마쿠스는 이에 기뻐하는 듯 보였고 그 준비를 갖추어 놓겠다고 약속했다. 용기가 생긴 그녀는 호위 기사들 중 3명의 여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연습 목적으로 저들과 훈련을 약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장군은 이에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지만, 오직 여자들과만 한다는 조건 하에 이를 허락해 주었다.
여행 기간 동안 늦겨울의 기후는 약간 춥기는 했지만 맑았다. 그래서 닦여진 길을 따라 그들은 빠르게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마침내 봄이 온 것 같았는데 해빙의 징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발아래의 도로는 진창이었고 어디에서나 희미하지만 꾸준하게 물이 졸졸 흐르고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기대해 마지않던 소리였다.
* * *
석양이 질 때 그들은 임페리얼 시티로 이어진 거대한 다리에 도착했다. 장밋빛의 석양이 거대 도시의 순수한 백색의 대리석 건축물들을 은은한 분홍색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주 새롭고 장대하며 순수해 보였다. 널찍한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가니 황궁에 도착했다. 모든 계층과 인종의 사람들이 넓은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석양이 지고 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남에 따라 상점들과 여관에서는 불빛이 반짝였다. 변두리의 거리조차도 넓었고 환하게 밝혀졌다. 황궁 근처 동쪽에는 메이지 길드의 거대한 탑이 솟아 올라 있었고, 서쪽에는 거대한 신전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이 사라져가는 태양빛에 번쩍이고 있었다.
심마쿠스는 신전을 지나 황궁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장대한 저택에 방을 가지고 있었다. ('템플 오브 더 원'이라고 그들이 거기를 지날 때 그가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고대의 노르드의 미신을 타이버 셉팀 황제가 부활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렌지아가 황제에게 인정받게 되면 그 멤버들 중의 일원이 되기로 되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곳은 아주 근사한 곳이었다 -비록 바렌지아의 취향과는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벽과 비품들은 순백색이었고 투박한 황금색의 터치만이 거기에 더해져 있었는데, 바닥은 은은하게 빛나는 흑색 대리석이었다. 바렌지아는 그 색감과 미묘한 명암의 상호작용 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아침이 되자 심마쿠스와 드렐리아네는 그녀를 안내해서 임페리얼 궁전으로 향했다. 바렌지아는 그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심마쿠스에게 경의를 담은 존경을 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몇 경우에는 아첨과의 경계가 모호해 지기도 했지만, 장군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듯 했다.
그들은 곧바로 황제에게 안내되었다. 아침의 태양빛이 작은 방안으로 작은 창유리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서는 호화롭게 차려진 아침 식사가 차려진 식탁과 거기 앉아있는 한 남자를 씻어내고 있었는데, 그는 빛으로 인해 어둡게 보였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급히 그들 쪽으로 왔다. "아, 심마쿠스 내 가장 충성스러운 친구, 자네의 귀환을 정말로 환영하네." 그의 손이 심마쿠스의 어깨를 가볍게, 다정스럽게 잡았는데, 그 다크 엘프는 그 과정이 진행되는 중에 무릎을 깊이 구부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타이버 셉팀 황제가 그녀에게 돌아섰을 때 절을 했다.
"바렌지아, 우리 작은 장난꾸러기 도망자. 그래 별 일은 없었지, 아이야? 여기, 어디 한번 보자꾸나. 으음, 심마쿠스, 그녀는 매력적이야, 너무나도 매력이 있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그렇게 우리들로부터 숨겨 놓았던거지? 빛이 너무 강하구나, 아이야. 커텐을 칠까? 그래 그렇게 하자." 그는 심마쿠스의 항변을 손짓으로 물리치고는 자신이 직접 커텐을 쳤다. 하인을 부르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의 소중한 손님들을 무례하게 대한 것을 용서해 바라네.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환대를 빼 먹은데 대한 변명은 거의 되지 않지요. 하지만 아! 우리와 함께 하도록 하지. 블랙 마쉬에서 가져온 굉장한 복숭아가 있다네."
그들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렌지아는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타이버 셉팀은 그녀가 그렸던 냉혹하고 칙칙하며 강인한 전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평균치의 신장으로 심마쿠스보다는 머리 반개 정도가 작았지만 잘 짜여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유연한 몸놀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승리의 미소와 밝고 -정말로 사람을 꿰뚫는듯한-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고 주름이 지고 풍상을 겪은 얼굴 위에 순백의 머리칼이 머리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는 40에서 60세 사이로 보였다. 그는 그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나눠주고는 얼마 전에 장군이 그녀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그녀에게 했다. 왜 집을 나왔는가? 그녀의 보호자들이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폐하." 바렌지아가 대답했다. "사실은, 아닙니다 -가끔은 그런 공상을 하곤 했기는 하지만요." 심마쿠스는 그녀를 위한 이야기 하나를 꾸며내었고, 바렌지아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불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마구간에서 일하는 소년 스트로가 그녀의 보호자들이 그녀에게 알맞은 신랑감을 찾지 못해서 리하드에 있는 사람의 첩으로 그녀를 팔아 넘기려 한다고 그녀를 부추겼으며, 그런데 레드가드 한 사람이 정말로 왔고, 그녀는 공황상태에 빠져서 스트로와 함께 달아난 것이다.
타이버 셉팀은 그녀가 상단의 호위로써 있었던 때의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에 매료된 것처럼 보였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열중해 있었다. "아니, 이건 노래로 치면 발라드 같군!" 그가 말했다. "신들에게 맹세코, 황실 바드에게 이걸 음악으로 만들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매력적인 소년으로 변장했다니."
"심마쿠스 장군이 말하기를..." 바렌지아는 혼란에 빠져 멈추었다가 계속해 나갔다. "그가 말하기를.. 으음, 제가 더 이상 남자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요. 저는 지난 몇 달간... 성숙해졌습니다." 그녀는 눈을 아래로 깔아 내렸는데 그건 그녀가 처녀의 수줍음에 가깝게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었다.
"그는 매우 눈썰미가 있는 친구요. 우리의 충실한 친구인 심마쿠스는 말이요."
"제가 아주 어리석은 소녀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폐하. 이제 폐하와 제 친절하신 보호자들의 용서를 구해야만 합니다. 저는... 저는 그걸 얼마 전에 깨달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건 너무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다크무어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폐하, 저는 모운홀드가 그립습니다. 제 영혼이 제 조국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착한 아이. 넌 고향에 가게 될 거야, 우리가 약속하마. 하지만 우리와 함께 잠시 동안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고 있단다, 그래야 우리가 너에게 지울 위험하고 중대한 임무를 해나갈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바렌지아는 그를 진심으로 바라보았다. 심장은 급하게 뛰고 있었다. 심마쿠스가 그렇게 될 거라고 말 한 대로 모든 것이 다 들어맞았다. 그녀는 그에게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이 왈칵 밀려왔지만 일단은 황제에게 계속 집중하고자 주의를 기울였다. "황은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그리고 진심으로 제가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던지 폐하와 이 대 제국을 위해 노력할 것을 희망합니다." 그건 분명히 정치적인 언사였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자 했다. 그녀는 도시의 장엄함과 어디에서나 분명히 드러나는 규율과 질서에 압도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이 모든 것의 구성원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녀를 들뜨게도 했다. 그리고 자상한 타이버 셉팀에게 그녀는 상당히 매료되었다.
* * *
그 뒤 며칠 뒤에 심마쿠스는 바렌지아가 왕위를 계승할 준비가 될 때까지 통치자의 책무를 처리하고자 모운홀드로 떠났다. 그녀가 여왕이 되면 심마쿠스는 그녀의 수상이 될 예정이었다. 드렐리아네를 보호자로 해서 바렌지아는 황궁의 방들 중 하나에 거처를 잡았고, 여왕의 훈육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몇 명의 가정교사들이 붙어서 그녀를 가르쳤다. 이 시기에 그녀는 마법에 깊은 관심이 생겼지만, 역사와 정치는 전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가끔씩 황궁 정원에서 그녀는 타이버 셉팀을 만났는데 빼놓지 않고 정중하게 그녀의 학습 경과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으며, 비록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국정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을 꾸짖곤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더 정교한 마법의 의미들을 그녀에게 알려줄 때는 행복했고, 심지어 정치나 역사조차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란다, 얘야. 먼지투성이 책 속에 있는 무미건조한 사실들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그녀의 이해력이 증진되자, 그들의 토론은 더 길어지고 깊어졌으며 더 자주 행해지게 되었다. 그는 통일된 탐리엘이라는 그의 미래상을 그녀에게 말해 주었는데, 각 종족은 각기 다르고 고유의 특색을 가지긴 하지만 이상과 목적을 서로 공유하여 공공의 복리를 위해 모두 공헌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은 보편적인 것이라 선의를 가진 모든 지성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 그가 말했다. "그래서 신은 우리들을 이렇게 행하라고 가르치는 거야. 우리는 악당들과 야만인들, 잘못 창조된 것들에 - 오크, 트롤, 고블린 기타 더 나쁜 생명체들 - 대항해서 뭉쳐야만 하며 우리들끼리 다투어서는 안 되는 거지." 그의 푸른색 눈은 자신의 꿈을 펼쳐 보임에 따라 빛이 나고 있었는데 바렌지아는 그의 옆에 앉아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가 그녀 곁으로 다가온다면 그의 곁에 있는 그녀의 몸은 마치 그가 연기를 내며 타오르는 불꽃인 것처럼 타버릴 것만 같았다. 만약 그들이 손을 마주잡는다면 마치 그의 몸이 전격 마법으로 충전되어 있었던 것 같이 그녀의 온 몸이 얼얼할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전혀 뜻밖에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고는 입술에다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뒤로 물러섰는데, 그녀 자신 감정의 강렬함에 놀랐던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는... 우리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네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너무 아름다워." 그는 자신의 진중한 눈으로 희망 없는 열망을 드러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뒤로 돌아섰다. 얼굴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나에게 화가 난거냐? 제발 말을 해다오."
바렌지아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저는 전혀 폐하께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저...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제 마음을 바꿀수는 없어요."
"나는 아내가 있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훌륭하고 정숙한 여인이지. 내 아이들이자 미래의 계승자들의 어머니이기도 하지. 나는 그녀를 버릴 순 없어. 하지만 나와 그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영혼의 교감이 없지. 그녀는 우리 사이를 현재처럼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지. 현재 우리는 탐리엘 전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야. 그리고... 바렌지아, 우리는... 나... 나는 또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는 갑자기 일어섰다. "권력!" 그는 고상하지만 경멸이 들어간 말투로 말했다. "만약 신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젊음과 사랑을 대가로 그 것을 내어주겠다."
"하지만 당신은 강하고 원기왕성한데다 활기가 넘쳐요. 내가 알던 어떤 남자들보다 더욱 더요."
그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오늘은 아마 그럴지도. 하지만 어제의 나보다는 못하지. 작년보다도. 십년 전보다도. 내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것 같군, 그건 고통스러워."
"당신의 상처를 덜어줄 수 있다면, 내가 하게 해 주세요." 바렌지아는 손을 뻗으면서 그를 향해 움직였다.
"안돼. 너에게서 순결을 빼앗을 순 없어."
"난 그렇게 순결하지 않아요."
"뭐라고?" 황제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고, 눈썹은 찌푸려졌다.
바렌지아는 입술이 말라왔다.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알아차릴 것이다. "스트로 였어요."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저... 저도 역시 외로웠거든요. 외로웠어요. 게다가 저는 당신만큼 강하지도 않아요." 그녀는 부끄러움에 눈을 아래로 향했다. "저... 저는 당신이 정을 줄만한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폐하..."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바렌지아. 나의 바렌지아. 오래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야. 너는 모운홀드와 제국에 대한 책무가 있어. 나 또한 마찬가지지. 하지만 당분간이라면 우리 서로 아픔을 나눌 수는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신께서 우리들의 과오를 용서해 주실까?"
타이버 셉팀은 아무 말 없이, 부드럽게 팔을 올렸고, 바렌지아는 그의 품으로 안겨 들어갔다.
* * *
"넌 화산의 끝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거야, 꼬마." 드렐리아네는 바렌지아가 황궁의 연인이 만난지 한 달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근사한 스타 사파이어를 감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훈계하고 있었다.
"어떻게요? 우리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요. 심마쿠스는 내가 신중하고 분별 있게 행동하라고 했어요. 내가 고를 만한 더 나은 사람이 있나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신중하게 해 왔어요. 그는 공공장소에서는 날 딸처럼 대하고 있어요." 타이버 셉팀의 야간 방문은 그 자신과 신뢰하는 몇 명의 경호원들만이 알고 있는 황궁 내의 비밀 통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는 똥개가 먹을 것에 그러듯이 너에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단 말이야. 황후와 그 자식들이 너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니?"
바렌지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와 황제가 연인이 되기 전에조차도, 그녀는 마지못한 예의 이상의 것을 그의 가족들에게서 얻지 못했다. "무슨 상관이예요?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은 타이버라구요."
"하지만 미래를 가지는 것은 그의 아들이야. 공개적으로 그의 모후를 망신주어서는 안 되. 제발 부탁이다."
"비쩍 마른 막대기 같은 여자가 저녁 식사의 대화에서조차 남편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을 제가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요?"
"공공장소에서 말을 많이 하지마.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야. 그녀는 별 문제가 안 되, 그건 사실이야 -- 하지만 그녀의 자식들은 그녀를 사랑해, 그리고 너는 저들이 적이 되는 걸 원하지 않지. 타이버 셉팀은 오래 살지 못해. 내 말은..." 드렐리아네는 바렌지아의 험악한 인상에 재빨리 말을 수정했다. "인간은 모두 수명이 짧아. 우리 오래된 종족 말로는 단명 한다고 하지. 계절이 오가는 것처럼 그들은 살다가 사라져. 하지만 강력한 인간의 가족은 한 세월을 살아가게 되지. 네 인간관계로부터 지속적인 이득을 얻어 내려면 너는 그 가족의 친구가 되어야만 해. 아, 하지만 너무도 어리고 인간처럼 자란 너에게 어떻게 이걸 진실이라 여기게 만들 수 있을까. 네가 잘 새겨듣고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너와 모운홀드는 셉팀 왕조의 몰락을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보아 온 것처럼 만약 그가 왕조를 정말로 세우게 된다면 말이야. 그게 바로 인간의 역사가 흘러가는 방식이야. 그들은 불규칙적인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지. 그들이 도시와 영토는 봄날의 꽃처럼 피었다가 여름 햇살에 시들고 죽고 말아. 하지만 엘프는 견디어 내지. 저들의 한 시간은 우리에게는 일 년이고 저들의 하루는 우리에게는 10년의 세월이지."
바렌지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는 그녀와 타이버 셉팀 사이에 감도는 무성한 소문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한 눈길들을 모두 즐겼다. 황후와 그녀의 아들이 그녀에게 매혹된 것처럼 보이는 것만 제외하고는. 음유시인들은 그녀의 검은색 피부의 아름다움과 매혹을 노래했다. 그녀는 사교계의 중심에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게 오래가지 않을 일이라 해도, 글쎄, 그럼 그렇지 않은건 뭐지? 그녀는 기억하고 있는 한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매일 하루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쳤고, 밤은 훨씬 더 나았다.
* * *
"내가 왜 이런거지?" 바렌지아는 탄식했다. "봐요, 치마가 하나도 맞지 않아요. 내 허리가 어떻게 되가는 거죠? 살이 찐건가요?" 바렌지아는 거울에 그녀의 가는 팔과 다리 그리고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진 허리를 불편하게 비춰보고 있었다.
드렐리아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아기가 들어선 것 같아, 너처럼 어린 아이지. 인간과 계속 짝짓기를 해서 넌 일찍 성숙하게 된거야. 황제에게 털어놓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구나. 너는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니, 그게 최선이야. 그가 허락한다면 즉시 몬홀드로 가서 거기서 아이를 낳도록 하자."
"혼자서요?" 바렌지아는 그녀의 두 손을 부풀어 오른 배에 놓았는데,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의 결실을 그녀의 연인과 함께 나누고자 소망하고 있었다. "그이는 절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이제 나를 떠나려 하지 않아. 두고 보라구."
드렐리아네는 고개를 저었다. 비록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동정과 슬픔의 표정이 그녀의 일상적인 표정인 차갑고 냉소적인 얼굴을 대체하고 있었다.
그날 밤에 바렌지아는 그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장소에 타이버 셉팀이 왔을 때 그에게 말했다.
"아기라고?" 그는 쇼크를 받은 듯 했다. 아니, 공황상태라고 해야하나. "확실해? 하지만 내가 듣기로 엘프는 너무 어린 나이에는 임신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바렌지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나는 한번도..'
"내 치유사를 데리고 와야겠어."
중년의 하이 엘프 치유사는 바렌지아가 정말로 임신 중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고 그런 일은 전에는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건 황제 폐하의 훌륭한 정력의 증명이라고 그 의사는 아첨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는데, 타이버 셉팀은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럴순 없어!" 그가 말했다. "되돌려 놔. 이건 명령이다."
"폐하." 치유사는 놀란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저는 못합니다... 저는 그런..."
"물론 자네는 할 수 있어, 이 무능한 멍청이 같으니." 황제는 급히 말했다. "자네가 그걸 처리하는 것이 우리들의 명백한 소망일세."
그때까지 겁에 질려 조용히 눈만 크게 뜬 채 있던 바렌지아는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앉았다. "안돼요!" 그녀가 소리쳤다. "안돼요!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얘야." 타이버 셉팀이 그녀 곁에 앉았을 때, 그의 얼굴은 그가 가진 승리의 미소들 중의 하나를 덮어쓰고 있었다. "정말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야. 네 일은 내 아들과 손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그보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겠구나."
"내 아이는 바로 당신 아이예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아니, 지금은 단지 가능성일 뿐이야, 그럴 수도 있지. 아직은 영혼이 깃들어 있지도 않고 삶을 부여받지도 않았지. 나는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겠어." 그는 의사에게 또 한 번 강렬한 눈빛을 주었고 엘프는 떨기 시작했다.
"폐하. 이 아이는 그녀의 소생입니다. 엘프들에게 아이들이란 아주 드물지요. 엘프 여인은 네 번 이상 임신하지 않습니다, 그건 매우 드문 일이지요. 두 번이 보통입니다. 일부는 한 번도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일부는 단지 한번 뿐이지요. 만약 이 아이를 떼어버린다면 그녀는 다시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우리 사이에서는 임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우리는 너의 예측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바렌지아는 침대에서 나체로 기어서 나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문을 향해 달렸다, 오직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어둠이 그녀를 덮친 것이다.
* * *
그녀는 고통에 잠이 깨었고 무언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있었던 자리에 무언가가 살아 있던 자리에, 하지만 이제는 죽어 영원히 사라져버려 빈 공간만이 남았다. 드렐리아네가 거기에 있었는데 그녀의 고통을 달래고 아직도 가끔 다리 사이에서 흥건하게 솟아나오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공허함을 채워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의 자리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황제는 굉장한 선물들과 다종다양한 꽃들을 보내왔고 짧게 방문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다. 바렌지아는 처음에는 이런 방문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타이버 셉팀은 더 이상 밤에 오지 않았고 --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그녀도 그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나고, 그녀가 육체적으로 완전히 회복되자, 심마쿠스가 편지를 써서 그녀가 계획보다 일찍 모운홀드에 올 것을 요청했다고 드렐리아네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녀는 즉시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공표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수행원들, 여왕에게 적합한 여러 가지 혼수품들 그리고 임페리얼 시티의 성문에서의 정성을 쏟은 인상적인 환송 기념식을 받았다. 일부는 그녀가 떠나는 것이 아쉬웠고 그들의 슬픔을 눈물과 작별의 말로 표현했다. 하지만 어떤 다른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았고 눈물을 보이지도 작별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5. 4권
원문
진정한 바렌지아, 제 4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내가 사랑했던 것 모두를 나는 잃었어." 앞뒤의 말 탄 기사들과 마차 안 그녀의 곁에 있는 지친 여인들을 바라보며, 바렌지아는 낙담하여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부와 권력을 얻기도 했고 더 많은 부에 대한 약속도 받았지. 정말 비싼 값을 주고 말이야. 이제 나는 이것에 대한 타이버 셉팀의 사랑을 정말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 만약 그가 가끔씩 그런 값을 치러야 했다면 말이야. 확실히 가치란 우리가 치러야 하는 가격에 따라 결정 되는 거야.'그녀의 소원대로, 그녀는 빛나는 밤색 암말 위에 타고는 다크 엘프식의 눈부신 체인 메일을 전사처럼 입고 있었다.
천천히 날짜가 지나가고 그녀의 일행이 뜨는 해를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동쪽으로 달려 나감에 따라, 그녀의 주변 환경은 점차로 모로윈드의 험한 산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공기는 희박했고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다. 하지만 거기는 또한 늦게 개화한 검은 장미의 달콤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하기도 했는데, 그건 모로윈드 고유의 정취로 고지대의 어두운 구석이나 갈라진 틈 어디에서나 자라는 것이었는데, 돌로만 가득한 제방이나 산등성이에서 조차도 무성하게 발견되곤 하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이나 촌락에서는, 누더기를 입은 다크 엘프들이 길을 따라 모여서 그녀의 이름을 외치거나 그저 입을 크게 벌리고 바라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그녀의 기사 호위들은 레드가드였는데, 몇 명의 하이 엘프들, 노르드 그리고 브레튼이 있었다. 모로윈드의 심장부로 그들이 길을 진행해나감에 따라 점차 불편함이 가중되어 갔으며 방어적인 집단으로 함께 뭉쳐 있었다. 심지에 엘프 기사들조차 근심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드디어 고향에 온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땅이 그녀를 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의 땅이었다.
* * *
심마쿠스는 호위 기사들을 대동하고 모운홀드의 국경에서 그녀를 만났는데, 그들 중 절반은 다크 엘프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들이 제국의 전투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시로 들어가는 거대한 환영식이 있었으며 나라의 고관들의 환영 연설이 이어졌다.
"그대를 위해 여왕의 방을 새로 준비해 두었소." 장군은 그들이 나중에 궁에 도착했을 때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물론 당신의 취향이 아닌 것은 뭐든지 바꾸어도 좋소." 그는 계속해서 대관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일주일 안에 거행될 예정이었다. 그는 예전의 지휘관 스타일로 돌아가 있었지만 -- 그녀는 무언가 다른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런 예정에 대한 그녀의 승인을 원하고 있었는데, 실상 그 일들에 대한 의견 타진이었다. 그건 새로운 일이었다. 이전에는 그가 절대 그녀의 추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었다.
그는 그녀의 임페리얼 시티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녀와 타이버 셉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비록 바렌지아는 드렐리아네가 그에게 털어놓았을 것이라고, 혹은 아주 상세하게 이전에 그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의식 자체는 옛것과 새것의 혼합물이었다 - 일부는 모운홀드의 고대 다크 엘프 전통에서 온 것이고, 일부는 제국의 법령에 의해 지시된 것이었다. 그녀는 모운홀드의 영토와 그 신민에 대한 봉사와 더불어 제국과 타이버 셉팀에 대한 봉사도 맹세했다. 그녀는 신민과 귀족 그리고 각료들의 충성 서약을 받아들였다. 맨 마지막은 제국에서 온 대사들 (그들은 자신들을 '조언자'들 이라고 했다)과 엘프의 전통에 따라 대부분 연장자들로 구성된 모운홀드 신민들의 대표자들 이었다.
바렌지아는 후에 이 두 파벌과 그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녀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잡아먹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토지 소유권과 수경 재배에 대한 제국의 개혁안과 연관된 일에서는, 원로들이 화해를 이루어 내는데 대부분의 일들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조치들은 다크 엘프의 관습과 저촉되지 않았다. 타이버 셉팀은 '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전통을 제정했고, 분명하게도 신들과 여신들조차도 그에 따르기로 되어 있는 듯 했다.
신임 여왕은 자신의 일과 공부에 매진했다. 그녀는 사랑이나 남자에 관해서라면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 만큼 겪어보았었다. 오래전에 심마쿠스가 약속했듯이, 그녀가 찾아낸 다른 흥미거리들이 있었다. 정신과 힘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다크 엘프의 역사와 신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녀가 임페리얼 시티에서 그녀의 교사들에게 언제나 반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곳의 사람들을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태초 이래로 자부심 강한 전사들이며 솜씨 좋은 기능공들이며 노련한 마법사들이라는 점을 알고는 기뻐했다.
타이버 셉팀은 반세기를 더 살았는데 그 동안 그녀는 국사나 혹은 다른 이유로 임페리얼 시티를 방문했을 때 그를 수차례 만났다. 그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기회가 생기면 함께 제국의 문제들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했다. 그는 그들 사이에 편안한 우정과 공고한 정치적 협력 이상의 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아주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다. 세월이 흘러도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소문에는 마법사들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마법을 발명해 냈다고도 하고 신이 그에게 불멸자가 되는 것을 승인해 주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전령이 와서 타이버 셉팀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의 손자인 펠라지우스가 2대 황제가 되었다.
그녀와 심마쿠스는 그 소식을 비공식 석상에서 들었다. 한때 제국의 장군이었고 이제는 그녀가 신뢰하는 수상인 그는 그걸 냉철하게 받아들였는데, 그는 거의 모든 일에 그러했다.
"아무래도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일이군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소. 이것이 인간의 방식이오. 그들은 짧은 생을 사는 자들이지. 별다를 것은 없소. 그의 권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제 그의 아들이 그걸 사용하게 될거요."
"한 때 당신은 그를 당신의 친구라고 불렀었죠. 아무런 느낌이 없나요? 슬픔도?"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때 당신은 그를 그보다 더한 호칭으로 불렀소. 바렌지아, 당신은 어떻소?" 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오래 전에 서로 공식 직함을 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공허함. 외로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 또한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알고있소."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바렌지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런 행동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가 전에 그녀를 건드린 적이라도 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이런 식으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과거의 친숙한 온기가 그녀에게 퍼져나갔다. 그녀는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온기를. 그건 타이버 셉팀에게서 느꼈던 불타는 듯한 열기가 아니라 편안하고 강인한 열정이었다. 어쩐지 친숙한, 아마도 누군가와 경험해 보았던... 스트로! 스트로. 불쌍한 스트로.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 살아 있다면 중년의 남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열도 넘게 자식을 낳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 광경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대신 말해줄 튼튼한 아내도 있겠지.
"나와 결혼해 주시오, 바렌지아." 심마쿠스는 그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결혼, 아이들... 아내들 등 결혼에 관한 그녀의 생각을 꼭 집어낸 듯 했다. "나는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소?"
결혼이라. 농부의 꿈을 가진 농부. 그 생각이 분명하게 또한 저절로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바로 그 단어를 스트로를 묘사하는데 내가 써먹지 않았던가, 아주 오래전에? 잠시만, 뭐가 어떻다는거지? 만약 심마쿠스가 아니라면 달리 누가 있다는 거야?
수많은 모로윈드의 대귀족 가문들이 조약 체결 전에 타이버 셉팀의 통일 전쟁에 휩쓸려 없어졌다. 다크 엘프의 통치는 수복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전통있는 진정한 귀족 가문들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심마쿠스같은 신참자들이었고 그의 반만큼도 훌륭하거나 존중받을만 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조언자들이라 불리는 자들이 그 골수까지 끄집어 내고 그 바닥까지 빨아들여 에본하트가 그렇게 된 것처럼 완전히 말려버리려 할 때, 그는 모운홀드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녀와 그녀의 왕국이 성장하고 번창하는 동안 그는 모운홀드와 그녀를 위해 싸워온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거부할 바 없이, 애정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는 한결같으며 믿을수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녀를 잘 섬겨왔다. 그리고 그녀를 온전히 사랑했다.
"그러죠." 그녀는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는 키스를 했다.
* * *
그 결합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만큼 정치적으로도 훌륭한 것이었다. 타이버 셉팀의 손자인 황제 펠라지우스 1세는 그녀를 시기했지만, 자기 아버지의 오랜 친구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심마쿠스는 모로윈드의 완고한 주민들로부터는 그 조상들이 농부였다는 것 그리고 제국과 깊은 연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여왕은 변하지 않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바렌지아 여왕은 우리와 같은 처지야." 귓말이 오갔다. "우리들처럼 포로가 되었지."
바렌지아는 만족하고 있었다. 일과 쾌락이 다 있었다. 인생에서 그 이상 더 무얼 바라겠는가?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다. 처리해야할 위기도 있었고 폭풍우와 기근도 들었으며 잊어버려야할 실패도 있었고 좌절된 계획들도 있었으며 처형해야할 모반자들도 있었다. 모운홀드는 착실하게 발전해 나갔다. 그녀의 백성들은 안전했으며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녀의 광산과 농장들은 소출이 좋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왕실은 자손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왕위를 계승할 자가 없는 것이었다.
엘프는 아이들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족 가문의 아이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리하여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게 되자 그들은 점점 걱정이 되었다.
"잘못은 나에게 있어요, 심마쿠스. 나는 영원히 임신할 수 없을 거예요." 바렌지아는 애처럽게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다른 여자를..."
"다른 여자는 필요없소." 심마쿠스는 다정하게 말했다. "또한 잘못이 당신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도 않소. 아마도 나 때문일거요. 아아, 무엇 때문이든 간에, 치료할 방법을 찾아봅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분명히 고칠 방법도 있을거요."
"어떻게요? 언제 사실을 말한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의사의 맹세가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에요."
"약간 시간과 상황을 바꾼다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소. 우리가 뭐라 말하건 말하지 않건 간에, 이야기꾼 제프리는 절대로 쉬지 않을거요. 신이 주신 창의력과 재빠른 혀놀림은 소문을 퍼트리는데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사제들과 의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수없이 방문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 물약 그리고 미약등은 열매는 말할 것도 없고, 개화의 징조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의존하는걸 포기하고는 신의 뜻에 처분을 맡겼다. 그들은 아직 젊었다, 엘프들에겐 당연하겠지만, 아직 그들에겐 살아가야할 몇 백년이 남아 있었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엘프들에겐 언제나 시간이 있었다.
바렌지아는 대 회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밀쳐내고는 지루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심마쿠스는 멀리 있었다. 타이버 셉팀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인 유리엘 셉팀에게 소환되어 임페리얼 시티에 가 있었다. 아니면 그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였던가? 그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이 서로 희미하게 겹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그녀는 그와 함께 갔어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가신 문제로 인해 티어 지방에서 온 대표단이 와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세심한 조정을 요하는 문제였다.
한 명의 바드가 회랑 밖의 정자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듣고 있지 않았다. 나중에는 모든 노래들이 옛곡이든지 신곡이든지 다 같은 것처럼 들렸다. 그러다 한 소절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유, 모험, 모로윈드를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노래하고 있었다. 감히! 바렌지아는 똑바로 일어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그가 무슨 고대의, 지금은 사라진, 스카이림 노르드와의 전쟁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드워드 왕과 모렐린 왕 그리고 그들의 용감한 전우들의 영웅적인 행위를 찬양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그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노래는 새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렌지아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 바드는 대담한 작자였지만 강하고 열정적인 목소리와 음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바람둥이 스타일로 보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미남이기도 했다. 그는 아주 유복하게 자란 것 같지도 그렇게 젊어 보이지도 않았다. 절대로 그는 100살 아래는 아니었다. 왜 전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아니면 적어도 이름은 들어 보았었나?
"그는 누구지?" 그녀는 시녀 하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자신을 나이팅게일[1]이라고 하더군요, 여왕님.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다 마치거든 나와 이야기를 하자고 전해라."
나이팅게일이라 불리는 사내가 와서 여왕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것과 두둑한 사례금을 하사한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의 예법은 전혀 투박하지 않았으며 다소 조용하고 주제넘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는 다른 이들에 대한 소문에는 충분히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그녀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는 재치 있는 농담이나 상스러운 이야기로 그에게 향하는 모든 질문들을 돌려놓았다. 하지만 너무나 참신하게 계산되어진 것이라 기분이 상했다고 느끼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제 본명 말씀입니까? 여왕님.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no one). 아니, 아니 제 부모님들은 제게 노 원(Know Wan)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아니 그게 노 버디(No Buddy)였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 노우 낫(Know Not), 그게 제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저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오, 적어도 저번 달 부터는요, 아니 저번 주였던가? 아시다시피 제가 가진 모든 기억은 노래와 이야기에만 쓰입니다. 제 자신을 위한 기억은 남겨놓지 않았어요. 정말 저는 대단한 멍청이입니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더라? 아하, 노웨어(Knoweyr)라는 곳이었죠. 거기 가게되면... 던로민(Dunroamin)에 정착할 계획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있어요.'
"그렇군. 그 뒤에는 에톨서(Atallshur)와 결혼할건가요?"
"대단하십니다, 여왕님. 어쩌면, 어쩌면요. 하지만 어떤 때는 인헤이스트(Innhayst)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하더군요."
"아아, 그대는 바람둥이로군 그렇지 않나요?"
"바람과 같은 것이지요. 변한다는 것이 그러하듯이, 저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가는 바람이며, 뜨거웠다가도 차가워지지요. 변화가 바로 제 의상입니다. 다른 어떤 것도 저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더군요."
바렌지아는 미소 지었다. "잠시간 여기 머물도록... 그대가 원한다면. 에르하틱(Erhatick)."
"알겠습니다, 브라이트(Bryte)"
* * *
그 짧은 대화 뒤에, 바렌지아는 다소간 삶에 대한 흥미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멈추어 있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신선하고 새롭게 변했다. 매일 하루를 열정으로 맞이했으며 나이팅게일과의 대화와 그가 가진 노래에 대한 재능을 갈구했다. 다른 바드들과는 달리 그는 그녀나 다른 여인에 대한 찬미를 노래하지 않았으며 오직 고귀한 모험과 대담한 행위에 대해서만 노래했다.
그녀가 그에게 이것을 물었을 때, 그가 말했다. "여왕님, 거울을 보십시오. 어디서 숙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 이상의 찬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말로써 그려내야 한다면, 내 일천한 실력보다는 더 위대한 자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자들에게 부탁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제가 그들과 경쟁하겠습니까? 태어나서 겨우 일주일도 안 되어 사라져버릴 나 같은 자가 말입니다?"
한번은 그들이 둘이서만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여왕은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그의 노래가 그녀를 달래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를 그녀의 침실로 부른 것이다. "그대는 게으른데다 겁쟁이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에게 매혹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대를 찬미하려면 그대를 알아야만 합니다. 저는 당신을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수수께끼에 쌓여 있습니다. 마법의 구름 속에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대의 말이 바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지요. 그대의 말이... 그리고 그대의 두 눈이. 그리고 그대의 몸. 원한다면 나를 알아보도록 해요. 그대가 감히 원한다면."
그러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가까이 누워서 키스를 했고 얼싸안았다. "심지어 바렌지아조차 바렌지아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로군요." 그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러니 어떻게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찾고 있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모르고 있어요, 아직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대가 가지지 못한 것 중 무엇을 가지고 싶은 겁니까?"
"열정." 그녀가 답했다. "열정. 그리고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엇이지요? 그들에게는 무얼 상속할 수 있습니까?"
"자유."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되고자 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 말해주세요, 내 눈과 귀에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하는 내 영혼에 가장 현명한 자인 당신이. 어디서 내가 그걸 찾아야 할까요?"
"하나는 그대 곁에 있고 또 하나는 그대 아래에 있지요. 하지만 그대는 이미 그대의 것 그리고 그대 아이들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가지기 위해 감히 손을 벌리고자 하는 것입니까?"
"심마쿠스..."
"내 몸 속에 그대가 찾는 것의 일부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다른 해답은 바로 이 왕국의 광산들 안에 숨겨져 있지요, 그것이 우리들의 꿈을 이루고 충족시켜줄 힘을 줄 것입니다. 그것은 에드워드와 모렐린이 그들 사이에서 저 증오스러운 노르드의 지배로부터 하이 락 지방과 그들의 영혼을 해방시키는데 사용했던 바로 그것이지요.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아무도 저항할 수 없을 겁니다. 심지어 황제의 권력 조차도. 자유라고 하셨습니까? 바렌지아, 자유 그것은 그대를 속박하는 족쇄로부터 주어지는 겁니다. 이걸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그녀에게 다시 부드럽게 키스하고는 물러났다.
"가지 말아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그녀의 몸이 그를 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말했다. "육체의 쾌락은 우리가 함께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뭘 해야 하죠? 무슨 준비가 필요한 거죠?'
"아니, 없어요. 광산은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왕이 제 곁에 있다면 누가 훼방을 놓겠습니까? 일단 거기 들어가서는 제가 그 물건이 놓여 있는 곳으로 그대를 안내하고 그 안식처로부터 그걸 들어 올리는 것이지요."
그러자 끊임없는 그녀의 공부의 기억이 머리로 들어왔다. "소환의 나팔." 그녀는 놀란 듯이 속삭였다. "사실인가요?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어떻게 그대가 알게 되었죠? 내가 읽은 바로는 그것은 대거폴 지역의 끝을 알 수 없는 동굴의 아래에 묻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다. 나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에드워드 왕이 죽기 바로 전에 안전을 위해 오랜 친구인 모렐린 왕의 손에 그 나팔을 넘겼지요. 그는 그걸 에펜 신의 영도에 따라 여기 모운홀드에 비밀리에 두었습니다. 바로 그 신이 태어난 장소이자 자신의 영역인 여기에. 제가 이것을 알아내는데 오랜 세월과 장구한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지요."
"하지만 신은 어떻게 하구요? 에펜 신을 어떻게 할건가요?"
"저를 믿으세요, 여왕님. 모든게 잘 될 겁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고는 마지막 키스를 하고 사라졌다.
* * *
다음날 그들은 광산으로 통하는 거대한 문의 경비대를 통과해서 그 아래 깊숙이 들어갔다. 여왕의 관례적인 점검이라는 명목 하에, 나이팅게일 외에는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지만 바렌지아는 지하의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감수했다. 결국 그들은 잊혀져버린 봉인된 입구 같아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 곳에 들어가니 오래전에 버려진 고대의 작업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래된 기둥들이 무너져서 가는 길은 힘들었고, 자갈밭을 통과하기 위해 길을 내어야만 했으며 더욱 더 통과 불가능한 잡석 더미를 돌아나가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징그러운 쥐와 거미들이 여기저기에서 기어 다니고, 가끔은 그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바렌지아의 파이어볼과 나이팅게일의 재빠른 단검 앞에 적수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요." 바렌지아는 길게 설명했다. "그들이 우리를 찾고 있을 겁니다. 내가 저들에게 뭐라고 해야 될까요?"
"뭐든지 그대 뜻대로." 나이팅게일은 웃었다. "그대는 여왕이 아닙니까?"
"심마쿠스가..."
"그 촌놈은 권력을 가진 그 누구에게라도 복종할 것이오. 언제나 그래왔고, 언제나 그렇게 하려고 하지. 우리가 권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사랑하는 여왕님." 그의 입술은 달콤한 포도주와 같았고, 그의 손길은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했다.
"어서." 그녀가 말했다. "어서 나를 가져요. 준비가 되었어요." 그녀의 몸이 떨고 있는 것 같았고 모든 신경과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아직 아닙니다. 여기선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는." 그는 손을 내저으면서 오래된 먼지투성이의 파편들과 칙칙한 암벽을 가리켰다. "조금만 더 기다리도록 해요." 내키진 않았지만, 바렌지아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텅 빈 방벽 앞에 멈추어서 그가 드디어 그 말을 했다. "여기에 그것이 묻혀 있습니다." 그는 한 손으로 먼지 속에서 마법 기호 하나를 긁어 보이게 하였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언제나 그래왔던 마냥 손을 흔들어 주문을 만들어 냈다.
벽이 사라지고 무슨 고대의 성지로 통하는 입구 같은 것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 신의 동상이 있었는데, 손에는 망치를 들고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모루 위를 겨냥하고 있었다.
"저의 혈통에 대고 맹세합니다, 에펜이시여." 나이팅게일이 외쳤다. "그대여 일어나소서! 저는 에본하트 모렐린의 후예, 왕실의 마지막 자손이며, 그대의 혈통을 나누어 가진 자입니다. 모든 엘프 왕국들의 백성들의 몸과 영혼이 참혹한 멸망의 기로에 있는 이 때에 모로윈드의 마지막 보루가 필요합니다. 그대가 지키는 물건을 저에게 내려주소서! 이제 그대에게 청하오니, 내려치소서!"
그의 마지막 말에 그 동상은 빛을 발하고 활기를 띄었으며, 동공이 없는 돌로 된 눈은 밝고 붉은 빛을 내었다. 거대한 머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치로 모루를 내리쳤고 천둥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부서져 버렸다. 돌로 만들어진 신의 상 자체도 무너져 내렸다. 바렌지아는 귀에다 손을 대고 몸을 숙여서는, 심하게 떨면서 크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나이팅게일은 대담하게도 앞으로 크게 나아가더니 환희의 함성과 함께 폐허 속에서 잠들어 있던 물건을 꽉 붙잡았다. 그는 그것을 높이 들어올렸다.
"누군가 오고 있어요!" 바렌지아는 놀라서 소리쳤다. 그 뒤 처음으로 그가 높이 들고 있는 물건을 보았다. "잠깐, 그건 나팔이 아니로군요, 그건 지팡이잖아요!"
"그렇지. 잘 보셨소. 드디어 이것이 내게!" 나이팅게일은 크게 웃었다. "미안하오, 사랑스러운 여왕님. 하지만 이제 떠나야 하겠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날 것이오. 그때까지 그러면... 아아, 그때까지, 심마쿠스." 그는 그들 뒤에서 나타난 갑주를 걸친 자에게 말했다. "그녀는 전부 당신 것이오. 그대는 그녀를 다시 데려가도 좋소."
"안돼!" 바렌지아는 소리쳤다. 그녀는 일어나 그에게 뛰쳐나갔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였다. 그 때 심마쿠스는 대검을 뽑은 채 그에게 다가갔는데, 칼날을 허공에다 대고 한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그 신의 석상이 서 있었던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처럼.
바렌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심마쿠스는 그를 수행한 대략 7, 8명쯤 되는 엘프들에게 나이팅게일과 바렌지아 여왕이 길을 잃어서 거대한 거미들에게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이팅게일은 발을 헛디뎌서 바위 깊은 틈 사이로 떨어졌는데 그 틈이 막혀서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여왕은 그 대결로 인해 깊이 충격을 받았고 자신을 보호하다 추락한 친구를 잃어 크게 신음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심마쿠스가 가진 부주의한 혀를 가진 기사들에 대한 영향력과 통솔력에 힘입은 바였다. 누구도 무슨 일이 실제로 있었는가에 대한 더 이상의 흔적이라도 찾지 않았고 그가 말한 정확히 그대로 다들 납득했던 것이다.
여왕은 궁까지 호위를 받았고 그녀의 침실로 안내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하인들을 내보내고는 거울 앞에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충격을 받았고, 울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 심마쿠스는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뭐라도 아는 것이 있소?" 그가 마침내 말했다. 단조롭고도 차갑게.
"당신이 나에게 말해줬어야죠." 바렌지아가 조용히 말했다. " 혼돈의 지팡이! 난 그것이 여기 묻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그가 말하길... 그가 말하길..." 약한 울음 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빠져나왔고 그녀는 절망을 두 배로 맛보았다. "오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뭘 해버린거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우리는?"
"당신은 그를 사랑하오?"
"그래요. 그래, 그래, 그래요! 오 나의 심마쿠스. 신들이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하지만 난 정말 그를 사랑했어요. 정말로. 하지만 지금은... 지금... 모르겠어요... 확신할 수가 없어요... 나는..."
심마쿠스의 굳어진 얼굴이 약간 부드러워졌고 그의 두 눈은 새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흠, 그건 좋은 일이로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직 당신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거요. 나머지 일들은... 바렌지아, 내 사랑하는 바렌지아, 그대가 이 땅에다 폭풍을 풀어놓은 것 같소. 하지만 그게 실제로 몰아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소. 하지만 언젠가 그때가 온다면, 우리 함께 그 비바람을 맞도록 합시다. 언제나 우리가 함께 해 왔듯이."
그리고는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옷을 벗기고 침대로 데리고 갔다. 슬픔과 갈망으로 인해 그녀의 무기력한 육체는 그의 억센 육체에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해 갔다. 나이팅게일이 그녀 속에서 일으켜 깨운 모든 것들을 쏟아 부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가 파괴한 모든 안식을 찾지 못한 영혼들이 잠잠해져 갔다.
* * *
그녀는 공허했고 공허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녀는 충만해졌는데, 아이가 들어섰고 그녀 안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들이 자궁 속에서 성장함에 따라, 참을성 많고 신실하며 헌신적인 심마쿠스에 대한 그녀의 마음도 그렇게 되어 갔다. 오랜 세월동안의 우정과 깨어지지 않은 애정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이제는 드디어 진실한 사랑으로 충만한 원숙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8년이 지난 후에 그들은 다시 축복을 받았다. 이번에는 딸이었다.
* * *
나이팅게일이 혼돈의 지팡이를 훔쳐간 직후에, 심마쿠스는 긴급 비밀 지령을 유리엘 셉팀에게 보냈다. 그는 보통 그렇게 했듯이 자신이 직접 가지는 않았다. 대신 바렌지아의 임신 기간 중 그녀와 함께 머물며 아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과 절도 사건 때문에, 그는 유리엘 셉팀으로부터 일시적인 냉대와 불편한 의심을 받게 되었다. 첩자들이 그 절도범을 찾아 파견되었지만 나이팅게일은 그가 왔던 곳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곳이 어디이던지.
"아마 일부는 다크 엘프였을거예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하지만 일부는 또한 인간이죠, 변장을 한.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빨리 임신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일부분은 다크 엘프야, 확실해. 그리고 그것도 고대의 라'아팀 (Ra'athim) 혈통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지팡이를 가질 수 없었을 거야." 심마쿠스가 추론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내 생각에 그가 당신과 동침했던 적은 없는 것 같소. 엘프라면 감히 그러지 못했을거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신을 떠날 수 없었을 테니까." 그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는 그 지팡이가 거기 있다는걸 알고 있었어, 나팔이 아니라. 그래서 안전한 곳으로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던 거지. 그 지팡이는 나팔과는 다르지, 그가 분명히 보았을법한 그런 무기가 아니야. 적어도 그가 그걸 가지지 않았다는데 대해 신들에게 감사하기로 하지. 모든게 그가 예상한 대로 되어버린 것 같군, 하지만 그가 어떻게 알았지? 보상으로 받은 그 지팡이를 거기에 놓아둔 것은 바로 나인데, 지금 에본하트 성에서 왕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라'아팀 가문의 너저분한 말단 나부랭이의 도움으로 말이야. 타이버 셉팀은 그 나팔을 원했지만 지팡이만은 안전하게 남겨두기를 원했지. 아! 이제 나이팅게일은 원한다면 그가 가는 어느 곳에서나 그 스텝을 투쟁과 불화의 싹을 뿌리는데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그에게 권력을 주지는 않지. 그건 그 나팔과 그걸 사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야."
"나는 나이팅게일이 무슨 힘을 찾고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누구나 힘을 원해." 심마쿠스가 말했다. "각기 각자의 방식으로 말이야."
"저는 아니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저는 제가 찾고 있는 것을 찾았답니다."
진정한 바렌지아, 제 4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내가 사랑했던 것 모두를 나는 잃었어." 앞뒤의 말 탄 기사들과 마차 안 그녀의 곁에 있는 지친 여인들을 바라보며, 바렌지아는 낙담하여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부와 권력을 얻기도 했고 더 많은 부에 대한 약속도 받았지. 정말 비싼 값을 주고 말이야. 이제 나는 이것에 대한 타이버 셉팀의 사랑을 정말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 만약 그가 가끔씩 그런 값을 치러야 했다면 말이야. 확실히 가치란 우리가 치러야 하는 가격에 따라 결정 되는 거야.'그녀의 소원대로, 그녀는 빛나는 밤색 암말 위에 타고는 다크 엘프식의 눈부신 체인 메일을 전사처럼 입고 있었다.
천천히 날짜가 지나가고 그녀의 일행이 뜨는 해를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동쪽으로 달려 나감에 따라, 그녀의 주변 환경은 점차로 모로윈드의 험한 산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공기는 희박했고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다. 하지만 거기는 또한 늦게 개화한 검은 장미의 달콤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하기도 했는데, 그건 모로윈드 고유의 정취로 고지대의 어두운 구석이나 갈라진 틈 어디에서나 자라는 것이었는데, 돌로만 가득한 제방이나 산등성이에서 조차도 무성하게 발견되곤 하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이나 촌락에서는, 누더기를 입은 다크 엘프들이 길을 따라 모여서 그녀의 이름을 외치거나 그저 입을 크게 벌리고 바라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그녀의 기사 호위들은 레드가드였는데, 몇 명의 하이 엘프들, 노르드 그리고 브레튼이 있었다. 모로윈드의 심장부로 그들이 길을 진행해나감에 따라 점차 불편함이 가중되어 갔으며 방어적인 집단으로 함께 뭉쳐 있었다. 심지에 엘프 기사들조차 근심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드디어 고향에 온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땅이 그녀를 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의 땅이었다.
* * *
심마쿠스는 호위 기사들을 대동하고 모운홀드의 국경에서 그녀를 만났는데, 그들 중 절반은 다크 엘프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들이 제국의 전투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시로 들어가는 거대한 환영식이 있었으며 나라의 고관들의 환영 연설이 이어졌다.
"그대를 위해 여왕의 방을 새로 준비해 두었소." 장군은 그들이 나중에 궁에 도착했을 때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물론 당신의 취향이 아닌 것은 뭐든지 바꾸어도 좋소." 그는 계속해서 대관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일주일 안에 거행될 예정이었다. 그는 예전의 지휘관 스타일로 돌아가 있었지만 -- 그녀는 무언가 다른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런 예정에 대한 그녀의 승인을 원하고 있었는데, 실상 그 일들에 대한 의견 타진이었다. 그건 새로운 일이었다. 이전에는 그가 절대 그녀의 추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었다.
그는 그녀의 임페리얼 시티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녀와 타이버 셉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비록 바렌지아는 드렐리아네가 그에게 털어놓았을 것이라고, 혹은 아주 상세하게 이전에 그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의식 자체는 옛것과 새것의 혼합물이었다 - 일부는 모운홀드의 고대 다크 엘프 전통에서 온 것이고, 일부는 제국의 법령에 의해 지시된 것이었다. 그녀는 모운홀드의 영토와 그 신민에 대한 봉사와 더불어 제국과 타이버 셉팀에 대한 봉사도 맹세했다. 그녀는 신민과 귀족 그리고 각료들의 충성 서약을 받아들였다. 맨 마지막은 제국에서 온 대사들 (그들은 자신들을 '조언자'들 이라고 했다)과 엘프의 전통에 따라 대부분 연장자들로 구성된 모운홀드 신민들의 대표자들 이었다.
바렌지아는 후에 이 두 파벌과 그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녀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잡아먹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토지 소유권과 수경 재배에 대한 제국의 개혁안과 연관된 일에서는, 원로들이 화해를 이루어 내는데 대부분의 일들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조치들은 다크 엘프의 관습과 저촉되지 않았다. 타이버 셉팀은 '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전통을 제정했고, 분명하게도 신들과 여신들조차도 그에 따르기로 되어 있는 듯 했다.
신임 여왕은 자신의 일과 공부에 매진했다. 그녀는 사랑이나 남자에 관해서라면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을 만큼 겪어보았었다. 오래전에 심마쿠스가 약속했듯이, 그녀가 찾아낸 다른 흥미거리들이 있었다. 정신과 힘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다크 엘프의 역사와 신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녀가 임페리얼 시티에서 그녀의 교사들에게 언제나 반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곳의 사람들을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태초 이래로 자부심 강한 전사들이며 솜씨 좋은 기능공들이며 노련한 마법사들이라는 점을 알고는 기뻐했다.
타이버 셉팀은 반세기를 더 살았는데 그 동안 그녀는 국사나 혹은 다른 이유로 임페리얼 시티를 방문했을 때 그를 수차례 만났다. 그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기회가 생기면 함께 제국의 문제들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했다. 그는 그들 사이에 편안한 우정과 공고한 정치적 협력 이상의 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아주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다. 세월이 흘러도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소문에는 마법사들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마법을 발명해 냈다고도 하고 신이 그에게 불멸자가 되는 것을 승인해 주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전령이 와서 타이버 셉팀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의 손자인 펠라지우스가 2대 황제가 되었다.
그녀와 심마쿠스는 그 소식을 비공식 석상에서 들었다. 한때 제국의 장군이었고 이제는 그녀가 신뢰하는 수상인 그는 그걸 냉철하게 받아들였는데, 그는 거의 모든 일에 그러했다.
"아무래도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일이군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소. 이것이 인간의 방식이오. 그들은 짧은 생을 사는 자들이지. 별다를 것은 없소. 그의 권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제 그의 아들이 그걸 사용하게 될거요."
"한 때 당신은 그를 당신의 친구라고 불렀었죠. 아무런 느낌이 없나요? 슬픔도?"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때 당신은 그를 그보다 더한 호칭으로 불렀소. 바렌지아, 당신은 어떻소?" 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오래 전에 서로 공식 직함을 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공허함. 외로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 또한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그게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알고있소."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바렌지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런 행동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가 전에 그녀를 건드린 적이라도 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이런 식으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과거의 친숙한 온기가 그녀에게 퍼져나갔다. 그녀는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온기를. 그건 타이버 셉팀에게서 느꼈던 불타는 듯한 열기가 아니라 편안하고 강인한 열정이었다. 어쩐지 친숙한, 아마도 누군가와 경험해 보았던... 스트로! 스트로. 불쌍한 스트로.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 살아 있다면 중년의 남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열도 넘게 자식을 낳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 광경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대신 말해줄 튼튼한 아내도 있겠지.
"나와 결혼해 주시오, 바렌지아." 심마쿠스는 그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결혼, 아이들... 아내들 등 결혼에 관한 그녀의 생각을 꼭 집어낸 듯 했다. "나는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소?"
결혼이라. 농부의 꿈을 가진 농부. 그 생각이 분명하게 또한 저절로 그녀의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바로 그 단어를 스트로를 묘사하는데 내가 써먹지 않았던가, 아주 오래전에? 잠시만, 뭐가 어떻다는거지? 만약 심마쿠스가 아니라면 달리 누가 있다는 거야?
수많은 모로윈드의 대귀족 가문들이 조약 체결 전에 타이버 셉팀의 통일 전쟁에 휩쓸려 없어졌다. 다크 엘프의 통치는 수복된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전통있는 진정한 귀족 가문들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심마쿠스같은 신참자들이었고 그의 반만큼도 훌륭하거나 존중받을만 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조언자들이라 불리는 자들이 그 골수까지 끄집어 내고 그 바닥까지 빨아들여 에본하트가 그렇게 된 것처럼 완전히 말려버리려 할 때, 그는 모운홀드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녀와 그녀의 왕국이 성장하고 번창하는 동안 그는 모운홀드와 그녀를 위해 싸워온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거부할 바 없이, 애정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는 한결같으며 믿을수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녀를 잘 섬겨왔다. 그리고 그녀를 온전히 사랑했다.
"그러죠." 그녀는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는 키스를 했다.
* * *
그 결합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만큼 정치적으로도 훌륭한 것이었다. 타이버 셉팀의 손자인 황제 펠라지우스 1세는 그녀를 시기했지만, 자기 아버지의 오랜 친구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심마쿠스는 모로윈드의 완고한 주민들로부터는 그 조상들이 농부였다는 것 그리고 제국과 깊은 연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여왕은 변하지 않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바렌지아 여왕은 우리와 같은 처지야." 귓말이 오갔다. "우리들처럼 포로가 되었지."
바렌지아는 만족하고 있었다. 일과 쾌락이 다 있었다. 인생에서 그 이상 더 무얼 바라겠는가?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다. 처리해야할 위기도 있었고 폭풍우와 기근도 들었으며 잊어버려야할 실패도 있었고 좌절된 계획들도 있었으며 처형해야할 모반자들도 있었다. 모운홀드는 착실하게 발전해 나갔다. 그녀의 백성들은 안전했으며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녀의 광산과 농장들은 소출이 좋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왕실은 자손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왕위를 계승할 자가 없는 것이었다.
엘프는 아이들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족 가문의 아이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리하여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게 되자 그들은 점점 걱정이 되었다.
"잘못은 나에게 있어요, 심마쿠스. 나는 영원히 임신할 수 없을 거예요." 바렌지아는 애처럽게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다른 여자를..."
"다른 여자는 필요없소." 심마쿠스는 다정하게 말했다. "또한 잘못이 당신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도 않소. 아마도 나 때문일거요. 아아, 무엇 때문이든 간에, 치료할 방법을 찾아봅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분명히 고칠 방법도 있을거요."
"어떻게요? 언제 사실을 말한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의사의 맹세가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에요."
"약간 시간과 상황을 바꾼다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소. 우리가 뭐라 말하건 말하지 않건 간에, 이야기꾼 제프리는 절대로 쉬지 않을거요. 신이 주신 창의력과 재빠른 혀놀림은 소문을 퍼트리는데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사제들과 의사들 그리고 마법사들이 수없이 방문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 물약 그리고 미약등은 열매는 말할 것도 없고, 개화의 징조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 의존하는걸 포기하고는 신의 뜻에 처분을 맡겼다. 그들은 아직 젊었다, 엘프들에겐 당연하겠지만, 아직 그들에겐 살아가야할 몇 백년이 남아 있었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엘프들에겐 언제나 시간이 있었다.
바렌지아는 대 회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밀쳐내고는 지루하고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심마쿠스는 멀리 있었다. 타이버 셉팀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인 유리엘 셉팀에게 소환되어 임페리얼 시티에 가 있었다. 아니면 그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였던가? 그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이 서로 희미하게 겹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그녀는 그와 함께 갔어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가신 문제로 인해 티어 지방에서 온 대표단이 와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세심한 조정을 요하는 문제였다.
한 명의 바드가 회랑 밖의 정자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듣고 있지 않았다. 나중에는 모든 노래들이 옛곡이든지 신곡이든지 다 같은 것처럼 들렸다. 그러다 한 소절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유, 모험, 모로윈드를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노래하고 있었다. 감히! 바렌지아는 똑바로 일어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그가 무슨 고대의, 지금은 사라진, 스카이림 노르드와의 전쟁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드워드 왕과 모렐린 왕 그리고 그들의 용감한 전우들의 영웅적인 행위를 찬양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그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노래는 새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렌지아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 바드는 대담한 작자였지만 강하고 열정적인 목소리와 음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바람둥이 스타일로 보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미남이기도 했다. 그는 아주 유복하게 자란 것 같지도 그렇게 젊어 보이지도 않았다. 절대로 그는 100살 아래는 아니었다. 왜 전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아니면 적어도 이름은 들어 보았었나?
"그는 누구지?" 그녀는 시녀 하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자신을 나이팅게일[1]이라고 하더군요, 여왕님.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다 마치거든 나와 이야기를 하자고 전해라."
나이팅게일이라 불리는 사내가 와서 여왕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것과 두둑한 사례금을 하사한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의 예법은 전혀 투박하지 않았으며 다소 조용하고 주제넘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는 다른 이들에 대한 소문에는 충분히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그녀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는 재치 있는 농담이나 상스러운 이야기로 그에게 향하는 모든 질문들을 돌려놓았다. 하지만 너무나 참신하게 계산되어진 것이라 기분이 상했다고 느끼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제 본명 말씀입니까? 여왕님.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no one). 아니, 아니 제 부모님들은 제게 노 원(Know Wan)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아니 그게 노 버디(No Buddy)였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 노우 낫(Know Not), 그게 제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저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오, 적어도 저번 달 부터는요, 아니 저번 주였던가? 아시다시피 제가 가진 모든 기억은 노래와 이야기에만 쓰입니다. 제 자신을 위한 기억은 남겨놓지 않았어요. 정말 저는 대단한 멍청이입니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더라? 아하, 노웨어(Knoweyr)라는 곳이었죠. 거기 가게되면... 던로민(Dunroamin)에 정착할 계획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있어요.'
"그렇군. 그 뒤에는 에톨서(Atallshur)와 결혼할건가요?"
"대단하십니다, 여왕님. 어쩌면, 어쩌면요. 하지만 어떤 때는 인헤이스트(Innhayst)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하더군요."
"아아, 그대는 바람둥이로군 그렇지 않나요?"
"바람과 같은 것이지요. 변한다는 것이 그러하듯이, 저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가는 바람이며, 뜨거웠다가도 차가워지지요. 변화가 바로 제 의상입니다. 다른 어떤 것도 저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더군요."
바렌지아는 미소 지었다. "잠시간 여기 머물도록... 그대가 원한다면. 에르하틱(Erhatick)."
"알겠습니다, 브라이트(Bryte)"
* * *
그 짧은 대화 뒤에, 바렌지아는 다소간 삶에 대한 흥미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멈추어 있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신선하고 새롭게 변했다. 매일 하루를 열정으로 맞이했으며 나이팅게일과의 대화와 그가 가진 노래에 대한 재능을 갈구했다. 다른 바드들과는 달리 그는 그녀나 다른 여인에 대한 찬미를 노래하지 않았으며 오직 고귀한 모험과 대담한 행위에 대해서만 노래했다.
그녀가 그에게 이것을 물었을 때, 그가 말했다. "여왕님, 거울을 보십시오. 어디서 숙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 이상의 찬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말로써 그려내야 한다면, 내 일천한 실력보다는 더 위대한 자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자들에게 부탁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제가 그들과 경쟁하겠습니까? 태어나서 겨우 일주일도 안 되어 사라져버릴 나 같은 자가 말입니다?"
한번은 그들이 둘이서만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여왕은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그의 노래가 그녀를 달래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를 그녀의 침실로 부른 것이다. "그대는 게으른데다 겁쟁이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에게 매혹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대를 찬미하려면 그대를 알아야만 합니다. 저는 당신을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대는 수수께끼에 쌓여 있습니다. 마법의 구름 속에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대의 말이 바로 마법을 부리는 것이지요. 그대의 말이... 그리고 그대의 두 눈이. 그리고 그대의 몸. 원한다면 나를 알아보도록 해요. 그대가 감히 원한다면."
그러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가까이 누워서 키스를 했고 얼싸안았다. "심지어 바렌지아조차 바렌지아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로군요." 그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러니 어떻게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찾고 있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모르고 있어요, 아직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대가 가지지 못한 것 중 무엇을 가지고 싶은 겁니까?"
"열정." 그녀가 답했다. "열정. 그리고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엇이지요? 그들에게는 무얼 상속할 수 있습니까?"
"자유." 그녀가 말했다. "그들이 되고자 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 말해주세요, 내 눈과 귀에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하는 내 영혼에 가장 현명한 자인 당신이. 어디서 내가 그걸 찾아야 할까요?"
"하나는 그대 곁에 있고 또 하나는 그대 아래에 있지요. 하지만 그대는 이미 그대의 것 그리고 그대 아이들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가지기 위해 감히 손을 벌리고자 하는 것입니까?"
"심마쿠스..."
"내 몸 속에 그대가 찾는 것의 일부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다른 해답은 바로 이 왕국의 광산들 안에 숨겨져 있지요, 그것이 우리들의 꿈을 이루고 충족시켜줄 힘을 줄 것입니다. 그것은 에드워드와 모렐린이 그들 사이에서 저 증오스러운 노르드의 지배로부터 하이 락 지방과 그들의 영혼을 해방시키는데 사용했던 바로 그것이지요.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아무도 저항할 수 없을 겁니다. 심지어 황제의 권력 조차도. 자유라고 하셨습니까? 바렌지아, 자유 그것은 그대를 속박하는 족쇄로부터 주어지는 겁니다. 이걸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그녀에게 다시 부드럽게 키스하고는 물러났다.
"가지 말아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그녀의 몸이 그를 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말했다. "육체의 쾌락은 우리가 함께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뭘 해야 하죠? 무슨 준비가 필요한 거죠?'
"아니, 없어요. 광산은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왕이 제 곁에 있다면 누가 훼방을 놓겠습니까? 일단 거기 들어가서는 제가 그 물건이 놓여 있는 곳으로 그대를 안내하고 그 안식처로부터 그걸 들어 올리는 것이지요."
그러자 끊임없는 그녀의 공부의 기억이 머리로 들어왔다. "소환의 나팔." 그녀는 놀란 듯이 속삭였다. "사실인가요?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어떻게 그대가 알게 되었죠? 내가 읽은 바로는 그것은 대거폴 지역의 끝을 알 수 없는 동굴의 아래에 묻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다. 나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에드워드 왕이 죽기 바로 전에 안전을 위해 오랜 친구인 모렐린 왕의 손에 그 나팔을 넘겼지요. 그는 그걸 에펜 신의 영도에 따라 여기 모운홀드에 비밀리에 두었습니다. 바로 그 신이 태어난 장소이자 자신의 영역인 여기에. 제가 이것을 알아내는데 오랜 세월과 장구한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지요."
"하지만 신은 어떻게 하구요? 에펜 신을 어떻게 할건가요?"
"저를 믿으세요, 여왕님. 모든게 잘 될 겁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고는 마지막 키스를 하고 사라졌다.
* * *
다음날 그들은 광산으로 통하는 거대한 문의 경비대를 통과해서 그 아래 깊숙이 들어갔다. 여왕의 관례적인 점검이라는 명목 하에, 나이팅게일 외에는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지만 바렌지아는 지하의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감수했다. 결국 그들은 잊혀져버린 봉인된 입구 같아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 곳에 들어가니 오래전에 버려진 고대의 작업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래된 기둥들이 무너져서 가는 길은 힘들었고, 자갈밭을 통과하기 위해 길을 내어야만 했으며 더욱 더 통과 불가능한 잡석 더미를 돌아나가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징그러운 쥐와 거미들이 여기저기에서 기어 다니고, 가끔은 그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바렌지아의 파이어볼과 나이팅게일의 재빠른 단검 앞에 적수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요." 바렌지아는 길게 설명했다. "그들이 우리를 찾고 있을 겁니다. 내가 저들에게 뭐라고 해야 될까요?"
"뭐든지 그대 뜻대로." 나이팅게일은 웃었다. "그대는 여왕이 아닙니까?"
"심마쿠스가..."
"그 촌놈은 권력을 가진 그 누구에게라도 복종할 것이오. 언제나 그래왔고, 언제나 그렇게 하려고 하지. 우리가 권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사랑하는 여왕님." 그의 입술은 달콤한 포도주와 같았고, 그의 손길은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했다.
"어서." 그녀가 말했다. "어서 나를 가져요. 준비가 되었어요." 그녀의 몸이 떨고 있는 것 같았고 모든 신경과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아직 아닙니다. 여기선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는." 그는 손을 내저으면서 오래된 먼지투성이의 파편들과 칙칙한 암벽을 가리켰다. "조금만 더 기다리도록 해요." 내키진 않았지만, 바렌지아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텅 빈 방벽 앞에 멈추어서 그가 드디어 그 말을 했다. "여기에 그것이 묻혀 있습니다." 그는 한 손으로 먼지 속에서 마법 기호 하나를 긁어 보이게 하였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언제나 그래왔던 마냥 손을 흔들어 주문을 만들어 냈다.
벽이 사라지고 무슨 고대의 성지로 통하는 입구 같은 것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 신의 동상이 있었는데, 손에는 망치를 들고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모루 위를 겨냥하고 있었다.
"저의 혈통에 대고 맹세합니다, 에펜이시여." 나이팅게일이 외쳤다. "그대여 일어나소서! 저는 에본하트 모렐린의 후예, 왕실의 마지막 자손이며, 그대의 혈통을 나누어 가진 자입니다. 모든 엘프 왕국들의 백성들의 몸과 영혼이 참혹한 멸망의 기로에 있는 이 때에 모로윈드의 마지막 보루가 필요합니다. 그대가 지키는 물건을 저에게 내려주소서! 이제 그대에게 청하오니, 내려치소서!"
그의 마지막 말에 그 동상은 빛을 발하고 활기를 띄었으며, 동공이 없는 돌로 된 눈은 밝고 붉은 빛을 내었다. 거대한 머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치로 모루를 내리쳤고 천둥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부서져 버렸다. 돌로 만들어진 신의 상 자체도 무너져 내렸다. 바렌지아는 귀에다 손을 대고 몸을 숙여서는, 심하게 떨면서 크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나이팅게일은 대담하게도 앞으로 크게 나아가더니 환희의 함성과 함께 폐허 속에서 잠들어 있던 물건을 꽉 붙잡았다. 그는 그것을 높이 들어올렸다.
"누군가 오고 있어요!" 바렌지아는 놀라서 소리쳤다. 그 뒤 처음으로 그가 높이 들고 있는 물건을 보았다. "잠깐, 그건 나팔이 아니로군요, 그건 지팡이잖아요!"
"그렇지. 잘 보셨소. 드디어 이것이 내게!" 나이팅게일은 크게 웃었다. "미안하오, 사랑스러운 여왕님. 하지만 이제 떠나야 하겠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날 것이오. 그때까지 그러면... 아아, 그때까지, 심마쿠스." 그는 그들 뒤에서 나타난 갑주를 걸친 자에게 말했다. "그녀는 전부 당신 것이오. 그대는 그녀를 다시 데려가도 좋소."
"안돼!" 바렌지아는 소리쳤다. 그녀는 일어나 그에게 뛰쳐나갔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였다. 그 때 심마쿠스는 대검을 뽑은 채 그에게 다가갔는데, 칼날을 허공에다 대고 한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그 신의 석상이 서 있었던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처럼.
바렌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심마쿠스는 그를 수행한 대략 7, 8명쯤 되는 엘프들에게 나이팅게일과 바렌지아 여왕이 길을 잃어서 거대한 거미들에게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이팅게일은 발을 헛디뎌서 바위 깊은 틈 사이로 떨어졌는데 그 틈이 막혀서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여왕은 그 대결로 인해 깊이 충격을 받았고 자신을 보호하다 추락한 친구를 잃어 크게 신음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심마쿠스가 가진 부주의한 혀를 가진 기사들에 대한 영향력과 통솔력에 힘입은 바였다. 누구도 무슨 일이 실제로 있었는가에 대한 더 이상의 흔적이라도 찾지 않았고 그가 말한 정확히 그대로 다들 납득했던 것이다.
여왕은 궁까지 호위를 받았고 그녀의 침실로 안내되었다. 거기서 그녀는 하인들을 내보내고는 거울 앞에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충격을 받았고, 울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 심마쿠스는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뭐라도 아는 것이 있소?" 그가 마침내 말했다. 단조롭고도 차갑게.
"당신이 나에게 말해줬어야죠." 바렌지아가 조용히 말했다. " 혼돈의 지팡이! 난 그것이 여기 묻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그가 말하길... 그가 말하길..." 약한 울음 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빠져나왔고 그녀는 절망을 두 배로 맛보았다. "오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뭘 해버린거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우리는?"
"당신은 그를 사랑하오?"
"그래요. 그래, 그래, 그래요! 오 나의 심마쿠스. 신들이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하지만 난 정말 그를 사랑했어요. 정말로. 하지만 지금은... 지금... 모르겠어요... 확신할 수가 없어요... 나는..."
심마쿠스의 굳어진 얼굴이 약간 부드러워졌고 그의 두 눈은 새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흠, 그건 좋은 일이로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직 당신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거요. 나머지 일들은... 바렌지아, 내 사랑하는 바렌지아, 그대가 이 땅에다 폭풍을 풀어놓은 것 같소. 하지만 그게 실제로 몰아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소. 하지만 언젠가 그때가 온다면, 우리 함께 그 비바람을 맞도록 합시다. 언제나 우리가 함께 해 왔듯이."
그리고는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옷을 벗기고 침대로 데리고 갔다. 슬픔과 갈망으로 인해 그녀의 무기력한 육체는 그의 억센 육체에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반응해 갔다. 나이팅게일이 그녀 속에서 일으켜 깨운 모든 것들을 쏟아 부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가 파괴한 모든 안식을 찾지 못한 영혼들이 잠잠해져 갔다.
* * *
그녀는 공허했고 공허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녀는 충만해졌는데, 아이가 들어섰고 그녀 안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들이 자궁 속에서 성장함에 따라, 참을성 많고 신실하며 헌신적인 심마쿠스에 대한 그녀의 마음도 그렇게 되어 갔다. 오랜 세월동안의 우정과 깨어지지 않은 애정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이제는 드디어 진실한 사랑으로 충만한 원숙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8년이 지난 후에 그들은 다시 축복을 받았다. 이번에는 딸이었다.
* * *
나이팅게일이 혼돈의 지팡이를 훔쳐간 직후에, 심마쿠스는 긴급 비밀 지령을 유리엘 셉팀에게 보냈다. 그는 보통 그렇게 했듯이 자신이 직접 가지는 않았다. 대신 바렌지아의 임신 기간 중 그녀와 함께 머물며 아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과 절도 사건 때문에, 그는 유리엘 셉팀으로부터 일시적인 냉대와 불편한 의심을 받게 되었다. 첩자들이 그 절도범을 찾아 파견되었지만 나이팅게일은 그가 왔던 곳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곳이 어디이던지.
"아마 일부는 다크 엘프였을거예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하지만 일부는 또한 인간이죠, 변장을 한.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빨리 임신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일부분은 다크 엘프야, 확실해. 그리고 그것도 고대의 라'아팀 (Ra'athim) 혈통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지팡이를 가질 수 없었을 거야." 심마쿠스가 추론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내 생각에 그가 당신과 동침했던 적은 없는 것 같소. 엘프라면 감히 그러지 못했을거요.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신을 떠날 수 없었을 테니까." 그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는 그 지팡이가 거기 있다는걸 알고 있었어, 나팔이 아니라. 그래서 안전한 곳으로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던 거지. 그 지팡이는 나팔과는 다르지, 그가 분명히 보았을법한 그런 무기가 아니야. 적어도 그가 그걸 가지지 않았다는데 대해 신들에게 감사하기로 하지. 모든게 그가 예상한 대로 되어버린 것 같군, 하지만 그가 어떻게 알았지? 보상으로 받은 그 지팡이를 거기에 놓아둔 것은 바로 나인데, 지금 에본하트 성에서 왕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라'아팀 가문의 너저분한 말단 나부랭이의 도움으로 말이야. 타이버 셉팀은 그 나팔을 원했지만 지팡이만은 안전하게 남겨두기를 원했지. 아! 이제 나이팅게일은 원한다면 그가 가는 어느 곳에서나 그 스텝을 투쟁과 불화의 싹을 뿌리는데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그에게 권력을 주지는 않지. 그건 그 나팔과 그걸 사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야."
"나는 나이팅게일이 무슨 힘을 찾고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바렌지아가 말했다.
"누구나 힘을 원해." 심마쿠스가 말했다. "각기 각자의 방식으로 말이야."
"저는 아니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저는 제가 찾고 있는 것을 찾았답니다."
6. 5권
원문
진정한 바렌지아, 제5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심마쿠스의 예측대로, 혼돈의 지팡이가 도난당한 것에 대한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황제 유리엘 셉팀은 더 수정한 편지를 써서, 지팡이를 분실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심마쿠스는 전력을 다하여 지팡이의 행방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롭게 취임한 제국 전투마법사 제이거 탄의 지시에 따르면, 진척상황에 대해서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색을 하라는 것이었다.
"탄 자식!" 심마쿠스는 짜증난다는 듯 외쳤다. 투덜거리면서 방으로 가고 있었다. 임신한 지 수 개월이 된 바렌지아는 평온한 얼굴로 아기를 위한 모포를 수놓고 있었다.
"그 사람의 어디가 맘에 안드나요?"
"그런 비열한 엘프는 신용할 수 없어. 다크 엘프와 하이 엘프 외에 무슨 피가 섞여있는지 알 수도 없잖아. 여기저기 종족으로부터 최저품질의 피들만 받아온게 틀림없어." 심마쿠스는 이를 갈았다. "아무도 그 자식에 대해 알지 못해. 발렌우드에서 태어나고 모친은 우드 엘프라는 것 외에는 말이야. 게다가 그 신출귀몰한것도..."
바렌지아는 임신하고 오는 행복과 권태감을 느끼며 일단은 심마쿠스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문득 수를 놓던 손을 멈추고 그가 있는 쪽을 보았다.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심마쿠스, 제이거 탄을 나이팅게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까요. 그때는 변장했던 거 아닐까요?"
심마쿠스는 잠시 생각해본후 답했다. "그건 아니야. 인간의 피가 탄의 가계에 섞여있는 건 생각해볼 수 없으니까 말야." 그것이 남편의 결점인 것을 바렌지아는 알고 있었다. 심마쿠스는 게으름뱅이라서 우드 엘프를 싫어하고, 비겁한 인텔리라고 하이 엘프를 싫어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특히나 브레튼에 대해서는, 실리주의와 지성과 체력을 고루가진 민족이라며 절찬하고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에본하트와 연결되어 있어. 라'아팀일족, 그 중에서도 흐랄루 가문과 모라 가문의 친척이겠지. 분명 그럴거야. 그 일족에서는 쭉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어. 에본하트로 한다고 해서 타이버 셉팀이 소환의 나팔을 주었을 때 혼돈의 지팡이를 이 땅에 봉인했다는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바렌지아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에본하트와 모운홀드의 적대관계는 거의 몬홀드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어진다. 이 두 나라는 원래 하나였다. 수입이 좋은 광산은 전부 라'아팀 가문이 영토로 가지고 있었다. 라'아팀은 그 집안의 덕택에 모운홀드의 제왕으로 불려지고 있다.
리안 여왕의 쌍둥이 아들 -전설적인 왕 모렐린의 손자- 가 공동후계자로서 세상에 남겨졌을 때, 에본하트는 에본하트와 모운홀드라는 두개의 나라로 분리되었다. 그것과 맞추어 제국령이 긴급시에 야를 회의가 지명하는 임시의장의 의향에 따라 하이킹은 공석이 되었다.
그런데도 에본하트는 모로윈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국가 (역대의 지배자들은 이 국가를 '동등한국가들 중 최고'라고 표현했다.)로서의 권리를 잃게될 것을 염려해. 모운홀드는 모렐린 왕 그 사람이 혼돈의 지팡이를 에펜신의 손에 맡긴 것이며 모운홀드의 땅이 에펜신의 탄생지인 것에는 의심할 바가 없다고 했다.
"당신의 의심을 재거 탄에게 부딪쳐보면 어때요? 혼돈의 지팡이는 탄에게 돌려주면 돼요. 중요한건 지팡이가 무사하다는거잖아요? 누가 빼앗아오든 그것을 어디에 보관하든 아무렴 어때요?"
심마쿠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상관없지 않아."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쓸 문제도 아니지" 그가 덧붙였다. '적어도 당신이 그 이상 신경 쓸 정도로 중요한건 아니야. 당신은 거기앉아서...' 장난하듯 웃었다. "수를 놓고있으면 되는 거야."
바렌지아는 놓던 수를 심마쿠스에게 던졌다. 그는 얼굴에 바늘이나 실뭉텅이등을 맞았다.
* * *
수 개월 후, 바렌지아는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두 사람은 아기를 헬세스라고 이름지었다. 혼돈의 지팡이나 나이팅게일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혹시 지금 혼돈의 지팡이가 에본하트의 손에 넘어간 것이라면 그들은 그것을 과시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수년이 지났다. 헬세스는 점점 키가 커져 강한 몸으로 자랐다. 그가 존경하는 아버지와 꼭 닮게 되었다. 헬세스가 8살이 되었을 때 바렌지아는 두 번째 아이, 여자아이를 낳았다. 심마쿠스는 굉장히 기뻤다. 헬세스는 아버지의 자랑이었지만 귀여운 모르지아 -심마쿠스의 모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는 아버지의 마음을 꽉 움켜쥐었다.
슬프게도 모르지아의 탄생은 밝은 시대가 되지는 못했다. 명백한 이유도 없이 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다. 매년 세금이 늘고 힘든 노역이 할당되었다. 심마쿠스는 눈치를 보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이 지팡이의 분실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과격해지는 요구에 얼마나 답할 수 있는가를 봐서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다며 심마쿠스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관세를 올려 그것도 부족하다면 공고나 개인재산에도 손을 대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이 부담 된 시민이나 귀족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임페리얼 시티로 출발해 줘." 어느 날 저녁식사 중에 심마쿠스가 말했다. "황제의 귀를 이쪽으로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봄이 되면 모운홀드의 여기저기에서 폭동이 일어나버려." 그렇게 말하고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남자의 길도 사랑의 길도 알고 있어. 항상 그래 왔잖아."
바렌지아도 어색하게 웃었다. "당신의 마음도 뺏었죠."
"그래. 호되게 뺏겼지." 그는 어딘지 모르게 기뻐보였다.
"두 아이 다 데리고 가는거에요?" 바렌지아는 방의 모퉁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헬세스가 류트를 연주하며 평온한 목소리로 누이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헬세스는 15살 모르지아는 8살 이었다.
"아이들이 있으면 황제의 마음도 부드러워져. 게다가 헬세스를 황제에게 선보이기에도 좋겠지"
"그럴지도요. 하지만 그런건 진짜 이유가 아니에요." 바렌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뜻을 밝혔다. "여기있으면 아이들이 위험해질 것이 두려워서 잖아요. 그런거라면 당신도 위험해요. 함께 가요." 그녀는 간청했다.
심마쿠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바렌지아. 사랑하는 아내여. 마음깊이 사랑해고 있어. 나까지 간다면 우리가 돌아올 곳이 없어지잖아. 나는 괜찮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해. 하지만 당신이나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면 훨씬 잘 할수 있어."
바렌지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가족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저에게도. 우리 둘이 함께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쳐나갈 수 있어요. 돈이 없어져도 배가 고파도 마음이 텅빌 정도로 참기 어렵진 않아요." 바렌지아는 울기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이나 혼돈의 지팡이 때문에 범한 죄들을 생각했다. "제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심마쿠스는 친절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나쁜 일만 있는건 아니야." 그는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하나 길가를 헤매게 할 생각은 없어. 굶주리게 할 생각도. 절대로 절대로. 약속할게 사랑하는 바렌지아. 그때 나는 너에게 모든걸 걸었어. 나도 타이버 셉팀도. 내가 없었다면 제국도 없었을테지. 내가 제국의 부흥을 일으켰단 말이야."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내가 이손으로 제국의 막을 내리는 것도 할 수 있어. 유리엘 셉팀에게 말해. 그리고 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이야."
바렌지아는 숨을 들이켰다. 남편은 허풍을 떨 남자가 아니야. 남편이 제국에 이를 드러내려 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난로의 옆에서 자고 있는 늙은 애완견에게 손을 물릴 것을 생각지도 않은듯이. "어떻게요?" 그녀는 숨을 죽이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는게 좋아." 심마쿠스가 답했다. "황제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으면 내가 말한 것을 알리는 거야. 두려워하지는 마. 셉팀의 후예라면 사자에게 칼을 대는 사악한 짓은 하지 않아." 그가 뒤틀린 웃음을 보였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아내나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의 털끝 하나라도 손대는 일이 있다면 탐리엘의 모든 신에게 맹세코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어. 그리고 황제를 쫓아가주지. 가족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셉팀 가문의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검을 휘두르겠어." 심마쿠스의 다크 엘프 종족 특유의 붉은 눈동자가 작게 빛나고 있었다. "영원히 맹세한다. 나의 아내. 나의 여왕 바렌지아여."
바렌지아는 그를 껴안았다. 강하게 껴안았다. 심마쿠스의 몸을 따뜻하다고 생각하면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 * *
바렌지아는 왕좌에 허리를 걸친 황제를 향해 모운홀드의 힘든 환경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유리엘 셉팀을 알현하기 위해 수 주동안 기다렸으나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얼버무리고 있었다. '황제폐하의 기분이 좋지 않다.' '폐하는 급한 볼일이 있으시다.' '죄송합니다. 여왕님 분명 잘못 아셨겠지요. 폐하의 알현은 다음주입니다만. 어.. 아니었던가.' 그렇게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황제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었다. 앉으라는 말도 없이 아이들을 방에서 나가게 하려 하지도 않았다. 헬세스는 조각상처럼 서있었지만 여동생은 칭얼댔다.
바렌지아 자신의 정신상태는 피폐해져 있었다. 임페리얼 시티의 거처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주재의 모운홀드 대사가 심마쿠스로부터의 공문서를 보내 임실허가를 요구했다. 나쁜 소식이였다. 그것도 엄청난.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농민과 불만을 품은 수많은 모운홀드의 이류 귀족들이 결탁하여 심마쿠스에 대해 퇴진하여 통치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제국의 위병과 약간의 군대 -그들의 가족은 수세대에 거쳐 바렌지아가에서 일해온 가신들이었다.- 뿐만이 심마쿠스와 폭동의 사이에 있었다. 이미 교전상태에 있었지만 심마쿠스가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오래 버틸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계속 써내려갔다. 바렌지아는 전력으로 황제를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어쨋든 안전해지면 아이들을 데려오도록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임페리얼 시티에 머무를 약속이었다.
바렌지아는 임페리얼 시티의 관료조직을 구별하여 진행해볼까 생각했다. 대부분 전해지지 않았다. 불안만 쌓여가고 그 뒤를 따르듯 모운홀드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거만한 황제의 행정관에 대한 분노와 가족을 붙잡고 있는 군령에 대한 분노와의 사이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불안과 고통과 후회에 찬 수 주간이 지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운홀드 대사가 와서 늦어도 오늘밤까지는 심마쿠스로부터의 전언이 올것이라고 알렸다. 언제나의 연락경로가 아닌 새를 통한 연락이였다. 행운이 아직 계속되는 것처럼 그냥 궁중의 서기관으로 부터 유리엘 셉팀이 겨우 알현에 동의했다고 알렸다. 이렇게 바렌지아는 다음날 일찍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다.
황제는 알현하는 동안 세명을 마중나갔다. 명랑한 환영의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바렌지아가 아이들을 소개하자 황제는 진짜인 듯 하지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관심을 보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바렌지아는 이래저래 500년간 인간을 만나왔고 그들의 표정이나 태도로 진의를 알아채는 법을 알고 있었다. 황제가 아무리 감추려해도 그 눈이 대변해주고 있었다. 다른 감정도 느껴졌다. 후회인가. 그렇네 후회네. 그런데 왜지? 황제에게도 훌륭한 아이들이 있다. 그럼 왜 나의 아이들을 탐나는 듯 바라보는 거지? 게다가 왜 일순간이긴 하지만 불쾌한 갈망의 시선을 보내는거지? 아마 왕비에게 질려버렸겠지. 인간이라는건 악명이 알려질 정도로,뭐 의외인 것도 아니지만 지조가 없다. 이렇게 한번 타는 듯한 눈동자로 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제는 시선을 돌렸다. 바렌지아가 자신의 사명과 몬홀드의 폭동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였다.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황제는 돌부처처럼 앉아만 있었다.
황제의 무기력한 행동에 망설이고 분노를 느끼면서도 바렌지아는 그 푸르고 하얀 경직된 얼굴에서 과거의 셉팀들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유리엘 셉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가 아직 어릴 때 한번보고 20년후의 대관식에서 한번 더 보았을뿐이다. 두번 뿐이었다. 대관식에서 그는 어른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어린티가 나는 연령이었는데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눈앞의 성숙한 남자만큼 마음이 눈뜬정도는 아니었으나 실제로 그때의 젊은이가 같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필요 이상의 친숙함은 행동이나 자세로 얼버무리고 있는건가...
문득 바렌지아의 몸이 뜨거워졌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 환각이야! 나이팅게일에게 심하게 당하고부터 그녀는 환각의 술을 진지하게 공부했었다. 환각을 간파하는 기술도. 지금 느끼고 있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장님의 남자가 태양을 피부로 느끼는듯 확실한 감각이 있었다. 환각이네! 하지만 왜지? 바렌지아는 생각하면서 몬홀드를 습격한 곤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허영심? 엘프는 늙은 징후를 보이는 것을 과시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리엘 셉팀의 얼굴은 나이에 걸맞게 보였다.
마법을 사용하는건 무모해, 라고 바렌지아는 생각했다. 하찮은 귀족조차도 이 객실안에서라면 마법의 위력을 막을 때까지는 가지 않아도, 매지카를 감지하는 방법이 있어. 마법에 기대면 황제가 분노할거야. 단검이 뽑힐거야.
마법.
환각.
갑자기 바렌지아는 나이팅게일이 생각났다.다음 순간 그가 눈앞에 앉아 있었다. 금세 환영이 변화해 유리엘 셉팀이 되었다. 붙잡혀 있는 듯한 슬픈 얼굴로 보였다. 그리고나서 또 환영이 줄어들어 다른 남자가 거기에 나타났다. 나이팅게일같으면서 그렇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 충혈된 눈, 엘프의 귀. 응축된 사념을 끊임없이 발하고 있었다. 굉장히 파괴적인 안개가 흩날리고 있었다. 이 남자라면 뭐든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유리엘 셉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영을 부풀린 것은 자기자신이 아닐까? 그녀의 정신이 조금 못된 장난을 치고 있겠지. 돌연 바렌지아의 마음에 묵직한 불안감이 드리워졌다. 며칠이나 걸려 이렇게 먼곳까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온 것 같았다. 거기서 몬홀드의 불행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런걸 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였다. 가벼운 인사치례로 돌아왔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폐하. 폐하의 아버님의 대관식 후 심마쿠스와 저와 폐하의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했었지요. 폐하는 지금의 모르지아보다도 어렸어요. 그날 밤 초대받은 손님은 저희들 뿐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물론 폐하의 친구 저스틴을 빼고 말이죠."
"기억하고 있고 말고." 황제는 조심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네."
"폐하와 저스틴은 무척이나 사이가 좋았더랬죠. 얼마 후 그가 죽었다는 것을 듣고 굉장히 슬펐답니다."
"그렇지. 아직까지 저스틴에 대해서는 얘기할 맘이 안생기네." 황제의 눈동자가 텅비어졌다. 공허함속에도 그 깊이가 있는지 어떤지 몰랐지만 너무 텅비어 있었다. "말했던 대로 바렌지아 여왕. 고려해보고 결론을 알려주겠다."
바렌지아는 인사했다. 아이들도 그렇게 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여 물러나도 좋다고 알렸다. 그들은 황제의 어전으로부터 멀어져갔다.
바렌지아 알현하고 나오며 한번 심호흡을 했다. '저스틴'은 공상의 놀이상대였지만 어렸을 때 유리엘은 저녁식사 때마다 저스틴의 자리를 준비하도록 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토록 남자다운 이름에 반해 저스틴은 여자아이였던 것이다. 공상의 소꿉친구가 걸어야 할 운명을 저스틴이 간 후에도 심마쿠스는 농담은 계속했던 것이다. 유리엘 셉팀을 만날때마다 저스틴은 기분나쁜 관례였다. 그럴때마다 셉팀은 일부러인 것처럼 심각한 얼굴을 해보였다. 바렌지아가 마지막으로 저스틴에 대해 들은 것은 수년전의 일이였다. 황제는 그야말로 당연하듯 농담을 날리고 있었다. 저스틴은 용감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카짓 젊은이와 만나 결혼하고 리란드릴에서 정착해서 파이어 펜이나 쑥을 기르고 있다고.
황제의 알현실에 앉아있던 남자는 유리엘 셉팀이 아니야! 그럼 나이팅게일? 그럴리가... 있어. 그것밖에 없는걸! 추론이 맞다는걸 알리는 소리가 머리속을 울렸다. 바렌지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황제의 가면을 쓰고는 있지만 그 남자는 나이팅게일인 것이다. 심마쿠스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치명적일 정도로...
어떻게 하면 좋지? 바렌지아는 열심히 생각했다. 유리엘 셉팀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욱 중요한건 그것의 어디가 그녀나 심마쿠스나 몬홀드 전체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떠올려보면 일련의 문제는 이 가짜황제인 나이팅게일 때문이이 아닌가. 원래의 모습이 어떻던지 간에 그때는 추파로 공격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리엘 셉팀이 되어서 몬홀드에 불합리한 요구를 들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과의 관계는 타이버 셉팀과의 금단의 밀약이 끝나고 긴 시간을 거쳐 (인간의 시간개념으로지만) 악화되어 갔던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심마쿠스의 셉팀가에 대한 기특한 충성심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셉팀가의 내정에 밝다는 것도. 그래서 먼저 손을 쓴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족전원이 갈림길에 서 있다. 제도에 있는 바렌지아와 아이들은 독안에 든 쥐와 다름없고, 심마쿠스는 몬홀드에 남아 나이팅게일이 퍼트린 재난을 혼자서 처리하는 중이다.
대체 어떡하면 되지? 바렌지아는 아이들의 어깨에 손을 대어 밀어냈다. 냉정하고 태연하게. 시녀나 근위 기병이 뒤를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겨우 기다렸던 마차까지 왔다. 거처의 스위트룸은 왕궁의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위엄이 중요시되는 왕족이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었다. 이 때 만큼은 바렌지아는 그 프라이드에 감사드렸다. 마차가 마치 피난소처럼 보였다. 그저 착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소년이 위병에게 달려와 두루마리를 전하면서 마차를 가리켰다. 위병은 두루마리를 바렌지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은 열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간은 간단한 인사정도의 것으로 하이 락 웨이레스트의 이드와이어 왕이 몬홀드의 고명한 바렌지아 여왕과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부터 소문을 듣고 있었으며 꼭 가까워지고 싶다고.
바렌지아의 직감이 거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빨리 임페리얼 시티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한가로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바렌지아가 얼굴을 들고 눈살을 찌푸리자 위병 하나가 말했다. "여왕님, 이 소년의 말로는 그의 주인이 저쪽에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녀는 위병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말에 탄 늙은 남성이 보였다. 몇 사람의 기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는 시선을 느끼고, 날개 장식이 붙은 모자를 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좋아요." 바렌지아는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너의 주인에게 말하거라. 오늘 밤 저녁식사 후에 방문하라고." 이드와이어왕은 정중하고 성실해보였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상한 짓을 할 인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대로 대단한 것이라고 그녀는 멍하니 생각했다.
* * *
바렌지아는 탑의 창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령용 새의 기척을 느꼈지만 밤하늘은 한낮처럼 맑게 개어 있는데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더니 잠시 후 나타났다. 안개가 낀 밤의 구름아래 흐르듯이 날고 있었다. 몇분 후, 새가 내려앉았다. 날개를 접어 발톱을 늘려 그녀의 두꺼운 가죽완장을 잡았다.
바렌지아는 새를 높은 자리까지 옮겨주었다. 새는 거기서 숨을 헐떡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속상한 듯 손가락을 펴, 새의 발목에 묶여있는 통에 봉해져 있는 전언을 꺼내려고 했다. 그 사이 새는 대단한 기세로 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이윽고 깃털을 펄럭이며 제정신이 든 것처럼 털을 고르기 시작했다. 한차례 일을 끝냈다고 하는 충실감에 잠겨 있을 것이다. 임무를 달성하여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바렌지아는 그러한 새의 기쁨을 마음의 한구석에 두었지만 그 그늘에서는 불안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새마저 그렇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바렌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접어진 얇은 양피지를 열어 거기에 적혀 있는 글을 잡아먹듯 바라보았다. 심마쿠스의 자필은 아니었다. 바렌지아는 의자에 걸터앉아 편지의 인을 손가락으로 펴면서 비극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려고 마음에서도 몸에서도 각오를 다졌다. 만일 그것이 비극적인 알림이라면...
비극은 찾아왔다.
제국의 위병이 심마쿠스를 버리고 폭도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심마쿠스는 죽었다. 남아있던 충실한 병사들은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제국의 대사가 폭도의 주모자는 몬홀드의 왕이라고 판단했다. 심마쿠스는 죽어버렸다. 바렌지아와 아이들은 제국의 반역자로 선고되어 그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
심마쿠스가 죽었다.
오늘아침의 황자의 알현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았다. 책략으로, 잔꾀로, 황제는 벌써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인질일 뿐이다. 당분간은 천천히 제도를 만끽하는게 어떤가 여왕. 제도의 생활을 맛보면서, 좋을대로 체재하면 된다. 체재? 아니 구류였다. 감금이었다. 그리고 아마 포획될 것이다. 환상이 아니라 그것은 현실이다. 황제와 그 총신은 일가 전원을 제도에 가둘 생각일 것이다.놓칠 생각은 없을 것이다.적어도, 살려둘 생각도 없다.
심마쿠스가 죽었다.
"여왕님?"
바렌지아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시녀가 가까이 와 있었다. "왜 그러느냐?"
"브레튼이 오셨습니다." 바렌지아가 당혹스러워하자 시녀가 덧붙였다. "이드와이어 왕이 오셨습니다만..." 계속했다. "무슨 연락이라도?" 새에게 끄덕여보였다.
"별거 아니란다." 바렌지아는 빠르게 말했다. 공동으로 메아리치는 소리였다. 돌연, 마음에 깊은 해구가 새겨졌지는 것 같았다. "새를 부탁해." 바렌지아는 일어나자 가운의 단추를 손으로 어루만져붙여 고귀한 방문자를 환영하기 위해 준비했다.
바렌지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음이 돌벽처럼 서늘하고, 밤의 침묵과도 같이 조용히 변해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감각이 없었다.
심마쿠스가 죽었다니!
* * *
이드와이어 왕은 조금 도가 지나치는 감은 있었지만, 진지하며 예의 바르게 바렌지아에 인사했다. 자신을, 심마쿠스의 열렬한 신봉자라고 소개했다. 그 혈통에 있어서, 한층 이채를 발하고 계시는 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화제는 차츰 바렌지아와 황제와의 교섭으로 흘러 갔다. 이드와이어왕은 그 상세한 것에 대해 알고 싶어했으며, 그것이 몬홀드에 있어 좋은 것인지 묻고 있었다. 바렌지아와 질문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엉뚱한 것을 말했다. "바렌지아 여왕, 아무쪼록 믿어 주세요. 그 남자는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있습니다만, 가짜입니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요." 바렌지아는 결연하게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대로예요, 이드와이어 왕. 알고 있답니다."
이드와이어왕은 앉은 채로, 간신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문득 눈초리가 예민해졌다. "알고 계시면? 이 미친놈의 하찮은 이야기에 그저 맞장구치고 계시는 것 만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니까?"
"부디 안심을, 이드와이어 왕이시여. 저는 진심입니다." 바렌지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황제라고 속이고 있는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국 전투마법사, 제이거 탄"
"무슨 말씀을. 이드와이어 왕이시여,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셨나요?"
"물론입니다 여왕.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나이팅게일과 배교자 탄은 동일인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역시 그랬어!" 바렌지아는 벌떡 일어나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나이팅게일이 재거 탄이었던 것이다! 아아, 하지만 사룬은 마성의 남자. 악마처럼 사악하고 교활하군요. 우리의 파멸을 꾀하고 있었군요. 실수없이 완벽하게! 심마쿠스, 나의 심마쿠스...
이드와이어가 사양하는 듯한 헛기침을 했다. "여왕님, 저의 저희의 힘이 되어주십시오."
바렌지아는 짖궂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제가 해야할 말이지만 계속하세요. 어떻게 힘이 되면 되나요?"
이드와이어 왕은 계획의 개요를 간단히 말했다. "비열한 재거 탄의 제자인 마술사 리아 실메인이 살해 당해 가짜 황제에 배교자라고 선고 되었습니다.그런데 실메인에게는 아주 작은 힘이 남겨져 있어 죽은 뒤에도 더 이세상의 친한 지인들과 교류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 챔피언을 불러내, 간악한 마법사에 의해서 어딘가에 숨겨진 혼돈의 지팡이를 수색하게 했습니다. 그 챔피언이라면 지팡이의 힘을 빌어, 약점이 없는 재거 탄을 멸하는 것도 나아가 다른 차원에 유폐되어 있는 진짜 황제를 구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제국의 지하미로에서 숨이 끊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탄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리아의 영혼의 힘을 빌려서 선택된 챔피언을 도망치게 해야합니다. 바렌지아 여왕님은 가짜 황제의 귀, 그리고 듣기로는 눈동자도 끌어당기고 있는 듯 합니다. 계획대로 탄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 수 있습니까?"
"한번 더, 사룬과의 알현을 약속하죠." 바렌지아는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요? 사실을 말하자면 저희 일가는 제국에 대해 배교자라고 선고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몬홀드에서는 아마 그럴테죠. 모로윈드 역시. 하지만 제국이나 제국령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내정이 어지러워 지면, 황제나 대신과의 알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기도 합니다만, 법에 따르지 않고 투옥되거나 따져야 할 법적 수속을 밟지않고 처벌되거나 하는 일은 없으며, 그것이 보증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당신이 왕위에 있는 것이 그런 악행을 극히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왕 및 추정상속인인 당신들은, 불가침의 존재,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드와이어는 생긋 웃었다. "제국의 정치는 양날의 검인 것입니다. 바렌지아 여왕."
그렇다면 바렌지아도 아이들도 일단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이드와이어 왕, 방금 전 내가 가짜 황제 눈동자를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어떤 의미예요? 게다가, 들은바로는 이라뇨?"
이드와이어 왕은 난처한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재거 탄은 자기 방에 제단과 같은 것을 마련하고, 거기에 당신의 초상화를 장식하고 있다는 소문을 종자들 사이에서 들었습니다."
"과연." 바렌지아는 일순간이지만 나이팅게일과의 미칠 것 같던 연애를 생각했다. 그 때는 꿈같은 사랑을 했다. 경박한 여자였다. 그 일찌기 사랑했던 남자가, 진실로 사랑을 준 남자를 죽이게 했던 것이다. 그녀가 사랑하고 있던 남자를. 그는 이미 죽어버렸다. 심마쿠스는... 심마쿠스는... 바렌지아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사랑은 머무는 것이라고. 그는 언제나 옆에 있어주겠지. 그래, 아픔과 함께. 이제부터 그가 없는 인생을 보내는 아픔, 그의 존재나 평온함이나 사랑을 느끼는 일 없이 낮에도 밤에도 살아간다는 아픔, 아이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그가 지켜볼 수 없다는 아픔, 아버지가 얼마나 용감하고, 씩씩하고 칭창받고 사랑받고 있었는지 아이들이 특히 어린 모르지아가 알 수 없을거라는 아픔.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모든 아픔의 대상으로서 가족을 괴롭힌 보답으로서 나이팅게일을 죽여 보일 것이다.
"놀라셨나요?"
이드와이어의 말이 그녀의 사색을 깨뜨렸다. "음, 놀라다니 무엇을요?"
"초상화 말입니다. 탄의 방에 있다는."
"아, 네에." 바렌지아의 표정은 평정함이 돌아왔다. "그렇네요 복잡한 기분이지만."
그녀가 화제를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드와이어는 표정으로 헤아렸다. 다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 선택된 챔피언이 도망치려면 며칠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까, 바렌지아 여왕?"
"믿어주세요, 이드와이어 왕. 왜 그런걸?"
"우리들은 몰리고 있습니다.이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길이 있다고 해도... 아 물론 당신을 믿습니다.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심마쿠스 경은 우리 일족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심마쿠스경은..."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구요?"
바렌지아는 간략하고 냉정하게 일련의 사건에 대해 말했다.
"바렌지아 여왕... 이게 무슨!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드디어 바렌지아의 차가운 평정심이 요동했다. 동정받은 것으로 냉정함의 가면이 너덜너덜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침착할 것을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상황을 비추어볼 때, 저희들을 도저히 부탁을 드릴 수..."
"아니오, 이드와이어 왕. 상황을 비추어봤을 때 무슨 짓이든 할 수 밖에 없어요. 아이들의 아머지를 살해한 남자에게 복수를 행야만 하니까." '한방울의 눈물이 강철의 눈물샘으로부터 흘러 넘쳤다. 속상한 듯이 눈물을 지워 없앴다. "대신에, 아버지를 잃은 우리 아이의 경호를 제대로 부탁드려요."
이드와이어는 옷깃을 바로잡아 일어섰다. 그 눈동자가 빛났다. "물론, 맹세합니다. 용감하고 고귀한 바렌지아 여왕. 사랑해야 할 고국의 신들, 탐리엘의 대지가 우리 맹세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이드와이어의 말은 질릴 정도로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 친구 이드와이어 왕. 당신에게는 나와 나의 자식들의 여. 여.. 영원한 가..가.. 감사를..."
바렌지아는 쓰러져 울었다.
* * *
그날 밤, 바렌지아는 자지도 않고,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무릎에 손을 대고, 가득 찬 어둠에 긴 사색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에게 털어 놓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지금은 아직. 그 때가 올 때까지는, 아직.
황제 알현을 예약할 필요도 없었다. 아침이 밝자 소환장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혼자서 며칠간 멀리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두었다. 종자들을 곤란하게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작별의 키스를 했다. 모르지아는 훌쩍훌쩍 울었다. 제도의 생활에 고독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헬세스는 뭔가를 다짐하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부친을 꼭 닮았다. 심마쿠스를...
제도의 왕궁에 도착하자 바렌지아는 훌륭한 알현이 아닌 조그마한 객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황제가 혼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황제는 끄덕여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장대한 경치라고 생각하지 않나."
바렌지아는 대도시에 우뚝 솟는 탑과 거대 건축물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문득 눈치챘다. 먼 옛날, 그녀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타이버 셉팀과 만났었다. 수세기전의 일이었다. 타이버 셉팀. 그녀가 사랑했던 또 하나의 남자. 그 밖에 누구를 사랑했던 것일까. 심마쿠스, 타이바 셉팀, 그리고 스트로도. 차버린 것 같은 애정의 마음과 함께, 큰 체형의 금발의 마구간 소년이 생각났다. 지금 처음으로 눈치챘다. 스트로도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에게 마음을 전한 적은 없지만 그때는 아직 젊었다. 제멋대로인 시대였다. 한가로운 시대였다. 그 때까지는 모두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가 나타날 때까지는. 심마쿠스는 아니다. 나이팅게일이다. 바렌지아는 본의 아니게 놀랐다. 그 남자는 아직껏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온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었던 뒤에도. 정리가 안되는 감정의 거센파도에 마음이 휩쓸려갈 것 같았다.
바렌지아가 겨우 뒤돌아보았을 때, 거기에는 유리엘 셉팀의 모습은 없었다. 나이팅게일이 앉아있었다.
"들킨건가." 나이팅게일은 그녀의 얼굴을 열심히 응시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들킨건가 이렇게 빨리. 놀라게 해 주려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놀란 모습 정도 해야지."
바렌지아는 양팔을 펼쳐 보였다. 그렇게 마음의 심연을 휘젓는 동요를 가라앉히려고 했다. "무엇인가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는 당신에게는 당할 수가 없군요 폐하."
나이팅게일은 한숨을 쉬었다. "화내고 있는건가."
"조금은. 그건 인정하죠."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배신당하면 역시 화가 나는걸요."
"완전 인간이네."
바렌지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를 어쩔생각이에요?"
"여기서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 말인가." 그는 일어서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건지는 알고 있잖아."
"나를 괴롭히고 싶은거네요. 해보세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거니까. 다만 아이들은 그냥 놔둬주세요."
"이봐. 그런건 조금도 바라지않아. 바렌지아." 나이팅게일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때처럼 애무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오싹하는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폭포와 같이 흘러 내렸다. 지금, 이 장소에서도, 그 소리가 가져오는 효과에 변화는 없었다. "알잖아? 이럴 수 밖에 없다는걸." 그의 손이 그녀의 팔에 닿았다.
바렌지아는 결의가 쇠약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모멸감이 줄어들어 간다. "그 때 데려가 주면 좋았을텐데." 눈물이 스스로 흘러넘쳐 왔다.
나이팅게일은 머리를 흔들었다. "힘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이라면 ! 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어. 무엇이든 소유하고, 공유하고, 나눠줄 수 있어. 너를 위해서." 다시 창쪽에 저 너머의 거리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탐리엘의 모든 것을 너의 발아래에. 거기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
"너무 늦었어요. 너무 늦었어. 나를 심마쿠스에게 넘긴 주제에."
"녀석은 죽었어. 그 야비한 남자는 죽었다구. 겨우 수년이 아닌가.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아이들을..."
"양자로 맞아들이지.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만들자, 바렌지아. 그애, 어떤 아이가 될까! 어떤 일을 계승시킬까! 너의 아름다움, 그것과 나의 마력. 나에게는 너의 상상을 넘는 힘이 있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마음에 그릴 수 없을 만큼의 힘이!" 나이팅게일은 그녀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했다.
바렌지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를 돌았다.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 있어. 넌 단지 화를 내고 있을 뿐이야." 나이팅게일은 미소지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봐, 바렌지아. 나의 사랑하는 바렌지아. 가르쳐 줘.무엇이든 해줄게."
바렌지아의 눈앞에 그녀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과거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도. 다른시대, 다른생활, 다른 바렌지아. 무엇이 진짜 자신인걸까? 무엇이 진짜 바렌지아인거지? 그 선택에 따라 그녀의 운명은 바뀐다.
바렌지아는 결심했다. 알고 있었다. 누가 진짜 바렌지아인지.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뜰의 산책일까나."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노래를 한, 두곡."
나이팅게일은 크게 웃었다. "뭐야, 신경써주길 바라는거야?"
"안될까요? 문제없잖아요 당신이라면. 거기다 그런 행복을 영원히 맛보지 못했단 말이에요."
나이팅게일은 미소지었다. "분부대로. 어여쁜 바렌지아 여왕. 소망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손에 입맞추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 * *
이렇게 두 사람은 애인처럼 수일간을 지냈다. 산책을 하거나, 잡답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웃으며. 황제의 집무는 부하에게 맡기고 있었다.
"지팡이를 보고 싶어요." 언젠가, 바렌지아는 왠지 그렇게 말했다. "조금밖에 못봤단 말이예요. 기억하고 있죠."
나이팅게일은 얼굴을 찡그렸다. "매일을 함께 보내고, 즐거워서 견딜 수 없어. 하지만 그것 만큼은 안돼."
"나를 믿지 않는거네요." 바렌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입맞추려고 하자 입술을 풀었다.
"그럴리가 있겠어. 물론 믿지. 지팡이는 여기에는 없는거야." 나이팅게일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사실은 지팡이따윈 어디에도 없어." 그렇게, 그녀와 다시 입을 맞췄다. 한층 더 정열적인 키스였다.
"수수께끼가 특기잖아요. 저는 지팡이가 보고싶단 말예요. 당신이 지팡이를 부술 이유가 없어요."
"흠, 너도 꽤나 영리해진 모양이군."
"어떤 의미로, 당신이 나의 지식욕에 불을 지폈어요." 바렌지아는 일어섰다. '혼돈의 지팡이는 부술 수 없고, 탐리엘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런 짓을 하면 이 토지에 비참한 결말이 초래되기 때문에요."
"이야, 다시 봤어. 말한대로지. 지팡이는 부숴져도 탐리엘에서 가지고 나갈 수 없어. 그래도 내가 말한대로 지팡이는 어디에도 없다구.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나이팅게일은 그녀를 생각에 빠뜨렸다. 바렌지아는 그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더 어려운 수수께끼는 어떨까." 그는 속삭였다. "둘을 하나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수수께끼야. 나는 할 수 있어. 너에게 보여주지." 두 명의 몸이 서로 겹쳐, 서로 손발을 엮었다.
그 일이 끝나고 두 사람은 조금 떨어졌다. 나이팅게일은 잠을 자고 있었다. 바렌지아는 반쯤 자면서 생각했다. "둘을 하나로, 하나를 둘로, 둘을 셋으로, 셋을 둘로... 부수어지지 않는 것도, 사라지지 않는 것도, 여러개로 쪼개는 것은 가능할지도 몰라. 혹시..."
바렌지아는 일어났다. 눈이 빛나고 있었다.생긋 웃었다.
* * *
나이팅게일은 일기를 쓰고 있었다. 부하가 간략하게 보고를 끝내면, 매일 저녁 빠뜨리지 않고 그 날의 사건을 썼다. 일기는 책상의 서랍에 열쇠를 걸어 보관해 두었다. 하지만, 열쇠라고 해도 단순한 구조의 것이었다. 뭐라 해도, 바렌지아는 일찌기 도둑 길드의 멤버였던 것이다.한 때의 생활의, 한 때의 바렌지아.
어느 날 아침, 바렌지아는, 나이팅게일이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사이에, 남몰래 일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떤 글에 의하면 혼돈의 지팡이의 첫 번째 조각은 팽 레어 (Fang Lair)라는 고대의 드워프 광산에 숨겨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소재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표현만으로 되어 있어 알기 어려웠다. 어떤 페이지의 기술도 기묘한 속도로 제각각 쓰여 있어 해독이 어려웠다.
바렌지아는 사색에 잠겼다. 탐리엘의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조각이 광산 내부에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 그래도...
나이팅게일의 용모는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이 꺼져내릴 것 같은 공허함도 있었다. 본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러한 공허함은 때때로, 그의 눈이 공허해질 때나, 위험함이 표출될 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감과 만족감에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자그만한 꿈인가... 바렌지아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스트로가 눈앞에 확 나타났다. 어찌할 바 모르고, 슬퍼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카짓같은 고양이 웃음을 띤 테리스가 나타났다. 권력은 있지만 고독한 타이버 셉팀이 나타났고, 점잖은 얼굴을 한 심마쿠스가 나타났다. 가능한 냉정히 솜씨 좋게 해내던 심마쿠스. 나이팅게일도 나타났다. 수수께끼가 특기인 자신가로 빛과 그림자 어디에도 휘감기는 나이팅게일. 모든 것 그 이상의 것을 지배하는 나이팅게일. 질서의 이름 아래 혼돈을 넓히는 나이팅게일.
바렌지아는 아쉬우면서도 그 장소를 떠나,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직 부친이 사망한 일도, 황제가 양자 결연을 신청해 온 것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드디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괴로운 순간이었다. 모르지아는 그녀에게 매달려 언제까지나 흐느껴 울었다. 보고있는 쪽이 견디기 힘들었다. 헬세스는 혼자서 뜰을 달리기 시작했다. 돌아오고 나서도 부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모친의 가슴에 안기는 일도 거절했다.
그러는 중, 이드와이어가 바렌지아를 찾아왔다. 그녀는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그에게 보고했고, 조금 더 나이팅게일로부터 가능한 한 정보를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이팅게일은 바렌지아에게 노인의 일로 그녀를 놀렸다. 이드와이어에 대해서 의문은 느끼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 어리석은 노인은 하찮은 상대라고 마음에도 두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두명의 사이를 나름대로 수습했다. 이드와이어에 대한 지금까지의 의심은 착각이라고. '옛 친구'인 황제는 사면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나중에 이드와이어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그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헬세스마저도 이드와이어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헬세스는 모친이 황제와 밀통하는 것에 반대했고 그 결과 황제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헬세스는 더욱 무뚝뚝하게, 신경질적으로 변해, 모친과 황제 양쪽과 말다툼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드와이어도 황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았다. 때때로 나이팅게일은 바렌지아에 대한 애정을 당당하게 표현하여 노인을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뻐하고 있었다.
물론 유리엘 셉팀에게는 이미 부인이 있기 때문에 둘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나이팅게일은 황제를 대신하고 나서 곧바로 왕비를 추방했지만, 위해를 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왕비는 최고신의 신전 근처에 막사를 지어두고 있었다. 왕비의 몸상태가 생각만큼 좋지 않다고 발표되어 나이팅게일의 첩보원에 의해 그녀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유포되었다. 황제의 아이들도 역시 그처럼 탐리엘 각지의 각종 수용시설에 공식적으로는 '공부를 위해'쫓겨나 있었다.
"왕비의 병은 곧 악화될거야." 나이팅게일은 무심코 그렇게 누설했다. 바렌지아의 아름다운은 유방과 부푼 복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황족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뭐, 인생은 위험이 따르는 거잖아? 결혼하자, 바렌지아. 그 아이가 우리들의 진정한 상속인이 된다."
나이팅게일은 아이를 바라고 있다. 바렌지아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최근은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격렬해지기도 했다. 대부분 헬세스가 원인이었다. 나이팅게일은 제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국령인 서머셋 아일즈에 있는 학교로 헬세스를 쫓아내고 싶어했다. 결국 나이팅게일은 평온해서 풍파가 치지 않는 인생에는 흥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뒤처리까지 진심으로 즐기고 있으니까.
바렌지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때 거주지에서 도망쳐 숨기도 했다. 나이팅게일에게는 이제 질렸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언제나 그녀를 찾아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얌전히 따라간 것이었다. 탐리엘 쌍둥이의 달이 오르고 가라앉는 것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 * *
혼돈의 지팡이 마지막 조각의 행방이 겨우 밝혀졌을 때, 바렌지아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쉬운일이었다. 다크 엘프라면 누구나 다고스 우르 산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이팅게일과 말다툼을 하면, 바렌지아는 이드와이어를 데리고 제도를 떠나 하이 락에서 웨이레스트까지 말을 달렸다. 나이팅게일은 격노했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암살자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도를 비우고 그녀를 쫓는 것도 무모했다. 웨이레스트에 선전포고를 할 수도 없었다. 법적으로 그녀나 그녀의 뱃속의 아이는 아무련 연관이 없기 때문에. 또한 제도의 귀족들은 황제와 바렌지아의 밀통을 곱게 보지 않았다. 마침 타이버 셉팀과의 관계를 당시 귀족들이 반대했던 것처럼, 따라서 그들은 바렌지아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었다.
웨이레스트 역시 그처럼 바렌지아를 의심했지만 이드와이어는 이 작지만 풍부한 도시 국가의 백성으로부터 열광적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의 기행에는 눈감아 주는 토양이 완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1년 후 나이팅게일을 아버지로 가지는 남자아이가 태어나고 바렌지아와 이드와이어는 결혼했다. 이런 불행한 사정 때문인지 이드와이어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몹시 사랑했다. 바렌지아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기는 했다. 딱 그 만큼만 좋아했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웨이레스트는 살기 편하고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그들은 한가롭게 그 시기가 오는 것을 기다려 챔피언의 임무성공을 빌고 있었다.
이 무명의 챔피언이 누구이던지 간에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해. 바렌지아는 그렇게 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녀는 다크 엘프로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무한의 시간이. 하지만 누군가에게 베푸는 사랑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불타는 듯한 미움도 시들어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픔과 기억, 아이들을 빼고나면 바렌지아는... 바렌지아는 가정을 길러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가족에게 멋진 인생을 남기고, 남겨진 여생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이었다. 물론 아직 긴 인생이 남아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영혼과 마음의 평화, 평온 그리고 평정을 원했다. 보잘것 없는 꿈이. 그것이야말로 바렌지아가 원하던 것이었다. 진짜 바렌지아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바렌지아였다. 보잘것 없는 꿈이야말로.
그렇다. 보잘것 없는 꿈이.
진정한 바렌지아, 제5권
플리티니우스 메로 지음
심마쿠스의 예측대로, 혼돈의 지팡이가 도난당한 것에 대한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황제 유리엘 셉팀은 더 수정한 편지를 써서, 지팡이를 분실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심마쿠스는 전력을 다하여 지팡이의 행방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롭게 취임한 제국 전투마법사 제이거 탄의 지시에 따르면, 진척상황에 대해서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색을 하라는 것이었다.
"탄 자식!" 심마쿠스는 짜증난다는 듯 외쳤다. 투덜거리면서 방으로 가고 있었다. 임신한 지 수 개월이 된 바렌지아는 평온한 얼굴로 아기를 위한 모포를 수놓고 있었다.
"그 사람의 어디가 맘에 안드나요?"
"그런 비열한 엘프는 신용할 수 없어. 다크 엘프와 하이 엘프 외에 무슨 피가 섞여있는지 알 수도 없잖아. 여기저기 종족으로부터 최저품질의 피들만 받아온게 틀림없어." 심마쿠스는 이를 갈았다. "아무도 그 자식에 대해 알지 못해. 발렌우드에서 태어나고 모친은 우드 엘프라는 것 외에는 말이야. 게다가 그 신출귀몰한것도..."
바렌지아는 임신하고 오는 행복과 권태감을 느끼며 일단은 심마쿠스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문득 수를 놓던 손을 멈추고 그가 있는 쪽을 보았다.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심마쿠스, 제이거 탄을 나이팅게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까요. 그때는 변장했던 거 아닐까요?"
심마쿠스는 잠시 생각해본후 답했다. "그건 아니야. 인간의 피가 탄의 가계에 섞여있는 건 생각해볼 수 없으니까 말야." 그것이 남편의 결점인 것을 바렌지아는 알고 있었다. 심마쿠스는 게으름뱅이라서 우드 엘프를 싫어하고, 비겁한 인텔리라고 하이 엘프를 싫어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특히나 브레튼에 대해서는, 실리주의와 지성과 체력을 고루가진 민족이라며 절찬하고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에본하트와 연결되어 있어. 라'아팀일족, 그 중에서도 흐랄루 가문과 모라 가문의 친척이겠지. 분명 그럴거야. 그 일족에서는 쭉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어. 에본하트로 한다고 해서 타이버 셉팀이 소환의 나팔을 주었을 때 혼돈의 지팡이를 이 땅에 봉인했다는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바렌지아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에본하트와 모운홀드의 적대관계는 거의 몬홀드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어진다. 이 두 나라는 원래 하나였다. 수입이 좋은 광산은 전부 라'아팀 가문이 영토로 가지고 있었다. 라'아팀은 그 집안의 덕택에 모운홀드의 제왕으로 불려지고 있다.
리안 여왕의 쌍둥이 아들 -전설적인 왕 모렐린의 손자- 가 공동후계자로서 세상에 남겨졌을 때, 에본하트는 에본하트와 모운홀드라는 두개의 나라로 분리되었다. 그것과 맞추어 제국령이 긴급시에 야를 회의가 지명하는 임시의장의 의향에 따라 하이킹은 공석이 되었다.
그런데도 에본하트는 모로윈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국가 (역대의 지배자들은 이 국가를 '동등한국가들 중 최고'라고 표현했다.)로서의 권리를 잃게될 것을 염려해. 모운홀드는 모렐린 왕 그 사람이 혼돈의 지팡이를 에펜신의 손에 맡긴 것이며 모운홀드의 땅이 에펜신의 탄생지인 것에는 의심할 바가 없다고 했다.
"당신의 의심을 재거 탄에게 부딪쳐보면 어때요? 혼돈의 지팡이는 탄에게 돌려주면 돼요. 중요한건 지팡이가 무사하다는거잖아요? 누가 빼앗아오든 그것을 어디에 보관하든 아무렴 어때요?"
심마쿠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상관없지 않아."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쓸 문제도 아니지" 그가 덧붙였다. '적어도 당신이 그 이상 신경 쓸 정도로 중요한건 아니야. 당신은 거기앉아서...' 장난하듯 웃었다. "수를 놓고있으면 되는 거야."
바렌지아는 놓던 수를 심마쿠스에게 던졌다. 그는 얼굴에 바늘이나 실뭉텅이등을 맞았다.
* * *
수 개월 후, 바렌지아는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두 사람은 아기를 헬세스라고 이름지었다. 혼돈의 지팡이나 나이팅게일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혹시 지금 혼돈의 지팡이가 에본하트의 손에 넘어간 것이라면 그들은 그것을 과시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수년이 지났다. 헬세스는 점점 키가 커져 강한 몸으로 자랐다. 그가 존경하는 아버지와 꼭 닮게 되었다. 헬세스가 8살이 되었을 때 바렌지아는 두 번째 아이, 여자아이를 낳았다. 심마쿠스는 굉장히 기뻤다. 헬세스는 아버지의 자랑이었지만 귀여운 모르지아 -심마쿠스의 모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는 아버지의 마음을 꽉 움켜쥐었다.
슬프게도 모르지아의 탄생은 밝은 시대가 되지는 못했다. 명백한 이유도 없이 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다. 매년 세금이 늘고 힘든 노역이 할당되었다. 심마쿠스는 눈치를 보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이 지팡이의 분실에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과격해지는 요구에 얼마나 답할 수 있는가를 봐서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다며 심마쿠스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관세를 올려 그것도 부족하다면 공고나 개인재산에도 손을 대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이 부담 된 시민이나 귀족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임페리얼 시티로 출발해 줘." 어느 날 저녁식사 중에 심마쿠스가 말했다. "황제의 귀를 이쪽으로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봄이 되면 모운홀드의 여기저기에서 폭동이 일어나버려." 그렇게 말하고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남자의 길도 사랑의 길도 알고 있어. 항상 그래 왔잖아."
바렌지아도 어색하게 웃었다. "당신의 마음도 뺏었죠."
"그래. 호되게 뺏겼지." 그는 어딘지 모르게 기뻐보였다.
"두 아이 다 데리고 가는거에요?" 바렌지아는 방의 모퉁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헬세스가 류트를 연주하며 평온한 목소리로 누이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헬세스는 15살 모르지아는 8살 이었다.
"아이들이 있으면 황제의 마음도 부드러워져. 게다가 헬세스를 황제에게 선보이기에도 좋겠지"
"그럴지도요. 하지만 그런건 진짜 이유가 아니에요." 바렌지아는 심호흡을 하고 뜻을 밝혔다. "여기있으면 아이들이 위험해질 것이 두려워서 잖아요. 그런거라면 당신도 위험해요. 함께 가요." 그녀는 간청했다.
심마쿠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바렌지아. 사랑하는 아내여. 마음깊이 사랑해고 있어. 나까지 간다면 우리가 돌아올 곳이 없어지잖아. 나는 괜찮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해. 하지만 당신이나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면 훨씬 잘 할수 있어."
바렌지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가족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저에게도. 우리 둘이 함께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쳐나갈 수 있어요. 돈이 없어져도 배가 고파도 마음이 텅빌 정도로 참기 어렵진 않아요." 바렌지아는 울기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이나 혼돈의 지팡이 때문에 범한 죄들을 생각했다. "제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심마쿠스는 친절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나쁜 일만 있는건 아니야." 그는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누구 하나 길가를 헤매게 할 생각은 없어. 굶주리게 할 생각도. 절대로 절대로. 약속할게 사랑하는 바렌지아. 그때 나는 너에게 모든걸 걸었어. 나도 타이버 셉팀도. 내가 없었다면 제국도 없었을테지. 내가 제국의 부흥을 일으켰단 말이야." 결의에 찬 목소리였다. "내가 이손으로 제국의 막을 내리는 것도 할 수 있어. 유리엘 셉팀에게 말해. 그리고 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이야."
바렌지아는 숨을 들이켰다. 남편은 허풍을 떨 남자가 아니야. 남편이 제국에 이를 드러내려 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난로의 옆에서 자고 있는 늙은 애완견에게 손을 물릴 것을 생각지도 않은듯이. "어떻게요?" 그녀는 숨을 죽이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는게 좋아." 심마쿠스가 답했다. "황제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으면 내가 말한 것을 알리는 거야. 두려워하지는 마. 셉팀의 후예라면 사자에게 칼을 대는 사악한 짓은 하지 않아." 그가 뒤틀린 웃음을 보였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아내나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의 털끝 하나라도 손대는 일이 있다면 탐리엘의 모든 신에게 맹세코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어. 그리고 황제를 쫓아가주지. 가족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셉팀 가문의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검을 휘두르겠어." 심마쿠스의 다크 엘프 종족 특유의 붉은 눈동자가 작게 빛나고 있었다. "영원히 맹세한다. 나의 아내. 나의 여왕 바렌지아여."
바렌지아는 그를 껴안았다. 강하게 껴안았다. 심마쿠스의 몸을 따뜻하다고 생각하면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 * *
바렌지아는 왕좌에 허리를 걸친 황제를 향해 모운홀드의 힘든 환경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유리엘 셉팀을 알현하기 위해 수 주동안 기다렸으나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얼버무리고 있었다. '황제폐하의 기분이 좋지 않다.' '폐하는 급한 볼일이 있으시다.' '죄송합니다. 여왕님 분명 잘못 아셨겠지요. 폐하의 알현은 다음주입니다만. 어.. 아니었던가.' 그렇게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황제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었다. 앉으라는 말도 없이 아이들을 방에서 나가게 하려 하지도 않았다. 헬세스는 조각상처럼 서있었지만 여동생은 칭얼댔다.
바렌지아 자신의 정신상태는 피폐해져 있었다. 임페리얼 시티의 거처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주재의 모운홀드 대사가 심마쿠스로부터의 공문서를 보내 임실허가를 요구했다. 나쁜 소식이였다. 그것도 엄청난.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농민과 불만을 품은 수많은 모운홀드의 이류 귀족들이 결탁하여 심마쿠스에 대해 퇴진하여 통치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제국의 위병과 약간의 군대 -그들의 가족은 수세대에 거쳐 바렌지아가에서 일해온 가신들이었다.- 뿐만이 심마쿠스와 폭동의 사이에 있었다. 이미 교전상태에 있었지만 심마쿠스가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오래 버틸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계속 써내려갔다. 바렌지아는 전력으로 황제를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어쨋든 안전해지면 아이들을 데려오도록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임페리얼 시티에 머무를 약속이었다.
바렌지아는 임페리얼 시티의 관료조직을 구별하여 진행해볼까 생각했다. 대부분 전해지지 않았다. 불안만 쌓여가고 그 뒤를 따르듯 모운홀드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거만한 황제의 행정관에 대한 분노와 가족을 붙잡고 있는 군령에 대한 분노와의 사이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불안과 고통과 후회에 찬 수 주간이 지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운홀드 대사가 와서 늦어도 오늘밤까지는 심마쿠스로부터의 전언이 올것이라고 알렸다. 언제나의 연락경로가 아닌 새를 통한 연락이였다. 행운이 아직 계속되는 것처럼 그냥 궁중의 서기관으로 부터 유리엘 셉팀이 겨우 알현에 동의했다고 알렸다. 이렇게 바렌지아는 다음날 일찍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다.
황제는 알현하는 동안 세명을 마중나갔다. 명랑한 환영의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바렌지아가 아이들을 소개하자 황제는 진짜인 듯 하지만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관심을 보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바렌지아는 이래저래 500년간 인간을 만나왔고 그들의 표정이나 태도로 진의를 알아채는 법을 알고 있었다. 황제가 아무리 감추려해도 그 눈이 대변해주고 있었다. 다른 감정도 느껴졌다. 후회인가. 그렇네 후회네. 그런데 왜지? 황제에게도 훌륭한 아이들이 있다. 그럼 왜 나의 아이들을 탐나는 듯 바라보는 거지? 게다가 왜 일순간이긴 하지만 불쾌한 갈망의 시선을 보내는거지? 아마 왕비에게 질려버렸겠지. 인간이라는건 악명이 알려질 정도로,뭐 의외인 것도 아니지만 지조가 없다. 이렇게 한번 타는 듯한 눈동자로 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제는 시선을 돌렸다. 바렌지아가 자신의 사명과 몬홀드의 폭동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였다.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황제는 돌부처처럼 앉아만 있었다.
황제의 무기력한 행동에 망설이고 분노를 느끼면서도 바렌지아는 그 푸르고 하얀 경직된 얼굴에서 과거의 셉팀들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유리엘 셉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가 아직 어릴 때 한번보고 20년후의 대관식에서 한번 더 보았을뿐이다. 두번 뿐이었다. 대관식에서 그는 어른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어린티가 나는 연령이었는데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눈앞의 성숙한 남자만큼 마음이 눈뜬정도는 아니었으나 실제로 그때의 젊은이가 같은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필요 이상의 친숙함은 행동이나 자세로 얼버무리고 있는건가...
문득 바렌지아의 몸이 뜨거워졌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 환각이야! 나이팅게일에게 심하게 당하고부터 그녀는 환각의 술을 진지하게 공부했었다. 환각을 간파하는 기술도. 지금 느끼고 있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장님의 남자가 태양을 피부로 느끼는듯 확실한 감각이 있었다. 환각이네! 하지만 왜지? 바렌지아는 생각하면서 몬홀드를 습격한 곤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허영심? 엘프는 늙은 징후를 보이는 것을 과시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리엘 셉팀의 얼굴은 나이에 걸맞게 보였다.
마법을 사용하는건 무모해, 라고 바렌지아는 생각했다. 하찮은 귀족조차도 이 객실안에서라면 마법의 위력을 막을 때까지는 가지 않아도, 매지카를 감지하는 방법이 있어. 마법에 기대면 황제가 분노할거야. 단검이 뽑힐거야.
마법.
환각.
갑자기 바렌지아는 나이팅게일이 생각났다.다음 순간 그가 눈앞에 앉아 있었다. 금세 환영이 변화해 유리엘 셉팀이 되었다. 붙잡혀 있는 듯한 슬픈 얼굴로 보였다. 그리고나서 또 환영이 줄어들어 다른 남자가 거기에 나타났다. 나이팅게일같으면서 그렇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 충혈된 눈, 엘프의 귀. 응축된 사념을 끊임없이 발하고 있었다. 굉장히 파괴적인 안개가 흩날리고 있었다. 이 남자라면 뭐든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유리엘 셉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영을 부풀린 것은 자기자신이 아닐까? 그녀의 정신이 조금 못된 장난을 치고 있겠지. 돌연 바렌지아의 마음에 묵직한 불안감이 드리워졌다. 며칠이나 걸려 이렇게 먼곳까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온 것 같았다. 거기서 몬홀드의 불행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런걸 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였다. 가벼운 인사치례로 돌아왔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폐하. 폐하의 아버님의 대관식 후 심마쿠스와 저와 폐하의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했었지요. 폐하는 지금의 모르지아보다도 어렸어요. 그날 밤 초대받은 손님은 저희들 뿐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물론 폐하의 친구 저스틴을 빼고 말이죠."
"기억하고 있고 말고." 황제는 조심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네."
"폐하와 저스틴은 무척이나 사이가 좋았더랬죠. 얼마 후 그가 죽었다는 것을 듣고 굉장히 슬펐답니다."
"그렇지. 아직까지 저스틴에 대해서는 얘기할 맘이 안생기네." 황제의 눈동자가 텅비어졌다. 공허함속에도 그 깊이가 있는지 어떤지 몰랐지만 너무 텅비어 있었다. "말했던 대로 바렌지아 여왕. 고려해보고 결론을 알려주겠다."
바렌지아는 인사했다. 아이들도 그렇게 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여 물러나도 좋다고 알렸다. 그들은 황제의 어전으로부터 멀어져갔다.
바렌지아 알현하고 나오며 한번 심호흡을 했다. '저스틴'은 공상의 놀이상대였지만 어렸을 때 유리엘은 저녁식사 때마다 저스틴의 자리를 준비하도록 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토록 남자다운 이름에 반해 저스틴은 여자아이였던 것이다. 공상의 소꿉친구가 걸어야 할 운명을 저스틴이 간 후에도 심마쿠스는 농담은 계속했던 것이다. 유리엘 셉팀을 만날때마다 저스틴은 기분나쁜 관례였다. 그럴때마다 셉팀은 일부러인 것처럼 심각한 얼굴을 해보였다. 바렌지아가 마지막으로 저스틴에 대해 들은 것은 수년전의 일이였다. 황제는 그야말로 당연하듯 농담을 날리고 있었다. 저스틴은 용감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카짓 젊은이와 만나 결혼하고 리란드릴에서 정착해서 파이어 펜이나 쑥을 기르고 있다고.
황제의 알현실에 앉아있던 남자는 유리엘 셉팀이 아니야! 그럼 나이팅게일? 그럴리가... 있어. 그것밖에 없는걸! 추론이 맞다는걸 알리는 소리가 머리속을 울렸다. 바렌지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황제의 가면을 쓰고는 있지만 그 남자는 나이팅게일인 것이다. 심마쿠스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치명적일 정도로...
어떻게 하면 좋지? 바렌지아는 열심히 생각했다. 유리엘 셉팀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더욱 중요한건 그것의 어디가 그녀나 심마쿠스나 몬홀드 전체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떠올려보면 일련의 문제는 이 가짜황제인 나이팅게일 때문이이 아닌가. 원래의 모습이 어떻던지 간에 그때는 추파로 공격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리엘 셉팀이 되어서 몬홀드에 불합리한 요구를 들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과의 관계는 타이버 셉팀과의 금단의 밀약이 끝나고 긴 시간을 거쳐 (인간의 시간개념으로지만) 악화되어 갔던 것이다. 나이팅게일은 심마쿠스의 셉팀가에 대한 기특한 충성심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셉팀가의 내정에 밝다는 것도. 그래서 먼저 손을 쓴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가족전원이 갈림길에 서 있다. 제도에 있는 바렌지아와 아이들은 독안에 든 쥐와 다름없고, 심마쿠스는 몬홀드에 남아 나이팅게일이 퍼트린 재난을 혼자서 처리하는 중이다.
대체 어떡하면 되지? 바렌지아는 아이들의 어깨에 손을 대어 밀어냈다. 냉정하고 태연하게. 시녀나 근위 기병이 뒤를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겨우 기다렸던 마차까지 왔다. 거처의 스위트룸은 왕궁의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위엄이 중요시되는 왕족이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었다. 이 때 만큼은 바렌지아는 그 프라이드에 감사드렸다. 마차가 마치 피난소처럼 보였다. 그저 착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소년이 위병에게 달려와 두루마리를 전하면서 마차를 가리켰다. 위병은 두루마리를 바렌지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은 열린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간은 간단한 인사정도의 것으로 하이 락 웨이레스트의 이드와이어 왕이 몬홀드의 고명한 바렌지아 여왕과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부터 소문을 듣고 있었으며 꼭 가까워지고 싶다고.
바렌지아의 직감이 거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빨리 임페리얼 시티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한가로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바렌지아가 얼굴을 들고 눈살을 찌푸리자 위병 하나가 말했다. "여왕님, 이 소년의 말로는 그의 주인이 저쪽에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녀는 위병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말에 탄 늙은 남성이 보였다. 몇 사람의 기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는 시선을 느끼고, 날개 장식이 붙은 모자를 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좋아요." 바렌지아는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너의 주인에게 말하거라. 오늘 밤 저녁식사 후에 방문하라고." 이드와이어왕은 정중하고 성실해보였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상한 짓을 할 인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대로 대단한 것이라고 그녀는 멍하니 생각했다.
* * *
바렌지아는 탑의 창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령용 새의 기척을 느꼈지만 밤하늘은 한낮처럼 맑게 개어 있는데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더니 잠시 후 나타났다. 안개가 낀 밤의 구름아래 흐르듯이 날고 있었다. 몇분 후, 새가 내려앉았다. 날개를 접어 발톱을 늘려 그녀의 두꺼운 가죽완장을 잡았다.
바렌지아는 새를 높은 자리까지 옮겨주었다. 새는 거기서 숨을 헐떡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속상한 듯 손가락을 펴, 새의 발목에 묶여있는 통에 봉해져 있는 전언을 꺼내려고 했다. 그 사이 새는 대단한 기세로 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이윽고 깃털을 펄럭이며 제정신이 든 것처럼 털을 고르기 시작했다. 한차례 일을 끝냈다고 하는 충실감에 잠겨 있을 것이다. 임무를 달성하여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바렌지아는 그러한 새의 기쁨을 마음의 한구석에 두었지만 그 그늘에서는 불안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새마저 그렇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바렌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접어진 얇은 양피지를 열어 거기에 적혀 있는 글을 잡아먹듯 바라보았다. 심마쿠스의 자필은 아니었다. 바렌지아는 의자에 걸터앉아 편지의 인을 손가락으로 펴면서 비극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려고 마음에서도 몸에서도 각오를 다졌다. 만일 그것이 비극적인 알림이라면...
비극은 찾아왔다.
제국의 위병이 심마쿠스를 버리고 폭도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심마쿠스는 죽었다. 남아있던 충실한 병사들은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제국의 대사가 폭도의 주모자는 몬홀드의 왕이라고 판단했다. 심마쿠스는 죽어버렸다. 바렌지아와 아이들은 제국의 반역자로 선고되어 그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
심마쿠스가 죽었다.
오늘아침의 황자의 알현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았다. 책략으로, 잔꾀로, 황제는 벌써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인질일 뿐이다. 당분간은 천천히 제도를 만끽하는게 어떤가 여왕. 제도의 생활을 맛보면서, 좋을대로 체재하면 된다. 체재? 아니 구류였다. 감금이었다. 그리고 아마 포획될 것이다. 환상이 아니라 그것은 현실이다. 황제와 그 총신은 일가 전원을 제도에 가둘 생각일 것이다.놓칠 생각은 없을 것이다.적어도, 살려둘 생각도 없다.
심마쿠스가 죽었다.
"여왕님?"
바렌지아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시녀가 가까이 와 있었다. "왜 그러느냐?"
"브레튼이 오셨습니다." 바렌지아가 당혹스러워하자 시녀가 덧붙였다. "이드와이어 왕이 오셨습니다만..." 계속했다. "무슨 연락이라도?" 새에게 끄덕여보였다.
"별거 아니란다." 바렌지아는 빠르게 말했다. 공동으로 메아리치는 소리였다. 돌연, 마음에 깊은 해구가 새겨졌지는 것 같았다. "새를 부탁해." 바렌지아는 일어나자 가운의 단추를 손으로 어루만져붙여 고귀한 방문자를 환영하기 위해 준비했다.
바렌지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음이 돌벽처럼 서늘하고, 밤의 침묵과도 같이 조용히 변해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감각이 없었다.
심마쿠스가 죽었다니!
* * *
이드와이어 왕은 조금 도가 지나치는 감은 있었지만, 진지하며 예의 바르게 바렌지아에 인사했다. 자신을, 심마쿠스의 열렬한 신봉자라고 소개했다. 그 혈통에 있어서, 한층 이채를 발하고 계시는 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화제는 차츰 바렌지아와 황제와의 교섭으로 흘러 갔다. 이드와이어왕은 그 상세한 것에 대해 알고 싶어했으며, 그것이 몬홀드에 있어 좋은 것인지 묻고 있었다. 바렌지아와 질문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엉뚱한 것을 말했다. "바렌지아 여왕, 아무쪼록 믿어 주세요. 그 남자는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있습니다만, 가짜입니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요." 바렌지아는 결연하게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대로예요, 이드와이어 왕. 알고 있답니다."
이드와이어왕은 앉은 채로, 간신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문득 눈초리가 예민해졌다. "알고 계시면? 이 미친놈의 하찮은 이야기에 그저 맞장구치고 계시는 것 만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니까?"
"부디 안심을, 이드와이어 왕이시여. 저는 진심입니다." 바렌지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황제라고 속이고 있는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국 전투마법사, 제이거 탄"
"무슨 말씀을. 이드와이어 왕이시여,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셨나요?"
"물론입니다 여왕.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나이팅게일과 배교자 탄은 동일인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역시 그랬어!" 바렌지아는 벌떡 일어나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나이팅게일이 재거 탄이었던 것이다! 아아, 하지만 사룬은 마성의 남자. 악마처럼 사악하고 교활하군요. 우리의 파멸을 꾀하고 있었군요. 실수없이 완벽하게! 심마쿠스, 나의 심마쿠스...
이드와이어가 사양하는 듯한 헛기침을 했다. "여왕님, 저의 저희의 힘이 되어주십시오."
바렌지아는 짖궂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제가 해야할 말이지만 계속하세요. 어떻게 힘이 되면 되나요?"
이드와이어 왕은 계획의 개요를 간단히 말했다. "비열한 재거 탄의 제자인 마술사 리아 실메인이 살해 당해 가짜 황제에 배교자라고 선고 되었습니다.그런데 실메인에게는 아주 작은 힘이 남겨져 있어 죽은 뒤에도 더 이세상의 친한 지인들과 교류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 챔피언을 불러내, 간악한 마법사에 의해서 어딘가에 숨겨진 혼돈의 지팡이를 수색하게 했습니다. 그 챔피언이라면 지팡이의 힘을 빌어, 약점이 없는 재거 탄을 멸하는 것도 나아가 다른 차원에 유폐되어 있는 진짜 황제를 구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제국의 지하미로에서 숨이 끊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탄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리아의 영혼의 힘을 빌려서 선택된 챔피언을 도망치게 해야합니다. 바렌지아 여왕님은 가짜 황제의 귀, 그리고 듣기로는 눈동자도 끌어당기고 있는 듯 합니다. 계획대로 탄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 수 있습니까?"
"한번 더, 사룬과의 알현을 약속하죠." 바렌지아는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요? 사실을 말하자면 저희 일가는 제국에 대해 배교자라고 선고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몬홀드에서는 아마 그럴테죠. 모로윈드 역시. 하지만 제국이나 제국령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내정이 어지러워 지면, 황제나 대신과의 알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기도 합니다만, 법에 따르지 않고 투옥되거나 따져야 할 법적 수속을 밟지않고 처벌되거나 하는 일은 없으며, 그것이 보증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당신이 왕위에 있는 것이 그런 악행을 극히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왕 및 추정상속인인 당신들은, 불가침의 존재,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드와이어는 생긋 웃었다. "제국의 정치는 양날의 검인 것입니다. 바렌지아 여왕."
그렇다면 바렌지아도 아이들도 일단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이드와이어 왕, 방금 전 내가 가짜 황제 눈동자를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어떤 의미예요? 게다가, 들은바로는 이라뇨?"
이드와이어 왕은 난처한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재거 탄은 자기 방에 제단과 같은 것을 마련하고, 거기에 당신의 초상화를 장식하고 있다는 소문을 종자들 사이에서 들었습니다."
"과연." 바렌지아는 일순간이지만 나이팅게일과의 미칠 것 같던 연애를 생각했다. 그 때는 꿈같은 사랑을 했다. 경박한 여자였다. 그 일찌기 사랑했던 남자가, 진실로 사랑을 준 남자를 죽이게 했던 것이다. 그녀가 사랑하고 있던 남자를. 그는 이미 죽어버렸다. 심마쿠스는... 심마쿠스는... 바렌지아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사랑은 머무는 것이라고. 그는 언제나 옆에 있어주겠지. 그래, 아픔과 함께. 이제부터 그가 없는 인생을 보내는 아픔, 그의 존재나 평온함이나 사랑을 느끼는 일 없이 낮에도 밤에도 살아간다는 아픔, 아이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그가 지켜볼 수 없다는 아픔, 아버지가 얼마나 용감하고, 씩씩하고 칭창받고 사랑받고 있었는지 아이들이 특히 어린 모르지아가 알 수 없을거라는 아픔.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모든 아픔의 대상으로서 가족을 괴롭힌 보답으로서 나이팅게일을 죽여 보일 것이다.
"놀라셨나요?"
이드와이어의 말이 그녀의 사색을 깨뜨렸다. "음, 놀라다니 무엇을요?"
"초상화 말입니다. 탄의 방에 있다는."
"아, 네에." 바렌지아의 표정은 평정함이 돌아왔다. "그렇네요 복잡한 기분이지만."
그녀가 화제를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드와이어는 표정으로 헤아렸다. 다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 선택된 챔피언이 도망치려면 며칠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까, 바렌지아 여왕?"
"믿어주세요, 이드와이어 왕. 왜 그런걸?"
"우리들은 몰리고 있습니다.이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길이 있다고 해도... 아 물론 당신을 믿습니다.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심마쿠스 경은 우리 일족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심마쿠스경은..."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구요?"
바렌지아는 간략하고 냉정하게 일련의 사건에 대해 말했다.
"바렌지아 여왕... 이게 무슨!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드디어 바렌지아의 차가운 평정심이 요동했다. 동정받은 것으로 냉정함의 가면이 너덜너덜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침착할 것을 스스로에게 강요했다.
"상황을 비추어볼 때, 저희들을 도저히 부탁을 드릴 수..."
"아니오, 이드와이어 왕. 상황을 비추어봤을 때 무슨 짓이든 할 수 밖에 없어요. 아이들의 아머지를 살해한 남자에게 복수를 행야만 하니까." '한방울의 눈물이 강철의 눈물샘으로부터 흘러 넘쳤다. 속상한 듯이 눈물을 지워 없앴다. "대신에, 아버지를 잃은 우리 아이의 경호를 제대로 부탁드려요."
이드와이어는 옷깃을 바로잡아 일어섰다. 그 눈동자가 빛났다. "물론, 맹세합니다. 용감하고 고귀한 바렌지아 여왕. 사랑해야 할 고국의 신들, 탐리엘의 대지가 우리 맹세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이드와이어의 말은 질릴 정도로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 친구 이드와이어 왕. 당신에게는 나와 나의 자식들의 여. 여.. 영원한 가..가.. 감사를..."
바렌지아는 쓰러져 울었다.
* * *
그날 밤, 바렌지아는 자지도 않고,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무릎에 손을 대고, 가득 찬 어둠에 긴 사색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에게 털어 놓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지금은 아직. 그 때가 올 때까지는, 아직.
황제 알현을 예약할 필요도 없었다. 아침이 밝자 소환장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혼자서 며칠간 멀리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두었다. 종자들을 곤란하게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작별의 키스를 했다. 모르지아는 훌쩍훌쩍 울었다. 제도의 생활에 고독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헬세스는 뭔가를 다짐하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부친을 꼭 닮았다. 심마쿠스를...
제도의 왕궁에 도착하자 바렌지아는 훌륭한 알현이 아닌 조그마한 객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황제가 혼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황제는 끄덕여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장대한 경치라고 생각하지 않나."
바렌지아는 대도시에 우뚝 솟는 탑과 거대 건축물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문득 눈치챘다. 먼 옛날, 그녀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타이버 셉팀과 만났었다. 수세기전의 일이었다. 타이버 셉팀. 그녀가 사랑했던 또 하나의 남자. 그 밖에 누구를 사랑했던 것일까. 심마쿠스, 타이바 셉팀, 그리고 스트로도. 차버린 것 같은 애정의 마음과 함께, 큰 체형의 금발의 마구간 소년이 생각났다. 지금 처음으로 눈치챘다. 스트로도 사랑했었다는 것을. 그에게 마음을 전한 적은 없지만 그때는 아직 젊었다. 제멋대로인 시대였다. 한가로운 시대였다. 그 때까지는 모두 그러한 느낌이었다. 그가 나타날 때까지는. 심마쿠스는 아니다. 나이팅게일이다. 바렌지아는 본의 아니게 놀랐다. 그 남자는 아직껏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온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었던 뒤에도. 정리가 안되는 감정의 거센파도에 마음이 휩쓸려갈 것 같았다.
바렌지아가 겨우 뒤돌아보았을 때, 거기에는 유리엘 셉팀의 모습은 없었다. 나이팅게일이 앉아있었다.
"들킨건가." 나이팅게일은 그녀의 얼굴을 열심히 응시하면서, 조용히 말했다. "들킨건가 이렇게 빨리. 놀라게 해 주려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놀란 모습 정도 해야지."
바렌지아는 양팔을 펼쳐 보였다. 그렇게 마음의 심연을 휘젓는 동요를 가라앉히려고 했다. "무엇인가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는 당신에게는 당할 수가 없군요 폐하."
나이팅게일은 한숨을 쉬었다. "화내고 있는건가."
"조금은. 그건 인정하죠."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배신당하면 역시 화가 나는걸요."
"완전 인간이네."
바렌지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를 어쩔생각이에요?"
"여기서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 말인가." 그는 일어서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건지는 알고 있잖아."
"나를 괴롭히고 싶은거네요. 해보세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거니까. 다만 아이들은 그냥 놔둬주세요."
"이봐. 그런건 조금도 바라지않아. 바렌지아." 나이팅게일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때처럼 애무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오싹하는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폭포와 같이 흘러 내렸다. 지금, 이 장소에서도, 그 소리가 가져오는 효과에 변화는 없었다. "알잖아? 이럴 수 밖에 없다는걸." 그의 손이 그녀의 팔에 닿았다.
바렌지아는 결의가 쇠약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모멸감이 줄어들어 간다. "그 때 데려가 주면 좋았을텐데." 눈물이 스스로 흘러넘쳐 왔다.
나이팅게일은 머리를 흔들었다. "힘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이라면 ! 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었어. 무엇이든 소유하고, 공유하고, 나눠줄 수 있어. 너를 위해서." 다시 창쪽에 저 너머의 거리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탐리엘의 모든 것을 너의 발아래에. 거기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해."
"너무 늦었어요. 너무 늦었어. 나를 심마쿠스에게 넘긴 주제에."
"녀석은 죽었어. 그 야비한 남자는 죽었다구. 겨우 수년이 아닌가.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아이들을..."
"양자로 맞아들이지.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만들자, 바렌지아. 그애, 어떤 아이가 될까! 어떤 일을 계승시킬까! 너의 아름다움, 그것과 나의 마력. 나에게는 너의 상상을 넘는 힘이 있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마음에 그릴 수 없을 만큼의 힘이!" 나이팅게일은 그녀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했다.
바렌지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를 돌았다.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 있어. 넌 단지 화를 내고 있을 뿐이야." 나이팅게일은 미소지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봐, 바렌지아. 나의 사랑하는 바렌지아. 가르쳐 줘.무엇이든 해줄게."
바렌지아의 눈앞에 그녀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과거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도. 다른시대, 다른생활, 다른 바렌지아. 무엇이 진짜 자신인걸까? 무엇이 진짜 바렌지아인거지? 그 선택에 따라 그녀의 운명은 바뀐다.
바렌지아는 결심했다. 알고 있었다. 누가 진짜 바렌지아인지.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뜰의 산책일까나."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노래를 한, 두곡."
나이팅게일은 크게 웃었다. "뭐야, 신경써주길 바라는거야?"
"안될까요? 문제없잖아요 당신이라면. 거기다 그런 행복을 영원히 맛보지 못했단 말이에요."
나이팅게일은 미소지었다. "분부대로. 어여쁜 바렌지아 여왕. 소망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손에 입맞추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 * *
이렇게 두 사람은 애인처럼 수일간을 지냈다. 산책을 하거나, 잡답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웃으며. 황제의 집무는 부하에게 맡기고 있었다.
"지팡이를 보고 싶어요." 언젠가, 바렌지아는 왠지 그렇게 말했다. "조금밖에 못봤단 말이예요. 기억하고 있죠."
나이팅게일은 얼굴을 찡그렸다. "매일을 함께 보내고, 즐거워서 견딜 수 없어. 하지만 그것 만큼은 안돼."
"나를 믿지 않는거네요." 바렌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입맞추려고 하자 입술을 풀었다.
"그럴리가 있겠어. 물론 믿지. 지팡이는 여기에는 없는거야." 나이팅게일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사실은 지팡이따윈 어디에도 없어." 그렇게, 그녀와 다시 입을 맞췄다. 한층 더 정열적인 키스였다.
"수수께끼가 특기잖아요. 저는 지팡이가 보고싶단 말예요. 당신이 지팡이를 부술 이유가 없어요."
"흠, 너도 꽤나 영리해진 모양이군."
"어떤 의미로, 당신이 나의 지식욕에 불을 지폈어요." 바렌지아는 일어섰다. '혼돈의 지팡이는 부술 수 없고, 탐리엘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런 짓을 하면 이 토지에 비참한 결말이 초래되기 때문에요."
"이야, 다시 봤어. 말한대로지. 지팡이는 부숴져도 탐리엘에서 가지고 나갈 수 없어. 그래도 내가 말한대로 지팡이는 어디에도 없다구.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나이팅게일은 그녀를 생각에 빠뜨렸다. 바렌지아는 그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더 어려운 수수께끼는 어떨까." 그는 속삭였다. "둘을 하나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수수께끼야. 나는 할 수 있어. 너에게 보여주지." 두 명의 몸이 서로 겹쳐, 서로 손발을 엮었다.
그 일이 끝나고 두 사람은 조금 떨어졌다. 나이팅게일은 잠을 자고 있었다. 바렌지아는 반쯤 자면서 생각했다. "둘을 하나로, 하나를 둘로, 둘을 셋으로, 셋을 둘로... 부수어지지 않는 것도, 사라지지 않는 것도, 여러개로 쪼개는 것은 가능할지도 몰라. 혹시..."
바렌지아는 일어났다. 눈이 빛나고 있었다.생긋 웃었다.
* * *
나이팅게일은 일기를 쓰고 있었다. 부하가 간략하게 보고를 끝내면, 매일 저녁 빠뜨리지 않고 그 날의 사건을 썼다. 일기는 책상의 서랍에 열쇠를 걸어 보관해 두었다. 하지만, 열쇠라고 해도 단순한 구조의 것이었다. 뭐라 해도, 바렌지아는 일찌기 도둑 길드의 멤버였던 것이다.한 때의 생활의, 한 때의 바렌지아.
어느 날 아침, 바렌지아는, 나이팅게일이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사이에, 남몰래 일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떤 글에 의하면 혼돈의 지팡이의 첫 번째 조각은 팽 레어 (Fang Lair)라는 고대의 드워프 광산에 숨겨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소재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표현만으로 되어 있어 알기 어려웠다. 어떤 페이지의 기술도 기묘한 속도로 제각각 쓰여 있어 해독이 어려웠다.
바렌지아는 사색에 잠겼다. 탐리엘의 모든 것이 그의 손에, 조각이 광산 내부에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 그래도...
나이팅게일의 용모는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이 꺼져내릴 것 같은 공허함도 있었다. 본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러한 공허함은 때때로, 그의 눈이 공허해질 때나, 위험함이 표출될 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감과 만족감에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자그만한 꿈인가... 바렌지아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스트로가 눈앞에 확 나타났다. 어찌할 바 모르고, 슬퍼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카짓같은 고양이 웃음을 띤 테리스가 나타났다. 권력은 있지만 고독한 타이버 셉팀이 나타났고, 점잖은 얼굴을 한 심마쿠스가 나타났다. 가능한 냉정히 솜씨 좋게 해내던 심마쿠스. 나이팅게일도 나타났다. 수수께끼가 특기인 자신가로 빛과 그림자 어디에도 휘감기는 나이팅게일. 모든 것 그 이상의 것을 지배하는 나이팅게일. 질서의 이름 아래 혼돈을 넓히는 나이팅게일.
바렌지아는 아쉬우면서도 그 장소를 떠나,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직 부친이 사망한 일도, 황제가 양자 결연을 신청해 온 것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바렌지아는 드디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괴로운 순간이었다. 모르지아는 그녀에게 매달려 언제까지나 흐느껴 울었다. 보고있는 쪽이 견디기 힘들었다. 헬세스는 혼자서 뜰을 달리기 시작했다. 돌아오고 나서도 부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모친의 가슴에 안기는 일도 거절했다.
그러는 중, 이드와이어가 바렌지아를 찾아왔다. 그녀는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그에게 보고했고, 조금 더 나이팅게일로부터 가능한 한 정보를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이팅게일은 바렌지아에게 노인의 일로 그녀를 놀렸다. 이드와이어에 대해서 의문은 느끼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임은 없었다. 그런 어리석은 노인은 하찮은 상대라고 마음에도 두지 않았다. 바렌지아는 두명의 사이를 나름대로 수습했다. 이드와이어에 대한 지금까지의 의심은 착각이라고. '옛 친구'인 황제는 사면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나중에 이드와이어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그의 집에서 저녁을 함께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헬세스마저도 이드와이어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헬세스는 모친이 황제와 밀통하는 것에 반대했고 그 결과 황제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헬세스는 더욱 무뚝뚝하게, 신경질적으로 변해, 모친과 황제 양쪽과 말다툼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드와이어도 황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았다. 때때로 나이팅게일은 바렌지아에 대한 애정을 당당하게 표현하여 노인을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뻐하고 있었다.
물론 유리엘 셉팀에게는 이미 부인이 있기 때문에 둘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나이팅게일은 황제를 대신하고 나서 곧바로 왕비를 추방했지만, 위해를 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왕비는 최고신의 신전 근처에 막사를 지어두고 있었다. 왕비의 몸상태가 생각만큼 좋지 않다고 발표되어 나이팅게일의 첩보원에 의해 그녀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유포되었다. 황제의 아이들도 역시 그처럼 탐리엘 각지의 각종 수용시설에 공식적으로는 '공부를 위해'쫓겨나 있었다.
"왕비의 병은 곧 악화될거야." 나이팅게일은 무심코 그렇게 누설했다. 바렌지아의 아름다운은 유방과 부푼 복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황족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뭐, 인생은 위험이 따르는 거잖아? 결혼하자, 바렌지아. 그 아이가 우리들의 진정한 상속인이 된다."
나이팅게일은 아이를 바라고 있다. 바렌지아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최근은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격렬해지기도 했다. 대부분 헬세스가 원인이었다. 나이팅게일은 제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국령인 서머셋 아일즈에 있는 학교로 헬세스를 쫓아내고 싶어했다. 결국 나이팅게일은 평온해서 풍파가 치지 않는 인생에는 흥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뒤처리까지 진심으로 즐기고 있으니까.
바렌지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때 거주지에서 도망쳐 숨기도 했다. 나이팅게일에게는 이제 질렸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언제나 그녀를 찾아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얌전히 따라간 것이었다. 탐리엘 쌍둥이의 달이 오르고 가라앉는 것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 * *
혼돈의 지팡이 마지막 조각의 행방이 겨우 밝혀졌을 때, 바렌지아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쉬운일이었다. 다크 엘프라면 누구나 다고스 우르 산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이팅게일과 말다툼을 하면, 바렌지아는 이드와이어를 데리고 제도를 떠나 하이 락에서 웨이레스트까지 말을 달렸다. 나이팅게일은 격노했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암살자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도를 비우고 그녀를 쫓는 것도 무모했다. 웨이레스트에 선전포고를 할 수도 없었다. 법적으로 그녀나 그녀의 뱃속의 아이는 아무련 연관이 없기 때문에. 또한 제도의 귀족들은 황제와 바렌지아의 밀통을 곱게 보지 않았다. 마침 타이버 셉팀과의 관계를 당시 귀족들이 반대했던 것처럼, 따라서 그들은 바렌지아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었다.
웨이레스트 역시 그처럼 바렌지아를 의심했지만 이드와이어는 이 작지만 풍부한 도시 국가의 백성으로부터 열광적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의 기행에는 눈감아 주는 토양이 완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1년 후 나이팅게일을 아버지로 가지는 남자아이가 태어나고 바렌지아와 이드와이어는 결혼했다. 이런 불행한 사정 때문인지 이드와이어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몹시 사랑했다. 바렌지아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기는 했다. 딱 그 만큼만 좋아했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웨이레스트는 살기 편하고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그들은 한가롭게 그 시기가 오는 것을 기다려 챔피언의 임무성공을 빌고 있었다.
이 무명의 챔피언이 누구이던지 간에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해. 바렌지아는 그렇게 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녀는 다크 엘프로서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무한의 시간이. 하지만 누군가에게 베푸는 사랑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불타는 듯한 미움도 시들어버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픔과 기억, 아이들을 빼고나면 바렌지아는... 바렌지아는 가정을 길러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가족에게 멋진 인생을 남기고, 남겨진 여생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이었다. 물론 아직 긴 인생이 남아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영혼과 마음의 평화, 평온 그리고 평정을 원했다. 보잘것 없는 꿈이. 그것이야말로 바렌지아가 원하던 것이었다. 진짜 바렌지아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바렌지아였다. 보잘것 없는 꿈이야말로.
그렇다. 보잘것 없는 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