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3-18 17:24:48

일본식 한자어/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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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해당 용례

1. 개요

한국어 일본어의 근간에는 수많은 한자 어휘가 있으며, 실제로 같은 뜻으로 쓰이는 한자도 상당히 많다. 또한 일본에서 쓰는 뜻과 한국에서 쓰는 뜻이 정확히 같지는 않더라도,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의 뜻을 때려맞추는 식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양국 국민들은 상대방의 언어를 배울 때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통해 한국에서 일본어의 대중적 영향력이 커지고, 결정적으로 인터넷 시대가 개막되면서 (1) 한국어에 원래 없거나 (2)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뜻이 다른 낱말을, 특히 그러면서 한국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낱말을 일본식 그대로 들여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의할 것은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이전에 없거나 낯선 개념과 함께 들어 온 일본어 기원 한자어와 원래 한국어에 대응되는 개념과 표현들이 있는데도 이와는 무관하게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 언어사회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과 함께 그 개념을 지시하는 어휘가 같이 수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일본어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라도 한국어의 한자어 사용 관습과 충돌하지 않으면 한국어에서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애초에 한국어 화자에게는 낯선 일본식 한자 사용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된다면 귀화한 한국어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어 사전에 실려 있지 않으므로 한국어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생각이다. 사회가 변화하고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기존 어휘의 개념이 변화하는 과정은 살아 있는 언어에서 늘 나타난다. 이런 새로운 단어들은 아직 사전에 실리지 않은 상태일 뿐이며, 일시의 유행인지 한국어 사용자들의 사이에 새롭게 받아들여진 신어(新語)인지 확인이 되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게 되면 한국어 언어 화자들의 사용여부를 통해 검증된 어휘들은 결국에는 공식적인 한국어 어휘목록(=사전)에 편입되게 된다.

하지만 단지 한국어에 이미 해당하는 개념과 그것을 나타내기 위한 어휘와 표현이 존재하는데 이와는 별도로 어색하고 낯선 일본어식 표현이나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언어는 그 사회의 일종의 약속이며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도입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현실에 맞추어서 기존의 약속을 수정하고 변경하고 이를 사회 일반에서 승인받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원래 변하는 것이라고 해서 사회 일반에서 통용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 전체를 무시한 일방적인 계약의 수정이며 해당 인물의 한국어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행위일 뿐이다.

아래 항목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기원한 한자어. 오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일본 기원의 한자어임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이들 단어들이 한국어 언중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에 대응되는 '신어'로 한국어에 받아들여질지, 기존에 있는 표현들을 고려하지 않은 불필요한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해당 용례

  • 거근(巨根) → 대물
    거대한 남성기.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쓰이는 단어. 당연하지만 한국어 사전에 이런 단어는 없으며, 대물이 이 단어와 의미와 용법 둘 다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굳이 이 단어를 쓸 이유는 전혀 없다. 굳이 쓰는 사람은 동류일 확률이 높다. 다만 1970년대에 나온 국내 역사책에도 "신라의 지증왕은 거근으로 유명하였다."라는 표현이 있으므로, 꼭 오타쿠 언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 귀국자녀(帰国子女) → 교포, 이민 1.5세.
    이민 1.5세대, 즉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청소년기 내지는 성인기에 귀국한 일본인을 가리키는 일본어이다. 한국어 사전에는 이 단어가 없고 대신 "교포", "이민 1.5세" 등의 어휘가 올바른 표현법이지만, 단어의 한자로부터 직관적으로 뜻을 알기 쉽다는 이유로 역시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쓰이고 있다. 그 집단의 문화를 모른 채 한자만을 읽어서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유학/여행/이민 등으로 외국 체류 중에 귀국한 자식들을 칭하는 것으로 알기 쉽다. 실생활에서 크게 쓰이지는 않는다.
    이런 낱말이 나온 배경은 일종의 사회문제로, 일본의 경제 발전으로 부모가 아이를 동반하여 장기 해외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생겨난 것이다. 어린 시절에 현지에서 공부를 한 아이들이 외국의 자유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본의 문화나 교육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본의 교사들도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라서 막막해진 일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귀국자녀라는 말에는 군대 고문관 같은 존재로 여겨서 별도의 명칭을 부여해서 부정적이고, 외부의 존재라는 태그를 붙이는 가치판단이 깃들어 있다.
    이렇게 이 낱말이 뜻하는 바는 교포나 이민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포나 이민 1.5세로 그대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교포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거나 한국에 연고를 가지면서 해외에서 생활 기반을 갖춘 사람이며, 이민 1.5세는 청소년기에 이민을 가서 해외에 정착한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귀국자녀"는 "귀국하고 나서" "특수한 학업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고 딱히 대책을 세우지도 않기 때문에 해당하는 낱말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특수한 경우를 지칭할 때는 "일본의 귀국자녀 문제"와 같은 식으로 당연히 고유명사화해서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뉘앙스도 모르면서 외국물 좀 먹은 청소년들을 죄다 일본식으로 귀국자녀라고 부르는 일부 한국어 화자들이다. 답이 없다.
  • 능력자(能力者) → 능력이 뛰어난 사람, 재능있는 사람, 달인
    학문이나 예술, 기술 등에 뛰어난 능력( 능력자 배틀물의 경우는 특수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일본식 한자이다. 능력+자라는 간단한 구조 덕분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최근에는 일부 방송에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한국어 사전에는 법률용어로서의 능력자라는 단어는 있어도 특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의 능력자라는 단어는 없다. 초능력자와 같은 용례로도 볼 수 있고, 직접적으로 능력자와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도 없고 이미 사회적으로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
  • 대절(貸切) → 전세(專貰)
    계약에 의하여 일정 기간 동안 그 사람에게만 빌려주어 다른 사람의 사용을 금하는 일. 흔히 버스나 가게를 '대절'한다고 하는데, 대절이란 일본어 貸し切り를 한국식으로 읽은 것이다. 이 경우 '전세낸다'라고 하는 게 올바르다.
  • 방화(邦畵/邦画) → 국산 영화
    자기 나라에서 제작한 영화(국산 영화). 즉 한국에서는 '한국 영화'를 가리킨다.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비디오 가게의 한국영화 코너에 '방화'라고 적혀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방화라고 하면 대개 일부러 불지르기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날에는 사장된 표현이기도 하고.
    참고로 방화의 반대말로 한국에서는 외화(外畵)를 쓰는데 일본에서는 양화(洋画)를 쓴다. 외화의 주류가 서양 영화이기 때문인듯.
  • 사양(仕樣) → 설계 구조. 설명, 설명서, 제원, 품목(品目)
    영어의 Specification[1]에 해당되는 단어로 주로 컴퓨터의 성능 및 부품 구성 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고사양 컴퓨터'는 그냥 '고성능 컴퓨터'로 표현하면 그만이다. '제 PC의 사양 좀 봐주세요'라는 표현도 '제 PC의 부품구성이 어떤가 봐주세요'라고 할 수 있다. 할 수는 있지만 어색한데 섬길 사/벼슬 사에 모양 양 자를 덧붙인 단어인데, 아무리 곱씹어봐도 '스펙'과는 의미를 연결시키기 힘들 것이다. 이는 일본어 仕様(しよう)의 仕와 様가 아테지이기 때문이다 #.
  • (省)→ (部)
    '성'이라는 말은 행정기관인 '부(部, Ministry/Department)'를 나타내는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은 701년 다이호 율령으로 확립된 율령제에 따라 당의 3성 6부제(3省6部)를 참고한 2관8성제(2官8省)라는 체제를 만들었고, 당의 省급을 官급으로, 部급를 省급으로 받아들였는데, 율령제가 붕괴하면서 유명무실해졌으나 메이지 유신을 통해 중앙집권화하면서 부활했고, 약간의 변화를 거쳐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와 현대의 중앙성청이 되었다. 따라서 일본에서 타국의 '부'단위 행정조직을 번역할때 '성'이란 표현을 쓰고 '장관'이라는 표현대신 '대신(大臣)' 혹은 상(相)이라는 표현으로 번역한다. 물론, 상대국의 정치체제가 입헌군주국인지 공화정인지 가리지 않는다. 군주국 느낌이 심하게 풍기는 표현임에도 이 영향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8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 등 외국의 부처를 나타낼 때 '○○성'이라고 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부'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미국의 부가 '성'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잦은데(예 : 국방성), 이는 영국이나 다른 나라가 '부'를 영어로 'Ministry'라고 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부를 'Department'라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물론 여기에는 과거 일본의 자료를 중역하면서 이를 그대로 '성'이라 옮긴 것도 한몫했다. 다만 3성 6부제 항목에서 보듯이 상서성, 중서성, 문하성 등의 표현은 중국에서 생겨나 고려에서도 쓰인 것이므로 이를 일본식 표현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를 현대의 Ministry/Department를 가리키는 데 쓰는 건 일본식 표현이 맞지만.
  • 성인(星人)
    울트라맨 시리즈에서 ' 발탄성인'이라든가 '자라브성인' 등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말로, '성인(星人)'이라는 단어 자체는 일본어 사전에도 없으며, 일본어에서 굳이 비슷한 단어를 찾자면 '이성인(異星人)[2]' 정도. 보통 '한국인', '미국인' 같은 것처럼 특정고유명사 뒤에 붙여 '어느나라 별 사람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것은 화성인(火星人, 마션) 과도 같은 용례이기 때문에 딱히 배척하거나 대체할 요인은 없다. 굳이 순화하자면 ○○ 별 사람, ○○ 행성 출신 정도.
  • 실장(実装) → 구현
    장치를 구성하는 부품을 실제로 장착하는 것을 말함. IT 업계 등에서는 주로 '어떠한 특정 요소를 실제로 구현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주로 기계공학이나 제조업 관련 종사자들이 많이 쓰는데, 주로 기계나 전자 부품을 배치/배열한다는 의미로 굳어졌기 때문에 이걸 구현이라는 말로 대체하면 꽤 어색해진다. 예) 디자이너가 해 온 휴대폰 디자인 안 쪽에 배터리 부품 실장 공간이 부족하다. 사실 일본에서도 원래 기계, 전자 분야에서 쓰던 말을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IT업계에서 빌려다 쓰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계의 용례는 IT분야에서 바뀐 뜻이 아닌 원래 뜻을 직수입해서 쓰는 것. 한국에서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뜻이다. 그것을 IT업계에서 쓰는 ‘구현’으로 옮기고 이렇게 옮기면 어색하다고 할 것은 아니고, 그냥 배치/배열 등으로 상황에 맞게 쓰면 된다.
  • 왕, 황태자 → 왕, 왕세자// 국왕폐하, 여왕폐하 → 전하
    서양왕족의 작위개념도 엉망 진창이다. 예를들어, 왕- 왕세자가 아닌 왕-황태자가 부지기수 이다. 이는 근대이후 일본이 작위개념을 자국사정에 맞게, 혹은 억지로 끼워 맞춘것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와서 전통적인 한국의 작위개념과 맞지 않은 구석이 많다. 어쩔때는 왕을 호칭할때 전하라고 했다가 어떨때는 또 폐하라고 했다가 어떤 일관성도 없다. 한국식으로 따진다면, 근대이전 오랜기건 써왔고, 익숙해진, 황제는 폐하 왕은 전하라고 호칭하고, 왕-왕세자 관계가 훨씬더 자연스러울것이다. 동양권에서 역사적으로 외왕내제 하는 국가들, 고대 한국에서도 썼다고는 하나 거의 사장된 표현에 가깝다. 특히 왕태자라는 표현이 그렇고, 한국어에서는 왕세자[3]라는 단어가 대체해 왔다. '여왕'폐하, '국왕'폐하같은 호칭도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일본은 작위로서의 왕과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붙인다. 참고로 일본식 작위개념에서 왕과 여왕은, 덴노와의 관계에서 친자식도 아니다. 친자식이나 직계는 친왕, 내친왕이다. 말그대로 덴노의 가까운 친척관계에 있는 황족들이 왕, 여왕인 셈.
  • 이세계(異世界)
일본 계열 서브컬쳐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우주)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를 뜻한다.[4] 그러나 이는 일본식 조어법으로부터 나온 단어로, 한국어 사전에는 당연히 저런 말이 없다.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 정도로 풀어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법이다. 이(異)가 붙는 다른 용어, 예컨대 이능력이나 이공간, 위에 언급된 이성인 역시 일본식 한자어로 한국어에는 그러한 표현이 없다. 더구나 띄어쓰기를 틀리게 하면 이/그/저의 이와 햇갈리기 쉽다. 다른 세계란 뜻을 가진 현재 한국어에 존재하는 한자어로는 '별세계(別世界), 별계(別界), 타계(他界)[5]'가 있다.
  • 조략(調略) → 계략
    일본어의 調略에는 '계략'이란 뜻이 있다. 한국어에도 調略이란 한자어는 있으나, 그 뜻은 '싸움터로 나아가 공격함'이다(이게 일본어의 調略의 다른 뜻이기도 하다). 일본 전국시대 덕후 중에 '계략'의 뜻으로 쓰인 이 낱말을 보고 우리식으로 읽은 '조략'을 그대로 받아들인 용례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 위키백과의 구로다 요시타카 옛 버전에 '조략(調略)과 다른 다이묘등과의 교섭에서 활약했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調略や他大名との交渉などに活躍した'에서 調略을 그대로 읽은 것이다.
  • 차압(差押) → 압류
    차압은 일본어 差し押さえ를 한국식으로 옮긴 것이다.
  • 혹성(惑星) → 행성(行星)
    항목 참조. 행성과 항성의 일본어 독음이 같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들어 낸 한자어가 혹성이다. 이젠 혹성탈출이라는 전설이 된 영화 이름 빼고는 쓰지를 않는다.


[1] ' 스펙'이 바로 이 Specification의 준말. [2] 한국어로는 외계인(外界人)이란 뜻. [3] 정확히는 세자(世子)도 그냥 왕자와 다르다. 다음 대를 이어갈 왕자로, 책봉이라는 단계를 거쳐 왕의 자식이나 친족 중에 정하는 것이다. 원칙은 왕의 적장자가 1순위이나, 조선 시대 내내 적장자가 세자가 되는 일이 드물었고 결국 왕위까지 오른 경우는 6번에 불과하다. [4] 미래인은 미래에서 오긴 했지만 우리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고, 우주인 역시 다른 별에서 왔을 뿐 우리와 같은 우주에 사는 존재이므로 이세계인과 다르다. [5] 타계는 사람이 죽다라는 의미의 墮界와 혼동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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