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07 14:59:26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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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도입 논의4. 도입 역사 및 전망

1. 개요

/ Anthropocene

인류세 또는 인신세(人新世)란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지구 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강조하고자 제안된 지질시대의 구분이다.

2. 특징

본래 지질시대는 지구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홀로세(현세)까지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198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지질시대에 포함시키고자 인류세를 제안했다. 2000년에는 스토머와 크뤼천 두 사람이 함께 기고문을 쓰기도 했는데, 이는 인류세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나타난 최초의 문서다. 이후 과학계에서 인류세라는 표현은 돌풍처럼 퍼져 나갔고, 사회적으로도 현 시대의 환경 문제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인간 활동에 의해 지구의 자연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초래된 시기라는 것이다. 인류는 흥성 과정에서 지구의 토양, 바다, 대기에 모두 큰 영향을 미쳤고, 지구 생물들의 생태계에도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행비둘기 등 많은 종을 멸종시켰고, 인간이 제조한 플라스틱 등 각종 자연에 없는 화학물질은 향후 수천만 년이 지나도 토양에 그 흔적을 남길 것이다. 단일한 생물종, 그것도 지구 역사의 끝자락에 나타난 한 종이 그 짧은 시간 사이에 행성 전체에 이토록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 사례는 인간이 유일하다. 이렇듯 인간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쓰레기 문제와 같이 인류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환경 문제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스토머와 크뤼천을 시작으로 하여, 인류 이전과 비교할 때 인류 이후의 시대가 크게 달라졌다는 논거를 들어 인류 이후의 시대를 별도의 지질 시대인 인류세로 분류하자는 의견이 과학자들 사이에 나타난 것이다.

인류세를 간단히 알아보고 싶다면 2016년 지질학회지 논문인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점과 의미>를 참조. 9페이지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인류세의 개념, 시점 구분, 그리고 인류세라는 개념이 갖는 의미를 알아보기 매우 좋은 자료이다. 본 문서 역시 해당 논문을 많이 참조하였다.

3. 도입 논의

인류세 도입을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나 최종적으로 이것이 채택될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인류세 개념의 채택에 대한 반론 역시 막강한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세 담론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한계는 이를 다루는 시간의 범위가 별도의 지질시대로 확정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것이다.[1] 한 예로 지난 70년간 형성된 퇴적층의 두께는 1mm 정도에 불과하다.[2] 홀로세의 마지막 절인 메갈라야절 역시 굉장히 최근( 2011년)에야 제시된 시대 구분으로, 마찬가지로 기원전 2,251년경의 기후 변화에서 시작하여 현재(1950년)까지의 약 4,300년 간의 시간 간격을 다루는 짧은 시대이다.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이미 학계에서는 충분히 실험적이라는 것.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상당히 보급된 용어로,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는 시대 구분이 아닐지라도 시사 용어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 예로 2012년 UN 리우 회담에서도 인류세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이는 20-21세기 인류가 지구에 전례 없는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인류의 행동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더는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류세 대멸종 사태는 기존의 어느 대멸종에 못지않게 규모가 크고 멸종 속도도 빨라서, 미래의 고생물학자들이 이 시대를 지구의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시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인류세의 도입 계기가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있으며 공인되지 않은 지질시대 구분인 만큼, 구체적인 시작 시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의견을 들 수 있다. 기준 시점이 불명확한 것은 문제가 되는데, 학문적 용어를 채택하는 데에는 사회적 이슈보다도 엄밀성이 중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1. 인류세의 개념을 창안한 크뤼천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점인 18세기 후반을 제시했다. 이 부분은 19세기부터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시작된다는 의의가 있다.
  • 2. 인류세 연구위원회를 비롯하여 다른 과학자들은 최초의 핵실험이 성공한 1945년 7월 16일을 기점으로 잡는다. 이 핵실험으로 자연 상태로는 지구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플루토늄 등의 다양한 방사성 원소들이 지구 전역에 골고루 확산되었고 수십 년 후에는 지상 핵실험이 전면금지되어 이런 원소를 포함한 예리한 지층의 띠가 생성되어 수억 년 후에도 지층의 생성 연대를 매우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3] 또는 20세기의 지층의 표지 화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기도 한다. 플라스틱은 20세기에 발명되어 유례없이 널리 보급되고 거의 모든 해양 퇴적층에 쌓이고 있으며 잘 분해되지 않아 확실하게 20세기에 생성된 지층을 구분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나 플라스틱, 콘크리트같은 광물 외에 전통적인 표준화석 개념으로는 닭뼈가 거론되고 있다. 품종 개량을 동원한 가축화 과정에서 화석으로도 구별가능한 변화가 생겨났으며 가장 많이 도축되는 것이 닭이므로 닭을 표준화석으로 삼자는 주장.
  • 3. 유럽인들의 신항로 개척 역시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제시된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방문한 뒤로 구대륙과 신대륙 간에 여러 생물군의 이동이 시작되었는데, 떨어져 있는 대륙 간에 생물군의 이동이 대규모로 나타난 것은 판게아가 분열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 주목한 의견이다. 또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옮긴 천연두 및 전쟁, 원주민에 대한 가혹한 대우로 건강 상태 악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인구가 급감한 나머지 경작지가 산림화된 것, 가축으로 인해 생물군이 크게 변화한 점 역시 주목된다.
  • 4. 미국의 기후학자인 윌리엄 루디만의 경우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시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이 경우 홀로세와 별 차이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아예 홀로세의 이름을 인류세로 바꾸면 되긴 하겠지만.
  • 6. 인류가 만든 인공물질의 총 질량이 생물량을 넘어서기 시작한 2020년 또한 인류세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것이다. # 이는 인류세의 시작점 중 가장 늦은 시기이기도 하다.

4. 도입 역사 및 전망

  • 2019년 국제층서학회에서는 20세기 중반(1950년) 즈음을 인류세가 시작된 시점으로 합의했으며 지질학 관련학회에 이에 대한 권고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준 시점으로 5. 가 채택된 셈이다. 다만 이를 홀로세와 같은 세(epoch)로 할지 그 아래 구분인 또는 메갈라야절 같은 절(age)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 2023년, 캐나다 크로포드 호수를 포함한 9곳이 인류세의 표본지 후보로 선정되었다고 밝혀졌다. #
  • 2024년, 국제지질학연합은 인류세 도입을 부결하였다. # 지구의 기체인 공기를 연구하는 대기과학(기상학, 기후학)과 지구의 액체인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과 달리, 지구의 고체인 지질을 연구하는 지질학의 측면에서 인공적인 매립지나 제한된 오염지역은 한 지층, 한 지질시대의 일반적인 특성이라 여길 만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


[1] 지질학적으로 하나의 시대는 수백, 수천만 년의 시간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현재의 지질 구분에서 마지막 기간에 해당하는 홀로세는 고작 1만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인류세를 또 다시 분리하는 것은 홀로세를 굳이 나누어야 하냐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세보다 한 단계 낮은 단위인 절로 지정한다고 해도 너무 기간이 짧다. 후술할 2024년의 인류세 부결 소식도 이와 관련되어있다. [2] 그리고 백악기 K-Pg 대멸종만 하더라도 6500만년~6600만년 전 으로 약 100만년의 오차가 나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인류세를 별도의 지질시대로 확정할 만큼 충분히 길다고 할 수 없다. 즉, 홀로세나 인류세나 구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3] 그래서 이런 방사성 원소의 존재여부를 가짜 골동품이나 가짜 미술품을 판별해내는 지표로 쓰기도 한다. 반대로 2차대전 때 침몰된 군함의 잔해에서 나온 철강 등이 비싸게 팔리기도 하는데 이들은 핵실험 이전에 제련되어 이런 방사성 물질이 섞이지 않아서 미량의 방사선에도 영향받는 정밀계측기의 제작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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