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스럽다'는 어근에 붙어 형용사의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한국어 접미사이다.형용사의 기능을 한다는 점은 '- 하다'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일례로 ' 당황'이라는 한자어 어근에 '-하다'가 붙은 '당황하다'는 동사이지만 '-스럽다'가 붙은 '당황스럽다'는 형용사임을 알 수 있다.[1]
2. 역사
원슈스러은 놈(業障) - <譯語類解補21>
어른스러온 쳬(粧體面) - <譯語類解補56>
그리 自作스러이 니ᄅᆞ지 마ᄋᆞᆸ소 <隣語大方1:1>
셩식이 至嚴ᄒᆞ고 質朴ᄒᆞᆫ 냥반이매 폐스럽다 ᄒᆞ고 <隣語大方5:17>
고어사전에서 '-스럽다'의 최초 예는 "역어유해"(譯語類解, 1690)로 약간 늦은 편이다.[2]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근대 한국어 시기부터인 것으로 보인다(권경안 1977:37). 어른스러온 쳬(粧體面) - <譯語類解補56>
그리 自作스러이 니ᄅᆞ지 마ᄋᆞᆸ소 <隣語大方1:1>
셩식이 至嚴ᄒᆞ고 質朴ᄒᆞᆫ 냥반이매 폐스럽다 ᄒᆞ고 <隣語大方5:17>
형성 과정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는 듯하다. 일단 여타 ㅂ 불규칙 활용 형용사(가깝다, 두렵다, 즐겁다 등)에 자주 보이는 'ㅂ'과 마찬가지로 기원적으로는 형용사 파생 접사 '-ᄇᆞ-'의 흔적일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다', '미끄럽다'처럼 '럽'이 들어가는 어형에서 종종 상정되는 '-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분석해도 '-슬-'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안병희(1967:251)에서는 '불그스레하다'의 '-스레하-'에서 '-스럽-'이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다룬 바 있다. 권경안(1977:37-38)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또 추가적으로 '어렵사리', '쉽사리'의 '-살-'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3. 형식
ㅂ 불규칙 활용 용언으로, 매개모음 포함 어미나 모음 어미가 잇따르면 'ㅂ'이 'ㅜ'로 바뀐다('-스러운', '-스러워서').'-스러운'은 흔히 '-스런'으로 줄어들지만[3] 아직까지 규범적 표현은 아니다. 한동안 국기에 대한 경례에도 '자랑스런'이라는 표기가 쓰여왔으나 2007년 '자랑스러운'으로 수정된 바 있다.
'-스러운'이라는 형식은 이 '-스럽다' 외에는 한국어에서 거의 출현하지 않기에 바로 '-스럽다'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서남방언 등의 방언에서는 '-시럽다'로 발음되곤 한다.
4. 구어에서
오늘날 구어에서도 '○○스럽다'가 활발히 쓰이고 있다.[4] 유행어들은 주로 명사 위주로 생성되는데, 이를 형용사적으로 쓰고 싶을 때정치인의 이름을 넣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매우 초기의 용례로 ' 놈현스럽다'가 있으며 # 조국 사태 당시 ' 조국스럽다' 같은 말이 쓰이기도 했다. 정치인 이름에 붙이는 용법은 거의 늘 부정적인 비아냥의 어조로 쓰이는 편이다.
5. 목록
사전 수록 어휘만 해도 매우 많다. 아래 목록은 대체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스럽다'로 검색해서 적당히 2페이지까지 긁어온 뒤(2023년 8월 기준) 가나다순으로 정렬한 것이다. 2페이지로 가도 꽤 자주 쓰이는 표현들이 보인다.5.1. 순우리말
5.1.1. -ㅁ직 + 스럽다
- 믿음직스럽다
- 먹음직스럽다
이들 표현은 '-ㅁ직 하다'로도 쓰인다.[5] '-ㅁ직'이 이미 형용사화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의미는 동일하다.
5.2. 한자어 + 스럽다
- 가증(可憎)스럽다
- 개탄(慨嘆)스럽다
-
고급(高級)스럽다
근래의 신조어 중 유사한 의미로 고급지다가 있다. - 고통(苦痛)스럽다
- 당혹(當惑)스럽다
- 당황(唐惶)스럽다
- 만족(満足)스럽다
- 부담(負担)스럽다
- 상(常)스럽다
-
성(聖)스럽다
위 '상스럽다'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종종 말장난이 이루어지곤 한다. # - 송구(唐惶)스럽다
- 유감(遺憾)스럽다
- 자연(自然)스럽다
-
잔망(孱妄)스럽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마지막 대사로 유명하다. - 조심(操心)스럽다
- 촌(村)스럽다
- 탐(貪)스럽다
- 혼란(混乱)스럽다
6. 유사 어휘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접미사로 '-답다', '-롭다' 등이 있다. 다만 '-답다'는 오늘날 '너답다' 등 [자격]의 의미로 좀 더 한정되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스럽다'처럼 구어에서 활발하게 접사로 쓰이지는 않고 있다.[6] '-지다'도 몇몇 순우리말에 붙어 유사한 기능을 한다.' 같다'도 유사한 기능을 지닌다. 가령 '아이돌스럽다'라는 건 '아이돌 같다'라는 뜻이다. 다만 약간의 차이는 있는데, '아이돌 같다'라는 것은 "아이돌과 유사하기는 하나 아이돌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반면, '아이돌스럽다'는 "아이돌의 느낌을 지닌다"라는 의미로 (많은 경우 그렇긴 해도) "아이돌이 아니다"를 반드시 전제하진 않는다.
적(的)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다만 '적'은 주로 한자어에 쓰이는 특성상 좀 더 본격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과스럽다'와 '이과적이다'의 느낌을 비교해보면 된다. 수식을 좀 쓰는 식으로 느낌만 낸 것은 '이과스럽다'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이과적이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편 的을 좀 더 구어적으로 자주 쓰는 일본어에서 '~的な'는 '-스러운'과 꽤 유사하다.[7] 다만 'わたし的に'(나로서는)처럼 '-스럽게'로 대응할 수 없는 예도 있다.
한국어의 여러 기능동사들도 체언을 용언화한다는 점에서 기능은 비슷하다. 다만 '-스럽다', '-답다', '-롭다' 류는 독립해서 쓰이지 않기 때문에 기능동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8]
중세 한국어에는 유사 표현으로 '-ᄒᆞᆸ다'가 있다. 15세기 한글 문헌에 '공경ᄒᆞᆸ다(공경스럽다), 노ᄒᆞᆸ다(노할 만하다), 감동ᄒᆞᆸ다(감동스럽다), ᄉᆞ랑ᄒᆞᆸ다(사랑스럽다), ᄒᆞᆫᄒᆞᆸ다(한스럽다)'가 나타난다. 18세기에 이르면 '-홉다'로 나타나는데 이후에는 거의 소멸하여 현대어에까지 남은 것은 ' 사랑옵다' 정도이다. 이 역시 ㅂ 불규칙 활용을 보였다. 'ᄒᆞ-'( 하다)에 형용사 파생 접사 '-ᄇᆞ-'가 결합한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7. 참고 문헌
- 권경안(1977), 'ㅂ'계 접미사의 사적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 김창섭(1984), 형용사 파생접미사들의 기능과 의미: -답-, -스럽-, -롭-, -하-와 -적-의 경우, 진단학보 58, 진단학회, 34-58.
- 안병희(1967), 한국어발달사(중) 문법사, 한국문화사 대계 5, 고려대민족문화연구소.
[1]
사랑하다 - 사랑스럽다, 탐하다 - 탐스럽다 등 한국어에서 '하다/스럽다'로 동사/형용사가 나뉘는 예를 흔히 찾을 수 있다.
[2]
반면 '-답다'는 초기 한글 문헌에서부터 활발하게 나타난다.
구결 자료에서도 '-답다'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형식을 찾아볼 수 있다.
[3]
이것이 표준으로 인정된다면, 관형형 '-ㄴ' 결합 규칙은 'ㅂ'이 'ㅜ'로 변하는 게 아니라 아예 탈락하는 것으로 달리 기술해야 할 것이다.
[4]
언어학적으로는 이를 '생산성(productivity)을 지닌다'라고 표현한다.
[5]
한편 '바람직하다', '꺼림직하다'는 '바람직스럽다'(수록은 돼있음), '꺼림직스럽다'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6]
'-롭다'는
잉여에 붙어 '잉여롭다'로 쓰인 예가 발견된다.
#
[7]
일본어 고유어 'お餅'에 '的'가 붙은 'お餅的な'를 구글에 찾아보면 悪魔のお餅的な美味しさ(악마의 떡 같은 맛있음), お餅的な要素はありません(떡 같은 요소는 없습니다) 등, '떡스럽다'라고 해도 의미가 통할 법한 표현들이 좀 나온다. 물론 '떡스럽다'와 마찬가지로 'お餅的な'도 비표준 표현이다.
[8]
단, '
이다'는 의존 형태소이기는 하나 한국어 학교 문법상 단어의 자격을 갖춘 조사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기능동사로 분류되곤 한다.